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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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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내뿜는다?

admin | 금, 2021/04/02- 19:05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우리들이야기(1)]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내뿜는다?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

LH(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공적인 개발 정보를 자신들의 사익 편취에 이용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청렴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데, 오히려 이들이 부패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부패하다’라는 뜻의 영어 어휘 corrupt는 라틴어로부터 14세기에 고대 프랑스어를 거쳐 들어간 말로, 라틴어 동사 corrumpere는 ‘함께’라는 뜻의 cor와 ‘파괴하다’라는 뜻의 rumpere로 이루어져 있다. 즉 생물체가 썩거나 부패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을 ‘(내부 요소들이) 함께 파괴된다’고 나타냈던 것이다. 그러다가 15세기에 들어서는 뇌물을 받거나 부정한 일을 하여 사람이 정신적으로 타락한다는 비유적인 의미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함께 파괴된다’라는 뜻의 이 어원은 마치 한 개인의 부패 행위가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부패행위자가 속한 집단과 국가 전체가 ‘함께 파괴된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어서 소름이 끼친다. 영어의 속담 ‘A rotten apple spoils the barrel(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도 같은 맥락의 사고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국가의 멸망은 부른 것은 전쟁이라기보다 부패였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단합을 요구하는데, 부패로 인해 분열이 되면 전쟁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부패는 도덕적 해이로부터 발원한다. 규율과 기강이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풀리면 도덕적으로도 와해가 된다.

실제로 이번 부패 사건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이로써 향후의 정부 정책이 잘 안 먹히게 만들 공산이 크다. 준법정신에도 큰 타격을 입혀서 법은 오히려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각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결국 사회계층 간 갈등과 균열을 초래하여 사회 통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 4월의 재보선 선거에 큰 영향을 주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LH 정도 되면 봉급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도대체 왜 돈 욕심을 내는가 하고 사람들은 말한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잉글하트(R. Inglehart)의 지적대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물질주의적 가치관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러나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한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불안 심리가 강하여, 이제 잘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가치를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계속 집착하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의 하락, 실업률의 증가, 비정규직의 확대 등 노동조건의 악화와 고용불안 가중 등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물질적 가치에 대한 집착은 불행하지만 우리 삶의 조건으로 보고 우리 스스로를 부패의 유혹으로부터 차단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물론 처음부터 부패하기로 작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공직 근무에 점차 적응하면서 업무가 손에 익고 타성에 젖으면서 윤리적인 의식이 약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차츰 작은 부패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때 문제는 내부의 기강이다. 만일 기강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면 감히 그런 부패의 유혹에 자신의 소중한 명예와 삶을 함부로 내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생각이 그 조직 내에 만연해 있다면 부패는 시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누군가는 가져가는 이익이니 내가 가져도 괜찮아.”
“우리도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얻을 자격이 있잖아?”
“전임자들도 그랬어. 으레 그렇게 하는 거야.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줘도 못 먹냐? 눈앞에 주어진 것을 찾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바보야.”

그러나 부패를 통한 재산의 축적은 일시적으로는 행복을 주지만 불행의 잠재력도 함께 키워나간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은 몰랐다. 그들의 가치관은 오직 물질적 가치들만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부(富)는 집을 윤택하게 하지만 덕(德)은 마음을 윤택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마음을 윤택하게 할 생각은 없었나 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부하직원, 동료의 부패 행위를 인지했을 때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하는가? 혹시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은 아닌가?

“조직을 위해 그냥 덮고 가자.”
“훈계나 경고 정도 주는 것으로 하자.”
“이번은 넘어가겠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 반드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다시 한번 기회주의자들의 손을 들게 해 주고 국가 기강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수준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결코 개인의 의지 문제로 접근하면서 처벌하는 데에만 그치면 안 된다.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내뿜으며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패의 유혹 앞에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 감찰 기능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많은 손질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부 기강을 강화해야 한다. 반부패의 정신을 반드시 일상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부패는 함께할 테니까.

부패의 위험을 항상 두려워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부패는 사회 전체가 함께 파괴됨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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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1,2월호 – 우리들이야기(1)]

[전문가칼럼]올해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경실련 회원 여러분들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올해는 모두 건강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를 바란다.

새해 들어 나이를 한 살 먹음과 함께 떡국은 모두 드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각자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서 결코 섭취하면 안 되는 나쁜 음식의 목록을 알려드리고자 하니, 부디 이 같은 음식들을 최대한 피함으로써 많은 성취와 성장을 이루시기를 바란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음식은 육체 건강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 나쁜 음식들임을 먼저 밝힌다. 즉 실존하는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신 세계에 존재하는 가상의 음식들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새해에는 ‘골탕’을 먹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골탕’이라는 것은 이름을 보면 분명히 탕(湯) 종류인 것 같은데, 그 누구도 먹어보았다는 사람이 없는 정체불명의 매우 이상한 음식이다. 물론 파는 곳도 없다. 올해는 골탕을 먹지 말자.

