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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건의료와 건강권 ①] 보건의료인의 삶을 통해 본 보건의료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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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건의료와 건강권 ①] 보건의료인의 삶을 통해 본 보건의료 실태

admin | 화, 2020/06/16- 22:00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북한은 ‘확진자 0명’이라는 발표를 통해 국제사회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발표를 접한 사람들은 그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에 궁금증을 가지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북한은 ‘확진자 0명’이라는 발표를 통해 국제사회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발표를 접한 사람들은 그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에 궁금증을 가지기도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 2명을 직접 만나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에 대해 함께 짚어 보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와 변화, 그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건강권을 살펴보면서 북한 보건의료 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 1호 한의사
김지은
  • – 북한 청진의학대학 동의학부 졸업
  • – 북한에서 9년간 내과, 소아과, 임상의학연구소를 거치며 의사/한의사로 근무
  • – 2000년대 초반 한국 입국
  • – 한의사 국가시험 합격
  • – 現한의사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
  • – 북한 함흥약학대학 졸업
  • – 북한에서 12년간 약사로 근무
  • – 2000년대 초반 한국 입국
  • – 약사 국가시험 합격
  • – 통일학 박사
  • – 現약사

 

김지은 씨와 이혜경 씨를 언급할 때마다 항상 따라오는 수식어는 ‘남북한 한의사 1호’, 그리고 ‘남북한 약사 1호’ 입니다. 두 사람은 북한에서 각각 한의사와 약사로 일했습니다.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은 각각 한의사,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북한과 한국 양쪽의 보건의료 환경을 직접 경험한 전문 보건의료인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1보건의료인의 삶을 통해 본보건의료 실태

한때, 눈 앞의 현실을 마주할수록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 김지은 한의사, 이혜경 약사
북한에서 보건의료인으로 일하는 것은 어땠나요?
북한에서는 의사라 하더라도 한국처럼 여유로운 삶을 누리진 못해요. 북한의 의사는 일반 노동자와 같이 국가로부터 급여와 배급을 받고 살아요. 그래서 국가의 경제가 어려우면 의사의 생계도 어렵고… 때문에 제 생활도 정말 힘들었죠.

1990년대 중, 후반, 잘 알고 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가 한창이었어요. 당시 저는 병원 소아과 의사였죠. 의사로서 어린아이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켜 보고만 있자니 그걸 견디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병원 근무 후 퇴근할 때 집에 가면서 ‘내일 아침에는 어느 침대가 비어 있을까?’와 같은 생각에 괴로웠어요. 아침에는 ‘그 아이일까, 아니면 다른 아이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죠.

병원 근무 후 퇴근할 때 집에 가면서 ‘내일 아침에는 어느 침대가 비어 있을까?’와 같은 생각에 괴로웠어요. 아침에는 ‘그 아이일까, 아니면 다른 아이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죠.

약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겠군요?
국가에서 나오던 배급이 사실상 없어졌지만, 병원에 있던 약국에 나가 계속해야 했죠. 물론, 먹고 살기 위해 약사 일이 끝나면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했어요.

약사라고 하면 뭔가 잘 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생계유지조차 힘들었어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했죠. 저는 이런 상황을 표현할 때마다 ‘낮에는 사회주의 일(병원 약사)을 하고, 밤에는 자본주의 일(장마당 장사)을 했다’고 말해요.

비교적 최근에는 상황이 바뀐 것 같아요. 새로 생겨나기 시작한 시중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는 그럭저럭 괜찮게 산다고 볼 수 있어요.

 

장마당의 활성화는 의약품
수급 구조를 바꿨다

배급제가 사라졌다고 했는데 병원에 들어가는 의약품도 중단되거나 줄어들었나요?
‘자급자족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와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캐 그것으로 약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병원에서는 건초말린 약초를 이용해 고려약한약을 만들어 필요한 약제를 어느 정도 수급할 수 있었어요. 경제난으로 ‘무상치료제’와 같은 의료 제도를 유지하기 버거워지다 보니 국가에서는 원래 병원 안에만 있던 약국을 병원 밖에도 만들어 사람들이 돈 주고 약을 살 수 있도록 했어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모든 약국은 국영이었어요. 대략 2005년부터 평양을 시작으로 시중에 약국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개인이 운영권을 가진 약국이 곳곳으로 퍼져 나갔죠.
결국 국가에서 필요한 약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니 민간에 의약품 수급을 맡기기 시작한 거군요?
시중의 개인 약국을 통해 약을 팔 때는 보통 ‘7·3제’를 기본으로 해요. 7·3제란 개인 약국에서 약을 팔면 수입의 70%는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 30%는 약사가 가져가는 거예요 즉, 국가가 주도하는 장사이자 임대 개념으로 볼 수 있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이라고는 하나 한국처럼 온전히 개인이 약국의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국가 소유의, 운영권만 개인이 가지는 약국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면 지금은 일반 사람들이 약을 구하거나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인가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에서 많은 약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되자 나라에서 공급하는 약이나 자급자족한 약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들어서는 장마당에서 일반 사람들이 약을 구하기 더 쉬워졌어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에서 많은 약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되자 나라에서 공급하는 약이나 자급자족한 약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는 민간요법이 성행한다는데 어떤 약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요?
‘아편’과 ‘빙두’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아편의 경우 우리 선조들이 민간요법에서 사용한 것과 같이 지사제나 통증 완화의 용도로 많이 사용돼요. 빙두는 흔히 우리가 영어로 메스암페타민, 일본어로 히로뽕이라고 부르는 향정신성의약품이에요.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인데 이를 투약할 경우 자극에 무감각하게 되죠. 아픈 사람이 이것을 복용하면 일단 통증이 다 사라지고 기분도 좋게 만들어주다 보니 사람들이 차츰 접하게 되었던 거죠.
아무리 치료 목적이라지만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북한은 동네 곳곳마다 역삼대마이나 양귀비아편의 재료가 심겨 있어요. 북한에서는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게 위법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약 사용에 대해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해요.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렴하다 보니 사람들은 이런 마약에 자연스럽게 손을 대게 되는 거죠.

오늘내일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편이나 빙두를 사용하는 것에 부작용이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치와 같아요. 이들에게는 순간적인 고통을 당장 면하기 위해 사용되는 하나의 약일 뿐인 거죠.

한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무상치료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약이 없어 환자가 필요한 약을 직접 구해와야 한다… 얼핏 보기에도 모순적인 것 같아요. 의사와 약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일해야 했나요?
제가 일하던 병원 과에 6명의 의사가 있다고 하면 3명은 오전에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나머지 3명은 나가서 먹을 것을 구하고 그랬어요. 가끔 며칠씩 교대로 다른 지역으로 가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동네에서 순두부 등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했죠. 그러다가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되니까 병원에 있던, 환자에게 써야 할 약을 돈 받고 팔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환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아주 없거나 그러진 않았기 때문에 가끔 치료가 급한 환자가 의사를 보러 올 때는 뇌물을 가지고 오기도 했어요. 뇌물이라고 하지만 보통 두부, 통강냉이 같은 먹을 것 위주였죠. 어쨌든 그런 환경에서는 먹고 사는 게 최우선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했어요.
의료인들은 나라에서 나오던 월급과 배급이 끊기자 당장 자기가 먹고살 방법이 없어졌어요. 환자 진료 이전에 자신의 생계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죠.

그렇다 보니 돈이나 먹을 것과 같은 뇌물을 건네줘야 환자에게 좋은 처방을 내려주는 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외부 지원이 전보다 늘어나면서 외국 약이 많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렇게 들어가는 약 중 상당량이 뒤로 빼돌려져 장마당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알려졌죠. 결과적으로 보면 장마당으로 약이 흘러 들어가서 사람들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주고 약을 구할 수 있게 되긴 했어요.

의료인들은 나라에서 나오던 월급과 배급이 끊기자 당장 자기가 먹고살 방법이 없어졌어요. 환자 진료 이전에 자신의 생계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죠.

생계를 위해 의료인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는군요. 윤리적인 측면에서 이와 같은 모습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세요?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하다 보니 여러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한 단면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봐요.

북한의 의료인들이 부패하거나 인간성이 없다고 비난하기에는 그 사람들이 처한, 국가에서 나와야 할 월급과 배급이 끊긴 상태에서 맡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 동시에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그런 열악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평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의료라는 것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의학 자체는 학문이에요. 하지만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그 행위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북한 의료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환자에 대한 마음가짐, 그것은 제가 볼 때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 아닐까 해요.

보건의료인들의 삶을 통해 북한 의료 실태를 살펴보면서 환자뿐 아니라 의료인 역시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화에서 다룰 북한 보건의료 제도 속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도 더욱 궁금해집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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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정하든 안하든 백인에게는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있다. 흑인에 대한 ‘태생적’차별이다. 일본도 조선에 대한 선민의식이 있다. 36년간을 지배했다는 자만감이 그것이다. 그럼 대한민국은 조선(북)에 대해 그런 ‘쓸데없는’ 선민의식이 없을까? 있다고 본다. ‘우리보다 못 산다’는 우월감 같은 것들이 우리의식을 강력하게 지배한다. 민주당 당 대표 이해찬의 표현을 빌려 이를 표현하자면 정말 ‘천박한’ 우월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먹고사는 문제로 ‘체제경쟁은 끝났다’는 말도 되지도 않는 소리이다.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생들이 싸울 때면 툭하면 나오는 ‘너그 집은 우리 집보다 못살잖아’와 같은 유치한 말싸움이다.

이 모두를 총칭하면 대한민국 안의 오래된 ‘북(한)판’ 오리엔탈리즘이다. 북한이 무조건적으로 대한민국보다 못해야하고, 사회주의는 무조건 자유민주주의보다 못해야 한다는 지독한 반공이념의 잔재이다. 하지만, 그 편협한 인식을 거둬들이고 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오히려 성립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정상국가인가?

한 국가의 정상성 기준을 ‘먹고 사는’ 경제지표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북에 대해 배워야 할 것들은 없는지 겸허하게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남과 북은 통일로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민족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백년대계가 그렇게 우리 앞을 기다린다.

①하나, 뭐니 뭐니 해도 국가와 국가 간 비교에서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중의 하나는 ‘자주국가’냐, 아니면 ‘예속(종속)국가’이냐 하는 그것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같은 민족으로써 동일한 식민지 경험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정 반대였다. 대한민국은 외세에 대해 좀 자유롭지 못한 반면, 반대로 북은 국가의 생명과도 같은 ‘자주’를 나름 잘 지켜내었다. 세계 최강 유일강대국과 상대하며 극강제재와 압박을 잘 견뎌내었다. 아니, 견뎌오고 있었다고 봐야한다.

이는 제아무리 대한민국이 선거제도라는 민주성과 세계 10위 내외의 경제력, OECD가입국이라 하더라도 미국식 민주주의체제에 포섭되어 ‘미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 걸리는 체질’의 대한민국이 좀 본받아야만 하는 북의 국체와 같다.

②둘, 국난을 극복하는 방식의 차이 문제이다.

남과 북은 공히 1990년대 그 성격과 내용은 좀 달랐지만, 똑같이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민국은 극단적 시장자본체제인 신자유주의정책 수용과 모라토리엄(국가부도)으로 나타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간 그나마 부족하게 시행되어왔던 국민복지, 노동복지, 인권과 경제권마저도 상당히 후퇴시켰다.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도 이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북은 그러한 상황-에너지난, 식량난, 외화난 속에서도 아주 높은 수준에서 국가가 시행해왔던 인민복지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말이다. 전반적 무상 11년 의무교육제도(지금은 12년)와 무상 의료치료제도, 무세금제도, 무상 주택분배제도 등은 그대로 지켜져 국가의 무한책임을 다했다.

누가 더 국가적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가?

체제와 이념의 프레임을 벗어던지면 국가를 부도내고, 하루아침에 그 평범한 수많은 노동자와 국민 일상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간 그런 대한민국, 그 극복이후에는 권력과 돈으로 갑질‘gapjil’이 일상화되고, 결과 1: 99사회가 되고,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감옥가는 그런 대한민국이 더 정상적인가?

아니면 모든 인민들을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인내를 요구하며 어려운 국가살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들의 전략과 노선을 지켜내려고 했던, 더 나아가 국가의 생명선과도 같은 자주의 문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당당한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그런 국가가 더 정상적인가? 쉽지 않는 판단의 문제이다. 하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듯이 자주 또한 구걸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③셋, 자기언어(국어)에 대한 태도문제이다.

자기 나랏말로 국어를 정해놓고도 세계적 추세라는 미명하에 국어인지 외국어인지 구분이 안 갈만큼 혼용되어진 일상 언어가 판치는 그런 국가와, 자기 민족의 전통과 자기 민족의 언어 순수성을 잘 지켜나가고자 노력하는 그런 국가 중에 어느 국가가 더 정상적이며 어느 국가가 더 비정상적인가?

분명한 것은 우리말, 우리글 장려정책 일환으로 꼭 필요한 외래어가 아니면 모두 우리말로 표현해야 된다는 법률이 대한민국에게는 있다. 그러함에도 대한민국은 자기 국어에 대한 철학과 태도정립이 모순되게도 ‘영어화’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좀 폼 나 보이려고, 또는 영어·국어, 심지어 신조어까지 혼용해야만 하는 분위기라서 .. 등등, 그렇게 우리 모두는 육체적 몸통만 한민족이고, 정신적 영역의 세계는 미국화에 함몰된다.

또 다른 한 예도 그 민낯이 적나라하다.

법으로 한글 이외의 옥외간판은 법률적으로 처벌대상이지만, 이미 외래어 간판의 천국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이다. ‘웃고픈’ 한 현실은 시부모님이 찾아오지 못하게 아파트이름도 외래어로 어렵게 짓는다는 그런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이다. 과연 정상적인가? 국어사용 우선 법률이 있음에도 그 법률은 이미 사문화되어 외래어가 도시 전체를 집어삼켜 무국적의 도시화가 엄청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④넷, 이 외에도 수많은 비교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다.

자살률, 실업률, 교통 사고율, 노인 빈곤율, 산재 사망률, 입시지옥(1등주의) …. 등등 10여 가지 지표 이 모든 것들이 OECD기준에 대입되면 꼴지 이거나 꼴지 그 다음 순위이다. 수 십 년째 그렇게 일상화된 대한민국이다.

반면, 북은 유엔인권규약 A로 볼 때 국가가 가장 높은 높이에서 모든 인민들에 전반적 무상 11년 의무교육제도(지금은 12년)와 무상 의료치료제도, 무세금제도, 무상 주택분배제도가 보장되고, 국가 구성원 들 중 당원이나 당 간부들의 과로사가 제일 많다. 이와는 달리 대한민국 관료사회는 자기 국민에 대해 ‘개, 돼지’ 취급하는 사회이다.

무얼 함의하고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가 북보다 났다고 할 수 있는가? 전형적인 외눈박이 북(한)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하게 북을 리바이어던(Leviathan)된 괴물로 제조해(manufactured) 그 허상으로 권력유지와 통치기반의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즉 미증유의 반공이념에다 이것도 모자라 더 반북(反北)화된 종북이데올로기를 탄생케 해 한국판 매카시즘(마녀사냥)을 불러들인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과연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체제인가?

