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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정치화’가 빚은 비극 [동아 시론/홍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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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정치화’가 빚은 비극 [동아 시론/홍종호]

admin | 화, 2021/03/02- 23:30

영남권 신공항 논쟁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선거를 앞두고 국책사업을 들고나오는 정치권의 고질병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공항과 같이 조 단위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은 통상 대선 공약으로 등장한다. 이번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은 자치단체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격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덕도 신공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권 인사는 특별법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난 30여 년간 이 땅에서 벌어진 무리한 국책사업 추진의 폐해를 그토록 봐 왔으면서도 우리 국민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국책사업을 미끼로 표를 챙기려는 정치꾼의 발호를 막는 유일한 길은 유권자의 깨어 있는 의식임을.

영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정부가 화두를 던진 이후 여야 대선 후보들을 통해 예외 없이 등장한 단골 공약이다. 2016년 해외기관 입지 평가를 끝으로 논란이 종식될 거라는 기대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할 때 종종 등장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정치 과잉화가 또다시 입증됐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보수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개발사업을 밀어붙이고, 진보는 ‘지역균형’을 이유로 개발사업을 정당화한다. 남이 하면 망국적 토목사업이라고 욕하고, 내가 하면 경제와 지역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변한다. 정치인은 잘 포장한 국책사업이 표 획득에 둘도 없는 효자라는 사실을 직간접 경험칙을 통해 온몸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 책임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

가덕도 신공항 논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왜 국책사업이 필요한가? 사업 타당성은 무엇에 근거해야 하는가? 현 대한민국 발전 단계에서 국책사업은 얼마나 중요한가?

과거 개발연대 시기에는 국책사업을 통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SOC는 경제 주체의 생산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산업 파급력을 지닌다. 대표적인 예가 1960년대 후반 추진한 경부고속도로다. 당시 국제기구 등에서는 한국의 미미한 경제 규모에 비추어 대규모 고속도로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10% 가까운 경제성장률과, 20세기 후반 고속도로 확충이라는 세계적 경향성을 고려할 때 고속도로 건설은 투자 위험을 감수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차로 16시간 걸리던 울산∼서울을 6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성장률 2%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반면 도로와 공항을 포함한 어지간한 사회간접자본은 과잉 투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제한된 재원으로 무엇을 위해,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신중히 따지는 것이 마땅하다.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경제성 확보 여부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에 비용 대비 편익을 검증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혹자는 경제성 분석은 경제 규모가 크고 사람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사업에 유리하다고 비판한다. 또한 50년 후 미래를 어찌 알 수 있느냐며 편익 계산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정책적 분석을 통해 경제성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역균형발전이나 환경 및 사회적 가치 등 정량화하기 힘든 지표를 고려해 사업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경제성 분석은 미래 편익 추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제를 마련하고 있다. 위험(risk)을 감안한 편익 계산이나 민감도 분석을 통한 편익 범위 설정이 가능하다. 만약 편익보다 비용이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온다면 사업 규모 변경이나 대안 사업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접근이다.

현재 발의된 신공항 특별법에는 경제성 분석을 면제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지난 20여 년간 학계의 집단 지성이 만들어 낸 예비타당성조사 이유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행위다. 꼭 그래야 하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항공 운항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비대면 방식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영구 정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항공 운항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 흐름을 읽고 용기 있는 선택과 결단에 머뭇거리지 않는 진정한 큰 정치인을 보고 싶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동아일보> 2020년 12월 1일 자 [칼럼]

출처 : ‘국책사업 정치화’가 빚은 비극 [동아 시론/홍종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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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9일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김판수 위원장)가 ‘경기도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부결했다. 경기도 금고 선정 배점 기준에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과 기존 석탄발전 투자금 회수 계획 수립 및 이행 여부, 국제적인 기후금융 이니셔티브 가입 현황을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배점’을 추가한 안이었다. 금고 지정 경쟁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기후위기 극복에 함께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했다. 시민사회와 경기도가 합의한 것이었다. 이를 경기도의회는 백지화했다.

기후위기 극복은 코로나19 못지않게 뜨거운 세계적 이슈이고 시대적 과제이다.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탈석탄)은 기후위기 극복 실천의 큰 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9월 ‘탈석탄 동맹’ 가입과 ‘탈석탄 선언’을 통해 금고 지정 시 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확대 관련 투자 항목을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점차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 계획을 천명했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화석연료 산업 금융지원 제한” 등을 담은 ‘녹색금융촉진법’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시대의 물길을 도의회는 거슬렀다.

도의회를 고발할 일은 또 있다. 지난달 23일 도의회는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해당 조례는 상위법인 ‘환경영향평가법’ 42조와 ‘경기도 환경기본 조례’ 제17조에 따라 경기도의 지역 여건을 고려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건강하고 쾌적한 도민의 생활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취지를 개정안이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시민사회는 판단했다. 경기도와 경기연구원 역시 일부 개정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그럼에도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장동일 위원장)와 경기도의회(장현국 의장)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도의회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세계 각국과 우리 정부,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탄소중립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의회 차원의 논의는커녕 각 금융기관마저 동의하고 움직이고 있는 ‘탈석탄 금고 조례’를 부결함으로써 기후위기 극복 노력을 저해했다. 경기도민의 환경권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침해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일부 개정안과 관련하여 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길 바란다. 법과 원칙을 위배하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한 경기도의회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은 도의회가 환경악당이요 기후악당임을 자인한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하길 바란다. 경기도의원 141명 중 132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회 대표단은 책임 있는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 경기 시민사회는 도의회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마음이 씁쓸한 가운데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한·일 청소년들이 담담히 한·일 기업과 은행에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었다.끝부분에는 그레타 툰베리의 응원도 나온다. “캠페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여러분은 매우 용감하다. 부디 멈추지 마라. 침묵하지 마라. 모든 이들을 위한 싸움에 감사드린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투자하는 우리 정부와 은행, 경기도의회의 악행과 달리 풋풋한 환경운동가들의 정의로운 외침에 고맙고 부끄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 정한철 경기환경운동연합 활동국장 / <한겨레> 2021년 3월 2일 자  [왜냐면] 섹션

출처: [왜냐면] 경기도의회를 기후·환경 악당이라 부른다 / 정한철 <한겨레> (바로 가기)

 

화, 2021/03/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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