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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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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admin | 목, 2020/10/15- 03:35

신속한 코로나19 대응, 그러나?

북한은 2020년 1월 말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경을 봉쇄함으로써 신속하게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 봉쇄 이후 북한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방역 활동을 보도하며 10월 초에도 ‘확진자 0명’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8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Edwin Salvador 평양사무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8월 20일 기준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다는 내용을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고, 김정은 위원장 또한 10월 10일 있었던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직접 “단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면 북한의 ‘확진자 0명’ 주장이 틀렸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외부에 공개된 북한의 코로나19 현황 정보는 대부분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사 건물

 

신뢰할 수 없는 정보

북한의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됩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민간 언론, 시민단체와 같이 국가의 권력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발표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즉,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또는 그러한지 아닌지 살펴볼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현황을 국제사회가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당국이 통제하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현상과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

당국의 정보 통제는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의 어려움은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외부의 추측성 보도를 유도합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소위 ‘카더라’식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확산은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킵니다. 하지만, 북한 내·외부에서 돌아다니는 정보가 독립적인 절차에 의해 제때 검증/확인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팬데믹’에 관한 제한된 정보 접근이 북한 내·외부에서 ‘인포데믹’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악의 정보 통제 국가

북한의 심각한 정보 통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악명이 높습니다. 2019년 9월, 북한은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한 ‘세계 10대 최악의 검열 국가10 Most Censored Countries에 포함된 바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북한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에서 180개 국가 중 180위라는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 화면 캡쳐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 화면 캡쳐

 

RSF는 북한 사람들이 당국의 완전한 통제를 받는 언론과 통신수단으로 인해 ‘무지상태state of ignorance’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현황과 관련해 북한의 투명성 결여 문제를 꼬집으며 당국에 국제 언론의 북한 내 조사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억압된 정보 접근권

북한은 사회 전 영역에서 정보 접근권이 억압받는 국가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 교류가 심각하게 제한됩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추구하거나 전파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합니다. 오직 관영매체를 통해 검열된 정보만을 접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 보급에도 불구하고 2020년 현재까지도 일반인의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정보 접근에서 발생한 정보격차로 인해 경제·사회적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실태 조사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인권상황을 조사해왔습니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의 정보 제한 실태에 관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자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2019년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제3차 북한에 대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앞서 UPR 실무그룹에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본 의견서에서는 북한의 정보 접근권 실태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의견서
북한의 현장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정보 접근권, 수감자 및 기타 피구금자 처우, 자국민의 해외여행 자유, 사형제도와 관련한 우려를 제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

“북한은 자국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라는 권고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교환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립적인 신문이나 기타 매체, 시민사회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리트 지배층의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은 인터넷이나 국제 이동전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 통신에 대한 감시와 방해는 불특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근거 없이 이루어진다. 이는 정보를 추구하고 받고 전할 권리를 제한한다.”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 접근권이 야기한 혼란을 경험했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안정성’ 유지를 이유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Li Wenliang을 체포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당국의 과도한 정보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기인했습니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사회 안정 등을 이유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통제해 왔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북한 당국자

북한 당국자 “신종코로나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면 안 돼”

 
북한의 정보 통제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합니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통제로 인해 북한 사람들은 국가의 엄격한 검열을 거친 한정적인 정보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심화한 보건의료 위기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을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계인권선언과 정보 접근권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이것은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와 자유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 제19조의 내용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정보 접근권은 그 무엇보다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권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쓰고 거리 나온 평양 주민들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온 평양 주민들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정보 접근권 보장

국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조치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19로부터의 위협을 국가 비상사태로 받아들이고, 연일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주민들이 만반의 방역태세를 갖추게끔 지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 주제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개선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투명한 정보로의 접근은 방역에서 핵심적인 부분인데도 말입니다.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현실을 파악하고 경각심을 가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허용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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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어느덧 성큼 돌아온 명절이지만,
한가위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이 흔들리고, 불안감에 휩싸일수록
내 곁을 돌아보고, 주변에 안부를 묻는 등
‘느슨한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위기 속에서 변화의 힘을 찾아봅니다.
나만의 위기가 아닌 우리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하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시민과 시민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열지 못하더라도
시민들이 기존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생각을 나누고, 함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디딤돌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운 한가위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추석이 되시길 바랍니다.

