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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국회의원들은 기록 없이 떠난다 -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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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국회의원들은 기록 없이 떠난다 - 강남규

admin | 금, 2021/02/05- 00:21

정보공개센터 회원인 문화사회연구소 강남규 연구위원이 정보공개센터의 국회 기록관리 캠페인에 대한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하셨습니다. 강남규님의 허락을 얻어 전재합니다.

칼럼 원문 링크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 바로가기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후대 대통령들에게 반면교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의 퇴임을 사흘 앞두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도 좋은 사례다. 보존되어야 할 대통령기록물들을 트럼프가 자꾸만 찢어버리는 통에 찢어진 문서를 테이프로 붙이느라 백악관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얘기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무엇 하나 함부로 버릴 수 없다. ‘대통령이 남긴 기록들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여겨서다. 미국은 1978년 대통령기록법을 통해 이 원칙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도 2007년부터 대통령기록물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보존하고 있다. 이 원칙은 너무 간명해 보인다. 좀 더 포괄적으로 고치면 ‘공공의 예산으로 행한 일에 대한 기록은 공공의 것’이라는 원칙이다. 그래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기록물 보호 의무를 지닌다.

 

국회에 대해서도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을 통해 국회사무처나 국회도서관 같은 ‘국회소속기관’의 의무를 부여하는데, 놀랍게도 여기에 국회의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러다보니 의원실이 각종 의정활동 자료를 모아 ‘기증’하면 기록물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찾아와 ‘수집’하는 형국이다. 의무가 아니니 이 귀찮은 일을 애써 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19대 국회에서는 20개 의원실, 20대 국회에서는 30개 의원실이 기록물 기증 의사를 밝혔단다. 그나마 실제로 기증한 의원실의 수는 더 적고, 모든 기록물이 온전히 기증된 것도 아니다.

 

기증되지 않은 기록물은 대부분 폐기된다. 국회의원이 막강한 자료요구권으로 얻어낸 정보나 유능한 보좌관들이 4년간 생산한 정책자료 같은 것들이 임기종료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왜 기록을 남겨야 할까? 우선 다음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을 파고들 때 긴히 참고할 자료가 된다. 또 국회의원이 남긴 자료를 민간 영역이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우리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세금으로 벌인 일을 사유화하거나 함부로 폐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금 한국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존재가 민주주의 원칙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방증한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에게 기록물 보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강력한 권력을 민주주의 궤도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의원회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존재인지 자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법을 바꿔야 할 일인데, 그냥 되진 않을 것이다. 마침 좋은 시작점이 있다. 2008년부터 알 권리 확대운동을 벌여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이다. 이곳은 작년 5월에 모든 국회의원실에 기록 기증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19대 국회 20곳에서 20대 국회 30곳으로 기록을 기증한 의원실이 늘어난 데는 이곳의 기여가 있었다. 이곳이 최근에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기록이 있어야 공개와 감시가 가능하다.” 캠페인 취지는 이렇게 간명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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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저술한 『진보의 미래』에서 “(자신이)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도 실패하고 있는 관료 문제에 대해 어느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들은 ‘늘공(늘 공무원인 사람들)’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사실 현재의 5년 단임제는 ‘영원한 관료지배의 충분조건’일지도 모른다. 각 분야 관료개혁의 세부적인 각론 없이 허허벌판에서 총론만 들고 적폐청산을 외치다 보니,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 할 관료들에게 각론을 의지하게 된다. 개혁적인 정권이 들어서서 장·차관, 기관장 몇 명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편다 해도 관료사회는 꿈쩍하지 않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문재인 정부, 아직 임기 500여일이 남았다”, <오마이뉴스> 2021. 1. 10.)

우리 사회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이 홀로 우뚝 서서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채 온 나라를 좌지우지 통치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 권력이란 단지 전체 공무원 조직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권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관료들은 바뀌지 않은 채 언제나 강고하게 온존하면서 그 핵심적인 자리를 장악한다.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장관은 거의 없을 만큼 너무도 수시로 바뀐다. 그러니 행정부 부처의 실질적 주인은 필연적으로 관료일 수밖에 없다. 환경정책이나 노동정책도 대통령과 장관이 지휘하는 듯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불과 몇 가지 정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정책들을 관료들이 행사하고 있다.

국회 역시 겉으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온갖 비난을 모두 들으면서 정치와 입법을 좌지우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국회 입법관료들이 보이지 않은 실권을 행사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는 사실상 관료들이 지배하는 관치(官治), 관헌(官憲) 국가이다. 이 나라는 대표적인 행정 비대 국가다. 정책 하나하나마다 수백 수천 명의 이해가 걸려 있다. 공무원이 가진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 법제가 입헌군주 국가인 일본의 식민지 강점기에 만들어졌고, 그 뒤에도 그것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우리 법제에는 관헌국가적 잔흔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을 하고자 하는 자는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식으로 행정청의 권한을 간접적으로 규율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 이는 국민을 행정권 발동의 단순한 수동적 존재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관(官)주주의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법’과 ‘규정’이 사회를 일상적으로 지배하게 된 이른바 ’87체제 이후 ‘법치주의’의 이름하에 결국 이들 관료집단의 지배력이 갈수록 확고해져왔다. ‘시험 권력’이 ‘선출 권력’을 사실상 조종하고 지배하는 이러한 사회는 민주주의가 실종된 사회다.

