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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식 정상의 경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 및 서구경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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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식 정상의 경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 및 서구경제 편)

admin | 토, 2020/04/25- 01:03

코로나 사태가 돌출하자 첫 번째로 확인해야 할 작업은 역사적 유사성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 1914년, 1929년 아니면 1942년? 현재까지 몇 주가 지나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몇 주 또는 몇 개월 겪겠지만, 역사적으로 전혀 새로운 충격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일단 당장의 충격으로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25% 수준의 위축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은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차이는 대공황 시기에는 충격이 몇 년에 걸쳐서 나타났지만, 이번 경우에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늘아래 처음으로 겪는 돌발적 상황이다, 정말 공포스럽다.

지난 3월 초만해도 미국의 실업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겨우 4주가 지난 3월 말에는 13%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더구나 실업률 통계시스템이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충격의 첫 주차에는 3.3백만에서 2주 차에는 6.6백만 명이 그리고 연속해서 3주 차에도 6.6백만 명이 실업보험을 신청했다. 이러한 통계에 기반하여 뉴욕타임즈의 경제분석가인 Justin Wolfers는 매일 0.5%로 실업률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속도의 증가라면 이번 여름에 30.0%의 실업률에 도달하리라는 추정이 비현실적인 것만도 아니다.

서구(유럽)의 경제권도 자신들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잔인하고 심각한 경제적 충격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경기변동에 예민한 부동산과 건설업에서 시작하여 투자에 의존하는 산업엔지니어링 그리고 국제적 경쟁이 심한 자동차 산업 등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이들 분야의 고용 비중은 대충 25%선 미만이지만, 이들의 위축은 경제영역 전반에 점차적으로 확산되게 마련된다.

코로나 방역봉쇄 조치는 서비스 분야에 직격탄을 날린다 – 소매업, 부동산 임대, 교육, 여가산업 그리고 요식업 등 – 이는 미국인의 80%가 직업으로 일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결과는 매우 즉각적이고 재앙적 일수 밖에 없다. 특히 소매업 분야는 이미 온라인 판매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아온 영역으로 임시적인 휴업은 치명적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가게들은 다시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고용된 수백만의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이들 가족들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충격은 다만 미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사회안전망으로 잠시의 휴직에 수당을 지급하면서 하강국면을 완화시키겠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붕괴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부 이탈리아는 단순히 고급스런 관광지역일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독일의 GDP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면서 미국의 충격이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OECD의 최근 예측은 전(全)회원국에게 재앙적이며, 특히 바이러스 충격이 이제 시작단계인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래도 부유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단 충격의 수준을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은 가장 먼저 지난 1월23일 격리봉쇄를 시행하였으며, 최근의 공식보도로는 약 6.2%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중국 당국은 줄곧 실업은 자본주의 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해 왔던 터라, 상기의 수치는 중국내의 위기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임시직 2억 5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휴직상태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중국 노동자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인도의 경우, 모디 수상의 갑작스런 21일간의 봉쇄명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누가 감히 측량할 수 있겠는가? 인도의 4억7천만 명의 공식 노동자 중에 겨우 19%만이 사회안전망에 보호를 받으며, 3분의 2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취업계약서조차 없으며, 1억명 수준이 임시직에 해당한다. 이들 대부분은 기약도 없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인도가 분할된 1947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렇게 거대하게 펼쳐지는 경제의 대추락이라는 인류의 드라마는 추산(推算)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제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올해부터 전세계의 GDP를 신뢰도있게 집계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제(emerging market)가 그저 위축되고 있다는 통계 이외에는 별다른 내용을 내놓을 수 없는 처지에 빠졌다. 한 마디로 전세계 경제가 한 순간에 멈추어 섰다.

이러한 붕괴는 금융위기의 결과도 아니고, 팬데믹이 직접적으로 초래한 것도 아니며, 심사숙고한 정책적인 선택의 결과인 점이 전혀 새롭고 급진적인 사태인 것이다. 선택의 내용은 경제를 촉진하는 것보다 멈추어 세워야만 (팬데믹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의 연방의회가, 사회봉쇄를 결정한 수 일만에, 평화시기에 있었던 최대규모의 재난지원책을 결정하면서 연이어 전세계에 걸쳐 유사한 조처들이 뒤따랐다. 국가재정에 매우 보수적인 독일조차 공공부채에 대한 제한을 철회하였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연대적 재정구제의 노력을 목격하고 있으며, 조처의 효과는 수 주 내지는 수개월 뒤에 판명될 것이다.

이미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우선 당장 급한 것은 거대한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추세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연방준비위원회의 제롬 파웰의장이 2008년에 준비된 매뉴엘에 따라 조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며, 금융시장의 모든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구제 프로그램이 발표되고 있다. 핵심은 연방준비위의 개입 규모에 있다. 봉쇄조치에 따른 광범한 충격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에 응당한 거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파도처럼 제공되고 있다.

3월말 경에는 매일 900억 달러의 금융자산이 매입되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규모보다 큰 것이다. 평소에는 연방준비위는 초단위로 백만 달러 정도의 연방채권과 담보성 유가증권을 현금으로 스왑(교환)하여 왔다.  그런데 공포스러운 실업숫자(6.6백만 명)가 발표되던 날인 4월 9일 아침에, 연방준비위는 2.3조 달러어치 금융자산의 구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신속하고 거대한 대응조처 덕분에 즉각적인 세계금융의 위기를 당장에는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기간 지속될 수요와 투자의 격감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3월에만 미국 가구의 73%가 가계의 수입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수입이 끊기면 당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필품 부족과 고통 그리고 파산으로 몰린다. 금융채무자들의 부채 불이행이 치솟을 것이고, 금융산업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미루어 질 것이고, 유럽에서는 이미 석유소비가 88% 격감되었다 한다. 신규 자동차 수요는 돌같이 동결되었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업체들은 재고가 쌓여 있는 거대한 주차장에 앉아 있는 꼴이다.

봉쇄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상처는 깊어지고 회복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중국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접근하고 있지만, 제2, 제3 돌출의 위험이 도사린 가운데 언제 어느 속도로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극적인 의료사고를 차단한다는 것은 봉쇄조치가 수시로 취해지고 해당지역의 통행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경우에는 V자형의 힘찬 회복보다는 장기간 지루하게 지연되는 양상이 예상된다.

