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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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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Ⅸ

admin | 토, 2020/04/11- 21:36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3월 23일 현재 16개 주, 9개 현(county), 3개 도시의 1억 5천 8백만 명의 미국인이 이른바 자택격리 명령(shelter-in-place order)이 내려졌다. 이것은 긴급한 상황 이외의 모든 출입을 금지하며 집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일종의 이동제한 명령(stay-at-home order)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대번에 다음 질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찌하나? 이번 회에선 신종코로나 발 세계 경제의 대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이들 취약계층이 어떠한 곤경 속에 처해있는지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런 서민들의 고통과는 아랑곳없이, 악재조차 호재로 혹은 호기로 삼아 승승장구하는 제국들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억만장자들에게 신종코로나는 남의 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온 버니 샌더스는 “억만장자들에게 코로나 창궐, 이런 것은 그저 남의 일이다. 결국 코로나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서민들이다”라고 조 바이든과의 경선 토론장에서 이야기했다.(“Bernie Sanders: ‘If you’re a multimillionaire … you’re going to get through’ the coronavirus pandemic,” CNBC, March 16, 2020). 가장 비싼 의료보험 있고, 가지고 싶은 것 다 가진 대부호들이야 설사 신종코로나가 걸린다 한들 그게 문제나 되겠느냐면서. 문제는 국민 중 겨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이 태반인데 이런 이들에게 코로나는 정말로 재앙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샌더스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극심한 불평등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의 코로나의 창궐이 곧 서민들 삶 자체의 궤멸을 의미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진 캘리포니아 지역 사정을 알리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1면 가판대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자택격리 명령의 허구 : 그럼 집 없는 사람은?

코로나 창궐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숙자에게 내려진 명령은 “텐트서 꼼작 마!”이다. 여태껏 쏟아져 나오는 노숙자 퇴치를 위해 보통 낮에는 경찰과 노숙자들이 쫓고 쫓는 상황이 연출됐었다. 그러나 코로나 창궐이 염려되자 대부분의 지역에서 내려진 조치는 “노숙자는 텐트에서 머물라”이다.(“To combat virus, L.A. will let homeless encampments stay up throughout the day,” Los Angeles Times, March 17, 2020). 얼마나 웃기는가? 텐트가 자택인가? 언제는 텐트는 집이 아니라며 죽어라 쫓아내려 하더니만 이제는 텐트가 집이니 그냥 가만히 죽치고 거기만 있으란다. 이게 무슨 대책인가?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노숙자들이 코로나로부터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인식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이 감염원의 인자로 간주해 텐트서 처박혀 나오지 말라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방기(放棄)를 넘어 인권침해다. 게다가 자택격리 명령으로 주요 다중시설 이를테면 공공도서관, 빌딩 등이 폐쇄되었다. 그나마 그곳은 노숙자들이 손과 얼굴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런 곳들마저 폐쇄된 마당에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이것뿐이리라. “(코로나?) 걸리면 죽는 거지 뭐.(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If I get it, I die’: homeless residents say inhumane shelter conditions will spread coronavirus,” The Guardian, March 19, 2020. ; “For the homeless, coronavirus is a new menace in a perilous life,” Washington Post, March 21, 2020). 현재 미국엔 약 50만 명의 노숙자들이 있으며, 그들 중 약 65%가 노숙자 대피소에서 밤이슬을 피하고 있으나 약 20만 명의 나머지 노숙자들은 길거리에서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풍찬노숙을 하고 있다.(“‘Wash your hands’ is tough advice for Americans without soap or water,” The Guardian, March 23, 2020).

샌프란시스코 노숙자에게 꽃을 건네는 시민 <출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종코로나 염려는 차라리 호사

그렇다. 이런 그들에겐 건강염려는 호사(豪奢)일 런지도 모른다. 정녕 그들에겐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놓여 있으니 말이다. 당장 먹고 살 문제. 그것에 비하면 잠복기가 2주나 걸리는 코로나 같은 것은 그들에겐 문제 축에도 들지 않으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노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민들도 지금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왜냐면 코로나로 일들이 끊겨서.

