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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대大결별(The Great Decoupling)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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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대大결별(The Great Decoupling) – 01

admin | 금, 2020/06/26- 00:41

과거 아시아의 경제대국 일본에 근무 중이던 미국대사는 본국 국무부장관에게 다음의 노골적 전보를 보냈다. “일본을 완전히 끊어내진 말라. 이들에게 ‘경제적 운신의 폭’을 주지 않으면 무력으로 자체 경제제국을 세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역사적 경기불황과 싸우는 경제 국수주의에 사로잡혀 조셉 그루(Joseph Grew)대사가 1935년 일본에서 보내온 간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은 대일 경제압박을 확대했고, 이는 통상금지령과 석유수출금지령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루 대사가 위의 전보를 보낸 날로부터 6년 후, 두 나라는 전면전에 나섰다.

오늘의 미국 정계는 또 다른 아시아 대국과의 경제적, 지정학적 갈등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1930년대에 그랬듯이 ‘경제-탈동조화’라는 주제가 대유행 중이다.

트럼프정부 내 강경파는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 20년간 친밀하게 지속된 양국의 경제관계를 끝내고, 중국의 공장과 기업의 투자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야 말로 끝이 안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사태가 경쟁국 중국과의 위험한 동행을 벗어나고 싶은 미국의 욕구를 자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생각은 전부터 확고했다. 현재 미 의회와 행정부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두 나라를 떼어놓기 위해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출 금지, 중국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미국 기업의 강제 본국이전, 심지어는 WTO 탈퇴 등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되려 중국의 소위 경제 제국주의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 관계만 위험에 빠진 게 아니다. 유럽 내에서도 중국과 최근 수십 년간 쌓아온 교역 및 투자 관계를 축소하고자 하는 논의가 늘고 있다 (물론 유럽은 영국의 EU탈퇴와 함께 이웃 유럽국가와의 관계도 축소하고 있기는 하다). 다른 나라들 역시 작금의 유례없는 경제통합이 너무 멀리 간 나머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불안감에 점차 빗장을 걸어 잠그려 한다.

이렇게 본격적인 탈동조화의 위협은 1914년 갑자기 터져 나온 제1차 세계전쟁에 버금 갈 역사적 단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영국과 독일, 그리고 나중에는 미국까지, 서로 밀접하게 뒤얽힌 경제국들은 스스로 자기 파괴와 경제 제국주의의 포탄 속으로 몸을 던졌고, 이 행태는 이후 30년간 이어졌다. 이번 탈동조화는 전쟁이 아닌 포퓰리즘적 충동이 원인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대유행이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경제가 수십 년 간 쌓아온 공급망의 지혜와 미덕을 흔들어 대고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작금의 유례없는 경제 통합이 너무 멀리 간 나머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불안감에 점차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탈동조화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이다. 미-중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지난 목요일 Fox News인터뷰에서 “전면적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근래 가장 신랄한 협박을 가했다. 이런 생각이 현실적으로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사실 상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그의 언급만으로 글로벌 경제에는 유례없는 충격파가 될 것이다.

실제 대다수 전문가와 당국 관계자는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한층 고조되면서 여러 다국적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변화와 함께 공급망을 미국에 가깝게 재조정할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 정치상황이 꽤나 복잡한 미국 안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한 목소리로 중국과의 교역관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팬데믹의 여파가 빠르게 지나가고, 거기에11월 선거에서 트럼프와 그의 “미국 제일주의” 보호무역 어젠다가 재선에 실패한다면, 정치인들은 곧 세계 2대 경제대국들을 분리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고, 중국과의 탈동조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사그라지기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채 1조 달러 이상을 보유한 2대 채권국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세계 경제의 구조가 바뀌면 비즈니스 모델의 해체부터 산업 전반의 개조까지 엄청난 파급효과가 뒤따를 것이다. 예측불허의 지정학적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40년간 촘촘한 글로벌경제 시스템 안에서 서방사회와 교역 및 투자 관계를 발전시키며 피라미에서 고래로 거듭났다. 이 고래를 해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동향을 보면 미-중 관계에 대한 그간의 가정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가 충분하다. 기존의 미-중 관계는 1970년대 덩 샤오핑(Deng Xiaoping)이 지도부에 복귀해 중국의 40년 미래를 재시동한 당시 성립된 것이었다”. 전 호주 총리이자 유명 중국학 학자인 케빈 러드 (Kevin Rudd)가 Foreign Policy에 전한 말이다.

그는 핵무기 경쟁과 대리전으로 얼룩졌던 1차 냉전의 도돌이표까지는 아니더라도 냉전 1.5는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지금 그런 변곡점에 와 있다.”

이는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경쟁 구도의 재등장을 의미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자체 경제권 조성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에 푹 빠져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일부 유럽 국가와의 경제 연결을 꾀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경쟁적으로 다음 경제 대변환을 이끌 기술 개발, 특히 휴대전화 기술 개발을 착착 진행 중이다.

현재 트럼프정부는 뜻을 모은 국가와 단체 그리고 기업을 잇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논의를 시작했다. 그간 미국경제의 중국의존이 주요한 국가안보 취약성으로 지적된 바, 미국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이고자 미국 기업이 중국 땅을 떠나 네트워크 구성원과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목적도 있다. 예컨대 미국 제조기업이 중국을 떠나 미국 본토에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베트남이나 인도 등 미국 친화적인 국가로 일자리를 옮길 수 있다.

미 국무부에서 경제 성장, 에너지, 환경 등을 전담하는 키스 크라크 (Keith Krach)차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자산보호가 핵심인데, 그 중에서도 공급망(supply-chain)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공급망은 워낙 복잡해 경우에 따라서는 10단계, 20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그 중 정말 중요한 영역과 방해물이 있는 영역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응은 어떨까? 신(新)미국안보센터의 애슐리 펭(Ashley Feng)연구원의 말을 빌리면 중국은 발전된 기술을 직접 개발해 미국과 여타 서방기업에 대한 의존을 낮추자는 운동에 착수한 이래, 어찌보면 10년 이상을 자체적 탈동조화에 힘써온 셈이다. 실제로 다수의 중국 기업이 미국과의 불화 속에서도 무리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화웨이(Huawei)는 스마트폰 부품 때문에 미국기업에 의지했던 과거가 있으나, 이제는 미국 없이도 건재하다. 다만 이들이 스스로 혁신을 도모하고 기술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전세계 기업과 연구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므로, 중국은 서방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은 원치 않는다. 게다가 올해는 이미 팬데믹으로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지난 1월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 준수에 매진하며 트럼프를 달래는 등, 일단 미국과의 경제적 긴장을 늦추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크다.

러드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무역전쟁으로 다소 상처를 입은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 큰 손실을 입게 됐다”면서 “아직은 중국이 홀로 설 만큼 강하지는 않아서 당장은 경제관계를 안정시키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탈동조화는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공급망을 고의적으로 해체한 후, 결국 다른 구성원들과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공급망은 세계화와 최근의 미-중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컨셉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건 중국의 과도한 달러 의존과 미국의 고급기술을 걱정한 1990년대 중국 정치인들이었다.

오랫동안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노동자의 희생을 발판 삼아 미국경제를 착취하여 부를 창출했으며, 경제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부분적 경제 탈동조화를 추구해왔다. 처음에는 높은 관세를 통해 중국제품의 미국수입을 줄였고, 나중에는 주요 분야에 대한 중국의 자본투자를 더욱 제한적으로 심사했다.

최근에는 잠재적 첨단기술의 중국수출에도 통제를 확대했으며, 이번 주에는 연방퇴직연금의 중국 주식투자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중국이 보유하는 미국국채의 상환을 거부(defaulting)하는 방안이 언급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반도체, 희토류원소, 또는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의약품과 개인보호장비 등 가리지 않고 탄력을 얻고 있다.

상윈의원(공화당, 미주리) 조쉬 하울리 (Josh Hawley)에 따르면 “이번 팬데믹은 우리가 메이드-인-차이나, 나아가 해외생산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특히 주요 분야가 중국제조업과 중국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 공급망의 귀환과 WTO탈퇴를 위한 입법활동에 매진 중으로 “최대한 많은 제조업이 다시 미국본토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팬데믹은 미국이 메이드-인-차이나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동맹국들도 미국을 뒤따르기 위해 길을 모색 중이다. 중국의 무역위협에 발끈한 호주는 중국 외 수출시장 및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유럽은 그 어느 때보다 친밀했던 중국과의 무역투자 협력을 재검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유럽국가는 항구에서 전력망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핵심인프라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크게 당황했다. 중국이 해당 국가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중국외교부는 일부 서구권에 저돌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코로나 대유행 중 네덜란드와 관계가 틀어지자 제재나 기타 강압 등 완곡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많은 나라가 이들의 이런 저돌적 전술을 알아차리고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망가진 국가평판은 회복불가다.” 크라크 미 국무부 차관의 말이다.

독일 주류 언론사인 악셀 스프링거(Axel Springer)의 CEO 마티아스 되프너(Mathias Döpfner)는 최근 유럽의 상황을 바탕으로 “(중국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긋고”, 미국을 따라 대중 경제협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 “유럽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으면, 천천히 중국 식민지가 되는 아프리카와 같은 운명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썼다.