더구나 현재의 생산과 고용이 재가동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수 년간은 금융의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당장은 재정정책에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이고 급한대로 돈을 푸는 것에 쉽게 동의가 이루어질 테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논쟁은 싸움처럼 변할 것이다. 위에 언급하였듯이 평화시절에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공공부채를 발생시켰고 중앙은행의 재무제표에 부채를 주차시켜 놓은 꼴이다.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발생한 공공부채를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향후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보수적인 입장에 따르면 향후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려서 갚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좀더 급진적인 대안들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플레를 발생시키면서 현재의 경제조건을 과감하게 재편해가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전망은 분명하지 않다. 다른 대안은 국가부채의 면제인데 이는 공공의 파산을 점잖게 표현한 것으로 실제로 중앙은행의 재무표상에 부채로 기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의 의견은 중앙은행이 정부발행 채권의 구입을 중단하고 거대한 규모의 화폐발행으로 직접적으로 정부에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단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4월9일 영국은행이 선언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어떤 목적과 의도와 상관없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보수적인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보여 준다. 재미있는 것은 금융시장의 반응으로 이에 대해 심하게 항의하거나 곧바로 공황적 투매를 진행하지 않고 그저 어깨만 들썩인(little more than a shrug) 것이다. 이들은 중앙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묘기행진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절제된 태도는 위기를 극복하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침묵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뚜껑이 열리는 시점이 되면, ‘국가부채의 적정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논쟁이 재개될 것이다. 더구나 누적된 국가부채의 거대한 규모를 감안하면, 논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여기서 다시 돌이켜 볼 것은 우리가 알듯이 과거 이미 경제와 금융이 급진적인 혼란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 시절,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에 대해 수많은 논의와 필요한 조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고 이를 수확적 확률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도 경험하였다. 솔직히 전문적 예측에 의존하는 것은 오만함과 만능이라는 환상을 부추기는 것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등장이라는 충격으로 포플리즘이라는 변덕스러운 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통상정책과 중국과 벌이는 세계주도권 경쟁은 세계화의 미래에 대한 안이한 전망을 뒤흔들었다. 2019년까지 이러한 불확실성은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불황의 위험을 높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중앙은행들은, 2008년 이후 극적인 개입을 정상화하고 통화량을 줄어가면서 정상적 궤도로 진입하는 와중에, 이제 경로를 급변경하며 초저금리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은 다시 중앙은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기로 진입하는 절박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정말로 괴이한 것으로 우리는 돌출적인 불안정성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인류의 상당수가 일상에 필수적 것을 수급받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누구도 언제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불과 수주전인 지난 1월에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이전에는 돌출적인 상황이 예외적인 염려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모든 독감(flu)발생에 지극히 조심해야만 한다. 의학적인 비유로 말하자면 우리가 스스로 완치를 선언하려면 얼마나 더 기대려야 하는가?

봉쇄가 끝나면 지출의 규모가 반등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이러한 충격에 대한 우리 경험상 분명한 반응은 위축이다. 2008년 이후 미국에서 나타난 현저한 추이의 하나가 가계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확실하게 침체되었고, 이에 따라 투자도 줄고 생산성도 정체되었다. 이러한 침체는 서구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개발도상의 시장들도 함께 침체되었다. 우리는 이를 전반적 침체(scular stagnation)라고 불러왔다.

전례없던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반응이 안전에 대한 싸움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복합적인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위기로 인해 발생한 공공부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재정축소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반대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라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다.  이 지점에서 핵심은 어떤 정책적 조처를 취하고 누구를 위한 정치세력이 이를 통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2020.04.09.

Adam Tooze

콜롬비아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이자 유럽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의 최근 저서로는 “Crashed: How a Decade of Financial Crises Changed the World,”가 있고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를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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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정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인위적인 조명보다는 자연의 빛이 좋다. 빛을 따라 카메라 구도를 바꾸니 훨씬 낫다. 머리가 뜨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자세를 잡고 몇 번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입을 푼다. 분명 몇 번 점검한 시나리오인데, 생방송을 앞두고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보인다. 순서도 엉망이다. 분명 어제까진 마음에 들었던 구성인데! 수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입술이 바짝 마른다. ‘오늘은 애드리브가 술술 나오길! 돌발상황이 없길!’ 많은 것을 하늘에 맡기며 ‘액션!’ 방송이 시작된다.

“자! 안녕 6학년~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열심히 수업 시작해보자~ 아직 안 들어온 친구들한테 전화 좀 해 볼래? 다 모이면 오늘 하루 일정 설명하겠습니다!”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놀이로 하루를 시작했던 초등교사의 아침이 저렇게 바뀐 지 어느 새 한 달이 넘어간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이러한 수업 형태가 잠깐 머물다 가는 해프닝 정도일 줄만 알고 조금 무리해서 ‘오전엔 화상수업을 한다!’라고 선언해 버린 탓에 할 일이 많아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계속 쌍방향 수업을 한 이유는 거창한 교육적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얼굴 보면서 수업을 해야 나도 더 재밌으니까!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 작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매일 쌍방향 수업을 하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겪고있는 소소한 학교 이야기들을 써보고자 한다.

1.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덜 웃는다. 화면에 비춰지는 아이의 표정이 굉장히 근엄해서 눈치가 보일 때가 있을 정도로. 그런 표정을 보면 어떻게든 웃기고 싶다. 교실에서 수업할 땐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과제를 잘 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많이 웃으며 수업에 참여했을 때 더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미’에 집착하는 중이다. 근엄한 표정의 아이들을 깔깔거리며 웃게 한 뒤엔 검은 화면의 아이들에게 눈이 간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걱정되니 채팅이라도 해달라고 하자, 키보드로 열심히 웃어준다. 한바탕 웃고 나면 교실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도 ‘우리 반’ 이 느껴져서 참 좋다.

