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동안 서방국가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다분히 많은 조사연구보고서는 모두 다음 사항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곧, 전 세계 범위에서 “밀레니엄* 세대(千禧一代)”와 “Z세대*”는 그들 앞 세대의 같은 연령시기와 비교해서, “서구식 민주주의 퇴조”에 대해 더욱 현저하고 확실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소통에 익숙한 세대.
**Z세대: 1995년 이후 태어나 어릴 때부터 IT기술에 자주 노출되어,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세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데 거침이 없는 세대.
“민주주의 퇴조”와 “청년의 동요”가 함께 흔들흔들
그들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가 사회구성에서 양적으로 끊임없이 우세해 지고, 그에 따라 그들이 각국의 인구·노동력·유권자 단체의 주요 계층집단(제대 梯队)이 되었다. 이로써, 그들은 서구식 민주국가의 경제 불경기, 정치극단화, 사회권력의 “신분화 및 세습화(内卷化)” 등의 잘못된 후과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중요 피해자가(主要承压者) 되었다.
게다가 2020년 이래 신코로나 전염병 창궐이 유발한 심리적 압력과 취업의 블랙홀은(黑洞, 검은 터널), 곧이어 또는 이에 막 사회에 발을 디딘 그들 젊은 집단에게, 특별히 심각한 타격을(格外沉重)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일부 민주국가에서 방역 및 항역에 대한 정부 대처가 지체되고, 상호 책임을 떠넘기는 자태(相互推诿的姿态)를 보여 주었다.
이에 그들 젊은 세대는 자기 나라의 제도와 복리에 대한 믿음을 더 한층 유보하게(进一步透支) 되었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은, 한편으로 “민주주의가 가져온다는 복지(红利)”가 정말로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아마투어(政治素人), 신흥정당 및 일부 비주류 정치운동 또는 주장에 까지 이끌리고 또 사로잡히게 되었다(吸引).
바꿔 말하면, “민주주의의 퇴조”와 “그들 청년의 동요”가 함께 요동친다는 것은, 전 세계 다수 민주국가가 최소한 제도적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세대 간 위기”에 부득불 대처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문점 3가지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 젊은 세대의 의문은 세 가지 방면에서 중요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점점 더 전통적 민주정치 요소를 “계륵으로(鸡肋, 닭갈비로 뼈 때문에 삼키기도 어렵고 맛이 있어 내뱉기도 힘든-역자) 인식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의문을 가진다.
그들이 정치를 냉소적으로 보는 배후에는, 실은 ”형식을 중시하고, 실질적 내용을 중시하지 않는(重形式、不重实质)“ 서구의 선거중심 민주주의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과, 또 ”의제 지향형(议题导向型) 생활정치“를 열렬히 추앙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据此), 각국의 젊은이들은 정치적 쇼나(政治作秀) 정객의 낡은 수법을 배척할 뿐 아니라, 사회네트워크(SNS)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민의에 힘을 실어주는(给民意赋能) 것을 더욱 즐긴다. 또 이를 정치게임의 ”필수적인 대체물“로 만들려고 하지 ”선택 사항으로 남겨두려고(备选项)“ 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의 병폐인 정치부패와 빈부격차(贫富悬殊) 등에 대한 대가를 당사자들이 아닌 그들 젊은 세대들이 치러야한다는, 곧 덤터기를 쓴다는 점에서 그들은 의문을 가진다.
민주주의 만족도에서 “밑바닥”에 처한 곳은 라틴아메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서유럽과 앵글로색슨 “민주국가(영국, 미국, 호주) 등 4개 지역에서 현재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 3의 민주화 물결”에 휩싸였던(裹挟的)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정치제도 전환의 피로에(转型疲劳) 빠졌건, 혹은 스스로를 “민주주의 등대(民主灯塔)”라고 표방하는 서구 산업화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천장(天花板)”을 만났건 간에, 그들 젊은이들이 보기에 어쨌든 결과는 대동소이(大同小异)하다는 것이다.
곧, 일찍이 경험했던 민주적 다원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비록 그들 선배들에게는 비교적 좋은 대접을 해줬지만(犒劳了), 최적의 발전창구 시기를 놓친 그들 젊은이 자신들이, 오히려 정치부패와 빈부격차(贫富悬殊) 등의 잘못된 제도 때문에 생긴 ‘부산물’에 대한 대가를 부득불 치러야한다는(买单), 곧 덤터기를 써야 한다는 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세 번째는 민주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어느 정도는(很大程度上) 주류 가치관과 그 운반체에 이르기까지 부정하는 반란으로 바꿔졌고, 또 좌익과 우익 포퓰리즘에 동시에 접근함으로써(靠拢) 민주주의에 대해 더욱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중하위 계층을 배회하던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난공불락(難攻不落, 牢不可破)과 같은 빈부 격차에 의해 계층 상승의 이상 실현을 포기했다(磨平了). 그들이 보기에는, 우익 포퓰리즘에 매달려(投靠) 문화와 신분의 불안감을 억제하는 것은,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식으로(救命稻草) 단단히 꽉 붙잡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중산층 이상의 고학력 “밀레니엄 족”은 사회정책 방면에서 자유주의를 숭상하면서도, 경제정책 상으로는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전 사회에 만연한 경제 불안감을 개선하는 것을 자기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좌익 포퓰리즘이 그들의 사회정의, 공민으로서의 능동성, 자아실현으로 생각하는 대상에(自我实现的想象) 그대로 딱 들어맞는 것이다(恰恰迎合).
하지만 언급할 가치가 있는 것은(值得一提的是), 특히 젊은 세대들이 포퓰리즘 이념과 정당 및 급진 후보들이 처한 곳에서 ‘질서’를 찾고 안도감을 되찾는(重拾) 방식으로 민주를 ‘징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독을 마시는(饮鸩止渴)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방법은 실제로 국가의 장기 전략안정과 장기 발전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삼고 있기 때문에, 민주적 합법성과 유효성의 위기를 일시적으로만 해소할 수 있을 뿐이다.
서구 민주주의의 세대 간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그렇다면, 서구 민주주의가 직면한 세대 간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관련 각국의 종합국력이나 발전수준은 내던져버리고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개 요소가 그들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 “촉진제(催化剂)”에 일정정도(一定程度上) 해당한다(充当).
첫째(首先) 이른바 민주주의가 가져온다는 복지(民主红利)가, “실행이 없는 말뿐인 은혜에(맆 서비스) 불과하고(口惠而实不至)”, 사회 안정망 또한 나도 모르게(有意无意)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이건 혹은 “Z세대이건” 막론하고, 그들 대다수는 모두 냉전시기 엄혹한 이데올로기 투쟁과 같은 개념이 별로 없고, 전혀 상반되게(恰恰相反),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후유증” 속에서 계속 힘들게 살아온 기억만 오히려 가득하다.
그 결과는,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고지(高地)나 혹은 “훌륭한 통치(良治)”의 대명사로 여기는 것이라고(引以为) 간주하기 어렵게 되었다.
둘째(另外), 생산수단의 사유제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根源于生产资料私有制) 빈부격차는(贫富悬殊) 줄곧 서구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병폐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날이 첨예해지는(日益尖锐) 노동과 자본 간의 모순을 완화하기 위해, 비교적 전형적인 방법은 바로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이다. 곧, 사회보험·사회구제·사회복리 및 자선사업을 포함한 풍요로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근년에 이르러, 민주국가의 후예가 기력이 쇠잔해지고(后继乏力), 정당은 극화하고, 사회는 갈기갈기 분열함에(撕裂) 따라, 원래 젊은이를 위해 도움을 주고, 경제와 심리적 압력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재분배 기제가 나날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日趋失灵). 그래서 사회 안정망이 언제인지 모르는 사이에(有意无意) 쇠약해진 것이다.
이 결과 오늘날 젊은이들이 직면한 사회경쟁은 잔혹할 정도이고, 또 채무와 생활 압력은 비슷한 연령대의 부모세대나 조부세대가 일찍 처한 것보다 훨씬 높아졌다.
게다가 계층의 고착화는(阶层固化) 엄중하고, 개인이 좋아질 기회는(个人际遇) 점점 더 개인의 천부적인 재능이나 후천적 노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가정 출신 배경에 따라 아주 큰 제한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자기의 노력과 분투를 통해 자기 운명을 바꾸려는 적지 않은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시도는(尝试) 좌절되었고(受挫), 민주주의에 대해 실망하게 되었다. 이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아는(不言而喻) 사실이다.
셋째(其次), 풀뿌리를 이탈한 민주주의와 “이익추구의 민주주의”가 농간(作祟)을 부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하나는 “민주주의가 초점을 상실했기(民主失焦)“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젊은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가 암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인민을 믿고, 인민에 의존하고, 인민을 존중하고, 인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바를 받아들이는(吸纳)“ 요지의 핵심을(精髓要义) 직관적으로 감지 및 발견하기(感受到) 어렵다는 의미다;
둘은, 더욱더 젊은이를 실망시키는 것은, 정객들이 서로 힘겨루기 하는 가운데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오히려 “이익추구(功利化)”를 가속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른바 정치엘리트들은 진정으로 민생과 관련된 일로 제기된 문제를 임시방편의 책략으로만 채택한다. 또 젊은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의식하고 있는 기후온난화, 환경보호, 난민안치 등의 문제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이들은 단지 선거 경선부분에만(竞选环节) 마구 돈을 쓰고(大肆注资), 여러 가지를 투입하고(百般投入), 심지어 권력남용까지 자행한다. 이렇게 민중의 의사를 추출하는(输出) 과정을 철저히 돈과 정치의 상호연결의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현실은 의심의 여지없이 사회 초년생이고(初出茅庐) 세상에 깊게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에게, 자기 나라의 민주주의 제도를 세밀히 볼 때, 일찍부터 “색 안경”을 끼도록 만들었다.
더군다나, 디지털화가 민주주의 문턱을 재배치하고(낮추거나 높이고), 또 정치적 분노를 싼값에 복제하는(SNS를 통해 퍼 나르기 등으로-역자) 것을 가속화하였다. 곧, 젊은 세대는 클라우드 컴퓨팅(云计算), 빅 데이터(大数据), 모바일 커넥션(移动互联), 인공지능(AI) 등 고급신기술이 보급되는 시기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급 정보통신기술을 다루는 데에 능숙한(谙熟此道)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정치 감독의 새로운 무대로 만들어, 정치 참여의 공간과 시간의 장벽을 효과적으로 없애버렸다. 아울러 네트워크의 자유, 평등, 다원, 탈(脫)중심화를 이용하여, 전통 민주주의의 ‘신성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켰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여기서도 열세에 처한 젊은이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격차는(数字鸿沟) 오히려 민주적 참여의 문턱을 함께 높인 셈이다(变相拔高了). 이런 종류의 공민들의 정보 취득과 사회참여의 비균형 상태는 젊은 세대의 불만을 조장(助長)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터넷은 어느 정도 색다른 정치(另类政治), 극단적인 언론, 기괴한 언사 등에(吊诡之辞) 활동공간을 제공했고, 일부 편파적인 선동정치구호가 이로부터(由此) 빈번히 젊은 집단 속에 개성화되어 공유되고 있다(예를 들면 일베의 가짜뉴스 등-역자).
또한 정치적 분노를 디지털화를 통해 ‘헐값으로 분출할 수 있는 제도’는 일부 혈기왕성한 사람들에게(血气方刚者) 대의제 민주주의를 둘러싼 번잡한 규제와(繁冗规程) 쓸데없는 논쟁을(无谓争论) 촉발하였다. 동시에 수평화(横向化), 분산화, 탈(脫)중심화 등의 직접정치 참여 방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소망을 표현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얼마전 미중간의 1단계 무역협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겉으로는 무승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문제, ‘중국제조 2025’ 과 같이 사실상 근본 문제에서 양보 없이 원칙을 견지한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미중 무역전이 수습 단계에 들어서던 2019년 7월 경 중국 인터넷 선상에서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화제가 되었던 글이다. 본문 내용 중 중국 특색의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닌 ‘거국체제’ 즉 사회주의라는 점, 그 요체는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 눈에 뜨인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의 경제무역 체제가 미중 무역이 불공정하고 미국에 손해를 끼친 근본 원인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이 당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동의한 것을 마땅히 후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양자 간 경제무역에서 중국이 항상 이득을 보고 미국이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근본 원인은 국가체제다. 좀 더 철저하게 말하자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미국과 서방이 중국과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애초 중국을 세계무역의 대문 밖에 가둬놓아야 했다. 이것은 오바마와 같은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입장은 미국 권력의 당파를 떠나서 일치된 의견인 것 같다.
WTO가입 전에 중국의 GDP는 미국의 단지 7분의 1에 불과했는데, 2017년에는 미국의 65% 수준이 되었다. 이것은 환율에 입각하여 계산한 것이다. 만약 구매력 평가로 하면 세계은행(미국인이 은행장이다)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인이 총재이다)은 이미 일찍이 2014년 10월에 중국은 미국을 훌쩍 넘어 섰다고 여긴다.
중국의 현재 제조업 실력은 이미 미국, 유럽, 일본 제조업을 모두 합한 총합에 접근한다.
2017년 중국 국유기업(금융기업 제외)의 자산총액은 183조 5000억 위안(한국돈 약 3경 1195조 원-주)에 이르고 ,순자산은 70조 위안에 달해 세계 다른 나라의 국유자산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중국 국유 금융기업의 자산 총액은 241조 위안, 순자산은 20조 위안이 넘는다. 중국 행정과 사업단위 국유자산은 30조 위안, 순자산은 20조 위안을 넘는다.
중국 정부는 또한 전국의 토지 소유권과 광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유한 재산은 토지와 광산 소유권을 따지지 않아도 미국 정부의 10배 이상이다.
중국이라는 이렇듯 큰 나라에서 혁신은 최근에서야 시작되었을 뿐인데, 무엇에 의거해서 ‘커브길 추월'(弯道超车)을 실현하고 있는가? 사실,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미 지도자, 그리고 서방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중국은 왜 대단한가? 그 대단함은 바로 중국에서의 사회주의 제도에 있으며, ‘거국체제’에 있다.
거국체제는 간단히 말해 큰 일이 있을 때 국가 전체의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 처리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국이며 국유기업이 주도한다. 중국정부가 장악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서방 정부보다 훨씬 많다. 중국의 경쟁상대가 서방의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이들 기업과 개인은 반드시 패할 수밖에 없다. 설령 서방정부가 중국과 무역과 경제에서 다툰다 해도, 그 승산의 기회는 대단히 적다. 왜냐하면 서방의 기업은 꼭 정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며, 서방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자원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림픽 경기의 예로 이 문제를 설명해 보겠다. 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지기 전까지 올림픽 금메달 1위는 언제나 소련이었고, 총점은 종종 미국보다 두 배나 높았다. 2위는 영원히 동독이었고, 미국은 3위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무슨 이유때문인가? 서양의 올림픽 선수들이 당시 모두 아마추어였고, 스스로 돈을 주고 훈련하고 경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운동선수들은 모두 프로다. 국가와 개인을 비교하는데 공평할 수 있나? 그래서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있어 서구는 손해를 보았는데, 그것은 국가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서양도 나중에 얌전하게 배워서 놀이 방식을 바꿨는데, 아마추어를 쓰지 않고 프로를 기용했다. 동시에 지금은 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지고 단지 소수 국가만 ‘거국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올림픽 성적은 참가국의 진정한 스포츠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최강의 미국이 다시 금메달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역자 주> 이는 원문 저자가 올림픽 경기에서 프로를 참가시키는 것을 찬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게임을 할 경우 국가가 거국적 체제로 지원하는 것과 개인적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은 비교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뜻인 것 같다. 결국 사회주의 국유기업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의 강력함과 우수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세계 경제무역 기구는 바로 다른 분야에서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안에서 ‘거국적 체제’를 갖고 국가 역량으로 서방의 기업이나 개인(자본가)을 상대하기 때문에 불공평하다고 느끼는데, 서방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다.
