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58.2조원, 그린뉴딜, 73.4조원, 안전망 강화 28.4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부가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그린뉴딜 사업 계획 수립하고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들을 살펴보면 탄소중립이나 생태계 복원 등의 과제들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에 시급한 대응을 위해 즉시 추진 가능한 사업들로 구성하다보니 기존 사업들을 확대해 나열한 것들이 많다. 또한 그린 뉴딜 사업 추진으로 기존 계획의 변경이나 필요한 제도개선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그린뉴딜 사업에 42.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는 만큼 계획에 대한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집행을 위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공공시설의 제로에너지화, 스마트 그리드 구축,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치 지원,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필요한 사업들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대부분 제도개선이나 환경규제가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예산을 지원한 만큼만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전기차 보급의 경우에도 더 큰 효과를 내기위해서는 내연기관차 퇴출을 위한 구속력있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나 내연기관차 등록금지 등의 법제화가 필요하며 경유세 인상 등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과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부합하는 목표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계획에서는 2025년 재생에너지를 42.7GW로 확대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26년 38.8GW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신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7기 용량이 7.3GW에 달하는 상황과 비교해보면 이 정도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그린 뉴딜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다. 더 과감한 재생에너지 확대로 목표 수정이 필요하며,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이익 공유화 제도 등 그동안 미뤄왔던 제도개선을 함께 서둘러야 한다.
유럽의 경우 그린딜의 일환으로 2030생물다양성 전략을 마련하고, 기후위기와 covid19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해야 할 필요성과 잠재적이고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2030 전략에 따라서 육지면적의 30%와 해역의 30%를 법적으로 엄격히 보호하고,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25,000㎞의 강을 흐르도록 복원하며, 혼획 등 해양의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어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판 뉴딜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큰 틀의 비전 없이 발표된 생태계, 도시숲 사업 등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을 기계적으로 조합해놓은 수준이다. 도시숲 630ha 조성은 6.3㎢에 불과하며, 이는 7월 시작된 도시공원일몰로 인해 훼손위기에 처한 공원 158㎢, 3기 신도시로 인해 훼손될 327㎢,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해제 149㎢에 견주어보면 얼마나 초라한 계획인지 알 수 있다. 생활밀착형 숲 216개소 등의 사업 역시 일몰공원 대상 4,421개에 견주어 생각하면 과연 그린 뉴딜이라고 할 만한 사업인지 의문이다. 보다 기본적인 원칙에 근거해서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 복원 등의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물분야 역시 생물다양성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비전이 없다보니 국가하천 등의 원격제어, 스마트상수도/하수도, SOC 디지털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8년 4대강사업을 주력으로 추진했던 녹색성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4대강 등 하천 생태계 복원에 대한 철학을 담았어야했다. 전국의 29,783㎞의 하천에 33,842개의 횡단 구조물이 강의 흐름을 막고 있고, 이 중 최소한 3,826개의 용도를 상실한 보 철거가 가능하지만 최소한의 하천복원 지향점조차도 담지 않은 것이다.
해양분야에서 유일하게 포함된 갯벌 4.5㎢복원 역시 전체 갯벌면적 대비 0.2%수준이며, 여전히 너무나 많은 갯벌이 매립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실망스러운 계획이다. 해양생태계의 전반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갯벌 전체에 약 2500만개의 폐막대기/폐그물 제거, 해양 침적쓰레기 수거, 아이치타겟 이행을 위한 해양 10%보호구역 설정, 연간 2천마리에 이르는 해양포유류 혼획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와 시장 모두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생활 안전 강화와 직결된 유해화학물질과 탈플라스틱 포함 자원순환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 반복되는 화학사고에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에서 유일하게 내놓은 계획이 A·I 드론 기반 유해화학물질 유·누출 원격모니터링 체계 구축(15개소)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반영했는지 의문”이라며, “사업의 타당성과 실제 효과성을 충분히 검토하여 반영한 계획이라고 보기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해화학물질의 유·누출의 유동성을 보기 위한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A·I 드론으로 측정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유해화학물질의 유·누출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람 키 높이에 맞게 하는 것이 공정한 시험법으로, 화학공장에 섣불리 드론을 투입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학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서 ‘특정대기유해화학물질 측정망 부족으로 측정 분석치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는 만큼, 유해화학물질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은 유해화학물질 측정망 인프라 구축 및 확대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사업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화학사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장 인력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장 안전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더욱이, 한국판 뉴딜에 자원순환 또는 탈플라스틱 전략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 플라스틱 등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쓰레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매우 크다. 2018년부터 EU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자원효율적인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순환경제 전략을 채택하고 탈플라스틱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자원순환과 탈플라스틱에 대한 정책 제시가 전혀 없다는 점은 정부의 환경 인식 부재의 심각성과 정책적 빈곤 및 철학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담긴 그린 뉴딜이 코로나 19 위기를 극복하면서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고 망가진 생태계를 제대로 복원하는 사업으로 잘 추진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목표와 비전부터 그린뉴딜에 부합하도록 더 과감하고 분명하게 보완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세부적인 과제 역시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들로 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끝>.
