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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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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admin | 목, 2020/10/15- 03:35

신속한 코로나19 대응, 그러나?

북한은 2020년 1월 말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경을 봉쇄함으로써 신속하게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 봉쇄 이후 북한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방역 활동을 보도하며 10월 초에도 ‘확진자 0명’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8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Edwin Salvador 평양사무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8월 20일 기준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다는 내용을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고, 김정은 위원장 또한 10월 10일 있었던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직접 “단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면 북한의 ‘확진자 0명’ 주장이 틀렸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외부에 공개된 북한의 코로나19 현황 정보는 대부분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사 건물

 

신뢰할 수 없는 정보

북한의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됩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민간 언론, 시민단체와 같이 국가의 권력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발표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즉,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또는 그러한지 아닌지 살펴볼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현황을 국제사회가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당국이 통제하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현상과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

당국의 정보 통제는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의 어려움은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외부의 추측성 보도를 유도합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소위 ‘카더라’식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확산은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킵니다. 하지만, 북한 내·외부에서 돌아다니는 정보가 독립적인 절차에 의해 제때 검증/확인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팬데믹’에 관한 제한된 정보 접근이 북한 내·외부에서 ‘인포데믹’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악의 정보 통제 국가

북한의 심각한 정보 통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악명이 높습니다. 2019년 9월, 북한은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한 ‘세계 10대 최악의 검열 국가10 Most Censored Countries에 포함된 바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북한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에서 180개 국가 중 180위라는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 화면 캡쳐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 화면 캡쳐

 

RSF는 북한 사람들이 당국의 완전한 통제를 받는 언론과 통신수단으로 인해 ‘무지상태state of ignorance’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현황과 관련해 북한의 투명성 결여 문제를 꼬집으며 당국에 국제 언론의 북한 내 조사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억압된 정보 접근권

북한은 사회 전 영역에서 정보 접근권이 억압받는 국가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 교류가 심각하게 제한됩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추구하거나 전파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합니다. 오직 관영매체를 통해 검열된 정보만을 접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 보급에도 불구하고 2020년 현재까지도 일반인의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정보 접근에서 발생한 정보격차로 인해 경제·사회적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실태 조사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인권상황을 조사해왔습니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의 정보 제한 실태에 관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자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2019년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제3차 북한에 대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앞서 UPR 실무그룹에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본 의견서에서는 북한의 정보 접근권 실태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의견서
북한의 현장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정보 접근권, 수감자 및 기타 피구금자 처우, 자국민의 해외여행 자유, 사형제도와 관련한 우려를 제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

“북한은 자국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라는 권고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교환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립적인 신문이나 기타 매체, 시민사회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리트 지배층의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은 인터넷이나 국제 이동전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 통신에 대한 감시와 방해는 불특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근거 없이 이루어진다. 이는 정보를 추구하고 받고 전할 권리를 제한한다.”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 접근권이 야기한 혼란을 경험했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안정성’ 유지를 이유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Li Wenliang을 체포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당국의 과도한 정보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기인했습니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사회 안정 등을 이유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통제해 왔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북한 당국자

북한 당국자 “신종코로나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면 안 돼”

 
북한의 정보 통제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합니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통제로 인해 북한 사람들은 국가의 엄격한 검열을 거친 한정적인 정보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심화한 보건의료 위기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을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계인권선언과 정보 접근권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이것은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와 자유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 제19조의 내용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정보 접근권은 그 무엇보다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권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쓰고 거리 나온 평양 주민들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온 평양 주민들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정보 접근권 보장

국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조치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19로부터의 위협을 국가 비상사태로 받아들이고, 연일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주민들이 만반의 방역태세를 갖추게끔 지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 주제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개선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투명한 정보로의 접근은 방역에서 핵심적인 부분인데도 말입니다.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현실을 파악하고 경각심을 가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허용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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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왜 세계를 개변시키는가? 이는 현실문제일 뿐 아니라 더욱더 이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국제관계 이론과 역사 서술 중에서, 바이러스 전염병의 각도에서, 역병이 도대체 인류의 기본 사회생활, 국가사이의 권력경쟁 및 이익분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총결산하는(总结) 글은 거의 없다(少有).

그렇지만, 이번 신코로나 역병은 민족, 국적, 성별, 피부색, 연령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이미 세계 200여 국가와 지역에 확산되었다. 이로써 인류의 위기와 재난의 서술을 새롭게 다시 쓰게 되었고, 우리의 세계정치이론 인식과 역사경험을 변화 및 개선시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코로나 역병은 다음의 4가지 방면에서(从以下四方面) “전대미문”적으로 세계를 개변시키고 있다.

첫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인류의 경제질서와 경제활동에 가져온 충격은 전례가 없을 정도이다(前所未有的). 이 전염병 때문에, 세계 절대 다수 국가가 자가격리를(居家隔离) 경험하고,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社交距离) 유지하고, 심지어는 도시봉쇄까지(封城) 해서, 경제활동 중의 소비수요는 압축을 받아(被压缩到了) 생활필수품 공급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산업과 제조업은 모두 정상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자본도 역시 명확한 투자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의 모든 요소가 정지상태(停摆)에 놓여 있음을 말한다.

