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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권 모두 포기하고 망사업자와 잘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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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권 모두 포기하고 망사업자와 잘살아보세!

admin | 수, 2020/05/20- 01:41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현 정부의 정보통신발전계획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야, 네이버, 카카오!
너희 구글, 페이스북 따라 잡겠냐.
너희들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망사업자들과 같이 국민들한테 통신요금이나 뜯고 외국업체들 망이용료나 뜯어보겠다.’

그 기조의 최근 발현이 2020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악수

우선, 공공재인 주파수와 도로 위 전봇대나 아래의 관로의 독점적 이용을 불하받아 천문학적 이윤을 올리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의 마지막 보루인 (1)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여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비를 그대로 두겠다고 한다.

요즘은 이동통신에서 음성전화보다 중요한 것이 인터넷이며 음성전화도 인터넷전화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 다시 말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이동통신가격이 떨어지기가 어렵다. 또 시장경쟁상황이 HHI지수 기준 인구 2천만 이상의 선진국에서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시장과점의 정도를 측정하는 HHI지수 국가간 비교. 한국 3,736

(2) 또 불법정보유통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망사업자들은 쏙 빼놓고 부가통신사업자 즉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에게만 부과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에 대한 사적 검열과 사적 감시를 부추길 것이며 외국플랫폼으로의 망명을 부추길 것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하여 업체들에 대한 이용자 감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n번방 재발 방지라는 입법 의도가 실효되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유지해왔던 정보매개자 책임 제한 원리, 즉 자신이 몰랐던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훼손하여 사업자가 이용자의 포스팅을 사전검열하거나 전면적으로 감시하도록 해 인터넷의 생명을 유지해왔던 ‘허락받지 않고 말할 자유’를 훼손한다(참고: 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3) 게다가 한낱 서버들의 묶음인 데이터센터들에게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나 적용되던 재난관리계획 제출의무를 지워 인터넷업체들을 허가제로 만들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모든 사업자’로 정의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든 안하든 홈페이지 만들어놓고 댓글창이라도 달아두면 신고를 했든 안했든 부가통신사업자다. 학교도 도서관도 심지어는 오픈넷도 부가통신사업자인데 웹 서버를 자가로 하면 그게 결국 데이터센터인데 여기에 재난관리계획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의 자유를 파괴한다.

인권과 경제 다 놓치는 악수 시리즈의 결정판은 (4)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미사여구가 동원되었지만 결국 인터넷접속 속도나 질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인터넷업체들에게 지우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이며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 경제적 역할 모두 모두 포기한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접근 가능 책임, ‘콘텐츠 제공자’에 분산 

망사업자들은 이미 인터넷접속료를 고객들로부터 받는다. 여기서 ‘인터넷 접속’이라는 상품은 전 세계 단말들에의 ‘접근가능성’(full connectivity)을 의미한다.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어떤 서버이든 망사업자는 자신의 고객들이 이 서버들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자신의 망 입구까지 전달만 된다면 말이다.

고객들에게 각자 초당 1GB의 접속용량(속도)를 판매했다면 그 속도로 전 세계 어느 서버들의 콘텐츠이든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1동네의 10가구에 그렇게 판매했다면, 그 동네 입구에는 초당 10GB 용량의 선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고객이 1천만 명이라면 자신보다 상위의 해외 망사업자와는 초당 1GB×1천만 명의 해외접속용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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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가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동시에 해외 콘텐츠를 보는 것은 아니니 합리적인 범위 내의 오버부킹(Overbooking; 실제 확보한 용량보다 더 많은 용량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예측이 어긋나서 혼잡이 발생한다면 자신의 고객에게 ‘접근 가능성’(full connectivity)를 약속하고 돈을 받은 망사업자‘가’ 약속한 속도가 나오도록 상류접속용량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 책임을 콘텐츠 제공자에 분산시킴으로써 망사업자들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네이버스포츠나 카카오TV 영상 중에 킬러콘텐츠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면서 콘텐츠 제공 경로에 혼잡이 발생했다고 하자.

혼잡을 풀기 위해 망사업자가 접속용량을 확보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개정법 조항을 들어 망사업자가 네이버나 카카오에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는 그들대로 인터넷접속료를 망사업자들에 냈고, 이들 역시 국내망사업자 고객들의 단말들을 포함한 전 세계 단말들에의 접근가능성을 약속받았다. 개정법은 네이버나 카카오에 자신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송출할 때 필요한 접속용량에 대한 접속료 한 번 그리고 그 콘텐츠가 망사업자의 고객 단말기에 전달될 때 필요한 접속용량에 대한 접속료 한 번 이렇게 두 번 돈을 내라는 것이 된다.

개정안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중복해서 접속료를 내게 한다.
개정안은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중복해서 접속료를 내게 한다.

결국, 국내 콘텐츠업체 죽이는 법 

법 추진 세력들은 국내 사업자에게 적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외 콘텐츠업체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법이라는 게 그렇게 마음대로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구글, 페이스북 등은 우리나라 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행정법의 집행력은 공공기관이 신고를 취소하는 등의 징계를 할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니 해외 업체들에 대해서는 법 집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만 죽이는 법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망사업자 보호를 위해 특별히 2016년부터 시행해온 역시 세계 유일의 발신자 종량제 덕에 네이버(734억 원+), 카카오(300억 원+), 아프리카TV (150억 원+) 등이 국내 망사업자에게 내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참고: 망중립성 관점에서 ‘망 이용료’ 논쟁 이해하기).

영세업자에 제공되는 초고속인터넷 접속료가 미국과 수십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망사업자들은 실제 제공하는 가격은 이것보다 저렴하다고 하며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PC방 전용회선 상품을 살펴보면 실제로 1Gbps를 월1백만 원에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관이 법적 책임을 담보하는 문서이므로 실제 가격대비 속도를 정관이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업자들의 해명이 필요하다.

서울의 초당1MB 접속 가격이 파리의 8배 뉴욕의 5배다. 국가가 망사업자들이 서로 인터넷의 구동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이터 발송 비용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어 망사업자들이 서로 인기있는 콘텐츠 유치를 꺼리게 되었고 심지어는 일부 콘텐츠업자들은 아예 발신자 종량제로 접속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 유일의 망 혼잡 해소 비용까지 콘텐츠업체에게 더 내놓으라니.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 접속료 국제 비교

인터넷과 노벨평화상

결국 발신자 종량제는 인권도 죽인다. 인터넷이 노벨평화상 후보(2010년)에 오를 만큼 인권 보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 발송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전기, 수도 같은 종량제가 아니다. 거울에 빛이 반사되어도 아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듯이 텔레비전을 아무리 오래 보아도 수신료나 케이블월정액에 변함이 없듯이 인터넷도 똑같은 전자기파 신호라서 데이터량에 따른 비용 발생이 없다.

더욱이 인터넷은 지상파, 전화, 케이블TV와 달리 하나의 업체가 데이터 경로 전체를 책임지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이웃의 데이터를 ‘옆으로 한칸씩’만 전달해주겠다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데이터 전달이 이루어져 데이터 전달 비용이라는 것을 서로 받지 말자고 만든 통신시스템이다.

인터넷은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넷은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카카오TV에 정부 비리를 고발하는 영상을 올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봐서 카카오TV 서버의 데이터가 많이 전달되더라도 고발자가 데이터 전달 비용을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고 만든 시스템, 즉 표현의 경제적 비용은 없애자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이걸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법이 통과되면 영상의 이용자들이 많은 지역의 망사업자가 ‘당신 영상 때문에 망혼잡이 발생하니 해소비용을 내라’고 카카오TV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영상 플랫폼에 킬러 콘텐츠가 올라오는 것이 두려운 업체들은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페이스북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다.

경제, 인권 다 포기하고 망사업자들과 잘 살아보세.

이 글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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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유럽사법재판소는 프랑스 내의 인물이 요청하고 프랑스 개인정보보호기구가 검색엔진에 명령한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가 유럽연합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결과에는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였다(Case C-507/17 Google LLC, successor in law to Google INC. v Commission nationale de l’informatique et des libertés(CNIL)).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6년 위 소송에 이해관계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아티클 19(Article 19),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전자개척자재단(Electronic Frontiers Foundation, EFF) 등 총 6개 단체의 명의로 제출한 바 있으며, 그 의견서의 취지가 유럽사법재판소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

법원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유럽연합 내 … 사람에 대한 링크에 유럽연합 외부의 이용자들이 접근권을 가지면 유럽연합 내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즉각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상당하고, 따라서 세계적으로 검색배제를 하는 것이 완전한 방법이겠지만, 수많은 제3국가들은 검색배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를 접근하고 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고, 사회에서의 기능과 관련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비례성 원칙에 따라 다른 기본권들과의 관계에서 균형잡혀야” 하며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 보호와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자유권(freedom of information) 사이의 균형은 세계 여러 곳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현재로서는 유럽연합법 아래 검색배제명령을 받은 … 검색엔진 운영자가 검색엔진의 모든 (국가) 버전에서(예를 들어, 프랑스 당국의 명령을 google.com에서 – 편집자) 이러한 검색배제를 수행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유럽연합법은 검색엔진 운영자가 모든 회원국의 검색엔진 각 버전에서 검색배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 회원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유럽연합 외부의 검색엔진 버전을 통해 해당 링크에 대한 접근권을 단념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 회원국의 법원에게 달려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유럽연합법이 현재 검색배제가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수행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동시에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회원국의 관계자들은 국가적 기본권에 대한 자국의 기준에 따라 정보대상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자유권을 비교형량하여, 적절한 경우 검색엔진의 운영자에게 그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검색배제할 것으로 강화할 권한이 있다”고도 하였다. 

개인정보보호권은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윤리적 평가를 어느 만큼 허용할 것인가라는 고도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판단을 요하는 문제로서 다른 인권들과 달리 사회적 논의로 남겨지는 영역이 크다. 오픈넷은 캐나다법 하의 상표권 침해에 따른 검색배제조치가 캐나다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에도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다룬 Google Inc. v. Equustek Solutions Inc. 2017 SCC 34 사건에도 아티클 19,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이해관계자 의견서에 참여하였으나 여기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잊힐 권리와 상표권에 대한 보편타당성에 대해서는 국제법조계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정보자유권 즉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에 대해 우리나라 내에서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란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검색결과에서 그 사람이 타인들의 기억으로부터 잊히기 원하는 사실들을 담은 웹페이지 링크들을 제외하는 조치를 말한다. 오픈넷은 “잊힐 권리” 보호조치가 명예를 훼손하지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합법적인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에 타인이 접근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사람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며, 과거의 사소한 언행 때문에 부당하게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 검색배제조치 신청인의 욕구 해소에도 도리어 해가 된다는 취지에서 반대해왔다(관련 논평 아래 [관련 글] 참조).

