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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부국강병] '불필요한 무기'는 없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무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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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부국강병] '불필요한 무기'는 없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무기'는 있다

admin | 수, 2020/12/02- 15:00

불필요한 무기는 없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무기'는 있다

김영수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 (전 해군소령, 전 민주연구원 방산개혁특별분과위원장)

 

 

전쟁을 수행할 때 어떤 무기체계와 장비를 갖추고 있느냐는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건이다. 또한 현대전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의 전술을 운용해야 하므로 다양한 방어무기를 갖추어야 하고, 이러한 무기체계를 운용·유지하고 관리해야 하는 다양한 인력양성과 군수지원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국방은 최악의 상황과 예기치 않은 변수들을 사전에 전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맞는 무기체계를 준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 입장에서 불필요한 무기는 없고, 이에 따라 군은 전력증강 영역이나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소위 백화점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육··공군 등 소요군은 어느 한 분야라도 소홀할 수 없다는 강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전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을 가정하여 필요한 무기체계를 요청하고 합참과 국방부를 거쳐 무기체계의 소요가 결정되게 된다.

 

국방부에서 요구한 2021년 국방예산은 약 52.9조 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병력운영 부문 예산이 약 20.6조원(3% 증가), 기존 획득된 전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력유지 부문 예산이 약 15.3조원(12% 증가)이다. 방위력개선비는 지휘정찰 등 5개 분야 172개 사업에 대하여 약 17조원(2.4% 증가)이 편성되었다.

 

한 번 무기체계를 획득하면 통상 약 30년 정도 운영하게 되는데, 현재는 워낙 많은 종류의 무기체계 및 장비를 운영하기 때문에 이러한 무기체계 등을 운영·유지(정비관리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운영유지를 위한 예산의 증가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등에서는 운영유지 예산의 증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말도 안되는" 효과성 제로 60년대식 특수침투정, 

이대로 두면 2029년까지 1.3조 원어치 사들인다 

 

 

무기체계를 한 번 획득하게 되면 30년 동안 운영·유지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여, 불필요하지 않은 무기체계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거나 비용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무기체계의 획득에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현대전의 특성에 맞지 않고 작전목적 실현을 보장할 수 없거나 비용대비 효과가 매우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업비가 투자되어 획득이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추진을 중단하지 못하는 사례는 없는지 냉철한 시각에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해군에서 운용되다가 노후 도태에 따른 특수침투정 및 특수전지원함 확보 사업’(이하 특수침투정)이 있다. 상선처럼 위장된 특수전지원함에 특수침투정 O척을 싣고 적진의 원거리 해안에서 침투정을 수중으로 내리면, 특수침투정은 수중으로 잠행(잠수정)하다가 해안 근처에서 수상으로 항해(고속정)하여 적 해안가에 특수전요원 O명을 침투시키는 작전 개념인데, 이러한 작전 개념은 1960~1980년대 북한이 간첩을 침투시키거나 우리 군이 북파공작 시 활용했던 작전방식이다.

 

이러한 작전 개념은 현대전에서는 한 마디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고, 구태의연한 작전 개념에 불과하다. 아무리 북한이 우리보다 탐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수천 톤의 지원함(모선)이 원거리 공해상에서 이동한다면 당연히 탐지하여 사전 경계를 할 것이고, 여기서 침투정(자선)이 북한 해안으로 침투하는 것에 대해 강화된 경계를 할 것인데, 지금 1960~1970년대도 아닌데 아직도 이런 작전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태의연하다. 지금은 2020년인데, 특수침투정 등이 확보 완료되는 시기는 대략 2029년이다.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탐지기술도 그만큼 발달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8년도에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되어 13년째 사업추진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비가 무려 약 9,000억 원이다. 그런데 이 사업비가 약 12,500억 원까지 증액될 것 같다. 또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약 100여 명의 특수전 요원을 침투시키는데 약 600여 명 이상의 지원인력(지원함과 특수정의 함정 승조원)이 필요하다. 특수전 요원 1명을 침투시키는 데 약 100억 원의 비용과 약 6명의 지원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 마디로 비용대비 효과는 아주 미비하고 더군다나 생존성 보장이 취약하다.

