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 국회의원들은 기록 없이 떠난다 - 강남규
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알린다’며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2.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 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다.
3.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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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
4.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은 공공 저작물로 저작권법 제24조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5.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다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따라서 우리 단체는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20.5.27.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
담당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
전화: 02-2039-8361 E-MAIL: [email protected]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지난 5월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한 번째 기일이었다. 올해도 많은 정치인들이 봉하마을로 향해 추도식에 참여했다. 너나할 것 없이 ‘노무현 정신’ 계승을 이야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아선 안 될 이야기가 있다. 바로 노무현의 ‘기록 정신’이다. 노무현은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도 공공기록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체계적인 기록관리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 이전까지 정부의 공공기록물 관리 수준은 아주 처참했다. 2005년 [공공기록물 보존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952년 제1차 개정헌법부터 제5차 개정헌법까지의 원본들을 원본인 줄 모르고 일반서류로 보관하고 있었고, 오히려 필사본을 원본으로 여기고 귀중 기록물 보존서고에 보존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헌헌법 원본, 제1대 국새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록물들은 분실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화폐나 우표 원본 도안도 사라졌다. 통치사료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대통령기록물 역시 제대로 수집 관리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12년 동안 장기 집권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남아있는 대통령기록물이 9만 3천여건, 16년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7만 6천여건에 불과하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점차 대통령기록물의 양이 늘어나긴 했지만, 무엇이 대통령기록물인지, 기록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노무현 정신은 곧 기록 정신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던 육성
472년 간의 역사를 정리한 조선왕조실록, 국왕의 업무와 각종 행정사무들을 매일매일 기록한 승정원일기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록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에서, 정작 정부의 기록물 관리는 엉망진창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2004년 당시 참여연대와 세계일보는 [기록이 없는 나라]라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정부의 기록물 관리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국가기록관리의 혁신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2004년 7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 기록물관리부터 새롭게 하고 지난날의 이런 처리에 대해서 얼렁뚱땅했던 것도 다 국민들 앞에 진상 공개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 메모ⓒ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노무현의 ‘맹세’는 공염불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 수립 후 최초로 국가기록관리 체제 혁신을 공식화한 ‘국가기록관리혁신 로드맵’을 세우고, 이에 따라 공공기록물법을 전면 개정하여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 체계를 바로잡았다. 무엇보다도 노무현의 ‘기록 정신’을 잘 드러내는 지점은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통령기록물은 사실상 대통령과 비서실, 측근들의 사유물과 다름없었다. 박정희가 죽자 유가족들은 트럭 6~7대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들고 나왔고,(관련 기사) 전두환 역시 퇴임 시 트럭 서너대 분량의 통치기록을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역시 컨테이너 세 대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다가, 향후 이를 대통령기록관에 기증했다. 노무현은 달랐다. 본인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던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청와대에 도입하여 문서의 생산과 관리, 보고와 결재 등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토대로 800만 건에 달하는 대통령기록물을 퇴임하면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했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상세히 남긴 것은 후대 대통령들이 이전 정부의 통치자료를 참고하여 국정 운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고, 또 훗날의 연구자들이 1차 사료들을 토대로 참여정부를 연구하고 역사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자 한 의미도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되려 대통령 자신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쓰일지도 모르지만, 대통령기록물은 폐기나 은폐, 누락이 없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기록물이 사회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신념이 노무현의 ‘기록 정신’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뒤를 잇겠다는 허다한 정치인들 중에서, 정작 그의 ‘기록 정신’을 본받은 이는 찾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지난 5월 19일, MBC뉴스데스크는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의원실의 각종 문서들을 마구잡이로 폐기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방위사업청의 무기 구매 비공개 문건, 용산 참사 수사기록, 국무총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문건 등 민감한 정보를 담은 문서들이 폐지로 버려졌다. 의원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들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정활동 기록’이라는 인식이 없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의정활동 기록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 20대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가 마무리되던 4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4년 마다 국회 사초가 실종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언론들이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국회의원들은 전혀 변화가 없는 셈이다.

내다버린 ‘총리 개인정보·국방문서’…국회서 무슨 일이?ⓒMBC 방송 캡처
노무현 정신을 따른다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정치권
21대 국회는 ‘국회의원기록물법’ 만들길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기록은 행정부의 문서와 마찬가지로 공공기록물로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의원실이 제작한 토론회나 정책연구 자료집 등 일부 기록만 국회도서관을 통해 보존할 뿐, 대다수 의정활동 기록물들은 파쇄되거나, 의원실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가거나, 때로는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 의정활동 기록을 국회도서관에서 관리한다는 원칙만 있지, 이를 의무적으로 강제할 만한 법적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의정활동 기록물들을 그냥 폐기하지 말고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로 기증을 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기증을 약속하거나, 이미 기증을 했다고 밝힌 의원실은 전체 20대 국회의원 중 10개 의원실에 불과했다. 이후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른 명 가까운 의원들이 국회도서관에 의정활동 기록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래 봤자 전체 의원의 10%에 불과한 정도다. 90%의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남긴다’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기록물 기증을 요청했을 때,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의원실의 공통적인 반응은 “의원실의 문서들은 내부자료가 많아서 외부에 기증하기 어렵다”, “대외비가 많아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아 활동하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공공기록물이다. 의원실에서 생산한 문서니까 의원실 내부에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문서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내부 기구에 기록물을 기증하는 문제를 두고 ‘내부’, ‘외부’를 따지는 것도 사실 웃기는 일이다. 기록물을 기증한다고 해서 그 자료가 바로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국회기록보존소에서 자료의 이런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부자료’라거나 ‘대외비’라는 표현으로 기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대다수에게 얼마나 ‘기록 정신’이 부재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기록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 당시 회의나 면담 중에 남긴 손글씨 메모들도 대통령기록물로 남겼다. 청와대 공식 노트 뿐 아니라 해외 순방 시 머무른 호텔 메모지에 끄적인 메모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된 266건의 친필 메모들은 십수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국정 운영에 나섰는지 알 수 있는 자료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메모지 하나까지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의 기록관리에 대한 신념이었다. 2005년 10월 4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록관리를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록 중에 필요 없는 기록이 상당히 많겠지만 100% 기록을 남긴다는 원칙을 가져가지 않으면 아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모든 기록들이 사멸이 되어버리고 결국 기록문화는 유지할 수 없는거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대로, 어떤 기록은 남기고 어떤 기록은 버린다는 판단을 자의적으로 내리면 결국 기록문화가 유지 될 수 없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자의적으로 어떤 자료는 자기가 가져가고, 필요 없는 문서는 폐기하고, 일부 문서만 기증하는 방식으로는 국회 기록물들이 제대로 보존될 리 만무하다.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노무현이 ‘대통령기록물법’을 만들었듯, ‘국회의원기록물법’을 만들어 노무현의 기록 정신을 이어갈 용기 있는 국회의원을 기다려 본다.
