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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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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admin | 월, 2021/03/08- 08:33

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인터뷰

 

여성 청소년들은 성적 권리 Sexual Rights의 ‘주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무성적 존재’ 혹은 ‘피해자’로만 인식됩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성性이 금기가 되는 세상을 거부합니다. 모든 여성 청소년들은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활동가를 만나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2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원입니다. 활동명은 오리입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위티’는 스쿨미투를 계기로 만들어진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예요. 여성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나 미성숙 담론에 대해 반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단체나 청소년 단체와는 다른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이슈를 청소년 시각으로 해석하려 하고, 청소년 이슈에서도 페미니즘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등 꾸준히 위티의 관점을 갈고 닦는 중에 있습니다.

우선, 여성 청소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불법이기 쉬운 삶’인 것 같아요. 친권자의 동의 없이 숙박, 경제활동, 피해 사실 신고도 불가하고, 상담을 받는 것도, 약을 처방받는 것도, 선거운동이나 정당활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 되는 삶.

지원 님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페미니즘 활동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시작했어요.

예전의 저는 ‘왜 내가 이런 환경에 있기까지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원하는 피해자 정체성을 띤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중 ‘위티’에서 진행하는 콘돔전시회 포스터를 보았고, 제가 이전에 접했던 페미니즘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청소년은 약자로만 여겨지기 쉬운 계층인데,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정체화 하지 않는 부분에서 저 개인의 경험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그 계기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서는 주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요, 청소년 ‘보호주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청소년의 보호자는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먼 친척일 수도 있는데 꼭 ‘친권자’인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담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위험하게 느껴져요. 성폭력을 당해서 상담기관에 가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많은 청소년들은 상담 받기를 포기하고, 사후피임약도 처방받지 못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하기 쉬운 청소년이 있을까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주된 협박 내용이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사실이었다는 것만 봐도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가정 내에서도 여러 위계와 권력들이 작용되어 청소년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폭력 상황이 부모로부터 오는 상황도 많고, 또 성폭력 상황을 부모에게 알렸을 때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죠. 보호자가 부모여야 한다, 청소년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의 전제는 청소년의 안전을 가정에 맡겨버린다는 의미인데, 청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가 아닐 수 있고, 부모가 오히려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친권자,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여러 법제도가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을 조금 더 세심하게 고려한 법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 보호주의가 더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의제나 미디어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언어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N번방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반드시 돈이 없어서 성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비행청소년도 아니었습니다. ‘왜 일탈계에서 성적인 걸 표현하냐, 친구들끼리 하면 안되냐, 합법적인 공간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 등 피해자들을 향한 여러 반응이 있는데, 사실 그런 공간은 여성 청소년에게 없어요. 어디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성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여성 청소년의 성은 대상화가 되거나, 범주 밖의 금기시되는 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탈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도 이들의 성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걸 경계하는 이유도 이 맥락 안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려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는 여성 청소년은 절대 안전할 수 없어요. 생리대도 감추라고 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청소년이 성에 대해 말하고, 성폭력 피해를 바로 말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 피해 자체도 성경험으로 보고, 강간과 성관계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혹은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에서요.

가끔은 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보호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호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이 보호가 아닌 통제가 되고, 여성 청소년의 선택권을 좁히고 위험하게 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 또한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성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안전하게 발현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상상하게 됩니다. 관련하여 위티에서 ‘콘돔전시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콘돔전시회’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생각을 나누면서 ‘위티’가 안전한 공간임을 느꼈어요. 당시에 저희가 새로운 윤리적 지대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정말 새로운 윤리적 지대를 가지게 된 느낌이었어요. 각자가 경험한 감각을 공유하고, 긴 글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합의점, 공통감각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찾게 된 것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성과 관련된 언어는 이성애자 남성, 그 중에서 비청소년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전부였어요.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지우거나 둘 중 하나인 그런 언어들이요. 그런데 콘돔전시회를 계기로 남성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한 번도 질문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저만의 고유 언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몸을 긍정하고 있는가? 나의 섹슈얼리티는? 나의 이러한 감각은 섹슈얼리티인가?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등 사회 혹은 학교에서 만들어진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각을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도 활동가들과 함께 ‘콘돔전시회’ 도록을 보곤 해요.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호주의 신화가 깨지고, 주체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계기였고, 그 때 느낀 공통 감각이 이후 N번방 논평, 낙태죄 관련 릴레이 에세이 등의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얼마 전 스쿨미투 가해교사가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위티와 같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쿨미투 운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간혹 스쿨미투가 지난 의제처럼 들려질 때가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쿨미투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하는 것, 관련 청원이 올라왔을 때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 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연대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기숙학교의 경우 기숙사 침입 등의 이슈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학생들은 대학진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처벌을 내리지 않는 등 사건이 대충 덮이고는 해요. 이 부분은 단체 내 기숙학교 출신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위티에서 다같이 스쿨미투 재판을 간 적이 있었어요. 보는 눈이 많은 공적인 상황이었음에도 교사와 학생 사이에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사가 참관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거나, 피해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들어오는 등 폭력성이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스쿨미투는 주로 사건의 피해자가 참다가 익명으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문제 제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교육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 피해자들이 무력감을 학습하고, 언어 폭력을 당하고, 고립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스쿨미투 이야기에 이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분위기가 어떤가요?