 

행정사무그리고 규정만이 군림하다

원래 행정사무 업무란 보조적 업무여야 한다. 그리하여 사무 및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그 명(名; 이름)과 실(實; 내용)이 부합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는 전반적으로 행정사무 업무가 오히려 상위에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그 대표적 사례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재판을 보조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인사관리와 기획조정 업무를 장악하면서 스스로 법관에 대한 감독기관으로 군림하였다. 국회사무처 역시 전형적 사례이다. 독재 권력이 국회를 하수인 혹은 거수기로 전락시키기 위하여 도모한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기제는 국회 입법관료에게 과도하고 ‘위헌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관료 조직은 대부분 행정사무 부서가 인사와 예산 그리고 각종 사무분담 업무에 의거해 원래 보조기관이지만 실제로는 상위에 군림하면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객전도요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공공성과 가치와 철학은 사라지고, 대신 오직 사무와 규정이 군림하면서 상명하복과 형식주의만이 만연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회를 비롯하여 감사원, 대법원, 정당 등등 국가의 공공 시스템과 기관 중 자기의 명칭에 부합하는 위상을 지니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국회 전문위원’이라고 하면 누구든지 ‘전문가’들이 임명되어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모두가 국회에서 순환 근무한 국회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토보고’라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국회 공무원이다. 미국 의회의 위원회에 근무하는 전문가 스태프 조직은 모두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 독일 의회에서 이들 정책 ‘전문위원’은 독일 사회의 각계 전문가 출신으로서 자부심이 높은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시 정당 소속이다.

미국 의회 소속기구인 법제실의 법제관은 변호사나 법학박사 등 모두 법제 전문가로 구성된다. 반면에 우리 국회의 경우, 모두 순환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또 미국 의회예산처의 처장은 주로 경제학을 전공한 인사가 임명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주로 국회사무처 공무원인 수석 전문위원 출신이 임명된다. 부실하고 왜곡된 우리 입법지원 기구의 모습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관료집단을 새롭게 바꿔내야 한다

엉망이 된 우리의 정치과 경제, 사회, 노동 그리고 환경문제의 저변에는 언제나 관료집단이 도사리고 있다. 관료집단은 본질적으로 현상 유지와 친(親)재벌 사고방식의 보수적이고 기득권 편향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변화와 개혁에 저항한다. 더구나 외부로부터의 진입이 철저히 차단된 독점구조에서 감시견제 기제가 부재한 채 책임감과 의식 부재가 더해져 스스로도 갈수록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관료집단은 일반 시민과의 접촉은 별로 없고(혹 만나더라도 부정적이거나 거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반면 기업 측 인사들은 빈번하게 만나게 된다. 그래서 관료집단은 ‘시장 친화적’이며 시장경제 옹호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등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이 고착화되고 보수화가 강화되며 한 치의 변화와 개선조차도 어려워지기만 하는 것은 바로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관료지배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심각하기 짝이 없는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의 문제에서도 관료집단은 아무 의식 없이 그저 규정과 관행만을 내세우고 모르쇠, 시간끌기로 일관할 뿐이다.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명백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관료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의 어느 것 하나도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 우리의 미래 역시 없다. 우리의 미래를 이들 낡은 관료조직에 맡길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관료집단을 새롭게 바꿔내야 한다.

 

시험에 의한 공무원 선발, 과연 공정한 것인가?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시험에 의하여 공무원을 선발하는 방식이 최고의 미덕으로 치부된다. 그렇지 않은 그 어떤 공무원 채용도 불공정성으로 매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공무원 선발제도를 일률적으로 중앙인사기관이 독점하여 고스란히 관리하는 시험제도만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각 부처별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1993년 정부혁신처(NPR; National Performance Review)가 설치되면서 인사관리의 분권화와 권한 위임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각 부처에 채용권한을 위임하고 각 부처는 자체 실정에 맞게 채용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 형태가 각기 상이하다.

