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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2천조 원 거품 떠받치겠다는 정부,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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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2천조 원 거품 떠받치겠다는 정부,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admin | 금, 2020/06/05- 01:33

[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시사포커스(1)]

2천조 원 거품 떠받치겠다는 정부,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문재인 정부가 20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6일 국토부는 수도권 내 연간 25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수익성이 없는 재개발 사업에 공기업을 투입해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세부방안으로 ▲분양가상한제 제외 ▲기부채납 비율 완화 ▲용적률 특혜 제공 ▲조합원 지원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투기형 거래가 위축되며 집값 하락 등 정상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개발조합 등 특정 세력에게 규제 완화로 포장한 특혜를 무분별하게 제공하면서까지 도심재개발을 활성화시켜 공급을 늘려가겠다는 것은 가만히 놔두면 하락할 집값을 정부가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로 떠받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한 채당 평균 3억 원, 강남권은 7억 원이 상승했다. 경실련 조사결과 대한민국 전체 땅값은 출범 이후 30개월 동안 2천조 원 상승했다. 때문에 국민들은 미친 집값을 최소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부동산투기 근절과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대책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규제완화와 공급확대에 기댄 거품부양책이니 정부가 무능하거나 국민을 속이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특히 공공재개발로 포장된 토건특혜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서울 내에는 총 531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고 일부 재개발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정체 중이라며, ▲LH·SH의 시행자 참여 ▲조합원 중도금 및 이주비 등 지원확대 ▲용적률완화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제외 ▲사업비의 50%까지 주택도시기금 지원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다. 반면 세입자 대책은 지원대상 확대와 영세 상인을 위한 대체 영업지 조성뿐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인 불로소득의 사유화와 세입자와 원주민 내쫓김을 방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바가지분양을 허용하여 막대한 시세차액을 투기세력과 건설사에게 안겨주고 수많은 세입자와 원주민 등은 삶터에서 내쫓겼다. 주변 집값 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불안,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도 심각했다. 사업추진을 통해 공공주택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개발이익환수장치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확보도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투기세력과 토건세력에게 맘껏 투기하라는 신호를 정부가 보내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가 2015년 이후 추진 중인 청년주택도 공공임대 확대를 내세워 ▲종상향 특혜 ▲용적률 완화 특혜 ▲기금지원과 세제 특혜를 제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공공임대는 10~20%에 불과하고, 주변 집값만 올려놨다. 민간업자가 그 결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음을 명심해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 등 국공유지는 100% 공영개발 후 공공주택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정부는 코레일 등이 소유한 용산정비창 부지 등 15개의 국공유지를 개발하여 1만 5천 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공유지 개발에도 민간분양이 포함되어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의 경우 51만㎡(15만 평)를 업무, 상업시설, 주거 등 복합개발하여 주택은 8천 세대를 공급하고 이 중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50%는 민간분양이고, 공공주택도 공공분양과 임대가 섞여있어 실질적인 장기공공임대주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개발계획 발표 이후 코레일의 만성적자가 해결될 수 있는 기회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고, 용산 일대로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용산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서민들의 내집마련과 집값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공영개발 후 100% 공공주택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LH, SH라는 막강한 공기업이 존재하고 이들의 설립취지는 서민 주거안정이다. 때문에 ▲신도시 독점개발권 ▲강제수용권 ▲토지 용도변경권 등 막강한 권력을 공기업에 부여해왔다. 하지만 2000년부터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공기업의 장사논리가 허용되면서 공기업조차 투기세력과 자기들 배불리는 데에 막강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공기업이 땅장사 집장사를 일삼는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저렴한 공공주택 확대가 매우 절실하며 이를 민간에게 구걸해서 확보하겠다는 것은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공유지를 공공이 개발하여 공공주택, 공공상가 등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결코 민간분양, 민간매각되어서는 안된다. 재원확보가 어렵다면 주택도시기금, 국민연기금 등을 공영개발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강남에서도 1억 원(평당 500만 원, 20평 기준)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저렴한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때 기존 주택값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서민주거안정과 집값거품 제거를 위한 1억 원대 아파트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공영개발해야 한다.

토건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 21대 국회가 강력한 투기근절책을 입법화해야

2017년 1월 국민은행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호당 6억 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50조 원 뉴딜대책, 재건축 고분양 허용 등의 투기조장책으로 출범 이후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현미 장관도 취임사에서 공급부족이 아닌 투기적 거래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투기근절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책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면제 대출확대 등의 특혜책으로 이어졌고(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2017.12) 그 결과 다주택자들의 투기과열로 집값은 더욱 상승했다. 게다가 2019년에는 수도권 30만 호 신도시 개발을 발표했고, 다시 1년이 지나 이번에는 도심재개발활성화 방안까지 지속적으로 투기조장 공급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호당 9억 2천만 원으로 문재인 정부 이후 매년 1억 원씩 상승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과거 정부의 토건식 발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서민 주거안정과 부동산 투기근절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20대 국회도 정부의 투기조장책을 방관하며 막대한 불로소득의 수혜를 누렸다. 21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최소한 주거불안에서라도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강력한 투기근절책으로 집값거품을 잡을 때 서민주거안정도 이룰 수 있다. 특히 짓지도 않은 채 주택을 분양할 수 있는 선분양제를 완공 후 분양제로 전환해야 한다. 만일 지금처럼 선분양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서 소비자의 바가지 분양피해는 막아야 한다. 재벌법인 등에게 막대한 보유세 특혜를 제공하는 불공정 공시가격 제도 폐지, 건설사와 투기세력 배불리는 개발정책 중단, 임대사업자 특혜 페지 등을 위한 입법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투기경제, 거품경제를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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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 살리는 지방분권개헌

김성호 국회 개헌특위 지방분권분과 간사

 

나라 살리는 개헌의 핵심과제, 지방분권

20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87헌법체제 이후 30년 만에 국회가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가 위기다. 대한민국은 한·중·일·러 4강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중이고, 북한은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핵도발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양극화, 저출산, 청년실업, 과도한 사교육, 세월호, 메르스, AI사태 등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기능부전에 빠져 매년 공공부문 국가경쟁력은 낮아지고 있다.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본연의 국가안보, 외교, 국제경제, 금융 및 수많은 국가공기업 관리 등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과제는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역할분담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제 지방정부에게 중앙정부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바꾸는 개헌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외국헌법을 조사해보면, 중앙-지방정부간 관계, 실체적 지방자치관련 사항은 헌법사항이지 법률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합의한 나라를 살릴 지방분권개헌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지방분권 합의안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는 다음과 같이 합의안을 만들어 개헌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 합의안이다.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 간사 김성호위원과 김형기, 안영훈, 유재일, 이기우, 최백영위원이 지방분권분과합의안을 마련했다.

첫째, 제왕적 중앙집권국가로부터 지방분권국가로의 이행을 선언했다. 지방자치권은 주민에 속하고 이를 지방정부에 위임해 행사하는 것을 명확히 했다. 현행 지방정부의 종류를 헌법에 보장하되, 주민의 의사와 무관한 정치적 목적의 지방정부 폐치분합을 금지했다. 정부간 권한배분은 개인과 하위공동체의 자율과 책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도록 했다.

둘째, 실질적인 자치입법권을 보장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정부가 제정하는 종래 조례를 법률로 표기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 벌칙제정은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가 관할구역에 적용되는 법률형식으로써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죄형자치법률주의를 명문화 했다.

셋째, 중앙정부가 법률을 집행할 때, 원칙적으로 지방정부에 위임해 수행하도록 했다. 이는 특별지방행정기관과 같은 중앙행정기구의 무분별한 팽창을 방지하고, 종합행정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넷째, 중앙-지방간 합리적인 재원배분을 규정했다. 의존재원 중심의 지방자치는 그 본질에 부합되지 않으며, 재정책임성을 훼손한다. 지방세국가법률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대표없는 조세없다’는 법원리에 어긋나고, 세입과 세출자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지방세의 납세의무자는 주민이므로 지방세의 세목, 세율, 부과징수를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국세-지방세 주요세목의 중앙-지방정부간 배분을 헌법상 의무화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적정 재원을 보장했다. 위임사무 수행비용은 위임하는 정부가 부담하도록 해 비용전가를 금지했다. 지방정부의 자주과세권으로서 지방세 자치법률주의를 제도화해 조세의 가격기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방재정운용원칙으로 지방정부는 재정운영상 수지균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예외적으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부채가 발생하는 경우, 부채관리를 통해 지방재정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했다. 또한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두어 원천적으로 재정력이 취약한 지방정부를 배려했다.