올림픽과 다른 점은, 서방은 경제무역에서 중국을 당해낼 수가 없지만, 그러나 중국학(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주)을 따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자유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법 때문에 서방국가 정부는 사적자본의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으며, 또 서방국가의 국영기업은 많지가 않다. 그래서 서방은 중국이 그들을 앞지르거나 압도하는 것을 멀뚱히 눈만 치켜뜬 채 지켜보아야만 한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전형적인 실례를 들어 설명 하겠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때, 다수의 나라들이 이 위기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이런 틈을 타서 큰 이득을 보는 집단도 있다. 미국의 금융자본이 그 일원인데, 대표적인 것이 소로스의 양자(量子)헤지펀드이다.
소로스는 아시아에서 연전연승하며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막대한 돈을 끌어 모았으며 한두 개 아시아 국가만을 망친 게 아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않게 결국 홍콩에서 패했다. 소로스펀드는 미국 유대계 금융 자본이었는데,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가 상대했던 것은 홍콩정부만이 아니라, 그 배후의 막대한 재력을 가진 중국정부였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 중국정부와 목숨을 건 소로스는 결국 실력이 안 되기 때문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미국인들을 화나게 했는데, 중국과 싸우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소로스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이 그를 무찔러 많은 손해를 봤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소로스가 여러 나라의 외환시장을 연속적으로 쓸어버리면서 벌어들인 돈은 주머니에 가득 찼다. 홍콩에서 꺾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몰랐는데, 그때만 해도 그는 ‘중국적 특색’이 대단하다는 걸 몰랐다. 이제 서방은 중국 체제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자연히 이런 ‘중국적 특색’에 대해 한이 맺히게 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중국의 민간 비행기 구매이다. 경제 발전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중국은 얼마간 사이를 두고 비행기를 한 무더기씩 구매해야 한다. 매번 수백억 내지 심지어는 더 많은 달러를 써야만 한다. 그래서 항공기 제조사들에게는 초특급 매매에 해당된다. 비행기를 파는 나라로서는 커다란 선물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보잉을 살 것인지, 유럽의 에어버스를 살 것인지에 대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서방국가의 관점에서는 어떤 비행기를 살 것인지는 항공사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정부가 결정한다. 중국의 큰 주문은 종종 국제 정치와 국제 경제무역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방의 일부 국가들은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중국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서양을 매우 불쾌하게 만드는데, 웬지 중국에 꼬가 꿰여 끌려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더구나 중국은 단순히 비행기를 사는 것만이 절대로 거국적 체제의 우세가 아니며, 대외 경제무역에 있어서도 비슷한 카드가 많다. 중국은 거인일 뿐 아니라 모든 대형 무역이 모두 국가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외무역의 전체 구조에서 중국은 항상 이익만 챙길 뿐 좀처럼 손해는 보지 않는다.
서방은 중국의 이런 강점이 대형 무역사업이 모두 국유기업에 의해 이뤄진다는 데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기업은 당연히 정부의 말을 들어야만 한다. 공기업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의 득실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필히 국가의 큰 이익에 따라야 한다.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기업의 절대 다수가 사적 자본이므로 의사결정은 자연히 정부가 아니라 이사회의 말을 듣는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중국 국유기업의 수가 너무 많고 실력이 너무 강하다고 비난하였다. 중국의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경제도 서방이 중국을 ‘완전한 시장경제지위’ 국가로 인정하기를 거부한 주요 이유이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많아서 중국과는 함께 놀 수 없다는 이유로는, 서양 자신도 약점을 잡지 못하고 말솜씨가 약하고 이치도 서지 않는다. 까놓고 얘기하자면 마음 속 고충은 있으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 욕을 해도 톤을 높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서방은 무역의 자유를 고취하는데, 기왕 자유라고 한다면 국유기업, 사기업 나눌게 뭐 있나? 중국정부가 조종했다고 하는데 증거를 보여줄 수 있나? 증거도 없는데 중국을 제재할 수 있나? 이 때문에 서방은 답답하지만 입으로는 말할 수 없기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원한이 극에 달하였다.
최근 한 가지 일은 마침내 서방이 욕을 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내가 보기엔 80% 이상이 이 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왕젠린(王建林)의 해외 투자 프로젝트 6건이 은행감독원의 ‘금융통제’에 걸렸다고 최근 인터넷 선상에 폭로되었다. 왕젠린은 중국의 부동산 재벌로, 일찍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최고의 부자이었다. 이번에 그는 중앙 국무원소속 국유기업인 중국고속철도(中国中铁)와 해외에서 경쟁하였는데, 본래 중국고속철도가 말레이시아와 철도사업 협상을 하고 계약체결을 준비하는 중에 왕젠린에 의해 두 배의 가격으로 빼앗겼다. 이번에 왕젠린은 국가와 이익을 다투며 큰 금기를 범하였으므로, 국가는 그를 손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왕씨는 기업가이고 어떤 산업에 진출하느냐는 그 자신의 몫이지만, 중국에서는 국익을 해치는 장사에 대해선 국가가 관여해야 하는 것이 ‘중국적 특색’이다.
이번에 국가가 간섭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왕젠린의 해외 프로젝트는 자기 돈이 아니라 전부 국내 은행 돈을 빌린 것이다. 거래가 잘 되면 개인이 벌고, 장사가 손해를 보면 중국 은행이 뒤집어쓰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대출 위험을 조사 한다”며 왕에게 은행 대출을 상환토록 압박했다. 왕은 손에 쥔 유동자금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완다광장(万达广场, 중국 각지 대도시에 있는 대표적인 쇼핑몰-주)과 부동산을 여러 군데 팔았으니, 빚을 갚은 셈이지만 아마 손해를 많이 본 것 같다. 요즘 왕젠린은 많이 얌전해져서 소리를 죽이고 (공식석상에선)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비즈니스계에서 예전처럼 순조로울 수 있을지는 말하기는 어려운데, 필경 그는 국가로부터 미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역자 주> 우리는 여기서 등소평이 말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자본가계급이 도전하면 손보면 된다”고 한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왕젠린에게 조치를 취해 미국에게 상처를 입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급해 하면서 불을 뿜듯 무례한 말을 했다. 왕젠린이 사고가 나자 트럼프가 상례에서 어긋난 언행을 한 것은 양자가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화를 내는 것은, 국유기업은 너희 중국정부가 통제하지만 이런 사기업도 네가 상관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모든 국무원 산하 중앙 국유기업을 혼합소유제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 순수 공기업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서방이 중국의 ‘완전한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 중국에 대한 반덤핑 제재도 쉽지가 않다.
미국과 서방은 이날을 고대하고 있다. 국유기업이 없어지면 중국의 대외무역에서의 거국체제의 우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서방이 예상치 못한 것은, 사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통제한다는 것은 중국이 어떻게 변하든지 간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하는 이 점은 언제든 변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점이다. 거국체제는 언제라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엔 트럼프가 정말 다급해졌다, 왜냐하면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중미 간 두 개의 협력 합의를 중단하고 보복코자 하는 마음이 뚜렷해졌다.
공개된 정보로는 왕젠린이 대외무역에서 국유기업과 이익을 다투었기에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지만, 내가 보기엔 좀 더 깊은 요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은 외환 보유고가 많아졌고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래서 해외투자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허술해 졌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다는 뜻이어서 국가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외환보유고는 국가의 대외 경제무역의 밑천이다.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무슨 일에 쓰는지를 자본가가 말하면 그만이 아니라 역시 국가가 간여해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국익이 걸려 있고, 여기에는 큰돈이 든다. 때문에 외화를 아껴 쓰고 좋은 철은 칼날에 사용해야 한다(好钢要用在刀刃上).
중국정부는 해외투자에 있어서 광산, 유전 같은 자원을 사고 싶어 하고, 선진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도 사고 싶어 한다. 부동산과 서비스, 유흥업에 대해선 관심이 크지 않다.
중국 투자에 대한 서구 국가의 바람은 중국과는 정반대다. 그들은 중국이 서방의 우량자산을 구매하는 것을 막으려고 애를 썼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다른 서방국가의 기업 인수합병까지 막고 나섰다. 신기술이 높은 기업일수록 중국 투자가 어렵다. 여기에는 서방의 경제적 고려도 있고, 중국을 잠재적인 패권경쟁 상대로 경계하는 것도 있다.
서방은 중국이 돈을 서방의 부동산업, 서비스업, 유흥업, 상업 체육(예컨대 외국 구단을 사는 것)에 쏟아 붓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지 경제를 진작시킬 수도 있고, 중국에게 큰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면, 예를 들어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손실은 중국이 입지만 자산은 그대로 남을 수가 있다.
일본은 1980년대에 해외 부동산투자 과열로 손해를 본적이 있다. 일본인은 할리웃과 록펠러 빌딩을 샀는데, 만약 마음만 먹으면 일본은 미국 전체를 살 돈이 있다는 말도 당시엔 떠돌았다. 그 결과는, 거품이 한번 터지자 일본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별은 여전히 그 별이고, 달도 여전히 그 달이며, 할리웃도 미국인들의 할리웃이었지만, 그러나 일본인 호주머니의 돈은 없어졌다. 이 타격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일본은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교훈을 중국이 모를 수 있을까? 그래서 중국은 줄곧 이에 대비해왔다.
왕젠린이 돈을 번 것은 남의 돈으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제조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왕은 중국 최고의 부자로서 제조업에 관한 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투자한 것은 모두 부동산, 서비스, 오락업이다. 국내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왕젠린이 돈을 벌든 손해를 보든 어차피 마치 고기가 솥 안에 있듯 재산이 중국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다르다. 만약 변칙으로 돈을 벌려다 망친다면, 손실을 보는 것은 중국의 은행 자산과 중국인의 예금이다. 이 때문에 왕젠린의 해외투자는 첫째 리스크가 있고, 둘째 중국 국가나 대중들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으며, 셋째는 국가의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국가가 이것을 그냥 둘 수는 없다. 왕이 국유기업과 이익을 다툰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그의 해외투자 프로젝트는 중지시켜야 한다.
왕젠린을 조사하여 처리하는 것은 결코 그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에 대해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중국의 해외투자는 국유기업이든 사기업을 막론하고 국가의 총체적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역시 ‘거국체제’이고, 역시 ‘중국적 특색’이다. 그것이야 말로 아마도 트럼프를 노발대발하게 만든 진짜 원인일 것이다. 트럼프가 중미 두 기업 간의 협력 중단을 지시한 것은, 중국정부가 희망하는 합작 사업을 미국도 중국이 왕젠린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처럼 총살했다는 점을 중국에 보여주려는 것이다. 중국은 해외 투자에서 고기만 먹고 뼈는 갉아먹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017년 2000여억 달러(미국은 3000여억 달러라고 말하지만)에 달해 기록적이다. 이 또한 트럼프를 매우 불쾌하게 만드는데, 치적으로 말하면 그는 불명예스럽다고 여긴다.
사실, 이 안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며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적 사고는 고려하는 문제마다 일방적이다. 미국이 중국에 물건을 많이 사는 이유는 중국산 상품이 싸고 품질도 좋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 물건을 많이 팔지 못하는 이유는, 좀 괜찮은 상품은 중국에 팔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미국은 중국이 기술을 몰래 배울까봐 중국을 봉쇄한다. 미국은 그 외에 중국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물론 곡물작물은 예외로, 중국은 줄곧 미국 농작물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미중은 이 외에도 지적재산권 보호, 중국의 수출상품 관세 환급, 일부 품목의 수입관세가 높은 점,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관세를 제외한 수출입 통제 조치 등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분야는 중국이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서방에 불리한 새로운 조치를 내놓치는 않고 있다. 이런 오랜 방법들은 모두 당시 서양에서 허용한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들은 중국의 발전이 너무 빠르며 심지어는 서방의 발전 내지는 생존조차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두 발을 내딛고 걸으면, 다른 사람들은 압박을 받아 걸어 갈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든 중국이 생산만 하면 배추 값이 되어 서방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만다.
서방은 중국의 발전이 이처럼 빠른 것은 ‘중국특색 사회주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이런 거국체제에 직면하면 서방체제는 게임에서 손해를 보기 쉽다. 비유하면 대포알을 미는 것과 같은데, 서양은 팔에만 힘을 준다. 하지만 중국은 팔에 힘을 줄뿐만 아니라 허리를 꼬고 발을 뻗는다. 권투경기에 비유하면, 중국은 비록 규칙을 지키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고 치는데, 서방은 주먹을 펴고 불끈 쥐지 못해서 번번이 손해를 보는 것과 같다. 결국 남들은 모두 지고 중국만 이기게 되는 것이다.
오바마는 “중국은 공짜로 차를 탔다(搭了便车)”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을 경기장에서 쫓아내려고 TPP를 추진하였다. 트럼프는 방법을 바꿨지만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응징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의 현재 GDP는 세계 2위지만,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실제로는 이미 몇 년 전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경제 총량은 겉으로 보기에는 적지 않지만, 사실 허황된 것이 많아 공동화가 심하다. 중국의 경제와 공업 실력은 이미 미국을 넘어서고 있으며, 중국의 1차 산업 생산액은 미국의 두 배, 2차 산업 능력은 미일독을 합친 것보다 많다. 다만 3차 산업만이 미국이 생산액에서 중국을 훨씬 초월한다. 그런데 제3차 산업은 서비스업으로 매우 공허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같은 거리의 지하철을 탈 경우 그쪽은 2달러(약 14위안)를 요구하는데, 이쪽은 단지 3위안만 받는다고 하자. 그러면 생산액은 4배 차이가 나지만, 서비스는 똑 같다. 다른 예로, 당신이 변호사를 찾아가서 자문을 받는데 그쪽은 한 시간에 100달러(약 700위안)를 줘야 하고, 나는 한 시간에 50위안만 받는다고 하면, 당신의 서비스 생산액이 나의 14배가 되는데 이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중국은 이미 세계 100여 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세계 경제는 중국을 떠날 수 없으며, 결코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데리고 놀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마치 마작을 할 때 세 명 중 한 명이 부족한 것과 같이, 중국을 떠나서는 모두들 놀 생각을 말아야 한다(마작 게임은 최소 3인 이상이 필요하다-주). 이 이치는 미국과 서양이 모르는 것이 아니며, 만약 손을 쓸 수 있었다면 이미 진작 손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 한이 서렸지만 또한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리하여 중국도 주먹을 불끈 쥘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판도를 바꾸길 시도할 수밖에 없다.
기왕에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입국(立国)하였으며 그에 힘입어 급성장을 했다. 그렇기에 미국과 서방은 이 부분에서 중국을 압박해 제도 개편을 강요하려 한다. 중국 국유기업의 개조를 압박하는 것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코자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의 ‘완전한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반덤핑 조항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서양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지만, 중국도 이를 수락해 중앙 국유기업에 대해 ‘혼합소유제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태극권 방식으로 서양 권투에 대응하는 셈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무서울 게 없으며,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장차 순수 공기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거국체제’일 것이며, 국유경제는 마찬가지로 국민경제의 주도적 역량이다. 또 사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국익 앞에서 ‘자유주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너를 손볼테니, 왕젠린이 바로 그런 예이다. 중국 제일의 부자면 어떻단 말인가, 손봐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손볼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거국체제가 바뀌지만 않는 한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더구나 국유기업 개혁은 원래 계획에 있던 것이다. 사적 지분을 좀 섞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표면상으로도 서방의 요구에 부응하니 어찌 즐겁게 실행하지 않겠는가?