 

그러면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누가(업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인가?

먼저 지원함의 탐색개발을 완료한 OO조선일 것이다. 지원함 건조비가 최초 7,500억 원에서 약 9,400억 원으로 증가되었는데, 아마도 탐색개발을 했던 OO조선이 건조업체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침투정은 최근 국내업체에서 탐색개발(시제품 제작)을 했는데 아직까지 국내 건조할 것인지 수입할 것인지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최초 약 1,400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업체는 약 3,100억 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해군 소령 출신이지만 작전 분야에 문외한이다. 그래서 해군 특수침투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 작전 개념이 현재나 미래에서 먹힐 것인지 여부에 대해 물어봤는데, 필자가 만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말도 안되는 작전 개념이라고 한다. 특히 해군에 몸담고 있는 현역들도 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하고 특수침투 수단은 필요한 만큼 다른 침투 수단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한다.

 

 

150억 원에 대한 책임 회피 위해 1.3조 원 낭비하는 국방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사업, 특수침투정 뿐 아니다 

큰 낭비 막기 위해 매몰 비용에 대한 면책 고려해야

 

 

그런데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업이 중단되거나 대체 전력으로의 전환이 검토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13년 동안 사업이 추진되면서 약 150억 원의 예산이 사용되었는데, 만약 여기서 사업을 멈추고 다른 대체 수단으로 사업이 다시 시작되면 이미 투입된 약 150억 원은 매몰 비용이 될 것이고, 해군이든 방사청이든 누군가는 이 매몰비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2,500억원이 별 효용도 없는 사업에 낭비되는 것은 모르겠고, 내가 관련 부서에 근무하고 있을 때는 아무 일 없이 그냥 지나가면 된다는 지극히 관료적 사고방식과 조직문화로 인하여 이 사업은 그냥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비단 특수침투정 사업만이 이런 것일까?

군에서 추진한 전술정보통신체계사업(TICN)의 경우에도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지 않아 막대한 추가 예산과 상당 기간 사업이 지연되었는 바, 소요군과 합참, 국방부 및 방사청은 최초 계획한 작전 목적 실현의 효과성이 떨어지거나 비용대비 효과가 미미하거나 관련 기술의 발달로 사업 중단 또는 대체 전환이 불가피한 사업은 비록 일부의 매몰비용이 발생되었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재검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특수침투정 사업에 대해서는 용기 있게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야할 것이고, 감사원은 매몰비용 발생에 대해 어느 공무원한테 책임을 묻겠다고 덤비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는 이 사업 등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사업을 적극 발굴하여 주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업이 계속 추진될 시 이익을 얻게 될 관련 이해관계자(업체)들에게 휘둘리지 않아야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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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나 시청, 도청 등 지방정부의 활동과 정책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에게 가깝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정부의 대처로 공공기관의 정책과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행정의 정책 결정 과정이 공론화를 통해 진행되면서 많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과정의 경우 정책 결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한 사례로 언론을 통해 크게 조명받았던 일입니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책 방향에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행정에서도 절실한 시민참여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 국가, 정부의 역할에 대해 드러난 문제의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일쇼크와 재정위기 상황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관료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문제의식이 나타났습니다. 후에 ‘신공공관리론’으로 불린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운동 하에 공공서비스에 시장경쟁구조가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은 과거 ‘수혜자’에서 ‘소비자’로 인식되기 시작한거죠.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정부 지출 삭감, 규제 완화, 공무원 인원 감축 등으로 지방정부의 운영과 기능이 취약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로 복지 사각지대 등 우수한 소비자가 아닌 시민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시민의식이 고조되는 사회현상 속에서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거버넌스가 등장합니다. 고객 관점으로 치부되던 시민이 공공서비스 결정에 참여하고, 공공의 과제 해결에 시민참여가 중요해지는 계기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IMF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이 시민의 참여로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시민의식 또한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위기’, ‘경제적 빈곤 및 삶의 질 저하’,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 안전망 부재’ 등 정부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복잡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거버넌스, 즉 ‘협치’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이 자리잡게 된 것이죠.

협치? 거버넌스? 숙의로!