※ 참여정부의 기록관리정책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노무현사료관의 참여정부 기록관리 혁신 정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단연 ‘정보은폐’라고 꼽을 수 있다. 초기 메르스 감염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발병 병원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달았다. 메르스 대응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방역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공개 이면에는 확진환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일정 기한이 지난 후에는 공개된 확진자 동선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진자의 성별, 나이, 이동경로 등 개인을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미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정보공개가 이루어졌다. 방역당국에서 배포하는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개인을 특정 하는 정보를 제외 한다’라는 안내만 있을 뿐 일선 현장에 적용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김철수 기자
결국 6월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을 통해 시간에 따른 개인별 동선 형태가 아닌 장소목록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확진환자 개인의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지침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 12,800명(6월 30일 0시 기준)의 정보가 공개된 이후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감염병 이동경로 공개에 있어 중요한 정보는 ‘누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충돌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 정보공개는 그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정보 값만 공개되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개인정보수집과 무차별적인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관한 정보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 현황, 마스크 구입 정보, 긴급생활지원금 등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주로 휴대폰 재난문자 중심으로 공유되며 더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대폰과 인터넷 보급률만 보자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노인들에겐 코로나19에 관한 정보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정도만 간신히 사용하는 노인계층에게 디지털 환경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염병 정보들과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지원 정보들, 비대면 물품구입과 금융거래 등의 혜택은 거의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92%가 60대 이상으로 정작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노인계층인데 정보로 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관련 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단체는 빈곤에 따른 열악한 조건 속에서 홈리스들의 인터넷 신청이 어렵고 현장 신청 역시 주소와 거소의 분리, 거주불명등록 등의 이유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카드와 상품권, 선불카드와 같은 지불수단은 홈리스의 필요를 채우는 데 큰 제약이 있다고 말하며 적절한ⓒ뉴스1
그밖에 다른 취약계층의 정보소외도 심각한 상황이다. 복지단체인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을 받지 못한 쪽방 주민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긴급생활자금 지원방법과 구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없어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민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지역사회 감염정보와 대처방안에 신속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별진료소, 마스크 구매 등 방역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려우며,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사회보장 정보들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인, 홈리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정보에서 소외되면 사회적 보호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정보는 사회구성원 중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예견한다.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환의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한 쪽에서는 다수의 안전을 명목으로 사생활 정보들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인권침해를 겪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보는 결국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느냐에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및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신뢰감과 명예보다 개인의 부동산 재산을 선택하고, 여기에 더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집값수호에 나섰다. 그러자 정권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교한 정책 없이 부동산 가격 변동에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처럼 당장 사람이 먹고 사는 공간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와 국정의 근간이 되는 정보공개 역시 같은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정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보공개의 가치를 강조할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책이 부재했다. 최근엔 일선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보수화 되고, 심지어 위법한 정황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아래 몇 가지 사례들이 그렇다.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의정·예산감시팀장은 지난해 12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시민사회 출신 부산시 정무직 인사 2명이 안 전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압박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에 적잖은 충격과 회의감을 주었다. 안일규 전 팀장은 지역시민사회 선배들이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요구해 큰 압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태는 당연히 부당한 협박·회유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위법한 행위이다.
지난 1월 17일 시민단체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는 성남시가 특정 정당과 주민단체 등 활동 내용을 담아 작성한 ‘지역 여론·동향’이라는 문건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런데 성남시 측은 자료를 파기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이에 해당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진행했고 경기도가 이를 넘겨받아 감사를 실시한 결과, 시측은 해당 문건이 존재함에도 자료가 없다고 허위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알권리 침해를 넘어 시민을 심각하게 기망한 행위이다. 해당 시민단체가 감사를 청구하지 않았다면 성남시는 끝까지 문건의 존재를 감출 심산이었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이 은평구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정보공개의 주요한 권리구제 불복절차인 이의신청이 열리지 않는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가 은평구청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정보공개 이의신청 143건 가운데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한 사례는 18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가 필요한데도 열지 않고 부서가 임의로 결정한 경우가 77건이나 있었다. 행정기관의 결정통지에 대한 이의신청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청구인의 법적권리를 박탈하고, 은평구가 위촉한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위원들까지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사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을 밝혀내고, 자문단 운영의 근거가 되는 대검찰청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본문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단순한 공공기관 운영 지침인데도 이를 비공개했다. 대검찰청의 업무와 행정정보 어느 것 하나 수사와 관련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전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운영되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정확한 기능도 구성방식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은 알 권리가 없다는 권위적인 처분이다.
앞선 사례에서 드러나듯 사례 면면이 권위적이며 단순한 위법행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질적으로 반민주적이다. 정보공개에 있어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일선 공공기관들의 투명성이 이처럼 심각하게 썩어나가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와 김태년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여당에 등극하고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입법하고 있는 주요 법률안들의 내용에 폐쇄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형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가 정쟁과 인신공격으로 치우치는 걸 방지하고 공직후보자의 가족·친인척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하지만, 이는 대통령비서실이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청문회의 목적에 충실하게 청문회에 임하면 해결될 일이다. 성찰 없는 입법에 애먼 국민들의 알 권리만 축나는 격이다.
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14일 발의한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가 작성해 제공하는 자료에 대해 해당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가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일정기간 비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원에 대해 정보에 대한 공개여부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부여할 뿐이지 그밖에 공익적 개선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정보공개법에 따라 자료의 공개여부를 결정해도 공익적 측면에서는 하등 지장이 없다. 오히려 별다른 정보요청이 없더라도 법률안 발의 즉시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함께 공개하면 국민들은 입법맥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폐쇄적인 방향으로 입법안을 발의하는 데 대해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현 정부에서 추진중인 정보공개 관련 정책 중 긍정적인 내용을 찾아 보자면,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겠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민번호 수집 폐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비중 강화 등 그간 시민사회에서 수년간 요구해 온 개선점들이 일부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현재의 퇴행적 폐쇄성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 및 공직자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공개에 대한 가치를 근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견고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향후 문재인 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평가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겠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코로나 감염 상황이 악화된 최근 몇 주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의사소통은 '구글 미트'로 진행하고, '생존신고'라고 이름을 지은 그룹채팅방에서 동료들과 각자의 점심 메뉴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던 세미나와 모임 역시 화상으로 진행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먹거리와 생필품은 온라인 마켓 배송이나 배달 어플로 해결한다.