예전에 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하자센터가 함께한 10대연구소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혐오’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젠더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는 정말 어렵죠. 또래 친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성적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학교는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순수하길 요구하고 청소년의 정당활동뿐 아니라 정치활동도 금지하는데, 여기서 정치활동이라고 함은 선동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쓰여요. 그 안에 페미니즘도 포함시켜서 금지하는 거죠. 학교 자체가 논쟁을 꺼리는 공간이고, 학생들이 논쟁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교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들조차 충분히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거나 쉬쉬하며 진행되는 등 민감한 문제, 예민한 문제라며 피하곤 해요.

또한 학생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 많아요.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은 입시로 인해 매우 바쁘고 꽉 찬 삶을 살고 있어서 뭔가를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권리, 시간을 쓸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없는 듯 해요. 이러한 부분에서 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성적 권리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들이 직접 페미니즘 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는 청소년이 교육받는 존재에서 나아가 직접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페미니즘 교육입니다. n번방, 학내 성폭력, 구시대적인 성교육 표준안을 넘어선 새로운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교육자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학력이나 나이, 경력 등으로 담보되었는데, 저희는 전문성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당사자성이 전문성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닦아온 청소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와 감각이 새로운 전문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련하여 여러 기초교육을 받으며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안을 완성한 상황이고, 3월부터 ‘위티’ 내부강의, 학교 강의, 열린 강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네 팀으로 나눠서 청소년 페미니즘, 학내 페미니스트, 정치 사회참여 청소년, 가정 내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추어 강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다들 안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무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동료가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주변에 동료 한 명이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가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성을 긍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피해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데,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위티는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가요?

1차적으로는 동료가 없는 분들,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동료를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페미니즘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과연 내가 페미니스트라 해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도 오시면 좋겠어요!

위티의 2021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

위티는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거나 작은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페미니즘 동료를 만나고 활동을 시작하는 집행위원회 ‘별별 기획단’과 단체의 운영을 고민하고 회원조직, 전국의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들과 네트워킹하는 운영위원회 ‘도란도란’을 모집하고 있어요.

2021년 위티의 말하기를 함께하고 싶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이를 옹호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 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하지만, 그것의 속성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몸과 관계에 대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 건강, 성생활, 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피임을 포함한 임신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고 구성할 권리
  • 강간과 그 외 성폭력 등의 차별과 강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전 세계 많은 곳에서는 가족, 공동체, 종교기관, 국가 등이 개인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혹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는 침해되기 쉬운 영역이 되곤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몸과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성과 재생산 권리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만 16세~19세)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옹호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래 설문조사 링크를 클릭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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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된 <시민연구공유회-슬기로운 연구생활>은 모든 참가자의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 소독제 사용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해 진행했습니다.

‘온갖문제 연구’는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모든 연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자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13일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된 은 온갖문제연구에 참여했던 시민연구자 세 팀이 연구내용을 강연회-수다모임-워크숍 세 가지 형태로 구성해 시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열렸습니다. 이 중 분노팀의 현장을 나눕니다.

시민연구자 분노팀과 함께 운동 경로를 살펴보는 워크숍

수다 모임 에서는 분노(분홍과노랑의질주)팀이 ‘페미시국광장’ 시위 참여자들이 어떻게 모이고 흩어지는 지를 연구한 내용을 워크숍으로 시민과 나누는 자리로 꾸려졌습니다. 연구 소개와 더불어 나의 운동 경로를 추적해보는 워크숍인데요.

시민연구자 정소정 님은 “계속해도 바뀌지 않는 현상에 무력감을 느끼다 페미시국광장에 참여했고 그곳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페미니즘 운동에 도달하는지 알고 싶어졌다”라며 연구 배경을 밝혔습니다.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점은 시위에 참여한 참여자 중 소모임 활동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점인데요. 소모임에서만 이뤄졌던 이유는 제도권에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박재승 님의 말에 참여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연구 소개를 마치고 운동 경로를 추적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사회적 사건과 나의 사건을 연결해보며 어떤 계기로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확인해보고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됐어요. 요즘은 아이가 페미니즘을 알고 성장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2016년에 강남역 살인사건을 접하고 이후 책 을 읽으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여전히 사회에 동조 될 때가 많지만 계속해서 공부하려고 해요. 최근엔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N번방 사건) 관련해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학교에서 미투 대자보를 봤어요. 친구였던 사이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 ‘나는 남성이구나, 나는 낄 자격이 안되는구나’ 생각했어요. 혜화역 시위 때도 갔다가 돌아왔어요. 적극 참여하기 보단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는 식으로 혼자서 활동한 것 같아요’”
“중립적으로 서 있을 때가 많았는데요, 미투가 터지고 2019년에 김용균씨가 죽었을 때는 생각했어요. ‘아 중립적인 위치를 선택하기보다 편을 들어주자’”