2019년 10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알권리와 잊힐 권리 (시사IN 2017.11.13.)
유럽이 틀렸다 | ‘잊힐 권리’ 법제정이 위험한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6.04.28.)
[논평] 방통위 ‘잊혀질 권리’ 제정에 반대하며 (2016.03.15.)
“잊혀질 권리”라는 이름의 사상통제 (경향신문 2014.06.09.)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과하면 독이 된다 (슬로우뉴스 2014.07.24.)
개인정보소유권 이야기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자 (경향신문 2014.07.15.)
수, 2019/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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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회의에서 왼손으로 국민의례를 한 것처럼 조작된 이미지를 올린 게시글들을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삭제 의결했다. 12일에는 김정숙 여사가 일본산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허위정보를 같은 심의규정을 근거로 삭제 의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코로나19 비상상황을 빌미로 ‘사회적 혼란 야기’라는 위헌 소지가 높은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질서 위반’이라는 대제목 하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본 심의규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표현물이 부당하게 검열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높은 독소조항이며, 이를 근거로 한 심의는 최대한 지양하여야 한다. 특히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국가의 정책 기조에 반대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물을 검열하는 데에 남용할 위험이 높아 더욱 위헌적인데,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바로 이러한 위험을 현실화한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3월 초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정보에 강력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번에 삭제 의결한 게시글들도 이 대응의 일환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정보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국민에게 감염병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의 신체‧안전에 대한 위험을 가중시키거나, 대응 업무에 혼선을 빚게 하여 관련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여력을 분산시키는 등 실질적인 해악을 가져오는 정보에 국한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관련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왼손으로 한 것처럼 조작한 정보나 영부인이 일본산 마스크를 썼다는 허위 정보가 감염병 대응과 관련하여 국민에게 어떤 중대한 혼란이나 위험을 야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방통심의위는 ‘사회질서 위반’, ‘사회적 혼란 야기’ 심의규정을 이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를 심의한 것이며, 이것은 곧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비판해왔던 행태를 이번 정부의 방통심의위도 끝내 자행한 것이다.

이번 심의 대상 정보들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영부인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심의는 명예훼손 심의규정을 적용한 것도 아니고, 피해 당사자의 신고도 없었는데도, 방통심의위가 코로나19 관련 긴급안건으로 상정하여 ‘사회적 혼란 야기’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선제적, 적극적으로 심의한 것이다. 이는 결국 방통심의위가 전 정부때와 같이 대통령 심기 보호를 위해 무리한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당한 허위정보에 대해 진실한 정보를 널리 알림으로써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자원과 권력을 가진 기관이다. 행정기관의 검열을 통한 삭제, 차단이나 형사적 강경대응보다는 팩트의 제시를 통해 허위조작정보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 정보의 교정과 장기적인 국민의 정보 선택 능력 함양에 더욱 실효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이제라도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재생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3월 1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방심위, 메르스 괴담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삭제 의결 (2015.06.17.)
[논평] 방심위,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주장 글, ‘사회적 혼란 야기’ 이유로 삭제 의결 (2015.05.15.)
금, 2020/03/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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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5월 13일, 일명 ‘역사왜곡방지법안’(김용민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0105, 이하 ‘본 법안’)이 발의되었다. 본 법안은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제국주의의 우리나라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지배 또는 그 지배 하에서 범해진 폭력, 학살, 인권유린 및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 외국인 또는 외국의 국가·단체가 역사왜곡 또는 일제찬양을 하는 것에 동조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행위, 공연히 일본제국주의를 찬양·고무·선전할 목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또는 조형물을 사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내용,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여부 등을 전문적으로 심리하기 위하여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역사왜곡행위, 일제찬양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등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악의적 역사왜곡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 법안은 헌법에 위반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조속히 철회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사상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결정, 99헌마480 참조). 국가가 역사에 대해 일정한 방향의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사상을 표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한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라는 법정기구를 설치하고, 역사왜곡행위, 일제찬양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 역시 표현물에 대한 국가의 강제적 검열권을 부여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 ‘동조’, ‘찬양, 고무, 선전’ 등의 구성요건 개념은 추상적·주관적이고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자의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표현의 허용 여부 및 형사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표현행위로 인하여 초래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막연한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이유로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즉, 표현이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고(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참조), 표현으로 인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할 때에만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제한의 대원칙이다.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써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도 고려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 고무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되는 선에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는데, 그럼에도 이 역시 여전히 위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본 법안은 표현행위로 발생하는 ‘결과’나 ‘해악’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도 않고, 표현행위 자체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역사적 행위에 ‘동조’,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또는 조형물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즉, 특정한 내용의 표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안 제안이유에서는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행위로 국민적 공분이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배경으로 설명하며,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존엄을 유지하고 국민의 역사인식 고양에 기여함을 규제의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공분’과 같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해악은 표현물을 규제할 만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해악으로 볼 수 없으며, 국가 존엄 유지와 역사 인식 고양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것으로써 정당한 규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역사왜곡 행위가 불러올 수 있는 해악은 ‘역사적 사건의 관련자와 유족의 인격권 침해 등의 피해’ 및 ‘장래에 유사 사건의 재발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 관련자들의 현저한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현행 명예훼손·모욕 법제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 또한 사회통념상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본제국주의에 대하여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제국주의의 피해 당사국에서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행위는 오히려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될 뿐 다수 국민들의 사상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관련자 등이 사회에서 차별, 배제된다거나 유사 사건이 재발될 위험 등의 해악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다.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 역시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소수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남용되어 왔다. 반일 정서 등 국민 다수의 사상, 여론을 이용하여 구체적인 해악이 없는 표현을 규제, 처벌하는 내용의 포퓰리즘적 법안의 추진은 소수자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탄압하고, 다양한 사상적 표출만을 억제하여 올바른 역사 인식이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서 성숙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 뿐이다. 김용민 의원 등은 위헌적인 역사왜곡방지법안 발의를 조속히 철회하고, 국회가 더 이상 이러한 포퓰리즘적 표현물 규제 입법을 추진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2021년 5월 3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대북전단금지법은 국가보안법 제7조와 다를 바 없는 과잉입법으로 위헌!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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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1/05/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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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은 지난 9월부터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네티즌들에게 법률상담 등의 법률지원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 중 변호인으로 지원한 한 사건에 대해 지난 11월 21일 검찰로부터 죄가안됨의 불기소 처분을 받아냈다. 해당 네티즌은 2018년 12월경, 나경원이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에 “국X 등장”, “자유한국당의 삽질”의 표현이 포함된 댓글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오픈넷은 검찰에 ‘해당 네티즌은 나경원 의원의 기존의 친일 행보 및 막말 행태 등에 비판적이었고, 표현행위의 주된 의도가 단순히 나경원 개인을 모욕하거나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를 원내대표로 선출한 자유한국당의 선택이 자충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므로, 모욕으로 볼 수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도의 행위’라는 취지로 의견을 제출했으며,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모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오픈넷이 법률지원한 다른 유사한 사례 ─ 나경원의 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기사에 “국X, XX녀가 원내대표라니ㅋㅋㅋㅋ, 자유당 폭망각”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한 사례 ─ 에서도, 검찰은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 표현들은 피해자(나경원)의 정치적 행태를 비판하는 용어로 상투적으로 쓰여왔던 표현’이고, ‘피의자가 정치, 사회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비판에 수반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 ‘피해자의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것’, ‘피해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결정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대한 비판적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일반 국민이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지위에 있는 정치인을 정제되지 않은 다소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 기소 및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본 사건의 이러한 헌법적, 사회적 의미를 고려한 올바른 판단이라 할 것이며,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서도 이같은 선진적인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 경찰이 유죄 의견으로 즉결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모욕죄 벌금 5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이는 가장 가벼운 유죄 판결 유형으로써 사실상 무죄 판결에 가깝지만, 평범한 국민이 정치인에 대해 “명불허전 국X, 1급 발암물질”이라는 수준의 댓글을 달았다가 형사수사를 받고 ‘죄인’이 되는 현실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0월에는 대검찰청이 나경원 모욕죄 고소 사건에 대한 처분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일선청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처리된 사건들이 벌금형부터 불구속기소에 이르기까지 처분 내역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처분결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여 이를 재고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판단주체에 따라 같은 사례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상황은, 모욕죄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법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1년 UN 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에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할 것’을 규약 당사국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모욕적, 비하적 표현이 비록 올바른 표현 행태는 아니지만, 견해나 감정표현만으로는 국가 형벌권이 개입할만한 중대한 해악이나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 외에도 정치인과 공인들이 모욕죄 고소를 남발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행태가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모욕죄의 폐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9년 12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의견서] 오픈넷, ‘악플 근절’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3개 법률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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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모욕죄는 위헌! 오픈넷, 모욕죄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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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9/12/1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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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일명 ‘실검 조작 방지법’, ‘여론 조작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이용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해야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다.  

본 개정안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여론 조작’, 즉,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댓글 등이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타인 계정을 이용하여 조작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검색이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매크로 등의 기술을 이용하거나 익명으로, 가명으로, 혹은 타인의 계정을 허락을 받고 이용하는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제한하는 법은 모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로서 엄격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제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판단주체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표현행위의 제한 여부가 남용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과, 표현 행위가 단지 장래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추상적 해악의 발생 가능성만을 이유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중대한 해악을 초래한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부당한 목적’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 용어로 사용될 수 없으며,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결국 위와 같은 개념을 사용하는 법안은 법률의 수범자인 일반 국민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나아가 법의 집행자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여 판단자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높다. 즉,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법안이다. 

