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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조차 비공개한 구청, 놀랍지도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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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조차 비공개한 구청, 놀랍지도 않은 이유

admin | 토, 2020/10/31- 02:46

▲ 마포구의회 및 마포구청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관련 jtbc 보도 tbc는 지난 10월 6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업무추진비를 청구한 시민단체에 소주나 한잔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사실을 보도했다.▲ 마포구의회 및 마포구청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관련 jtbc 보도

지난 10월 6일 JTBC에서는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 기획으로 기초의원의 비리와 업무추진비 오남용 실태를 보도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매 때마다 지방의회 의원들 업무추진비를 청구하고 살펴봐 왔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사례에는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서울 마포구 사례는 달랐다. 단순히 몇몇 의원들의 '법카' 오남용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카르텔이 시민들 감시를 피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가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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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선 마포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청구와 더불어, 마포구가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묵살한 사실을 다루었다. 마포구청 위생과장이 정보공개 청구를 한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구청장이 나서서 '소주나 한잔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듯한 정황도 충격적이었지만, 자치단체가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정보마저도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한 뒤 계속 공개하지 않는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현실이 더욱 뼈아프다. 

'업무추진비'는 시민 감시 상징과도 같은데...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하는 마포구

정보공개청구는 시민들이 공공기관에서 생산·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로, 1998년부터 시행돼왔다. 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되면서 시민사회에서 가장 먼저 청구했던 정보는 바로 현재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판공비'였는데, 당시 판공비는 그야말로 기관장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상징하는' 비용이었다(참여연대 빛나는 활동 중 '판공비 공개운동'). 

20여년 전 당시만 해도 판공비 사용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라는 시민들 요구는 마치 국가행정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소송·싸움을 거친 뒤에야 점차 공개될 수 있었다. 2004년 정보공개법 전면개정으로 사전공표제도가 강화되면서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부터 업무추진비가 정기적으로 공개됐고, 2011년부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를 주요 행정정보로서 미리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를 지나 2020년에 이른 지금, 업무추진비는 엄연한 공공의 세금이며 그 사용처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렇듯 정보공개제도의 발전과 투명성 강화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시민감시의 상징과도 같은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공개제도 도입과 함께 시작된 각 지역의 판공비 공개 운동


하지만 '판공비 공개 운동'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기본 중의 기본인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마저도 무시되고 있는 곳은 적지 않다. 의회가 행정기관을 감시하지 않고 오히려 결탁돼 있는 곳, 지원사업 등으로 행정이 개인에게 쉽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곳, 이른바 카르텔이 형성된 많은 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로 행정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상당히 고되고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업무추진비 청구에 대해 '양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공개'를 했다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현행 법마저도 무시하는 행정 권력의 자의적인 비공개 행태가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꼬우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해라'(행정심판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본 3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소송에는 통상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는 막가파식 태도를 마주한 곳곳의 지역 활동가, 시민들이 얼마나 많겠나. 

'양이 많아 비공개'라니... 투명성에 대한 기관 책무, 더 강하게 규제돼야

몇몇 공공기관들의 두둑한 배짱을 확인할 때마다, 무엇이 이런 '막장 행태'를 가능하게 만드는가를 고민한다. 일단 정보공개법에는 기관의 악의적 비공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처벌 조항이 없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처럼 기관이 악의적으로 비공개로 일관하는 경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을 제안해왔고(링크), 처벌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밀실이 보장될 수록 자라날 수 밖에 없고, 악의적 비공개는 사회적 불신을 키우기에, 투명성에 대한 권력기관의 책무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 및 예산사용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표에 대한 표준지침 역시 아직은 허술하다. 행안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종합평가'를 진행해 사전정보공표를 평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각 기관이 업무추진비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주기와 공개의 수준이 모두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기관은 '간담회', '직원 격려' 등 최소한의 용도 정보와 일자, 금액 등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카드내역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청구를 통해서만 받아볼 수 있다.