일본의 공무원제도는 우리나라와 많은 측면에서 유사하지만 우리의 경우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선발하여 각 기관에 배분하는 형식을 취하는 반면, 일본은 시험을 중앙 인사원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지만 각 기관별로 채용후보자 명부를 작성할 수 있다. 그리하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바로 임용되지 않고, 우선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되어 명부 순으로 각 행정기관에 추천된다. 따라서 성적이 좋을수록 희망하는 기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각 기관은 엄격한 면접과 심사로 임용을 다시 결정하기 때문에 어려운 관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대통령 공공관리 인턴(PMI: Presidential Management Intern)’ 프로그램이라는 고급공무원 임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공정책 분야에 우수한 석․박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하여 1977년 카터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매년 공공정책 프로그램의 분석 또는 관리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약 200명 이상의 젊은 인재들이 미국 국민에게 연방정부 공무원이 되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2년 동안 연방정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들은 ‘순환 인턴십 기회’를 통하여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게 되며, 이 프로그램에 의하여 우수한 석․박사 인력들이 연방정부에 채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유명한 국립행정학교, 즉 에나(ENA)를 통하여 고위공무원을 채용한다. 2003년의 경우 총 선발인원은 100명으로서 이 중 50명은 외부 경쟁시험, 41명은 내부 경쟁시험, 9명은 ‘제3의 시험’을 통하여 선발된다. 외부경쟁 시험은 28세 이하이고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다. 내부경쟁 시험은 현직 공무원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고, 학력 제한 없이 5년 이상의 공공 부문 근무경력을 충족시킨 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한다.

‘제3의 시험’은 40세 미만이고 전문직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원으로 8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자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제3의 시험’은 고위 공무원의 사회적, 지리적 배경을 다양화시켜 공무원 충원의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프랑스는 이렇게 하여 고급 공무원의 사회적 배경의 균형을 추구하고 전문가의 공직 진출 가능성을 제고시키기 노력하는 한편, 그밖에도 계급제의 단점인 충원 형태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공개채용시험 외에 다양한 충원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채용과 전체 공무원의 20%에 이르는 계약직 공무원 제도의 활성화로써 계급제 하에서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한편 영국의 경우에는 속진(速進) 임용제를 적용하여 공무원 중 고위직 공무원 직위에 도달할 수 있을 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별도의 훈련 및 능력개발기회와 조기승진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영국 고위공무원단의 1/3에 가까운 인원이 속진 임용제를 통하여 선발된다.

 

고시 출신의 군림과 육두품 출신의 슬픔

공무원이 기피대상으로 되던 시기가 있었다. 공무원 임금이 너무 낮고 대우도 좋지 않아 일반 대졸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시기에 5급 고시는 우수한 인력을 공무원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의 제도였다.

그러나 이제 공무원은 이 나라 모든 젊은이들의 꿈으로 되었다. 9급 공무원 시험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다.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 밀집해있는 노량진역 부근은 공시족으로 언제나 인산인해다. 몇 년 전부터 이제 5급 공채(고시)나 7급 시험이나 차이가 없다는 주변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 우수한 인력들을 공무원으로 선발해 잘 운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는 고시 출신, 고시족들이 전두환 시절의 군대 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처럼 공무원 사회를 장악하고 독점하는 데 있다. 모두 고시 몇 기 몇 기로 통하고, 이들끼리 모든 요직과 지휘계통을 장악한다. 고시 출신이 아닌 다른 공무원은 마치 신라 시대의 ‘육두품’처럼 들러리로 전락한다. 진골과 성골 그리고 육두품의 출신 성분은 너무도 명확하다. 서슬이 퍼런 이런 계급 사회에서 기상천외하게 아부하는 재주가 있지 않는 한, 육두품 출신이 요직에 오르기 어렵다. 비(非)고시 출신으로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요직에 오르게 될지라도 이미 비고시로서의 정체성은 상실된다. 아니 오히려 비고시 집단에 적대적으로 스스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시족 집단에 대한 높은 충성심이 이미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서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을 위한 역동성이나 미래지향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국회사무처의 경우를 살펴봐도 수석 전문위원과 전문위원을 비롯한 요직과 국장급에서 5급 공채, 즉 ‘입법고시 출신’의 비율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강화된다. 최근에는 과장급까지 고시 출신의 독점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 국회사무처의 주요 보직 중 고시 대 비고시 출신 비율은 2006년 48: 52였는데, 2011년에는 58: 42였고 2016년에는 80: 20으로 그 독점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5급 공채로 관료사회에 진입하면 30대에 이미 3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은 지나치게 빠른 승진이고,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심지어 사회 경험이 적은 본인에게도 불행이다. 최근 판사 임용도 최소 3년 내지 5년의 법조 경력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5급 공채라는 ‘특급 대우’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다양한 나무 품종으로 이뤄진 숲이 가장 번성한 숲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시험이라는 한 가지 단일한 형태로만 공무원을 선발하는 현재의 방식은 “우리가 남이가”의 가족주의와 온정주의를 낳고 이는 결국 부패와 무능을 심화시키게 된다. 그것은 오직 특권과 독점의 상징으로 되었고, 상명하복으로 권력에 무조건 아부하고 줄서기와 승진에만 몰두해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 고위 공직자로 있던 어떤 후배는 필자에게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는 대부분의 4급 이상 공직자들에게 ‘승진’에만 필요한 비상한 능력을 보유하고 발휘한다는 점 이외에 그들에게 특별히 대단한 능력을 가졌거나 실행하는 모습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제 공무원 조직도 과거와 같은 일반 행정가로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다. 앞으로의 공무원은 ‘일반 행정가(generalist)’ 보다는 공직사회 내에서 특화된 전문 능력을 보유하면서 유능한 행정가로서 종합적인 관리 능력을 보유한 ‘전문성을 지닌 행정가(specialized generalist)’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1940년대 이후 지역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가능한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를 채택하고 있다. 대표관료제란 한 나라 전체의 인구 구성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집단별 인구비례에 따라 정부 공직이 배분되어야 한다는 인사 원칙이다. 미국에서는 이 대표관료제를 적용하여 고용평등조치, 차별철폐조치 그리고 적극적인 고용할당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인재의 지역할당제 역시 이러한 적극적인 인재할당 대표관료제의 일종으로서 인력충원에 지역이라는 변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일종의 ‘지역주권’의 신장을 추구한다.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지역별 비례에 의하여 국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선발된 인력이 국가 공직사회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출신 지역과 관련된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적 대표성(political representativeness)’, 혹은 ‘정치적 대의성’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시험만에 의한 공무원 선발, 현대 국가에 적합하지 않다