골탕을 먹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물을 먹는다’는 말도 있는데, 열심히 일하다가 혹은 사람을 믿고 일을 하다가 막판에 ‘물’을 먹는 일이 있으면 안 되겠다. 다만, 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한데, 기회가 되어 ‘외국물’을 먹는 것은 괜찮다. 다른 사람에게서 ‘엿’을 먹는 일도 없어야겠다. 물론 남에게 엿을 먹이는 일도 하면 안 되겠지만. 또한, 시험을 칠 때는 절대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 다만 생일날에만은 괜찮다. 다음으로 나이를 먹으면 특히 더욱 자주 먹게 되는 고기가 있는데, ‘까마귀 고기’이다. 이것은 파는 데도 없는데 어디서 구하는지 희한하게 자꾸들 먹는다. 너무 자주 먹으면 치매에 아주 안 좋으니 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조심해야 할 음식이 ‘김칫국’이다. 물론 이 김칫국은 마시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나,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 된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식사를 시작할 때 숟가락으로 김칫국을 떠먹는 경우가 있는데 식사 때야 괜찮지마는 간절히 소망하는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결코 김칫국부터 먹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 ‘눈칫밥’도 먹게 되는 일이 없어야겠다. 설령 다른 집에 얹혀 지내는 신세가 되더라도, 또 남의 덕을 좀 보는 처지가 된다 하더라도, 기를 펴지 못하고 살면 안 된다. 당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계절 음식 가운데 피해야 할 것이 ‘더위’이다. 여름에 더위를 먹으면 안 되기에 얼마 안 있으면 도래할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많이 섭취하기를 바란다. 참 희한한 것이 우리말에 ‘더위를 먹는다’는 표현은 있는데, ‘추위를 먹는다’는 표현은 없다. 아마 더위가 심할 때는 일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지만 추울 때는 아예 바깥 활동을 안 하거나 적어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일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음식이라 언급해야 할 가치는 크게 없으나 그래도 만일 먹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폐해는 매우 크니 어쩔 수 없이 언급을 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콩밥’이다. 결코 콩밥을 먹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니 우리 모두 법을 잘 준수하도록 하자. 더구나 이 콩밥은 한 번 먹게 되면 나중에 꼭 ‘두부’도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는 점을 숙지하자.

한편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방식에 관한 것인데, 올해는 음식을 나온 차려진 그대로 먹는 것이 좋겠다. 만일 정 입맛이 없다면 비벼 먹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결코 ‘말아먹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혹시라도 집안의 재산이나 회사를 말아먹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그러하다.

한국어에 왜 이렇게 먹는 것과 관련한 관용표현들이 많을까? 이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과 같은 원초적인 경험을 통해서 추상적인 관념들을 표현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언어에서건 이처럼 먹는 행위에 빗대어 다양한 추상적 경험들을 나타내는 관용표현들이 많이 있다. 다만 왜 굳이 미역국이며 까마귀 고기인지와 같은 특정 음식들과 관련한 기원은 별도로 설명해야 할 부분인데, ‘분필가루’ 먹고 사는 필자에게는 숙제이다.

아무튼 지난 한 해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이 올해는 결코 상기한 음식들을 섭취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여 각자가 목표한 것을 이루는, 성취가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사족

2018년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점대로 내려온 뒤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심지어 망국론까지 나오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었으니, 올해는 대한민국 땅에 그 무엇보다 결혼식이 많이 올려지기를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 전 국민이 주말마다 예식장에 가서 ‘국수’를 먹게 되기를 간곡히 희망해 본다.

화, 2021/02/0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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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세계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부패에 마주하고 있으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욱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부패문화로 고통을 받아 왔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에 용감히 맞섰고, 2016년과 2017년에는 촛불혁명을 일궈냈다. 그 결과 한국은 힘겹게 그러나 꾸준히 부패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며 결성된 대한민국 서울의 촛불시민운동 <출처: 여성평화걷기(Women Cross DMZ)>

희망하건대, 한국의 경험이 모범이 되어 개발도상국들이 부패의 노예가 되지 않고 경제 발전을 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패에 관하여 풍부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다음의 두 가지 한계를 지녔다.

첫째, 부패의 복잡성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협소하게 정의된 부패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둘째, 부패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부패를 타인의 희생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행되는 위법활동 정도로 정의한다. 그러나 일부 법규와 조직은 부패를 제도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부패를 “타인 또는 타 집단의 안녕을 희생시키면서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행되는 모든 위법 또는 비도덕적 인간활동”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본 글의 목적은 한국의 경험을 근간으로 부패와의 싸움을 용이하게 해줄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본 글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절에서는 한국의 부패 경험을 바탕으로 부패의 유형을 분류한다. 부패와 부패에 관여한 개인 및 조직의 활동을 짝지어 보면 쉽게 부패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제2절에서는 부패의 진화 단계를 설명한다. 부패의 현상이 단계별로 진화한다고 판단되며, 부패의 수준, 내용, 영향은 단계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적절한 반(反)부패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부패의 내용이 어떤 단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절에서는 부패를 통해 얻는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논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부패의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잔혹하고 정교한 전략이 활용되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제4절에서는 부패의 영향을 다루되, 이를 경제적 영향과 도덕적 영향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당연히 두 가지 유형의 영향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이 둘이 상호 결합되면 한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제5절에서는 어떻게 한국인들이 지난 70여 년간 목숨 걸고 기본적인 인권 침해를 견디어 가며 부패에 맞서 싸웠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동시에 어떻게 민주적 정부가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부패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경험한 부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알리고자 한다.

