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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기고] 낙태죄의 오만과 편견-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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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기고] 낙태죄의 오만과 편견-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들

admin | 금, 2020/10/30- 23:48

[회원기고] 낙태죄의 오만과 편견-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들 – 천지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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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행사 너무 맘에 든다

김남주 회원

 

민변 행사 너무 맘에 든다. 우선 내가 가는 민변 행사는 가족을 데리고 갈 수 있는데, 공짜라 좋다. 밥도 준다. 아빠가 어떤 단체에서 활동하는지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점도 좋다. 물론 프로그램도 좋다. 이런 여러 장점이 있다. 그런지 올해에만 민변 행사에 가족들과 벌써 3번이나 갔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민변 10월 월례회로 간 민주인권기념관과 식민지역사박물관 나들이에는 온 가족과 함께 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둘째아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큰아이는 역사에 별 흥미가 없어서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고, 맛있는 밥도 공짜로 준다고 해서 ‘모셔’왔다. 다행히 아이나 배우자와 동반으로 오신 회원들이 꽤 있었다.

안내해준 곳으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 현재는 민주인권기념관을 찾아가보니 나조차 놀랐다. 기차길 옆, 평지에 위치해 있었고, 대공분실 주변에 상가와 사무실들이 연접해 있었다. 머릿속 상상으로는 숙대 근방 인적 드문 언덕배기에 숨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 눈에 버젓이 드러나는 위치에서 그런 몹쓸 짓을 했다니…

해설사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둘러봤다.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씨가 이 건물을 설계했다고 했다. 건물의 설계는 치밀해 보였다. 끌려온 사람들을 들여보냈던 문은 건물 뒤편에 작게 나 있었고, 그 문을 곡선 담으로 둘러쳐 놓아서, 그 문가로 차를 바짝 대고 끌려온 사람을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면 밖에서는 파파라치라도 누가 끌려왔는지 알 수 없게 해놨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건물 뒤편 창문 전부와 고문을 자행하던 조사실이 있는 5층 앞 창문은 폭이 한 뼘 남짓밖에 안 돼 건물 뒤편(옛 롯데제과 본사라고 한다)에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도록 해 놨다. 끌려온 사람들이 드나는 문을 들어가면 좁은 나선형 계단이 조사실이 있는 5층까지 이어져 있다. 그 계단을 따라 5층까지 올라가면 요즘의 보통 변호사방 만한 조사실과 조금 큰 조사실이 합해 열 몇 개가 있다. 그 조사실 중 한 곳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 받던 중 돌아가신 방이다. 그 방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두고 있다. 그 방에만 물고문을 하던 욕조가 남아 있었다. 나머지 방엔 경찰이 욕조를 모두 없앴다고 한다. 경찰은 그 외에 일명 ‘뼁끼통’ 가리개 높이도 조금 더 높이는 등 일부 변경을 했다고 한다. 그 의도는 자신들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덮어보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진심으로 과거를 반성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고,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새롭게 태어나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씁쓸했다. 사법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될 경찰이 여전히 이런 태도라면 과연 그들에게 온전한 수사권을 맡겨도 과거의 참혹한 인권침해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역시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둘째는 민주역사기념관의 이곳저곳을 열심히 둘러보고 설명도 들으려 했는데, 큰아이는 다른 집 꼬마 아이들과 노는데 정신이 없었다. 일행은 민주인권기념관을 나와 걸어서 멀지 않은 식민지역사박물관에 도착했다.

민변에 사위라고 자신을 소개한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김영환 선생님이 일행을 맞아주셨다. 숙대 근방 ‘자가’ 단독 5층 건물의 1층과 2층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꾸려 놓았다. 강제동원 사건의 원고이신 이춘식 할아버님 등 낯익은 사진들과 민변 변호사님들의 노고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뻔한 그런 박물관일 줄 알았는데 생생하고 귀한 사료들도 꽤 보였다. 몇장 남지 않은 최초의 3.1독립선언서, 백범일지, 압록강 자생 14종 나무로 만든 부채(압록강재감, 鴨綠江材鑑) 등 유물을 보면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들인 정성과 노력, 전문성을 알 수 있었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관람을 마치니 이른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민변 사무처가 준비해준 맛난 만두전골, 모듬전에 배불리 공짜로 식사를 했다. 왠일인지 일어나서 발언도 시키지 않고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아이들 기준으로 늦지 않게 집에 올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다. 민변의 예산을 축낸다고 눈총만 받지 않는다면 다음에도 온 가족이 민변 행사에 참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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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9/10/2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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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인권위원회 소식