신코로나 역병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전 지구적 경제쇠퇴를 가져올지에 대해, 어떤 사람은 앞으로 1929-1933년 대공황(大萧条)이후 최대의 세계 경제위기가 될 것이고, 심지어 어떤 이는 대공황시기에 비해 더 엄중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둘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대국간 전략경쟁을 모든 요소의 대결시대로 진입하도록 만들고 있고, 현재의 중·미관계 악화는 이의 전형적인 보기이다. 우리들이 과거에 인식한 중·미관계의 경험적 사실은 “좋긴 하지만 좋아 보았자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또 나쁘긴 하지만 나빠 보았자 얼마나 나빠지겠는가?”였다(“好也好不到哪里,坏也坏不到哪里”). 그렇지만 오늘날의 중·미관계에는 이미 거대한 “범주적(파라다임의, paradigm) 변화(范式变化)”가 발생해버렸다. 정말로 총체적 대결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경제나 군사뿐 아니라 과학기술협력, 인문교류, 각자 국내시장과 경제관리체계 등의 방면에까지 포괄하여, 모두 충돌과 대결의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중·미관계가 오늘날 악화되는 과정 중에 가장 위험한 요인은 감정화와 정치화이다(情绪化和政治化). 특히 미국정부는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기(甩锅)”위해 끊임없이 중국의 거동에 대해 “낙인찍기(污名化)”를 해왔다. 중·미관계는 “최악은 아니지만, 단지 더욱 악화될(没有最坏,只有更坏)”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냉전종식 근 30년래 전대미문의 정치와 사회 사조에 새로운 격동과 기복을(激荡起伏) 가져왔다. 냉전종식은 자유주의 가치관과 그 실천의 세계화를 가져오도록 했고, 구체적으로 시장에 그 요소를 배치하고, 가치 및 산업의 연계구조의 배치를 통해 세계화를 구현했다. 더 나아가 각국 정치, 사회의 협치 프레임과 중대한 초국가적 의제설정과 협치(관리, 거버넌스 governance) 기제의 세계화도 가져왔다.

신코로나 역병이 폭발하면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 협치(거버넌스) 기제가 엄중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더욱더 “미국우선주의”의 협애한 대중영합주의(狭隘民粹主义, 포퓰리즘) 때문에 국제제도의 규칙을 기초로 하는 전 세계적 협치(글로벌 거버넌스, global governance) 역시 심각하게 쇠약해지고 있다. 역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사회 및 개인의 관계는 중대한 역사적 조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과 자원배치 능력을 강화시키는 “신국가주의”가 전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넷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전세계의 여론방향을 재(再)설정하고(다시 빗고, 重塑) 있다. 전대미문의 여론 “히스테리화”를 조성하고, 민족주의, 인종주의, 배외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자유 및 상호개방과 국가와 지역을 넘어선 사회적 교류왕래는, 신코로나 사태 이후, 엄중한 타격과 제한에 직면해 있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중요 경제체 사이에 상호 방어 장벽을 유발하고, 전략경쟁은 경제, 사회 및 여론 등 영역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래서 각국이 가치와 관념에서 상호 경계와 장벽을 치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서방 매체의 영향을 받아 “중국차별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서방매체는 더 나아가서 도발의 기회를 잡고 중국에게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정체를 강요당하고 있기도 하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전 세계적으로 4단계의 “충격효과”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은 “공공위생위기” “경제와 민생위기” “사회위기” 그리고 일부 국가에 나타나는 “정치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충격은 제1, 제2 단계에 처해 있었고, 지금은 제3단계로 향해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다. 제4단계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신코로나 역병은 어떻게 세계를 개변시킬까? 필자는 다음 3개 방면의 개변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본다.

하나의 방면은 세계가 “신 전국시대”로 진입해서, 국가 간 경쟁, 방어, 경계 등의 전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장기화(持续拉宽和拉长)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우리는 언제나 “단극” 또는 “다극”을 이야기 해왔지만,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앞으로 “극”의 개념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공허하게(空前虚化) 만들 것이다.

국제구도는(国际格局) 더 이상 간단하게 “극”이란 개념을 주체의 권력분배 구조로 삼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해관계의 경계, 방어, 충돌 등이 더욱 세밀해 지고,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결과 국제구도는 앞으로 국제질서의 주도적 영도 역량이(리더십, leadership) 부족해지고, 국가 간 다(多)영역, 다(多)전선, 다(多)차원의 “옥신각신 다투는(明争暗斗)” 신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가 본래 적극적으로 만들었던 브릭스(BRICS)국가협력기제, 상하이협력조직기제, 신흥경제체협력기제 등 모두가 앞으로 매우 많은 새로운 도전과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국제역량에서 “동승서강东升西降—동양은 상승하고 서양은 하강하는” 구도(格局) 또한 중대 시련을 겪을 것이다. 브릭스국가와 신흥경제체제는 역병발생으로 비교적 큰 충격을 받았고, 남아프리카, 브라질, 인도의 화폐는 지난 2개월 동안 대폭 평가절하 되어 사람들이 우려하게 되었다.

미래의 세계 권력과 이익구조는 다시 재조직될 것인가? 우리는 이 “신(新)전국(戰國)시대”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이러한 도전은 전대미문이다.