고시제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각급 공무원 시험제도는 사실 과거제도를 계승한 것이다.

흔히 과거제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평성의 측면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왔다. 하지만 중국 역사에서 과거제도는 본래 치국의 인재를 배양하고 선발할 수 없고 도리어 황제 전제정치의 필요에 충실하게 부응한 제도이기도 하였다. 명나라 말기의 학자 고염무는 팔고문(八股文: 과거 시험이 엄격하게 요구했던 여덟 가지 형식)의 폐해가 진시황의 분서(焚書)와 같으며 인재에 대한 파괴는 오히려 진시황의 갱유(坑儒)보다 더 심하다고 갈파하였다. 그리고 결국 중국은 크게 낙후되었다.

오늘날 세계의 선진국들은 공무원을 직무별로 수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직 암기식의 단일시험 제도를 통해 일시에 공무원을 선발한다. 그리고 연공서열에 의하여 결정되는 승진과 급여 체계 대신 이제 성과와 실적에 의하여 결정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시험만으로 우수하고 도덕적이며 유능한 공무원이 선출될 수는 없다. 시험으로만 선발되는 현 공무원 제도 그리고 연공서열에 의하여 모든 시스템이 운영되어서는 전문성과 창의성 그리고 역동성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의 수요에 결코 효과적으로 부합할 수 없다.

 

소준섭

화, 2021/03/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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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의 2020년 연하카드

 연말연시의 사라져가는 풍습 중 하나로 '연하장'이 있습니다. 모바일메신저나 SNS로 상호 소통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연하장을 보내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인데요.

 그동안 연하장 발송량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궁금해서 우정사업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우정사업본부은 연하장 발송량 통계를 따로 내지 않는다고 답변하였으나, 연하카드 발행량 통계를 통해 연하장 수요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가늠해 수 있었습니다.

 

2001년에는 1365만장에 달하던 연하카드 발행량은 급속히 줄어들어, 2019년 현재 207만 장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대부분 기업이나 백화점 등의 고객 대상 연하장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렇다면 공공기관장들이 보내는 연하장 수량은 어느 정도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도 여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을 맡다보니 시장님이나 공공기관장 명의의 연하장이 날아오기도 하는데요, 과연 시장이나 도지사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보내고 있을까요?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청구 대상 기관 : 17개 광역지자체

청구내용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시장(도지사) 명의로 발송했거나 발송 예정인 연하장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합니다.

1. 발송대상자 명단 : 발송대상자 성명, 직책, 발송 사유 등

-> 발송 사유의 경우 '도정 협조 유관기관장', '출향 인사', '도내 기업인' 등 해당 인사가 왜 발송 대상이 되었는지 그 사유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2. 소요 예산 : 연하장 제작비, 제작 수량, 발송 비용 등

-> 제작비용, 발송 비용을 따로 공개해주시길 바랍니다.

3. 제작 및 발송 업체 정보

공개된 내역이 제 각기 다른데, 발송대상자 성명의 경우 모든 지자체에서 개인정보를 사유로 비공개하였습니다. 직책에 대해서는 공개한 지자체도 있고, 공개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구요. 청구 시점이 1월 초라, 일부 지자체의 경우 2020년 연하장을 아직 발송/제작하지 않아 2020년 내역을 부존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래 표는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제작 수량 / 발송 대상자 인원 및 발송 사유를 정리하여 만든 것입니다. (소요 예산이나 제작 발송 업체 등의 정보가 궁금하시면 글 하단의 정보공개 자료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주세요!)

