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이번에는 제가 피해자였을 뿐이에요

“돼지 띠 엄마들이, 어떻게 무식하게 안 쓸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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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1)[/caption]
그녀와 가습기살균제의 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애경의 제품을 구매하게 된 계기는 평범했다. 말 한마디, 이마트 판촉직원의 악의없는 권유에서 비롯되었다. 2007년 11월 경,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었다.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김선미씨(36, 수원시)를 만났다.
“이 제품을 제가 무식하게 샀네요.”
그녀는 스스로를 탓했다.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자신까지. 10년이 넘도록 온 가족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선미씨는 스무살까지 교회 성가대에서 활약했다. 성악하는 친구들이랑 중창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천식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둘째가 생기고, 선미씨는 생선도 먹지 않았다. 요리를 할 때도 태우거나 튀기지도 않았다.. 집에는 담배를 피는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한 건 1년 남짓이었다. 고작 한 병정도였다. 제품 뒤에 표기된 사용법은 한번에 10mm를 권했지만, 그 반만 썼다. 가습기를 아침‧저녁으로 닦던, 성실한 남편 덕이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썼는데 반 정도가 남았다.
“효능이 좀 떨어지겠지만 안 넣는것보다 넣는게 좋다, 친환경 제품이어서 인체에 무해하다.”
사용기한은 개봉일부터 6개월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기한이 지났는데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상담원의 답변은 명쾌했다. “효능이 좀 떨어지겠지만 넣는게 좋다, 친환경 제품이라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은 걸 마저 사용했다.
그렇게 제품을 6개월 가량 사용했을 때였다. 첫 아이가 18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병세가 나타났다. 결국 20개월 즈음부터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상세불병의 폐렴과 열병련으로, 2-3년가량 아주대병원에서 장기입원을 했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다. 폐 x-ray를 매일 찍었다.
그러던 중 담당교수는 폐 하단부에 보이는, 하얀 덩어리가 원인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질듯한 설명이 따라왔다. “이걸 빼려면 청소기 같은 흡입기를 코에 넣고, 폐포를 흡입해 덩어리가 있는 곳까지 가서 빼와야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평생 기흉이나 잦은 폐렴 같은 호흡기 증상을 달고 살아야합니다.”
“어떻게 엄마가 그거 하나 빼겠다고 아이 폐를 망가트려요?”
차마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한 세시간을 울었다고 말했다. 이후 통원치료가 반복되었다. 큰 딸은 7세 무렵 천식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딸한테 미안해서…. 그녀의 말끝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태아 때부터 생후 6개월까지 사용시기가 겹친, 둘째는 더 큰 영향을 받았다. 보통 태어나서 1년정도 자기 면역력을 갖고 살기 마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태어나서 50일 됬을 때부터 부비동염, 축농증, 중이염 등으로 갑자기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결국 생후 1년이 안되었을 때, 아주대 병원에서 천식진단을 받았다. 첫째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타골종염이 올라온 적도 있다고 했다. 열세살이 된 아들은 지금도 친구들과 운동이라도 하면, 쌕쌕거리고 금방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 아이한테도 말을 못해요. 13살이 될동안 한번도 편하게 자본적이 없대요. 한번도….”
“편하게 자는게 뭐 그리 대수고, 대단한 일이라고.”
그녀가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선미씨 또한 건강이 나빠졌다. 그동안 딸과 아들을 먼저 챙기느라, 버티고 버틴 결과였다. 2019년에 갑자기 호흡발작이 찾아와, 주져앉고 말았다. 아주대병원에서 천식을 진단 받았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차도가 없었고, 2년 넘게 매달 면역치료를 받고 있다.