이러한 동향은 정치를 초월한다. 즉, 트럼프 정부가 끝나도 탈동조화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트럼프의 대항마로 떠오른 민주당의 조 바이든(Joe Biden)은 무역 및 외교정책의 중도파이지만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 지지자들을 포함, 그의 경제무역정책에 좌회전을 촉구하는 진보진영 포퓰리즘의 압박이 거세다. 이번 주 바이든은 자신의 최측근과 샌더스 지지자들을 한데 모은 민주당 단일 플랫폼을 구성하고자 “단일화” 공동 태스크포스를 발표했다. 샌더스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회복과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중국과의 전면적 무역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그 사이 공화당에서는 부통령 시절 바이든이 중국에 너무 너그러웠다고 공격하며 향후 논쟁을 대비한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이번 대선기간의 화두는 중국과 코로나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현재의 탈동조화 경쟁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상승한 중국 경제력의 결과이다. 트럼프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제조업 등 서방국가 내 주요 산업의 공백을 중국 탓이라 한다. 중국 국영 기업은 흔히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과 경쟁사 지적재산의 무단사용을 바탕으로 운영되기에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래 미국 및 기타 선진국과 불공정한 경쟁을 해왔다는 것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Harvard University’s Kennedy School) 대니 로드릭(Dani Rodrik)국제정치학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중국이 언젠가 경제 운용방식을 바꿔 미국과 유럽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기존 상황을 지속할 수 없었다.” 또한 “그 가정은 처음부터 인정하기 어려웠고, 틀렸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우려가 타당하다”면서,“ 중국이 자국정책을 지키고 싶듯이 우리도 우리의 노동시장과 혁신 그리고 기술을 적절히 지키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WTO 가입을 선진국과 중국 간 경제 관계의 원죄로 지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는 주장을 견지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이 이미 미국 시장 안에 진입한 상황이었음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포기한 건 없다. WTO 가입을 위해 양보를 한 건 중국이다.” 중국의 WTO 가입 당시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 정부 통상대표를 맡은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의 주장이다.

그는 “국제협력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하나의 주제, 새로운 통념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런 가정은 모두 오해”라면서 “핵 확산, 글로벌 금융위기, 환경, 안보 등 국제 협력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 경우도 아주 많다”고 말한다.

“국제협력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하나의 주제, 새로운 통념이 되어버렸지만, 그건 모두 오해다.”

이런 주장이 중국의 자유 무역이 결국 미국의 발목을 잡았다는 트럼프의 오랜 믿음에 닿을 리 없다. 그는 2017년 대통령 당선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런 생각을 고수했다. 실제 2015년 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너무 엮여 있기 때문에 중국이 잘못되면 우리도 무너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은 문제가 많으니, 나라면 지금 중국과 결별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겠다.”

이미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득이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만연한 와중에,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중국과의 결별 욕구를 증폭시켰다. 중국은 그간 세계 여러 공급망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올해 초 세계경제가 멈추자 파급효과가 아시아, 유럽, 북미 전역에 퍼졌다.

현재 미국 통상대표를 역임 중인 로버트 라이츠시저(Robert Lighthizer)는 이번 주New York Times에서 미국 일자리의 해외이전은 “잘못된 실험”이었고, 이번 팬데믹으로 극명히 대조되는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팬데믹은 새로운 방식으로 트럼프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준다. 핵심 약품과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 등의 원료를 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썼다.

그런데 전염병의 여파가 의료품에만 미친 것은 아니다. 자동차업계와 전자업계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공장들이 연초에 중국이 경제활동의 동면에 들어가면서 운영이 힘들어졌다.

베아타 자보르칙(Beata Javorcik)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province)을 하나 봉쇄했더니 갑자기 전세계 공장들에 재료공급이 막혔다”면서 그 결과 우리는 “얼마나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지와 글로벌 공급망에 대안이 없음을 자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발생을 은폐하려는 시진핑 (Xi Jinping) 주석의 시도는 미국이 그동안 너무 저들의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정치제도에 너그러웠던 것 아니냐는 중국혐오만 부채질할 뿐이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2대 경제대국 간의 결별을 가속화하기 위해 팬데믹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와 국가안보 간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여 국가경제안보전략(Economic National Security Strategy)의 초안을 작성 중이었는데, 팬데믹 선언 이후 해당업무의 긴급성을 배가됐다. 이번 사태로 주요 인프라기술에서 필수의료장비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라이벌과 상호 의존하고 있었음이 탄로났기 때문이다.

(계속)

출처: Foreign Policy, 2020년 5월 14일

키스 존슨 (Keith Johnson)로비 그레이머 (Robbie Gramer)

두 기자는 Foreign Policy에서 외교 및 국가 안보를 담당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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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주요 거리와 광장은 텅 비워가는 중에, 수많은 병원들은 혼잡과 고통 속에 빠져드는 것을 지켜 보노라면 가슴이 무너진다. COVID-19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창궐하면서, 팬데믹 현상이 이후 세상을 바꿀 것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처를 할 것이지 결정하는 오늘의 선택에 미래가 달려있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를 세계 공동(일반)의 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물론 이는 물리적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유사상황에 준하는 물자이동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기상황에는 본능적으로 위축되고 이기적으로 되기 싶다. 이러한 반작용은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바로 패배로 가는 길이다. 혼자 해결하려 들면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고, 경제적 인명적 피해는 훨씬 커지게 된다. 적(敵)은 폐쇄된 자국주의를 자극하지만, 국경을 넘어선 협력을 통해서만 이를 격퇴시킬 수 있다.

선진국가들뿐만 아니라 취약한 국가군들과 이해가 충돌되었던 지역 간에도 팬데믹을 퇴치하기 위한 국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는 이 점을 지난 G7 외교장관 모임과 주요한 국제회의 때마다 강조하였다. 유럽연합(EU)은 이러한 노력의 일부이자 주도하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연대라는 표현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다행히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마스크 수백만 장을 서로 교환하고 독일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환자를 자국 내 병원으로 수용하면서 이미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자국주의라는 조치를 넘어서서 국가간 연대로.

해당 책임부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주요한 의료장비들의 공동구매가 용이해지고 경제촉진 구제정책에 함께 협력하고 외국에서 곤경에 빠진 국민들을 자국 내로 귀환시키는 영사활동의 협력이 이루어 지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의결이 이루지면서, EU지도자들 간에 유럽단위의 위기관리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전략에 협력적 노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COVID-19는 국간 간에 또는 체계경쟁을 향한 전쟁이 아니다. 이미 팬데믹의 진행단계에 맞추어 유럽과 중국 그리고 기타 지역 간에 상호지원과 연대가 상호적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전염병이 발발되자 유럽은 중국을 지원하였고, 이제는 회복된 중국이 전세계에 의료자재와 의료진을 보내주고 있다. 지국적 연대와 협력의 귀중한 사례가 되고 있고 이를 규범화해야 한다.

COVID-19를 접근하는 한가지 선택은 이를 통해 역사를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의 내용이 무엇이 될는지 아직 모르지만, 팬데믹이 주는 메시지와 결과에 대해 EU가 중국과 미국이 함께 공동적인 노력을 하도록 일치단결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상기 3개의 힘들이 함께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만 G20와 UN 역시 달라 질 수 있다.

단순히 정부간의 국제적 공조를 넘어서서, 과학자와 경제학자 그리고 정책입안자들 간에도 협력이 확산되어야 한다. 2008년 세계경제가 수직으로 추락하는 위기에서 구출하는데 G20의 협력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같은 선상(線上)에서 다시 한번 그리고 긴급하게 주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국제적인 협력을 추진하는데 4가지 우선적 사항이 있다.

첫 째, 국제적인 공공선을 실행하기 위하여는 방역조치와 백신개발에 모든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둘 째, 금융과 재정적 구제조치와 국제통상의 보호에 힘을 합하여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 해야 한다.  셋 째, 건강책임 당국이 긍정 신호를 보내면 닫혀진 국경들을 호혜적 방식으로 다시 개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음해적 정보를 퍼트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G20 회상회의에서 상기 사항들이 일반적 형식으로 언급되었으나, 정말로 필요한 것은 당장 그리고 수주 내에 다자적이고 구체적인 실행이 유지되고 충분할 만큼 추가되어야만 한다.

추가하여 아프리카에 특별히 중점을 두어야만 한다. 지난 2014-16 년간에 있었던 에볼라 출현으로 이미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 대륙을 통하여 의료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감염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빈곤 국가군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이 비공식 경제를 통하여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야만 한다. 이들 국가군에서는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집단적인 캠프생활을 하기 때문에 손을 씻거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이 필요한데, 빈곤국가들은 재정에 대해 다음 3가지 자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 외국의 투자, 송금 그리고 관광인데. 그러나 모두 현재 상황에서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투자자본은 안전지대로 신속히 흘러가 버렸고, 돈을 벌러 외국에 간 빈국의 노동자들은 실직을 당하여 본국으로 송금할 여력이 없다.