 

1.부패의 유형 분류

부패는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 및 조직이 관여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음의 부패 유형은 다른 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a)노골적인 공적자금 도용

한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부패는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 횡령일 것이다. 우익 진영의 대통령, 공무원, 공기업 사장, 연구기관의 수장, 심지어는 유치원 원장들까지 자금을 횡령했다.

특히 전두환 장군이 대통령 재임 시 미화 2억 달러 이상을 횡령한 사건은 악명이 높다. 이로 인하여 그는 부패와 권력남용으로 옥살이를 했다. 당시 법원은 그에게 횡령한 금액을 정부에 갚도록 명령했으나, 그는 은행 잔고 260달러가 전(全)재산이라고 우기면서 여전히 한국 사법체계를 우롱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공금이 사라진 것으로 의심된다. 현재도 이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사립 유치원이 정부 보조금의 대부분을 공공연하게 사적으로 착복하여 보석 구입 및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건 역시 공금횡령의 또 다른 예시다.

b) 특혜를 통한 부패

특혜를 거래하는 시장은 거대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길고 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면 법과 규제를 건너뛸 수 있는 특혜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에게 뇌물을 지급함으로써 합법적인 또는 불법적인 건축허가를 좀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 뇌물만 있으면 그린벨트를 주거용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혜의 공급자는 공공기관이며, 그 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다. 특혜의 대가는 특혜의열매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것에 기반한다.

이러한 특혜의 시장 가격은 곧 뇌물의 액수가 된다. 뇌물의 액수를 판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건설업계가 분양금액의 5%를 뇌물로 제공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즉, 뇌물의 총액이 수백억 달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c) 정보의 도용을 통한 부패

한국에서는 증시 및 토지개발 감독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 후 부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토부의 고위 공무원으로서 미리 국가의 토지개발계획을 파악한 후, 타인의 이름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여 엄청난 매매차익을 얻는 것이다.

증권시장 감독기관의 직원은 기업의 투자계획에 대한 기밀정보에 접근, 해당 주식을 매도 또는 매수하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 이들이 이러한 기밀정보의 절도를 통해 얼마나 많은 불법이익을 챙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d) 조달과정의 부정부패

정부와 정부 산하 수많은 기관은 매년 수십억 달러를 재화 및 서비스 구입에 소비한다. 국방분야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은 연간 미화 50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정부 및 관련 기관이 재화와 서비스를 조달하기 위해 실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정부가 지급하는 가격과 실제 가격 사이의 차액은 공급자와 구매자가 나눠 가진다. 이를 소위 “킥백”, 즉 리베이트라 한다. 군사 장비 조달 분야의 경우, 장비 구매가의 10%정도가 킥백(뇌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e) (사법분야) 자의적 결정라는 부패

자의적 거래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강력한 부패가 아닐까 한다. 부패한 사법 체계 하에서는 범죄와 부패를 저지른 자가 뇌물로 사법과정에서 자의적 결정권을 살 수 있다.

경찰은 제아무리 범죄와 부패의 흔적이 뚜렷해도 범인이 권력자라면 뇌물을 받고 체포하지 않는다. 검찰은 용의자가 뇌물을 줄 용의가 있는 기업인이라면 분명한 부패 사건이라 해도 수사하지 않는다. 또한 검찰은 수사를 통해 명백한 부패의 증거가 드러난다 해도 뇌물을 제공한 혐의자들을 기소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재벌 회장들이 부패 혐의를 받았지만 실제 재판까지 이어진 일은 드물었다.

설사 유죄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이들은 곧 석방되었다. 그리고 검찰이 유죄 증거를 제시해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많았다.

f) 입법과정의 부패

재벌이 국회의원에게 위장 선거운동 자금을 지급하는 대신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률의 통과를 사주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대한민국 국회가 채택하는 법률은 재계와 기타 이익단체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에 가장 예민한 단체는 대기업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그들에게 불리한 법은 막고, 유리한 법은 조장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특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법률 중에서도 노동 관련 입법과정이 가장 빈번하게 대기업 로비의 타깃이 된다.

그동안 재벌은 입법부에 엄청난 뇌물을 써서 노동친화적 법률의 채택을 막아왔다. 한국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g) 일자리 제공이라는 부정부패

또 다른 유형의 부패는 바로 일자리의 거래이다. 한국의 강원 카지노는 뇌물을 받고 일자리의 80%를 국회의원의 지인 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실력자들에게 불법으로 제공했다.

최순실씨(비리 및 불법 정책개입으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는 거액의 뇌물을 받고 장관, 판사, 기타 고위 공무원 임명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 부패의 진화 단계

한국의 부패는 다음의 단계를 밟으며 진화했다.

경제개발과 정경유착

부패한 집권층 형성

부패한 조직의 네트워크 구성

1단계) 경제개발 및 정계와 재계 간 유착

일본과 한국의 경제기적을 이룬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일본주식회사 그리고 한국주식회사라는 개념이다. 이들 주식회사에서 정부와 기업은 하나의 회사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으로, 이들은 경제 정책과 개발을 위한 동등한 파트너에 가깝다.