다섯째, 지방정부의 자주조직권을 보장했다. 지방정부의 기관으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두도록 했다. 지방정부의 전국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해당 지방정부의 기관구성과 선거, 조직, 인사에 관한 사항은 자치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개별 지방의 특성에 따라 기관구성 등 조직의 자율성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섯째,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으로 지방의 국정참여를 내실화했다. 국회에 인구비례로 선출하는 하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신설해 국회입법 및 재원배분과정에 지방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일곱째, 국민직접참정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절차를 마련했다. 한편으로는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발안제를 부활하고, 헌법개정절차를 연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개정을 직접 발의할 수 있도록 해 국민주권을 실현했다. 국회의원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요건을 유신헌법 이전 수준으로 완화해 헌법개정발의가 용이하도록 했다. 대통령 헌법개정제안권은 남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했다.

여덟째, 지방사법기관에 대한 주민통제장치 신설을 제안했다. 중앙집권적 법관인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법원의 장 등 지방사법기관에 대한 주민통제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자문위원회 사법분과에 요청했다. 아울러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보장과 제왕적 대법원장제 개선을 위해 고등법원단위로 상고심을 두도록 할 것과 법관인사를 하도록 했다.
10차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높여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

화, 2017/12/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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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최후의 통제장치, 주민소환제도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지방자치제도’는 제자리걸음 중.

2018년 6월이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4년이 지났지만, 시민에게서나 전문가에게서나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극히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개헌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을 만큼 아직도 ‘분권’과 ‘자치’를 ‘꿈’꾸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온 핵심 원인에는 중앙에 편중된 ‘권한과 재정’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권한과 재정’ 문제 때문 만일까?

지금의 지방제치제도는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권과 자치’가 국가운영의 대세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가 이것만이라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다른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불신’이 아직도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 자체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제도의 필요성마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시장님! 군수님! 의원님! 어디가십니까?

지방자치가 이루어져 온 지난 24년 동안 우리는 심심치 않게 이런 뉴스를 접해왔다. “○○시장(군수), ○○의원 구속” 강원지역 역시 전국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리혐의로 구속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상당수 배출해 왔다. 영동지역의 어느 시에서는 민선1기 시장부터 5기 시장까지 내리 구속되어 시장 직에서 물러난 사례까지 있다. 지역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가히 ‘지자체장 구속사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겠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에 그 가족, 친지까지 당장 인터넷 포털만 검색해도 구속된 지방정치인과 관련한 수없이 많은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의 문제는 지역주민에게 부끄러움과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고, 이는 다시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며, 종국에는 지방자치에 대한 외면으로 나타나 성공적인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매우 어렵게 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행위가 지방자치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요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인 문제이지, 지역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불신해서도,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불신과 외면’ 역시 ‘권한과 재정’의 문제만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가로막는 심각한 원인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지방자치제도의 ‘권한과 재정’ 문제는 상당한 공부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부패와 비리로 인한 ‘불신과 외면’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민이 두렵지 않다.

자치단체장은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나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는 장밋빛 청사진을 늘어놓고 지역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의회에서는 덮어놓고 동의를 한다.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진행된 사업은 실패하고 지자체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재정 상황이 열악해진 지자체는 지역주민을 위한 기존 사업들을 축소한다. 가장 먼저 힘없는 취약계층이,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따내야 하는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받는다. 하지만 종국에는 지역주민 모두가 그 피해를 나누어 받는다.

지역사회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조례로 정한 규제들이 있다. 관련 업자들은 이러한 조례를 고치고자, 또는 유리한 조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의회는 규제를 완화-폐기하거나 신설 한다는 조례를 입법 예고를 한다. 시청홈페이지에, 관보에 보이지 않게. 공청회 역시 관련자들을 위주로 한 요식행위로 진행한다. 민감한 내용의 표결은 비밀투표로 진행한다. 이는 주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하고 혈세 낭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불특정 다수의 지역 주민이 개정된 조례로 인한 피해를 알게 모르게 감수하게 된다.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른 혈세낭비나, 주민편익을 해치는 행위는 물론이고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태 역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지역주민이 피해를 감수하는 동안 이들은 어떠한 책임을 져 왔는가?

 

사람의 문제, 허술하게 작동하는 제도의 문제이다.

지난겨울, 촛불혁명을 지나오면서 국가의 정상적인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는 지를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국회가 감시와 견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사법기관이 범죄에 눈감으며, 언론이 정론을 외면해 왔을 때,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를 목도해야 했고, 춥고 긴 겨울 동안 촛불을 들어야 했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방의회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시민사회가 무관심할 때, 지역 언론이 나태할 때, 부패와 비리의 범죄들이 싹을 틔우는 것이다. 결국 감시와 견제를 위한 법적, 사회적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정부차원이나 지자체차원의 부패와 비리의 범죄들이, 지역주민의 복리를 망각한 의사결정들이 자행되어 온 것이다.

화, 2018/01/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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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되찾을 때 지방자치도 발전한다

이훈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30년의 공백기 이후 부활한 지방선거, 그 후 27년

1961년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전국의 지방의회가 해산시키고, 지방자치단체장 관선제를 실시했다. 30년의 지방자치 공백기를 지나 1991년 3월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됐고, 1995년 6월 지방의회 의원선거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됐다. 이후 27년이 지났다.

올해 6월 13일에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부산시민은 6.13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시장, 교육감, 구청장과 군수, 부산시의회 의원, 기초의회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부산의 지난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27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1995년 자유한국당 문정수, 1998년과 2002년 한나라당 안상영, 2004년(보궐), 2006년, 2010년 한나라당 허남식, 2014년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당선돼 줄곧 같은 당에서 부산시장이 나왔다.

역대 부산시의회 의원선거의 경우 1998년 기장군에서 자유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구에서 1995년에는 자유한국당,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에는 한나라당, 2014년에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고, 비례대표 5석 중에서 3석도 같은 당에서 당선이 됐다. 제7대 부산시의회 의원 구성을 기준으로 47명의 시의원 중에 시장과 다른 정당의 의원은 개원 당시 2명뿐이었으며, 이는 부산시의회가 출범한 이후 변한 적이 없었다.

부산시의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부산시의회의 구성이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의 시의원들로 구성됐으니,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구청장도 같은 정당 소속이 당선됐다. 지난 27년간의 부산의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쟁이 없는 정치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인해 부산에서는 지방권력형 비리가 싹틀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고, 그 결과 ‘엘시티’와 같은 대형 비리가 터지고 말았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부산시만큼 부산의 각 지역 주민들의 대표들로 구성된 부산시의회가 중요하다. 시의회가 부산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예산을 편성하고, 부산시의 행정 집행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펼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없는 시의회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의정에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회에 대한 관심과 시민단체의 의정활동평가가 중요하다.

 

부산경실련의 부산시의회 의정활동 평가 결과와 의미

부산경실련은 지난 2004년 부산시의원 의정활동 평가를 실시한 이후, 2017년 말 제7대 부산시의회 3년차 의정활동 평가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해 왔다. 2013년에는 상설 조직인 ‘부산시의회 의정평가단’을 구성해 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부산경실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단위 의원들에 대한 의정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우수의원에 대해 시상도 하고 있다.

부산경실련의 이번 제7대 부산시의회 3년차 의정평가 결과를 보면, 부산시의회 3년차 본회의 발언의 정성평가 평균 점수는 15점 만점에 9.9점, 상임위원회 발언의 정성평가 평균은 10.1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제7대 부산시의회 1년차 평가결과 본회의 9.9점, 상임위원회 10.5점에 비해 본회의는 동일하고, 상임위원회는 0.4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발의의 정성평가 결과는 제7대 부산시의회 3년차에는 지난 평가에 비해 조례 발의 건수가 2.3배 증가하는 등 의원들의 적극적인 조례발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급한 조례가 많지 않았다. 타 지역 사례 베끼기와 법률 개정에 의한 개정조례안을 통해 건수 늘리기가 여전했으며, 실현 가능성 여부를 생각하지 않는 조례와 단순한 관련 규정을 정의하고 위원회 하나 만드는 식의 조례가 다수다.

부산경실련의 제7대 부산시의회 의원 3년차 의정활동 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100점 만점에 평균 69.3점이다.

부산경실련이 진행한 부산시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결과 총 점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의원들의 발언 및 조례안의 내용에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며 평가를 진행했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 판단된다.