2. 산골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니, 새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학교를 덮었다. 창밖엔 다람쥐가 지나가고, 교실에 딱새가 들어오고, 아이들이 다니던 흙길엔 풀꽃이 자란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내일 아침 퀴즈로 내야지~’ 점점 퀴즈 매니아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람쥐가 보일 때 마다 사진을 찍어서 숨은그림찾기 퀴즈를 내다보니 다람쥐 찾기 도사가 되었다. 이젠 교실에 딱새가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잠자리채로 쉭 잡아챈다. 코로나 이후 잘 하게 된 것이 은근 많다. +동영상편집+다람쥐 찾기+새잡기+퀴즈 만들기+대본 외우기……. ‘에휴 우리 애들도 이 기간동안 잘하게 된 게 한 개는 있어야 할텐데……’ +걱정하기

3. 온라인 수업에서 더욱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온라인 수업을 한 5년은 해본 듯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아이들 말이다. ‘자기주도학습’ 그 자체! 겨울방학을 지나며 부쩍 커서 그런건지, 온라인이 적성인건지는 개학해서 교실수업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며 괜시리 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으론, 온라인이라는 벽에 갇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안쓰럽다. 하루 빨리 교실수업으로 돌아와 너의 훌륭함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보이는 것은 과제 미제출 화면뿐이니……. 잔소리만 늘어가는 선생님을 용서해주겠니?

4. 요즘 부쩍 우리 사회가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이란 것을 실감한다. 힘든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 돌봄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 코로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가는 아이들, 서로의 고됨과 노력을 격려하는 분위기의 사회까지. 크고 작은 위기가 지나갔고 종식까지는 몇몇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훗날 이 상황을 이겨낸 우리들의 모습을 가르치는 장면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코로나? 그 때는 말이야~ 말도 마~ 너희 선배들이 얼마나 훌륭했냐면…….’

– 글: 이정훈 님

* 해당 사진은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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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과 관련해 재난긴급지원금과 기본소득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은 재난이 고통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재난이 “선물이 도착하는 통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미증유의 사회적, 경제적 위기 속에서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긴급재난지원금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재난 기본소득이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심대하기 때문에 이미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주기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는 이미 재난 상황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글로벌 자본주의는 그 이전부터 이른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더 불거지긴 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대한 경고도 이미 오래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로봇화와 인공지능(AI)의 발전 속에서 더욱 불확실한 미래가 현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위기는 갑자기 우리의 삶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했는데, 또 한 가지 특징을 들자면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주기화와 장기화는 경제 활동이 주기적으로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보건뿐만 아니라 경제적 보장, 즉 소득 보장의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전국민고용보험’은 이런 변화에 맞추어 위기 시에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사회보험의 한 축인 고용보험(혹은 실업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풀타임 고용을 전제로 한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고용 시기에는 기여금을 내고, 실업이라는 비정상 시기에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필요한 경우 재교육과 훈련 등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계약직  등을 고용보험으로 포괄하는 것은 유인도 적고, 고용-실업을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어려워져야 실업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적절한 가입 유인을 제공하고, 더 관대한 방식으로 실업을 판정하는 방식을 추구할 경우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고용보험은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로 여성인 가정주부가 빠지게 되고, 앞으로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고용보험에 포괄될 기회조차 못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고용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며, 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경우 그 사회는 붕괴 지경에 다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전국민고용보험과 함께 고용 유지 지원금 같은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할 것이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소득은 모두의 권리이며, 모두에게 경제적 보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런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오늘날 부상한 것은 기존의 복지국가가 잘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복지 체제는 여러 가지 난점을 제외하고도 근본적으로 사각지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분명 여전히 낯선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라는 긴급 사태가 이런 낯선 아이디어에 기대 보편적인 긴급재난지원금의 실시를 가능케 했다. 이는 하나의 정치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전 국민이 보편적인 경제적 보장의 권리를 열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견뎌내고 있는 배경에는 ‘메르스 때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험이 지금의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연대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시대는 누구나 예측하듯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창조성과 연대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한 보편적 권리의 정당성이 있을 것이다.

* 해당 기고의 원문은 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수, 2020/06/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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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N 한국정부, 6•25 참전 미 인디언 원주민 나바호 자치구 참전용사에 마스크 1만장 전달 – 나바호족 800여명 한국전쟁 참전, 현재 130여명 생존 – 뉴욕주 버금가는 감염율, 마스크 및 개인위생장비 보내 – 한국정부, 전세계 참전용사에게 100만장 마스크 전달 미국의 온라인 매체 GNN은 지난 2일, South Korea Sends 10K Masks to Navajo Nation to Honor Their Service 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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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0/06/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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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 2일 일자리 전문가와 각 지역의 일자리 담당 공무원과 함께 ‘제1차 지역일자리 위기대응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선도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는 전라북도 전주시와 서울특별시 구로구의 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석자들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에 맞춰서 만드는 일자리 정책이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정책보다 더욱 성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버넌스 형성과 혁신적인 시각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주시, 거버넌스 구축과 당사자 간 소통의 필요성 강조

전라북도 전주시의 사례를 발표한 김병수 전주시 신성장경제국장은 이번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거버넌스 구축’과 ‘당사자 간의 소통’을 꼽았습니다. 전주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고용문제가 심각해지자 공무원이 직접 현장으로 나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직접 만나 어려운 점을 직접 보고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노ㆍ사ㆍ정 거버넌스를 구축해 고용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주시는 거버넌스에서 토의된 내용을 주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쉬운 신용대출과 그 액수의 상한선을 늘리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직접 설득했습니다. 또 대량 실직사태를 막기 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유급휴직지원금과 직업훈련을 주도적으로 제공했습니다.

전주시 사례는 직접 현장과 만나 당사자 간 거버넌스를 구축해 각 부문의 창의적인 생각을 모으고,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일자리 정책을 한층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가동이 되려면 지역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사관계 전문가 과정’이나 ‘일자리 혁신학교’와 같은 지역역량의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지역특성과 재정정책 강조

서울특별시 구로구 사례는 지역 일자리 정책을 시작하는 단계로서 재정적 정책을 먼저 시작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단계였습니다. 사례 발표에 나선 김성종 구로구 기획경제국장은 구로구 일자리 정책의 가장 중요한 점을 ‘지역특성’과 ‘재정정책’을 꼽았습니다. 구로구는 국가산업단지가 존재하고, 청년층이 많은 도시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 자체적인 경제 동향을 파악한 뒤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먼저 ‘해고없는 도시, 구로’ 상생선언에 참여한 기업과 다중이용시설에서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고용환경 개선 및 일자리 조성사업, 캠퍼스타운조성사업을 기획했습니다. 구로구 내 G밸리의 존재는 지역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지방자치단체를 주축으로 한 거버넌스, 상공인과 노동자와의 상생거버넌스로 구로구만의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자체마다 지역적 조건과 일자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인 정책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지방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구로구처럼 지역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정책의 중앙집권화를 지방분권의 기회로