이와 같이 긴밀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필연적으로 공업화와 경제개발의 계획 및 이행 과정을 통해 정경유착으로 이어졌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결탁한 이야기는 전설에 가깝다.

정경유착 단계는 한국경제가 비상하던 시기와 맞물렸다 (1960-1970). 역설적으로 한국주식회사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결탁으로 한국은 채 30년도 되지 않아 극빈상태에서 벗어났다.

2단계) 집권층 부패의 형성

경제개발이 박차를 가하고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되면서, 계획의 성공을 위해 관료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경제기획부처는 경제계획 성패의 요체가 되었다. 그 결과, 경제기획부처 구성원과 재무부처 고위공무원, 기타 공무원 등은 위에서 설명한 유착에 관여하였다. 이는 정계-관료-재계의 삼자 유착으로 귀결되었다.

이 삼자 유착이 한강의 기적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러한 유착을 면밀하게 감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유착의 당사자들은 경제개발의 성과를 멋대로 사익을 위해 전용하고자 했다.

이 구성원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친밀한 하나의 계층을 형성함으로써 자신들의 불법적, 비도덕적 활동을 은폐했다. 그리고 이들은 배타적인 집권층이 되었다.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대기업에게 각종 특혜를 배분하는 것도 해당 집권층의 역할 중 하나였다.

정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기업에 공공의 자원을 제공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책 금융이 가장 매력적인 정책이었다. 시장의 금리가 20%를 상회할 때에 정부는 5% 미만의 금리에 거액의 대출을 지원했다.

해당 자금은 공업화와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제공된 정책 금융 중 일부는 공장의 건설과 수출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렇게 빌린 자금을 5%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사채시장에 대출하는 방법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대기업에게는 세금혜택도 주어졌다. 이들은 무료로 산업공단에 입주할 수 있었고, 산업용지로 활용될 예정이었던 토지를 받아 일부를 부동산 투기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 재벌은 온갖 허가와 특혜를 받았으며, 분명치 않은 이유로 엄청난 장려금과 보조금을 챙겼다.

이렇게 집권층을 형성하는 단계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진행되었다. 20여 년 기간 동안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로 활발히 재편성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자유주의는 대기업에게 더 큰 힘을 주는 반면, 정부의 권력은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 기업에게는 이러한 상황에서 뇌물 공여를 통해 유리한 정책을 조작하기가 더 쉬워졌을 것이다.

80-90년대는 한국 산업이 중화학공업으로 변모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대기업은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줄을 손에 넣게 되었다.

3단계) 부패 조직의 네트워크 형성

이렇게 형성된 집권층은 미디어와 학계, 보수 시민단체와 불법 수익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부패의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부패 공동체가 조직적으로 확립되었다.

부패 공동체의 목적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넓혀 반부패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잘 방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는 한편에서는 보수와 진보, 다른 한편에서는 부패세력과 반부패세력라는 이중적 구조로 분열되었다.

이러한 부패 조직의 네트워크는 진보세력이 집권한 2000년대에도 작동되었다. 즉 김대중 전 대통령(1997~2002) 및 노무현 전 대통령(2003~2008))의 기간에도 살아남았다.

물론 해당기간 동안 보수진영의 부패 네트워크는 부패 활동의 속도를 늦추어야 했다. 하지만 조직의 확대와 강화를 위한 예비적 투자는 계속 진행되었다.

이후 2008년에는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3년에는 박근혜가 그 뒤를 이으면서 한국의 우익정당은 9년 간을 집권했다(2008~2017). 이 기간동안, 부패 공동체는 몸집을 키우며 부패 활동을 확대하고 가속화했다.

실제로 상기 9년의 기간 동안 한국의 부패 정도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독재 시절보다 심각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는 25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명박은 15년 형과 함께 추가 범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3. 부패의 이익을 비호하는 전략

부패 조직의 이익을 비호하기 위한 전략은 다음을 포함한다.

첫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집권 당시 보수정권은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자 수십만 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다.

둘째, 언론의 자유는 잔혹한 경찰 또는 뇌물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여기서 정말 슬픈 것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재벌들의 광고수수료 없이 살아남지 못하며, 때문에 광고가 뇌물로 쓰인다는 점이다.

한국의 3대 유력 신문사는 조선, 중앙, 동아(일명 조-중-동)인데, 한국 내 주요 일간지의 전체 판매부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1910~1945)에도 존재했으며, 친일적인 보수 일간지로 일관하여 왔다. 이후 부패 공동체를 비호하기 위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아 왔다.

셋째, 한국의 첩보기관은 진보, 반부패 세력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았다. 이들 시민들은 공권력의 남용과 기타 불법 탄압의 피해자가 되었다.

넷째, 보수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발표한 학자는 해당 연구비를 박탈당했다.

