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민들레’와 『핵풍』의 환경운동가를 추모하며 – 고 박길래, 문승식 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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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박길래님. 경향신문 DB[/caption]
4월 29일은 서울 상봉동 삼표 연탄공장 인근에 살다가 진폐증으로 숨진 박길래 선생의 20주기입니다.
박길래 선생은 정부가 최초로 인정한 공해병 환자였습니다.
공해병 환자로 인정받기까지 그녀는 투사의 삶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박길래 선생은 다섯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상태에서도 공해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거리에 섰습니다.
가난과 고독, 질병의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강연을 다녔습니다.
강연 중에 숨이 가빠 의식을 잃을 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일본까지 건너가 공해병의 살아 있는 증인으로서 그 위험성을 증언했습니다.
우리는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의 홀씨를 세상에 뿌린 박길래 선생을 ‘검은 민들레’라고 부르며 그녀의 뜻을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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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문승식님[/caption]
또 한 명의 환경운동가를 추모합니다.
지난 27일 문승식 전 환경산업기술원 환경산업지원단장께서 영면하셨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저탄소 생활 실천 제도 마련의 산증인입니다.
그는 20~30대 공해추방운동연합 활동가로서 1990년 안면도 핵폐기장 반대항쟁의 주역이었습니다.
안면도에 핵폐기물처분장 건설 계획 소식이 알려지자 그는 가장 먼저 달려가 지역 주민과 함께 안면도의 천혜의 자연을 지키고자 투쟁했습니다.
‘제2의 광주항쟁’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반핵운동을 이어간 이들은 결국 핵폐기장 계획을 백지화시켰습니다.
문승식 전 본부장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핵풍』이라는 환경소설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문승식 전 본부장은 친환경상품진흥원과 환경산업기술원 등에서 활동하면서 「녹색 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었고, 그린카드 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는 환경운동이 추구하던 방향을 실생활에서 법률과 제도로 구현되도록 앞장선 자랑스러운 환경운동가였습니다.
박길래 선생과 문승식 전 본부장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검은 민들레와 『핵풍』의 뜻은 이어질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환경피해가 없는 정의로운 세상이자 핵 위험이 없는 안전한 지구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뜻을 이어받아 녹색 전환을 이루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검은 민들레 박길래 선생과 『핵풍』의 저자인 환경운동가 문승식 선생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안녕하세요. 저는 환경운동연합 에코생활협동조합의 대의원 워킹맘 이서윤입니다.
생협을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시민이시라면 어떤 마음으로 생협 매장에 찾아가는 지 아실 겁니다. 처음에는 저도 ‘유기농.무농약.공정무역’ 이런 딱지를 붙인 식품들을 굳이 사서 먹어야 하나, 너무 유난스럽게 내 몸의 건강을 위하는 것은 아닌가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한명, 한명 또 한명 태어날 때마다 자연스레 생협을 찾는 횟수가 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의 건강은 온전히 나의 선택에 좌우되고, 제게 그 무엇보다 귀한 가치는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와 우리 가족, 이웃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나쁜 뉴스를 접했습니다. 자국의 발전소에서 생긴 사고로 오염된 물을 전 세계 인류와 해양생물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바다에 흘려 버리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느 정도로 양심에 털이 나면 가능한 건지 짐작조차 안 됩니다.
게다가 자국의 어업을 수렁에 빠지게 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우려하는데도 굳이 남의 나라 핵오염수 방류를 쌍수 들고 환영하며 응원해주는 한나라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무엇을 먹고 살기에 그렇게 남의 집 불구경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제주도산 고등어만 안 먹고, 태안반도 바지락만 안 먹고, 동해 오징어만 안 먹으면 본인들은 무병장수, 자식들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착각하고 있나요?
바다는 돌고 도는데도 미국, 유럽 국민들은 별 소리 없는데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난스럽게 불안해 하냐, ALPS 시설로 위험한 핵종은 다 걸러내고 안전한 성분만 바다에 방류되는 거라는데 왜 그렇게 반대를 하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오염수 방류 옹호자들의 논리를 수십, 수백 번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물음에 대한 결론이 ‘반대’로 내려지면 당당하게 ‘반대’를 하려구요.
그 수백 번의 물음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은 제가 오늘 이 자리(기자회견)에 선 것입니다. 그 모든 옹호론자들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저는 차마 그 오염수 섞인 바다에 나의 아이들을 물장구 치러 들어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원자력 전문가니, 핵물리학자니 이름도 거창한 분들이 언론에 나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을 대변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도저히 핵 발전소 연료봉이 녹아내린 곳을 휩쓸고 지나간 물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다 물살이 동식물의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언제든 다시 제2, 제3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때마다 지구 공동의 바다에 갖다 버릴 구실을 만들 순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많은 핵발전의 리스크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양심을 가지고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훗날 우리는 두고두고 오늘을 후회할 것입니다. 물론 양심이 있는 자라면 말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핵 오염수 방류계획을 철회하기를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또한 일본의 꼭두각시 놀음을 그만 두고,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 해주기를 대한민국 정부에 촉구합니다.
쏟아진 물은 다시 컵에 담을 수 없습니다. 저의 첫째 딸이 지금의 저와 비슷한 나이가 될 때까지 긴 시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이 끔찍한 악몽을 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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