전문가 발제자로 나선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영향평가센터장은 전주시와 구로구의 선제적인 지역 일자리 정책의 사례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의 창의적인 일자리 정책 시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되고 있는 정책의 중앙집권화를 다시 지방분권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지방정부의 지역적 특성과 여건에 맞지 않은 정책이 많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창의적인 극복 주체가 된다면 중앙정부의 정책방향을 오히려 전환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토론자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정부가 단순히 중앙정부의 정책을 바라보기보다 지방정부 간 교류를 통해 소통하는 게 사회혁신의 출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지자체의 논의 속에서 아이디어가 공유가 되는 수평적 정책행위 플랫폼을 희망제작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다면 상호 사회혁신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역적 특성에 맞춘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토론 이후에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경상남도 거제시, 경상북도 구미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의 상황을 공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지역 모두 지역적 특성이 명확해 그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거제시는 조선 산업 및 제조업 경기 침체로 인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금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청년주도형 일자리사업을 추진했으나 조선산업 침체로 인해 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났고, 신중년 일자리 사업으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경상북도 구미시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구미형 일자리가 실시되고 있는 곳으로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경험이 있는 지역입니다. 또 코로나 19 이후에 구미시가 선제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러한 정책이 경상북도 전체로 확대됐다고 말했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의 경험과 선제적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가 오히려 잘 시행되고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서는 청년 계층이 많은 곳으로 청년에 관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시도 중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간의 갈등과 실질적인 사업보다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희망제작소의 임주환 부소장은 “향후 포럼에서는 기존에 논의된 정책들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면서 전주 모델, 구로 모델, 구미 모델 등을 심화시키고,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서 지방중심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도록 돕겠다”라고 밝혔습니다.

– 글: 김세진 연구원

금, 2020/06/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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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이원기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겪은 물리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고 아직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사회에는 우울한 얘기가 가득하지만 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내가 알게 된 사소하지만 즐거운 일들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가져보았다. 요즘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들은 마스크 착용에서 비롯된다. 마스크 덕분에 내가 알게 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J군의 헤어스타일 규칙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J군의 헤어스타일에는 규칙성이 있다. 평소에 나는 J군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신경 쓴 날’과 ‘신경 쓰지 않은 날’로만 구분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헤어스타일에는 속에는 비밀이 있었다. 퇴근 전에 업무를 끝마친 날 다음 날에는 머리를 넘기고, 고정한다. 하지만 전날의 업무를 끝내지 못한 날에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출근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일종의 습관같은 것이라고 한다. 학부 때부터 인연이 되어 알고 지낸지 6년이 되어가는 J군의 헤어스타일의 규칙을 마스크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2) 검은색을 선호하는 B군

최근에 사무실에 들어온 B군은 검은색을 좋아한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눠준 흰색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구매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다. B군에게 이유를 물으니 자신은 검은색이 좋아서 따로 구매했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평소에도 B군은 검은색 옷을 자주 입었던 것 같다. 회식이나 부서 사진 속의 B군은 검은색 옷과 함께 있다. 다음에 B군에게 무언가 선물을 할 일이 생긴다면 그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사줘야겠다.

3) 눈이 선한 K군

대학부터 동기였던 K군은 선한 눈을 가졌다. 사실 K군의 외모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나 역시도 그래서 장기자랑을 하던 그의 첫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와 K군을 함께 아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K군은 처음 만났을 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낀 K군을 보니 그동안 몰랐던 그의 여린 눈빛을 알 수 있었다. 인상과 달리 다정하여 반전매력을 뽐내곤 했는데 이제서야 그가 가진 따뜻함이 눈에 담겨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나의 사무실 풍경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거리감과는 달리 온기가 있다. 우리 사이에는 마스크 착용 덕분에 알게 된 사실들에서 이어지는 시시한 이야기 주제가 있다. 조용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서 적적했던 사무실은 이제 나름 서로의 목소리로 북적거린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우리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유쾌한 일들이 생기길 응원한다.

– 글: 이원기 님

화, 2020/06/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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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최소민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연준아,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준비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기 전, 아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스크를 귀에 건다.

“오늘도 잘할 수 있지?”

물어보면 연준이는 제법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긴급보육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현관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마스크를 벗으려는 자와 씌우려는 자의 팽팽한 신경전! 이미 하루 에너지의 절반을 다 써버렸다!

이제 갓 세 돌을 지낸 네 살 아이에게 마스크 쓰기는 답답하고, 생소하고, 험난한 사회 적응의 과정이었다. 결국 달램과 으름장으로 마스크를 걸치긴 하지만 그것은 승자 없는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고민의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소아병동에 살다시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던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 청년은 병원에서의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항상 엄마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병원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다음 날 일어나면 무슨 일이 펼쳐질지 설레고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아들과 어린 아들이 공포의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됐는데 아들에게 이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돌려 말하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두려움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바로 이거다!

“연준아, 오늘부터 엄마랑 마스크 게임을 할 거야. 연준이가 좋아하는 캥거루는 항상 배에 아기 캥거루를 안고 다니지? 연준이한테도 아기 캥거루 같이 보호해줘야 되는 친구가 있어. 바로 목이야. 목은 아주 연약해서 세균이 들어가면 너무 아파해. 연준이가 마스크를 잘 쓰면 세균이 못 들어가니까 목도 안 아프고 핑크퐁 노래도 더 잘 부를 수 있어.”

마스크 하면 무조건 거부부터 하던 아이였는데 캥거루와 핑크퐁의 등장에 드디어 귀를 열었다. 그 후부터 아이는 목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목아, 내가 마스크 썼어. 안 아프지?”
“목아, 내가 마스크로 이불 덮어줄게.”
“목아, 내가 지켜줄게.”

엄마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에서 모성애를 발휘하듯 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한 엄마와 아이가 한 치 양보 없이 마스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연준이가 빠른 걸음으로 출동해 친구에게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권유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마스크 하면 핑크퐁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어!”

그러면 그 아이는 쓱- 마스크를 걸친다. 그렇게 연준이는 마스크 전도사가 되어갔다.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라도 산 날이면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은 위기이자 도전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한되고, 개인과 타인의 위생을 위해 서로 힘써야 했다. 전 국민적인 노력 앞에서 네 살 아이도 예외일 수 없고 그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견뎌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연준이가 훌쩍 커서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바이러스가 가득했던 코로나의 시대일까 아니면 신나는 마스크 게임이었을까!