2018년에는 제7대 부산시의회가 마무리되고, 6.13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 것이다. 2004년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부산경실련이 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부산시의회 의원들의 출석률, 발언빈도, 조례발의수 등이 많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경실련은 앞으로도 의원들의 발언 및 조례안의 내용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계속할 예정이다. 부산경실련은 상설운영하고 있는 ‘부산시의회 의정평가단’을 통해 부산시의회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성숙된 방청문화와 의정평가단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을 지속해 의회 방청 및 모니터링을 통해 정례회,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등에 대해서는 1년 단위로 수시 평가하고, 제8대 부산시의회 1년차가 마무리되는 2019년에 부산시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종합평가를 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의 의정감시활동도 중요하지만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선이 더 중요

이런 지속적인 부산시의회 의정활동 평가가 더 나은 부산시의회를 만들고, 더 나은 부산시의회 활동이 결국 부산시민들에게 더 나은 정책과 예산 편성과 집행을 통해 ‘시민이 행복한 부산’을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부산시의회 구성이 어떤 한 정당에 의해서만 구성되면 경쟁 없는 정 활동을 초래하고,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된 시의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광역의회 의원 선거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시의회 구성이 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의 수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러한 선거제도의 변화 없이 오로지 시민단체의 의정활동 평가와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도 잘 알고 있다. 부산경실련의 부산시의회 평가에서 시장과 다른 정당 소속의 시의원들이 거의 대부분 우수의원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 2018/01/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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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실질적 재정분권 방향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 위원장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을 국정방향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는데 특히 재정분권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간 합의가 어려워지자 ‘범정부 재정분권 TF’까지 구성해 빠른 시일 내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재정분권은 매 정부마다 채택하였으나, 결코 성공적하지 못하였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새 정부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파악해 보고자 한다.

 

Ⅰ.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과제

재정분권(fiscal decentralization)의 개념은 워낙 다의적(多義的)이어서 쉽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중앙이 가지고 있던 과세권과 지출권한을 지방정부에게 이전하거나 넘겨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손희준, 2013; 임성일, 2003 등).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국정과제 75)’을 위해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까지 개선한다고 하였으며, 지방재정의 자주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국고보조사업 정비 등 이전재원 조정 및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와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 및 주민참여 예산 확대 등을 제시하였다.

문제는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인 국세와 지방세를 조정하는 세원배분을 여하히 달성하느냐이다.

실제로 중앙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재정분권 방향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6대 4로 책정하는 것은 지나치고, 중앙과 지방 간 사무와 기능배분을 고려하여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매우 타당해 보이지만 과거 경험 상 결코 수용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비율로 구분하는 것은 실익이 거의 없다. 하나의 사무라 하더라도 매일매일 해야 하는 사무가 있는 반면, 재난이나 위기 때 한 번 하는 사무가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무 재배분은 이미 과거 정부 때마다 논의했으나 참여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조정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예 지방세 비중의 장기비전이라며, 2012년 말 30%, 2020년 40% 등을 제시하였고, 박근혜 정부 역시 지방소비세 인상을 통해 지방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국정목표를 밝혔으나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합의되지 않았다. 결국 결코 합의하지 못할 기준으로 재정분권을 미루기 위한 꼼수다.
결국 현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래도 함께 고민할 문제는 과연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조정이 가능하냐로 현재의 세원 및 재원배분 실태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017년 현재 국세와 지방세는 76대 24이고, 재정사용액규모는 중앙이 40, 지방이 45, 지방교육이 15로, 중앙은 내국세의 19.24%(지방교부세)와 20.27%(지방교육재정교부금)를 지방으로 넘겨주어, 내국세의 40% 가량을 지방으로 주고 있어 세금만 걷고 있지, 지출은 오히려 4대 6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세금수입 8대 2의 비율이 지출수준 4대 6으로 변한다면, 그 사이에 있는 40%의 부분이 중앙이 거두어 지방으로 넘기되 보조금, 교부금의 형태로 주면서 다양한 조건을 달거나 또는 시쳇말로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부담액의 비율이 2013년 6대 4까지 증가하였다가 최근 다소 감소하였으나, 매칭비 부담은 지방재정 취약성의 큰 요인이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핵심내용은 이 40%의 재원배분을 어떻게 지방의 자율과 책임을 확대하면서 추진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Ⅱ. 실질적인 재정분권의 방향 및 원칙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에 대해서 지방은 많은 기대를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정부에서의 재정분권이 단순히 지방교부세 제도개편 및 재정관리 제도 개선을 통해 추진되다 보니 실패(?)를 학습했기 때문에, 지방과 주민(국민)은 이미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재정분권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고, 또한 그런 면에서 성공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정책목표를 지방재정의 자립을 지향하는 점으로, 세원배분과 동시에 지방교부세의 상향을 명시하여, 지방으로의 순증(純增)을 전제로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보여 진다. 즉, 단순한 재원규모 증대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재정자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이는 지금까지의 지방재정의 실태인 재정자립도 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2014년 재정자립도를 계산하는 방식이 변경되었으나, 과거와 동일하게 산출해도 1991년 67%, 1995년 63.5%이던 것이 2017년 53.7%로 2009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정자립도 평균이 재정규모가 크고 재정력이 좋은 광역단체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것으로, 단체별로 보면 군(郡)은 평균 20%대에서 10%대로 내려앉았고, 자치구 역시 54%이던 것이 26%로 30% 정도 감소하여 기초의 자립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방향과 원칙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재정분권은 국세의 지방 이양 등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통교부세와 같이 지출의 자율성만을 보장하는 일반재원의 확대를 통한 재정분권은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연성예산 제약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국가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재정력이 약한 기초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세원(tax base)이 존재하지 않는 기초에 어떻게 더 많은 세원을 이양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원이양이 어려우면 단계적으로 재원이양과 지방간 균형화를 통해서 기초에 더 많은 재원을 이전하여 기초의 자립기반을 확보하고 이에 걸 맞는 재정책임과 의무가 부과하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 왜냐하면 현행 국세와 지방세의 결정은 결코 지방이 아니라 국가가 했기 때문에, 징수가 용이한 간접세인 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국세로 하고, 부동산거래세는 시도세로 정하는 반면, 재산세 등 보유과세를 시군세로 책정하였다.

셋째, 현 정부의 재정분권은 지방에 상당할 정도의 순증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재원중립이나 추가적인 사무이양 없는 세원이양은 불가라는 주장은 현재의 중앙-지방 간 사무배분과 재원배분이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기간 지방재정의 총 세입이 9배 증가한 반면, 보조금은 24배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지방의 매칭부담도 크게 증가하였다. 결국 지방은 그동안 자치를 한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의 엄청난 보조 사업을 중앙대신 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의 숨은 잠재력과 자율 및 자립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실제 지방의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한다. 또한 과거 분권교부세 도입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증가와 같은 문제점은 사전에 인지해야 한다.

넷째, 균형과 분권이 결코 상충적인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결정해서 추진해야 한다. 즉 우선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다름이 경쟁의 과실로 지나치게 나타날 경우에만 균형을 위한 재정조정제도를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순차적으로 분권에 따른 지나친 재정력 격차는 중앙이 아닌 지방에 의한 재정조정제도를 통한 균등화를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재정분권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확대는 모두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재정력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와 차이 발생이 재정분권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새롭게 지방간 협치와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추진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적 재정조정과 재정관리 방식이 결코 국민과 주민을 더 행복하게 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이미 재작년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미래사회는 중앙집권적이며 일방적인 시스템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단순히 지방소멸로 머물지 않을 국가소멸 등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지방의 대응이 요구된다는 사실이 선진국에서의 교훈이다. 따라서 중앙은 국가가 해야 할 국방과 외교, 사법 등에 집중하고, 지방은 다양한 주민의 삶과 복지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앞으로는 지방의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유산인 중앙주도형, 거점 개발방식을 고수하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정분권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근거의 제시 요구와 논리적인 문제점 및 지방 간 재정력 격차 확대 등을 이유로 추후 논의하자거나 모든 문제를 일거에 종합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결국 실제로는 지방에 대한 세원이양 및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확충하기보다는 기존의 중앙중심 또는 국가주도적인 재원관리 방식을 유지하고 지방에 결코 재원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억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지방이 지방답게, 중앙이 중앙답게 제자리를 잡게 해 줄 수 있는 재정분권의 방안과 추진을 차제에 기대해 본다.

수, 2018/01/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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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란?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 경실련 정책위원장

 

연방제에 대한 애증

우리나라 사람은 연방제에 대한 애증이 있다. 연방제 하면 미국, 독일 등과 같이 독립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연방제를 먼저 떠올리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의 고려연방제와 같은 이념적 굴레에서 머뭇거리고 만다. 2012년 대선당시 문재인후보는 ‘준연방제’의 자치분권을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려다 그만 둔 적도 있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상대 후보가 고려연방제를 운운하며 빨간 덧칠로 악용할 수 있을 있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달랐다. 문재인후보는 지방분권을 연방제 수준에 비유하며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호소했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당선 후에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3에서 6:4까지 추진하겠다는 자치분권의 추진 의지도 분명하다.