조은호 신입회원

안녕하세요. 민변 신입 회원인 조은호입니다. 저는 평소 청소년, 아동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아동인권위원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아동인권위원회 TF 활동에 참여한 덕분에 아동인권위원회 활동을 민변 회원 여러분께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15일부터 26일까지, 유엔 Privacy 특별보고관의 방한이 있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7월 26일 방한에 대한 Statement를 발표했는데 시민단체가 지적한 아동의 프라이버시권과 침해에 대하여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이에 민변 아동인권위원회는 국제아동인권센터, 아수나로, 정보인권연구소, 띵동, 오픈넷 등과 함께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할 추가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장면

 


UN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 2019715~26일 방한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 모두발언문

프라이버시와 아동

24) 점차 그런 경우가 줄고 있으나, 여전히 초등학생 중 일부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이유로 일기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학생 중 일부는 선생님에게 정기적으로 일기를 강제로 검사 받습니다. 선생님이 일기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고, 살펴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아동학대와 같이 민감한 정보를 발견 시 선생님은 해당 사안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학생에게 정확히 인지시킨다면 일기를 쓰게 하는 현 관행을 유지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25) 또한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에 관한 우려를 담은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만들어 둔 안전장치가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CCTV 열람 요청건수가 매우 적습니다. 대구시의 경우 6개월 동안 120개 교육기관 중 두 곳에서 단 2건의 열람요청만을 허가했다고 합니다.

26) 또한 수사 중 피해자의 이름, 나이, 주소, 학교와 더불어 CCTV 영상이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는 진정도 받아보았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유출사례가 발생시, 언론중재위원회는 “권고 시스템”을 이용해 해당 컨텐츠를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비강제적인 성격의 권고를 게재합니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의 개인정보 공개에 관한 일련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사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를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과태료 부과, 콘텐츠 삭제명령, 정정명령 등 구속력 있는 제제를 가할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권고 내용이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하는지는 좀 더 살펴볼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의 기본체계가 적시에 제제를 가하고 있는지, 기존 권고 중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역시도 추가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언론과 무거운 과태료 부과 간의 관계 역시도 추가로 평가가 필요합니다.

27) 한국 내 일부 학교에서 학생 간의 교제를 제제하거나 처벌하는 학칙이 있다는 시민사회의 진정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해당 진정과 관련된 정보가 너무 오래된 정보(2009~2013)이거나 대부분의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을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추가적인 사실확인을 진행 중입니다. 2013년 이후 교육부는 어떠한 상황에서 학생을 규율해야 하는지, 규율을 할 때는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공식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에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학생의 성적지향 그리고/또는 교제활동을 규율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세한 절차가 기술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추가보고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아동중심적 시각을 기반으로 한 접근과 해당 문제의 한국적 맥락이었습니다. UDHR, ICCPR의 평등원칙, CRC의 차별 금지, 아동우선원칙, 생존권, 참여권 등을 바탕으로 아동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는 그 자체로 온전한 인간이자 인권의 주체인 아동의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인의 입장에서 아동 프라이버시권 침해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아동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효과 등을 이유로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또 Statement에서 이미 해결되었다고 보았던 학교 내 이성교제 등은 최신 자료를 보강하여 여전히 문제임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CRC 협약과 일반논평을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일반논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아동을 대하는 시각은 한정적입니다. 아동의 미성숙함을 전제로, 권리가 없다고 보아 배제하거나 보호를 이유로 통제하는 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아동은 객체일 뿐, 아동의 생각과 욕구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UN 일반논평은 성인과 다른 아동의 상태를 권리를 제한해야 할 이유로 삼지 않습니다. UN 일반논평은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이해하며, 아동의 고유한 사고·의사소통 방식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협약 제12조 참여권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유아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었습니다. UN 일반논평은 유아에게도 이해력, 인지력이 있으며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기 훨씬 이전부터 생각과 의사를 표명한다는 점을 천명하였습니다. 아동, 영·유아의 사고와 의사소통은 미숙하고 서투르다는 기존의 관념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지적이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아동이 주인공인 영화 <벌새>, <우리집> 등을 보았습니다. 목소리가 여릴 뿐 영화 속 아동의 대화는 어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체계 잡힌 문장에 담긴 발화자의 생각이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아동의 대화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혀 짧은 말투, 귀엽고 애교 있는 목소리,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구조 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동은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른과 대화할 수 없고 시민적 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건 막연한 편견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의 눈높이에서 진행되는 서사를 따라가며 아동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고민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어른에겐 사소한 문제들이 아동의 일상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도, 그걸 해결하기 위한 고군분투도 비로소 눈에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아동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과 성숙한 정도는 달랐지만 그 옛날의 나에게도 몸으로 부딪치며 이해해야만 하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나름의 체계와 완결성을 갖춘 고유한 가치관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던 마음은 지금과 그때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된 나는 아동의 미숙함을 탓하고 그렇기에 함께할 수 없다고 섣불리 결론 내렸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마치 어른이었던 것처럼, 서툴지만 치열했던 그때의 나를 잊어버리고 말입니다.