기관마다 사전 공표를 꼭 하게 하고, 시민들 관심도가 높은 정보들은 별도로 청구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지침을 강화하는 것이 마포구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 공무원들도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오히려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열린 정부를 위한 국제협약인 '오픈가버먼트 파트너쉽(OGP)'의 국내 계획으로 1)업무추진비를 지출일시, 행사(사업)명, 지출목적, 지출대상, 지출대상 인원 수, 지출장소(상호), 구매내역, 지출금액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2)카드 지출내역을 함께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추진비 투명성 강화> 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에서는 공개 표준을 강화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카드 지출내역 공개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시 마포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2020.09)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집행장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2020.09)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집행장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몇몇 자치구에서는 조례 입법을 통해 구나 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규정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 14일 제정된 '서울 서초구의회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한 조례'는, 이전까지는 미리 공개되지 않았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다음 월별로 구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서식과 지침에 그 용도와 대상을 더 명확히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 감시를 더 많이 보장 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주민들 요구와 지방의회의 각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서울 마포구에서도, 분노한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으니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10월 19일,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가 정보공개청구와 보도를 통해 드러난 마포구 공직자 비리를 규탄하고 대응을 선포하고 있다.▲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지역구의 기관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남용하는 행태는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였다. 지난 2018년 정보공개센터에서도 이미 마포구의 사례도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었지만, 감사원에서는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특별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했다.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규정 자체도 문제이지만, 시민들의 감시를 피해 뿌리내리려는 지역의 카르텔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공개를 위한 싸움과 제도 변화가 꼭 필요하다. 권력 남용·비리에 대한 감시는 권력이 존재하는 한 늘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내용이 '20년 전 논의에서 왜 변한 게 없는가'에 대해 우리는 치열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업무추진비의 오남용 사례에서 한단계 나아간 논의와 비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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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단연 ‘정보은폐’라고 꼽을 수 있다. 초기 메르스 감염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발병 병원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달았다. 메르스 대응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방역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공개 이면에는 확진환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일정 기한이 지난 후에는 공개된 확진자 동선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진자의 성별, 나이, 이동경로 등 개인을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미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정보공개가 이루어졌다. 방역당국에서 배포하는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개인을 특정 하는 정보를 제외 한다’라는 안내만 있을 뿐 일선 현장에 적용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김철수 기자


결국 6월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을 통해 시간에 따른 개인별 동선 형태가 아닌 장소목록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확진환자 개인의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지침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 12,800명(6월 30일 0시 기준)의 정보가 공개된 이후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감염병 이동경로 공개에 있어 중요한 정보는 ‘누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충돌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 정보공개는 그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정보 값만 공개되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개인정보수집과 무차별적인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관한 정보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 현황, 마스크 구입 정보, 긴급생활지원금 등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주로 휴대폰 재난문자 중심으로 공유되며 더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대폰과 인터넷 보급률만 보자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노인들에겐 코로나19에 관한 정보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정도만 간신히 사용하는 노인계층에게 디지털 환경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염병 정보들과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지원 정보들, 비대면 물품구입과 금융거래 등의 혜택은 거의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92%가 60대 이상으로 정작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노인계층인데 정보로 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관련 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단체는 빈곤에 따른 열악한 조건 속에서 홈리스들의 인터넷 신청이 어렵고 현장 신청 역시 주소와 거소의 분리, 거주불명등록 등의 이유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카드와 상품권, 선불카드와 같은 지불수단은 홈리스의 필요를 채우는 데 큰 제약이 있다고 말하며 적절한ⓒ뉴스1


그밖에 다른 취약계층의 정보소외도 심각한 상황이다. 복지단체인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을 받지 못한 쪽방 주민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긴급생활자금 지원방법과 구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없어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민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지역사회 감염정보와 대처방안에 신속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별진료소, 마스크 구매 등 방역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려우며,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사회보장 정보들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인, 홈리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정보에서 소외되면 사회적 보호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정보는 사회구성원 중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예견한다.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환의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한 쪽에서는 다수의 안전을 명목으로 사생활 정보들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인권침해를 겪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보는 결국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느냐에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일, 2020/08/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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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회원 배여운님의 브런치에서 허가 후 전재한 글입니다.
전재 허락해 주신 배여운 회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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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니 책상 위에 웬 편지 봉투가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뭐지....?"

편지 봉투를 대충 훑어보니 워싱턴에 있는 미국 정부기관에서 보낸 거였다. '나 뭐 잘못했나...'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뜯어봤더니 이게 웬걸? 빵 터졌다. 그건 바로 미국발 정보공개청구 결과 통지서였다. 문득 10월 말에 정보공개청구했던 게 생각났다. (쉿!! 아이템은 비밀!!)

