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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슌성기安順城記] 쳰리췬錢理群, 두잉궈杜應國: 모두의 힘을 모아, 한권의 책을 만들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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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슌성기安順城記] 쳰리췬錢理群, 두잉궈杜應國: 모두의 힘을 모아, 한권의 책을 만들어 내다

admin | 목, 2021/03/18- 19:57

역자해설:

쳰리췬錢理群선생은 루쉰과 마오쩌뚱연구자로서 국내외에 잘 알려진 중국의 저명한 학자이다. 베이징 대학 중문과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중국내 신향촌건설운동과 자원활동가문화 확산의 든든한 조력자로 남아 있다. 인문학자인 그에게, 꾸이저우의 안슌지역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18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농촌)지역으로의 하방上山下鄉’ 경험이 많은 경우에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일부 지식인들에게는, 지역, 농촌, 평민들과의 진실한 대면의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쳰선생과 같은 대도시의 명문 지식인 가정書香世家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역자가 느끼는 중국은 최소한 세개의 분리된 사회이다. 베이샹광션北(京)上(海)廣(州)深(圳)을 정점으로 하는1, 2선 대도시들의 tier 1, 3~5선 지방 도시들의 tier 2, 그리고 현청县城, 샹쪈乡镇을 포함한 농촌지역의 tier 3이다. 중국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훨씬 큰 지역과 인구를 포함하는 성省급 지역만 30여개가 넘는, 매우 크고 다양한 사회이긴 하지만, 사회적 담론과 여론의 형성은 압도적으로 tier1 사회에서 이루어진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더 거친 2분법적 구도를 사용하자면, tier1이 바로 중앙을 의미한다. 중앙으로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상황속에서, 사회적 영웅주의, 엘리트주의가 만연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이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한국 사회에서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지역기반의 개발정책이 그러하고, 향촌진흥 정책도 좋은 사례이다. 규모가 한국과 다른 중국의 ‘격차’는, 발생시키는 문제의 강도도 그만큼 세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앙위주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과 민간의 자발성과 그 잠재적 역량을 훼손하는 것이다. 민간의 자치와 결집은, 근대100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 사회가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큰 난제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치적 권한을 분산하기 힘든, 동아시아 가부장 국가의 가장 오랜 전범典範으로서, 중국이, 지방의 문화와 경제만을 떼어서 진흥하려는 시도는 자기모순을 피하기 힘들다.

학술 영역에서도 역사의 해석권을 독점하는 것은 정부와 중앙의 가장 큰 권리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중앙과 지방의 불평등은 역사기술의 영역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서남변방이자 최빈곤지역중 한곳이며, 소수민족의 집거지인, 꾸이저우성의 4선도시인 안슌의 역사는, “매우 빈약하게”, “기술되기만 하는” 타자의 타자의 이야기로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중앙의 최고엘리트이면서도, 민간과 지역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역사적 경험속에서 몸으로 깨친 첸리췬선생은 은퇴후에도 안슌시와 자신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섰다. 그는 동시에, 중국과 서구 인문학의 학술적 방법이 대립되는 상황에도 주목한다. 중국 고전의 대표격인 ‘사기’의 형식을 빌린 것은, 중국적 학문 전통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되살려 보려는 흥미있는 시도로 눈여겨 볼만하다.   

2천년이 넘는 중국의 안정된 사회 발전은, 중앙과 지방, 국가와 민간이 균형을 이루고, 암묵간의 상호존중을 유지할 때만 지속가능했다. 안슌성기安順城記의 사례가 미약한 시작이나마 정부의 협조하에 지역과 민간의 역량을 민주적으로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원문에서 안슌 지역과 관련한 지나치게 구체적인 부분은 한국 독자들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생략하고 번역하였다.      

편집자 주:

쳰리췬 선생은 1960년 대학 졸업후 꾸이저우성貴州 안슌安順으로 보내져 18년간 지역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된다. 2020년 12월18일 쳰리췬 선생이 편집장 역할을 맡고, 꾸이저우성 문사文史연구관이 참여하여 발간한 ‘安順城記’의 발표 행사가 꾸이저우사범학원에서 거행됐다. 쳰리췬 선생은 이러한 지역역사서를 발간함에 있어서, 당대 중국 역사연구의 세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것은 “역사는 있지만 인물이 없고, 큰 인물은 있어도 작은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물의 겉으로 드러나는 공과는 기록해도 내적 심리 세계는 소홀히 하는” 점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역사속에서 인문정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즉, 역사기술속에 사람이 없고, 사람의 영혼이 없고, 사람의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 이런 방식으로는, “지식을 더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에게 사상의 계몽, 영혼의 동요, 생명의 깨달음”과 같은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쳰리췬 교수와 꾸이저우 현지의 지식인들이 협의하여, 사기’史記’의 형식을 따라, 안슌의 지방역사를 편찬하였다. 자신이 딛고 선 땅에 관심을 돌리고, 민간 주도와 자각적인 방법론 사고를 통해, 이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국역사의 변화와 함께 전통과 현대, 국가와 지역의 변증을 드러내었다.  

 

 

꾸이저우의 내륙으로 들어가 “서남대도회 西南大都會”의 지역문화, 풍모와 품격을 이해하다

안슌安順은 꾸이저우의 내륙지역에 위치한다. 윈난雲南의 목구멍, 꾸이저우貴州의 배꼽, 쓰촨四川의 입술과 이빨에 해당한다. 지역에 큰 강 두개가 흐르는데, 각각 장강長江과 주강珠江으로 흘러들어 간다. 안슌은 두 강의 분기점에 위치한다. 이르는 길이 매우 험지여서, 교통이 불편하다.