한편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를 형사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는 실검이나 댓글의 추천수, 조회수 등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서비스제공자가 기대하는 방식대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일부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 프로그램 자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지 그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서비스 결과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위험은 크라우드 소싱을 본질로 하는 서비스 내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것이며, 서비스제공자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율적 선택에 따라 일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작 가능성을 포착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개선할지,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지 여부도 서비스제공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해결하여야 할 문제다. 또한 만일 서비스제공자의 영업상 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다면 이용약관 위반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민사적으로 해결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면 되지,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여 많은 인터넷 이용자를 함부로 형사 수사 및 처벌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일이 아니다. 드루킹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대리게임 처벌법 통과를 묵인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로 구성된 인터넷기업협회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개정안이 보호하려는 법익이 미미함에도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위헌적 법안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또한 타인의 용인, 위임 하에 타인의 계정이나 정보를 이용하거나, 매크로와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등 각종 방법을 통해 ‘소수의 의견이 실제보다 다수의 의견처럼 보였다’는 것만으로, 이러한 행위를 법으로 규제할만큼 타인의 권리나 사회적 법익에 어떠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종  캠페인이나 집회, 시위 등 모든 형태의 표현행위는 실제보다 더 큰 위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기 마련이며, 정치활동의 본질이 바로 자신이 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음을 내세우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행위가 실질적으로 어떤 중대하고 명백한 해악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충분한 입증과 근거없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남용될 수 있는 불명확한 기준을 내세워 국민의 일반적인 표현 행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형사처벌 등을 무분별하게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및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매크로 사용이나 여론 조작을 금지하는 법이 다른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와 같이 추상적이고도 세세한 조치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 역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선택에 따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서비스 이용 환경을 보장할 권리를 침해하고,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행태를 상시적으로 감시, 검열하게 함으로써 일반 국민인 이용자들의 인터넷상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허락없이 ‘도용’하거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 자체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침입죄, 형법상 업무방해죄, 개인정보보호법, 주민등록법 등에 의하여 규율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론 조작’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부당한 목적’의 ‘서비스 조작’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이용한 위헌적 법안을 남발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손쉽게 국민의 자유로운 공론장을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과방위가 헌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일명 ‘실검 등 여론 조작 방지법’ 통과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월 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의견서] 오픈넷,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입장권 등의 구매를 형사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춘석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9.09.30.)
김경수, 드루킹, 그리고 운동의 규모화 (프레시안 2019.02.15.)
[논평] 드루킹 방지법 남발에 반대한다! 표현의 행사 방법 제한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 (2018.05.31.)
드루킹 ‘댓글조작’ 형사처벌을 반대하며 (시사IN 2018.04.23.)
목, 2020/01/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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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망중립성의 미래는?’ 포럼 개최

미국 FCC 망중립성 표결의 영향과 망중립성 정책의 미래를 가늠해봅니다

 

내일인 2017. 12. 14. 미국 FCC에서 이른바 망중립성 원칙의 폐기와 관련한 최종 표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픈넷은 미국 FCC 표결 직후 2017. 12. 19. (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에서 ‘망중립성의 미래는?’ 이라는 주제로 오픈넷 포럼을 개최합니다.

해당 표결 결과에 따라 국내외 인터넷 이용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망중립성 원칙의 후퇴로 중소 인터넷 기업의 부담 가중과 제로레이팅 요금제의 보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번 포럼에서 지디넷 미디어연구소 김익현 소장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승한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를 모시고 혼란스러운 망중립성 정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참가신청하기

[오픈넷 포럼] 망중립성의 미래는?

일시: 2017. 12. 19. (화) 오후 7:30 ~ 9:30

장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스페이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23 현대타워 7층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직진, 걸어서 5분)

– 오시는 길: http://startupall.kr/location/

사회: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패널:

김익현 지디넷 미디어연구소장

오승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온라인 연결)

※ 행사장 건물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실 수 있으며, 주차비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7/12/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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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해외 전문가 초청 국회 세미나 개최

 

오는 9월 7일(금)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립니다.

국회 이종걸 의원이 주최하고, 오픈넷, 한국소비자연맹,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동주관하는 본 세미나에서는 미국 망중립성 폐지 및 5G 등 인터넷 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 적합한 망중립성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정보인권단체인 EFF(전자프론티어재단)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에르네스토 팔콘(Ernesto Falcon) 변호사를 초청하여 해외 현황 및 사례를 들어보고, 인터넷 환경 변화가 인터넷 이용자 환경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봅니다.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와 더불어 국내 전문가 박경신 교수(고려대/오픈넷 이사), 신민수 교수(한양대)가 발제를 맡아 국내 현황을 발표합니다. 국내외 현황 및 사례 분석을 통해 미국 망중립성 정책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망중립성 정책의 미래에 대해 논의합니다.

토론은 황창근 교수(홍익대)가 좌장을 맡고, 김명수 교수(강원대), 류민호 교수(호서대), 최성진 대표(코리아스타트업포럼), 류용 팀장(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 김정렬 과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 곽진희 과장(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이 토론자로 참여합니다.

정부, 학계, 시민사회,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5G 시대에 맞는 망중립성 정책 수립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눌 본 세미나에 많은 관심과 참석을 바랍니다.

참가신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 참가신청: https://goo.gl/forms/tkyJSIKDtU7gLlrW2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18/09/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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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아버지들,

인터넷의 지금과 미래를 말하다

글 | 안상욱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 빈트 서프, 전길남 박사와의 대담

○ 일시: 2018. 5. 15(화) 저녁 7:00 ~ 8:30
○ 장소: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지하 1층 001스테이지
○ 주최: 사단법인 코드, 오픈넷
○ 후원: 구글 코리아, 메디아티

5월15일 스승의 날 저녁 7시 서울시 혜화동 공공그라운드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100명이 들어올 수 있는 001스테이지가 가득찼다. 사단법인 코드(CODE)와 오픈넷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두 거장을 한 자리에 초청했기 때문이다.

TCP-IP 프로토콜을 설계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 구글 부사장과 미국 다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서 인터넷을 연결한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가 10년 만에 한국에서 만났다. 인터넷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두 거장은 지금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신중하면서도 과감히 논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문수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교수도 함께 해 논의를 이끌었다.

 

“우리 모두도 인터넷의 일부. 책임감 나누고 스스로 해결책이 되자”

빈트 서프 부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올해 말이면 전 세계 인구 50%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라며 “인터넷이 확산되며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담을 참관하는 이도 “사용자이자 콘텐츠를 생산∙유포∙전달하며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인터넷을 구성하는 사람이기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이 자리에서 모든 해결책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도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토론을 마치길 바란다”라며 참관객을 독려했다.

 

블록체인, 신중히 접근해야

첫 번째 의제는 지난해부터 한국 IT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블록체인(Blockchain)이었다. 빈트 서프 부사장과 전길남 박사 모두 요즘 블록체인이 과도하게 주목받는다고 비판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은 기술적 한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블록체인이 대중이 생각하듯 대단한,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마술 같은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분산 데이터베이스(DB)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도 분산 DB는 많습니다. 구글도 구글 문서도구에서 활용하죠. 그래서 데이터를 기화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복제본을 만들어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같은 문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블록체인은 마케팅 쪽에서 나온 용어가 아닌가 싶어요. 블록체인 기술도 그것의 유용성도 정확히 이해 못하는 것 같아요.”

전길남 박사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잠재력을 지녔다 정도로 얘기해야 할 것 같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전 박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세상에 처음 선 보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을 읽고 느낀 블록체인의 실용적 한계를 지적했다.

“제가 사토시 논문을 보고 이 사람은 이론 차원은 잘 하는데 업계에서 일하는 개발자는 아닌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블록체인 기술은 굉장히 안정적인데, 세상과 접촉(interface)하는 부분은 (보안이) 안 되는 겁니다. 지난 2~3년 사이 암호 화폐 관련 사고 보니 그래요. 실전 개발자라면 이런 쪽을 신경 쓸 텐데 사토시는 그 쪽 경험은 별로 없는 사람 같아요.”

인터넷이 제2의 인터넷 혹은 가치의 인터넷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냐는 조산구 코자자 대표 질문에 전길남 박사는 블록체인과 인터넷은 층위가 잘못된 비교라고 답했다. 전 박사는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아니라 웹에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위에서 작동하는 인프라 스트럭쳐라는 얘기다. 전 박사는 5~10년 뒤에야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론을 미뤘다.

빈트 서브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를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기술은 블록체인 말고도 여럿 있기에, 이 기술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이런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우리가 지금 사업할 때 인터넷이 연결될 지, 전기가 들어올 지 걱정하지 않잖아요.”

 

망중립성

두 번째 의제는 망중립성(net neutrality)이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미국에서 망중립성이라는 이슈가 어떻게 대두됐는지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현재 논란이 불거진 이유를 설명했다. 전길남 박사는 국가 간 망사용료 분담 문제인 피어링 프랙티스(peering practice)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는 무선 통신이 유선을 능가하는 5G 시대를 맞이해 망중립성의 정의가 바뀔 수 있는지를 간략히 짚고 넘어갔다.

망중립성의 역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90년대 중반 미국에서 다이얼 모뎀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고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는 8000여 곳에 달했다. 거대 자본력이 필요한 광대역 서비스가 21세기 초반 상용화되며 인터넷 사용자의 선택 폭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도심이 아니면 1~2개 업체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할 지경이 됐다. 독과점 시장을 형성한 ISP가 타사 서비스에서 오는 트래픽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만드는 일도 생겼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런 세태가 미국 소비자가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반경쟁 행위로 판단하고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대역폭을 제공하라는 망중립성 규제를 마련했다.

여기에 갈등의 씨앗이 심겼다. ISP에는 통신사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 케이블 방송을 제공하던 케이블 회사도 광대역 망을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FCC는 두 가지 회사가 모두 똑같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로 보고 통신사와 방송사를 같은 미규제 부문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독과점 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차별하는 문제가 생기자 FCC는 케이블사와 통신사 양쪽에 똑같이 망중립성을 지키라는 의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인터넷 서비스를 미규제 부문으로 설정했던 FCC가 이제 와서 ISP에 망중립성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판결했다. 그래서 오는 6월11일 FCC는 ISP에 다시 미규제 지위를 주려 한다. 인터넷 업계는 이를 망중립성 폐기로 보고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포기한다는 지적이다.

전길남 박사는 국경을 넘는 인터넷 트래픽 처리 비용을 어느 쪽이 부담하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전 박사는 미국과 한국 사이 인터넷 연결 비용이 1년에 1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를 모두 한국 ISP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비용은 한국 회사가 100% 부담하는 반면, 국제 트래픽 70~80%는 유튜브 등 미국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전 박사는 꼬집었다.