무엇보다 답변이 궁금했다. 공개냐 비공개냐? 굉장히 공손하게 쓰인 문장을 읽다 내려가니 결국 '네가 청구한 건 못 줘!'라는 비공개 통지서였다. 쳇... 이럴 거면 그냥 메일로 못 주겠다고 하면 될 것을 왜 사람 설레게 우편으로 보내준 건가 원망스럽다.

미국 법무부에서 보낸 정보공개청구 통지서



퉁명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쓴 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냐는 질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은 지는 시간이 꽤 됐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비공개 통지문을 받으니깐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청구 방법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실패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벌써 두 번째 청구 실패인데 다음번에는 꼭 성공하길 바라면서 왜 실패했는지 다시 한번 복기하고 싶었다. 일종의 오답노트다.

우선 미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살펴보자. 한국 헌법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 제18조, 제21조의 '표현이 자유'와 관련해 인정하고 있다. 이른바 개별적 정보공개청구권이 인정하듯이 미국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FOIA(Freedom of Information Act) 법을 제정해 정보공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 정보공개법은 연방 법률로 1966년에 만들어졌으며(법적 효력은 1967년) "행정절차법"의 일부인 미국 법전 제5편 제552조에 해당한다. 미국인만 할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아니다.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any person)도 가능하다.

슬기롭게 청구해보자

FOIA를 통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는데 그 시작은 아래 사이트이다. 우리나라 정보공개청구 사이트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이트가 전부 영어라 복잡해 보이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그렇게 어려운 건 없다. 참고로 10월에 미국 국무부로 청구했던 단계 그대로 설명한다.

https://www.foia.gov/


https://www.foia.gov/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봤는데 너무 쉽다!

● 청구 전에 찾는 자료 검색해보기

청구 대상 기관 선택
청구서 작성하기

먼저 청구 전에 자료 검색하기다. 청구인은 정부 기관에 어떤 자료와 정보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괜히 청구서를 작성하고 기다리기보다는 이미 나와있는 자료를 찾아보기를 권장한다. 사이트 메인 화면 중간쯤 돋보기가 그려진 아이콘 메뉴 'Do research before you request'이다. 클릭하면 검색어를 입력할 수 있고 가령 Immigration data를 키워드로 넣어보면 정부 기관에서 생산한 관련 통계와 리포트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나온다. 필요한 게 있으면 굳이 청구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다. 이쯤에서 눈치 빠른 분들도 알 거다. 저기엔 내가 필요한 자료가 없을 것이란 걸. 그렇다. 우리가 정보공개청구하는 이유는 기존에 나와있지 않는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청구서는 무조건 작성하게 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청구서를 작성해 보자. 메인에서 Start your request를 선택하면 아래 화면이 뜬다. 한국 정보공개청구 단계랑 비슷한데 먼저 청구 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옵션은 두 가지다. 첫째, 기관 이름을 내가 입력하는 방법과 둘째, 기관명을 잘 모를 때는 기관 index로 검색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FOIA에서 모든 정부 기관 목록이 뜨진 않는다고 한다. 그런 경우는 기관 자체 사이트에서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난 미국 국무부를 대상으로 청구했기 때문에 Department of State (U.S. Department of State)를 선택했다.


미국 국무부는 Department of State! (아는 것이 힘이다)


미국 법무부를 선택하면 미국 법무부에서 정보공개청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안내를 해준다. 기관별로 설명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자세하게 여러 정보를 알려준다. 우리나라 정보공개청구 사이트와 달리 이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자세히 보면 미국 법무부 FOIA의 목표와 담당자 그리고 평균적으로 정보공개청구 건을 처리하는 시간, 청구 안내 등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만한 수준이다.

덕분에 미국 법무부는 자체적으로 청구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걸 알게 됐고 링크를 소개하고 있어서 청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간단한 청구 건도 평균 120일 걸린다는 설명을 보는 순간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깨달았다...


