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후 국제무대에서 매우 미묘한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다. 나토를 매개로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과 독일이 의견충돌을 일으키면서 주독미군을 폴란드와 중동으로 이동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선언에 대해 메르켈 수상은 대미관계의 전면적 재검토를 암시하였으며, 6월22일에는 중국 지도부들과 유럽연합의 집행위원장 및 유럽의회의장 간의 3자 영상회의가 진행되었다, 영상회의를 통하여 홍콩사태 등 현안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을 서로 인정하는 양면적 내용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상기 두 가지 주제에 대하여 중국 CGTN가 소개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유럽은 미국이 지도국가로서 역할을 포기하면 관계를 재검토할 것임을 천명하다
유럽의 주요 언론매체들과 최근 인터뷰에서, 독일 메르켈 수상은 ‘미국이 세계지도국가로서 책임을 방기한다면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분석가들은 유럽의 전통적 동맹인 독일 등 관계에서 미국이 역전당하고 있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그 동안 우리는 미국이 세계지도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왔다. 만약에 미국이 이러한 책임을 포기하기를 희망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독일 수상은 재확인하였다.
지난 몇 년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는 메르켈과 관계를 검증(테스트)하여 왔다.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독미군의 수를 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배경으로 베를린 당국은 나토에 대한 분담금 공헌에 태만하였고 이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그에 대해 메르켈은 인터뷰를 통하여 ‘미군이 유럽에 주둔하는 것은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응수하였다 “미군이 독일에 주둔하는 것은 독일과 NATO의 유럽가입국들뿐만 아니라, 미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독일의 군사비 분담금에 대하여 메르켈은 “독일이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며 이미 지난 몇 년간 분담금을 상당하게 증액시켰고 앞으로도 군사능력을 향상시키는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녀는 워싱턴에서 G7+ 회의를 갖자는 트럼프의 초대를 팬데믹 상황을 이유로 들어 참석여부에 확답을 거부하였다.
반면에 ‘BREXIT이후에도 유럽과 영국 간에 긴밀한 관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테레사 메이 전 영국수상의 계획을 들먹이는 존슨 수상의 언급에 대하여 결정에 따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재로서는 영국이 원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들의 계획이며, 따라서 영국이 자신들의 제안을 확정하면 E27개국은 그에 따라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유럽과 중국 정상들 간의 대화 : 통상, 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현안들
유럽집행위원장 및 유럽의회의장과 시진핑 주석 그리고 리커창 수상의 영상대화가 6월22일 양측 간의 미래관계를 구상하는 정상회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정상회담 이후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과 Charles Michel 의회 의장 두 사람은 공동으로 유럽과 중국 양측 간의 무역과 외교정책, 코로나 대응과 홍콩특별행정지구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고 밝혔다.
유럽집행위원장 Ursula von der Leyen (L)와 유럽의회 의장 Charles Michel (R)이 브뤼셀에서 시진핑 주석과 영상회의를 갖고 있다.
Investment deal – 투자에 관하여
유럽과 중국은 전세계 GDP의 1/3에 해당하는 거대한 금액의 무역 당사자들이다.
양측은 새로운 거래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에 관심이 지대하지만 동시에 유럽은 중국의 거대한 기업들이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 긴장이 제기되고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중국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유럽이 중국기업들에게 과다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WTO 규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 측은 유럽의 요구에 부응하여 외국의 기업들에게 경제의 문호를 지속적으로 개방할 것이며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서 시장과 다자주의의 원칙을 방어하는 것이 유럽과 공동목표임을 확인하였다.
Hong Kong – 홍콩이라는 현안
유럽의 지도자들은 국제적 신뢰를 훼손시킨다는 이유에서 홍콩특별행정지구에 대해 적용하고자 하는 중국의 국가안전법을 비난하였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중단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는 중국 국내의 문제로 다른 나라들이 개입할 주제가 아닌 점과 어떤 경우에도 새로운 법규가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증대하고 개인적 인권을 보호할 것임을 확인했다.
Von der Leyen는 보다 직접적으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홍콩의 현안에 대하여 외부의 잘못된 개입에 대해서는 우리는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시행할 것이다.”
Global supply chains – 국제적 공급사슬에 대하여
팬데믹 상황은 유럽과 중국의 상호의존성을 확인하여 주었다. 중국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유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하였으며, 공급사슬에 주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유럽연합 내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에 경계를 표하였다.
Disinformation – 거짓 정보에 대하여
지난 달에 유럽지역과 국제적으로 돌았던 거짓 뉴스, 중국이 COVID-19에 대한 캠페인을 통하여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브뤼셀의 비난을 부인하였다.