구글 부사장인 빈트 서프는 미국이 한국과 미국 사이 심해 통신 케이블을 구축했으며, 구글이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캐시 서버 센터를 구축해 유튜브 등 서비스에서 자주 발생하는 트래픽을 처리해 국제망 트래픽을 억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길남 박사도 구글이 50여개국에 미러링 기술을 제공하고, 15~20개국에 국제 트래픽 비용을 기부한다며 “구글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5G 시대에는 국제 트래픽 새로 정의해야”

세 번째 의제는 차세대 무선통신 규격인 5G였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5G가 현존 인터넷 접속 도구를 대체하는 무선 통신으로서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평했다. 또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실험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망중립성 원칙은 5G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전길남 박사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는 5G 시대를 계기로 국제 트래픽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무선 인터넷이 기본값이 되는 5G 시대에 “국제 트래픽을 새로 정의하는 일이 국제적 기여가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김기창 교수는 5G 시대에 국제 망사용료 문제가 역전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5G 기술은 한국이 주도해 개발하고 상용화했기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투자한 한국 통신사가 해외 ISP에 추가 비용을 징수하는 일이 타당한지 새로 논의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하지만 구축한 무선망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 역시 한국 사용자이기에 누구에게 얼마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이런 의사 결정를 위해 ISP가 주장하는 통신 원가를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시 서버와 콘텐츠분산네트워크(CDS)가 많이 구축된 요즘은 국제 트래픽이 거의 균형을 이루기에 어느 쪽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일이 합당한 주장인지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사생활 보호와 독과점

네 번째 의제는 사생활 보호와 독과점 등 인터넷의 부작용이었다. 김기창 교수는 누리꾼 대다수가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면서도 무엇에 동의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동의 매커니즘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누리꾼 교육, 소비자 보호 규제, 사물인터넷(IoT) 등 세 가지로 나눠 사생활 보호 문제를 파악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C)이 5월25일부터 소비자 데이터 보호 규제 GDPR을 도입해 인터넷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가공해 어디에 활용∙제공하는지 더 명백하게 알려주듯 누리꾼을 교육하고, 자기 정보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물인터넷 시대에 각종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네트워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길남 박사는 한국 사회가 과도하게 기술친화적이라고 지적하며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근본적으로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확인하고 견제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였다. 빈트 서프 부사장 역시 모든 SW에는 버그가 있기에, SW로 구성된 인터넷 역시 필연적으로 오류를 안고 있다며, 이를 끊임 없이 보완하려면 프로그래밍과 비즈니스 수업 시간에도 윤리 과정을 반드시 넣어 자체 생태계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이 소수 글로벌 업체에 종속돼 간다는 지적에 빈트 서프 부사장은  “지금 거대 기업이 내일까지 거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라며 노파심이라고 일축했다.

전길남 박사는 인터넷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HW 원가가 너무 비싸 보안보다 성능을 중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며, 인터넷의 유용성과 보안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5~2030년이면 사이버 범죄 시장이 5조 달러로 세계 경제 3~5%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시장의 힘이 비윤리적 이윤을 좇는 쪽으로 발현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낳은 문제. 사람으로 풀어야

가짜뉴스(fake news) 역시 최근 주목 받는 주제였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과  2017년 한국 대선 모두에 가짜뉴스를 생산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기창 교수는 이런 경향이 발전하면 선거철이 “대선 후보가 아니라 심리 분석 기술(알고리즘)을 보유한 컨설팅 회사 사이 싸움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가짜뉴스나 AI 오남용 등 인터넷의 부작용을 낳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잠재력을 그릇된 방향으로 발현시키는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발전 자체에 역행할 수는 없으니, 사용자의 비판적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콘텐츠를 볼 때 콘텐츠 작성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평가할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자녀에게 비판적 사고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노력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비판적 사고는 온라인에서 여러 정보를 접하는데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사용자가 나쁜 콘텐츠를 걸러낼 능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능력을 발현할 도구를 제공하고, 활용하도록 독려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전길남 박사는 빈트 서프 부사장보다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술이 더 강해지는 반면 이에 대응할 사회는 빈약한 상태기 때문이다. 전 박사는 지난 1년 동안 AI의 사회적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모임 AI & Society를 개설하려 했으나, 사람을 모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I 영향력을 연구한 논문도 영국이나 미국 학계는 활발히 발표하나 한국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과 중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이 다소 과도하게 기술 친화적입니다. 기술을 너무 쉽게 포용합니다. 한중일이 세계적으로 경제 규모나 기술 규모도 큰데, 그 효과를 어떻게 통제할지는 연구가 빈약합니다. 우리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저는 AI & Society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8/05/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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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망중립성을 넘어서: 본질적 기원과 ‘궁극의 유저’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결국,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이하 ‘FCC’)는 2017년 12월 1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3:2로 망중립성 원칙 폐기 결정을 내렸다. 그 내용을 최근 흐름과 관련해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FCC와 망중립성 원칙: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폐기

  • 2010년 ‘인터넷 정책 지침’ (캐빈 마틴 FCC 위원장 ): 차별금지, 차단금지, 망 관리 투명성의 3대 원칙과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천명.
  • 2014년 워싱턴 D.C. 항소법원, “광대역 영역에서 통신사가 컨텐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비차별’ 원칙을 지키도록 의무화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판결.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 선고’ (참조: 김재연, ‘미국 망중립성 사망선고? 한국은 다르다’).
  • 2015년 오픈인터넷 규칙(톰 휠러 FCC 위원장): 인터넷 서비스제공자(ISP)를 “타이틀 1″(정보서비스)에서 “타이틀2″(기간통신사; common carrier)로 재분류해 법적 분쟁의 빌미를 제거함. 망중립성 원칙의 부활.
  • 2016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
  • 2017년 12월 14일, 망중립성 폐기안(“인터넷 자유 회복”) 3:2 가결(아짓 파이 FCC 위원장):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다시 “타이틀 2″(기간통신사)에서 “타이틀1″(정보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14년 항소법원 판결 상태로 회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 거대 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이용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2017년 11월 말에 최종 폐기안이 올라온 지 한 달만의 일이다.

이번 판결을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 드디어 벌어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이 글에서는 1) 망중립성 원칙이 제안된 배경을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의 본질 속에서 고찰하고, 2) 미국의 원칙 폐기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살펴보며, 3)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망중립성 논의의 쟁점은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0. 망중립성의 ‘본질적’ 기원

망중립성(혹은 네트워크 중립성, Network Neutrality) 원칙은 2003년 팀 우(Tim Wu) 교수에 의해 그 개념이 처음 제창됐다. 팀 우는 사이버 법리를 정립하는 데 큰 공로가 있는 로렌스 레식의 제자다. 참고로, 레식은 이미 20세기 말에 네트워크가 영리 목적으로 잠식당할 것을 경고했다.

1999년, 지금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로렌스 레식이 ‘코드와 사이버 공간의 다른 법률들(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 일명 ‘코드’)’를 발표했을 때, 레식은 당시 시민 자유의 무정부 영역으로 간주되던 사이버 공간이 영리 목적에 잠식될 것을 경고했다.
– 김재연, [로렌스 레식을 넘어서] 중에서

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https://en.wikipedia.org/wiki/Tim_Wu#/media/File:Wikipedia_Day_New_York_January_2017_003.jpg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팀 우가 제안한 망중립성의 기본 개념을 ‘망 사업자'(ISP)를 주어로 놓고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망 사업자는 모든 인터넷 콘텐츠를 동등하게 처리해야 하고,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

즉, 망(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컨텐츠(단말기, 사용자, 어플리케이션)를 차단해선 안 되고(차단금지), 차별하면 안 되며(차별금지),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망중립성의 핵심 개념이다.

팀 우는 망중립성 원칙을 현실에서 제안한 최초의 학자다. 하지만 팀 우의 학문적 배경에 로렌스 레식이 있는 것처럼, 이 두 명의 학자보다 더 본질에서 인터넷은 그 자체로 망중립성 원칙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의 다른 이름, 아니 좀 더 정확한 이름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줄여서 ‘웹, web’)이다. 그 웹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계약직 엔지니어 팀 버너스-리에 의해 최초로 고안된 것이고, 그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터넷 혁명은 불가능했을 거다. 그래서 그는 ‘웹의 아버지’로 불린다. 영국 태생인 그는 웹을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팀 버너스-리 경이 된다.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 팀-버너스 리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 팀-버너스 리

팀 버너스-리는 웹에 관해 저작권을 주장하거나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고, 웹은 자율적으로 분산화된 네트워트의 유기적인 총합으로서 개방과 자유, 창조와 참여의 상징이자 그 어머니로서의 토양이 되었다. 그는 웹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2014년 테드 강연에서 ‘웹을 위한 권리장전'(A Magna Carta for the web)을 주창한다.

“여러분은 어떤 웹을 원하시나요? 저는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파편화되지 않은 웹을 원합니다. (중략) 저는 민주주의에 견고한 기반이 되는 웹이 되기를 원합니다. (중략) 우리 모두 웹을 위한 권리장전을 만드는 데 함께 참여합시다.”(팀 버너스-리)

그리고 2015년 2월에는 “망중립성은 유럽의 미래를 위해 결정적이다”(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라고 말한다.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 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팀 버너스-리)

– 오픈넷, “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슬로우뉴스, 2015. 12. 2.)에서 재인용.

오늘날 가장 대중화한 인터넷이자 인터넷 그 자체로 통용되는 웹은 그 핵심 원리가 개방, 자유, 참여, 평등임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그 ‘핵심 원리’는 굳이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의 강조가 아니더라도, 웹 그 자체로 망중립성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젠더 전쟁은 한국적 특수성과 인터넷이 가져온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변화라는 세계적 현상(보편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웹은 태생적으로 그 본질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내재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망중립성을 둘러싼 ‘전쟁’의 구도가 크게 망 사업자 vs. 컨텐츠 사업자로 그 진영이 양분되고(후술할 ‘이용자’는 사라진 전쟁의 구도), 적어도 이들의 관계에서는 버라이즌이나 AT&T와 같은 거대 망 사업자가 망중립성보다는 기업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같은 커텐츠 사업자는 그와는 반대로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는 국면이다. 그렇다면 망중립성 원칙을 강하게 천명하는 팀 버너스-리가 이들 컨텐츠 기업에 우호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팀 버너스-리는 망중립성을 위협하는 거대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 역시 사용자들이 웹에서 자유로운 연결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웹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생겼다. 이들 중 일부는 성공적인 거대 소셜 네트워크로 발전했으며, 자사의 사용자가 생산하는 정보에 관해 외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통신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은 대역폭을 줄인다. (중략) 왜 우리가 이것을 걱정해야 하냐고? 바로 웹은 우리 자신의 것이니까. 웹은 살아있는 민주주의고, 전 지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소통의 채널이니까. (팀 버너스-리, [Scientific American] 기고문 중에서, 2010년 11월 22일)

 

1. 세 명의 플레이어

망을 둘러싼 세 명의 플레이어는 망을 제공하는 ‘망 사업자’, 망을 사용해 서비스하는 ‘컨텐츠 사업자’ 그리고 망에 접속해 컨텐츠와 플랫폼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다. 이 세 플레이어의 관계를 간단히 살펴보자.