미국 법무부 FOIA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좋았다


위 단계까지가 미국 정부 기관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할 때 공통적으로 밟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관마다 처리기관, 수수료, 감면 정책 등 다르며 운영 사이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청구서를 작성하면 되는데 몇몇 기관 청구서 작성을 해보니 큰 틀에서 다른 건 거의 없었다. 다시 미국 법무부 사이트로 돌아오면 첫 화면이 아래와 같다. 작성해야 하는 단계는 총 7개 정도 됐다.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인 물음, 청구인 연락 정보, 청구서 세부내용 작성, 수수료 및 감면, 부가 정보 그리고 청구서 최종 확인을 거치게 된다. 국내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해본 적이 있다면 특별히 어려운 건 없다.


단계별로 입력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

다만 수수료와 감면 부분이 조금 달랐는데 미국 FOIA는 내가 낼 수 있는 수수료 한도를 입력해야 했다. 가령 25달러까지 낼 수 있다고 했는데 수수료가 50달러가 나오면 사전에 공지를 해주는 제도로 보인다. 청구 유형을 선택하고 마지막에 Fee Waiver를 만나게 되는데 한마디로 청구 수수료 감면 제도다. 법무부 사이트에서 정보공개청구 가이드(171.16. Waiver or reduction of fees)를 꼼꼼히 읽어보면 재밌는 감면 사유가 많다. 청구 자료가 공익적이거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때와 같이 다소 주관적인 사유도 있었고 기사나 출판에 활용될 때도 고려 대상으로 보인다.



미국은 수수료 감면 사항이 많으니 확인하자

하지만 실패했다

뭐 결론은 비공개 처리로 실패다. 작년에 탐사팀 있을 때 청구했던 건 분량이 너무 많다며 '공개는 해줄게! 그런데 검토해야 할 박스당 4시간에서 8시간이 걸리고 이걸 시간으로 환산하면 대략 7,408시간에서 14,816시간 예상되며 결국 36개월가량 걸릴 거야'라고 무시무시한 답변이 와서 포기했다. 당시 청구 기관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였는데 청구서에 대한 답변은 이메일로 왔다. (이번에는 우편으로 온 걸 보면 기관마다 답변 방식이 다소 다른 듯 싶다)


작년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청구한 답변이 올해 왔음...

하지만 이번 국무부를 대상으로 청구한 건은 내용이 부실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청구서가 부실하다는 건 다소 주관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작년 청구서 내용과 크게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이 기각 사유다.

.... because it does not reasonably describe the records sought. A request must reasonably describe the Department records that are sought to enable Department personnel to begin a search for responsive records. Such detail may include the subject, timeframe, names of any individuals involved, a contract number.....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면 부서 직원이 기록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기간, 이름, 계약 번호 등등이 해당된다는 건데 국내 정보공개청구서 작성 경험이 많아서 최대한 상세히 썼고 작년 증권거래위원회 청구서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걸 보면 기관마다 청구서 요구 사항 역시 다르다고 봐야 될 거 같다. 혹은 두 번의 작성 내용이 부실했을 수도 있다. 참고로 미국 국무부는 2015년 민간연구단체인 '효과적인 정부를 위한 센터(Center for Effective Government)'가 발표한 정보공개 기관 평가에서 가장 낮은 F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다시, 정보공개청구


곧 다른 건으로 다시 청구를 할 예정인데 몇몇 미국 정부 기관에서 설명하는 정보공개청구 팁을 바탕으로 핵심을 정리해보자. 대략 7가지 항목은 기본적으로 작성하라고 권유한다. 요청하는 게 사진, 영상, PDF, 엑셀인지,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세부적으로 무엇을 청구하고 담당 부서는 어딘지, 기록물 생산 근거는 무엇인지 등 청구인이 자세히 청구 내용을 작성할수록 공개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 Type of record; 기록물 유형

Timeframe of record (when was the record created); 기간
Specific subject matter, country, person and/or organization; 세부 주제, 국가, 사람, 조직 등
Offices or consulates originating or receiving the record; 기록물을 접수하는 조직 혹은 담당 부서
Particular event, policy or circumstance that led to the creation of the record; 기록물을 생산 근거가 되는 특정 사건, 정책, 환경 등
Reason why you believe the record exists; 기록물의 존재 근거(이유)
If requesting information involving a contract with the Department of State, the contract number, approximate date, type of contract, and name of contractor. (기타 세부 사항들)

다시 살펴보니 기록물 생산 근거나 왜 그게 있을 수밖에 없는지는 청구서를 작성할 때 쓰지 않았는데 향후 청구 건에 대해서는 꼼꼼히 살펴야겠다. 데이터저널리즘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데이터(자료) 수집이라고 생각하는데 매번 국내 정보공개청구만 이용할 게 아니라 국내 이슈와 관련해서 미국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나 정보를 기사에 활용해보는 것도 계속 고민 중이라 그간 실패를 기록으로 남겨봤다.