또 하나의 방면은 대국의 전략경쟁이 더욱더 엄준한 신단계로 진입한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은 “신냉전” 진입을 시작한 바와 다름없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추세를 두고 볼 때, 중·미관계는 “신냉전”으로부터 아마 한 걸음 떨어진 정도로 다가 와 있는 것 같다(只有一步之遥). 만약 미국 트럼프정부가 역병 방역의 실패를 덮고 또 선거에서 경쟁하기 위해, 중국 “낙인찍기”를 계속한다면, 중·미는 역병 이후 시대에도 아마 “신냉전”이라는 악마의 그림자에서(魅影) 벗어나기는 힘들(难以摆脱) 것이다.

“신(新) 냉전”과 구(舊) 냉전의 최대 차이는 국제체계가 다시는 간단하게 새로운 진영 편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은 경제와 상업에서 여전히 서로 뒤얽혀(交集, 교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적대는 아마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在所难免). “신냉전”은 중국이 원하는 바가 결코 아니고, 더욱이나 중국굴기의 전략이익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트럼프정부가 만약 “신냉전”을 한사코(硬要) 중국에 강압하면(强加于中国), 우리로서도 물러날 길이 없게 된다(无路可退)!

또 다른 하나의 방면은 세계 경제 질서가 대규모로 새로 짜질 수 있고(重组), 세계화 진행의 조정 또한 피할 수 없는 추세(势在必行)라는 점이다. 1990년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빈곤인구 수는 끊임없이 내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세계적으로 4-6억 빈곤인구를 새로이 증가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숫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再加上) 새로운 세계적 가뭄과 신코로나 폐렴역병의 반복 출현 가능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근 40개 국가에 엄중한 경제후퇴가 나타날 것이다. 신코로나 역병은 전 세계 발전의 현존 구도를(现有格局) 개변시킬 것이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에 의한 세계의 개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에 우리들은 사상, 심리, 지식 등에서 충분한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출처: 新冠疫情会如何改变世界 (환구시보 게재)

역자: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중국 환구시보에 실린 글을 강정구 동국대 명예교수가 번역하여 통일뉴스(20.05.09)에 실린 글로 역자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 실린 것임.

저자: 주펑(朱锋)

난징대학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 난징대학 중국남해공동혁신연구센터 소장

토, 2020/05/3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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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차별적인 기준에 기반을 둔 혐오표현은 타깃이 된 사람들에게 일차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또는 그 밖의 견해, 출신 민족
또는 사회적 신분, 재산의 많고 적음, 출생 또는 그 밖의 지위에 따른 그 어떤 구분도 없이,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차별적인 기준에 기반을 둔 혐오표현은 타깃이 된 사람들에게 일차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그럼, 혐오표현이 개개인과 사회 전반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함께 알아보아요.

 

혐오표현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혐오표현은 타깃이 된 소수자 집단의 사람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안겨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자유와 안전, 권리를 침해합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혐오표현은 비인간적이고 저급한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인 꼬리표와 낙인이 되어 피해자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들을 때마다 역겹고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고 속이 텅 빈 느낌” “더욱 더 내 자신을 감추고만 싶어지는 기분” “답답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내 존재는 처참히 없어지고 사라진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혐오 발언을 들을 때마다) 내 자신이 미워진다. 이렇게까지 살아야되나 싶다.”
출처: 경향신문 (2017/10/18, 김지원 기자)

 

또한, 타깃이 되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혐오와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혐오와 차별에 동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혐오표현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혐오표현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발언과 행위가 만연한 사회를 만들 수 있어요.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열등하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혐오표현은 사회적 낙인이 찍힌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고, 결과적으로는 소수자들이 사회의 공적 토론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없게 만듭니다.

사회에서 혐오표현은 아주 쉽고 빠르게 퍼집니다. 혐오표현의 확산과 함께 실질적인 폭력과 ‘증오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게 돼요. 증오범죄란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편견에 기반을 둔 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말합니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이후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증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적으로 퍼졌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 ‘묻지마 범죄’의 양태를 보였지만, 범인이 피해망상을 갖고, 손상된 자존감에 대한 분노를 여성을 상대로 표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오범죄로 해석할 여지가 상당하다. [중략] 몇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는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묻지마식 폭행 또한 증오범죄로 해석될 수 있다.”
출처: 뉴시스, (2018/09/10, 심동준 기자)

 

혐오표현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공격의 타깃이 되는 소수자 집단의 인격 자체가 부정될 수 있어요. 소수자의 인간성, 존엄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순간, 집단 단위의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쟁이나 학살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한 걸음 더! 혐오표현의 영향 분석하기

혐오표현에 대응하기 위해 각 표현이 얼마나 심각한지 분석해보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어요. 모든 혐오표현이 해롭지만, 그중에서도 더 큰 해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표현이 있기 때문이죠. 다음과 같은 표를 사용해보세요.

 

 

혐오표현, 여전히 마음속에 질문이 남아있나요?

우리는 매일 다양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수많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혐오표현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 사실에 근거한 발언도 문제가 되나요?
  • 전체가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 대한 말도 문제가 되나요?
  • 당사자를 앞에 두고 한 말도 아닌데 문제가 되나요?
  • 개인의 능력에 대한 말도 문제가 되나요?
  • 나쁜 의도가 아니어도 문제가 되나요?
금, 2020/07/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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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안전망을 없애면, 경제가 살아날까요?