나와 타인의 운동 경로를 돌아보며 누군가는 뚜렷한 계기로, 누군가는 자생적으로 페미니즘과 사회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중요한 건 참여자 모두 같은 사건을 기억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에서는 변하지 않는 듯한 세상에서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연구하고 누군가는 사건을 기억하고 감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분노팀 – ‘페미시국광장’의 프레이밍을 통해 본 페미니즘 운동의 미시동원맥락 네트워크 분석

-글: 손혜진 연구원 [email protected]

토, 2020/06/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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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안녕한 날의 페미니즘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최근 여성학과 관련한 책을 읽어본 적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니, 대학 다닐 때 ‘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기 위한 노력으로 독서를 한 경험을 빼고 그 뒤에 의식적으로 읽어본 적이 없더군요. 왜냐면 ‘여성이 처한 심각한 문제’를 뉴스에서 이슈로 매일 접하지만, 경제위기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와 전쟁과 평화 같은 뉴스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알아야 할 주제 중에 이것은 빠지거나 의제상 후순위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독서의 목록에서 항목 자체가 빠졌다는 뒤늦은 깨달음을 질문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현재까지 대체로 많은 남성들의 독서 목록에 페미니즘 도서는 필독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가 결코 짧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손희정은 『다시, 쓰는, 세계 – 페미니즘을 만든 순간들』에서 “일반적으로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부르는 운동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일컫는다. 그 이후로 1960~1970년대 페미니즘 제2물결을 지나 1990년 제3물결, 그리고 2010년 이후 펼쳐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페미니즘 부흥을 제4물결이라고들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책은 2015년 이후의 주요한 이슈를 꼽고 있습니다. “2015년 페미니즘에 관한 남성 평론가 K의 황당하고 무책임한 발언()에 반발하며 시작된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2015), 소라넷 서버 폐쇄 운동(2015),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추모 운동(2016), 웹툰계와 문단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에서 촉발돼 영화계, 미술계, 교육계 등으로 번진 ‘○○계_내_성폭력’ 운동,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2018), 낙태죄 반대 검은 시위(2016) 및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2019), 안희정 전 충남 지사 재판(2018~2019) 및 징역 확정(2019) 등등”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부터 대부분의 이슈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기에 왜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지 원인을 알고,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을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책은 2015년 이후 제기된 이슈마다 맞춤해서 ‘원인과 해결안(제언)’을 중심으로 쓴 짧은 글을 묶었습니다. 조금 더 긴 글과 논문을 묶은 『페미니즘 리부트』도 덧붙여 권하고 싶습니다.

출판계에서 이전에 드문드문 대학 수업 교재와 이론서를 중심으로 나오던 페미니즘 관련 대중 도서가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근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왜 남성은 일면식 없는 여성을 죽였는가? 왜 여성은 남성에게 죽어야만 했는가? 여성이라는 이유를 빼면, 설명되지 않는 상황을 맞아서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책이 이제서야 대중의 문제의식과 만나 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페미니즘과 여성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여성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비극적입니다.

살인만큼 끔찍한 강간 사건을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렇지만 부부, 가족, 친구, 데이트 중에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실제 숱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심리적 충격이 한층 더 클 뿐 아니라 대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는 담고 있습니다. 이 책 집필의 계기는 잡지 『미즈 MS.』 1982년 9월의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조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에 따르면,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더 흔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미즈 MS.』와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서 미국 전역 32개 대학 총 6,100명의 남녀 대학생을 조사(<미즈프로젝트>)하고서 놀라운 결과를 확인합니다. “여성 응답자 4명 중 1명꼴로 법적 의미의 강간 혹은 강간 미수를 경험해 본 적이 있으며, 많은 여성이 정식 데이트 상대뿐 아니라 친구나 동료로부터, 혹은 직장이나 파티, 술집, 종교 행사, 동네에서 만난 사람 등 주변의 다양한 ‘아는’ 남성들로부터 성폭력 당하고 있음(acquaintance rape)을 ‘사실’로” 밝혀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빈 월쇼 역시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피해자입니다. 로빈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친구는 자살해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남자친구가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 그녀는, 남자친구의 요청에 따라 함께 친구의 집에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친구가 없었고, 그 집에서 그녀는 남자친구의 위협 때문에 성관계를 맺습니다. 다음 날 남자친구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그 뒤 1~2주 사이에 불쑥 직장 근처에 나타나곤 했습니다. 몇 주 뒤 남자친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최소한 몇 달 동안은 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곳은 가길 꺼렸습니다. 남자친구가 나를 ‘강간’한 것을 깨닫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가해자가 과거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 전 남자친구라는 사실 때문에, 내 경험에 ‘강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강간은 낯선 사람에게서나 당할 수 있는 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3년 뒤 깨닫고 나서 피해 사실에 대한 분명한 자각은 오히려 몇 년간 저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결국 상담을 통해서 몇 년에 걸쳐 쌓인 응어리들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십년쯤 지나서 다 극복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사건의 실태부터, 피해자들의 7가지 반응과 그 의미, 가해자들의 성 관념과 행동 양식, 10대들의 피해 경험, 사교클럽에서 벌어지는 집단 강간, 이런 강간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과 사건의 영향 및 후유증, 경찰과 법원의 대응 방식과 문제점, 여성들에게 전하는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방법, 성폭력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남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부모와 학교와 입법자에게 주는 메시지, 생존자와 함께할 때 더 빨리 회복된다는 메시지까지, 이제까지 결코 ‘강간’이라고 불리지 않은 일이지만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적절한 지침서입니다.