  • 망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Internet Service Provider: ISP): 미국에선 AT&T, 버라이즌 등. 우리나라에선 SKT, KT, LGU+ 등.
  • 컨텐츠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Content Provider: CP): 미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사업자로서의 ‘엔드 유저’
  • 이용자: 절대적 다수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 궁극의 ‘엔드 유저(End User)’

전통적으로 망 사업자와 컨텐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네트워크 접속과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IPTV, P2P, VoD 등 많은 트래픽을 등장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에 따라 망을 증설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망을 증설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망 사업자와 비교해, 방송통신 융합 현상은 인터넷의 수익 모델을 컨텐츠 사업자에게 좀 더 유리하게 재편하고, 그 주도권이 망 사업자에서 플랫폼(컨텐츠) 사업자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특히 컨텐츠 사업자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 우리에게 미칠 영향? 그건 미국 얘기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는 망중립성 폐기안의 이름처럼 누군가에는 “인터넷 자유 회복”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켜져야 할 마땅한 원칙의 폐기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의 파장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이다. 한 마디로, ‘그건 미국 이야기고, 우리와는 (당분간) 전혀 상관 없음.’ 그 근거는 두 가지다.

(1) 문 대통령의 공약과 전기통신사업법 

우선 우리나라는 법(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한다. 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기안의 골자가 ISP를 ‘기간통신사(common carrier, 우리 법제상 ‘기간통신사업자’)’로 보지 않고, ‘정보제공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즉, ISP의 법적 성격을 바꿔 법적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망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유승희 의원 등 여당의원은 오히려 전기통신사업법을 강화하는 안을 입안한 바 있다. 현재로도 전기통신사업법 3조가 망중립성을 간접적으로나마 견지한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1)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https://flic.kr/p/UqCzef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망중립성 관련해서 대선 당시 안철수나 홍준표 후보가 “제로레이팅 활성화로 가계통신비 낮추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면, 당시 문 후보는 “네트워크 접속은 국민 기본권”이라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역무의 내용을 규정하고,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그 자격과 의무 등을 꼼꼼히 규정한다. 참고로, 법에는 기간통신사업자(157회), 기간통신역무(33회)가 끝없이 등장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하는 “기간통신역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화·인터넷접속 등과 같이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경 없이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 및 음성·데이터·영상 등의 송신 또는 수신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임대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기통신서비스(제6호의 전기통신역무의 세부적인 개별 서비스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제외한다.

 

(2) 트럼프의 경기부양 논리

더불어 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며 내세운 정치 논리는 ‘경기 부양’이다. 오픈넷은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의 경제적 동기를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망 사업을 활성화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미국에서 망에 대한 투자는 인프라 투자로서 의미가 크다”면서, “트럼프 정권은 망중립성 완화가 망사업자의 투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여 결국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설명했다.

트럼프 (원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CA, 합성)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onald_Trump_(24949307320).jpg트럼프 (원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CA, 합성)

문재인 정부가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망중립성’을 폐기하겠다는 정치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고, 그런 논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특히나 인터넷 말단의 엔드 유저인 일반 이용자(대다수 국민)에게까지 ‘인터넷 종량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한국의 정치적 정치적 역학을 무시하거나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어서 살펴볼 것처럼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곧바로 통신사에 무소불위의 권력과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3. 망중립성 원칙 폐기 = 통신사 맘대로? 

‘망중립성 없는 하늘 아래’ (있을지 모를) 통신사 횡포를 국내 언론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에게 막대한 추가비용을 내게 하거나, 자사의 콘텐츠 사업에 더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겁니다.” (권도연, 망 중립성 폐지, 뭐가 문제냐고요?, 블로터, 2017. 12. 19.)

“‘망중립성’이 폐지되면서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같은 미국의 통신사업자들이 망을 차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처럼 동영상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만 망을 갖지 못한 사업자들은 막대한 데이터 비용을 내거나 경쟁사업자와 차별을 당하는 손실이 예상돼 반발해왔다.” (금준경, 미국 ‘망중립성’ 폐지, 통신3사가 웃고 있다, 미디어오늘, 2017. 12. 15.)

AT&T나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들,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특정 트래픽의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특정 트래픽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허완, 미국 FCC가 끝내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했다. ‘자유로운 인터넷’을 죽였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17. 12. 15.)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따른 통신사의 있을 지도 모를 횡포(?)를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하지만, 다소 과장·과열된 감도 없지 않은 듯하다.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충분히 장기적으로는 우려할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의 두 개의 칼 중에서 사전규제의 칼날이 무뎌지거나 꺾인 것이지 통신사의 ‘불공정행위’가 망중립성 원칙 폐기만으로 (사후적으로도)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오픈넷이 주최한 ‘망중립성의 미래’ 포럼에서 김익현 지디넷미디어연구소장은 “국내 언론과 업계 반응이 모두 과열된 느낌”이라면서 “미국 언론들조차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상황은 “오바마 대 트럼프라는 정파적 관점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FCC의 강력한 사전 규제가 소비자보호법 등의 사후 규제로 전환하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4.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 위반인가? 

이제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우리 이야기’를 좀 해보자. 우선 제로레이팅(스폰서요금제)은 망중립성 위반일까?

우선 현황을 먼저 파악해보자. ’17년 9월 현재 제로레이팅, 즉 데이터 사용료 면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자료 제공: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 SK텔레콤: 11번가, 쇼킹딜 11번가, T롯데닷컴, 동부화재 다이렉트, 포켓몬고, T-map, 모바일 T월드, 벅스, 비트. (총 9개)
  • KT: 지니팩, 올레TV 모바일팩, 다음카카오팩, 카카오택시, KT내비, 재난현장 영상, 데이터 프리존, 삼성화재 모바일 계약서, KT 고객센터. (총 9개)
  • LG유플러스: U+데이터 비디오 안심옵션, 컨텐츠 데이터프리, 3시간 데이터 프리, 24시간 데이터 프리, Uflix 데이터팩, U+Box LTE데이터팩, LTE 비디오포털팩, 뮤직 데이터프리, U+ 데이터 뮤직 안심옵션, 지니뮤직 마음껏듣기, U+뮤직벨링, 원네비. (총 12개) 

우선 ‘망중립성’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뭘까.

통신경쟁정책과 송재성 과장은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기관이므로 제로레이팅 문제는) 방통위 사후 규제로만 접근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다만, 앞으로 불공정 이슈에 관한 문제 제기가 많아지면, (과기정통부의) 사전규제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그렇지만, 현재로선 제로레이팅이 활성화하지도 않았고, 문제 제기도 미약해서 방통위 사후 규제로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시장 상황을 직접 조사했는지에 관해 묻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과기정통부)는 사전 규제기관이고, 이 문제와 관련한 (사전) 문제 제기가 별로 없었다는 취지다.”라고 밝히면서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은 맞고, 서비스 수도 적잖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전) 문제제기가 미약하며, 방통위가 사후규제하고 있다는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로레이팅을 망중립성 위반 유형으로 파악하냐는 질문에는 “제로레이팅이 원칙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어떤 원칙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고, 케이스마다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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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로레이팅에 관해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는 “제로레이팅이 불공정행위로서 망중립성 원칙 위반은 맞지만, 트래픽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고, 비용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은 이동통신사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위주로 시작되고 있고, 이런 제로레이팅 계약은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아주 높”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제로레이팅 요금제가 시장 경쟁상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말했다.

미국은 제로레이팅에 관해 어떻게 판단할까?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제로레이팅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서 망중립성 위반 이슈는 아니라고 파단하고, 이를 전면 금지하지 않고, 건별로 심사해 심할 경우에만 제재하는 방식을 택했다(예: T모바일 ‘빈지온’, 컴캐스트 ‘스트림 TV서비스’, 버라이즌 ‘프로비 데이터 360’, AT&T ‘스폰서 데이터 프로그램 등).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제로레이팅에 관한 개별 심사도 중단됐다. 아짓 파이는 제로레이팅에 관해 “통신사들의 데이터 공짜 계획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무선시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칭찬했다(참고, 오픈넷 포럼에서 김익현 소장의 발표 참조).

 

5. 궁극의 유저 

통신사와 컨텐츠 회사의 ‘거대 전쟁’에서 망중립성 원칙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소외되고, 망을 둘러싼 시장 주도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한 ‘주도권 다툼’의 양상으로 망중립성 논의는 변질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흐름 속에서, 2012년 5월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결성됐다. 비사업자인 이용자와 시민단체의 자율적인 참여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컸지만, 현재는 그 실질적인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망 사업자도, 컨텐츠 사업자도 '이용자'를 입에 올리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에서도 언론의 관심에서도 '이용자'는 철저히 소외된 것이 망중립성 논의의 현주소다. 망 사업자도, 컨텐츠 사업자도 ‘이용자의 권익’을 입에 올리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에서도 언론의 관심에서도 ‘이용자’는 철저히 소외된 것이 망중립성 논의의 현주소다.

궁극의 유저인 ‘일반 이용자’가 망중립성 논의에서 소외되고, 동시에 이용자도 망중립성 이슈에 무관심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복합적이라고 생각한다.

1) 우선 망중립성은 일반 이용자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이다. ISP니 CP니 플랫폼 사업자니 직접접속(피어링), 상호접속, 중계접속이니 하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는 일반 이용자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 언론의 보도 태도도 문제다. 망중립성 문제가 이용자 권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거대 기업들간의 이해득실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3) 여기에 통신사와 컨텐츠 사업자는 자기 입장만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게다가 핵심적인 사실관계조차 명확하고, 책임감 있게 언급하기를 꺼리고, ‘익명의 관계자’만이 철저한 자사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이와 관련해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사진)는 “공론장과 협의체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주목할 점은 FCC가 의사결정을 할 때 근거자료를 미리 철저하게 공개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시민 발언'(“public comment”)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이용자들이 망중립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은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다.

한편 우리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과 트래픽관리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때 협의체가 구성된 적이 있다. 그러나 협의체는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었고, 회의록과 회의자료 등이 비공개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회의록(자료)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진행되었을 정도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등 참여절차가 일부 보장되어 있긴 하나 다분히 형식이다.특히 망중립성 정책은 이해당사자의 균형 있는 참여가 더욱 더 필요한 정책 분야다.

