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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총선결과는 반제투쟁의 중추적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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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총선결과는 반제투쟁의 중추적 승리이다

admin | 수, 2021/01/20- 19:25

베네수엘라 인민들은 2020년 12월 6일에 있었던 총선에 6.2백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지배에 대하여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였다.

베네수엘라를 전복시키려는 미국의 전쟁협박과 제재압력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도 베네수엘라 인민들은 자발적으로 투표소를 찾아가서 인민의 국회를 Bolivarian(베네수엘라 독립의 영웅적 장군을 칭함)다운 혁명의 품에 안겼다.

국가선거위원회가 공식으로 발표하였듯이 현재 집권정부의 여당격인 연합사회주의당(PSUV)이 유효투표의 63%를 획득하여 총의석 277의 252석을 차지하였으며, 야당인 민주행동당(Accion Democratica)는 겨우 7%를 획득하여 11석을 차지하면서 한참 못미치는 제2의 정당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군소 규모를 포함하여 107개의 정당들이 총선에 참여하였고, 14,000 여명의 후보가 난립하였으며, 이중 98개의 정당이 현재의 마두로 정부에 반대한다며 야당으로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스스로 과도정부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해온 후안 과이도Guaido를 포함하여 친미(의존)성향의 인사들은 이번 총선을 ‘보이코트’하였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주요 미디어들이 보도한 엉터리내용(조작부정-선거)과는 달리, 국제적 기구 그리고 시민사회가 참여한 선거참관 조직들은 이번12월06일의 총선은 매우 민주적이며 자유롭고 공정하였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당시1,5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참관인으로 참여하였는데, 이중에는 해당국가의 수반을 지낸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에콰도르의 꼬레아, 스페인의 로드리게스 자파떼로 등 유명인사 다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선거위원회는 비정부-인권조직인 SURES를 총선참관단체로 지명하였는데, SURES는 총선에 대한 최종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이번 선거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어떠한 강압도 없이 평등한 조건에서 보편적이며 자유롭고 투명하며 비밀이 보장된 가운데 행사하였다고 결론짓는다.”

또한 외국인 선거참관인들 역시 자신들의 참관내용에 대해 베네수엘라 시민단체가 제공한 보고 내용과 동일하게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정치조직들과 입후보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크게 확장된 총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의 소식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그리고 캐나다의 주요 신문매체에는 일체 실리지 않았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방송미디어 역시 보도하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정부 그리고 그의 동맹국들은, 자신들의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베네수엘라의 총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를 불법적이라고 미리 선언하고 있었다.

투표 참가율은 31% 이었는데 이는 팬데믹 상황과 미국이 전쟁을 운운하며 사보타주를 가하는 극도의 어려움 속에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집권여당인 PSUV는 총선직후 발간된 당보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미국과 그의 동맹국가들에게는 이번 선거의 과정과 합법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백하게 정치적인 것으로, 베네수엘라의 혁명을 파괴하고 국가를 분열시켜서, 그 파장을 제국주의 하수인들에게 전파하여 라틴 대륙전체를 다시 재식민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위대한 혁명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헌법에 의거하여 베네수엘라 총선은 5년마다 정부의 요청에 의해 시행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정부와 캐나다를 포함한 동맹국들은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과정을 방해하고 사보타주를 가하는 캠페인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왔다. 경제와 금융의 봉쇄에 더하여, 물리적 침공을 시도하고 친미적 반대세력들의 폭력적 군사훈련을 지원하는 등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반혁명의 극우세력들이 자신들을 “베네수엘라 애국전선’이라 칭하면서 선거위원회의 보관창고에 불을 지르고 50,000개의 투표기를 파손시켰다. 이는 2014-2017년간에 저질렀던 투표방해 행위의 연장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대세력이 투표 관련 설비와 장비들을 지속적으로 파손시켜 왔다.

총선 전날,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의 동영상 대사관은 –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실물의 대사관을 설치하지 않고,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외교활동을 대신하고 있음 – 베네수엘라 시민들에게 부정선거라는 거짓 뉴스를 유포하고 선거에 참가하지 말도록 트위터를 통하여 선동하였다.

이렇듯 오만방자한 방해행위에 더하여 미국의 온갖 제제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인민들은 투표장을 스스로 방문하였다. 결국 미국의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정책은 미국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는 베네수엘라 인민들의 결집된 응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미합중국과 캐나다 유럽연합 그리고 심지어 스위스까지 베네수엘라 인민들에게 온갖 제재를 가하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마두로 정부를 전복하고, 혁명의 성과를 역전시키려고 시도하여 왔다.

오바마 시절인 2015년에 베네수엘라를 ‘미국안보의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선언하면서, 미국 행정부는 연방의회의 결의와 행정명령을 동원하여, 300가지의 잔인한 행정적 제재조치를 베네수엘라에게 가하였다.

이러한 조치로 인하여 식량과 의약품 그리고 수많은 생필품과 기계류와 기술에 대한 무역활동이 차단되면서, 베네수엘라 인민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실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들은 또한 베네수엘라의 금융자산인 수십 억 달러를 도둑질하여 갔다. 이중에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에 예치된 계좌들을 동결한 것도 포함되었고, 심지어 생명에 관련된 의약품 구매를 위한 결제행위조차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FR)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7-2018년 2년간에 이러한 제재조치로 인하여 베네수엘라에서만 40,000명이 생명을 잃었다.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에 대한 미국의 목조르기 행위는 더욱 강고해 졌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주요한 사건이 2020년 10월 18일 볼리비아에서 있었는데, 일년 전에 미국의 지원으로 당시의 볼리비아 대통령이었던 에보 모랄레스Morales를 축출한 쿠데타를 응징하며, 통쾌한 선거의 승리를 쟁취하였다. 이날 위대한 볼리비아 인민들은 사회주의운동(MAS) 소속의 Luis Arce와 David Choquehuanca를 각각 볼리비아 공화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이러한 위대한 승리는 볼리비아 인민들의 용감한 저항으로 가능했다. 진보적인 좌파정부를 선택함으로써, 가난하지만 민족적인 볼리비안들은 사회주의행동MAS의 혁명적 이상과 모랄레스 Morales의 지도력을 신뢰하면서 볼리비아의 진보적 전진을 파괴하려는 미국의 무자비한 노력을 무산시켰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익의 쿠데타정권에 대한 볼리비아의 억압받는 인민과 노동대중의 영웅적 저항과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이 없이는 이러한 승리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미국의 지배에 대한 베네수엘라 인민들의 지속적이며 혁명적인 저항이 볼리비아와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반-제국주의의 정신을 줄곧 유지시키고 고무하여 왔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혁명정신이야말로 미국의 억압에 대한 라틴-아메리카 인민들의 저항과 수호의 메아리를 울리는 진원眞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된 혁명적 과정이 라틴-아메리카의 반제국주의 혁명운동의 근간이 되었다.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미국과 우익동맹들이 라틴 아메리카 내에 존재하는 동조 세력들을 규합하여온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2018년 들어선 브라질의 볼소나로 정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볼리비아에서의 승리는 라틴대륙의 가난하고 억압받으며 일하는 모든 인민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북돋았으며, 볼소나로와 같은 반동적 부류의 등장은 단지 일시적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일어나는 진보적 혁명운동은, 미합중국과 그의 동맹들에 의해 잠시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신자유주의 정권들에 의한 위기가 깊어질수록, 가난한 대중들과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이에 저항하고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정치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와 에콰도르 그리고 콜롬비아 등에 걸쳐 이제 많은 사람들이 좌파적 진보진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영웅적인 혁명을 시작한 이래 오늘의 시점까지, 미합중국은 베네수엘라를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비인간적이고 범죄적이며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음에도, 베네수엘라는 제3국들과 연대와 경제적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들 연대국가들도 미국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다른 지역의 가난하며 억압받는 노동인민들에게 미국과 이의 하수인들인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미국의 제재와 압력이 주는 충격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형제 국가들과 연대를 통하여 인민들에게 미치는 고통을 완화시키는 몇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개발한 Sputnik-V 백신이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오늘 현재 3단계의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펜데믹의 대응을 지원하는 중국은 274톤에 달하는 의약품과 의료자제와 장비를 공급하였다. 쿠바는 자국의 의사들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하여 무료로 광범위한 의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이란이 정제된 휘발유를 대형선박으로 공급해 주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붕괴시킬 목적으로 가하는 제재로 발생한 에너지의 공급부족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지난 10월 3척의 선박이 도착한 것에 더하여, 10대의 유조선이 베네수엘라를 향해 운항 중에 있다.