트럼프가 화를 내든 않든 간에, 그는 중국이 어떻게 고치든 중국적 특색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진핑이 일찍이 ‘4개의 자신감’으로 서방에 알려왔기 때문이다. 중화 진흥의 길을 이미 찾았는데, 무슨 근거로 궤도를 바꾸려는가? “100년 견지하며 동요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뒤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의 형세는 매우 엄중한 것처럼 보인다. 아편전쟁 직전과 같이 은이 중국으로 흐를지, 서방으로 흐를지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역자 주–당시 차 무역으로 처음 은이 서양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 왔지만, 이후 아편무역으로 이 흐름이 뒤바뀌었다). 물론 지금의 중국에 대처하는데 있어 군함정책으로는 잘 안되며 오직 경제무역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은 너무 덩치가 커서, 무역 전쟁이 일단 시작되면 미국 스스로도 잘 버티기가 어렵다.
종합하면, 국가의 근본 이익이 연루되기 때문에 쌍방은 서로 크게 양보할 길이 없다. 그러면서도 쌍방은 누구도 상대를 떠날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필경 한 테이블에서 마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협력과 공영’을 거론한 것도 카드 친구들을 위로하여 그들이 책상을 엎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중국도 상대가 돌아오지 않아 모두가 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작은 양보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공영(共赢)’을 실현할 수 있겠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 가장 근본적인 것은 결코 양보하거나 고치지는 않을 것이다. 까놓고 말하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고치지 않을 것이며, 고칠 수도 없다. 결국 그것은 중국 발전의 예리한 보배이기 때문이다.
중미는 모두 세계의 거인이기 때문에 서로 치고받고 하더라도 상대를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번 경제전은 우여곡절과 복잡함을 지닌 지구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인데, 왜냐하면 중국의 실물경제의 실력과 재정적 실력이 미국보다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거국체제’는 최대한의 재원을 집중해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방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이길 수 없다. 전쟁도 그렇고 경제 역시도 그러하다.
한 미국 교수가 나에게 “미국이 위대해진 것은 위대한 적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건국 이래 만난 가장 위대한 상대일 것이다. 이번에는 아마도 트럼프의 숭고한 이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진짜 실현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여야겠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거국체제는 반드시 중국 공산당의 영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중국 특색, 중국식 경험과 중국 모델은 전 세계 다른 곳에서는 복제하기가 어려운데, 아마도 베트남만 제대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이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몇 십 년에 걸쳐서라도 배울 수 있겠지만, 이 두 나라의 종합 국력은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들에 대해 미국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이라는 거인만이 미국을 진정으로 두려워하게 만든다.
홍콩과 마카오는 1997년, 1999년에 각각 중국에 반환된 이후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로 정의되는 방침에 따라 통치되었다. 홍콩과 마카오 모두 중국과의 재통합 이후 특별행정구역(SARs)으로서 50년간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두 도시는 중국령이 되었지만 중국 본토로부터 독립된 행정, 입법, 사법 자치권을 통해 독자적인 국정을 관할한다. 홍콩 기본법에는 중국 정부가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자치권 보장이 끝나는 2047년에 과도 시한이 끝나고 나면 홍콩 도시의 미래는 중국에 귀속된다.
선거가 치루어진 이후, 중국 인민일보의 1면 논평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실렸다.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 홍콩 문제에 외부 세력의 간섭을 불허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밝힌 바와 같이 중국 정부는 변함없이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개입도 반대할 결의를 지녔다고 전했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지난 11월, 홍콩에서 구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범민주당이 “전체 452의석 중 347석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거뒀다”고 보도하며 18개 구 중 17곳을 장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콩 구의회(DC)는 홍콩 입법회와는 다르다. 홍콩 구의회는 “지역 사회를 위해 존재하며,교통, 환경, 거주 환경과 같이 생계와 관련하여 대중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수개월 간의 ‘반체제 반향’으로 인해 2015년 선거때 47% 투표율과 비교했을 때 71%의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고, 투표 결과 또한 상당히 상이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범민주당이 선거에 압승하여 득의만만하자 유권자들 전반에 걸쳐 명백하게 불만스러운 모습이 나타났다. 2015년 이후 이번 선거전까지는 건제파가 지방의회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대 친중 정당인 민주건항 협진연맹(민건령, DAB)은 기존 119석에서 줄어든 21석을 얻는데 그쳤다.
홍콩의 시민 불복종 운동 또는 미국의 색깔 혁명 시도?
이제 민주파는 홍콩행정장관을 선출을 담당하는 선거위원회에서 중요한 대표성을 띄게 된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식 폭력, 공공 기물 파손(반달리즘)과 혼돈 대신에 비교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중국을 와해하려는 워싱턴의 양당 강경파들의 분노를 감안했는지 여부는 향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도시 거주민 대부분은 과거에 벌어졌던 폭력적인 상황에 명백하게 반대했다. 그들은 평온하고 정상적인 상황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홍콩을 와해 및 약화시키려는 (내부의 또는 외부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면서 홍콩 도시는 중국의 특별 행정 구역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에 미국을 “세계 불안정의 가장 큰 근원”이라 일컬으며 “미국 정치인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세계적으로 중국을 모함하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대대적으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관여하면서 다자주의와 다자 무역 체계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로섬 게임을 이어간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중국과 미국 간의 협력과 공영만이 올바른 길입니다”이라고 덧붙였다.
패권주의적 목적을 위해 다른 국가에 대한 우세를 추구하고 상호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확실히 미국의 운영 방식이 아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지방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번 구의원 선거는 현재는 철회되었으나 도시의 불안을 촉발시켰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이후로 홍콩특별행정자치구에서 처음 시행된 여론의 결과입니다.”
“지난 5개월 이상 동안 폭도들은 외부(미국)세력과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강화하여 사회 및 정치적 대립, 사회적 정서 내 균열을 일으키고 경제와 민생에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수개월간 이어진 사회적인 동요는 선거 과정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있다. 일부 폭도는 선거 당일에도 애국적인 후보를 교란했습니다.”
“오늘날 홍콩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여전히 폭력 및 혼란의 종식과 질서의 회복입니다.”.
신화통신은 선거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다. 인민일보 역시 투표율이 높았고, 개표 작업을 완료했으며, 의원 사무실 100곳이 파손되었다는 사실을 약간 더 언급했을 뿐 선거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야당이 승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뻔뻔스럽게 무법적 행동을 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도시 주민들은 몇 달 동안 CIA에 의한 폭력, 공공 기물 파손, 혼돈 속에서 인질로 잡혀 있었다.
현재의 상대적 평온함이 회복되고 지속된다면 미국이 새로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기 이전의 휴지기일 뿐일지도 모른다.
홍콩에서 보여준 무법천지의 배경은 바로 미국 제국주의의 사회악이다. 그들의 어두운 세력은 자만심, 오만함, 그리고 변화를 꺼리는 마음에 의해 홍콩 시민들이 스스로 파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직후인 1945년 10월 24일 미국의 적극적인 제안과 후원으로 설립되었다. 유엔총회, 안전보장 이사회, 유엔사무국, 경제사회 이사회 등 4개의 공식기구와 국제 원자력 기구, 식량농업기구, 유네스코,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 등 산하의 여러 전문기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2019년 현재 193개 회원국과 37,000 여명의 직원을 두고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주요 공여국인 미국의 상습적인 분담금 납입지연과 불이행 등으로 2019년 현재 수억 불이상의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의 글은 유엔에 가하는 미국의 횡포와 압력의 실상을 소상히 밝혀주고 있다.”
유엔은 자금조달에 있어서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치 변덕스러운 회원들로 채워진 클럽처럼 유엔은 모든 회비가 제 때 들어올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빠졌다. 일부 회원국들은 회비 지급을 미루고 있고 결제는 종종 실종된다. 미국의 경우, 현재 유엔 운영 예산의 약 22%를 담당하는데, 회계연도에 따라 10월 이후에야 회비지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상 더 큰 문제의 일면에 불과하다. 회비지급 보류는 유엔헌장 17조를 위반하는 사항으로 예산상 행위만큼이나 정치적이기도 하다. 이 조항의 중요성은 유엔의 운영비용을 “총회가 배정한대로 회원국이 부담한다”고 규정하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UN 외교정책과 조직의 개혁 문제는 부과된 회비를 줄이거나 보류하는 주요 사안들로 언급되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부과된 회비”가 행정 비용, 평화유지 활동 및 다양한 프로그램에 쓰이는 비용을 부담하는 공식 정규 예산으로 편성되기 때문이다 .”
미국의 경우, 종전에는 기구 운영 비용의 약 40%를 부담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UN 조직에 어떤 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중반,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추방, 유보, 자격 부인 또는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권리를 침해” 당하는 경우 “미국이 연간 분담금의 지급을 유보하면서 매달 8.34%” 축소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었다.
재정 지원 문제는 돈주머니를 걱정하는 미 의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수년간 위원회의 붙박이 역할을 한 제시 헬름스(Jesse Helms)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미국이 유엔 회비를 전액 지불할지, 정시에 지불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불렸다. 그와 함께 조 바이든(Joe Biden) 상원의원은 UN에 전액을 지불 하기 위한 전제로 다양한 “기준들”을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협상을 1997년 타결했다. 여기에는 불가피한 UN 직원의 감축, 감찰관과 사무총장 간의 적절한 보고 절차, 타 기관에 대한 자금지원 금지 항목이 포함됐다. 2000년 1월, 헬름스 의원은 수 십 년간 의심해왔던 조직인 이른바 그림자 정부에 대해 충고하고, 참견하며, 잘난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UN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연설에서 독특한 인상을 준 한 미국 의원을 경험하는데, 그는 당시 UN 주재 미국대사였던 리처드 홀브룩(Richard Holbrooke)이었다. 유엔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면서, 그의 목적은 이 기구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빚쟁이”가 한 것으로 간주하는 비평가들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그는 “유엔의 최대 공여자인 미국 국민의 대표로서, 우리는 투자에 대한 대가로 구체적 개혁을 요구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라고 공언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의 자금과 유엔 운영비 사이의 훈훈한 협상의 새 장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미국의 인도주의적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복지 사업, 의료 및 교육 부문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는 이 조치의 타당성을 확신했다.
“이 기구는 부패했고 비효율적이며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8년 예산안에는 유엔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미국 자금의 절반을 삭감하는 조치도 포함됐는데, 이는 특히 기후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 연방의회는 유엔평화유지활동 기부금 상한제 시행 안건에 동의했다.) 이와 같이 자금지원을 중단하여 유엔 기관들을 위협하고 압박을 가하는 사례는 여전히 미국의 관행으로 남아있다.
현재 회원국들이 유엔에 지불해야 하는 13억 달러 상당 중 미국이 체납한 금액은 10억 달러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불량한 수치의 누적은 미국이 다른 회원국들에 불만을 토로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니까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국들이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6월,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사무총장은 5차 위원회의 예산 감독관들에게 급여와 물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명성과 운영 능력에 있어서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모든 회원국들이 분담비를 모두 제 때 지급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금을 적소에 사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유엔은 5월 말까지 4억9200만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파국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한계점에 다다랐으며, 우리가 이제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 수 년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상황은 예상대로 악화됐다. 지난 10월 첫 주 월요일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0월말 현금 보유고가 고갈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엔 사무국 소속 37,000명의 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회원국들이 2019년 유엔 정기 예산 운영에 필요한 금액의 70%만 지불했다. 이는 9월말 2억3000만 달러의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달 말까지 예비 유동자산 보유고가 고갈될 위험에 처했다.”
재정긴축 조치가 내려졌다. 컨퍼런스와 회의가 연기되고 있으며, 필수적이지 않다고 판단된 출장도 취소됐다. 유엔 대변인 스테판 두자릭(Stéphane Dujarric)은 회원국들에 압력을 가하며, 193개국 중 129개 회원국만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연간 분담금을 전액 지불했다”고 밝혔다. 유엔의 의미와 영향은 회원국들에 달려있으므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 세계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확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2019.10.11.
비노이 캄프마크(Binoy Kampmark)
케임브리지 셀윈 대학의 영연방 학자. 현재 멜버른 RMIT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글로벌리서치 및 아시아-태평양 리서치의 기고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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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심 심 위스곳(Sim Sim Wissgott), UN 분석가.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10월 중 유엔의 재정이 고갈되고 있으며, 11월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려면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고 개발을 돕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가 어떻게 현금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일까? 유엔의 재정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그리고 왜 허리끈을 조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누가 유엔에 돈을 지불하는가? 193개 회원국은 모두 각 국가의 규모와 경제력에 따라 산출된 유엔의 전반적인 운용을 위한 연간 분담금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2019년 총 분담금은 28억5000만 달러로, 미국의 분담금(약 6억7420만 달러)이 가장 많이 책정됐으며 바누아투, 미크로네시아, 소말리아, 벨리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이 국가의 규모가 작거나 빈곤한 경우 각각 최소 2만7883달러 만을 부담했다.
유엔의 재정 규칙 및 규정에 따르면, 이 자금은 해당 국가들이 그 해의 분담금을 통보 받은 후 “30일 이내 전액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매해 지급 기한은 1월 31일이었다. 하지만 기한을 준수하는 회원국은 단 몇 십 개 국가들뿐이다. 2019년 10월 8일 현재, 유엔은 여전히 분담금의 약 30%에 해당하는 63개국의 기금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의 전년도 미지급 연회비마저도 연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이번 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급여를 충당할 현금이 부족한 채로 11월을 맞이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며 국가들에 회비 지급을 촉구했다. 유엔이 10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하며 “우리의 업무와 개혁이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그 돈은 어디에 쓰이는가?
유엔의 정기 예산은 뉴욕의 유엔 본부뿐만 아니라 비엔나, 나이로비, 스위스 제네바 등지에서 통신과 정치, 인도주의 및 경제 업무 등을 운용하는 데 쓰인다. 르완다, 구 유고슬라비아와 같은 평화유지 활동 및 국제 재판소는 별도의 예산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현재의 적자 상황을 “유엔이 직면한 최악의 재정 위기”로 표현했으며, 이는 공석을 채우지 않고, 필수적인 출장인 경우만 허용하고, 회의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따로 떼어 놓은 돈에서 자금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 유엔은 전 세계 4개 주요 센터와 아프가니스탄, 말리, 아이티의 현장 사무소에 3만7500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유니세프, 유엔난민고등판무관과 같은 유엔 기관들은 자체 예산을 가지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Stephane Dujarric) 대변인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올해 초 이미 상당한 수준의 비용절감 조치를 시작했으며, 그렇지 않았다면 유엔은 현재 약 6억 달러의 적자로 인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주요 연례 행사인 지난 달 총회를 개최할 수 없었을 것이다. 9월 말, 유엔의 적자는 2억3000만 달러였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은 분담 지급을 미루고 있다. 특히 유엔 총 예산의 3분의 1을 지급하는 상위 6개 회원국 중에는 미국만이 2019년 분담금을 전액 지불하지 않았다. .
뿐만 아니라 각종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금년 분 4억 달러에 육박하는 체납금을 포함하여 지급해야 할 총 납입액은 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유엔에 상당한 자금 지원을 해온 것에 오랫동안 불평해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주의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자 하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난 해 유엔총회에서 “세계주의의 이념을 거부하고 애국주의 원칙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달 그는 세계 정상들에 “모든 파트너들이 공정한 몫의 방위비 및 기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유네스코(UNESCO)의 반 이스라엘 성향 및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증가하는 체납금”을 언급하며, 유엔 산하 교육문화기구인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지원해야 했던 “과도한 분담”에 대해 불평하며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유엔 프로그램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와 낙태 관련 유엔인구기금(UNFPA)에 대한 지원을 삭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첫 주 수요일 트위터에 “그러니까 미국만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들이 지불하도록 하라!”는 글을 올렸다.