최근에 실시된 신고리원전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망중립성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정부가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의지를 가지고 있는 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는 공동창조(co-creation) 기준을 통해 다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론장 구성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병일

끝으로 마지막 질문. 망중립성은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왜 필요할까.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사진)는 이렇게 말한다: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자(개인이든 사업자이든) 통신사의 이해관계에서 따라 차단되거나 불이익을 받으면, 인터넷의 본질인 자유와 개방성이 침해되고, 필연적으로 인터넷의 혁신을 가로 막는다.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아이폰 도입 이후에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비로소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게 됐다. 그 이전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게이트웨이를 통해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도입 이후에는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신사와 상관없는 엄청나게 많은 ‘앱’에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인터넷 접속 자체를 마치 골키퍼처럼 통제했다. 그 통제권이 사실상 무력화한 것은 망중립성 원칙 때문이다.


참고 자료

1)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역무의 제공 의무). 1.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12.22.)

금, 2017/12/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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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은 지속 및 강화되어야 한다

– 미 FCC 결정에 대한 오픈넷의 입장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에 인터넷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7. 12. 14. 전원위원회를 열어 3:2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이용자들이 온라인 의견수렴 사이트에 압도적인 반대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 11. 말경에 최종 폐기안이 도출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 FCC의 결정은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망 사업을 활성화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며 이로 인하여 망중립성 규제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당국은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의 변화와 국내 망중립성 정책의 기본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의 핵심은 단대단 원칙의 구현을 위해 통신사의 반경쟁적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데 있고 망중립성 완화는 통신사의 자의적인 차별행위를 용인해달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망중립성 원칙의 핵심은 통신사가 망 위의 어떠한 패킷도 물리적으로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즉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패킷이 어떤 내용인지, 어떤 유형인지, 누가 전송하는지, 어떤 단말을 이용하는지 상관없이 동등하게 트래픽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단대단(end to end) 원칙의 선언이다.

인터넷을 통해 혁신과 표현의 자유를 꽃피게 하려면 단대단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이용자가 발화한 표현을 인터넷이 연결된 전 세계로 자유롭게 보내고 인터넷 상 원하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이를 향유할 수 있게 하려면 패킷의 전달 과정에서 통신사의 자의적인 개입이 차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터넷이 이용자가 주인이 되는 개방과 자유의 인터넷이 될 것인지, 통신사가 주인이 되는 통제와 차별의 인터넷이 될 것인지는 망중립성 원칙의 구현 여부에 달려있다.

투자비용을 이유로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통신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터넷의 단대단 원칙뿐 아니라 공정거래 규제의 틀까지 훼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컨대 망중립성 원칙의 완화나 망 사용료 인하효과를 들먹이며 통신사가 주도하는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통신사가 자사 또는 자회사 서비스의 데이터 요금을 자의적으로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원칙은 이미 국내 법령으로 확립되어 있으나,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한편 오바마 정권에서 어렵게 성취한 망중립성 원칙 중 커먼캐리어(common carrier)에 관한 부분은 이미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형태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반영되어 있다. 단대단원칙(end to end) 역시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사전규제 항목에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망중립성 규제의 현실은 매우 허약하다. 단대단원칙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존재감이 미미하고 통신당국과 경쟁당국은 겹치는 규제영역을 탓하며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망중립성 규제 위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기본적인 실태조사에도 인색하다. 법원 역시 이른바 m-VOIP 소송에서 통신사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m-VOIP 패킷을 차단한 행위 즉, 망 내 물리적 차별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지금은 오히려 망중립성 규제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여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자의적 차별을 보다 분명히 금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미 20대 국회에 통신사의 자의적인 차별행위를 보다 분명히 금지하기 위한 이른바 망중립성 강화법이 발의되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 중이며, 반드시 20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통신당국과 국회는 미국 이용자들이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한 목소리로 반대한 것을 상기하고 이해당사자 간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FCC 결정에 앞서 온라인으로 실시된 의견수렴 과정에서 미국 이용자들과 시민단체들은 FCC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 계획에 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망중립성 원칙 폐기를 위하여 가짜 계정과 봇을 이용한 조직적인 찬성 의견들이 발견되어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망중립성 정책을 논의하는 공론장이 중요하다는 점에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여 망중립성 법안과 정책을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협의체가 구성된 바 있지만, 논의자료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등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공론장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용자를 포함한 각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이른바 멀티스테이크홀더 방식의 공론장을 마련하여 논의과정과 논의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오픈넷은 앞으로도 개방과 자유, 혁신의 인터넷을 위하여 이용자들과 함께 망중립성 원칙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며 공론장을 통한 논의 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다.

2017년 12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오픈넷 포럼] 망중립성의 미래는? (2017.12.19.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논평] KT는 이용자 트래픽을 몰래 차단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2015.11.11.)
이통사가 제한한 상상력. 망중립성으로 풀자 (슬로우뉴스 2015.6.23.)
[논평] 오픈넷, <망중립성 법안> 발의 환영, 통신시장의 결쟁상황을 개선시켜 이용자 후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 (2015.5.8.)
[논평] m-VOIP 전면 허용이라고? 미래부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바란다 – 이제는 망중립성 입법운동이 필요한 때! (2014.7.9.)

금, 2017/12/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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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이용자 이익와 공정 경쟁으로 풀어보는 제로 레이팅”

주제로 포럼 개최

 

다시 제로레이팅(zero rating) 문제가 뜨겁습니다. 이른바 스폰서드 데이터(sponsored data)라고도 불리는 제로레이팅은 페이스북의 저개발국 대상 internet.org 서비스를 발단으로 망중립성 위반 여부에 대한 전세계적 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로레이팅 정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6. 4. 17. 미래창조과학부는 제11차 ICT 정책해우소를 열어 제로레이팅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제로레이팅 논의는 다분히 논쟁적입니다.

모바일 데이터 소비자인 이용자 입장에서도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수단인지 망 사업자에 의한 부당한 차별인지 주장이 엇갈립니다. 또한 제로레이팅이 우리나라의 통신규제 및 경쟁규제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 이로 인해 과거 WIPI 시절처럼 망사업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시장 경쟁이 제한되어 인터넷을 통한 혁신적 서비스 출연에도 부정적일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오픈넷 6월 정기포럼에서는 통신규제 중 이용자의 이익 측면, 그리고 사업자간 경쟁질서 측면에서 제로레이팅을 다각도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본 포럼은 무료로 진행되며,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꼭 참가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신청은 오픈넷 홈페이지(http://opennet.or.kr/12187)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행사 안내>

일시: 6월 27일 (월)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구글 코리아 집현전 회의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52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21층 / 지하철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 바로 앞)

 

※ 별도 발제 없이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사회: 박지환 | 오픈넷 변호사

패널:

김미정 |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문형철 | 블로거 bruce

박경신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오병일 |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6/06/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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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용자 트래픽을 몰래 차단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한 트래픽 관리,
유독 KT만 정부와 국회를 속여가며 P2P 트래픽 수개월간 임의로 차단

 

(사)오픈넷이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주식회사 케이티(KT)는 올해 5월 8일부터 10월 7일까지 최소한 575개의 IP 주소를 임의로 차단하고 있었다(KT의 IP 주소 차단 행위 확인 방법은 별첨 1 참조). 이는 주요 기간통신사업자(KT, SKT/SKB, LGU+)가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에 보고한 최근 3년간 합리적 트래픽 관리 현황(IP 차단 건수)의 무려 6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구분 2013 2014 2015 합계
KT 143 40 79 262
SKT - - 6 6
LGU+ 124 33 217 374
SKB 115 66 41 222
합계 382 139 343 864

<최근 3년간 망사업자들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내역(단위: 조치한 IP 건수)
출처: 유승희 의원실,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

 

KT가 차단한 IP 주소는 모두 P2P 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의 IP 주소로 밝혀졌는데, 다른 P2P 그리드와 달리 유독 웹하드 서비스를 위한 서버만 선별하여 차단하고 있었다. KT는 오래 전부터 P2P 그리드에 대해 ‘불법’, ‘변칙’이란 딱지를 부치고 2011년부터 P2P 트래픽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해왔으며, 2012년에는 P2P 트래픽을 실제로 차단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KT 사장이 직접 지시하여 8백억원을 들여 감청 설비(DPI 설비)를 도입하기까지 하였다. 그 동안 P2P 트래픽 차단을 감행하지 못했던 KT가 올해부터 위법한 트래픽 관리를 몰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감출 수 없다.

※ P2P 그리드 서비스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각광받는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기술과 하이브리드 CDN (Hybrid Contents Delivery Network)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컴퓨터 자원의 활용률을 높이고 IT 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10을 배포할 때, 게임사가 대용량 게임 프로그램을 배포할 때, 포털의 웹툰 서비스나 동영상 서비스, 부가통신사업자가 스포츠 중계를 할 때(가령 아프리카 TV의 야구 중계) 사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하이브리드 CDN 기술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영국 BBC의 iPlayer, Sky, Channel 4도 하이브리드 CDN 기술을 활용하며, 유럽에서 100만명의 회원에게 서비스하는 Zattoo, 중국 차이나텔레콤의 Media Telecom Network, PPTV의 PPLive, QQLive, PPStream 등도 P2P CDN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심각한 망중립성 원칙 훼손 행위

이러한 KT의 행위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인터넷 이용을 위한 망중립성 원칙을 정면으로 짓밟는 것이다. 방통위의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미래부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망 혼잡이 발생한 경우(P2P 그리드 트래픽 차단을 합리적 트래픽 관리로 볼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바로 ‘망 혼잡’임),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heavy user)의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KT는 초다량 이용자의 트래픽이 아니라, 이용자가 접속하는 서버의 IP 주소를 통째로 차단하였기 때문에 합리적 트래픽 관리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KT는 망중립성의 주요 원칙인 비차별성 원칙(유사한 형태의 콘텐츠, 기기 또는 장치에 대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취급하지 말아야 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다른 부가통신사업자의 그리드 트래픽과 달리 웹하드 사업자의 그리드 트래픽만 선별적으로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KT는 P2P 그리드 트래픽이 약관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미래부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에 비추어 부당한 주장이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은 “적법한 계약 등을 통한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관리하는 경우” 합리적 트래픽 관리유형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망 사업자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 우려가 있다는 시민사회의 의견 때문이었다. 더구나 KT 스스로 만든 이용약관에 따르면,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시행하는 경우 시행 전 또는 후에 이용자에게 전자우편, 단문메시지 등을 통해 고지하거나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KT는 아무런 고지나 공지 없이 P2P 그리드를 차단했기 때문에 ‘투명성 원칙’도 준수하지 않았다.