2040년 예상 평균가동률 22% 석탄발전, 2045년까지 가동 제안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한국을 기후악당으로 만들기 위한 기구인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에는 석탄발전 퇴출 연도를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제로)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45년까지도 석탄발전이 존속할 가능성을 제안한 것이 대단히 실망스럽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검토 결과에 의하면 재생에너지 3020 목표 […]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등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이제는 이들의 공언을 실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말로만 떠들어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탄소단일세 체계와 이의 수입관세의 도입 등 조세정책을 통하여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행위에 대하여 과감한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뉴욕 – 중국이 지난 9월에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이어, 일본과 한국 등이 유사한 계획을 공개하였다. 이러한 실행약속이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가운데 이루어진 점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국제적 지도력에 대한 지정학적 경쟁의 과정으로 이를 축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인 제로-게임이 아니다. 국가에 따라 정치적 야심을 강화하려는 경쟁이 설령 개입한다 하더라도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핵심은 정치적 약속을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며, 최근 일련의 약속들을 실천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각자 제시한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국가들에게 합당한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탄소배출량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2021년에 상황이 제자리로 되돌아가면 팬데믹의 이전처럼 온실가스배출가스GHG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제때에 효과적으로 그리고 공정한 방식으로 배출가스량을 줄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미국은 향후 십년 안에 인구 일인당 배출량을 현재 중국의 20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즉, 미국인 일인당 매년 온실가스 배출양은 현재 18톤 수준인데 이를 8톤으로 줄어야 한다).
독일 역시 현재 중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80% 수준 이하로 줄여가야 하며 (일인당 매년 배출량을 10톤에서 6톤으로 감소시켜야), 중국의 경우에는 향후 십여 년 동안 현재의 배출량을 동결한 이후 약속한 시한 안에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최대 온실가스배출국가(전체의 25%)라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상기의 주장이 엉뚱하게 들릴는지 모르겠다. 총량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이 가장 많은 량을 배출하고 뒤이어 미국이 뒤따르고(12-3%)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인당 배출량으로 계산해보면 독일인 일인당 탄소의 평균배출량이 중국인 평균보다 80%이상 많고, 미국인들이 남기는 탄소 흔적량(footprint)은 중국인 평균의 200%에 달한다.
아래의 표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중간 간의 1995-2015년 동안 측정된 일인당 온실가스배출(GHG) 및 탄소소비량을 보여준다.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사실은 단순히 매년 발생하는 배출량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축적되는 누적량에 의하여 기후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GHG는 대기 중에서 아주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에, 산업혁명이후 누적되어온 배출량, 특히 1900년 이후 발생총량이 예건데 2018-2020년 간에 발생한 배기량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이렇듯 누적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이 그동안 발생시킨 총량은 다른 모든 국가들이 배출총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동시에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의 일부는 아래의 3가지 이유를 근거로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고자 하지 않는다.