– 희망제작소 연구원 드림

월, 2020/09/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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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 국민을 걱정했지만, 전 국민은 그를 걱정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맞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질병관리본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 청장의 머리카락은 점점 더 희끗희끗해져 갔고 얼굴은 까칠해졌다. 첫 브리핑 때 그는 깔끔한 재킷을 입었지만 이내 노란색 민방위복으로 바뀌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국내에 발생한 1월19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대개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했다. 숙소는 질병관리청 옆 관사였다. 186일을 연달아 일한 뒤 7월24일 오후부터 25일까지 처음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러나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싶었던 코로나19는 8월 들어 또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졌다. “5월 연휴로부터 촉발된 2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며 경고한 정 청장의 말대로였다.

시민들은 다시 정 청장만 바라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독립하면서 정 청장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정 청장은 취임사에서 “아직 우리는 태풍이 부는 바다 한가운데 있지만 질병관리청이라는 새로운 배의 선장이자 또 한명의 선원으로서 저는 여러분 모두와 끝까지 함께 이 항해를 마치는 동료가 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때문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못 볼 뻔

정 청장은 1965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전남여고, 서울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의사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갈 수도 있었지만 정 청장은 공공의료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작은 1994년 경기 양주시의 보건소였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그는 전염병 신고 기준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1998년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에 연구관으로 특채되면서 공직에 들어섰다.

2006년부터는 보건복지부로 옮겨 혈액장기팀장을 맡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당시 노연홍 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삼고초려’ 끝에 데려왔다고 한다. 정 청장은 처음에 연구원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연구원에서 복지부로 넘어와 행정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정 청장은 반대였다. 막상 자리를 맡은 뒤 업무 처리 능력은 탁월했다. 노 전 수석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 청장이 업무를 맡은 이후 “대형 혈액사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을 맡아 신종플루 대응에 참여했다. 본격적으로 감염병 업무를 맡기 시작한 셈이다. 2014년부터는 다시 질병관리본부로 돌아왔다. 2015년에는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았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정부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서 역학조사 과정을 지휘했다.

메르스는 정 청장에게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6년 감사원은 메르스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보건의료 분야 공무원 9명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 청장은 이때 정직 처분을 받았다가 나중에 감봉으로 한 단계 낮은 징계를 받았다. 과도한 징계 처분에 공직사회를 떠난 보건·역학 전문가들도 있었다. 정 청장 역시 자리를 떠났다면 지금의 그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정 청장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에 임명했다. 당시 국장급이었던 정 청장을 차관급인 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2단계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였다. 정 청장은 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역학조사관 충원, 진단 검사 및 동선 추적, 위기단계별 전략 등 신종 감염병 대응 전략을 착착 진행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정 청장의 준비는 빛을 발했다.

전문가들도 정 청장의 능력에 신뢰감을 표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을 제안 받은 정 청장이 자신에게 “너무 책임이 큰 자리라 두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때 놀랐습니다. 남자 공무원은 야망이 앞서서, 일단 수락하고 카리스마로 휘어잡는데… 이분은 책임질 생각부터 하시는구나. 정 본부장 리더십의 핵심은 ‘책임감’이에요. 그 자리에서 하루하루 책임의 기적을 이뤄가는 분이죠.”

박도준 전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정 청장에 대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우리나라 최고 방역 전문가”라며 “차관급은 보통 2년 이상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는 올해로 본부장을 맡은 지 3년이 됐다. 대체할 만한 전문가가 없다는 방증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위기에 빛난 정은경의 브리핑

최근 한 현역 의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은경이 한 게 브리핑밖에 더 있냐”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설사 ‘브리핑’밖에 없다고 해도 그 브리핑의 무게감은 컸다. 시민들은 정 청장의 말 하나하나를 무거운 신호로 받아들였다. 작가 김훈은 <한겨레>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늘 현실의 구체성에 입각해 있었고, 당파성에 물들지 않았고, 들뜬 희망을 과장하지 않았으며, 낮은 목소리로 간절한 것들을 말했다. (…) 모두의 힘을 합쳐야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거듭된 호소는 가야 할 방향을 설득했다. 그는 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했는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말하기는 매우 희귀한 미덕이다. (…) 나는 날마다 정은경 청장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미증유의 상황은 종종 사람들이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도록 만든다. 방역의 최고 책임자가 우왕좌왕하거나, 팩트를 자꾸 바꾸거나, 상황에 따라 감정적인 기복을 보였다면 시민들은 더 불안에 빠졌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 총 책임자가 정 청장이었다는 사실은 행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들은 정 본부장이 그 사실을 믿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정 본부장의 말을 사실로 믿었다.”

