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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가 김지승: 언제고 돌아오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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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가 김지승: 언제고 돌아오는 여성들

admin | 월, 2021/03/08- 08:37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작가 김지승님의 기고문입니다.

 

언제고 돌아오는 여성들

김지승

여자들이 돌아온다.
멀리, 영원으로부터. 그리고 ‘바깥’으로부터.
마녀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황무지로부터 여성은 돌아온다.

– 엘렌 식수, <메두사의 웃음>에서

 

“새처럼 훠이훠이 날고 싶었어요.”

고된 시집살이에 혼자 훌쩍훌쩍 울면서 밭길을 걷다가 멀리 날갯짓 우렁찬 새들을 보며 순애씨(가명, 81세)는 그런 생각을 했다. 75세에 남편과 사별 후 한글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순애씨는 그동안 글 대신 의사소통에 썼던 그림과 새로 배운 한글을 섞어서 ‘문드러진 속’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문드러진 속. 순애 씨 표현이 그랬다. 결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공부 많이 하다가 찌인한 연애나 한 번 해보고 죽어야지요.” 했다. 순애씨도 자유의 갈망과 자유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살아온 여성 중 하나였다. 지역의 한 문화원에서 혼자된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홀로서기’에 필요한 정서 지원 워크숍을 기획했고, 연계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 나는 순애 씨를 포함해 여성노인 스무 명을 5주간 만났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기차를 타고 나는 에리카 종의 『비행 공포』를 읽었다. 글쓰는 여성 화자, 이사도라 화이트 윙과 작가 에리카 종이 자전적 서사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는데 그들과 순애 씨가 또 이상하리만치 스르르 물처럼 섞였다.

순애 씨와 이사도라 화이트 윙은 현실 인물과 작품 속 캐릭터라는 차이 외에도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 차이를 그대로 두고 둘을 연결하는 건, 이 폭력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존재하기의 곤란함이라는 공통점이었다. 에리카 종이 욕조 안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29년 동안 가슴속에 넣고 다녔던 차가운 돌이라는 두려움에 대해 쓸 때, 순애 씨는 빈 쌀독 옆에 쭈그리고 앉은 자기를 그려놓고 “이게 아닌데… 빈 쌀독 같네, 마음이.”라고 썼다. 여성에게 주어진 차가운 돌 같던 두려움이 정확히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간단명료하게 쓸 수 없다고 쓴 게 『비행 공포』라면, 자신은 무학이지만 많이 배웠더라도 이 마음은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쓰는 게 순애 씨의 글들이었다. 쓸 수 없다고 쓰는 글. 아직은 쓰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쓰는 글.

“그러니까, 그게 뭘까요?” 내가 묻자, 순애 씨는 우는 여자 형상을 그리면서 대꾸했다.

“오죽하면 여자 귀신은 울기부터 했을까. 그걸 다 어떻게 말로 하겄어요?”

나와 순애 씨도 다른 세계, 다른 언어 속에 있었다. 그러나 “그걸 다 어떻게 말로 해요?”라고 반문하는 순간 나는 곧장 순애 씨와 연결되었다. 말하고 쓸수록 더 소외되는 기분에 좌절하고만 경험이 나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런 경험은 나에게 여성으로 말할 수 없고 쓸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려줬다. 한글을 잘 몰랐을 때는 그래서 쓸 수 없다고 여겼던 순애 씨가 글을 배우고 문장을 짓고 있음에도 새가 되고 싶었던 그 마음 , 빈 쌀독 같던 마음을 표현할 말을 모르겠다 했으므로 우리는 동그란 불가능성을 사이에 두고 가끔 만나서 울거나 웃었다. 쓸 수 없는 것들에 사로잡히면 지금까지 내 안에 있(다고 믿었)던 모든 언어는 내 오랜 착각이었다는 듯 사라지곤 했다. 교육, 글쓰기로부터 또 공공 발화로부터 격리되어온 역사 속 여성들이 동시에 내 안에서 손을 들고 “나도, 나도!” 했다. 결코 환영받지 못할 진실의 증언을 안고 세계를 통과해 온 여성들이 내 안에 또, 옆과 앞에 있었다. 그들은 폭력의 역사를 계승한 몸이기도 했다. 그래서 썼다.