원나라 시기에 역참을 설치하면서, 꾸이저우를 동서로 가르는 길을 냈다. 이때부터 안슌은 꾸이저우를 통해, 윈난으로 이르는 통로가 된다. 청나라 시기까지 상업이 매우 흥해서, 꾸이저우 성내에서 가장 번성했다. 서남지역의 대도회라고 불렸다.

안슌은 춘추전국시기까지 예랑국夜郎國에 속했고, 한나라 시기부터 중앙 정권에 편입됐는데,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남방을 정벌하면서, 성곽을 축조해서 안슌성이 됐다. 명나라 이전에 안슌에는 주로 이족彝族, 걸로족吃老族, 푸이족布依族, 묘족苗族 등 소수민족이 잡거했다. 한족이 안슌을 비롯한 꾸이저우 각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주원장의 남방정벌시기 이후이다. 특히, 윈난이 평정되고, 꾸이저우와 윈난으로 쟝쑤성江蘇省으로부터 대량의 이민이 발생했다. 한족 개척민과 주둔군인들의 후예들이 주류를 이루며,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했다. 1394년에 학교가 설립되면서, 명나라 시기의 관학체계가 들어와, 유교중심의 중화 주류세계에 편입됐다. 동시에, 한족과 소수민족이 공존하는 다원적 문화체계가 만들어졌다.

 

사기의 형식을 빌어 安順城記를 집필하다 

안슌은 이미 춘추전국시대부터 국가가 존재했지만, 중화민족의 중앙정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명나라 이전에는 거의 역사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명나라 시기 꾸이저우성의 지역사 기록이 존재하지만, 안슌의 역사에 대해서는, 청나라 말기에야 발견할 수 있다. 민국시기 안슌의 지식인들이 청말부터 민국시절까지 안슌의 기록이 부재함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지역사를 집필하기 시작했으나 제대로 완성을 보지는 못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국시기 중국 전 지역에서 지역사 기록을 남기려는 계몽주의적 흐름과 맥을 갖이한다. 1990년대에 지방사를 편찬하는 흐름속에 보다 체계적인 역사기록이 시도됐으나, 한편으로는 천편일률적인 형식에 갇혀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발견된다. 그리하여 민국시기 이후, 지역의 특색이 잘 반영된 지역사 기록을 완성하는 것이, 지역지식인들의 과제로 남게 된다. 새로운 지역사를 집필하려는 생각은 이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14년에 걸쳐 안슌의 지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다

2004년부터 이와 같은 논의가 시작되어, 2018년에야 완성을 보게 된다. 이 14년간의 역사는 두개의 시대, 역사 배경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꾸이저우문화의 발전을 고찰해보면, 당대 중국문화의 전체 구조안에서, 꾸이저우는 늘 문화적 볼모지대로서, 낙후된 지역으로 홀대를 받았으며 그러한 입장조차도 외부인의 시각으로 타자화하여 “기술되어버린”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꾸이저우 현지인들이 자신의 언어로 스스로의 역사를 기술하자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동시에 안슌의 문화를 재발견하여, 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찾을 때, 통합적인 지역문화 생태계를 재건함과 동시에, 감춰진 이 지역의 진짜 역사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오랫동안 무시돼왔기에, 낯설기만한 문화안슌이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땅을 다시 인식하고, 잃어버린 안슌의 문화를 되찾는 임무가 주어졌다.

둘째, 새로운 시대에 지역의 문화를 고찰하고 인식하는 것은, 그냥 안슌이라는 이 지역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고향과 땅에 대한 인식, 파악, 묘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에 뿌리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이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전체, 그리고 전세계에서의 좌표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소위 ‘대문화’의 개념이다. 그래서,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각자의 차이가 빠르게 사라지고, 개성을 잃어버리고, 문화가 동질화되는 상황속에서, 다원적이고 다양성있는 지역문화가 특수한 가치를 제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단일화 추세에 재갈을 물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런 방식으로 안슌의 문화안에서 일종의 세계적 의의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작업을 통해서,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지역문화의 지식계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탐구한다. 중국과 전세계안에서 지역문화를 연구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역사서술 방법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 우리는 중국의 전통, 즉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생각해냈다. 사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문사철文史哲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사기는 역사의 고전인 동시에 문학고전이기도 하다. 사기의 형식은 세가지 이점을 갖고 있는데, 첫째, 큰인물뿐 아니라, 작은 인물들도 기술된다. 사람들의 공과뿐 아니라, 개인의 성격, 형상과 심리를 알 수 있다.

둘째, 체계에 있어서, 통사와 나라별 역사, 특정 분과별 역사와 지역사가 함께 결합되어 있다. 그렇게 역사적 사실과 인물이 서로 교직되어 있다. 그래서 역사관과 역사인식의 기술에 유리하다. 본기本紀와 열전列傳, 표表 구조가 영감을 준다. 세번째로, 역사서술에 문학적 표현을 잘 사용하고 있다. 사기의 관점과 방법적 기초를 활용하면서 전통적 지방 역사 기술 체계의 이점을 더하면 장단점을 상호보완하여 새로운 시야, 서술, 배후의 관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史記‘의 방법론과 이념을 적용하는 것은, 중국 역사학계가 그동안 지나치게 서구 일변도의 영향을 받은 것을 반성하기 때문이다. 서구 역사학계는 분과학문으로 철저하게 나뉘는데, 합리적이라는 장점 못지 않은 단점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가지 역사 기술의 문제점이다. 역사는 있지만 인물이 없고, 큰 인물은 있어도 작은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물의 겉으로 드러나는 공과는 기록해도 내적 심리 세계는 소홀히 하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사학계를 비롯한 중국의 학계가 지나치게 지식, 기술,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람, 사람의 영혼과 생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인문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죽은 지식은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안슌지방의 역사 기록은 현대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사기라는 고전적인 틀을 사용해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지역의 역사를 통합하여 새로운 맥락에서 서술했다.