작년 9.13대책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고 일부 랜드마크 단지 위주로 가격도 급락했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올 여름 완연히 기운을 차린 듯한 모양새를 보이자 향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거의 모든 미디어들과 자칭 타칭의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의 부동산 유튜버들은 지금이 바닥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먼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가격은 인구총량 및 생산가능인구의 변화, 도시화 정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의 요소, 각종 거시경제(금리, 환율, 경제성장률, 1인당 실질구매력, 실업률 등)지표, 수급 등의 요소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규정된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 공급(공급량-공급유형과 로케이션 등, 분양방식-원가공개, 후분양제, 청약제도, 실질주택보급율 등)정책, 수요(세제-취득세, 보유세 및 양도세 등)정책, 금융(주택담보대출-LTV 및 DTI- 관리)정책,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주거복지 정책, 개발이익환수장치(개발부담금, 재건축 규제 등)정책 등-도 부동산 가격에 중단기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즉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장,중,단기적으로 허다하며, 경중과 선후가 있지만 지극히 복잡하다.
위에서 열거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호재는 찾기 어렵다. 인구 등의 장기요인, 성장률 등 거시 지표 등은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을 암울하게 만드는 요소이고, 서울에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 총량도 2024년까지는 충분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을 강하게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격 상승에 친화적인 정책도 아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유일한 호재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인데, 이마저도 대출 관리가 엄격하게 되고 있는 점, 기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다는 건 경제주체들의 체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호재라고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영원히 상승하는 시장은 없다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 4월 이후 8월까지 거래량 상승을 동반한 전고점 회복을 보인 끼닭은 무엇일까? 부동산가격 상승을 주구장창 주장하는 미디어, 자칭, 타칭의 부동산 전문가들, 대부분의 부동산 유튜버들의 여론조작과 그에 현혹된 시장참여자들의 가격상승기대감이 주범이 아닐까 싶다. 거의 모든 미디어, 자칭,타칭의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의 부동산 유튜버들은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다주택자들이 투기목적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는 한 서울 아파트 수급이 문제 될리 없다)부족하니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화폐개혁을 하면 서울 아파트 가치가 더 올라갈거라고 주장하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신규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갈 거라고 주장하고, 기준금리 인하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기승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론인 셈이다. 견강부회와 곡학아세의 전형이다.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세하락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장,중, 단기 요인들이 거의 모두 가격하락을 지시하고 있다는 점, 2014년 가을부터 시작된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세로 말미암아 강남과 마용성은 고사하고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의 신규 아파트 가격조차 평당 3천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 피로도가 극심하다는 점, 가격에 선행하는 지표인 거래량이 작년 8월을 정점으로 확연히 꺾였다는 점(올 8월 이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장세인데, 이는 대세하락의 초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 반대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이었던 2013년 같은 경우는 거래량이 상승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장이었는데, 이는 대세상승의 초입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등이 그 근거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영원히 상승하는 시장은 없다는 사실, 서울 아파트도 대한민국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시장을 지켜볼 때지 시장에 뛰어들 때가 아니다.
스톡홀름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향한 북의 메시지는 비록 연내 시한이라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유화적이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10월 24일 개인 담화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년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
반면,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영 180° 다르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다. 그는 금강산 관광 지구를 현지지도 한 자리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쓸어내도록 하고…”에서 확실하게 확인된다. 문재인 정부에게 화가 나도 엄청 화가 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상반된 인식이 발생했을까?
정말 이 상황을 정부와 청와대는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소망적 접근이 아닌, 내재적 접근을 통해 북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해내는 것이 그 여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친(親)여권은 정권의 눈치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력이 부족하거나 정권 눈 밖에 나기 싫어서, 그리고 보수야권은 아예 ‘북(김정은) 생각읽기’에는 애당초 관심 없고 오직 문재인 정부만을 공격하기에 바쁘다(평화번영정책에 대해). 그렇게 지금 대한민국은 민족이 처해진 운명보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하면서 총선을 향해 무한질주하기에 바쁘다.
백번양보해 보수야권과 그 추종지식인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러하지 말아야 할 자칭 친여 대북전문가들 조차도 북의 생각읽기를 본질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정부와 집권여당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예의 그 희망적 사고에 맞는 맞춤형 ‘북 생각읽기’에 여념 없다.
정말 이 시점에서 한반도 번영과 평화, 통일을 위해 전문가로서, 해당 관료로서, 청와대 참모로서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적으로 고민하고 제언하기보다는 온통 기회주의자들뿐이다. 배는 가라앉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에는 아랑곳없이 탑승하고자만 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이름하여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이고, 국민들 속에는 평화와 통일의 절실함을 심어줬던 금강산관광이 영구 중단되게 생겼는데도 정부는 정부대로 상황 관리만 하려하고, 전문가들은 전문가대로 이 문제가 북미 고래 싸움에서 파생된 새우 등 터진 꼴로 시간이 좀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는 등 그렇게 ‘별 것 아니다’며 진단해 낸다.
해서 이 글은 이런 상황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그 상황의 심각성과, 도저히 상상살 수 없었던-적폐정부가 물러나면 적어도 남북관계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등 민족 내부문제 정도는 ‘순풍에 돛단 듯 잘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그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한 남북관계가 잘 풀려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본질로 읽고, 경색국면을 타개할 방도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나마)도움을 주고자 쓰여 진다. 그것도 아무도 접근하려 하지 않는 본질로서 말이다.
우선은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 지시배경에 대한 팩트체크이다.
①김정은 위원장의 ‘선임자들’의 정책을 비판한데 대해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을 지칭했다는 보도가 여과 없이 막 나오고 있는데, 엉터리 해석도 이런 해석이 없다. 북에서는 ‘영생’하는 ‘영원한’수령들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는 선대(先代)라는 표현을 쓰지 선임자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선임자들’은 금강산관광 지구를 정책적으로 책임진 관계부분의 책임일꾼을 말한다. 이름하여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유관부서의 수장들을 일컫는다.
②‘선임자들’의 정책을 비판했다하여 금강산관광 개발 그 (정책)자체가 잘못되었다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판 문장을 맥락적으로 이해해보면 ▲남측의존 정책 ▲과도한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 ▲‘우리식’ 건축물 양식 배재이다. 즉, 세계적인 명산답게 너무 남북관계에만 얽매이지 말고 ‘우리식 건설’작풍을 최대한 발휘하여 세계적인 관광시설, 인민의 휴양시설로 탈바꿈 시키라는 것이다.
③둘째(②)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의 비판을 맥락적으로 이해해 본다면 남측정부-문재인정부에 대한 불만이 엄청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양공동선언 2조 2항에서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에 합의했고, 이를 해결하는 방도로서는 4.27판문점선언에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합의, 이것도 모자라 미국의 대북제재가 작동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서 올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재개까지 언급했으나, 이를 함께 풀고자 하는 이행의지가 없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한 유감과 실망감의 표현이 그렇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지시는 다름아닌, 문재인 정부가 그 원인제공자라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문재인 정부로 인해 발생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을 해야만 문제의 본질이 정확하게 보는 것이고, 그리고 해석을 그렇게 해야만 또 문재인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개성공단(강조, 필자)또한 그 운명이 금강산관광과의 운명과도 하등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통일부와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그렇게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상황관리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문 닫힌 것은 아니며’, ‘협의’가 아니라 ‘합의’발언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며 이것은 보기에 따라 대화 모멘텀이 살아있다는 증명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참으로 ‘편안한’해석이다.
‘태도변화’없이는 금강산관광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재가동 운명도 간단치가 않건만, 생각이 어쩌면 그렇게 나이브할 수 있을까?
(정부와 청와대의 그런 인식과는) 상관없이 촛불정부가 처해진 남북문제는 분명 바람 앞에 선 등불과 같다. 미국에게 그렇게까지 과잉충성 하지 않아도 되었건만, 친미관료들과 참모들로 인해 명(明)대신 미국(美)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현대판 신(新)재조지은(再造之恩)이 완벽하게 부활했고, 비례해서 대한민국은 미국 스스로가 그렇게 말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나라(트럼프의 정확한 워딩은 “그들(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보다 더 미국이 NO할 것이 두려워 ‘알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뼈 속까지 숭미사상DNA가 내재되어 있는 현 정부로 전락되었다.
과한 비유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대북제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었다.
이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의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발언만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개인 北관광, 제재대상 아냐..통일부 허락할지의 문제”(2019.10.24., 기자간담회 중에서)발언이 그것이다.(그리고 이 사실 확인은 현 정부가 이제까지 국민들을 속여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위 발언은 사실 통일부 장관이 해야 될 워딩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외교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답변이라 그것이 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다시말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개인 北관광, 제재대상 아냐… 외교부가 허락할지의 문제’그렇게 해야 했고, 그러면서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부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뭐 그 정도는 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래야 통일부의 존재이유도 있는데, 그런데도 이 발언을 통일부장관 대신 외교부장관이 했다? 참으로 자기 역할이 뭔지도, 되게 못난 통일부가 되어버렸다. 정말 통일부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황은 이렇게 이 정부의 대북정책, 남북정책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까지 와버렸다.
이정도 해놓고 다음으로 우리가 한번 본질적으로 상황체크를 해야 할 부분은 북의 남에 대한 태도가 확연하게 바뀐 시점이 언제인지 한번 체크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정확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이뤄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난 이후부터가 분명한듯하다.
이때부터 북은 남에 대해 선미후남(先美後南)으로 돌아섰고, 지금은 점차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까지 이동시켜 나가고 있다.
비례해 북이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난 적폐정부와 하등 다를바없는 비난을 쏟아낸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가 8월 16일에 발표한 성명이 그 정점이다.
“아래 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강조, 필자. 여기서 ‘남조선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하고 있음)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강조, 필자)”
그렇다면 북이 왜 이런 망발을 쏟아냈고, 위에서와 같이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지시와 같은 그런 극단적 조치가 이뤄졌을까하는 문제인데, 여기에는 적어도 3가지 이유는 분명하다.
그 전에 우선 단초를 한번 찾아보자. 북의 김성 UN대사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9월 30일)은 그 단초를 분명하게 찾아준다.
“불과 한 해 전 북과 남, 온겨레와 국제사회를 크게 격동시킨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은 오늘 이행단계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사는 “북남선언들의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한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 군사연습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며, 무력증강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며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다. 이름하여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의 핵심은 국제적인 대북제제의 틀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금강산 관광 등 민족내부의 문제만큼은 당사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다.
둘째는, 4.27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 간에 조성되어 있는 군사적 긴장과 군비확산문제에 대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축문제를 그 핵심으로 하는 남북부속합의서까지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F-35A 등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을 하는 등 그 역행에 대한 불만이다.
셋째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한 그 사전약속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무기 반입 등을 중지하기로 약속했음에도 이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데 대한 불만인데, 이 불만이 문재인 정부를 향하는 지점은 미국이 이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을 때는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가 이 약속이행을 미국에게 상기시키면서 미국에 대해 북과 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선제적으로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불필요성을 미국에게 설득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는 점(백번양보하여 정부의 논리대로 작전권 이양으로 인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정말로 최소한 꼭 필요하다면 이 문제는 북과 충분히 협의하여 북이 오해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 후 시행하는 것이 맞지, 그냥 한미동맹의 논리에 포획돼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운운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남북문제를 풀어가야 할 한 해당국가로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또 지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와 같이 향후 3년간 무기구매계획을 발표하는 등 군사 분야에서의 부속합의서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극도로 달한 것이다.
북이 문재인 정부에게 가지는 불만은 이렇듯 명확한 3가지이다. 그러면서 북은 또 향후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진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법도 내놓는다.
김성 대사의 같은 날 발언인데, 거기서 그는 남북관계 개선문제와 관련해 “남조선 당국의 사대적 본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 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 책임을 다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위 사실로부터 향후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정상화되려면 적어도 2가지 입장이 or적이 아니라, and적으로 결합되어져야만 이제까지 드리워진 남북관계 먹구름이 걷어치워짐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외세 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에서 확인받듯이 민족공조에 나서라는 말이다. 이를 현재 처해진 북미 간, 남북 간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정치적 의미로 재해석해내면 한반도 비핵화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한미동맹에 근거해 자리 매김된 중재자 역할 대신, 때로는 판문점선언에서 확인되어진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선 당사자 역할로 되돌아오라는 말이고, 특히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나 개성공단 재개문제와 같은 그런 민족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당사자역할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둘째는,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에서 확인받듯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발 이행하라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김성 대사가 UN발언으로 확인되어진 ‘첫째, 둘째, 셋째’문제의식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 전제하에 이를 이번 금강산관광 지구에 대해 ‘남측시설물을 싹 들어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내용을 대입시켜보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으로 되돌아와야 하고, 정상간 합의된 남북선언에 대해서는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몸짓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하면 금강산관광의 경우 대북제재 사항이 아님으로 ‘조건 없이’ 즉시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마련을 위한 남북이 함께 가칭TF(강조, 필자. 명칭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협상전략팀)을 꾸려 해법을 모색해보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갖 재난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모두를 열거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현상들이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하고 있고, 연전(年前)부터 국제회의마다 기후변화를 넘어서 생태위기와 인류세의 멸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무감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에너지 과소비의 산업구조, 일인당 폐비닐 배출 세계 1위 국가, 탄소배출량을 감소하기는커녕 화석연료발전소 건설을 금융 지원하는 악당국가, 겨울과 봄철이면 찾아오는 미세먼지의 공습 등이 오늘의 대한민국 자화상이다.
근본적인 성찰과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개 평범한 시민들은 일상에 빠져있는 가운데 무능한 정부는 성장률과 GDP수치만 타령하고, 무지하고 시대역행적인 의회는 자신들의 정치적 셈법에만 빠져 있다.
<다른백년>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를 연구해온 한윤정 박사와 함께 한국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고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들의 연대를 통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적 좌표를 제시하고자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라는 주제의 글들을 매주 연재하기로 하였다.
[1] 현재 우리 문명은 어떤 토대 위에 세워졌을까
기후변화는 잘못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전환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것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만연한 위기와 불안이다.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이다. 이미 지난 세기부터 나온 진부한 이야기, 아직 극단적 상황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이야기로 여기기에는 심각한 상황들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다. 매년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대형산불이 나고 경작지가 줄고 수많은 종이 사라진다. 플라스틱이 바다를 뒤덮고 가축전염병이 국경을 넘어 창궐한다. 이른바 인간이 지구의 대기와 지질을 바꿔놓은 ‘인류세’로 접어들었다.
이렇듯 병들어가는 지구 위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힘들고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극소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중산층부터 빈곤층까지 모두 시스템의 노예가 돼서 어디로 향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미래를 향해 달린다. 불평등은 점점 심화한다. 불안을 가져오는 두려움의 대상은 때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때로는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로, 때로는 무역전쟁과 마이너스 경제로, 나아가서는 계층 갈등과 정치적 혼란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기후붕괴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을 상상해 거기에 맞게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저성장 나아가 마이너스 성장시대에 맞춰 청년이나 노인 수당을 신설하거나 복지제도를 개편한다. 모든 이해관계가 모이고 조정되는 정치에 관한 한 대안 마련이 더욱 쉽지 않지만, 분권이나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점에서 현재는 대안과 혁신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고정관념은 과감한 혁신이나 도전을 어렵게 한다. 고정관념이란 다른 말로 하면 사고의 프레임, 지식의 패러다임,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는 존재론과 우주론, 즉 철학과 과학이다(과학이라고 하면 실험과 수치에 입각한 실증과학을 가리키기 때문에 실재를 질문하는 자연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가 어떤 토대 위에 형성됐는지 그 사고의 뿌리를 파고들지 않는다면,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하다.
