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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아전의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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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아전의 나라인가?

admin | 수, 2020/07/29- 03:00

기관장 임기, 지금보다 훨씬길어야 한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독일은 12년이고 미국의 경우 15년이다.

기관장의 임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나 사실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기관장의 임기가 장기적으로 보장되어 있을 때 해당 조직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발전될 수 있으며 조직의 효능성도 증대된다. 임기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고 짧을 경우, 위로는 기관장이 임명자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고, 아래로는 사실상 관료집단의 포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관장이 자기 사람으로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고작 한두 명인 경우가 태반이다. 국회사무처만 해도 사무총장이 ‘규정상’ 자기 사람으로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달랑 비서실장 한 명뿐이다. 정부의 장관도 대동소이하고, 지자체 단체장 역시 오십보백보다. 창해일속(滄海一粟), 그야말로 넓은 바다에 한 톨 좁쌀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법들도 사실 행정부의 담당 계장, 과장, 국장, 차관보 등 몇 사람이 만든다. 그것이 사실상 끝이다. 대체로 장차관은 너무 바빠서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볼 시간도 없다.

그러니 아무리 개혁을 해보려고 한들 이미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이 소속하는 상임위도 이제 조금 알만하다 싶으면 바뀐다. 2년마다 소속 상임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40조는 국회 상임위원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제헌의회 때 의원임기와 같았던 상임위원 임기는 이승만 정권의 국회 무력화 과정에서 1년으로 단축되었다가 박정희의 제3공화국에서 2년으로 연장되었다. 그러나 당시 본회의 중심 체제를 상임위 중심 체제로 전환한 것은 의회기능 강화의 목적이 아니라 독회제도 폐지 등 행정부 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임위 중심체제는 말이 상임위 중심이었지 의원의 정책전문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상임위 중심체제에서는 극히 기형적인 “임기 중 상임위원 개선(改選) 제도”였을 뿐이다. 이 점에서 “임기 중 상임위원 개선제도”는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의회 무력화의 도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박찬표, “한미일 3국 의회의 전문성 축적구조에 대한 비교연구”, 「한국정치학회보」제30권 제4호, 1997.).

 

2년 임기제, 나눠먹기의 망국병

그런가하면 국회의장 임기도 2년이다. 이 역시 4년 임기를 나눠 두 사람이 ‘나눠먹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2년 임기란 처음 6개월만 이른바 ‘영(令)’이 서는 것이다. 1년만 지나면 곧바로 레임덕이 시작된다. 이렇게 하여 그야말로 되는 일이 없다. 그냥 수박 겉핥기, 하는 척 시늉뿐이다. 장관 임기는 더 심하다. 2년은 고사하고 1년 남짓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관료들이 만사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기관장은 조직을 전혀 장악할 수 없게 되고, 장기적으로 조직 발전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미국 의회도서관장의 평균 임기는 20년에 가깝다. 심지어 제8대 관장이었던 허버트 푸트남(Herbert Putnam)은 관장으로 무려 40년을 재직하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틀림없이 독재라고 비난하면서 난리법석이 날 일이지만, 미국 의회도서관은 이렇게 임기가 긴 관장들의 장기적 철학과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었다. 미국이나 독일의 감사원장 임기는 각각 15년, 12년이고, 프랑스는 아예 종신직이다. 또 미국 대법관 임기 역시 종신직이다. 미국에서 헌법 해석에 있어 권위 있는 전거로 활용되고 있는 『Federalist Paper』는 대법관 종신제의 장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는 법원은 헌법과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타협하지 않고 그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재직하는 법관에게는 이와 같은 성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법관의 일시적인 임명은 법관의 독립이라는 중요한 요소에 치명적인 사항이다. 만약 법관임명권이 행정부나 입법부에 위임될 경우에는 임명권을 갖고 있는 부에 부적절한 순종의 위험이 있으며, 두 부 모두에게 임명권이 주어진다면 한 부가 불만에 빠질 위험이 있고, 만약 시민이나 시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에게 직접 임명권을 부여한다면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만연할 것이다”(Federalist Paper, 495).