2020년 7월,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호 법안으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폐지하고자 합니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폭력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날 자살했습니다. 2020년 4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건으로 자진사퇴했습니다. 2019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추행, 강제 추행으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유죄 판결을 최종적으로 받았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폐지를 해야 할까요?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왜 강화해야 하는지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을 부제로 한 『김지은입니다』를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앵커가 묻습니다. “안희정 지사와 김지은씨 사이에 벌어진 일이 위계에 의한 것. 다시 말해서 권력관계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주장하시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한테 안희정 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희정 지사님이었습니다.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예스(Yes)를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저는 지사님이 얘기하시는 거에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항상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게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김지은씨는 답합니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을 눈치 챈 사람이나 아니면 김지은씨가 이러 이러한 일이 있어 고민이다라고 털어놓은 사람이 누구누구입니까?” “실제로 SOS를 치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냈었고 눈치 챈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얘기를 했었고 그런데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한테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으로 인해서, 이와 같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피해자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수많은 곳에서 『김지은입니다』를 읽고서 각성하는 순간을 꿈꾸어봅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을 노래하기 위해.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은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책방이음은 시민단체 나와우리에서 비영리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2009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문을 열었으며,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데 수익금을 써왔습니다.

금, 2020/07/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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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세계 여성의 날은 축하의 시간이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여성, 소녀, LGBTI가 특히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금, 이날을 온전히 축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10가지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1. 아르헨티나 ‘녹색 물결’이 이룬 쾌거

2020년 12월, 여성 활동가들의 오랜 캠페인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임신 14주까지는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위한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이 이보다 더 진행된 경우에도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건강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다. 지난 30년간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아르헨티나에서 산모 사망 원인 중 1위로 기록된 만큼, 이번 결과는 앞으로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다.

18개월 전만 해도 임신중지법 개정안은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부결됐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마리엘라 벨스키Mariela Belski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 지부 사무국장은 발의안 부결 당시 이는 “실패가 아닌 하나의 디딤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2년 만에 실제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끌어낸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이 됐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2. 제한적인 임신중지법 속에서 끊임없이 싸운 활동가들

지난 1년간 특히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미명 하에 성과 재생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한 국가가 늘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많은 여성활동가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2020년 10월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모든 경우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1월 온두라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임신중지법이 통과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중 임신중지 접근성 제약 문제를 해소하고자 원격의료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여성 생식 건강 의료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하지만 여성들은 정부가 바뀌길 기대하면서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이들은 탄원서 신청, 시위 조직, 워크샵 개최, 지원 및 의료서비스 제공 등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한국의 낙태 비범죄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운동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임신중지가 전면 금지되어 징역형이 내려졌던 태국에서도 임신 12주까지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3. 시에라리온, 임신한 여학생 등교 금지 철회

2020년 3월 시에라리온에서는 임신한 여학생의 등교 및 시험응시 금지를 철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15년부터 시에라리온에서 임신한 여학생들은 낙인 찍히고 교육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향후 취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에 이 금지 조치는 철회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평등한 교육권에 조금 더 다가간 의미 있는 한걸음이었다.

4. 강간법 개정

2020년 12월, 덴마크에서는 여성인권 및 피해생존자단체가 다년 간 노력한 끝에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여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정 전 덴마크 강간법은 물리적인 폭력, 협박 혹은 강제성이 입증되어야 강간으로 인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이었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 기자인 커스틴Kirstine은 자신이 과거에 강간을 신고한 후 정의 구현이 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경찰, 변호사, 판사 모두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증거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아닌 저항 여부에 치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있었다. 크로아티아도 2020년에 관련 법을 개정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곧 동일한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강간을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동의 여부를 법에 내제화함으로써 강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목소리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5. 동성 결혼의 합법화

코로나19 사태로 LGBTI들은 특히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의료서비스, 고용, 주거 등의 어려움이 심화되었고, 봉쇄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이따금 들려왔다. 2020년에 코스타리카는 중미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으며, 북아일랜드에서는 첫 동성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가봉은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앙골라에서는 동성간 성관계 금지를 철회하는 법안이 발효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몬테네그로는 동성 간 시민 동반자 관계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크로아티아에서는 동성 커플의 아동 위탁이 합법화되었다. 한국일본에서는 LGBTI를 포함해 사람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가 평등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어낸 중요한 진전이었다. 점진적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 직장에서의 LGBTI 권리 보호

6월 미국 대법원은 민권법에 따라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기반으로 고용 과정에서 LGBTI를 차별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침내 법에 의해 LGBTI가 평등할 권리가 인정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취약해졌던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트랜스젠더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중단되고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들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더욱 소외되었다.