“일반적인 천식환자들은 면역치료가 6년이면 끝난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받아야 할 것 같아요. 폐쇄성 환기장애 진단이 나왔고 아이들과 동일하게 해명할 수 있는게 없어요. 재판부에서 SK와 애경등이 무죄라면, 폐쇄성 환기장애는 왜 왔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녀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에 아산병원에서 실시한 모니터링에서 폐활용능력(DMCO)을 진단한 결과, (정상인 100%를 기준) 아이들은 65%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남편은 90% 가량으로 졸지에 가족 중 제일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부비동염과 축농증 등 호흡기질환을 달고 산다. 그녀가 다시 되내었다. “제 손으로 사서 썼어요. 제 손으로,,,”
담당 교수는 전 가족의 면역치료를 시작하자고 권유했다. 그나마 현 상황에서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런데 거리가 멀어서, 그녀는 수원에서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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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그녀에게 법원의 판결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제품사용으로 인한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근무중에 이 소식을 접한 그녀는, 마치 심한 장난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이 잘 안되었다.
“큰 애가 저한테 묻더라고요. 엄마 그럼 나는 무슨 피해잔데? 왜 사과를 안해?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법원이 제가 사과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어요. 제가 기업에게 먼저 사과를 받아내야 제가 아이들에게도 책임있는 사과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책임질 사람이 없잖아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옥시 형사재판 기억하는데 그 당시 과학적 근거가 미비했던 옥시도 유죄를 받고 혼났잖아요. 그런데 SK는 무죄래요. 되게 어이가 없었어요.”
환경부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내비쳤다. “너무 화가 났던 게, 저한테 이런 소리를 했어요. 사참위의 진상규명 기능을 왜 없애냐고 물었더니 모든 조사나 입증도 자신들이 해야하고, 사참위는 지금까지 한게 없다는 취지로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참위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하셨어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어떻게 준비하고 싸웠길래,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요?"
그녀는 항소심 재판부에게도 당부했다. “저는 이 제품을 사용했지만 국민들 중에 치약 안 쓰고, 세제 안쓰고, 화학제품 안 쓰시는 분들 없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피해자였을 뿐이에요.”.
“이번에는 운이 나빠 제가 피해자고, 제 아이들이 피해자였을 뿐이에요. 그런데요. 언제 당신들이 피해자가 될지 몰라요. 그러니까 더 이상 저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더 심혈을 기울여, 잘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196명이고 1,618명이 사망했다. 이 중 애경과 SK 등 CMIT/MIT 원료사용 피해신고는 1,400건에 달한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긴 부리 밑의 주머니가 특징인 펠리컨. ⓒ장재연[/caption]
그러나 시간이 가면 하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보니, 점차 신비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나, 가게에서 뭔가 얻으려고 서 있는 듯한 모습 등은 멍해 보이고 둔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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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펠리컨.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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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에서는 야생 동물들이 사람 지나다니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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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구하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펠리컨들. ⓒ장재연[/caption]
그래서인지 갈라파고스 관광객들도 다른 새에는 열광하면서도, 펠리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시큰둥하다. 다리가 짧아서인지, 솔직히 멋있어 보이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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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을 때 귀한 줄 모른다.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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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이 펼치는 온갖 포즈 ⓒ장재연[/caption]
펠리컨도 물속에서는 육지에서의 둔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혼자 또는 여럿이서 함께 정말 잘 논다. 가끔은 몸에 묻은 뭔가를 털어내려는 듯 격렬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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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는 육지에서와 달리 활발하게 가끔은 격렬하게 움직인다. ⓒ장재연[/caption]
하늘에서의 펠리컨은 최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는 동물을 새라고 한다면, 펠리컨이야말로 정말 가장 우아하고 박력 있게 그러면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날 줄 아는 새라는 점에서 최고의 새라고 할 수 있다. 펠리컨은 날갯짓을 별로 하지 않고 고개를 들고 활강하는 방식으로 날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멋진 비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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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의 박력 넘치는 비행 모습들 ⓒ장재연[/caption]
펠리컨은 암컷이 수컷보다 체구가 약간 작지만 외양은 같아서 구분하기 어렵다. 깃털은 회색이 짙은 갈색이며 머리에서 목까지 흰색이고 부리에는 밤색의 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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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펠리컨 ⓒ장재연[/caption]
어린 펠리컨도 덩치는 어른과 차이가 없지만 몸 전체가 흐릿한 갈색으로 덮여져 있어 쉽게 구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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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펠리컨 ⓒ장재연[/caption]
펠리컨도 하늘에서 물로 다이빙해서 물고기를 잡아먹곤 하지만, 블루풋 부비와는 달리 물 표면까지만 내려가지 물속으로 깊이 잠수를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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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공중을 돌고 있는 펠리컨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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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먹이를 향해 다이빙하는 펠리컨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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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뭔가를 찾는 펠리컨 ⓒ장재연[/caption]
펠리컨은 과거 1940년대에 DDT가 다량 사용될 때 그 영향으로 알의 껍질이 얇아져서 번식에 문제가 생겨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60년대에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멸종 수준으로 사라질 정도였다. 다행히 1970년대 이후 DDT 사용이 금지되고 복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많이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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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뭔가를 찾는 펠리컨 ⓒ장재연[/caption]
펠리컨이야말로 화학물질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의 피해를 온몸으로 체험한 동물이다. 그로 인해 펠리컨이 환경오염에 민감한 지표 생물임을 알게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지구환경 오염의 감시 차원에서라도 펠리컨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야생 동물이다.