현재 미국의 학교도 우리처럼 폐쇄했다. 그러나 학교가 아니면 삶을 이어나가기 힘든 이들이 있어 점심시간에만 잠시 여는 학교가 미국에 많다. 아이들의 돌봄이 필요해서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스주 브렌햄(Brenham)의 6명의 자녀를 둔 부부 이야기를 소개했다. 엄마는 33세의 상이용사, 남편은 목수. 그러나 코로나 창궐로 남편의 일거리는 없어지고 6명의 자녀를 도저히 먹일 방법이 없어 한 끼의 식사는 무료급식으로 때운다. 학교는 코로나로 폐쇄됐으나 무료급식이 필요한 아동들이 많아 점심 무료급식을 학교 운동장에서 드라이브스루(차에서 내리지 않게 하고 음식을 주는 방법)로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엄마는 아이들 먹이느라 식사는 굶기 일쑤. 만일 학교의 무료급식이 없었다면 “스트레스로 멘탈이 완전히 붕괴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굶주림은 외려 문제가 아니란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딱한 사정은 단지 이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폐쇄 중에도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텍사스를 비롯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리곤 등 여러 주에서 시행 중이다. 또 점심 한 끼뿐만 아니라 다음 날 아침 두 끼까지 가져가는 아동들이 계속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학군에서는 거의 1만 1천 명의 학생들이 두 끼의 식사를 무료로 가져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하루 동안 아이들이 먹는 식사의 전부다. 미시간대학의 사회사업학과 쉐퍼(H. Luke Saefer)교수는 “[코로나사태처럼] 일이 잘못됐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이 바로 서민들이며 또한 회복되는 데에도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층이 바로 그들이다.”라고 말했다.(“Coronavirus and Poverty: A Mother Skips Meals So Her Children Can Eat,” New York Times, March 20, 2020).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다음 달 임대료

그런데 먹을거리 걱정이 저런 식으로라도 해결이 된다면 서민들에게 그다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임대료다. 위에서 소개한 6명의 자녀를 둔 여성도 가장 큰 걱정거리가 매달 어김없이 돌아오는 1,000달러(약 120만 원)의 임대료라 말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그렇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시점(2020년 3월)에서 대다수 미국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임박한 다음 달(4월) 임대료라고 보도했다.(“Many Americans’s Biggest Worry Right Now is April 1 Rent and Mortgage Payments,” 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물론 임차인이 아니고 집을 소유한 서민들이라 해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대부분의 집값을 은행에서 대여해서 집을 소유한 것이라 매달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지금 일거리가 갑자기 뚝 끊겨 소득이 없으니 그렇다. 소득이 끊겨도 단 한 달 만이라도 버틸 여유 자금이 미국인들 대다수가 없다.

3월 현재 많은 미국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다음 달(4월) 임대료와 주택할부금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 정부가 주는 1200달러짜리 수표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그것은 임대료를 충당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설사 그렇다 해도 그들이 돈을 지불하기 전에는 도착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부연설명이 달려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 경제는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그 와중 빠르게 급증하는 실업률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경제가 지금 전인미답의 영역(uncharted waters)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Coronavirus Recession Looms, Its Course ‘Unrecognizable’,” New York Time s, March 21, 2020). 즉 과거 전례가 없던 대혼란 속으로 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올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30.1%가 될 것으로, 그리고 불라드(James Bullard) 연준 세인트 루이스 은행장은 50% 하강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Morgan Stanley, Goldman See Virus Causing Greater Economic Pain,” Bloomberg, March 23, 2020). 옥스퍼드 경제연구소(Oxford Economics)의 미국경제팀장인 다코(Greg Daco)는 “이것이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왜냐면 이런 급작스러운 경기 하강은 선진국에선 유례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심지어 10년 전의 금융위기와 1920년대 대공황 때조차도 사람들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마라거나 여러 사람과 모이지 말라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것은 사람들이 만나 교류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이를 ‘전시적 곤경’(wartime privation)이라 말한다.(New York Times, March 21, 2020).