숙의의 사전적 의미
‘숙의(熟議, Deliberation)’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논의함”, 또는 “한 주제에 대한 충분하고 깊은 고민”, “어떤 사건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정규적인 토론”

지역주민 간 또는 이익집단 간 갈등을 해결하거나, 경제위기 극복과 삶의 질 향상과 같은 경제적, 사회적 과제를 극복하는 등 여러 상황 속에서 시민참여 방법으로 숙의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숙의를 활용하는 목적으로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함께 합의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Ecran과 Dryzek의 숙의민주주의 연구에서는 합의까지 도달하지는 않더라도 동등한 권리를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를 추구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즉, 숙의민주주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숙의 과정을 통해 시민 스스로 소통과 참여에 대한 학습과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질을 높여 공동의 이익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숙의는 시민의 권리와 책임에 바탕을 둔 논의를 촉진하여 정부와 소수의 전문가 위주가 아닌 시민의 주도로 시민주권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주도가 강화되고,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숙의의 기능은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로 의사결정과정의 정당성을 찾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권한을 가진 소수 정치인의 결정에 의하거나, 법적, 제도적 절차만으로는 더 이상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얻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숙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행정의 입장에서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로 의사결정과정의 정당성을 찾아가는 과정인 숙의 방법에는 여러 유형이 있고 각 유형마다 나름의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 구성은 ⓵기획·준비 단계(의제선정/학습, 숙의 유형 선택 및 과정 설계), ⓶진행 단계(참여자 모집 및 선정, 정보 공유 및 학습, 토의·토론), ⓷마무리 단계(결론 도출 및 공표, 피드백 & 모니터링)로 볼 수 있습니다.

행정이 숙의 방법을 활용하는 목적으로는 ▲특정 정책에 대한 문제해결, ▲정책구상, ▲비전 제시, ▲의제 선정, ▲사회적 논의, ▲우선순위 설정, ▲구체적 대안의 선택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숙의 방법으로는 ⓵시민배심원제, ⓶합의회의, ⓷시나리오 워크숍, ⓸공론조사, ⓹타운홀 미팅 방법 등이 있습니다.

최근 희망제작소에서는 시민참여,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고민하고 있는 춘천시와의 협업으로 숙의과정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다섯 번의 연재를 통해 다양하게 정리된 주요 숙의 방법에 대한 설명과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숙의 방법은 시민배심원제로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을 추진한 울산 북구의 사례입니다.

화, 2020/03/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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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치지향적 소비를 향한 디딤돌 – 시민연구자 조효진 님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한 기업행동 이력평가>라는 주제로 희망제작소의 온갖 문제연구, 시민연구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지향적 소비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대안을 찾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소비방식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품질, 서비스, 가격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좋은 기업은 흥하고 나쁜 기업은 힘을 쓰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기업을 관찰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치지향적 소비로 나아가는 길에 있는 걸림돌 몇 개를 치워두려 한다.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 지원 프로젝트 덕분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어라, 걸림돌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였네?’ 하는 날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배운 점도 많다. 오늘은 칼럼을 통해 배운 점을 공유해본다.

가치지향적 소비, 이미 하고 계시네요!

총 76명의 시민분께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특정 기업의 제품을 불매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대다수 시민은 불매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불매를 생활화하고 있다는 답변도 23.7%에 달했다.

그렇다면 선행을 한 기업의 제품을 일부러 구매하기도 하냐는 질문에는, 55.2%의 시민들이 긍정적 답변을, 그중에서도 11.8%는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두 가지 질문을 통해 대다수의 시민분이 가치지향적 소비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은 불매 또는 구매에 있어 기업이 미치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있다. ⓒ 만점팀

 

걸림돌 발견, 정보 과잉에 의한 정보 부족

이미 시민들은 가치지향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지향적 소비의 판단기준인 기업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시민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갑질 등 행위에 대한 정보를 주로 신문 및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다(52.6%의 시민응답)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과 뉴스에서 접하는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하나, 신문과 뉴스는 기업의 사건, 사고 등을 취재하여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준다(약한 긍정). 둘, 그렇기에 기업과 제품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생산해내는 매체라고 생각한다(강한 긍정). 셋, 그러나 무조건 기사 내용을 수용할 수는 없다.

