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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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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admin | 화, 2020/07/28- 22:42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후원회원행사나 프로그램의 객석을 보면 자주 보이는 얼굴이 있습니다.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와 반짝이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다가 행사가 끝나면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사라지는 분. 바로 한성철 후원회원입니다.

한 후원회원은 2009년부터 10년 넘게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 겸손한 분인데요.

종종 연구원들에게 따뜻한 밥을 사주시며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는 분이기도 합니다. 7월 8일, 고요하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희망제작소를 응원해주시는 한성철 후원회원을 만났습니다.

나누고 기대어 사는 삶

“사람 인(人)자를 보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양입니다. 서로 나누고 기대어 살아야 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한성철 후원회원은 ‘나눔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서로 아끼고 나누는 삶이라고 하는데요. 오래전부터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등 신념을 넘어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희망제작소와의 인연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찾아가서 힘을 보탠 것이 희망제작소 창립 자문단 참여로 이어졌는데요.

“두 번 정도 모임에 갔을 거예요. 발기 모임에서 보니까 활동 계획에 있는 것들이 모두 의미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지방자치’와 ‘지역활성화’에 눈이 갔어요. 현장에서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대안과 정책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죠. 힘을 보태고 싶어서 기부를 시작했어요.”

기부는 사회변화에 앞장서주는 이들에 대한 존중

한성철 후원회원은 기부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기부 행위를 ‘나를 대신하여 사회변화에 앞장서 주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라고도 했는데요.

희망제작소를 비롯하여 여러 단체에 후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이라고 하네요.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물품 구매로 기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눔 활동이 한 후원회원에게는 ‘생활의 일부’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활동 취지가 자원을 아끼고 활용한다는 거잖아요. 이를 잘 살리려면, 물품 기증도 필요하지만, 순환을 위해서는 물품 구매가 활성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래서 정기적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주로 오래전에 들어오거나 재고가 많은 물품을 사는데요. 제가 쓰는 것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어요.”

경영 지도에서 ‘존중과 신뢰 분위기 형성’이 중요해

한성철 후원회원은 20년째 경영지도사를 하며, 중소기업의 경영과 기술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는데요.

“경영 지도를 시작하면 1개월 간 직원들하고 함께 일도 하고 이야기도 나눠요. 회사 생활의 애로사항도 듣죠. 회사를 꾸려나가는 건 사람입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컨설팅 과정에서 주안점으로 두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경영 지도라는 업무는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 한 후원회원. 최고경영자부터 신입 직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을 꾸리기 위한 조언을 하는 것이 경영지도사의 역할인데요.

그러다 보니 업무 내용에 한계가 없고, 법률, 심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한 후원회원도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늘어나는 지식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하네요.

희망제작소에서 더 많은 시민과의 접점 만들어주길

희망제작소에 바라는 점을 묻자 한 후원회원은 ‘지금도 잘하고 있다’며 ‘더 힘을 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시민과 희망제작소의 접점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는데요.

이 방법을 후원회원과 함께 찾아보면 의미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보탰습니다. 이를 위해 후윈회원과 소통의 자리가 늘어나길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돌아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연구원들이 고맙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연구원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인터뷰 진행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사진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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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9,10월호 30주년 특집]

“시민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실련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미영, 정원철 前 경실련 활동가

지난 30년, 경실련과 함께했던 수많은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경실련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아간 그들에게 경실련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경실련에서 청춘을 보냈고, 열정을 쏟았던 활동가들을 만나 지난날의 경실련과 앞으로의 경실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미영: 1999년 경실련에 들어와 정치입법팀의 간사로 일했습니다. 주로 정치, 사법, 지방자치 쪽을 맡아 활동했었다. 월간 경실련과 온라인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팀에서도 잠깐 일하기도 했고요, 2012년 정치입법팀 국장을 끝으로 경실련을 떠났습니다.

정원철: 반갑습니다. 국회 정성호 의원실 정원철 보좌관입니다. 1998년 정책실 간사로 들어와서 경제사회 분야의 모든 분과위원회를 담당했었고, 기획실 회원팀장, 사무처 부장, 통일협회 사무국장 대행, 정치입법팀장, 시민권익팀장(구 부추본) 등 대부분의 사업 부문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경실련 내부가 여러 내홍을 겪던 시기라 업무 공백을 메워야 했고, 저도 사무총장이 포부라 다양한 업무를 맡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Q. 경실련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 당시, 경실련의 모습은 어땠나요?

김미영: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선거나 정당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정치개혁에 관심을 갖게 되며 자연스럽게 경실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경실련의 내부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는 시기라 매우 어수선했습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쏟아내며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상근자들이 떠오릅니다.

정원철: 저는 좀 독특한 게 일찍부터 사회변혁에 관심을 가지고 고2 때인 1987년 ‘서고련’을 결성하고 노동운동, 학생운동 판을 기웃거렸습니다. 1992년 동구권 사회주의가 몰락한 뒤, 걸출한 운동권 선배들이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 대학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걸 보며 좌절했습니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사회개혁 운동으로 진로를 잡았는데, 가장 먼저 올라온 경실련 채용공고를 보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가을의 토요일 오후, 그때 면접관이 하승창 정책실장님이셨는데, ‘사회주의 물이 덜 빠졌다’면서 면접이 아니라 한판 논쟁을 벌이고 퇴근해야겠다고 하여 같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단테의 [신곡]을 읽어봤냐고 물으셔서 다소 건방지게 “남들이 뭐라 하던 네 갈 길을 가라는 말씀이시죠?”라고 말하고 각자 반대 방향으로 헤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떨어진 줄 알고 참여연대나 가야지 하고 시름에 빠졌있는데 삐삐가 오더군요.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첫 출근길, 앞에서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유종성 총장이셨습니다. 총장실에 들어갔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겁주는 말을 한 보따리 하시더니 사무국 조례에 들어가서는 반갑게 소개해주시더군요. 사무실은 마치 신문사처럼 책상 몇 개 모아놓고 위 천정에 부서 푯말이 흔들흔들 매달려있었고, 신입의 임무는 1층의 생수통을 5층까지 계단으로 눈치껏 나르는 것과, 정책실 막내로서 신문철과 천리안 기사 갈무리를 솔선하고, 기획실과 친분을 쌓아 A4용지를 확보하며, 성명서를 팩스로 동시·동보하는 일 등이 기본이었습니다.

Q.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김미영: 2000년 총선 정보공개운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들에 대한 정보공개 운동이었는데 낙천낙선운동으로 일반 시민들의 기억에는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 보도자료를 만들고 하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논란도 많고 비판도 많이 받았는데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가장 열심히 일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정원철: 워낙 격동기라 무궁무진해서 하나만 꼽기가 어렵네요. 일단 평간사협의회의 출범입니다. 잇따른 내홍으로 붕괴된 상근역량의 재생과 사무국 의사결정구조의 민주성 제고가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사업 단위별로 흩어져 배치된 평간사들의 소통에 도움이 됐고, 전체 경실련운동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 통합력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그래서인지 간부들도 활동 초기에는 많이 배려해주었고, 환경련과 참여연대 등도 평간협을 만들겠다며 우리 사례를 묻곤 했습니다. 다음은 사무총장 경선이 생각납니다. 발런티어 그룹과 상근자 그룹이 각각 지지하는 사무총장 후보를 놓고 최초로 경선을 치렀는데, 지역 경실련과 함께 간접적, 비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했습니다. 끝나고 조직정치가 이런 거구나 하는 체험, 권력의 맛과 두려움을 교훈으로 얻었습니다.

Q. 현재 자리에서 경실련의 활동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미영: 예전보다 뉴스에서 경실련 이름을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SNS 등을 통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경실련 30년 역사의 가장 대표 활동으로 자리매김 해온 만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민들의 관심 분야인 교육, 복지,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실련의 목소리를 예전보다 잘 들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정원철: 지금의 경실련을 보면 예전 반짝했던 전동 타자기와 씨티폰이 생각납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조직인데,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조직 같다는 느낌입니다. 민주화 이행기와 주기적 정권교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지나는 동안 ‘레드 퀸’ 신세가 되었습니다. 주인 의식이 없어서 주인 없는 단체 신세인지 그 반대인지 그렇게 보입니다. 너무 매정한가요? 회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고, OB로서 기대와 애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의 경실련운동이 조직 유지를 위한 타성에 젖은 활동인지, 시민 삶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활동인지를 잣대로 살펴봤으면 합니다. 거창한 공익은 못 되어도 최소한 회원들 이익 대변에 성실히 귀 기울이고, 민원 해결로 성과를 축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회원은 경실련운동의 아이템 촉수이자 홍보 첨병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사회여론 그 자체입니다). 덧붙이자면, 머릿속 선진국의 정책과 사업 아이템을 찾아 주장을 내릴 게 아니라, 생활현장에서 부지런히 찾아 밀어 올려야 시민들이 경실련운동의 ‘효능감’을 느낄 것입니다. 새롭고 다르게, 모두 상근운동가의 몫입니다.

Q. 올해로 경실련이 창립 30주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경실련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김미영: 경실련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계셔서 든든한 마음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운동과 소통으로 시민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실련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원철: 축하합니다. 경실련 한 세대의 딱 중간에 있던 상근자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보니 말도 길어졌습니다. 사무국 역량 강화가 핵심입니다. 경실련 초기 10년이 성장기, 다음 10년이 정체기, 최근 10년이 침체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부흥기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경실련이 맏형답게 새로운 시민운동의 전범과 표준을 만드는 퍼스트 무버가 되고, 10년 후 ‘초격차’를 이루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Q. ‘나에게 경실련은 OOO이다.’

김미영: 나에게 경실련은 ‘청춘’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이 난다고 하는 20~30대를 경실련에서 보냈으니, 경실련을 생각하면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정원철: 나에게 경실련은 ‘군대’다. 운동권 선배들이 무슨 군 도망이 혁명가의 기본인양 읊어댔지만, 막상 제게는 유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책상물림에서 벗어나 팔도의 다양한 배경과 직업의 인간 군상들과 접하며 넓게 세상을 알게 되었고, 휴식 같은 사색과 위계조직의 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또한, 경실련 생활은 제게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과 실전 같은 훈련 경험을 강렬하고 짜릿하게 안겨 준 곳입니다.