정부의 구체적인 구제조치나 부양책이 부재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트랜스젠더 혹은 LGBTI 커뮤니티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들과 LGBTI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을 제공한 고무적인 사례가 일부 관찰되었으나,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을 위해 활동가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

7. 수단의 여성할례 공식 금지

여성할례가 가장 성행하는 국가 중 하나인 수단에서 2020년 7월 이 관행이 공식 금지되었다. 이 법률이 충실하게 지켜진다면 수백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여성할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8. 여권인권 활동가들의 석방

2021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권옹호자 루자인 알 하스룰Loujain al-Hathloul이 3년 만에 석방되었다. 루자인은 여성 운전금지법 폐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관련 법이 개정됐을 시점에는 남성 후견인 제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루자인의 가족과 전 세계 인권 단체는 끊임 없이 루자인의 석방을 위해 싸워왔으며 루자인과 더불어 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받고 있는 다른 여성들을 위한 정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자인은 현재 보호관찰 대상 분류되어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이다.

루자인의 동생 리나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루자인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을 이유로 수감되어 있다. 정부가 억압적인 법률을 개정하고 고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정의가 구현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 가장 용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옹호가 중 한 명이 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축하하자.

9. 영국 ‘탐폰세’ 폐지

2021년 영국 정부는 여성 단체의 오랜 캠페인 끝에 ‘탐폰세Tampon tax‘를 폐지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위생제품이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 5%가 부과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탐폰세’를 전면 폐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10. 젠더기반폭력에 대해 거세진 대항

전 세계 곳곳에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가정폭력 발생률이 급증했다. 팬데믹은 가정폭력의 만연함과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고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항하는 캠페인이 촉발되었다.

2020년에는 여성들을 여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많았다. 나미비아에서는 성폭력과 여성살해Femicide 철폐를 위한 시위가 열려 수도가 마비됐다. 터키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퇴치를 위한 유럽평의회 협약인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을 지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렸다. 남미 전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여성이 폭력과 불평등에 대항하여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변화를 이룩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동참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금, 2021/03/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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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소위 '이대남' 현상이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최근 GS25 홍보물을 둘러싼 소위 '남성혐오' 논란은 분노한 청년세대 남성들의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대남' 현상 자체가 실체가 없다거나 일부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과연 '이대남' 현상의 실체는 존재하는가? 우리는 지금의 현상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20대 남성 당사자, 여성주의 학자, 사회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총 6편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한국의 '이대남'과 미국의 '브로플레이크'...'백래시의 시간'이 왔다 / 손희정 경희대학교 교수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95593" rel="nofollow">'이대남' 허상을 신화로 만든 언론...'反페미'와 취업난이 대체 무슨 상관? / 지우개 충북대학교 학생

③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9657... rel="nofollow">이준석이 '82년생 김지영'을 공격하는 이유는? / 권명아 동아대 교수


 

'인국공 사태'의 교훈이 반페미니즘?

'이대남' 현상은 실재하는가? ④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이전 글("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9559... rel="nofollow">이준석이 '82년생 김지영'을 공격하는 이유는?")에서는 2014년 이후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신규 채용 비율이 급락하면서 청년 세대가 한국의 어떤 세대도 경험해보지 못한 취업 전쟁에 내몰리게 된 과정을 살펴보았다. 또 이에 대해 노동과 고용 문제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 청년고용 할당제를 의무화하는 방식이 유일한 해결책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수 정당과 보수 세력 그리고 재계는 청년 고용 할당제 실시를 10년 넘게 반대해왔다. 최근 국민의 힘의 여러 정치인이 20대 남성이 차별받고 있고 차별받지 않는 여성을 위한 할당제가 남성 차별을 강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음도 살펴보았다. 보수 집단의 20대 남자 차별론은 여성 할당제나 청년 할당제 자체가 "사회주의 계획 경제 냄새가 난다”고 공격해온 보수 우파 정권의 논리를 반복하는 것임도 지적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이어서 문재인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 버전의 젠더 갈등 프레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지율 지표 관리 체제의 지배와 젠더 정책과의 경쟁 헤게모니

 

그렇다면 청년 고용 할당제의 민간부문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왜 지금 젠더 갈등 프레임에 매달려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에 고용 책임을 부여하는 정책 추진에 처음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민간부문 일자리 확대에 대한 정책 비전 제시도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른바 인국공 사태)은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한국의 어떤 세대도 경험해보지 못한 취업 전쟁에 내몰려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채용이 막힌 채 공공부문 취업에 몰려들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청년 세대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등 민간부문에 막혀 있는 고용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인 대기업 신규 채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 공공부문 중 특정 사례를 시범 사례로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고용 구조 개편, 대기업 책임 강화, 경제 민주화 등 가장 시급한 대안, 청년들이 목마르게 기다려온 대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분노할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청년 고용과 관련한 경제 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했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 고용 없는 성장 비판 담론은 어느새 문재인 정부에서 뒤로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고용 문제는 대기업의 고용 책임 강화,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 정책이 아니라, 지지율 문제로 전도되었다. 이런 전도가 단지 인국공 사태의 충격 혹은 20대의 반발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전반에서 대기업에 대해 '자율'이라는 담론을 반복하고 있고 대기업에 대한 정책 담론 자체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세대 불평등, 청년 세대의 공정 감각, 20대 담론, 젠더 갈등론이다. 경제 민주화 정책 대신 젠더 갈등 프레임이 들어서는 과정은 사회 전반의 차별 구조를 개편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에서 후퇴하는 일이기도 했다.

