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2020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추적단불꽃’ 인터뷰

지역

2020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추적단불꽃’ 인터뷰

admin | 금, 2020/06/12- 01:57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0년 앰네스티 언론상 故김복동 평화인권운동가와 함께 추적단불꽃을 특별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4월 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서울 시내 한 스튜디오에서 추적단불꽃을 만나 상패를 건넸다.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영상 콘텐츠에 다 담지 못한 인터뷰 전문을 재구성해 수록한다.

기자는 사건의 목격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동행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0년 앰네스티 언론상 故김복동 평화인권운동가와 함께 추적단불꽃을 특별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4월 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서울 시내 한 스튜디오에서 추적단불꽃을 만나 상패를 건넸다.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영상 콘텐츠에 다 담지 못한 인터뷰 전문을 재구성해 수록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추적단불꽃입니다.
저희는 ‘n번방’,
텔레그램 ‘n번방’의 실태를
계속해서 따라가면서 9개월 간
추적을 해왔습니다.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 부담감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해온 일들은 사실 이전에도 많은 여성분들이 해오시던 일이고 저희는 그 중에 한 부분일 뿐인데, 그 분들을 대표하는 상을 받게 된 거 같아서 감사한 마음도 크지만 한편으로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물론 (상을) 받아서 기뻤고, 국제앰네스티에서 받은 거다 보니까 저희가 인권에 기여를 해서, 그 공로를 인정받는 상인 것 같아서 뿌듯함도 컸어요. 사실 안 믿겼어요. 저희는 대학생인데,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되나? 공동 수상자가 故김복동 활동가님이어서 더 영광스러웠습니다.

저희는 대학생인데,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되나?

두 분은 언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으로서, 시작은 기사 공모전에 응모할 아이템으로 디지털 성착취를 취재하기 시작한 것이었죠.

2019년 7월부터 텔레그램 ‘n번방’을 취재를 해왔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원하던 것은 ‘불법촬영물이 오가는 사이트들을 심층취재 해보자’ 정도였는데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게 텔레그램 ‘n번방’이었어요. 우선 경찰에 신고를 한 후, 경찰에게 협조 수사를 하는 과정을 취재기로 담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론화 된 것은 언제부터였다고 보시나요?

취재기를 담은 저희 기사가 공식적으로 뉴스통신진흥회 홈페이지에 게재가 되었고, 2달 후에 한겨레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는 그 동안 ‘n번방’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가해자들의 대화 채증본이라던지, 피해자들의 성착취물 유통 정황 등을 기자님들께 최대한 설명해드렸죠. 그렇게 11월부터 <한겨레>에 ‘n번방’ 관련 박사방 심층취재 연속 보도물이 나왔어요.

그렇게 신문 지면에 나갔는데, 생각했던 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았어요. 불안한 마음에 다른 방송사에도 계속 연락을 해서 타 방송국 시사 프로그램에도 채증본을 제공해드렸고, 보도할 때 인터뷰에도 참여 하면서 계속해서 공론화에 힘을 쏟았어요.

결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지난 3월 <국민일보>에서 ‘n번방’ 추적기 4부작 연재였어요, ‘n번방’을 추적했을 당시 ‘추적단 불꽃’의 시점으로 풀어간 기사였어요. 그 기사가 나가고 확실히 파급력이 훨씬 더 컸던 것 같았어요. 그 후 거의 30곳 이상의 언론 인터뷰를 요청받았는데, 저희가 모든 인터뷰를 한 이유는 한가지였어요.

사람들마다 보는 신문이 다르고 뉴스가 다르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어떤 곳이든 다 나가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라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저희 존재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분들이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사회가 피해자들이 언론이나 경찰에 섣불리 연락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에,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저희에게 연락을 주신 거라고 봐요.

저희가 모든 인터뷰를 한 이유는 한가지였어요.
사람들마다 보는 신문이 다르고 뉴스가 다르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어떤 곳이든 다 나가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라는 생각이었죠.