이렇듯, 베네수엘라 혁명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형제애적인 연대를 강화하면서 미국이 가하는 경제적 제재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들 형제국가 자신들도 미국의 잔인한 제재를 감당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쿠바의 혁명정부의 사례에서 많은 교훈을 배우고 있는데, 쿠바정부는 억압받는 제3의 국가들 및 지역들과 혁명적인 국제연대를 실천하면서 반제국주의 투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쿠바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미합중국의 압력과 지배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단지 중립적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반제국주의 운동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주의와 양키의 지배에 반대하는 운동의 성공여부는 베네수엘라 인민들의 저항여부에 달려 있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에서 베네수엘라를 수호하는 것은 반제국주의 운동의 핵심사항일 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믿음을 제공한다.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자결권을 위해 싸우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보의 전진이라는 목표를 수호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라틴 대륙에서 제국주의를 물리치고자 원하는 사람들은 베네수엘라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어릿광대 트럼프도 상황을 파악하였듯이, 바이든 행정부도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2021년 1월5일 새로 선출된 국회가 출범하면서 지난 12월 6일의 승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다.

미국인이든, 캐나다인이든, 전세계의 모든 진보적 시민들은 베네수엘라에 가하고 있는 미국의 봉쇄를 끝장내는 일에 함께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작고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전직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제국주의의 개들이 짖어대는 것에 상관하지 말아라. 그것이 그들의 모습이다. 우리의 역할은 인민대중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Let the dogs of the empire bark, that’s their job; ours is to battle to achieve the true liberation of our people.”.

 

출처 : ‘Fire-the Time’ via Global Research Center on 2021-01-05.

Alison Bodine

캐나다 뱅쿠버에 거주하는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가. ‘베네수엘라의 혁명과 반혁명’의 저자이며 ‘Fire-The Time’라는 신문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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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고리의 분야부터 높은 인플레가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민간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물가가 오를 것을 대비하듯이, 일부 경제조사기관들이 조만간 인플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의 채권시장 움직임에서 보듯이 지난 몇 달간의 자본의 흐름 속에 큰손들이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예상들이 여러 뉴스미디어와 재정관련 기사들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로 인플레 자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의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물가 지수는 연률로 1.4% 오르는데 그쳤다. 오히려 연방준비제도의 고위층 관리는, 물가의 상승이 아니라, 낮은 인플레가 경제운용에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당연히 높은 인플레는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경제에 고통을 유발한다. 그러나 현재는 너무 낮은 인플레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걱정인 상황으로, 지난 십 수년간 미국과 서구의 선진 경제권은 낮은 성장률과 정체된 임금의 반영으로 인플레가 낮은 것을 문제삼고 있다.

실제적인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는데, 지난 몇 분기들을 통해 지속해서 이를 경고하고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러는 이유는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매우 단순하다.

인플레의 위험으로 단순하게 한가지 종류가 아니라, 4가지의 서로 다른 범주를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요도에 따라서 이들 리스크의 범위는 단순한 통계적 예외에서 세계경제의 거대한 전환까지 포함하며, 가능성으로 따지자면 확실한 근거에서 완전한 투기성 루머까지 존재한다.

이들 4가지 인플레 가능성은 서로 다른 상황을 암시하지만, 이들 모두는 인플레가 발생하면 일반시민들이 보여줄 경제활동의 모습, 정책입안자들 특히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향후 몇 달 혹은 수년간 집행할 대응의 내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들이 염려하는 것 중 하나는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의 위험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처하면서, 1970년대에 일어났던 악성 인플레의 순환고리에 빠져들 것이라는 점이다.

상기의 주장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지만, 비유를 들어 분석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만약 올해 하반기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이것이 요-요 현상인가? 아니면 동면에서 깨어난 곰의 배고픔인가? 욕조의 수위조절을 위해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바람이 나간 풍선에 공기를 채우는 작업인가? 구별해 내는 것이다.

 

요-요 현상(The yo-yo effect)

2020년 봄철은 말할 수 없이 잔인했다. 이는 2021년 봄도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작년 3월에서 5월 사이에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폭락을 했고 경제활동이 멈추어 섰다. 대부분의 경우 이제 물가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연간 인플레라는 산술에서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이들 품목들의 가격추이는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일정기간 단위의 인플레로 계산하면 예외적으로 높은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지난 5월부터 소비자 물가지수는 연률 2.0%로 안정적이지만, 물가가 폭락했던 시점에서 연률을 계산하면 3.2% 인상된 것처럼 보인다. 이는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장기적인 추이분석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기저효과라는 착시에서 발생한 것이다.

일부 개별 품목과 서비스로 산출하면, 물가상승의 수치는 더욱 극적으로 높게 보인다. 가정용 천연가스 가격은 5.4% 이상 올랐으며, 항공 티켓은 16.3%가 인상되었고 일부 여성용 의류가격은 물경 17.9%까지 치솟았는데, 이런 계산은 2020년 봄철에 폭락한 기저가격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수치들을 보고 기술적인 인플레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는 예외적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채, 관행적인 계산에 의존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여성의류 가격이 명백한 인플레의 증거라고 주장할는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가격 수준은 팬데믹 발생 이전 가격보다 여전히 9%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런 식의 달력(짧은 기간)효과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며, 연준의 관리들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연준 책임자인 Lael Brainard는 설정된 인플레 목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확인한다.

상기처럼 가격에서 나타난 요-요 현상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 경제활동에서 이미 인플레가 발생했다고 선동하는 것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겨울잠의 끝자락(The end of hibernation)

당신이 백신접종을 맞아 안정의 자신감을 갖은 채, 외식도 자주하고 음악회도 즐기며 오랫동안 연기했던 휴가를 즐긴다고 가정해보자. 마치 겨울 내내 동면을 지냈던 곰과 같이 당신은 오랫동안 참았던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동면에서 깨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음식점과 연주회 그리고 호텔 예약이 넘쳐날 것이고, 일정기간 공급의 가능성은 제한될 것이다. 더구나 공급의 규모는 오랫동안 사업의 침체로 팬데믹 이전의 수준에 못 미칠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일시적이지만 단순한 경기과열의 비상상황을 불러올 것이다. 수요는 급팽창하고 공급은 제한되면서 가격은 급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은 예상보다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업들은 팬데믹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하려고 이런 기회를 활용할 것이다.”라고 MIT 비즈니스 스쿨의 경제학자인 Kristin Forbes가 확인한다.

이런 상황의 가능성은 요식업같은 서비스 분야와 일부 재화 상품에 적용될 것이다. 일년 내내 집안에 머물면서 일상복 차림으로 지낸 대부분의 시민들이 외출복을 사려는 현상을 상상해 보자. 의류 제조업체와 상점에 충분히 공급할 재고가 없다면, 이들은 공급 부족을 이용하여 가격을 올릴 것이다. 이러한 류의 물가인상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평시에 일상적으로 실시해오던 20%의 할인판매를 중단하려 할 것이다.

이렇듯 일시적인 시장수요에서 발생하는 인플레 현상을 장기적인 추이를 중시하는 중앙은행과 정책입안자들 대부분은 그냥 무시한다. 연준이 정유공장이 조업을 중단하여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도 휘발유를 당장 더 생산할 수 없듯이, 순간적으로 호텔 객실을 늘리고 의류공급을 확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장의 균형기능이 작동하면 물가는 제한된 공급물량에 대해 비싼 가격을 치르는 사람들에게 할당되면서 생산자들이 공급량을 늘리도록 유도한다.

백신공급이 지연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언제 경제가 동면에서 깨어날지 어떤 형태로 수요가 폭발할 지 정확히 판단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상황이 발생하여 가격이 폭등한다 하더라도 이는 경제회복의 신호일 뿐, 인플레적인 공황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욕조에 물 채우기(The sloshing bathtub)

지난 주에 JPMorgan Chase 은행이 자신들의 자산 잔고가 지난 해의 4/4분기보다 37% 늘어나 582백만 달러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대은행이 자산의 잔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약간 놀랄만한 일이지만, 경제지표를 분석해 보면 대단한 일도 아니다. 지난 해 3월부터 11월까지 미국시민들은 2019년의 같은 기간에 비하여 1.56조 달러를 많이 저축했으며, 이는 연방정부의 지출감소가 합산된 국내 총 소비지출액이 상기 제시된 액수만큼 줄어든 것을 반영하며, 일자리를 잃어서 발생한 수입손실분을 보상하는 것이다.

상기 액수는 2020년 말에 대부분의 미국인 들에게 일인당 600달러가 지급하는 9000억 달러의 팬데믹 지원 팩키지가 연방의회에서 통과되기 이전의 상황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하면서 제안한 추가구제지원책으로 일인당 1,400 달러를 지급하는 것을 포함한 1.9조 달러의 집행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다.