유엔 제네바 앞에서 아동위 위원들 찰칵!

9월 18일부터 19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본심의가 있었습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본심의를 생중계 한 덕분에 다른 활동가들과 같이 본심의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만의 아동권리협약이행 심의인데다가 제네바 현지에 계신 분들의 낮밤을 가리지 않는 열정에 열띤 논의가 예상되었습니다. 제네바 현지팀의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위원들은 구체적이고 예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위원들의 열의에 비하면 정부의 대응은 다소 소극적이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답변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둔 까닭에 정부의 답변은 위원들의 질문과 때때로 내용이 맞지 않았습니다. 통역이나 시간의 한계 역시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정부의 태도와 대조적으로 본심의 생중계를 보기 위해 국제아동인권센터를 찾은 아동들의 모습은 희망적이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고 직접 행동하는 아동들은 어떤 어른보다 멋있고 당찼습니다. 그들을 보며 쉽게 실망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이 부족한 만큼, 아쉬운 만큼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을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알기 위해선 나 역시 한 때 아동이었음을 기억하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UN CRC 본심의 생방송 방청에 함께한 아동위 위원들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이번 CRC에서 한국의 아동인권 문제에 대한 다양한 권고가 채택되었습니다. 소년사법에 관해서도 혁신적인 내용을 담은 일반논평인 “아동사법에서의 아동권리”가 채택되었습니다. 현재 아동인권위원회 소년사법 TF에서 이를 번역 중입니다. 단어를 하나, 하나 골라내는 작업은 쉽지 않지만 일반논평이 지향 하는 아동인권의 이상을 살펴보고 협약 내용이 구현된 미래를 그리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아동중심적 시각을 기반으로 민변만의 언어로 풀어낸 일반논평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실수록 번역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관심 있는 민변 회원들은 언제든 참여해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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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9/10/22-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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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

민변 노동위-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제 21회 교류회 후기 (1)

인천지부 김연지 회원

안녕하세요.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이자, 2018년도부터 인천지부 소속인 김연지입니다.

저는 올해로 21회를 맞이하는 민변 노동위원회와 오사카노동변호사단 교류회 준비팀 일원으로, 처음으로 교류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교류회 준비팀은 노동위의 유일무이한 존재 일당백 이현아 차장님, 민변 노동위원회 국제노동팀장 유태영 변호사님, 교류회 준비단장으로 교류회 동안 통역을 도맡아 해주신 전민경 변호사님, 세미나 1부 발제와 오사카 노변단 입법˙판례 동향에 대한 질의문 작성까지 맡아주신 이충언 변호사님, 아이디어 뱅크 이주희 변호사님, 환영회의 명MC 이종훈 변호사님, 교류회 경험을 바탕으로 꿀팁을 전해주시고 자료집 번역을 담당해주신 최용근 변호사님과 제가 함께했고, 마지막 날 대법원˙민변 사무실 견학 시 통역은 정소연 변호사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첫째 날, 11월 15일 금요일

올해도 수능을 보는 목요일에는 어김없이 추위가 찾아왔고, 그 다음날인 교류회 첫날엔 오후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준비팀은 전태일기념관 견학 후 청계천을 따라 전태일다리와 동상을 지나 종로 5가 닭한마리 식당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계획하며, 역사적 의미와 경치를 덧대고 맛집까지 얹은 일정에 스스로 흡족했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사진으로 만난 교류회 첫날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변호사님들은 추위에 조금은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야속하게 내리는 비로 인하여 전태일기념관에서 저녁식사 장소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였으나, 뜨끈한 닭한마리 국물은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첫날 저녁 식비는 노동위원회 대표로 외부 교육을 다녀오신 유태영 변호사님이 부담하시기로 했는데, 노변단 변호사님들께 위와 같은 이야기를 전하자, ‘후배는 계산할 권리가 없다’며 갹출해주셨습니다. 흔쾌히 식비를 부담하겠다고 한 유태영 변호사님과 단호하면서도 재치있게 상황을 정리해주신 노변단 변호사님들이 만들어주신 미담으로, 전해 듣기만 해도 배부른 첫째 날이 지났습니다.

교류회 첫날 일정에 참여한 유태영 변호사님은 “오사카 변호사님들의 호기심 많으면서도 사려 깊고 진중한 모습을 보며, 꽃보다 할배 생각이 났다”는 감상을 남겨주셨습니다.