화석연료가 우리 문명의 기반이다
현재 우리 문명은 어떤 생각의 토대 위에 세워졌을까.
경제주의: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모든 가치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한다. 우리는 돈 없이 절대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그 규모와 운영원리가 공공의 통제범위 바깥에 있는 글로벌경제, 특히 금융경제의 시스템 속에서 현상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재앙이 닥치며,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믿는다. 경제주의적 사고방식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이 월 스트리트와 결탁한 것처럼 한국 민주당도 재벌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긴다. 생산과 소비인구를 늘리려는 출산장려 정책은 물론, 소득주도성장처럼 진보적으로 보이는 정책의 배경에도 지독한 경제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개인주의: 돈이 절대적인 이유는 남이 나를 돕거나 책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지어 가족관계에서도 금도가 됐다. 성인이 된 개인은 재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전통사회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난 개인의 자유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란 관계의 구성물이다. 사람은 가족, 친구, 이웃,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삶의 의미와 행복은 관계와 인정감에서 나온다. 아무리 복지사회를 위한 재원과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공동체에 대한 관념과 믿음이 없다면 이는 시혜와 수혜의 일방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분과주의: 오늘날 대학의 전공분야는 놀랍도록 세분화돼 있다. 직업의 세계도 그렇다. 지식인, 전문가는 한 분야를 좁고 깊게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전문분야만 탐구하는 데도 시간과 능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는 아예 귀를 닫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은 가치와 당위를 말하는 거대담론에 대해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학벌주의, 능력주의와 합쳐진 분과주의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폭넓은 사고를 가로막는다. 학문간 융합은 시장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며,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조차 문화콘텐츠나 테크놀로지를 위한 실용성을 갖추는 수단으로서 스스로의 지위를 유지한다.
실증주의: 실증주의는 이른바 객관적, 과학적 사고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지 않는다. 세속화한 세계에서 종교는 초월적 세계와의 교감이라기보다는 오랜 관습과 제도의 관성으로 남아있다. 때로 자연에서 에너지와 영감을 얻지만, 그것은 지구 자원을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 경제시스템에서 더욱 유능하게 일하기 위한 휴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무관심은 희망과 가치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절실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경험을 사람 사이의 에너지나 우주와의 교감으로부터 설명하기보다 심리학과 뇌과학이 발견한 인간 내면의 사건으로 환원시킨다.
서구에서는 이삼백 년, 한국에서는 백 년 이상 사회를 지탱해온 이런 사고들이 합쳐져 현재의 생태위기, 인간의 위기를 초래했다. 경제주의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서구 산업문명을 세계화하는 원동력이 됐고, 그 결과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로 나타났다. 파국적 결과가 눈에 보이는데도 에너지 전환은 여전히 경제적 이익과 연관돼 논의되고, 탈성장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은 물론, 자연과의 교감조차 어려운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며, 넓은 시야를 비전문성의 증거로 간주한다. 사회의 엘리트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며, 경제적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이 이를 부추긴다는 것은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다소 위악적으로 서술한 우리 문명의 토대는 그러나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자신의 근시안적 이익만을 위해 행동할 만큼 이기적이지 않다. 이타성이 최고 수준의 이기적 선택임을 밝혀주는 생물학적, 역사적 증거들이 나타나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지식이든 재산이든,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은 과거의 유산과 동시대인들에게 빚진 것이라는 자각과 함께, 산업문명을 탄생시킨 사유화(인클로저)에 저항하는 공유화(커먼즈)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세대는 대학이 가진 권위와 대학 자체의 경제주의에 저항하면서 비제도권에서 폭넓은 지식을 탐구하는가 하면, 유목민적이고 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실천한다.
그럼에도 이런 경향은 아직 비주류에 머물고 있다. 주류의 사고와 행동은 여전히 과거의 철학적 토대 위에 서 있으며, 그만큼 전면적 변화는 요원하다. 대안을 추구하는 사람들마저 현재 궤도에 결박된 삶과 이를 거부하는 앎 사이에서 자기분열을 겪으며 조금씩 열정을 소진해간다. 문명의 전환은 명백한 시대적 과제이지만, 그것을 분명한 언어와 힘찬 주장으로 제시하고 많은 이들과 공유할 때만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경제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우리의 존재와 관계를 틀 짓는 개인주의와 분과주의, 실증주의를 극복하기는 훨씬 어렵다.
생태문명은 전환의 방향이다
생태문명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개념으로 제안됐다. 생태는 지구상 모든 존재와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며, 문명은 사회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태문명은 기후변화나 환경파괴의 문제와 연관이 깊지만, 그것을 넘어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지구 전체의 생활양식을 아우르는 말이다. 생태문명은 생태와 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전환의 방향을 가리킨다. 경쟁하고 배제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고 공유함으로써 적절한 물질적 수준과 최고의 정신적 수준을 가진 문명을 만들자는 이 주장은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유토피아적인 관념인지도 모른다.
생태문명이라는 단어는 여러 문맥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지구헌장: 2000년 유엔총회에서 발표된 지구헌장은 “지구는 우리의 집이며 지상 모든 것의 집이다. 지구는 그 자체로 살아있다. 인간은 훌륭한 삶의 형태와 문화를 가진 지구의 한 부분이다”라고 선언했다. 또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은 지구를 보호하거나 우리 자신과 다양한 생명을 파괴하는 것, 둘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과 지역사회, 소유와 존재, 다양성과 획일성, 단기와 장기, 사용과 육성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산업기술문명사회를 재고찰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헌장은 1992년에 열린 역사적인 리우 환경회의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영성적 지도자와 NGO들이 제시한 환경보존과 지속가능개발 원칙을 바탕으로 1994년 초안을 마련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으로 1995년 30개국 대표와 70개 이상의 단체가 모인 가운데 첫 번째 국제워크숍이 열렸고, 1996년 지구의회가 조직돼 5년간의 검토와 보완과정을 거쳤다. 리우 회의의 성과인 ‘아젠다21’의 점검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형성에 깊이 관여해온 지구의회가 발표한 2002년 보고서는 지구헌장의 원리를 “생태문명의 원리”라고 명시했다.
중국정부: 중국은 1997년 제15차 당대회에서 지속가능발전을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 지속가능발전은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1987년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한 개념이다. 그런데 10년 뒤인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는 지속가능발전 대신, 생태문명을 건설하자는 제안이 등장한다. 이는 지속가능발전이 제시하는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의 상호관계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생태문명은 2012년 공산당 당헌에 포함돼 정치기본노선이자 국가통치전략으로 격상하며, 이때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식 사회주의의 목표로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이 조화를 이루는 ‘오위일체론’을 제시한다. 2018년 생태문명 건설과 환경권을 담은 헌법 수정안이 통과됐고, 행정부처의 대대적 개편에 따라 기존 환경보호부를 포함한 6개 부처와 기구의 환경오염 관리 기능을 통합한 ‘생태환경부’가 탄생했다.
중국의 생태문명 정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모범이 될 만큼 혁신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현실이 따르지 않는 이상주의이자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새로 부상하는 녹색경제에서 세계시장 제패를 노리는 ‘시진핑의 세일즈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유엔은 중국정부를 지지해왔다. 유엔환경계획은 2013년 중국의 생태문명을 지지하고 확산시키는 결의안(결정 27/8)을 채택했다. 또 2016-2030년을 목표연도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하면서 중국을 적극적인 동반자로 끌어들였다. 2016년 유엔환경계획이 발행한 중국생태문명 홍보책자 『Green is Gold』(“청산녹수가 금산은산”이라는 시진핑 발언을 인용한 제목)는 “중국의 생태문명 건설노력은 2030 아젠다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혁신, 조화, 녹색, 개방, 공유를 원칙으로 내세운 제13차 경제개발계획(2016-2020)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우리의 삶은 생태적 원리로 재조직돼야 한다
2015년은 생태문명 개념 확산에 중요한 전기가 됐다. 그 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 환경회의는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섭씨 1.5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결의안인 파리협약을 채택해 198개국의 서명을 받았다. 각국이 이행계획을 마련해 보고하고 유엔이 이행을 감시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도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추정치의 37%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전체 탄소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월 이 협약을 탈퇴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 역시 약속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파리협약이 체결되기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리우 환경회의 이후 50년(2012년)이 되도록 유사한 회의와 결의만 계속됐지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는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에 나오는 한 대학생은 2011년 유엔환경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회의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변화가 없이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도, 이를 부추기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자원착취적 경제구조를 억제할 수도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적, 종교적, 철학적 각성을 촉구하는 선언이 이어졌다.
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6월 자신이 주제 선정부터 집필,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한 첫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다. 회칙이란 보편교회에 대해 교황이 발표하는 공식 사목교서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오늘의 사회윤리적 문제에 비춰 해석하고 적용원리와 방안을 제시한다. 회칙의 핵심은 통합생태론인데, 이는 생태위기가 비단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조건과 결합돼 있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풀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경제와 발전에 대한 다른 이해방식을 찾으라는 요청, 모든 피조물의 고유한 가치, 생태계의 인간적 의미” 등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통합생태론은 생태문명과 동의어이며 유엔과 지구헌장 그룹, 주요 종교지도자들, 과학계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
클레어몬트 컨퍼런스: 같은 2015년 6월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서는 과정신학자(과정신학은 앨프리드 노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응용한 미국의 진보신학운동이다)이자 환경사상가인 존 B. 캅 주니어의 주도로 ‘대안을 잡기: 생태문명을 향하여’라는 주제의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생태문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상 최대의 학술행사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1500여명의 사상가, 작가, 활동가, 신학자, 철학자, 과학자들을 끌어 모았고,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기후변화에 당면한 인류의 미래를 토론했다. 컨퍼런스 이후 주최측은 행사의 취지를 잇기 위해 비영리법인인 ‘생태문명연구소(Institute for Ecological Civilization)’를 만들었다. 이곳은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학제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지방정부 및 연구기관, NGO와 협력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삶이 어떤 방식으로 재조직돼야 하는지 규명하는데 헌신한다.
세계종교의회: 1893년 창설돼 종파를 초월해 가장 많은 종교인이 모이는 세계종교의회는 2015년 10월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선언’을 발표하면서 생태문명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새로운 생태문명이다. 이는 생명의 다양성이 확장되고 평화, 정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세계이다. 우리는 지구공동체 안의 인간 가족으로서 생태문명이라는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 선언은 지구공동체(지구상 모든 생명의 공동체)라는 상위 시스템에 속한 인간사회의 하위시스템으로 생태문명을 규정한다.
이밖에 생태문명과 유사한 개념은 적지 않다. 문화사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토마스 베리는 물리학자 브라이언스 윔과 공저한 『우주이야기』(1997)에서 생태대(Ecozoic Era)라는 조어를 썼다. 지질학 용어를 차용한 생태대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생명중심주의, 지구중심주의로 옮겨간 시대이며, 이를 실현하려면 지구와 적절한 관계를 맺으려는 인간의 결정과 투신이 중요하다. ‘만인과 만물이 하늘(物物天 事事天)’이라며 공경의 대상을 한울과 사람을 넘어 만물(동식물)까지 확대한 최시형의 동학사상, 동학정신을 계승해 산업문명의 위기와 기계론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인간 안의 우주생명’을 도모한‘ 한살림 선언’(1989) 역시 생태문명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생태문명은 진정한 글로컬 문명이다
생태문명 담론은 여전히 형성되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에 따르면, 생태문명은 실체가 아닌 과정이다. 생태문명을 위해서는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과 단체가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유기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해야 한다. 문명의 토대를 바꾸기 위해 철학, 종교, 정치, 경제, 과학, 교육, 문화를 가로지르는 학제적 구상이 필요하며 이론과 실천, 담론과 정책이 만나야 한다. 견고하게 형성된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하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이를 실현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되짚어 내려오는 과감한 혁신의 과정이기도 하다.
생태문명의 시공간은 산업문명의 시공간과 현저히 달라질 것이다. 산업문명에서 미래는 무한히 진보하고 확장되는 시간이다.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생산력은 증대하며 경제는 팽창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용량과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생태문명에서 미래는 순환하는 시간이다.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모두 써버리는 자본주의 경제논리가 아니라 가을에 추수를 마친 뒤 이듬해 봄의 파종을 위해 씨앗을 보관하는 것처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미래, 즉 자본가와 도시노동자가 아닌 농부의 시간이 될 것이다.
생태문명의 공간은 이중적이다. 산업문명처럼 생태문명은 글로벌 문명이다. 서구 근대의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간 지금, 지구화 이전 삶의 형태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산업문명이 차등근대화와 분업을 통해 전지구적 착취구조를 형성한 것과 달리, 공동체에 기반한 에너지 자립과 지역순환경제를 추구하는 생태문명은 보다 평등한 세계를 만들 것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단 하나의 지구를 고려하며 살아가는 글로벌 문명인 동시에, 마을 단위로 각자의 삶을 꾸리고 실험하는 커뮤니티 문명이다. “범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구호는 지역의 차이를 활용하는 후기자본주의의 경영전략이 아닌, 생태문명의 구호로 전유돼야 한다.
앞으로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에 연재될 국내외 필자들의 글은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가 미국 과정사상연구소와 생태문명연구소, 중국 후현대발전연구원, 한국 지구와 사람 등 국내외 여러 기관과 협력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개최한 컨퍼런스의 성과물이다(2017년 11월 클레어몬트에서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2018년 10월 파주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적 전환’, 2019년 10월 서울에서 ‘생태문명을 향한 전환: 철학부터 정책까지’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생태문명을 향한 담대한 꿈과 실천적 제안들이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앞당기는데 영감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리가르드 전임 IMF 총재가 ECB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신임 IMF 총재로 의외인 불가리아 출신의 여성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가 지난 10월 1일부로 취임하였다. 미국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에서 트럼프의 자국 중심 통상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그녀가 얼마나 독자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자못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녀는 취임 후 첫 지시로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를 언급하였으며, 동시에 OECD 국가들에게 현명하고 능동적인 재정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IMF 직원들에게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금리의 리스크에 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해 줄 것을 직원들에 요청했으며, 각국들에 세계 경제성장의 “동반 둔화” 상황에서 통화 정책을 “현명히”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10월 1일 IMF 총재가 된 66세 불가리아 경제학자 게오르기에바는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IMF가 그녀의 취임 이후 첫 단계 중 하나로 마이너스 금리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에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진행될 것을 예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결과뿐만 아니라 출구 전략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FT 인터뷰 발언은 지난 10월 초순 워싱턴에서 정치적 위험과 무역긴장 고조로 위축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비관적으로 평가한 연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지난 7월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2020년 3.5%로 반등하기 전 올해는 3.2%로 둔화될 것이라 예측했지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0월 중 새로운 예측 발표 시 두 해의 수치가 모두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그녀의 연설에서 “2019년 우리는 전 세계의 90%에 달하는 국가에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는 지금 동반 둔화 현상를 겪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고조된 무역 긴장이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020년까지 관세 문제가 야기한 신뢰도의 2차 영향을 포함한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한 손실은 스위스의 경제규모에 해당하는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임을 지적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무역 분쟁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그것들이 실제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다”고 언급하며 국제무역의 침체뿐 아니라 주요 경제국들 간의 격리가 점점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현재의 균열은 공급망 붕괴, 무역부문의 단절, 각국이 기술 시스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디지털 베를린 장벽’ 등을 특징으로 한 한 세대에 걸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무역 분쟁에서의 “승자는 없다”는 말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잃는다”고 말했다. IMF는 경기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부양책이 필요한 경우 느슨하거나 협조적인 통화 정책을 추구할 것을 중앙 은행들에 요구했지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그들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들은 계획을 분명히 전달하고 데이터 분석에 의존하여 적절히 낮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전반적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설에서 밝혔다. 그러나 그녀의 연설과 FT 인터뷰 발언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앙 은행들이 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더 깊이 밀어내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도 언급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가 저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의 분배 효과 외에도 자금과 기업들을 더 위험한 투자로 이끄는 “수익률 조사”를 분석할 것임을 시사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들이 부진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으로 유로존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산됐다.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금리를 “제로(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제이 파월(Jay Powell) 의장은 연준이 그러한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임 IMF 총재는 통화 정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기 둔화가 뚜렷해 진다면, 각국이 이에 대한 적극적이며 공조적 재정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명히 해 두겠다. 우리는 아직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조적 대응이 필요하게 될 경우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충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시간 먼저 행하는 것이 일분 늦게 시작하는 것보다 낫다(Better three hours too soon, than a minute too late).’”