증거를 채집하는 과정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작년 7월 중순부터 매일 아침 추적을 해왔는데요. 한마디로, 매일 아침이 두려웠습니다. 매일 아침 텔레그램 대화방을 봤습니다. 새벽에 가해자들의 활동이 특히 많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텔레그램에 들어가면 수 십개의 대화방에 수 만개의 대화가 쌓여있었습니다. 그 대화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신상이 특정될 만한 대화들은 다 채증을 해두었구요. 담당 경찰과 사용하던 단체 채팅방에 ‘이들이 이런 말을 했다’는 식으로 공유하며 수사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피해자들이 실시간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만

매일 아침, 30분 가량 온라인 채증을 같이하고 수업이 끝나는 저녁 6시 이후부터 계속 텔레그램방을 보는 게 저희의 일상이었는데요, 그 시간들 동안 사실 많은 불안감도 느꼈고, 좌절감도 겪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실시간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경찰에게 전달하는 거 밖에 없었기 때문에 무력감과 좌절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경찰에게 전달하는 거 밖에 없었기 때문에 무력감과 좌절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을 멈추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언젠간 바뀌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거기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저희가 최초로 공모전에 ‘n번방’ 관련해 보도를 했고, 경찰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언젠간 바뀌겠지’ 싶었던 거죠. 언젠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될 순간을 기다리면서 채증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도 물론 너무 힘들고, 보는 게 너무 괴로웠지만 텔레그램 어플을 삭제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하나였던 것 같아요.

언젠가 이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순간을 기다리면서

이렇게 채증했던 게,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실제로, 다행히도 저희가 채증을 했던 자료들이 경찰 수사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언론에서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대화나 가해자의 정신상태를 분석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어요.

힘들어하는 서로에게 어떤 격려의 말을 주고 받나요?

격려는 정말 매일 하는 것 같은데요. 최근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오늘 하루 고생했다’,’푹 자라’하는 게 하루의 마무리 멘트예요.

추적단불꽃은 두 분이잖아요.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가능했을 것 같아요.

네, 둘이라서,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피해가 일어나고 있으면, ‘아 이거 어떡하지’, 하면서 둘이서 머리 싸매고, (범죄가) 새벽에 주로 일어나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경찰한테 연락을 하자’, 이러고 둘이 서로 막 괜찮냐고 너 먼저 자라고 도닥여주면서, 서로 많이 걱정을 했죠. 힘들 걸 아니까. 혼자였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 같아요. 혼자였으면 하다가 포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 이거 어떡하지 둘이서 머리 싸매고

사실 제가 최근에 스토킹 비슷한, 어떤 위협을 받은 적이 있어요. 길에서 누가 저를 계속 따라오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추적단불꽃의 또 한 명의 멤버인) 언니에게 전화를 하고, 경찰한테 신고를 했고요. 그런데 제가 마침 언니를 만나러 가는 중이어서, 도착지에 언니가 절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언니가 저를 꼬옥 안아줬는데, 그 때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만약에 제가 혼자 이 일을 해왔었더라면 그런 일을 겪더라도 제가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었을텐데, ‘팀’이라는 것에 안도를 느낀 순간이었죠.

증거 채집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요?

휴대폰 캡쳐 기능 아니면 컴퓨터 화면 캡쳐 기능 그리고 화면 녹화 기능을 사용했어요. 가해자들이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는 것을 녹화해뒀었거든요. 왜냐면 텔레그램은 가해자들이 말을 한 다음에, 자기들이 생각해도 이거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싶은 것은 삭제를 할 수가 있어요. 그런 찰나의 순간을 포착을 하기 위해서 화면 녹화를 한 적도 있고요.

주로 핸드폰을 사용을 해서 캡처를 해두다보니, 저는 제 핸드폰 갤러리를 밖에서는 잘 안 열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열자마자 거의 모든 사진이 다 캡쳐본이니까. 캡쳐 사진 사이사이에 저희 사진이 있으면 그것도 되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저는 그 이후로 셀카를 안 찍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그 이후로 셀카를 아예 안 찍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성희롱이 오가는 대화들(의 캡처본) 사이에 제 사진을 두고 싶지조차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7월 이후로는 셀카를 찍어본 적도 없는 것 같고요. 밖에서 핸드폰을 여는 것 자체가, 앨범에 들어가는 거 자체가 저희에게는, 혹시라도 누가 보면 이것 또한 2차 피해가 될 수 있는 거니까 조심하느라 아예 앨범을 열지 않았죠.