 

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인가?

현 정부는 이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논하기 이전에 왜 지방분권인지, 분명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과 복지의 악순환, 고용 없는 저성장으로 인한 청년실업과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시대적 난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한편 우리의 국가 시스템은 낡고 병들어 있다. 중앙정치인들은 형님예산, 쪽지예산, 카톡예산으로 나눠 먹기식 예산 배분에 혈안이다. 중앙부처는 수천 개의 보조금과 위임사무로 지방정부를 길들이고 있다. 대기업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으로 내 배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중앙언론들은 건전한 비판능력을 상실해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벌써 가물가물 국민들의 뇌리에서 떠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다름 아닌 증거로 여실히 남아있다. 이들 모든 집단들이 지방분권에 인색하거나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세력들이다. 反분권적 4각 연대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무엇일까?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주권’을 부르짖듯이, 지역적 차원에서도 ‘주민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게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의 첫 단추다. 주민주권은 ‘실리’ 이전에 ‘당위’다. 주민주권의 ‘당위’가 ‘실리’를 선물한다는 경험적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둘째, 일하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 중앙정치,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새로운 화두로 ‘사회혁신’을 말하는 것은 사회 활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중앙정치 위주로 국가의 일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 지방정부, 지역정치 그리고 민간의 활력을 통해 국가의 일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재배분하고, 중앙정부가 담당했던 기능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기능)을 배분하면서 ‘일’만 이양하면 안 된다. 일과 함께 돈(재정)과 힘(권한)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또한 사무단위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활성화기능’, ‘노인복지기능’, ‘초중고 교육기능’ 등과 같이 대규모 기능별 일괄이양을 해야 한다.

셋째, 돈 쓰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방법에서 교훈할 수 있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용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정해 주고, 심지어 자녀가 긴요하게 쓰기 위해 저축한 용돈까지 뺏어, 부모가 시킨 일을 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는 성년이 됐음에도 스스로 자신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취업, 학업, 그리고 연애 사업에 용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모의 ‘시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용돈의 비효율적인 집행이다. 용돈의 효과 또한 절감된다. 자녀는 무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런 모습이다. 수천 개의 보조금사업으로 중앙정부는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 나눠 주듯이 지방정부에 배분하고 있다. 합리적인 배분보다는 ‘힘’에 의한 나눠먹기식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힘깨나 쓰는 어떤 지역에 1.3Km의 둘레 길을 조성하도록 약 100억을 쓴 보조사업도 있다고 한다. 국가재정이 좀 먹는 일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체제를 고쳐야 한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여러 차례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이 난항을 겪었던 것을 보면 쉽게 달려들 것도 아니다. 먼저, 과거 이명박정부가 시도했던 ‘5+2 광역경제권’의 규모로 ‘광역정부조합’을 운영한다. 다음 단계에서 미국의 주와 같은 ‘지역연합정부’를 구축해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을 완성하면 된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쉽게 접근하면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제기한 ‘일’과 ‘돈’의 운영을 분권적으로 개혁해 지역주민들이 지방분권의 ‘실리’라는 열매의 맛을 보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특별·광역시와 도를 통합한 ‘지역연합정부’의 구성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와 철학으로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분권의지가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보여준 미온적인 지방분권정책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자치분권을 통해 국가경제가 살고,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른다. 가보지 않는 길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길은 희망과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자치분권의 길을 통해 공교육이 살고, 지역복지를 튼실하게 하며, 지역경제와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의 길을 가야 한다. 새로운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에 기대를 걸어본다.

화, 2018/02/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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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매니페스토로 되살리자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1. 지방선거 지방선거답게 치르자

이번 6ㆍ13지방선거는 지난 해 촛블 집회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 탄핵을 성공시킨 유권자들의 정치의식 변화가 지방선거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국정농단을 스스로의 힘으로 끝내면서 정치의식이 갑절은 더 성장하였다. 이제는 신장된 정치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이번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치러내었으면 한다. 지방선거답다는 말은 이렇다. 선거구마다 자치의식이 신장되고, 지역의제를 가지고 고민하여 투표하고, 지역연고에 안주한 거대정당의 표밭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의 중앙예속의 지방정치를 변화시키도록 지방선거를 하자는 의미이다. 그 결과 지방자치가 발전하고 지방분권이 신장되어야지, 위로부터 헌법만 바뀐다고 지방분권국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의 지방선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위해서 꼭 해내야 할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지방자치를 주민의 손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더 이상 중앙정당과 그 정당의 하수인들에게 농락당하는 지방선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천단계부터 주민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는 정치의 지역주의를 벗어던지는 일이다.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는 선거를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셋째는 자치와 지역발전의제를 가지고 경쟁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을 독려해야 한다. 권력자와 사진을 찍은 것이, 정당의 실력자와 아는 것이 배경인 후보를 찍어서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는 없기에 말이다.

 

2. 매니페스토 선거의 필요성

지방선거를 지방에 돌려주기 위해서는 철지난 유행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매니페스토 선거는 여전히 답이 될 수 있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가 참공약을 내걸게 하고 이것을 평가하여 가장 좋은 공약을 내건 사람을 뽑는 것이 기본개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뽑거나 시장을 뽑거나 이는 결국 다수 인간과 선출된 한 인간 간의 계약에 의존하는데, 결국 공약이 계약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좋은 공약을 만들려다 보면, 지역의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참공약을 만들다 보면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공부가 된다.

그러므로 좋은 공약을 보고 표를 주는 것이 그나마 현시점에서 민주주의를 성공시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인간을 보고 뽑으면 지역의 제왕이 되는 것을 보게 되거나, 사익추구를 하는 사람이거나, 정책적으로 무능한 사람을 뽑을 확률이 높다. 사실 권력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장남감을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 역시 누구나처럼 유혹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보통의 시민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부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상 참으로 많은 유사한 경험을 했다. 이는 선택된 소수에게 다수의 운명을 맡긴다는 그 자체의 위험성 때문이다. 토크빌은 “민주주의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매우 사소한 것들에서 관찰된다. 칭찬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했다”(Tocqueville, 2003:262)라고 말한다. 그 결과 선출직 공직자들이 직과 이로부터 부여된 권력을 이용하여 전횡을 일삼으로 뇌물을 수수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스캔들적 상황도 발생한다. 결국 선출직도 인간이기 때문에 처음에 국가-시민을 봉사하겠다는 약속이 점점 옅어지고, 차츰 독재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은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민주주의, 특히 대의민주주의가 독재화할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의민주주의에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오류를 막기 위해서 도입할 수 있는 것의 하나가 매니페스토(참공약으로 번역된다)이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증거’ 또는 ‘증거물’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마니페스투(manifestus)에 왔는데,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선거에서 매니페스토가 사용된 것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에 의해서였다. 그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1997년에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집권에 성공한 것이 불을 붙였다. 블레어는 대처정부 이후의 20년 보수당 정권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공약(매니페스토)을 내놓고 이를 이행하여 영국을 유럽의 맹주로 다시 세워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에 의해 2006년 5월 31일의 지방선거를 계기로 도입되었다. 당시에 후보자에 의한 뻥 공약과 중앙당이 내려 보내는 소위 허수아비 공약이 판을 쳤었다. 이를 막고자 하여 도입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지방선거가 집권당의 중간평가라거나, 지역연고의 정당에 대한 몰표현상 이 여전해 그 효과가 반감되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선거답게 치루기 위해서 매니페스토 선거를 다시 강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3. 각 지역의 매니페스토가 지역도 발전시킨다

매니페스토에 의한 공약을 요구하는 것은 후보자들에게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놓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현가능하다는 말은, 공약을 내놓을 때 구체적인 내용과 실현수단, 그리고 달성목표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시된 매니페스토 공약은 투표시에도 참고가 되지만, 당선되고 나서는 마치 계약서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임기말기에는 그 이행 정도를 보고 다음 선거에 참고할 수도 있다. 계약에 명시된 것을 지키지 않은 권력자를 다시 뽑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선출직 후보자들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점이 많다고 해서 매니페스토 선거가 자동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그동안 광역선거에서도 쉽지 않았던 것이니 기초선거에서도 쉽게 되지 않는다. 매니페스토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시민들을 위한 매니페스토 교육이 실시되어야 하고, 둘째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시민공약검증단을 결성하고, 셋째 후보자들에게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하게 하며, 넷째 이를 평가해서 주민들에게 알려서 지방선거에 반영하게 하는 절차와 구조를 잘 만들어내야 한다. 각 지역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곳은 적지 않을 것이다.