Peace and security – 평화와 안보
상기 주제와 관련하여 특별히 이란의 핵협정, 아프칸과 북한, 기후위기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 등 문제에 집중하였다. 중국과 인도 간의 국경분쟁은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사전에 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주요한 축의 하나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되어온 미재무부 발행 채권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와 연동된 달러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아래의 글은 파이낸스타임지(FT)의 두 경제평론가 (Ms. R. ForooFar & Mr. E. Luce) 간에, 미국의 경제 위축 및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는 시나리오에 대해 서신 형식의 대화를 번역한 것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자산의 수익성 실현을 일차적 목표로 삼는 자본제에 익숙한 경제학자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금 또는 토지에 투자하라고? 금과 토지의 사적 소유는 해당국가와 동시대적 인류의 미래를 절대로 보장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한 해법으로 다른백년은 규범으로서 공동체의 품격을 높이고 제도로서 국가의 역할을 새로이 하는 것만이 유일하다고 믿는다.
독자 여러분 중에 혹은 내가 작년에 언급한 ‘달러의 우울한 미래’ 시나리오를 기억해 낼지 모르겠다. 여기서 나는 화폐로서의 달러와 주식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을 예측했다. 동시에 미국의 신용위기에 연동된 달러가치의 하락과 정부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연방은행의 무제한적 화폐의 발행으로 부채의 위기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에 대한 가수요를 분석하기도 했다.
2020년을 맞이하여 미국의 부채가 국내총생산액의 세자리(%) 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상황이 종료되는 시점에 40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증권시장에서 주식가치가 1929년 이래 처음으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연방준비위는 모든 이와 모든 분야를 구제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미국이 긴축정책을 채택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 결과로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있다(지난 며칠간 금값이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시장의 추락에 대응하기 위해 좋은 자산이던 나쁜 자산이던 일단 현금화해야 했던 사정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당국이 위안화의 안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금의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결국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부채라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에 합의를 이룰 것이고,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유럽 내 재정적 연합을 이루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가지 더 주목할 것은, 비록 COVID-19가 현재 대체로 창업자본의 형성을 가로막고 축소시키고 있다 하더라도,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지위를 곧바로 상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실제로 현재의 달러가 가지고 있는 유동성을 지닌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이 시행하는 헬리콥터-모니(비정상적 통화발행)가 미래의 성장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고(COVID-19의 대응으로서 통화의 비정상적 발행은 케인즈의 생산적인 정책이라기 보다는 긴급한 상황에 대한 변통이다), 이로 인한 비생산적 부채는 성장속도를 낮추면서 미래의 미국이 누적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이제껏 일어나리라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만난 고위직 인사의 전언에 의하면 아시아의 큰손 투자자들이 1935년 대공황 시기에 미 연방대법원이 미국행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지불조건을 변경하는 것을 동의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 미재부무가 발행하는 미국채의 투자자들은 헬리콥터-모니의 정책이 점차 현대화폐이론(MMT, 필요에 따라 무제한적 화폐발행)의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미국달러이후(post-dollar world, 기축통화지위의 상실’)의 세계로 진입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자산의 안전을 위해 유로채권, 금, 가상화폐 등 다른 가치로 위험을 분산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발생하려면 십 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걸릴 것이고, 우리의 자식세대가 다루어야 할 부채이다. 그러나 이미 여기저기서 우리는 부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희년과 같은 부채탕감(로마제국의 시절, 시저는 당시 로마시민의 저당부채를 40% 탕감해 주었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으며, ‘달러이후’의 세계에서 미국패권의 모습에 대해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의 동료인 E. Luce에게 묻는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거주지 조지타운(미국에서 투자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의 하나)과 달러라는 자산의 미래가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난 과거 국제적 가치의 보존수단으로 달러가 파운드의 지위를 대체하는데 15년이 걸렸듯이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지? 이 모든 것이 그저 말잔치로 끝나버릴 것인지? 아니면 마법의 대체 수단(magic money tree)이라도 있는 것인 것인지?
April 20, 2020
Rana Foroohar
파이낸스타임지(FT)의 경제평론가
Edward Luce 의 짧은 답변
라라양,
내가 사는 조지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멋진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지역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봄마다 꽃들이 화사하게 핀 공원을 지나노라면, 나는 이곳에 산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느끼곤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역봉쇄가 나로 하여금 답답하게 밀집된 도시에서 이토록 멋지고 푸른 공간을 빼앗아 간 좌절감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질문에 대해 나는 자신있게 답변할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일생을 경제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받은 수입의 대부분을 나의 주택에 투자하였다.
분명한 것은 나의 주택은 달러에 기반한 것이고, 이제 달러와 함께 나의 주택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결국 나의 투자 역시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성급하게 판단한다. 조지타운이 슬럼화되는 것을 결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믿지만, 그렇다고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거시적 측면에서 당신이 제기하는 달러에 대한 인상적인 시나리오에 두 가지의 미숙한 의견을 보태고자 한다.