ⓒKBS 자료화면[/caption]
도쿄전력은 홈페이지에 매일 각 원자로당 72톤씩 216톤의 냉각수를 원자로에 주입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쏟아 부은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고농도 방사성오염수가 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지하수에 섞여 바다로 흘러나가기 전에 펌프로 퍼내서 부지 내 저장탱크에 쌓아왔다. 하지만 저장탱크에 담기는 오염수는 일부이고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되는 오염수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매일같이 방사성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다. 도쿄전력은 얼음 동토벽을 만들어 지하수와 오염수가 섞이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방사성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핵종을 제거한 이후의 처리수를 저장탱크에 보관해온 것처럼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주민공청회에서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137과 스트론튬90,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오염수 94만 톤 중 89만 톤에 대한 분석결과 무려 75만 톤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그 중에서 스트론튬 90은 리터당 60만 베크렐(Bq/l), 기준치의 2만 배를 초과했다. 스트론튬90은 몸에 들어오면 뼈에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진 핵종으로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한다.
문제는 수시로 말을 바꾸는 도쿄전력의 설명만 있을 뿐 부지 내 저장탱크에 얼마나 많은 핵종이 얼마만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일본에서는 정부도 도쿄전력도 규제기관도 모두 한통속이다. 방사성오염수를 통제해야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방사성오염수를 희석해서 해양 유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희석은 물과 섞어서 내보는 것 일뿐 바다로 나오는 오염수 총량은 같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규제기관은 '희석해서 방사성오염수 해양방출'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방출할 때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게 가장 값싸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연에너지자원부 조사에서도 땅속에 깊이 주입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지만 바다에 버리는 게 가장 값싼 옵션이라고 확인되었다. 또한 아베는 이런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난제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원전 부지 내에 오염수가 계속 쌓여 있으면 아베가 주장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한 복구 홍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방사성오염수에는 방사성독성이 수 십 만 년간 지속될 핵종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염수의 완전한 해결방안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금처럼 육상에 보관하면서 도쿄전력 소유의 부지에 저장탱크를 늘려나가는 게 그나마 나은 방법이다. 그리고 방사성오염수의 환경유출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아베총리와 도쿄전력이 해야 할 의무이다.
후쿠시마 앞바다 태평양은 일본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공공자산이다. 일본이 지금까지 주변국에 입힌 피해로도 모자라 7년 이상 쌓아온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하는 것은 국가적 범죄이다. 희석해서 기준치 이내로 방출한다는 주장은 오염수 무단방출을 포장하는 속임수이자 오염의 일반화 전략이다. 아베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전략에 우리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정부의 긴요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일본정부에 오염수 방출 반대 입장의 전달과 함께 엄중한 항의를 해야 한다.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에 의존하지 말고 정부 독자적으로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현황과 오염실태, 오염수 유출시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조사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와 방사능오염식품 수입규제에 대한 WTO 패소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 한다. 우리와 같이 수입규제를 하고 있는 중국·대만·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공동대응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힌두 신상에 카낭사리를 봉납하는 여성 ⓒ홍선기[/caption]
발리 덴파사르에 도착하면, 응우라라이국제공항 출구에서부터 “드디어 내가 발리에 왔구나”를 직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냄새, 즉 향기이다. 엄청나게 많은 향을 태우는 냄새가 공항 내부에까지 도달하여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미묘한 발리의 정서를 전달해준다. 이 향기는 발리를 떠나는 날까지 이어진다. 향내 다음으로는 음악이 공항에서부터 귓속에 들어온다.
