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우리나라 공무원은 많은가 적은가

지역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우리나라 공무원은 많은가 적은가

admin | 수, 2020/06/17- 01:06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요구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상반기에만 세 차례에 걸쳐 추경이 이루어지는 등 본격적인 재정확대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하는 건 공공부문의 기능 및 규모다. 공무원 신규임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라도 늘려 고용문제의 물꼬를 트겠다는 건 현 정부의 기본정책임에도, 공감대는 높지 않다.

통계청 ‘2018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취업자 수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는 9.1%, 일반정부 일자리는 7.8%다. 일자리 수로는 전체 2682만 명의 취업자 중 공공부문 245만 개, 일반정부 209만 개다. 일반정부 일자리 가운데 ‘직접 일자리’라고 볼 수 있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관련 일자리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중상위 수준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신분상’ 공무원이 많은 편이라는 얘기다. 공무원 수가 적다고 하는 것은 다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또 하나 특징은 중앙정부 내 공무원의 비중이 OECD 평균 대비 10.6%포인트나 높다는 점이다. 공공부문에서 직접 사회서비스를 하는 일자리보다 행정을 처리하는 일자리 비중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통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사학연금 가입 교직원, 사회복지 및 어린이집 시설 종사자, 노인일자리 규모는 정부 발표 일반정부 일자리의 67.7%에 달하는 규모다. 의무사병·사회복무요원 등도 공공부문에 종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민간위탁·보조금 등의 형태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의 지원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직업군 규모도 상당하다. 본격적인 재정확대에 앞서 공공부문의 범위와 기능을 명확히 하고 정확한 통계 산출 및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한국의 공무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공개 경쟁시험 비중이 월등히 높고, 공무원 임용 개방성 지수는 상당히 낮다. 또 직업안정성이 평균보다 높고, 중앙정부 내 공무원과 비공무원 간 격차가 크다. 공무원과 비공무원 간 격차는 공직 임용 개방성을 저해하고 조직 내 칸막이로 작용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해친다. 이 같은 구분과 차별적 대우의 합리성 및 효율성에 대해 점검하고, 공공부문 종사자의 정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신분으로서의 공무원을 역할로서의 공무원, 세금으로 봉사하는 공무원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분은 권력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우리나라 공무원은 많은가 적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요구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상반기에만 세 차례에 걸쳐 추경이 이루어지는 등 본격적인 재정확대가 이···

weekly.khan.co.kr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국제앰네스티 X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작가명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참여 소감

느리지만 확신을 가지고 함께 걷고 있습니다. 눈 앞에는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잔뜩 쌓여 우리를 막아내고 있는 것 같아도 뒤돌아 돌이켜보니 우리는 꽤 멀리 나와 있더군요. 한걸음씩 따박따박 걸어나온 시간들이 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 먼저 미래로 갑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8
3
0

경제위기 제도적 대책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왕재 부소장

 

코로나19 전염병은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층 건강 약자를 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는 실업자, 일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알바 청년,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를 노린다.

 

저축과 신용이 없는 이들은 일자리에서 짤리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바닥난 통장을 손에 쥐고 불안해 하고 있다.

기초수급 지원을 받는 빈곤계층은 작지만 안정적인 사회안전망 체계에서 공공기관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는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행정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떨어져 있다.

 

경제 위기시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고용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을 지원한다. 하지만 수혜자는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고용유지에 실패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경우에 그렇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들은 해고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는다. 이들도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니고 실업급여도 없다.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고 하지만 가게가 망한 다음에는 모두 별무소용이다.

 

한번도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준비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기회가 없으니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경제위기로 취업의 기회가 없어졌지만 경제 위기 상태에 놓인 사실조차 파악되기 어렵다.

 

전국민 실업안전망(전 국민 고용보험제) 구축으로 모든 국민을 실업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실업급여가 필요한 국민들의 35%정도만 포괄하고 있다. 사실상의 실업자 400만명과 언제든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민들이 고용보험 또는 실업부조 등의 안전망에 포함돼야 한다.”