현재 세계적 규모의 불황에 직면하여 있는 가운데, 빈곤 국가들이 파탄 상황에 빠지게 하지 않으려면, 재정적 지원과 신용의 제공이 절실하다 – 그것도 매우 긴급하게. 국제금융기구와 (선진국)중앙은행 간의 협력만이 이를 풀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장기적인 대립을 피할 기회가 있다. 벌써 경쟁 국가들 간에 협력의 긍정적인 신호들이 오가고 있다. 심각하게 감염된 이란에 대해 적대적 이웃이었던 UAE와 쿠웨이트 등이 지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동시에 다자(면)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UN 사무총장이 촉구하였듯이, 현재의 위기를 평화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동안 세계는 비협조적으로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고 경고의 신호를 무시했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이제는 분명해 졌다 –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만이 앞으로 전진하는 길이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2020

Josep Borrell

유럽연합 국제관계 및 안보정책의 책임자이자, 유럽연합 집행위의 부위원장

 

<보충칼럼>

국제적 문제는 국제적 해결을 요구한다- G20의 역할론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무엇보다 공중 보건 측면에서 비상사태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정부가 질병을 억제하고자 극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번지면서 국제경제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요 감소, 공급망 교란, 불확실성 증가가 이어지면서 일자리 감소가 만연하고 회사가 폐업하고 기타 2차적 경제충격의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근대에 발생한 가장 엄청난 보건 및 경제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사회의 접촉망을 철저하게 차단하여 바이러스 전파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따라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의 영향력이 좌지우지될 것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치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사망자 및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 보건 시스템의 과부화, 기업의 정상 운영 불가능, 세계 경제의 심각한 결과가 초래할 것이다. 경제 성과와 보건(수명) 사이의 밀접한 상관 관계를 고려할 때 경제가 어려울수록 보건부문 또한 장기적으로 더욱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각국 정부가 대내 정책을 점차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제적 차원 또한 경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다면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국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제적 번영은 코로나-19의 지역적 확산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 및 세계 경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달려 있다. 초연결 세계에서 이러한 점은 모든 국가에서 통용된다. 모든 국가는 다른 국가에서 시행된 효과적인 보건 및 경제 정책과 가능한 협력에 대해 불가피한 이해 관계를 갖는다.

G20 정상들은 이와 관련하여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일반종합행동계획’에 속히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G7은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자 비상 화상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이에 G20은 코로나-19의 국제적 대응을 위해 주된 역할을 담당하면서, 국제적 권한에 따른 국제적 대응을 통하여 폭넓은 회원국 (주요 선진국 및 주요 개발 도상국 모두 포함)을 포용해야 하며, 세계 금융위기의 성공적 극복에 기여하여야 한다.

G20 창설의 주요 추진국인 호주는 현재 G20 정책에 목소리를 낼 특별한 책임이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용 국제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집단간섭 및 안정적으로 세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조정 정책 모두 G20 대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G20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필요한 세계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와 의무가 있다. 코로나19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국제 시장의 신뢰 상실과 변동성 증가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금융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G20 정상들은 전 세계 기업, 시장,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증가하는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경제 혼란에 맞서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국가 간 조정 또는 협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이탈리아에 보낸 의료 물품과 같은 쌍방의 계획을 통해 현재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발생을 약화시키며 인명 구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 많은 국가들이 함께 하면 더 많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 국제적 협력을 통해 다른 국가와 함께 하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어려운 상황을 더욱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반대로 인종집단 및 노인계층을 차별하는 반사적인 대응은 다른 국가들이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G20 정상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필수 의료물품 이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정방안에 합의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해당 방안에는 최소한 핵심요소 세 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로 G20 정상들은 필요한 모든 의약품, 의약품, 소독제, 비누 및 개인 보호 장비의 자유 유입에 대한 수출 금지 또는 제재를 풀어야 한다. 국제 팬데믹에서는 필수 장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세계 보건위기 동안 ‘근린궁핍화 (beggar-thy-neighbour)’ 정책에 의존하면 다른 국가에 경제적 어려움 이상으로 훨씬 큰 피해를 주어서 궁극적으로 자국에도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둘째로 국가 정상들은 필요한 의약품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는 관세, 수입 쿼터 및 정부 부과 비용을 철폐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셋째로 정부는 최소한 세계 최빈국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을 위한 기금을 확대하거나 세계 보건 기구의 코로나-19 연대대응기금에 대한 사업, 자선 및 개인 기부를 장려함으로써 공공보건 재정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정부는 시민보호를 절대적으로 우선시해야 하면서 세계 정상들은 경제침체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의 신뢰, 성장, 일자리를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행할 것임을 함께 다짐해야 한다. 세계 정상들이 타격을 받은 분야 및 중소기업에 공동으로 지원하겠다고 합의하면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신뢰가 구축되며 중요한 시기에 경제가 기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방안에 대한 G20 정상들의 논의는 팬데믹에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증진하고 코로나-19의 사회적,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다. 호주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할 기회 및 책임을 지닌다.

위기를 각국이 개별적으로 대처하려 하면 보건 및 경제적 비용이 더욱 커질 뿐이다.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타개하려면 진정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바로 G20라는 조직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합법적인 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들의 정상들은 지체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출처 : 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 ANU. 2020/03/19.

존 WH 덴톤

파리에 기반을 둔 국제상업회의소 (ICC) 사무총장 그리고 피터 드리즈데일, 호주 국립대(ANU) 공공정책학교 부설 동아시아경제연구소 소장이자 명예교수

 

목, 2020/04/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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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속셈을 드러내고 말았다. 미국을 또 다시 세계경제의 강자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 세계경제는 서로 물고 물리는 의존관계망에 갇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다극화 체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

4월 12일 미 대통령 관저에서 매우 특별한 회의가 열렸다. 설리번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 19개 글로벌 기업 CEO들이 참여하였는데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지나 리만도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이헐게 선언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세계를 이끌어 가려고 한다. 우리는 21세기에 다시 한번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다.”(We’re going to lead the world again. We’re going to lead it again in the 21st century.)

<표 1> 미 백악관 반도체 대책회의 참석 기업 및 업종

이 회의는 표면적으로 미 연방정부가 미국내 컴퓨터 칩 산업을 살리기 위해 소집한 것이나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 정부의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바이든은 자신이 제시하는 계획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을 재건하며 우리의 공급망을 보호하고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 이유와 사정 하나 때문이었을까?

 

반도체를 안보사안으로 다루는 바이든

이날 19개사 대표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자사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주최한 회의에 한국 기업이 불려간 이유는 한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막강한 힘, 시장점유율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대륙에 소재한 기업은 하나도 초대받지 못한 데 비해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참여한 것 역시 바로 대만도 반도체 강국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 참석자와 내용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점과 함께 21세기에 “다시 한번” 더 하겠다는 데 있다. 즉 바이든은 미국을 세계 지도국가로 다시 한번 더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에 대해 다섯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팍스 아메리카나 II였다. 즉 미국을 통한 세계평화인데 이게 곧 미중 신냉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곧 미국 중심의 패권을 통한 세계 평화의 재현을 뜻한다(문정인 2021 문정인의 미래시나리오 : 코로나 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 청림출판. 129쪽). 이 ‘자유주의적 패권의 부활’은 ‘자애로운 패권국’, 다자주의를 내세워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고립시켜 나가는 길을 선호한다.

둘째, 바이든은 반도체를 안보 사안으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바이든은 8밀리미터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는 사회기반시설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시대를 이끄는 핵심부품이 아니라 공항이나 항구와 같은 핵심 기반구조라면서 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룬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바이든에게 미국은 군사강국미면서 경제강국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사안도 언제든지 안보사안으로 취급해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림 1>  바이든 대통령 2021. 4. 13. 한국방송 글로벌 뉴스사진

셋째, 반도체 수급 불일치에 대비함으로써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세계를 덮친 돌림병(COVID-19) 위기는 세계적 차원의 경기 불황을 불러왔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경기의 초호황이라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자 반도체 수요-공급 차질이 완제품 생산 정체 현상이 일어났다. 예를 들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여 완성차 공장들이 가동 중단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현대차와 GM차 공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돌림병 때문도 아니고 노사갈등 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반도체 회사에 불이나고 지진이 덮치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불확실성이 커져갔다. 반도체 부품 대란은 공급망 대란, 반도체 전쟁으로 격화되어 갔다.

지난해 12월 4일 마이크론 대만 팹에서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이 결과 D램 현물가격이 상승했다. 그리고 대만 북동부 이란현 부근 해역에서 지난 해 12월 10일 저녁 9시에 6.7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바로 이 지진 발생 지역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마이크론 공장이 있는 신주현, 타이중 등이 포함되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시 세계 전장반도체 3위 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사의 공장은 지진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일본 완성차기업이 공장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도요타는 일본 내 전체 공장 가동을 중지했으며 재개까지 약 1개월 정도 걸렸다. 이 르네사스는 2021년 2월 1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바라키현 나카시 공장의 운영을 중단했다. 보통 진도 3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반도체 공장은 일단 공정 자체를 중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대만 북부 신주(新竹) 과학단지내 TSMC 12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정전사태로 이어져 공장이 멈췄다. 대만 TSMC 공장이 멈추게 되었다는 뉴스가 알려지자마자 세계 전자업체들이 긴장했다. 큰 화재가 아니라 오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서 4월 12일 인텔의 새로운 CEO인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말했다 : “우리는 6~

9개월 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핵심 공급업체들과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그래서 이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어 GM과 포드에 주겠다.”

그리고 이미 인텔사는 200억 달러를 투입하여 미국 애리조나 주 두 곳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넷째, 미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반도체 대책회의는 단순히 반도체 공급망 조정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 전자제품, 인터넷 검색, 이동통신, 자동차 완성차제조,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B2 스텔스 폭격기를 제조하는 군수기업 대표까지 참여함으로써 반도체산업이라는 일개 부품만이 사안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을 미국이 주도하면서 예상되고 있는 ‘지각변동“을 보면 첫쩨, 바이든 취임이후 미국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에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하여 미화 500억 달러, 한화 56조원 상당 거액을 쏟아 넣고, 둘째, 이미 바이든은 반도체 공급망을 살피라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셋째, 미국 반도체 공급망 확충 법안 발의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패권국 부상을 꺾겠다는 바이든의 불가능한 꿈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점은 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압하고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바이든의 야심이나 그 꿈은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국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최강국이 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서슴치 않고 있다.