한편 독일의 연방장관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부처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연방 수상을 비롯하여 누구도 연방장관에게 명령하거나 징계할 권한이 없다. 독일에서 정책집행은 대부분의 경우 연방수상이 아닌 각 부처 장관의 책임 하에서 추진된다. 연방장관은 의회, 즉 국민에게만 정치적 책임을 지며, 한번 임명되면 특별한 정치적 과오가 있지 않는 한, 대부분 연방수상과 임기를 같이 한다. 수많은 장관의 이름이 끝없이 명멸하는 우리와 전혀 상이한 풍경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관장 임기가 이렇게 짧은 것은 바로 “관료가 주인 되는 나라”의 주요한 토대로 작동되고 있다. 동양의 역사에서 제왕(帝王)이 유능한 신하의 권한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용했던 중요한 수단은 바로 임기를 짧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리하여 황제와 아전이 천하를 ‘공치(共治)’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었는데, 현재도 대통령과 관료들의 ‘공치’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은 단임하고 계속 바뀌니 결국 관료가 지배하는 사회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부패 방지를 명분으로 하여 2년 주기로 순환 근무한다. 이로부터 전문성과 책임성은 사라진다. 그러니 위든, 아래든 도무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진다. 이렇게 하여 책임 정치는 완전히 실종되었고, 책임 행정 역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결국 상층의 ‘나눠먹기’와 공무원의 ‘순환근무’에 의한 이러한 ‘2년 주기론’은 이제 가히 망국병이라 할 수 있다.

적임자를 기용하고 그 임기를 최대한 길게 해야 한다.

일찍이 공자(孔子)에게 노나라 애공(哀公)이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르겠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사람을 기용하여 나쁜 사람을 다스리면 곧 백성들이 따를 것입니다. 반대로 나쁜 사람을 기용하여 좋은 사람을 다스리면 곧 백성들이 따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나쁜 사람을 기용하여 좋은 사람을 억압하고 쫓아낸다.

 

아전 독재와 문서 정치

중국의 전통 정치에는 관(官) -관리와 리(吏) -아전의 구분이 있었다.

원래 중국의 관리 제도에는 이 양자가 구분되지 않았으나 한족을 차별한 몽골의 원나라 시대에 정부 고위직은 모두 몽골인이 담당할 때 중국인을 서리(胥吏)로 뽑아 보좌하도록 한 뒤로 명나라 시대부터 관리와 아전의 구분은 보편화되었다.

잘 알다시피 아전 혹은 서리는 관리로 승진할 수 없었다. 이들은 정부 기구의 가장 하위의 계급으로서 사실 관부(官府)의 정식 관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동시에 반드시 관부의 허가를 얻어야만 했다.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낮아 일반적으로 멸시를 받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아전들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큰 것이었다. 이들은 인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었고, 세금을 더 걷을 수도 덜 걷을 수도 있었으며, 어떤 공사든지 중단시킬 수도 있었고 아니면 더 크게 짓도록 할 수도 있었다. 반면 과거를 급제하여 중앙에서 파견된 고위관리들은 오직 상층 관리들을 다스리기 위한 직위였고, 모든 사무는 이들 아전에게 넘겼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정부에서 특히 극심했다. 아전들은 지방의 실제 정황에 매우 정통했고 관아의 하부 행정 역시 오직 아전들만이 이해하고 처리해낼 수 있었으므로 지방으로 파견되는 관리들은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 정부에서 파견된 ‘독서인’들은 도무지 이들과 비교될 수 없었다. 시(詩)나 부(賦)와 같은 ‘탁상공론’만으로 시험을 보는 과거제도를 합격한 ‘독서인’들은 대부분 실무적인 행정능력을 갖출 수 없었고, 그러므로 현지 아전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여 ‘관약이강(官弱吏强)’ 현상이 일반화되었다.