 

지금부터 10년 전 2009년 한겨레신문에 실린 당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칼럼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이 35%에서 49%로 바뀐 것만 제외하면 지금에 오히려 절실한 제안이다.

 

20198월 기준 취업자 수는 2,736만명이다. 이 중 비임금근로자 680만명(25%), 고용보험적용제외 취업자 178만명(7%),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 378만명(14%) 45%에 달하는 취업자가 고용보험의 실질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국민 생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늘리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이 기회에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지금이 적기이다.

 

지난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를 이제 시작할 때이다. 재원 마련, 지급 기준 등 세부적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와 제도 설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수, 2020/04/15- 01:59
3
0

 

[칼럼] 가치지향적 소비를 향한 디딤돌 – 시민연구자 조효진 님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한 기업행동 이력평가>라는 주제로 희망제작소의 온갖 문제연구, 시민연구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지향적 소비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대안을 찾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소비방식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품질, 서비스, 가격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좋은 기업은 흥하고 나쁜 기업은 힘을 쓰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기업을 관찰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치지향적 소비로 나아가는 길에 있는 걸림돌 몇 개를 치워두려 한다.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 지원 프로젝트 덕분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어라, 걸림돌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였네?’ 하는 날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배운 점도 많다. 오늘은 칼럼을 통해 배운 점을 공유해본다.

가치지향적 소비, 이미 하고 계시네요!

총 76명의 시민분께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특정 기업의 제품을 불매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대다수 시민은 불매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불매를 생활화하고 있다는 답변도 23.7%에 달했다.

그렇다면 선행을 한 기업의 제품을 일부러 구매하기도 하냐는 질문에는, 55.2%의 시민들이 긍정적 답변을, 그중에서도 11.8%는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두 가지 질문을 통해 대다수의 시민분이 가치지향적 소비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은 불매 또는 구매에 있어 기업이 미치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있다. ⓒ 만점팀

 

걸림돌 발견, 정보 과잉에 의한 정보 부족

이미 시민들은 가치지향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지향적 소비의 판단기준인 기업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시민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갑질 등 행위에 대한 정보를 주로 신문 및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다(52.6%의 시민응답)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과 뉴스에서 접하는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하나, 신문과 뉴스는 기업의 사건, 사고 등을 취재하여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준다(약한 긍정). 둘, 그렇기에 기업과 제품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생산해내는 매체라고 생각한다(강한 긍정). 셋, 그러나 무조건 기사 내용을 수용할 수는 없다.

왜냐면 신문과 뉴스는 기업의 광고를 받아 홍보 매체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강한 긍정). 넷, 그리고 뉴스와 신문으로는 사건의 원인, 후속대응, 결과 등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약한 부정).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신문과 뉴스 등 언론자료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들을 담고 있다. ⓒ 만점팀

 

위 생각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정보 과잉에 의한 정보 부족’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만큼 넘쳐난다. 하지만 믿을 수 있고, 전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리된 정보는 부족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은 유의미한 정보를 찾는 데 들여야 할 시간을 늘릴 뿐이다. 포털사이트에 기업명을 검색하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정보들이 나열되지만, 그 속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에 관해 가치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즉, 기업의 행동을 종합하고, 정리한 정보가 필요하다.

기업의 행동을 조사하고 정리해보자

우리는 건강, 일자리, 환경오염, 인권·정의 등 17개 기준(K-SDGs 사이트 참고)으로 기업별 행동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기업의 행동을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하여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를 그렸다.

기업은 청년 및 저소득 아동에 대한 교육 지원, 주거 지원, 에너지 효율 증대 및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긍정 행동을 했다. 그러나 발암물질 배출 및 대기오염 등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악화시켰고, 연속된 산업재해로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또한, 각종 뇌물, 비리 사건으로 인권·정의 부문에서도 부정행위가 다수 드러났다.


