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단체, 일본 정부에 4번째 요청서 제출
일본 정부 “한국 정부 구체적 제안 있으면” 일관
한국 관련 예산 없어…상황 진척되지 않아
▲ 8일 일본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태평양전쟁 때 희생된 한국인 유골 반환 문제에 대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제안을 하면 한국인 유골 반환을 검토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상황을 진척시켰으니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일본 시민단체도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
8일 일본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 시민단체 ‘전몰자 유골을 가족 곁으로’의 활동가인 우에다 게이시는 한국 정부가 태평양전쟁에 군인·군속으로 동원됐다가 희생된 한국인 유골 반환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국의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소속 유족들과 민족문제연구소, 일본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에 한국인 유골 반환 요청서를 제출했다. 2014년 이후 네번째다. 유골로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은 최소 2만1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2016년 4월 ‘전몰자 유골 수집 추진법’을 만들어 태평양전쟁 일본인 전몰자 유골 수집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대상을 ‘우리 나라(일본) 전몰자 유골’로 한정해 한반도 출신을 배제했다.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국인 유골도 찾으라는 요구를 계속하지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이 있으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일 시민단체는 유골에 대해 디엔에이(DNA) 감정과 함께 안정동위체 감정을 실시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안정동위체 감정은 방사기원동위원소를 활용해 유골 주인이 어느 지방 출신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한국 정부가 한국전쟁 전사자 유골 신원 확인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라뿐 아니라 출신 지역까지 가려낼 수 있다. 일본 정부도 필리핀에서 수집한 유골 중 일본군 유골을 구별하기 위해서 안정동위체 검사 도입 연구비를 내년 예산에 500만엔을 책정한다. 하지만 후생노동성 원호국 사무과장 요시다 가즈로는 “안정동위체 감정은 아직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안정동위체 검사를 한국인 유골 구별에 사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일본 국회의원들도 “‘일본인 유골은 일본인 품에, 한국인 유골은 한국인 가족 품에’가 맞다”고 말했지만, 요시다 과장은 “한국 정부의 구체적 제안이 있으면 검토하겠다”며 “한국 정부에서 구체적 제안은 아직 없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는 관련 예산도 책정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일본 정부에 오키나와에서 숨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유족 유전자 자료를 줄 테니 일본이 한국인 유골을 가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일본은 검토하겠다고만 한다”며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유골 발굴에 참여하는 것은 외교적 문제 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 유골 반환을 위해 지난해 예산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도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오키나와 관련 유족 유전자 검사는 (한국에서) 50명을 했는데 사업비 2천만원은 사할린 유골 반환 사업에서 절약한 예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19세기 조선침략 이른바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를 일본의 발전을 이끈 영웅으로만 표현됩니다.
[오우카/ 일본 시민단체] “침략전쟁을 추진하고 협력한 사람들입니다. 그럼 사람들을 도덕 교과서로 롤모델로 하는 것은 안 됩니다.”
다른 교과서들도 ‘요시다 쇼인’이나 ‘사카모토 료마’ 같은 정신적 지도자들을 다뤘는데 조선침략에 앞장섰던 ‘이토 히로부미’ 등이 이들의 영향을 받은 후계자들입니다.
특히 2차 대전에 대해서는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을 언급하며 자신들을 피해자로 묘사했습니다.
반면 위안부나 난징학살 등 일본이 주변나라에 끼친 범죄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규수/히토츠바시대학 교수] “침략자의 모습은 다 상실 돼버리고 피해자 의식만이 남아 있는 그것도 역사적 왜곡의 일종이라고 우리의 입장에서는 말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 측은 조선 침략을 미화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도덕 교과서 출판사 관계자] “‘사이고 다카모리’가 정한론을 주장한 것은 역사적으로 맞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그런 내용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내년 검정을 앞둔 중학교 교과서 파일럿판에는 침략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을 전쟁영웅으로 묘사하는 등 군국주의적 색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원우/동북아 역사재단 교수] “침략론자가 평화론자로 학생들에게 잘못 인식 되어질 수 있는, 아베 정권이 의도하는 헌법의 개정 그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자는….”
교과서를 검정한 일본 문무 과학성은 학습 지도요령에 따라 각 출판사가 작성했을 뿐 정부차원에서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도덕 교과서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최종 보급된 교과서를 검토한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시, 17개 학교 친일 확인…광덕 중·고 ‘새 교가’ 만들기로 충북 19곳 확인, 충남·울산 조사 나서…친일 잔재 청산 운동
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친일 음악인 등이 만든 ‘친일 교가’를 바꾸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학교들은 입학식 때 교가 제창을 식순에서 빼고, 교가를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친일 교가 교체는 교육계가 펼치는 친일청산 작업 가운데 하나다.