이번이 ‘전시적 곤경’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그 직접적 타격을 서민들이 최초로 입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2008년 금융위기가 월가에서 시작되어 서민들에게 미치기까지는 그래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직장에서의 해고는 월가의 은행들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나머지 직종의 해고와 실물경제 하강은 그것과는 시차가 조금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코로나는 그 경우가 완전히 딴 판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니 영세자영업자들이 먼저 그 타격을 고스란히 맞는다. 식당, 이발소, 선술집 등의 업종이 줄줄이 타격이다. 이를 두고 매씨(Gabriel Mathy) 아메리칸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침체는 아마도 서비스 부분에서 시작된 세계에서 유례없는 최초의 경기침체다”라고 지적한다. 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현금보유도 얼마 없고 신용도 제한적이다. 다른 큰 회사들처럼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다. 따라서 손님이 끊기면 바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며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폐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거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벌써 이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었다.(New York Times, March 21, 2020).

3월 19일 미 노동부는 실업수당 신청자가 28만 1천 명으로 전주와 비교해 3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Unemployment Spikes 33% Amid Coronavirus Pandemic,” US News and World Report, March 19, 2020). 그러나 이 수치는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가 전망한 그다음 주 수치 225만 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한 주가 지나 이런 전망은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판명됐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셋째 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는 328만 3천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주 만에 신규 실업자 수가 300만 명이 늘었다.(“Coronavirus Live Updates: U.S. Jobless Claims Are Highest Ever; House to Take Up $2 Trillion Stimulu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옥스퍼드 경제연구소의 다코는 4월 미국의 실업률을 10%로, 재무부 장관 스티븐 무누신(Steven Mnuchin)은 효과적인 개입이 없다면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연준의 불라드(James Bullard)는 30%까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New York Times, March 21, 2020; Bloomberg, March 23, 2020; “As layoffs skyrocket, the holes in America’s safety net are becoming apparent,” Washington Post, March 19, 2020).

 

2008년 금융위기 회복은 허상: 실업률 폭증이 그 증거

볼 스테이트 대학 경제학과 힉스(Michael Hicks)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3월이 미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해고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Washington Post, March 19, 2020).

이렇다면 이러한 대량 해고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이들은 이런 실업대란 사태가 단순히 코로나로 발생했다며 코로나 탓을 돌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어떤 촉발요인은 되었지만, 이러한 급작스러운 실업대란은 미국이 그동안 말해주지 않는 미국 경제의 실체 때문이라고 본다. 코로나 사태는 단지 그것을 들춰내 미국 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번 실업대란은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선언하며 우쭐댔던 것이 모두 허상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미국은 경제 회복의 증거로 고용률의 증가, 즉 실업률(2019년 10월 현재, 3.6%)의 저하를 내세웠다. 그런데 그것은 허드레 일자리의 증가로 뚝딱뚝딱 만든 숫자 놀음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즉, 그것은 튼실한 일자리가 아니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실업률이 최저치로 낮아졌다며 “이것 봐라. 실업률이 얼마나 낮은가. 그래서 미국인은 행복하다!”라며 미국의 경제 회복을 아무리 발표를 해도 공허하기만 했던 것이다. 왜냐면 서민들의 삶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전혀 개선된 것이 없었으니까.

만약 미국 정부의 발표대로 국가 경제가 그리고 서민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었다면 이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서민들이 이처럼 추풍낙엽처럼 일시에 대량 해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아무리 해고가 밥 먹듯이 쉬운 미국이라 해도 그래도 좋은 직장이라면 그렇게 쉽게 근로자를 내보내지 않을 테니까. 어느 정도는 뜸을 들일 테니까. 그래도 큰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단 한 두 달이라도)는 버틸 능력이 있으니까. 다시 말해 진정한 경제 회복은 뭐니 뭐니 해도 서민들의 직업 안정성의 보장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그래서 신종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을 일터에서 대거 몰아내고 있으니 실업률이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애초에 서민들이 취업했다는 직장이 번듯한 직장이 아니었다. 파트타임, 기간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의 일자리 채운 것으로 정부가 고용률의 증가와 실업률의 하락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어찌 되었든 그런 허드레 일자리에서조차 밀려나 이렇게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것은 곧 금융위기 이전으로 곧장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미국 경제가 아무것도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것도 나아진 것도 없다는 것을 이번 대량 해고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탕발림한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에서 사탕을 싹 제거하자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즉 지표들은 그저 숫자 장난이었고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그 와중 서민들은 두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었을 뿐이다. 코로나 사태로 하루아침에 이런 짓거리가 들통 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다가오는 침체의 폭풍이 밀려오고 있다는 기사 제목에 달린 뉴욕타임스의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뉴욕타임스/아담 심슨(Adam Simpson)