미국측은 이번 회의에서 삼성에 신규 투자 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는 반도체 공장 증설 속도를 더욱 가속화해 달라는 주문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삼성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 DRAM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17년 3분기 기준 44.5%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7.9%로 2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까지 합하면, 한국 기업의 DRAM 시장점유율은 72.3%로 압도적이다.[이승관 2017년 12월 7일). “반도체 코리아, 메모리 ‘절대강자’ 재확인…D램 점유율 72%”. 《연합뉴스》]. 특히 삼성전자는 2017년 2분기 영업이익 14조원을 벌어 지난 8년동안 영업이익 1위를 고수하전 애플을 제치고 영업이익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애플로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여 현지 판매를 하고 있다.(<표 2> 참조)

<표 2>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C%84%B1%EC%A0%84%EC%9E%90#cite_note-42

<표 3> 삼성전자의 해외 반도체 공장, 자료: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액에 대한 국가별 세금 감면 비율을 보면 미국은 10~15%이나 일본은 최대 15%, 한국과 대만은 25~30%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반도체 투자액에 대하여 무려 30~40%의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자료 SK증권). 그래서 바이든이 직접 나서서 미국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반도체 육성정책을 보면 첫째, 2024년까지 투자 대비 40%가량을 세금 공제하고, 둘째, 16조 6천억원 규모의 연방기금을 조성하여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 건설을 지원하고, 셋째, 연구개발을 확대하는데 8천억원을 지원하고, 넷째, 주정부는 삼성전자와 대만반도체(TSMC) 등 해외 기업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인공지능위원회는 미 연방의회에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과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 일본과 네델란드 정부 등과 협력해 EUV와 ArF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전자공학과 광학 함께 정밀화학 및 정밀기계산업 등이 다같이 발전해야 하며 매우 고가의 조립장치 등을 완비해야 한다. 일본과 네델란드는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들 두 나라에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도록 그 뜻을 관철할 수 있다면 바이든의 꿈은 실현가능성이 높아지나 그럴게 되기엔 아직 이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 EUV는 극자외선 방사(extreme ultraviolet radiation)의 약자로써 네델란드 AMSL사 리쏘그라피(lithography) 장비는 반도체생산의 필수 장비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미 정부의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회사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 제2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미 삼성은 미국에 20조원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잘 알다시피 현재 삼성기업집단의 최고 총수는 기업집단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전임 대통령의 개인 측근 딸에게 경주용 말을 사 주는 뇌물을 주었다가 적발되어 감옥에 갇혀 있는 ‘오너 리스크’에 빠져 있다. 혹여 한국 재벌 특유의 ‘오너 리스크’ 상태라고 하더라도 삼성기업집단은 ‘관리의 삼성’,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처럼 비교적 위기관리나 성과관리에 능하기 때문에 큼 문제없는 의사결정과 기업집단운영을 해 나갈 것이다. 이씨재벌은 1990년대 자동차업계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 일렉트로닉스를 강조하며 무리하게 자동차산업에 진출하였다(허상수 1994 삼성과 자동차산업 도서출판 새날 161쪽).

삼성기업집단은 반도체에 관한 한 미국 시장 못지않게 중국시장도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합당한 생산과 판매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이다. 일방적으로 어느 나라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포드자동차는 1908년 9월 30일부터 ‘T형 포드(T카)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자동차의 대중화시대를 개척하면서 미국인에게 국민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고된 일을 하고나서 T카를 몰고 귀하가여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들으며 맥주를 홀짝였던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사회를 만들었다. 삼성기업집단 역시 이얼 만큼의 국민기업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의 주요업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섬유, 탄소, 나노, 철강, 세라믹 등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 및 진흥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데 있다. 그 산하 반도체디스플레이과의 주요업무는 반도체 산업, 디스플레이 산업, 영상표시장치 산업, 전자부품 산업 및 인쇄전자 산업의 육성 및 진흥을 위한 정책의 수립ㆍ시행과 반도체 산업, 디스플레이 산업, 영상표시장치 산업, 전자부품 산업 및 인쇄전자 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 유치, 해외투자 지원, 통상 현안 대응 등 대외 협력에 관한 사항, 내장형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술개발 지원 및 육성 정책의 수립ㆍ시행 등이다. 기업인들이 사활을 걸고 현장을 뛰고 있을 때 장관 등 이들 공직자들 역시 최선을 다해 모든 행정력을 투입하여 기업을 지원해야 마땅할 것이다.

 

반도체 전쟁과 한국

반도체는 과학기술혁명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전자공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미중 신냉전은 미국의 패권 회복과 중국의 패권국 진입을 둘러싼 극한 경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기술패권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최근의 혼란상은 이 기술패권전쟁을 격화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반도체는 2021년 한중외무장관 회담에 의제가 될 만큼 중요한 외교안보사안이며 중요한 경제재이다.

한국은 미국 대통령의 한국 기업 초청과 거액의 투자요청 사실을 직시하고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이미 한국은 2020년 1인당 GDP3만1천497달러로 이탈리아(3만1천288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그리고 브라질과 러시아를 체치고 세계 경제 10위의 중견강국 지위에 진입하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에 걸맞는 외교안보역량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특히 한미동맹을 들먹거리며 미국에게만 쫄리는 듯한 졸속외교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한미 군사동맹에 중독되었던 구냉전시대의 신화를 극복해야 한다. 바이든이 벌이는 세계패권국가로의 복귀라는 불가능한 꿈에 헛발질하지 않는 한국인의 슬기로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야만 한다.

 

허상수

목, 2021/04/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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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두 대통령 스캔들로 2019년을 뜨겁게 달군 베네수엘라 사태가 일어난 지도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국회도 아닌 광장에서 스스로 대통령으로 ‘셀프선언’한 야당 과이도 의원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일이다. 그는 2019년 1월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재선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 취임식 직후 자신이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이는 라틴아메리카 전대미문의 정치권 ‘희극’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어설픈 시나리오와 기획,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발연기’가 그야말로 압권인 ‘작품’이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위기’라는 설정으로 일정부분 ‘흥행’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을 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이에 보조를 맞춘 외신들의 호들갑스러운 ‘공모’ 덕이다.

과이도 의원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셀프임명’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 열강들은 앞다퉈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발표를 쏟아냈고, 아쉽게도 한국도 그중의 하나였다. 애초부터 적법한 절차나 정당성을 상실한 이 같은 ‘선언을 위한 선언’은 그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명분’있는 개입, 더 나아가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위한 시작이었을 뿐이다. 야당조차 국내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민주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지난 2년간 보여준 행보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다.

게다가 민주적 해결이라면 대화 혹은 선거라는 장치를 통하는 것인데, 야당은 여당 지지층의 결집에 대항할 세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가 더는 해법이 되지 못했다. 야권과의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려는 마두로 정권의 끊임없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합의된 대화에 불참하거나 불이행하는 방식으로 한 걸음의 진전도 허용하지 않는 전략으로 일관해왔다.

지난 2년간 베네수엘라 부르주아 지배계층을 대변하는 G4의 야당 연합은 줄곧 국내적으로는 폭력적인 가두시위를 선동하고, 대외적으로는 특히 미국의 군사개입을 노골적으로 지속해서 요청해왔다. 이는 같은 해 9월 미주연합기구(OEA)의 미주상호방위조약(TIAR)을 발효, 즉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을 공식화하는 수순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난 2년간 베네수엘라 사태의 정점에 있던 자칭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홀로 ‘군림’했던 과이도 의원의 퇴장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우선,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이 277석 중 256석을 얻어 의회 권력을 다시 회복했고, 의회 권력을 통해 현 정권을 사보타지 했던 야당은 이제 국회라는 ‘합법적’인 정치적 기반을 잃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베네수엘라 야당 내에서는 물론 일반 야당 지지층 국민 사이에서도 처음부터 지지가 높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의 가장 큰 기반은 미국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라는 것 뿐이다. 국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태로, 명분은 고사하고 적법한 정치적 절차나 정당성 상실, 게다가 국경을 맞대고 군사적 긴장 관계에 있는 콜롬비아 마약 범죄조직과의 연루설과 불법 자금 유용 등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여전히 산적하다.

아래 사진[사진1]은 얼마 전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를 ‘점령’한 일을 풍자하며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과 베네수엘라의 트럼프 지지자들”이라는 태그를 달고 SNS로 공유되는 사진의 일부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의 담을 넘는 모습과 과이도 의원이 2020년 베네수엘라 의회로 들어가기 위해 의회의 ‘담’을 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다.

베네수엘라에서 과이도 의원은 이미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그를 빗댄 풍자와 해악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사진1] 베네수엘라에서 공유되는 과이도와 미국을 풍자하는 SNS 캡쳐화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2019년 국회의원 의장 임기가 끝나는 과이도 의원을 이어 새로운 의장을 선출해야 했던 2020년 초 베네수엘라 의회에서 일어난 진풍경이다. 새로운 국회의장 선출을 ‘보이컷’한 과이도 의원이 뒤늦게 의회로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2019년 과이도 의원이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6년 거대 야당 연합으로 차베스 진영에서 국회 권력을 가져온 야당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즉 국회의장 자리를 주요 거대 4개 야당(G4)에서 번갈아 맏기로 하였고, 그 결과 과이도 의원 소속 정당인 민중의지(Voluntad Popular)당 차례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월 그는 국회의장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었고, 의석수 불충분이라는 핑계로 선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소수의 과이도 지지자를 제외한 야당 연합 G4은 정의제일당(Primero Justicia)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며, 지난 1년간 ‘명실상부’하게 두 명의 국회의장을 두는 초법적 선택을 하며, 야당의 끊임없는 자중지란이 이어졌다.