또, 전체적 편찬 구성에 있어서, 단순히 사기의 형식을 기계적으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특징과 내용적 표현의 요구에 맞게 변형시켰다. 이를테면 본기本紀는 기紀로, 연표年表를 대사大事年表연표와 직관職官표로 분류했다. 지志는 서書로 바꾸고, 왕후귀족의 세가世家는 일반평민의 세대지가世代之家로 바꾸었다. 등등.

 

새로운 지역사기술의 열가지 원칙

우리는 이 작업에 있어서 열가지의 구체적 원칙을 세웠다.

첫째, 안슌이라는 이 지역에서, 지역의 문화, 지역의 사람 (엘리트와 일반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사를 기술한다. 땅, 문화와 사람이 키워드가 되게 한다. 

둘째, 안슌이라는 다민족 잡거지의 특징을 살린다. 각 소수민족의 역사뿐 아니라, 그들 각민족의 신화를 기록한다. 많은 항목에 소수민족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설계한다. 씨족氏族誌, 예속禮俗誌, 종교宗教誌, 과거科舉誌, 약재藥材誌, 예술과 문화藝文誌 등. 그중 과거지에는 명청시대의 과거제도에서 실시한 소수민족에 대한 교육정책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약재지에는 외부에도 많이 알려진 묘족苗族의학과 묘족의 약재에 대해서 소개한다. 예문지에 각 소수민족의 민요를 포함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역사는 다민족이 공동으로 창조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다.

셋째,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안슌의 문화를 드러낸다. 대내적으로 존재했던 다민족의 공존과 민족간의 상호영향이라는 특징을 드러낼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존재했던 외부세계와의 교류와 외부문화의 수용을 드러낸다.

넷째, 지역 엘리트와 민중의 관계를 정확하게 기술한다. 우리는 여기서 역사는 엘리트와 평민이 함께 창조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역사관을 주장한다. 즉, 지역 엘리트의 역사에 대한 공헌뿐 아니라, 평범한 지역의 인물들과 민중의 풍속습관, 그리고 일상생활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다섯번째, 안슌의 지역특색을 잘 드러낸다. 그래서 예전의 부족한 기록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새로운 항목들을 집어 넣었다.

여섯번째, 생명사학의 개념을 관철시킨다. 즉, 개개인의 생명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모든 구체적 민족, 가족과 개인의 생애에 대한 서술을 통해서, 이 땅의 생명을 드러내고, 역사의 변화와 노멀normal을 기술하고, 지역 문화의 성격을 기록하고, 안슌 사람들의 영원히 변치 않을 평범한 일상생활과 그 영고성쇠속의 평안한 모습을 기록한다.

일곱번째, 단순한 역사기술이 아니라, 문학, 사회학, 민속학, 문화인류학, 역사학, 철학을 융합시킨다. 즉 ‘대산문大散文’적 역사서술법을 유지한다. 이러한 역사서술은 문학성을 중시하고, 언어에 주의를 기울인다. 안슌의 지역방언을 잘 활용하여, 스테레오타입을 뛰어넘는 비유형화된 기록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최대한, 형이상학적 의미를 갖는 민간신화와 전설 등을 수집하여 기록한다. 즉, 지역민들의 세계와 우주관, 피안과 차안에 대한 이해와 상상을 발굴하여 소개한다. 

여덟번째, 직관적인 자료를 많이 이용하여, 역사의 원형을 추구한다. 성省과, 지역 사료내의 지도 등, 안슌의 도상학자료를 최대한 포함시키고, 추상이 아닌 실제적 의의를 갖는 회화작품, 인물도, 그리고 각 시대의 오래된 사진을 넣는다.

아홉번째, 새로운 사료와 새로운 학문적 성과를 추가한다. 새로운 사진 자료, 최신의 고고학적 발견 등이 포함되도록 한다. 문헌자료의 수집뿐 아니라, 사회조사와 필드연구도 대규모로 실행한다. 이렇게 수집한 민간사회의 살아 있는 사료를 잘 활용한다.

열번째, 우리의 목표는 창조성, 실험성과 개척성이 충만하면서도 역사저작물의 본령을 잃지 않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이것들은 당대 역사 저작이 품어야 하는 도전정신이다. 현재의 역사저작 모델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신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동시에, 스스로 다원적인 세계안의 한 요소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인정해야할 사실이 있다: 선명한 특수성의 추구가 또다른 한계와 결함을 초래하게 됐다. 이것을 역으로 ‘결함’의 가치로도 볼 수 있다. 세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 본원적으로, 민간에서 역사를 기술하면서, 역사지식전달이라는 임무를 소홀히 하고, 특수한 것만을 추구하게 되면서, 누락되는 부분들이 생겨났다. 둘째, 사료의 한계의 영향도 받는다. 이용할 수 있는 문헌과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불가피하게 의미가 있고, 특색이 있는 조목을 제외하거나, 조목을 남기더라도, 충분히 다루지 못하게 됐다. 끝으로 전문 역사연구자가 참여하지 못했고, 참여자들 모두, 전업으로 한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의 주관적인 설계와 노력은 실제의 객관적인 결과와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과를 내었다. 이를 더 개선시켜 나갈 후학들의 미래의 작업에도 기대를 잃지 않는다.