첫 째는 코로나 사태는 뜻밖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달러화는 지난 세월에도 그러했듯이 당분간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도 그러할 것인지, 두 가지 점에서 세심하게 지켜보고자 한다, 우리는 두 달 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초현실적 새로운 세계에 살고 있다. 마치 초신성의 별이 사라지기 전에 가장 빛나듯이, 달러 역시 그러한 과정을 밟아갈 것인가?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경합자로서 취하는 조용한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수익성이 매우 유동적인 채권시장에서 움직임, 앞서 나가는 온라인 지불방식의 거대기업들의 존재와 신용상태. 중국이 공개자본시장에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는 곧 변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는 자산가로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hedging), 나는 토지에 주목할 것이다. 현재 경제의 위축상황이 얼마나 심각할지 얼마나 오래갈지 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공간은 확장되지 않을 것이며, 많은 자산가들이 이를 차지하려는 경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징징거리며 자신이 이겼다고 우기면서 법적 소송을 운운하지만, 미국대선의 결과는 대충 정리되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결국 대통령직에서 쫓겨 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트럼프주의(Trumpism)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정쟁이 지속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당선자인 조 바이든은 자신이 매우 험란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아마도 공화당이 여전히 상원의 과반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1월초 조지아 주의 결과에 따라), 바이든이 자신이 뜻하는 방향으로 입법과정을 처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신에 그는 해외정책에 주력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해외정책은 바이든의 정치경력 대부분을 채운 영역으로, 대통령의 재량권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국가안보분야의 핵심 인사들조차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
다른 어려운 문제들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시민들은 대외문제에 별 관심이 없으며, 신임대통령이 해외문제에 주력하면 국내 현안을 소홀히 다룬다는 비난에 앞장설 것이다. 대외정책에서 큰 성과를 이룬다 하더라도 민주당을 포함하여 바이든의 인기는 신통치 않을 것이다. 신임대통령과 측근들은 트럼프에 의해 망가진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을 신속히 복원하겠지만, 동맹과 원만한 관계회복이 대부분 미국인들에게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신임대통령의 간절한 소망은 현재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의 2022년 선거에서 승리하여 3년 차 임기 중에 주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아마도 바이든이 승리하겠지만, 이번에는 진보세력의 영향력과 상대를 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공화당이 승리하여 다시 상원을 장악하면, 개혁적인 입법조치와 이를 추진할 내각구성 모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바이든은 임기 중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대통령으로서 주장을 계속 진행할 것이지만, 이 주제에 대한 정치적 주역들은 대충 4개의 진영(단순화라는 위험이 잠재하지만)으로 나누어져 정쟁을 벌릴 것이다.
이들 진영들은 다음 2개의 핵심적 질문으로 분류된다.
첫째는 주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무엇인가? 특히 연방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며, 두 번째는 미합중국이 국제사회 전반적인 정치의 질서에 모두 관여해야 하는가? 아니면 제한적 선택을 통해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일군의 미국시민들은 강력하고 능력이 있으며 재정적 역량을 갖춘 연방정부를 선호하며, 공공선을 확대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사회를 강력히 통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를 고전적으로 지칭한 표현이 ‘뉴딜 정부’ 또는 ‘개혁진보 정권’으로 교육과 사회간접시설 등 공공재적 역할을 강조하고 인종과 경제의 불평등 같은 사회의제에 강력히 대응하며, 금융 등 주요 산업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가급적 자제하면서, 애국심과 국민적 단결을 강조하는 진영이다.
그러나 다른 부류의 미국인들은 상기 견해의 핵심사항을 거부한다. 즉 국가안보라는 사항을 예외로 하면서, 이들은 연방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세금을 낮추고자 한다. 이들은 정부를 자유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정부의 간섭은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개인적 자유을 제한한다고 믿는다. 연방 대신에 주정부의 권한과 교육과 입법에 대한 자치권을 옹호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사회적이며 윤리적인 현안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앞에 언급한 일군의 시민들만큼이나 애국적이지만, 합중국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연방정부를 중심에 두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대한 미합중국의 역할에 관하여, 상당한 비중의 미국인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열정적이며, 야심적으로 세계에 개입해야 하며, 핵심적인 정치의 가치(민주주의, 인권, 자유시장)에 헌신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비록 단독이 아닐지라도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가로 남길 희망한다. 대외정책에 종사하는 엘리트 집단에서 이러한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는 것을 필자 개인적으로 목격하곤 한다.
이들 엘리트 집단은 미합중국이 동맹국들의 안보를 책임져야 하고, 테러리즘을 격퇴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세계도처에서 공개적으로 또는 암암리에 정보활동을 전개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를 수호하고 경쟁의 시장원칙과 인권 그리고 법치주의를 다른 나라들에게 전파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그룹은 트럼프로 인한 최근의 퇴조로 얼마간 위축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미합중국의 국제적 역할의 불가피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국제적 자유질서를 촉진해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주장한다.