무엇보다 정 청장 스스로의 자세가 신뢰감을 줬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던 지난 2월, 정 청장은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짧은 단발머리를 숏컷으로 다시 한 번 잘랐다. 브리핑 때 “1시간도 못 주무신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묻자 “한 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정 청장과 한국의 방역에 찬사를 보낼 때도 자신의 치적에 대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인터뷰는 가급적 피하고 ‘국민에게 보고한다’는 원칙으로 브리핑에 집중했다.

지난 5월 <시사저널>이 정 청장의 100일간 브리핑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 본부장에 사용한 단어는 대개 감정이 배제된 ‘중립적 표현’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 이를테면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검사 건수를 축소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단호한 어조를 취했다.

대신 그의 말 속에는 정확한 수치들이 가득하다.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도, 한 자리로 줄었을 때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착오나 실수는 즉각 수정하고 모르는 부분은 ‘확인하고 알려드리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 발병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정 청장의 브리핑이 단순한 사실 전달만은 아니었다. 그는 “마스크 자국이 선명한 의료진의 얼굴을 떠올려달라”고 호소했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특집 브리핑도 열었다.

이인숙 ‘플랫폼9 3/4’ 이사는 정 청장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을 5가지로 정리했다. 없는 것 5가지는 이렇다. “① 정은경이 없다 ② 희망고문과 과장이 없다 ③ 전문용어가 없다 ④ 뜨거움과 차가움이 없다 ⑤ 정치색이 없다” 있는 것 5가지는 이렇다. “① 데이터와 팩트가 있다 ② 잘못과 한계가 있다 ③ 부탁과 당부가 있다 ④ 공감과 감사가 있다 ⑤ 원팀이 있다” 어쩌면 쉬워 보이는, 기본적인 원칙처럼 보이지만 아홉 달 가까이 일관성 있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 청장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오랜만에 확진자 수도 두 자리 수를 유지하는 추세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 청장은 감염 위험을 경고하는데 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라는 문구를 인용해 타임지에 직접 정 청장에 대한 소개를 썼다. “정 청장의 성실성이야말로 우리에게 남겨질 가치가 있는 이야기,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와 맞서는 수많은 ‘정은경’들에게,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인류 모두에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청장은 지난 7월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나면 무엇이 제일 하고 싶으냐는 당시 진행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웃음) 국민들께서도 그러시는 것처럼 저희도 예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아마 시민들은 오늘도 정 청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참고자료

[시사저널 2020. 5. 1] 정은경 100일 브리핑 분석 – 상황은 흔들려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2020. 9. 16] 돈 안되는 시골의사로 26년…’코로나 헌터’된 문학소녀 정은경

[동아일보 2020. 7. 30] 186일 연속근무후 첫 휴가… 정은경 “집근처서 안전하게”

[WSJ 2020. 4. 4] Thank God for Calm, Competent Deputies

[한겨레, 2020. 9. 14] 김훈 거리의 칼럼 – 정은경

[조선일보, 2020. 2. 25]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숏컷한 질본본부장

[조선일보, 2020. 9. 13]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 “희망 버려야 살 길 생겨, 코로나 2~3년 더…생활 태도 바꿔라”

[김현정의 뉴스쇼 2020. 7. 3] 정은경 “국민이 백신입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이인숙의 새로운 발견19>‘닥터 코로나’ 정은경에게 없는 5가지, 있는 5가지

<신동아 2020. 3. 28> 정은경 본부장이 날마다 직접 브리핑하는 이유

 

황경상

토, 2020/10/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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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비상사태

[caption id="attachment_210704" align="aligncenter" width="640"]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서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손형주 기자[/caption]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택배, 배달음식과 같은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감염의 우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을 이용하고, 집에서 배달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온라인몰인 SSG닷컴 조사 결과, 배송 주문 건은 작년보다 20% 늘었고, 매출 또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또한, 지난 2월 배달음식 주문량은 2752만 건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2월 주문량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양이다. 이에 따라 국내 쓰레기양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쓰레기가 작년보다 평균 약 20% 가까이 증가하면서 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재활용품의 단가 또한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미뤄진 재포장금지법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쓰레기 증가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제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에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같은 소비라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비를 선택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언론과 광고를 통해 자사의 제품은 재활용이 용이하고, 자사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환경친화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까?