지금의 경실련 활동가들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준 인터뷰였습니다. 경실련이 시민의 곁에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야겠습니다.

월, 2019/09/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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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1,12월호]

활동가들이 바라본 경실련의 현재와 미래

경실련 활동가 인터뷰

글 장영주 시민편집위원

회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경실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활동가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기획연대국 최윤석 간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장성현 간사, 재벌개혁본부 김건희 간사, 정책실 서휘원 간사가 참여했습니다.

 

Q. 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윤석 ● 저는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사기업보다는 사회적인 일,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민단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전통이 있고 이름이 알려진 경실련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장성현 ● 저는 예전에 사기업에 다녔었는데 소위 말하는 ‘꼰대’가 싫어서 시민단체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에도 ‘꼰대’들이 많더군요(웃음).

김건희 ● 저도 기업을 다녔었는데 사장에게 돈 벌어다 주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시민단체로 오게 되었습니다.

서휘원 ● 저는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Q. 설문조사에 응해주신 회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40~60대입니다(실제 회원 분포도 설문 응답 비율과 비슷합니다). 앞으로 경실련이 2, 30대 청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김건희 ● 예전에는 경실련 회원 모임이나 소모임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도 줄고, 다들 바쁘기 때문에 아무래도 횟수가 줄어든 것 같아요. 저희가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청년들이 저희를 알고 직접 찾아온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관심을 두고 오시는 분들께도 경실련은 진입장벽이 높아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은 모임(예를 들어 독서 모임과 같은)을 진행하면 젊은 친구들이 부담 갖지 않고 저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최윤석 ●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려진 이후에 사람들이 진입하는지도 중요해요. 제가 봤을 때 청년들에게 경실련은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에요. 만약 제가 경실련이 아닌 다른 곳에 있고, 친구가 경실련 행사에 같이 참여하자고 하면 ‘가기 싫어’보다 ‘그런 데 가도 돼?’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아요. 학구적이고 정책적인 경실련의 모습이 이런 진입장벽을 만드는데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영화나 동영상, 메이킹필름을 만드는 등 재미있고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회견, 서명운동도 중요하지만 그런 부류의 운동에 참여하기 어렵거나 틀에 박힌 운동이라고 재미없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서휘원 ● 경실련 창립 초기에는 시민들이 개혁 정책에 관심이 높아서 참여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기반 자체가 약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초창기에는 금융실명제같이 시민들에게 와닿는 이슈를 잘 부각했는데, 현재 경실련은 신규 회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요. 개혁 정책에 대한 관심이라는 기반도 약해지고, 새로운 회원을 데려올 수 있는 이슈도 갱신하지 못하고 있죠.

장성현 ● 친구들에게 경실련 회원가입을 요청하면 대부분 관심이 없어요. 시민사회단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년들이 대다수인 게 현 상황이에요. 경실련의 사업이나 운동의 맥락에서 생각해봤는데요, 저희가 주로 무거운 정치·경제정책을 다루기 때문에 청년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 같아요. 저희 팀 주제만 봐도 부동산 시장이라는 복잡한 이슈를 다루죠.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룰 수는 있겠지만 청년 무주택자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가 따로 있어요. 저희가 그런 주제를 다루면 조그만 단체의 밥그릇을 뺏는 게 되겠죠. 그리고 건설 산업과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로 청년층을 유입하려고 해도 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아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데 여러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설문을 보면 경실련의 사회적 영향력이 여전히 크지만, 이전보다는 줄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활동가의 입장에서 경실련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성현 ● 영향력이 없는 거 맞습니다(웃음). 정부나 국회, 기업은 경실련을 신경 쓰지 않아요. 저희가 제안한 정책이 반영되기는커녕 비판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저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차원에서 듣는 시늉만 할 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지금 시대에 영향력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단체는 권력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에 연연할 필요 없이 시민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실력이 중요하겠죠. 사회를 향한 예리한 비판을 계속 제공한다면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겁니다.

김건희 ● 경실련이 출범했던 시절에는 시민단체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독보적인 영향력을 지녔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구체적인 주제를 하나 정해서 깊게 파고드는 시민단체들이 엄청 많아졌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경실련의 입지가 줄어드는 건 당연해요. 경실련은 역사 속에 남아있는 느낌이 있어요. 윗세대는 경실련을 과거의 위상으로 바라보는데 아래 세대는 저희를 대부분 모릅니다.

서휘원 ● 실제로 중앙일보랑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실시하는 ‘파워조직 신뢰영향력 조사’를 보면 경실련의 점수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급격하게 감소한 시기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더라고요. 우리가 잘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정세 변화나 김건희 간사가 말한 것처럼 시민단체의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사회적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시민 신뢰도도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해요.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신뢰받는 시민단체가 되는 게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보다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윤석 ● 경실련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진다면 상근 활동가도, 인적 자원과 지원들도 줄어들겠죠. 그러면 운동량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감소하면서 결국에는 소멸로 가는 단계에 봉착해요. 이는 시민사회를 지켜보는 눈이 하나 사라진다는 뜻인데,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죠.

서휘원 ● 사회적 영향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어요. 특히, 경실련은 소규모 시민단체와 지향하는 바가 아주 다르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작은 이슈가 아닌 큰 주제를 다루고, 정치·경제 권력을 감시하며 체제를 개혁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요.

 

Q.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경실련이 집중해야 하는 운동에 재벌개혁, 정치개혁, 부동산/주거 안정, 소비자/시민권익이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활동가분들은 어떤 운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와 관련하여 계획이 있다면 같이 말해주세요.

김건희 ● 저는 어느 하나에 집중할 필요 없이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필요할 때 연대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정책 분야 자체가 한 정부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유기적인 면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 중에 한 팀이 이슈화되면 다른 운동들이 묻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심을 받는 등 지원이 늘어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부동산 팀이 잘 돼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오면 그만큼 경실련 자체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거죠.

장성현 ● 저는 건설산업 개혁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정치, 재벌, 부동산은 저희 말고도 다루는 곳이 많아요. 그런데 건설 문제는 오직 경실련에서만 다루더라고요. 전체 예산의 10%인 43조가 건설 예산인 데다가, 1000대 기업에 건설 회사가 절반일 정도로 산업 규모가 거대해요. 그런데 이 주제를 다루는 언론이나 단체가 없어요. 운동 필요성이나 효과를 따져봤을 때, 건설 산업 개혁에 힘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서휘원 ● 저는 정치개혁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거제도 개편이나 국회 개혁 등 제도적인 차원이 아니라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국회 활동을 감시하자는 말이에요. 재벌개혁이든 부동산 문제든 해결하려면 입법화가 필수인데 지금 국회의원들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정 활동을 감시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해요.

최윤석 ● 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저희가 전문적으로 내세웠던 게 부동산 개혁이었는데, 요즘에는 예산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놀랍게도 경실련이 최근에는 예산감시에 집중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산감시는 전문가 풀도 좁고, 세세한 법률도 알아야 하고, 공무원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아예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많아요. 때문에 그런 일은 경실련처럼 규모가 있는 단체에서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정치개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죠. 정부나 지자체가 어떻게 돈을 사용했는지 감시하는 건 경제정의라는 이름에도 걸맞다고 생각해요.

 

Q. 경실련이 어느덧 30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활동가분들이 그리는 경실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최윤석 ● 앞으로 경실련은 시민들 또는 외부 전문가들이 저희를 찾아와서 함께 운동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현재 시민들의 영향이나 의식이 크게 성장했고, 경실련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해졌거든요. 설령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이 좁아지게 돼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 전달, 만족시키는 플랫폼으로 여전히 남아있을 거예요.

장성현 ● 조직 운영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큰 인적 자원의 변화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비슷한 의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가지고 가지 않을까 싶어요. 크게 나아지지도, 크게 나빠지지도 않을 거예요.

서휘원 ● 제가 바라는 경실련의 모습은 건강한 조직이에요. 저희 스스로 개혁적인 단체라고 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반개혁적이고 후퇴하고 있는 정치권에 진출했어요. 그러면서 경실련이 보수 단체로 낙인찍힌 경우가 빈번했죠. 저희는 정치적 중립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오고 있는데 일부 임원들이 그런 행보를 보여주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 돼요.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의제는 대부분 불로소득 관련이에요.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등 계급 문제가 다양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불로소득에만 집중하는 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할 수 있어야 해요. 사회를 진단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고요.

최윤석 ● 설문조사 결과를 봤는데, 경실련 활동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이 중장년층에 많더라고요. 저는 그분들이 연령이 높다고 해서 고루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봐요. 경실련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열과 성의를 다해 지원해주시는 분들이세요. 그렇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의제를 급격하게 바꿀 수는 없어요. 대신 경실련을 알리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쉬운 것에서부터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건희 ● 다들 우리 조직이 나이가 들었고, 회원들도 머물러 있고, 새로운 유입이 없다고 말해요. 그래서 청년들이 오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고 믿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의무적으로 아무나 데려오는 게 아니라 정말 관심이 있어서 찾아오는 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의제를 물어봐도 뜻있는 청년들에게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아무나 데려오면 머리를 쥐어짜서 겨우겨우 대답할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조그마한 모임이라도 만들어서 그런 청년들을 찾고 싶어요. 마음이 불타오르는 젊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편하게 할 말, 못할 말 다 할 수 있는 경실련이 되길 바라요.

 

Q. 활동가분들이 생각하시는 경제정의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에서 경제정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장성현 ● 경제적·사회적 계급이 사라지는 게 경제정의라고 생각해요. 저랑 이건희랑 똑같은 돈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가족 수에 따라서 넓고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모두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경제정의겠죠.

서휘원 ● 경실련은 분배의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그와 관련된 운동은 하지 못했어요. 불로소득도 문제지만 소득 격차도 지나치게 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한 복지제도를 통해 시장에서 생긴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어요. 경제정의에는 불로소득뿐만 아니라 소득 격차, 복지정책 등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 해요.

김건희 ● 모두에게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 경제정의 아닐까요? 재벌체제를 포함해서 비정규직 차별, 교육 불평등 같은 문제들도 가장 먼저 개혁되어야 해요.