스스로 국회의장이라는 자격을 내세워 대통령으로 셀프선언하고 1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정치적 ‘성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야당 내 자중지란으로 귀결되었으나, 과이도 의원의 ‘위상’에 이만저만한 생채기가 적지 않았음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과이도 의원은 베네수엘라 야권과 그 지지층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에게 쏟아진 지나친 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기실 베네수엘라 사회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정치적 위상이나 헤게모니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져 왔다. 어쩌면 베네수엘라 야당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줄곧 ‘무대’에 올랐던 그는 국제사회가 유일한 그의 관중이었을 지도 모른다.

미국의 그림자가 강력히 드리워진 베네수엘라의 주요 4대 야당 연합은 속칭 G4라 부른다. 과이도가 속한 소수정당인 민중의지당을 포함, 민주행동당, 새 시대, 정의제일당 등을 포함한 이 연합은 가장 극우적 성향의 집단이다.

한편, 과이도 의원의 소속 정당인 민중의지당의 실세는 레오폴도(Leopoldo)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과이도 의원의 정치적 ‘멘토’이기도 하다. 차베스 사망 이후 끊이지 않았던 폭력사태(병원건물방화, 길거리 폭력시위 등)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대법원판결에 따라 가택연금을 선고받았다. 얼마 전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자 주베네수엘라 스페인 대사관에 ‘신변 보호’를 요청, 지금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생활하고 있다.

참고로 그의 아버지 레오폴도 길(Leopoldo Gil)은 지난 2015년 스페인 국적을 취득, 현재스페인 보수정당이자 집권당인 인민당(Partido Popular)소속으로 2019년부터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과이도 의원의 대통령 ‘셀프선언’ 이후 스페인이 과이도 ‘체제’를 옹호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한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레오폴도는 법의 심판을 피해 국외로 탈출하였으나, 외신들은 조국을 구하기 위해 잠시 해외로 몸을 피한 ‘애국자’인 듯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베네수엘라 국민이 궁금한 것은 그의 ‘애국행위’가 아니라, 그가 마드리드 고급 아파트에 매달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 만유로(한화 1300만원)의 출처다.

최근 치러진 총선의 결과는 베네수엘라의 핑크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부르주아 자본가 계급의 야당 연합 G4의 계속되는 정치권 사보타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병적인 집착은 바이든의 민주당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테니까. 상기해보면, 베네수엘라를 미국 안보의 ‘위험’으로 간주한 것은 2015년 오바마 시절의 일이다.

과이도의 등장으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할 때, 카라마스 도심의 한 공원에서 레크레이션을 즐기는 모습

지금까지 베네수엘라를 다루는 거대 자본의 미디어들은 대부분 진실보다 자극적인 소재와 왜곡된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사실관계 파악이 아닌 외신을 번역해서 나르는 일이 전부였다.

2019년 과이도 의원의 등장으로 야단법석을 떤 것은 오히려 국제사회였을 뿐 정작 베네수엘라는 평온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베네수엘라의 변화가 이를 희망하는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한, 그들의 시간은 묵묵히 그들의 편에서 흐를 것이다. 비록 국제사회의 부르주아 계급들이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선택을 끊임없이 막아설지라도.

이제는 그만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맡겨야 하지 않을까.

 

정이나

목, 2021/02/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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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팬데믹의 경제위기를 대응하고 부실한 안전망을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한국정부의 취약한 재정수입에 대하여, 다른백년은 MMT라고 불리는 현대금융이론이 하나의 해답을 제공한다고 판단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MMT효과가 혁신을 통한 산업의 구조조정과 자산중심의 증세정책을 통하여 보완되어야 한다.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였듯이, 제도와 이론보다는 이를 작동시키는 시대의 이념적 틀과 정치권력의 성격이 현실 속에 우선한다. 아래의 칼럼은 미국을 중심으로, MMT라는 동일한 정책의 수단에 관하여, 이를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실물경제에 투입하는 것과 소수의 자산가를 위해 금융산업과 부동산에 투입하는 것과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체의 요약

통화론자들을 중심으로 수십 년 간의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불안정한 것이 아니라 안정을 가져온다는, 현대금융이론의 개념이 갑자기 이를 비판하던 다양한 정치집단으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한다: 은행 등 금융분야뿐만 아니라 특히 공화당 집단까지 칭찬일색이다. 그러나 이들이 칭찬하는 내용인즉 MMT를 지지해온 사람들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현대금융이론은 경제소비활동 영역에서 수요와 실물분야에서 투자를 늘려서 완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 시절인 2008년 은행구제와 이후 트럼프의 세율인하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재정지원에서 발생하는 적자재정의 운용은 실물경제에 투자를 늘려 고용을 증가시키고 임금을 인상하여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의 자금투입과 양적완화는 금융과 보험 그리고 부동산 (FIRE, finance insurance & rental)분야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MMT가 추구하는 목표와는 정반대로 이를 악용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분야를 지원하고 이들이 짊어진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실물경제를 지원하기는커녕, 디플레를 가져오는 정책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이며 수탈적인 형태를 띠면서 신용과 부채만을 만들어내는 은행산업을 강화시켜 주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민간분야의 활동을 다음의 두개 분야로 분리해서 확인하여야 한다: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경제 분야가 임대지대, 독점지대 그리고 금융부채의 양산 속에 이루어지는 부채와 지대의 수탈이라는 금융의 망에 포위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영역의 분리를 통해 1) 고용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유지하는 것에 기여하는데 정부자금을 투입하여 발생하는 긍정적 적자재정과 2)부패한 정부가 비생산적인 FIRE(finance, insurance & rent)처럼 수탈과 부채의 디플레를 초래하는 영역에 투입하는 악질적이고 만성적인 적자재정을 구분해내야 한다.

 

MMT의 본질과 정책적 목표

MMT는 다양한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 재정을 적자로 운용해도 무방하다는 화폐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이미 1930년대에 케인즈에 의해서 공인을 받았는데 그의 개념은 사용자와 임금노동자 간의 선순환이론에 기반한 것이었다 재정적자를 통해서 공공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수요를 촉진하여 경제활동에서 적정이윤으로 생산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생산품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합리적으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 또는 회복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만이 경제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MMT는 시카고 학파의 우파적인 정책을 비판하면서 1990년대에 금융분야를 경제활동 전반에 보다 실제적이고 기능적으로 결합시키려는 Abba Lerner의 기능적 금융이론과 Hyman Minsky 등 노력에서 공식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시카고 학파를 비판하는 핵심은 Warren Mosler의 통찰에 찰 요약되어 있는데 ‘화폐발행권이 있는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돈을 사용하기 전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기 전에 돈을 먼저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MMT는 완전고용을 성취하기 위해 경제영역에 구매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포스트-케인즈에 속했다. 이러한 연구의 노력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는 민간분야의 부채가 야기하는 불안정을 안정으로 대치시킨다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접근으로 불경기는 정부의 적자재정으로 단순하게 치유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반면에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거대한 재정적자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에 오로지 금융과 부동산 분야만 활성화되었다.

경제활동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공공기업과 인프라 투자 그리고 재정적자와 시장개입을 반대한 주요 집단은 금융론자들이었다. 소위 오스트리아 그리고 시카고 학파의 금융론자들은 MMT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정부가 재정적자로 운영되면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며, 1920년대의 독일 바이마르 시대와 짐바브웨 등에서 있었던 재정적자 사례를 들먹이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자유시장에 대한 개입이라고 묘사한다 (MMT는 실제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개입을 추구한다).

MMT 학자들은 정부가 흑자재정 또는 균형재정을 이루면 경제활동에서 발생한 수입을 흡수하게 되고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를 축소시키면서 실업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시행하지 않으면, 경제는 민간분야의 은행에서 대출에 의존해야만 비로소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한다.

이런 사례로 실제 미국에서 클린턴 행정부시절의 말기에 흑자재정을 시현했다. 그러나 정부가 흑자를 보인 반면에 민간분야에서는 부채가 누적되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무역에서 흑자를 시현하던가 아니면, 민간분야에서 부채를 누적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구조화되면 이자와 상환의 부담으로 불경기가 찾아오고, 궁극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것처럼 만성적인 불황과 부채에 의한 디플레라는 정치적 부담을 맞이하게 된다.

 

적자재정과 MMT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금융분야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통해 충분한 구매력을 제공하지 못하면, 화폐와 신용을 제공하는 역할이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이자와 수익을 위하여 은행들은 주로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채권 구매에 신용대출을 발생시킨다. 이런 측면에서 은행들은 정부와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용목적에 상관없이 경제활동에 자금과 신용을 대여한다.

은행들은 정부가 단순히 화폐를 공급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금융과 가격정책, 조세와 기업을 규제하는 법규제정 활동에서 퇴출되기를 원한다. 금융분야는 정부가 필요보다는 정책적으로 자금이 부족하거나 외환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자금을 제공하면서, 이의 대가로 자연자원 또는 기초공공 인프라를 사들이면서 공공재를 독점하려고 의도한다 (과거에는 전쟁과정에서 그러했고, 현재에는 외채상황을 이용한다)

이러한 지위를 획득하려면 은행은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민간은행들의 신용제도와 공공영역의 자금창출력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공공자금은 기본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성장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목적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민간은행의 신용은 토지와 금융자산의 거래, 즉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채권에 집중된다.