그들은 구멍 난 언어로라도 썼고, 쓰고 있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여성작가 에리카 종도, 70년 넘게 한글을 거의 쓰지 않던 순애 씨도, 자기 꿈 하나 해석할 언어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쓰지 않다가도 쓰고, 잠시 멈췄다가도 쓰고, 도래할 좋은 세상 같은 건 믿지 않으면서도 쓰고, 곰팡이 속에서도 쓰고, 악몽 속에서도 쓴다. 대항하는 언어는 쓰는 과정에서 발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억압할 많은 언어와 함께 이전 여성들이 발명한 저항의 언어를 물려받았다. 억압의 언어와는 싸우고, 저항의 언어는 돌보면서 여성의 새 언어를 발명해왔다. 삶은 자주 덫이고, 쓰는 여성에게는 더욱 그러했지만 연결하는 쓰기, 손을 잡는 쓰기는 지금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순애 씨가 말했다.

“그때는 날아서 갈 데가 없었어요. 그게 참 슬프대. 이제는 선생님도 보러 가고, 더 높이 엄마도 보러가고…”

폭력은 단순하지만 피해의 양상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언어는 복잡하고 모순 가득히 팽창하다가 불현듯 터져버린다. 언제나 여기 우리에게 주어진 언어로는 여성의 경험을 다 말할 수 없다. 그 불가능성 때문에 잠시 침묵이 찾아오기도 한다. 침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식수의 말처럼, 언제고 여성들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저 멀리 살아 있는 마녀들의 황무지’로부터, 더 많은 언어를 가지고 여성들이 돌아온다. 잠시 침묵했던 자리에서, 돌아온 여성들이 몇 겹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부서진 언어로라도 쓰려는 여자들, 그 수많은 이름들이 깜빡인다. 거기에는 순애 씨도 있다.

돌아와 쓰는, 밑에서부터 쓰는, 연결하며 쓰는, 중첩된 존재로서 쓰는 그 저항의 언어가 오랜 바람을 타고 파도가 된다. 혹시 쓸 수 없다면, 쓸 수 없다고 쓰자. 왜 쓸 수 없는지 쓰고, 쓸 수 없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자. 불가능성이 만들어내는 파도는 필연적으로 가능함으로 향할 것이다.

작가명

작가 김지승

참여 소감

파도는 낮아지고 천천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파도다. 그렇다고 오늘, 38여성의 날에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작가 김지승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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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A 지역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일러스트

최근 중동·북아프리카에서는 여성인권옹호자들의 노력 덕분에 여성 인권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이 변화를 통해 여러 차별적인 법들이 폐지되는 입법적 개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내 젠더기반폭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젠더기반폭력을 직접 자행하는가 하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이 이루어낸 변화가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과 소녀들이 폭력의 위협 속에 살아가지 않도록 하고, 피해생존자들에게는 보호소, 심리사회적 지원, 법적 서비스 이용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조치가 필요하다.

여전히 만연한 젠더기반폭력

최근 몇 년간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는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진전이 이루어졌다. 일례로, 비록 많이 늦기는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차별적인 남성 후견인 제도가 개정됐고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튀니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생존자들을 위한 민원창구가 설치됐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신설됐다. 요르단에서는 소위 ‘명예살인’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보호소가 개소됐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혼, 상속, 양육권 등 문제에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개혁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여성의 행위주체성이 계속 부정되면서 이러한 변화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권을 들고 있는 사우디 여성

여권을 들고 있는 사우디 여성

이라크, 이란, 요르단, 쿠웨이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팔레스타인인 지역사회에서는 정부당국이 가해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여성폭력을 성행하게 하는 차별적인 법과 젠더 규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 국가 중 일부에서는 ‘명예살인’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 혹은 비정부 집단들이 여성인권옹호자들을 상대로 강간 등의 협박을 하거나, 위협, 출국 금지, 폭행 및 살해를 통한 입막음을 하기도 했다.

리비아에서는 민병대와 무장단체가 여성과 소녀들을 폭행하고 납치, 살해할 뿐만 아니라 성폭력, 인신공격, 사이버 학대 등을 자행한다. 2020년 11월 리비아 변호사 하난 알바라씨Hanan al-Barassi는 동부 리비아 무장단체와 연루된 부패인사를 비난했다가 벵가지에서 총살 당했다. 마찬가지로 2020년 8월 바스라 시위를 이끌었던 활동가 리함 야코브Reham Yacoub 역시 이라크에서 총살 당했다.