[caption id="attachment_205765" align="aligncenter" width="600"]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제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중소기업뉴스[/caption]

 

지난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40여개의 입법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25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긴급제언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가 불어온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도 주52시간제, 최저임금인상 등과 함께 대표적인 반 기업정책이 되었습니다.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전경련과 경총, 중소기업 중앙회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경총은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문제 삼았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새로운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기업은 환경부에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기준이 연간 100kg(0.1톤)이상 취급하는 업체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너무 과하다는 것입니다.

전경련도 신규물질에 대한 등록 기준을 1톤 이상으로 완화하라고 주장합니다. 기존화학물질은 현재 1톤 이상 모든 물질을 등록하도록 되어있는데, 유해화학물질과 중점관리물질로만 등록하자고 요구합니다. 또한 이미 면제되고 있는 연구개발용(R&D) 물질에 대해서는, 면제 절차를 위한 서류 제출조차도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또 다시 줄여야만 하는 비용의 문제로?

결국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과 직결된 안전 관리가, 또다시 줄여야만 하는 비용의 문제로만 취급받는 분위기입니다.

벌써 다 잊으셨나봅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커다란 비극이 있었습니다. 정부에 신고 된 피해자만 6,757명, 그리고 1,53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피해는 아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공론화 된지도 올해로 10년째입니다.

재계는 애초부터 화평법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법안이 만들어지던 2013년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규제가 늘어나면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가해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회원단체라는 점도 무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책임보다 업계의 이익을 우선시 한 재계

그 뒤에도 화학물질 안전관리법제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뜨거웠던 일본 수출규제사태를 등에 업고, 기술독립을 명분삼아 연구개발용 물질에 대한 등록절차 간소화를 관철하기도 했습니다. 재계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수호하는 로비스트로 활약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캠페인이 많습니다.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고, 정부와 의료진들도 고군분투 중입니다. 적극적인 대처로 국내 방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분명 신종 감염병이 불러온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극복해야 할 대상일 텐데, 재계의 제언들을 살펴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위기극복이란 구호를 외치지만, 결국 재계의 숙원을 공익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이후에도 화학물질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장 3월에만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화학사고로 인명피해의 일상화되는 비극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재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노란리본기금※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금, 2020/04/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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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태풍으로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

2020년 8월 태풍으로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

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마주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북한의 식량 부족에 큰 우려를 표해 왔다.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북한의 식량 사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국제기구는 자체 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가며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도 최근 북한이 마주한 삼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로 인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보다 더욱 악화하면서 인도적 위기에 마주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북한 당국 역시 이례적으로 자국이 마주한 식량 위기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진한 식량 생산으로 인민 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7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 고위급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저조한 식량 생산량을 인정하면서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7월 말, 북한은 한동안 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한국 정부와 전격 합의했는데, 몇몇 전문가는 이에 대해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한국 등 외부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진 점은 인정하면서도, 1990년대 중기 대기근으로 인한 끔찍한 참상이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교할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일부 기관에서 발표한 통계가 가진 한계 및 자료의 곡해 가능성을 지적한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익힘으로써 식량 접근성에 있어서만큼은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일례로, 최근 소토지 등 개인이 운영하는 비공식 농지가 일반화되어 이를 기반으로 한 식량 수급, 유통 등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국제기구 등 외부 기관이 실시하는 조사는 이 같은 비공식 영역에서의 여러 활동을 세밀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북한 당국의 통제 속 접근 가능한 제한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의 왜곡으로 현실 곡해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고기 양식을 독려하는 북한의 선전화

물고기 양식을 독려하는 북한의 선전화

최근 탈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코로나19 이후 북한 내부의 식량 수급 동향을 주목해 왔다. 지난 1년 7개월 여간 이뤄진 탈북인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까지 북한에 거주한 사람의 눈을 통해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분석과 탈북인의 시각을 서로 비교해 보면서 각자가 주장하는 내용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한국지부가 만난 탈북인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북한의 현실을 100% 반영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심층 면접은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하기에 북한 내부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북한에서 생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최근까지도 가족 및 지인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북한 식량 사정과 관련한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탈북인이 증언한 내용 중 공통적인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급격한 물가 상승, 그러나 식량 접근성은 나쁘지 않다

2020년 이후 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어려워졌다. 2020년 국경봉쇄 약 1년 전인 2019년 초와 국경봉쇄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1년 초를 서로 비교하면, 전체적인 물가는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쌀, 식용유 등 주요 식품 가격은 국경봉쇄 이전에 비해 세, 네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식량 가격 상승과는 달리 수급 측면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인 쌀의 경우,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북한산 쌀을 선호한다. 궁핍하지 않는 이상 중국에서 수입/지원되는 ‘저렴하지만 맛이 떨어지는’ 중국산 쌀을 섭취하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경향은 쌀 가격이 급등한 최근에도 여전하다. 곡물을 포함한 주식류 공급과 유통을 살펴보면, 시장에서는 북한산 쌀과 중국산 쌀뿐만 아니라 북한산 안남미, 옥수수, 감자, 콩 등 다양한 품목을 접할 수 있다.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여전히 주민 다수가 자신이 섭취해 오던 식량을 구하는데 있어서 심각한 어려움에 마주하고 있지는 않다. 즉, 급등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접근 가능한 식량의 절대량에 있어서만큼은 계절 특성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부족현상을 관찰하기 힘들다. 채소 등 다른 주요 식량의 수급에 있어서도 최근까지는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북한 사람들은 몹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쌀 값이 몇 배나 올라서 예전에 같은 돈으로 10kg 사던 걸 반도 못산다. 이제 말마따나 쌀을 먹던 사람들은 옥수수를 먹게 되고, 밥을 먹던 사람들은 죽을 먹게 되고, 세 끼 먹던 사람들은 두 끼 먹게 되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도 이제는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고난의 행군 때는 국가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다가 갑자기 그게 멈추면서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니 죽어 나갔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다 터득했다.