최윤석 ● 마주 보고 있는 사람과 공정한 거래를, 옆에서 같이 뛰는 사람과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경제정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 경실련에서 외부 단체와 연대하는 사업 중에 경제 교육, 민주시민 교육이 있어요. 저는 이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 전반의 경제 의식을 바꾸는 건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에요.

 

Q. 마지막으로 회원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최윤석 ● 설문조사에서 경실련의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응답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밥 굶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회원분들이 없으셨더라면 아르바이트를 뛰어가면서 운동을 했을 텐데, 비교적 수월하게 운동할 수 있게끔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성현 ● 같은 팀에 있던 부장님께서 술 한잔하시다가 “우리는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돈이 가는데 마음이 가지 않습니까(웃음). 정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서휘원 ● 공수처나 선거개혁 등 답이 있는 운동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답이 없거나 방향이 확실하지 않은 운동을 할 때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세요.

김건희 ● 설문조사에 그런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지금처럼만 해주세요’, ‘정치권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등등. 주관식 칸에 성심성의로 답변해주신 걸 보고 회원분들의 평소 의견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도 저희 조직 안에서 건강한 합의가 이루어져 모두가 상당 부분 만족하는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목, 2019/11/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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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 현대인 1편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에게 듣는 아동복지에 대한 이야기
지역종합사회복지관 – 박선정 사회복지사 인터뷰

인천 용현동 빌라 화재 사건 이후 아동 관련 안타까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동복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보며 대안을 찾기 위한 지혜를 모아봅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확장을 위한 정부와 행정의 역할은 무엇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 영상 내용
0:00 시작하기
0:28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
1:30 사례관리사업이란?
1:55 사례관리 사회복지사의 역할
3:08 의료 네트워크 사업 배경
5:08 의료 네트워크 사업 목적
5:58 사례관리사업 담당 인원
6:31 사례관리사업 목표
7:45 지역사회 통합 사례관리
8:23 가족 중심 사례관리
9:39 사례관리사업에서 어려운 부분
11:53 사례관리사업과 지역사회의 역할
13:12 체감하는 복지제도의 변화
14:15 복지제도의 한계, 사후지원
15:19 복지제도의 한계, 사각지대
16:31 복지 분야 다 직종 네트워크
18:01 다 직종 협력을 위한 정부의 역할
19:05 코로나19의 영향

#아동복지 #사례관리 #사각지대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사회복지관 #지역공동체 #관심

촬영일 : 2021.01.06.
게시일 : 2021.03.19.

인터뷰이 : 박선정
진행 : 안영삼
촬영, 편집 : 안영삼
콘텐츠 정리 : 안영삼, 김민지, 김세진, 방연주

금, 2021/03/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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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일상속에서 북한, 특히 북한인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드물다. 탈북인을 만나게 된다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가깝지만 또 ‘멀게’ 느껴지는 북한,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한’ 탈북인과 함께 자주 들어보기는 했으나 ‘잘 모르는’ 북한인권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호기심과 동시에 생소한 순간으로 다가오게 될 지도 모른다.

2019년 11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회원들이 탈북인을 직접 만나 북한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탈북인과 함께하는 북한인권 세미나’가 바로 그것이다. 세미나는 총 4회로 구성되었다. 주제별로 관련한 경험이 있는 탈북인 강사가 직접 회원들을 만나 강의를 진행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모습, 북한인권의 현실, 그리고 북한 사람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첫번째 세미나

유엔에서 북한인권을 외치다.


지난 2년간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북한인권 옹호 활동을 펼쳤던 김건우 ‘NAUH’ 홍보팀장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을 만났다. 김건우는 북한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 탈북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 후 대학교에 다니던 중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탈북청년단체인 NAUH를 알게 되면서 북한인권 활동을 처음 접했다. 이내 그는 탈북인인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북한 사람의 인권 개선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북한인권 활동에 자신의 삶을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운이 좋게도 11살 때 탈북에 성공해서 여러분들이 북한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고문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북한에서 아동으로서 겪었던 삶 자체가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에 온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김건우 ‘NAUH’ 홍보팀장

 

김건우는 올해 3월 유엔에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전개한 북한인권 옹호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그의 경험은 단순히 북한인권 활동을 한다는 것을 넘어 탈북인으로서, 권리 보유자의 입장에서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을 직접 말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국제앰네스티의 도움으로 인권을 옹호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참석자들은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경험하거나 목격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궁금증부터 유엔에서의 체류 경험, 그리고 외국 사람들이 북한인권에 대해 보인 반응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두번째 세미나

김정은 집권 이후 달라진 북한사회


대북전문 인터넷매체 ‘데일리NK’의 강미진 기자와 함께 최근 북한의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북한 정보를 참석자들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북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빨리 변하고 있어요. 외부와의 단절은 여전하지만, 휴대폰을 사용하고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에요.

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최신 북한 동향이라는, 누구나 궁금해하고 흥미를 느낄 주제이기도 하거니와 북한의 전반적인 상황을 여러 사진과 함께 설명해줘서 그런지 참석자들은 그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 상황과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과 관련해 질문이 쏟아졌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북한 내 한류의 인기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강미진은 북한 전문 기자답게 자신이 직접 수집하고 취재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답변해주었다.

 

세번째 세미나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구금시설


정치범수용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놓고 안명철 ‘NK Watch’ 대표가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탈북 직전까지 북한 내 다수의 정치범수용소에서 경비병과 운전병으로 근무한 전력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역시 북한인권의 가해자라고 할 수 있기에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북한인권을 말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을 제외하고는 세상 그 어디에도 국가 차원에서 정치범의 가족과 친척까지 연좌제로 엮어서 수감하는 곳은 없어요.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압니다. 이런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나요?

안명철 ‘NK Watch’ 대표

 

안명철은 정치범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인권침해에 대해 자신이 목격한 것을 사례로 들며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는 강의를 마치며 정치범수용소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권유린 형태를 총망라한,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뒤이은 질의응답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정치범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왜 정치범수용소는 탈출하기 불가능한지, 그리고 왜 북한 사람들은 부당한 대우에 대항해 시위하지 않는지 등을 질문했다.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통해 정치범수용소가 왜 반드시 폐쇄되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네번째 세미나

북한 여성의 삶

북한에 대한 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정진 강사가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을 만났다. 정진은 2014년 탈북 후 대한민국에 정착한, 비교적 최근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북한에서 예술인으로 살았고 현재 한국에서도 예술을 전공하고 있다. 또한, 그는 북한에 대한 강연 활동을 펼치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의 여성들은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 아래 가정과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차별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요.

정진 강사

 

정진은 여성 인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오히려 북한 여성의 삶을 생생하고 실감 나게 전달하는 데 장점이 되었다. 특히, 그는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북한 여성의 삶을 예술에 비춰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북한의 출산, 육아 문화부터 여성의 경제력,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북한 예술단에 속한 여성의 인권상황 등 북한 여성의 일상적인 삶뿐만 아니라 젠더에 기반한 차별에 관한 내용 등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탈북인을 직접 만나 북한인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해요.

참석자

 

참석자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지막 세미나가 마무리되었다. 비록 4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석자들은 탈북인을 만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물론 세미나에서 북한인권의 모든 부분을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간을 같이하며 참석자들은 최소한 북한과 북한인권, 그리고 탈북인이라는 단어를 이제 더 이상 낯설게만 느끼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북한 사람의 삶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탈북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서 북한 사람,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앞으로도 북한인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 2019/12/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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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회원 여러분, 올해는 같이 일합시다!!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인터뷰

글·사진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2020년의 시작과 함께 경실련도 새로운 사람과 함께 시작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2020년 경실련을 이끌어 갈 상임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황도수 교수(건국대 상허교양대학)을 만나서 올해 경실련이 나아갈 방향과 각오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Q. 독자분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올해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황도수입니다. 저는 예전에 헌법재판소에서 10년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당시는 헌법재판소 초창기였고, 헌법소원제도라는 것도 아무도 모르던 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제도를 헌법재판관과 연구관들이 모여서 독일의 헌법소원 심판에 관한 책자도 같이 읽고 연구하면서 헌법소원제도를 만들어갔어요.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내 머리 속에서 민주주의가 중요한 개념인걸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민주주의를 공부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혹시 자본주의하고 민주주의가 붙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봤는데 그게 맞았어요. 그래서 40대 초반에 자본주의를 알려면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호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걸 한 6년 정도 했어요. 근데 그것도 사업이라서 계속 비용이 나가고, 그걸 채우기 위해 일을 계속 해야되더라고요. 그게 어떤 느낌이었냐면 아주 치열한 세계 속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사건이 하나 들어왔는데 노동법을 위헌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헌법재판의 핵심이 법률조항을 위헌내달라고 하는 위헌법률심판인데 재벌기업에서 그런 요청이 들어왔어요. 근데 그때 노동법 조문 하나하나에 들어간 사람들의 희생이 생각났어요. 자본가들이 법률조항을 공짜로 안 집어넣어줍니다. 누군가 분신자살해서 집어넣어줬고, 데모하다가 몇 사람 죽어가야만 조문이 들어갔어요. 노동법은 그 속에 피가 철철 흘러요. 제가 그걸 잘 안단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돈을 좀 벌겠다고 이걸 위헌 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잠도 못자고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재벌 돈벌어주려고, 내 돈 조금 받아먹겠다고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절했어요.

그러다보니 마음속으로 사회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이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로 들어갔습니다. 경실련 활동도 학교에 가면서 시작했습니다. 경실련 활동이 준법을 중심으로 하면서 법을 지켜가면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좋다는 생각에 합류해서 10년을 넘게 활동했어요.

 
Q. 2020년을 이끌어 갈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이 되셨습니다. 올해 상집위원장으로서의 목표나 각오가 있으시다면?

A. 올해 상집위원장으로서 목표는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정치인들은 당에 상관없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10년 앞도 보지 못하는 정치는 대한민국에 도움이 안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깨고 나갈지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저는 국민이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답이라고 봅니다.