코로나의 창궐과 함께 등장한 이른바 '언택트'시대. 우리의 일상을 이루던 물리적인 만남과 체험이 정보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 공세적인 물음은 어느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위협으로 변모해있다. 시장은 이미 마트와 점원 대신 'e-커머스'와 '키오스크'로 어느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위한 펀드까지 조성해 디지털,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야말로 '언택트' 문화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자는 기획 앞에서, 고민과 우려가 깊어진다. 마치 모두가 이러한 흐름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에도, 어떤 목소리들은 수면 아래 묻혀있기 때문이다.
'이거는 아무나 쓸 수 있는겨? 어떻게 쓰는 거여?'
자가격리에 가까운 생활로 몸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위기감이 들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한바퀴 돌고 오는 것이 나의 낙이다. 시내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무려 2만여대, 1200여 곳의 대여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것은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20%는 상승시키는 요인이었다. 하루는 신나게 따릉이를 빌리는 나에게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이건 어떻게 쓰냐'고 물었고, 그에 나는 '아 이거 아무나 쓸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하시면 돼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말을 뱉은 그 순간, 나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느끼고 있었다.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 실제 빌리기까지 과정이 꽤 까다로운데, 과연 견디고 할 수 있을까? 스미싱이라고 생각하려나? 아니 일단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있잖아? 심지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롭게 설치하고 있는 '뉴따릉이'는 QR코드를 이용해서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예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는 따릉이뿐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무인 점포의 '키오스크'는 일정한 키를 넘지 않으면 사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글자의 크기, 터치패드의 감도나 음성서비스 제공에 대한 표준도 없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처럼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폰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도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장애인이 접근권과 관련해 겪는 '웃픈' 상황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당장만나'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사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등의 물리적 기기를 살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매월 통신요금을 지불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기와 인터넷 사용법을 배울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정보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일정한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으면 앞서 말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디지털 포용'이 아닌 '정보접근권의 보장'을
'언택트'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자는 기획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재 진행형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인터넷, 전자기기 사용을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적 소양'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사용환경에 따른 정보불평등은 전자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이 주류화 되면서 계속 존재했고 점점 심화되어 왔지만, 그동안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고민과 정책적 의지는 미미했다. 이제까지 정부는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기기 접근 및 활용 수치가 늘었음을 근거로 매년 정보격차가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교육시켜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현존하는 정보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공론의 영역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사회전반의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 권리'의 보장 여부는 사회문화적 차별, 개인의 구체적인 불이익,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중심의 정보전달 체계를 '지금 현재, 이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만약 '언택트' 시대, 혹은 정보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정보를 수집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다면 그것은 '정보격차'가 아닌 '기본권 침해'와 차별로 불려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발전하겠지만, 정보화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것은 입법과 행정, 공공의 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디지털'과 관련한 정책을 세운다면 먼저 공공을 중심으로,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 및 서비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각 계층과 상황에 따라 접근을 보장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고려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시대적'인 대면, 우편, 전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을 유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보여주었듯 재난은 언제나 현재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때에 우리가 설정해야 할 기준은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이 정확한 정보를 적절한 때에 알고,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
2020년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데이터 기반 경제진흥을 위해 공공데이터 14만 2천 개를 신속하게 개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공공데이터 생산과 관리, 개방 수준을 생각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단순히 데이터 건수에 집중되어선 안 된다. 2013년 공공데이터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약 3만 6천여 건이 공개되고 있지만 공공데이터가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매우 미미하다. 그 이유는 개방된 데이터가 분석이나 활용할 만큼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한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평가>에서 전체 공공기관 중 43%가 최하위 단계인 ‘미흡’ 등급을 받았다. 평가 영역 중 데이터 품질과 데이터 활용 항목이 가장 낮은 점수를 차지했다. 정부 스스로의 평가 기준으로도 절반 가까운 공공기관들이 공공데이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번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는 당장 내년까지 14만 개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평가에서조차 자명하게 드러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공데이터의 품질과 활용에 대한 고민 없이 실적 채우기를 위한 질 낮은 공공데이터만 개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7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뉴질 사업추진 언론브리핑에서 이영로 지능형인프라본부장이 핵심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2020.07.23ⓒ김철수 기자
특히 이번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 개방정책에서는 정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 내용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공직 감시에 관한 데이터, 예산 사용에 대한 데이터 개방은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추진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사회가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개방은 이번 계획에서도 제외되었다.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 개방정책에서
정부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은 빠져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매년 신고하게끔 하고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고위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재산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년 재산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검열하게 하는 자정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야말로 공직 감시를 위한 대표적인 공공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고위공직자의 재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것이 공직과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여간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재산정보가 ‘데이터’가 아닌 ‘문서’ 형식으로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활용이 불가능한 PDF 파일을 편집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고 몇 번의 정제작업을 거쳐야 데이터화 되어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재산공개 때마다 접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누락, 다주택 보유 등의 언론 기사들이 이런 수고스러운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그런데 만약 재산공개 내역이 처음부터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된다면 누구나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보공개센터는 2년 전부터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정보를 엑셀로 가공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라면 누구나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알권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위공직자 재산은 법률로 공개의무가 정해져 있어 어렵게나마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다. 