촛불정부(를 자임한) 대통령께서는 북을 향해 ‘체제경쟁이 끝났다’했지만, 헌정사상 임기 중 대통령이 파면될 만큼 대의민주주의체제는 허약했고, 그와는 또 다른 의미로 현대 정당정치에서 국민적 지지여부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정당문제마저도 법(국가보안법)적 잣대가 개입돼 진보정당이 해산되는 너무나도 허약한 체질의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대한민국이다.

낯설지 않는 대한민국 풍경이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내 안의 티끌은 진작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만 크게 보는’ 그런 못난 국가와 똑 닮아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너무나 닮아싶어 했고, 그 모든 것을 신봉하려했던 우리 대한민국이었지만, 진작 우리안의 또 다른 반쪽, 북에 대해서만은 너무나도 민망한 인식의 소유자들이었다.

이제는 벗어나자.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가 북을 찬양할 이유도 없겠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북 들여다보기는 해야 한다. 불필요한 구시대적 적대의식과 분열구도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북 바로알기 및 배우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게 성큼 통일의 기운이 다가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충분히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북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울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 되고 싶다.

토, 2020/08/0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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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처음으로 만났을 때, 공식적인 의제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것들로 평화(안보), 비핵화, 산업지원과 경제발전 등 양국 간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내용들이었다. 이는 수십 년 간 상호지원이라는 동맹조약을 맺은 (북한에게는 유일한) 양국관계의 입장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공개된 언론의 내용과는 달리 양국의 관계가 사실은 매우 긴장된 상태이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견인을 둔 것은 다행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국가안보라는 중차대한 사항마저 중국의 손에 맡긴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매우 면밀하게 살펴야 할 내용은 비핵화에 관한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 미국은 동맹국가들을 압박하여 핵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제시켜 왔다. 예건데 한국과 대만 등에게 강력한 안전보장과 일본에게 제공한 핵우산이라는 안전장치를 확대 연계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경험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하여 핵우산이라는 매력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면 반대급부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북한은 비핵화에 대하여 결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같은 이념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고, 한국전쟁을 지원하는 등 동맹적 관계를 확고히 다지고 있으나, 북중의 동맹관계는 한미일의 동맹에서 보듯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며,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에서 차이점을 지닌다.

북한은 정책 결정관계에서 3가지 결정적인 사항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는데, 1) 이념에 있어서 주체 사상의 견지 2) 경제에 있어서 중국에 종속되지 않는 것 그리고 3) 핵무장의 정치적 동력을 유지하는 것 등이다.

북한을 창건한 김일성 주석은 일찍이 1960대의 격변하는 지정학적 조건에 대응하여 북한의 생존과 정책 결정과정에서 주체사상을 지도지침으로 삼을 것을 교(지)시한 바 있다. 이어서 아들인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실천적 방법으로 더욱 발전시켰고 북한사회의 중심사상으로 위치를 확고히 정립시켰다. 이후 북한은 주체사상을 통하여 외교정책과 경제발전 그리고 국가방위에 있어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independence & self-reliance)입장을 견지하게 된다.

북한 지도자들은 주변 동맹들과 비대칭적인 관계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독립적인 자주의 지침인 주체를 더욱 중요한 주제로 받아들였다. 주체사상을 도입할 당시 북한은 소련 및 중국과 매우 불편한 상태에 빠졌는데, 역설적으로 경제적 안정과 국가안보에 관하여 중국과 소련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당시 북한의 정책 책임자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북한은 주변 동맹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와중에 어떻게 경제적 군사적 주권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역사적으로 중국이라는 제국은 빈번하게 한반도 지역을 공략하였다. 현대중국 역시 북한과 여러 번에 걸쳐 이해의 충돌을 경험하였고 양국관계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였다.

한국전쟁 당시에 중국인민군이 작전권을 주도하면서 양국의 군대 지휘자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였다. 문화혁명시기에도 중국은 북한에게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중국은 북한이 먼저 전쟁을 야기하면 상호방위지원조약의 책임을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유엔의 북한 제재에도 동의하였다.

중국조차도 북한의 주체에 예외일 수 없으며, 이것이 북한이 현재까지 건재한 핵심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평양당국은 명백한 적국과 마찬가지로 변덕스러운 동맹을 경계한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과다한 경제적 의존이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핵우산이라는 추가적인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군사력과 경제발전의 균형을 의미하는 병진정책을 추구하면서 경제발전을 재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아 2019년 1월에 북경을 방문했을 당시에 의도적으로 경제기술발전 산업단지를 시찰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여 준다. 과거에는 북한이 시장을 개혁하고 개방하는 것을 주저하였기 때문에, 김위원장이 일대일로BRI 정책의 핵심사항인 경제개발 산업단지를 평가하고 시찰한 것을 북경당국은 크게 환영하였다.

더구나 2018년 기준으로 중국은 북한수출시장의 62.5%을 점하고 수입금액의 95.7%라는 비중을 차지하는 등 북한에게는 절대적인 무역파트너가 되어 있다. 중국은 유엔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경제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비핵화 협상과정에서도 경제적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경제적 관계가 북한이 국가안보를 중국에 의존한다거나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평양당국은 경제적 의존을 의식하여 더욱 독자적인 국가안보를 더욱 고수하려 한다.

제재로 인하여 북한이 제3의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를 확대할 수 없는 탓에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은 불가피하다. 북한이 대외무역의 창구를 다변화할 수 없기에 북한의 현안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라는 취약성이 증대한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북한이 가진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가 발발하자 북한은 중국과 접한 국경을 차단하면서, 지난 3월 중국과의 무역량이 지난 해 대비하여 91.3% 격감했으며 이에 따라 물가가 불안해지고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하여 밝혔다.

중국이 이미 사드의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에 대하여 경제조건을 무기화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더욱 경계를 하고 있다. 한국 재벌기업인 롯데그룹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의 부지를 제공한 바 있다. 중국은 롯데의 중국 내 기업활동을 금지하였으며 한국산 상품과 관광에도 제약을 가하면서, 한국이 GDP의 0.5%에 해당하는 비용을 감내하도록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국가안보라는 핵심적 사항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독립적인 주권국가임을 과시하고자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핵무기의 보유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개입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

핵무기 개발을 착수하기 이전에,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개시하기를 강력히 희망하였으나 미국은 이를 묵살하였다. 북한의 군사력이 빈약하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해와 상반된 패권국가와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핵무장은 재래식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상대(대화)해야만 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핵무장을 통해서 북한은 비로소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와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가 가능해졌다.

제재와 고립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장을 통하여 놀랍게도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하여 왔다. 핵무장을 성취하기 전인 90년대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무기로 내세워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에게서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 왔다. 당시 북한은 소비에트 붕괴 이후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적 후퇴와 식량난에 따른 기근을 겪던 시절이었다.

국내적으로는 핵무장을 통하여 김씨 가문의 권력세습을 합법화하고 안정시켰다. 북한인민해방군은 북한 정권의 군사적 핵심이며 가장 강력한 조직이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통하여 국내의 현안들을 해결하여 왔고 군사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여 왔다.

핵무기의 성공작인 개발은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한 ‘선군정치’의 결정체이다. 이로써 국가적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인민해방군 조직을 무리하게 강화하는 등 그간 김씨 세습가문의 국내정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된 것이다.

북한은 단순한 국가의 안전을 원하지 않는다. 주체라는 표현 그대로 스스로 안보를 지켜나가기를 원한다. 자력으로 성취한 핵무장이라는 안전보장의 장치를 중국이 제시하는 불안정한 제안(핵우산)과 바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출처 : 뉴욕타임즈NYT on 2020-08-25.

Monet Stokes

존 홉킨스 대학과 중국 청화 대학 등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였으며,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영역에 몰입하고 있는 여성연구자

수, 2020/09/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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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과 2017년에 걸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에 대하여 유엔안보리UNSC는 기존의 제재를 더욱 강화하였다. 종래에는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상품거래와 개인 그리고 조직에만 국한되었으나 새로운 제재는 군사조직과 일반시민들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2017년 결의한 제재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석유제품의 수입을 규제하였는데, 원유의 경우에는 연간 4백만 배럴 그리고 디젤과 가솔린 등 정제된 석유제품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였다. 군사용의 에너지 수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체 금지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유엔의 석유수입 금지조치는 불균형적(disproportionally)으로 시민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북한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천연의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농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해야만 한다. 비료와 살충제 생산에서부터, 관개 및 농업시설의 작동, 그리고 파종에서 수확에 필요한 장비들과 수송차량의 운용과 수리작업에는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2018년 북한의 농업수확량이 급격히 저하되어 1990년대 대기근의 시기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물론 국제법상으로 북한정부가 북한 시(인)민들의 안녕과 식량제공에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의 (제재를 결정한) 행위자인 유엔이 상황에 대하여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과 안보리 회원국가들이 북한에 살고 있는 죄없는 인민들의 희생에 대하여 단순히 해당정부가 잘못한 탓이라고 변명을 댈 수는 없는 일이다.

전쟁에 대하여 국제법을 정한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죄없는 일반시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과 곡물, 가축, 식수 및 관개의 시설과 이를 생산하기 위한 농업지대를 정당한 이유없이 공격하거나 파괴, 제거 또는 이동시키는 행위는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역내의 인민들을 기초수준으로 먹여 살리는데 대략 5백50만톤의 곡물이 필요하다. 이미 1990년대에 경제가 붕괴되고 농업분야의 기반이 황폐화되면서 약 60-70만명이 생명을 잃은 뼈아픈 경험을 치루었다. 다행히 2012에서 2016년간에 이르러 연간 곡물 생산량이 5백만 톤에 이르게 되었고, 부족량은 외부의 지원과 무역을 통한 수입으로 보충하여 왔다. 2017년 이전까지는 대략 50만톤 규모의 식량이 수입되어 왔는데, 유엔재제가 강화되면서 수입량이 70만톤으로 증가하였다.

고난의 행군시절 이후 2017년 이전까지는 농업생산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필요한만큼 수입이 가능하였기에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되어 왔다. UNICEF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에는 북한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장기적인 영양부족 상태 또는 아사수준의 기준으로 보아도, 극빈국가인 네팔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파키스탄, 인디아 그리고 필리핀보다도 사정이 호전되고 있었다.

그러나 유엔의 에너지 제재가 강화되자 2018년 농업생산량은 다시 4백만톤 아래로 위축되었고 결과적으로 2019년 현재 식량 부족량이 1백만에서 1,5백만 톤에 이르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2019년 현재 북한 인민 25백만 인구에게 기본적인 식량을 제공하기에도 1/3 정도가 모자라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량의 식량과 비료 그리고 살충제를 공급하였으며, 추정하건대,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게 석유도 공급해준 듯 하다.

유엔의 에너지제재 이전에도 북한의 경제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밑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25백만 명이라는 인구를 가진 국가라지만 일인당 원유소비량이 콩고 다음으로 가장 적었다. 유엔이 2017년 말에 제재을 가한 정제석유제품의 연간수입량 한도인 50만배럴은 같은 인구규모를 가지고 있는 산유국가 호주가 하루에 수입하는 량과 맞먹는다.

북한의 농업은 소비에트 붕괴 이후 기술과 장비의 부족으로 주로 여성들에 의한 중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재로 인하여 곡물과 노동자들을 이동시킬 디젤을 대체할 노동력도 부족하고, 협소한 농지와 황량한 지형에서 그나마 적정한 수확량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스와 석유제품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인)민경제를 희생시킨 제재의 대가로 추구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실현되는지 여부를 평가할 로드맵을 유엔과 안보리이사국 회원국가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안보리의 기대는 상황이 악화되면 북한 인민이 봉기하여 정권을 타도할 것을 가정했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북한은 일인당 국민생산액에 있어서 세계최빈국에 속한다. 2017년의 제재로 농업생산 기반이 붕괴되면서 북한인민들의 생활은 하루의 먹거리를 근근히 해결하는데 온갖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으로, 개인이든 사회단위이든 안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정치적으로 비난하여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시간도 기회도 조직적 역량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미 2003년에 유엔은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보건 전문가들의 보고서와 주문에 따라 목표가 애매한 제재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 수백만 명이 희생된 이라크와 아이티의 사례에서 보듯이, 목표가 애매한 제재는 선량한 시민과 처벌대상인 범죄집단과 구별을 못하면서 죄없는 희생만 양산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유엔안보리는 그들의 결의 속에 ‘인도주의적 예외사항’이라는 관료적(비인간적) 문구를 삽입하여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발행해서는 안된다.

농업생산 기반의 붕괴는 향후 수년간 농민들의 식량생산 역량을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생산기반이 붕괴된 범위와 수준은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시행한 가장 대규모의 가장 고비용의 식량지원을 통해서만 보상이 가능한 지경이다.

그러나 안보리 회원국 중에 누구도 이러한 안건을 제시한 바 없다. 해당국가가 자주적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었음에도, 이를 파괴시킨 조직이 한편에서는 이를 보상한다는 구실로 인도주의 지원을 운운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이율배반적이며 참으로 황당무계한 생각이다.

불행하게도 2020년에는 중국도 러시아도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 앞의 양국들이 질병의 확산으로 정상적인 농업생산 활동에 타격을 받거나, 혹은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안정한 여건으로 에너지와 곡물을 자국 내에 비축하기로 결정해야만 한다면, 그리고 유엔의 에너지 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과거와 같은 굶주림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엔의 산하조직 기구들은 지난 25년 이상 북한에 상주인력을 파견하여 왔으며, 특히 세계식량기구(FAO)와 식량계획기구(WFP)는 보고서를 통해 이미 새로운 제재가 초래한 북한의 식량위기가 고난의 시기로 되돌아갈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곧 북한의 농번기가 다가온다. 최소한 유엔안보리가 제재가 식량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상세한 보고와 판단이 이루어질 때까지, 석유와 에너지에 대한 제재는 보류되어야 마땅하다.

 

출처 : PacNet in Honolulu, Hawaii on 2020-05-05, 제공 : 스테판 코스텔로

Hazel Smith ([email protected])

런던대학교 극동아프리카 연구소 SOAS 주임교수이자, 워싱턴 소재 윌슨 연구센터의 국제경제 미래연구모임에서 북한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10년 전후 UN-UNICEF 조사관으로 북한에 2 년간 체류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북한운전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

수, 2020/09/3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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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코로나19 대응, 그러나?