이것은 시민들의 소비가 제한되면서, 누적된 저축액을 JPMorgan이 현금으로 보관하든, 주식에 투자하든, 더욱 위험한 곳에 투자하든, 엄청난 액수가 자산의 잔고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자 이제, 모든 미국시민들이 동시에 소비를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시민들이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찾고 수중의 돈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일이 손쉽게 발생할 것이다.

당신의 예금계좌에 수천 불이 공짜로 들어오고 실업의 위험이 사라지면, 새 차를 구입하고 실내장식을 교체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1)잠재적 수요가 광범하게 형성되는 것과 2)동면에서 깨어난 미국인들이 특정 분야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한정된 산업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일시적으로 물가의 인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1960년대에 국내수요의 증가와 전쟁의 필요가 겹쳐지면서 생산의 한계를 넘어선 정유산업에서 발생한 휘발유의 구조적인 가격폭등 사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상기 사례의 과정에서 십 수년간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미국시민들의 가계수입이 급증하면서, 결국 인플레를 유발하면서 1970년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시켰다.

이런 과거의 경험이 연준과 정책입안자들에게 팬데믹 이후 잠재적 수요폭증에 대한 가상적(tricky) 상황에 염려를 갖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의 폭증은, 팬데믹의 침체 이후뿐만 아니라, 2008년의 금융위기 이래 미국의 경제활성화에 매우 필요한 것이다.

결국, 미국시민들이 가계에 누적된 저축을 대대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 민간기업들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매점을 확대하고 더욱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면서, 공급 측면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에 더욱 많은 수입이 형성되면서 선순환을 이룰 것이다.

“희망하건대, 경제가 광범하게 회복되는 과정에, 팬데믹 이전처럼 경제활동 속에서 달러가 정상궤도로 순환되면서, 일시적인 인플레와 수입증대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조지 매이슨 대학교의 David Beckworth 책임연구원은 말한다.

연준의 역할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1)오랫동안 기다렸던 경제촉진의 바람직한 현상인지, 아니면 2)인플레가 지속되면서 소비자와 민간기업 간에 인플레의 상승이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분간하여, 후자의 경우 이에 대응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연준은 예상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이자율을 높여서 이러한 순환을 차단하여야 한다. 대신에 오랜 동안 학수고대하였던 경제의 활력을 포기해야만 한다.

Beckworth 책임연구원은 연준이 단지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 때문에 경제활성화를 억제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우려한다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단지 연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인플레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연방의회와 여론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연준 의장인 Jerome Powell 역시 1970년대식의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플레는 해를 넘기며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과정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가 경험했던 인플레의 특성에 비추어볼 때, 단순하며 일시적인 물가인상이 지속적인 물가인상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욕조에 물이 넘친다고 다시 물을 바닥까지 비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강력한 경제 반등세(The great reflation)

지난 수십 년을 겪으면서, 세계경제는 종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요 선진 경제권 전체가 인플레와 이자율 그리고 성장속도 모두 지속적으로 저조하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고, 경제학자들도 머리를 싸매며 이의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여 왔다, 주요 배경에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발생하고 수십억 인구(중국과 인도 등)가 세계경제에 통합되고 저축에 대한 세계적 추이 등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과거 수십 년의 양상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렇듯 세계적 규모의 거대한 흐름을 전문가 집단이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양상이 다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노동의 공급이 급증했던 까닭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인플레는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어 왔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편입되고,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서구의 민간기업들이 인도와 제3세계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구소련 진영이 서구유럽과 경제적 통합을 진행하는 등, 이 모든 것이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약화시켜 왔으며, 따라서 임금인상과 인플레를 억제하였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되면서 중국노동자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한-자녀 정책의 시차효과로 인한 인구통계적 전망이 매우 부정적이다.

문제는 지구상에 중국과 같은 규모를 대신하여 세계경제에 통합될 국가가 없다는 점이며, 이에 더하여 선진경제권의 인구통계적 전망 역시 향후 노동력의 증가가 매우 느리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한다.

따라서 2020년대 이후의 실제적 가능성으로 나타날 세계경제의 위기는 노동인구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너무 적은 것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영국 경제학자인 Charles Goodhart 가 주장하듯이, 임금인상의 압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다른 측면들도 고려해야 한다: 팬데믹의 발생, 자국우선주의, 미중 간의 관계악화로 인한 탈-세계화 등이 인플레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 등 몇 개 국가군에서 부족한 수요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금처럼 재정적자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상기의 압력요인들이 상호 결합되면 세계적 규모의 경제회복을 예시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들은 저물가 대신에 인플레를 염려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실제의 어려움은 이런 상황이 정말 발생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지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낮은 인플레가 구조적으로 정착된 것을 인식하고 주요 국가들의 정책집단들이 이자율을 낮추는 것에 합의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책적 합의를 이룬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경제의 강력한 반등이 일어난다면, 이는 2020년대의 경제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과거처럼, 가벼운 요-요 현상이 십 수년 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인지, 기나긴 겨울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것인지, 넘치는 욕조의 물이 빠지는 것인지, 아니면 세계경제운용에 지속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분간하는 일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출처 : 뉴욕타임즈(NYT) on 2021-01-16.

Neil Irwin

뉴욕타임즈NYT의 경제분야 수석기자이며, “how to win in a wnner-take-all World”의 저자이기도 하다

월, 2021/03/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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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와 유사하게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의 충격으로 각국 정부는 대규모의 재정과 통화의 확대정책을 추구하게 되면서, 곧바로 인플레의 공포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의 경제적 충격은 성격이 서로 다르며, 핵심적 질문은 과연 확대지원의 정책으로 현재의 심각한 예외상항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에 대한 자신(confident) 여부입니다.

프린스턴/파리 – 인플레라는 유령이 다시 출몰하였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선진적인 경제권의 중앙은행들은 요행스럽게 인플레가 사라졌다고 자신하여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2008년 세계적 규모의 금융위기가 닥쳤고, 대서양 양안에서 인플레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가 잠시 일기도 했습니다.

미합중국에서는 집권세력인 공화당 세력이 2010년부터 긴축재정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유럽은행 역시 2011년부터 이자율 정책을 엄격하게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긴축정책 이후 물가가 너무 낮아졌다는 사실과 다시는 인플레가 재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다시 인플레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런 논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단지 2010년 당시뿐만 아니라 과거 비슷한 일을 여러 번에 걸쳐 경험했습니다.

현재의 논쟁은 1970년대의 혼란스럽던 경제상황을 반복하는 것으로 당시에 심각한 인플레가 발생한 것은 십여 년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원유가 폭등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며, 일차로 1973-4년 간에 가격이 3배나 올랐고, 1979년에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인하여 다시 두 배로 치솟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이 없었으면, 인플레에 대한 기대심리 혹은 나선형의 지속적인 물가상승도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영국의 케인즈 학파로 저명한 학자인 Roy Harrod은 성장을 추구하는 재정과 통화 정책을 펼쳤으면, 생산량이 늘고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물가는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인플레의 강경논자(inflation-hawks)들은 은행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재정의 확대를 극구 반대하여 왔습니다. 그런 결과로 물가가 오르면서 랫치-효과(떨어지지 않는 현상)를 일으켰고, 이에 대응하여 집단적인 그룹 특히 노동조합 역시 지속적인 임금인상의 요구를 강행하였습니다.

당시의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차드 닉슨과 지미 카터가 연방준비제도에게 인플레를 조장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그 동안 역사학계는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준의 경제학자인 Edward Nelson은 밀턴 프리드만(통화주의를 제창하고 신자유주의의 기초를 닦은 시카고 대학 교수)과 1970년대의 통화논쟁에 대한 방대한 연구작업을 통하여 이러한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프리드만의 스승이자 빈틈없는 통화이론을 일구어낸 당시 연준의 의장이었던 F. Burns경이 상기의 내용과는 반대로 나선형의 인플레를 차단하고자 단호하게 조치하였음을 밝혀 내었습니다.

그러나 Burns의장은 인플레 발생에 대한 잘못된 이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옹호했던 이론으로 물가와 임금을 억제하면 일회성 충격에서 발생하는 임금인상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가설의 독트린을 시행함으로써 연준은 1970년의 끔찍한 인플레에 직면하였습니다. 프리드만 교수 역시 물가에 연동된(인플레 유발) 성장예측의 이론으로 대단한 명성을 얻고 있었습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다른 경로를 취하였습니다, 독일연방은행은 원유가 충격에 따른 인플레를 미리 예측하고 있었으며, 1973년에 원유가 폭등하자 이를 핑계로 독일마르크를 달러와 연동된 고정환율에서 해방시켰습니다. 당시에 독일은행들은 고정환율제 폐기의 배경으로 은행의 파산을 가져올 것이라는 염려를 내세웠습니다.