증언 A

2. ‘고난의 행군’과 같은 식량 위기의 가능성은 낮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마주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기근으로 발전할 확률은 희박하다. 과거 국가의 배급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고난의 행군’ 시기와 지금은 모든 것이 다른 상황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가 배급해 준 것에 의존해 먹고 살던 과거의 시스템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자들은 살아남았고, 낯선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들은 도태되어 사라졌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 터득한 자본주의에 기반한 시장 경제 개념은 북한 주민들 스스로 국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져다주었다. 장마당에서의 장사, 접경지역에서의 밀수, 지역간 물류, 소토지 등 개인 농지를 이용한 자체 식량 수급, 수리나 의료 같은 전문기술 기반 거래 등은 과거의 북한에서는 볼 수 없었으나 지금은 확고하게 자리잡은 새로운 모습이다.

지난 20년 넘게 북한 사람들은 대기근, 자연재해, 화폐개혁, 대북제재, 감염병, 권력계층의 수탈 등 최악의 상황에 계속 마주해 왔다. 국가의 지원은 사실상 없었다.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시장경제가 자리잡았으며, 장마당을 통해 경제 이해도와 자립적 생존 능력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마주한 삼중고로 인한 경제 위기와 국가의 방치 속에서도 주민들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이러한 과정속에서 수없이 단련된 강인한 자생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식량은 먹고 사는데 필수적이다. 북한 사람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식량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렇기에 북한 사람들은 국가가 시키지 않아도 그 무엇보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식량 확보에 신경 쓰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존법을 터득했다. 국가가 시장을 전면적으로 통제하지만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던 대기근은 발생하기 힘들다. 비록 최근에 국경 봉쇄 등 전례 없는 강력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생존 방식을 찾아 적응해 가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갑자기 그렇게 위기가 닥쳐서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이겨내야 할 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도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 최근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 힘들다고 선포는 했을 지 몰라도 지금 상태에서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가족이 북한에 있어 가끔 연락한다. 최근 연락을 했을 때 그저 세게 힘들다고는 말하는데 굶어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 예전 고난의 행군 시기 때 역전에서 사람이 죽어서 파리가 주변을 막 날라 다니고 그런 것을 난 여러 번 봤다. 시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시체가 쌓이곤 했다. 지금 당장은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힘든 것은 확실하다.

증언 B

2021년 5월 북한 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남사 협동농장에서 모내기를 하는 주민들

2021년 5월 북한 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남사 협동농장에서 모내기를 하는 주민들

북한의 식량난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가?

탈북인 증언내용을 토대로, 북한의 식량 사정을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식량 부족 문제는 단기간 내에는 극단적으로 심화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위기와 통제가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특히, 접근 가능한 식량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 당장도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의 식량 문제에서 보다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양적인 측면의 ‘식량 부족’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영양 불균형’이다. 2019년 5월 WFP의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 상당수가 심각한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다수의 북한 주민은 고기는커녕 계란도 연 2~3차례만 섭취할 정도로 단백질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2021년 7월 FAO,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 등 유엔 산하 인도적 지원 및 개발 관련 기구들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총 1천90만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4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동 보고서에서 밝힌 2004-2006년의 33.8%보다 9%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2004년은 고난의 행군을 막 벗어나던 때로 극심한 경제난의 후유증으로 인해 여전히 대다수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또한, 동 보고서는 영양 부족에 따른 북한 아동의 발육 정도 변화와 관련한 자료도 제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저체중 비율은 2.5%, 발육 저하 비율은 18.2%로 각각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발육 저하 비율은 2012년 26.1%, 2018년 19.1%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영양 부족 인구는 오히려 과거에 비해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는 무려 42.4%를 보여주었다. 즉, 북한 인구 10명 중 4명 이상이 영양 결핍 상태에 처해있다는 말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증언자로 참여한 탈북인 다수에 따르면 북한 주민 중 상당수가 부실한 체력과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허약에 시달리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증언했다. 1인당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 총 공급량뿐만 아니라 단백질, 지방, 필수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 공급이 장기간에 걸쳐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위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최근 북한의 영양 상황을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영유아 등 일부 집단에서는 고난의 행군 이후 공급되는 식량의 양이 증가하면서 기아 감소와 함께 성장기 발육 상태가 과거에 비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인구를 놓고 볼 때, 전 생애에 걸쳐 영양 불균형 식단이 지속되면서 단백질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가 장기간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해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는 갈수록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량 수급과 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영양 균형과 같은 질적인 측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량 수급과 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영양 부족과 같은 질적인 측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2019년 10월 북한 평양시 외곽에 위치한 고창 협농동장에서 일하는 주민들