 

적자재정의 운용을 반대하는 논리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시절에는 적자재정을 운용하였는데, 이는 사회적 지출을 위해서 지불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세금인하와 특히 부동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위시하여 의료와 교육 등에 지출할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재정절감이라며 시행하였다. 이러한 목표는 클린턴과 오바마 시절에 더욱 노골화되어 ‘책임있는 재정의 개혁을 위한 국가위원회 National Commission on Budget Responsibility & Reform’ 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름이 반영하듯이 책임은 균형재정을 뜻하며, 결국 사회지출 프로그램의 축소를 가져왔다.

정부지출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그룹은 재정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정치적 집단을 이용하여 재정적자에서 오는 정부부채의 증가를 비난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화당파와 중도적인 민주당파들은 오랫동안 사회안전망을 축소시켜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와 시카고의 금융학파들이 정부로 하여금 활동을 축소시키고 가능한 역할을 민영화하여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대규모의 부채를 발생시킨 금융업계는 자원과 자금의 할당을, 정부에서 금융분야로, 워싱턴에서 월가로, 다시 외국으로 진출하여 런던과 파리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중권가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군사비 지출에 대해서는 일체의 바판을 행하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는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불량부채의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결국 경제의 신용과 자산분야의 구제를 위해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였다.

 

MMT를 악용한 오바마와 트럼프의 금융구제 정책 사례들

MMT 지지자들과 포스트-케인즈 경제학자들에게 적자재정의 긍정적 역할은 자금을 ‘경제’의 수입을 위하여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라는 것은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분야를 의미하는 것이지 금융과 부동산 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부채규모를 현실적인 시장가격과 임대수준에 맞추어 축소시키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돈을 대주고 지원금을 제공하여 채무자인 시민들이 자신의 주택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금융문제의 현안을 해결하고 고용과 주택보유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지자들을 두 번씩이나 배신하면서, 금융권의 불량대출과 기타부채를 연장시키면서, 현실적인 시장가격으로 조정하는 대신에, 불량대출(사기적인 행위)을 야기시킨 은행들을 지원하고 구제하였다.

은행이 새로운 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재무표를 경감시켜주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이 신용을 창출하는 역할에 발을 담았다. 이를 통해 은행과 그림자 은행 그리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에게 황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에게 저당잡힌 주택들을 다시 사들여 임대부동산을 활성화시켰다.

이러한 정책은 Blackstone사에 의해서 주도되었고, 금융의 위기는 오히려 지분 참여자들에게 엄청난 배당을 가져다 주는 기회로 바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기회에 참여하려는 투자자의 지분참여 최저액이 5백만 불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연방준비제도가 시행한 양적완화 액수인 4.6조 달러는 실물경제에 자금을 창출하지 못했고, 마치 알라딘의 램프가 오랜 된 것에서 새 것으로 바뀌는 것처럼, 불량자산이 양질로 교체되는 기술적 스왑을 이루었을 뿐이다. 이러한 스왑은 저축이 유입되는 것과 같다. 은행으로 하여금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능력이 없는 자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운 채무자에게 대부를 제공하는 재무적 투기를 시행한 것이다. 월가는 MMT를 핑계로 악용하여 실물경제를 살린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을 부풀린 것이다.

경제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소수의 1% 또는 10%에게 경제라는 것은 시장이며, 특히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부동산, 주식과 채권)의 시장가치를 의미한다. 이런 자산이 실물의 생산과 소비경제를 포위하면서 임금과 이익에 비례하여 점차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려간다.

또한 이들의 가치는 정부의 지원과 신용창출(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세금축소), 경제적 지대, 재무적 수수료와 이자 그리고 서비스 비용 등으로 부풀려 지는데, 이러한 증가가 마치 실물경제에 기여한 것처럼 GDP의 일부로 계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경제영역을 다루어야 하는데, 하나는 생산수단과 유동자산 그리고 노동의 영역(이는 일반적으로 GDP로 측정된다)과 금융 및 부동산으로 노동과 실물자본에 의해서 발생한 수입에서 지대비용을 수탈해 가는 영역으로 구분해야 한다.

금융조작이 산업성과를 대체해 가는데 이는 정치적 로비과정을 통해 세금을 인하시키고 지대에 대한 특혜를 제공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면서 이루어 진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그리고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증대시키기 위해, 이들은 신용과 정부의 지원을 유도해 내는데 이는 생산과 고용을 증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식의 바이백과 배당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바이백은 소위 ‘자본되사기’로 불리며 투자확대가 아니라 투자축소에 해당한다. 이는 세법에 의해 선호되는데 배당금에 대한 과세에 비교하여 자본이익에는 세금인하 내지 면세가 적용된다.

 

오용된 MMT의 사각지대: 실물경제가 아닌 투기적 FIRE 영역

FIRE 영역과 생산-소비의 실물경제 간의 표면적 착시현상은 전통적 금융공식인 MV=PT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에 의하면 경제는 단순히 민간과 정부의 영역으로만 구분된다. 무역분야인 국제수지균형을 별도로 하고, 정부가 지출하는 것은 국내경제에 자금을 대는 것이고 반대로 재정흑자는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의 문제점은, MMT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정부가 FIRE 및 금융자산의 영역에 지출하는 것과 간접자본투자를 포함한 실물경제의 고용과 생산에 투하하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없으면 고용과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생산적인 재정지출과 단순히 금융자산을 지원하는 것을 구별하여 확인할 수가 없으며, 후자의 경우 신용제공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상환이 불가능한 채권에 대해 정부의 자금을 밑빠진 독에 쏟아붓는 꼴이 된다.

금융분야를 지원하고 이에서 발생하는 악성 부채를 변제하는 것은 실물경제에 긴축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IMF식으로 말하자면 ‘월가에 MMT를’이라는 모순어법으로,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실물경제의 반대편에 서있는 꼴이다.

 

MMT, 공공 그리고 민간의 부채

자금이 생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채이다. 정부의 자금은 공공의 목적, 즉 고용과 생산량을 높이고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양상을 보면, 민간분야의 부채는 다분히 수탈적이며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 즉 부채디플레를 발생시킨다.

정부는 국내통화만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는 공공의 부채를 창출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화폐를 만들어서 갚을 수 있다.  생산량과 고용을 늘려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지출하기만 한다면, 공공의 부채는 인플레를 일으키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부채를 세금으로 되갚으면서 통화에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통화시스템은 본래적으로 재정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의 고전적 전제는 생산과 소비라는 실물분야의 임금과 이익에 과세하기 보다는, 주로 불로소득 즉 경제지대에 과세를 하면서 경제의 비용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분야의 부채이다. 대부분의 부채는 은행에 의해서 형성된다. 은행의 신용은, 은행 고객이 가지는 채권으로, 채무자가 이를 갚을 수 있는 수입의 능력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민간의 부채 대부분이 생산적이고 활동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사용되기 보다는 자산소유권의 이전(신용의 증가율에 따라 자산가치가 영향을 받는)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활동에 연동되지 않은 신용의 투입은 부채디플레를 유도한다. 정부는 적자재정을 운용하여 경제활동에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대신, 민간부채는 약정기간 동안 경제분야에서 이자와 원금상환 그리고 수수료를 빼어 나간다.

대부분 담보대출의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하여 발생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이자비용을 발생시키며 종결된다. 약정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복식이자로 계산되면서, 담보물의 부채는 여러 번에 걸쳐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이야말로 담보대출서비스를 통해 지대수입을 회수하면서, 궁극적으로 자본증식(자산가치의 추가획득)의 주요 수혜자가 된다.

은행의 신용제도에 통화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 부채를 통화로 지급하도록 허용하면서 – 정부가 은행을 공적으로 유용한 기구로 인정하고 은행의 제예금을 보증하고, 궁극적으로 은행을 파산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금융분야를 지원하면서 적자재정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채의 감당비용을 경제활동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식이자의 계산결과로 감당비용이 늘어나면서, 구제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은행과 금융분야에서 발생한 결손을 보충하는 대안으로 부채의 감당비용을 지원하는 적자재정(스왑의 합의를 포함하여)의 규모도 커지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내용이다. 금융분야에 휘둘리면서 결국 경제의 주요흐름이 적자재정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적자재정이 금융과 FIRE 분야 등에 주로 지원되지만, 일반시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케인즈 경제와 MMT가 의도했던 진짜 경제 – 실물경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정부적자재정을 MMT의 적용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정책적 목표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 시절의 적자재정은 사회적 지출(사회안전망, 의료보호제도, 교육 등)을 축소시키며 여러 번 펀치를 날렸다면, 최근의 오바마와 트럼프 시기의 적자재정은 금융분야를 구제하기 위하여 사회프로그램을 축소시켜야 균형재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경고로서 작용하였다.