 

젠더 갈등 프레임은 사회 전반에 걸친 평등 정책에서 후퇴하고 차별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조차 뒤로 한 채 책임을 20대 여성, 20대 남자, 페미니즘 탓으로 전가하는 전략의 산물이다. 게다가 국가 정책이 상시적인 지지율 지표 관리 시스템에 종속되면서 매번 정치인들에 의해 '문제 집단'이 만들어지고 표적이 되곤 했다. 현재 '이남자' 담론은 '이영자' 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인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는 하락합니다”라고 해서 이른바 이영자 담론이 한때 유행했다. 이후에는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5%를 기록한 것에 대해 "'여오중(여성·50대·중도)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하면서 여성과 50대, 중도를 새로운 문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영자' 담론은 2020년 4월 총선 이후에는 친여 성향 교수에 의해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라”는 발언으로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20대 남성 담론이 출현한 건 이와 같이 지지율 지표 에 집중하면서 계속 문제 집단을 표적으로 만든 일련의 뚜렷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다. <20대 남성지지율 분석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은 정부 내 문서 형식으로 2019년 2월에 등장했다. 이어서 억울한 20대 남자 담론의 '실증 데이터'로 자리 잡은 <시사인>의 20대 남자 현상에 대한 시리즈 첫호가 2019년 4월 16일에 발간, 2호에서는 "25.9%”라는 지표를 내세워서 반페미니즘적인 20대 남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이어갔다. 이 시기는 이른바 인국공 사태(2020 6월 전후)가 일어나기 전이며, 조국 사태(2019년 8월)도 일어나기 전이다. 보궐 선거 이후 대부분 미디어가 20대 남자 현상의 출발을 인국공 사태나 조국 사태로 들고 있는 건 시간 순서로도 맞지 않는다. 즉 아주 일찍부터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 예측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활용해서 지지율 문제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이십대, 영남, 자영업자, 여성, 50대, 중도층, 대구 경북 등 끝없이 '문제 집단'이 구성되고 표적이 되거나 공격 대상이 되었다.

 

<20대 남성지지율 분석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의 경우도 지지율이 낮은 20대 남성도 문제 집단이 되고 지지율이 높은 20대 여성도 문제 집단으로 규정된다. 또 무엇보다 "여당 내부에서 여성편향적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문제 집단으로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진영에 의해 구축된 20대 남성 담론은 정부, 지식인 그룹, 미디어가 연동하는 정교하고 일관된 전략 체계를 잘 보여준다. 즉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고용 문제가 경제 민주화가 아닌 지지율 문제로 전도되면서 20대 남성 담론과 젠더 갈등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젠더 갈등 프레임이 구성되는 데에는 정책 집단 내부에서의 헤게모니 투쟁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대 남성지지율 분석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은 젠더 갈등 프레임이 586세대 남성 지식인 집단의 정책 헤게모니에 대한 위기의식의 산물로 도출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 문건 크게 두 가지 점에 집중한다.

 

첫째로는 통일이나 탈냉전 기조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응에 대한 분석이다. 평창올림픽 단일팀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탈냉전 정책은 20대에게 '자기 일'로 여겨지지 않았고, 역으로 '586표 아젠다'로 치부되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반발에 부딪혔다. 또 이 과정에서 586세대 특히 이른바 '운동권 세대'가 이미 기득권이 되었다는 부정적 여론이 부상했다. 이 문건은 이런 부정적 여론에 대한 대응 전략의 산물이다.

 

흥미로운 건 공사 채용 특혜와 암호화폐 규제 등 낡은 부패와 새로운 규제가 20대 남성의 반문정서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이 이 문서에서도 지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반면, 이 문건은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바로 "여당 내부의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 편향적 정책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여성 편향적 정책에서 거리를 두라는 요구이다. 이후 언론 보도나 연구를 통해서 20대 남성의 보수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논의가 붐을 이루었다. 그 결과 586세대는 문제 집단이라는 지목에서 가까스로 뒤로 물러나게 되었고, 20대 남자가 문제 집단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또 이렇게 586세대 대신 20대 남성이 문제 집단으로 자리를 바꿈으로써, 성평등 정책은 "여성 편향적 정책”으로 치부되어버린다. 이른바 진보 진영 버전의 젠더 갈등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20대 남성 담론과 젠더 갈등 프레임이 등장한 건 정부 정책이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과 같은 민주화가 아닌 지지율 지표 관리 수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경제, 고용, 노동 등 사회 전반의 민주적 개혁을 밀고 나가기 보다 지지율 동향으로 정책을 결정하면서 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구조 개혁은 상반된 표심을 보여주는 집단 사이의 갈등 문제로 전락했다.