한국에는 “뉴라이트”라는 학술단체가 있는데, 이들은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정당화한다. 일본은 한국인을 위해 한국경제를 개발하고자 헸을 뿐이라는 내용으로 근대사 교과서를 바꾸기도 했다.이들은 세계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25만 명에 달하는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성노예 범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뉴라이트 학자들은 유권자의 보수 정권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우익진영과 함께 진보세력을 “빨갱이”라 비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다섯째, 보수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약 1만 명의 예술가, 가수, 영화배우 및 소설가 등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었다. 영화 “기생충”의 감독인 봉준호 역시 다른 감독들과 함께 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여섯째, 부패 공동체는 대한민국 6ㆍ25 참전 유공자회 및 다양한 노인단체를 포함, 우익성향의 시민단체에 자금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 회원들은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가두시위에 참여한다. 결국 이들의 집회 참여를 위해 최종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최종 당사자는 재벌이다.

마지막으로, 부패 공동체를 확장하고 공고히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정략결혼을 선택한다. 이러한 경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우익 정치인과 재벌가 자제들간의 혼인이다.

 

4. 부패의 부정적 영향

부패로 인한 주요 부정 영향은 경제적 영향과 도덕적 영향을 구분할 수 있다.

a) 경제적 영향

부패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사례처럼 수십 년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적 영향은 미시경제적 영향과 거시경제적 영향으로 나눌 수 있다.

미시경제적 영향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경쟁을 감독하는 조직 및 기구가 부패한 경우, 대기업을 편애하여 시장의 공정한 경쟁 추구를 훼손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뇌물을 받고 파산기업을 구제하는 경우, 파산기업의 수명은 길어지겠지만 그 결과 한국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부패한 정부의 조달 체계는 형편없는 품질의 재화 및 서비스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한국은 킥백(뇌물)을 받으려다 잠수를 할 수 없는 잠수함을 구매한 바 있다.

부패의 거시경제학적 영향은 미시경제학적 영향만큼이나 좋지 않다.

집권층의 수출 중심 정책으로 GDP가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수출만으로는 이들이 내세우는 낙숫물 효과를 만들어내지도,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실업률은 상승하고, 공정하고 공평한 소득의 분배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경우, 전체 기업 수의 99%가 중소기업이다. 그리고 이들이 전체 일자리의 87%를 창출한다. 그럼에도 집권층은 친재벌, 반중소기업 정책을 도입했다.

수출 중심 정책은 수출의 증가에 기여했다. 동시에 이는 재벌의 수익을 확실히 끌어올렸다. 재벌의 수익이 커졌다는 것은 뇌물로 쓸 돈도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친재벌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재벌의 수익을 위해 중소기업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우익정권 시절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훔치도록 용인했으며, 중소기업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제 때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위반했고, 하도급 계약시 일방적으로 하청계약의 가격을 낮추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잘 알려져 있듯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막았으며, 보통의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망가뜨렸다. 최악인 것은 이러한 정책으로 내수산업의 발전이 지연되는 동시에,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b) 도덕적 영향

부패의 도덕적 영향은 경제적 영향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한국의 오랜 속담 중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청와대가 부패의 뿌리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윗물이 흙탕물이기 때문에 아랫물도 엉망이라는 것이다. 부패는 물이 흐르듯 한국 사회 전역으로 퍼졌다.

우익정권 하에서 부패세력은 돈의 축적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인간은 돈의 노예가 되고, 돈은 법은 물론, 유교적 가치, 심지어는 신보다 위에 섰다.

돈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고, 사회계층을 결정한다. 재벌 총수는 왕이요, 그 일가는 왕족이 된다.그리고 왕 중의 왕은 삼성그룹 회장이다. 실제로 우익정권 당시 한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재벌은 전직 장관들을 고용하여, 마치 정부보다 자신들이 더 권위있는 것처럼 으스대며 부와 권력을 뽐냈다. 돈 없는 전직 장관들은 친재벌 정책을 위해 로비하며 배를 불렸다.

돈의 힘은 부와 권력을 가진 자가 가난한 자를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일명 “갑질”을 불러왔다.세계는 2014년 발생한 “땅콩회항”사건을 기억할지 모른다 .당시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는 기내에서 땅콩 봉지를 열지 않고 제공했다는 요상한 이유로 욕설과 함께 기내 직원을 폭행했다.

대형교회 목사들은 매년 수백만 불의 소득을 벌며 왕이 된 듯 돈과 권력을 남용하면서 신도들을 학대하기도 했다. 사실 수많은 목사들이 교회 자금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범죄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뇌물이 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강제로 동원된다. 부패한 보수 지도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위험한 도덕적 영향은 돈의 숭배, 정직과 품위, 진실의 파괴, 상호존중과 사랑의 상실로 요약해 해석할 수 있다.

 

5. 부패에맞선 시민들의 전쟁

만일 한국이 경제 성과로 계속 세계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독재와 부패에 맞서 싸운 한국시민들 덕분이다.

사실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이어진 촛불혁명 이전에도, 수백만 한국인들은 거리로 나가 부패한 대통령들에 용감하게 맞섰다. 1960년 4월에는 이승만에게, 1979년에는 박정희에게, 1980년 봄과 그리고 1987년 6월에는 전두환에 저항했다.

그리고 2016년 말에서 2017년 4월까지 8개월 동안 한국 사회 각계 각층의 연인원 17백만 명이 차가운 거리 위로 나가 외쳤다. “박근혜를 탄핵하라! 부패를 청산하라!”