월가가 마술을 부려 ‘경제’를 대표하는 것으로 변신하는 동안에, 오히려 노동과 산업 분야는 중앙은행과 재무부와 공생관계를 형성한 금융분야에 부담을 주는 비용적 요소로 간주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금융분야, 민간자본, 긴축재정과 중앙계획

이제 또다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월가를 구제한다면, 미국은 결정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금권이 지배하는 과두제 국가로 바뀔 것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적극적인 정부가 민간분야보다 본래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주효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로비스트의 표현에 의하면 욕조의 하수구에 들어갈 만큼 축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분야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것은 경제의 질서를 회복한다는 것은 저축은행과 금융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상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결국 경제에 대규모로 손실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시기의 금융분야에 종사하는 은행가들과 금융투자자들은 19세기 당시 지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지대의 가격은 비용가치를 능가하면서 영국과 중부유럽을 고비용의 경제로 만들었다. 고전경제학이 가르치는 내용이 바로 이것으로, 생산의 비용은 실제적이고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원칙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형성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경제지대는 불필요한 비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혜, 세습적 토지소유, 공공의 영역에서 신용제공자가 제멋대로 행사하는 독점, 전쟁부채를 갚아준다는 구실로 받는 반대급부의 제도적 보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대계급은 경제의 주요 부가가치를 즐기는 주요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의회를 통하여 정부를 조정한다. 현재의 미국정치는 돈많은 후원자들이 해괴한 선거자금법을 이용하여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을 움직인다. 정치인들의 사무소는 민간 경매품이 되어 가장 고가의 응찰자에게 팔려 나간다. 이들 후원자들은 주로 월가와 금융기업에서 활동하는 자들이다.

2008년 이후 주식과 채권은 DJIA 평가기준으로 8,500에서 30,000 포인트로 급상승하였다. 이러한 상승은 소위 자유시장에 지나치게 제공된 중앙은행의 지원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다. 양적완화를 시작하기 전의 주식가격은 지난 세기의 평균가격선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양적완화는 주식가격을 2019년 공황과 2000년의 버플을 뛰어넘어 상종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코로나 사태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주식가격은 그린스펀 의장시절 이전의 가격보다 높이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버블이 아니라 기포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면서, 코로나 이후 실물경제가 극적으로 수축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폭락없이 버티어 내기만을 기대하면서 정부는 금융분야에 지원을 계속하려는 낌새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를 살려야 하나? 하루의 고된 생활이 생계수단인 일반 시민들인가? 아니면 생계가 위축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화생활을 즐기는 과두제의 수탈자들인가?

이런 모든 것이, 경제지대를 배제하고 불로소득을 고립시키려고, 가치이론을 중심으로 설계한 고전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미 설명된 것이다.

 

Hudson의 모순 : 재정, 가격 그리고 지대경제

FIRE영역과 실물경제를 구별하지 않고는, 자산-인플레와 상품가격-인플레를 일으키는 정부의 적자재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여기에 일종의 모순이 존재한다. 은행의 신용은 담보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로 부동산, 주식과 채권 등에 이루어지게 되고, 이런 자산에 투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우선 주택가격이 오르게 되고 뒤를 이어 금융증권이 뒤따른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사려는 매입자는 더욱 많은 대출액수를 일으켜야 한다. 이런 분야로 대출이 집중되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은행의 대출에서 오는 자산가격 인플레효과(자산효과)는 따라서 상품가격을 낮추는 충격을 주게 되는데 이는 대출비용 부담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은행대출의 디플레 효과는 불량채무를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간의 대출채권에 대한 스왑방식(실제 돈이 거래되는 않는다)을 통하여 정부는 은행을 구제하게 된다.

이는 위의 MV=PT라는 등식의 역방향에 해당하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무관하게 통화량만 늘리면 된다는 식이다. 이는 정부의 적자재정의 운용과 비교하여, 은행의 신용창출은 자산을 사들여 자신인플레를 일으킨다는 차이점을 분간하지 못하면서, 공공과 민간 분야 간에 이루어지는 과거의 통화이론과 새로운 MMT간의 구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생산과 소비라는 실물경제에 사용되는 임금과 수익을 FIRE 영역의 자산과 부채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로부터 분리시킬 필요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은행 시스템에 내재하는 신용창출은 대출에 대한 이자라는 형태를 취한다.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가 증가하면 할수록, 산업과 노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줄어 든다. 그 결과 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부채디플레로 나타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우화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 배고픈 사람에게 생선을 주면 하루를 먹일 수 있다.

– 생선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고객을 잃게 된다.

– 그러나 그에게 생선을 잡을 배와 어망에 사도록 이자증식의 자금을 빌려주면, 그는 자신이 잡은 모든 생선으로 당신에게 갚을 것이다. 당신은 부채라는 노예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미국에서 정부와 금융산업이 MMT를 빙자하여 일반시민들을 수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 Global Research Center, 2020.-04-28.

Michael Hudson

캔서스시에 있는 미주리 대학 연구교수이자 Bard 대학의 조세경제 연구소 연구원이다 부채탕감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Dirk Bezemer, 네덜란드 Groningen 대학교수이다.

월, 2020/05/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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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년 6월 26일 개최된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의 기획주제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 지식사회에서 ‘개인화’는 흔히 신자유주의적 고립이나 공동체적 연대윤리의 상실 및 이기주의의 확대,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위험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현상 등을 단편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여기서는 서구 근대부터 2차대전 이후까지 다소 선형적으로 발전해온 산업사회가 그 역사적 성공 이후 깊은 변동을 겪는 과정을 묘사하는 개념으로서, 울리히 벡이 사용한 ‘개인화’ 개념에 기초하여 복지체계의 변화 필요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현대의 복지체계가 산업사회의 규범에 기초하여 제도화한 ‘유기적 연대’의 형태라면, 위험사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개인화 상황 속에서는 사회적 연대의 형태 역시 한층 개인화한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 현대 복지체계의 규범적 출발점

현대 복지체계는 유럽에서 발전한 자본주의 및 그것이 초래한 계급 대립 속에서 형성되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봉건적 신분제로부터 개인을 해방/고립시키는 이중의 과정을 불렀다. 따라서 봉건적 신분과 달리 계급은 1차적 집단관계가 아니다. 계급은 개인들 간의 사회경제적 성취의 격차로부터 2차적으로 형성된 집단적 격차의 문제로 정의되는데, 개인적 성취 격차를 집단적 격차로 구조화하는 것은 자본의 소유관계이다. 이 소유관계로부터 집단적 분배 격차가 생겨나는데, 복지국가는 소유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인 분배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사회갈등을 약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소유관계는 핵가족이라는 새로운 신분적 관계―‘사생활’로 축소된―를 통해서 상속되기 때문에, 계급은 사실상 1차 집단으로서의 성격과 2차 집단으로서의 성격이 교차하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계급 갈등 속에서 과거의 신분적, 가부장적 문화를 매개로 계급결속이 형성되면서, ‘계급’(마르크스) 개념은 ‘사회계급’(베버) 개념으로 발전했다. 그리하여 계급 격차는 계급집단 간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격차, 즉 가족생활 향유에서의 격차와 집단문화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복지의 문제 역시 그와 같은 ‘사회적 삶’을 보장하는 문제로 확대되었다.

복지체계가 소유관계 자체가 아니라 분배 격차를 문제 삼는 것은, 자본주의의 생산력 향상이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본의 사적 소유가 생산력 발달 또는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보고, 그 결과물을 보다 평등하게 분배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현대 복지체계에서 당연시하는 사회이론적 전제는 1)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 성장, 2) 사회경제적 불평등인 계급 격차의 완화, 3) 사회적 삶의 보편적 단위인 핵가족의 보호, 4) 핵가족 부양에서의 계급 간 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이론적 전제들에 제대로 포괄되지 못하고 외부화한 문제들이 들어 있다. 각각의 문제를 이 사회이론적 전제들과 관련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문제

경제발전의 틀에서는 생산력 향상을 위한 투입 요소로 노동력과 자본만을 고려한다. 그러나 생산을 위해서는 원료나 토지, 기계 등의 형태로 자연 물질의 투입 역시 필요하다. 또 노동력의 투입을 위해서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자연 물질적 특성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본의 상속 역시 자녀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인간의 몸이라는 물질적 특성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력 재생산과 자녀 출산, 양육 등에 동원되는 여성의 몸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그러한 ‘자연 물질’의 문제를 모두 외부화하여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복지체계 역시 생산관계가 초래하는 분배 정의의 문제만을 ‘사회문제’로 보고, 자연 물질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외부화했다. 이것은 자연과 사회를 엄격히 구분하여, 사회문제의 영역에서 자연 물질의 문제를 개념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평등이란 지속가능성 문제를 배제한 절반의 ‘정의’ 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볼 때, 생태 파괴 및 인구 돌봄 문제로 인해서 성장모델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2) 사회경제적 불평등 = 자본주의 계급 격차

사회경제적 격차를 계급 격차로 보는 관점에는 위에서 보았듯이, 핵가족 생활공동체를 인간 삶의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단위로 보는 관점이 녹아들어 있다. 이것의 배경은 19세기 이래 유럽에서 확산한 ‘기혼여성 지위(덮어씌위기, coverture)’의 제도화이다.【1】 기혼여성은 재산을 소유할 수 있어도 더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고 또한 더 이상 법정에서 발언할 수 없도록 혼인 제도가 변화했다. 기혼여성의 법적 권리가 남편의 법적 권리 속에 묻혀서, 남편이 가족을 대리하는 법적 대표자가 된 것을 말한다. 여성은 시민권의 출발점인 계약할 권리에서 배제되었다.