 

경제 민주화 대신 지지율 지표 관리가 정부의 정책 결정을 지배하면서 평등 정책은 서로 다른 집단들의 지지율 방향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전락했다. 고용 평등, 성평등 정책은 매번 갈등하는 집단들 사이의 이해 충돌 문제라며 반대하는 목소리에 묻혀 추진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속 유예하고 이를 반대 세력과 찬성 세력 사이의 갈등처럼 전도하는 것은 전형적이다. 또 부산과 서울의 단체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과 피해자 인권을 위한 조치를 유보하고 역시 찬반 세력의 논쟁처럼 치부해서 결국 대응과 책임을 회피해버린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보궐 선거는 바로 문재인 정부가 평등 정책 추진에서 후퇴해서 보편 인권의 문제를 찬반 논쟁과 서로 다른 이해 집단 사이의 갈등으로 전도시켜온 모든 문제의 총집합체이다.

 

더나아가 차별에 대응하고 차별 구조를 개혁해야할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이 '지지율'을 근거로 끝없이 문제 집단을 만들고 표적화하면서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보궐 선거 이후 정부와 정치인들이 20대 남자 차별론과 페미니즘 탓을 하면서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엄청난 증오 선동과 공격이 폭발했다. 그런데도 이른바 '진보 집단'은 여전히 지지율을 위협하는 새로운 문제 집단을 색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고용 평등, 차별 구조 개혁을 요청하는 페미니즘 정치가 민주주의 위한 유일한 희망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서로 다른 이유와 목표로 20대 남자 차별론에 몰두하고 있고, 성평등 정책의 철폐로 나아간다. 서로 다른 이유에서 출발했으나 결국 고용 구조 개혁, 재벌 개혁과 기업의 고용 책임 문제를 회피하고 있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페미니즘 선동을 활용하고 있다. 두 세력은 그런 점에서 일종의 적대적 공존 체제를 만들고 있다. 이런 적대적 공존 체제는 현재 여성, 소수자, 페미니즘을 향한 거대한 증오 선동과 차별 공격을 폭발시켰고 방치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과정을 살펴볼 때 성평등, 고용 평등, 차별 구조 개혁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일관되게 요청하는 페미니즘 정치야말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거의 유일한 정책 대안이다. 대기업과 재벌이 만들어놓은 고용 차별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어떤 고용 평등도 실현 불가능하다.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는 타오르는 증오 선동에 대응할 방안이 없다. 오늘날 페미니즘 정치가 주장하는 고용 차별 개혁,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가가 방관하고 있는 한국 사회 경제 민주화와 정치적 평등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이제는 개혁과 거리가 멀어진 과거의 '진보 세력'이 페미니즘을 '과도하게 급진적'이라고 느끼는 건 어쩌면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오늘의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페미니즘 정치만이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위한 대안이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절체절명의 현실인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s://www.pressian.com/pages/author/10069" rel="nofollow">클릭https://www.pressian.com/pages/search?sort=1&search=%EC%8B%9C%EB%AF%BC%E... rel="nofollow">)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금, 2021/06/0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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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살펴보는

지자체 성인지예산 현황과 순위

 

집행총액 3년간 60% 증가

여성친화도시 중 예산 하위권도 많아

 

서호성 책임연구위원

 

 

202038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를 활용, 지방자치단체 성인지예산 금액 및 세출액 대비 비율, 집행률, 증가율, 순위 등을 살펴본 결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성인지예산 집행총액이 2016~201860% 증가했다. 예산은 2019년 당초예산이고 결산은 2018회계연도다.(2020년 당초예산은 4, 2019년 결산은 10월 지방재정365 게시)

20181231일 현재 여성가족부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한 87개 지방자치단체들의 성인지예산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부 여성친화도시들의 성인지예산 비율이 오히려 일반지자체보다 낮은 경우도 많았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성인지예산서 작성기준을 지키지 않은 마구잡이 성인지예산 편성에 대한 문제 및 사례는 다음에 별도로 다룬다.

 

 

(1)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결산. 성인지예산 집행총액 결산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6(82,132억 원)부터 2017(174,460억 원), 2018(21314억 원) 3년간 연평균증가율이 60%에 달한다. 세출총액 대비 성인지예산현액(예산액+전년도이월액 등) 비율도 20163.28%에서 20187.14%로 두 배 이상 커졌다.