지금 경실련이 주로 하는 일이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면서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다 결정하기 때문이죠.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국민들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습니까. ‘국회에서 의결해주세요’, ‘헌재에서 탄핵해주세요’ 했었는데 이대로는 안됩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바꿨고, ‘해주세요’라고 많이 했지만 실제로 무엇을 해줬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국민한테 직접 호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실련이 부동산 문제 같은 것에 올바른 목소리 많이 내지만 안 받아줍니다. 그래서 국민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국민이 살아야 나라가 살아요. 정치인들은 다 기득권층이기 때문에 서민과 대중을 보지 않습니다. 현재의 여야가 모두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기득권층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국민을 깨우는 일이 경실련의 할 일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Q. 2020년은 21대 총선이 있는 해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는 시기인데요. 올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이번 총선은 이전의 총선하고 특별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국민들이 정당을 밀어줘서 사회의 균형점을 맞춰줬습니다. 대통령이 새로 당선되면 여당을 밀어줘서 힘을 실어줬어요. 그런데 대통령이 2년쯤 지나고, 본색이 드러나면 여소야대를 만들어서 균형을 맞췄어요.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똑똑한 국민들입니다.

근데 지금은 국민이 어떤 입장이냐면 민주당을 찍을 수도 없고, 자한당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정의당을 왕창 밀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다른 당을 찍느냐면 미안하지만 국민들 마음이 별로 없다는 거에요. 결국, 찍을 당이 없는 상황인 겁니다. 과거에는 당을 밀어줘서 균형을 맞췄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럴 당이 없다는거죠. 그래서 국민의 6,70% 정도는 공중에 떴다고 봅니다. 그런데 만일에 뜬 마음이지만, 이게 4월 15일까지 그대로 가면 또 민주당 아니면 자한당 찍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우리나라 정당은 대통령 바뀔 때 마다 바뀌고, 무슨 이념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뭘 하자고 모인 단체들이 아니고, 그냥 한자리 하겠다고 모인 이합집산의 모임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럼 국민들이 정당을 존중 안해도 됩니다. 사람보고 괜찮은 사람을 뽑아보는거죠. 현직 국회의원 중에 잘하는 사람 10%만 남기고 다 떨어뜨리는 겁니다. 그게 국민이 가진 투표 한 장이 가진 힘입니다. 만약 90%를 떨어뜨리면 국회의원들이 다음에 국회의원 되기 위해서 국민을 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있는 국민들을 흔들어야 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국내외적으로 굉장히 위기 상황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어찌할지를 모르는 상황이고, 국내적으로는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서민들은 살아갈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을 알아야 합니다. 시장을 그대로 놔두면 양극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국가가 하는 일은 이걸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가가 시장을 이해 해야하고, 시장에서 어떤 모순이 있는지 알아야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부동산 시장에 빠져있습니다. 이걸 해결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이 사업에 돈을 넣어야 나라가 발전하는데 우리나라는 부동산에만 돈을 넣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뭘 생산하는게 아니라, 가격만 오르내릴 뿐입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사업이 많이 열려야합니다. 그래야 청년들도 들어갈 자리가 있을 것이고, 자리가 없으면 직접 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조금은 허황되지만 하라고 밀어줘야 되는데 이것이 안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상태로 가면 핏빛이 될 것입니다.

 
Q.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올해 총선에서 국민들의 ‘어쩔줄 몰라하는 마음’에 불을 당겨주는 역할을 경실련이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국민들 굉장히 똑똑합니다. 경실련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소리를 팍팍 지르기 시작하면 안보는 것 같지만 다 지켜볼 겁니다. 그러면 다른건 못해도 경실련에 팔로우라도 해주고 싶고, 좋아요라도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서로 공유해야합니다. 경실련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20% 밖에 안되면 국회가 안뒤집어집니다. 그치만 죽어라고 노력해서 이것을 40%로 늘려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음 선거 때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국회를 바꿀 수 있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경실련 회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회원님들 올해는 저희랑 같이 일합시다. 그래서 저희가 못했으면 회비를 줄이시고, 잘할 때 더 내주십시오. 그 대신 올해는 같이 일합시다. 저희가 총선 때 전국민을 들었다놔야되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희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경실련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널리 공유해주십시오. 저희와 생각이 같다면 널리 알려주십시오. 올해 회원님들과 함께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월, 2020/02/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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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활동가 메흘랍 자밀(좌)과 나이로비 카스티요(우)의 모습

트랜스젠더 활동가 메흘랍 자밀(좌)과 나이로비 카스티요(우)의 모습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기념해 국제앰네스티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파키스탄 출신의 활동가 2인에게 그간 마주했던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습니다.

나이로비 카스티요는 도미니카 트랜스젠더와 트랜스베스타이트 성노동자 커뮤니티COTRAVETD의 이사장입니다. 2004년 이 단체를 설립한 공동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메흘랍 자밀은 연구자이자 지역사회 교육자로, 파키스탄의 역사적인 트랜스젠더법(2018) 초안 마련을 도운 인물입니다. 이 법은 관련법 중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연대가 가져오는 막대한 위안과 힘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여러분의 성장 환경은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나이로비저는 정말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가족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열세 살이 되던 해 가족들은 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저를 내쫓았습니다. 저는 산토 도밍고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향정신성 물질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랜스여성이 되기까지의 전환 과정은 매우 힘겨웠습니다.

메흘랍저는 펀자브 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삶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도심 지역으로 이주했습니다.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운영하고 파키스탄의 젠더 및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HOPE(‘긍정적인 기대만 가져라’)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젠더 이분법에 반대하고, 가부장제를 거부하고, 자본주의 전복을 모의하며 차이chai를 아주 많이 마시는 것이 제 일상입니다. 그냥 평범해요.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나이로비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여자 옷을 입는다며 “게이 자식faggot”이라고 불렀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선택지가 없어 생계를 위해 성노동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도권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포주 없이 혼자서 일을 시작했지만 다들 그렇듯이 많은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매일같이 경찰의 검문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저를 폭행하고, 제 돈을 빼앗고, 그들과의 구강 섹스를 강요했습니다. 옷을 벗으면 그동안 당해온 부당대우로 인해 생긴 흉터가 모두 드러납니다. 각 흉터가 생긴 날짜와 시간까지도 정확히 말할 수 있어요.

 

배제와 낙인, 차별을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야 합니다.
사회적 배제는 우리의 인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나이로비 카스티요, 도미니카 트랜스젠더 및 트랜즈베스타이트 성노동자 커뮤니티COTRAVETD 이사장

 

메흘랍트랜스젠더, 그 중에서도 특히 저희 지역 출신 사람들은 언제나 불운한 희생자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억압당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렇게나 알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우리를 억압하는 제도에 맞서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폭력을 매일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조차 우리의 방식대로 발언할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저항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나이로비활동가가 된 때 저는 29세였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연합여성운동Movement of United Women이라는 단체가 폭력이나 체포, HIV로 고통받는 여성 성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희 지역에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없었습니다. 성노동자의 요구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노동자 단체를 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그렇게 2004년 COTRAVETD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메흘랍하루에도 그런 순간들을 몇 번이나 겪는 것 같아요. 변화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조직적인 활동은 동떨어지고 개인주의적인 인권 프레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요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의 말처럼, 집단 속에서 우리는 희망과 낙관이 잠든 저수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나이로비COTRAVETD을 이끈 것입니다. 저희는 어린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군과 경찰의 트랜스젠더 인권침해 중단을 위한 인식 제고 및 교육 워크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약을 복용하는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였던 제가 이 단체의 대표가 되고 약물 남용을 극복하기도 했다는 것이 큰 성과입니다.

 

저는 퀴어의 미래를 꿈꿉니다.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억압의 제도적 근원을 해결하는 강력한 정치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흘랍 자밀, 조사관 겸 지역사회 교육자

 

메흘랍저는 제가 이룬 것보다 제가 하지 못한 일들에 더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족 안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 트랜스젠더 의제를 우익 정부에 이해시키지 못한 것처럼 말이죠. 제 존재 자체와 인간성을 끊임없이 말살하는 사회에 안주하지 못한 것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제 실패를 통해, 제가 살아남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 사회의 폭력성과 제가 저항하려는 폭력을 지지하는 구조에 대해 매일 새롭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나이로비도미니카공화국 공문서에 우리의 이름과 성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성 정체성 법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보호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메흘랍씨, 당신은 이 멋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나요?

메흘랍모두가 노력한 결과입니다. 트랜스젠더 법은 무엇보다도 성 정체성과 표현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인정합니다. 변호사, 활동가, 연구자들로 구성된 저희 팀은 이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때 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되고 폭력에 취약한 성소수자 사회의 요구를 특히 대표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입법 절차는 아시다시피 매우 배타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기 때문에 장벽을 허물고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경찰의 만행과 범죄조직의 폭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웠던 용감한 트랜스젠더 전사들이 있었기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의 트랜스젠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이로비배제와 낙인, 차별을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야 합니다. 사회적 배제는 우리의 인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의사 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우리가 직접 선택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도록 스스로 힘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메흘랍우리는 온몸 구석구석에 사회의 수치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몸으로 태어나 우리의 신체에 대해 직접 결정할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폭력과 삭제, 증오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충분히 고통스러우니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지는 맙시다.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서로 보살피는 문화를 만들어나갑시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다 같이 행동합시다.

미래에 대한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요?

나이로비제 꿈은 우리나라에서 젠더 정체성 법이 통과되고, 고령이거나 갈 곳이 없는 트랜스젠더들과 HIV에 감염돼 가족들에게 거부당한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트랜스젠더들이 더 이상 성 노동자가 될 필요가 없도록 다른 고용 기회들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 꿈입니다.

메흘랍저는 퀴어의 미래를 꿈꿉니다.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억압의 제도적 근원을 해결하는 강력한 정치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랜스젠더 자매가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입니다. 서로의 투쟁을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다국적 연대를 만드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대화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국경을 넘어선 자매애를 통해 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당신의 활동 이야기를 듣고 매우 큰 영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말 훌륭해요. 당신은 지역사회의 희망의 빛입니다.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더욱 큰 힘이 되기를!