 

법률 위반 행위

KT의 P2P 차단 행위는 망중립성 원칙 위반일 뿐만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자가 자신의 설비 등의 제공에 관하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지 못하게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1호의 금지 행위에도 해당한다. 또한 KT는 P2P 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케이그리드)의 특정 IP 주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는 타인의 정보통신망에 불법 침입하였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제48조, 제49조) 소지도 있고, 불법 감청까지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정부와 국회까지 속여가며 몰래 차단

소관부처(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위)는 KT의 위법한 트래픽 차단이 5개월 가량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파악도 못하고 있었으며, 유승희 의원실의 자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

1-2. 최근 3년간 기간통신사업자들의 P2P 그리드 트래픽을 차단한 내역 및 차단을 위해 사용한 기술

▶ 최근 3년간 기간통신사업자들의 P2P 그리드 트래픽을 차단한 내역이 없습니다.

<유승희 의원실 자료 요구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 답변>

 

한편 2012년 5월 KT는 삼성 스마트 TV 서비스의 접속을 임의로 제한하였다가(해외 서버 IP 차단) 방통위로부터 향후 동일한 사례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엄중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트래픽을 몰래 차단하는 행위가 자행되어도 소관부처에서 아무런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도적 보완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KT는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한 트래픽 차단 행위를 중단하고, 그 동안 위법행위에 사용한 기술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행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자사의 트래픽 관리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행정지도 등을 통해 위법한 트래픽 차단이 자행되지 않도록 하여 개방적이고 공정한 인터넷 이용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2015년 11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1] 방통위 심의의결문 http://www.kcc.go.kr/download.do?fileSeq=37294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별첨 1KT의 P2P 그리드 서버 IP 주소 차단 확인 방법

 

tracerouter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확인. tracerouter는 라우터(router)의 경로를 추적하고 경로의 상태 및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서버 관리자나 네트워크 관리자가 많이 사용하는 명령어 중 하나.

KT의 IP 주소 차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KT 가입자의 PC에서 P2P 그리드 서버 IP 주소를 목적지로 하여 tracerouter 실행.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7번째 홉(hop) 이후의 정보는 나오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홉에 있는 라우터가 패킷을 더 이상 전달하지 않고 폐기(drop)하기 때문이며, 이 라우터는 KT의 라우터임.

 kt1

 KT가 차단한 IP 주소 575개에 대해 모두 같은 결과가 나옴(차단 라우터는 블랙홀 라우터로 보이며, 차단 직전 라우터는 IP 주소가 모두 4개로 동일함(112.174.27.138, 112.174.27.170, 112.174.67.138, 112.174.67.170). 하지만 SKT/SKB 이용자 또는 LGU+ 이용자의 PC에서 tracerouter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차단되지 않고 패킷이 목적지까지 전달됨. 즉, 유독 KT만 트래픽 차단을 하고 있음.

KT2

 

■ KT가 차단한 것으로 확인된 IP 주소

  • 2015년 5월  8일:         36개
  • 2015년 5월 27일:        31개
  • 2015년 5월 28일:        24개
  • 2015년 7월 23일:        16개
  • 2015년 8월  6일:         50개
  • 2015년 8월 12일:        42개
  • 2105년 8월 19일:        88개
  • 2015년 8월 26일:        71개
  • 2015년 9월  9일:         40개
  • 2015년 9월 21일:        60개
  • 2015년 9월 21~22일: 10개
  • 2015년 9월 24일:        61개
  • 2015년 10월  7일:       46개
  • 합계:                            575

※ KT가 차단한 IP 주소에는 미국 아마존의 서버도 포함되어 있음.

 

 KT의 트래픽 관리 정보

망 사업자의 트래픽 관리 정보는 통신요금 정보포털(www.smartchoice.or.kr)에 공개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KT의 트래픽 관리 정보는 아래와 같음.

 

1. 트래픽 관리 기준

○망 부하 시 트래픽 관리
KT3

 

○상시 트래픽 관리

① 불법/유해 트래픽

KT4

② 망 위해(危害) 트래픽

KT5

 

2. 트래픽 관리 유형(요약)

KT6

 

3. 트래픽 관리 기준

KT7

 

수, 2015/11/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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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글 | 오픈넷

이 글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원고를 필자와 협의해서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2015년 8월 5일 KT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함께 유료 부가서비스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을 출시했다.[1] 이용 요금 3,300원으로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 다음 웹툰, 다음tv팟을 데이터용량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2]

“다음카카오팩”과 “다음카카오 데이터쿠폰”은 KT의 다른 데이터 충전 부가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싸다. “LTE 데이터충전”으로 3GB 이용권을 구입하려면 34,100원으로 약 10배 정도는 더 비싸다. 물론 “LTE 데이터충전”으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다음카카오팩”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팩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망중립성”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어긴 것일까?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를 두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크다’며 KT에 다음카카오팩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아예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한 건 무슨 뜻일까. 심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거나 중단을 권고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망중립성

망중립성이란 ‘모든 망사업자와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나 내용,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며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의 세 가지 원칙을 갖는다.

한국의 방통위는 2011년 12월 26일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이용자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무해하고 적법한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이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
  • 투명성: 트래픽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망사업자에게 부과
  • 합리적 트래픽 관리: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일정한 경우에 허용됨을 규정
  • 관리형 서비스 인정: 그러나 기본형 서비스의 품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도에서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됨을 명시

물론 방통위는 KT가 삼성의 스마트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할 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거나 지금껏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 역시 허용하는 등 자신들이 세운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쁘지 않다.

망중립성

 

사례1: 카카오택시 기업 회원의 데이터 무료 서비스

2015년 5월 13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KT에 가입한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을 이용할 때 드는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3] 이를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라고 칭하자.

특정 이용자에게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는 망중립성을 위반한 걸까?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억할 것이 있다.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사업자에 대한 규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다. 카카오는 망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법규나 규정을 적용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망사업자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카오택시

콘텐츠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의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망사용료를 쿠폰으로 발행하는 것은 망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문제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진입장벽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하면 된다.

따라서 미래부가 카카오택시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은 좋은 판단이라 여겨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파악을 해야겠지만, 예측컨데 시장상황을 판단할 경우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례2: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별

반면 KT나 SK텔레콤 등의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우대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물리적으로 우대한다. (예: 속도를 조절한다. 접근을 차단·허용한다.)
  2. 가격으로 우대한다. (예: 자신의 서비스만 싸게 제공한다.)

일단 1번의 경우처럼 특정 콘텐츠의 접근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다른 콘텐츠의 접근을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은 100% 망중립성 위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계약해서 확보한 데이터로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용량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겪는 차별은 더 크다.

그렇다면 2번처럼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가격으로 우대하는 것은 어떨까? 망중립성이 반대하는 차별이 ‘물리적 차별’만을 뜻한다는 견해와 ‘가격적 차별’도 뜻한다는 견해가 전 세계적으로 맞서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견해가 다수 의견이 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3: KT 카카오팩과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 우대

그렇다면 망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열사가 아닌) 제휴사의 서비스를 견제적 계약을 통해 우대해주기 위해 망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어떨까? KT의 다음카카오팩을 여기에 맞춰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질문 물음표
첫째, 만약 KT 다음카카오팩이 망사업자 주도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는 물리적 차별이 아니라 가격 차별이다. 다음카카오팩을 이용한다고 더 빠른 속도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나 구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 못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현재 논란과 토론이 진행 중인 부분이다.

둘째, 만약 다음카카오팩을 KT가 아니라 카카오가 주도하는 것이라면 망중립성 위반과는 관계 없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망사용료에 해당하는 쿠폰을 이용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망중립성 원칙 vs. 서비스 촉진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 미래부는 KT의 다음카카오팩 서비스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하지만 미래부는 다음카카오팩 서비스를 중단시키지는 않았고, KT 우선 소명을 요구했다.
  • 미래부는 KT에 다음카카오팩 외에 네이버팩 등 다른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KT는 아직 응답이 없다.
  • 미래부는 다른 통신사에게 이와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를 보류하도록 했다.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망사업자와 함께 진행된다면 자칫 망중립성을 헤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통사가 다양한 업체들의 여러 프로모션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신규 서비스나 작은 서비스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기업과 제휴해 특정 콘텐츠·서비스 이용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통신사가 주도하거나 혜택을 주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 멜론, 지니, 엠넷 등)

하지만 팀 버너스-리는 이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연합 사이트에 올라온 팀 버너스-리의 글을 인용해 본다.

Sir_Tim_Berners-Le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blocking and throttling. It is also about stopping ‘positive discrimination’, such as when one internet operator favours one particular service over another. If we don’t explicitly outlaw this, we hand immense power to telcos and online service operators. In effect, they can become gatekeepers – able to handpick winners and the losers in the market and to favour their own sites, services and platforms over those of others.

This would crowd out competition and snuff out innovative new services before they even see the light of day. Imagine if a new start-up or service provider had to ask permission from or pay a fee to a competitor before they could attract customers? This sounds a lot like bribery or market abuse – but it is exactly the type of scenario we would see if we depart from net neutrality.

출처: 유럽 위원회 – 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로 보기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쪽으로 결정하든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

[1] 두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같은 혜택을 주는 상품이며 전자는 월정액, 후자는 일회성 상품이다.

[2]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카오게임, 카카오뮤직은 제외

[3] 단, 지도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김기사 앱으로 길안내를 받는 경우 발생하는 데이터는 제외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2. 2.)