각 아문의 각종 조문들도 모두 아전들이 제정하였다. 조례의 제정은 대부분 이들의 의지가 조정(朝廷)의 의지로 전화되었고, 지방 관리의 임명은 대개 이부(吏部) 서리가 결정하였다. 특히 이들은 오랜 기간 특정한 한 곳의 지방에 근무하기 때문에 지방 토착세력과 반근착절, 결탁하여 당우(黨羽)를 조장했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현상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지만, 사실상 실제적인 일체의 사무에 있어 이들 아전들이 전문가였고, 따라서 그 처리는 전적으로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명말청초의 대학자인 황종희(黃宗羲)는 이러한 현상을 빗대어 “천하에 아전(吏)의 법만 있고 조정의 법은 없다”고 풍자하였다. 그리하여 사실상 ‘아전 독재’였다.

그러나 승진도 할 수 없는 이들 하급관리들은 사회적으로 온갖 천대를 받았다. 그리고 이들 스스로도 등급이 낮고 천하다고 자인하면서 체면을 차리지 않고 갖은 부패와 악폐를 저질렀다.

수나라와 당나라 시대 이래 황권(皇權)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정책은 우선 중앙에서 각종 방법으로 재상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다음으로 지방에서는 각종 방식으로 지방장관을 권한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방법은 지방장관의 임기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근본적으로 지방 정무에 숙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특히 아전들의 경우, 본래 사회적 지위가 낮고 또 독서인(讀書人)들처럼 대의명분이나 대중에 대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여 영원히 황제와 어깨를 겨누면서 세력화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황제는 기꺼이 이들 아전들과 천하를 함께 통치하였다.

흔히 과거 중국에서는 법이 없고 중국인들은 법을 몰랐다고 쉽게 평가하지만, 사실 중국 정치의 전통적인 잘못은 이렇듯 너무 법을 잘 알아서 발생하였고, 무슨 일이든 법조문의 ‘규정’만에 따라 처리하고 조문조문 글자마다 아래위로 따졌기 때문에 대체로 일의 처리는 늦었다.

중국의 저명한 역사가인 첸무(錢穆: 1895~1990)는 이러한 아전 정치의 측면은 일종의 ‘문서 정치’라고 지칭하면서, “이는 중국의 전통적인 정치가 문(文)을 숭상한 폐단이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한나라 시대 정치가 잘 된 것은 문이 적었던 데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현재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의 구상 중에는 “법안 체계·자구 심사는 국회사무처 또는 입법조사처 내 전문검토기구가 맡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제까지 우리 국회는 이런 식으로 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판단 하에, 혹은 “높으신 내가 그런 귀찮은 일까지 해야 하나!”라는 권위주의와 ‘귀차니즘’으로 많은 일을 공무원, 관료에게 ‘떠맡기는’ 행태가 관행화되어왔다. ‘국회 공무원에 의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제’도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게’ 되면, 결국 그 사람에게 거꾸로 ‘지배당하는’법이다. 만약 여당의 그 구상대로 진행하게 되면 반드시 법안 체계·자구 심사라는 업무를 내세운 또 하나의 무소불위의 ‘강력한 관료집단’이 형성되고 군림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관료가 주인 되는 관료주의의 사회, “일하기 싫어하는” 정치권은 그것을 강화시킨다. 우리 는 여전히 “아전의 나라”에 살고 있는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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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21대국회에 바란다 : 일하는 국회는 기록을 남기는 국회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이 ‘일하는 국회’였다고 한다. 몰랐다. 그런데 이걸 나만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국회의원도 몰랐던 게 분명하다. 알았다면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라는 별명이 붙었을 리 없었겠고, 국회의원 국민소환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하지도 않았을 거다.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되긴 했지만 임기종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계류 중이다. 일하지 않은 국회의 단면이다.