후보자들의 옥석을 가려야 하는 유권자들로서는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이 참 공약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힘을 길러가야 하는 것이다. 참공약은 구체적이고(smart), 그 실현여부가 측정가능하며(measurable), (예산 등의 측면에서) 달성할 수 있어야 하며(achievable), 정책내용이 타당해야 하며(relevant), 달성에 걸리는 시간계획(timed)이 포함됨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A라는 시장후보가 갑시의 발전을 위해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한다고 했다 하자. 지역경제가 미약한 갑시로는 참 솔깃한 공약이다. 헌데 유치하고자 하는 산업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예산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시장임기 내에 할 수 있는 것인지, 언제까지 이를 유치할 것인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것은 헛공약이다. 말만 번드르르하지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시장이 되고 싶은 꿈만을 가진 사람은 헛공약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을 가려내는 것이 시민의 능력이다. 유능한 시민은 구체성이 있는 참공약을 내걸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장을 뽑는다. 무능한 시민은 시장이 되겠다는 권력욕만 있고 시장이 된 후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사람을 뽑는다. 대개 이런 사람은 나하고 친하다고 해서 공약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표를 주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시민의 수준이 시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짧은 지방자치 역사상 이번 6.13지방선거의 의미는 자못 크다. 그동안 선거만 있었지, 정책은 없었다는 지방선거이다. 선거를 통해 주민의 의사가 결집되기 보다는 중앙정치엘리트의 하수인을 뽑아주는 통로로 이용되었다는 지방선거이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는 각 자치구역마다 유권자들이 공약을 잘 보고 평가하는 능력을 키워서 지역도 살리고 지방자치를 지방자치답게 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화, 2018/03/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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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중앙-지방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이상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선임전문위원

지난 2013년 무상보육 전면확대 실시, 2014년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지방의 추가 재원 부담논란, 2015년 담배값 인상과 이에 따른 증세 논란, 2016년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갈등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은 지방자치 2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아동수당의 신설, 기초연금의 증액 등 대선 공약을 이행할 경우 자치단체 재원부담으로 인해 중앙-지방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중앙-지방 갈등의 주요원인은 지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및 공약에 있어서 당사자인 지방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예방할 국가-지방간 정책협의 제도가 필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2011년 ‘국가와 지방간 협의의 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중앙-지방간 총괄적 협력체계를 구축하였다. 일본은 이를 통해 지방자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정책 기획·입안 및 실시에 대하여 관계 장관 및 지방6단체(도도부현지사협의회, 도도부현의회의장협의회, 시장협의회, 시의회의장협의회, 정촌장협의회, 정촌의회의장협의회)의 대표자가 사전협의를 함으로써 국가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지방의 관계를 ‘대등협력’ 관계로 구체화하고 협력적 자치분권의 추진을 위하여 국가와 지방이 공동테이블에 앉아 협의하는 시스템을 현재 일본 사례에 준하여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제2국무회의 구성을 공약화하여 설치하기로 하였다. 제2국무회의는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로 구성된 중앙-지방 협력시스템으로 각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고르게 반영할 수 있고 지역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안의 경우에 이를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위상이나 영향력 등 현실적인 측면들을 고려할 때 중앙과 대등성을 갖고 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협의에 대해 시․도지사만 독점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타당하다 할 수 없다. 광역 시․도와 함께 별도의 선거로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자치구는 지방행정의 고유한 사무를 처리하는 독자적인 지방자치의 주체이다. 따라서 광역 시․도가 기초자치단체들을 당연히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광역자치단체장 전원이 협력회의를 구성한다는 이유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참여가능성이 차단된다면 광역단체와 시․군․자치구의 의견이 중앙정부와 정책수립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자치규범(조례) 제정 등 주민의사의 결정을 수행하는 지방의회는 현행 헌법(제118조 제1항)에서 필수적으로 규정된‘지방자치 제도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의 대표자가 중앙과의 협력을 위한 조직구성에서 배제된다면 그 자체가 지방자치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과 지방의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앞에서 소개한 일본의 “국가와 지방간 협의의 장”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법 제165조의 규정에 따라 지방4대협의체(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구성되어 있다. 즉, 중앙과 지방의 협력시스템 구축이라는 취지에 맞게 그리고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 시․도지사만을 포함시키는 협력체계보다는 광역과 기초, 집행부와 의회를 모두 포괄하는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주체들간의 숙의가 반영되는 자치분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며, 보다 나은 형태의 중앙-지방의 협의을 도출하여 명확히 자치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3.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국가자치분권회의’가 설치된다면, 그 구성원에 지방4대협의체의 참여가 적극 고려돼야 할 것이다.

수, 2018/03/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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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2019 부동산개혁1]

땅과 집 QnA : 공시지가가 대체 뭐야?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email protected]

 

공시지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가 발표됐고, 4월 말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결정됩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공시가격이 전년도보다 급격히 상승했고, 세금 폭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정부가 개별 필지와 주택에 매기는 ‘가격’으로 과세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복잡한 문제는 제쳐두려고 합니다. 대신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공시지가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Q1. 공시지가가 왜 필요한가요? 무슨 근거로 산정되는지 궁금해요.

주택 혹은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지방세인 재산세를 냅니다. 고가 주택이나 고가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냅니다. 이러한 세금을 걷으려면 기준이 있어야겠죠? 예를 들어 자동차세 경우 승용차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잖아요? 주택과 토지의 경우도 이런 기준을 정하기 위해 주택과 토지의 적정가격을 정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합니다. 이게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입니다. 중요한 과세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동산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란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가격이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의 가격”으로 법문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매년 1,800억원 규모의 예산이 공시업무에 소요됩니다. 땅값인 공시지가인 경우 전국 50만 대표 필지(표준지)를 국가로부터 용역을 받은 감정평가사들이 가격을 산정합니다. 나머지 3,260만 필지(개별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각 시,군,구에서 조사합니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22만 대표 필지(표준주택)를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하면 나머지(개별지)는 각 시,군,구에서 산정합니다. 전국 1,289만 호의 아파트(공동주택)는 한국감정원에서 일괄 산정합니다. 이런 기관들이 가격 분석, 가격 심의 및 심사, 가격균형협의, 이의신청, 조정공시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발표하게 됩니다.

 

Q2. 공시지가가 오르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르나요?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텐데요. 이 질문은 국토교통부 자료로 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표준주택공시가격을 발표할 당시 공시가격 인상이 논란이 되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국토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은 시세 상승 수준만 반영되므로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다. 건강보험료 변동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재산보험료는 재산세 과표를 기준으로 60개 구간으로 구분한 ‘재산보험료 등급표’를 통해 매겨지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인상되어도 등급이 바뀌지 않는 경우 보험료 변동은 없다. 재산세는 직전년도 대비 5~30% 이내로 제한된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시세 6억원)는 5% 이내, 공시가격 3억~6억원 10% 이내 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30% 이내. 1인 1주택인 65세 이상 고령자가 1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유는 보유세가 최대 70% 감면된다. 세부담 증가는 제한적이다”

전체 표준주택 중 98.3%를 차지하는 중‧저가(시세 15억원 이하)는 시세상승률 수준이 5.86% 인상에 그치기 때문에 서민이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 폭은 크지 않다는 말입니다. 설령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세 부담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급격한 세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친절한 정부는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18년 11월부터 T/F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공시가격 상승이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장학금 등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죠.

 

 

Q3.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 간 차이가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 간 차이는 경실련도 뭐라 확정해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시지가‧공시가격 산정 주체인 정부가 산정 방식이나 과정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시민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입니다.

공시지가 제도는 1990년 도입됐습니다. 시작부터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20~30%로 크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고, 참여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집값 안정을 목표로 2004년 12월 종합부동산세를 전격 도입합니다. 종부세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현실화가 꼭 필요했는데요. 참여정부는 33.3%에 불과했던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2003년에는 36.1%로 2004년에는 39.1%로 끌어올린 뒤 장기적으로 시세반영률 80% 달성을 목표로 정책을 짰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열린우리당)까지도 경기침체를 빌미로 종합부동산세 원안을 약화시키려 했고,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죠. 이후 정권이 바뀌고 종부세에 부정적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공시가격 현실화도 탐탁지 않아 했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은 세금 문제에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폭탄으로 연결 짓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문제는 경실련이 여러 번 밝혔듯이, 우리나라 부동산은 고가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70에 대한 세금을 내고,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30에 대한 세금을 냅니다. 문제는 돈 없는 일반 서민이 100의 70을 내고 돈 많은 재벌이 100의 30을 낸다는 점입니다. 가진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 없는 서민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Q4.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지 궁금해요.