첫째는 중국이 최대의 배출국가라고 서방의 정치인들과 미디어들이 떠들어 대면서 전체적인 진실을 가리고 있으며,
둘째는 유럽과 미국이 중국을 위시한 개발국가군보다 미세먼지를 통제하는 일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세먼지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배출GHG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되며,
마지막으로 대체로 부자 국가들이 소비를 통하여 탄소를 훨씬 많이 배출한다. 다시 말하면 이들의 생활방식이 자신들 국내소비를 통하여 다량의 탄소를 유발하면서도, 실제로는 배출가스를 현지발생이라는 형태로 이들 국가에게 수출하는 다른 나라들에게 이전시키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이 탄소를 배출시키는 수입무역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더욱이 무역적자를 시현하는 나라일수록 이에 대한 책임이 높다. 미국이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은 다른 국가들의 개인별 국내소비 탄소배출량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많은(강제적 실효성이 부족한) 파리기후협약을 극복하려면, 그리고 트럼프라는 미합중국 대통령 때문에 잃어버린 4년의 시간을 보상하려면, 이제 새로운 강제규약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의 도입이 필요하다.
출발점으로 늦어도 2050년까지 단순히 탄소배출량뿐만 아니라 탄소소비량에서 탄소-중립성을 성취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2050년 이전에 라도 가급적 조속히 성취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현재의 중간소득 국가군들에게는 10년이라는 시간을 유보하여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실천해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들 국가군에게는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라는 실행은 소비라는 측면보다는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가일층 부담을 지니게 된다. 빈곤국가들에게는 같은 논리의 연장에서 2075년까지 탄소중립을 시현하도록 허용하고 기술적 금융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개별국가 단위로 자발적인 규범으로 시행하는 것이 기대하지 말고, 이를 실천하도록 강제규약을 적용해야 한다. 우선 경제적으로 앞선 국가군인 유럽 북미 중국 일본 한국 등에 대하여 탄소배출에 대한 국내세와 탄소수입관세를 보편적인 단일구조로 적용하여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이에서 형성되는 재원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개발에도 투자해야 한다.
탄소수입관세는 탄소유발 수출품목에 대하여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중국 등에게 최근에 공언한 기후약속에 대하여 대가(비용)를 치르게 할 것이다. 완화된 환경기준으로 수출하는 개발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약조한 기후약속을 더욱 실천적으로 이행해 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미국과 중국(전체의 37-8% 비중을 차지한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수입과 소비과정에서 적용되는 무역탄소관세 시스템이 지구적으로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바이든이 당선되고 중국당국이 기후에 대한 약조를 선언한 만큼, 이제 세계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도전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계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이를 꽉 잡아야 한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12-17.
Shang-Jin Wei
아시아은행의 수석경제분석가 출신으로 현재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의 금융경제학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공공정책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데다 유엔 기후협약에 따른 장기 대응계획 제출 시한이 도래하면서 주요국은 잇따라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앞서 탄소중립을 발표한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 일본, 한국 정부도 각각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늘리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로, 유엔은 1.5ºC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각국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새롭게 대통령에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파리협정 재가입과 같은 공약을 중점 과제로 이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내 행정명령이나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의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통해 트럼프 정부에서 후퇴된 기후 정책을 촉진하고, 주요국 정상 회담 개최를 통해 국제적 대응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경주의 신호탄이 울린 가운데 ‘파리협정 이행 원년’을 맞은 올해는 구호나 선언을 넘어선 행동과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목적지는 설정됐지만, 그곳에 도달할 경로와 수단은 불투명하고 역량과 기반은 미흡한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올해 주목할 세 가지 주요 과제로는 단기 중간 목표 강화, 정책 구체화와 개혁, 입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단기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가장 우려스러운 문제는 이른바 탄소예산의 빠른 고갈이다. 탄소예산이란 특정 수준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예산에 빗댄 용어이다. 고공행진 추세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탄소예산은 이미 고갈 상태이다. 2019년 기준으로 탄소예산은 약 340기가톤(GtCO2)으로,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한다면 1.5ºC의 지구 가열화를 막기 위한 탄소예산은 불과 8년 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탄소예산이라는 렌즈로 기후위기를 바라본다면, 30년 뒤 최종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빠른 탈탄소화를 통해 총 누적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최종 목적지만큼 중간 목표와 경로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가령, 2040년대까지 높은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50년 즈음에서야 온실가스를 단기간 내 제로로 줄이는 경로를 가정한다면, 이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겠지만, 대기와 해양에 한계 이상으로 포화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위기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재앙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사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이 수립한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현실이다.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사 달성하더라도, 지구 온도는 파리협정의 목표인 1.5~2ºC를 훌쩍 넘어선 3ºC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은 5억3천만 톤으로, 2010년 대비 18% 줄이는 수준이다.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이 1.5ºC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소 45%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해달라고 각국에 주문한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3억 톤 미만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는 목표가 야심차며 이조차 달성이 쉽지 않다고 호소해왔다. 2015년 수립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해 진전된 목표를 제출해달라는 유엔의 권고에도, 결국 지난해 말 한국 정부는 기존 목표를 그대로 제출했다. 하지만 국내외 비판을 의식했는지, 정부는 2030년 목표를 2025년 이전에 ‘조속히 상향’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2030년 목표를 상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예산이 급속히 고갈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계속 미루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고 당장 5년, 10년 동안 확고한 탈탄소 경로로 진입하도록 사회적 압력과 행동을 형성하는 게 관건이다.