끝으로, 안슌성기安順城記 프로젝트는 민관협력하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민간에서 역사를 기술했다는 실험적 시도의 의미가 있다. 전 과정에 걸쳐서, 꾸이저우성과 안슌시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슌시 사회과학연합회와 협력하였기에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다.

그밖에도 세가지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하나는 현지인과 지역에 관심이 있는 외부인이 함께 협력한 것이다. 지역의 학자들이 주체가 됐지만, 지역에 일정한 연고가 있는, 외부의 학자들이 참여해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두번째, 편집장, 편집위원회, 총집필인, 집필자의 체계적 조직구조를 취해서,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했다.

세번째, 이 작업에 각 세대가 고루 참여했다. 30호우後(1930년대 출생자), 40호우가 편집장을 맡고, 50호우, 60호우, 70호우가 총집필인과 집필자로 참여했다. 80호우도 집필에 힘을 보탰다.  이 과정을 통해, 안슌지역의 지방문화를 연구하는 학술팀을 만들어 냈다. 책을 출간하면서, 인재를 육성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역사연구를 통해서, 문화연구 성과를 거뒀고, 이를 문학자원과 교육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광대한 저변의 청년과 시민들 사이에서 지역문화, 향토문화를 발전시키고, 보급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미래를 내다보고, 후대의 자손들이 꾸이저우와 안슌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이 발딛고 있는 지역을 인식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역사지식을 제공했다. 조상과 후손들 모두에게 공덕을 쌓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정신적인 위안과 성장을 얻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결과일수도 있다.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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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후부터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업상황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매주 30여주간 연속으로 백만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실업지원수당UI을 청구하였고, 이들에게 39주간 도움을 제공하는 팬데믹지원수당도 올해 말이면 종료가 된다.

대부분의 주정부에서는 실업지원수당UI을 최장 26주간 지원하기 때문에, 실직을 당한 미국노동자들에 대한 지원도 순차적으로 끝나가고 있다.

팬데믹긴급지원PEUC이 39주간 진행되기 때문에 실업지원수당UI의 기간이 지난 실업자들도 산술적으로 13주간 동안 추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실업지원수당UI의 대부분이 끝나가기 때문에, 팬데믹긴급지원PEUC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원대상은 30년대의 대공황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11월3일 대선을 앞두고 상황을 반전시킬 움직임이 연방의회에서도 백악관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팬데믹긴급지원PEUC에 대한 연방의회보고가 지연되면서 10월8일까지는 아무런 진행을 기대할 수 없다.

경제학자 John Williams는 현실을 왜곡시키는 현재의 엉터리 통계를 무시하고 1990년 이전의 공식으로 경제적 통계를 재구성하여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통계국이 8월에 발표한 지난해 대비 인플레가 1.3%가 아니라 실제로는 9% 정도가 발생하였다.

미국 서민들은 식료품을 구매하고, 집세 그리고 대부금의 원리금과 의료비용, 집수리비용 등 감당해야 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경비를 지출해 가면서, 현실을 왜곡하는 정부관리들과 경제학자들이 TV에서 떠들어 대는 공식적인 통계1.3%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국가 통계청은 실업률이 8.4%라고 엉터리 발표를 하지만, 미국의 실제 실업률은 28% 수준으로 대공황의 절정기를 넘어서고 있다.

경제학자 Williams은 불황의 어려움은 지속될 뿐만 아니라 경제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구조적인 혼란은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 연방준비제도와 행정부가 달러를 무책임하게 남발하여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서 연이어 인플레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의 붕괴는 심화과정을 거치면서 신속하게 L형의 불황으로 진입하고 고착되면서 상당기간 동안 경기회복은 어려워 진다.”

대규모의 실업사태가 민간 분야뿐만 아니라 공공분야에서도 발생한다.

지난 9월초, 시카고 시장인 Lori Lightfoot 여사는 2020년 회기에 12.5억불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공무원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조치가 없고, 절실하게 필요한 연방정부의 도움이 시행되지 않으면, 그녀는 감축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카고 시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예산결손을 해결하려면 대규모의 증세가 뒤따라야 한다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우리는 납세자들에게 고통스런 희생(공무원 감축)을 치르면서 그들이 감당한 세금의 마지막 1달러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추가적인 증세를 요구할 있다.”

지난 9월 중순, 일리노이 주지사인 Jay Pritzker 역시 수천 명의 공직자 수를 감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다. 일리노이 주는 2020년에 34억불의 적자예산을 예상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의회의 경제사무국에서 협력관으로 일하고 있는 Amy Baker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34억불, 20억불 그리고 10억불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감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는 시카고, 일리노이 그리고 플로리다 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대부분 주정부, 주요 도시 그리고 지방자치들은 잔인한 경제상황에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작 연방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사정이다.

주정부예산의 국가조합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에 의하면, 모든 주정부들의 2021년 재정사정(그들이 예상하는 2022년 역시)은 연방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올해보다 더욱 심각한 적장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조사 전문기관인 무디 사의 분석가는 미국의 주정부 예산은, 증액된 Medi-caid 부담이 더해지면서, 2020년경에는 5000억불이라는 엄청난 재정적자의 충격을 경험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렇게 되면 악마의 순환이 작동한다. 실업이 늘어나면, 연방과 주정부 그리고 지역자치의 세금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실업을 증가시키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과거 대공황 시절에는, 시민들을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하기 위하여, 연방정부가 엄청난 재정지원과 일자리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과연 현재의 연방정부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출처: Global Research on 2020-09-25.