추적단불꽃의 활동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경찰은 뭐했냐’는 비난도, 의도치 않게 불거졌었는데요,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일부 언론에서는 경찰의 직무유기 아니냐 일반 학생들한테 이 책임을 지운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오히려 조금 당황스럽더라고요. 저희가 처음 이 사건을 경찰서에 신고를 했을 때 ‘이건 그냥 경찰서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으로 인계를 해야 한다’ 하셔서 저희가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어차피 저희가 (기사 작성을 위해) 취재를 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니까 ‘취재를 하다가 가해 사실이 발견이 되면은 채증을 해서 도와주실 수 있느냐’ 하는 정도였고, 저희도 가해자를 잡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승낙을 했던 겁니다. 함께 수사에 임했던 경찰들은 정말 열심히 가해자들을 추적하셨고요.

사이버수사대 안에 성폭력팀이 따로 있는데, 그곳에서 이 사건을 단순 ‘야동 사건’이 아닌 ‘성범죄’로 봤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거라고 보거든요.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경찰도 물론 있고 그 지점은 늘 안타깝지만 적어도 저희가 만났던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는 말도 하고 싶어요.

국제앰네스티는 언론인을 ‘언론 인권옹호자’라고 부릅니다. 예비 언론인으로서, 인권 중심적 보도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소외됐던 사람들에 대해 더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보도 같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도 사건의 피해자들이 어떻게 해서 피해자가 됐을까에 집중한 언론이 굉장히 적어요. 피해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사건을 이야기함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챙길 수 있게끔, 언론에서 ‘스피커’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언론이 인권의 가치를 지킨다는 건, ‘정말 별게 아니구나, 그 동안 외면해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런 이야기가 시작된다면, 숨어 지내던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 수가 있으니까요.

피해자들이 왜 피해를 당했고, 그렇고 이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앞으로 이 트라우마를 완화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을 해봐야한다고 봐요

저희는 피해자와 언론사 사이에서 그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보거든요. 피해자들이 (언론) 인터뷰를 하기 전에, 피해자들을 상담사분들과 연결시켜드린다던지,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사님들, 아니면 다른 지원센터와도 피해자분들을 연계해드렸어요.

그 분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저희는 많은 배움을 얻은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언론인, 기자의 직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설정해 볼 수 있었던 기회랄까요? 최소한,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그분들이 상담을 필요로 하시면 심리치료센터랑 연결도 해드리고, 가능한한 최대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누리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역할을 하는 것 까지, 그 과정까지 같이 하는 게 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는 단순히 목격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동행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해도 언론사가 손해보는 게 전혀 없고, 언론이 추구하는 공익의 가치를 더 진실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요.

기자는 단순히 목격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동행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추적단불꽃의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나요?

계속해서 소리를 내야겠죠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서 모든 언론이 말씀을 해주시기를, 혹은 정부나 국회에서 말씀을 하시기를, ‘정부가 할 일, 언론이 할 일을 대학생 두 명이 해냈다. 앞으로는 정부와 언론이 맡아서 해결을 해가야 한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긴 했는데, 사실 저희는 4월 총선이 끝나고 열기가 식은 것 같아서 되게 불안하거든요.

저희 팀 이름이 불꽃인 것도 있지만, 계속해서 불씨를 살려 나가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서 싸우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피의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끔, 그런 활동들을 피해자 편에서 계속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그 피해자들은 잊지 않는 것 같아요

잊지 말아야 할 것, 마지막으로 한번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이 사건을, 비단 추적단불꽃이라는 대학생 두 명이 발견한 사건이고, 그런데 20대 남자 가해자들이 가장 많았던 그런, 10대 20대 진영 안의 싸움이다 이렇게 볼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왜 피해를 당했고, 그렇고 이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앞으로 이 트라우마를 완화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을 해봐야한다고 봐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피해자들을 잊지 않는 것 같아요. 최소한의… 최소한의 책임이랄까요? 기자여서뿐만이 아니라 그냥 20대? 여성? 사람? 으로서요.