이 글은 TIME에 먼저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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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0/03/3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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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하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전주시가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중위소득 80% 이하인 5만 명에게 52만 7천 원을 체크카드에 담아 지급하며 전주시 내에서 3개월 동안 쓸 수 있습니다.
김승수 시장은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지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어나가는 지방정부 단체장 모임인 목민관클럽의 공동대표를 맡아 지방정부의 자발적 협력과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과 코로나 이후 사회를 준비하는 지방정부의 고민을 듣기 위해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이 직접 김승수 시장을 만났습니다.

현재 코로나19 관련 전주시의 상황은 어떤가요.

대한민국 전체가 재난 현장이고 시민들의 삶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전주 역시 모든 분야에서 초유의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인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모든 도시는 여러 군락으로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현재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거지요. 예를 들면 전주경제의 중심인 관광생태계만 보더라도 여행사 매출이 ‘0’입니다. 여행사 매출이 ‘0’이면 전세버스, 관광해설사, 음식점, 숙박업 등 줄줄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주는 특히 그렇지요.

전주시가 ‘착한임대운동’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습니다. 시에서 관심을 쏟았던 건가요.

‘착한임대운동’은 이미 4년 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계속 연구해 왔고, 건물주와 임차인 상생협약인 ‘함께가게’, 착한 공인 중개 정책인 ‘사회적 부동산’도 운영해 왔습니다. 아울러 구도심에서 임대계약을 ‘매출 연동형 임대료’나 ‘임대료 동결’을 유지할 경우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시에서 직접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해 왔습니다. 이 기반을 바탕으로 ‘착한임대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건물주들 설득하는 시작단계에서 많은 분이 우려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불가능할 것이고, 실패할 경우 시장의 정치적 부담이나 행정의 권위 실추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임차인들의 절박함과 삶은 무게는 저에게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착한임대운동’을 결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착한임대운동’을 마냥 반기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행단계에서 건물주들이 반발했고 공무원들이 굉장한 고생을 했습니다. 여러 차례 긴급간부회와 동장 회의를 통해서 공무원들이 직접 건물주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처음엔 건물주들로부터 모멸도 당하고 핀잔도 들었는데 그 진심이 전해지면서 많은 분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사실, ‘착한임대운동’에 참여해 주신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영세한 분들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분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 주신 겁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1년 전부터 꾸준히 모임을 갖고 고민해 온 한옥마을 상인들과 주민들이 선뜻 응해 주셔서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대통령께서 페이스북을 통해 ‘전주시 착한임대운동’을 칭찬해 주시면서 전국으로 파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건물주들도 시민들도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고 전주가 ‘가장 인간적인 도시’로 가는 큰 문이 하나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도 지방자치가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나요.

재난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가장 늦게까지 고통을 받는 층이 바로 저소득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입니다. 고통이 지속하면 인간의 존엄마저 해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결단과 상식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당시 처음 시작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 바로 그런 일이었습니다.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은 어렵고 예측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 의미의 기본소득 개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위기에 즉각 대응하는 ‘한시적인’, 그리고 취약계층에 한정하는 ‘제한적인’ 재난소득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울러 ‘구호 수당’이라는 낙인감을 덜기 위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전주시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때 어떤 부분을 고려했나요?

위기 때 찾아오는 공동체 파괴를 어떻게 막아 낼 것인가?(아니면 더 강화할 것인가?) 중앙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와 천차만별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멈춰버린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작동 시킬 것인가? 크게 이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의 기본 철학은 “전주형 기본소득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힘들 때 ‘당신 곁에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회적 연대”에 있습니다. 시민들의 따듯한 마음과 마음이 반드시 서로 이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둘째, 직접 지원이기 때문에 취약계층 시민들께서 가장 급하고 어려운 곳에 우선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셋째, 선불카드로 지급되고 3개월 이내에 전주에서 소비해야하기 때문에 263억 원이 지역에서 돌게 되고 지역 상권도 지금보다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정책에는 실험적 요소가 있습니다. 전주가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전문기관을 통해 전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할 것이고, 그 결과는 향후 유사한 사업을 진행할 때 유용한 참고가 될 것입니다.

재난기본소득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전주시의 우려는 없었나요.

많은 분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막대한 예산 소요, 엄청난 행정력 낭비와 소모, 현실적 기준 마련의 어려움, 제외된 시민들의 불만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 등등이 지적됐습니다. 물론 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그 지적이 모두 옳다고 하더라도, 우리 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어려움에 부닥친 시민들을 우리가 따뜻하게 안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려움에 부닥친 시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치면 삶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겪을 고통과 상처, 후회보다는 지금 결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가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주시 의회는 어땠나요.

재난기본소득 도입 초반에는 ‘의회 패싱’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워낙 긴급한 사안이었기에 잘 받아주셨습니다. 의원들께서도 현장의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전주시 의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총선 국면을 앞둔 가운데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소득 하위 70% 대상) 관련해 여야 할 것 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다만 지자체의 재원 20%를 부담하게 하는 등 지방정부의 입장과 재정을 봤을 때 마냥 반길 순 없지 않나요.

지방정부는 현장과 가장 밀접해 있습니다. 시민들의 직접적인 삶과 맞닥뜨려 있기 때문에 중앙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위기상황일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탓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서로 소통하고 지혜를 짜내서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19 관련해 중앙정부 중심의 방역/관리체계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방정부에서는 어떤 역할을 주목하나요.

국가 단위에서 방역/관리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중앙에서 큰 원칙과 방향을 잡아주면 지방정부에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창의적인 대책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방역에 마스크 착용과 소독이 중요하다”는 지침이 발표되면 전주시는 ‘매주 수요일은 전주시민 일제소독의 날’로 정해서 대대적인 소독을 합니다. 해외입국자 격리지침이 발표되면 대학기숙사나 시내 호텔 등을 섭외하여 철저한 검진과 격리를 추진합니다. 이처럼 지방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하며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뼈대를 만들어 간다면 지방정부를 피를 돌게 하고 살을 붙여가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금, 2020/04/1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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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과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전문가의 시각을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언택트’(Untact: 비대면)와 공동체에 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든 가운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봅니다. 지역, 주민자치, 공동체 등의 키워드로 연구와 현장을 누비는 권선필 교수(목원대 행정학과)와 지난 4월 29일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를 전합니다.


▲지난 4월29일 화상회의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권선필 교수

Q.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학계에 몸담은 교수로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물론 강의입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비대면 강의 방식도 여러 형태로 실험 중입니다. 예컨대 화상회의 같이 실시간으로 하는 인터넷 강의, 파워포인트에 목소리를 입힌 발표자료 중심의 강의, 학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설문과 강의영상을 병행하는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방식 등을 다양하게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클래스룸’ ‘시스코 웹엑스’ 등 다양한 영상협업 툴과 웹켐, 마이크, 필기마우스 등 다양한 도구들도 실험해 보고 있습니다.

Q. 갈수록 비대면 강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대학본부의 지침도 다양한 수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초기만 해도 수업시간에 해당하는 과제제출로 대치하다가, 강의 시간을 대치하는 멀티미디어 강의 파일을 업로드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강의 영상으로 제작하였고, 현재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하는 방안까지 변화해왔습니다. 이전부터 구글 클래스룸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강의한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여러 문제점과 대응 방안들도 눈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Q. 어떤 지점이 눈에 띄나요.
비대면 강의이다 보니 학생들이 얼마만큼 이해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갈라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교수가 어떻게 강의할지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 하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얼마큼 동기부여가 되고 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참여 학생 중 약 4분의 1은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구요, 또 다른 4분의 1은 참여해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고요. 학생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결국 절반의 학생들만 온라인 강의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렇게 역량이나 조건 동기부여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상황에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반영해서 온라인 수업을 할지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봅니다.

 

교육현장, 비대면 강의에 학생들의 다양성 반영이 관건

Q.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지점이 눈에 띄나요.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현상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evindence)를 만들고 이 근거를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이러한 근거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나 해결책이 이야기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말 대전광역시노동자권익센터와 코로나19 이후에 소득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해 노동자 36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정규직이 대다수인 55%는 소득의 변동이 없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45%는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고, 이 중 14%(프리랜서, 교육강사)는 수입이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사내용 보기)
이를 빗대어 보면 우리 사회의 10~15%가량 최악을 경험하고 있다는 건데 이런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내야하고 또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방역 중심으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현장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고, 혁신적 정책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아직까진 기존의 생각하는 틀에 근거해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코로나19가 일상에 미치는 여파가 큽니다. 코로나19는 본질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코로나19가 가져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를 그려보면 ‘건강’에 대한 위협을 들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생명의 위협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인데요. 현재로선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언제쯤 끝날 거라고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우리 스스로 보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호의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물리적 거리 두기’는 사람들 사이에 ‘무형적 관계’와 ‘유형적 거래’의 패턴을 모두 바꾸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하고 거래를 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Q.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우리가 당장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해지기 지점이 있습니다. 자가격리를 해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확진된 중환자가 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요. 결국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관계맺기가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고 이 지점을 어떻게 바람직한 방식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합니다. 기존처럼 ‘거리 두기’만 강조하므로 나타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견디는 방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관계 맺기’가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가족, 친구, 직장과 같은 가까운 사회부터 지역사회, 국가, 세계 차원과 연결되는 먼 사회의 구별이 재조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관계맺기 탐색 필요해

Q. 시민사회에서는 줄곧 사람이 모이는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해왔지만, ‘언택트’가 확산하면서 공동체의 의미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벌어졌지만 실제 공동체는 이미 파편화되거나 아주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거주하는 곳, 내가 일하는 곳, 내가 사람을 만나는 곳, 내가 문화를 향유하는 곳, 내가 여행하는 곳에서 각각 다른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들 간에 별다른 연결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시작된 거리두기 때문에 이러한 분절적 공동체들이 제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처럼 자유로운 이동과 연결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공동체는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대신 오히려 주로 활동하는 물리적 근거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확인하고 있습니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물리적 기반이 어디인지, 그리고 거기서 출발하여 누구와 어떠한 신뢰 관계를 맺어갈지를 짚어봐야 합니다.