 

예상대로, 가장 많은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서울시장이었습니다. 서울시장의 경우 매년 8만 명, 9만 5천명에 달하는 대상자들에게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는데, 명단을 확인해보니 자치구 통반장이나 경로당, 대한노인회 등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외 서울시내 각급 학교장, 전현직 선출직 공직자, 의용소방대원, 대학생 아르바이트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적은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울산광역시장이었는데, 울산광역시와 관계 맺고 있는 자매도시 시장이나 국내외 외교관계자 등 100명에게만 매년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특기할 만한 사례는 부산광역시장이었는데요, 부산광역시장은 2018년까지 32600명에 달하는 시정 유관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발송하다가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뀐 이후, 2019년 부터는 울산시와 유사하게 외교 관련 공관장 등으로 연하장 발송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정보 내역을 살펴보니 대부분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부서별로 연하장 발송 대상자 명단을 취합하여, 시장/도지사 명의로 연하장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장의 연하카드 발송 대상자 명단 일부. 부서 별로 대상을 취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연하장 발송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 대상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ㆍ도화의 배부ㆍ게시 등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ㆍ도화, 인쇄물이나 녹음ㆍ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ㆍ첩부ㆍ살포ㆍ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거법에 규정된 방식 외의 방식으로 후보자가 자신이나 정당을 선전하기 위한 방식으로 연하장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연하장을 보냈던 후보자 등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김정섭 공주시장의 경우 2018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주시민 등 8천명에게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비롯해 선거 출마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연하장을 보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80만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다만,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 등이 도정과 시정 업무에 대해 협조한 통장, 주민자치위원, 직능/사회단체장, 위원회 위원, 자원봉사단체장 등 제한된 범위의 인사에게 의례적인 연하장을 발송하는 것은 공적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보아 연하장 발송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명의로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이러한 해석에 따라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직능단체나 사회단체장을 넘어서 평소 친교가 없는 자원봉사단체 회원 전체에게 연하장을 발송할 경우 직무 상의 의례적 행위라기 보다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전하는 행위에 해당 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93조 위반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친교'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논란을 낳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친구나 지인들과 정을 나누기 위해 보내는 연하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위법 선거 운동의 도구로 쓰일 수 있으니 주의해서 봐야겠죠? 마침 2020년은 총선이 있는 해 입니다. 혹시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연하장이 왔다면, 위법 선거 운동이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2018-2020 광역지방자치단체 연하장 발송 관련 정보공개자료.zip

화, 2020/03/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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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우리는 국회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

‘국회’라는 말이 나오게 되면 누구든지 목소리를 높여 맹비난한다. 모든 사람들이 국회를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긴급하게 개혁할 대상 1호로 지목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 모두의 ‘사고뭉치 국회’를 과연 어떻게 개혁해나갈 것인가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정작 명쾌한 방안이 없이 수십 년 째 “그 밥에 그 나물”, 도돌이표 레토릭일 뿐이다.

국회 개혁, 이제 추상적이고 원론적이며 환원론적 논리는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 국회 개혁의 진실을 분석하고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학생의 본업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수업, 즉 학습이다. 그런데 만약 학생이 수업을 하지 않고 대리 수업을 한다든지 대리 시험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한 마디로 말해, 그것은 학생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학습과 수업을 하지 않고서 나가서 연애나 하고 패싸움하고 게임하고 놀 수밖에 없다. 패싸움 금지규정을 만들어본들 막을 수 없다. 수업을 하지 않고 시간이 남고 남아돌아서 날이면 날마다 패싸움하고 연애하고 게임하는데, 예를 들어, 패싸움금지법, 연애금지법, 게임금지법 등등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본들 그것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학생을 선발해본들 학생이 수업을 하지 않는 그 본질을 고치지 않는다면 선발된 그 좋은 학생들도 수업을 안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교사를 초빙한다고 해도, 수업을 하지 않는 그 자체를 고치지 않고서 왜곡된 이 상황을 결코 바꿀 수 없다.

동일한 논리로 나는 오늘 국회 문제의 핵심이 바로 국회가 국회의 본분, 즉 입법을 국회의원들 스스로 하지 않고 ‘방기’ 혹은 ‘피동적으로 배제’된 데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국회처럼 이렇게 입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또는 ‘소외된’ 의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법이야말로 의회의 본령이고, 이 본령을 방기한다면 그것은 이미 의회가 아니다.

 

인식하지 못하면,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해내지 않고서는 아무리 유능하고 의욕에 넘치는 국회의원을 선출해본들 모든 국민들이 바라마지 않는 ‘좋은 국회’, ‘신뢰받는 국회’로 발전할 수 없다. 그렇게 ‘입법’을 방기하는 객관적 조건을 바꿔내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좋은 선거법에 의해 좋은 인물을 선출해도 ‘좋은 국회’, ‘좋은 국회의원’이 나올 수 없다.