▲ 10월 26일 준비팀(좌), 11월 15일 교류회(우)

 

둘째 날, 11월 16일 토요일

김해영 국회의원실의 도움으로 동시통역 부스가 설치된 국회의원회관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교류회의 하이라이트, ‘세미나’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세현 변호사님의 후기에 자세하게 담겨있으니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세미나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두 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모리 히로유키 변호사님의 인사말’이었습니다. 올해 오사카노동자변호단 참석인원은 10명 내외로 교류회가 한국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변단 변호사님들의 참여가 저조했습니다. 20년간 이이온 교류회도 연일 악화되는 한˙일 관계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짐작하며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레짐작하고 아쉬워하는 제게 모리 히로유키 변호사님은 다음과 같이 시원한 인사말로 세미나의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일본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협정은 청구권에 관한 외교보호권을 포기한 것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강제징용이 불법임을 전제로 기업들의 배상책임을 확인하였다. 저를 포함한 오사카노변단은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일본사회에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오사카노변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장면은 세미나의 마지막에서 나왔습니다. 끊이지 않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에 답변으로 전체토론의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고, 사회를 보신 고윤덕 변호사님은 와키타 시게루 교수님께 토론의 마무리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와키타 시게루 교수님은 “일본 48시간, 한국 52시간을 놓고 비교할 게 아니다. 일본과 한국 모두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EU 기준을 놓고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우리의 시선이 향해야 할 곳을 정해주시며, 시원하게 시작한 세미나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셨습니다.

오사카노동자변호단에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여, 민변 노동위와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교류회에 애정을 가지고 한결같이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있기에 민변 노동위와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교류회는 어디서, 어떤 주제로 세미나가 구성된다고 할지라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첫 교류회의 소감을 전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민변 노동위-오사카노동자변호단 제 21회 교류회 후기 (2)

조세현 회원

 

1. 들어가며

민변 노동위원회와 오사카노동자변호단 간의 제21회 정기교류회가 2019. 11. 15.(금) ~ 11. 18.(월)까지 4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 진행된 전태일기념관 견학 및 전태일 동상과 평화시장 방문은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으나, 둘째 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었던 교류회 세미나에는 다행히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첫 교류회 참가임에도 전 일정을 함께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세미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알찬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참가 후기는 제가 참석한 교류회 세미나를 중심으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정기교류회 세미나

정기교류회 세미나는 11. 16.(토)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에 등록을 시작하여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상당히 장시간의 일정이었음에도, 발제와 토론을 담당해주신 변호사님들 덕택에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는 오전 10시 민변 노동위 정병욱 위원장님의 개회사와 모리 히로유키 노변단 대표님의 인사말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제1부는 한•일 주요 노동 법령 및 판례 동향에 대하여, 신하나 변호사님의 사회로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민변 노동위 측에서는 이충언 변호사님께서 故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로 인해 추진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시작으로 ‘직장내 괴롭힘’ 방지, 1주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확립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소개해주셨습니다. 여기서 다뤄졌던 근로시간제도에 관한 내용은 이후 2부 주제로 다뤄졌던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규제제도에 관한 문제와도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주요 노동판례로는 크게 근로시간과 관련된 판결(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을 중복 가산할 수 없다는 판결과 최저임금 계산 시 법정유급휴일의 임금과 기준시간을 분리 산입한다는 판결)과 근로자성 여부가 문제되는 판결(학습지교사, 방송연기자노조, 코레일 매점운영자 사건) 들에 대해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오사카노동자변호단에서는 타니 지로 변호사님께서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주셨습니다. 구체적으로 ①장시간 노동의 훈칙에 의한 규제, ②고도 프로페셔널 제도, ③ 동일노동 동일임금, ④ 다양하고 유연한 일하는 방식 등에 관하여 설명해주셨고, 개인적으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부분의 ‘불합리한 대우의 금지규정’ 및 ‘차별적 취급의 금지규정’이 우리 기간제법 및 파견법과 비교해 볼 수 있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주요 노동판례 동향으로는 시간외 할증임금에 관한 최고재판소 판결(국제자동차 사건, 의료법인 사단강심회 사건)과 격차시정에 관한 최고재판소 판결(하마 쿄렉스 사건, 나가사와운송 사건)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30분 간 발표를 담당해주셨던 변호사님들 간의 상호토론이 있었습니다. 타니 지로 변호사님께서는 한국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 조문과 관련하여 위 조문이 직장 내의 한정된 문제만을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시며, 일본에서 논의되었던 것과 같이 ‘일터 괴롭힘’이라는 조금 더 포괄적이고 넓은 개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본의 개정안들은 표면적으로 노동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부업•겸업 등을 종용하고, 텔레워크 등을 촉진하는 등 전반적으로 노동자의 생명•건강권의 보호를 도외시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일 하는 방식의 개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일말의 여가조차 허용하지 않고, 이를 유휴노동력으로 취급하여 다시 시장으로 내모는 일본 정부의 모습은 한국과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시행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를 추가하는 등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몰각하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후기를 작성하며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양국 정부의 너무나도 닮아 있는 모습에 재차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2부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규제제도의 현황과 과제에 대하여 김도형 변호사님의 사회로 3시간 가량의 발제 및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민변 측에서는 손익찬 변호사님께서 변형근로시간과 노동자 건강권이란 제하의 발제문을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의 변형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발제 말미에서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스스로의 권리나, 과로로 인한 건강권 침해 실태에 관하여 자각해야 한다는 소회를 덧붙여 주셨는데 말씀의 취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노동자변호단에서는 김용수, 타니 지로 변호사님들께서 일본의 법정노동시간제도와 노동시간제도의 특칙(변형 노동시간제, 플렉스타임제, 사업장 외 노동 간주제와 재량노동 간주제 등)을 상세히 소개해주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8. 6. 노동안전위생법이 개정되어 ‘사업자의 노동시간 파악 의무’가 신설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정법에 따라 사업자는 노동자의 ‘노동 시간의 상황’을 타임카드에 의한 기록과 컴퓨터 등의 전자계산기의 사용 시간의 기록 등의 객관적인 방법 기타 적절한 방법으로 파악해야 할 의무가 부과되었는데, 노동자가 스스로의 노동시간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다소간 해소되지 않을까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품어볼 수 있었습니다.