북한은 2020년 1월 말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경을 봉쇄함으로써 신속하게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 봉쇄 이후 북한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방역 활동을 보도하며 10월 초에도 ‘확진자 0명’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8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Edwin Salvador 평양사무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8월 20일 기준 북한에는 확진자가 없다는 내용을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고, 김정은 위원장 또한 10월 10일 있었던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직접 “단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면 북한의 ‘확진자 0명’ 주장이 틀렸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외부에 공개된 북한의 코로나19 현황 정보는 대부분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사 건물

 

신뢰할 수 없는 정보

북한의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됩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민간 언론, 시민단체와 같이 국가의 권력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발표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즉,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또는 그러한지 아닌지 살펴볼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현황을 국제사회가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당국이 통제하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현상과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

당국의 정보 통제는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의 어려움은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외부의 추측성 보도를 유도합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소위 ‘카더라’식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확산은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킵니다. 하지만, 북한 내·외부에서 돌아다니는 정보가 독립적인 절차에 의해 제때 검증/확인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팬데믹’에 관한 제한된 정보 접근이 북한 내·외부에서 ‘인포데믹’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악의 정보 통제 국가

북한의 심각한 정보 통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악명이 높습니다. 2019년 9월, 북한은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한 ‘세계 10대 최악의 검열 국가10 Most Censored Countries에 포함된 바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북한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에서 180개 국가 중 180위라는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 화면 캡쳐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2020 World Press Freedom’ 화면 캡쳐

 

RSF는 북한 사람들이 당국의 완전한 통제를 받는 언론과 통신수단으로 인해 ‘무지상태state of ignorance’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현황과 관련해 북한의 투명성 결여 문제를 꼬집으며 당국에 국제 언론의 북한 내 조사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억압된 정보 접근권

북한은 사회 전 영역에서 정보 접근권이 억압받는 국가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 교류가 심각하게 제한됩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추구하거나 전파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합니다. 오직 관영매체를 통해 검열된 정보만을 접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 보급에도 불구하고 2020년 현재까지도 일반인의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정보 접근에서 발생한 정보격차로 인해 경제·사회적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실태 조사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인권상황을 조사해왔습니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의 정보 제한 실태에 관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자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2019년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제3차 북한에 대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앞서 UPR 실무그룹에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본 의견서에서는 북한의 정보 접근권 실태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의견서
북한의 현장인권상황과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정보 접근권, 수감자 및 기타 피구금자 처우, 자국민의 해외여행 자유, 사형제도와 관련한 우려를 제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

“북한은 자국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라는 권고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교환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립적인 신문이나 기타 매체, 시민사회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리트 지배층의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은 인터넷이나 국제 이동전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 통신에 대한 감시와 방해는 불특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근거 없이 이루어진다. 이는 정보를 추구하고 받고 전할 권리를 제한한다.”
 

 

코로나19와 정보 접근권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 접근권이 야기한 혼란을 경험했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안정성’ 유지를 이유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Li Wenliang을 체포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당국의 과도한 정보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기인했습니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사회 안정 등을 이유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통제해 왔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북한 당국자

북한 당국자 “신종코로나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면 안 돼”

 
북한의 정보 통제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합니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통제로 인해 북한 사람들은 국가의 엄격한 검열을 거친 한정적인 정보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심화한 보건의료 위기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을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계인권선언과 정보 접근권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이것은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와 자유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 제19조의 내용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정보 접근권은 그 무엇보다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권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쓰고 거리 나온 평양 주민들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온 평양 주민들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정보 접근권 보장

국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조치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19로부터의 위협을 국가 비상사태로 받아들이고, 연일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주민들이 만반의 방역태세를 갖추게끔 지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 주제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개선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투명한 정보로의 접근은 방역에서 핵심적인 부분인데도 말입니다.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현실을 파악하고 경각심을 가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허용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목, 2020/10/15-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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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대한민국 국방부는 22일 밤 북한군에 의해 한국 국적의 민간인이 사살되었다고 밝혔다.
9월 25일, 북한 당국은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을 통해 불법 침입자 단속 과정에서 정체불명 침입자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국제인권 기준에 따라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신속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 북한은 민간인에 대한 비사법적 살인을 저질렀으며, 한 개인의 생명권을 명백히 침해했다. 이는 극악무도하고 야만적인 행위임이 틀림없다.
국제앰네스티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에 반대하며, 공정한 재판이나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행되는 비사법적 살인에 반대한다.

토, 2020/09/2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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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의 이번 공무원 피살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확인받아야하는 인식적 범위만도 크게 세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실체적 진실규명문제이다. 월북이냐, 아니냐. 시신을 불태웠느냐, 아니냐가 그 쟁점이다.

둘째는, 한반도에서 종전선언과, 더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이 왜 중요한지가 명백히 가름된다하겠다.

셋째는, 인식이 위 ‘첫째는’, ‘둘째는’, 거기서 절대 멈춰 서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줬다. ‘첫째는’, ‘둘째는’의 상황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원인이 바로 ‘셋째는’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분단체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숙명의 문제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달리는 이 분단체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우리는 언젠가 제2의, 제3의 일촉즉발의 위기정세를 계속 목도할 수밖에 없다.

분단체제는 그렇게 한반도에서 진정한 생명안전도, 종전선언도, 평화체제구축도 가둬놓는다. 분단체제하에서 평화가 관리되어질 수 있다는 것도 허구로 만들고, 분단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평화는 절대 불가능을 안내한다. 오직 평화담론체계(철학)에서 벗어나 분단극복을 전제한 평화체제수립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이 글은 그 전제하에 시작된다.

이제까지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통일 없는 평화’정책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이는 대중에게 ‘통일’ 하면 차근차근 분단체제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통일 없는 평화’가 가장 현실적이고 세련된 대안인양 착각한 것과 같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이 정부, 혹은 정당 담당자 및 담지자들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반(反)북, 혹은 대북 우월의식의 결과이다.

그 결과가 역대 어느 민주당 정권보다도 많은, 3번의 정상회담을 이뤄냈으나 ‘사실상’ 파산된 남북관계는 회복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국 때문에 그렇다고, 트럼프 때문에 그렇다고, 그렇게 미국과 트럼프 탓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 모든 것이 미국 탓일 수만은 분명 없어 보인다. 훨씬 더 이 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능력과 의지 탓이 크다.

첫째, 미국의 견제와 압박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으나, 과거 DJ정부 때도, 참여정부 때도 있었다.

둘째, 그럼으로 그 변수‘첫째’로 남북 간의 약속 미(未)이행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대신, 역설적이게도 이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셋째, 어쨌든 결과적으로 합의문을 내왔다면 이유불문 무조건 이행을 해냈어야 했다. 사인(私人)간의 약속도 함부로 깰 수 없거늘, 하물며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전 세계인과 7천만 겨레가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게 했거늘 그걸 이행하지 않는다? 그 어떤 변명과 합리화과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해서 미국 뒤에 숨어 미국핑계로 약속 불이행을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 정부의 ‘비겁한’ 몸짓이다.

어디에서부터 그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을까?

첫째는, 이 정부 최고 수장인 문 대통령 자신의 대북철학 부재에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7월 예의 그 <신 한반도평화비전(베를린구상)>을 발표하면서 북을 향해 ‘체제를 보장할 테니 대화에 나서라’고 했다. 불필요한 역린(逆鱗)을 그렇게 건드렸다.

또 다른 예는,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2018.3.21.)

남북 간 평화공존을 강조한 것으로 믿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따로 또 함께(2국가 2체제)’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서 남북 평화공존체제를 주창한 것과도 같다. 맥락을 빼고 직설하면 분단체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분단체제를 인정하고, 그 토대위에서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반(反)통일정책이다.

둘째는, 이 정부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보다 더 후퇴한 대북정책에서 그 원인이 확인된다.

하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국정좌표에 ‘통일’이 없다.

▶사실상 통일정책은 제로, 아무도 모르는 통일국민협약 추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3대 전략, 16대 국정과제(아래 첨부된 그림표 참조)는 아래와 같은데, 그 중 겨우 94번째에 ‘통일 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이 있다. 그렇게 있으나 사실상 통일의 ‘통’자가 없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100대 과제 중 통일의 ‘통’자 들어가는 국정과제는 이 94번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국정과제에서 ‘사실상’의 목표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은 선(先)비핵화전략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는 결과 낳아

남북관계와 비핵화문제는 서로 상관성이 있지만, 차별성과 독자성도 분명 있다.

어떻게?

아시다시피 북핵문제는 남북 간 적대관계에서 출발된 문제라기보다는 ‘북미 적대관계’산물이다. 그럼으로 남북관계 문제를 북미관계 문제인 북핵문제 입구에 포박시켜 놓은 것은 ‘옳지’않은 전략(접근법)이 된다.

둘,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문제는 남북미의 문제이다. 하지만, 통일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이다. 즉, 남북문제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남북문제를 풀어갈 때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문제의 핵심사안인 핵문제를 굳이 입구에 배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문제를 출구가 아닌, 입구에다 딱 갖다놓으니 남북문제가 절대 풀려질 수가 없다.

셋, 백번양보해 문재인 정부의 선평화체제이행론을 수용한다하더라도 남는 문제는 여전하다.

다름아닌, 그 입구에서 얘기되는 비핵·평화도 통일로 가기위한 비핵·평화라기보다는 오직 전쟁방지를 위한 군사적 평화담론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언감생심 통일얘기를 할 수가 없다.

예는 아래와 같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강조, 필자) 평화입니다.(<신 한반도 평화구상> 발표문 중에서)”라는 워딩도 결국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6.15)선언 첫머리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고 밝히고, 또 선언 2항에서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발전시킨다고 명확히 하고 있으나, 문 대통령은 그러한 합의사항을 수행할 의사가 없다.

결론적으로 위 ‘하나’, ‘둘’, ‘셋’은 입구가 아닌, 출구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 즉 북핵문제를 입구에서부터 버티게 했으니 남북문제가 절대 풀려지지 않는다. 그 진전-북핵문제 진전 없는 남북관계, 분단문제, 통일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셋째는,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합의해놓고도 미국의 내정간섭 기제인 한미 워킹그룹을 생성시켜 그 합의를 무색케 했다. 9월에는 ‘동맹대화’까지 신설했다. 이쯤 되면 제2의 을사늑약이 미국과 체결된 꼴과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추진되었던 이산가족 상봉 및 식량지원(의료품 포함) 등도 기대만큼 충분히 추진되지 못하였다. 정치적 문제도 아닌, 인도주의적 문제인데도 적폐정부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낳았다.

상징에 박근혜 정부가 촛불민심을 호도하기 위해 조작해낸 북경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이 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아니,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또 있다. 유엔 제재와는 별개로 전임 정권들의 ‘과도한’ 행정명령에 의해 이뤄진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도 복원시켜내지 못한다. 이는 이 정부가 말만 꺼내면 자신의 정부가 촛불의 토대위에 있다고 하면서 바로 그 촛불에 의해 축출된 적폐정부들의 분단적폐정책 하나도 청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치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그걸 하지 않는다.

넷째는, 통일부가 ‘통일’을 얘기하지 못한다.

통일부가 ‘통일’을 얘기하지 못한다? 참 서글픈 현실이다.

부(部)는 집행단위를 뜻하다. 위원회와 같이 의견개진이나 의결하는 곳이 아니다. 최고통치권자의 철학과 그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해 책임지고 집행하는 단위이다.

그런 통일부가, 그것도 수장인 장관이 강연이나 하러다니고, 그것도 평화얘기, 경제얘기(‘작은 교역’), 상황관리 얘기만 하고 있고, 또 이러저런 민원을 듣고(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검토해보겠다’이렇게 사실상의 NO하는 그런 부서의 수장 자리로 전락되어있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또 작금의 상황을 백번양보해 통일부를 이해한다하더라도 3대 전략, 16대 국정과제 중 유일하게 ‘통일’이 들어가는 것이 94번째에 해당되는 ‘통일 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의 경우이다. 그렇다면 이것 하나만이라도 주무부서 답게 정말 열심히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출범 3년을 넘긴 지금,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나 ‘소문’의 ‘소’자도 듣지 못한다.

대신, 통일부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것은 귀를 의심할 정도로 ‘전쟁반대’, ‘신경제지도’, ‘작은 교역’, ‘신평화비전’, ‘북핵해결’, ‘공동 코로나 방역’ 등 외교부나 국방부, 보건복지부, 경제관련 부처의 장들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 워딩들만 듣고 있다.

그러니 일각에서는 통일부가 전쟁반대部, 분단유지部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거나, 존재감이 거의 0에 가까운 있으나 마나한 식물 집행단위라고 조롱한다.

자기 정체성과 위상정립이 절실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반도가 지정학적 숙명을 갖듯이, 분단도 통일이라는 민족적 염원을 반드시 갖는다.

왜냐하면 분단으로 인해 불완전한 국가주권이 형성되어 있고, 국가구성원인 민족이 대립과 갈등으로 국력이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분단국가는 필연적으로 통일과 비례하지 않는 평화가 있을 수 없게 된다.

즉, 남북관계가 진전될 때만이 평화도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연관과, 통일의 진전 없이 평화 없고, 평화진전 없는 통일진전도 없다.

그럼으로 평화·통일정책은 수례의 두 바퀴와 같다. 절대 한쪽 바퀴로만 굴러갈 수 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정부는 ‘평화’라는 한 바퀴로만 수례를 굴리려 하고 있다. 그러니 그 평화마저도 제대로 굴러 갈 수 없고, 악순환만 된다.

빠져 나와야만 한다.

가. 핵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시라. 북핵문제가 제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한반도평화체제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 양보하더라도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나. 한반도문제는 평화의 관점으로, 남북문제는 통일의 관점에서 정책입안을 다시 짜야 한다. 즉, 한반도문제의 핵심은 평화체제와 비핵화이지만, 통일문제에 맞닿아 있는 남북관계는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연계시키지 않아야 한다. 다시말해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미국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4.27,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자주’선언이 그 의미이다.

어떻게 YS보다도 못한 (촛불정부의) 대통령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금, 2020/10/3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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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북한인권

2020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홍콩 인권 탄압, 미국 대통령 선거, 기후위기의 심화 등과 같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만한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발생했다. 그 중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의 확산은 올 한 해 인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로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지구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예측하지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이한 각국 정부는 감염병 대응 초기 적절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데 우왕좌왕했다. 방역 과정에서 인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대응이 이뤄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인권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존재해왔지만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인권 문제도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 역시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외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1월 말 국경을 차단함으로써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다. 뒤이어 내부 이동 통제 수준을 격상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신속하게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0명’을 주장하며 방역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에 분명 심각한 위기를 느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과거 감염병으로 인한 그 어느 위기 상황보다 코로나19 방역에 열심이다. 당국은 지도부 회의를 여러 차례 열고 강력한 방역 대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연일 방역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유엔 대북제재, 올여름 발생한 물난리에 더해 코로나19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가적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전문가는 열악한 북한의 인권상황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건강권, 생존권, 식량권,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어느 하나 코로나19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악화된 인권은 자유권과 사회권을 가리지 않기에 북한의 모든 인권 문제는 코로나19와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북한 내부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북한의 최근 인권 동향을 가늠해보는 데 있어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올 한 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에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내 코로나19와 관련한 주요 인권 이슈를 재조명해 봄으로써 2020년 북한의 인권 상황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경제난과 생존권

경제 위기는 코로나19가 북한에 몰고 온 심각한 위협 중 하나이다. 국제앰네스티는 2009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157개국을 대상으로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전 세계 인권상황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제의 침체가 인권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인당 GDP가 1,700달러에 불과해 세계 228개 국가 개체entities 중 196위에 위치한 최빈국 중 하나이다.1) 최근 유엔 대북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연쇄 위기는 북한의 경제난을 가속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0월,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Tomás Ojea Quintana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제75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에 더해 지난여름 발생한 태풍과 홍수가 북한 경제에 치명상을 입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전보다 악화되었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했던 북한의 인권 수준이 최근 일련의 위기로 더욱 저하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국경 봉쇄가 이뤄짐에 따라 2020년 북한의 수출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북한-중국 무역 규모는 4.1억 달러로 2019년 상반기 대비 67%나 감소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북한의 수출입 규모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수출입은 암암리에 계속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까지도 자국 선박을 제3국 국적으로 등록하거나, 추적 신호를 끄고 운항하거나, 또는 항로를 우회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추적을 피하면서 중국에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당국과 중국 정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 규모와 빈도가 다소 줄어들었다고는 할 수 있으나 국가가 주도하는 밀수 행위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국가 밀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는 해도, 2017년 유엔 대북제재에도 암암리에 이뤄지던 개인 밀수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국경 통제가 강화됨으로써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부는 2020년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인 십수 명을 인터뷰해 이와 같은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 밀수에서 거래되는 물품 대부분은 북한 사람들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 밀수의 감소는 곧 북한 내 장마당으로 유통되는 생필품과 식료품 등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물자 규모의 감소를 의미한다.