이후 독일의 인플레와 이자율은 미국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고, 독일의 정책 입안자들은 1973년 원유가 폭등이 일회성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초기의 성공적 판단으로 독일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으며, 1975년 세계적인 불황이 닥쳐와도 이의 어려움을 가볍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일회적 충격이 지속의 후유증 효과가 없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이를 예외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쉽게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충격이 반복되고 이에 대한 대응정책이 꼬리를 무는 형태로 나타나면, 일반인들은 이제 예외적인 사건이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중앙은행의 용어를 빌리자면, 예외적 상황이 닻을 내린 셈이죠.

비슷한 논리가 주요한 군사의 개입에도 회자되는데, 대규모의 군비투입은 일시적인 수요 즉 전투의 지속을 유발합니다. 제1차 대전직후 미국과 영국은 성급하게 정상화를 추구하면서 디플레의 고통스런 과정을 유발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유럽대륙은 깊고도 기나긴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여전히 전시상황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전시재정과 같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들 국가군은 결국 인플레의 경로를 밟게 되었고 극심한 초인플레(hyperinflation)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논리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급작스런 전염병의 충격과 이로 인한 경제의 하강국면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대규모의 재정투입과 통화팽창이라는 완충작동이 필요하다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대로 작동한 완충장치가 기대한 역할을 해낸 시점에서 이를 회수하면, 장기적인 물가상승이라는 후유증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경제적 병원균이 지속되면 사회가 지속적으로 질병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후유증은 골고루 퍼지지 않습니다. 관광과 여행 산업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면서 회복도 지연될 것이기 때문에 지속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도전적인 어려움은 일시적 상황에 타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와 기술적 발전 또는 관습의 변화라는 근본적인 충격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는 경제활동을 제대로 구별해 내는 일입니다.

모든 정책입안자들은 현재의 코로나-19의 충격을 일회적인 성격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조처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2020년에 집행된 3.1조 달러의 구제지원에 더하여 1.9조 달러를 추가하면서, 이번 충격을 장기적인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은, 억제되었던 수요가 일시적으로 반등하여 짧은 기간의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지난 20년의 경험에 비추어보아 이를 일시적인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유럽은행 역시 잠시의 물가반등을 인플레의 귀환으로 과대 해석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유럽은행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드는 확신에 차서 다음과 같이 천명합니다 “우리가 인플레를 염려하는 순간에, 이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유럽국가들, 특히 검약하기로 유명한 북유럽은 세계적 규모의 새롭고 위험한 인플레가 형성되고 있다고 염려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더하여 전직 재무장관 출신의 로렌스 서머스를 포함한 몇몇 미국의 인사들은 한때 경제촉진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으나 점차 북유럽과 같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도 충격발생의 초기 단계에서 항상 다양한 입장들이 표출되어 왔다는 점에서 인플레에 대한 新舊간 논쟁에 이제 판정을 내릴 간단한 시험이 필요합니다. 요점은 재정투입과 통화확대로 예외적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만약 종결시킬 시점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인플레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예외상황이 70년대의 원유폭등의 경험처럼 또 다른 예외상황을 만들어 내면, 이를 중단시킬 방법이 없을 것이고 예외적 상황이 꼬리를 물면서 결국은 조만 간에 인플레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정치적 불안정이 야기되면서 인플레를 걱정하는(fearful-hawks) 국가들과 인플레를 잠시 용인하는(self-confident doves) 국가들 간에 첨예한 양극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1-03-01.

3인의 공동기고자

HAROLD JAMES

프린스턴 대학의 역사 및 국제학 교수이자, 국제-가버넌스혁신연구 센터의 책임자

MARKUS BRUNNERMEIER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재정연구 센터의 이사

JEAN-PIERRE LANDAU

파리정치대학의 경제학 교수

월, 2021/03/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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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중국은 한국과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한 이웃의 대국이자, 한국 무역규모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소중한 협력 대상의 관계국가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이 지난 3월5일에 개막한 최대정치행사 양회 특히 전국인민대표자대회NPC에서 보고된 내용을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 향후 5년 동안 경제계획 수립

중국은 2021년 국내총생산 (GDP) 성장 목표를 6 %이상으로 설정했으며 향후 5년 동안 혁신, 녹색 개발 및 공동 번영을 촉진 할 계획을 수립했다.

리커창 총리는 금요일 중국의 연례 입법회의에서 중국이 새로운 개발단계에서 직면한 수많은 도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했다.

리총리는 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제 4차 개회식에서 정부업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개발의 시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기회와 도전에는 변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한해’

리총리는 2020년을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상 특별한 해”라고 묘사하면서 중국이 COVID-19와 싸우는데 있어 “주요한 전략적 성공”과 긍정적 성장을 달성한 유일한 주요 경제권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리는 빈곤퇴치 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으며 모든 면에서 적정하게 번영하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완전한 승리와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라고 리총리는 말했다.

2020 년 주요 성과 :

– COVID-19 대응의 주요 전략적 성공

– 2.3 %의 GDP 성장

– 시장주체에 대한 조세부담을 2조6천억 위안 (400 억 달러) 이상 줄임

– 1,868 만개의 새로운 도시일자리

– 작년 한해에 550 만 명의 가난한 농촌주민들을 빈곤에서 벗어남

중국은 제 13차 5개년 계획(FYP) 기간 (2016-2020)에 경제 및 사회 발전에서 “역사적인 새로운 성과”를 달성했다고 리총리는 보고서에서 밝혔다.

그는 지난 5 년 동안 중국의 GDP가 70조 위안 (10.8 조 달러)에서 100조 위안 (15.5 조 달러) 으로 증가했으며 6 천만 개 이상의 도시 일자리가 추가되었다고 말했다.

제 14 차 FYP 기간 (2021-2025 년)은 중국이 모든 면에서 현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새로운 여정에 착수하는 첫 5 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제 14 차 경제 및 경제 5 개년 계획의 개요 초안을 발표했다.

FYP 14 기 주요 목표 :

– 주요 경제지표를 적정한 범위 내로 유지, GDP 목표를 실제 상황에 따라 설정

– 조사된 도시 실업률 5.5 % 이내

– R & D 지출이 연간 7 % 이상 증가

– 항시 도시거주자의 비중을 65 %로 상향

– GDP단위당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각각 13.5 % 및 18 % 감소

– 평균수명이 1 년 증가

– 인구의 95 %가 혜택받는 기본노령보험의 확대

상기 목표는 1) 경제성장의 질을 높이고, 2) 혁신중심의 개발을 추구하며, 3) 탄탄한 국내 시장을 창출하고, 4) 녹색개발을 촉진하고, 5)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총리가 말했다.

그는 “혁신은 중국현대화 추진의 중심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첨단분야의 핵심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기초연구를 위한 10개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개발패턴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은 국내수요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력한 국내시장 수요를 구축하고 국가의 역할을 “고품질의 주도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리총리는 “우리는 국내경제의 흐름을 활용하여 중국을 글로벌 생산 요소와 자원의 주요 공급자로 만들어 국내유통과 국제유통 간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촉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쌍순환 전략.

좋은 시작’

중국 정부는 올해 14회 회계연도에 중국의 “좋은 출발”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주요 개발목표:

– 6 %이상의 GDP 성장

– 1,100 만개 이상의 새로운 도시 일자리

– 설문 조사의 분석에 따른 5.5 %의 도시 실업률

– 약 3 %의 CPI 증가

– 수입품과 수출품의 양과 질이 꾸준하게 증가

– 국가 외환수지의 기본 균형

– 개인소득의 꾸준한 성장

– 환경의 추가 개선

– GDP단위당 에너지 소비가 약 3 % 감소

– 주요 오염물질 배출의 지속적인 감소

– 6억 5천만 톤 이상의 곡물 생산

중국은 전염병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2020 년 특정 GDP 성장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리 총리는 2021년 올해 6 % 이상의 성장 목표를 발표했다. “6 %이상의 목표는 우리 모두가 개혁, 혁신 및 고품질 개발을 촉진하는 데 전념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계속해서 세금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소규모 납세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VAT)한도가 월매출액에서 10만 위안($ 15,450)에서 15만 위안($ 23,175)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통화정책을 신중하지만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산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국방예산은 2021 년 6.8 % 증가하여 6년 연속 한 자릿수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계획된 국방비는 약 1조3,500억 위안 (2,900억 달러)이 될 것이며, 중국의 국방예산은 2021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 7,405억 달러인 미국 수치의 4 분의 1 정도이다.

홍콩을 관리하는 애국인들’

리총리는 또한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와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헌법과 기본법을 준수하고 시행하기 위해 두 특별 행정구의 관련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두 지역의 법과 집행 메커니즘의 이행을 보장 할 것입니다.”