촛불혁명은 성공적이었고, 부패하고 파괴적이었던 9년간의 보수정권을 끝내고 민주정권을 세웠다.그렇게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었다.

문대통령은 민주진영에서 탄생한 세 번째 대통령이다. 처음은 김대중 대통령이었고 (1998-2002),두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2003-2008).

김대중 대통령은 노동조합 결성을 독려하고, 기존의 노동조합을 회생시키고, 진보 시민운동을 육성하면서 반(反)부패세력을 강화했다. 나아가 재벌에는 내부순환출자 중단과 투명한 회계처리를 요구하며 대규모 개혁을 이끌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 보장과 경찰 및 검찰, 법원, 첩보기관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애썼다. 부패공동체에게 노무현 정부의 조치는 실질적인 도전이었기에 이들은 온갖 거짓 이유를 들이대며 대통령 탄핵을 공모하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결국 탄핵되지 않았고,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그러나 부패공동체가 가장 우려한 것은 공정사회와 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노무현의 정치적, 이념적 유산이었다.

이러한 유산을 말살하기 위해 수구세력은 노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고급 시계를 뇌물로 받아 논두렁에 숨겼다는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는 이명박 우익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노무현의 퇴임 후에도 그의 일가에 대한 공권력, 보수언론, 검찰의 괴롭힘은 지속됐다. 이는 노무현에게 견디기 힘든 부담이었고, 그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한국 우익세력이 얼마나 깊숙이 부패에 관여하고 있는지, 이들이 왜 이런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부패한 부자들에게 매달리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고, 70여 년간 축적된 부패의 문화를 청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지금 부패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정상적이고 건전한 국가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문대통령은 아래와 같은 반(反)부패 조치를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거시적 조치와 미시적 조치로 분류해볼 수 있다.

a) 거시적 반부패 조치

거시적 조치에는 북한과의 평화 프로세스, 소득분배의 개선이 포함된다.

남북한 평화 프로세스는 북한이 더 이상 남한을 위협하지 않는 화해국면을 추구한다.

그동안 우익세력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남북 간의 긴장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치 군사독재가 북한 문제를 처리할 더 좋은 자격이 준 것 마냥 행동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사회경제 정책 중 하나는 바로 공정한 소득 분배를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려 했고(불행히 중단되었다), 국민연금을 확대했으며, 노인을 위한 소득 수당을 제도화했다. 동시에 주당 근로시간을 감축하려 했고(역방향으로 수정되었다), 부동산세제의 개편을 시도하는(시행되지 못했다) 한편, 부유층의 소득상승은 늦추고 빈곤층의 소득상승은 가속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성장의 건전한 근간을 세우는 효과가 있다. 빈곤층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부패와 “갑질”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b) 미시적 반부패 조치

민주정부는 부패와 싸우고자 여러 미시적 조치 또한 시행하고 있다.

우선, 부패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청와대 직원의 영향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는 어떠한 영향력 행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모친은 지난 2년간 가족 외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가족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보수 언론의 가짜 뉴스를 피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문대통령은 권력기관의 기능을 크게 줄였다. 예컨대,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국제 정보의 관리로 국한시켰다. 우익정권 하에서 국정원은 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을 북한 간첩으로 몰아 체포하는 기능을 맡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기무사령부를 폐지했다. 기무사는 본디 군대의 위법행위를 막는 기능을 담당했으나,우익정권을 비판한 자들에 대한 불법감찰에 관계하였다.

세 번째, 부패 공동체가 자행한 것이 분명한 부패 및 범죄 사건을 재수사하는 위원회를 임명했다. 예컨대, 과거 법무부 전직 차관이 여성을 강간한 사건이 있었는데, 뇌물과 우익정권 내 권력자와 유지한 관계 덕분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네 번째, 부패 공동체의 편에 서서 기자노조를 탄압한 일부 언론사의 사장이 교체되었다.

다섯 번째, 유치원 원장이 공적자금을 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치원법을 포함, 다양한 반(反)부패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섯 번째, 우익진영의 부패 공동체에 가담한 전 청와대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다.

일곱 번째, 검찰과의 싸움이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시작한 싸움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검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범죄 및 부패를 수사할 권한을 가진다. 경찰도 물론 수사권을 가지지만, 최종적 판단은 검찰의 몫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독점적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건의 부패 및 권력남용 사건이 고발되었지만, 검찰의 벽을 넘어 법원까지 간 일은 거의 없었다.

요약하면 한국은 사법권을 독점한 부패한 검찰 때문에 부패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

한국에는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권력이 없다. 대통령 조차도 검찰을 어쩌지 못한다. 어찌 보면 검찰이 부패문화의 가장 강력한 방어벽 역할을 잘하여 왔던 수호자인 셈이다.

검찰에 맞서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무원을 감독하는 제도인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켰다. 싸움 하나를 겨우 이겼다. 그러나 부패문화를 완전히 청산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부패의 궁극적인 수호자는 돈이다. 보수세력이 지난 70여 년간 부패로 쌓은 돈은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현금, 부동산, 주식의 형태로 세계 곳곳에 은닉했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가 부패문화를 완전히 부수기까지는 민주정권이 10년 이상, 어쩌면 20년 이상 필요할 지 모른다.