평양 통일거리시장

평양 통일거리시장

장마당은 북한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핵심 경제 매개체이다. 개인 밀수는 장마당 발전의 일등 공신이자 원활한 운영과 유지에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장마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 당국이 방역을 이유로 접경 지역의 개인 밀수를 엄격히 단속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던 물품 수입에 문제가 생겼다. 밀수 행위뿐만 아니라 보관, 운송, 중개, 판매 등 개인 밀수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돈벌이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생계수단을 잃었다. 경제 위축은 비단 국경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 밀수로 들여온 물품은 북한 내륙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 장마당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급되었는데, 개인 밀수가 차단되고 이동 통제가 강화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필품과 식료품 공급이 줄어들자 이에 의존해 살아가던 사람들도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식량 부족은 북한이 처한 가장 중대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500만의 북한 인구 중 약 40%인 1,000만 명 이상이 영양 부족에 처해 있는 등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이다. 비교적 최근에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최근 탈북한 탈북인을 통해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나, 충분치 못한 식량과 심각한 영양 공급 불균형으로 초래되는 건강 악화는 여전히 북한 사람들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견이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주민이 처형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공개한 내용을 보면 최근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본보기로 처형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몇몇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국경 봉쇄 이후 급등한 물가를 이용해 차액을 노리고 밀수를 시도한 사람 중 수 명이 적발되어 처형당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교역의 감소와 장마당 침체는 북한 경제에 큰 위기로 다가와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 문제까지 파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북한 내부의 불안한 경제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종전의 유엔 대북제재나 자연재해 그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많은 전문가는 당분간 북한의 경제뿐만 아니라 인권 또한 전보다 더 암울한 상황으로 치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악한 보건의료와 건강권

코로나19는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은 부족한 의약품, 전기가 없어 멈춘 의료 시설, 낙후된 의료 기기와 장비 등으로 설명된다. 북한 주민들은 국제인권규약국내법에 명시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부 특권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질병 치료만 놓고 보더라도 간염, 결핵,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과 같은 감염병과 영양결핍 문제는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나 당국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료체계의 붕괴가 시작되면서 스스로 치료 방법을 찾아 나서야 했던 북한 사람들은 최근 심각한 약물 오남용 위험에도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보건당국의 방역 활동

북한 보건당국의 방역 활동

코로나19는 안 그래도 불안정한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더욱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은 이미 의료시설, 전기, 식수, 위생용품 부족을 겪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이 더욱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기술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보고서를 통해서도 북한이 현재 내부적으로 큰 어려움이 직면해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로 주민들의 건강권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외부에 적극적으로 지원 요청을 보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북한에 먼저 손길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이후 일부 민간단체가 보낸 손 소독제, 마스크 등과 같은 기본 방역 물품이 공식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국경없는의사회MSF와 같은 국제기구 및 구호단체도 북한에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일정 수준의 지원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러시아도 북한에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일부 의료 물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원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국경 봉쇄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미진한 상태이다.

유엔 대북제재에 더해 미국,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는 북한으로의 인도적 지원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코로나19 대응 물자 지원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으로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예외조항을 마련해 놓았다. 유럽연합의 대변인은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북제재를 결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하면서도 유엔 제재 하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여전히 허용된다는 사실을 들며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 이상의 제재 완화나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는 하나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대북 지원 의사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손짓에도 북한은 제재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하며 국경의 문을 쉽사리 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해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방역 물품과 백신 공급 등 대북 지원에 열린 입장을 수차례 표명했으나, 북한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유화적인 제스처에 일관되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진단 키트가 부족해 코로나19 검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인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심각한 의료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관찰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는커녕, 그것을 자체적으로 진단할 역량이 부족하기에 실제 발병 현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2020년 12월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이 오히려 기존에 유행하던 감염병의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관찰되었다고 한다. 즉,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 대응은 고사하고 기본의 보건의료 문제에 대처하기조차 버거운 비참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자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국제사회에 코로나19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지원 요청을 보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와 연대가 그 무엇보다 요구된다.

 

제한된 정보 접근권

정보 통제는 코로나19가 부각한 또 하나의 열악한 북한인권의 모습이다. 북한은 사회 전 영역에서 정보 접근권이 억압받는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의 모든 전기통신, 우편, 방송 서비스는 국가 소유로 운영된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민간 언론, 시민단체와 같이 국가의 권력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 교류도 심각하게 제한된다. 오직 관영매체를 통해 검열된 정보만을 접할 수 있다. 한 소셜미디어 전문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 보급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일반인의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하다. 국가가 발표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현황을 국제사회가 마냥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한 주민은 당국이 통제하는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외부와 단절된 북한

외부와 단절된 북한

당국의 정보 통제는 북한 내·외부로의 정보 접근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북한의 코로나19 현황과 관련해 투명성 결여 문제를 꼬집으며 당국에 국제 언론의 북한 내 조사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2월 초 열린 코로나19와 관련한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또한 “북한은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코로나19 통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이것은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 발언하며 코로나19 청정국을 주장하는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 접근권이 야기한 혼란을 경험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이 정부의 ‘안정성’ 유지를 이유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Li Wenliang)을 체포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하려 한 점을 확인했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당국의 과도한 정보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기인했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사회 안정 등을 이유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통제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았다. 북한의 정보 통제는 특히 더 심각하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통제로 인해 북한 사람들은 국가의 엄격한 검열을 거친 한정적인 정보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정보 접근에서 발생한 정보격차로 인해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심화한 보건의료 위기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을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19로부터의 위협을 국가 비상사태로 받아들이고 연일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주민들이 만반의 방역태세를 갖추게끔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논의 주제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개선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투명한 정보로의 접근은 방역에 있어서 핵심임에도 말이다. 북한 당국은 사람들이 현실을 파악하고 경각심을 가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허용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동의 자유 억압

북한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엄격한 이동 통제를 시행해왔다. 자유로운 해외 출국은커녕 국내에서조차 거주지를 벗어나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내용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영토, 영해, 영공을 포함한 모든 국경을 봉쇄했다.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는 북한 내 이동의 자유를 더욱 옥죄었다. 과도한 이동 제한, 강압적 격리, 무분별한 지역 봉쇄, 그리고 방역 준칙을 어긴 자에 대한 비사법적 처벌 등과 같은 조치들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나 여전히 강력한 통제가 실행되고 있다. 이는 당국이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인권은 핵심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온 평양 주민들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온 평양 주민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장기적인 국경 봉쇄 조치는 탈북을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인은 총 195명이다. 특히, 2분기(4~6월) 입국자 수는 단 12명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6%나 줄어든 수치이다. 한국지부가 2020년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인으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들 중 다수는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기 전 탈북해 중국 등지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로 보인다. 1월 말 이후 국경이 봉쇄되면서 주요 탈북 루트가 차단되고 이동 통제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다 보니 탈북이 어려워지게 되어 탈북인 수도 줄어든 것이다. 탈북에 성공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제3국의 단속이 강화되어 한국으로 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 없는 이들은 탈북 후 한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거나 건강이 악화되어도 치료는커녕 진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부가 한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탈북 후 올해 한국에 도착한 사람 중 입국 당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북한의 코로나19 통제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고 무자비하다. 2020년 9월 로버트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 화상 토론에서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 1~2km의 완충지대를 설정 후 특수부대를 배치했으며, 월경자 적발 시 현장에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탈북이 코로나19 취해진 방역 조치로 인해 더욱 위험해진 것이다. 특히나, 최근 강화된 단속과 처벌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주저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을 시도하다가 사살되느니 인권은 누리지 못해도 목숨은 부지하겠다는 것이 그들을 탈북에서 돌아서도록 한 이유일 것이다. 북한의 강도 높은 국경봉쇄와 이동 제한이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취해진 조치라고는 하나 기존의 북한 내 상존하는 인권 문제에 더해 추가적인 인권침해 요소를 낳고 있으며, 많은 이들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게 하는 것이다.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이동의 자유 제한은 필요에 의해 예외적으로 취해질 수밖에 없는 조치이다. 북한이 보여주는 국경봉쇄와 지역 간 이동 제한 등 일련의 강력한 이동 통제 조치는 코로나19를 차단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일시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속 드러나고 있는 북한의 이동 제한에 기인한 인권 문제는 그 어떤 나라보다 심각하다. 2020년 11월 영국은 외무·영연방부Foreign and Commonwealth Office성명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북한 내 이동의 자유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가의 정책에서 취약계층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언론에 따르면 방역을 빌미로 이뤄지는 장기화된 봉쇄와 격리 과정에서 북한 내 취약계층의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이동 제한이 생명을 위협하는 올가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권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이동 통제는 장기적으로 북한 사람들을 더 큰 고통에 마주하게 할 수도 있다.

 

맺음말

2020년 한 해 북한의 인권상황은 당국의 코로나19 대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월 10일 ‘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북한 당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우리 공화국은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귀중히 여기고 인민대중을 위해 복무하는 진정한 인민의 나라존엄 높은 자주 강국이며 인민대중의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가 최상 수준에서 보장된 참다운 인권옹호, 인권실현의 나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점은 ‘인권’보다는 ‘정권’이 우선하는 모습이다. 인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른 무엇 보다 우선되어야 함에도 말이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로부터 주민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대응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에 있어 세심하게 인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인권이 무시된 코로나19 대응이 결국 독이 되어 인권상황 악화와 함께 사람들을 더 큰 위협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북한이 강조하는 ‘인민의 안전을 위한 완벽한 봉쇄장벽 구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대응 절차에서 인권적 측면에서의 심도 있는 검토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1)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은 대표적인 경제성장 지표이다.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은 국민 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나온 지표이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GNI의 크기보다는 이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NI의 크기와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알아보기 위해서 1인당 GNI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출처: 통계청 ‘2020통계용어’). 북한의 경우 세계은행World Bank에 등록된 경제지표 자료가 없어 GNI와 1인당 GNI를 파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자료로 인정되는 CIA의 ‘The World Factbook’에 나온 가장 최신의 북한 자료 중 확인가능한 경제 지표인 1인당 GDP2015년 기준를 참고했다.
목, 2020/12/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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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까다로운 외교정책 과제 중 하나는 핵무장한 북한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의 기나긴 회담은 2019 년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북한은 최근까지 핵무기 무기 개발을 계속하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를 공개하였습니다.

은퇴한 미육군 대령이자 40 년의 경험을 가진 미 외교관으로서 저는 미군의 행동이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지는 긴장으로 악화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속한 조직인 평화를 위한 참전용사단체는, 미국과 한국 등 수백의 시민 사회 단체의 일원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올해 다가오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대대적인 규모와 도발적인 성격으로 인해 연례의 한미군사연합훈련은 한반도의 군사적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군사훈련은 2018 년부터 중단되었지만,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재개를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의 국방장관들도 기본적으로 합동훈련을 계속하기로 합의했고, 새로 임명된 국무장관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은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의 도전적인 대응조치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보다는, 블링컨은 북한과의 화해조치로서 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에 걸친 대북제재의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가 채택한 최대압력전략이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블링컨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압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을 압박하여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경제적 제제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바이든 정부가 오는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할 경우, 이는 곧바로 북한과 외교적 타협의 가능성을 훼손하고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남한과 긴장을 재점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도래하면 한반도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은 북한의 남한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 훈련을 “무력의 과시”용으로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최고 지도자의 살해작전”으로 간주하고, 체제전복을 위한 리허설처럼 평가합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2 폭격기, 핵공격이 가능한 항공모함 및 핵잠수함의 참가, 장거리사격이 가능한 대형구경의 무기 등을 동원합니다. 따라서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절실한 신뢰구축의 조치이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가 긴급한 인도주의적, 환경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군사훈련에 동원되는 절실한 자원을 의료제공과 환경보호를 통한 생명과 안전을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또한 한미군사합동훈련은 또한 미국 납세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시키면서 현지 지역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히고 한국의 환경에 큰 피해를 가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계속 유지시키면서, 이를 막대한 군사지출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여 왔습니다.

북한은 GDP 대비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액 규모로 보면 한국과 미국이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군비 지출 1 위 (7,320 억 달러)로 다음 10 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고 한국은 10 위 (439 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국방예산은 84 억 7 천만 달러(2019 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위험하고 값비싼 군비경쟁을 막고 전쟁재개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그리고 70년의 기간이라는 오랜 한국전쟁의 근본 원인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즉시 중단하는 노력을 통하여 북한과의 긴장을 줄여야 합니다. 군사훈련과 오랜 전쟁을 끝내는 것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이루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For Peace With North Korea, Biden Must End the US-South Korea Military Exercises

One of the thorniest foreign policy challenges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need to face is a nuclear-armed North Korea. Talk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have been stalled since 2019, and North Korea has continued to develop its weapons arsenal, recently unveiling what appears to be its largest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As a retired U.S. Army Colonel and U.S. diplomat with 40 years of experience, I know all too well how actions by the U.S. military can exacerbate tensions that lead to war. That’s why the organization I am a member of, Veterans for Peace, is one of several hundre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in the U.S. and South Korea urging the Biden administration to suspend the upcoming combined U.S.-South Korea military exercises.

Due to their scale and provocative nature, the annual U.S.-South Korea combined exercises have long been a trigger point for heightened military and political tensions on the Korean Peninsula. These military exercises have been suspended since 2018, but Gen. Robert B. Abrams, Commander of U.S. Forces Korea, has renewed the call for the full resumption of the joint war drills. U.S. and South Korean defense ministers have also agreed to continue the combined exercises, and Biden’s secretary of state nominee Antony Blinken has said suspending them was a mistake.

Rather than acknowledge how these joint military exercises have proven to raise tensions and provoke actions by North Korea, Blinken has criticized the suspension of the exercises as an appeasement of North Korea. And despite the failure of the Trump administration’s “maximum pressure” campaign against North Korea, not to mention decades of U.S. pressure-based tactics, Blinken insists more pressure is what’s needed to achieve North Korea’s denuclearization. In a CBS interview, Blinken said the U.S. should “build genuine economic pressure to squeeze North Korea to get it to the negotiating table.”

Unfortunately, if the Biden administration chooses to go through with the U.S.-South Korea joint military exercises in March, it will likely sabotage any prospect of diplomacy with North Korea in the near future, heighten geopolitical tensions, and risk reigniting a war on the Korean Peninsula, which would be catastrophic.

Since the 1950s, the U.S. has used the military exercises as a “show of force” to deter a North Korean attack on South Korea. To North Korea, however, these military exercises — with names such as “Exercise Decapitation” — appear to be rehearsals for the overthrow of its government.