◆ 1강 기후위기 시대의 인권과 민주주의 (조효제교수) 09월 09일 목요일 18:30 ~ 21:30 / 군포시청 대회의실 ◆ 2강 왜 민주시민교육인가? (김동춘교수) 10월 14일 목요일 18:30 ~ 21:30 / 군포시청 대회의실 ◆ 3강 법을 만드는 스위스시민들(이기우교수) 11월 11일 목요일 18:30 ~ 21:30 / 군포시청 대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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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에 진행되는 패권주도 전쟁은 무역통상과 군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과학과 산업기술 분야에서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빅데이타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사회주의의 경직성이 혁신적 창조 역량을 제약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향후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ICT 중심으로 국제적 기술의 기준이 양분화될 것이 이라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한다.
이는 중국에 국한되는 이야기 일뿐만 아니라 핵력강국에 이어 과학기술강국을 지향하는 독자적인 노선의 성공여부에 따라 북한의 향방과 한반도의 미래지형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중국의 과학발전에 대한 도전이라는 과제가 제기됐다. 중국의 기술진보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수출 통제 및 외국인 투자 규제 강화, 중국 과학자 및 기술자에 대한 비자규제 강화, 그리고 미국의 대학 및 기업에 종사하는 중국인 과학자들의 행동에 대한 적극적 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산업, 및 정부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때 번성했던 양국 관계는 국가 안보 및 지적 재산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현재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과학의 발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지만, 중국은 1960년대 초 소련의 지원 철회를 떠올리게 하는 기술 민족주의적 노력을 통해 연구와 혁신을 위한 중국의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과학발전의 네 가지 특징은 진행중인 기술 전쟁에 대한 대응 방식을 좌우할 것이다.
첫째, 국제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중국의 수용 및 토착 개발 경험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정책 과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갈등도 제기한다. 국제환경, 특히 미국과의 상호작용은 중국 과학기술의 속도 및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국제 환경 자원을 이용하면서 일련의 국내 연구, 교육 및 산업 정책을 마련하여 자체 역량을 향상시키고 해외지식의 소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 같은 이중노선 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해외’와 ‘국내’ 사이의 근본적 긴장상태가 지속되며 과학, 기술 및 혁신에 대한 정치 문화적 방향성을 형성한다.
둘째, 중국 산업체와 대학 및 중국과학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시스템이 오랫동안 통합되지 못하고있다. 최근까지도 기업 부문에서는 강력한 연구 방향성의 부재로 국내 연구시스템을 통한 장기 개발 협력 대신 외국의 검증된 기술들을 추구해왔다.
‘국가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자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연구 기관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출판물 및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국제 공동체로 발전했지만,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부족한 상태다. 미중 간 기술 전쟁으로 보다 효과적인 ‘생산과 연구’ 관계와 1960대와 같이 기술 공동체와 국가전략 목표의 통합을 향한 최근 추세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셋째, 중국 정치 시스템의 특징들은 중국 과학기술의 본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사회간 관계의 조건을 내세우고 국가 의제를 지지하기 위한 정책 선호의 사용을 오랫동안 촉구해왔다. 과학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전문 커뮤니티 활동이나 민간 경제의 성장을 지원하는 자주적인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Xi Jinping) 국가주석의 통치 아래 연구, 교육 및 산업조직에서 중국공산당의 역할 강화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대규모 자금 투입, 제도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 개혁 및 국제 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중국이 현재 육성하고자 하는 진정한 창조성에 반대되는 요소인 정치적 경직성도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넷째, 중국은 세계 수준의 인재자원을 육성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고등 교육시스템의 개선으로 중국은 이공계 졸업생들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유망한 인재들은 해외 대학원에서 교육 받고, 그 후에 중국 밖에서 뛰어난 경력을 쌓는 경우가 많다. 이 인재들, 특히 국가 연구 정책에 중요한 분야를 전공하는 인력들을 중국으로 돌아오도록 유인하기 위해 중국은 현재 기술전쟁에서 미국의 표적이 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상기 프로그램은 엇갈린 성공을 가져왔는데, 중국의 많은 주요 연구자들이 그들에게 남아있는 애국심과 세계주의적 욕구 사이의 균형을 이루면서 미국에서의 경력 기반을 유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이 유능한 인재들을 중국으로 되돌려 보낼지 여부는 환태평양 지역의 광범위한 ‘인재 순환’의 미래에 대한 더욱 심화된 질문과 마찬가지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의 정책결정은 이러한 국가 발전의 특징들로 인한 문제 및 과학기술에 대한 명성에 있어서 ‘후발주자’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중국은 산업 및 기술 분야에서 성공적인 ‘빠른 추종자’가 됐지만, 이후 정책적 목표의 전환을 통하여 중국이 주도적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신기술에 대한 ‘뛰어넘기(leapfrogging)’ 전략이 제시 되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국가에 의존하는 첨단기술 산업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연구 및 기술의 한계를 고부가가치 생산이 가능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양자통신 및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국가 이익에 봉사하고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이러한 정책들은 연구 및 혁신이라는 ‘중국 모델’의 개발에 대한 추세를 통합할 것이다.
중국 모델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은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대로 국제 시스템으로부터의 ‘분리(decoupling)’가 야기될 것인가의 문제까지 이어진다.
분리라는 충격을 통해 중국에서 현재 고심하고 있는 것처럼 오른쪽에서 운전하고 동시에 왼쪽에서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 과학이 행해지는 방식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격리는 과학의 보편주의적 규범에 반하며, 과학 진실성 및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윤리적 반응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격리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에 예측한 시나리오를 벗어나 미래는 연구 및 혁신의 세계화가 관철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여전히 서구 기술 및 연구 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주도권의 분리가 이미 국제 협력의 신뢰할 수 있는 규범, 즉 재확립이 쉽지 않은 규범을 파괴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또는 왼쪽에서 운전하는 비유적 표현과 함께 발전하는 ‘중국 모델’의 현실은 창조적 역동성과 내부 모순을 공히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18-19 양일 간에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이 주관한 2019 DMZ 포럼이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되었다. 뒤늦게 초대되어 포럼의 말미에 종합적인 견해를 발표한 스테판 코스텔로는 그간 정기적으로 다른백년을 통해 한반도 상황에 대하여 정기적인 기고와 수시로 강연을 담당하여 왔다. 그는 DJ가 미국에 체류시 개인비서를 자임하면서, 미주 평화재단 전 사무총장 겸 부이사장을 역임하였고 EastAsia Product를 설립하여 DJ의 햇볕정책을 미국조야에 소개하여 왔다. 아래로 DMZ포럼에서 행한 그의 발표내용을 번역 소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을 9월 24일 뉴욕에서 만났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다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음을 암시하였다. 새로운 계기가 준비되고 있는 반면에 작년 9월1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맺은 위대한 선언이 여전히 위기에 처해 있다.
Where does Korea stand now?
한국은 어떤 상황에 있는가?
지난 30년 간의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사야말로 이 질문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답일 것이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그 어떤 정책이익집단보다 국익을 확고하게 결정하는 만큼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강제력과 군사력∙경제력보다는 잘 만들어진 협정이 북한의 비핵화와 발전에 있어 진전을 가져올 것이므로 외교적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숙련된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동맹이라는 핵심적 이해관계는 거의 완벽하게 들어 맞는다. 그러나 여러 리더들과 정치집단들은 사안을 달리 보고 있다. 특히, 서울과 워싱턴의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핵심 이해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혼란스러워 하였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며, 때로는 관여와 협상보다는 냉정한 비평화노선을 선호하였다.
지난30년간,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전략적 이해관계는 DJ 초기 집권의 중대한 3년이란 기간 동안 최대 수준의 연계를 이루었다. 되풀이 하면, 1998년2월 김대중이 한국대통령으로 취임한 때부터 2001년 1월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직을 그만두기까지의 기간 동안, 어느 때보다 남한과 북한간, 미국과 북한간, 그리고 남한과 미국간의 관계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98년10월 김대중과 오부치의 회담으로 한일관계가 정점에 다다른 것 역시 놀랍지 않다. 분명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경수로형 원자로를 건설 중이었다. 그리고 북한을 미사일 기술통제 체제하에 포함시키기 위한 회담이 진행 중이었다.
Now, South Korea is a middle power
이제, 대한민국은 중간국가이다
세부사항은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중간국가로서 가져야 할 자질의 필수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자질과 역량은 행동과 리더십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두가지 면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대한민국은 북한과 같은 동포이며, 북한과 한반도라는 지리적 조건을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이해관계와 북한문제를 둘러싼 책임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대한민국이 지닌 잠재력과 유연성은 미국과 중국, 북한, 일본 또는 UN의 리더십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중요하고 두드러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오늘날 주요한 진전을 이뤄내는 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적절하며, 가장 유용한 자질을 틀림없이 가지고 있다.
The US role on Korea is now at a standstill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국의 역할은 정지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 정부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보다는, 지난 20년간의 한국에 대해 실패한 비생산적인 불성실전략으로 인한 것이다. 미국의 불완전한 선거제도와 외교구조, 정책입안과 정책수행 제도로 인해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내부적 합의를 보거나, 북한과 합의점을 찾아 대한민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는 기대 할 수 없다. 오늘날 몇몇 저명한 학자들은 서로 의견을 달리하나, 도달한 합의가 대한민국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동맹으로서 당연히 미국의 이익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What could be done?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늘날 대한민국은 역사와 행운이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논리적이고(logical), 자연적이며(natural), 전략적인(strategic)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언급한 역할을 수행한다 해서 미국 및 동맹국가들과 대립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낸다는 것은 동맹을 최선으로, 지속적으로 존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변 동맹국들은 한반도의 긴요한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충고와 전략과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로서 대한민국에게 가장 중요하고 생존적이며 핵심문제이기 때문이다. 동맹인 미국에게는 그리 절절한(number-one, existential, core) 이슈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성공적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활용하여야 할 UN에게도 역시 핵심적인 이슈에 해당되지 않는다. 동북 아시아의 이웃국가들에게도 같은 상황이다.
Professionals in DC and Seoul know the outlines of the deal possible
미국과 대한민국의 전문가들은 가능한 협상안의 윤곽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를 “하노이&플러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대한민국 측이 빠른 시일 내 확실하고 믿을만한UN 제재완화가 북한에 있어 핵심적인 제의가 될 것이라는, 대담하지만 명백한 아이디어를 포용할 수 있다면, 김정은 측에서는 마땅히 보여야 할 상호행동을 취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한 행위는 영변, 즉 모든 핵분열성 물질생산의 중지, 그리고 감찰을 포함한다. 이에 문정인이 말하는 바와 같이 “플러스알파”가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각각 당사자에 있어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도에서 섬세하지만 작은 조항 몇몇이 추가되는 것이다.
상기한 근거에서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김정은과 제3차회담을 갖도록 끌어 들인다면, 언급한 조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제시할 기초협상안에 대해 김정은의 동의를 먼저 얻어내야 할 것이다. 이후, 그는 협상안을 공개하여, 말 그대로 이를 못박고, 트럼프와 기타 이해관계자, 그리고UN등 과 해당 협상안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간국가로서 대한민국이 가지는 상당한 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헌신과 대담함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대한민국의 현재 입장을 바꾸지 않는 것이며, 미국의 입장도 거의 바꾸지 않는 것이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도가 주는 잠재적 이점은 명백하다. 반면에 예상되는 불리한 점들은 (네오콘들이 만들어 내는) 거짓말들이며 비현실적이고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이다.
북한에 대해 기본적이고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는 한, 제재완화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로 인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인도주의적 원조를 압박을 가하기 위한 무기로 오용하는 것부터, 미국 연구자들과 관광객들의 여행금지, 그리고 유조선 압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조치들은 정상적인 외교를 방해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한 “디테일”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거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왜 그가 디테일을 알아야만 하는가?
이러한 점에서, 백악관에서 존 볼턴이 떠난 것은 앞으로 다가올 대한민국과 미국의 회담,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한과 미국의 회담착수에 따라 몇 가지 가능성을 열어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볼턴이 고용된 배경, 그리고 정상적 외교와 협상을 반대하는 미국정부 내 많은 세력을 생각해보라.
한반도 게임의 (미국 내) 참가자들은 운동화 끈이 풀려있고, 헬멧이 벗겨져 있으며, 주의력이 결핍된 상황이다. 대한민국만이 제대로 복장을 갖추고 게임을 할 준비가 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해임을 당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 (John Bolton)이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는 영국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영국과 함께”할 것이며 10월 31일 유럽 연합에서 탈퇴하는 즉시 모든 무역 협정에서 “최우선”이 될 것을 단언했다. 그는 양자간 합의를 “신속하게” “부문별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매우 호전적이라는 볼턴의 평판과 달리 그는 이례적으로 화웨이, 중국, 이란 등의 이슈에 대해 미국의 노선을 따르도록 영국을 압박하는 수위를 낮추고, 브렉시트가 “유례없는 우선 순위”에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영국을 압박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바는 그것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고 발언했다.”
보리스 존슨 (Boris Johnson) 총리가 재협상을 강요하기 위해 브뤼셀에 대한 노딜 (no-deal) 위협을 무기화하고 있는 만큼, 미 정부가 테레사 메이 (Theresa May) 재임 중엔 가능성이 낮았던 브렉시트를 통해 진정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볼 때다. 미 행정부는 영국을 이타적으로, 진심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하여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촉진하고 있다.
즉, 우선 유럽을 희생시켜 영국의 경제적 지배 영역을 더욱 강력히 흡수한 다음, 하드 브렉시트의 결과를 이용하여 유럽과의 무역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동맹이라 할 수 없는 완전한 착취 행위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핵심 목표는 다각화 확대에 따른 문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 대한 “미국 중심”의 경제적 패권을 거듭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다. 이 패권적 목표는 다자주의 및 그를 가로막는 모든 국가와 기구들에 대한 공개적 경멸과 함께 일방적인 어조로 표현된다..