두 번째,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단기적으로 탈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정책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탄소중립이 아직 선언적 수준이며 이를 달성할 구체적 정책과 계획은 만들어 가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대통령 연설이나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전략 문건에서 이런 고민을 읽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신년사에서 “정부는 그동안 우리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를 추진해왔”다면서 “그 노력을 확대하여 올해 안에 에너지와 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정부 부처합동으로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는 새로운 정책 과제가 제시되기보다는 전반적 기조와 방향에 대한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여전히 모호하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읽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를 추진하며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했지만, 석탄발전 퇴출 계획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은 제시했지만,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여전히 빠르게 늘어나는 내연기관차에 어떠한 강화된 규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은 없었다. 탄소가격 신호를 강화하겠다는 방향도 원론적인 수준으로 반복되는 데 그쳤다.
그나마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이 포석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조정, 전기요금 개편,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석탄발전 종료 시점과 같이 그간 정부가 산업계 반발로 단행하지 못 했던 여러 개혁 과제에 대해 정책 제안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권고안을 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의 권고안을 검토해 어떻게 정책화할지는 정부의 몫으로 넘겨졌다.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고 환경비용을 고지하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권고안의 일부가 실현됐지만, 나머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국가기구환경회의 권고안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석탄발전 퇴출 목표가 2045년으로 제안됐다. 이번 정책제안이 선언한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탄소중립 녹색경제・사회로의 전환’을 구현하려면 석탄발전의 퇴출은 2030년으로 앞당겨져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제안을 ‘최대’가 아닌 ‘최소’의 제안으로 인식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보다 전향적인 정책 수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이해당사자를 설득할 계획이나 정책 의지를 정부에 기대하기 어렵다. 석탄발전 축소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대신 ‘원자력과 천연가스 보완적 활용’이 제시된 대목도 매우 문제적이다.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기후위기 대응 자칫 잘못된 해법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의 활발한 개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10년 전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방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실패했다. 당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5억4천3백만 톤으로 감축하겠다고 설정했지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2019년 현재 7억2백만을 기록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그나마 최근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둔화된 원인은 경제 위축과 인구 감소의 영향이지 정책 노력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정책 계획에서는 석탄발전을 늘리고 경유차 진흥 대책을 추진하며 선언에 역행하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2009년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무기력했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후퇴시키는 등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감추는 근거로 전락했다. 녹색성장법은 산업계 중심의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둔 반면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 규범화, 지속가능 발전, 불평등 완화와 같은 요소에 대한 정책 고려는 약화됐다. 녹색성장법을 폐기하는 대신 새로운 기후위기 대응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따라서 파리협정에서 정한 지구온난화 1.5˚C 방지와 이를 위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하고 기후위기 극복의 필요성, 탈탄소 사회경제 구조의 전환,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한 규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법제화가 요구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이 국정 운영 전반에 주류화되어 있지 않고, 에너지, 산업, 교통, 건물, 농업 등 정책과의 정합성이 매우 약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하위법과 하위계획에서 탄소중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상위법이 마련돼야 구조적 전환이 가능하다.
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대표발의), ‘탈탄소사회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정의당 심상정 의원 대표발의) 등 법안이 발의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법제화, 탄소중립위원회와 기금 설치, 구속력 있는 이행 체계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2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고 6개월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 아울러, 법안에 따르면 발효 이후 1년 내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기후위기대응기본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재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은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
이외에도, 원전과 석탄발전의 조기 폐쇄나 건설 포기에 대해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지원법안’, 탄소중립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반환경 기업에 대한 금융을 제한하는 ‘그린뉴딜 금융촉진 특별법안’ 등 제출된 기후 법안들이 제대로 정책화되고 이행되도록 주목과 개입이 요구된다.