개개인의 인식이 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양형 기준도 높아져야 하고, 국회의원이나 재판관들이나 정부 부처 사람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결국 이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남성기득권이거든요. 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 사건은 또 이렇게 흐지부지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남성기득권들의 인식이라고 봐요. 사실 가장 시급한 문제죠.

물론 입법이 가장 중요하지만, ‘야당이 어떻게, 여당이 어떻게’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다 차치하고라도, 저희가 나름대로 사건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할 때 가장 답답했던 건 이 벽이었어요. 저희와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분들 사이에 뭔가 벽이 존재한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런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저희가 나름대로 사건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할 때 가장 답답했던 건 이 벽이었어요.
저희와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분들 사이에 뭔가
벽이 존재한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런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브랜드 쇼룸인가요?대표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손꼽히는 성수동. 과거 공장 지대이자 전통적인 수제화 제조업의 메카로 통하던 이곳 분주한 길목에 역동적인 ‘공’이 굴러가는 그래픽이 돋보이는 이색 전시가 진행 중이다. 바로 지난 12월 28일부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선보이고 있는 전시 캠페인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
브랜드 쇼룸인가요?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
브랜드 쇼룸인가요?

 
대표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손꼽히는 성수동. 과거 공장 지대이자 전통적인 수제화 제조업의 메카로 통하던 이곳 분주한 길목에 역동적인 ‘공’이 굴러가는 그래픽이 돋보이는 이색 전시가 진행 중이다. 바로 지난 12월 28일부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선보이고 있는 전시 캠페인

Hit the Ball,
Hit the Action

 

성수동 거리를 지나던 가족, 친구, 연인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전시장에 들어선다. 전시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공과 골프채, 트랙별 게임룰이 적힌 팜플렛이자 점수표를 들고 미니 골프를 즐기기 위해 트랙 앞에 선다.

 

1번 트랙의 테마는 ‘택배상자’. 트랙 안내판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다 불법 마약 거래에 연루됐다는 누명을 쓴 열일곱 살 소년이 재판도 없이 10년 징역형을 살고 있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그런가하면 3번 트랙에서는 강제히잡착용법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역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스물 네살 이란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랙의 골인 지점은 감옥을 형상화한 쇠창살로 된 울타리 안에 있는데, 그 사이로 어렵사리 공을 집어 넣으면 조형물 윗부분에서 오색찬란 무지개빛이 반짝인다. 강제와 억압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향한 그의 신념에 박수 갈채를 보내듯.

 

우발적인 총기 오발 사고로 15살에 교수형을 선고 받은 남수단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6번 트랙은 ‘사형제 폐지’가 지닌 무게감에 상응하듯 최고 난이도 코스로 설계했다. 숫자 9를 닮은 트랙 형태는 사건의 발단이 된 권총 모양을 나타낸 것. 미세하게 높낮이가 다른 원형 트랙을 빙 둘러 골인 지점에 공을 넣으면 ‘사형제’ 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어지며 ‘폐지하라’는 메시지를 내보인다. 새 시대를 알리는 듯한 희망찬 종소리도 짤랑 울린다.

 

관람객들은 이와 같은 총 6개의 사례가 녹아있는 트랙에서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직접 몸을 움직여 목표를 달성하는 집중도 높은 경험을 하게 된다. 가장 마지막으로는 게임에 사용했던 공에 핸드프린터기를 사용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새겨 넣고 리프트에 공을 태워 보낸다. 구불구불한 레일을 통과한 공은 투명한 우체통으로 아슬아슬, 그러나 명쾌하게 낙하한다.

 

당신의 행동에 감사하다는 유스들의 메시지가 때맞춰 영수증 형태로 출력된다. 영수증 속 QR코드를 따라가면 전시장 내 아이패드에도 띄워져 있는 캠페인 탄원 페이지가 뜬다. 그렇다. 이 모든 과정은 그간 국제앰네스티가 연말마다 박차를 가해온 명실상부 세계 최대 인권 캠페인, ‘Write for Rights 편지쓰기 캠페인’에 대한 재해석이다.