 

(2) 각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본예산(당초예산)으로 성인지예산 변화를 살펴보면, 2015~2019년까지 세출예산총액이 8.33% 증가할 때 성인지예산액은 14.11% 증가하여 성인지예산비율은 20155.78%에 비해 20197.11%1.33% 높아졌다.(금액으로는 99,596억 원)

 

(3) 광역지방자치단체의 2018년 결산 결과 성인지예산 비율은 경남본청이 14.03%로 가장 높았고 울산본청이 11.55%로 두 번째로 높았다. 충북본청이 2.12%로 가장 낮았고 부산본청이 2.62%로 두 번째로 낮았다. 집행액 비율도 성인지예산 비율과 같은 순위였다. 제주본청과 세종본청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곳임에도 불구 성인지예산 비율과 집행액 비율이 낮았다.

 

 

 

(4) 2019년 당초예산으로 보면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성인지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남본청으로 16.59%였고 충북본청(12.93%)과 울산본청(12.03%)이 그 뒤를 이었으며, 강원본청(2.51%)과 세종본청(2.54%)이 가장 낮았다. 충북본청은 2018년 결산 때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가 2019년 본예산(당초예산)에서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5) 전국 기초 시 가운데 2018년 결산결과 세출총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남양산시로 18.78%였고 경기김포시(17.72%)와 전남광양시(17.21%)가 뒤를 이었다. 집행액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광명시로 1.51%였고 경기부천시(1.69%), 경기과천시(1.72%), 경기광주시(1.75%)1%대의 집행률을 보였다.

특히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은 곳(20181231일 현재) 가운데 성인지예산집행비율이 40위권 밖으로 벗어난 지자체()는 경기광명시, 경기부천시, 경기수원시, 충남보령시, 강원원주시, 강원강릉시, 전부김제시, 충남당진시, 경북포항시, 경기시흥시, 경북경산시, 충남논산시, 경기양주시, 충남아산시, 강원동해시, 충남서산시 등이다.

 

 

(6) 2019년 당초예산으로 보면 기초자치단체 시 중 성인지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김포시로 19.76%였고 전남광양시(16.49%)와 전남여수시(16.12%)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시흥시가 0.92%로 가장 낮았고 경기과천시(1.06%), 강원삼척시(1.38%)도 매우 낮았다. 특히 경기시흥시는 여성친화도시인데도 성인지예산 비율이 꼴찌다.

 

 

(7) 전국 기초 군 가운데 2018년 결산결과 세출총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충남예산군으로 16.13%였고 인천옹진군(16.03%)이 뒤를 이었다. 집행액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기장군으로 0.86%에 불과했고 경북칠곡군(1.15%)과 강원정선군(1.23%)은 여성친화도시이면서도 매우 낮았다.

 

 

(8) 2019년 당초예산으로 보면 기초자치단체 군 중 성인지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함평군으로 32.29%였고 전남화순군(22.04%)과 전남강진군(13.92%), 전남완도군(13.91%)이 그 뒤를 이었다. 부산기장군이 0.86%로 가장 낮았고 경북의성군(1.29%), 강원평창군(1.45%), 강원정선군(1.49%)가 그 뒤를 이어 낮았다. 강원정선군은 여성친화도시다.

 

 

(9) 전국 기초 구 가운데 2018년 결산결과 세출총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동구로 35.79%였고 인천부평구(21.71%)와 대구달서구(19.72%), 서울중랑구(19.02%)가 뒤를 이었다. 집행액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송파구로 0.63%에 불과했고 대전대덕구(1.17%), 서울금천구(1.31%), 서울마포구(1.56%)로 매우 낮았다. 특히 서울송파구와 대전대덕구, 서울마포구는 여성친화도시다.

 

 

(10) 2019년 당초예산으로 보면 기초자치단체 구 중 성인지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동구로 42.8%였고 광주남구(33.05%)와 울산북구(32.56%)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송파구가 0.72%로 가장 낮았고 부산영도구(1.07%), 대전중구(1.32%), 서울영등포구(1.51%)로 매우 낮았다. 서울송파구와 부산영도구, 서울영등포구는 여성친화도시다.

 

 

(11) 한편 20181231일 현재 243개 지자체 가운데 87개가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여성친화도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제주본청과 세종본청 2개만이 특별광역시도이고 나머지 85개는 기초지방자치단체다. (3) (4) 제주본청과 세종본청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곳임에도 불구 성인지예산 비율과 집행액 비율이 매우 낮았다.

 

 

(12) 여성친화도시들(기초) 가운데 세출총액 대비 집행액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부평구로 21.71%였고 대구달서구(19.72%), 경남양산시(18.78%)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송파구는 0.63%, 경북칠곡군 1.15%, 대전대덕구 1.17%, 강원정선군 1.23%로 성인지예산집행비율만 보면 이름만 여성친화도시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13) 여성친화도시(기초) 가운데 2019년 당초예산에서 성인지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남구로 33.05%에 달한다. 경기김포시(19.76%)와 광주광산구(17.19%)가 그 뒤를 이어 높았다.

역시 서울송파구가 0.72%로 가장 낮았고 경기시흥시(0.92%), 부산영도구(1.07), 강원정선군(1.49%)도 매우 낮았다.

 

 

 

 

 

 

 

 

 

 

 

 

 

화, 2020/03/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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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1/03/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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