홍콩특별행정구(HKSAR)의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결정초안이 금요일 입법회에 제출되어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NPC 상임위원회 부회장인 왕-첸 (Wang Chen)은 초안에 대한 설명연설에서 HKSAR의 선거 제도는 “일국양제”를 준수하고 HKSAR의 현실을 충족하고 “애국자들의 확보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만문제에 대해 리총리는 일국의 중화원칙에 대한 공약과 “대만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활동에 대한 반대를 반복했다. 그는 “우리는 대만과 관련된 작업에 대한 주요 원칙과 정책, 일국의 중화 원칙 및 1992 년 합의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만해협과 중국의 통일을 통한 관계의 평화적 전진을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도전

매우 도전적인 2020 년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 해 있다고 리주석은 인정했다.

그는 “COVID-19가 전세계적으로 계속 확산됨에 따라 국제 환경에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으며 세계 경제는 계속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라고 불리한 외부 환경을 강조했다. 그는“국내적으로는 COVID-19를 통제하기 위한 우리의 작업에 여전히 약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라고 말하면서 경제회복을 달성하기 위한 기반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요 첨단의 분야에서 혁신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총리는 또한 일부 지방정부의 “심각한 예산적자”와 금융부문 및 기타 영역의 위험을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한 “조성가능한 작업”을 강조했다.

개발계획 초안에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표적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의 개발철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 (2021-2025)에 대한 심의가 올해 NPC회의 의제를 차지했다. 이전의 5 개년 계획 (FYP)과 비교하여 14 차 FYP는 새로운 개발의 패러다임을 전달한다. 수치적 GDP 성장 목표는 없지만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균형있고 지속가능한 개발에 보다 중점을 둔다.

새로운 개발철학은 발전이 가야 하는 길을 안내하고 추구할 혁신적이고 조정된 친환경적 개방형 공유개발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의 국가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연례회의NPC 첫날 심의에 참여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새로운 개발철학의 완전하고 정확하며 포괄적인 이행을 강조했다.

소수민족 전체가 중국을 구성한다. 

중국북부 내몽골 자치구의 NPC 대표자모임에서 동료의원들과의 토론에 시주석이 직접 참여했다. 시주석은 내몽골의 녹색생태 보호막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고품질, 녹색, 지능형 기능을 갖춘 산업육성을 촉구했다.

시주석 발언의 주요 내용:

혁신개발이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며 공동개발은 개발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개발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녹색개발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개방형 개발은 중국과 세계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공동개발을 위해 사회적 공정성과 정의의 증진을 강조한다.

중국은 개발철학에 따라 2020년 국내 총생산 (GDP)이 2.3 % 증가 해 처음으로 100 조 위안 (약 15 조 4400억 달러)을 넘어선 경제기적을 달성했다.

중국민족을 위한 공동체의식으로 내몽골이 민족적 통일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수호 할 것을 촉구하면서 시 주석은 중국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한족은 소수집단 없이 살 수 없으며 소수 집단은 한족 없이 살 수 없고, 소수 집단도 다른 소수 집단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민족집단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여러 번 지적했다.

55 개의 민족이 있는 내몽골은 중국에 설립된 최초의 지방자치 지역으로 인구 2,500 만 명 중 몽골인이 460만 명 이상이다. 이 지역은 지난 5 년 동안 802,000 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해 냈다. 등록된 빈곤층의 1 인당 평균소득은 2015 년 3,019위안 (468.5 달러)에서 2020년 13,159 위안 (2,026.6 달러)으로 연평균 34.2 % 성장했다.

 

출처 : 중국국제방송CGTN on 21-03-05.

일, 2021/03/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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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로베르토 M. 웅거의 “지식경제의 도래”가 출간되었습니다.

‘시대의 예언자’ 혹은 ‘미래를 향한 메시아’로 불리는 웅거는 브라질 태생으로 하버드 법대를 다니며 비판법학 운동을 주도하면서 약관 29세에 종신교수직을 획득하고 이후 수많은 화제의 저술을 남기면서 국내에도 ‘주체의 각성’ ‘민주주의를 넘어’ ‘정치 3부작’ ‘진보의 대안’ 등이 번역 소개된 미국을 대표하는 현시대 최고의 지성입니다.

그는 현재의 산업체계를 ICT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칭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이를 ‘지식경제의 시대’라고 명명합니다. 실제로 ICT 첨단기술이 산업과 생활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켰지만, 2000년을 넘어서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고 일부 집단이 소위 e-Flatform이라는 이름으로 독과점을 강화하고 경제운용의 성과를 독차지하면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계약직과 비선형적 고용의 불안정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웅거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첨단기술을 소수의 그룹이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狹域(프린지)의 폐쇄적 전위주의와 거대기업들이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이해와 지위를 강화하는 유사적 전위주의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식경제의 소명은 가장 선진화된 기술과 생산관행을 생활과 산업전반으로 확산하고 보편화시키는데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는 이를 포용적 전위주의라고 부르면서 이를 실현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다음의 세가지 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인지적 교육적 요건 – 사회적 도덕적 요건 – 법적 제도적 요건.

이어서 웅거는 기존의 경제학인 아담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고전경제학, 마샬과 빈-학파에 의해 주도된 한계(효용)학파와 미시경제, 그리고 이단이라는 표현으로 케인즈의 이론, 이후의 신자유주의와 이에 타협한 사민주의의 타락과 제3의 길 등을 모두 비판하면서 새로운 경제이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웅거의 “지식경제의 도래”는 아마도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못지않게 매우 난해하고 추상적인 저술입니다만, 기존의 논리와 관행에 갇혀 있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도전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른백년의 지원을 바라는 심정으로 구매를 요청합니다. 책의 내용은 매주 한차례씩 20여 주에 걸쳐서 다른백년의 홈에 게재됩니다. 두손모아,

다른백년 이사장  이래경


전세계적으로 지식경제는 선진 제조업, (종종 선진 제조업과 결부된) 지식집약적인 서비스, 정밀공학, 과학적 영농 등 고립된 전위 부문들로 한정되어 있다. 지식경제는 제조업과의 독점적인 연관성을 상실했지만 각 부문에서는 여전히 프린지로 남았다.

지식경제와 여타 생산체계를 분리하는 경계선은 실제로 항상 다공성(多孔性)을 띤다. 전위 부문과 기타 부분의 차이를 완화시키는 경제활동 및 경제능력의 잠재 영역에서는 유출(leakage)이 존재한다. 많은 요인들이 그러한 누출에 기여한다.

지식경제 기업들이 판매하는 지식집약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출시는 그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숙련기술의 전파를 요구한다. 지식경제의 기술과 관행이 과학사에서 친숙한 유추와 일반화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산 라인과 새로운 소비 분야로 확장됨으로써 그러한 기술과 관행은 발전한다. 외국의 전위 부문을 모방하고 자신의 전위 부문을 발전시키려고 안달하는 정부는 지식경제를 그 다공성 주변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우대하는 개방적이고 실험친화적인 규제접근을 학습한다.

이와 같은 보급의 촉진요소들을 감안할 때 지식경제가 번창하는 프린지들로 대체로 지속적으로 한정되고 또한 결과적으로 지식경제의 가장 심오한 속성들의 표현과 더 큰 잠재력의 성취가 억제되어 왔다는 사정은 더욱 더 주목할 만하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다음 절에서 주장하려는 바와 같이, 지식경제의 국한성은 축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유출이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방식과 생산역량의 향상을 위한 첫 번째 조치라고 판명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출은 새로운 생산방식의 심오하고 확산된 형태를 향한 운동의 출발점의 한 부분이 될지도 모른다. 유출은 자생적으로 그와 같은 출발점으로 복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안적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행동해야만 한다. 이러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것을 상상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때까지 포용적 지식경제는 요원한 목표로 머문다.

지식경제의 상대적 고립성은 이제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고립상태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립상태의 자연스러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규모의 제한성으로 인해 규모의존적인 기술과 대량생산의 절차를 흡수하지 못하게 된 전통적 소기업을 예외로 하고는 기계화된 제조업과 공장제 대량생산은 경제의 모든 부분의 변혁에 급속도로 영향을 미쳤다.

이전의 선진적인 생산방식과 달리 지식경제는 어떤 특정 분야에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특징적인 기술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거의 모든 규모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지식경제의 역량은 소기업의 세계가 다른 사유들로 지식경제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기업의 세계를 지식경제에 개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경제가 고립적인 전위 부문들에 국한되는 현상은 완고하게 지속되어 왔다.