교가 바꾸기의 물꼬를 튼 것은 광주지역 학교들이다. 광주시는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지난달 9일 나온 ‘지역 친일 잔재 조사용역’에서 17개 학교 교가가 친일 음악인이 작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작곡가 김동진이 서강중·고, 동신중·고, 동신여중·고 등 11개교, 현제명이 숭일중·고 등 3개교, 김성태가 광덕중·고 등 2개교, 이흥렬이 광주일고 교가를 각각 작곡했다. 이 가운데는 전남대·호남대·서영대 등 대학 3곳도 있다. 이들 학교 교가 작곡가 4명은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다. 광덕중·고 신흥수 이사장은 졸업식에서 교가 제창을 하지 않도록 하고, 3월 입학식 때 신입생이 새로운 교가를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이 설립한 학교다. ‘학생독립운동의 발원지’인 광주일고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학교 측이 학부모·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에 나섰고, 동문회가 지난 11일 열린 총동창회에서 교가 바꾸기 여부에 대한 토론을 벌여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문이자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씨에게 교가 작곡을 맡기기로 했다. 올해로 건학 111주년을 맞은 광주 첫 사립학교인 숭일중·고도 3월 교가 교체 대책반을 꾸리기로 했다. 나머지 중·고교도 올해 1학기 안으로 교가를 바꾸기로 했다.
울산시교육청은 다음달부터 친일 교가·교명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 경남도교육청도 지역 교육계에 남은 친일 잔재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도교육청은 친일 교가 교체 작업을 위해 다음달부터 친일 행적 의혹이 있는 4명의 작곡가들에게 대한 검증을 시작할 계획이다. 검증을 마친 뒤 친일 관련 교가를 바꾸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충청지역에서도 도내 교가 가사·작곡가 명단을 <친일인명사전>과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현재 19개교 교가를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것으로 확인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전체 학교 713곳 교가의 친일성 여부를 조사해 20일 조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학교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을 권고하고 필요에 따라 교육청이 강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창공원 안장된 애국지사들 대한민국 정통성 상징적 인물 민족독립공원 성역화에 최적 보훈처 “국가차원 예우 바람직”
▲ 5월16일 오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의 모습. 삼의사 묘역과 의열사 앞으로 효창운동장이 거대하게 들어서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효창공원(옛 효창원)을 국가 차원의 민족·독립 공원으로 격상하자는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지도자들이 묻힌 효창공원을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효창공원 성역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1월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우리는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기념관 하나 없다. 적어도 효창공원에 독립열사들을 모시는 성역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2월9일에도 효창공원의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한 뒤 “후손으로서 제대로 도리를 다하자면 효창공원 일대를 우리 민족공원·독립공원으로 성역화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우리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도 함께 모아야 한다. 중국에서 모셔오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도 다시 봉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독립운동에서 찾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난 3·1운동 기념사에서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광복절’에 효창공원을 참배한 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존재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등 애국자들에 대한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보훈처도 효창공원 독립공원화에 긍정적 태도다. 보훈처의 고위 관계자는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효창공원을 민족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그곳에 안장된 독립운동가들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효창공원 앞에 나쁜 의도로 지어진 효창운동장을 철거하고, 효창공원의 원래 모습을 회복시켜 국민들이 이곳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효창공원 민족공원화 사업’을 추진했다가 체육단체, 주민 등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한 경험이 있다.
여당 쪽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을 위한 역사의 재정립’ 보고서를 펴냈다. 박혁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백범 김구를 비롯해 효창원에 안장된 분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불의에 항거한 민주주의 이념, 평화통일 이념 등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세운 인물들”이라며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 정신의 회복을 위해 효창원에 계신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들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효창원을 성역화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효창공원에 묻힌 독립운동가는 7명이다.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과 이동녕 주석, 차리석 비서장, 조성환 군무부장, 그리고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모시기 위한 가묘도 마련돼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의 아버지들이지만, 아직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효창공원은 국립 시설이 아니다. 서울시 용산구가 근린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성역화 방안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먼저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시업 성균관대 전 명예교수는 “효창원 묘역은 그곳에 안장된 이들에 걸맞게 국립선열묘지가 돼야 한다”며 “효창독립공원, 국립 효창원 등 이름을 어떻게 짓건 국립묘지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창공원과 지역적으로 무관한 경기도의회도 지난해 8월 ‘효창원 국립묘지 승격 촉구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에 제출했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백범 김구 선생 등 건국의 주역을 국립묘지에 모셔야 하며, 이장이 어렵다면 효창공원을 국민적 상징성이 있는 공간으로 승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창공원에 임시정부청사를 복원하자는 제안도 있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사학)는 “국내에서 임시정부와 가장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 효창원”이라며 “중국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이곳에 이전 복원하고, 효창원을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독립공원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게 효창공원을 경건한 추모 공간과 개방적 시민 공간으로 함께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이 조성된 쪽은 경건한 추모의 공간으로 성역화하고, 현재의 효창운동장 자리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광장이나 숲을 조성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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