 

미니골프는 보통 트랙마다 다른 장애물이 있어요. 플레이어들은 각기 다른 장애물을 넘기 위해 트랙별로 요구하는 특정한 미션을 수행해 점수를 받게 되는데 그런 개념과 과정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유스들의 사례를 각 트랙에 대입한 뒤 관람객들이 트랙에 따라 특정한 액션을 취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성취해가는 상징적인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축해보았죠.
이번 전시 아트디렉션을 총괄한 소목장세미 유혜미 작가는 말한다.

 


그는 특히 사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각 사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작업에 임했다. 왜 입고 싶은 대로 입은 게 죄가 되어서 10년 이상 감옥에 갇혀야 하지? 어디서부터 왜 그렇게 되었을까? 와 같은 질문을 먼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습니다.

 

글로벌 인권 침해 사례는 물론 앰네스티와 편지쓰기 캠페인을 몰랐던 이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 카페 나들이를 나온 이들도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모두 같은 탄식을 내뱉으며 같은 행동을 취한다. ‘말도 안돼’에서부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를 읊조리며 발끈하고, 필리핀에 불어 닥친 태풍이 왜 기후 위기의 영향이고 나아가 기후와 인권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질문한다. 함께 게임을 즐긴 친구와 자신이 ‘사형제도’에 대해 이렇게나 서로 다른 의견을 지녔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권’을 말하지 않고
인권에 대해 말하기

이번 전시로 앰네스티가 외치고 싶던 메시지는 결국 이런 게 아니었을까. 얼굴도, 이름도, 출신 국가명도 생소한 누군가가 처한 상황을 마주하기, 작은 행동이나마 몸소 움직여 직접 관계를 맺기. 이로 인해 더 이상 ‘나랑 상관없다’ 할 수 만은 없는 불의에 공감하기, 분노하기,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시는 오는 1월 26일 막을 내리지만 평범한 일상 속 가장 특별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권’이란, 인류애가 존재하는 한 결코 식을 수 없는, 부정할 수 없이 세상 ‘핫한’ 우리 모두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오는 1월 26일 막을 내리지만 평범한 일상 속 가장 특별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권’이란, 인류애가 존재하는 한 결코 식을 수 없는, 부정할 수 없이 세상 ‘핫한’ 우리 모두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전시 정보

전시기간 2019년 12월 28일 ~ 2020년 01월 26일, 12:00~19:00
※ 매주 월요일, 1월 25일 휴무
전시공간 성수동 퓨처 소사이어티 ㅣ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1
목, 2020/01/16- 20:07
1
0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이 오마이뉴스에 게시한 기고글입니다.

평화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는 미얀마 시민들

평화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는 미얀마 시민들

700명이 넘는, 평화시위에 참여한 사람들과 무고한 행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군이 평화 시위를 폭력 진압한 결과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AP)의 통계에 따르면 2월 1일 군부의 쿠데타 이후 4월 13일까지 7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포스코, 미얀마군과 단절 위한 구체적인 노력해야

미얀마 군부가 폭력진압을 시작한 후 국제앰네스티는 유엔, 유럽연합, 아세안 회원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해 애드보커시Advocacy 활동을 취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유엔안보리)가 미얀마에 포괄적인 국제무기금수조치를 부과하고 해당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으며, 군부의 민 아잉 훌라웅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13명의 인권 침해 가해자들을 공개적으로 지명했다.

3월 24일, 유엔인권이사회는 미얀마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미얀마군은 인권침해를 중단해야 하며 미얀마군 소유 기업과 연결되어 있는 회사들이 군과의 협력관계를 즉각 단절해야 한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으로 결의안을 내는 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 모두 입장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폭력 진압을 규탄했고, 국회는 2월 26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빠르게 우려를 표시하고 국회의 결의안까지 끌어내는 등 노력을 했지만 아직 할 일들이 남았다.

양자, 다자간 외교 활동으로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상황을 끝내도록 촉구하고 피난민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는 미얀마 군부와 사업관계를 맺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관계를 단절한다면 군부는 즉각 압력을 받는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언급한 것처럼, 미얀마 군부 세력 및 군 소유 기업과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지체 없이 이들과의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 2020년 9월,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 ‘군 주식회사: 미얀마 인권침해에 자금을 대다’를 발표하고 해당 기업과 정부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 보고서는 어떻게 다수의 글로벌 기업 및 미얀마 기업들이 국제법 위반에 연루된 미얀마 군 부대의 자금조달에 일조하게 되었는지 폭로한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한국 기업 중 태평양물산은 이후 미얀마군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노그룹은 여전히 리스트에 남아있고 포스코강판은 최근까지 관계를 이어왔다.