공직 감시를 위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공무원 비위별 징계현황, 정치자금 사용 내역 등의 정보는 데이터 개방은커녕 아예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공데이터는 단연 예산사용에 관한 정보다. 물론 정부의 예결산 현황은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 역시 PDF 파일로 공개하는 수준이며 극소수 몇몇 기관만이 엑셀파일 형태로 공개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과 체결한 각종 위탁계약, 공사계약, 수의계약 등의 정보는 일부만 확인할 수 있거나 계약 건별로만 확인 가능한 실정이다. 관련 문서는 공개되고 있을지언정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얼마 전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던 5년간, 박 의원과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 기관들로부터 공사수주로 773억원의 계약을 했다는 것이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현재 이해충돌과 피감기관이 뇌물성으로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내역, 정부의 계약이나 예산집행이 데이터 형태로 공개되어 있었다면 국회의원이 권력을 제멋대로 쓰며 사리를 채우는 일을 5년 동안이나 모르는 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7월 21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국민사생활’ 팔아 경제성장하겠다는 것 한국판뉴딜 중 진단 기자설명회에서 국민의 정보인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0.07.21ⓒ김철수 기자
미국 정부는 ‘재정데이터시스템(www.usaspending.gov)’을 통해 매년 어디에 어떻게 재정을 사용하고 있는지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만 검색해 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금액과 세부내용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재정데이터가 개방되면서 1억 5천 7백달러의 지출낭비를 방지할 수 있었고, 잠재적으로는 5조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 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재정정보 데이터 개방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예산사용 데이터나 공직감시에 관한 데이터 적극 개방해야
개방되는 정보의 수치보다 제대로 된 개방정책 필요
미국의 사례처럼 한국도 정부에서 예산사용 데이터나 공직감시에 관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의 투명성이 담보되는 공공데이터 개방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힘들다. 14만여 개의 공공데이터가 개방된다는데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9년 OECD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공공데이터 개방지수는 회원국 중 1위, 같은 해 정부 신뢰도는 36개국 중 22위로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알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공공데이터가 무수히 개방되더라도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구조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막대한 양의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에 우선되어야 할 정책은 몇 만 개의 데이터를 공개하겠다는 양적인 수치가 아니다.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뉴딜에서 이야기하는 공공데이터 개방이나 활용은 단순히 경제성장이나 경제회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디지털 뉴딜은 몇몇 주요 기업들과 경제산업성장만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오롯이 기업을 위한, 기업이 필요한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공데이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시민 누구나 공공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예산사용 데이터나 권력감시를 위한 데이터를 포함해 시민을 위한,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데이터 개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마포구의회 및 마포구청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관련 jtbc 보도
지난 10월 6일 JTBC에서는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 기획으로 기초의원의 비리와 업무추진비 오남용 실태를 보도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매 때마다 지방의회 의원들 업무추진비를 청구하고 살펴봐 왔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사례에는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서울 마포구 사례는 달랐다. 단순히 몇몇 의원들의 '법카' 오남용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카르텔이 시민들 감시를 피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가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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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선 마포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청구와 더불어, 마포구가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묵살한 사실을 다루었다. 마포구청 위생과장이 정보공개 청구를 한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구청장이 나서서 '소주나 한잔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듯한 정황도 충격적이었지만, 자치단체가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정보마저도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한 뒤 계속 공개하지 않는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현실이 더욱 뼈아프다.
'업무추진비'는 시민 감시 상징과도 같은데...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하는 마포구
정보공개청구는 시민들이 공공기관에서 생산·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로, 1998년부터 시행돼왔다. 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되면서 시민사회에서 가장 먼저 청구했던 정보는 바로 현재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판공비'였는데, 당시 판공비는 그야말로 기관장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상징하는' 비용이었다(참여연대 빛나는 활동 중 '판공비 공개운동').
20여년 전 당시만 해도 판공비 사용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라는 시민들 요구는 마치 국가행정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소송·싸움을 거친 뒤에야 점차 공개될 수 있었다. 2004년 정보공개법 전면개정으로 사전공표제도가 강화되면서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부터 업무추진비가 정기적으로 공개됐고, 2011년부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를 주요 행정정보로서 미리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를 지나 2020년에 이른 지금, 업무추진비는 엄연한 공공의 세금이며 그 사용처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렇듯 정보공개제도의 발전과 투명성 강화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시민감시의 상징과도 같은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공개제도 도입과 함께 시작된 각 지역의 판공비 공개 운동
하지만 '판공비 공개 운동'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기본 중의 기본인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마저도 무시되고 있는 곳은 적지 않다. 의회가 행정기관을 감시하지 않고 오히려 결탁돼 있는 곳, 지원사업 등으로 행정이 개인에게 쉽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곳, 이른바 카르텔이 형성된 많은 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로 행정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상당히 고되고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업무추진비 청구에 대해 '양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공개'를 했다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현행 법마저도 무시하는 행정 권력의 자의적인 비공개 행태가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꼬우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해라'(행정심판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본 3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소송에는 통상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는 막가파식 태도를 마주한 곳곳의 지역 활동가, 시민들이 얼마나 많겠나.
'양이 많아 비공개'라니... 투명성에 대한 기관 책무, 더 강하게 규제돼야
몇몇 공공기관들의 두둑한 배짱을 확인할 때마다, 무엇이 이런 '막장 행태'를 가능하게 만드는가를 고민한다. 일단 정보공개법에는 기관의 악의적 비공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처벌 조항이 없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처럼 기관이 악의적으로 비공개로 일관하는 경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을 제안해왔고(링크), 처벌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밀실이 보장될 수록 자라날 수 밖에 없고, 악의적 비공개는 사회적 불신을 키우기에, 투명성에 대한 권력기관의 책무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 및 예산사용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표에 대한 표준지침 역시 아직은 허술하다. 행안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종합평가'를 진행해 사전정보공표를 평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각 기관이 업무추진비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주기와 공개의 수준이 모두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기관은 '간담회', '직원 격려' 등 최소한의 용도 정보와 일자, 금액 등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카드내역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청구를 통해서만 받아볼 수 있다.