왜냐면 신문과 뉴스는 기업의 광고를 받아 홍보 매체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강한 긍정). 넷, 그리고 뉴스와 신문으로는 사건의 원인, 후속대응, 결과 등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약한 부정).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신문과 뉴스 등 언론자료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들을 담고 있다. ⓒ 만점팀

 

위 생각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정보 과잉에 의한 정보 부족’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만큼 넘쳐난다. 하지만 믿을 수 있고, 전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리된 정보는 부족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은 유의미한 정보를 찾는 데 들여야 할 시간을 늘릴 뿐이다. 포털사이트에 기업명을 검색하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정보들이 나열되지만, 그 속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에 관해 가치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즉, 기업의 행동을 종합하고, 정리한 정보가 필요하다.

기업의 행동을 조사하고 정리해보자

우리는 건강, 일자리, 환경오염, 인권·정의 등 17개 기준(K-SDGs 사이트 참고)으로 기업별 행동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기업의 행동을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하여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를 그렸다.

기업은 청년 및 저소득 아동에 대한 교육 지원, 주거 지원, 에너지 효율 증대 및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긍정 행동을 했다. 그러나 발암물질 배출 및 대기오염 등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악화시켰고, 연속된 산업재해로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또한, 각종 뇌물, 비리 사건으로 인권·정의 부문에서도 부정행위가 다수 드러났다.


<기업행동 분석> 두 기업의 3개년 간의 긍·부정 행위를 하나의 그래프로 나타냈다. ⓒ 만점팀

 

긍정과 부정 행동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세부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도 살펴보았다. A 기업은 2017년 발암물질 배출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 이후 2018년부터는 대기오염 저감 숲을 조성하며 긍정 행동을 지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9년, 그동안 대기오염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며, 부정 행동을 나타내는 기사가 급증했다.


<기업행동 분석> 건강(3) 목표의 7번째 세부목표 “유해 화학물질, 대기, 물, 토양오염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을 줄인다.”에 대한 A 기업의 행동을 기간별로 분석했다. ⓒ 만점팀

 

조금 더 나아가서

수많은 언론자료는 기업들의 행동을 담고 있었고, 하나씩 되뇌어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사건·사고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연구 과정에서, 기업의 잘잘못을 알리고 점수를 매기는 등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언론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세부적인 사건들까지 지도로 정리한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이성진 정책실장님, 그리고 영국의 4만여 개의 기업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Ethical consumer’가 인상 깊었다.

가치지향적 소비에 관한 시민연구는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가는 과정 그 자체로 우리에겐 의미가 있었다. 생각만큼 수월하진 않았지만, 걸림돌이 어디에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떻게 빼면 좋을지 고민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언젠가 우리의 과정과 연구 결과가 같은 관심을 가진, 혹은 이미 노력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닿아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 각주
1) [분석 방법] : 언론 자료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5점 척도로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다. 평균 3점을 기준으로 3점 이상일 경우 긍정 인식, 3점 이하일 경우 부정 인식으로 해석했다. 또한 긍정 및 부정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긍정응답자-부정응답자)/전체응답자”를 지표로 사용했다. 해당 값이 –1부터 –0.5 사이의 값일 때 강한 부정, -0.5부터 0 사이의 값일 때 약한 부정, 0부터 0.5 사이의 값일 때 약한 긍정, 0.5부터 1 사이의 값일 때 강한 긍정으로 판별할 수 있다.

화, 2020/01/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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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시(우지영 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드라마 모범형사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형수를 구제하기 위한 강도창 형사(손현주)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진실에 다가가려는 경찰들과 은폐하려는 경찰들 간의 대결을 보면서 강도창 같은 모범경찰이 가까이서 우리를 지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실정을 제대로 아는 경찰이 365일 실시간으로 치안 서비스를 해준다면 범죄 예방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자치경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으며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10)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을 국가 의무사항으로 규정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행안부 자치분권위를 중심으로 자치경찰제 이원화 모델이 공론화 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0일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되는 그간의 이원화 모델과 달리, 조직을 일원화해 구성을 골자로 자치경찰시행안을 발표했다.