Stephen Lendman

시카고에 거주하는 지유기고자로 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글로벌 리서치과 함께 세계화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월, 2020/10/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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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트럼프의 세금납부 사실이 공개되었다. 아래 사항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1. 그가 법을 어겼을까? 거의 확실하다. 세무의 상세한 내역이 밝혀지면 엄청난 조작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타임즈 보도에 대하여 법무부의 조사책임자였던 Michael Bromwich은 트럼프는 연방정부 및 뉴욕정부의 검찰조사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범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포함하며, 금융과 세무 조작과 유무선 통신의 내용위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2. 그가 낸 세금은 과연 얼마일까? 지난 18년을 조사해본 결과 11년 동안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첫해,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세금을 냈는데 단 750불이었다. 그는 가상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을 경비로 산출하여 세금액수를 줄였는데, 예를 들어 일년간 머리손질 비용으로 7만 불을 처리하였다.

3. 그런데 그가 운용하는 해외사업에서 대해 해당국가에 세금을 냈을까? 사실이다. 그가 2017년 미국에 750불의 세금은 낸 반면에, 파나마에는 15,598불을, 인도에서는 145,400불, 필리핀에서는 156,824불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것이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America-First’의 실천이다

4. 그는 왜 대통령후보로 나선 것일까? 2015년에 그는 커다란 채무를 지고 있었으며, 그의 개인변호인이었던 Michael Cohen에 의하면, 후보로 나서서 자신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자 하였다.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트럼프의 사업에 다양한 영역에서 돈이 들어왔는데, 기업들과 로비스트 그리고 해외정부들이 그의 사업에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결손에 시달리고 있다.

5. 그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현재 3억불 정도의 채무를 지고 있는데 이를 갚을 능력이 없다. 그의 사업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으며, 연방정부에 당장 1억불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연방국세청과 다투고 있다. 이것이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그의 실제 모습이다.

6. 그가 누구에게 채무를 지고 있는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이것이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왜냐하면, 알려져 있지 않은 채무자가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뒤에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트럼프의 이러한 상황이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안보에 관여하는 공직자 500명이,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이 없이 초당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하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 명단에는 2년 반 동안 트럼프 대통령 비서실 책임자회의의 부의장(vice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s)으로 근무했던 Paul Selva 장군도 포함되어 있다.

8. 트럼프는 왜 그토록 재선에 절망적으로 매달리는가? 아마도 대통령 재직 동안에는 기소면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재직기간에는 연방과 뉴욕 검사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9. 이러한 시한폭탄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은 무엇일까? 놀랍지도 않지만 그는 타임즈의 보도를 ‘완전히 조작된 뉴스’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타임즈를 논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그가 받은 세금환급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있다.

10. 이러한 정황(폭탄)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마도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폭스 뉴스가 만들어 내는 허풍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그에 미친 지지자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 트럼프는 사기꾼에다 악질이다.

계속 지켜보자!

 

출처 : CommonDreams.org on 2020-09-29.

Robert Reich

버클리대학 공공정책 교수협의회 의장이며 개발경제를 위한 Blum센터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타임즈가 뽑은 20세기 가장 유능한 장관 10명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수, 2020/10/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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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 국민을 걱정했지만, 전 국민은 그를 걱정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맞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질병관리본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 청장의 머리카락은 점점 더 희끗희끗해져 갔고 얼굴은 까칠해졌다. 첫 브리핑 때 그는 깔끔한 재킷을 입었지만 이내 노란색 민방위복으로 바뀌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국내에 발생한 1월19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대개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했다. 숙소는 질병관리청 옆 관사였다. 186일을 연달아 일한 뒤 7월24일 오후부터 25일까지 처음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러나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싶었던 코로나19는 8월 들어 또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졌다. “5월 연휴로부터 촉발된 2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며 경고한 정 청장의 말대로였다.

시민들은 다시 정 청장만 바라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독립하면서 정 청장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정 청장은 취임사에서 “아직 우리는 태풍이 부는 바다 한가운데 있지만 질병관리청이라는 새로운 배의 선장이자 또 한명의 선원으로서 저는 여러분 모두와 끝까지 함께 이 항해를 마치는 동료가 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때문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못 볼 뻔

정 청장은 1965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전남여고, 서울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의사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갈 수도 있었지만 정 청장은 공공의료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작은 1994년 경기 양주시의 보건소였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그는 전염병 신고 기준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1998년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에 연구관으로 특채되면서 공직에 들어섰다.

2006년부터는 보건복지부로 옮겨 혈액장기팀장을 맡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당시 노연홍 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삼고초려’ 끝에 데려왔다고 한다. 정 청장은 처음에 연구원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연구원에서 복지부로 넘어와 행정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정 청장은 반대였다. 막상 자리를 맡은 뒤 업무 처리 능력은 탁월했다. 노 전 수석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 청장이 업무를 맡은 이후 “대형 혈액사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을 맡아 신종플루 대응에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감염병 업무를 맡기 시작한 셈이다. 2014년부터는 다시 질병관리본부로 돌아왔다. 2015년에는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았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정부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서 역학조사 과정을 지휘했다.