– 글: 최소민 님

화, 2020/06/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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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서경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가족이 얼굴 맞대며 식사하고 TV를 시청하며 깔깔대며 웃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식사도 모두가 같이 하니 더욱 맛있고 대화가 많아져서 웃음소리가 커졌습니다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우리 큰 애가 이렇게도 말수가 많았었는지. 우리 아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자기의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지 않네요.

온종일 집안에서 얼굴을 부대끼는 게 힘겨울 법도 한데 우리 애들은 더욱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겨우 진정시키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더욱 더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도 활발했었지 다시금 놀랍고, 가족의 즐거움으로 가슴 벅찹니다.

코로나19는 자유롭게 외출만 안 될 뿐이지 우리 가족은 더욱 더 친밀하고 활발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 글: 서경훈 님

화,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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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와 정책문제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잠깐 겪고 넘어가는 감기와 같은, 단순한 ‘교란’ 차원의 위기가 아니다. 자본주의 전체가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되는 변곡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코로나’의 세상은 이전의 ‘하던 대로(business as usual)’의 세상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떠한 사회경제 정책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까? 이 글은 국가와 조세의 역할 변화, 기본소득의 중요성, 고용 보장제의 검토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불확실성’: 30년대 대공황과의 비교

많은 이들이 현재의 상태를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교하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역사적 통계적 데이터와 수리 모델을 동원하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또한 확률적인 위험 감안의 가치까지 (‘VaR’) 계산이 가능한 위험을 우리는 보통 ‘리스크’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에 데이터도 찾을 수가 없고 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이라는 전제가 성립할지조차 불확실하여 모델 구성도 불가능한 상태, 즉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한마디로 말해서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미래’라고 표현했던 상태를 우리는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중요한 특징 또한 이 ‘불확실성’에 있다. 감염성은 대단히 높지만 치사율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으며 게다가 노인과 젊은이를 차별하는 경향까지 보이는 이 괴생명체의 출현이 경제와 사회와 세계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 것인가.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에 지침이 될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

또 이것이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 중 어떤 것을 어떻게 건드릴지를 알 수 없으므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가정이 성립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사람들이 지금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는 가장 중요한 유사점이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30년대 대공황과의 단순한 비교는 아주 중요한 차이점을 못 보게 만들 위험이 있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모델로 하여 정형화된 현재의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는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1930년대의 대공황이 어떤 양태로 벌어졌던가를 잠깐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터진다. 이것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의 마비 심지어 붕괴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면서 불황이 시작되고 이것이 다시 실업과 과잉 생산설비로 이어진다.

만성적인 대량 실업으로 인해 사회가 붕괴하고, 이것이 다시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붕괴하는 나라들이 속출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세계 질서도 ‘현상타파’ 세력의 대두로 인해 위기에 처하고 급기야 세계대전으로 비화된다.1)

20세기의 자본주의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단선적인 인과관계’의 위기 대응 모델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자산 시장에서 생겨난 불씨가 진화되지 못하고 금융 시스템, 산업, 노동시장, 사회, 정치, 국제관계 등의 장으로 확산되면서 전체 시스템을 화마에 휩싸이게 만드는 단선적인 인과율의 연쇄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대응 매뉴얼이 생겨나게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중앙은행과 국가 재정을 동원하여 무제한의 유동성을 금융 시스템에 제공 혹은 약속할 것이며, 주요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자금을 지원하고 악성 부채를 떠안아 준다.

즉 자본주의의 위기의 진원지는 ‘거의 항상’ 자산 및 금융 시장이며, 이것이 산업과 사회와 정치로 확산되는 것이 위기의 양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책 또한 그 ‘중심부’인 자산시장과 금융 및 주요 기업들에 돈을 풀어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다르다. 불씨는 자산시장에서 시작되어 그러한 한 줄기의 인과율을 따라 차례로 퍼져나가고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괴생명체는 2020년 3월 자산 시장, 금융 시스템, 생산 기업, 노동 시장, 사회 영역, 정치 영역을 동시에 공격하였다.

주식시장은 최근 들어 안정세 심지어 예전 수준으로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주요 산업국가에서 노동 시장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위기와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지금 상황은 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정형화된 위기 대응 매뉴얼로 맞설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유동성을 넉넉히 공급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노동 시장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별개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쉽게 정치적 위기 나아가 지정학적 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을 필두로 주요 산업국의 노동 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하였으며, 빈곤율과 자살률이 치솟는 등 각종 사회적 위기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에 기초했던 지난 40년간의 세계 질서는 두 나라의 적대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밑둥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새로운 역할

이 부분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과 기능을 갖춘 국가가 나타나게 될 개연성을 얻게 된다. 따지고 보면 불확실성이란 인류가 특히 대규모 농경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매년 항상 겪어온 기본적인 존재 조건이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명한 최초의 장치가 바로 흉년이나 홍수 가뭄을 대비하여 다량의 곡물을 저장해 둔 신전과 거기에서 발전한 초기 국가였다.

모든 기존의 규범이 혼란에 빠지고 아무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엄습하는 순간 사람들이 사회의 안녕을 보장하고 사태를 헤쳐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는 언제가 국가였다. 이번 사태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금융 시장이든 노동 시장이든 그 자체의 자기조정 메커니즘으로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동성과 구매력의 배분에 있어서나 구직자들의 안녕을 지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능력에 있어서나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쇼어링’을 통한 산업 재배치와 기존 도시 계획의 변화 등과 같은 부분에서의 국가의 역할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언제 다시 새로운 물결의 감염과 맞닥뜨릴지 모르는 방역의 과제 또한 전국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의 유기적인 보건 시스템을 국민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건설할 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09년 세계 경제 위기 당시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였던 머빈 킹의 명언처럼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 뿐’이다.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국가 역할의 확대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는 세수와 지출의 운용을 둘러싼 기존의 규범에도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뉴노멀’의 출현도 가능하게 할 수가 있다. 지난 40년간 경제학에서 세금은 ‘경제의 실체’라 할 시장의 생명력을 ‘흡혈귀’에(제임스 갤브레이스) 해당하는 국가가 빨아먹는 ‘필요악’과 같은 것이므로 줄이면 줄일 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해왔다.