기관마다 사전 공표를 꼭 하게 하고, 시민들 관심도가 높은 정보들은 별도로 청구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지침을 강화하는 것이 마포구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 공무원들도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오히려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열린 정부를 위한 국제협약인 '오픈가버먼트 파트너쉽(OGP)'의 국내 계획으로 1)업무추진비를 지출일시, 행사(사업)명, 지출목적, 지출대상, 지출대상 인원 수, 지출장소(상호), 구매내역, 지출금액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2)카드 지출내역을 함께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추진비 투명성 강화> 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에서는 공개 표준을 강화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카드 지출내역 공개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시 마포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2020.09)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집행장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지역구의 기관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남용하는 행태는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였다. 지난 2018년 정보공개센터에서도 이미 마포구의 사례도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었지만, 감사원에서는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특별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했다.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규정 자체도 문제이지만, 시민들의 감시를 피해 뿌리내리려는 지역의 카르텔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공개를 위한 싸움과 제도 변화가 꼭 필요하다. 권력 남용·비리에 대한 감시는 권력이 존재하는 한 늘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내용이 '20년 전 논의에서 왜 변한 게 없는가'에 대해 우리는 치열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업무추진비의 오남용 사례에서 한단계 나아간 논의와 비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2020년 10월 6일, 416가족협의회는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에 두 개의 청원을 올렸다. 그중 하나가 ‘4.16 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기록물 공개 결의에 관한 청원’이다. 가족협의회는 청원의 이유로 “4.16 세월호 피해자들은 신원의 권리, 진실(진상규명)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시민들 역시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0만명의 동의가 있어야만 국회 관련 상임위에 다뤄지는 이 청원은 지난주만 해도 몇만명이 모자라 맘을 졸이게 하더니 마감을 임박한 하루 이틀 사이에 결국 1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리고 같은 날인 10월 6일, 또 다른 사건의 유가족인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은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자료를 통해 북한군이 공무원을 발견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시신이 불에 타기 시작해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 오후 10시 11분을 거쳐 불빛이 사라진 오후 10시 51분까지의 시간대에 국방부가 공무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의 정보공개요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사건이 발생했던 당일의 정부 조치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요구를 다른 사람이 아닌 사건의 직접당사자인 유가족이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유가족의 정보공개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들은 지난 6년 동안 숱하게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도 함께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소송도 하고, 헌법소원까지 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이 원했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도, 헌법재판소도, 정부도 모두 대답은 같았다.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의 정보공개요구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월 14일에는 ‘해경의 월북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해양경찰청에 해경진술서를 정보공개청구했다. 며칠 전인 10월 28일에는 정보를 은폐하지 말고 공개해달라며 청와대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몇 번의 싸움을 더 해야 할까.
세월호참사 기록 공개 못 한다는 이유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가장 쟁점이 되는 대통령기록은 2014년 4월 16일 사고가 났던 당일에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그중에서도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면보고도, 이렇다 할 조처도 취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비공개에 대한 정부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날의 기록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국회청원에서 “봉인된”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민감하거나 중요한 내용의 대통령기록일 경우 지정기록으로 정해 15년 동안 (개인정보의 경우 최장 30년까지) 보호할 수 있다.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열람이나 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을 경우,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업무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이나 사본제작, 자료제출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으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문자 그대로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법 19조에는 지정기록을 열람한 사람은 열람한 기록에 포함된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지정기록 열람은 제한된 일부에게만 열람이 허용되는 것이지,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에게 공개 못 한다는 이유
유가족이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은 ‘사망한 A씨가 북측의 총에 맞아 숨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10시 51분까지 우리 군의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과 A씨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꽃이 관측된 같은 날 오후 10시 11분부터 51분까지 40분간 녹화 파일’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11월 3일 유가족에게 ‘공개가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국방부는 “유가족 측이 요청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 공개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군사기밀보호법 상 비밀로 지정돼 정보공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 도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을 1급~3급 비밀로 구분해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하지만 군사기밀이라고 해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9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비밀보호서약 등 보호조치를 취하고 난 후 제한적으로나마 군사기밀을 제공하거나 설명할 수도 있다(같은 법 8조). 하지만 그때는 법률에 따라 군사기밀의 제출 또는 설명을 요구받을 때, 군사외교상 필요할 때, 군사에 관한 조약이나 그 밖의 국제협정에 따라 외국 또는 국제기구의 요청을 받았을 때, 기술개발, 학문연구 등을 목적으로 연구기관 등이 요청할 때, 이상 네 가지 이유에서만 가능하다. 군사기밀과 관련한 피해당사자의 권리구제가 필요할 때 등의 이유는 언급조차 되어있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누구의 곁에 있나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과 현행법의 한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유가족들의 정보공개청구한 정보들이 공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유가족들도 이를 모를 리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왜 유가족들이 멈추지 않고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일 것이다. 정보가 없으면 진상규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는 유가족들이 사건이 났던 그 날에서 단 하루도,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는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 피살 유가족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며 내용의 민감성을 감안해 공개에 따르는 비밀서약까지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가족을 잃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가족의 요청보다는 국가안보의 손을 잡았다. 세월호 유가족은 기록을 공개해달라며 한 달 새에 10만명을 모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기록을 국회의원뿐만이 아닌 특조위와 피해자들에게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본다. 어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으니 진실을 알 수 없고, 가족을 앗아간 사건이 여전히 납득 될 리 없다. 온전한 진실과 정부의 짧은 말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유가족들의 요구에 이들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국민보다 소중한 국가안보와, 탄핵된 대통령의 예우가 다 무슨 소용인가.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며 웃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 변 하사의 부고 소식 며칠 전에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정치를 한다던 논바이너리(남성/여성으로 구분되지 않는 젠더) 트랜스젠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들의 죽음으로 사망통계에서 자살원인 비율은 늘어나고 인구통계는 두 명이 줄어들겠지. 청년 인구통계에서도 두 명, 변 하사는 지난해 성별 정정을 마쳤으니 여성인구 통계에서도 한 명. 김기홍은 어느 통계에서 사라졌을까. 스스로의 정체성 맨 앞에 내걸었던 논바이너리 통계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쩌면 이 둘은 생전에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갔었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만 13~18세 성소수자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시도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이 조사 후에 상황은 나아졌을까.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누군가 했다는 이 말은 그래서 더욱 시리다. “그런데 슬프게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아픔은 통계로도 안 잡히잖아요.”