2019년 10월 북한 평양시 외곽에 위치한 고창 협농동장에서 일하는 주민들

국가의 역할

식량권Right to food, 즉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이 적절한 양과 질의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위원회CESCR에서 정의한 식량권은 아래와 같다.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는 모든 남성, 여성, 아동이 혼자 또는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언제나 적절한 식량 또는 식량 조달 수단에 대한 물리적, 경제적 접근을 가질 때 실현된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위원회CESCR

CESCR은 사회권 규약을 통해 식량권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사람이 적당한 생활 수준을 누리는데 필요한 적절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그러한 취지에서 자유로운 동의에 입각한 국제적 협력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권리의 실현을 확보하기 위한 적당한 조치를 취한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 또는 ‘A규약’)ICESCR 제11조 제1항

21세기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이다.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국가, 국제기구, NGO, 기업 등 여러 행위자들이 글로벌 거버넌스 아래 유기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것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감염병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 위기에 대응하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흐름에 반하는, 고립적이고 독단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의사 표명에도 자력갱생만을 외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식량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등 분명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 외부의 지원이 절실한 부문이 있을 법한데도 북한 당국은 시큰둥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언급할 때마다 따라오는 ‘세계 최악의 인권 국가’라는 수식어는 결코 한 순간에, 그리고 어느 한 면 만을 보고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정신 무장을 연일 독려하고 외세 문물과 문화 배격을 외치는 등 자력 갱생을 강조하면서 고립적인 행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화된 내부 사상 검열, 이동 제한, 시장 통제는 주민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권력을 악용하는 권력자의 횡포도 심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 북한 주민이 마주한 ‘먹는 것’과 관련한 고통은 국제사회의 우려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날로 늘어만 가는 통제 수단과 압박의 정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주민의 식량 접근성을 포함한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장마당에 보안원이 들어오면 ‘한국 것 팔지 말라’, ‘미국 것 팔지 말라’ 이런 식으로 단속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안 팔면 장사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 단속하면서 돈을 뺏는다. 장마당 관리원들도 단속을 핑계로 돈을 뺏는다. 또, 국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비사회주의를 하지말라고 법을 내리면 법관들이 그 법을 악용해서 사람들을 더 가혹하게 착취한다. 요즘같이 이렇게 힘들면 힘들수록 착취는 더 강해진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결국 힘든 것은 일반 백성들이다.

증언 C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식량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아동, 장애인, 노인, 빈민 등 취약계층에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북한 당국의 자랑과는 달리,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제도는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복지의 허술함으로 다양한 위협에 노출된 상황 속에서, 국가의 세밀한 보살핌 없이는 위기를 견뎌 내기 힘든 취약계층의 경우 경미한 수준의 식량난에도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돌이켜 보면, 과거 북한에서 발생한 여러 차례의 식량 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집단은 영유아를 포함한 취약계층이었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자 사회권 규약 가입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인권을 달성해야 할 의무를 진다. 북한 당국은 자국민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주장이 맞는다면, 북한 당국은 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더욱 폭넓게 보장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잘 먹는 것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필수적인 생존 조건이다. 식량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인권 역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식량권의 증진은 사회권뿐만 아니라 자유권의 증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이 주민들의 식량권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금, 2021/07/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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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열병, 나폴레옹, 아메리카 권력지도의 재편

1802년 나폴레옹은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식민지였던 세인트 도미니크를 다시 프랑스 식민지로 편입시키기 위해 카리브해에 프랑스 정예군을 파병했으나 황열병(Yellow Fever)이 돌면서 5만의 군대가 몰살하자, 나폴레옹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철수를 결정하였다. 나폴레옹의 카리브해 침공의 실패로 세인트 도미니크는 역사상 최초로 흑인 자유공화국이 되었고, 토마스 제퍼슨 미국대통령은 뉴올리안즈에서 록키산맥을 거쳐 캐나다에 이르는 828,000km2에 달하는 거대한 프랑스 영토를 아주 싼 값에 구입함으로써 신흥 미국이 서부 태평양으로 프론티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쌓음으로써 미국을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국가로 부상시켰다. 황열병이라는 에피데믹이 아메리카 대륙의 권력지도를 바꾼 것이다.

팬데믹은 경제적 생산양식과 생산관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정치적 권력구도를 바꾼다. 1802년에 중남미를 휩쓴 황열병이라는 에피데믹은 나폴레옹의 신대륙으로의 패권확장을 저지하였고,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신흥 패권국가로 부상시키는 지역정치질서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와 같이 팬데믹 재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정치질서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은 기왕의 국제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2.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국제질서: 세계화에서 포스트 세계화로

(1) 세계화 시대의 도래: “이 장벽을 허물어라!”(Tear down this wall!)