<기업행동 분석> 두 기업의 3개년 간의 긍·부정 행위를 하나의 그래프로 나타냈다. ⓒ 만점팀

 

긍정과 부정 행동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세부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도 살펴보았다. A 기업은 2017년 발암물질 배출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 이후 2018년부터는 대기오염 저감 숲을 조성하며 긍정 행동을 지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9년, 그동안 대기오염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며, 부정 행동을 나타내는 기사가 급증했다.


<기업행동 분석> 건강(3) 목표의 7번째 세부목표 “유해 화학물질, 대기, 물, 토양오염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을 줄인다.”에 대한 A 기업의 행동을 기간별로 분석했다. ⓒ 만점팀

 

조금 더 나아가서

수많은 언론자료는 기업들의 행동을 담고 있었고, 하나씩 되뇌어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사건·사고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연구 과정에서, 기업의 잘잘못을 알리고 점수를 매기는 등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언론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세부적인 사건들까지 지도로 정리한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이성진 정책실장님, 그리고 영국의 4만여 개의 기업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Ethical consumer’가 인상 깊었다.

가치지향적 소비에 관한 시민연구는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가는 과정 그 자체로 우리에겐 의미가 있었다. 생각만큼 수월하진 않았지만, 걸림돌이 어디에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떻게 빼면 좋을지 고민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언젠가 우리의 과정과 연구 결과가 같은 관심을 가진, 혹은 이미 노력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닿아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 각주
1) [분석 방법] : 언론 자료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5점 척도로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다. 평균 3점을 기준으로 3점 이상일 경우 긍정 인식, 3점 이하일 경우 부정 인식으로 해석했다. 또한 긍정 및 부정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긍정응답자-부정응답자)/전체응답자”를 지표로 사용했다. 해당 값이 –1부터 –0.5 사이의 값일 때 강한 부정, -0.5부터 0 사이의 값일 때 약한 부정, 0부터 0.5 사이의 값일 때 약한 긍정, 0.5부터 1 사이의 값일 때 강한 긍정으로 판별할 수 있다.

화, 2020/01/21- 18:36
3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작가 하미나님의 기고문입니다.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하미나

 

돌이켜보면 한 번도 페미니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활동가는 커녕 광장에도 제대로 나가본 일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구호를 외칠 때면 혼자서 ‘아 근데 꼭 이것만 맞는 말인가?’ 딴 생각이 들며 군중 속에서 홀로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열렬한 활동가로 지낼 거라는 상상을 못했던 건 “튀려고 하지마. 평범하게 살아.”를 반복하던 부모의 말 때문일 수도 있고, 또 내 머릿속 심어진 활동가, 특히 페미니스트 활동가에 관한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활동가는 늘 확신에 차 있고 온갖 훼방에도 꿈쩍 않는 강한 사람들일줄 알았다. 나는 의심이 많고 툭하면 우는 사람이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확신보다는 질문이, 강함보다는 연약함이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나는 ‘페미당당’을 만나며 어쩌다 활동가가 되었다. 페미당당은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2016년 4월 총선 때 결성됐다. 페미니즘 의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성 정당에 실망하여 “뽑을 당이 없다면 우리가 직접 창당하자”는 의지로 반쯤 농담처럼 모인 친구들 모임이었다.

활동이 무게감을 가지고 본격화된 것은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이후 일어난 시위에서 ‘거울행동’ 퍼포먼스를 하면서부터다. 가해자는 7명의 남성을 보내고 최초로 들어온 여자를 죽였다. 정확히 여성을 표적한 사건이었으나 세상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말 대신 묻지마 범죄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미당당은 이 사건이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었던 범죄임을 보이기 위해 근조 리본이 달린 영정 크기의 거울을 들고 강남역 10번 출구를 함께 걸었다.

당시 나는 제자에게 상습 성추행을 저지른 대학교수를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여성임을 자각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에서 이제는 반드시 자각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기로 이동하게 됐다. 삶의 모든 것이 재편되었다. 내가 입는 옷, 대화를 하는 방식, 공부의 방향, 관계를 맺는 방식, 가족과의 관계 등등. 페미당당과는 그 과정에서 만났다.