이를 위해 미국이 처음 꺼내든 카드는 무역전쟁으로, 경쟁 상대로 간주되는 국가들을 겨냥하고 미국의 우선권을 수락하도록 압박해왔다. 미국의 타깃이 된 대표적 국가로는 중국이 있지만, 유럽 연합도 이에 속하게 되었는데, 이는 미 정부가 농업, 자동차, 항공, 철강 등의 일부 유럽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우대하는 유럽 연합의 보호주의 정책에 불만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유럽 연합에 대한 미 행정부의 반감과 매우 강경한 민족주의 슬로건은 트럼프를 필연적으로 브렉시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게 했다. 미 정부는 영국이 유럽 연합의 “열악한” 조건을 떠나 법적, 경제적 유대를 단절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끔찍한 협상가”라며 혹평을 쏟아낸 바 있는데, 그 후 보리스 존슨이 임명되자 새로운 열정으로 화답했다. 따라서, 존 볼튼의 때맞춘 영국 방문에서 이야기한 것은 주요 쟁점에 합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일반적 위협에 대한 것이 아니라 브렉시트를 최우선 현안으로 추구하기 위한 외교적 지원과 관용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미 행정부의 보다 광범위한 의제는 영국에 대한 애정이나 “특별한 관계”에 대한 호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유럽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우세를 주장하기 위한 트럼프가 기울이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실행하고 그 결과 유럽 대륙의 통합이 어렵도록 상당 부분 갈라놓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미 정부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영국을 되찾은 영향력의 범위로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화웨이와 같은 논쟁의 소지가 있는 사안을 기꺼이 수용하는 이유는 영국이 미 정부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브렉시트 이후에 예컨대 화웨이 금지 또는 무역 협상 중단과 같은 요구사항들을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 행정부는 이번 협정이 유럽 전체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연합을 더욱 분열시킴으로써 트럼프가 유럽 시장 개방에 있어서 더 많은 무역 양보를 요구하는 등의 추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본질적으로 영국은 트럼프의 세계적 무역 공세에서 볼모로 이용된 것이다. 하드 브렉시트는 유럽 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은 미 정부에 이익이 된다.
따라서 미국은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영국에 접근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10월 31일 영국 정부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목표를 이루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유럽 경제력에 적극 손해를 입히고, 다자간 제도를 약화시키고 대체하도록 고안된 일방적인 미국 중심의 질서를 유럽 전체에서 재정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가디언 지가 볼턴의 방문에 대한 논평에서 언급했듯이, 사실상 미국은 영국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식민지화”되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사우디 석유시설이 드론으로 추정되는 무기로 공격을 당한 이후, 몇 년 째 사우디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후디 반군이 직접 자신의 행위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행정부는 마치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즉각적으로 이란의 전쟁행위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마치 베트남의 통킹만 어뢰와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조작한 역사적 사건을 연상하게 하며, 사고의 원인이 불명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사이에 북한에 의해 피침을 당한 것으로 조작한 천안함 사건과 배경이 너무나도 유사하다. 현재 유럽,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고객국가인 일본조차도 이란 공격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자세이다.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 소유의 아람코(ARAMCO,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시설에 드론 공습으로 의심되는 공격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인해 국가 원유 생산량의 절반이 줄어 유가가 치솟는 등 피해가 컸다. 예멘을 중심으로 반정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단체,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즉각 밝혔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공격 주체를 특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미 비난의 화살을 겨눌 대상으로 이란을 정해 놓았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장관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에 이르는 고위 당국자들은 숨 돌릴 새도, 조사할 새도 없이 이번 폭발이 이란의 공격행위라고 비난을 가했으며, 이것이 가져올 심각한 결과에 대해 위협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역시 이 공격에 대해 무기가 북동쪽에서 왔으므로 이것이 예멘이 아닌 이란이 가담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란은 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그럴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일주일 전 외교 및 제재 완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시계추는 다시 대치 국면으로 되돌아갔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란의 공격을 꾸며냈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록 어리석은 술수일지라도, 우리는 미국이 특히 중동에서 공격적인 외교 정책 목표를 밀어붙이기 위해 속임수를 사용해온 오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란은 상대하기 쉬운 표적이며, 우리는 본 사태의 전개를 무엇보다 ‘기회포착’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모든 증거는 사실상 후티 반군의 소행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외교정책에서 타국에 대한 적극적, 특히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도의 속임수를 사용한다. 미국이 스스로 침략에 반대한다는 독선적 주문(Mantra)를 되풀이하고 있으므로, 워싱턴 정치인들은 군사행동이 미국의 가치와 존속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미 정부는 항상 ‘위협’을 과민하게 비현실적으로 과장하고, 속임수를 사용하여 물리적 충돌에 대한 지지를 얻는 방식을 취한다.
역사에 이러한 사례들이 명백히 새겨져 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은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겨져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완전히 잘못된 주장으로 인해 일어났다. 2017년 미국은 과장된 위협을 이용해 공격적 행동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자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며 물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각 사례에서 주류 미디어 담론은 이러한 속임수를 즉각 보도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취한다.
따라서 이것 사례들이 이란의 경우를 해석하는 시각을 제공한다. 미국이 바라보기에 이란은 악마로 묘사하여 비난하기 가장 쉬운 나라임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정치적 불이익이나 반향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배경이다. 미 정부에 대한 강렬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9.11공격 이후 발생한 담론에서 미국인들의 고통과 죽음을 바라는 위험하고 비인간적이며 악한 테러국으로 모함하는 것은 몹시 쉽다.
이슬람에 대해 떠올렸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연상되는 대중적 이미지인 중동에서의 전쟁, 대학살, 테러리즘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를 그럴듯한 담론으로 만든다. 실제로 이란 시아파의 “일국” 이데올로기는 나름대로 역사적 배경과 합리적 근거를 지니고 있으며, 수니파에서 영감을 받은 살라피-와하비즘 (ISIL과 같은 단체에 영향을 끼침)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대중들은 이에 대해 결코 알지 못한다. 따라서 9/11과 같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추어 내어 이란을 악마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믿을 뿐만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임을 뜻한다.
이번 경우에도 이란이 직접 사우디 시설에 대한 공격을 꾀한 것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이란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적대감과 군사적 행동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기회포착적인 기만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그간 후티 반군이 수년간 사우디 기반시설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왔음에도 서방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멘의 분쟁에 대해 면밀히 관찰해온 사람들에게는 공격의 근원이 매우 분명히 드러나며, 왜 이란이 이웃 국가의 핵심 시설을 무작위로 공격하여 전면적인 지역 분쟁을 무릅쓰고자 하는지에 대해 합리적이고 설명 가능한 근거를 설정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란을 불안정하고 비이성적인 존재로 만들어 사람들이 이를 믿길 바라고 있는데, 따라서 속임수가 어떻게 미 정부의 외교 정책 담론을 끌어내고 형성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주류 언론에 의해 다뤄지거나 비판되지 않는지를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보여준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두 국방 수뇌간에 9.19 군사보장 합의서를 채택해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교류협력과 접촉 왕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강구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등 5개 분야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한강하구에 대해서는 ‘교류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대책’의 일환으로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을 위한 남북 수로 공동조사가 진행됐다. 남북은 2018년 11월 5일부터 12월 까지 공동조사를 완료한 뒤 2019년 2월에는 암초 21개 발견 등 총 660km 수로 측량구간 제반 정보를 확인하고 이에 바탕해 작성한 해로도를 공유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췄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유엔의 대북 제재와 핵문제와 연계됨으로써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한강하구의 평화 협력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한강하구의 뱃길을 열고 옛 포구를 복원하고 생태 환경등의 조사를 포함한 중립수역에서의 접경 협력이 시작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조강포구 등 옛포구 및 마을 복원
한강하구에서의 평화협력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연구한 경기연구원의 보고서(김동성 외, <한강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경기도의 주요과제 연구 > 2017)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과거 한반도의 수운, 포구문화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대표적인 수운 거점이었던 조강포구 전류리 포구 등 마을 복원과 생태환경 수로 조사등은 제한된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남북 합의가 없이도 남쪽이 먼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7】
군의 통제 하에 어업활동을 하는 한강의 유일한 마지막 포구인 전류리 포구에서부터 시작해 삼남지방의 물자를 실은 조운선이 마포나루를 거쳐 한양의 경창으로 가기 위해 쉬어가던 한강의 대표적인 포구였던 조강포구 그리고 개성의 관문이며 가장 큰 포구였던 영정포를 오가던 강령포구 그리고 강령포 조강포와 함께 조강의 3대 포구로 존재했던 마근포(麻斤浦) 등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면서 한강하구의 물길을 여는 사업을 진행할 수가 있을 것이다.
○ 한강하구 물길열기 시범 운항 지속 추진
경기 김포시는 2019년 4월 1일 김포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시암리 습지 앞까지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물길을 열기 위한 사전답사 항행에 나섰다. 이는 남북이 한강하구 공동조사를 마치고 4월부터는 민간에게 자유항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으나 후속조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강하구의 지자체가 추진한 물길을 열어가려는 첫 시도였다.
이 시범운항은 김포시와 시민단체, 조류·생태 전문가 등 38명이 한강어촌계 1t급 어선 9척과 15인승 유람선 1척 등 모두 10척에 나눠타고 어로한계선을 넘어 1시간 20분가량 진행했다. 그러나 중립수역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애초 전류리에서 출발해 월곶면 유도까지 왕복 45㎞ 구간을 3시간가량 항행하려 했으나, 국방부가 남북정세를 고려해 한강하구 중립수역 입구인 시암리 습지 앞 세물머리 (한강과 임진강, 조강이 만나는 곳)까지의 17㎞ 구간만 항행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이어 2019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기념 1주년을 계기로 추가 물길 열기 시범 운항을 추진했으나, 국방부가 남북관계 등의 불안한 정세를 이유로 불허함으로써 무산된 채 길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그러나 김포시가 주장하고 있듯이 민간선박의 한강하구 자유항행 시대를 준비하고, 이를 위해서는 항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며 까다로운 항행 절차의 간소화와 중립수역 항행에 필요한 정밀한 수로조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추진하는 데 남북관계가 장애가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서 인하대 정태욱 교수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시범운항을 막고 있는 것은 북도 아니고 유엔사도 아닌 한강하구를 여전히 군사통제구역으로만 보고 있는 국방부 등 남쪽 당국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나 유엔제재 등의 외적 상황과 연계하지 말고 한강하구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일단 정전협정의 중립수역으로 자유항행이 보장되고 있다는 특수한 지위에 입각해 1단계로 어로한계선을 넘어 일단 중립수역 직전까지는 탐사 조사 연구 활동에 한해 통행이 가능하도록 선박안전 조업규칙 및 국방부의 관련 지침을 바꾸고, 이어서 2단계로 중립수역까지 수로 물길 생태 환경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강하구를 남북의 새로운 협력과 평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중립수역의 자유항행을 실현하기 위한 단기 중장기별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이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
○ 한강하구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 조사의 필요성
2007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강하구 습지보전 계획 연구>는 한강 지역에 대한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현장조사에 근거한 연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로 10여년 이상이 지났다.
2007년의 이 연구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이전까지의 조사 및 연구결과를 취합하고 시민 지자체 관련기관 NGO 전문가 등이 참여)를 반영한 것이었으나 <습지 보전 계획>이라는 단일한 목표만 설정했으며, 출입이 금지된 한강하구에 대한 조사는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또 한강하구 수역의 중립수역으로서의 지위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가 있었다.
생태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제 그동안 진행된 각종 개발 사업 등에 따른 환경 생태의 훼손과 관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10여년 전과 비교해 현재의 습지, 다양한 식생, 희귀 조류 및 어류 등 천연자연과 생태계의 변화를 추적해 앞으로의 대책 수립에 반영하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앞서의 2007년 조사에서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한강하구 일대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적의 보존 복원 뿐만 아니라 서해로 이어지는 한강하구의 수로 물길 (물류)과 포구 개발 등 생태 환경을 넘어서 국토교통 해운 항만 어업 수자원 등 경제분야 전반에 걸쳐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추진함과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2단계로 남북 공동조사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건데 2020년 실무 준비단계를 거친다면 2021년부터는 실시할 수 있을텐데 1단계로 3개년 정도의 기한을 두고 (가칭)‘한강하구 1단계 심층 종합조사’에서는 한강하구의 형태, 경로, 수심, 강폭, 유량, 유속, 수온, 수질, 습지, 침식과 퇴적 정도 그리고 주변지역의 동식물 서식 현황과 역사문화 유적 및 관광 자원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지뢰⋅수뢰 등 한강하구 활용 저해요인도 아울러 파악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강하구와 주변의 지형과 지물 그리고 자연생태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뱃길이 확보돼야 할 것이며, 생태 환경 보존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이를 위한 최소한의 준설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준설은 골재 채취의 경제적 목적이 아닌 한강하구의 뱃길 복원 및 확보 그리고 한강, 임진강, 예성강 등에서의 수해 예방을 위해서 한강하구 바닥의 퇴적과 침전물에 한한다는 원칙이 견지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골재 채취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서는 한강하구 퇴적물의 기원, 운반기작, 퇴적기작, 재부유기작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한강하구 수역에 대한 조사․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일단 △한강 하구 정보 구축 : 수문, 지형, 생태 등△ 한강 하구 생태 환경 △ 포구 복원 등 선박 운행 가능 조건을 분석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한강하구의 생태 환경 조사는 반드시 물길 수로 복원이라는 자유항행과 한강하구와 서해를 이어 강 본래의 역할을 되찾는 과정을 목표로 설정하고 진행돼야 할 것이며, 공간적 범위에서도 한강 하구(신곡수중보~공릉천 합류부) 임진강(통일대교~접근 가능지점) 서해 (강화 인근 접근 가능지점)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단계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김포시가 독일의 유력한 NGO 국제협력 단체인 한스자이델 재단을 통해 한강하구 내 유도 인근의 남쪽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를 하고 있듯이 특정지역과 대상을 세분화해서 다양한 실천적인 접근을 통해 한강하구로 가는 길은 금지돼 있으며 남북이 합의하고 평화가 오기전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인식의 장벽을 허무는 일도 중요하다.
김포시(시장 정하영)는 2018년 12월3일부터 2019년 5월까지 일정으로 한스자이델 재단 국내사무소에 위탁해 제한적이나마 한강하구 접경지역에 대한 생태 조사를 마쳤다.
조사 대상 지역은 유도~조강리(약 6km)구간에 시암리 습지를 포함한 하성면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이지만 한강하구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 겨울 철새 종류, 개체 수, 생태현황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록 제한적인 조사였으나 이를 바탕으로 한강하구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사로 발전시켜 가기 위한 전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스 자이델 재단은 2015년 말부터 북한 국토환경보호성과 “지속가능하고 현명한 북한 내 습지 활용방안”에 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그런 점에서 한강에서의 남북한의 생태 협력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2017년 6월 북한은 한스자이델재단과의 협력으로 국제 자연보전연맹 회원이 되었으며, 2018년 5월에는 람사르 습지 협약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북은 2018년 4월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가입하는 협약을 맺는 등 습지, 생태다양성, 자연 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스자이델 재단은 이를 지원하고 있다.
김포시는 오래전부터 이 유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 저어새 서식 등 실태를 직접 조사하고 북한과 보다 넓은 한강하구 지역을 대상으로는 공동 환경 생태 조사 등의 협력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수립해왔다. 김포시의 이런 적극적인 노력들이 경기도 등 광역 단체와 중앙 정부 차원에서 결실을 맺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유도는 한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남북 중립수역 내 월곶면 보구곶리에 위치(육지에서 500m)하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 홍수에 떠내려오다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과 함께 ‘머물은 섬, 머무루섬’이 됐다고 전해온 데서 변음(變音)되어 머머리, 머머루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유도(留島), 사도(巳島)라는 한자지명이 사용돼 왔다. 지금은 무인도이지만 6·25 한국전쟁 이전에는 농가가 두 채 있었고 농사도 지었으며, 현재는 보구곶리 산 1번지와 2번지의 두필지로 돼 있다.