 

이번 당··청의 발표는 사실상 자치경찰제의 후퇴이다. 자치분권위가 추진해 온 제주자치경찰처럼 국가경찰과 분리해 지역마다 시도지사 산하에 두는 이원화 모델을 뒤엎은 결과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 하되 운영만 일원화하겠다지만 지휘·감독자인 지방경찰청장이 자치경찰에 대한 관리도 하게하면 실질적인 자치경찰제라고 말할 수 없다.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이 범죄수사, 전국단위사무 등을, 자치경찰이 지역 민생 치안활동을 분담하면서 치안 활동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경찰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생활안전여성청소년, 교통 등 지역특색과 주민 생활에 맞게 촘촘한 치안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자치경찰제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과거 한국 경찰 조직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시민들을 탄압했던 역사가 길었기 때문에 국가 경찰의 권력 분산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2020년 경찰청 본예산은 총 116,674억 원이다. 경 수사권 조정이 되면 더 증가될 추세이기 때문에 재정 권력도 증대되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치경찰을 총괄하기 때문에 일반 공공행정 예산 중복을 줄일 수 있고 안전 분야 예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경찰, 치안, 안전 등 경찰청 예산과 중앙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교부하는 지방교부세의 중복성을 피하고 자치경찰교부세, 포괄보조금 형태로 일원화 된다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부담도 경감될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지방자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번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이 가속화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되는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구조, 운영 등 모두 분리되는 실질적인 자치경찰 이원화 모델로 시행되어야한다.

 

드라마 모범형사에서의 검찰과 경찰, 경찰과 경찰 간의 암투는 뉴스 보도에도 나오는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이를 벗어나 우리 마을 보안관인 자치경찰이 성가정학교 폭력, 교통사고 등 주민들의 기초 생활과 밀접한 현장에 등장하길 기대하겠다.

월, 2020/08/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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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정부 홍보용으로 통·리·반장 등에게 무료로 배포하던 신문을 통칭 ‘계도지’라고 했다. 이런 신문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은 ‘계도지 예산’이라고 했다. 계도(啓導)란 ‘계발하여 지도함’ 혹은 ‘깨우쳐 이끌어 지도함’이라는 의미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어떤 것을 계도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요즘 계도란 말은 행정용어에서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계도용으로 배포하던 계도용 신문과 관련 예산은 계속 편성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지역 언론과 주민, 시민단체가 주도해 ‘계도지 예산 폐지 운동’이 전개되면서 광역지자체에서 계도지 예산이 폐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 홍보 예산, 신문구독비 등 항목으로 관련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실상을 살펴보면 치적 홍보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 예산을 사용하거나 언론을 길들이는 방식으로 집행하기도 한다. 계도지 예산을 기반으로 지역 언론과 관의 고리가 공고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로 분석한 서울시 자치구 신문구독 관련 예산을 확인해보면 신문구독 관련 예산은 2019년 대비 3.5%가 증가한 112억9288만원이다. 2019년도 자치구별 평균 집행금액은 4억3657만원이고, 2020년은 4억5077만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금액이 가장 적은 곳은 광진구(2억3688만원)이고, 가장 많은 구는 은평구(6억2382만원)다.

그런데 연평균 4억원 대의 신문구독 관련 예산이 집행되는데도 예산 집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신문구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조례는 시정 홍보 등에 관한 조례에서 1건이 검색될 뿐이다. 그 외는 통·리·반 설치 및 운영 조례에서 신문구독을 직무수행에 필요한 편의 제공 차원에서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신문구독 집행 관련 근거는 미흡하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 조사해 보았다. 지역신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국 광역지자체 16곳 가운데 3곳(부산·경남·충남), 기초지자체 4곳(대구 북구·인천 강화·경기 의정부·서울 동작)에 불과하다.