수, 2015/12/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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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천미림(HY CELPST 연구원)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년 5월 18일에 망중립성 등 인터넷 정책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 세미나는 오픈넷과 주한미국대사관, 고려대학교 미국법 센터,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윤리법정책센터(HY CELPST)와 공동주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미국 내 인터넷 정책을 살펴보고 국내 인터넷 생태계와 정보접근권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특히 망중립성과 미국이 예전부터 꾸준하게 추진해왔던 ‘정보흐름의 자유 정책’과의 관계를 조망하고 이것이 어떻게 한미관계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FCC가 취소했던 오바마 FCC 망중립성 명령을 바이든 정부가 복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도 취하해서 법의 효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오바마 FCC 망중립성 명령의 경우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과 마찬가지로 ‘망이용료’ 수령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지와 2020년 서비스 안정화 의무법, 2021년 현재 새로 나온 전혜숙 위원 법안으로 이어지는 국내 상황과 상호 관계 및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바이든 정부 이전 국무부가 추진해온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Free flow of information) 외교정책과 망중립성의 관계를 검토하고 비교를 위해 유럽통신규제기구의 ‘망이용료’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 영상 다시보기 / ▶세미나 자료

[개회사] 마이클 케베나, 주한미국대사관 경제공사대리(Michael Cavanaugh, Acting Minister Counselor for Economic Affairs, U.S. Embassy)

마이클 케베나는 이번 웨비나의 주제가 한국과 미국 양자 협력에 있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서 확대된 사회적 힘을 상기시키며 동시에 의학, 교육,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까지 미치는 영향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렇기에 인터넷 문제에 있어 규제당국은 디지털 통상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중요함을 주장했다. 케베나는 이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혁신을 도모하고 그 안에서 한 쪽에만 혜택을 주는 차별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또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이상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디지털 통상 문제에서 데이터와 관련한 국제 우수사례를 다루는 것이 한미동맹의 측면에 있어 미국과 한국 간의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케베나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콘텐츠가 성장한 이유를 인터넷의 디지털 배달 덕분이라고 분석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최고 수준의 보호 안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안에서 양국의 경제협력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국이 서로 협력하여 공유되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과학기술윤리법정책센터(HY CELPST) 센터장

[발표1] “Net Neutrality: Perspective from U.S”

– 어네스토 팰컨, 전자프런티어재단(Ernesto Falcon, EFF(Electronic Frontiers Foundation)

팰컨은 망중립성의 역사 및 배경을 설명하고 자신이 몸담은 전자프런티어 재단(EFF)을 소개했다. EFF는 최대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법정들과 사법시스템을 연결하여 사람들을 돕고, 표현의 자유 및 혁신을 도모하는 등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망중립성에 대한 역사를 소개했다. 그는 망중립성 역사가 비차별 정책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예전 물자나 전화 등의 사례들을 통해 확인 가능한 독점상태의 커뮤니케이션이 분산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팰컨은 이전 커뮤니케이션 분산화의 원인을 연방 차원의 법과 조치라고 분석하며 이를 통해 인터넷 시스템의 분산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그는 인터넷이란 오래된 시스템이 아니므로 기존 커뮤니케이션 법을 가져와 개정한 형태로, 주요 아이디어는 기관 인프라 이동통신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필수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커먼캐리어 정책과 비차별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동통신서비스와 정보서비스를 구분하게 되면서 시스템의 개방성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콘텐츠 업체와 기술기업 간의 갈등과 송사가 많았던 시행착오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팰컨은 오바마의 ISP에 대한 견해를 소개하면서 망중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넷플릭스 등의 사례를 통해 정보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있어 엑세스 독점 문제와 비용지불 문제 사이의 혼잡의 원인이 기업에 있었음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이에 중재역할을 했음을 설명했다. 그는 여러 사례를 검토하면서 망중립성 관련 논의에 있어 인터넷의 개방성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만 인터넷의 가치를 최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서는 망중립성을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는 연방 차원이 아닌 주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캘리포니아가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 업체와 ISP의 관계를 규제하거나 제로레이팅을 금지하는 법안 등을 소개하면서 현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의 유산을 이어받아 망중립성 관련한 내용을 연방법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그는 최근 인터넷 이용에 있어 소비자들에게 차별적으로 과금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대기업의 주도에 의해 소규모 업체들이 불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망중립성의 역사와 미국 내 다양한 정책과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망중립성이 표현의 자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안들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이상욱: 제로레이팅은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팰컨이 미국의 인터넷 비용 관련 데이터를 소개해주는 데 있어 미국에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비용 부과의 이유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으로 밝히고 있는데, 팰컨의 발표가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발표2] “IP-interconnection, charging mechanisms and net neutrality a perspective from BEREC”

– 크리스토프 메르텐스, 독일연방망위원회, 유럽통신규제기구(Christoph Mertens, Bundesnetzagentur, Germany and BEREC[Body of European Regulators for Electronic Communications])

메르텐스는 독일 연방의 네트워크와 베렉(BEREC)을 소개하면서 망중립성 주제를 유럽의 시각에서 다뤘다. 그는 베렉이 IP 상호접속이나 망중립성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들을 다뤄왔으며 특히 전화 세계와 인터넷 세계의 비용의 차이와 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민한다고 설명하면서 2012년 전기통신연합에서의 제안에 대한 베렉의 비판이 무엇이었는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의 유선전화 시대에는 발신자에게 과금되는 CPP라는 과금 모델을 사용했는데, 이 모델은 착신망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과금을 하게 되기 때문에 독점권 행사가능성 때문에 독점규제의 필요성을 필연적으로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는 유선전화 시대와 달리 착신자 과금 메커니즘으로 개인이 송수신 비용을 모두 지불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빌랭킵을 제안했다. 그는 빌랭킵의 장점은 도매 사업자가 상호접속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개별 접속마다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안이 규제와 무관하게 유선전화 시대보다 효율성이나 경제적인 면이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반대로 유선전화 시대 메커니즘과 유사한 발신제종량제의 경우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메르텐스는 피어링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이도 전체적인 구조적 측면에서 유선전화 시대와 양쪽 모두에게 과금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과금이 양쪽에 다르게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착신독점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이 이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메르텐스는 팰컨의 발표에서 언급된 미국법의 원칙과 유럽이 약 6개월간 진행한 망중립성 규제의 핵심이 유사하다고 분석하면서 베렉에서는 일명 베렉 지침을 통해 유럽 망중립성의 구체적 조항을 실질적으로 제안하고 유럽 전역에 일관적인 망중립성 규칙을 진행하고 또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상호접속 그 자체가 곧 망중립성은 아니며, 그 둘이 긴밀한 관계를 갖고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유럽에서 상호접속에 발신자종량제를 실시하자는 에트노의 제안에 대해 반대하는 베렉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발신제종량제는 유선전화 시대의 과금 메커니즘을 인터넷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동시에 독점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구시대적 과금 메커니즘을 새로운 기술환경에 적용하게 되면 시장 참여자 간 교섭이 균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또 다른 비판점으로 에트노의 제안서는 특정 사업자가 특정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이해될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고 밝히면서, 이는 경쟁환경에서 무임승차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메르텐스는 트래픽 비대칭성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비용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 문제를 분명히 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사업자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규제당국의 개입 없이 시장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욱: 함축적으로 여러 내용을 잘 전달해주셨다. 지불의 책임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말해주면서 유선전화 시절과 인터넷의 차이를 짚어주셨는데, 전체적인 발표에서 망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발표3] “세계 유일의 ‘망이용료’ 법제화 시도는 소비자 피해만 키울 뿐”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교수는 발표 전 팰컨과 메르텐스에게 질문을 던지고 더 확장된 논의를 진행했다.

박경신: 캘리포니아 2018년 망중립성법과 관련된 캘리포니아 민법 3101조 A항의 내용,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부가통신사업자,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이용자들이 인터넷 트래픽을 전달하는 금전적 또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팰컨: 이는 우선전송권 관련해 만든 조항이다. ISP들이 우선순위를 매겨 정보를 전송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데이터 품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겼는데, 이게 우선전송권의 문제였다. 또한 이는 ISP들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내라고 의미인데 돈을 지불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차별적인 활동들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돈을 내고 대가를 받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데 ISP가 일부 기업들을 선택해서 이런 혜택을 제공해온 것이 문제가 되었다. ISP는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과 기업을 연결해주면서 우위를 점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다소 불리한 감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이미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에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고 차별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박경신: 우선전송권은 이 법안이 생기기 전에도 문제가 있었다. ISP가 우선전송권에 있어 대가를 원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전달 그 자체에도 과금하는 것을 문제 삼고 싶다, 그리고 이런 관행을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팰컨 님이 대가에 대해 말씀했는데, 이것은 광범위하게 법조항을 만들면서 제로레이팅에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경신: 베렉에서 정보배달료를 내게 만드는 것을 굉장히 근본적인 수준에서 금하고 있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발신자종량제 같은 경우는 배달료에 해당하는 시스템 같다. 그럼 페이드피어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 경우 대금지불이 데이터 전송량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커넥션 전송량에 기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페이드피어링은 발신자종량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메르텐스: 페이드피어링은 금지사항은 아니다. 어떤 조항도 금하고 있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도 페이드피어링은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전 이 협약은 임원진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트래픽 비대칭성이 증가하게 되면서 페이드피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금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페이드피어링과는 협상력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는 그 유사성이 있다. 페리드피어링은 나중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접속의 메커니즘을 블랙박스로 본다. 이제 페이드피어링은 모니터할 가치가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 본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고, 우리는 이게 앞으로 문제가 될지 여부와 규제가 필요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박경신: 페이드피어링이 특정 시점에서 이루어지더라도 당사자들의 관찰이 필요하다. 그럼 페이드피어링은 남용의 여지가 있다는 말인가? 프랑스의 경우 남용사례가 있을 때는 바로 개입을 한다.

박경신 교수는 간단한 질의응답 후 망이용료 관련해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망중립성 명령 113번, ‘망사업자는 고객들에게 콘텐츠 제공자의 데이터를 전달한다고 해서 제공자로부터 돈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송료로서의 망이용료를 명시적으로 허용한 개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다시 말해,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발신자종량제와 콘텐츠제공자 안정화의무법을 합쳐놓으면 데이터가 제대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제공자가 망이용료를 내야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규제 방법과 여부에 따라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 제대로 전달되거나 혹은 반대로 해외 콘텐츠를 한국으로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망이용료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해외에서 망이용료 징수 사례는 극히 짧은 시간에 예외적으로 존재했다 사라졌음을 강조했다. 박경신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발신자종량제가 있기 때문에 페이드피어링을 허용할 경우 콘텐츠제공자에게 과금을 하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 인터넷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망이용료에 대한 국가마다 다른 규제는 한류에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욱: 박경신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다양한 망중립성 이슈부터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대해 거론했는데, 제목 마지막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박 교수님의 말씀이 이 법안이 한국 국회에서 입법이 되려고 하는데,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한류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언급을 해주셨다. 외국의 외부 콘텐츠를 많이 접하는 시기에 발신자종량제가 실시된다면 다방면으로 이러한 콘텐츠를 사용하는 데이터 교역이나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유럽,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많이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박경신: 실제로 통상 관련 이야기는 충분히 나누지는 못해 한 가지 측면을 추가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재 콘텐츠사업자 서비스안정화의무법의 조문을 잘 보면 데이터가 ISP 고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에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CP들에게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예를 들면 트위터의 경우 서버를 국내에 만들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해외 기업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때 국내에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면, 이는 WTO의 규준에 위배되는 것이다.

수, 2021/06/0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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