지정토론에서는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김용수, 타니 지로 변호사님께서 손익찬 변호사님의 발제에 대한 다양한 질의사항을 던져주셨습니다. 특히, 타임카드, 컴퓨터 ON/OFF 시간, APP 등을 통한 노동시간 입증 수단 내지는 노동시간 관리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포괄임금계약에 대하여 일본의 고정잔업대와 비교하여 질문을 해주셨는데, 이에 대하여는 김도형 변호사님께서 포괄임금제는 법정근로시간을 무시하고 임금 지급이 없는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묵인하는 제도로서, 일본의 고정잔업대보다는 부불노동에 가깝다는 답변을 해주기도 하셨습니다.

민변 측에서는 유태영 변호사님께서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발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유태영 변호사님께서는 양국의 근로시간제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해주셨는데, 앞선 발제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또한 유태영 변호사님께서는 일본의 개정법에 의하면 ‘휴일을 제외하고 연 720시간 이내’라는 상한선을 상당한 장시간의 시간외 노동을 하게 됨을 지적하시며,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하셨습니다. 저 또한 발제문에 ‘휴일 근로 여부까지 포함한 상한은 1년 960시간이 된다’고 언급되어 있어 계산을 해보았으나 끝내 답을 구하지 못해 이 부분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타니 지로 변호사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끝내 이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후기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변호사님들의 고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제3부는 고윤덕 변호사님의 사회로 1시간 반 가량 전체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앞선 발제와 지정 토론 등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노동시간제도와 관련한 질의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에 관한 문제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 토론 말미에 와키타 시게루 교수님의 정리 말씀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OECD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공통점이나 차이점 등에 천착하기 보다는 우리의 노동법제를 노동자 보호에 보다 선도적인 EU의 기준까지 어떻게 추동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는 그 말씀에서 우리 교류회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3. 공식 환영회

세미나 일정이 모두 끝난 후에는 여의도 운산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공식 환영회를 가졌습니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탓에 다소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민경 변호사님의 통역과 정병욱 위원장님의 노력으로 환영회 자리는 무척 화기애애했습니다. 최근 한일 양국의 관계가 경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강제동원 판결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앞으로도 민간차원의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자이마 변호사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민변 노동위와 오사카노동자변호단 측에서 상호 선물을 교환하며 우의를 다지고, 지속적으로 교류회 행사를 이어나가자는 약속을 나누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교류회에 참가한 신입회원으로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노동법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공부 해야겠다는 자극도 되었습니다. 일본의 현 상황과 제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 노동자들의 권익향상 및 사회의 진보에 대한 고민까지 나눌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환영회 자리에서 말씀드렸듯이 앞으로도 오사카노동자변호단과의 교류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저 역시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양국의 교류회 준비단 분들께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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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9/12/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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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의 ‘멋진회원’, 조혜인 변호사를 만나다 인터뷰어: 서성민 (편집: 서성민, 허진선)   코로나19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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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1/07/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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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람들을 기억해주세요. 이렇게라도.