이집트에서는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도록 법적 조항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을 폭로 및 증언한 피해생존자와 증인이 체포되거나 기소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한다. 2020년에는 틱톡 영상이 ‘가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혐의로 9명 이상의 여성 SNS 인플루언서가 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친정부 언론에서 성폭력 피해생존자들과 그 지지자들을 인신공격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이란에서는 ‘도덕’ 경찰이 차별적이고 모멸적인 ‘강제희잡착용법’을 이용해 여성과 소녀들을 희롱하고 폭력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을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 불처벌 관행을 이어온 탓에 이러한 형태의 폭력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헤바 모라에프Heba Morayef 국제앰네스티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국장

묵살된 피해생존자의 권리

피해생존자들의 권리 역시 계속해서 묵살되고 보장되지 않고 있다. 젠더기반폭력을 신고한 리비아 여성들은 “간통죄”로 체포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난민 혹은 이주민 피해생존자의 경우 체포되거나 국외 추방될 수 있어 경찰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요르단에서는 피해생존자가 보호소에 구금될 것을 두려워해 폭력을 신고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남성 후견인 제도가 여성을 향한 남성 후견인의 폭력을 지속하게 만들고 여성은 성폭력과 폭행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이 보호소에서 나오려면 남성 후견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생존와 혼인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성폭행범이 기소를 피할 수 없도록 관련 법 조항을 폐지한 국가도 많지만 다수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러한 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헤바 모라에프 국제앰네스티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국장은 아래와 같이 촉구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변화가 있었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차별과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동시에 임의적인 체포, 납치, 살해, 이른바 ‘명예 살인’ 등 다양한 형태의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정부가 여성을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 불처벌 관행을 이어온 탓에 이러한 형태의 폭력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각국의 정부는 모든 형태의 젠더기반폭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이러한 폭력을 양상하는, 남성 후견인 제도와 같은 차별적인 구조를 철폐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피해생존자의 권리를 보호하여 피해생존자의 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피해생존자에게 적절한 보호소, 심리사회적 지원 등 법적 서비스 및 기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화, 2021/03/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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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국내실향민 수용소에 거주하는 소녀의 모습

아프가니스탄 국내실향민 수용소에 거주하는 소녀의 모습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아프가니스탄의 국내실향민 4백만 명이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국내실향민 내에서도 소수자들의 인권은 더욱 위협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국제앰네스티의 신규 브리핑 자료 “바이러스는 극복해도 기아가 생존을 위협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국내실향민의 피해 “We survived the virus, but may not survive the hunger”: The impact of COVID-19 on Afghanistan’s internally displaced는 이미 취약한 환경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국내실향민 400만 명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얼마나 더 악화된 인권 위기에 놓여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과밀한 시설에서 생활하며 물, 식량, 위생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의료보건시설 이용 등도 제한되어 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이들은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도, 감염되었을 때 회복할 방법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원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국재앰네스티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제사회에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내실향민 수용소의 모습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내실향민 수용소의 모습

적절한 주거, 물, 의료보건 시설에 대한 접근성 결여

국제앰네스티는 국내실향민 거주 지역 중 카불, 헤라트, 낭가르하르 지역 임시거처의 국내실향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 지역은 1천 가구 이상의 실향민을 수용하고 있다. 이들은 진흙, 막대기, 비닐 시트 등으로 만들어진 오두막 속에서 살고 있다. 오두막은 방 한 칸 혹은 두 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곳에 최대 10명이 생활하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 위생 등 기초 서비스 역시 제공되고 있지 않다. 때문에 국내실향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필요한 위생을 지킬 수 없다. 국제앰네스티와 이야기를 나눈 국내실향민들에 의하면, 물 공급 시설이 부족하여 물을 구하려면 멀리 이동해야만 한다고 한다.

병원에 갈 수 없거나 병원비를 부담할 수 없는 국내실향민의 경우 수용소 내에서 적절한 보건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들은 마스크, 소독제 등 개인보호장비를 전혀 받지 못했고,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또한 전달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낭가르하르 실향민 수용소에서 생활 중인 45세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였지만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수용소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중 7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검사와 보건의료시설 부족으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내실향민 수용소의 모습

코로나19가 생계와 여성인권에 미친 영향

코로나19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은 더욱 악화되었다. 남성 동반자 없이는 여성의 이동할 권리가 제약되는 아프가니스탄의 관행, 코로나19 이동 제한령 등으로 여성은 식량, 생활 필수품을 구하러 가고자 할 때, 의료시설을 방문하고자 할 때 남성에 의존해야만 한다. 나아가 여성의 가정폭력 위험 노출도는 증가하였고, 반면 여성 보호서비스 접근은 제한적인 상태가 되었다.

국제앰네스티가 인터뷰한 한 국내실향민에 의하면, 봉쇄정책이 시행된 후 정부기관과 국제 인도지원 기구는 여성 혹은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 적이 없다.