메르스는 정 청장에게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6년 감사원은 메르스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보건의료 분야 공무원 9명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 청장은 이때 정직 처분을 받았다가 나중에 감봉으로 한 단계 낮은 징계를 받았다. 과도한 징계 처분에 공직사회를 떠난 보건·역학 전문가들도 있었다. 정 청장 역시 자리를 떠났다면 지금의 그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정 청장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에 임명했다. 당시 국장급이었던 정 청장을 차관급인 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2단계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였다. 정 청장은 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역학조사관 충원, 진단 검사 및 동선 추적, 위기단계별 전략 등 신종 감염병 대응 전략을 착착 진행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정 청장의 준비는 빛을 발했다.

전문가들도 정 청장의 능력에 신뢰감을 표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을 제안 받은 정 청장이 자신에게 “너무 책임이 큰 자리라 두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때 놀랐습니다. 남자 공무원은 야망이 앞서서, 일단 수락하고 카리스마로 휘어잡는데… 이분은 책임질 생각부터 하시는구나. 정 본부장 리더십의 핵심은 ‘책임감’이에요. 그 자리에서 하루하루 책임의 기적을 이뤄가는 분이죠.”

박도준 전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정 청장에 대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우리나라 최고 방역 전문가”라며 “차관급은 보통 2년 이상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는 올해로 본부장을 맡은 지 3년이 됐다. 대체할 만한 전문가가 없다는 방증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위기에 빛난 정은경의 브리핑

최근 한 현역 의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은경이 한 게 브리핑밖에 더 있냐”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설사 ‘브리핑’밖에 없다고 해도 그 브리핑의 무게감은 컸다. 시민들은 정 청장의 말 하나하나를 무거운 신호로 받아들였다. 작가 김훈은 <한겨레>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늘 현실의 구체성에 입각해 있었고, 당파성에 물들지 않았고, 들뜬 희망을 과장하지 않았으며, 낮은 목소리로 간절한 것들을 말했다. (…) 모두의 힘을 합쳐야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거듭된 호소는 가야 할 방향을 설득했다. 그는 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했는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말하기는 매우 희귀한 미덕이다. (…) 나는 날마다 정은경 청장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미증유의 상황은 종종 사람들이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도록 만든다. 방역의 최고 책임자가 우왕좌왕하거나, 팩트를 자꾸 바꾸거나, 상황에 따라 감정적인 기복을 보였다면 시민들은 더 불안에 빠졌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 총 책임자가 정 청장이었다는 사실은 행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들은 정 본부장이 그 사실을 믿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정 본부장의 말을 사실로 믿었다.”

무엇보다 정 청장 스스로의 자세가 신뢰감을 줬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던 지난 2월, 정 청장은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짧은 단발머리를 숏컷으로 다시 한 번 잘랐다. 브리핑 때 “1시간도 못 주무신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묻자 “한 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정 청장과 한국의 방역에 찬사를 보낼 때도 자신의 치적에 대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인터뷰는 가급적 피하고 ‘국민에게 보고한다’는 원칙으로 브리핑에 집중했다.

지난 5월 <시사저널>이 정 청장의 100일간 브리핑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 본부장에 사용한 단어는 대개 감정이 배제된 ‘중립적 표현’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 이를테면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검사 건수를 축소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단호한 어조를 취했다.

대신 그의 말 속에는 정확한 수치들이 가득하다.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도, 한 자리로 줄었을 때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착오나 실수는 즉각 수정하고 모르는 부분은 ‘확인하고 알려드리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 발병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정 청장의 브리핑이 단순한 사실 전달만은 아니었다. 그는 “마스크 자국이 선명한 의료진의 얼굴을 떠올려달라”고 호소했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특집 브리핑도 열었다.

이인숙 ‘플랫폼9 3/4’ 이사는 정 청장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을 5가지로 정리했다. 없는 것 5가지는 이렇다. “① 정은경이 없다 ② 희망고문과 과장이 없다 ③ 전문용어가 없다 ④ 뜨거움과 차가움이 없다 ⑤ 정치색이 없다” 있는 것 5가지는 이렇다. “① 데이터와 팩트가 있다 ② 잘못과 한계가 있다 ③ 부탁과 당부가 있다 ④ 공감과 감사가 있다 ⑤ 원팀이 있다” 어쩌면 쉬워 보이는, 기본적인 원칙처럼 보이지만 아홉 달 가까이 일관성 있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 청장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오랜만에 확진자 수도 두 자리 수를 유지하는 추세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 청장은 감염 위험을 경고하는데 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라는 문구를 인용해 타임지에 직접 정 청장에 대한 소개를 썼다. “정 청장의 성실성이야말로 우리에게 남겨질 가치가 있는 이야기,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와 맞서는 수많은 ‘정은경’들에게,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인류 모두에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청장은 지난 7월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나면 무엇이 제일 하고 싶으냐는 당시 진행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웃음) 국민들께서도 그러시는 것처럼 저희도 예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아마 시민들은 오늘도 정 청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참고자료

[시사저널 2020. 5. 1] 정은경 100일 브리핑 분석 – 상황은 흔들려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2020. 9. 16] 돈 안되는 시골의사로 26년…’코로나 헌터’된 문학소녀 정은경

[동아일보 2020. 7. 30] 186일 연속근무후 첫 휴가… 정은경 “집근처서 안전하게”

[WSJ 2020. 4. 4] Thank God for Calm, Competent Deputies

[한겨레, 2020. 9. 14] 김훈 거리의 칼럼 – 정은경

[조선일보, 2020. 2. 25]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숏컷한 질본본부장

[조선일보, 2020. 9. 13]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 “희망 버려야 살 길 생겨, 코로나 2~3년 더…생활 태도 바꿔라”