지금 ‘국회 문제’를 말하면, 모두 입을 모아 “지긋지긋한 정쟁(政爭)의 종식”을 말하지만, 의원들이 자신들의 본업인 ‘입법’에 몰두한다면 솔직히 ‘정쟁’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국회 문제의 ‘진실’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 숨겨진 진실

얼마 전 국회의 한 의원실에서 ‘검토보고서’가 처음엔 찬성 취지였다가 중간에 부정 취지로 바뀌는 바람에 법안 통과가 무산되자 의원이 수석전문위원을 의원실로 불러 문제를 제기하던 중 보좌관과 입법조사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의 영향으로 “국회의원의 갑질 사건”으로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사실이 있다.

해당 사건에서 수석 전문위원은 항의하는 보좌관의 태도를 문제 삼아 “건방지다”라고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갑중의 갑”으로 통하는 위상이다. 그런 ‘높으신’ 국회의원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관에게 “건방지다”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보듯,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수석전문위원의 힘이 얼마나 센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검토보고서’가 바뀌는 바람에 결국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국회의원과 전문위원 중 과연 누가 입법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하여 입법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것이 곧 대의민주주의다. 그렇다면 국민이 입법권을 부여하지 않은 국회 전문위원은 어떻게 하여 이렇게 “국회의원보다 더 큰” 입법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전 시기에 기업들은 재경부(지금의 기획재정부, 기재부)에 로비를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에 로비를 한다. 기재부 관료에게 해봤자 다시 국회의 문턱에서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다시 반전이 존재한다. 바로 국회에 대한 로비에서 그 로비의 대상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바로 ‘국회 전문위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국회 전문위원은 각종 법안만이 아니라 예산 심의에 대한 검토보고 권한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 공무원인 예산결산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에게는 장관들이 머리를 숙이고 부탁한다. 나아가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을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히 무소불위 ‘권력의 핵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회 주변에서는 “(국회공무원인) 수석 전문위원이 초선 의원 5,6명을 합한 것보다 힘이 세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었다.

“일하지 않는 국회”,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지금 우리 국회는 국민들의 불신 대상 1위다. 하지만 국민들은 비록 그렇게 불신을 받는 국회지만 입법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미흡하지만 그럭저럭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입법이라는 의회의 본연의 직무 수행에 있어 우리 국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왜곡과 비정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나마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싫어할 경우 투표로써 심판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뒤에 가려져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권력 ‘국회 전문위원’은 알려지지 않은 숨은 권력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본업인 입법에서 분리된 국회의원

오늘의 우리 국회를 명실상부 국민 의사를 대표하는 기구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아마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완강하게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회는 정확하게 민의를 반영하여 올바르게 구성되어 있을까? 그러나 한마디로 유권자의 민심은 국회 의석수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과반이 넘는 표가 사표(死票)로 되고 있고, 18세 청년들의 투표권은 계속 거부당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철저히 저지된 채 거대 정당들의 독과점 체제만이 군림하고 있다.

오늘 우리 국회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그야말로 첩첩산중 쌓여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떠한 문제부터 풀어야 이 국회를 바꿔낼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 것인가?

시민운동은 이제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에서 입법건수 발의를 기준으로 삼아왔다. 이는 한 마디로 방향 착오다.

흔히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라고 하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그 책임 주체가 되어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검토보고의 ‘준비’와 그 ‘발언’까지 모두 담당한다.

우리 국회법은 제58조에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먼저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검토보고’란 국회의원이 제출하는 법률안에 대해 국회 공무권이 ‘검토’하는 것으로서 예·결산에 대한 검토도 모두 그들의 몫이고 권한이다.

사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현실에서도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열과 성을 다하려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 입법과정에서 의원 개인이 높은 의욕을 가지고 아무리 열심히 해보려 해봐도 그 역할은 대부분 입법발의의 단계에서 끝나게 된다. 결국 현 국회는 근본적으로 의원의 의욕과 능력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열의에 불타는 사람이라도 사실상 할 일이 없게 된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어느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도 예외 없이 모두 아무 탈 없이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한 지인은 초등학생을 국회에 갖다놔도 충분히 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유치원3법’이나 ‘김용균법’ 등을 둘러싸고 의원들이 갑론을박, 거칠게 논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의원들이 입법을 주도한다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빙산의 일각’처럼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로 부각된 극히 일부 법안에만 해당될 뿐이다. 왜냐하면 현재 국회 입법은 법안 발의 그 단계에서 의원들의 개입은 사실상 종결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법안들은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법안 검토부터 모두 철저히 입법관료들의 손으로 넘어가 처리된다.