그런데, 국회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국민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발의한 법안의 개수로? 회의에서 발언한 횟수로? 회의를 한 시간으로? 토론회는 얼마나 열었고, 어떤 정책연구를 했는지로? 물론 이런 것들이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들 중 기록이 남아 국민들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국회의원 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각 소속 정당들의 회의에 참석하고, 정부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고, 지역구 사업과 행사들에 참여하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오히려 국회의원이 하는 많은 일들에 대해 국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왜냐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기록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기록의 관리를 규정한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기록관리의 책임이 있는 곳으로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만 명시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이 규정에서 쏙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의정기록은 의원이나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가져가도 그만, 의원실 방을 뺄 때 버려도 그만이다. 행정부처들이 하는 것처럼 국회의원실도 업무를 전자문서로 하면 자동으로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이 정도로 일하는 국회의원은 없다. 조사에 따르면 개별 의원실이 국회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생산접수한 문서는 1년에 8건이 채 되지 않는다. (한 달이 아닌 1년에 8건이다. 굳이 열 두 달로 나눠보니 한 달에 0.6666건을 등록한 셈이다.) 종이기록이라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정책보고서 표절실태를 조사하던 때 관련 기록을 보여 달라는 물음에 ‘의원이 낙선한 후 사무실을 비워줘야 해서 자료들을 파쇄했다’ ‘일을 했던 보좌관이 그만두면서 안 남기고 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국회의원실의 대답이 이를 설명한다.

 

또 기록이 없는데, 정보공개가 가능할리도 만무하다. 지금 국회의원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해도 “정보가 없다”는 대답을 받을 게 뻔하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기록을 남겨야 하는 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져있는 것처럼,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곳들에도 국회의원은 빠져있다는 현실이다. 기록도, 공개도 안 해도 되는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감시의 사각지대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총선 전, 21대 총선에 입후보한 정당들에 국회의원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사무처 등 국회 소속기관이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대상 기관인 것처럼 국회의원도 관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정당을 제외한 31개 정당에게 정책질의를 했지만 답변이 온 곳은 기본소득당, 노동당, 미래당, 민중당, 정의당 다섯곳 뿐이었다. 답변을 준 곳 중 현재 원내정당은 정의당과 민중당 두 곳에 불과하다. ‘일하는 국회법’을 21대국회 첫 개혁카드로 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기록관리 책임 대상에 국회의원은 빠져
기록이 없으니 국민의 감시도 불가능, 일하는 국회도 요원
21대 국회는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정당들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의지 없음이다. 국회개혁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통과와는 상관없이 발의는 꾸준히 되었다. 하지만 국회기록관리법이나 국회정보공개법은 이제껏 발의도 된 적이 없다. 법을 만든다는 것은 국회의원이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모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려 해도 당장 우리 당 의원들조차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법이 없다고 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기록을 기증하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증은 의무가 아니라 선의다. 안 해도 그만이다. 19대 의원 300명 중 기록을 기증한 국회의원은 20명에 불과하다. 그 기록들도 의정활동을 온전히 남긴 것이라 보기 어렵다. 4년의 의정활동기록이라 치기엔 그들이 남긴 157상자 분량의 기록은 초라한 양이다.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1차 코로나19 추경이 재석 225인 중 찬석 222인, 반대 1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03.17ⓒ정의철 기자

 

정부는 국회가 감시한다. 정부 예산도 국회가 결정한다. 정부는 국회에 자료도 제출해야 하고, 설명도 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을 대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회는 누가 감시하나. 국회가 쓰는 예산은 누가 결정하나. 논리대로라면 국민이 국회를 감시해야 한다. 우리를 대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감시는 없다. 4년에 한 번하는 투표가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감시와 평가의 전부다. 사실 감시를 하려고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감시할 수 있는 꺼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감시할 건가. 국회의원들이 하는 막말로? 싸움으로? 비리와 부도덕으로?

 

국회를 개혁하라는 구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국회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다. 아니 부탁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응답 역시 이제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국회가 내려놓겠다는 권력은 감시권한의 재편이어야 한다. 지금껏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국회는 스스로 감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일하지 않은 의원의 세비를 삭감하고, 일하지 않는 의원을 국민들이 소환 하는 것도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시스템이 작동해야 실효성이 있다.