Consider that these U.S.-South Korea combined military exercises have involved the use of B-2 bombers capable of dropping nuclear weapons, nuclear-powered aircraft carriers and submarines equipped with nuclear weapons, as well as the firing of long-range artillery and other large caliber weapons.

Thus, suspending the U.S.-South Korea joint military exercises would be a much-needed confidence-building measure and could help restart talks with North Korea.

At a time when the world is facing urgent humanitarian, environmental and economic crises, the U.S.-South Korea military exercises also divert critically needed resources away from efforts to provide true human security through the provision of health care and the protection of the environment. These joint exercises cost U.S. taxpayers billions of dollars and have caused irreparable injury to local residents and damage to the environment in South Korea.

On all sides, the ongoing tensions on the Korean Peninsula have been used to justify massive military spending. North Korea ranks first in the world in military spending as a percentage of its GDP. But in total dollars,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spend vastly more on defense, with the U.S. ranking first in military spending worldwide (at $732 billion) — more than the next 10 countries combined — and South Korea ranking tenth (at $43.9 billion). By comparison, North Korea’s entire budget is just $8.47 billion (as of 2019), according to the Bank of Korea.

Ultimately, to stop this dangerous, expensive arms race and remove the risk of renewed war,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immediately reduce tensions with North Korea by working to resolve the root cause of the conflict: the longstanding 70-year-old Korean War. Ending this war is the only way to achieve permanent peace and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출처 : 전쟁없는세상(WorldBeyondWar) on 2021-01-28.

Ann Wright

공수부대 참전 경력을 지닌 미육군대령출신의 여성으로 예편 이후, 미국무부에 근무하다가 중동정책에 반대하면서 이라크 침공 하루 전에 공개적인 사임을 한 이후, ‘반전평화를 위한 참전용사단체’와 ‘Pink-Code’ 등에 참여하면서 왕성한 평화운동과 기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토, 2021/01/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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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제23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로 노동권을 명시하고 있다. 노동은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적절한 수준의 노동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과연 북한 사람들은 세계인권선언에 규정된 노동권을 어느 정도 누리고 있을까?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볼 때, 북한에서는 세계인권선언 제23조에 언급된 내용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실 – 불합리와 모순의 공존

 

북한 백두산 부근 관광시설 공사 현장

북한 백두산 부근 관광시설 공사 현장

북한 사람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 COICommission of Inquiry, 조사위원회보고서를 비롯한 국내외 수많은 북한인권 연구 자료는 북한 내 노동과 관련한 수많은 인권 문제를 언급해왔다. 2018년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Modern Slavery에 관해 조사한 한 연구기관 보고서는 “북한 내에는 국가에 의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강제노동이 만연해 있으며 주민 10명 중 1명이 사실상 노예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북한 내 노동 환경은 열악한 수준을 넘어 노예 생활과 비견될 정도로 비참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가 수없이 혼재된 북한이기에 노동권 문제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참혹성의 측면에서 다른 인권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어 ‘보통의’ 인권 문제 중 하나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북한 내 자유권 문제가 워낙 심각한 수준이다 보니 국제사회의 이목도 상당 부분 그쪽으로 쏠려 있어 노동권과 같은 사회권은 상대적으로 적게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북한도 법률상으로는 주민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법이 노동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와 관련한 법령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동자의 복리후생과 관련하여,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제25조는“세금이 없어진 우리 나라에서 늘어나는 사회의 물질적부는 전적으로 근로자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 국가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준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제30조는 “근로자들의 하루로동시간은 8시간이다.”라고 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회주의로동법’ 제5조는 “사회주의하에서 모든 근로자들은 로동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세부 내용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실업이 ‘영원히’ 없어졌으며 근로자들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국가로부터 안정된 일자리와 로동조건을 보장’받는다. 이어, 제12조는 “국가는 근로자들이 로동과정에서 소모한 힘을 회복할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며 전반적 무상치료제와 선진적인 로동보호제도를 통하여 근로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고 규정하며 건강권과 관련한 개념을 노동자의 권리에 포함해 놓았다. 또한, 제38조는 “국가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는 국가가 제정한 생활비등급제와 생활비지불원칙에 립각하여 로동자, 사무원, 협동조합원들에게 생활비를 정확히 지불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음으로써 정해진 기준에 따른 임금지급을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로동보호법’ 내 다수의 조항에서 노동자들이 가지는 다양한 권리를 규정하며 국가 및 관련 기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법률상으로 북한 사람들은 누구든지 적절한 수준의 노동권을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함이 틀림없다.

 

기형적 노동 환경과 삶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북한 노동자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북한 노동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비교적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인 수십 명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북한 내 노동 환경 실태에 관한 증언을 상당량 수집할 수 있었다. 탈북인이 꼽은 열악한 북한의 노동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북한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다. 북한 사람은 중등교육초급·고급중학교을 마치면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하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국가에 의해 직장에 배치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업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는 없다. 국가에 의해 개인의 진로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만연한 뇌물 문화로 인해 일정 수준의 뇌물을 간부에게 바치거나 인맥을 이용하면 제한적으로 자신이 희망하는 직장에 배치 받을 수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만을 놓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존재한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음으로, 무임금 노동을 들 수 있다. 북한의 노동자는 국가가 배치한 직장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군·당·행정기관의 간부나 평양에 거주하는 일부 선택받은 자들을 제외하고는 직장에 다녀도 임금을 받지 못하기에 스스로 먹고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심지어 학생들조차 수업을 제치고 노동에 동원되기도 한다.

한국지부는 최근 실시한 탈북인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내부에 일상화된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직업 선택의 제한과 무임금 노동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을 수집할 수 있었다. 탈북인 A 씨, B 씨, C 씨, D 씨 모두 2019년 이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 탈북인 A 씨는 20대로 김정은이 집권할 무렵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국가에서 배치한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최근 북한 노동자가 마주하는 현실을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학교 졸업하고 oo회사에 배치되었다. 거기서 한 3년 일했다. 월급이든 배급이든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북한은 그런 게 없다. 공짜로 일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일했다.

– 탈북인 A 씨

50대 탈북인 B 씨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정권을 모두 거치며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B 씨 역시 직장을 배치받고 일을 했으나 김정일이 집권하고 나서부터는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처음에는 oo공장에 다녔다. 여기서 한 5~6년 일했다. 김일성이 죽고 나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전에는 로임을 받았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못 받았다. 그 전에는 배급도 나오고 로임도 나왔는데 김정일, 김정은 때는 직장을 다녀도 돈을 안 줬다.

– 탈북인 B 씨

한국에 정착한 지 1년이 갓 넘은 탈북인 C 씨 또한 자신이 배치받은 직장에서 경험하고 목격한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북한의 무임금 노동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북한과 한국은 매우 다르다. 북한에는 월급이 없다. 직장 다니는 사람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돈을 직장에 바쳐야 한다. 어느 직장이든 돈을 안 내라고 하는 곳이 없다. 북한에서는 직장에 명단이 올라가 있지 않거나 출근을 하지 않는 자는 벌을 준다.

– 탈북인 C 씨

탈북인 D 씨는 2020년 이후 한국에 입국했다. D 씨는 북한의 노동 환경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일 년 내내 직장을 나가도 쌀 한 톨도 안 준다. 배급은 1995년도 이후 없어진 지 오래고 월급도 없다. 배급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당기관, 법기관 등 힘 있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일반 공장·기업소 다니는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1년 동안 꼬박꼬박 직장 출근해도 쌀 한 톨도 못 탄다.

– 탈북인 D 씨

앞서 탈북인 B 씨의 증언에서도 언급된 것과 같이 북한이 애초부터 노동자에게 임금이나 배급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며 소련의 붕괴와 지도자 김일성의 사망, 그리고 ‘고난의 행군’으로 잘 알려진 대기근이 발생하는 등 나라 안팎으로 큰 위기가 연이어 닥쳤다. 사회 전 영역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나 국가는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사실상 국가 운영이 마비된 것이다. 탈북인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1970년대 까지는 배급도 주고 로임도 나오고 상점에도 사탕이 넘쳐날 정도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김일성 죽고 나서 고난의 행군으로 들어가면서 어려워졌다. 내가 그 시기에는 학교 다닐 나이였지만, 학교도 못 다녔다. 쌀도 없고 농사지을 것도 없고, 나라에서 주는 것도 없다 보니 쑥떡 같은 거 먹고 살았다. 잣나무 껍질을 벗긴 후 삶아서 우려낸 다음 다른 것과 섞어서 떡 만들어 먹고는 했다. 그 시기부터 북한 사람들이 타격받았다. 일하기 싫어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은 그때 다 굶어 죽었다고 보면 된다.

– 탈북인 A 씨

탈북인 B 씨는 본래 노동자였지만 배급을 더 이상 받지 못해 배고픔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어 어쩔 수 없이 농장원으로 자원했던 경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농장에서 일반 직장 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직장에서 농장 가는 것은 수월하다. 농장원은 대를 이어 일해야 한다. 농장원으로 일하는 것은 직장 다니는 것 보다 훨씬 힘들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때는 농장에서 일하면 일단 먹을 수는 있으니까 직장을 포기하고 농장원으로 일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배급을 해 주지 않아서 사람들 다 굶어 죽곤 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미공급’이라고도 한다.

– 탈북인 B 씨

이제는 나라에서 배치해 준 직장에서 일해도 제대로 된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물자 부족으로 공장과 회사가 돌아가지 않아도,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일은 나가야 한다. 나가서 할 일 없이 앉아서 시간을 때워도, 다른 노동 현장에 동원되어 나가도 출근은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의욕 저하를 불러온다. 출근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편법도 생겨났다. 몇몇 노동자들은 직장에 돈을 상납하고 회사에 이름만 걸어 놓는다. 출근하지 않는 기간에는 장사나 소토지 경작 등 다른 경제활동을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8·3노동자’라고 부른다. 북한의 기형적인 노동 환경이 낳은 결과물이다. 탈북인 C 씨는 다니던 직장에 돈을 바치고 직장을 나가는 것으로 위장한 후 그 기간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벌러 다니는 행위를 의미하는 ‘8·3벌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 북한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제일 이상적인 직업으로 생각하는 게 ‘벌이조’8·3노동자 등 8·3벌이를 하는 자를 통칭이다. 당조선로동당 간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소수의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 되기 힘들다. 벌이조는 직장에 이름을 걸어 놓으면 직장에서 1년 동안 아예 상관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60세 이하의 남자들이나 결혼하기 전 청년들이 직장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노동단련대로 보내 벌을 준다. 그러나 직장에 이름을 걸어 놓으면 나라에서 찾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직장 지배인과 협의해서 중국 돈으로 700원을 내고 내 이름을 oo공장에 올리면 직장에는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1년 동안 출근을 안 하고 놀아도 되는 거다. 그 기간에는 놀거나 자기가 원하는 돈벌이를 하면 된다. 그래서 벌이조라고 하는 것이다.

– 탈북인 C 씨

나라에서 배치해 주는 직장에서 일해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상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무임금 강제노동이다. 탈북인 A 씨는 자신이 북한에서 경험한 노동자의 삶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건 거기서 농사를 따로 짓고 살아야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 받아서 농사짓고 그랬다. 보통 직장 반장보고 며칠간 시간 좀 달라는 식으로 부탁한다. 반장도 우리 다 농사지어 먹고 사는 거 아니까 서로 교대제로, 오늘은 내가, 내일은 다른 사람이 소토지 일을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직장에서 배급을 못 주다 보니 그렇게라도 해줘야 한다. 무슨, 안 그래도 공짜로 일하는데… 나라에서 일하라니까 그러지, 일 안 하면 단련대 쳐 넣으니까, 시끄러워지니까 일을 형식상으로라도 하는 것이다.

– 탈북인 A 씨

 

벗어날 수 없는 노동 착취의 굴레

 

2020년 여름 함경남·북도에서 수해복구전을 벌인 북한 수도당원사단

2020년 여름 함경남·북도에서 수해복구전을 벌인 북한 수도당원사단

비단 일반적인 직장에서만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은 자발적 지원이라는 형태를 빙자해 다양한 형태의 비자발적 노동 조직을 구성해 노동 착취를 자행해왔다. 그 중 ‘돌격대’는 외부에도 잘 알려진 노력동원 조직으로서 국가적 건설사업에 동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대식 편재의 노동 조직을 말한다. 돌격대는 ‘반군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정규 돌격대와 비정규 돌격대로 나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노동 조직이 국가의 필요에 따라 강제적으로 조직, 동원된다. 탈북인 D 씨는 돌격대 차출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편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약 ‘삼지연 건설현장 돌격대’ 인원이 석 달에 한 번씩 교대한다고 하면 나라에서 각 기업소마다 몇 명씩 차출할 인원을 할당한다. 내가 기업소에서 일하는데 내 순번이 되면 돌격대에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한다. 그런데 내가 돈이 좀 있거나 잘 산다고 하면 나 대신 다른 사람을 돈으로 사서 돌격대로 넣는다. 그 사람은 석 달 동안 나 대신 돌격대에 가서 시키는 일을 한다.

– 탈북인 D 씨

최근의 노동력 동원의 예로는 2020년 여름 함경남·북도에서 발생한 수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평양에서 조직된 ‘수도당원사단’을 들 수 있다. 북한의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평양의 당원에게 물난리를 복구하기 위한 인력이 절실하다는 내용이 담긴 공개서한을 공개한 이후 수해 복구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자원한 인력만도 무려 7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간 북한 당국의 행적을 고려할 때 이번 동원이 순수하게 자원 인력으로만 채워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문제는 국가에 의해 추진되는 강제적 성격의 노력동원에서 노동권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상 지역으로 파견된 노동자는 몇 주에서 몇 개월에 이르는 기간 일해도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임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파견 기간 소요되는 식량이나 비용을 노동자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일하다가 부상을 당해도 이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외에도 동원 기간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는 것이다. 탈북인 D 씨는 돌격대에 동원된 사람들의 모습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다른 지역으로 돌격대를 나간다고 하면 자기 집에서 쌀을 매고 가야 돌격대에서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파견되어 일하러 가는데 자기 식량도 챙겨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보통 석 달씩 간다. 그래서 돌격대에서 도망치는 사람도 있지만 잡아다가 때리고 다시 보내고 그런다. 최근에는 김정은이 삼지연을 자기 아버지인 김정일의 고향군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평양, 사리원 이런 곳을 포함해서 전국 각지에서 돌격대가 다 와서 일한다. 돌격대는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아이 엄마 할 것 없이 다 포함된다.

– 탈북인 D 씨

 

개인보다 국가를 위한 노동

 

수해 복구 나선 북한 주민들

수해 복구 나선 북한 주민들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헌법과 노동법 등 성문화된 법령으로서 노동권 보장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명목상 존재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은 그 사회를 경험한 수많은 탈북인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현실 속 노동자의 권리는 국가에 의해 무시되기 일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이 지난 수십 년간 강조해 온 ‘사회주의노동생활’의 핵심은 결국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하는 집단주의 노동’과 같은 사회·집단·국가 우선의 전체주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개인의 인권은 주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다양한 시기에 정착한 탈북인의 증언을 비교하며 알 수 있는 점은, 노동자에 대한 처우나 인권 수준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아지기는커녕 정체되거나 오히려 전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면담에 참여한 탈북인은 북한의 노동권에 대해 서로가 거의 일치하는 증언을 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에서의 노동권은 법률로써 규정된 바와 달리 현실에서는 철저히 무시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거나 적극적으로 실현할 의지가 없다.”