우리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청소년 자살시도율 통계를 보며, 저 숫자 어딘가에 성소수자 청소년의 고통이 녹아있겠거니 유추할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사회 시스템 조직과 구성의 근거가 되고, 정책을 위한 자료가 된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세상을 더 평등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모든 일에 데이터는 쓰인다. 그러나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이처럼 통계로도 기록되지 않아 그들을 위한 정책들도 당연히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 투명인간이 어디 성소수자 뿐인가. 우리 사회는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존재를 데이터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그녀의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를 통해 표준인간을 남성으로 설정해 놓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여성의 존재가 지워지는지를 고발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여성 데이터가 없다며 젠더데이터 공백 문제를 꼬집었다. “의학부터 직장, 도시계획, 경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간 수집되었고 지금도 수집 중인 방대한 데이터는 대부분 남성의 것이고, 그 결과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 환경이, 남성 디폴트(기본값)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젠더 데이터 공백은 우리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 때문에 악화된다. 2017년에 쓰인 한 논문은 “성희롱이 얼마나 만연한가에 관한 대용량 데이터가 없다”라고 말한다. 저조한 신고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범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中 -

우리에게는 어떤 데이터가 충분하고, 어떤 데이터가 부족할까.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데이터는 또 무엇인가. 우리는 데이터에서도 ‘표준’ 밖의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을 지워버린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은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데이터의 활용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될 권리를 포함한다. 누구나 국가의 데이터에 포함되어 정책의 대상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세상에 인정되지 못하고, 통계로도 존재하지 못한다. 세상이 평등하지 못한 건 혹시 데이터 때문은 아닐까. 데이터로도 남지 못한 사람이, 통계에서도 지워져 버린 사람들을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 만큼 우리 사회는 친절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데이터는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있는지, 몇 살에 사망하는지, 얼마나 많은 남자, 여자 그리고 아동이 여전히 빈곤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얼마나 많은 아동에게 교육이 필요한지, 얼마나 많은 의사가 훈련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학교가 지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세금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있지는 않는지, 해양의 어류 자원은 멸종 위기일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는지, 어떤 업종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지, 어떤 회사가 무역을 하고 있으며 경제활동 상태가 어떠한지 알 수 없다.
- UN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데이터 혁명:셀 수 있는 세계> 中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국내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 백신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백신을 둘러싼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다행히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어선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이 92%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져오지만, 일부 부유한 국가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의 경우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조차 좀처럼 기약이 없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백신이 언제쯤 개발될 것인가'는 모든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 각국은 백신 연구개발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임상실험과 약품허가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은 10개월 남짓 만에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런데 백신이 개발된 이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백신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들이 동일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용화 초기부터 부유한 나라들은 제약회사와 선구매계약 경쟁에 뛰어들며 앞다투어 백신 확보에 나섰지만,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들의 경우 아직까지 단독적인 백신 구매 계약을 단 한 건도 맺지 못했다. 이에 지난 1월 WHO는 세계 14%에 해당하는 인구가 백신 생산량의 과반수를 독점하도록 만든 부국의 '사재기' 행태를 지적하며 '세계는 도덕적 실패 직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가 곧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세계 대다수의 인구가 백신에 접근할 수 없고, 따라서 코로나의 종식 역시 계속해서 멀어져만 가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백신의 공급량이 전 세계 인구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한 것일까? 과연 공급을 늘릴 방법은 없는 걸까?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도덕적 실패'의 중심에는, 단언컨대 '지식과 정보의 독점'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공개되지 않는 정보, 공유할 수 없는 지식
특정 국가나 기구가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백신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절대 공개되지 않는 것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백신의 가격이다. 한국의 백신계약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약회사들은 계약을 맺는 모든 국가 혹은 기구에 대해 가격에 대한 비밀유지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약가 협상에 있어, 제약회사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반대로 구매를 하려는 측에서는 약가가 적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세'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는 백신에 소요된 연구개발비용과 자금의 구성 내역이다. 약을 구매하려는 국가는 해당 의약품의 제조원가가 얼마인지, 약품 개발에 있어 공적자금이 얼마만큼의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약가협상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협상에서 제약회사들은 절대적인 우위에 서 있다.
이렇게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의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약회사가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약을 희소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언뜻 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경제 상식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약회사들의 기술 독점은 특허라는 고유한 제도를 통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는 특정한 지식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발명자가 이윤을 가져가게 하고, 이러한 보상을 동기 삼아 더 많은 혁신과 과학적 연구를 하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특허제도는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생산의 동기를, '지식을 상품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건 짓는다는 데에서 굉장히 문제적이다. 이는 정보와 지식을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생산하기보다는 산업적인 이윤의 가능성에 따라 생산하도록 만들며, 지식 및 그 결과물을 '공공의 자산'으로 유통될 수 없도록 강제한다. 또한 자본이나 개인 발명가에게 모든 권한과 보상을 귀속시킴으로써, 지식을 생산하는데 기여 하는 여러 주체들을 지식의 결과물로부터 소외시킨다.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예로 들면, 이러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제약회사의 노력 뿐 아니라, 백신 개발을 앞당기려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자금지원, 임상실험에 기꺼이 참여한 개발도상국 거주민, 혈장을 기증한 감염병 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기여한 결과다. 그러나 특허는 이렇게 구성된 전 인류의 지식을 제약회사가 홀로 독점하고 사유화하도록 함으로서, 백신이 공공재로 유통될 수 없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팬데믹을 장기화시켜 모든 사회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상품화 되어서는 안 될,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특허출원은 매우 활성화되어있다. 그리고 이윤 추구를 우선하는 제약회사의 입장은 지금과 같은 팬데믹 속에서도 굳건하다. 코로나19에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지목된 '램데시비르'를 만든 미국 길리어드 제약사는 1만 2천원으로 만들 수 있는 약을 약 46만원으로 책정해 판매하고 있고, 특허를 7년 더 연장하기 위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철회한 바 있다. 백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백신에 대한 특허를 내지 않거나 포기한 제약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특허 면제' 조치 지지해야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 백신의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해서 특허권 조항을 면제하자는 제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상정했다. 현재까지 164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찬성 의견을 냈지만,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선진국이 반발하면서 '특허권 면제' 안은 계속해서 결렬되어 왔다. 한국 정부 역시 말로는 '코로나19 백신의 평등한 국제적 분배를 촉구' 한다면서도 실제 제도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코로나 종식은 어렵다. 이미 남아공, 영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들이 나타나고 있고, 백신 공급이 최대한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변이가 심화될 수 있다. 만약 특허라는 장벽이 없어지고 전 세계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인도 등 이미 대형 위탁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나 한국처럼 생산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나라에서 최대한 많이 백신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3월 WTO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특허권 면제 안'에 반드시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
한편으로 특허로 인한 건강권 박탈의 문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허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조건 지어왔다.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삼아 과학적 지식과 기술,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식의 독점’에 대해 공공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통제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바꿔나가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이미 누군가에게는 늘 자행되고 있었던 ‘도덕적 실패’를 가시화한 사건일 뿐이며, 이런 식의 ‘도덕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의약품 접근의 문제를 ‘도덕’에만 맡겨 두지 않는 것이다.