< (1) 시리아 난민이 말하는 게임 – ‘Bury me, my love’ 리뷰>

-조덕상 회원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힘든 시절이지만 다들 안녕하세요. 주제넘지만 글을 시작하기 전에 민변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코로나-19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2011년부터 계속된 전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시리아 주민들과 난민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기억해주세요. 그들에게 뭔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2차례에 걸쳐 연재할 리뷰는 시리아 전쟁1) 을 다룬 미디어 작품을 접하고 쓰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The Pixel Hunt, Figs, ARTE France가 공동제작한 ‘Bury me, my love’ 라는 인디게임에 대해, 그 다음 편은 와드 알카팁 감독이 제작한 ‘사마에게(For Sama)’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각각의 스타일은 사뭇 다르지만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비극과 거기서 탈출한 난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코로나-19로 우울해진 여러분께 더 심한 무력감을 드릴까봐 안타깝기도 합니다.

몇 달 전 소위 ‘게임불감증’에 걸려 있던 시절 정말 우연히 검색 중에 ‘bury me, my love’ 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날 묻어줘요. 내 사랑.’ 어찌 보면 조금 섬뜩한 느낌의 표현인데 무슨 뜻인가 검색해보니 시리아의 일상적인 인사말을 영어로 번역한 말이랍니다.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조심해요, 나보다 먼저 죽는 건 생각하지도 말아요.’ (Be careful. Don’t even think of dying before I do.)라는 뜻이랍니다. 당신이 죽는 걸 보느니 내가 먼저 죽겠다는 것이겠죠. 이런 절절한 인사말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게임일까 더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전쟁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이야기였습니다.

‘Bury me, my love’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게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Majd(매지드)라는 이름의 시리아인 남성이 되고, 그 신부인 Nour(노어)와 스마트폰 메신저 어플을 사용해 계속 대화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전부입니다. 외국에서 많이 쓰는 Whatsapp Messenger 어플 이름을 따서 이런 종류의 게임을 왓츠앱 게임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이 메시지를 직접 쳐서 입력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메시지가 입력되다가 그때그때 주어진 선택지가 나왔을 때 고르면 그 선택지에 따라서 다시 인물들의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 마켓에서 유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게임(3,900원~4,600원)인데, 아쉽게도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고 영어로 플레이 가능합니다. 2017년 10월 26일에 발매된 이 게임은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한국어 리뷰가 거의 검색되지 않습니다), 인디게임 쪽에서는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2)


(여기서부터는 내용 누설이 조금 있습니다.)매지드와 노어는 시리아의 홈즈(Homs)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부부입니다. 시리아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자 노어는 터키로 건너갔다가 거기서 유럽(구체적으로는 독일)으로 망명하기 위해 홀몸으로 떠나고, 매지드는 노모가 있어 일단 노어가 유럽에서 정착에 성공하면 그때 따라가기로 합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먼저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난 노어와 계속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그녀가 중요한 선택을 해야 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 선택을 돕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노어는 여행을 더 안전하게 이어갈 수도 있고, 잘못 되면 노어가 사망하거나 외국에서 체포되는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축적되면서 노어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찾아왔을 때 ‘아니 무슨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쓴대?’ 했던 이들에게는 참으로 비현실적인 게임이겠습니다. 하하… 노어는 계속 여러 나라를 이동하면서 현지 유심을 사거나 와이파이를 잡아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므로 남편인 매지드와는 오로지 데이터를 사용하는 문자메시지와 사진으로만 소통한다는 게 게임의 기본 설정입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사치품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필수품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노어의 목소리는 여행이 끝날 때 보내는 음성메시지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영어로 매우 생생하게 말합니다. 사랑해, 고마워, 살려줘. 망했어. 체포됐어. 저는 대충 이 정도만 알아들었습니다 ㅠ).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는 게임 장면. 오른쪽 사진 배경에 난민을 적대하는 내용의 낙서가 보입니다.

(https://thepin.ch/knowledge/mQTgT/dilute-game-review-24) 참고

 

이런 무거운 배경에서 이루어지는 노어와 매지드의 대화는 시종일관 그렇게 어둡거나 촉박하지만은 않습니다. 노어는 때로는 여행을 하며 느끼는 여러 감정을 썰렁한 아재 개그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런 노어에게 매지드는 이모티콘을 보내 응수하기도 합니다. 여행 중에 힘들어하는 노어에게 매지드는 힘을 내라며 셀카를 찍어 보내주기도 하고요, 노어는 여행 중 인상적인 풍경이나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셀카로 찍어 알리기도 합니다. 언어의 장벽만 넘는다면 오랜 연인이나 부부끼리 느끼는 다정함과 친근함, 때로 노어와 바로 연락이 안 될 때(게임의 흐름에 따라 1-2일씩 연락이 두절되기도 합니다.)매지드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등장하기는 하나, 메신저 대화의 특성상 전체적인 내용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저도 해냈습니다, 여러분. 하하…