지식경제는 고립성을 회피하지 않은 채 제조업에의 국한성에서 탈피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어떠한 경제체제들에서도 경제 전반적인 입지를 구축하지 않은 채 가장 부유한 경제체제들과의 독점적인 관계도 극복했다. 대량생산의 절정기에 자본집약적 경제와 노동집약적 경제 사이의 교역은 국제적 노동분업의 축일뿐만 아니라 국제통상론의 핵심적인 분석 주제였다. 가장 선진적인 생산방식(공장제 대량생산)은 가장 부유한 경제체제에 집중되었다. 더 원시적인 노동집약적인 생산은 나머지 국가들(개발도상국이라는 광대한 주변부)에서 지배적이었다.

새로운 선진적인 생산방식의 출현은 세계의 노동분업에서 현저한 변화와 동시에 일어났다. 새로운 생산적 전위는 세계의 모든 주요 경제체제들, 즉 가장 부유한 경제체제들뿐만 아니라 주요한 개발도상국들(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도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경제체제들의 선진적인 부분들은 기술, 자원뿐만 아니라 사람, 절차,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크든 작든 서로 간에 직접적으로 교통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어떤 경제주체들과 세력들보다 이러한 전위들의 네트워크가 세계경제의 지배세력으로 간주될 자격을 더 잘 갖추고 있다. 그에 비해 국제금융은 부차적인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적인 노동분업에서 드러나는 지식경제의 국제적인 입지는 지식경제가 현재 국한되어 있는 프린지들에 포획된 상황이 제기하는 수수께끼를 심화시킬 뿐이다. 지식경제는 모든 주요한 경제체제뿐만 아니라 각 주요한 경제체제의 모든 부문에서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식경제는 여전히 엘리트들의 전유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경제의 국한성과 연관된 세력들은 경제적 침체를 우대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협력한다. 생산성 증가의 둔화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지식경제의 고립성에 대한 대가다.

 

저자 : 로베르토 M. 웅거 (ROBERTO M. UNGER)

역자 : 이재승


지식경제, 체제 전반으로 확산하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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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21/06/1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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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 광저우시 변두리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문화교류 활동가’이다. 5년전 중국에 건너 올 때는 하자센터에서 배운 마을생태주의, 여성주의, 스스로 공부한 탈서구중심주의에 기반한 동아시아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야심’이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당연히 만만치 않아, 모두 ‘장기과제’로 돌려버리고, 지금은 한가하게 중국책이나 인터넷글들을 읽으며 소일하고 있다. 일년전 대학에서 교원으로 일하는 중국인 아내와 결혼도 했고, 주변엔 모두 중국인 친구들뿐이다. 코비드 때문에 국경넘어 왕래를 못하니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 ‘외부세계’를 만난다. 아주 오래전엔 십년 넘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며,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생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의 소속감에 기대 ‘명예백인’노릇도 하고, 반대로 회사안의 백인중심주의에 분노하며 이에 대항하는 범아시아주의를 상상하기도 했다. 중국대신 태국으로 갈까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현지인들과 ‘깊은 문화적 이해’에 기반한 ‘평등한 관계’를 맺을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그래도 중국에 건너올 때 우리의 앞선 시민의식을 “널리 알려 교화하자”는 숨은 의도도 있었으니, 여전히 “아시아의 유일한 근대국가 한국민”이라는 우월감은 포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도모하던 자잘한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실패하면서 서서히 키워오던 감각이 있다. 작년 봄, 코비드 락다운은 그 감각을 온전히 의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층을 나눠 살며 함께 너른 마당을 가진 주택을 공유하는 중국인 중산층 가족과 석달간 집과 마을에 갇혀 있었다. 가족과 국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고, 그들의 관점을 내재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다케우치 요시미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중국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중국을 내안으로 품어 되감는 것도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한다.

때문에, 나는 작년부터 한국내에 고조되기 시작한 반중정서를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역으로, 중국에는 딱히 반한이라 할만한 대중적 정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긴장했다. 일반적인 중국인들은 한국내의 반중정서를 알지 못한다. 언론이 콕집어서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중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고, 아마도 자기편을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중국 정부가 역풍을 우려해 언론을 통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의 주류언론은 조선구마사 논란에 대해서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한국에 대한 보도가, 이를테면 N번방사건 같은 대개 부정적인 뉴스 일변도인 것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즉, 어느 정도 실상을 파악하고 있는 중국 언론인들의 한국에 대한 불만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나는 추측했다. 이 와중에 잠시 중국 언론의 입질에도 오른 김치, 한복 논쟁은 오히려 해프닝에 가까왔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한중 ‘배틀’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고, 나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 전투에 참전하는 중국인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궁금해져서 직접 검색을 해보았다. 감정섞인 선동이나 일부 사실의 과장과 왜곡 등을 걷어내고 보면, 그 요체는 “한국인들이 많은 중국전통문화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를 포함한 주위 친구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이런 생각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중국인들에게 막연하게나마 오랜 기간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절이고, 공자가 실은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식의 상고사와 관련한 ‘족보논쟁’들도 있었다.

와중에 조선구마사 사건에 반응하는 한국주류 미디어의 반응을 보고 놀랐다. 그동안 코비드 중국책임론에 휘말리지 않고 중국에 대한 감정적 비난을 자제해오던 개혁과 중도 성향의 일부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특히 문제라 생각했다. 이런 화법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애국주의 네티즌을 비판하던 논리의 거울이미지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의 부당한 내용 간섭도 아닌데, 중국 브랜드 음식이 PPL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됐다는 몇몇 드라마의 사례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한 중국의 네티즌이 한국 식품회사가 냉동만두를 코리안푸드라며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중국문화 강탈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어이없다고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체보도와 페이스북 여론을 살피며 무슨무슨 공정이라는 일련의 신조어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한국인들의 큰 불만이 동북공정에서 비롯하고 있음을 알았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중국인들이 민관합심하여 한국의 역사를 중국내 소수민족 역사로 치부하거나, 나중에는 한국을 예전의 속국처럼 부리려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음도 깨달았다.

이런 한국인들의 두려움과 불만은 한한령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때문에 지난 5년간 더 많이 누적되어 왔다. 시진핑 집권 이후 강화된 중국의 내부 독재와 외부에 대한 강경노선은 중국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전문가들에게조차 비판과 우려의 대상이다. 중국 정부의 “조종을 받는 샤오펀홍 현상”은 한국 사회과학계의 분석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발 팬데믹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고 최근 몇년간 미국이 앞장서고 서구사회가 거드는 형태로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홍콩, 신장 등의 문제도 새로운 미움의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인들이 막연히 품게된 반중 감정이 왜 과도하다고 생각하는지 하나씩 설명해보려한다.

한국인은 중국인이 세상 모든 문화가 중국에서 비롯했다는 ‘만물중국기원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자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농담같은 주장이 대표적이다. 딱 댓구를 이루는 ‘한국의 중국전통문화강탈설’처럼 과장돼 있다. 신장지역 주식인 낭이 피자도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할지 몰라도, 정색하고 그런 주장을 할 중국인은 많지 않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에 대한 도발은 아마 가장 한국인을 자극하는 소재일 것이다. 중국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존재 때문에, ‘챠오시엔파오차이’라는 표현을 할 수는 있어도, 영어명 차이니즈 캐비지인 배추가 중국에서 건너갔으니, 중국 음식이라 생떼쓰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 그들도 중국에서 김치를 맛보려면, 한식당을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안다. 중국에는 지역마다 사천식 파오차이같은 다양한 절임음식, 발효음식이 있기 때문에, 그리 김치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오해에서 비롯한 불만 때문에 몽니를 부리는 일부 네티즌들이 있을뿐이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거의 신경쓰지 않는 강릉단오절과 남방 중국인들의 국민명절중 하나인 단오절은 기원만 같을뿐 별 관계가 없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대다수 중국인들을 흥분하게 하는 쟁점과 대다수 한국인들을 화나게 하는 이슈는 같은 것이 아니다. 중국인의 것은 중국인에게 한국인의 것은 한국인에게 돌리면 될 일이다.

동북공정의 실상은 필요 이상으로 과장돼 있다. 박사논문을 준비할 때 참고하려고 아내도 예전에 한부를 사 둔 중국의 저명한 역사지리학자 탄치샹의 <중국역사지리집>(1981)은 현재 국제표준으로 인정되는 지도집이다. 이에 따르면, 한4군 멸망 후, 한반도 북부는 ‘중국 역대왕조의 영토’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만주지역에 대해 우리 사학계와 이견이 있다지만, 공개된 학술적 논쟁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탄치샹의 직계 제자이고 중국 교육부 사회과학위원회 위원인 거졘슝 푸단대학 교수도 그의 대표작 <통일과 분열>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조선(반도)과 월남의 문화와 제도는 중국 내륙이나 변경의 소수민족보다 훨씬 더 중국에 가까왔다. 하지만, 두 나라는 독립왕조 성립후, 중국의 일부였던 적이 없다.” 역시 푸단대학의 저명한 중국문화사 전문가 거자오광 교수는 <이 중국에 거하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현대중국의 영토기준으로, 역사상의 중국을 설정해서는 안된다. 고구려는 당나라가 관할하던 지방정권이 아니다. 토번(티벳)도 당나라의 일부가 아니었다.”