Q. 물리적 기반으로부터 공동체를 바라본다는 건가요.
우리가 공동체를 말하는 이유는 삶의 기반이 되는 의식주, 교통, 에너지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원초적 이유입니다. 일례로 먹거리 문제를 떠올려보면 전염병으로 인한 사재기가 논란이 됐는데요. 사재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따져보면 내가 살고 있는 장소와 연관된 공동체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멀리 있는 곳에서 물건을 가져올 수 없으니까요. 삶의 모든 문제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해결할수록 비용도 적게 들고, 안전하며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자가격리자의 경우 가족이 도와줘야 버틸 수 있고, 만일 가족이 없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이 함께 해줘야 견딜 수 있습니다. 지금껏 공동체를 말할 때 ‘물리적 거리(distance)’에 관해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거리두기(distancing)‘을 하면서 우리가 바라본 공동체가 거리 개념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시민은 향후 어떤 가치를 염두하면 좋을까요.
그간 지나치게 사회성과 네트워크 중심의 공동체를 강조해온 반면 ’물리적 거리‘ 혹은 ’물리적 관계‘에 관해선 덜 관심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물리적 관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도 물리적 관계이지요. 이렇게 보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영역 중 어느 특정 영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영역 고루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봅니다. 공동체가 갖는 자연과, 물질과 이웃과의 관계가 갖는 다양한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고, 이 모든 영역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합니다. 모든 영역에서 최하 수준 이하로 떨어져도 안되고, 그렇다고 어떤 영역이 최상 수준 이상으로 넘쳐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관점으로 사회와 공동체 활동을 다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통합과 균형적 관점이 반영된 공동체 사례를 알려주신다면요.
구체적으로 로컬푸드를 들 수 있습니다. 대전 지역에서 만든 로컬푸드생산자협동조합이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매출 50%가량 상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거리 두기’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요리하는 분들이 늘었다는데요. 요리하는 사람이 단순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끼리는 소비자협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생산자협동조합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등 지역 내 믿을 수 네트워크를 새삼 확인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이익 극대화에 치우쳐져 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안감을 겪은 사람들은 공동체성이 담긴 생협에서 누가 작물을 키웠는지, 어떻게 유통됐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서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로컬푸드가 단순히 먹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통합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볼 때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코로나 19 이후 시대는 결국 가까운 주변의 사람과 신뢰를 쌓은 다음에 협력하는 방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관계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발견해서 공동체로 연결하는 지점을 찾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
–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수, 2020/05/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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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동시에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도 일깨워주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역사의 변곡점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맞이하고 또 바라보고 계실까요.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이하고 있는 교육과 의료분야에 종사 중인 이승훈 후원회원(을지대학교 의료원장/을지대학교 의과대학장)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무섭게 돌아온 답변입니다. 이승훈 후원회원은 ‘우리가 당연한 상식만 지켰다면 팬데믹(pandemic)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프면 쉬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데 우리는 학교나 회사부터 걱정해요. 교회나 사람이 밀집된 곳에도 스스럼 없이 가죠. 밥 먹기 전에 손 씻는 건 당연한데 그러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예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술잔을 돌리거나 찌개를 여러 사람이 같이 떠 먹는 문화도 위생에 좋지 않아요. 어려운 게 아닌데 우리는 간과하고 살았죠. 유럽의 경우는 볼키스 등의 인사문 화가 바이러스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편의상 이유로 쉽게 무시하곤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이런 상황을 180도 뒤집어 놓은 것이지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 후원회원은 한국처럼 정의롭고 공평하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은 드물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 부분이 증명되었다는데요.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사회보장성은 물론 산업적 특성도 갖고 있는데요. 이게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을 적절히 혼합한 형태예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시스템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법을 벤치마킹하고 있지 않나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고 봅니다.”

이승훈 후원회원은 병을 치료하는 의사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합니다. 을지대학교도 개강과 동시에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유비쿼터스, 이러닝 등 온라인 교육의 환경은 10여 년 전부터 이미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잘 활용하지 않은 거죠. 대면교육과 비대면교육이 적절히 섞여왔다면 지금 혼란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동안 비대면교육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왔어요.”

문제는 대면과 비대면이 아니라 ‘콘텐츠의 질’에 있다고 말하는 이 후원회원. 그는 비대면교육으로 확장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라 말합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콘텐츠를 원할 때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막상 해보니까 학생들은 적응을 잘 하더라고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보니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학부모들도 저도 모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던 것 같아요. 수단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준비가 안 된 시점에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합니다. 이 후원회원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녹화된 영상을 모니터링 하면서 수업내용과 발음 등을 점검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수업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면 수업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많은 교수님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이를 통해 우리 교육 수준도 한 단계 향상 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어찌 보면 트리거가 된 셈이죠. 이런 기회를 잘 살려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것입니다. 안정이 찾아오겠죠. 하지만 이런 대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저는 팬데믹과 같은 상황을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지구의 경고’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사회의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바뀔 겁니다.

경제적 의미와 또다른 의미의 뉴노멀1)사회가 코로나19로 도래할 것이라 생각해요.* 새로운 생활자세와 생활기준이 요구될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생활습관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행동하는 게 필요한 거죠.”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인터뷰 진행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 사진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각주
1) 뉴노멀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의 특징을 통칭하는 말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주요 흐름으로 꼽고 있다.

수, 2020/05/1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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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ppm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 공약 촉구를 위해 모인 청년 단체들의 연대체로, 정당별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020 총선기상청’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희도 총선기상청을 참고해 마음을 굳히고 투표할 수 있었는데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연합 ‘기후유권자 행동’이 669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 정책 질의 결과도 총선기상청에 게시됐습니다. ‘청년 기후활동가들이 주축이 […]

수, 2020/06/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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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21대 국회 초선의원 인터뷰]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인터뷰

 

정리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21대 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무려 151명의 새로운 얼굴들이 국회로 들어섰는데요. 이들이 국회를 조금은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월간 경실련>에서는 초선의원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생각 많은 둘째 언니에서 권력지향형 둘째 언니로 돌아온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독자분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 국회의원 장혜영이라고 합니다. 아마 저를 정치인으로 아시는 분들보다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책을 쓰는 작가, 유튜버로 알고 계신 분들이 더 많으실 거예요. 이전에 ‘생각 많은 둘째 언니’라고 하는 여러 사회 이슈들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4년쯤 운영했었어요. 그리고 제 친동생이 발달장애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 살았는데 그 동생의 탈시설을 도와서 같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만들어서 많은 분들을 만나뵈었습니다. 그동안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변화하고 싶은 부분들에 기여를 했다면 이번 21대 총선을 계기로 더 많은 시민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입법과 정책을 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Q. 국회의원은 많은 짐을 지는 자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존에 창작자로 활동을 해오시다가 국회의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시민으로서의 정치, 나 한 사람으로서의 정치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자각이 있었어요. 시민으로서 해야 할 권리와 책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가 살아온 삶에서 낼 수 있는 공적인 이야기들을 창작자로서 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어요. 특히, 장애인권의 측면에서 실제로 현장에 결합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스스로 대의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는 못했어요.

근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포용국가 이야기를 하면서 발달장애인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냈어요. 심지어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책을 발표할 때, 장애당사자와 가족들을 불러놓고 했었어요. 저는 그 자리에 불려갔던 사람이거든요. 동생이랑 같이 대통령 내외분 옆자리에 앉았었어요. 앉아서 그 얘기를 듣는데 의지는 있지만, 정책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었어요.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광화문에서 오랫동안 장애등급제 폐지 등을 요구해왔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 그 과정에서 기대하고, 약속 받았던 것들에 못 미치는 것들이었어요. 그렇게 현실권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게 다시 거리로 나가는 것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으로 좌절스럽게 느껴지던 차에 정의당에서 연락을 주셨던 거죠.

입당을 해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화두를 주신 셈인데 그 화두를 가지고 스스로 끌어안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안했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존경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정치를 한다고 하면 저는 두 손 들어서 환영을 하고, 응원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는 왜 한 번도 이 생각을 안 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진짜로 내가 원하는 사회적 변화가 있고,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굳이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내가 아니어야 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한 번 공익적인 가치를 갖고 가보자고 결심을 한 거죠.
 
Q. 20대 국회는 식물국회, 동물국회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20대 국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20대 국회는 정말 아픈 국회죠. 정의당의 관점에서 보자면 선거제도 개혁을 아주 많은 한계를 가지고 이뤄낸 국회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역시 대치, 그 자체로 정치가 실종되었고 실망스러운 국회였죠.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회에 대한 혐오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했던 국회였죠.
 