최근 민변과 참여연대의 발표로 밝혀진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솔직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민변, 참여연대의 활동가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였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LH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분석 작업에 참여한 민변 서성민 변호사는 “제보받은 지역의 토지 중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거래된 토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몇 필지를 선정하여 토지대장 및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해당 토지의 소유자로 표시된 명의자들을 LH 직원 조회를 통해 매칭한 결과” 투기 의혹 직원들을 밝혀냈다고 했는데요, 말은 간단하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속칭 '노가다'가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아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온라인으로 발급 신청을 할 때 '주소'를 중심으로 검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법인의 경우에만 상호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어느 지역에 특성 개인의 대규모 부동산 투기가 의심된다면, 그 지역의 부동산 주소를 하나하나 넣어서 등기상 소유주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분석 작업을 할 때도 전수조사를 하지 못하고, 무작위로 필지를 선정해 내용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그야말로 눈알이 빠지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개인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해서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한번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규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동명이인이 있기에 검증 작업이 더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주소를 기준으로 하나하나 대장을 열람하는 방법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겠지요.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한다면, 누가 어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나 살펴볼 수 있으니 개인정보 침해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 사람이 소유한 부동산 정보를 한번에 찾아볼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된 곳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의 자산정보 등기시스템 ACRIS가 대표적인데요, 주소로 검색하여 등기를 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름 검색도 가능합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과거 한국 언론사가 국내 재벌들의 미국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밝혀낸 적도 있습니다. 2014년, KBS 탐사보도팀이 '회장님의 미국 땅'이라는 제목으로 재벌 회장들의 미신고 해외 부동산 투기 내역을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때 분석 작업에 활용한 시스템이 바로 ACRIS였습니다.
시스템에서 이름만 넣으면 토기 소유 내역과 거래 내역이 한번에 뜨니, 수상한 거래가 있다면 누구나 감시할 수 있는 셈이죠.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맨해튼에서 트럼프가 거래한 부동산 내역과 은행 대출 서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하게도 개인의 재산이나 자산과 관련한 정보는 프라이버시라는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납부하는지, 부동산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지 잘 공개하지 않는 관행이 있죠. 예를 들어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전 국민의 납세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세기본법에서 이러한 정보를 비밀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가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경우엔 이런 정보도 널리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북유럽의 납세 정보 공개는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탈세를 막는 것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임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독일의 임금공개법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구요.
만약 부동산 등기를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다면, 이번 LH 사건과 같은 공직자의 투기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지와 같은 부동산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에 대한 검색과 공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전체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부동산 투기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 토지를 구입한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이런 투기 의혹을 검증할 때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1차 자료가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내역입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부장판사 등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신들의 재산 내역을 신고하고, 매년 3월 말 경에 이를 공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3월 마지막 주에 공개하고 있으니, 올 해의 재산등록 내역도 열흘 후면 모두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때 예금, 부동산, 증권에서부터 채권, 지식재산권, 보석류, 회원권, 자동차 등 다양한 재산들을 공개하는데, 차명 투자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공직자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함께 공개됩니다.
이번 사태로 공직자윤리법 상 재산신고와 공개 대상인 공직자의 범위를 더욱 넓혀야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3월 들어서 벌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7건이나 발의가 되었는데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LH공사처럼 부동산과 관련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공직자들에게 재산을 등록하고 공개하도록 하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자는 것입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막기 위해 LH공사와 같은 공기업까지 재산공개 의무를 확대하자는 법안에 당연히 찬성합니다. 그런데, 딱 2%가 부족한 법안들입니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 꼭 바뀌어야 할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공개는 하지만, 활용하긴 불편한
현재 공직자의 재산공개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제10조제1항에서는 재산 내역을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 접속해야 합니다. 1차적인 문제는, 이 재산신고 내역이 한 군데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각각 따로 관보 파일을 업로드하는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관할하는 기관만 해도 대통령,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80여 곳에 가깝습니다.

기초지자체까지 감시의 범위를 넓히자면 더 골치 아파집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의 구의원이나, 서울환경공단 이사장의 재산공개 내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서울시보를 찾아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재산공개 대상인 공직자들이 특정한 신도시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서 80여 곳에 이르는 파일을 전부 다운로드 받고, 17개 광역시도 홈페이지에도 모두 접속해서 하나하나 파일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보나 공보는 보통 PDF 파일로 업로드되며, 게다가 재산공개 양식도 검색과 필터링, 정렬 등이 불가능한 이상한 표 형태로 올라온다는 점입니다. 검색/정렬/필터링 등을 용이하게 하여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선 다운로드 받은 PDF 파일을 csv 파일로 변환한 다음, 구조화된 형태로 정제를 해야 비로소 재산 내역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관보나 공보에 실린 표를 쉽게 변환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제하도록 코드를 짜서 시간을 확 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들이 코딩에 익숙한건 아니죠. 그런 기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은 살펴보기 어려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정보입니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상시적 감시를 통해 공직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불투명한 부분은 없는지 검증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입니다. 그러나 재산공개 자료가 여기저기 퍼져 있고, 이렇게 살펴보기 힘든 서식과 형태로 공개하다보니 상시적인 감시가 어렵습니다. 이번처럼 투기 의혹 사건이 터져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려고 해도 접근성이라는 문턱이 시민들을 가로막는 셈입니다.

재밌는건, 모든 공공정보가 이런 식으로 공개되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년 국세청이 공개하는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의 경우, 아주 친절하게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공개됩니다. 심지어, 지도를 통해서 고액 상습체납자의 주소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탈세를 막고, 상습 체납자들의 은닉재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는 이렇게 불편하게 공개될까요? 공공데이터법 제24조는 "공공기관의 장은 공공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정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는 수정, 변환, 추출이 자유로운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의 자료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으로 정해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공개는 하지만, 시민들이 감시하기 편하도록 데이터 형태로 제공할 마음은 없다는 것일까요? 도무지 데이터 강국'을 꿈꾸는 나라답지 않은 태도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이참에 이것만은 바꾸자
시민들 누구나 공직자들의 재산감시를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선, 먼저 공직자윤리법 제10조제1항부터 손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관보 또는 공보'에만 공개하게 해서는,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기에 매우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인터넷 등을 통해' 라는 한 구절만 추가되더라도 좀 더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개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현재 공직자의 재산등록 및 공개, 재취업 심사 등은 인사혁신처에서 운영하는 공직윤리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만약 이미 존재하는 공직윤리시스템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일반 시민들도 공직자재산 신고 내역을 한번에 살펴 볼 수 있다면 공직자들의 부정한 재산형성을 감시하기가 훨씬 편리해지겠죠.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투명성 확대를 위해서 또 한가지 바뀌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재산공개 자료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품을만한 '이상하고 불편한 표'의 정체, 바로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10호 서식'입니다.