Ⅲ. 글을 마치며–한강에 배를 띄우는 일
“빨간 노을에 함께 잠기면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지 알 수 없어 분단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누구보다도 한강하구를 둘러싼 삶과 역사 지리 그리고 풍경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온 작가 김훈은 지리적 풍경과 정치 군사적 현실이 빚어내는 해질녘 한강하구의 적막한 아름다움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물 위로 솟구치는 물고기들이 석양에 빛나고 새들은 수면 위로 급강하하는데 지나가는 배가 없고 고기 잡는 어부도 없다. 강은 흐르되 막혀 있다. 강화 쪽에서 퍼져오는 저녁노을이 물 위로 번지면, 먼 예성강과 임진강의 물줄기가 붉게 드러나고, 그날의 물때를 암기 복창하는 초병들이 야간경계 초소에 배치된다. 해가 수평선에 내려앉고, 노을이 더 짙어지고, 남쪽과 북쪽의 산과 초소들이 같은 어둠 속에 묻히고, 적막강산에 물소리가 가득찬다.”【8】
그에게는 분단은 비현실이고 해질녘 강풍경이 현실이다. 그건 정치 군사적 이데올로기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이어져 내려온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차단하고 수십년이 흐르긴 했지만 먼 역사에서 보면 아주 짧은기간 동안 누구도 갈 수 없는 적막강산의 ‘정치적 감옥’으로 만든 것일 뿐이다. 그에 따르면 “이 세계의 모든 국경선은 인류의 이성과 정의가 지상에서 실현된 결과가 아니며, 전쟁과 약탈, 정복, 지배와 피지배의 종합적 결과물이며, 국가간의 정치 군사적 힘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는 것인데 그에게 고향의 한강은 ‘이 모순과 비극의 중심부’를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비극에 무관심한채 방치했다. 그에 따르면 “한강하구의 모든 문제는 정전협정대로만 하면 된다. 정전협정 5항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통행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채 70년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강 하구에 배를 다니도록 하는 일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 아무리 신묘한 통일정책을 세워도 그보다는 젊은이들 마음과 생활 속에 통일의 열망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류리 포구의 의미와 조강 나루가 인기척이 없는 이유를 아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한강하구에 배를 다니게 하자, 조강리에서 고기를 잡게 해달라고 계속 말해야 한다.”
<끝>
【7】 한강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정책 연구로는 경기연구원이 2017년 ‘한강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경기도의 주요과제 연구’를 처음으로 발표했으며, 이어 경기연구원은 2019년 10월 ‘한강하구 남북공동수역의 평화적 활용’을 통해 생태자원 조사, 옛 포구 역사·문화 복원, 평화 도보다리 건설 등 4개 분야 15개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연구원)이 8차(1987- 2017년)에 걸쳐 한강생태계 조사 등을 수행했다.
【8】 소설가 김훈 ‘풍경의 안쪽, 조강과 김포 들판’, 제2회 김포-한겨레 한민족 디아스포라 포럼 기조강연 2017년 11월 28일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가 되자 일반 가정에서는 아직 생소했던 인터넷이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는 아직 전화회선으로 거액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한정된 시간에 인터넷을 사용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독일에서 알게 된 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독일의 슈퍼에서 사온 딱딱한 두부를 요리해서 둘이서 먹었다. 독일인 지인은 “두부는 인터넷 같다. 처음에는 볼 수도 없었고 먹어 볼 기회도 없었는데 지금은 없는 곳이 없어 모두가 두부를 먹는다” 며 인터넷과 두부가 사회에 침투하는 속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스마트폰의 보급도 그것과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정보화 사회라는 것은 실로 무서운 것이어서 편리함의 중독에 빠져 있는 사이에 어느 편향된 이데올로기에 물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의 조선민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닐는지.
나도 아무런 악의 없이 단지 흥미위주로 성범죄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던 중에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기사에 ‘범인은 재일교포’ ‘한국과 북한은 성범죄대국’이라는 문자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가벼운 생각과 무지가 얼마만큼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한국인)들은 괴롭히고 한반도 사람들을 멸시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유럽 등 서양을 동경했고 실제로 프랑스에 체류한 적도 있지만, 한반도에 대해서는 이웃나라임에도 불구하도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 지인도 생기고 가끔씩 한국을 방문하면서 젊었을 때의 내 생각이 얼마나 편향되고 무지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북한에는 가 본 적이 없지만 한국에 대해서만 말해보자면, 한국인은 일본인을 아주 오픈 마인드로 대해주고 일본인이 한반도를 통치했던 역사에 대해서도 이를 아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일본의 TV 뉴스에서 보도하는 한일 간의 여러 가지 문제가 실은 전쟁 비즈니스를 획책하는 일본 정부가 이를 선동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가와나카 씨도 조선학교에 가보세요”라는 한국에 사는 페스트리치 씨에게 권유를 받았을 때, “네”라고 짧게 대답은 했으나 전혀 모르는 타인인 내가 조선학교를 찾아가면 과연 학교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문의 목적이 인터뷰로 정해졌을 때 지금까지 품어왔던 거리감 같은 것이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나는 일본인이 갖고 있는 차별적 사고를 조금은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내가 방문했던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는 나라와 지자체로부터 차별을 받아 가나가와현 내의 외국인학교 가운데서 유일하게 수업료 무상화제도를 적용받지 못하고, 현은 이 학교를 포함해 다섯 개 학교에 다니는 아동·학생에 대한 학비보조를 2016년 이후 정지했다. 이에 대해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요코하마 시내의 모처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라와 자치단체에서 솔선해서 차별을 하고, 국민의 차별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관제 헤이트다.”라며 이를 비판했다.
내가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했을 때 김찬욱(金燦旭)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넓은 교내를 구경시켜주며 wifi 배선 등도 졸업생과 학부형의 협력을 얻어 자신들이 직접 깔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높고도 넓은 천정에 저렇게 긴 배선을 깔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릴텐데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이것을 직접 해냈다.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에서는 특히 어학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데, 학생들은 모두 조선어, 일본어, 영어의 세 언어를 철저히 배운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각 언어의 검정시험의 자격보유를 목표로 하여 어려운 공부를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한다. 일본 학교가 도입하기도 전에 정보교육을 실시하고, 정보리터러시 등을 배워 스스로 정보를 발신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 학교의 특징 중 하나라고 김찬욱 교장선생님은 말했다. 그것은 이 학교에서 수행하는 여러 과제 중 일부인데, 무엇보다도 이 학교의 교육방침의 기본 베이스는 서로 돕는, 무언가를 잘하는 학생은 그렇지 못한 학생을 돕는, 상조(相助)의 정신을 기조로 한, 조선민족으로서의 마음과 자부심을 제대로 잘 가르치는 것이다.
내가 학생들과의 잡담에서, “장래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라고 물으니 어떤 학생이 “이 조선학교를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수줍어하며 대답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김찬욱 교장선생님에게 들려주자 김찬욱 교장선생님은 “학생이 학교 걱정을 하다니, 이런 건 원래 안 해도 되는 건데요…”라고 했다.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는 많은 학부형과 졸업생들의 도움에 의해 운영되기도 하고 있으니 학생들이 봤을 때 그건 당연하다고 의식하고 있는 걸까. 김찬욱 교장선생님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학생들의 의견은 김찬욱 교장선생님을 위시로 한 이 학교 선생님들의 교육 성과이기도 할 것이다. 거기에 조선민족의 상조 정신이 계승되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교내에서는 누구를 만나도 웃는 얼굴로 발랄하게 인사를 하고, 전철 안에서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살벌한 분위기는 이곳에서는 털끝만큼도 느낄 수가 없었다.
수업을 견학해보니 학생들은 지진재해에 대한 방비를 확실히 하자든지, 인사는 중요함으로 특히 손윗사람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든지 하는 주제를 자신들이 직접 정해 발표를 하고, 음악수업에서는 아카페라로 합창을 하며 서로 웃거나 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의 학교와는 조금 다르게 느낀 점은 발표 전에는 학생들이 다소 떠들거나 장난을 치더라도 선생님은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같이 웃으며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너그러움과 관대함을 느꼈다.
내가 재일조선인들을 차별하는 일본인들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도 감정적인 발언이 아닌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그들의 사상을 분석하고 결코 비난하거나 하지 않는 태도는 김찬욱 교장선생님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볼 수가 있어서 조금 놀랐다.
예를 들면 많은 일본인들이 종군위안부 문제라든지, 징용공의 문제라든지, 전쟁책임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왠지 우리들을 일방적으로 힐문(詰問)한다고 느끼는 건지, 이미 해결이 다 끝난 문제를 계속해서 반복해 문제시 삼는 조선민족은 질이 좋지 않다는 식의 감정적인 의견이 많다.
실제로 한국에서 위안부 소녀상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계속해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의 정치가가 계속해서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없었다든지, 필요악이었다는 등의 실언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도 “한국 측 태도가 나쁘니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색을 하는 일본인들도 꽤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한 학생이 “우리들은 사상이랄까, 우리들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제대로 자신들의 생각을 갖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면 편향된 정보에 현혹됨 없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말을 듣고 그야말로 우리들 일본인은 우리 자신들의 생각을 잊어버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김찬욱 교장선생님은 여러 번 반복해서 무지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는데, 그것은 과거의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무지 –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만연케 하고 있는지. 예전의 나는 단순히 인터넷에 실려 있던 정보를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편향된 사고를 갖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안다’는 것의 중요함조차 ‘몰랐던’ 것이다.
10대 때도 병 때문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내 가족이 내밀어준 손도 보지 못하고 가족에 대해 못된 짓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야말로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민족이 내민 손을 보지 못한 채 못된 짓을 계속하고 있는 구조와 겹쳐 보인다.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배려와 공정한 시선이라는 것은 실수를 거듭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완고해져버린 사람의 마음은 실패를 실패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김찬욱 교장선생님과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의 학생들은 차별을 받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일본인과 평소와 같이 마주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 ‘학교를 열린 장으로 해서 많은 일본인이 찾아와 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불만과 불안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안심하려 드는 사람들은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자기들을 따뜻한 눈빛으로 받아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없다면 안정되게 서 있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자기들이 차별하는 상대인 재일조선인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그들은 차별을 용서하지는 않더라도 아주 냉정하고 공정하게 대해줄 터이니.
학교를 떠날 때 “언제든지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해준 김창욱 교장선생님과 밖에서 놀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또 인사를 해준 학생들을 보고 일본인들이 잃어가고 있는 마음을 그들이 ‘조선민족의 자부심’으로써 교육에 도입하여 끊임없이 계승하고 있음을 느꼈다.
따뜻한 그들을 만나보면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의 중단과 무상화제도에서 제외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모든 대응이 잘 짜여진 비지네스와 같은 차별의 실태라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책이다. 샹탈 무페는 이 책을 ‘포퓰리즘 계기가 드러내는 현재 정세의 본질과 도전을 좌파가 시급하게 이해’하고, 지금이 좌파가 신자유주의 우파의 권력독점을 깨고 민주적 권력을 창출하는 최적의 기회임을 알리려 썼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무페는 왜 이토록 시급한 주장을 좌파를 향해 펼칠까? 무페에게 신자유주의가 지배해 온 지난 40여 년간 (무페는 자신의 분석을 서유럽으로 제한한다) 서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정치적 무능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함없이 무능력한 정당들은 권력 장악을 위해 신자유주의 아래 금융 자본주의의 강제적 명령을 수용하면서, 정치를 우파와 좌파 엘리트 집단 사이 ‘중도적 합의’로 축소해 버렸다.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1985년에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을 쓸 때만 하더라도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대한 무페의 생각은 이 정도로 절망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소비에트 해체 이후 사회민주주의 정당 스스로 신자유주의에 갇혀 대중주권과 평등이라는 민주적 이상 추구를 포기하고, 대중들의 탈정치화를 촉진했을 때, 무페의 생각은 크게 달라졌다.
사진: 한겨레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악화한 신자유주의 맥락에서 변질된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위한 좌파의 새로운 과제를 주장한다. 이 새로운 좌파의 과제는 무능력한 기존 좌파의 회생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통제불능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불평등 확산, 부채 증가, 나쁜 노동의 확산,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등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점점 심화하는 자본주의의 약탈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과제는 또한 우파 포퓰리즘이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사회적 약자 차별 등 반인권적이고 배타적인 가치를 내세워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 것을 저지하고 민주적 가치를 복원하는 대안 헤게모니 세력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전통적 좌파처럼 노동자 계급을 절대화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노동자 계급’ 정체성은 다양한 가치와 어떻게 접합되는가에 따라 민주적 가치와 부딪힐 수도, 가장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주체가 될 수도 있다. 노동자 계급은 모든 세계시민의 수평적 관계를 나타내는 정체성이 되거나, ‘국민’과 결합하여 가장 폐쇄적인 정체성이 되는, 즉 좌·우파 포퓰리즘 어느 특성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좌파의 과제는 신자유주의라는 전 지구적 신조와 헤게모니가 유기적 위기에 처하고, 정치사회적으로 도전받는 ‘포퓰리즘 계기’에 좌파가 전통적 전략이 아닌 새로운 정치전략을 통해 시급히 개입해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전략은 곧 좌파 포퓰리즘 정치이다. 우선 무페는 포퓰리즘이란 ‘사회를 두 진영으로 분리하는 정치적 경계를 구성하고, ‘권력자들’에 맞선 ‘패배자들’의 동원을 위한 담론 전략’이라는 라클라우의 정의를 따른다. ‘국민’, ‘민족’, ‘인종’처럼 수평적으로 확장될 수 없는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정체성과 결합한 우파 포퓰리즘이 정치사회적 배제와 차별화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시도라면, 좌파 포퓰리즘은 이에 맞서는 전략이다. 좌파 포퓰리즘은 한가지 정체성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경계를 형성하지 않고, 평등주의적 대중주권을 내세운다. 이 정체성은 다른 정체성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 등가 관계를 형성하고 이 관계를 보다 다양한 정체성과 민주적 가치로 끊임없이 확산한다. 이를 통해 ‘대중’의 새로운 민주적 정체성이 구성된다. 따라서 좌파 포퓰리즘은 전체주의적 경향의 우파 포퓰리즘과 달리 하나의 정체성을 절대적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반본질주의 입장에서 민주주의의 급진적 확장을 추진한다. 이 새로운 정체성의 ‘이름’이 바로 새로운 헤게모니, 그리고 이 특수한 좌파 포퓰리즘의 이름이 된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대중’은 소유적 개인주의 및 대의제의 자유주의와 끊임없이 경합하며 탈정치와 과두제의 포스트 민주주의에 저항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서유럽을 먼저 장악해가는 우파 포퓰리즘이 대중을 사로잡은 공감 방식이다. 이것은 좌파의 무능력이기도 하다. 그간 좌파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승리를 그 지지자들 탓으로 돌리면서, 우파가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은 방식에서 교훈을 얻기를 꺼려했다. 무페는 ‘자신들의 문제에 신경 써주는 유일한 자들이 우파 포퓰리즘 정당뿐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이 정당들에 마음이 끌리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본다. 물론, 혐오와 차별이 보편 가치가 될 수 없기에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수사적 표현은 진리와 충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좌파가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적인 목표를 추구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언어적 표현으로 대중과 정서적 공감을 해야 한다.
잘못하면 포퓰리즘의 이론적 논쟁은 걸리버 여행기의 달걀 논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훈고학적 논쟁보다 어떤 이름으로 드러나든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통한 좌파 포퓰리즘 정치의 출발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배제와 차별의 우파 포퓰리즘의 승리가 분명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살아남은 모든 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교수신문, 2019년 3월 12일에 게재된 글입니다(필자가 공동게재에 동의하여 실린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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