그와 함께 아동기가 발명되고, 아내와 자녀가 모두 아버지의 성을 취하는 ‘가족성(family name)’ 제도가 일반화하면서, 남성은 재산 소유에서는 내부적으로 격차를 보여도 ‘가장’으로서는 동질화하는 ‘보편화’ 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이러한 남성 가장들 사이의 계급 격차로 정의되었다. 반면 여성은 앞서 보았듯, ‘자연 물질’과 유사하게 취급되어 남성의 사생활 영역에 묻힌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여성은 정치경제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3) ‘정상가족’의 규범

기혼여성 지위가 법적으로 차별적으로 규정됨으로써,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은 살림을 도맡는 ‘정상가족’의 규범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정상성은 특히 생물학과 정신의학 등에 의해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면서, 근대적 성역할 규범을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규정―‘자연화’(푸코)―했다. 그리하여 이제 보편적 정상가족을 향유하는 권리의 문제가 ‘사회권’의 내용으로 등장했다. 남성에게는 가족 부양의 기준에 따라 임금이 지불되고, 남녀 간 임금격차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비정상적―임시적, 예외적, 보조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4) 계급 평등 = 가족 부양자 남성 간의 격차 완화

결국 복지는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분배 평등 또는 남녀를 불문한 가장들 간의 분배 평등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남성의 능력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성역할 규범과 연관된 엄격한 공/사 구분으로 인해서 ‘노동’의 원형은 ‘가장 남성’의 노동으로 정의되었다. 특히 공장제 산업사회의 형태로 조직화한 제조업 육체노동이 노동의 원형이 되었고, 여성의 직업으로 분류되는 저숙련 서비스직이나 가족 내 삶을 위한 노동은 ‘노동’ 개념으로부터 주변화 또는 배제되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발전하고 또 탈제조업중심의 산업변화가 진행되면서, 이와 같은 평등 개념은 현실적 토대를 잃게 되었다. 우선 복지국가 발전의 역설적 결과로서, 평등이 계급집단 간의 갈등보다 개인이 국가에 청구하는 ‘사회권’ 개념으로 변화했다(‘제도화한 개인주의’ 또는 ‘고객주의’). 탈산업화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남성 노동 중심의 복지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그리고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증가, 직업 세계에서의 경쟁 격화, 이동성 증가 등으로 인해서 1인 가족이 증가하며, 노동의 목적이 ‘가족 부양’에서 ‘본인 부양’ 또는 ‘가족 공동부양’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나타났다(‘노동과 가족의 개인화’).

 

2. 개인화 및 그것이 복지체계에 던지는 과제들

울리히 벡은 앞서 본 바의, 산업사회가 외부화―즉 단순한 리스크로 처리―한 ‘자연 물질’ 관련 문제 중에서 생태적 위험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정치적 공론화의 의제가 되는 과정을 ‘위험사회’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2】 그리고 위험사회의 노동과 삶의 측면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양상들, 즉 산업사회에서 형성된 노동 및 가족 규범의 ‘탈정상화’를 ‘개인화’라고 표현했다. 노동 규범의 탈정상화는 정상노동모델의 약화를 의미하고, 가족 규범의 탈정상화는 탈핵가족화 또는 근대적 성역할 규범의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불확실성’(생태위험)의 증가와 탈산업화로 인한 생애위험의 탈계급화뿐만 아니라,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 역시 크게 작용했다. 특히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으로 인해서 개인주의가 단순한 문화나 이념이 아니라 ‘법적 권리’로 제도화―‘제도화한 개인주의’―했기 때문에, 노동과 가족의 탈규범화는 단순한 아노미가 아니라 근대 이후 진행된 개인화가 한층 급진적 형태로 심화하는 것(‘2차 개인화’)이라고 보았다.【3】

그뿐만 아니라, 정치적 공론화의 의제 및 사회적 저항의 조직방식이나 주체들에서 변화가 진행되면서, ‘정치적인 것’ 자체가 기존의 공/사 구분이나 사회/자연의 구분을 넘어서 혼종화하는 경향―‘새로운 사회운동’―이 나타났고, 이 역시 개인화와 함께 진행되는 정치변화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의제나 저항의 조직방식, 주체화 등이 개인별 위험 인식에 따라 유동적 네트워킹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개인화의 이러한 양상들이 복지체계에 던지는 의미는 앞서 말한 복지의 사회이론적 전제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1) 우선 평등 분배의 단위가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에서 모든 개인과 아동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2) 제조업 육체노동자의 노동을 원형으로 삼아 발전한 계급모델과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제도에서 탈피해서 상품화한 모든 노동―불완전고용과 여성노동 포함―에 평등한 분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3)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및 1인 가족 증가로 야기되는 일·가족 양립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4】 4) 소득 분배에 의한 생존권 외에 ‘자연 물질’과 관련된 안전권―인간 돌봄, 생명 안전, 생태적 안전권 등―의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돌봄과 관련된 문제

이러한 도전 중에서 여기서는 돌봄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노동과 가족의 개인화 그리고 정치적 의제 및 주체의 개인화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돌봄 문제를 다룰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1) 우선 생존권 개념이 정상가족 단위의 생존이 아니라, 성인과 아동 개인 단위의 인권문제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경우에는 돌봄이 가족이라는 사적 공동체에서 근대적 성역할 규범에 기초하여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필요에 따라 수행되는 동시에 사회적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낸시 프레이저가 말하는 보편적 생계부양자-보편적 돌봄제공자 모델에 기초하되,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개인이 두 가지 보편적 역할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5】 사회서비스로 제공될 경우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나 돌봄노동자의 조직력 역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2) 노동위험이 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개인별 생애위험으로 변화하므로, 이에 대한 안전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기본소득 대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형태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고용보험의 보편적 확대는 적용대상자에 대한 조사와 분류가 필요하여 시간 및 행정의 비용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사용으로 각종 서비스 단말기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일상의 삶에서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 증가하며, 노동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경제적 가치 생산이 이처럼 단말기와 일반인의 상호작용에 기초하여 사이보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민의 삶 속에서 수행되는 경제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6】 또한 (사회서비스 제공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에게 일정 정도 남겨질 수밖에 없는) 돌봄노동이 보편화한다고 해도, 그 역시 부불노동으로 남는다. 재정마련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과 함께, 역진성을 약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세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3) 복지제도에 의해 개인별 생존권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태에서, 노동과 돌봄이 통합된 형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동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로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아프면 쉬는’ 문화와 함께 ‘아픈 가족원을 돌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사업장 문화가 바뀐다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담 역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예방책으로 가장 실현되기 어려운 조건이 ‘아프면 쉬는’ 문화라는 것이 여론조사의 결과였다. 또 인구 고령화와 함께 돌봄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돌봄을 사적 비용으로 또는 대면적 공동체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4) 생태적 지속가능성은 세대 간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돌봄은 생태에 대한 돌봄과 유리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장가동 중지로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 그리고 개인별 위생수칙의 철저한 수행으로 호흡기 질병이 줄어든 것 등을 볼 때, 생태적 지속가능성이 사회의 돌봄 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적 지속가능성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 및 생존권 보장을 통해서 일과 삶, 돌봄을 한층 유기적으로 통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새로운 틀은 돌봄을 사회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보편적 생계부양자 모델을 제도화한 북유럽 모델을 기초로 하되, 돌봄의 보편성을 한층 강조하고 또 거기에 일상 속 노동을 소득으로 보상하는 기본소득을 더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스웨덴 모델에 대한 실망과 한국식 모델의 모색

한국에서 그간 복지국가 모델로 크게 주목받은 스웨덴이 코로나19로 집단면역 실험을 하면서 상당한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간 스웨덴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또 코로나19를 계기로, 서구 복지국가에서 살거나 노동하는 외국인의 열악한 생활상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노동유연화에 대한 대처에서 북유럽 모델이 스웨덴 모델과 덴마크 모델로 갈렸던 것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대처에서도 스웨덴과 덴마크는 상이한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들에 유념할 때, 북유럽 모델을 하나의 동질적인 모델로 이해하는 대신, 각 사회에서 고유하게 발전한 복지모델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적절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참고하는 것이 한층 발전적일 것이다.

 

【1】 캐롤 페이트먼, 2001, 『남과 여, 은폐된 성적 계약』, 이충훈·유영근 옮김, 이후.

【2】 울리히 벡, 1997, 『위험사회』, 홍성태 옮김, 새물결.

【3】 울리히 벡, 2013, 『자기만의 신』, 홍찬숙 옮김, 길.

【4】 독일의 노동 4.0에서는 개인화가 복지체계에 주는 의미를 ‘시간 주권’의 문제, 즉 일·가족 양립의 문제로만 이해했다. 홍찬숙, 2018, “노동 4.0인가 제2의 노동세계인가? 노동 4.0의 산업사회 관점 및 그 한계,” 『경제와 사회』 119: 165-192 참조.

【5】 낸시 프레이저, 2017, 『전진하는 페미니즘』, 임옥희 옮김, 돌베개.

【6】 기본소득의 노동 근거로서 필자는 울리히 벡의 ‘시민노동’이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부불노동에 주목하고자 한다. 사이보그적 가치 생산에서 소비자 노동이 사실상 비가시화되며, 돌봄노동 역시 사회적 생산에 필수적인 노동으로 여겨져야 한다. 반면 벡은 위험사회에서 시민의 기여가 ‘노동’에서 ‘정치참여’로 바뀐다고 보며, 그것을 기본소득의 근거로 제시한다. 이에 대해서는 울리히 벡, 1999,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세계』, 홍윤기 옮김, 생각의나무 참조.

월, 2020/07/0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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