반면에 상기의 견해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 미국인들도 상당수에 이르는데, 이들은 국제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소귀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들 역시 미국전래의 고립주의라는 순수한 방어요새(fortress)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합중국은 이제 해외의 현안에 대하여 신중하고 선택적으로 책임을 지면서, 해외의 군사기지를 축소해야 하고 방위비를 줄이는 반면에, 군사력보다는 외교에 집중하여 보다 제한된 대외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기 2가지 이분법적 질문을 결합하면 아래의 테이블과 같이 4개의 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의 지형도
1. 자유주의자(libertarians)들이 상기 4 분면의 첫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은 자유와 개인적 선택을 수호하는데 열정적이며, 정부의 권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권한을 가능한 축소시키고자 한다. 이들을 상징하는 용어들은 낮은 세율, 최소한의 규제, 구속이 없는 시장 그리고 개인적인 자유 등이다. 코로나-19의 출현이 이들의 신념에 명백한 타격을 가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며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놀랄 것도 없이, 이들 그룹의 주요 인사들은 오랫동안 최소한의 외교정책을 선호하여 왔다. 이들에겐 자유시장이 작동하는 한 대외무역과 해외투자를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서구를 벗어난 지역에서 미국이 안보의 책임을 부담해서는 안된다고 믿으며, 강고한 핵의 전쟁억지력과 거대한 대서양과 태평양에 의존하여 국가를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이 잠재적인 경쟁국가로 출현하는 것에 상관하지 않으며, 설령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 또는 미국을 능가하는 경우에도, 자유세계에 머물러 있는 한 미합중국은 안전하게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과 신냉전에 돌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한 배경에는 신냉전에 돌입하면 대규모의 국가방위비로 인하여 재정비용이 늘어나면서 국내의 자유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2. 공화당 주류는 4 분면의 두 번째에 자리잡고 있다. 수사적으로는 이들은 강한 정부를 거부하는 자유주의자들의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영어로 9개 단어로 압축된 문장인 ‘I am from the government, and I am here to help’라는 로날드 레이건의 연설에서 보듯이 공화당의 영혼은 낮은 세금과 자율권 보장, 국세청의 기능축소, 그리고 정부기구의 역할을 악마에 준할 만큼 국가안보에 전력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공화당은 인종적 차별과 임신중절과 동성결혼 등 사회적으로 뜨거운 현안을 악용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은 국민적 단결을 방해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효과적 역할을 저하시켜 왔다. 최근에는 고등교육과정과 과학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선언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미합중국의 기술적 우위의 유지여부에 대한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공화당의 주류는 미국의 군사력이 도전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기를 원하며 해외에서 주기적이며 예방적으로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이것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네오콘과 호전적인 Lindsay Graham 상원의원 그리고 작고한 John MaCain 등의 견해이기도 하며, 차기 대통령 후보군인 Tom Cotton 상원의원 그리고 국무장관 Mike Pompeo의 입장이기도 하다.
최소한 논리적으로 일관된 견해를 유지하는 자유주의자들과는 달리, 공화당 주류들은 상기의 핵심적인 질문에 서로 모순된 상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증진시키려면 야심적인 대외정책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역으로 경제활동을 다시 미국 내로 이전시키기 위하여 강하고 유능한 주정부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시민건강을 위하여 사회적 혜택을 제공해고 애국심과 국민적 단합을 고취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세계최고의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정부의 재정을 축소시키면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자기업들을 지원하며, 세계를 지도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잦은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과 사회시설 그리고 과학의 연구활동에 재정을 축소시켜 경제적 역량을 장기적으로 훼손시키고, 야심적인 국제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양당의 합의적 지지를 저해하는 파당적인 정치적 견해를 주요한 국제정책에 적용하고자 한다.
3. Bernie Sander 상원의원과 AOC(Alexandria-Ocasio-Cortez)하원의원 같은 진보주의자는 세 번째 분류에 속한다.
이들은 강력하고 재정적으로 풍족한 정부를 희망하며,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변화 인종차별 경찰개혁 금융규제 등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원한다. 이들의 초점은 국내 현안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으로 해외에 가급적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상기에 언급한 목표를 위하여 직접적인 정치협상을 촉구한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미국의 야심적인 대외정책은 결국 국방부에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국내의 개혁에 필요한 예산을 축소시킨다고 본다. 또한 진보주의자들은 공개적이고 야심적인 대외정책은 미합중국으로 하여금 불량 국가들을 지지하게 만들면서 자유라는 가치에 타협하게 되고 불필요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면서 미합중국을 위선적인 국가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가지 확인할 것은 다른 그룹들도 그러하듯이 진보주의자 그룹 역시 많은 분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하는 반면에 다른 인사들은 그러한 목표가 군사적 개입의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미합중국이 제 3국의 레짐-체인지에 개입을 삼가하고 유럽은 자신들이 스스로 방위해야 하며 아시아에서는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하여, 다른 견해를 가진 인사들은 신냉전을 야기하는 중국과 대립을 반대하고 있다.