활동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제까지 뭉쳐왔던 분노와 이를 동력으로 삼은 에너지가 가슴 속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주변인과 참 많이도 싸우고 이별했다. 나에게 종종 전화해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던 남성 과선배는 어느날 전화하더니 너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진정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 시기 나와 내 주변을 바꿔가며 자기의 세상을 뒤엎어버린 또래의 여자가 많을 것이다.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인생의 한 번은 꼭 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었다.

페미당당에서 나는 세미나를 맡았다. 나와 친구들처럼 ‘어쩌다 페미니스트’가 된 여자들을 위해 개최했다. 살려고 보니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데, 그 말을 그토록 무서워하는데, 그러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겠는데, 근데 나는 충분히 페미니스트인가? 그러면 이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미나였다.

페미니즘 정치(“여성이 비로소 사람이 되었을 때”), 가스라이팅(“가장 약한 마음을 가장 강한 용기로 사랑하라”), 범죄(“‘괴물’앞에 선 여성들”), 대중문화(“페미니스트 분들 계시는 자리에 케이팝 틀어도 되나요?”), 트랜스젠더(“당신의 성별을 증명하시오”), 낙태죄(“나라님 말대로 낳고 말고 해야 한답니까”), 과학(“과학이 페미니즘을 만나 더 나은 과학이 되기를”), 학교(“우리가 하는 일은 이전에는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것”), 디지털 성폭력(“우리의 일상은 당신들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최근 이 세미나를 기반으로 책을 냈다. 제목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여성으로 사는 삶을 자각하게 된 것은 사실 행운이다. 이전에는 행동으로 나설만큼 심각하게 차별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거니까. 혹은 차별을 당해도 더 잘하면 된다고, 예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똑똑한 여자들의 많은 수가 이런 착각을 많이 한다. 능력주의는 사회의 수많은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을 너무 개인의 몫으로 남겨 둔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런 때가 온다. 도저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때.

여성으로 사는 삶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늦춰지는 건 앞선 여자들의 덕이다. 그들이 싸워서 얻어낸 것 덕분이다. 탁월한 단 한 명의 여성보다는 그럭저럭 평범한 여성 여럿이 사회에서 활개를 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우먼이 아니라 작당모의다. 앞선 여자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간다.

페미니즘에 눈을 뜬 최초의 자각은 강렬했고 모든 것이 명쾌했다. 연대는 달콤하고 감동스러웠다. 그러나 분노가 엄청난 동력을 만들어낼수록 몸은 지쳐 나가 떨어졌다. 지금은 동질성보다는 차이를 더 자주 생각한다. 우리라는 말보다는 우리로 포함이 안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뻣뻣한 연대보다는 유연한 연대를 생각한다. 분노보다는 유머와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생각한다.

얼마전 내가 원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런 결론이 나왔다. 나는 뭐든 돼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정확히는 그런 상상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손상과 훼손과 약함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죽음과 질병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특이해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여성의 삶, 환자의 삶, 장애인의 삶, 노인의 삶, 유색 인종의 삶, 레즈비언의 삶, 트랜스젠더의 삶, 노동자의 삶, 가난한 사람의 삶, 페미니스트의 삶을 상상할 때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든, 그렇게 존재하겠다고 선택했든, 원하지 않았지만 뜻밖에 그렇게 되었든 관계없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장혜영이 추천사로 써주셨던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짓고 싶다. “없던 길을 내면서 가는 저항자로서의 여성들이 여기에 있다. 성별이분법과 성차별, 성폭력으로 쌓아올려진 견고한 성채에 균열을 일으키는 최고의 무기는 질문이다. 어떤 질문이 우리를 가두고 길들이는가? 어떤 질문이 여성을, 나아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가?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들은 길을 만든다. 그리고 걸어간다. 때로 막다른 골목을 마주치더라도, 가스등이 깜빡이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아직 멈추고 싶지 않기에. 그렇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섬세하게 싸우고 복잡하게 연대하며 함께 걷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작가명