유용한 정보

글을 쓰다가 찾아 보니 정보공개센터에서도 미국 CIA에 정보공개청구한 경험을 공유했다.

한국에서도 CIA에 정보공개청구할 수 있다! (2020.1.29 업데이트)



FOIA가 이슈가 됐던 사건 중 하나는 힐러리 클린턴(당시 국무부 장관)의 개인 이메일을 워싱턴 DC 연방지법 판사가 국무부 웹사이트에 공개할 것을 주문

https://www.npr.org/sections/itsallpolitics/2015/04/02/396823014/fact-check-hillary-clinton-those-emails-and-the-law

화, 2020/11/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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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


2020년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데이터 기반 경제진흥을 위해 공공데이터 14만 2천 개를 신속하게 개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공공데이터 생산과 관리, 개방 수준을 생각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단순히 데이터 건수에 집중되어선 안 된다. 2013년 공공데이터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약 3만 6천여 건이 공개되고 있지만 공공데이터가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매우 미미하다. 그 이유는 개방된 데이터가 분석이나 활용할 만큼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한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평가>에서 전체 공공기관 중 43%가 최하위 단계인 ‘미흡’ 등급을 받았다. 평가 영역 중 데이터 품질과 데이터 활용 항목이 가장 낮은 점수를 차지했다. 정부 스스로의 평가 기준으로도 절반 가까운 공공기관들이 공공데이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번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는 당장 내년까지 14만 개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평가에서조차 자명하게 드러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공데이터의 품질과 활용에 대한 고민 없이 실적 채우기를 위한 질 낮은 공공데이터만 개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7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뉴질 사업추진 언론브리핑에서 이영로 지능형인프라본부장이 핵심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2020.07.23ⓒ김철수 기자7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뉴질 사업추진 언론브리핑에서 이영로 지능형인프라본부장이 핵심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2020.07.23ⓒ김철수 기자

특히 이번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 개방정책에서는 정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 내용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공직 감시에 관한 데이터, 예산 사용에 대한 데이터 개방은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추진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사회가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개방은 이번 계획에서도 제외되었다.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 개방정책에서

정부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은 빠져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매년 신고하게끔 하고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고위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재산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년 재산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검열하게 하는 자정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야말로 공직 감시를 위한 대표적인 공공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고위공직자의 재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것이 공직과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여간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재산정보가 ‘데이터’가 아닌 ‘문서’ 형식으로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활용이 불가능한 PDF 파일을 편집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고 몇 번의 정제작업을 거쳐야 데이터화 되어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재산공개 때마다 접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누락, 다주택 보유 등의 언론 기사들이 이런 수고스러운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그런데 만약 재산공개 내역이 처음부터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된다면 누구나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보공개센터는 2년 전부터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정보를 엑셀로 가공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라면 누구나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알권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위공직자 재산은 법률로 공개의무가 정해져 있어 어렵게나마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다. 공직 감시를 위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공무원 비위별 징계현황, 정치자금 사용 내역 등의 정보는 데이터 개방은커녕 아예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공데이터는 단연 예산사용에 관한 정보다. 물론 정부의 예결산 현황은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 역시 PDF 파일로 공개하는 수준이며 극소수 몇몇 기관만이 엑셀파일 형태로 공개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과 체결한 각종 위탁계약, 공사계약, 수의계약 등의 정보는 일부만 확인할 수 있거나 계약 건별로만 확인 가능한 실정이다. 관련 문서는 공개되고 있을지언정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얼마 전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던 5년간, 박 의원과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 기관들로부터 공사수주로 773억원의 계약을 했다는 것이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현재 이해충돌과 피감기관이 뇌물성으로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내역, 정부의 계약이나 예산집행이 데이터 형태로 공개되어 있었다면 국회의원이 권력을 제멋대로 쓰며 사리를 채우는 일을 5년 동안이나 모르는 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7월 21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국민사생활’ 팔아 경제성장하겠다는 것 한국판뉴딜 중 진단 기자설명회에서 국민의 정보인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0.07.21ⓒ김철수 기자7월 21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국민사생활’ 팔아 경제성장하겠다는 것 한국판뉴딜 중 진단 기자설명회에서 국민의 정보인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0.07.21ⓒ김철수 기자