몇 가지 견해를 달리하면서도, 진보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관된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가급적 해외 사안에 개입을 삼가면서, 많은 시간과 열정 재정 그리고 정치적인 자산을 국내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4. 마지막 분류집단은 구주류에 속하는 민주당 인사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면서 빌 클린턴 시절에 보였던 신자유주의적 편향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정부는 시민사회를 전향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존재해야 한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신념을 공유하면서도, 1945년 이래 2015년까지 견지했던 ‘미국이 세계지도국가’라는 적극적인 개입의 입장을 견지한다.
이들은 나토와 유엔, 국제통화기금 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대외정책을 선호하면서, 이들 국제기구들을 21세기의 현안에 맞도록 강화하고 재조직하는 일에 미합중국이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이들은 미합중국이 추구하는 이념들을 다른 국가들에게 전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록 최근에 보여주었던 오만한 기사도의 모습을 아니더라도.
당선자 바이든이 매일같이 분열된 국가를 치유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고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진보주의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 상황에 대하여 서로 일치하고 있지 못한 점에 있다.
거대하고 야심적인 대외정책에는 국내적으로 강력한 정부와 단합된 국민여론이 필요하다. 문제는 설령 강한 정부와 양당이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해도, 미합중국이 대외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는 점이다, 현재의 미합중국은 더 이상 도전자가 없는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다. 미합중국은 내재하고 있는 여러 양극화의 현상으로 사회적 해결(social-engineering)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더구나 미국같이 해당 전문가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분열된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다.
구주류 집단이 국제적 개입을 첨단기술과 기후위기 등의 핵심적 사안에 대하여 다자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주도하는 것으로 제한한다면, 진보주의자 그룹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국내 현안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구주류들은 해외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트럼프주의자들)는 상기 4 영역의 분류를 넘나들면서 제대로 구분을 못했다. 트럼프 자신이 때로는 세금과 규제를 싫어하고 공공의료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거부하며 법치를 조롱하면서 소위 그림자-정부(deep-state)를 혐오하는 등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진보주의자처럼 어리석은 해외전쟁의 수행을 반대하면서 미국의 노동자들을 경쟁국가로부터 보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행한 과거의 행적을 보면 그는 공화당 주류의 입장에서 방위비 예산을 크게 증액하였고 무제한적 행정력을 행사하였으며, 드론을 이용한 공습을 단행하였고, 목표대상을 살해하는 등 공화당식 대외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끊임없이 인종차별과 사회적 분열을 시도하였다.
무역관세에 대해서는 닉슨에서 시작하여 부시에 이른 공화당의 혈통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이러한 배경이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의 광대짓을 제지없이 지지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거칠지만 투명하게 현재 공화당의 본질을 보여준 셈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에 트럼프가 2014년에 대선출마를 포기한다면, 대선출마 경합자들은 기꺼이 그의 지지를 얻으려고 줄을 설 것이다. 이들 경합자 명단에는 Pompeo, Cotton, Mike Pence, Marco Rubio, 그리고 전 유엔대사이었던 Nikki Haley 등이 대기하고 있다. 늪에는 더 이상 악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트럼프가 사라진다 해도), 상기의 이유 하나만으로 공화당의 누구도 현재의 공화당 기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바이든의 4년 동안 무슨 일이 전개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해외정책은 놀라움의 연속이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핵심참모들의 조언에 따라 국제적인 신뢰를 재구축하기보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제한된 개입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것에 내기를 건다.
미국이 새로운 전쟁에 개입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존재하지 않으며, 국내에는 많은 현안이 대기 중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흑인인권보장(Black Lives Matters), 선거제도개혁, 등등.
바이든은 노련하고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지만, 민주당내의 진보주의 세력이 구주류와 같은 과거회귀방식에 대하여 극구 반대할 것이며, 바이든 자신이 공화당의 Mitch McConell이 주도하는 상원에서 눈곱만치도 협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난처한 상황 때문에 미합중국이 기후협약과 디지털 정부, 국제보건 및 무역기구들의 개혁 등에 대하여 효과적이며 필요한 만큼의 합의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중증에 걸려 일체의 진전이 없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그래도 무엇인가 성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류의 기대설정 자체에 염증을 느낀다. 불행하게도 이번 대선이 가져다 준 상황이 그러하다.
미합중국의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과 대외정책팀에 대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미국의 세계지도력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안토니 블링켄은 2015년에 행한 연설에서 위의 문구를 21차례나 되풀이하였다. 금년 봄, 바이든은 ‘Foreign Affairs’에 기고문을 보내면서 미국이 다시 “세계의 지도국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 Why America Must Lead Again” 라는 표제를 사용하였다. 11월말 그가 지명한 안보보좌관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미국이 돌아 왔고, 이제 세계를 지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공언하였다.
제발 ‘아니길’ 희망해 본다. 트럼프 시대에는 ‘세계의 지도력’ 이라는 단어가 전세계 국가들과 관계 속에서 잘못 사용되어 왔고 위험하기조차 했었다. 지난 4년 동안, 대외정책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미국우선주의’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지도력’을 내세우며 안전보장과 합의에 따르는 합리적인 대안을 대대적으로 제시하여 왔다.