물론 가루다항공(Garuda Air)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출발과 도착을 전후하여 기내에서 흘러나오는 인도네시아 음악들에 심취한다. 기내 음악은 순다지역 음악인 Bubuy Bulan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민속음악이 흘러나오지만, 막상 발리에 도착하면 발리의 전통민속음악인 Gamelan의 다양한 금속 타악기(Gong)와 대나무로 만든 타악기들의 음악 소리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한국에 징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발리에는 Gong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세 번째로는 여러 힌두신의 조각과 그 신을 위해 봉헌하는 아름답고 다양한 형태의 봉납(offering)이다. 대체로 공항에 도착, 출구에 이르기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 발리힌두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느끼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발리섬에서 지내본 사람이라면, 주요 관광지역인 우붓(Ubud), 구타(Kuta)나 덴파사르(Denpasar)를 포함하여 섬 전체가 발리고유의 힌두교(Balinese Hindus) 세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리에 인접하는 롬복이나 다른 소순다열도 섬들과는 전혀 다른 문화세계가 존재한다. 발리의 하루는 의례(ceremony)로 시작하여 의례로 끝나는 일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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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intya, 인도네시아 발리힌두의 최고의 신 ⓒ홍선기[/caption]
해가 뜨면 봉납을 시작, 세 번의 공양을 마치면 하루가 끝이 난다. 장소와 방식, 크기와 모양을 달라도 그 봉납이 가지는 색과 내용에 따라서 신이 달라진다고 한다. 봉납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낭사리(Canang Sari)이다. 힌두교 사원, 집 근처에 있는 신상, 심지어는 가게 앞에까지 카낭사리를 봉납한다.
아침이면, 정결하게 의관을 갖춘 여성들이 수십 개의 카낭사리를 쟁반에 넣고, 이곳저곳의 신상과 사원에서 향을 피우고, 카낭사리를 놓고 절을 한다. 카낭사리는 기본적으로 발리힌두의 최고의 신인 아신티아(Acintya)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릴 때 봉납하는 제물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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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낭사리 ⓒ홍선기[/caption]
Canang Sari의 어원은 ‘아름답다’는 의미의 'ca'와 ‘목적’을 의미하는 ‘nang'에서 왔다고 한다. 'Sari'는 ’본질‘이라는 발리어 의미라고 하니 이 단어들을 조합하면, 뭔가 순결하고 완벽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카낭사리의 형태는 주로 야자나무 잎으로 만들고, 그 안에 베틀후추(Piper betle), 라임, 그리고 꼭두서니과 식물인 갬비어(Uncaria gambir), 담배잎, 빈랑자로 불리우는 베텔야자 열매(Betel nut, Areca catechu) 등으로 구성한다.
이들 재료들은 각각 힌두교의 대표적 세 신(Trimurti)을 상징하는데, 시큼한 라임은 시바(Shiva), 베텔야자 열매는 비슈누(Vishnu), 그리고 갬비어는 브라마(Brahma)이다. 이렇게 장식된 카낭사리를 놓은 것도 힌두신의 위치에 따라서 방향이 결정된다. 동쪽으로 가리키는 흰색꽃은 이스와라(Iswara)신, 남쪽을 가리키는 붉은색 꽃은 브라마(Brahma), 서쪽을 가리키는 노랑색꽃은 마하데바(Mahadeva), 그리고 북쪽을 가리키는 푸른색 혹은 녹색의 꽃은 비슈누(Vishnu)를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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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카낭사리를 가지고 신전으로 향하는 여성 ⓒ홍선기[/caption]
과거에는 힌두신전의 신상에게 바쳤던 봉납이 발리가 관광지화 되고, 카낭사리 의례 자체가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활용되면서 이제는 모든 가게의 사업번창을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가게의 크기 따라서 많은 곳은 9군데까지 카낭사리를 놓는다고 하는데, 주민들 말로는 신은 어디는 존재하기 때문에, 많이 놓을수록 좋다고 한다.