작가 하미나

참여 소감

분노로 너무 지치지 않기를, 유머와 상상력이 동력이 되기를.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작가 하미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6
3
0

[칼럼] 한국인이든, 탈북인이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 시민연구자 김명애 님

북한에 관심이 많아 탈북청소년의 한국 적응을 돕고자 꾸준히 만나왔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려고 만난 탈북 청소년 중 한 명은 3년 전에 수줍게 인사만 나누던 학생이었다. 당시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 눈도 전혀 못 마주치고, 핏기없는 낯빛에 머리가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만나니 까르르 웃어댈 정도로 어찌나 밝아졌는지,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믿기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무엇이 널 이렇게 웃게끔 했니?” 어쩌면 내가 하려는 연구인 탈북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에 미치는 긍정요소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될 수 있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져봤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전문상담사에게 여러 번 상담을 받았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아마 누구나 이런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 놓인 적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다. 이 친구도 목숨을 걸고 탈북을 시도해 어렵사리 한국에 왔지만,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 사회에서 북한에서 힘들게 왔다고 해서 특별히 따뜻한 눈빛이나 손길을 내미는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인이라고 하기에 뭔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 겁나는 상황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게 된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점차 알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이 점차 편안해졌다고 한다.

자아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누군지를 알지 못하면 북한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아~ 이게 나지. 맞아! 이 모습이 나야.”라고 하면서 심리적, 사회적 안정을 찾게 된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지 않는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어중간한 신체적 변화와 함께 남성과 여성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체성을 혼란을 느꼈는지 되짚어 보면 그때의 심적 고통이 떠오를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고려해 나를 포장하기보다는 상황 그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사회라는 곳에 적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또 주위에 자신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들에게 얼마나 큰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고 감사하는 탈북청소년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느꼈다. 앞서 말했던 그 친구는 한국에서든 북한에서든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친구의 말에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했다.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과 너무 행복한 모습에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탈북청소년의 한국 문화 적응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간호의 긍정적 요인을 연구하면서 어찌 보면 한국, 북한 나눌 것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긍정 요인을 연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쓴 현실 앞에서 탈북청소년에 관한 연구를 발판으로 아파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나아가 전 세계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긍정 요인을 찾아주고 싶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나아갈 수 있는 요인을 알아가는 연구로 점차 확장되길 기대한다.

[칼럼] 남한 사회에 적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 시민연구자 백성희 님

청소년 시기는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성인기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탈북한 청소년은 북한에서 태어나 북한의 교육을 받다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또 다른 적응 시기를 보낸 후 남한으로 들어온다.

남한 사회라는 세 번째 다른 세상에 놓이며 자신의 역할에 많은 혼돈을 겪는다. 기본적인 지지체계인 가족은 해체되거나 상실된 상태이다. 지지체계의 상실과 함께 남한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연결된 교육을 받지 못해 학력이 결손 난 상황에 놓인다.

하나원을 통한 교육 이후에는 학교에 다니지만,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사나 친구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중도 탈락률이 일반 중고등학교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청소년 시기는 곁으로 보이는 자신의 신체상이 매우 중요하다. 남한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청소년은 외모와 말투가 확연히 다름으로 드러나지 않은 낙인을 경험한다. 여러 과정을 거쳤기에 또래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흔하다.

북한에서 왔다고 특별하게 인식되면서 겪는 불편함도 있다. 많은 탈북청소년이 일상생활에서 겉으로는 남한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가 싶어도 우울과 불안과 같은 내면화된 정서 반응을 보인다. 남한 사람에 의해 드러난 낙인과 스스로 지닌 숨겨진 낙인으로 낮은 자존감, 수치심을 겪는다.

탈북청소년이 남한 사회에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이루는 긍정적인 요인이 무엇일까. 많은 연구에서 사회적 지지수준이 높을수록 심리·사회적인 적응과 일상생활의 적응수준이 높은 결과를 보였다. 지지체계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남한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서 갖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과 사회에서 제공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한으로 오기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잠재적인 심리적 문제들은 공식적인 지지체계보다는 비공식적인 소집단에 참여하고, 여기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정서적인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기도 하는 경우를 봤다.