미국 정부는 ‘재정데이터시스템(www.usaspending.gov)’을 통해 매년 어디에 어떻게 재정을 사용하고 있는지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만 검색해 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금액과 세부내용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재정데이터가 개방되면서 1억 5천 7백달러의 지출낭비를 방지할 수 있었고, 잠재적으로는 5조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 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재정정보 데이터 개방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예산사용 데이터나 공직감시에 관한 데이터 적극 개방해야

개방되는 정보의 수치보다 제대로 된 개방정책 필요

미국의 사례처럼 한국도 정부에서 예산사용 데이터나 공직감시에 관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의 투명성이 담보되는 공공데이터 개방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힘들다. 14만여 개의 공공데이터가 개방된다는데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9년 OECD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공공데이터 개방지수는 회원국 중 1위, 같은 해 정부 신뢰도는 36개국 중 22위로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알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공공데이터가 무수히 개방되더라도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구조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막대한 양의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에 우선되어야 할 정책은 몇 만 개의 데이터를 공개하겠다는 양적인 수치가 아니다.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뉴딜에서 이야기하는 공공데이터 개방이나 활용은 단순히 경제성장이나 경제회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디지털 뉴딜은 몇몇 주요 기업들과 경제산업성장만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오롯이 기업을 위한, 기업이 필요한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공데이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시민 누구나 공공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예산사용 데이터나 권력감시를 위한 데이터를 포함해 시민을 위한,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데이터 개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화, 2020/10/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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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어릴 때 전화번호부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나와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찾아보거나 주소로 우리 동네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는 장난전화도 걸어봤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당시 전화번호부에는 사람 이름과 집 주소, 전화번호가 다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화번호부는 거의 모든 집마다 한 부씩 있을 정도로 구하기 쉽기도 했지요.

요즘엔 전화번호부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옛날의 그런 전화번호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통신사들이 ‘이름’ ‘전화번호’ ‘주소’라는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책자를 집마다 배포한다면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들고 일어설 겁니다. 예전과 지금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준과 제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화번호부처럼 과거엔 공개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개하는 게 도리어 이상한 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예전엔 절대 비공개였던 게 지금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공개가 되기도 합니다. 공공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공개하거나 비공개 하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비공개해야 하는 정보들도 일부 있습니다)

90년대 말 업무추진비는 비공개가 당연한 정보였습니다. 아무도 시장과 구청장이 쓰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보공개법이 생겼고, 비공개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은 사람들이 공개하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공개 했습니다. 지자체 단체장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을 벌였던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정보공개소송까지 가서야 업무추진비 집행정보를 공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지자체를 찾아보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아주 세부적인 내역은 아직도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볼 수 있긴 하지만, 월별로 어디에서 얼마나 썼는지 정도는 공개하는 게 추세가 되었습니다. 소송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정보가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업무추진비 내역이 시민들이 함부로 볼 수 없는 공공기관장의 권위의 상징 같은 거였다면 지금의 업무추진비는 적극적으로 공개해서 투명성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바뀐 거죠. 이뿐인가요. 과거엔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했던 각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이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정보로 가장 내세우는 정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공개와 비공개의 기준은 과거와 현재에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공개여부가 갈리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개인의 과세정보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의 과세정보는 비밀유지 대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공개인 이 정보가 핀란드에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정보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매년 11월 1일 시민 개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합니다. 핀란드 국세청은 이 날 전국 28곳 지방 세무서의 전용 PC를 통해 전 국민의 과세데이터를 공개하는 건데요.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버는 지, 그래서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 확인해 ‘질투심’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이 11월 1일에는 ‘질투의 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뿐 아니라 여러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과거부터 시민의 과세정보를 공개정보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과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탈세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 과세정보의 공개가 조세행정의 신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업무추진비 정보든, 한국과 핀란드의 개인과세정보든 비공개정보와 공개정보에서 내용의 차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개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인식의 차이입니다.