그런 대화 안에서 시리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모습, 공습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사력을 다해 치료하는 시리아 현지 의료인들, 시리아 난민들을 선의로 돕는 유니세프 활동가들과 돈을 받고 시리아 난민들의 망명을 돕는 수많은 브로커들, 시리아 난민을 체포해 그 전에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거나 장벽을 세우는 등 난민의 이동을 통제하는 각국 정부와 난민들을 돕거나 공격하는 각국의 시민들 등 시리아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Bury me, my love” is a fictional story inspired by real people and events.]라는 안내문은 결코 빈말이 아닙니다. 시리아의 알레포(Aleppo)와 홈즈라는 도시에서 발생했던 독재정권의 잔혹한 공격과 시민들의 탈출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도망가다 배가 뒤집혀 사망하는 보트 피플의 이야기로 흐르기도 하고, 터키에 설치된 난민 캠프에서 벌어지는 여성과 아동들에 대한 각종 성폭력과 착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겨우 벗어나더라도 노어는 유럽에서 네오나치와 같이 난민을 배척하는 이들을 만나 위협을 받거나, 도와주는 척 하면서 사기나 성폭행을 시도하는 악당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을 메신저에서 계속 지켜봐야 하는 매지드의 심정은 어떨까요.

플레이 중 노어가 찍어 보내주는 다양한 사진들(게임 제작자가 편집, 발췌한 이미지 모음)

(출처 : https://twvideo01.ubm-us.net/o1/vault/gdc2018/presentations/Maurin_Flore...)

이 게임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개발자들이 실제 시리아 난민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시리아 전쟁 뉴스를 보고 막연히 아이디어를 떠올린 게 아니라, 2015년에 시리아 다마스쿠스(Damascus)에서 실제로 탈출하여 독일까지 망명하는 데 성공한 시리아인 Dana(다나)의 사연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이 다나의 이야기는 프랑스 르몽드의 기자 Lucie Soullier(루시 솔리에)가 작성한 르포 기사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3) Pixel Hunt사의 CEO인 Florent Maurin(플로랑 모랭)은 기자 출신 프랑스인 게임 개발자로 위 르포 기사에서 큰 감흥을 받고는 루시 솔리에를 직접 만나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독일에 살고 있는 다나와 메신저로 대화하거나 시리아 난민 캠프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게임 속 메시지와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4) 게임에 나오는 다양한 장면들 중에는 실제 다나가 찍은 사진에서 따온 것들이 많습니다.


다나가 찍은 카페에서의 사진과 게임 속 노어의 사진 비교 예시

노어는 여행을 하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다양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을 만나고,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느끼는 감정을 매우 진솔하게 표현합니다. 진솔하다는 것이 늘 노어가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나와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그러했듯, 노어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때도 있지만, 매지드가 걱정할까봐 메시지를 치다가 지우는 등 망설이거나 소위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기분이 너무 좋을 때는 매지드를 골려주려고 돈을 잃어버렸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노어가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플레이어는 2개의 선택지에서 힘든 고민을 해야 합니다. 선택지들은 가끔 따뜻한 위로와 냉정한 조언 사이에 있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 노어가 바로 도망가야 하는가 머물러야 하는가와 같은 매우 급박하거나 어떤 걸 선택해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이라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실시간은 아니라서 충분히 고민해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에서 바로 느껴지는 아쉬운 점은 중간에 원하는 지점에서 세이브(저장)/로드(불러오기)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없고, 이미 봤던 대사를 빠르게 넘기는 스킵(Skip)기능도 없다는 특징입니다. ‘아니 무슨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에 저런 기능이 없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플레이한 유저들이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PC 버전에서는 조금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게임을 하다가 플레이어가 원치 않는 결말(Bad Ending)을 불러오는 선택지를 고르고 말았을 때,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미리 특정 지점을 저장해두었다가 그 지점을 다시 로드해서 시작하게 해줍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여러 번 플레이하게 하면서 원하는 엔딩을 쉽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죠.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우선 엔딩을 보기 전까지 세이브는 가장 최근의 선택지점에서만 강제로 이루어지고, 한 번 엔딩을 보면 게임을 원하는 지점에서 시작할 수 없고 무조건 여행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며, 다시 시작하면 이미 봤던 대화를 스킵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시 봐야 합니다. 이 게임의 엔딩은 19개가 있다고 하니, 그 엔딩을 다 보려면 엄청난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며 마땅한 공략도 찾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중에 5개 정도밖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Dana의 실제 이야기에 맞춰진 진(眞)엔딩은 독일에 도착하는 것인데, 저는 아직도 어떤 길로 가야 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필자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마주했던 선택의 순간들. 이것 이외에도 정말 다양합니다.