1987년 도널드 레이건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앞에서 “이 장벽을 허물어라!”(Tear down this wall!)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레이건의 예언대로 1989년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었으며, 구 공산권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국경의 장벽이 무너지고 자본, 기술, 문화, 노동이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국경이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 또는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는 워싱턴컨센서스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였다. 미국은 초당적으로 국경개방정책 (open border policy)을 채택하여 값싼 멕시코, 남미, 아시아의 노동자들의 유입을 허용함으로써 조직 노동자들은 손실을 감수해야했으나 자본가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초과 이윤을 얻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미국은 전후 최장기의 호황을 누렸으나, 기실 세계화로 가장 이득을 취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세계화로 중국은 마침내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되었고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곧 이어 세계최대의 소비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1978년 개방이래 30년만에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초강대국(Great Power)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내재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내적으로는 계급간의 불평등을 낳았고 국제적으로는 부국과 빈국간에 시장의 혜택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결함이 있었다. 극단적인 불평등은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와 같은 세계화를 주도하는 월스트리트 대금융자본에 대한 저항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이러한 반세계화 운동과 감정이 정치적으로 조직되어 나타난 역사적 사건이 2016년의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피즘(Trumpism)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의 공통점은 ’국경이 없는 세계‘를 끝장내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국경의 장벽을 철거함으로써 제3세계의 이민자와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서 밀려들어와 미국과 영국의 백인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뺐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경의 장벽을 다시 세움으로써 토착(native) 미국인과 영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이었다.

 

(2) 세계화에서 포스트 세계화로: ”장벽을 쌓아라“ (Build the wall)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으로 포스트 세계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유세중에 이미 국경개방정책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트럼프는 당선되자 7개 회교국가 이민자와 피난민의 미국입국을 금지하는 대통령령을 공표하였고, 미국과 멕시코 간에 1,951mile (3,140km)에 달하는 21세기 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트럼프의 장벽쌓기 정책은 미국인 대량실업의 책임을 국경을 넘어 들어온 불법 이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는 포폴리스트 정책이었다.

 

▪세계화 시대와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정책레짐

▪세계화 시대 포스트 세계화 시대

▪규범규칙기반 자유주의, 민중주의와 현실주의

▪국제질서 자유국제주의 민족주의

▪무역규범 자유무역, 다자주의, 보호주의, 양자주의

▪대외정책: 동맹우선주의 자국우선주의

▪시민권 속지주의, 국경개방, 혈통주의, 국경장벽

▪국제안보: 미국단극 헤게모니, G2간 비대칭적 패권경쟁

▪동아안보 중추와 부챗살체제 역외균형과 인도패시픽

▪민주화: 세계적 민주화 물결, 비자유주의적 스트롱맨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 세계화 정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팍스 아메리카나’와 자유무역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같은 국제주의적 개입주의가 퇴조하고 백인 블루칼라 아메리카를 복원하려는 미국 중심주의 (America First)와 중국, 동아시아, 유럽으로부터 밀려오는 시장침탈에 대해 미국상품과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protectionism)가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미국은 더 이상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에 ‘호구잡혀서는'(ripped off) 안되며 오로지 미국의 경제와 안보우위를 방어하는데 치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조업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백인 우월주의에 기초한 국가주의, 백인 노동자 계층과 같은 ‘보통 미국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강한 미국’ (strong America)을 표방하는 트럼프의 근육질적 (muscular) 내셔널리즘은 미국의 핵심적 이익(vital interests)이 위협받을 때 군사적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국제주의가 퇴조하고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포스트 세계화 시대에는 베스트팔리아 국제체제(1648)의 기본 단위였던 영토적 민족국가가 다시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국제체제의 기본단위로 소환되고 있다. 트럼프의 ‘강한 미국’ (Strong America), 미국제일주의 (America First) 구호들은 전통적인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외주의 (exceptionalism) 구호이다. 트럼프는 보편적 속지주의적(jus soli) 시민권제도를 종교, 종족, 인종에 바탕을 혈통주의적 (jus sanguinis) 시민권제도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셋째,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자신을 선출해 줄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포퓰리즘(민중주의)이 득세하고 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와 중산층의 표를 얻기 위해 기왕의 자유주의적 무역규범을 폐기하고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역외에 진출한 오프쇼어링 (offshoring) 미국기업을 다시 미국본토로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중서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되돌려주려 하고 있다.

넷째, 세계화시대에는 미국은 경쟁자없는 단일 헤게모니 국가가 되었으나 포스트 세계화시에는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함에 따라 미중간에 패권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3월 5일 중국의 리커창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다”라고 선언한데서 볼 수 있듯이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은 미국의 압도적 우위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대칭적 패권경쟁이다.

 

3.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신 국제질서

(1) 1차대전 이후 스페인플루 팬데믹과 국제주의적 협력체제의 실패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신세계질서를 조망하는데 있어서 1차 세계대전 이후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유럽과 세계 전역에서 4,000만에서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Spanish flu)으로 불리는 팬데믹의 재앙을 겪은 후 유럽에서 국제질서가 출현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흑사병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윌슨을 비롯한 전후 지도자들로 하여금 민족주의적 국가 간 경쟁체제보다는 국제주의적 협력체제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모색하도록 작용했다. 왜냐하면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팬데믹이기 때문에 일국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초영토적인 외부효과(extra-territorial externality)를 내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팬데믹의 퇴치를 위해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1차대전 후 세계의 지도자로 부상한 윌슨대통령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반하여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하려하였다. 윌슨 14개조를 발표하고 국제연맹이라는 세계정부를 결성하려하였다. 그런데 스페인독감이 윌슨의 전후 자유주의적 국제협력 질서 구축노력에 타격을 가했다. 윌슨대통령 자신이 스페인독감에 걸린 채 베르사이유 협상에 참여하였고, 프랑스의 클레망소는 스페인독감으로 극도로 취약해진 윌슨을 압박하여 패전국 독일에 가혹한 배상금 지불을 강요하는 베르사이유 조약에 사인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자유주의적 국제협력주의 전후질서 수립을 목표로 했던 베르사이유 조약이 이기적인 국가이익 (특히 프랑스)을 우선하는 국가주의 문서로 종결됨으로써 독일의 반발의 씨앗을 뿌렸고 궁극적으로 나치독일의 길을 열어주었다.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윌슨대통령을 마비시켜 2차세계대전 발발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하였다.