플라스틱 포장재로 인한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과대포장과 이미 포장된 제품을 추가로 포장하는 재포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포장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중 포장재 폐기물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포장 폐기물은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규제가 시급하다. 이에 환경부는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과대포장과 재포장 금지에 관한 제도(이하 재포장금지제도)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반발과 일부 언론들의 왜곡 보도로 시행되지 못하고 미뤄졌다.

[caption id="attachment_210705" align="aligncenter" width="960"] 환경부가 발표한 재포장금지법 팩트체크 ⓒ뉴스톱 권성진[/caption]

재포장 금지법이란, 기업의 할인 판촉 과정에서 이미 포장된 제품을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예를 들면, 현재 우유 한 개의 가격에 두 개를 제공할 때, 두 개의 우유를 비닐 팩에 또 담아서 판매하고 있는데 결국 별도의 포장재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재포장 금지법은 우유를 하나 더 가져가도록 안내하거나 고리 또는 띠지로 묶어서 판매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재포장금지법’은 묶음 할인을 금지하는 제도”라고 왜곡 보도하며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유통업체 또한 재포장금지제도에 대해 “과대포장과 재포장 문제는 제조업체가 먼저 나서야 할 일”이라고 말하며 재포장과 과대포장 문제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재포장 금지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전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는 포장재 폐기물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결국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실 대형 마트에서 포장 폐기물을 줄일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 아일랜드는 151개 매장과 온라인에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재포장 묶음 판매 상품을 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포장재 양을 줄이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묶음 포장 대신 낱개로 계산할 때 할인가를 적용하거나 추가로 증정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 방식에 잘 따르고 있으므로 유통업체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10년간의 협약 깨뜨린 '진로이즈백'

[caption id="attachment_209459" align="aligncenter" width="480"] ⓒ환경운동연합[/caption]

재활용에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은 또 있다. 지난 2009년 소주 제조사들은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을 위해 소주병 재사용률을 높이고자 환경부와 함께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360ml 초록색 소주병이 공용병, 즉 표준용기로 지정됐고, 국내 주류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와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하여 총 7개 소주 제조사가 이 협의에 동참하여 공용화병 사용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2019년 4월, 하이트진로가 초록색 소주병이 아닌 비표준 용기에 담은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공병 재사용 활성화 정책을 흔들기 시작했다. ‘진로이즈백’은 출시하자마자 72일 만에 천만 병이 넘게 판매되는 등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엄청난 판매량에 비례하여 비표준 용기는 주류 시장에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공용병을 사용해오던 타 제조사들과의 갈등을 빚게 되었다. 10년 동안 표준용기를 사용해온 만큼 소주 공병 수거 시스템이 표준용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은 도매사가 음식점 등 소매점에서 빈 병을 수거하여 소주 제조업체 공장에 되돌려주는 방식인데, 대부분 공용병이다 보니 음식점이나 도매사에서 제조사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병을 수거하여 제조사에 전달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회수된 비표준 용기는 기계로는 분류가 어려워 일일이 사람이 분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왜 진로이즈백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자사의 제품이 불러일으킨 비표준 용기 논란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주류 업체 10개사는 논쟁 끝에 표준용기(초록색 병)과 비표준용기(투명색 병)을 1:1 맞교환할 수 있다는 원칙에 끝내 합의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비표준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라면 공병 교환 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비표준 용기를 받는 시스템이었으나, 이 협약으로 인해 비표준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여도 어떠한 부담 없이 1대1로 바로 병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환경부도 "기업 간의 협의를 존중한다."라고 말하며 비표준 용기 유통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이 협의는 10년 간 쌓아왔던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무너뜨리는 협의인 것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깨달아야

[caption id="attachment_210706" align="aligncenter" width="480"] 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플로킹에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견된 기업 순위 ⓒ환경운동연합[/caption]