그 이전 보조금으로 주어지던 인센티브는 그래서 이제는 세금 감면으로 대체되는 일이 벌어져왔다. 지금 대한민국의 세금제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래서 세제는 이런저런 크고 작은 각종의 세금 감면 조치로 덕지덕지 기워져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앞으로도 용납될까? ‘조세 국가’를(슘페터) ‘흡혈귀’로 보고 여기에 균형 재정의 원칙을 더하여 지출 최소화를 지향하는 ‘작은 국가’가 앞으로도 받아들여질까? 이 ‘작은 국가’라는 원칙이 무너지면 균형 재정의 원칙도 또 조세 국가는 ‘흡혈귀’라는 원칙도 연쇄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의 입장에서는 세금이란 지출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바람직한 사회적 행동을 장려하고 그렇지 못한 행동을 억누른다는 원칙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균형 재정이라는 신화를 벗어던지고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후생을 증대시켜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균형을 맞추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세입에 세출을 맞추는’ 기존의 재정 정책fiscal policy의 관점을 벗어나서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출하고 거기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융통’하는 고전적인 공공 재정public finance의 관점을 회복하도록 촉구하고 있다.2)

다시 말하지만, 지금 전 세계 자본주의 문명은 지구적 거시적 규모에서나 지역적 미시적 규모에서나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가장 해로운 것은 어제의 세계에서나 통용되던 상식들 – 균형재정, 규제완화, 최소국가, (금융)시장의 완전성 등등 – 에 머리와 손발이 묶이는 것이다. 지금은 과감한 상상력과 대담한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각급 정부를 이끄는 ‘국가 지도자들statesman’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과 행동의 과감성과 대담성을 보여줄 위치에 있는 이들이며 또 그러한 의무가 있는 이들이다.

이 글에서 설명한 것 이외에도 ‘지역에서의 보건 커먼스commons’의 조직이나 마을 단위에서의 생산 활동 커먼스 – 도시 농업, 메이커 스페이스 등등 – 의 조직 등 여러 다른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눈과 귀를 넓게 열고 활발히 의견을 나누며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각급 정부의 수장들이 떠맡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글: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각주

1)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홍기빈 옮김, 미지북스 참조.
2) <균형재정은 틀렸다: 화폐의 비밀과 현대화폐이론> 랜덜 레이 저, 홍기빈 옮김, 책담 출판사 참조.

목, 2020/06/1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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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목민광장 제18호
–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및 일자리 위기와 대응 방안

■ 주최
목민관클럽, 희망제작소

■ 소개
지역의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상호교류・협력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장의 모임 “목민관클럽”은 최신 정책, 정기포럼 주요 내용, 자치단체 소식 등을 담은 정기간행물 <목민광장>을 연2회(5월, 11월) 정기 발행한다. <목민광장 제18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및 일자리 위기와 대응 방안에 관해 다룹니다.

■ 목차
□ 발간사
코로나19, 혁신 또 혁신

□ 특집좌담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및 일자리 위기와 대응방안

□ 지상중계
공중보건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제도 개선 -코로나19 긴급 대응을 중심으로

□ 기획
코로나19 대응과 보건의료의 개편 방향
코로나19 대응과 국가위기관리시스템 개편 방향
코로나19 사태와 사회경제 정책 전환의 제언
재난긴급지원금과 기본소득

□ 이슈&포럼
민선7기 제8차 정기포럼
민선7기 지역혁신 1년 6개월을 되돌아보다

21세기 국회의원 당선자 정책집담회
시민주도 지역혁신 희망만들기

□ 희망제작소 Think and Do
연구는 우리 모두의 것
시민주도 정책결정을 위한 숙의과정 매뉴얼
코로나19가 열어준 ‘전국민고용보험’의 새 길

□ 현장을 가다
6차산업을 통한 마을공동체 활성화

□ 목민관클럽 회원 지방정부 단신

■ 펴낸 날
2020.06.12.

■ 구입문의
정가 10,000원, 자치분권센터 송정복 센터장 | 02-6395-1436

목, 2020/06/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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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나가 주워보니… 일회용 마스크 1시간 동안 30개 발견

[caption id="attachment_207722" align="aligncenter" width="640"] 지난 6월 14일, 환경운동연합이 1시간동안 주운 일회용 마스크들 ⓒ환경운동연합[/caption]

날은 점점 더워지고,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크는 벗지 못합니다. 코로나19가 다시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어디든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40"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이 수거한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지난 6월 14일, 환경운동연합이 영등포역에서 1시간 동안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킹을 진행한 결과, 무려 30여개의 일회용 마스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담배꽁초 다음으로 많은 수치입니다. 골목을 돌 때마다 길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이제는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길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의 수는 다른 쓰레기들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환경단체, "이제 곧 죽은 해양생물의 뱃속에서 일회용 마스크가 나올 것" 경고

[caption id="attachment_207723" align="aligncenter" width="640"] ⓒ오션스아시아 인스타그램 캡쳐[/caption]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는 환경에 아주 치명적입니다. 일회용 마스크는 재활용되거나 분리수거 되지 않기 때문에 전부 소각·매립 처리되고, 한번 쓰고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인 오션스아시아가 ‘소코섬’에 방문하여 해변을 조사한 결과, 무려 100여 개의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들이 바닷속을 떠다니고 해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오션스아시아는 “모든 사람들이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하는 변화가 일어난 이후 해변이 오염될 때까지 6주가 걸렸다”고 설명하며 위생과 환경오염의 딜레마에 대해 알렸습니다. 또한 홍콩 해양보호단체는 "일회용 마스크가 환경 오염의 또 다른 주범이 됐다며 이제 곧 죽은 해양생물의 뱃속에서 일회용 마스크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하와이 섬 사이에 형성된 ‘거대 쓰레기섬’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아메리카 등 각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모여 형성된 쓰레기섬에서도 최근들어 일회용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등 방역과 관련된 쓰레기가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27" align="aligncenter" width="480"] ⓒ오션스아시아 인스타그램 캡쳐[/caption]

해양으로 흘러들어간 일회용 마스크는 수거도 어렵습니다. 해양 쓰레기는 육지 쓰레기에 비해 수거도 어렵고, 해류를 따라 빠르게 확산해 해양 쓰레기가 어디서 왔는지 특정하기 어려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전문적인 장비와 선박이 필요하고, 그 비용도 육상에 비해 최대 8배나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수거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는 바다와 바다 생물들의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일회용 마스크, 잘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