 

(2)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1: 자국이익 우선주의, 민족주의, 고립주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국제적으로 “국가간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공항과 항만을 폐쇄하여 ‘국가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국가 간 무역과 인적교류와 교환이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세계화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국가간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국제주의 또는 세계주의는 약화될 것이고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국제적이 되기보다는 국내문제에 치중하는 내향적(inward-oriented) 시민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힘을 얻게 될 것이고 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이다. 코로나의 세계화가 일어나면서 방역과 치료에 있어서 종족적 불평등이 민족주의의 불을 지피고 있다. 위그르의 소수 민족에 대한 억압이 강화되고 있고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차드, 리비아, 말리, 니제르, 나이제리아, 소말리아, 시리아, 우크라이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이 그 지역을 지키는 외국 군대들이 코로나를 피해서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경을 폐쇄하여 자국민들만을 위한 방역과 치료를 하려하였다. 트럼프는 코로나 문제 해결의 국제협력기구인 WHO가 친 중국적이라는 이유로 WHO에 대한 펀딩을 중단함으로써 코로나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간(multilateral) 국제협력 거버넌스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그리고 코로나 초기 대응의 실패의 책임을 코로나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에 돌림으로써 중국을 희생양으로 하여 민족주의적 감정을 고취시켜 정부의 책임을 모면하려하고 있다. 중국 역시 코로나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음모설을 퍼뜨림으로써 미국과 중국 간에 “책임떠넘기기 전쟁”(blame game)이 벌어지고 있다.

 

(3)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2: 자유주의적 국제협력주의 대안의 등장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일국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적 전염병이기 떄문에 자국이익 우선주의나 민족주의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즉자적 대응 또는 임시방편적 대응은 될 수 있으나 팬데믹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자주의적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토론토 대학 Lipscy 교수는 코로나 사태 해결에 있어 국제협력을 거부하고 고립주의와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을 ‘바보 헤게모니’(hegemonic stupidity)로 부른다. 헤게몬(hegemon) 국가가 바보가 되면 국제체제는 불안정해지고 국제위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헤게몬 국가인 미국은 민족주의를 버리고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국제적 협력주의로 복귀해야한다는 주장은 96세의 국제정치학 대가인 헨리 키신저로부터 나왔다. 키신저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키신저는 먼저 코로나 팬데믹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기 때문에 일국 단위로 코로나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며, 반드시 글로벌 협력의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대응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사태 와중에 중국은 코로나 피해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이란, 베네주엘라,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반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원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적 신뢰와 사회적 연대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성벽도시(walled city)를 쌓아서 코로나 팬데믹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반대로 국제협력주의적인 “코로나판 마셜플랜”을 펀딩하여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가들의 국민들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신뢰와 지지를 되찾아야한다고 주장한다.

 

(4)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3: 미중패권전쟁의 격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중국은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코로나 확진과 치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96만 명의 확진자와 5만 4천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엄청난 인명손실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한 희생양을 중국에서 찾으려하면서 미중 간에 ‘책임 떠넘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을 바탕으로 제3세계에 코로나 방역지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코로나 발원의 책임을 지라면서 천문학적인 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음모론을 퍼뜨려 중국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전 세계로부터 미국 국가를 자가격리 시킴으로써 국가신뢰를 떨어뜨려 신뢰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가 약화된 반면, 중국은 전 세계 82개 국가들의 방역을 지원하는 ‘코로나 실크로드’를 가동함으로써 중국의 방역 소프트 파워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 대응의 차이로 중국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패권전쟁에 더한 코로나 사태로 방역 소프트 파워 경쟁이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다. 미중패권전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승리지상주의자들(triumphalists)들은 제로 섬적인 관계에서 미중관계를 바라보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때까지 패권전쟁을 밀어붙여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헨리 키신저같은 공진론자(co-evoultion)들은 미중이 협력과 ‘공진’(co-evolution)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승리지상주의자들과 공진론자 중 누구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키신저의 공진론에는 매우 위험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키신저의 공진론은 현실주의 이론으로 1815년 메테르니히가 주도한 유럽협력체제(Concert of Europe)에서 적용되었던 강대국주의(plurilateralism)에 기초하고 있다. 현실주의자인 키신저는 강대국인 미중간의 수교를 위해 약소국인 대만을 희생시킨 것처럼, 강대국인 미중간의 협조체제를 위해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약소국인 한국의 안보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 점이 우리가 키신저의 공진론에서 경계해야 하는 함정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지스트 석좌교수

금, 2020/06/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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