 

교훈

한국사회가 경험한 부패로부터 몇 가지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부패는 진화의 첫 단계, 즉 정계와 재계 양자 간 유착단계에서 반드시 차단시켜야 한다.

둘째, 일단 부패가 집권층을 형성하는 단계에 이르면, 아주 어려운 대응책이 요구된다.

셋째, 부패조직의 네트워크를 청산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현재의 한국이 그런 경우이다.

넷째, 부패의 청산을 위해 정부에만 항상 의존할 수는 없다. 정부 자체가 부패한 일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문재인 민주정권이 부패와의 싸움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패를 청산하는 과정에는 평범한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반드시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조셉 정(Joseph H. Chung)

퀘벡대학교 몬트리올캠퍼스 (UQAM) 경제학 교수이자 동 대학 Centre d’Études sur l’Intégration et la Mondialisation (CEIM) 산하 동아시아연구소(OAE) 부소장.

토, 2020/04/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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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시사포커스4]

다시, 문제는 신뢰다

김일한 통일협회 운영위원 /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교수
[email protected]

 

1997년 6월,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의 대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었습니다. 회담 결과가 ‘결렬이 아니다’ ‘양국정상이 새로운 대화를 준비하기로 했다’ 등등의 관전평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합의’를 전제로 한 회담이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결렬이 맞습니다. 양국간에 ‘구체적인 합의안이 있었다’ 그러나 ‘문턱이 높아졌다’ 등등의 이유도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안’에 사인이 없다면 역시 결렬이 맞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적 해결’을 제시한 북한의 입장이 결국 회담을 무산시킨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결국 문제는 다시 ‘신뢰’의 부족이었습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봅니다. 우리는 늦었지만 차분하게 북한과 미국의 신뢰문제를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한의 중재자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22년 전인 1997년 6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호텔에서는 작은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무려 4일간에 걸친 회의는 전쟁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를 포함해서 양국의 책임자들이 모여 과연 전쟁은 피할 수 없었는지, 전쟁이 확전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미국측 대표 맥나마라는 다음과 같이 하노이 대화의 교훈을 강조합니다.

“하노이 대화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베트남전쟁은 미국과 베트남 쌍방의 지도자가 보다 현명하게 행동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대화의 교훈을 바르게 배운다면, 미래에 이와 같은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교훈을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우선 적을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적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록 상대가 적일지라도 최고 지도자끼리의 대화, 그렇습니다.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도 게을리 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다시 북미협상으로 돌아오면, 둘 사이에는 여전히 건너지 못할 불신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해서 대량살상무기 전체를 폐기하라고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할 것이라고 맞섭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과정을, 북한은 미국의 관계정상화 약속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2년전 메트로폴호텔 대화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새로운 파국을 준비하기 보다는 오래된 미래를 다시 복기하는 것이 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양국은 차분하게 서두르지 말고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 절대적인 대화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새로운 북미협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집단제재에서 독자제재로, 외통수 정국의 새로운 상상력

완전한 비핵화를 신뢰하지 않는 미국과, 시간을 두고 관계정상화 이행 약속을 확인하겠다는 북한 사이에 대치상황은 퇴로가 없어 보입니다. 양국의 빅딜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UN의 대북한 집단제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제재해결 방법에 대한 양국간의 믿을 만한 약속과 이행 로드맵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UN 집단제재를 안보리이사국 각각의 독자제재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한 해법입니다. 견고한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손상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은 스냅백(snapback) 장치를 통해 조건부 해제가 가능할 겁니다. 대신 북한은 가시적인 비핵화 타임테이블을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합니다.

이상의 조건에서 진행되는 비핵화와 관계정상화가 양국의 ‘신뢰대화’와 병행된다면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겁니다.

 

포기할 수 없는 한국역할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면 어떻고, 트럼프의 푸들이면 어떻습니까. 이 땅에서 전쟁만 없앨 수 있다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 따위 말장난이 대수겠습니까.

중재자 없이 진행된 중국과 베트남의 대미 관계정상화 과정을 기억하실 겁니다. 분단 70여년 만에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과의 신뢰있는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책임있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어렵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흉물스런 철조망이,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이 국경선인줄 알고 살아온 남북한의 국민들에게 새로운 한반도의 희망을 보여줘야 합니다.