발리의 여성들은 쉬는 시간마다 이 카낭사리를 만들고 있고, 카낭사리 재료만을 판매하는 가게도 늘었다. 십자가나 신상, 성화 등 우상숭배를 절대 금지시하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섬과는 다르게, 인류가 만든 종교 중 가장 오래된 종교의 하나인 인도의 힌두교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만 특이하게 변형되어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생태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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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힌두신전의 카낭사리 봉납 ⓒ홍선기[/caption]
하루 종일 신에게 감사하고 기도하는 일과가 곧 발리의 생활이다. 발리의 경제는 그야말로 신에 대한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교는 축제로 연결되고, 그걸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에 의해 경제가 형성된다. 발리 주변의 농장에서는 카낭사리에 넣는 다양한 재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다양한 색깔은 바로 신의 형상인 것이다. 향기, 소리,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을 형상화 하는 섬, 발리. 그 자체가 "신의 축복"이다.




염소에게 돈을 먹이는 바죠족의 풍습 ⓒ 홍선기 촬영[/caption]

ⓒ정수근[/caption]
31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도산면 안동댐 상류 다리 난간 위에 한 사내가 위태롭게 매달렸다. 그가 외쳤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 오염주범 영풍제련소 즉각 폐쇄하라"
그는 다리 난간 위에서 밧줄에 의지해 위태롭게 매달려 대형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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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호[/caption]
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영풍문고 앞 일인시위가 지난 4월 4일부터 40일 동안 이어진 가운데, '영풍제련소 공대위'(이하 공대위)와 낙동강 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등 활동가와 회원들은 안동댐이 내려다보이는 안동시 도산면 새터교에서 대형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
백재호 공대위 위원(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경북녹색당 당원)은 새터교에 매달려 "적폐 죽음의 영풍제련소 낙동강에서 썩 꺼지라"란 글귀가 쓰인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고, 다른 공대위 위원 십여 명은 구 새터교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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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caption]
이들은 지난 48년간 가동하면서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을 오염시켜온 영풍석포제련소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면서 직접행동에 나섰다.
이태규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회장은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그 물고기를 먹은 백로와 왜가리가 집단폐사하고 있다. 다음은 우리 인간들 차례다. 우리 1300만 영남인이 살기 위해서라도 영풍제련소는 즉각 폐쇄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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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caption]
문제의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2월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 70톤을 낙동강으로 무단방류하는 등의 환경오염 사고를 일으켜 지난 4월 경북도로부터 조업중지 20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영풍그룹은 경북도의 조업중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조업중지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제소했다. 이들이 이날 다리 난간에 매달려 다소 위험해 보이는 현수막 시위를 감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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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선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48년 동안 낙동강을 오염시켜온 영풍그룹은 자신들의 수질오염 행위에 반성은커녕 되레 행정심판을 벌이는 뻔뻠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1300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치부를 해온 아주 나쁜 기업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기업이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는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 석포면 석포리에 자리잡아 지난 1970년 가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수많은 수질오염 사고를 일으키며 공장을 가동해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2013년부터 46차례다.
이런 영풍제련소가 2014년 불법으로 제3공장(무허가로 증축해 봉화군에 14억의 벌금을 물고 사후 허가를 받았다)까지 증설하자 인근 주민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대책위를 꾸렸다. 최근 주민들은 안동, 대구, 창원, 부산 등의 환경단체와 연대해 공대위를 꾸리고 영풍그룹과 싸워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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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영풍문고 앞 일인시위가 지난 4월 4일부터 40일 동안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28일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의 39차 1인시위 모습 ⓒ정수근[/caption]
이들은 앞으로 영풍문고 앞 일인시위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다가오는 6월 5일에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기자회견과 청와대앞, 영풍그룹 본사 앞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영풍제련소가 낙동강을 떠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영풍그룹은 1300만 영남인들에게 사죄하고, 낙동강을 즉각 떠나라!"
안동댐 상류 새터교에 이들의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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