대부분 비공식 경제 부문에서 일당을 받는 국내실향민의 일자리 전망은 봉쇄정책으로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단순히 소득이 줄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정책으로 기본적인 식품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내실향민들은 식량 관련 지원을 일절 받지 못하거나 식량 지원을 받았어도 위기 상황을 살아남는 데 턱없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낭가르하르에서 생활하는 한 국내실향민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솔직히 아무것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일도 없고 돈도 없고 생활할 곳도 없다.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 삶을 재건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제사회가 도와줄 것을 바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내실향민 수용소의 모습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내실향민 수용소의 모습

아프간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미라 하미디Samira Hamidi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지역 사무소 부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팬데믹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취약 계층인 국내실향민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사미라 하미디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지역 사무소 부국장

“아프가니스탄 내 4백만 명의 실향민이 생활하는 조건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수용소는 비좁고 비위생적이며 가장 기초적인 의료시설도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치명적인 위험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실향민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은 거의 없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팬데믹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취약 계층인 국내실향민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국내실향민을 위한 자원이 별도 할당되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강화되지 않는 이상 코로나19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속되는 분쟁으로 국내실향민이 매일 증가하고, 다시 한 번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할 위험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정부 및 국제사회는 국내실향민 보호에 노력을 더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및 국제사회가 국제법에 따른 국내실향민 보호 의무를 다하고, 적절한 주거, 식량, 물, 위생, 건강 접근성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국내실향민을 위한 별도의 기금과 자원 할당할 것을 촉구한다.

배경 정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오랫동안 분쟁이 지속되어 왔다. 몇 년간 악화된 분쟁으로 국내실향민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32만7천 명이 삶이 터전을 잃었고 이 중 80퍼센트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2021년까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생활 조건을 크게 향상시키는 목표로 도입된 아프가니스탄 인도주의 대응계획Afghanistan Humanitarian Response Plan의 기금 조달 정도는 2020년 7월 24일을 기준으로 필요한 목표의 23퍼센트에 그치는 심각한 자금 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 국내실향민 국가정책National Policy on Internally Displaced Persons도 유사한 상황이다. 국내실향민 및 파키스탄, 이란 등에서 귀국하는 이주민 노동자 문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확약된 3억 9600만 달러가 긴급히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 난민귀환부Ministry of Refugees and Repatriation에서 공중보건 인식 제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비누를 배포했지만,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러한 캠페인의 영향은 지역 내 정착촌에 거주하는 국내실향민까지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 2021/04/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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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시(우지영 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정치와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겨울철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 다니엘 블레이크이다. 이 영화는 평생을 목수로 성실히 살아가던 다니엘이 지병으로 인한 실업 후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정부 보조금, 실업급여 등을 받지 못하고, 번번히 좌절하다가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늙고 병이 든 다니엘에게 정부는 계량화된 수치를 들먹이며 그를 외면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인당 20~30만원의 3차 재난지원금이 전국민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호소한다며 문자를 발송한바 있다. 1차 재난지원금 143천억원은 전국민 대상, 278천억원, 336천억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대상이다.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전국민또는 취약계층인지, 또 지급방법에서 현금또는 지역화폐로 할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전국민취약계층사이에서 재난지원 사각지대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진짜 빈곤층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수 있다. 2014송파세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은 지원금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고, 정부 기준 취약계층도 아니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이들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2018년 단전·단수 정보, 건보료 체납, 복지시설 퇴소 등 빅데이터 활용으로 복지사각지대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사업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 서비스확대사업으로 2021년 예산은 41억원이 편성됐다. 2020년 본예산 59억 대비 18억이 감소된 규모이다.

 

20206월말 기준 예산현액 78억원 중 절반 수준도 안되는 34억원이 집행되었고, 전년도 이월액 19억원에 이른다. 계속적인 집행부진과 이에 따른 이월금 발생은 사업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이에 2021년 예산이 SW개발 구축완료 감소분도 있겠지만 18억이나 감소되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정춘숙 의원은 복지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이 더 상황이 어려운 국민을 외면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정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5~2019(상반기)까지 발굴 대상 80607024.2%195,258명 지원을 받았는데, 과거 복지서비스 지원 결과를 데이터화해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료 17개월 체납자는 선정돼 지방자치단체로 통보됐지만, ‘22개월 체납자는 선정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도입 및 추진은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예산 집행률이 저조하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대책을 마련하고 신속하게 대상자가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선 대상자 발굴, 후 지자체에 통보, 이후 지자체 지원으로 진행되는 복잡한 행정절차에 따라 장시간이 소요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리를 탈피해야한다.