 

모래로 쌓은 성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에 전 세계가 그 깊은 신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미국 홀로 시쳇말로 “잘 나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미국 홀로 경기가 좋았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축제의 판이었던 것일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속도가 더디더라도 잘못된 것들을 시정 해 기초 체력을 다져서 튼실한 경제를 재건하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구멍 난 곳을 돈을 찍어 처발라 메우고 그 열매는 모두 극소수의 가진 자들, 즉 제국이 취했다. 그리고 그 돈들은 죄다 돈 놓고 돈 먹는 놀이인 금융자본으로 치환되어 금융화(financialization: 산업에서 금융 부분이 비대해지는 것: 필자의 『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참조)는 더욱더 박차를 가하였다. 그 결과는 주식시장의 활황과 부동산의 폭등, 즉 이들 시장에 잔뜩 낀 거품이었다. 그리고 그 주역은 대형금융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였다. 그러나 이들은 초록이 동색. 사모펀드조차 월가에 속한 것이니까. 우리의 비례 정당만이 ‘위성’이 아니다. 미국의 사모펀드 또한 월가의 위성 투자사이다. 겉으로만 보면 얼마나 그럴듯한가? 한없이 오르는 주식과 부동산. 특히 미국 외부에서 보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금융위기 이후에 쏟아부은 돈 때문인 것은 쉽게 간과했다.

 

2년 전부터 예견되었던 거품 붕괴와 침체: 터트리기 위해 만들어진 거품

그러나 그러한 눈부신 금융화의 진전이 모래로 쌓은 성이었다는 것이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렇게 부풀려진 자산시장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미국의 거품 붕괴의 위험성은 이미 2년 전부터 예견되었다. 이런 예견은 단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왜냐면 거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꺼지게 마련이니까. 필자도 강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이것을 줄곧 알렸었다. 물론 귀담아듣는 이가 별로 없어 문제지만.(“Economists Think the Next U.S. Recession Could Begin in 2020,” Wall Street Journal, May 10, 2018.; “U.S. Economy Flashes Signs It’s Downhill From Here,” Wall Street Journal, Oct. 29, 2018.; “The Economy Faces Big Risks in 2019. Markets Are Only Now Facing Up to Them.”, New York Times, Dec. 7, 2018). 비유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거대한 몸 때문에 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거인이 돌부리에 발이 걸려 완전히 넘어가듯, 바로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가 그런 돌부리 역할을 한 것일 뿐이다. 코로나는 방아쇠 역할은 했지만 이미 거인은 쓰러지고있는 중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Coronavirus Could Spark a Global Recession,” U.S. News &World Report, March 16, 2020).

 

코로나: 월가가 바라마지 않던 책임 전가의 호재

어쩌면 월가를 주축으로 한 제국들은 오히려 코로나가 무척 반가울 수도 있겠다. 왜냐면 거품은 반드시 꺼질 텐데 그 책임을 다른 데(코로나)로 돌릴 수 있을 테니까. 2008년엔 금융위기 주범으로 몰려 얼마나 호된 뭇매를 맞았었는가? 그렇게 보면 코로나 사태 같은 악재는 제국들엔 확실히 호재!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과 같다(쓰러지는 제국들의 기업은 어찌하고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은 조금만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곧 뒤에서 그 답이 나온다). 이것저것 떠나 제국들은 악재든 호재든 모두 자신들의 호재로 만드는 데 귀재다. 보라. 어떤 제국은 경기하강에 내기를 해서 떼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2천 7백만 달러(약 329억 원) 가지고 단숨에 100배를 번 펀드 회장도 있다.(“Bill Ackman claims firm made $2.6bn betting on coronavirus outbreak,” The Guardian, March 25, 2020). 거품이 이는 동안 재미를 톡톡히 본 제국 중 그것이 꺼질 것을 감지한 이들은 이미 정리할 것들은 다 팔아 곳간을 두둑이 채워두었다. 그리곤 악재에 베팅까지 해 또 한 번 재미를 보는 것이다. 제국에게는 어려운 장사란 없다. 그들에겐 모든 장사가 다 누워 떡 먹는, 그렇게 쉬운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일까?