[caption id="attachment_207724" align="aligncenter" width="640"] ⓒfreepik[/caption]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과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일회용품 사용량을 증가시키고, 한번 쓰고 버려진 일회용품들과 마스크들이 쓰레기가 되어 엄청난 속도로 해양 생태계, 더 나아가 지구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를 감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 쓰고 버린 일회용 마스크가 환경오염의 또다른 원인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마스크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려면 잘 착용하고, 잘 버려야합니다.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일정이라면, 면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전문가들도 야외에서는 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병 예방에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여러 번 빨아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회용 마스크보다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게 된다면, 잘 버려야 합니다. 버리는 방법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는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잘 담아 버려야 합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38" align="aligncenter" width="349"] 마스크 버리는 법 ⓒ인천광역시 서구 홈페이지[/caption]

감염병 예방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건강과 환경을 같이 지킬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노란리본기금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월, 2020/06/1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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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강경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결국 그래도 사람이더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언제 이 상황이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곳곳에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재 복지관 휴관이 몇 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요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 또한 이용자와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서는 멈춰있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때 못지 않게 내부는 변화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에게 조금 더 정보가 피부로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만나고 있지 못하지만 항상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을 통한 정보 제공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법 중 일부이지만 이용자 분들도 평소 대면으로 주고 받던 대화와 정보를 영상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경험에 그리고 직원들의 노력에 따뜻한 메시지로 그 수고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번 학기가 비대면 강의로 확정되고 나서 캠퍼스를 누리지 못한 큰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이런 시기에 전공 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해 환영회를 해줄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수강신청 정보부터 신입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줌(ZOOM)을 통한 대면으로 인사를 나누고, 학교 정보를 공유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그래도 입학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학교 기념 굿즈를 구성하여 개별적으로 직장이건 자택으로 우편배송하여 환영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닿게 할까라는 생각부터 어떤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생기는 듯 하며 잔인한 코로나19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사람이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현재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희망의 안부를 전합니다.

– 글: 강경아 님

월, 2020/06/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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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의 생태민주적 전환방안’라는 이름으로 환경운동연합의 내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우리 사회, 그린뉴딜에 대한 담론, 생태민주적 삶과 환경운동의 방향 등 폭넓은 주제들이 다뤄진 토론회였다.

 

 

[caption id="attachment_207785" align="aligncenter" width="1014"] ⓒ환경운동연합[/caption]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회는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권태선 대표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우리가 살아왔던 시간들 과는 굉장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며, 이번 토론회가 새로운 운동의 방향을 정하고 결의를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caption id="attachment_207772"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caption]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첫 번째 발제를 맡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사회경제와 환경운동연합’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한 홍종호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환경생태지수를 묻는 것으로 첫 운을 떼었다. 홍 교수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위원회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금강/영산강 처리 방안의 두 가지 사례를 겪으며 우리 국민의 생태환경 지수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단 10%의 공정률에도 중도 포기를 주저하는 것, 생태계 훼손에 대한 내용보다 숫자로 대표되는 경제적 평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국민의 환경생태지수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추경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한 강조했다. 그는 3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GDP 대비 50%에 육박하는 상황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희생될 재정 건전성에 대비하고, 이렇게 마련된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그린뉴딜을 말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다.”라는 말에서 그가 현재 상황과 그린뉴딜을 얼마나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린뉴딜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홍 교수는 그린뉴딜이 많은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이면서, 공공성, 경기 활성화, 일자리 및 소득 창출 차원에서 재정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그린뉴딜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은 어떨까? 홍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세 개의 큰 문제로 경제위기, 사회위기, 기후위기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세 가지 차원에서 다른 위기들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수용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향후 과제는 기후 및 환경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더 높여야 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74"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caption]

 

두 번째로 하승수 변호사의 ‘코로나19 이후 국가/정치의 전환과 환경운동연합의 역할’ 발제가 이어졌다.

하 변호사는 지금의 상황에서 환경운동의 경로는 큰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기술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논의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자원배분과 같은 큰 단위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에 대한 예시로, 교통부, 경제부 등의 행정구조를 탈피하여 기후부, 에너지전환부 등의 부처가 신설되고 통합적인 전환작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전환의 계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사19 사태는 세계적 위기이기는 하나, 지금이 기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가 환경문제이자 정치문제, 경제문제임을 확실히 인식해야 함을 당부했다. 단순히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만이 참여하는 현상을 넘어 모든 시민이 위기를 절실히 느끼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민이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를 정치인 이슈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정치부 기자가 환경문제를 기사화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84" align="aligncenter" width="1013"] ⓒ환경운동연합[/caption]

 

이어진 지정토론의 첫 번째 발제자로 김규원 한겨레 기자가 코로나19 이후 시대, 환경운동연합의 길에 대해 발제를 했다. 그는 환경운동의 미래는 적극적인 정치참여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참여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며,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정치의 영역은 결국 기득권만의 세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도시와 교통 정책에 대한 관심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였다. 국토, 도시, 교통, 개발, 건축 등의 정부 정책은 에너지 전환, 4대강 사업 처리, 공원일몰제 등의 환경문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정책임에도, 단편적으로 보고 서로 관계가 없는 사안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주장이다. 덧붙여 각 단체 간의 연대 활동을 통해 국가 정책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것을 얘기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으로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활동가는 “세계적 위기 사태에서 국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고 강력해진 상황이다. 정부와 산업계의 결탁이 공고해진 지금의 모습은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 역량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라며 눈에 띄게 위축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운동연합을 돌아본 그의 시각은, 다양한 가치와 기조가 혼합, 또는 경합 중인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환경운동연합이 운동 플랫폼을 넘어 조직화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조직 안의 영역주의를 넘어서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같이 호흡하며, 같이 행동할 수 있는 운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75"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caption]

 

 