 

정부와 지자체 합동으로 동시에 ‘(가칭)복지사각지대 실시간 현황판설치와 현황판에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긴급으로 출동하는 복지사각지대 현장기동대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상자를 확대하고, 둘째, ‘빅데이터의 분석지표를 더욱 다각화하고, 셋째 행정안전부와 협력하여 복지현장인 지자체의 실시간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등록 번호도, 컴퓨터 화면 속의 점도 아닙니다. 굽실거리지 않았으며 성실히 일하였고, 자선에 기대지도, 그에 빌어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언제든 도왔습니다. 나는 개가 아닌 사람입니다. 나는 단지 인간으로서 존중만을 바랐을 뿐입니다. 나는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다니엘의 정부에 대한 항소장 내용이다.

 

오늘도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수치스러움을 견뎌야 하고, 제도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훼손 당하는 수많은 다니엘 블레이크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화, 2020/12/0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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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의 예산 언박싱’은 나라살림연구소 신입연구원이 예산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겪은 경험, 예산에 대한 생각 등을 다루는 연재글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국회 앞은 법을 제정해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대리수술 방지를 위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낙태죄 폐지 후 임신중단에 관련한 입법,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제정 등 시민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야기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사에서 일하면서 국회 앞의 시민들을 취재하던 때가 있었다. 시민들의 간절한 호소를 마주하면 높은 입법의 문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입법의 문턱을 넘으면 많은 일들이 수순대로 풀릴 것이라고 믿었다. 입법은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입법은 첫 번째 단추를 꿰는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한 장애예술인 단체가 장애예술인지원법이 제정돼 처음 시행된 이튿날 장애예술인지원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법이 제정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일까?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 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이 장애인 체육 예산의 10분의 1이라고 밝히며 예산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장애예술인지원법 뿐이 아니라, 어떤 법이든 제정만 된다고 사회를 바꾸지는 못한다. 법이 제정 또는 개정된 후에 예산 편성이 뒤따라야 현실에서 실효성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사회를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밀거나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예산을 계획하고 편성하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은 약 500조다. 정부는 이 예산을 가지고 예산안을 만들고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국회는 예산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므로, 예산을 계획하여 분배하고 편성하는 권한은 정부에 있다. 그러면 이제 국회가 아닌 청와대 앞으로 가서 손팻말을 들고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나 고민이 들 수도 있겠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하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2003년 당시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통해 주민 참여형 예산편성제도를 권장한 것을 계기로 일부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2018년 3월 27일 지방재정법 개정(지방재정법 39조)을 통해 주민들이 예산과정 전반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2018년 말에는 전국 43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예산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참여예산’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은 참여예산을 통해 소규모 시민 생활밀착형 사업을 직접 발굴하거나 제안하거나 참여예산위원으로 제안된 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는 매년 1월 ‘시민참여예산학교’를 수료한 서울시민 중 시민참여예산위원회 활동을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위원은 300명 이내로 임기는 1년(1회 연임 가능)이고 활동 기한은 위촉일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다.

 

2021년을 앞두고 서울시는 현재서울시 평생학습포털에서  ‘2020 서울시 예산학교(시민예산과정)’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다음연도부터 시민참여예산위원 추첨 자격이 주어진다. 아직 연말까지 기한이 남았으니 주민참여예산에 관심이 있다면 온라인 교육을 듣고 참여해보기를 추천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방재정365에서 ‘우리 지자체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 운영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 제16조와 동법 시행령 제7조의 2에 따라 2018년부터 국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참여예산은 주민참여예산의 중앙정부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 참여예산사업으로 제안할 수 있고 사업 적격성 검사와 예산안 요구 과정을 거친 다음, 추첨을 통해 선정된 예산국민참여단이 사업 선정 과정에 참여해 후보사업을 압축하고 일반국민 설문조사와 별도로 선호도 투표에 참여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와의 차이점은 국민참여예산제도에서 예산국민참여단의 역할이 참여예산 사업 선정 과정 참여에 그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2021년 예산안에 국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총 63개 사업, 1,199억 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회 심의를 거쳐 감액 조정된 부분을 정리해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참여예산제도가 참여예산사업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는 예산을 편성한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전통적인 과정은 그러했다. 시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참여예산제를 시행을 통해 시민들에게 예산교육도 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예산을 들여다보고, 예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산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활발한 논의다.

 

 

 

참고

소셜포커스,
겨우 20대 국회 문턱 넘은 "장애예술인지원법"... 속 빈 강정되나

미디어오늘, 장애예술인지원법 시행됐는데, 장애인단체는 왜 비판했나

 

 

수, 2020/12/1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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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민서영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민서영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민서영

작가명

작가 민서영

참여 소감

느린 분노도, 작은 슬픔도, 낯선 두려움도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변화가 되어 돌아온다.

 

작가 민서영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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