결론부터 말하면 공시지가 인상과 아파트값 상승은 연관이 없습니다. 아파트의 과세 기준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는 재건축단지가 아닌 이상 공시지가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미래의 땅값, 집값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년도 가격 상승분이나 하락분, 실거래가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과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을 엄청나게 올려 소유자들이 세 부담을 우려해 집을 서로 내다 팔아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시가격이 엄청나게 내려가 세금 부담이 사라져 너도나도 집 사재기에 나서 집값이 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세부담상한선, 공시비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놨습니다. 앞에서 정부 자료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설령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 하더라도 일반 시민에게 세금 폭탄이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수, 2019/03/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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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40%가 전과 경력자라고?

김소엽 경북대 응용생물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오는 6월 13일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진행되었다. 현재 선거 관련 법률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는 형 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입후보가 가능하다.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후보자들은 후보자 등록 완료 후 후보자 인적사항과 병역사항신고서, 세금 납부·체납 상황, 전과기록에 관한 증명서류 등을 공개하는 것 외에 후보 출마에는 전과기록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2014년에 진행된 제6회 지방선거에서 출마자 8,994 중 39.8%인 3579명이 전과기록이 있었다. 지난 달 시민단체 경실련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서 이번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도 지난 선거 못지않은 높은 전과경력이 나타났다. 예비 후보자로 등록된 총 6,581명 중 약 40%인 2,663명이 전과기록을 가지며 평균 1.6건의 전과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이 28.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집시법·국가보안법, 폭행·상해·추행, 도로교통법 등이 다음을 이뤘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벌금 전과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도덕적·능력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준법정신이 미흡한 후보자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전과기록이 있다고 무작정 그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과경력자의 피선거권을 무조건 박탈하는 것 또한 역차별로 볼 소지가 있다. 또한 전과 기록이 있는 후보자들 중 민주화에 투신하는 과정에서 남은 전과기록의 경우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의 전과 경력은 시민들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철저한 검증자세와 판단이다. 하지만 이런 유권자들의 막대한 책임에 비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선거와 정치에 대한 교육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청년들은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갈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낮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 진행된 제6회 지방선거에서 20대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권이 없는 학생 때부터 투표는 나의 삶을 위한 필수적인 정치과정이라는 인식을 보편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선거 후보를 바라보는 올바른 판단기준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제대로 된 후보자가 선택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금, 2018/05/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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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

김효정 단국대 행정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일반적으로 청년은 만 19~34 세의 국민을 말한다. 청년들의 투표율은 선거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아 ‘정치적 방관자’라고도 불린다. 실제 통계를 보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18대 대통령의 논란으로 모든 국민이 분노했기 때문에 연령별 투표율이 대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을 보면 20대와 30대는 50%가 채 되지 않았고 40대는 53%, 50대는 65%, 60대는 70%로 연령과 투표율이 비례해 나타났다. 청년의 투표율이 낮은 원인은 무엇일까? 청년은 다른 연령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청년의 투표율이 낮은 원인은 선거의 공약이나 정책으로 이익을 받는 수혜자 입장에서 고려해봐야 한다. 청년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정책의 수혜를 가장 적게 받는다. 주로 선거 공약은 가구 단위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약 중 영·유아를 위한 보건정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나 고등학생 무상급식 등이 포함되어있다면 투표권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위해서라도 투표할 의지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독거노인 보건 시스템이나 한부모가정 등의 정책은 1인 가구나 소수 가족 단위를 위해 형성된 것이므로 이런 정책 대상자의 투표 의지를 제고한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표율을 제고할 만한 정책이나 공약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혹은 그러한 정책이나 공약이 있을지라도 대체적으로 모든 청년을 수혜자로 삼는 것이 아니라 청년 중 일부분만을 대상으로 한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예산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은 창업에 자신 있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청년만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청년 일자리 정책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필요한 스펙 쌓기, 어학, 학점 등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취업하기 위해 혹은 더 좋은 지위를 갖기 위해 준비해야 할 스펙들은 청년들의 시간을 가져가고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청년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시간을 쪼개면서 학업에 전진해야 하며, 자신의 목표를 위해 바쁜 날들을 보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나와 상관없는 공약들을 내세운 후보자들에게 하나의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시간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청년은 40대, 50대, 60대에 비해 누군가를 양육하거나 부양하는 역할이 적다. 따라서 다른 연령대는 자신을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자신이 양육하거나 부양하는 자의 정책까지도 고려하게 되지만 청년들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된 정책만을 강구한다. 현재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모든 청년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누구나 제한 없이 누릴 수 있는 정책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청년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화, 2018/05/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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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빈곤의 덫에 빠진 청년들

손보미 인천대 건축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흙수저 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이 보드게임은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 플레이어’와 ‘흙수저 물고 태어난 플레이어’를 가정하고 시작한다. 금수저가 기본으로 가진 아이템은 집 세 채와 유동자산 칩이다. 두 채는 임대 수입을 얻는 수단이다. 흙수저는 초기에 유동자산 칩만 가지고 시작한다. 게임하면서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각 플레이어는 매달 칩으로 월세를 내고, 월세를 받고, 대학에 갈지 말지, 취업을 할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일종의 ‘인생 게임’이다. 이 게임은 얼핏 보면 금수저에게 유리하게 설정되어 흙수저의 ‘좌절’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턴마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자신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그에 따라 이 모든 선택의 질서를 바꾸는 데 있다. 이것이 이게임의 핵심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게임의 법칙 자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미스핏츠, 《청년, 난민되다》, 코난북스, 311쪽

청년들은 사상 최고를 기록한다는 취업난에 이어 심각한 주거난에 노출되어 고통 받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라 상징되는 청년주거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2010년 이후 8년이 흘렀음에도 주거문제의 확실한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권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사업은 지금도 끊임없이 제지 당한다. 지난 달 4일 서울 영등포구의 모 아파트에는 내부 게시판에 걸린 청년주택을 ‘빈민 아파트’라고 표현하며 반대하는 안내문이, 성북구의 한 아파트 앞에는 행복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토교통부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 72.5%는 월세 형태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 1인가구 중 42.4%가 주거빈곤가구로, 전체 1인가구 평균 27.1%에 비해 훨씬 높다.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1인 가구 14㎡)에서 미달된 최소한의 환경 속에서 정책으로 마련된 청년을 위한 공간은 지역주민의 이해관계 속에서 다시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주거빈곤은 청년을 열악한 환경의 악순환 속에 몰아넣었다. 청년들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의 원룸도 구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대출의 이자를 감당하며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거나 하루 2~3시간이 넘는 통학을 감수해야 한다. 낮은 보증금의 집은 협소하고 낡고, 소음에 취약하며 보수비용이 발생한다. 주거비를 스스로 감당하기 위해 수업시간보다 긴 시간을 노동에 할애한다. 그렇게 얻은 방도 치솟는 주거비에 맞춰 6개월, 1년단위로 떠돌아야 한다. 주거는 이렇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없는 덫이 된다.

정부에서는 주거 안정화를 위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계획이라 발표하였다. 하지만, 지역주민갈등을 넘어 힘겹게 준공한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까다롭고도 높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주택청약과 목돈의 보증금,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학자금 대출도 버거운 상황에서 몇 천만 원의 목돈 마련은 부담스럽다.

꿈을 꾸며 살아야 할 청년들의 시간을 사회가 지켜줘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님비갈등 속에서 양측의 배려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정책이 요구된다. 자라나는 새싹이라 불리 우며 자라온 우리, 청년이라는 어린 나무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크게 자랄 수 있게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바란다.

목, 2018/05/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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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지역이야기 (2018년 9-10월호) / 인천경실련

 

민선 7기 지방의회 및 시민사회의 역할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email protected]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민선7기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혹독했다. 경실련이 선거 다음날인 지난 6월 14일 마련한 평가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하나같이 “대선이 치러진지 1년이 조금 지난 허니문 기간”에 “남북관계 등 굵직한 의제에 압도당할 수밖에”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풀뿌리가 실종된 지방선거”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당 공약은 “문재인”과 “적폐청산”이 전부였다고 혹평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공약 및 인물 검증으로 인한 후유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후보가 치른 선거가 아니었다는 거다.

좀 더 현실로 다가서면 ‘여대야소(與大野小)’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지방의회를 만난다.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라는 거다.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인천만 보더라도 8대 의회를, 더불어민주당이 33개 전 의석을 석권한 가운데 야당에 양보한 건 비례대표뿐이었다.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에 각각 한 석이다. 2006년 5대 의회를, 한나라당이 30개 전 의석을 석권하고 열린우리당이 비례대표 한 석의 고배를 마셨을 때와 똑같다. 당시 지방정부와 의회는 한통속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다 결국 인천시민에게 재정위기를 안겨줬다. 현 시정부와 의회가 반면교사 할 대목이다.