외부에 알려진 북한의 노동 환경을 놓고 볼 때 여느 국가와 달리 겉으로 보이는 고용률이 높다고, 또는 실업률이 낮다고 해서 결코 그것이 북한 내 노동환경의 건전성이나 주민들의 질 높은 삶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질 노동 시간, 보상 수준,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 노동 여부, 휴식권과 같은 내용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노동 환경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인권 보장의 의무를 진 의무 부담자로서의 북한 당국이 가지고 있는 노동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자발적인 인식 및 태도 변화를 당장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폐쇄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북한을 대상으로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상 많지 않다. 국제사회가 취할 수 방안 중 현실적인 것으로는 적극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북한 당국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개선 권고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인권침해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다뤄질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 내 노동자의 권리 역시 국제사회에서 더 깊이 있게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수, 2021/02/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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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이다. 탈북인의 증언을 통해 해외의 북한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이를 공론화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해왔다.

계속되는 해외 노동과 인권침해

북한이 자국 노동자들을 파견해 2010년 완공한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 건설 당시 모습

북한이 자국 노동자들을 파견해 2010년 완공한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 건설 당시 모습

세간에 알려진 일련의 정보를 취합해 보면, 2010년대 중·후반까지 최소 4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 파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당해 11월 29일에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제재 내용을 담은 ‘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 2397호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은 자국에 파견된 모든 북한 해외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북한으로 송환해야 한다. 이것은 의무조치로서 회원국이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2021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몇몇 나라에서는 상당수의 북한 노동자가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은 채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여러 가지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착복과 과도한 노동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열악한 처우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로 칭해질 정도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삶을 추적해 왔다. 북한 당국의 노동자 임금 착복은 가장 잘 알려진 인권 침해 사례이다. 2019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임금을 손에 쥐기도 전에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90%에 이르는 돈이 당국에 의해 공제되었다. 북한인권 전문가에 따르면 나머지 임금도 현지 숙박비와 식비 등으로 10~20%를 제할 경우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활약하던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은 유엔 제재로 북한으로의 송환이 결정되었다. 한때 십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유명세를 떨친 그 역시도 현지 생활비로 극히 일부의 연봉만 손에 쥐고 나머지는 모두 북한으로 송금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해외의 북한 노동자는 예외 없이 대부분의 임금을 착복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단 임금 착복만이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로 과도한 노동 강요기타 비인도적 대우가 있다. 언론에 따르면 해외의 상당수 작업장에서 북한 노동자는 간부들에 의해 하루 최대 18시간에 이르는 중노동을 강요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노동자로 파견된 경험이 있는 다수의 탈북인 증언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는 파견국의 노동법에 대해 전혀 고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자신들의 법적 권리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 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파견된 국가의 현지 노동법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통제로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계속 운영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파견국의 현지 업체가 북한 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현지 북한 대표부 등 북한 당국과 따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으로 파악되었다.

해외 대부분의 작업장에서 북한 노동자는 한곳에 모여 단체로 구금 상태와 다름없이 숙식하며 생활해야 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년 전 해외 노동과 관련한 심층 보도는 노동자가 간부 등 관리자의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구타 및 기타 부당한 대우가 빈번하게 자행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 일과 이후 시간이라도 개인이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외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외부인과의 접촉도 엄격히 통제된다는 것은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탈북인의 증언을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외부로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억압과 착취의 굴레 속 삶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2021년 2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과거 해외에 노동자로 파견된 적 있는 한 탈북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평양 태생의 림일은 현재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1996년 11월, 그는 쿠웨이트의 건설 노동자로 파견되면서 평양을 떠났다. 이듬해인 1997년 3월까지 약 5개월간 그곳에서 일하다 탈출에 성공한 그는 현지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해외에서 북한 노동자로서 직접 경험했던 임금 착복과 과도한 노동, 그리고 기타 비인도적 대우에 대해 가감 없이 밝혔다. 그의 증언을 통해 본국과 파견국 어느 쪽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삶을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25년 전의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별다른 개선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의 증언은 여전히 유효한 정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래는 한국지부가 림일과 나눈 대화를 그의 시선에서 독백체로 편집한 내용이다.

북한 출신 前 쿠웨이트 파견 건설 노동자 림일

북한 출신 前 쿠웨이트 파견 건설 노동자 림일

저는 림일입니다. 북한 평양이 고향입니다. 태어난 후로 평양에 쭉 살며 일했어요. 1996년 11월 6일, 3년 임기의 해외 파견 건설 노동자로 뽑혀 20여 명의 일행과 함께 평양발 쿠웨이트행 비행기를 탔어요. 이듬해 1997년 3월까지 일하다 탈출해 한국으로 왔으니 쿠웨이트에서 한 5개월 일 한 셈이죠.

11월 6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쿠웨이트에 도착 후 바로 변두리 지역의 신(新) 주택 단지 개발 지역으로 이동했어요. 지명은 우리말로 ‘움 알하이만Umm Al Hayman, أم الهيمان’이었죠. 쿠웨이트 도착 후 몇 시간 후인 7일 오전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가 쿠웨이트에서 머문 숙소는 작업 현장 근처에 있는 2층짜리 폐교였어요. 보통 주택 건설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 작업을 하는데 우리는 그런 일을 했죠. 저는 목공목수이라서 목재를 다뤘어요. 목공은 거푸집을 만들고 조립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우리는 새벽 5시에 기상했어요. 오전 6시 30분부터 식당에 가서 다 함께 아침을 먹었죠. 아침 8시에는 현장으로 나가 일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한 다음 저녁 7시에 식사를 하고 나면 일과가 끝나야 해요. 하지만 일이 정시에 끝나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계속 야근해야 했어요. 저녁 식사 후 밤 8시부터 다시 현장으로 야간작업을 나가 새벽이 되도록 일했죠. 그것도 주 7일, 휴일도 없이 일했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 온종일 일하고 밤 12시, 새벽 1시가 되어 숙소에 돌아오면 말 그대로 녹초 상태예요. 그렇게 잠을 잤다가 새벽이 되면 또다시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을 나가야 했죠.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나라도 휴일이 있어요. 우리와 다르게 금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쿠웨이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휴일에 쉬었죠. 목요일 오후가 되면 그 사람들은 일을 중단하고 다 나가서 현장에 안 오더라고요. 그런 것을 보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그 나라에서 금요일이 휴일이라는 것도 우리는 몰랐어요. 제가 일한 지 석 달 차 되던 때부터 다른 나라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와 일하기도 했어요. 직접 손짓, 발짓을 해 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금요일이 휴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죠. 북한 간부들은 우리에게 이런 것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요.

아무튼, 우리는 주말이나 휴일 없이 매일 일해야 했어요. 제가 알기로 쿠웨이트 법으로는 그렇게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어요. 당시 북한 간부들이 ‘충성으로 노동해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자’라는 식으로 노동자를 매일 압박하면서 일을 시켰죠. 말 그대로 정치 선동인 것이죠. 한국 사람들은 이해가 잘 안 가겠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정치적 선동에 토를 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5개월 동안 노동에 대한 임금은 전혀 못 받았어요. 먼저, 돈 지급 구조에 대해 말해 볼게요. 쿠웨이트 내 해외 노동자 시장은 크게 원청 회사와 여러 단계의 하청 회사로 구성되어 있어요. 쿠웨이트 업체인 원청 회사에서는 건설 오더를 받은 아래 하청 회사에 돈을 지급하죠. 제가 속했던 북한 회사는 그렇게 해서 3단계 정도 거쳐 가장 아래에 있었던 하청 회사였던 것으로 알아요. 즉, 하청 회사 중에서도 제일 싼 값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회사였다는 말이죠. 물론 이 회사는 실제로는 당조선로동당 산하 회사이죠. 그렇게 벌어들인 자금을 모두 당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적어도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제하고 보내던가 해야 하는데…

우리 말고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에 함께 담배도 피우고 콜라도 마시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꼬레아’가 신기하니까 우리에게 ‘꼬레아, 꼬레아’하면서 뭘 막 물어보기도 했어요. 마침 우리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우리는 이렇게 일 다 했는데 돈을 왜 안 주나’ 이렇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는데 그쪽에서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월급으로 120달러USD를 받기로 했지만 돈을 하나도 못 받고 있는데 당신들은 얼마 받고 있냐고 물어보니 650달러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나라 근로자로부터 임금에 대해 몰랐던 정보를 얻고 나니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우리 회사도 우리의 몫으로 실질적으로 인당 650달러 수준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당시 이상한 점은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현장에만 철조망이 처져 있더라고요. 외국인이 주로 일하는 현장에는 철조망이 없는데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만 철조망이 둘러쳐 있었다는 것이 이상했어요. 처음에 이 점이 궁금해 회사 소속 통역사에게 ‘이 철조망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통역사는 ‘쿠웨이트에는 수백 개의 다국적 건설회사가 들어와 있는데 이 나라 노동법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현장에는 철조망을 치게끔 되어있다’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저는 진짜 그런가 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이 내용을 나중에 제가 현장을 탈출해 한국 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대사관 직원에게 말해 주니까 그 직원이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이 나라에 그런 법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 철조망은 북한 당국에 의해서 북한 건설 회사가 원청 회사에 자발적으로 철조망을 쳐 달라고 의뢰해 설치된 것이었어요. 북한 당국으로서는 노동 인원 관리를 잘해야 하니까, 탈주자가 없어야 하니까 그렇게 한 것이죠. 파견국의 입장에서도 불법 체류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와중에 북한 회사가 먼저 나서서 인원 관리를 제안하니 철조망 설치를 허락했을 거예요.

저는 외국에 나오기 전에 평양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혼자 나가면 위험하다고 세뇌하는 거예요. 이런 사상 교육을 받은 후에야 쿠웨이트로 올 수 있었어요. 평생 당의 사상 교육을 받은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당이 혼자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이를 어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어요. 또한, 북한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감시하는 체제 속에 살아왔어요. 혼자 다닐 수 없다 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다녀야 했고, 이동 시에는 작업반장에게 보고도 해야 했어요.

그리고, 노동자들의 여권은 모두 간부가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탈출할 때에는 여권 없이 탈출했어요. 저는 탈출을 위해 작업반장 앞에서 연출을 하며 사전 준비를 해야 했어요.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탈출할 날이 왔어요. 그날 아침 식사 후 작업반장에게 이동을 보고하고 숙소에 있던 여러 개의 출입구 중 한 곳에서 저와 함께 다니던 사람을 만나기로 했죠. 하지만 그날 저는 다른 출입구로 숙소를 빠져나왔어요. 만약 그 사람을 만나면 온종일 같이 다녀야 했을 테니까요. 저는 곧장 시내로 들어가 한국 대사관으로 향했어요. 그렇게 한국 대사관에 도착할 수 있었고 며칠 후 한국으로 올 수 있었죠.

저는 최근에도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관찰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소련(러시아) 등지로 벌목공으로 나간 북한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사람들은 정말 심각한 수준의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 같더군요. 시베리아 수림 속 누가 죽어도 모르는 그런 곳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쌀 같은 기본적인 것 외에는 모두 다 자급자족해서 살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추운 곳에서 힘든 일을 하는데 받는 것은 없지, 그런데 북한에 있는 주민들과 동일하게 사상 학습, 생활 총화, 당으로의 상납 압박과 같은 스트레스는 똑같이 받다 보니 아무래도 인권 상황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해요.

기자회견에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증언하는 림일(왼쪽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증언하는 림일(왼쪽에서 두 번째)

사실 저는 쿠웨이트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흔히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구타, 고문과 같은 것은 경험한 적 없어요. 혼자서 숙소나 현장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감금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강압적인 구금까지는 아니었다고 봐요. 어쨌든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그래요. 하지만 저는 말 그대로 노동 착취를 경험했어요. 5개월간 제가 일한 것에 대해 단 한 푼도 못 받고 하루 14~15시간씩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노동한 것,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노동 착취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어요. 인권이라는 말도 제가 한국에 와서야 들었으니까요. 북한 사람들은 인권이 무엇인지도 잘 몰라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북한의 노동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기본적으로 북한 사람들을 먼저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방법은 정보를 전하는 것이죠. 시간을 거꾸로 돌려 25년 전의 제가 쿠웨이트 현장에 있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면, 현장의 외국 노동자들을 통해 접한 정보로 제가 처한 부당한 노동 환경을 알게 되었듯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도 여러 방식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접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해요. 외부의 정보라는 게 특별한 것은 아니고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노동 시간이 부당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되면 충분할 것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그런 정보를 접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제가 5개월간 쿠웨이트에서 일하며 깨달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북한 사람은 세상 어디를 나가도 똑같은 북한 사람’이라는 것이에요. 외국이라고 해도 결국 북한 당국의 통제 속에 있는 현장과 숙소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야 했으니까요. 그곳에서는 말하는 것, 보는 것, 생활하는 것 모두 북한에 있을 때와 다를 바 없었어요. 우리는 현지 TV를 볼 수 없었어요. TV라고 하나 있는 것도 전부 김일성 녹화물만 틀어 주더라고요. 새로운 정보를 보고, 들을 방법이 없다 보니 북한과 마찬가지로 억압받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문제는 지금 해외에 파견나가 있는 대부분의 북한 노동자들도 과거의 저와 비슷하게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란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북한 당국이 노동자를 통제할 수 없을 테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통제된 정보 속 인권의 퇴보

공장 현지지도 중 노동자들에 둘러싸여 환영받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장 현지지도 중 노동자들에 둘러싸여 환영받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림일이 쿠웨이트의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로 근무한 것은 약 25년 전의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25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오래전이다. 하지만,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각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직종과 직무에 따라 경험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노동 착취에 있어서만큼은 과거와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비참한 수준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북한 내 노동자가 처해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북한 당국의 강화된 주민 통제 방식을 고려할 때, 몇몇 측면에서는 오히려 이들의 노동 환경이 과거보다 퇴보했다고도 추론해 볼 수 있다.
 

[보고서] 통제된 사회,단절된 삶: 북한 내 휴대폰 사용 및 외부세계 정보 제한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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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는 정보의 제한이 인권의 증진을 저해한다는 말로 귀결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은 제한된 정보 접근으로 인해 세상 밖과 만나지 못한 채 지금도 여전히 울타리 속에 갇힌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특히 문제 되는 점은 이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본국으로부터 착취당하고, 파견국으로부터도 외면받은 채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이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도 북한 당국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북한 사람이다. 국가에 의해 임금과 노동력 착취를 포함한 다양한 인권 침해의 굴레에 놓여 있으나, 그곳에서조차 울타리 속에 갇혀 자신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인권은 북한 내 노동자의 인권과 함께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북한 당국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방식을 통해 누구나 적절한 수준의 노동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자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금, 2021/02/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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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회기에 열리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 대화 현장

유엔 인권이사회 회기에 열리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 대화 현장

국제앰네스티는 올해 2월 22일부터 3월 23일까지 약 한 달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제46회 유엔 인권이사회’ 회기 기간에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 대화’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구두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구두 성명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북한군의 한국 국적 민간인 사살, 제한된 정보 접근권, 구금시설 내 인권 상황, 강제실종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당국에 국제사회와의 협조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 연장을 각각 촉구했다.