[김현정의 뉴스쇼 2020. 7. 3] 정은경 “국민이 백신입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이인숙의 새로운 발견19>‘닥터 코로나’ 정은경에게 없는 5가지, 있는 5가지

<신동아 2020. 3. 28> 정은경 본부장이 날마다 직접 브리핑하는 이유

 

황경상

토, 2020/10/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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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에 빠져있는 미국에게 가장 위험한 국면의 시기는 지난 봄철이 아니 바로 지금인 듯하다. 부적절한 구제정책 또는 독감의 유행 아니면 코로나의 제2차 감염의 파고가 들이닥치면서 경제가 재차 수렁에 빠지더라도, 지난 봄처럼 추가적인 재정과 금융지원이라는 현안이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버클리 – 일부 인사들은 미국에 있어서 지난 4월이 코로나-19의 위기가 가장 위험했던 절정의 시기이었다고 주장한다. 죽음의 수치가 치솟았고, 뉴욕시내의 병원 밖에는 사체들이 냉동차량에 즐비하게 쌓였고, 호흡기 등 개인보호장구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점이었다. 경제상황은 급전직하하였고 실업률은 14.7%에 달했다.

이후, 의료장비와 개인보호구의 공급상황이 호전되었고 의사들은 언제 환자에게 호흡기를 착용시키고 언제 탈착할지 제대로 판단할 여유를 되찾았다. 노령층을 포함하여 건강취약층을 보다 세심하게 보호해야 하는 중요성도 인지하게 되었고, 확진자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사망률도 낮아졌다.

CARES(Coronavirus Aid, Relief & Economic Security)라는 구제법안 덕분에 경제활동도 위축은 되었지만 안정을 찾아갔다. 우리는 대충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난 봄철이 아니라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치료환경도 많이 개선되고 연령층도 낮아지면서 확진자들의 사망률이 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사망자 수치가 매일 천 명을 넘나들고 있다. 새로이 발생하는 확진자 숫자가 가장 많았던 날의 절반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4월초의 상황과 비견된다.

사망률은 바이러스가 가져다 주는 여러 통계수치의 한 측면 일뿐이다. 코로나에서 회복된 많은 이들이 심장박동의 병리적 이상에 시달리고 있고, 별도의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하루에 새로운 확진자가 4만 명씩 늘어난다는 것은 시민들의 공공건강과 경제의 안녕이 질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도 잔인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미국인, 특히 집권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이, 매일4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천 명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에 분명하다. 이들은 숫자에 둔감해지고 있다. 이들은 격리조치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마스크의 착용을 정치화하려고 한다.

이에 더하여 경제 역시 매우 위험한 단계에 처해 있다. 지난 3월과 4월에는 너나없이 모든 정치인들이 경제적 출혈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였다. 그러나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면서 그만한 지원조치를 얻어내기 어려워졌다. 연방준비제도에서는 별도의 (금융시장을 위한) 자산구매정책을 구상하겠지만, 이미 이자율은 제로에 접근해 있으며 상당한 자산을 이미 흡수한 상태이어서 여력이 소진된 상태이다. 이런 배경이 연방준비제도가 연방의회와 백악관이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연방의회는 양당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지난 3월말에 CARES를 통과시킨 것 같은 과감한 조치를 되풀이할 수 없는 듯하다. 빈약한 실업수당에 추가하여 주당 600달러를 지원하던 구제조치가 7월말로 종료되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자들은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들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차별적인 발언을 하면서, 해당 주정부와 지방도시는 지원대상에서 제외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구제정책 또는 독감유행 아니면 코로나의 제2차 감염의 파고가 들이닥치면서 경제가 재차 수렁에 빠지더라도, 지난 봄처럼 추가적인 재정과 금융지원이라는 현안이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모든 이들이 기다리는 실탄은 물론 백신개발이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위험이다. 트럼프의 안달로 인하여, 백신의 안전과 효능을 확인하는 병리실험의 3단계를 거치지 않고 백신을 오는 10월말에 투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장면은 과거 포드 대통령 시절의 돼지독감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역시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백신투입을 허용하여 갈랭-바레의 증후군 (Guillain-Barré syndrome, 면역기능의 잘못으로 전신마비)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불필요한 사망을 대폭 야기시켰다.

이러한 사례와 더불어 백신을 투입하면 몽상자폐증(autism)에 걸리기 쉽다는 거짓된 과학 문건들이 유포되면서, 현재와 같이 백신투입에 대한 거부움직임이 미국 내에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위험은 단순히 성급히 투입한 백신의 후유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효능을 검증하는 3단계 임상실험도 마치고 과학자들이 확인한 안전한 백신에 대하여조차 시민들의 공개적인 거부운동이 확산되는 것이다. 팬데믹의 여파로 책임지고 백신투입을 시행해야 하는 공공의료진과 백신효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매우 염려스러운 점이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팬데믹을 겪은 사람들은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신뢰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자녀에게 백신투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히 매우 예민한 연령대인 18-25세에 질병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개인들은 공공의료의 건강정책에 대한 완고한 입장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연령과 지역에 따라 편차를 보이지만, 백신에 대한 회의와 혐오감은 개인의 일생동안 지속되는 성향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특이점은 트럼프와 그가 지명한 책임자들이 무책임하고 근거없는 주장으로 현안의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문제에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와 분리된 독립적 공공의료 체계와 과학적 판단에 의한 진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남는 선택은 오로지 ‘집단 면역’이지만, 이미 코로나를 앓고 회복된 사람들에게서 동반후유증이 확인되고 있듯이, 이를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앞에서 기술한 사항들을 종합하여 보면, 미국의 가장 위험한 국면은 아마도 10월이 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더구나 이러한 경고에는 독감이 때마침 10월부터 유행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09-09.