세 번째 지정토론은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이 발언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해 말했다. 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확대되면서 시민들이 시민사회의 필요성을 잊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백 소장은 국가적 담론으로 그린뉴딜이 다루어지고 있는 지금이 환경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시민들의 생활에 더욱 밀착해서 바라보아야 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이를 위해서 현장 활동과 정책 단위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함을 얘기했다. 또한 활동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감시도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토론은 김은지 원주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팀장이 이어갔다. 김 팀장의 시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명받고 있는 환경이슈(인간의 경제활동 감소 이후 회복된 환경)들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했다. 모두 환경운동연합이 지속해서 얘기했던 이슈라는 것이다. 단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와 얽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또한, 그로 인해 우리가 주장한 환경운동과 생태주의적 삶의 효과가 일부분 증명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김 팀장은 시의성에 맞춘, 코로나19와 연관된 환경 컨텐츠를 개발할 것,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안, 그것을 위한 활동가의 시야 확장을 과제로 던지며 코로나19 사태로 확인한 변화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7773"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caption]

 

코로나19 사태는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와 공공영역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시민사회 환경운동에 부정적인 상황이 예측되는 한편, 인간 활동의 축소로 인한 환경의 개선을 확인하는 등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이자 기회인 지금의 상황에서, 위기에 주목하여 움츠러들기보다는, 기회에 집중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권태선 대표의 말을 끝으로 토론회가 마무리되었다.

 

 

화, 2020/06/1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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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김선애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글을 쓰러 숲으로 나선다. 내게는 나만의 작업실이 없다. 사람이 많을 때는 카페에서 일하기도 어려워서, 때때로 집 근처의 작은 숲으로 간다. 숲을 산책하다 빈 벤치를 찾아 앉으면 그곳이 곧 작업장이 된다.

물론 이 숲은 열린 공공 공간이고, 산책하는 사람들, 강아지, 새 등 많은 존재가 내 곁을 지나쳐간다. 벤치 몇 개가 모여 있는 곳에 앉아 글을 쓰는 중에, 어린이집 아이들과 선생님이 벤치로 온다. 나는 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걷는다. 본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잠시 이 자리에 머물다 떠날 뿐.

조금 걸으니 운 좋게도 탁자까지 함께 있는 다른 벤치가 비어 있다. 사방으로 초록빛 나무가 보이고, 가까이 있는 하얀 아카시아에선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온다. 날이 춥거나 공기가 안 좋은 날은 밖에서 글쓰기가 쉽지 않지만, 오늘은 바람은 세도 푸른 하늘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바람에 탁자 위로 솔잎이 떨어진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은 “내가 산책하는 곳, 내가 집에 들어올 때 걸어가는 골목, 이 모든 것이 나의 집”이라고 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야외 작업장, 이 숲도 우리 집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건물 안 공간뿐만 아니라, 그 주위 환경 전체가 우리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넓게 보면 지구와 우주 전체가 우리의 집이다.

우리 자신도 이렇게 넓은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가까운 이웃부터 전 세계 사람과 야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모든 존재와 밀접히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난개발로 숲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계속 가담하면, 결국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동물과 접촉한 사람의 몸으로 옮겨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시기로 ‘3년 이내’를 예상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또한 이들 기후변화 전문가 중 대다수가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을 부르는 신종 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앞으로 더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2020년 5월 19일 한겨레, <전문가들 “새 감염병 발생주기, 3년 이내로 단축될 것”>).

숲이 품은 수많은 동식물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몸이다. 동식물에 해를 끼치면 결국은 인간도 건강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푸른 숲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집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집을 파괴해놓고 우리가 안전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제는 숲을 비롯한 자연을 파괴하며 우리 자신도 해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님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파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춘 것에서 보듯이, 자연 파괴는 결국 경제에도 불리하다.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가 하나의 공동체가 아닐까? 이웃들을, 그리고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 자신을 잘 돌보는 길이다.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은 벌목의 큰 원인이기에 나는 채식을 한다. 그리고 나무를 덜 베어내도록 일상에서 자원을 아껴 쓰려 한다. 조화로운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 글: 김선애 님

수, 2020/06/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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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 여섯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관련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백신이 공급될 때까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리 두기’는 불가피합니다. 인구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하는 집단 면역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새로 발생한 감염병 중 60.3%는 인수공통전염병이고, 그중 72%는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만 개가 넘는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4,300여 개가 돌연변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장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아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북 의성을 다녀왔습니다. 군청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자치정부에 관한 연속 세미나에 초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시장 만능주의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대응만으로는 어렵고, 공공 부문의 강한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는 자치정부 현장에서 만들어낸 혁신이라는 점, 이에 따라 지방자치와 지역(Local)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한편으로 시장과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어 공동체(Community)의 역할과 지역순환경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환기했습니다. 늘 현장에서 배우기 마련입니다만, 이번 세미나에서도 놀라운 사실을 접했습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사입비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세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지역 사업의 일부가 축소 폐지가 진행돼야 할 형편이라는 점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차 추경을 통해 국세 수입을 감액하고, 내년에 지급하는 2019년 교부세 정산분 등을 올해 지출하도록 편성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방정부 재원을 확충하자는 의미였습니다.

반면 3차 추경은 올해 교부세를 감액 편성함으로써 시행을 약정한 사업의 중단을 강제한 것입니다. 이미 예산이 편성·집행되고 있는 교부세를 감액하기보다 교부세 감액을 자치정부의 예산편성 단계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재정을 더 줬다가 다시 빼앗는 추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역으로 인해 경제 상황은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에서 문제가 시작된 게 아니라 소비, 투자, 수출 등 총 수요의 모든 구성 요소인 실물 부문에서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더욱 심각합니다. 대응도 당연히 달라져야 합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자유주의식 처방은 무용지물입니다. 재정 건전성과 인플레이션 통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수단으로 위기를 대처할 수 없기에 소극적 금융통화 정책을 넘어선 확장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통화 정책에서 재정 정책으로 전환하고, 고용 및 소득 보장 정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도 이런 성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3차 추경의 규모는 35.3조 원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이 금액은 세입과 세출을 동시에 조정한 외형 금액입니다. 이중 세출 조정 금액은 23.9조 원이고 세출 감액을 빼면 실질적으로 증가한 금액은 16조 원에 불과합니다.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긴급 추경이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출을 10.1조 원을 줄였고, 그중 지방에 주는 교부세의 금액이 4.2조 원이나 됩니다.

예산 편성을 쥔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면서 꼭 필요한 사업을 못하도록 막는 건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최전선에서 고용과 및 소득 보장을 위해 일하는 자치정부의 재정을 우선 축소하는 게 지방 홀대는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준 자치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추경 심사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목, 2020/06/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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