지구전역에 적용하는 탄소세는 기후위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기본적 해법이다. 동시에 세계탄소은행(World Carbon Bank)를 설립하여 이의 지침에 따라 선진국가들은 개발국가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재정적 지원과 기술적 전문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케임브리지 –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이 기후변화에 대하여 새롭고 이성적인 접근을 선언한 지금이야말로, 세계탄소은행을 설립하여 개발도상 국가군들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고 기술을 이전할 적기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의하면, 향후 20년 탄소배출의 순수 증가량은 신흥국가군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최근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다짐을 한 것은 세계탄소의 생산량과 사용량의 반을 차지하는 국가로서 매우 분별력있는 결정이었다. 인도 역시 태양에너지를 열심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발전은 풍부한 석탄 부존량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에 파리기후협약이 이루지긴 하였지만, 세계적 차원의 신규에너지 투자에서 신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수준으로 5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며, 현재 풍력과 태양광은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겨우 8%를 충당하고 있다. 국제에너지 기구의 예측으로는, 화석연료기반의 현존 발전소를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운용을 허용하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의 온도에서 섭씨 1.7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당장에라도 개발국가들에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격려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접근 방식은, 탄소세를 일단 보류한 채, 수입국가들에게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방식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신임재무장관인 Janet Yellen이 회원으로 있는 기후지도자회의(climate-leadership-council) 역시 이를 지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탄소세(유럽이 제안하는 탄소가격체계는 매우 서툴다)의 개념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탄소를 배출하고 소비하는 행위자들이 지구라는 공유재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도입하려 해도, 현재 시점의 개발도상국들은 탄소배출을 해결할 재원도 기술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선진국가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배경에는 자신들의 생산공장을 신흥국가들에게 이전하여 그곳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석연료 발전소의 조업수명은 대략 50년 정도이며 선진국가들의 발전소 평균나이는 43년인데 반하여, 아시아 지역의 발전소 평균연령은 겨우 12년에 불과하다. 인도와 중국의 경우에는 석탄이 몇 안되는 가용자원인 탓에 석탄발전소의 조업을 중단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아프리카의 경우, 전기의 접근이 어려운 인구 숫자가 팬데믹 상황에서도 여전히 6억 명에 달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야심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역량의 격차는 지구북반부에 위치한 부국들과 지구남반부에 있는 빈국들의 재력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작년 이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가들은 GDP 평균 16%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신흥국가군들은 6% 그리고 개발도상국가군에서 겨우 2%만 지출할 수 있었다고 IMF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커다란 격차는, 향후 몇 년 안에 발생할 개발도상국가들의 부채상환 부담에 팬데믹 관련비용까지 겹쳐진 것으로 감안하면, 지구적인 탄소중립화 계획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구단위의 탄소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지만, 선진경제권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채찍이 아닌 당근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세계탄소은행을 설립하여 이의 지침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재정을 지원하고 기술적 전문성을 공유하는 실제적 관행의 형태를 실천해야 한다.
세계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그리고 지역별 개발기금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이들은 자신의 고유 업무영역을 가지고 있어서 기후위기라는 도전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반면에 정부간 지원이 기후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하는 그룹들은 경제적 성과에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은 정부소유 기업들이 대체로 석탄산업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간 지원이 중요하다).
자기중심적인 선진경제권이 개발도상국가군을 돕기 위해 자신의 소유를 표기한 거대한 재정지원, 연간 1000-2000억 달러규모를 흔쾌히 집행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나 낙관적이지 않을까?
코로나-19에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40개국의 빈국들에게 부채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G20 그룹이 제공한 금액은 겨우 수십억 달러에 불과하였다. 반면에 이들 부국들은 자신의 국민들을 위해서는 수조 억 달러를 지출하였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가능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탄소세와 탄소가격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긴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기후위기의 상황은 너무나 절박하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유럽과 미국 등이 이에 함께하는 것은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NIMBY(not-in-my-backyard, ‘내뒷마당은 안돼’)방식의 환경보호운동으로는 기후위기라는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선진국가들은 개발국가군들을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1-01-06.