 

왜 굳이 이렇게 불편하고 게임의 재미를 반감할 수 있는 방식을 취했을까요. 플로랑 모랭은 게임의 기획 의도를 ‘Exploring Helplessness’라고 요약합니다. 다나를 비롯한 시리아 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족, 연인,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많이 느꼈던 감정은 기쁨과 행복 이상으로 ‘무기력함’이었다고 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혹시 걱정할까봐 자신의 처지를 모두 드러낼 수는 없는 데서 오는 미안함, 전쟁 상황에서 겪는 친지들의 고통을 알면서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이 도망쳐온 자신의 처지에서 느껴지는 무력함 등등. 개발사는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Dana는 운좋게 해피 엔딩을 맞았지만,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은 그렇지 못했기에, 플레이어의 편의가 아닌 실제 삶에서 존재하는 불편함과 고통을 중심으로 게임이 구성되었습니다. 이 게임을 하시게 된다면 이유 있는 불편함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인생은 늘 1번뿐이니까요.

플로랑 모랭은 이 게임 말고도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 아이티 대지진, 파푸아뉴기니 부정선거 등 실제 사건들을 소재로 한 게임을 제작해 언론사에 제공한 바 있습니다. ‘게임은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현실을 잘 묘사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에 따른 것이지요. 그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시리아 난민들와 계속 접촉했고 그동안 난민에 대해 내가 알던 것들이 게임을 만들면서 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미디어에서 어떤 무리, 집단으로만 흔히 묘사되는 난민이 아닌, 우리와 같이 하나하나 모두 다르고 개성적인 주체로서의 난민을 볼 수 있었던 것이죠. 스마트폰을 통해서 기쁨, 슬픔, 유머를 나누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그들. 예맨 난민을 갑자기 만났던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했던 건 저런 상식이 아니었을까요.

다나가 시리아에서 독일까지 이동했던 루트

플로랑 모랭은 이 게임으로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시리아 난민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난민들이 느꼈던 감정들을 플레이어들이 느끼고 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이 게임이 여러 가지로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소개해드릴 ‘사마에게’ 라는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어주었고,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시리아 전쟁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게 해주었으니까요.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배를 받았다가 겨우 독립했지만 잇따른 군부 쿠데타로 혼란을 겪다가 하페즈 알아사드(1930-2000)와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1965-)가 무려 60년이 넘는 철권통치를 일삼은 나라, 2011년부터 시민들이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정부, 그 내전에 개입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미국과 러시아, 터키, 레바논, 이스라엘과 같은 강대국들의 이야기까지… 알면 알수록 해답이 보이지 않는 참혹한 현실이 아직도 그대로인데, 이제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시리아입니다.

코로나-19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선거판. 우울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이곳에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께 감히 이 불편한 게임을 해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이 게임을 통해 여러분은 시리아에서 터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스웨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을 스마트폰으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목숨을 건 여행이지요. 이 게임을 통해 긴장감과 서글픔이 함께 하는 노어의 여행을 함께 하면서 우리가 충분히 지지하고 연대해주지 못했던,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깨울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게임에서 느껴지는 그 무력감과 분노가 여러분들을 조금은 따뜻하게 해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지루한 글에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에서 만났던 가장 따뜻했던 장면들과 가장 행복했던 엔딩(왜 그런지는 직접 해보세요^^)

 


1)흔히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과의 분쟁으로 시작되었기에 ‘내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몇 년 전부터 단순 내전을 초월한 국제 분쟁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김재명,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하는 교양 57 – 시리아 전쟁’(2018), pp. 88-89. 참고.

2)①수상 내역 – Developper Choice Award at Indiecade EU 2017 / the Best Meaningful Play Award at the IMGA / the first prize at the Google Play Indie Game Contest 2018

②수상 후보 내역 – nominated at the GDC, Game Awards, BAFTAs and Webby Awards

3)르몽드 2015년 12월 18일자 기사 참고. 이 기사에는 Dana가 가족들과 스마트폰 메신저로 주고 받았던 메시지와 사진이 메신저 형태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안타깝게도 프랑스어로만 서비스되고 있음) (https://www.lemonde.fr/international/visuel/2015/12/18/dans-le-telephone...)

4)게임 개발 스토리는 아래 영상 링크에 간단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스토리 : https://www.youtube.com/watch?v=4-uQgqW09CE) 또한 플로랑 모랭은 2018년 GDC(Game Developer Conference)에서 30분 가량 게임의 제작 과정과 구성 원리를 자세하게 발표한 바 있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yDzsSvFZh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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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0/03/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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