혹시해서, 20년 넘게 진행중인 한중일 청소년 역사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가 친구가 된, 상하이 민항중학교 역사교사 판선생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봤다. “동북공정에 대해서 좀 물어보려고요.” “그게 뭐죠, 동북지역 개발 프로젝트인가요 ? 역사선생인 제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죠” 헛웃음을 속으로 삼키며 다시 확인했다. “그러니까, 중국 학교에서 고구려를 중국의 역대 지방정권이라고 가르치는 경우는 없다는 거죠 ?” “당연히 아니죠. 중국 역사에서 가르칠 내용만 해도 너무 많아서 바빠 죽을 지경이예요” 그는 인터넷으로 동북공정을 검색해 본 후, 한마디 덧붙였다. “아마 동북공정이란 이름을 들어 본 중국인은 10만명도 안될 거예요.” 빠링80허우인 둥베이 출신의 ‘절친’ 아무에게 물어봤을 때도, 황당하다는 표정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걸 대체 누가 신경쓴데요?”

한한령때문에 대중국 문화콘텐츠 수출이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아마 한류의 영향을 받는 화장품 같은 소비재 수출도 타격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국 수출총액은 꾸준한 편이고, 한국이 G8에 들어가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국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중국내 샤이한류팬들은 꾸준히 인터넷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류를 소비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소재의 드라마가 한국에서 시즌을 시작하면,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의 일류매체에 앞다퉈 공들인 평이 실린다. 한국 매체들이 평을 내기도 전이다. 최근엔 ‘자산어보’와 ‘무브투헤븐’에 대한 평이 눈길을 끌었다. 예전과 같은 압도적 한류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한한령보다는 지난 5년간 중국의 자체 콘텐츠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중국 콘텐츠 소비자 시장은 일본, 홍콩, 타이완, 영미, 심지어 타이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까지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 콘텐츠의 춘추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력이 풍부해 어떤 나라의 문화를 대상으로 하든 언어능력을 갖춘 ‘덕후’들이 신속하게 자막을 제공한다. 콘텐츠 구매여력이 높은 대도시의 밀레니얼 세대 힙스터들은 일본문화를 선호한다. 중산층이 늘면서 오래된 선진국의 삶을 동경하고, 경쟁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데 ‘소확행’ 원조 국가인 일본콘텐츠가 제격이다. 물론 Z세대는 한류를 더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으니 두고 볼일이다.

현재 중국산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핵심인력들인 빠링허우 세대는 망가와 아니메를 보고 자랐다. 72년 중일 수교후, 홍콩과 타이완을 통해, 일본 대중문화가 일찌감치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화적 감수성을 의미하는 소위 ‘2차원(평면)’문화가 있다. 중국판 유튜브라 할 수 있는 삐리삐리에 지난 10년간 온갖 하위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던 이들이, 이제 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미 5억명의 독자를 확보하는 규모로 성장한 웹소설 시장이 드라마와 영화의 풍부한 자양분이 되고 있으며, 무협물 등의 전통적 강점을 살려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무협판타지드라마 샨허링의 원작은 BL웹소설이다. ‘과환세계’라는 전문잡지 40년 역사를 가진 SF는 휴고상을 수상한 ‘삼체’의 소설가 류츠신이 있다. 2019년 개봉한 중국 최초의 본격 SF영화 ‘유랑지구’가ᅠ역시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미중간의 우주개발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AI를 비롯한 각종 첨단 IT 기술이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로컬SF문화가 성숙해 나간다. 2020년 중국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드라마, ‘침묵의 진상’과 ‘은밀한 구석’의 원작자 즈진쳔은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로 불리는 추리소설 작가이다. 중국 콘텐츠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검열로 한쪽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모바일 문화와 궁합이 잘맞는 장르물들이 매우 발달돼 있고, 검열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현실풍자나 이상적 세계에 대한 희망을 표현할 수 있는 가상역사극, 역사판타지물 혹은 촨유에穿越라 불리는 역사타임슬립물들이 인기가 있다. 한국드라마 ‘철인왕후’의 원작이 이런 장르의 중국 웹소설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얼마전부터 한국드라마 중국시장외 판권의 구매를 재개한 중국의 3대OTT 아이여우텅愛優騰은 모두 인터내셔널 버젼이 있는데, 이를 통하여 중국 콘텐츠들이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아직도ᅠ중국이 유일하게 한국 콘텐츠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문은 예능일 것이다. 광고주의 심한 압력때문에 창작대신 손쉽게 베끼는 관행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는 소위 중국판 예능2.0으로 불리는 창작물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 초에 인기를 끈 ‘희극신생활’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복-한푸 논쟁을 불러왔던 중국 청년들의 자국 전통문화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 이들의 전통문화 애착은 샤오펀홍들의 맹목적인 선호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에 의한 다양한 문화소비 혹은 학습열로 보는 것이 옳다. 지금 중국 청년들에게 타임슬립을 해서 어느 시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송宋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송대는 산업과 상업이 발달해 매우 부유했고, 그 결과 한족 문화가 최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이다. 하지만 문약하여, 요, 서하같은 북방 민족국가들과 대등한 국가간 협정을 맺으며 중화-오랑캐라는 유아독존적 천하관을 최초로 탈피하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하다. 10여년전까지만 해도 팽창주의에 기대 한당漢唐 시기를 그리워하던 분위기속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라고 송대 전문가 베이징대 자오둥메이 교수는 설명한다. 삐리삐리의 콰녠완후이는 12월31일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며 인터넷상에서 일체감을 느끼는 버라이어티쇼이다. 국풍이라 불리는 전통문화관련 콘텐츠도 인기가 많지만, 한쪽에선 코스프레차림의 사용자가 일본어로 아니메 주제가를 부르기도 하고, 해리포터나 왕좌의 게임부터 톰과 제리에 이르는 서구의 인기 콘텐츠를 가공해서(이 과정은 畜生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껑'(밈의 중국어 표현)으로 즐기기도 하는 혼종적 문화를 선보인다. 중국 청년들의 전통문화 사랑을 단순하게 애국주의로 등치시킬 수 없는 증거이다. 중국 청년들의 이런 자국 문화 사랑을 보면서, 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열기라든가, 최근 K-방역이나 BTS 등을 자랑스러워 하는 한국 청년들을 떠올린다. 2017년 발표된 런민대학 류하이롱 교수의 “국가가 아이돌이 될 때: 신매체와 팬덤 민족주의의 탄생”이라는 논문이 있다. 그에 따르면 샤오펀홍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공동체적 행태와 문화는 그들이 관용, 개방, 강대, 독립과 같이 긍정적 가치를 투사해서 환상으로 빚은 국가라는 아이돌을 숭배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아이돌을 BTS로 치환시켜보면, 아미의 그것과도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샤오펀홍이 한국 네티즌들과 다투며 이런 인터넷 공동체 문화를 배웠다는 분석 기사도 봤다. 자기애적ᅠ국뽕과 적으로 간주되는 타자에 대한 공격성은 문제가 되지만, 크게 보면 오랜 기간 가져왔던 서구와 선진국 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콰녠완후이의 톰과제리 畜生: 고전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화면에 중국 전통악기인 나발 등을 배경음악으로 연주한다. <출처: https://liii.ink/O8tdVHTclF5M_f>그렇다고 세대를 초월하여 중화주의로도 표현되는 이들의 공격성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나는 15년전쯤, 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인에게 겪은 매우 불쾌한 경험이 있다. 그는 미국에 거주하는 유학생출신 이민자였는데, 다국적 기업의 베이징 사무소에 출장을 와있던 차에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초면인 나에게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 사람들은 왜 한자를 버리는 등 ‘취한화去漢化'(중국 문화 배척)를 하는 거죠 ?” 당시, 한글전용론과 한자병기론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쟁이 돼오기도 했었고, 나는 한자병기론쪽에 살짝 기울어 있던 터였지만, 우리 민족과 국가의 언어 사용에 대해서, 간섭하려는 그의 무례한 문화패권주의에 놀라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최근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중국인들에게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즉, 왜 한한령限韓令따위를 만들어 세계가 인정하는 우월한 한류 콘텐츠를 받아들이지 않냐고 중국인들을 원망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문화계가 항상 한류 콘텐츠를 카피한다고 심하게 조롱한다. 따지고 보면, 근년들어 급증한 중국인들의 과도한 전통문화 ‘저작권 집착’은 한국인들의 모욕적인 언사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현대의 대중문화 선진국”인 한국과 “전통문명 강국”인 중국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열등감과 우월감은 동전의 양면인데, 한중양국은 오랜 기간 이웃으로 지낸 탓에 마음속 깊은 곳에 서로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감정들이 차곡이 쌓여있다. 한중일 삼국간에 교차되는 이런 복잡한 감정은 깊이를 알 수없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예절범절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한 것이 아니라면 서로의 아픈 곳은 될수록 돌려서 지적하는 습관을 유지해왔다.