소주 공용화 자발적 협약, 유통업체들의 플라스틱 포장재 절감, 비닐봉투 사용 금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환경부와 기업들이 맺은 ‘자발적 협약’에서부터 시작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자발적 협약이란 말 그대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협약이다. 따라서 이 협약을 위반하더라도 어떠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 환경부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기보다는 자발적 협약을 권유하며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업 스스로가 앞장설 것을 ‘부탁’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자발적 협약 내용을 위반하더라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번 비표준 용기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발 물러서 “기업 간의 협의를 존중한다.”라는 식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업들과의 자발적 협약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생산단계부터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환경부의 역할이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쓰레기를 만드는 행위다. 또한, 생산 ‧ 폐기 ‧ 재활용 단계에서의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쓰레기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불필요한 포장재는 제거하는 등 생산단계에서부터의 감축을 선행해야 한다. 폐기 이후에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폐기된 자원이 다시 새로운 자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쓰레기를 생산하고, 쓰레기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남기는 만큼,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해 앞장서야 한다.

토, 2020/10/2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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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코로나19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시민체감형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대안을 찾기 위한 기후환경, 보건의료, 복지, 청년, 문화 등 분야별 토론회를 갖고 지난 8일 여성분야를 추가한 종합토론을 거쳐 시민체감형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23일 정책제안서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에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정책제안서 마련 및 전달에 참여한 곳은 인천평화복지연대 외에 인천공공의료포럼,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인천여성회, 인천청년유니온, 인천청년광장 등 7개 단체다.

 

< 관련 소식 >

#인천in : 인천 시민단체, 코로나19 시민체감 10대 과제 제안 http://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6228

월, 2020/10/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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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재벌 특혜와 경쟁제한 방지할 수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통합 추진책을 제시하라

 

지난 16일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천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즉,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5조원의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총 1.8조원(신주 1.5조원과 영구채 0.3조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에 대해 시장에서는 산은이 경영권 분쟁이 일고 있는 한진칼의 백기사를 자처했고,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문제까지 발생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투자합의서에 한진칼 및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윤리경영을 위한 위원회 설치를 통한 오너일가 갑질 발생과 경영성과 미흡시 경영진 교체,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 선임 등의 조항이 있어서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실련은 지금까지 산은이 제시한 내용은 국민혈세로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내용과 항공산업의 독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판단하는 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산은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하여, 경영진에 대한 엄격한 견제와 투명경영 확립을 해야 한다.  현재 한진칼 이사진은 조원태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8인을 합쳐 총 1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례가 있다. 이러한 갑질 기업에 8천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산은이 철저하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를 반드시 사외이사로 추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너일가에 대한 올바른 견제는 물론, 투명경영의 확립을 통해 혈세낭비를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둘째, 공정위는 합병 심사에서 경쟁제한성과 마일리지 합산 등에서 소비자 피해를 엄격히 평가하고 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22.9%와 19.3%였고, 양사의 저가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합칠 경우 약 62.5%로 점유율이 올라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 말고, 노선 별 관련시장을 획정하여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우려되는 구간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토록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나아가 양사의 통합으로 인한 마일리지 합산에서 소비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방지책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채권단은 통합 대형항공사가 저가항공을 자회사로 두지 않도록 하여, 저가항공의 성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양사가 합병되어 일반적인 대형항공사(FSC)가 저가항공사(LLC)를 자회사로 둘 경우 저가항공 산업의 성장이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대형항공사와 경쟁해야 하는 다른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현재 매우 어려운 경쟁환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에서는 양사가 통합 후 저가항공사를 자회사로 두지 않는 방안을 수립함으로써 저가항공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처럼, 과거 정부가 개입한 기업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서, 노동자와 국민들이 그 책임을 떠안는 전례들이 많았다.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여 살려 놓은 기업들은 다시 재벌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악순환까지 반복해 왔다. 물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벌 총수일가에 특혜를 주고 항공산업의 경쟁환경을 저해하는 방식 등으로 양사의 통합이 추진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재벌 특혜와 경쟁제한 방지할 수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통합 추진책을 제시하라.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 문재인 정부는 “친재벌” 정부로 국민들로부터 낙인 찍히고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1월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1118_성명_산업은행의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지원에 대한 입장_경실련_최종

문의:  재벌개혁운동본부 02-3673-2143

수, 2020/11/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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