그리하여 결국 국회개혁의 핵심은 바로 국회의원들과 ‘분리’된 국회의 본업, 즉 입법 활동을 다시 ‘복원’하여 결합시키는 것에 있다. 즉, 입법의 전 과정을 국회의원이 그 ‘검토’부터 모두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화, 2020/01/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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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올림픽공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대중문화예술상은 정부 차원에서 대중문화예술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상입니다.

올 해는 대중문화예술상 10주년이라 그 의미가 더 깊었는데요, 가수 양희은, 배우 김혜자를 비롯한 5명이 문화훈장을, 배우 염정아와 라디오DJ 배철수를 비롯한 6명이 대통령표창을, 가수 김완선과 배우 김서형을 비롯한 8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가수 송가인과 배우 류준열을 비롯한 9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에서 자세히 확인하기)

누가 봐도 대중문화발전에 큰 공로가 있는 분들이죠?

이쯤 되면 제목에 내건 'BTS, 김혜자, 박찬욱'의 공통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문화훈장 수훈자'라는 점입니다. 배우 김혜자의 경우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9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통해 그간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BTS 멤버들은 지난 해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막내인 정국의 경우,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로 기록에 남게 되었습니다. 함께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들이 배우 이순재와 김영옥, 가수 김민기 등 활동한지 50년이 넘는 커리어를 가진 원로들이라는 점을 따져보았을 때, 평균 나이 23.7세인 BTS의 문화훈장 수훈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BTS의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화관문화훈장 수훈 장면 

박찬욱 감독의 경우 이미 15년 전인 2004년에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화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으로 영화산업발전의 공로를 인정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올드보이]의 주연배우 최민식과 제작자인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도 각각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지난 2006년, 배우 최민식씨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대하며 [올드보이]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문화훈장을 받았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영광이라는 느낌도 들고, 언뜻 보니 은관이니 옥관이니 화관이니 등급도 여러 개가 있는듯 한데, 도대체 문화훈장은 무엇이고, 누가 받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서훈하는지, 훈장을 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솔직히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문화훈장에 대한 여러 궁금증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훈장과 포상의 기본이 되는 상훈법

먼저, 훈장, 포장, 표창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훈장과 포장은 상훈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상훈법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 대해 훈장이나 포장을 수여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상훈법 제19조에서 '포장은 훈장에 다음가는 훈격'이라 하고 있기 때문에, 훈장이 포장보다 높은 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표창의 경우,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정부 표창 규정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훈장, 포장 보다 한 단계 낮은 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훈장과 포장의 종류.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 참고
(https://www.sanghun.go.kr/)


훈장은 총 분야별로 열두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오늘 살펴볼 문화훈장의 경우 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 훈장의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문화훈장은 본래 1951년 문화훈장령이 제정되어 주어졌다가, 1967년 상훈법이 개정되면서 국민훈장으로 이름이 바뀐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1973년 상훈법 개정으로 인해 지금의 문화훈장 체계를 갖추게 되어 1974년부터 지금(2019.11.01)까지 46년간 총 1425번의 서훈 절차를 거쳤습니다. (해당 수치는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본래 훈장은 "동일한 공적에 대해서는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장을 여러번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감독 김기덕인데요,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가 은곰상을 받은 이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2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한 단계 높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공로를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화훈장의 경우, 매년 10월 셋째 토요일 문화의 날을 기념하여 수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의 날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지정이 되었는데요, 문화예술진흥법 제정 당시 "국가는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현저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상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국민훈장에 통합되어 있던 문화훈장을 다시 부활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받기 어렵다는 금관문화훈장, 이렇게 생겼습니다!


1974년 6월 19일이 지금과 같은 체계로 바뀐 문화훈장이 처음으로 주어진 날입니다. 당시 수훈자는 당시 '천재소년'이라 불리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입니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어린 나이부터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한국인 음악가였던 김영욱은 27세 나이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개정 이후 첫 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재미있게도 한 달 후인 7월 15일, 두번째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 역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던 스물두살의 젊은 음악가였습니다. 바로 지휘자 정명훈입니다. 이 때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정명훈은 2018년,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역시 스물두살의 나이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기 전까지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 기록을 오랜 기간 지켜왔습니다. 1995년에 다시 금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구요. 



무려 45년 전의 일입니다.

이렇게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여 국위를 선양한 젊은 음악가들"이 문화훈장의 수훈자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문화훈장의 본래 역할은 '문화예술을 통한 국위 선양'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훈장 서훈과 그 등급을 결정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훈법 제3조에 따르면 서훈대상자의 공적 내용, 그 공적이 국가와 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등을 고려하여 서훈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일단 행정안전부장관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장,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 등이 서훈 대상자를 추천하게 됩니다. 문화훈장의 경우 보통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나 문화재청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추천권을 가지게 됩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른 정부포상 절차

각 추천기관에서는 먼저 홈페이지를 통해 포상 후보자를 공모합니다. 공모, 혹은 자체 추천을 통해 뽑힌 포상 후보자들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와 각 부처 홈페이지에 명단과 공로사항을 공개하고, 포상 후보자로 적절한지 공개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공개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이번에는 다시 각 기관의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추천대상자들의 적정성과 공적에 대해 심사를 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기관들은 공적조서를 작성하여, 행정안전부 - 국무회의 - 국무총리 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재가한 후에야 훈장을 수여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식으로 포상 대상자를 공모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사람이 있다면 고고!