아래는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영문 구두 성명을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이다.

구두 성명
항목 4: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 대화

북한에 갇혀 있는 진실: 코로나19 기간 인권 개선 전무

유엔 인권이사회
제46차
2021년 2월 22일 ~ 3월 23일

인권이사회 의장님,

2020년은 많은 국가에게 이례적인 해였지만, 북한에는 세계로부터의 고립이 더욱 심화된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북한은 모든 인원과 물품에 대해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을 금지했으며, 국경경비대는 국경으로 접근하는 인원에 대해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9월, 북한군은 자국 해역에서 발견된 한국 국적의 민간인을 사살했습니다. 우리는 북한 당국에 해당 사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국제사회에 전달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동안, 북한은 인터넷과 외부 언론에 접근하려는 사람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함께 외부와의 통신에 대해 폐쇄적인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1]

정보 교류의 차단은 고문, 강제 노동 또는 기타 부당한 대우의 위험에 처한 수많은 사람이 억류된 구금 시설 내 상황과 코로나19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강제실종 피해자로 알려진 외국 국적자에 관한 새로운 소식은 없었습니다. [2]

인권이사회 의장님,

우리는 북한에 모든 유엔 특별절차, NGO를 포함한 국제 인권 감시단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제공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임기를 갱신할 것을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HRC46 – INTERACTIVE DIALOGUE WITH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영문 구두 성명 바로가기 >


1. 국제앰네스티, 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 북한 내 휴대폰 사용 및 외부세계 정보 제한 실태 (문서번호: ASA-24/3373/2016, 바로가기)
2. 국제앰네스티, 대한민국: TV 프로듀서, 50년째 북한에 억류되다 / 황원 (문서번호: ASA-25/9751/2019, 바로가기)
목, 2021/03/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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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내용은 사실상 북한이 싱가포르와 하노이의 두 번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요구했던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를 미국 내 주요 인사가 공개적인 기고를 통하여 제기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다만 지난 70여 년 북한을 끊임없이 위협하여 결국은 핵무장에 이르게 만든 패권적 전쟁국가인 미국에 대한 자기비판이 빠져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대하여 단지 강압적 억지력만으로는 실수에 의한 핵사용의 위험을 확실하게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다른 세계와 고립되면 이에 따르는 특별한 위험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 최근 북한이 새로운 대륙간 및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면서 평양정권이 미국 본토에 가하는 위험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진행하였던 핵-정상회담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무기통제의 접근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트럼프의 노력이 실패로 끝난 점에 대하여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북미협상 – 빌 클린턴 시절의 “제네바 일반합의(프레임 워크)”,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6자회담”, 버락 오바마의 “Leap Day?”를 포함하여 결국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는 이전 미국 행정부의 모든 시도들은 실패하였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고,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1992년 한국과의 협정을 준수하지 못했습니다.

상기에 언급한 과거의 외교활동들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핵무기 통제(압박)로 한반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실제적 의미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일부 인사(예로서, 존 볼튼과 폼페이오 류)들이 요구한 것처럼, 핵무기를 폐지하거나 검증이 가능한 핵동결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늘날 모든 핵무장 국가들에서 불 수 있듯이, 핵무기는 김정은 정권의 궁극적인 안보를 보장하여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핵무장은 한국에 대하여 북한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도와줍니다. 따라서 현재에서 핵심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전적인 억지력를 뛰어넘는 새로운 외교적 사고, 특별히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현재 한국에 대한 해상항공(항공모함) 및 핵우산을 통해 한반도에 전쟁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30,000명 수준의 미국 지상 및 공군 부대가 50만 명의 현역과 예비군을 포함한 잠재적인 3백만 명의 한국군 병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억지력만으로는 실수로 인한 위험을 확실히 예방하거나 관리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다른 세계와 고립되면서 통제할 수 없는 독특한 위험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격리와 고립은 오해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병리학적 불안정을 조장합니다.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면, 김정은은 의도적 과시와 군사적 위협 그리고 기습 등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억지력을 뛰어넘는 정상적인 외교관계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포함하여 대립하던 적대적 사이를 평화의 관계로 전환시켰습니다. 오늘날의 북한보다, 냉전 시대의 중국은 모택동의 주도아래 중국은 미국의 이익에 더욱 심각한 위협을 가했습니다. 모택동 정권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대항하여 개입했고, 1950년대 후반에 대만해협의 위기를 조장했으며, 서구열강에 대항하는 민족해방전쟁을 독려했습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 미국은 중국을 떠오르는 악마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폭격을 가하지 않았으며 뒤를 이아 집권한 Richard Nixon은 오히려 중국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결국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기간에 이루어진 미중의 관계정상화는 미국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었습니다. 양국 간에 소련과 맺은 핵무기제한조약 같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군사력은 현재의 갈등속에서도 대체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소간의 대화를 통한 외교관계 역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그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미국이 소련에게 쿠바에서 핵미사일을 철수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군사적 준비를 강화하는 한편, 워싱턴에 상주한 소련외교관과 미국관리 간의 막후적인 상호역할이 전쟁직전의 교착상태를 종식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과 인도와의 관계는 1999년 Kargil 분쟁과 2001년 인도의회에 대한 Jaish-e-Mohammed 테러공격의 여파로 인한 핵전쟁의 가능성을 늦추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는 핵보유의 중요성으로 인하여,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과정이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북미간에 외교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방법을 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의 출발이 양국간의 대사관 개설로 시작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고 양국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니면 협상 당사자들이 양국의 정상화를 위한 세부사항의 협상에 즉시 착수할 수 있을까요?

어느 경로를 택하든, 두 가지의 우선순위가 존재합니다. 1) 북한은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해제가 필요하고, 2)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공격능력을 제거해야 합니다.

김정은 자신이 인정하였듯이, 북한경제는 국제적 재제와 국내적 관리실책 그리고 코로나-19 등으로 매우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효과적인 탄도미사일 방어능력MD이 부족한 미국의 경우에는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 즉 미국의 대북재제 해제와 북한의 핵공격능력 제거가 상호간에 협상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협상은 미국의 대북선제공격의 위험을 줄이면서, 북한의 과시적 핵무장에 손대지 않은 채, 북한경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미국에 대한 ICBM 공격가능성을 배제하고, 한국과 일본의 안보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유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양국 간에 외교적 대표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상호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관리할 신뢰의 채널을 갖게 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진지하게 협상에 호응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소위 트랙 II 외교 (미국정부 관계자들과 북한 관리들이 재3국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외교방식)를 승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시도가 평양당국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면 공식적인 회담의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만약 비공식 접촉이 실패하면, 과거의 방식처럼 북한이 무장해제를 하도록 설득하는 시도를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요점은 양국간의 외교적 정상화가 ICBM과 대북제재를 상호적 교환방식으로 매듭짓는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양국 지도자에게 설득하는 것입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1-03-09.

Bennett Ramberg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산하 정치군사 현안부서의 상황분석가로 재직하였으며, 이후 “Destruction of Nuclear Energy Facilities in War”와 “Nuclear Power Plants as Weapons for the Enemy”라는 두 개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월, 2021/03/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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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가 일상인 삶

망원경으로 김일성광장을 내려다보는 김정은 위원장

망원경으로 김일성광장을 내려다보는 김정은 위원장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는 감시가 일상이 된 독재 국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가상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는 당과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위해 개인의 삶이 철저히 통제된다. 감시는 사회통제의 핵심수단으로 작용한다. 개인을 대상으로 물 샐 틈 없이 이뤄지는 감시는 완벽한 수준의 ‘통제된 사회’를 구현해 냈다. 이 점에서 『1984』가 묘사하는 일상생활 속 감시의 모습은 북한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북한의 감시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감시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감시가 일상에 밀접하게 침투하면서 이들의 사생활은 더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는 해도 24시간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이나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감시에 대해 의문을 품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그것에 순응하여 따를 뿐이다.

북한의 주민 감시 체계는 체제의 안보를 위협할 만한 잠재적 근원을 사전에 포착하고 위험 발생을 차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당국에게는 핵심적인 사회통제 기제로 인식된다. 문제는 주민들을 향한 무분별한 사찰과 검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1] 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2]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집단의 안녕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개인의 권리가 억압되는 그곳. 감시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북한이야말로 바로 ‘통제된 사회’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의 대민(對民) 감시 기구 – 국가보위성

2012년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2년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북한의 감시제도는 현존하는 그 어떤 나라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은 대표적인 대민 감시 기구이기도 하다. 국가보위성은 사회 질서와 치안 유지 목적을 가진 기관인 사회안전성에서 감시 조직이 분리되어 설립되었다. 이후 반국가, 반당, 반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정치사찰 기능 및 방첩에 특화된 초법적 정보기관으로 발전했다.

각 도(道), 시(市), 군(郡)에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국가보위성이 있다. 하부 행정 구역인 읍(邑), 동(洞), 리(里) 단위까지도 국가보위성 보위지도원이 상주하며 일상생활에서 주민과의 접촉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직장, 학교 등과 같이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보위지도원의 감시망에 포함된다.

보위지도원은 직접 사찰(査察)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담당구역 내 일반 주민 중 신뢰할 만한 자를 매수, 포섭해 그들에게 주민 동향을 파악하고 불순분자를 발견해 보고하도록 지시한다. 국가보위성에 포섭된 주민은 자신의 주변인을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변인의 사생활을 몰래 살피는 자 – ‘정보원’

미행과 감시

미행과 감시

2021년 3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앰네스티’는 북한에서 국가보위성에 포섭된 후 지시를 받고 비밀리에 정보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한 탈북인을 만났다. 그는 약 10년간의 비밀 정보원 활동 기간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의 주민 동향을 몰래 살피고 이를 정기적으로 국가보위성에 보고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것에 대해 자신의 가족도 탈북 후에야 알게 되었을 정도로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감시 활동이 이뤄졌다. 그는 앰네스티에 자신의 비밀 정보원 활동을 낱낱이 밝혔다. 그는 면담에서 감시 활동을 하면서 접한 정보를 통해 북한의 모순된 모습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주요한 탈북의 이유가 되었다고 증언했다.

아래는 앰네스티가 그와 면담한 내용을 대화체로 재구성한 것이다. 면담자의 요청으로 개인 신상을 추측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와 일부 상세한 설명은 제외하고 편집한 내용임을 미리 밝혀 둔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주민 감시 체계를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앰네스티, 면담자: A

앰네스티: 북한에서 특이한 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A: 주민 동향을 수집, 제공하는 일을 했다.

앰네스티: 주민 동향 정보는 무슨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수집했는가?
A: 나는 보위부국가보위성 지시를 받아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나쁜 말로 하자면 스파이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앰네스티: 비밀 정보원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먼저, 우리 집안이 괜찮았다. 내 직계 가족 중 한국이나 중국으로 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타지방에서 건너온 사람이었다. 이사 후 탈북 전까지 10년 넘게 살던 곳에서 주변 관계도 깨끗했다. 또, 나는 식품 도매업을 했다. 도매 집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지 않나? 사람 관계가 많다는 말은 들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남편은 집에서 잡화를 수리하기도 했다. 집으로 사람들이 매일 찾아왔다. 그렇다 보니 우리 집은 매일 북적북적했다. 나는 인민반에서 인민반장도 하면서 여러 일을 겸직했다. 여러모로 사람들을 접하기 수월한 위치였다.

앰네스티: 어떻게 정보원이 되었는가?
A: 보위지도원과 따로 만나서 상담 후 정보원이 되었다. 북한에는 구역마다 담당 보위지도원이 있다. 어느 날 담당 보위지도원이 나에게 만나자고 하더라. 단 둘이, 남편 없이. 나는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담당 보위지도원, 보안원과 같은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야 한다. 특히 나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어디 다른 지역을 가자고 하면 여행 증명서가 필요한데 인맥이 좋아야 수월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담당 보위지도원이 만나자고 했을 때 무슨 이야기인지나 들어보자고 생각해서 만났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보위지도원이 같이 좀 일하자고 말하더라. 사람이 살면서 본의 아니게 죄를 지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같이 일하면 내가 죄를 지어도 면제받을 수 있고, 내가 장사꾼이다 보니 많이 다니곤 했는데 여행 증명서도 임의로 떼어 줄 수 있다고 하더라. 한국은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나? 북한은 여행 증명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런 것이 조건이었다. 나는 장사꾼 입장에서 조건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동의를 했다. 이후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관한 방법을 배웠다. 1년 지나니까 대호(隊號)정식 이름 대신 사용하는 암호를 따로 주더라. 다른 사람들 모르게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앰네스티: 정보원으로 오래 활동했는가?
A: 2010년쯤 비밀 정보원 활동을 시작했다. 탈북하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계속 활동했다. 우리 딸도 내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한국에 오기 전까지 몰랐다. 북한에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지 몰랐다. 내 존재가 밝혀지는 날에는 내 삶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 가족도 감시하고, 친구도 감시하고, 주변 사람 다 감시했으니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행동해야 했다. 보위부는 비밀 정보원 외에도 공개적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인 ‘통보원’도 거느리고 있다. 물론 이 사람도 일반 주민이다.

“북한에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지 몰랐다.”

앰네스티: 혹시 다른 비밀 정보원이 누가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나?
A: 이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직감이란 게 있다. ‘아, 쟤도 비밀 정보원이구나’하는 감이 온다. 그렇게 의심되는 사람도 나처럼 집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보통 어디 갈 때 일반 사람들은 다른 지역 이동을 잘 안 하다 보니 지역을 이동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도 잘 모르기도 하고 여행 증명서 발급받는 것도 힘들다. 사무소를 거쳐야 하고 지역 반장, 담당 보안원 등등 다 거쳐야 한다. 물론 돈 주고 여행 증명서를 바로 뗄 수 있기도 하지만 돈 안 주고 떼려면 정말 복잡하다. 그런데 비밀 정보원으로 의심되던 사람은 나처럼 쉽게 여행 증명서를 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따금 보위지도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처럼 그 사람 집에 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것을 하나씩 보다 보니까 ‘나하고 같은 일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앰네스티: 국가보위성으로부터 감시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나?
A: 먼저, 활동 전에 선서를 써야 했다. 그러고 나서 자료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방법을 배웠다. 장소, 시간, 인원, 사건 내용 등과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기록하고 제출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보위부에서는 나에게 A4 용지와 비슷한 것을 주기적으로 줬다. 내가 장사를 하다 보니 자주는 아니었지만 다른 먼 곳으로 가는 것처럼 꾸미고 보위부 건물 안에 몇 번 들어가서 교육도 받고 그랬다.