Kenneth Rogoff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교수로 공공정책분야의 전문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니면서 2001-2003년 간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담당임원 겸 수석경제분석가를 역임했음
10일 취임 4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특별연설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특히 당면한 위기들과 책임을 강조했다. 남은 임기동안 헌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연설문에는 위기가 25번이나 등장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대유행부터 경제 문제까지 무수한 나열속에서도, 정작 환경위기에 대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를 탄소중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니며,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일으키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신기술 만능주의 혹은 업계의 관점이 과도한건 아닌지 걱정되는 면이 있다. 저탄소 정책의 실현을 위해 산업구조 재편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그린뉴딜이 우리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도 막대함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행과정 또한 정의롭게 이뤄져야 하며, 약자의 희생과 불평등을 키우는 방식을 반복할 수는 없다.
요즘 분야를 막론하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ESG와 탄소중립이다. 이들을 단순히 새로운 포장지로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유감스럽게도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비상식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다. 멀쩡한 나무들을 베겠다는 산림청의 무모한 계획이나, 최초의 탄소중립 신공항을 운운하는 게 대표적이다. 누구의 이익을 위한 탄소중립인가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정어린 사과부터 해야했다.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 바랬던, 새로운 국가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4월 재보선을 의식해 급하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급히 통과시켰다. 반대하는 주무부처의 의견을 꺽는듯한 과정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원칙과 신뢰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진행중인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2017년 8월에 보여준 진정성은 이제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심지어 그 이후 올해 연설까지 가습기참사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SK와 애경 등 가해기업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더구나 환경부의 의중에 따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권이 사라지고 말았다. 재발방지를 위한 화학안전정책은 기업들에게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대조적으로 기업과의 소통강화와 규제혁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어는 연설문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현 정부는 유독 환경현안에 대해서는 4년째 뒷걸음만 하고 있다.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하는 4대강은 여전히 녹조를 걱정해야 한다. 핵발전소는 안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결정까지 부각되었다. 이런 우리의 현실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넘을 생태적 전환과, 정의로운 탄소중립 실현은 마치 달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남은 1년동안 무엇을 할것인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담은 캐치프레이즈에 환경위기는 예외인가? 우리는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결실과 희망을 보고싶다.
요즘 TV를 틀면 많이 나오는 소식은 코로나19나 대선 관련한 것이다. 그런데 부쩍 늘어난 뉴스와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기후위기, 탄소중립, 쓰레기 관련 뉴스들이다. 급기야는, 예전에 공익광고에서나 봤을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일반 기업 광고에 나오고 있다. 배우 이승기가 쓰레기를 줍고 자동차 회사 볼보의 광고에서는 빙하가 녹는다.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기후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이 ‘대세’가 된 모양이다. 이제는 기후위기, 탄소중립에 대해서 모르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개념부터 쉽지 않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여기서 하나 하나 풀어가 보자.
우선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하면 ‘이산화탄소와 탄소는 다른거야?’라고 묻는다.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그래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생각해도 되겠다. 그리고 지구를 뜨겁게 하는 온실가스가 있는데, 온실가스 중에는 메탄 등도 있지만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다. 그냥 탄소, 이산화탄소, 온실가스를 다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쉽겠다. 어쨌건 탄소,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이야기다. 그럼 ‘중립(中立)’은 뭐야? ‘제로(Zero)’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탄소 배출을 전혀 안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무가 흡수하거나 포집기술로 포집할 수 있는 정도만 배출해서 결과적으로 순배출이 ‘0(Zero)’이 되는 상태를 ‘탄소중립’이라고 한다. 어쨌건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소제로’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넷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럼 기후위기는? 탄소,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게 되고 기후가 변하는데 이걸 기후변화라고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폭염, 폭우, 폭설 등의 기상이변으로 심각한 재난과 위기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여름이면 폭염이 일상이고 작년에는 50일 넘는 장마로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전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2019~20년 호주에서는 반년 가까이 산불이 이어져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었다. 또한 작년에는 시베리아에서 산불이 계속 발생했고, 베르호얀스크라는 지역은 6월 기온이 영상 38도까지 올랐다. 이곳은 겨울 최저기온이 영하 68도까지 니려갔던 곳으로 겨울과 여름 온도 차가 100도 이상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하다가는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수십년 내에 침수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안가에 도시들이 많은데, 예외가 아니다. 결국, 기후위기는 우리 후손들이 겪을 일이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들이 현재 겪고 있는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금처럼 석탄, 석유, 가스를 계속 쓰다가는 인간의 생존마저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기후위기가 아무리 심해져도 지구는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는 태양이 존재하는 한 지구온난화로 어떻게 되지 않는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후 1도 정도 올랐다. 1도 올랐는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다. 그런데 지구온도가 6도 오르게 되면 인간을 포함해서 지구상의 생물들이 대부분 멸종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는 멀쩡할 것이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는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위기’지 지구의 위기는 아니다. 특히 인간종을 제외한 다른 생물들은 인간들 때문에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멸종할 상황임에도 ‘지구가 위기’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혁명적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 대응은 ‘가엾은 지구’를 구하는 일 정도로 인식되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기후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간 생존’의 위기다.