서구사회의 인정을 갈구하며, 명예백인의 관점으로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는 관행은 일본이나 한국만의 전매특허도 아니다. 중국인들 자신이 여전히 스스로를 그렇게 검열하고 규정한다. 신발도 태우고, 외국인이 중국여자를 약탈해간다는 인터넷상의 쇼비니즘적 애국주의 선동이 난무하지만 미국인이나 백인들이 중국에서 정말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반대로, 미국에서 특히 약자인 아시아 여성과 노인들에 대한 물리적 가해가 빈번해진다. 일년전 친한 중국 청년이 내가 중국인 아내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돼 덕담을 건네면서, 한편으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낸 것은,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흑인과 라틴아메리칸 남성들이었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서 아시안을 폭행하는 것은 흑인과 라티노가 많다고 한다. 중국의 대학교수들이 점수를 따기 위한 두가지 기준은 연구결과가 링따오 (당 지도자)의 칭찬을 받거나, SCI에 등재된 저널에 실려 서구학계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정신분열적으로 들리는 이런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의  물리적, 담론적 권력이 여전히 하나의 촘촘하고 완고한 위계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신장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09년 광둥에서 일하던 위구르족 청년이 한족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유언비어때문에, 한족 남성노동자들이 위구르족 노동자들을 집단구타하면서 촉발됐다. 오늘날 중국에서 주류 한족이 비한화된 소수민족들을 구조적 혹은 비구조적으로 차별하는 모습은 미국내의 인종차별과 평행세계처럼 보인다. 상대방의 차별은 눈에 들어오지만, 나의 부조리는 애써 들추고 싶지 않다. 일대일로상에 놓인 저개발국가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족 중국인들에게 멸시와 차별의 대상이다. 내가 사는 광저우는 당나라 시기 아랍과 페르시아 상인들이 십만명 넘게 거주하던 천년역사의 무역항이지만,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온 보따리장사들이 워낙 많아 ‘초콜릿도시’라 불린다. 지독하게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호칭이 시사하듯, 매년 불법체류 단속활동속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인권침해가 벌어진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 같아 나는 차마 중국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못하겠다.

“가족의 구성원리가 국가로 확장되고, 국가의 통치가 가족의 윤리로 내면화된 유교적 가국家國시스템이 중국에선 이천년간 단절없이 이어져왔다”. 신천하주의로 유명한 화둥사범대학교의 중국역사문화연구자 쉬지린 교수의 설명이다. 많은 보통 중국인들은 국가의 사회에 대한 과도한 간섭을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염려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보건데, 국가의 인권침해나 언론과 학문의 자유훼손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수성이 부족한 것은 공산주의 보다는 이러한 전통관념때문이다. ”중국역사에서도 왕위를 찬탈하거나 왕조가 교체되는 일이 빈번했지만, 상징적 아버지를 살해하는 시부弒父 설화는 나타의 이야기처럼 극히 예외적으로만 존재한다. 각색된 현대판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에는 이 이야기조차 아버지의 사랑에 감화돼 자신을 희생하는 유교적 서사로 완전히 뒤집혀서 표현된다.” 주위의 독립예술가들과 젊은 라깡연구자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이것을 단순히 ‘전근대‘라는 한마디로 딱지붙이는 순간, 이들의 내적합리성을 이해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민주공화국 대통령 문재인을 “유교적 군자의 윤리를 현현한 현군”으로 간주하며 칭송하거나, 으뜸가는 그의 지지자이자 ”인류의 모든 문명은 남성이 여성을 매료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킹왕짱마초‘ 김어준이 ’리버럴‘ 민주당의 매일 아침대변인 노릇을 하는 모습은 어떤가? 임명직 공무원인 검찰의 수장 윤석열이 선거대신 유사과거제라 할 수 있는 고시를 통해 무소불위의 상징권력을 획득한 덕에 자의적 법실천을 남용해도 여론에 힘입어 유력한 대권주자가 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을 설명할 방법도 함께 사라진다.

중국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 고대설화를 편집하여 만든, 명나라때의 6대기서중 하나인 봉신연의에 나타哪吒의 이야기가 있다. 나타는 부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나중에 자신을 배신한 아버지에게 격노하여,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 <출처: http://kr.people.com.cn/n3/2019/0730/c310297-9601643-7.html>

중국의 문제는 실재하지만, 서구의 문제제기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우리의 독립된 관점과 관찰을 통해 묻고 따져야 현실의 울퉁불퉁한 디테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언론자유침해라는 미국 의회의 주장은 얼마나 진실에 가깝나? 이것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인가 아닌가 ?

끝으로 중국과 한국의 관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비대칭의 문제가 있다. 그들과 우리의 의식속 가장 오래되고 깊은 곳의 중화주의가 발현할 때마다 아픔이 되살아난다. 한국 현대사 연구자인 후지이 다케시는 얼마전 그의 페이스북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와 가해는 비대칭적이다. 피해는 개개인이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겪게 되지만, 가해는 대부분이 자리와 위치의 효과이다. 그래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간생략)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주체성의 결여이지만…” 이를 한중관계에 적용해 보자면, 중국이 중화주의의 가해자로서 특별히 구체적 잘못을 범하지 않아도 한국은 항상 피해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 있다. 중국이 잠재적 가해자로서의 ‘자리와 위치’를 마음쓸 정도의 ‘문명국’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나는 잘모르겠다. 인류의 역사속에 그게 가능했다면, 서구인들이 지금처럼 비서구인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지성에게 완전히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대의 중국 공공지식인으로 불리는 옥스포드의 인류학자 샹뱌오는 민족주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특별한 자랑거리가 아닌 그저 운명일뿐이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고, 철저히 씹어 삼켜야 한다.“

이 그림은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출처: https://theycantalk.com/image/641238503847559168>

같은 이치로 우리도 스스로 주체성을 강화해 피해의식을 탈피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 강대국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지만 한국인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감히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기술이든 제도이든 문화든 중국이 양뿐 아니라 질까지 수월성을 확보해 한국을 추월하는 미래상인 것 같다. 근대이전처럼 중국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국격의 재역전 상황을 상상하기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는 왜 우리가 굳이 비교의 대상이 되기 힘들 정도로 큰 스케일을 가진 이웃 나라와 무의미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주제넘은 의견이지만, “우리가 과연 누구인지” ”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제대로 묻고 따지는 우리 자신의 생각습관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유사역사학과도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고대 만주벌판과 북중국의 유령을 찾아헤매며 우리가 폐위된 적장자임을 호소하는 것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세계로 국한할 때나 아름답다. 이를 현실역사로 끌어들여, 물리적 영토 욕심으로 발전시키면, 중국인들에게 제국주의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뿐이다. 중국과학원 고인류연구소가 한국인 연구자도 참여하고 있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협력하여 2020년 네이쳐 커뮤니케이션과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2020년 중국내 10대 과학기술업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만주의 홍산문화유적 유골에서 추출한 DNA를 현대 북중국 한족, 일본민족, 한민족과 비교한 유전자 비교 검사 결과를 보면, 누가 더 멀고 가깝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위 중화민족, 그중에서도 한족은 중국 인류학의 비조 페이샤오퉁이 제시했듯 다원일체성으로 표현되는 매우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한민족의 너다섯배 이상 깊고 넓은 족보를 정리하기 위해 스스로 이미 머리가 터지는데 우리가 성급히 논쟁에 끼어드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바심하지 말고, 지금 우리의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내 아내는 한국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 빠링허우 세대이고, 조경디자이너인 자신의 일이 ‘생활미학’과 관련이 있다보니 일본문화에 훨씬 더 호감이 많다. 그가 나와 결혼한 이유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과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어로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그는 짬날 때마다 한국어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한다. 나는 일에 쫓겨 늘 바쁜 그가 한국어 공부에도 매달리는 것이 안쓰러워 나중에 같이 한국에 갈 기회가 있을 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나는 한중의 시민들이 이웃 나라에 대해 추상적이고 막연한 감정을 갖는 것이 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떤 계기로 상대방의 구체적인 무언가에 관심을 갖게 되든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할 기회를 갖게 됐을 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놓고 기다리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그도 아니라면 차라리 서로 무관심한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이글의 요약판이 시사인에 게재되었습니다. 시사인의 동의하에 축약되지 않은 원문을 다른백년에도 전재합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78

목, 2021/07/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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