그런데 지도력이라는 말의 사전적 용어를 살펴보면 이는 ‘일등 또는 선두의 자리 first or foremost place’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다시 말하자면 일군의 집단을 통제하고 앞장선다는 뜻이다. 지도력은 어머니와 같은 자애와 사과파이처럼 달콤함을 의미하지 않으며 책임을 진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바이든은 미합중국이 지도국가라는 특별한 지위를 지녀야 할 이유로써 아래의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그는 ‘Foreign Affiars’의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첫째는 이는 미국의 역사적 전통이라는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은 민주당 정권이든 공화당 정권이든 공히 세계의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데 지도적 역할을 맡아 왔으며, 집단적인 안보와 번영을 제공하였다. 이는 다른 말로 과거에 미국이 잘해 왔듯이, 지금과 미래에도 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의 개입- meddling in the ballot box’를 저술한 도브 래빈은 미국이 1945-1989 동안 외국의 선거에 63차례나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바이든이 생각하는 것처럼 냉전기간 동안 미국의 세계지도력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전후 시절의 미국의 역할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겠지만, 이는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70년 전에는 미합중국의 산업생산력이 전세계의 절반에 해당하였으나, 지금은 1/7(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매력지수로 평가해 보면, 현재의 유럽연합 GDP가 미국과 거의 동일한 규모이며,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하였으며 올해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것이다.
리더십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파워의 구성을 의미하는데, 최소한 경제력에 있어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바이든의 두 번째 정의는 규범(도덕)적인 것이다. 그가 2017년에 언급하였듯이,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이 그들의 이익을 지켜 줄뿐만 아니라, 모두의 번영을 구가하도록 함께 도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의 지난 수십 년 간 행동에서 국제적 안보에 특별히 기여한 바를 찾아 내기가 매우 어렵다. 브라운 대학교 국제공공 분야의 왓슨 연구서에 따르면, 9/11사태 이후 미국은 오히려 전세계에서 37백만 명의 난민을 양산하였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이전에, 이미 미국은 지뢰매설 및 대량살상무기와 핵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의 인준을 거부하였고, 무기의 해외판매와 해양보호 그리고 대규모 학살과 전쟁범죄에 대한 통제,, 여성과 아동의 권리 그리고 장애아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약 역시 거절하였다. 지구 상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상기의 조약들을 모두 비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만은 예외이었다.
물론 트럼프는 상기의 리스트에 추가하여, 파리기후협약, 이란핵협정JCPOA, 세계보건기구 WHO, 환태평양-파트너 협상TPP, 유엔인권이사회, 유네스코, 항공자유화 협정, 중거리-핵무기 협정INF 등을 탈퇴하였다.
상기에 언급한 협약의 이름들은 세계의 지도력을 주장하는 국가의 자격 여부를 따지는 명부가 아니라, 차라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격 여부를 검토하는 확인 리스트에 어울린다.
불행하게도 바이든 주변의 참모들은 미국의 시각으로 다자주의를 주장하지만, 지도를 배제한 협력에 대해서는 상상할 능력조차 갖추질 못했다. 블링켄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우리가 원하든 말든, 세계는 스스로 조직할 줄 모른다. 다른 강대국이 미국을 대신하면 사태는 어려워 질 것이며, 또는 아무도 미국을 대신하지 못하여 공백상태를 초래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태라고 부르는 국제적 협력의 붕괴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파리기후 협약을 탈퇴한 이후에 단 하나의 국가도 미국과 동행하여 출구를 찾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결집하면서 최종적으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이번 여름에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겠다고 협박을 가하자, 곧바로 독일과 프랑스는 분담금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오해하지 마시길, 국제적 공조의 노력에 미국의 참여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는 정반대이며, 미국의 참여가 매우 긴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은 이제껏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함께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핵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지도국가’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협력방식이 누구에게는 미국적이지 않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실제 미국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모델이다. 지난 20여 년간 갤럽은 미국시민들에게 국제현안에 대한 미합중국의 지위에 대하여 지도적leading 역할, 주요한major 역할, 보조적minor 역할, 역할의 배제no role at all 등으로 나누어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결과는 큰 차이로 언제나’ 주요한major 역할’이 첫 순위였다.
금년 9월에도 국제현안에 대하여 시키고 협회가 시민들에게 미국의 지위에 대한 선호를 “지배적이냐” 아니면 “공유적(합의적)이냐” 두가지 항목으로 설문한 결과, 3:1 수준으로 “합의적 지위”를 선택하였다.