앰네스티: 국가보위성으로부터 지시는 어떻게 받았나?
A: 보위지도원을 직접 만나서 구두로 지시를 받는다. 우리 집에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가 있었다. 보통 보위지도원은 집 전화로 연락했다.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다. 담당 보위지도원 방은 우리 집에서 3~5분 거리에 있었다. 인민병원 안에 보위지도원 방이 있다. 병원 건물 내부에 보위지도원 방이 자리 잡고 있어서 나는 환자처럼 위장하고 보위지도원을 만나러 가고는 했다. 장소 자체를 그렇게 묘하게 만들어 놨다. 보위지도원들은 보위부 건물이 아닌 일반 공공장소나 기관에 별도로 방을 가지고 있다. 내 담당 보위지도원은 병원 안에 방이 있었고 나와 같은 비밀 정보원들만 그런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는 매달 그곳으로 가서 담당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다. 급하게 정보를 제출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보위지도원 방 근처 용지를 넣는 함에 정보를 담은 종이를 몰래 탁 던져 놓고 오곤 했다.

“나는 매달 그곳으로 가서 담당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다.”

앰네스티: 지시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연도마다, 때마다 다르다. 만약에 4·15김일성 생일가 다가온다고 하면, 이와 관련한 주민 동향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2·16김정일 생일이라면 또 그 시기 주민들의 동향 자료를 요구한다. 장성택이 처형되었을 때도 이와 관련한 주민 동향을 보고하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감시하고 관련 동향을 정리해 제출했다. 당시 수집된 정보를 총체적으로 봤더니 ‘잘 죽었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당이나 지도자에 대해 나쁜 말이 나오는 것을 포착하고 이를 살피는 것이 내 임무였는데 그건 안 나왔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郡)급 조직인 농근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 여맹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건물이 있었다. 그 앞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식당에 드나들면서 들리는 소문 중에 비리 사건과 관련 있을 만한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라고 해서 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체로 명절을 전후로 주민 동향 자료 수집 지시가 내려온다. 그런데 요구 내용은 매번 다르다. 예를 들어 1·8김정은 생일에 명절을 쇠는데 사람들이 이와 관련해 불평, 불만이 없는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영도자(김정은)가 젊은데 생일을 쇠나?’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것을 전부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이다. 그런 자료를 보위부에서 요구했다.

2015년도인가? 보위부에서 별도의 자료집이 새로 내려왔다.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내용이 지침으로 나와 있는 자료집이다. 우리는 항시적으로 그런 내용을 알고 있어야 했다. ‘해외 파견자의 주민 동향 보고’ 라든지 무슨 자료, 무슨 자료 등등 엄청 많은 내용이 있었다.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까 결국엔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자료를 본 이후 어느 때부터 인가 마음속에서 살며시 비밀 정보원 일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자료집에 따르면 내 남편도 감시 대상자였다. 지인, 친지를 감시하는 것은 응당했다. 이게 할 짓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감시 대상은 전부 다 잡아넣어야 하는 체포 대상이었다.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까 결국엔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앰네스티: 가족이 감시 대상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충격받았을 것 같은데?
A: 자료집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따로 있었다. 자료집에는 ‘일반 주민들 중 공화국에 대해 쇄국 정치, 독재 정치라고 불평,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지 잘 감시하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고 나니까 ‘아니, 그렇다면 자기네들이 스스로 쇄국 정치, 독재 정치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2015년 그 자료집을 받고 나서부터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혼란스러웠다.

앰네스티: 최근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가?
A: 김정은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응당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김씨 가문에서 대를 이어야 한다’, ‘그 사람들은 위인들이다’라고 세뇌가 되어 있다.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불만 표시는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아, 우리도 개혁해야 하는데’, ‘우리도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식으로 많이 표현하기는 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힘든 상황이 모두 미국과 한국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왔다. 나라에서 계속 그렇게 말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도 지금의 어려움을 모두 미국과 한국 탓으로 생각하게 되어 당국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감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꾸 다른 식으로 생각이 되더라. 나중에는 ‘자기네들이 독재 정치를 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밀 정보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나라에 대한 내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게 계기가 되어 결국 탈북했다.

“비밀 정보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나라에 대한 내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1.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2. 세계인권선언 제12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생활, 가족관계, 가정, 또는 타인과의 연락에 대해 외부의 자의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 침해를 받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과 침해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월, 2021/03/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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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내용은 북한이 지난 3월25일 동해를 향해 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의 배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한반도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을 실제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제제의 완화/해제 그리고 북미평화협정 체결의 로드맵을 협상테이블에 먼저 제시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2년 3월 당시의 리용호 북한 외무장관은 미국 전문가들과 전직 관리들에게 미국이 북한에 가하는 ‘위협’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결코 비핵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기 위협의 내용으로 한미동맹, 주한미군의 주둔,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 적용하는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상기의 위협이 제거되고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면, 10 ~ 20 년 안에 비핵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리 장관은 말했다. 그런 동안 북한은 핵보유국의 당사자로서 북미간 군비통제의 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그는 선언했다.

리 장관의 당시 발언은 북한의 전략과 목표에 대하여 매우 귀중한 정보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의 발언은 현재의 시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지도자가 핵보유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재차 강조한 배경을 재조명하게 만든다.

대북정책이 불분명한 미국의 신임 대통령을 직시하면서, 김정은은 비핵화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신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대함으로써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대하여 선제적 과제를 던진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미국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속도를 늦추고자 한다면, 먼저 ‘무기통제의 회담’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연설에는 미-북 대화의 주요 주제를 비핵화에서 군비통제로 바꾸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분명하게 숨어 있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이 국가의 전략적이며 우선적 목표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역사에서 이것이 차지하는 매우 중대한 의의와 활용가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북한이 책임있는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는 그의 메시지에는, 이제 자신의 정권이 영구적인 핵무력 국가이며 워싱턴 당국은 이에 응당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었다.

덜 중요한 내용이지만 ‘초현대적 전술핵무기’로 다중탄두 미사일, 고체연료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핵과 미사일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김위원장의 발표도 있었다. 이러한 김의 발언은 북한을 미국이 평가하는 이상으로 위험하고 강력한 위협으로 만들겠다는 결의에 찬 신호였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거론되고 있다. 반면에 노동당 대회에서 행한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의 미국정책을 이미 수립되었으며, 이의 내용은 이제 막 출범한 미국의 행정부에 주요한 도전(위협)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이다.

상기같이 고비용이 드는 대량살상무기의 현대화 움직임은 북한이 경제적 위기에 처한 와중에도 진행되었다. COVID-19 대유행은 정권의 경제적 생명선인 중국과의 무역을 극도로 축소시켰다.

즉, 국가계획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외환보유량이 감소하고 국가재정의 수입이 감소하고 성장이 감소하며 국제 제재와 악천후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핵보유와 미사일개발의 이익이 경제적 위험을 능가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앞서 나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한가지 기대는 제재완화에 대한 것이다. 요점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정상회담 에서 이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핵 위협에 대한 인식을 점차로 높여가면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록 낡은 전략에 뿌리를 두었지만, 북한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미국과 대화의 초점을 비핵화에서 새로운 의제(무기통제)로 이동시킨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무기 국가로서 지위를 획득하면, 미국이 과연 북한과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접근방식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할 수 없다’는 많은 미국 전문가와 관리들의 견해를 김정은은 활용하고자 희망한다. “대신에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적절히 ‘관리’하고 핵역량의 강화를 억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 – 이러한 입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 여부 가 아니라 어느 수준에서 보유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로 미국을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분명히 매력적(음악적)이다.

과연 바이든 정권이 상기의 미끼를 취하고 평양과의 군비통제라는 접근을 추진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그렇게 접근하려는 입장이 있다면,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은 결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수락’하지 않고 오히려 양적, 질적으로 제한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설명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모니터링과 검증에 대한 회피 때문에 1994년, 2005년, 2007년의 비핵화 협정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편집자 주. 북한이 비핵화를 파기한 과거에 대한 주요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 실제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은 아마도 현재시점 이후 임의적 강제사찰을 받아들이기를 더욱 완강하게 거부할 것이다.

비핵화의 가능성이라는 문을 닫으면서, 김정은은 북한을 영구적이며 사실적인 핵무장국가로 이끌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평양과의 군비통제회담으로 이어지는 미끄럼틀을 타기로 결정한다면, 김정은은 자신이 열망하는 ‘파트너’을 제대로 찾은 셈이다.

 

출처 : EastAsiaForum(동아시아포럼) in ANU on 2021-03-22.

Evans JR Revere

Brookings Institution의 동아시아정책 연구센터의 외래 선임 연구원

토, 2021/04/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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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2020/21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발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평등, 방치, 학대에 갇힌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 입어

  • 코로나19가 조직적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내…보건의료인, 소수민족, 여성이 가장 큰 피해 입어
  • 세계 각국 지도자들, 코로나19를 무기로 인권 유린 정책 자행…국제공조 대신 자국 이익 우선
  • 대한민국, 코로나19로 교정시설, 택배노동자, 성소수자 등 취약한 상황에 노출…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여성을 향한 폭력 만연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오랫동안 묵과해온 공고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여성을 향한 만연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
  • 신임 사무총장에 세계적인 인권전문가 아녜스 칼라마르 임명, 국제앰네스티 60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사무총장…”코로나19가 전 세계 불평등을 무참하게 드러내고 심화시켰으며, 세계 지도자들이 인류애를 얼마나 노골적으로 무시하는지 보여주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

(2021-04-07 서울) 세계 최대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이 포함된 149개국의 인권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담긴 ‘2020/21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이하 보고서)을 발표하며 작년 한 해 동안의 세계 인권 현황을 알렸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정책의 유산을 수면 위로 드러냈고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억압을 지속적으로 초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시행해 온 차별적인 정책으로 여성과 난민 등 기존에도 이미 가장 취약했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코로나19 최전선의 보건의료인, 이주노동자, 비공식 경제노동자는 방치된 의료보건체계와 산발적인 경제사회적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를 무자비하게 이용하고 이를 무기로 삼아 새롭게 인권을 공격하기 시작한 각국 지도자들로 전세계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을 빚어왔다.

대한민국 인권 현황

2019년 3.31 ‘낙태죄’ 행진

2019년 3.31 ‘낙태죄’ 행진

이번 보고서에서 국제앰네스티는 이른바 ‘n번방’ 사건처럼 한국사회의 여성 폭력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되었음에 주목했다. 아울러 선출직 공무원들의 직권남용과 성폭력을 언급했다. 또한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사회구조적 차별과 배제가 증폭된 문제에도 집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택배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였지만, 택배노동자는 감염에 취약한 상황에 노출된 채 일하였다. 그 결과 물류센터의 집단 감염뿐 아니라 최소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작년에 과로로 사망했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된 집단 일수록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했다. 작년 12월 서울동부구치소에서는 최소 77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이는 수감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으로 과밀수용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교정시설 수감자와 직원은 코로나19 감염에 더 큰 위험에 처했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과 성적지향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근거 없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이러한 차별적 언론 보도는 LGBTI(성소수자)에 대한 낙인 찍기로 이어졌고, 이들 중 다수가 ‘아우팅(outing)’을 우려해 코로나19 검사를 꺼리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은 “작년 코로나19는 명백한 보건위기였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인권 위기이기도 했다”며 “‘낙태죄’ 폐지,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등 몇 가지 진전이 있었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 오랫동안 묵과해온 공고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여성을 향한 만연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현황

국제앰네스티는 코로나19로 더욱 접근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국경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엄격하게 이동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남한에 정착한 북한 사람의 수는 2000년대 이후 집계된 입국자 수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7년 유엔의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보건 위기가 겹치며 의약품 부족 사태가 심화됐다. 또한 국경 폐쇄로 식량 수입이 크게 줄며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이 크게 위협받았다. 북한 정부는 자의적 구금과 만연한 여성 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언론보도가 나오는 와중에도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입국을 계속 거부했다.

북한 인권 현황과 관련하여 윤지현 사무처장은 “지난해 전세계적 보건위기는 정확한 정보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나라 안팎에서 정보 교환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뿐 아니라 건강권의 침해와도 연관된다”며 “북한 당국은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주민들의 건강과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인권 현황 개요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기형아 낙태' 위헌 결정을 반대하는 시위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기형아 낙태’ 위헌 결정을 반대하는 시위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불평등과 공공 인프라 약화 현상이 코로나19로 극대화되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기존의 불평등으로 소수민족, 난민, 노인, 여성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코로나19는 이미 위험한 상태에 있던 난민과 이주민의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난민과 이주민 중 일부는 비위생적인 캠프나 구금시설에 갇혔고, 국경이 봉쇄되어 갈 길을 잃게 됐다. 국제앰네스티가 모니터링한 149개국 중 42개국에서는 난민 및 이주민을 강제송환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동 자유의 제한, 가해자와 격리된 상태에서 피해자가 폭력을 비밀리에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의 부재, 공공 인프라의 중단 그리고 역량 결여 등의 이유로 여성과 성소수자는 보호와 지원을 받기 어려워졌고, 젠더 기반 폭력과 가정 폭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보고서는 기회주의적이거나 인권에 대한 공격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세계 지도자들의 참담한 실패를 지적했다.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의견 개진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추세가 확인되었으며, 일부 지도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혼란 속 세계 언론의 집중이 분산된 것을 이용해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판하는 사람들을 엄중히 단속하고 인권을 유린했다. 또한, 세계 지도자들은 국제공조를 가로막거나 저해하여 코로나19 공동 대응 노력을 약화시키면서 국제사회에 재앙을 몰고 왔다. 부유한 국가들은 사실상 백신 공급을 독점하여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공중보건 위기와 인권 위기를 마주했다. 세계 백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제약회사의 지식 및 기술 공유를 유도하는데도 실패했다.

구조적 권력 남용의 치명적인 결과들이 팬데믹의 시대에 극명하게 나타났으며, 시민들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불평등에 대항하고 흑인, 소수자, 빈곤층, 노숙인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일어나는 경찰 폭력을 규탄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와 미투 운동(#MeToo), 온라인 기후 시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작년 한 해 인권운동가들이 이뤄낸 주요 성과 또한 포함했다. 특히 젠더 기반 폭력 관련 성과가 두드러졌다. 쿠웨이트, 대한민국, 수단에서 여성과 소녀를 향한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신규 법안이 통과되었고, 아르헨티나, 북아일랜드, 대한민국에서는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는 진일보를 일궈냈다.

신임 사무총장에 아녜스 칼라마르 임명

국제앰네스티 아녜스 칼라마르 신임 사무총장

국제앰네스티 아녜스 칼라마르 신임 사무총장

올해 3월 31일 국제앰네스티는 신임 사무총장에 세계적인 인권전문가 아녜스 칼라마르 박사(Dr. Agnès Callamard)를 임명했다.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의 국제이사회에서 임명하여 4년의 임기를 수행한다.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기 전, 칼라마르 신임 사무총장은 비사법적, 약식 또는 자의적 처형과 같은 주제를 담당하는 유엔 특별보고관으로 역임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의 살인 사건 조사와 같은 업적을 남긴 바 있으며, 칼라마르 신임 사무총장은 1995년에서 2001년까지 국제앰네스티에서 근무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신임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의 60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사무총장이다.

국제앰네스티 아녜스 칼라마르 신임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국가 내, 국가 간 불평등을 무참하게 드러내고 심화시켰으며, 세계 지도자들이 인류애를 얼마나 노골적으로 무시하는지 보여주었다”며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어떤 지도자든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지금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며 “정부와 기업이 인권침해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인권 규범을 무너뜨리거나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국제앰네스티의 철저한 조사와 단호한 캠페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2020/21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 원문을 영/한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 2021/04/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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