한눈에 봐도 활용하기 매우 불편한 표 서식은 2005년 도입된 이래로 무려 16년 동안 큰 변화 없이 계속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서식이 재산등록을 신고하는 공직자들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을지 몰라도, 재산공개 내역을 살펴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서식을 행과 열로 구조화하여, 데이터로 활용하기 쉽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한다면 공직자 재산 감시 작업은 두 배는 편리해지리라 단언합니다.
LH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는 이 시점이지만, 공개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재산공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 법안은 아직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공직 사회의 투명성을 위해서 규제 강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의 활성화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이번에는 제발 PDF와 표 서식 말고 '데이터'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지자체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재산공개자료 데이터 제공은 필수입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공직자 전체의 투기 스캔들로 번져 나가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경기 시흥시, 하남시, 인천 계양구, 경북 영천시, 고령군 등에서는 지방의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것이 밝혀져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매년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데이터로 정제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LH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수상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기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 - https://www.opengirok.or.kr/4890 )
관심이 몰리는 것은 국회의원 뿐만이 아니다. 기자들이나 지역의 활동가들로부터 지방의원들의 재산 내역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구가 관할하는 국회의원 300명과 달리, 지방의원은 광역/기초의원을 통틀어 4천 명에 달하고, 17개 광역시도 각각의 공직자윤리위원회로 관할 기구가 나뉘어 있어 재산 내역도 각기 따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직자들의 재산등록과 공개에 대한 사항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담당하며, 매년 3월 말 관보나 공보를 통해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광역의원의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공개를 담당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를 통해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기초의원의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시보나 도보에서 재산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평구를 지역구로 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재산을 살펴보려면,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 공보를, 서울시의회 의원의 경우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은평구의회 의원의 경우 서울시보를 각각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 동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고 싶은 시민이 있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보와 공보는 PDF 파일로 공개되는데다가, 표 양식도 정렬이나 필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자료를 데이터 형태로 변환을 해야, 누가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 분석을 하고, 시민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시각화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관보와 공보의 재산 공개 내역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도 보통 국회의원의 재산 내역들을 정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지방의원이나 지방공사/공단의 기관장까지 재산 내역을 분석하거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MBC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공개되자마자, 발빠르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시각화한 페이지를 공개했다. (http://property.assembly-mbc.com) 매우 편리하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순위나 자산 구성 비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웹사이트지만, 이 역시 국회의원들만 공개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모아놓고, 데이터 형태로 재산을 공개한다면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기에 훨씬 편리해진다. 이런 방향이 공직 사회의 투명성을 확대하겠다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에도 훨씬 부합하며,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지역 공직자들에게도 감시의 영역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가 실시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2021년에도 공직자 재산공개의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별다른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인사혁신처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담긴 두꺼운 자료 책자를 넘겨보고 있는 사진을 함께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 볼 때 필요한 것은 이런 두꺼운 책자가 아니라, 쉽게 검색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정제된 데이터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뜨거운 분노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제는 책자가 아닌 데이터를 기준으로 재산공개 제도를 바꿔나갈 때 아닐까?
우리의 일터는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우리는 작업 현장을 돌듯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을 돌며 행정기관과 의회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엘 들어가 본다. 어떤 위원회가 무슨 회의를 했는지 훑어보는데, 익숙지 않은 위원회의 회의자료가 눈에 띈다. '2021년 제1차 시민행복위원회' 2020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곳이길래 개요와 안건을 제외하고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비공개다.
도대체 무슨 위원회인지 궁금해 조례를 찾아본다.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시민 행복 증진 조례' 어디에도 회의나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도 찾아본다. 아니! 문서에서는 비공개한 위원 명단이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다.
대체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문서에서는 왜 굳이 비공개한 걸까. 이렇게라도 공개해줬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궁금했던 정보를 보긴 했지만 후퇴하는 정책과 폐쇄적인 행정 관료주의의 단면을 함께 봐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누드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정보소통광장'이라는 정보공개를 위한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결재문서와 회의록 등 주요 정보를 선도적으로 공개했다. 이전에는 비공개가 일쑤였던 위원회 관련 정보와 회의록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처음처럼 정보를 잘 공개하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잘 공개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냥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뒤늦은 정보공개, 안 하느니만 못해
투명한 행정, 책임지는 정책을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수다. 기존 권력 시스템이 독점하던 정보는 공개를 통해 불균형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공개해야 할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위원회와 회의의 공개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위원회 구조야말로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시민과 나눈 민주주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사회에서 제공자와 수혜자라는 정부와 시민의 전통적 역할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해 온 변화이고, 시민들의 참여 요구로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지금 행정의 많은 영역에서 참여민주주의, 협치 등의 이름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들은 특히 차등 없는 정보의 제공이 실질적 거버넌스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태에서는 논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 역시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누락 없는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협의하고 결정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거버넌스 시스템 자체가 신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참여의 충실성을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를 위해 정보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공개하는 것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말이다. 정보는 타이밍이다. 철 지난 유행가 같은 정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정보와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많은 국제원칙에서는 '시의적절한 공개'를 정보 개방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뒤늦은 개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를 켜고 행정이 지금 무슨 논의를 하는지 생중계해주는 시장을 보고 싶다. 의사결정 과정이 다 끝난 이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시장 말이다.
회의 자체가 공개되면 회의록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거리가 될 뿐이다. 회의 공개는 시민을 거버넌스에 더욱 깊숙하게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시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연결된다.
미국에는 '회의공개법'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연방과 각 주 정부의 주요 회의를 공개하도록 정한 법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부패하기 쉬웠던 정책 결정 과정에 햇볕을 비춘다는 의미로 '햇볕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공공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아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아 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혁신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만 역시 회의 공개가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그가 참석하는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해커톤이나 민관이 함께 하는 회의 역시 온라인으로 송출해 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보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공무원들이 그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의와 결정 과정의 공개는 결과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번엔 본인의 회의에 카메라를 켜 줄 시장이 나타날까 싶어 공약을 살펴본다. 박영선 후보도, 오세훈 후보도 데이터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데이터로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 취업을 지원하겠다와 같은 성장 논리밖에 보이질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철학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올 시장에게 요구한다. 아니 부탁한다. 나중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투명하게 공개해주기를 말이다. 시민에게 신뢰받고 싶다면,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일을 공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작성 : 정진임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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