과거 포스코강판은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합작으로 미얀마포스코 C&C를 설립했다. MEHL은 광업, 맥주, 담배, 의류 제조, 금융 등의 부문에서 사업을 벌이는 복합기업으로 이사회 전원을 군부의 고위급 인사로 구성해 군부에 막대한 이득을 주고 있다.

4월 16일, 포스코 강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얀마경제홀딩스와의 합작 관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포스코가 이제야 한발 내딛었다. 하지만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절을 위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후속 조치가 함께 있어야 한다.

‘파란 셔츠의 날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

지난 3월 27은 미얀마의 국경일이었다. 본래 1945년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미얀마인들을 기리는 ‘저항의 날’이었으나 이후 군부가 ‘국군의 날’로 바꾸었다. 국제앰네스티의 회원과 지지자들은 ‘저항’의 의미를 기려 이 날 폭력진압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기리고 국제 연대를 촉구하며 SNS에 촛불을 든 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달았다.

파란 셔츠의 날 캠페인

파란 셔츠의 날 캠페인

국제앰네스티뿐 아니라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도 이날을 기해 저항과 연대의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였다. SNS 촛불시위 캠페인에 이어 국제앰네스티는 오는 4월 21일, 3천 명이 넘는 평화시위 수감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미얀마 연대 액션: 파란 셔츠의 날’ 캠페인을 벌인다. 미얀마의 수의와 같은 색인 푸른색 옷을 입은 사진을 각자의 SNS에 올리고 #BlueShirtDay #MyanmarSolidarity #WhatsHappeningInMyanmar 해시태그를 다는 행동이다.

여기 함께 분노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 각국 정부가 미얀마에 압력을 가하도록 요구하는 일은 무력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미얀마의 시민들이 고립되지 않고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연대하는, 그리고 끔찍한 폭력을 가한 미얀마 군부에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고 책임을 묻는 행동이다.

해시태그 캠페인은 익명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 게시물로 표시해야만 유의미하다. 나아가 관련 단체들을 지원하고, 탄원에 참여하며 주변에 상황을 알린다면 캠페인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2017년 로힝야족을 포함해 다수의 소수민족에 잔학행위와 학살, 반인도범죄를 저질렀지만 유엔안보리는 국제법상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군부는 지난 몇 년간 반인도범죄에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경험했고, 이번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계속해서 전 세계가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군부의 잔악한 기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현지에서 고통받는 많은 미얀마 시민들에게는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의 결단이, 연대하는 시민들의 메시지 하나하나가 희망이다. 우리들의 눈으로, 손으로, 입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멈추지 말자.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수, 2021/04/21- 18:53
1
0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한 연대 액션을 요청하는 포스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해 연대해 주세요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 사람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 회원과 지지자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안전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모으고자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용감한 아프간 사람들을 위해 연대의 메시지를 올려주세요.

Q. 무엇을 하면 되나요?

8월 31일까지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 #UniteForAfghanistan #TogetherForAfghanistan와 함께 연대 메시지 혹은 짧은 연대 영상을 올려주세요!

*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연대의 메시지를 올릴 때는 @amnestysasia를 태그해주세요.

샘플 메세지

메시지 1)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옹호자, 여성 리더와 학자, 활동가 등 많은 사람들이 탈레반 보복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해야 합니다.
#UniteForAfghanistan #TogetherForAfghanistan
메시지 2)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20년간 지켜온 인권의 진전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탈레반의 통제 아래 여성과 소녀들은 더 큰 위험 안에 있습니다. 용감한 아프간의 사람들과 연대합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UniteForAfghanistan #TogetherForAfghanistan
메시지 3)
“전세계가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용기 있는 아프간 인권옹호자와 연대합니다”
#UniteForAfghanistan #TogetherForAfghanistan
목, 2021/08/26- 23:48
1
0