Q. 이번에 초선의원들이 많이 당선되어서 21대 국회는 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해보는데요. 실제로 일하게 될 의원의 입장에서 21대 국회가 어떤 모습이길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초선의원이 151명이잖아요. 딱 절반이 초선들인데 오늘 초선의원을 대상으로 한 첫 연찬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여러분들이 얘기하고, 공감했던 것은 이번에는 일하는 국회를 좀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그 안에서 미뤄져왔던 숙제들부터 제대로 해결을 해내야겠죠. 특히, 20대에는 발의조차 못했던 차별금지법 같은 것들이 저희에게는 해묵은 과제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제는 그냥 툭툭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코로나 정국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 내지는 우리 사회를 뛰어넘어 세계 단위로 오는 충격들이나 불확실성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험들을 하고 있잖아요. 고용불안부터 시작해서 또 다른 충격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러한 불평등을 어떻게 최대한 빨리 해소해서 다 같이 견뎌낼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Q. 이번 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이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정의당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국회에서 정의당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게 실질적으로 적용되는지 보면서 저는 이건 제도주의의 한계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완벽하게 정의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면 그것이 알아서 정의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가설이 틀리다는 걸 명확하게 확인한 것이죠. 결국은 제도가 있다하더라도 행위자가 그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생각이 없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예측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질 수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행위자라고 하는 건 다름 아닌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전략이나 계산 같은 것보다도 진짜로 사람들의 마음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생각은 들어요.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던 게 저는 정치 시작한 지 얼마 안됐잖아요. 그래서 평범한 시민이었던 때의 기억이 훨씬 많아요. 그런데 제가 평범한 시민이었을 때는 사실 국회의원 한 사람 만나는게 힘들잖아요. 한 사람의 시민과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권력을 비교하면 정말로 큰 차이가 나는데 막상 국회 들어와서 보면 300명 중에 1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둘 다 어떤 견해에서 옳은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는 시민의 눈에서 6석이라는 것을 본다면 이건 결코 작은 게 아니고, 이걸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증명해내는 과정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제일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건 그 사람들이 특별히 불운해서가 아니라, 이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곳에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가 흡족하게 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기보다는 거기에 모든 감각을 맞춰놓고, 그 목소리를 국회로 잘 실어나르는 것, 그것부터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국회의원이 돼서 제일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계속 사회적인 안전망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던 사람이고, 그걸 다른 말로 얘기를 하자면 평등 없이는 자유도 없다고 보고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끝없이 경쟁할 자유는 주어져요. 그런데 경쟁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은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도전했다가 위험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위험을 만나서 추락을 하면 바닥도 없이 추락해버리고, 정말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까 그런 사회에서 경쟁할 자유라고 하는 건 자유라고 부를 수 없는 거죠. 그 위험을 그대로 개인이 감수해야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사회적인 안전망으로서 평등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떨어져도 밑에서 받쳐주는 그물같은 게 생기고, 떨어져도 ‘나름 괜찮네, 다시 올라올 수 있네’라고 생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한 거죠. 근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면서 안전망이 아주 없는 나라는 아니지만, 그 안전망을 만들 때 상정하는 인간의 상이라고 하는 게 평균의 인간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우리가 보통사람이나 정상이라고 부르는 거 있잖아요. 그런데 정상이란 건 사실 하나의 제시되는 환상이고, 아주 인위적인 개념이에요. 그래서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인 안전망을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제가 1호 법안으로 경선에 들어가면서부터 일관되게 말씀드리는 것은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보장하는 법안이고, 더해서 지금은 65세로 연령제한이 있는데 그것을 폐지하는 문제를 제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제일 먼저 호명되는 건 장애당사자일 거예요. 하지만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만큼 또 그 사람들이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이중적인 부분이 있는데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특별히 더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가정을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지점에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금, 2020/06/0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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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발생한 다세대주택 화재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9월 어린 형제가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다가 생긴 화재 사고로, 지난 21일에는 치료를 받던 동생이 끝내 숨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문제를 환기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이하 오건호)을 만나 용현동 화재 사고 전반을 되짚어보고,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확장을 위한 정부의 행정의 역할을 모색하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두 편으로 나눠 전합니다.

희망제작소 유튜브 ▶https://youtu.be/WaPcS1PZlPo

Q.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화재 사고를 접하고 나타난 문제는 무엇인가요.

오건호: 위기가정 문제가 가장 먼저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기가정의 특징은 어떤 하나의 어려움보다는 굉장히 종합적이고 중층적인 문제를 가진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핵심은 아이에게 학대와 방임이 벌어졌다는 것이며,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해왔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나 대응체계에 관한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부모도 한계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가 우울증, 불안과 같은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이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 점은 강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이 분들도 굉장히 한계에 놓여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식에 대한 돌봄뿐 아니라 부모에 대한 돌봄 및 지원 체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셈입니다. 우리는 결국 두 측면 모두 주목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서 위기가정을 구성하는 아이들과 부모에 대한 지원 및 돌봄,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Q. 아동학대 아동에 대한 보호체계와 관련해 미비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오건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웃들은 이전부터 이 가정에서 아동 학대가 벌어졌다는 점을 인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고도 들어갔고, 아동전문기관에서도 조사하고 법원에 분리 요청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분리보다 같이 살면서 돌봄 및 상담 권유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 사회는 아동 학대를 인지하고 대응 시스템도 어느 정도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응 시스템 자체가 가정 내 문제에 개입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권력, 정부, 혹은 제3자가 개입하기보다 친권자가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자체에 친권자의 의사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다보니 아동전문기관이 꽤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더라도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아동학대 사건을 봤을 때, 친권 중심의 의사결정은 존중하지만, 제3자 의견에 조금 더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일정한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면, 부모와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분리 돌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동과 부모를 분리하되, 지금보다 훨씬 종합적이고 적극적으로 부모와 아동에게 돌봄을 지원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합니다.

Q. 한부모 가정 혹은 부모가 처한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지원 체계를 고민해야 할까요.

오건호: 일단 이 가정의 경우 어머니가 급여활동을 했지만, 기초생활 수급 가정에 해당됐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건강상 문제와 절대 빈곤 상태에 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층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활급여를 한다는 것은 이 가족은 제도권의 보호체계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돌봄을 제공하는 측에서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혹여 그분이 여러 사유로 현재 사정을 말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소통을 통해 그에 맞는 종합적 지원체계를 지원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계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극단적이거나 비사회적인 행위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관 간 유기적인 교류를 하면서 사례 관리의 발굴도 심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제약 조건이 있을까요.

오건호: 보건복지부는 현재 사례관리가 필요한 아동수가 7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해당 부처는 이 인원을 한 두 달 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짧은 기간에 7만 명을 전수 조사하는 것은 심층 점검이 불가능합니다. 또 학대는 24시간 이내에 언제 발생하는지 알 수 없고, 외부자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억압된 상태이기에 하대 사실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어렵습니다.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게 필요하지만, 조금이라도 학대 의심이 드는 경우까지 심층 점검이 필요합니다. 지역사회, 이웃,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이뤄지는 신고에 관한 조사도 같이 가야 합니다. 현재 전수조사로는 가정 내 중층적 위기와 한계 상황에 놓인 가정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리라 봅니다.

Q. 정부의 돌봄 정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 사회는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오건호: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기존 방향보다 강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대나 방임의 문제가 노출되기 어렵고, 위기 가정의 문제에 전면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대가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선 지금보다 적극적인 분리조치를 실시하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현재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민관기관입니다. 결국 친권자가 협조하지 않을 때 여러 조사나 상담의 한계가 뒤따릅니다. 그러므로 행정 지위를 가진 주체가 아동보호에 나서야 합니다.

또 보건복지부의 대책에 의하면 아동보호 전담직을 신설해 공무원이 아동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담 공무원 배치만으로는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기에 인력 확충이 매우 필요합니다. 학대와 방임은 특성상 일상적으로 자주 관찰했을 때 포착이 가능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지역사회의 일상에서 우리 이웃들이 서로 지켜보고 돌봐야 합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틀이 많이 깨져 있습니다. 행정의 역할은 한계가 명확하므로 지역사회 내 이웃 관계망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이는 매우 번잡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구조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취약가정의 경우 건강상 문제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의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정보부족,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의료지원에 대한 접근이 떨어집니다. 오히려 취약가정의 건강, 의료지원 등을 매개로 어떤 관계망을 형성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지역 거점의 전담의, 주치의 등이 해당됩니다. 주치의 제도는 주치의가 주민에 대한 건강 관리와 지속적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 건강 관리 과정에서 그 사람의 생활, 심리, 가족관계 등을 알 수 있고, 왕진이 가능해진다면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한 의사 지위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신뢰를 줄 수 있으며 지역의 여러 사회복지 돌봄체계, 행정체계와 같이 네트워킹이 된다면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과 인터뷰하고 있는 임주환 희망제작소 부소장(사진 좌측부터)

Q. 지차체에서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오건호: 현재 지자체에서는 급식과 관련된 여러 복지 서비스가 실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전적으로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마을과 지역의 엄마들의 일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자체의 밥상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지만,  그 가정의 경우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사회와 연결망이 형성되지 않고 고립상태에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행정에서 포착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포착된다면 다양한 사례 관리를 통해 종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되짚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오건호: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은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망이 엄격하고 형식적입니다. 그래서 사각지대가 생기고 행정에서 점검하고 난 다음에 방치되는 건데요. 이러한 부분이 사건이나 사고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취약계층 복지정책은 복지에 대해 한 명의 부정수급자도 없게 하겠다는 것이 일정한 방향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탈락하는 사람이 없도록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급여만 제공되는 게 아니라 취약계층이 온전히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꾸려가야 합니다.

또한 전수조사도 중요하지만, 행정에서는 노출되지 않은 문제를 짚어야 합니다. 긴 호흡으로 이웃 간 관계망을 만들고, 사람들이 이 관계망에 스스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약계층 복지정책 수급요건이 현재보다 많이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글/정리: 김세진 기획팀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0/10/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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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1,2월호 – 인터뷰]

“청년층의 서울 과밀 해소해야”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민준 경실련 인턴

아파트 시세가 연일 상승하며 무주택자들이 ‘벼락거지’ 신세로 전락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1차 피해자는 청년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아닌 20대 청년을 거론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무소득 혹은 사회초년생 청년에게 부동산 담론은 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부동산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청년을 비롯한 무주택자가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기성세대 역시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20대 청년들에게는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기회조차 없다.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의 증가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청년층에게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으로 높은 편이다. 현재 어느 동네에 사는지가 사회적 신분이 됐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야기한 현상이다. 부모 세대가 3억 원에 분양받았던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현재 13억 원을 웃돈다. 아파트 소유 여부가 가계의 자산 격차를 심화한 것이다. 지금의 청년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된 세대다.

Q. 현재의 아파트값 상승이 청년의 주거에도 영향을 미치나?

A. 아파트값 상승은 다른 부동산의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건물값이 아닌 토지 가격이 상승해서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80% 상승했다. 160만 채에 800조 원이 늘었다. 건물 가격은 약 10조 원이 올랐으며 토지 가격은 790조 원이 늘어난 셈이다.

아파트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 땅값 상승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아파트의 토지 가격이 오르면 인근 토지 시세 역시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원룸의 월세 혹은 전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 불안정이 결국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Q. 다방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47만 원으로, 청년의 기대 월세보다 최대 17만 원 높다. 원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서울시 도시정책과 인구정책의 실패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폭등과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 인구 과밀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집값이 상승하고,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거나 규제를 완화해 고층 건물을 짓고 있다. 즉, 서울과 수도권에 재원이 집중 투자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시금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주택 수요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원룸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Q. 대학가 원룸의 불법 증·개축 문제 역시 심각하다.

A. 좋은 기숙사와 좋은 원룸이 부족하기에 불법 증·개축이 성행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잘못 집행하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서울의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재개발 등으로 원룸이 줄며 1인 가구를 위한 원룸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 재개발 및 재건축은 아파트 중심이다. 원룸 및 다가구 빌라 등을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고 있다. 저소득 1인 가구를 수용할 원룸 십수 개가 들어설 자리에 고소득층을 위한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불법 증·개축은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지 않는 현재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불가결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즉, 정부가 불법을 방치한다고 볼 수 있다.