그럼 뭘 해야할까? 여기저기서 플라스틱 줄이기 활동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실천 활동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시민 실천 활동만 하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개인들의 실천만으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온다. 이를 부문별로 보면 산업부문에서 3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에너지공급(발전)에서 36%, 수송에서 14%, 건물 7%, 농축수산 3.4%, 폐기물 2.4% 순이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걸어 다니고 플러그 뽑고 에어컨 온도를 올려도 산업과 발전, 자동차와 건물 등을 바뀌지 않고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산업, 발전, 자동차와 건물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개발과 성장 만능주의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화석연료를 채취해서 사용하고 개발하고 성장해서 온실가스와 쓰레기를 대량으로 발생시켰던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또한 이런 전환 과정에서 생태계를 다시 회복시켜야 할 뿐 아니라 소외되고 피해보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도 해야 한다. 결국 기존의 화석연료사회를 탈화석연료사회로 전환하면서 기후위기 문제 뿐 아니라 불평등 문제까지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럼 지역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본주의 변화 같은 너무 거대한 이야기를 해서 ‘우리가 할 일이 있을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할 일이 엄청 많다.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계 파괴, 온실가스 배출은 우리 지역에도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와 충북도는 아직도 산업단지를 건설할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하듯이 탄소중립 과정에서 많은 산업분야가 변화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자체의 역할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산업단지 개발, 경제 성장이었다면 이제는 기존 산업계가 전환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우고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탄소인지예산제’, ‘기후예산제’ 등을 통해 지자체 사업을 평가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이미 짓기로 한 청주시 신청사를 에너지 자립률(필요한 에너지 대비 생산량) 100% 건물로 짓도록 해야한다. 청주시는 신청사가 에너지제로* 빌딩이라고 홍보하지만 에너지 자립률은 20%가 조금 넘을 뿐이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 30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짓는 신청사를 30년 후에 다시 지을게 아니라면 1등급 제로에너지 건물(에너지 자립률 100%)로 지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그리고 거의 유일한 탄소흡수원일 뿐 아니라 그늘을 만들어 열섬을 예방하고 걷고 싶은 도시를 만다는 도심 가로수를 심고, 숲을 보호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 이 모든 일들이 알아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고 행동해야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듯 기후위기를 막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역에서 우리가 행동하고 요구해야 할 일은 수도 없이 많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는, 눈만 뜨면 나오는 ‘대규모 개발사업 유치!’라는 뉴스에 더 이상 가슴 뿌듯해 하지 말자. 결국 대규모 탄소배출원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일 뿐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향후 7~8년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하필 지금이 왜 마지막 시간이야!’라고 불만 갖지 말자. 우리와 선조들이 만든 위기를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영광된 임부를 부여 받은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기후위기를 막자!
* 현행법상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의 20%만 생산해도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그래서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1~5등급이 있고 1등급 제로에너지 건축물만이 진짜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다.
– 국회 본회의 ‘탄소중립 녹색성장법’ 의결을 규탄하며 결국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67명 중 찬성 109명, 반대 42명, 기권 16인으로, 2/3의 찬성 속에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되었다. 당론으로 반대한 정의당과 개인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주도와 국민의힘의 묵인 속에 통과된 것이다. 이 법이 지난 해에 기후위기의 위급성에 동의하며 비상 대응 결의까지 했던 국회에 기대했던 […]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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