Barry Eichengreen

 버클리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IMF의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최근 저서로는 『The Populist Temptation: Economic Grievance and Political Reaction in the Modern Era』가 있다.

화, 2020/10/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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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합중국이 지속적인 퇴보의 행각을 보이면서, 정치분석가들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세계질서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벌써 고민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결국 중국이 제1의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걱정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믿는 반면에, 일부는 여전히 미래의 세계도 과거와 유사하며 코로나 위기는 예전의 질서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서방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반중혐오감은 서구사회가 경제적 측면에서 점차적인 약세를 지속하고, 정치적으로는 포플리즘과 극우주의의 발호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더하여, 수세기 동안 유지하였던 국제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일방적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의 반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는 서구사회의 구조적 약점과 자기분열을 현실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번 위기는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충격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동양국가인 일본의 승리는 피식민지 인민들로 하여금 서구의 취약점에 눈을 뜨게 만들면서 혁명적 독립운동을 고무시켰다. 사안의 결과가 다르고 인종차별이 덜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위기는 서구사회에 대한 국제적 회의를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질서에 서방의 일방적 지배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신대륙의 발견과 더불어 소위 재정복再征服(Reconquista)사건이라고 불리는 유태인과 무슬림을 서구사회에서 추방했던 15세기 말의 역사에서 출발하였는데, 이후 서구사회는 유럽의 문명에서 오리엔탈적인 요소와 비기독교적인 내용을 제거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은 인류사 전체에 대한 책임을 자임하고 나섰고, 이러한 자기확신을 백인우월주의라는 문명으로 전환시켜 발전하여 왔다. 이러한 백인우월주의 문화는 유럽의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에게도 전파되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유색국가의 강력한 세력이 형성되면서, 이러한 확신에 대한 회의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서구에 대한 회의가 점차 확산되면서 때로는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합중국은 자신의 역할로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면서, 소위 ‘자유세계 – free world’ 수호자로 임무를 수행하여 왔다. 대전 과정에서 명백한 두 개의 세력이 타협할 수 없는 이념을 기반으로 양축을 형성하여 왔는데, 전쟁의 결과로 유럽이 황폐하여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미합중국이 소비에트라는 가공된 또는 실존한 팽창주의에 맞서는 유일한 수호자로 등장하게 된다.

이후 1991년, 후자의 붕괴로 인하여 미국이 경쟁상대가 없는 단극체제의 패자로 군림하는 계기가 형성되었고, 국제사회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모델로서 행위의 규칙을 결정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으며, 이를 두고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실제의 세계는 그의 선언보다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수십 년이 흘러 중국의 굴기가 이루어졌고, 이제 미국은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일대일 대결국면이 지구중력처럼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미합중국이 모든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의 일방적 세계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트럼프에 대한 문제와는 별도로, 반중전략에 대해서는 미국 내 양당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이와는 전혀 별개이며, 문제는 누가 패권을 차지하는가 또는 절대적 힘을 보유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세력의 재균형을 어떻게 형성하느냐는 점에 달려있다. 더구나 떠오르는 신형세력 특히 중국은 패권다툼이라는 주제에는 관심이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미합중국과 유럽국가들이 세계질서의 변화과정을 인정하고 국제적 현안들의 분담과 결정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대하여 타협하기는커녕, 지난 40여 년간 개혁을 통하여 성장해온 중국의 힘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이미 낙후한 것이지만 지난 세기를 지배해온 소프트-파워조차 미합중국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대결과 제재 그리고 자신이 주도하는 동맹이라는 구조를 동원하여 중국을 억압하고자 한다.

어느 프랑스의 중국전문학자 역시 이와 비슷한 발상으로 최근 프랑스 일간지에 기고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반중 동맹을 주도할 것인가?”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유럽국가들 공히 비슷한 감정으로 미합중국과의 역사적 연대감을 유지해야 하며, 중국이 강력하여지는 원천을 봉쇄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광범하게 공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은 자신들에게 화근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미래의 세계는 이전과는 매우 판이할 것이며, 부분적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보건의 위기는 미합중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간의 신뢰에 지속적이며 상당한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대선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양당간에 형성된 합의점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세력을 봉쇄하고자 하는 필요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격렬한 반중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결국 미합중국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포함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재형성하는 일에 어려움을 격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미국 행정부의 접근에 대하여 사안별 선택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서구의 쇠퇴는, 설령 트럼프가 재선되어 정치적인 혼란이 지속되더라도, 나쁜 방향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지난 수세기 동안 세계를 일방적으로 지배하여온 유럽과 미합중국은 여전히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떠오르는 중국과 세력 재균형에 대하여 새롭게 대화하고 협상을 주도할 위치에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워싱턴의 과거식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솔직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를 진행하면서 복합적 대결과 투키디데스 함정과 같은 술수를 피해가야 한다. 혹시나 폭군스러운 트럼프가 재선되더라도, 중국과 유럽연합은 연대하여 미합중국에게 상기와 같은 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해 가야 한다.

 

출처: Syndicate via CGTN on 2020-06-18.

Lionel Vairon

현재 북경에 있는 국제관계 및 공공외교정책의 자문기구인 CEC Consultant 대표이며, 프랑스의 저명한 정치기자출신으로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이라크 주재 외교관을 역임했다

금, 2020/10/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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