2018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훈장의 경우 보통 15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자에게 수여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포장은 10년 이상, 표창은 5년 이상의 기간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BTS의 경우 아직 데뷔 1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서는 '국가/사회 발전에 탁월한 공적이 있는 자로서 추천기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이 협의하여 포상기준의 예외를 적용하기로 한 자'에 대해서는 기간에 상관 없이 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공적'의 사례로는 국제대회(경연)우승, 세계 최고권위의 상 수상, 국내 또는 세계 최초/최고의 업적 달성 등을 들고 있습니다. BTS의 경우, ‘Love Yourself' 앨범이 연달아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것이 업적으로 인정된 경우겠죠? 마찬가지로 박찬욱 감독 역시 감독 데뷔 11년 만에 칸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아쉬웠지만 곧 그래미를 수상하고 또 다시 훈장을 받을지도?!




문화훈장의 경우 보통 방송의 날, 인쇄문화의 날 한글날, 책의 날, 문화의 날,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등을 기념하여 수여하고 있습니다. 2019년의 경우, 인쇄문화의 날(9월 14일), 한글날(10월9일), 책의 날(10월 11일), 잡지의 날(10월 20일), 문화의 날(10월 19일),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10월 30일) 등을 전후하여 모두 27명에게 문화훈장이 서훈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훈장의 등급인 훈격의 결정 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문화훈장의 경우 훈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편입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서는 "구체적인 훈격은 공적의 정도, 기서훈, 수공기간, 사회적 평가, 지위 등을 종합 검토하여 결정하되, 포상분야・ 종류・대상간에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함"이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세번이나 문화훈장을 받은 수필가 전숙희

이렇게 일생에 한번 받기도 힘든 문화훈장을 무려 세번이나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2010년 작고한 수필가 전숙희의 경우 1976년 보관문화훈장, 200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2010년 작고한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되었습니다. 한때 패션 디자이너의 대명사였던 김봉남(앙드레김) 역시 1997년 화관문화훈장, 2008년 보관문화훈장에 이어 2010년 세상을 떠난 이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패용한 가수 이미자

아직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문화훈장을 세번이나 받은 레전드 중 레전드도 있는데, 바로 지난 60년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이미자입니다. 이미자는 1995년 화관문화훈장, 1999년 보관문화훈장,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무려 세 번에 걸쳐 훈장을 받았습니다. 2009년 당시에는 대중음악 가수로서 최초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대중문화예술상이 신설되면서 패티김, 조용필, 태진아, 남진, 김민기, 조동진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음악인들이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되는데요, 아직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대중음악인은 없는 상황입니다. 대중음악계에 있어서 위상을 고려했을 때 언젠가 이미자의 금관문화훈장 수훈도 당연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정말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 유일무이한 문화훈장 4회 수훈자로 남게 될 듯 합니다.


문화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문화예술인으로서는 더없이 영광인 일이지만, 한편 또다른 혜택은 없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해 BTS가 문화훈장을 받은 직후, 훈장 수훈자에 대한 군 면제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는데요,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하여, 훈장 수훈자에 대한 혜택이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인/공무원 신분으로 전쟁 상황이나 국가안보에 중대한 공로를 세워 무공훈장이나 보국훈장을 받은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 대상이 되지만, 문화훈장의 경우 국가유공자 대상이 아닙니다. 공무원의 경우, 훈장이 인사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혜택'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상훈법에 따라 훈장을 받은 인물은 현충원 안장대상심의위원회를 거쳐 안장대상으로 결정된 경우 사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혜택이라면 혜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가 올 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도니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문화훈장에 대해 여러모로 살펴보았는데요, 현재 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가능하나, 전체 명단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뿐 아니라, 간단하게 수훈자들의 소속을 소개하고 있으나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받게 되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특성 상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명으로만 검색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어떤 인물이 훈장을 받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974년 이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을 확보하였습니다. 그 후 정말로 기나긴 검색과 정리 과정을 거쳐 2003년 3월부터 2019년 11월 현재까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의 문화훈장 수훈 671건에 대한 DB를 정리하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정보공개센터가 정리한 DB를 바탕으로, 지난 16년 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정권별로 나타나는 문화훈장 서훈에 대한 특징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목, 2019/11/2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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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법정-지정기부금단체의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의무(법인세법 시행규칙 제18조의2 제1항 내지 제3항에 따른 의무)에 따라 2018년도의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공개합니다.

변함 없는 관심·지지·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수, 2019/10/0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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