Q. LH와 시중은행이 함께 출시한 청년 전월세 대출상품 등의 지원 정책이 청년 주거문제를 해소하는 데 실효가 있다고 보는가?

A. 현재 정부 지원책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정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주거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학교 주변에 공공 소유의 기숙사와 원룸을 짓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그간 대학들은 기숙사 건립 등 대학생 주거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정부가 직접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청년에게 무상 혹은 저렴한 주거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전세 대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거나 이자와 월세를 직접 지원해주는 방편 역시 고려해볼 만하다.

Q. 정부는 안암생활을 비롯한 청년주택과 역세권청년주택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인지 궁금하다.

A. 정부가 마련한 청년주택은 실상 이름뿐인 경우가 많다. 특히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민간에게 사업 전권을 양도하면서 여러 문제를 낳았다. 역세권 토지의 용적률을 올려주거나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등 참여 기업에 여러 혜택을 부여해, 청년이 아닌 토건 기업이 고스란히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됐다.

민간에게 사업을 넘길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토지를 소유하면서 건물을 신축해 역세권 주변 청년주거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유럽과 일본 등의 선례를 살펴보면, 역세권 주변의 토지를 공공이 수용해서 직접 개발한다. 공공이 토지를 확보하고 건설 공사를 주도해 특정 업체에 혜택이 몰리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불광역 질병관리본부와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등 청년주택 공급이 가능한 국공유지가 서울 외곽에 있다. 높은 시세에 호텔을 매입하는 것보다도 이미 확보한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주거시설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서울시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결국 서울시의 1인 가구 과밀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서울권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가 아닌 지방으로 청년이 유학하러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이원화 캠퍼스 등은 서울권 명문대의 정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운영돼 왔다. 최소한의 연구시설만 남겨놓고 본 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켜서 수도권 인구집중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부양가족을 수도권에 남겨두고 직장만 지방으로 다니는 경우 역시 많았기에 인구 분산효과가 미비했다. 기업체와 달리 대학이 지방으로 이전된다면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학이 분산되면 유수 고등학교 역시 지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대학 연계 산업의 종사자들도 지방으로 함께 이전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방에 일자리가 창출돼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도 도모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방에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개발했듯, 서울권 대학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화, 2021/02/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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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인터뷰

 

여성 청소년들은 성적 권리 Sexual Rights의 ‘주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무성적 존재’ 혹은 ‘피해자’로만 인식됩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성性이 금기가 되는 세상을 거부합니다. 모든 여성 청소년들은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활동가를 만나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2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원입니다. 활동명은 오리입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위티’는 스쿨미투를 계기로 만들어진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예요. 여성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나 미성숙 담론에 대해 반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단체나 청소년 단체와는 다른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이슈를 청소년 시각으로 해석하려 하고, 청소년 이슈에서도 페미니즘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등 꾸준히 위티의 관점을 갈고 닦는 중에 있습니다.

우선, 여성 청소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불법이기 쉬운 삶’인 것 같아요. 친권자의 동의 없이 숙박, 경제활동, 피해 사실 신고도 불가하고, 상담을 받는 것도, 약을 처방받는 것도, 선거운동이나 정당활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 되는 삶.

지원 님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페미니즘 활동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시작했어요.

예전의 저는 ‘왜 내가 이런 환경에 있기까지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원하는 피해자 정체성을 띤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중 ‘위티’에서 진행하는 콘돔전시회 포스터를 보았고, 제가 이전에 접했던 페미니즘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청소년은 약자로만 여겨지기 쉬운 계층인데,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정체화 하지 않는 부분에서 저 개인의 경험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그 계기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서는 주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요, 청소년 ‘보호주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청소년의 보호자는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먼 친척일 수도 있는데 꼭 ‘친권자’인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담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위험하게 느껴져요. 성폭력을 당해서 상담기관에 가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많은 청소년들은 상담 받기를 포기하고, 사후피임약도 처방받지 못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하기 쉬운 청소년이 있을까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주된 협박 내용이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사실이었다는 것만 봐도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가정 내에서도 여러 위계와 권력들이 작용되어 청소년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폭력 상황이 부모로부터 오는 상황도 많고, 또 성폭력 상황을 부모에게 알렸을 때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죠. 보호자가 부모여야 한다, 청소년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의 전제는 청소년의 안전을 가정에 맡겨버린다는 의미인데, 청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가 아닐 수 있고, 부모가 오히려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친권자,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여러 법제도가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을 조금 더 세심하게 고려한 법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 보호주의가 더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의제나 미디어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언어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N번방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반드시 돈이 없어서 성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비행청소년도 아니었습니다. ‘왜 일탈계에서 성적인 걸 표현하냐, 친구들끼리 하면 안되냐, 합법적인 공간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 등 피해자들을 향한 여러 반응이 있는데, 사실 그런 공간은 여성 청소년에게 없어요. 어디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성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여성 청소년의 성은 대상화가 되거나, 범주 밖의 금기시되는 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탈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도 이들의 성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걸 경계하는 이유도 이 맥락 안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려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는 여성 청소년은 절대 안전할 수 없어요. 생리대도 감추라고 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청소년이 성에 대해 말하고, 성폭력 피해를 바로 말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 피해 자체도 성경험으로 보고, 강간과 성관계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혹은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에서요.

가끔은 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보호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호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이 보호가 아닌 통제가 되고, 여성 청소년의 선택권을 좁히고 위험하게 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 또한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성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안전하게 발현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상상하게 됩니다. 관련하여 위티에서 ‘콘돔전시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콘돔전시회’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생각을 나누면서 ‘위티’가 안전한 공간임을 느꼈어요. 당시에 저희가 새로운 윤리적 지대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정말 새로운 윤리적 지대를 가지게 된 느낌이었어요. 각자가 경험한 감각을 공유하고, 긴 글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합의점, 공통감각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찾게 된 것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성과 관련된 언어는 이성애자 남성, 그 중에서 비청소년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전부였어요.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지우거나 둘 중 하나인 그런 언어들이요. 그런데 콘돔전시회를 계기로 남성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한 번도 질문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저만의 고유 언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몸을 긍정하고 있는가? 나의 섹슈얼리티는? 나의 이러한 감각은 섹슈얼리티인가?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등 사회 혹은 학교에서 만들어진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각을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도 활동가들과 함께 ‘콘돔전시회’ 도록을 보곤 해요.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호주의 신화가 깨지고, 주체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계기였고, 그 때 느낀 공통 감각이 이후 N번방 논평, 낙태죄 관련 릴레이 에세이 등의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얼마 전 스쿨미투 가해교사가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위티와 같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쿨미투 운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간혹 스쿨미투가 지난 의제처럼 들려질 때가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쿨미투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하는 것, 관련 청원이 올라왔을 때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 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연대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기숙학교의 경우 기숙사 침입 등의 이슈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학생들은 대학진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처벌을 내리지 않는 등 사건이 대충 덮이고는 해요. 이 부분은 단체 내 기숙학교 출신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위티에서 다같이 스쿨미투 재판을 간 적이 있었어요. 보는 눈이 많은 공적인 상황이었음에도 교사와 학생 사이에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사가 참관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거나, 피해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들어오는 등 폭력성이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스쿨미투는 주로 사건의 피해자가 참다가 익명으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문제 제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교육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 피해자들이 무력감을 학습하고, 언어 폭력을 당하고, 고립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스쿨미투 이야기에 이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분위기가 어떤가요?

예전에 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하자센터가 함께한 10대연구소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혐오’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젠더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는 정말 어렵죠. 또래 친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성적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학교는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순수하길 요구하고 청소년의 정당활동뿐 아니라 정치활동도 금지하는데, 여기서 정치활동이라고 함은 선동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쓰여요. 그 안에 페미니즘도 포함시켜서 금지하는 거죠. 학교 자체가 논쟁을 꺼리는 공간이고, 학생들이 논쟁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교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들조차 충분히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거나 쉬쉬하며 진행되는 등 민감한 문제, 예민한 문제라며 피하곤 해요.

또한 학생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 많아요.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은 입시로 인해 매우 바쁘고 꽉 찬 삶을 살고 있어서 뭔가를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권리, 시간을 쓸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없는 듯 해요. 이러한 부분에서 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성적 권리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들이 직접 페미니즘 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는 청소년이 교육받는 존재에서 나아가 직접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페미니즘 교육입니다. n번방, 학내 성폭력, 구시대적인 성교육 표준안을 넘어선 새로운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교육자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학력이나 나이, 경력 등으로 담보되었는데, 저희는 전문성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당사자성이 전문성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닦아온 청소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와 감각이 새로운 전문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련하여 여러 기초교육을 받으며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안을 완성한 상황이고, 3월부터 ‘위티’ 내부강의, 학교 강의, 열린 강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네 팀으로 나눠서 청소년 페미니즘, 학내 페미니스트, 정치 사회참여 청소년, 가정 내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추어 강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다들 안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무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동료가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주변에 동료 한 명이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가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성을 긍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피해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데,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위티는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가요?

1차적으로는 동료가 없는 분들,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동료를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페미니즘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과연 내가 페미니스트라 해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도 오시면 좋겠어요!

위티의 2021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

위티는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거나 작은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페미니즘 동료를 만나고 활동을 시작하는 집행위원회 ‘별별 기획단’과 단체의 운영을 고민하고 회원조직, 전국의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들과 네트워킹하는 운영위원회 ‘도란도란’을 모집하고 있어요.

2021년 위티의 말하기를 함께하고 싶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이를 옹호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 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하지만, 그것의 속성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몸과 관계에 대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 건강, 성생활, 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피임을 포함한 임신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고 구성할 권리
  • 강간과 그 외 성폭력 등의 차별과 강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전 세계 많은 곳에서는 가족, 공동체, 종교기관, 국가 등이 개인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혹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는 침해되기 쉬운 영역이 되곤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몸과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성과 재생산 권리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만 16세~19세)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옹호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래 설문조사 링크를 클릭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D
 

설문조사 링크 바로가기 >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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