수, 2019/03/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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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우리들이야기(1)]

안보에 제2외국어가 필수적인 이유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GDP가 작년 말 기준 1조 6,310달러로 세계 10위의 반열에 올랐다. 또 수출에서 7위, 수출입을 합친 교역에서는 9위의 규모를 보여 명실공히 무역강국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문화 분야에서의 한류도 지속하여 경제와 문화 모두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우리의 아킬레스건, 안보

그러나 반대로 우리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는 바로 안보다. 안보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항상 답답하다. 그것은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의 역학구도에 철저하게 의존되어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직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만 접근하여 이익을 취하려 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역학관계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지난번 사드 파동 때 이를 이미 경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이해 당사자만의 대화와 협상을 추구하는 양자주의(bilateralism)에서 벗어나서 문제를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틀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자주의는 근본적인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우리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국들뿐 아니라 제3국들까지 최대한 포함시키는 다자주의의 틀로 문제를 가져갈 때 단지 한반도라는 지역의 문제를 넘어 인류 공영의 가치 추구라는 어젠다를 상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그리고 오직 그렇게 할 때만이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정책에 한계를 긋고,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수준과 정보 취득력은 다자주의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가?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국제기구 진출 비율이 매우 낮다.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기본적으로 낮은 외국어 능력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 관계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결정을 얻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흔히 영어 하나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로에게 외국어인 영어는 이제 기본이고, 보다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언어인 제2외국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어젠다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비록 현재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길러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유일한 답은 교육에 있다. 동북아라는 지역적 틀에서 벗어나 넓은 세계로 나아가 많은 우방들을 확보한 뒤 그들을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어젠다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의 어린 세대가 이를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국제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인데, 이의 기본 전제가 되는 우리의 외국어 교육 현황을 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오직 영어 일변도의 정책, 즉 제2외국어를 등한시하는 정책도 문제이지만, 제2외국어 가운데에서도 오직 일본어와 중국어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동북아의 지역어도 필요하지만 세계 주요어가 너무 홀대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의 프랑스어, 독일어가 몰락하였고, 스페인어와 러시어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중국과 미국에 편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프랑스어권 국제기구(OIF)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로 인해 전 세계의 프랑스어권 인구가 2050년에 최대 7억 5천만 명에 이르러 일약 세계 2위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어도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언어이고, 독일어도 EU 내에서 화자의 수가 가장 많은 주요 언어이다. 또한 동구권과 중앙아시아 등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어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으며,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아랍어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교역에 있어 지나치게 중국과 미국에 편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우리는 최근 들어 자주 경험하고 있다. 하루 빨리 해외시장의 다변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 주요 세계어들이 학교에서 가르쳐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당국은 항상 교육 현장에서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요청이 있어야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의 분석이 뒤바뀐 논리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표방한 제7차 교육과정을 앞두고 제2외국어 수요 조사를 시행한 바 있는데 이때 교육부나 교육청을 중심으로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사가 수요에 비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두 언어의 교사들을 감축하기 위한 여러 조처들을 취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만 남게 되었다. 이후 각 학교는 가르칠 교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언어들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시하는 일본어나 중국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렇게 누구로부터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내버려진 사이 이들 제2외국어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에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내년 신학기에는 오직 한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하게 시장논리에만 맡겨둔다면 교육정책은 왜 있으며 교육부는 왜 존재하는가? 이렇게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올바른 국가 미래 계획은 누가 만드는가? 불행하게도 이러한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달 한국외국어대학 사범대가 프랑스·독일·중국어교육과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외대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원인이지만 사실 졸업 후 교사로서의 취업이라는 본래의 목적 수행이 원천적으로 막힌 상태에서 내려진 평가라는 점에서 어쩌면 한국외대는 피해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2외국어 교육, 특히 서양어 교육의 확대 필요

이제 제2외국어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서양어 교육을 확대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서양어 교사 임용을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EU의 외국어 교육 정책은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언어 간의 아무런 차등 없이 학생의 요구에 따라 서너 개의 외국어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5월 13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2022년 임용시험부터 독어와 프랑스어 과목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내년부터 교사 임용시험에 독어와 프랑스어 과목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소식을 전해준 교육감들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이것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의 제2외국어 교육정책의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2외국어 교육의 강화와 균형 잡힌 언어의 분배가 우리의 미래 안보 역량을 강화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금, 2021/05/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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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시사포커스(4)]

지금의 남북관계는 누구의 탓인가?

 

조성훈 경실련통일협회 간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촉발된 남북 긴장 상황은 해결책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폭파 이전부터 쌓여온 남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표면적인 문제로 삼았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미 의존이 큰 정부의 태도와 지지부진한 남북 합의 이행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로 인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사퇴했으며, 국정원장·청와대 안보실장에 이르는 대대적인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단행됐다. 통일부는 정치 상황을 들어 남북 합의 이행에 내내 소극적으로 임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은 과도한 대미 의존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했다. 이러한 통일부의 무능과 청와대 외교안보실의 대미 의존이 합쳐져 빚어낸 결과물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인적 쇄신을 택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된 남북 평화 무드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으며,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 무드가 무색해질 만큼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게 되었다. 다행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누구의 탓일까? 미국의 비협조, 북한의 강경한 대응, 우리 정부의 무능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70년을 끌어온, 결코 단시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외부 요인을 탓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외부 요인의 도움이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실련은 남북교류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장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산가족 상봉 추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문제들도 이론상으로 남북 간의 결단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 등 교류협력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남한 내 대북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매우 소극적이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정상회담 개최처럼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취급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남북관계가 우리 문제임을 인식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나서는 것이다. 이와 연결해 과도한 대미 의존의 산물인 한미워킹그룹은 해체해야 한다. 남북관계 모든 사안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볼 경우, 아무것도 진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전향적인 방법을 고민해본다면, 한미워킹그룹 대신 남북워킹그룹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 당사자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금, 2020/07/3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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