(중략)

 

언론의 권력 감시와 사회 비판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적절하게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객관적 기준을 꼼꼼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발행 기간과 자체 생산 기사 비율 등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계도라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 언론 보호 육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다운 언론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문보기: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계도용 신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1970년대 정부 홍보용으로 통·리·반장 등에게 무료로 배포하던 신문을 통칭 ‘계도지’라고 했다. 이런 신문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은 &···

weekly.khan.co.kr

화, 2020/08/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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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시(우지영 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정치와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드라마 철인왕후는 배우 신혜선씨의 발군의 연기력과 재미로 시청률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태자비승직기작가의 혐한, 조선왕조실록비하, 역사왜곡 등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이 700여건이 접수되고 풍양 조씨 종친회 항의를 받고 있다. 이 논란들이 거세어지자 실제 철인왕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철인왕후김씨(哲仁王后 金氏)는 조선 제25대 왕 철종(哲綜)의 비()이다. ‘철인왕후는 철종이 승하한 후 고종 때에 대비(大妃)가 되었고, 1878년 창경궁 양화당에서 42세로 죽었다. 능은 고양시 서삼릉 능역의 예릉(睿陵)에 철종과 함께 묻혀있다서삼릉(西三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 제200호이다. 중종의 계비이며 인종의 생모인 장경왕후의 희릉(禧陵), 인종과 인성왕후의 효릉(孝陵), 철종장황제와 철인장황후의 예릉(睿陵) 3릉이 한양의 서쪽에 있다하여 서삼릉이다.

 

2021년 문화재청의 조선왕릉 보존관리 예산344억원이다. 조선왕릉은 총118기이고 관리면적 15,778,754에 이른다. 이 왕릉들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상관리 64억원, 능제복원 211억원, 문화기반 구축 17억원, 원형고증 및 연구지원 4억원, 토지매입 48억원 등이다.

 

왕릉 보존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왕릉 능제복원 예산’ 211에 대한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건물터 발굴조사 8억원, 고건조물 복원 및 보수공사 35억원, 조선왕릉내 부적합 시설물 철거 30억원, 방재 및 안전 인프라 구축 6억원 등이다.

 

또한 조선왕릉 역사문화관 확충 18억원, 조선왕릉 테마형 숲길 조성 20억원, 수계 보존정비 15억원, 능역 상설물 등 정비 5억원, 관람 편의시설 개선 및 정비 5억원, 보조관리활용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용역 2억원, 수목 실측조사 연구용역 2억원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다음으로 조선왕릉 문화기반 구축 예산’ 17억원조선왕릉 활용 콘텐츠 개발 14억원, 조선왕릉길 활용 사업 3억원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조선왕릉 능제복원 예산부적합 시설물 철거비30억원에 이른다. 부적합 시설물은 태릉과 강릉 내 태릉선수촌 시설물(필승 주체육관 및 감래관)이다. 이는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권고사항인 부적합시설물로 판정되어 철거가 결정된 것이다. 조선왕릉 관련 조성 및 관리비 보다 철거비가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초부터 부적합 시설은 설치하지 말았어야 했다. 설치비 뿐만 아니라 철거비까지 이중으로 예산낭비가 된 것이다.

 

조선왕릉 문화기반 구축 예산조선왕릉 활용 콘텐츠 개발14억원은 한국판 뉴딜 사업 중 디지털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조선왕릉 VR 콘텐츠, 조선왕릉 AR체험 콘텐츠 등을 제작하는 내용이다. 물론 관람객 유치를 위한 디지털 콘텐츠 사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디지털콘텐츠만으로는 처음만 반짝 관심을 끌다가 관람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계속 유지보수비만 지출하는 예산낭비 사례가 될수 있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등재 기준에 맞게 문화재를 원형 복원하는데 힘쓰되 그 외 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두어 부적합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문화재를 통한 지역관광을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정구역별, 공간별 콘텐츠 개발이 아니라 지역을 뛰어 넘어 역사를 재현하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관광객이 고양, 파주를 두루 거쳐 지역민들이 물건을 파는 저잣거리’(전통시장)를 지나 왕릉 테마숲길을 걸어 철인왕후’(실감형콘텐츠)를 만나는 이른바 체험형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철인왕후가 역사 왜곡이 있다고 해서 관련된 역사와 현재를 알아보았다. ‘철인왕후는 안동김씨 권력유지 수단으로 철종의 비로 간택되었고, 철종과 후사가 없어 결정적으로 흥선대원군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녀는 철종과 함께 고양시 덕양구에 깊이 잠들어 있다.

월, 2021/01/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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