 

이제 한 달 뒤면 21대 국회에 300명의 의원이 들어간다. 국회의원들에게 방울을 하나씩 선물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금배지가 아닌 스스로 방울을 달 의원들을 보고싶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월, 2020/06/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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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입법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21대 국회가 열린지 석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무려 3231건의 법안이 발의 되었으니, 하루에도 40~50건씩 새로운 안이 쏟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수십 개씩 새로운 법안이 발의되다보니,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누가 어떤 법안을 발의하는지 살펴보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특정 의제와 관련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관련 주제의 어떤 법안이 발의되었는지 모두 꼼꼼히 살펴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정보공개센터의 경우,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특정 정보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언급한 조항들이 개별 법안으로 다 흩어져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1호 사유에 따른 비공개 정보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경우를 전부 체크하기 어려워 고생하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고통 받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나타난 웹사이트, '캣벨'을 소개하려 합니다.  

'캣벨'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법안 알리미'를 표방하고 있는 곳입니다. 말그대로 시민들이 국회의 여러 법안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아니, 국회에서 운영하는 의안정보시스템이 있는데 그것과는 무슨 차이가 있느냐구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의안정보시스템의 경우 법안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법안의 전체 내용은 HWP와 PDF 문서를 직접 다운로드 받아야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캣벨'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의안정보시스템이 제공하는 문서 파일을 기계 가독형식으로 풀어내, 웹사이트에서 키워드 검색 등으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해진 서비스가 바로 '법안 꾸러미 알리미'입니다. 법안의 전문을 웹에서 검색 가능하도록 처리했기 때문에, 특정한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법안들을 모두 검색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캣벨의 이용자들은 특정한 키워드를 미리 설정해놓고,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법안이 새로 발의되면 매일 아침 캣벨의 E-mail을 통해서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어떤 법안이 발의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노동'을 키워드로 한 노동 관련 법안 꾸러미, '장애'나 '인권'을 키워드로 설정한 장애, 인권 관련 법안 꾸러미 등을 내가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꾸러미를 구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자신의 활동 분야나 관심 분야에 따라 꾸러미를 구독하여, 국회에서 어떤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장애, 인권' 관련 꾸러미를 확인해보면, 장애, 아동, 여성, 난민, 다문화, 인권, 복지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법안들을 위와 같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활동가가 만든 '알 권리 법안 관련 꾸러미'를 살펴볼까요? 캣벨의 또다른 장점은 단순히 의안정보시스템의 정보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을 넘어서, 뉴스 기사나 유튜브 영상 등을 함께 연계하여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개, 비공개, 기록물, 비밀, 알권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법안 뿐만 아니라 관련한 국회 토론회나 신문기사, 뉴스 영상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법안에 대해 더욱 종합적인 의견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알 권리 관련 법안 꾸러미'를 구독하게 된다면, 이런 식으로 매일 아침 새롭게 발의된 알 권리 관련 법안들을 E-mail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개별 법안들을 클릭하면, 법안과 관련한 더욱 상세한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의원이 대표발의했는지,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의원들은 누구이며, 당적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현재 입법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AI가 추천한 관련 뉴스와 더불어 예전에 발의되었던 유사한 법안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법안 내용을 키워드 분석한 클라우드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의안정보시스템에서는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야 하는 신구조문대비표 역시 사이트에서 바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각 조항 별로 개정안 제출 이력들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어 법안을 둘러싼 개정 시도 이력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법안들과 쉽게 내용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캣벨의 중요한 장점입니다.

법안에 대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내역에 대한 정보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사무실이 속한 마포 갑 국회의원 노웅래 의원을 검색해보니, 대표발의 건수나 공동발의 건수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주로 어떤 분야의 법안을 주로 발의했는지, 그리고 공동발의로 의견을 같이한 국회의원들은 누가 있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의 관심사나 어떤 의원실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겠죠?

정보공개센터의 경우 캣벨컴퍼니의 지원으로 홈페이지에 '알 권리 관련 법안 꾸러미'를 위젯으로 삽입해여 늘 새로운 '공개/비공개' 법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캣벨컴퍼니 감사합니다!매일 쏟아지는 법안들을 모두 살펴보지 못해 힘들다면, 캣벨을 통해 효율적이고 슬기로운 의정감시에 나서는 것이 어떨까요?

금, 2020/08/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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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관련 법규 제정을 정부 및 국회에 촉구
토, 2026/06/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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