김지은 씨는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로, 이후 2018년 3월까지는 정무비서로 근무했다. 김 씨는 2018년 3월 5일, JTBC 뉴스룸 생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 사실을 밝히고, 다음 날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에 안 전 지사는 지사직을 사퇴하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해 2018년 3월 23일과 4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두 차례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결국 2018년 4월 11일에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2018년 8월 14일,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듬해인 2019년 2월 1일,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19년 9월 9일,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 김지은 씨는 2019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디딤돌 - 미투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참여연대가 수여한 ‘2019 의인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수, 2020/01/01- 02:44
1
0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 잇따라 직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방단치단체의 성폭력 문제 해결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는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에 대해 밝히면서 비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직적이고 권력적 관계에서 노동자로 겪었던 어려움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이어졌음을 토로하였습니다. 강한 권력을 가진 선출직 공직자를 '모시는' 입장이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침묵하기를 강요 받거나, 조직 내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고충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도청 공무원 간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고충처리를 위한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참모 조직도 알고 있었다.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은 비전문가인 내부인 위주였다. 심지어 한 심의위원은 심의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어떻게 이 사건을 언론이 알게 되었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했다고 들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해준 셈이다.

책, [김지은입니다] 표지

김지은씨의 증언은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피해 예방 및 사건 처리를 위해 구성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질책하여 적극적인 신고와 증언을 가로막았음을 드러냅니다.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고충심의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한 후 '성희롱이 아니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후 도 감사위원회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9건의 성희롱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지고,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미투 운동'의 사례처럼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충남도청의 성 고충 전담 직원은 6급 주무관이었다. 안희정은 수시로 충남경찰청장과 지역 검사장들과 통화했다. 대체 누구에게 신고를 해야 해결해줄 것인가? 아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란?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이 성희롱인지 그 여부를 결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조직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은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로 성희롱·성폭력의 판단,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공기관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안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막대한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

[시행 2020.02.03.]

제13조(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

1. 성희롱·성폭력의 판단(2차 피해를 포함한다)

2.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3.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광역자치단체마다 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6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당연직 위원, 공무원 노동조합이 위촉한 위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 위원 등으로 구분합니다. 특정 성별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점 역시 공통적입니다. 보통 여성 의제를 다루는 담당 부서의 장과 인사나 감사 담당 부서의 장이 내부 위원에 포함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이 지명한 1인 이상의 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시행 2019.04.10.]

제14조(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ㆍ구성)   ① 시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사안의 처리를 심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설치할 수 있다. <개정 2019.4.10.>

②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6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원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국장이 된다. <개정 2019.4.10.>

④ 위원은 남성 또는 여성의 비율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되며, 당연직 위원은 인사ㆍ복무 및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부서장 및 감사부서 조사 업무 담당 사무관으로 하고, 당연직 외의 위원은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공무원 및 성희롱ㆍ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 중에서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되, 민간 전문가가 2명 이상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신설 2019.4.10.>

⑤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간사 1명을 두되, 간사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사무관이 된다. <신설 2019.4.10.>

⑥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신설 2019.4.10.>

⑦ 당연직 위원의 임기는 그 직에 재임하는 기간으로 하며,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제4항에서 이동 (2019.4.10.)>, <개정 2019.4.10.>


 [김지은입니다]를 통해 과거 충청남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가 도청에서 있었던 성폭력 사건을 묵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과연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따라서 지난 6월,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과 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7개 광역지자체의 고충심의위원의 성명과 직위, 성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기준으로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위원의 성별 비율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조직 내부의 공무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위원 비율은 어떠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광역지자체 성명 성별 직위 위촉일 당연직/위촉직
강원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위원장 당연직
강원 고정배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2019. 7. 1 ~ 현재 당연직
강원 박동주 강원도 총무행정관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홍성호 강원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조창배 강원도 상임인권보호관 2019. 10. 10. ~ 현재 당연직
강원 김웅희 강원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소통국장 2020. 1. 22. ~ 현재 위촉직(노동조합)
강원 허애경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유정흔 젠더십향상교육원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천정아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2020.07) 링크

 정보공개 청구 결과, 먼저 경기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부산광역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상설기구로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세 지자체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고충심의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여 사건을 처리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 중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있는만큼, 빠른 사건처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위원회를 상설기구화 해야할 것입니다.