그만큼 소집단이 활성화되고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맞는 교육, 각각의 상황에 맞는 맞춤 교육을 하면서 한국사회의 심리·사회·문화적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터민은 우리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신분이 노출되었을 때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 자신을 숨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하면서 모든 편견에 맞서서 곳곳에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새터민을 만났다.

청소년기에 탈북해 남한 사회의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성인에 이른 한 새터민은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자신이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극복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서적인 지지체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탈북청소년에게 남한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을 때 자유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꿈에 부풀어 바다에 가고 싶다고도 했다. 남한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다고 한다.

‘자유’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스스로 옭아매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구분될 때 자신이 자신의 자유를 빼앗아 버릴 수 있다. 지키고자 하는 자유가 단단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발견하는 청소년기에 남한 사회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적응에 성공해 안정을 찾길 바란다.

[칼럼] 탈북인 그들이 가진 고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 – 시민연구자 정란 님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공동체 의식에 관해 생각했다. 공동체란 소속감과 안정을 대표하는 사회적 구성에 기본 관념이다. 이와 관련해 인간의 기본욕구 중 소속과 안정의 욕구에 대한 결핍은 상위욕구를 향하는 열정마저 사그라지게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제3국을 통해 남한으로 넘어오려는 욕구는 생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욕구는 소속과 안정감이다. 그렇기에 하나원에서 사회화를 위한 교화 교육을 받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벅참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을지 탈북청소년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담으로는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쓸 수 없을 듯하다. 그간 탈북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은 청소년기 탈북민과 교류하면서 나에게도 그들을 향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깨닫게 했다.

또 그들은 유학생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깝고도 먼 북한 땅에서 다른 문화와 교육을 받았기에 사상과 가치관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것 같았는데 실제 만난 탈북청소년은 새로운 문화를 동경하고 또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한국문화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헤매는 여느 유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어쭙잖은 나의 섣부른 통찰력과 무분별한 조언은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행에 신중함을 기하고, 젊은 연구자의 장점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과 관련해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나의 자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난 왜 그들이 우물 안 개구리와 같다는 여기며 정보를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느꼈을까. 정작 우물 속에 있던 사람은 연구자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탈북청소년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확고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과 만난 모임에서, 그리고 나눈 대화에서 자아 성찰을 하며 발전을 꾀했고, 그들에게 소속의 안정감을 주려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접근하기로 했다.

탈북청소년이기에 최신 추세에 민감하고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나 역시 외국에 나가서 그곳의 경향과 유행을 따라가기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강점을 찾아주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빨갛게 머리를 물들인 남자 탈북청소년은 탈북한 지 갓 1년이 지났을 때였다. 북한식 말투와 억양이 강해 나서서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다 보니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어 한국에 온 이후 학교를 여러 번 옮길 수밖에 없던 사연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았다.

이를 통해 탈북청소년과 정감 어린 교감을 했고, 탈북청소년이 아닌 평범하게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고등학생의 멘토가 되어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통해 “우리”, “함께”라는 소속감을 심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같은 여성이라는 성별을 앞세워 진학과 결혼, 육아에 대해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미래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외에 꿈과 관련해 현재의 불안함과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나눴고, 탈북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다며 힘을 북돋웠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거창하게 생각했던 연구과제는 생각 외로 단순한 문제로 다가왔다. 소속감과 안정은 협회나 단체를 통해서만 충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롭게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연구라는 거창한 단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연함이 있었다. 나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문제점이지만 풀어내기엔 너무 큰 과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과제를 수행하면서 위대한 발명은 대부분 호기심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그러한 호기심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함을 느낀다. 연구주제가 포괄적이지만 대상자를 선정함에는 어려움이 큰 연구다.

탈북이라는 특성상 가명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고, 특히 청소년기를 겪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번 연구로 즉각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건 그들의 삶에 있어서 소속과 안정은 다음 욕구와 자아 성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화, 2020/01/21- 18:36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