공공기관들이 당연하게 비공개하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의사결정과정이라며, 영업비밀이라며 이유도 사유도 구체적입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비공개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해야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시민에 대한 존중일 것입니다. 그리고 비공개는 민주주의나 시민의 참여와는 당연히 어울리지 않습니다.



화, 2019/12/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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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중행동 소속 진보단체들이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이재용 사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범죄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위반한 이재용 사면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뇌물공여 및 횡령 등의 범죄로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이재용에 대한 광복절 가석방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은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하게 한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공범이며,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박근혜 측에 86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바 있다. 때문에 이재용의 사면이나 가석방은 국정농단과 촛불시위를 둘러싼 상징으로 읽힐 수밖에 없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매우 큰 결정이다.

이에 105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임에도 아직까지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용의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던 문재인 정부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사면 및 가석방에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면과 가석방은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될까?

 

[사면] 5년 후에 공개되는 회의록, 그나마도 부실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의 경우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법무부가 사면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의결을 거친다. 이후 법무부장관이 사면자 명단을 대통령에게 올려 사면을 최종 결정한다.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에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4명 이상 위촉하여,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심사해야 한다. (사면법)

수감자를 일정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시키는 가석방의 경우 법무부의 소관이다. 구치소 혹은 교도소의 장이 가석방 대상 명단을 법무부에 보고한 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들에 대해 적격심사를 거친다. 위원회에서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리면, 법무부장관이 가석방을 허가한다. 가석방 위원회의 경우 5~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판사, 검사, 변호사, 법무부 소속 공무원,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법무부장관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사면이나 가석방에 있어 대상자들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각 심사위원회의 의결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이 위원회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는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법치 체계의 정의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사면 및 가석방 심사위원 명단의 경우 2021년 현재 위촉 즉시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사면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던 법무부에 맞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한 결과로, 2010년 대법원이 '밀실심사를 방지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지도록 사면심사위원의 명단과 약력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고 사면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 2021년 7월 현재 가석방심사위원회 명단 ⓒ 법무부

 

그러나 회의록의 경우 사면심사와 가석방 심사가 모두 끝나고 5년 후에 공개하도록 각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심사가 어떠한 내용으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꼬박 5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는 특히 재벌을 대상으로 한 주요 시점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꾸준히 공개 청구하여 위원들의 발언내용을 살펴보는 한편, 사면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또 위원들의 판단에 편향적인 부분은 없는지 감시해왔다. 하지만 가장 최근 공개된 2015년 사면심사위원회의 경우 법무부가 속기록을 아예 남기지 않고 요약 형식으로만 기록을 남기는 등 기록 자체를 부실히 남기는 꼼수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우려와 공분을 산 바 있다.

[가석방] '회의록 공개'하라는 법 안 지키는 법무부

한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석방 심사'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심사에 비해서 관심도가 적었기 때문에 청구를 통해 널리 공개되고 공유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석방위원회 운영지침 제16조 제3항을 살펴보면, 사실 가석방심사 회의록은 "해당 가석방 결정을 행한 후 5년이 경과한 때부터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하여 공개"해야만 한다. 즉 시민들이 노력을 들여 청구하지 않더라도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미리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와 관련한 자료가 올라오는 법무부 홈페이지 행정자료실 게시판에 들어가면, 개별 가석방심의서 내용과 위원 명단은 지침에 따라 바로바로 공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회의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침에는 분명 회의록을 사전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무부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봐도 가석방 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규정은 2011년에 처음 생겼기 때문에 적어도 2016년부터는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회의록이 공개되었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법무부는 운영지침을 어겨왔던 셈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석방 심사'가 시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그동안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모든 국민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법무부는 하루 빨리 규정에 따라 지난 회의록들을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시민들에게 더 많이 공개되어야 하고, 여론 형성 및 정치적 의사표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시민들의 국정 참여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서 정책 효용성의 측면에서도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사면과 가석방이 이미 결정되었음에도 5년 동안이나 회의록을 비공개하는 사면법과 형집행법의 조항은 그야말로 '구시대의 악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뤄진 사면이 아니라면, 권력의 편의에 따라 활용된 가석방이 아니라면, 왜 굳이 '5년' 동안 비공개 해야 하는지를 아무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두 가지 '알 권리' 침해 조항이 반드시 폐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시리즈 연재에도 실렸습니다. 

 

목, 2021/07/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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