 

# 민주화운동 출신 의원이 셀프 조례 발의

민선7기 시정부는 물론 8대 시의회도 적폐를 청산하고 당선된 장본인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벌써부터 적폐의 싹이 보이니 걱정이다. 자신을 시민단체 출신 몫의 비례대표로 천거하는데 기반 역할을 한 소속단체가 영구적으로 위탁사업을 수행하게끔 지원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거다. 그는 한때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이었고, 민주화운동 선배들이 모여 있는 ‘인천민주화계승사업회’와 이 회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인천민주화운동센터’에서 중책을 맡아온 인물이다. 민선5기 때 정치성향이 같은 시장 아래서 혈세로 운영하는 센터를 만들 더니, 이젠 영구운영 체제를 구축하려는지 스스로 조례를 발의한 거다.

민주화운동 물을 먹었다는 의원이 이 정도인데, 다른 의원은 어찌 평가해야 할까? 결국 정당 구분 없이 특정 정당으로의 쏠림은 문제라는 거다. 그동안 경실련이 주장해온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현행 비례대표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해 앞선 사례와 같은 정치상황이 벌어지면 대책이 없는 거다. 인물 검증을 가로막는 낙하산 공천의 폐해를 해소하려면 소수정당 및 지역정당이 활성화돼야 한다. 정당법에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3조)` ‘정당은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17조)` ‘시·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18조)`고 돼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거대 정당의 지방정치 독식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거다.

 

# 시민사회의 정치개혁·지방분권 운동 절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많은 정치개혁 과제가 제안됐지만 누가 고양이(공천권자)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느냐다. 결국 경실련 등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당장 지역의 자치권을 확대하기 위해 대통령이 약속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촉구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20% 이상 떨어진 지지율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거다. 전략상 개헌과 지방분권 논의를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의지만 있다면 권한의 이양은 현 체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그렇다. 다만 지역경실련 모두 자기 지역의 지방분권 과제를 발굴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거다.

지방분권의 토양이 구축되면 동량지재(棟梁之材)가 자라나고 지역공동체에서 일꾼으로 쓸 수밖에 없다. 검증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이 활성화된 일본과 독일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럼 당장은 어찌할 건가. 시민사회가 의회를 대신해 지방정부를, 시민을 대신해 의회를 견제·감시해야 한다. 더불어 중앙정치권을 상대로 정치개혁과 지방분권을 요구할 때다. 마치 촛불민심의 대변자인양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만들어진 지금의 지방정부와 의회가 국민과 시민에게 실망을 안기면 그 후폭풍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거다. 경실련 가족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목, 2018/09/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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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이슈리포트1]

정치개혁을 위한 첫 걸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조진만 정치개혁위원장/덕성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한국의 민주주의는 단기간에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 힘은 정치권력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때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저항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민주국가들 중에서 정치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이 한국만큼 큰 나라도 드물다. 개인적으로 한국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정치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열정이 없고 무관심하다면 불만을 표출할 이유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시민들은 한국정치에 대하여 불만을 힘들게, 그리고 끊임없이 제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금부터 얘기해보고자 한다. 용어도 익숙하지 않고, 그 선거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떠한 효과를 이끄는지 잘 몰라도 된다. 그저 앞으로 질문하는 내용에 대하여 스무고개 문제를 풀듯이 자신의 입장을 예, 아니오의 차원에서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선거제도 개혁은 필요한가?

첫 번째 질문은 한국정치에 대한 만족 여부이다. 한국정치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이 질문에 예라고 자신 있게 응답할 수 있는 시민의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다. 아니오 라고 응답한 시민은 한국정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를 희망할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선거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민주국가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들이 시민들을 대변하는 대의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선거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하면 어떠한 답변이 돌아올까?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이 대표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선거의 결과가 선생님의 의견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고, 이렇게 선출된 국회의원은 재선을 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므로 이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국회의원이 대표자로서 시민들의 의사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 변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선거와 정당체계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다. 선거제도는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게임의 규칙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선거제도를 채택하는가에 따라 정당이 얼마만큼의 의석을 차지하는지가 달라진다. 앞의 두 질문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그 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면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지할만한 정당이 없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을 경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좋아하는 정당이 있습니까?” “국회의원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정당한 의석을 확보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국정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대 정당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만족하십니까?” 이 질문들에 대하여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에 큰 관심을 보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떠한 선거제도를 채택할 것인가?

앞에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수록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떠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이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는 유권자에게 지역구 후보자에 1표, 그리고 정당에 1표를 찍을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지역구 차원에서는 유권자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 그리고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한 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집계하여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정한다. 전체 국회의원은 300명인데 지역구 차원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은 253명(84.3%)이고, 정당투표를 통하여 선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47명(15.7%)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이어가 보자. 네 번째 질문은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에 만족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계속 1등 후보만 지지한 유권자들은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1등 후보는 빈번하게 뒤바뀐다. 뿐만 아니라 1등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등만 뽑는 선거결과에 대하여 불만을 갖는 유권자들은 많이 존재할 것이다. 특히 1등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적은 군소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경우 그 불만이 더욱 클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군소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경우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를 하면 선거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죽은 표(死票)’를 던지는 꼴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할 경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거대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그래서 1등만 뽑는 선거에서 군소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전략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선의 거대정당에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제도 하에서는 거대정당 중심의 양당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 번째 질문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1등만 선출하는 지역구 선거로 뽑는 것이 바람직한가?”이다. 앞의 네 번째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유권자라면 다섯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떠한가? 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지역구에서 뽑지 않고, 전국 차원이든 권역별로든 정당투표의 결과에 따라 각 정당에게 비례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앞의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마지막 질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현행 선거제도를 비례적인 선거제도로 변경을 하면 된다. 비례적인 선거제도의 종류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 어떤 선거제도를 채택하든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 지역구 차원에서 1등만 뽑는 선거가 갖는 지역대표성의 장점이다. 전국을 지역구로 나누어 국회의원을 선출할 경우 각 지역구마다 유권자는 확실한 대표자를 갖게 된다. 그런데 전국적인 수준에서 100명의 국회의원을 한 번에 비례적인 방식으로 뽑는다면, 아니면 100명의 국회의원을 각각 50명씩 두 지역으로 나누어 비례적인 방식으로 뽑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유권자가 개인적으로든 지역적으로든 민원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경우 수많은 국회의원들 중에서 어느 국회의원에게 이 문제를 부탁할 것인가의 문제가 다소 모호해진다. 유권자 수가 적거나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 거주한다면 더더욱 국회의원들이 그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반응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제도가 문제점도 많지만 이와 같이 지역대표성에 있어서는 확실한 장점을 갖는다.

여섯 번째 질문은 다섯 번째 질문에서 제기한 문제를 종합한 것으로 구성된다.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의 지역대표성의 장점과 유권자들의 선호가 그대로 선거결과에 반영되는 비례성의 장점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존재한다면 채택할 것인가?” 일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주장에 동의한다면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과 선거제도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고, 그 해결책으로서 여섯 번째의 질문에 동의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더라도 현행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1표씩을 행사한다. 실제로 외형적으로는 현행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가 각각 분리적으로 당선자를 결정하고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의 결과가 연계적으로 고려되면서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비례적인 방식으로 의석이 배분되어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정당투표의 결과로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이 결정된다. 쉽게 얘기하자면 지역주의의 영향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정당투표의 의석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배분받게 됨으로써 정당투표 득표율에 비례한 전체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놓고 보면 정치개혁을 위해서 선거제도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른 선거제도와 비교하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와 관련하여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그것은 국회의원 수와 관련된 문제이다.

일곱 번째 질문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동의하겠는가?”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의 전체 의석이 정당투표의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초과의석이나 조정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초과의석은 정당투표의 득표율보다 상회하는 지역구 당선자를 낸 정당들이 존재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정당투표 득표율상 전체 10석의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된 12명 중 2명을 낙선시킬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2명의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다른 정당들도 그 초과의석 분을 고려하여 전체 의석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조정의석이다. 그래서 당초 정해져 있는 국회의원 수보다 많은 국회의원이 당선된다.