바이든 당선자가 주장하듯이, 미합중국이 반드시 주빈의 자리를 치지해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들은 실제 많지 않다. 오히려 미국우월주의는 고립을 자초한다는 일반시민들의 반대를 왜곡시키는 것은 대외정책 전문가들 집단이다. 대외정책에 대하여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제대로 주도하는 그룹은 대체로 국내정치에서 정의를 요구하며 앞장서 행동하는 시민들이다. 1967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면서, 루터 킹 목사는 미국정부에 대해 ”현존의 세상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악질 장사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주저함이 없이 다음과 주장하였다 “이런 정부는 남에게 일체 배우려 하지 않고 오로지 남을 가르치려고만 한다. 그저 세상을 지배하려고만 든다. 미국은 이제 이웃 국가들과 연대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첫째로 국제적인 비참함(전쟁)을 조장하는 일에서 손을 떼어야 하며, 둘째로 가난과 불안과 불의와 싸우는 일에 이웃 국가들과 더불어 협력해야 한다.”
바이든의 대외정책팀은 세계의 현안들을 접근함에 있어서 ‘지시leadeship’가 아니라 ‘연대solidarity’라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연대를 통하여 다른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적 임무로 삼아야 하며, 특별히 무지했던 트럼프의 시대를 마감하면서, 이웃 국가들을 협박하는 짓은 중단하여야 한다.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당선된 즉시, 미국과 인도-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들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정부에게 매우 치명적인 동북아 국가군에는 미국이 작명한 ‘수정주의 국가’인 중국과 ‘불량국가’인 북한 그리고 동맹인 한국이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관계의 재정립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특별히 대한민국에게 미합중국과 동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외교관계에 있어 다양한 복선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의 강화에 대한 희망을 포용하는 동시에, 그간 북한에 대한 양국 간의 심각한 견해차이에 대한 염려를 반영하기도 한다.
조 바이든이 상원의 외교위원으로 오랜 경력을 쌓아오면서 한국보다는 일본을 선호해 왔다는 기류가 서울에 형성되어 있는데, 깊게 분석하여 보면 그가 딱히 일본을 선호했던 것은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기 배경과는 별도로, 새로운 미국 행정부는 한국이라는 동맹과 전략적 맞수인 중국 사이에 전개되는 복선적인 외교와 친선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야만 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화되면서, 서울당국이 미국의 대중 봉쇄라는 전략적 구도에 흔쾌히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한미일 삼국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워싱턴의 노력 역시 실현되기 쉽지 않은 구도이다.
2017년 한국 내에 설치된 사드배치에 대하여, 한중 간에 ‘3가지 거부- Three No’s’ 조치가 취해진 것은 한중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난 11월말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하면서, 북경당국이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개선을 우선적 의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전달하였다.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정상들이 다른 국가의 방문을 기피하는 와중에도, 시진핑 주석은 상황이 허락한다면 2020년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희망을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문은 시주석의 공식적인 방한을 예비하는 성격으로, 문제는 한국 내에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장애가 남아 있다.
북경당국은, 미국의 정권이양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시진핑 주석이 한국 지도자와 직접 상면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이 대선을 치르면서 다른 대응을 못하는 시점에, 한국과 중국의 외교 책임자들이 북경에서 회합을 가졌고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키는 것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중국은, 동맹을 새로이 강화하려는 차기 정권이 백악관에 안착하기 이전에, 한국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워싱턴은 중국과 한국의 친선이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염려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동맹에 대한 핵심과제는 한국과 일본 간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것이지만, 한일 간의 화해를 외교적으로 추진하는 미국의 입장은 중국의 외교적 이해와 배치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적인 안보협의체QUAD에 한국 측이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배경에는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의 자유개방 촉진구상에 한국의 참여를 반기지 않는 일본의 입장이 있다.
이런 정황에서 중국이 한일 간의 관계개선을 방해하기 위하여 서울당국과 관계를 강화하려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 중국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게 되면, 서울당국은 설령 한일 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된다 하더라도 중국을 봉쇄하려는 공식적인 조치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주일 한국대사인 남관표 씨가 중국과 합의한 ‘3가지 거부사항- Three No’s’는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서울당국이 여전히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언급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니지만, 또한 최근에 있었던 주미한국 대사의 논쟁적인 발언에 대한 한국외교 당국의 대응방식으로 비추어 보아, 파견된 대사들의 발언들이 본국 정부의 확정된 정책을 자동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서울당국이 짐짓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바이든 새 행정부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하여 여러 조치들을 취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장래에 점차 매우 강해질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경당국과 관계개선 그리고 워싱턴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원보류에 대한 염려에 대하여 이는 한미동맹에 결코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완화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은 한중의 관계발전과 강화가, 북한에 대한 공동억지력이라는 저간의 좁은 의무사항Mandate을 넘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새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조치가 향후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정부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공산이 크다. 최소한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한국과 안보동맹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장점도 있겠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맞이할 수 도 있다. 반면에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에 균형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이를 감당하기가 점차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2001-2002년 간에 유엔안보리(UNSC) 의장을 맡았고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외교인으로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인물인 Kishore Mahbubani가 아래 사진의 신작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이후 세계질서를 미국이 아닌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서구사회가 깜작 놀랐다. 이에 대해 FT의 아시아판 책임자를 역임했고 현재 미래혁신분야의 편집을 지고 있는 John Thornhill이 아래와 같은 서평을 게재하였다.
