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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렁더울렁 함께 농사지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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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렁더울렁 함께 농사지어 더 맛있다!

admin | 월, 2020/11/30- 09:16

* 2020년 12월호(639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조장래 의성 청암공동체 생산자

 

1년을 매달려야 볼 수 있는 결실

‘300일 기도’. 의성 청암공동체 조장래 생산자가 사과농사를 빗대어 한 말이다. “사과농사는 다른 작물에 비해 장기 레이스인데다가 시기마다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아요. 생육관리나 적과, 병해충관리 등 다양한 작업 중 어느 하나라도 때를 놓치거나 허투루 하면 크게 데고 회복도 어렵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과의 때를 잘 지켜보고, 작물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대응을 해야해요.”

그의 말마따나 사과는 1년을 꼬박 매달려야 결실을 볼 수 있는 작물이다. 10월께 수확을 마치자마자 이듬해 농사가 시작된다. 한 해 수고한 나무에게 보답하는 감사비료로 땅심을 돋우고, 꽃눈을 잘 살펴 나무 모양을 잡아주는 가지치기를 봄까지 한다. 5월에 접어들면 팝콘처럼 터져 나오는 하얀 꽃송이를 중간중간 따준다. 5월 말 즈음 꽃송이 하나에 다섯 개의 사과가 달리기 시작하면 이때부터는 열매를 솎아낼 때다. 조장래 생산자는 “꽃눈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는 일련의 과정이라 어느 것 하나 쉬이 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열매를 솎아낼 즈음부터는 무성히 올라오는 풀을 베어야 한다. 거름을 넉넉히 주는 사과농사의 특성상 풀도 빠르게 자라기에 한 달에 한 번 가량 풀을 베어 사과가 먹을 땅심을 뺏기지 않도록 한다. 제초제를 치면 편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그것이 결국 땅을 상하게 하고 사과에도 영향을 미칠 일임을 알기에 수고스럽더라도 손을 한 번 더 놀린다.

 

 

천연자재로 병충해 막는 게 관건

정신없이 흘러가는 농사지만 잘 크기만 하다면 그래도 좋을 터. 사과는 당도가 높은 데다 반년 넘게 나무에 달려 있는 특성상 병충해에 취약하다. 관행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판이니 한살림 농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장래 생산자는 한살림 참여인증 기준에 맞춰 농사를 짓는다. 한살림 참여인증은 제초제나 화학비료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독성이 강하거나 발암성 물질을 함유한 농약 등도 일절 금한다. 저독성 농약이더라도 연중 방제 횟수를 관행 농사의 1/3 수준인 일곱 번까지만 허용한다.

그렇다 하니 탄저병, 갈색무늬병, 겹무늬썩음병 등 병해와 사과응애, 사과혹진딧물, 잎말이나방 등 충해를 완전히 방비하기는 쉽지 않다. 친환경 살균제로 쓰이며 한살림 사과의 상징이 된 석회보르도액도 충해까지는 막아내지 못한다.

“농사 초기에는 벌레 피해를 많이 봤어요. 참다래 농사를 짓는 고성 공룡나라공동체에서 황토유황, 사탕수수오일 등 천연자재로 충해를 막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배워왔죠. 돼지감자나 은행잎, 제충국 등을 삶아서 만든 독초액도 뿌려봤어요. 하지만 천연농약으로는 모든 충이나 균을 없애는 게 불가능해요. 나무가 약해지거나 벌레가 생길 조짐이 있을 때 적절히 막아주는 건데 그게 기술이죠.”

 

 

공동체가 함께 만든 농사달력

농사기술은 몸으로 부딪치며 익혀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아무리 대단한 농부라도 모든 기술을 체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한살림에서는 공동체 단위별로 농사지으며 개별 생산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청암공동체는 한살림 내에서도 공동체 회원들이 함께 체계적으로 생명농업을 꾸려가는 곳으로 손꼽힌다. 회원들이 모은 기금으로 저온저장고를 마련한 것도 그렇고, 서로의 물품 품위를 함께 확인하며 선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몇 해 전부터는 병해충 방제 시기와 친환경 자재 투입시기를 날짜별로 정리한 ‘방제력’과 가지치기, 풀베기 등 주요 작업 시기를 담은 ‘재배력’을 공동체 차원에서 만들고, 그에 따라 농사짓고 있다. 오랜 경험으로 얻은 자기만의 농법을 내려놓고 공동체의 흐름에 맞춰 농사짓겠다는 결정이 쉬웠을 리 없다. 조합원에게 더 좋은 사과를 보내겠다는 일념이 없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리라.

“방제력에 따라 친환경 자재를 공동 구입하고 일괄 배분해서 같은 날 작물에 줄 수 있도록 해요. 경험 많은 생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방제력을 따라가면 되니까 기술적인 간극이 줄어들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죠. 방제력의 효과를 체험하고, 재배력도 같이 해보자고 한 게 3년 정도 됐네요. 공동체 회원끼리 나무 상태를 보면서 피드백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앞으로 우리 공동체에서 내는 사과는 한층 더 맛있어질 테니 기대해 주세요.”

 

한살림답게 키우겠습니다

청암공동체가 사과농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째. 조장래 생산자도 꼭 그만큼의 시간을 사과와 함께 했다. 아내인 김도희 생산자와 대학시절 함께 경북 지역에 농활을 왔던 그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여 의성에 자리 잡았다. 농활 때 당시 가톨릭농민회 원로였던 고 김영원 생산자를 만났고 그 인연은 한살림에서까지 이어졌다.

“우리 공동체는 농민회에서 태동했어요. 김영원 생산자님께서 한살림에 출하할 수 있게 해줄 테니 마늘농사를 지어보라고 권하셨죠. 농민회에서도 한살림에 호의적인 분위기였고 저희도 이왕 짓는 농사 유기농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터라 열심히 했죠. 사과농사는 2001년 시작했어요. 상주의 선배 생산자님들이 한살림 사과 물량을 배정해 주고 기술도 가르쳐주셨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과와 어울렁더울렁 엮여 지내고 있네요.”

 

20년 넘게 사과농사에 매진해 온 조장래 생산자가 말하는 좋은 사과란 무엇일까. “생긴 것은 조금 못났어도 새콤달콤하고 단단한 맛이 나는 사과를 좋아해요. 한살림답게 농사지으면 그런 사과를 얻을 수 있어요. 땅과 나무를 해칠 게 분명한 고독성 농약은 주지 않고, 좋은 비료라도 과투입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흐름에 맞게 키우면 사과 본연의 맛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과의 생육관리에 대해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해요. 조합원님들이 한살림 사과를 ‘안전하고 믿을 수 있어서’ 또는 ‘생산자한테 고마워서’ 선택해 주시는 것도 참 감사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어느 사과보다 월등히 맛있어서’ 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날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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