한국의 경우 정치에 대한 불신,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에 이 질문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면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나쁜 점이 아니다. 한국은 다른 민주국가들과 비교하여 국회의원 일 인당 대표해야 하는 유권자의 수가 상당히 많은 국가이다. 경제 수준이나 공무원 규모 등과 관련한 다른 지표들을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지극히 적은 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자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수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비율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의석의 절반씩을 할당하지만 한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이 15.7%에 불과하다. 또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제 제기와 비판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를 얼마나 늘릴 것인지,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공천과 순위 결정 등에 있어서 얼마나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가를 보여줄지 등은 여전히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정치개혁 도모라는 큰 틀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핵심적으로 걸려 있는 영역이지만 시민과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들의 영역으로 남겨 주고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선거에서 선택을 하면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된다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호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 거대정당들에 대한 시민들이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당제가 형성될 것이다. 다당제 하에서는 부득이하게 정당들 간의 연합이나 협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당제가 대통령제와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험을 놓고 보면 양당제든 다당제든 국회와 대통령 간의 관계가 대등하지도 않고 협력적이지도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다당제-협치”라는 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진다면 대통령제와의 조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개헌 문제와 관련하여 말로만의 논의 이상의 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정치학자들이 선거제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선거제도의 변경이 개헌의 절차보다 쉽지만 그 효과는 개헌에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개혁의 첫 단추가 선거제도의 개혁으로부터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 2019/01/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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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시사포커스2]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경협

 

양문수 통일협회 정책위원장/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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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작년 4월에 판문점에서 개최되었고, 이어 5월에는 당일치기로 두 번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어 9월에는 세 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한 해에 한 번 열리기도 힘든 남북정상회담이 한 해 동안 세 차례나 열렸다. 당연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작년 6월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특별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 초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지난 7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은 그 속도가 너무도 빠른 것이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그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 및 한반도 관련 메가톤급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반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로 대표되는 동북아 질서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움직임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평화 또는 한반도 평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변화는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남북한, 미국, 중국 등이 공통으로 추구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목표는 존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가 그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는 북한에 관한 것, 세 번째는 북미관계에 관한 것이지만, 두 번째는 한반도에 관한 것이고 여기서 키워드는 평화 또는 평화체제이다.

요즘은 국가 차원의 공식적·공개적인 장에서 한반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통일보다는 평화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나온다. 이 또한 새로운 흐름이다. 어쩌면 우리는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관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급격한 변화는 통일보다는 평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양상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남북한의 평화공존 상태를 상정한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은 앞으로 상당 기간, 어쩌면 꽤 오랜 기간 남북한의 평화공존 기간을 거쳐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북한이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편입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크게 진전된다면 그동안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고 있었던 여러 장애요인들이 제거되는 것은 분명하다. 남북한 체제의 이질성이 완화되고 남북간의 적대적 관계가 화해협력관계로 전환되면 통일의 여건이 종전보다 개선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일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있는 게임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남한은 분명 통일을 추구하겠지만 북한은 과연 그러할까. 특히 북한 지도부의 생각은 어떠할까. 권력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남한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남북연합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북한은 이와는 정반대로 Two Korea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남북한 당국자들의 만남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공개적·공식적인 자리에서 통일을 노래하고 통일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북한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북한정부의 속내는 Two Korea이다. 남한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따름이다.

설령 상당한 시간이 흘러 통일을 달성한다고 해도 통일은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세계화 시대의 통일, 즉 다양한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들과 공존하는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토록 갈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을 실현하기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대폭 개방된 상태, 국제화의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통일보다는 평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입장을 보여 왔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세계관 또는 철학에서 키워드는 통일이라기보다는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통일이 평화의 선결요건이라고 보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통일의 선결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평화의 구축 및 정착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통일에 관해서는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지향한다. ‘법적인 통일’이 아니라 ‘사실상의 통일’을 지향한다. 정치적 통일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 통일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통일의 본질은 연방제, 연합제, 체제통일 등 어떤 제도적 상태라기보다는 남북간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이 확대·심화되는 과정이라고 파악한다.

이렇듯 남북간에도 평화가 우선적으로 추구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적 과제로 제기된다면, 이는 남북경협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여건 변화를 의미한다. 첫째,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체제에 상응하는 남북경협, 나아가 남북한 경제관계 체제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대두된다. 둘째, 향후 남북경협은 어떤 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하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가속화·공고화하기 위해 남북경협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대두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상태이자 과정이다. 장기적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남북한과 함께 주변국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국제적인 성격이 강한 사안이다. 북한이 갈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은 북한 영토에 무수한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들이 거주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국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남북한 경제관계 체제도 그러한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남북경제공동체 논의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남북경제공동체의 실현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즉 대북제재가 거의 다 해제된다면 미, 중, 일, EU 등 다양한 해외의 경제 주체들의 북한 진출 러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북한과의 모든 경제협력 사업을 남한 혼자 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양면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해외의 경제주체들, 공공·민간 자금들과 북한에서 동거·공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우리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결국 언제 어느 분야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것인가, 또한 경쟁할 것인가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문제, 전략을 짜는 문제로 귀착된다.

이는 남북경협에서 양자간 협력과 다자간 협력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주변국과 비교한 우리의 분야별 경쟁력 진단 및 제고와도 관계가 있다. 사업의 우선순위, 또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한편, 이제는 남북경협에 있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경제외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때로는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자본, 특히 미국자본의 북한진출에 대해 한국이 거부·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자본의 북한 진출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지난 5월, 북한 비핵화시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통해 북한의 전력망 확충, 사회 인프라 건설, 농업 발전을 도울 수 있다며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의 구체적 분야까지 밝혀 눈길을 끓었다.

이런 분야에 미국자본이 북한 진출을 타진한다고 하면 우리는 이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미국자본의 북한 진출에 난관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런 요인들은 상수로 인정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월, 2019/0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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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2019 토지공개념]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시장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장성현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간사 [email protected]

년 초부터 공시지가 문제가 뜨겁다. 주택 가격과 땅값의 기준점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 ‧ 표준주택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자, 일부 언론에서 또 다시 ‘세금폭탄론’을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공시가격이 전년도보다 급격히 상승했고 이는 세금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언론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도 세금폭탄 운운하며 공시가격 현실화 저지에 숟가락을 얹었다.


논리의 근거로 서울 소재 고가단독주택을 내세우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A다가구주택의 작년 공시가격은 13억 9,000만원이었고, 올해는 23억 6,000만원으로 10억 원 올랐다고 한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전년도에 비해 211만원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세금폭탄이라는 것이다. 이 주택은 공시가격이 14억원일 뿐이지 실제 가격은 최소 20억원 이상이다. 20억원 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한 달에 18만원 더 내는 것이 세금 폭탄이라니…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대부분 주택은 재벌 회장과 부동산부자 소유다. 2019년 표준단독주택 가격 1위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B주택이다. B주택의 소유자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다. 작년 공시가격은 169억원이고, 올해 공시가격은 270억원으로 60% 상승했다. 보유세는 2억 1,400만원에서 3억 2,100만원으로 오른다. 신세계그룹 이 회장이 소유한 B주택의 시세는 340억원이다. 신세계슈퍼도 아니고 신세계마트도 아닌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340억원짜리 주택의 보유세가 1억여원 오른 게 세금 폭탄이란 말인가…

일반 서민이 보유한 토지와 주택의 상승률은 예년 수준과 비슷하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C주택의 작년 공시가격은 1억 1,000만원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상승하지 않았고, 보유세 역시 18만원으로 그대로다. 전남 목포시 산정동 주택의 작년 공시가격은 3억 1,000만원이었다. 올해는 2억 9,0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보유세도 6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렇듯, 일부 고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예년 수준보다 많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

왜 공시지가 현실화, 다시 말해 공시지가 ‧ 공시가격 현실화가 필요한지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기형적인 공시제도를 가지고 있다. 경실련은 여러 차례 실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유형별 살펴보면 공동주택(아파트)은 70~80%, 고가단독주택은 50%, 고가빌딩 및 토지는 20~30%의 시세반영률을 보인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17평 일반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억 8,000만원이다. 시세는 2억 5,0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72%다. 서울 강남에 있는 24평 고가아파트는 공시가격이 26억원이고 시세는 33억원이다. 시세반영률이 79%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단독주택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소유다.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261억원 시세는 500억원이다. 시세반영률이 52%다. 재벌 빌딩과 그 부지는 시세반영률이 더 낮다. 2014년 현대차가 10조 5,000억원에 인수한 강남구 소재의 한전부지는 공시가격이 2조 7,000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6%에 불과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고가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떨어진다.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70에 대한 세금을 내고,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30에 대한 세금을 낸다. 문제는 돈 없는 일반 서민이 100의 70을 내고 돈 많은 재벌이 100의 30을 낸다는 점이다. 가진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돈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동산 공시제도가 시행된 이후 계속되는 현상이다.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공시지가는 부동산시장 왜곡의 주요 원인이다.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방치한다면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결코 바꿀 수 없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하여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위한다면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된다.

월, 2019/01/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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