국제사회의 회의 자리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구인들이 싫어하는 아시아인의 선호 발언을 직선적으로 해 왔던 Kishore Mahbubani가 자신의 소신을 책으로 출간했다. 제목으로 뽑은 “중국이 결국 승리했나?”라는 책자는 분명히 미국인 독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화까지 돋우겠지만, 이는 한편정당한 일이다.
우선적으로 이 책은 세계의 패권국으로 굴림해온 미국을 중국이 이번 세기에 강자에 자리에서 쫓아낸다는 애메한 가정을 미국 독자에 강요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쓴 서적에서 Mahbubani는 미국의 지배계층들이 중국을 안이하게 냉전시대의 소비에트의 재판(결말은 모두가 아는)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간의 문제이고 정치적 중심의 주제이지만 자유를 사랑하고 시장의 전능한 힘이 주제넘게 살아남은 공산주의 지도력을 날려버릴 것으로 확신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냉전의 비유를 들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역할이 뒤바꾸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미국을 유연성을 상실하고 이념에 갇혀있으며 체제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수퍼-파워 국가로 묘사하는 반면에, 중국을 매우 유연하며 실제적이고 전략적으로 스마트한 경쟁자라고 비유한다. “미국이 예전의 소비에트와 같고, 중국이 예전의 미국과 같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단순화시켰지만, 저자는 미국의 가장 예민한 부문들을 규명해 간다. 워싱턴에서 터져 나오는 많은 적대적 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굴기하는 중국을 제대로 다룰 일관된 전략을 개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냉전시기의 초기였던 1946년 미외교관이었던 George Kennan에 의해 적용되었던 봉쇄전략이라는 특허와 분명하게 대비시킨다.
저자는 미국의 현재 외교관들이 궁지에 몰려 있다고 지적한다: 전직 국방부 장관인 Robert Gates가 잘 지적하였듯이 미국의 전문적 외교관들보다 훨씬 많은 군부의 인물들이 국제외교 분야에서 설쳐 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외교관이었던 그는 미국의 국내정치는 단시안적 금력(plutocracy)의 탐욕에 사로 잡혀 왔으며, 해외에 근무하는 공직자의 뇌물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해외부패실행법안(Foreign Corrupt Practices Act)를 국내에 적용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략적 사고의 부재로 인해 미국은 군부의 근육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중동에서 ‘끝낼 수 없는 전쟁(perpetual war)’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세계 방위비에 절반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시대에 군사적 물리력이 과연 얼마나 소용이 있을 것인가? 130억불을 들여서 건조한 미국의 항공모함은 수십만 불에 만들 수 있는 중국의 DF-26 미사일 한방에 쉽게 침몰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는 많은 지면을 할당하면서 미국의 사회경제적 모델은 운용의 성과를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소득순위 50%이하의 시민들 소득이 감소되어온 유일한 국가이다. 같은 기간에 중국인민들은 중국 역사상 가장 괄목하게 생활의 수준을 향상시킨 경험을 체험했다”고 적고 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증거하는 모든 사례를 최대로 활용하고 이에 반하는 사실들을 가능한 축소하는 것이 논객의 특징이듯이 저자 Mahbubani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미국의 실패에 대해서 난타를 가하는 반면에, 중국의 명백한 실책에 대해서 옹호하려고 한다.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수천 만 명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줄로 언급한다. 홍콩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요사태를 무주택자들과 부동산거부 간의 투쟁으로 간단히 치부한다.
저자는 중국의 지도자들을 칭찬하는 데는 열정이 넘쳐나면서도 미국의 지도자들에게는 저주를 던진다. 시진핑 주석이 임기제한(隔代指定)을 폐지한 것은 분파주의와 부패와 싸움을 위해 불가피한 조처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통치는 세계에 다음 세 가지의 공공선을 선사한다고 한다: 1) 중화민족주의를 적정하게 통제하고, 2) 기후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며, 3) 대국굴기의 중국은 혁명의 수출기지가 현상유지를 보장한다.
현자인 통치자에 의한 지배라는 자혜로운 정치(德治)를 시진핑 주석이 중국에 실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한다.
결론부에서 저자는 책의 제목에서 던진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변하길 회피한다.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많은 강점을 나열한다: 개인주의적 문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대학들 세계의 영재들을 흡인하는 매력( 35만 명의 중국인을 포함하여): 비록 트럼프가 엉망으로 만들고 있지만 잘 정비된 제도들 등. 그는 “국제정치라는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과 경합은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서로 피할 수도 있다”며 글의 매듭을 짓는다.
그의 저서를 읽으면서 동의하지 못하면 자극이라도 받으시길 바란다 – John Thornhill, FT innovation editor.
# by Kishore Mahbubani, Public Affairs, RRP$28, 320 pages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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