 나머지 13개 광역지자체에는 모두 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이하게도 '인권옴부즈맨 회의'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관련 지침에서 고충심의위원회를 이 '인권옴부즈맨 회의로 대체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는 현재 고충심의위원회를 따로 운영하지 않으며, 인권옴부즈맨 회의를 구성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인권옴부즈맨 회의가 인권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지만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 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노동, 장애인, 이주민, 학계 등 각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지만 여성 분야 전문가로는 광주여성재단 대표 한 사람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권옴부즈맨의 본래 역할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 및 권고인 이상, 해당 기구는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고충 처리 기구를 두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온당한 방향입니다.


당연직 위원들은 왜 남성이 대다수일까?


 광주광역시를 포함하여 고충심의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있는 전체 위원들의 성별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체 101명의 위원 성별 비율은 1:1에 가깝지만, 특징적인 것은,  간부급으로 구성하는 당연직 위원은 남성이 대다수고, 외부 전문가 위원은 여성 전문가를 다수 위촉한 경우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광역지자체

당연직 위촉직(노동조합) 위촉직(외부전문가) 총계
강원 5 1

3

6 3
경남 3 1 1 1 1 4 3
경북 2 1 2 1 2 4 4
광주 1 3 3 4 3
대전 3 2 2 3 4
서울 3 1 1 2 1 6 5 9
세종 4 1 2 4 3
울산 2 1 1 2 4 2
인천 1 3 1 1 2 4
전남 3 1 1 2 3 4
제주 3 2 1 1 3 4 6
충남 4 3 4 3
충북 4

2

4 2
총계 38 12 7 6 6 32 51 50


14개 광역지자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현황

표에서 살펴볼 수 있듯 강원도,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충청북도의 경우에는 당연직 위원, 노동조합의 위촉 위원 등 공무원 위원들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위원 구성에 있어서 인사 및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는데,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젠더 관점에 기반하여 사건 처리에 나서야 할 고충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위원의 성별이 남성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 특히 또 대다수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남성 공무원 위원이 맡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관료 조직 내부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 민간 전문가들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거나, 공무원 위원들의 입장 때문에 제대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관철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충심의위원회 구성에 관한 지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공무원 위원과 민간 전문가 위원의 수를 동수로 하고, 위원장 역시 당연직 위원과 민간 위원이 공동으로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위원장 자리를 민간 위원이 함께 맡도록 하고, 민간 위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위원회의 운영이 시청의 조직 논리에 맞춰 흘러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 위원들 중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 자체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에서 위촉한 위원들은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게 하는 등의 규정을 통해 위원회에서 여성 공무원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합니다.

작동하지 못한 매뉴얼

마지막으로,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폭력·성희롱 예방지침이 기관장이 가해자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문제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모범적인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았음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시사in 기사( ‘조직은 사각지대였고 구제 채널은 침묵했다')의 분석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등장하는 주체는 기관장, 관리자, 행위자, 피해자로 나뉘어 있지만, 여기서 기관장은 해당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이 성희롱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주체로서만 언급될 뿐"입니다. 즉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역시 여타 공공기관에 비해 잘 정비되어 있지만,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에는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맡을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살펴본 결과, 시장이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된 초유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충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은 잘 갖춰졌지만, 정작 비상 상황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입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관련 문서들

'미투 운동'이 남긴 과제, 시스템의 재정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자신이 광범위한 2차 가해에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시스템의 미비가 피해자의 괴로움을 가중시키고, 조직 차원에서도 더 큰 갈등과 상흔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김지은입니다]의 증언은 안희정이라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관료 조직'에서 '젊은' '계약직' '여성'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의 경험, 그리고 이를 호소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수많은 정부·공공기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과 처리 역량을 갖춘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문제들이 발생하고, 시스템의 미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연 다른 기관들은 문제가 없을까요? 단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아닐까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과제는, 자신을 드러낸 피해자들의 용기에 연대하는 것에 더불어 아직 드러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개선책을 만드는 것이 그 첫 단계일 것입니다.


화, 2020/08/25- 21:29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