 

가재는 게 편: 트럼프는 대기업이 우선!’

전례가 없는 코로나 사태 폭탄으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며 트럼프 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었다. 미국의 한 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경 2조 2천억 원(약 2천 7백조 원)의 현금이 시중에 쏟아진다. 그러나 그중 성인 한 명당 1,200달러(약 146만 원) 지원되는 2,500억 달러(약 304조 원)와 실업급여 등에 사용될 2,500억 달러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기업을 위한 돈 들이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 재난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을 편다고 트럼프가 비난받는 이유이다. 확실히 가재는 게 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앞서 “왜 쓰러지는 제국의 기업이 있는데 코로나 같은 악재가 호재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답이다. 제국의 기업은 악재에 아무리 손해를 보아도 그것을 벌충해줄 든든한 뒷배가 있다. 곧 친기업 정책을 펴는 제국의 친구, 아니 그들의 하수인인 든든한 정치인과 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제국의 친구들이라고 해도 정치인들이 맨입으로 제국을 위해 돈을 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가재가 게 편을 그냥 들어주지는 않는다. 제국은 그의 하수인들이 움직일 만큼 기름칠을 한다. 나랏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사활을 건 대 정치권 로비전을 벌이면서. 가디언지는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이 수십억 달러의 코로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광란의 전쟁에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Washington lobbyists in frenzied battle to secure billion-dollar coronavirus bailouts,” The Guardian, March 20, 2020). 이 때문에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왔던 엘리자베스 워런이 일찌감치 코로나 사태 구제금융은 기업이 아닌 노동자들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Any Coronavirus bailout must put workers first: Sen. Elizabeth Warren,” USA Today, March 20, 2020). 그런데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다 ‘아웃’이다. 미국 정치계 물 사정이 다 그렇다.

 

노동자 우선인 구제금융주장하는 샌더스

물론 기업이 도산하면 거기의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되니 기업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조건을 달아야 한다. 근로자의 해고 금지라든지 급여의 삭감 금지 등의 전제조건 말이다. 그런데 그런 단서 조항 없이 기업에 무작정 돈을 살포하면 그다음은 어찌 될지 뻔하다. 결국 그 모든 돈은 최고위 임원진들의 보너스와 주식을 보유한 부자들의 호주머니 속으로만 홀랑 흘러가게 된다. 근로자들은 나 몰라라 내칠 것이 분명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수라면서. 이런 모든 일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었던 터라 예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선수도, 게임의 룰도 그때와 바뀌지 않았고 유사한 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한 번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게임, 게다가 계속해서 승자가 되는 이상한 게임. 그렇다면 이런 게임에서 감히 제국을 상대하는 서민들의 운명은? 그들의 승률은 백전백패.(Callahan, The Cheating Culture; Giridharads, Winners Take Al; Milanovic, Global Inequality 참조).

그래서 샌더스가 경기 부양 구제금융이 대기업이 아닌 노동자에게 먼저 제공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부득이하게 대기업에 제공될 경우 근로자를 위한 전제조건을 달아 지급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거의 모든 주요 언론이 왜 샌더스는 실질적으로 결판이 난 것과 진배없는데 경선을 포기하지 않고 저런 딴죽을 거냐면서 비아냥거린다.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뉴욕타임스조차. 심지어 워싱턴 포스트는 코로나로 많은 미국인이 피해를 보고 있는 이때 단 한 사람 유일하게 샌더스만 수혜를 입고 있다고 빈정댄다.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것들이 코로나의 유일한 승자가 될 제국들은 놔두고 외려 이것을 지적하는 샌더스를 공격하다니!(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밝히기로 한다).(“As Coronavirus Crisis Unfolds, Sanders Sees a Moment That Matches His Idea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The coronavirus is hurting millions of people. But there’s one person who could benefit. Washington Post, March 26, 2020).

샌더스의 말대로 구제금융이 서민에게 먼저 맞추어져야 하는 이유는 거품 붕괴의 모든 덤터기를 결국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온전히 뒤집어쓰게 되니 그렇다.(“The Middle Class Faces Its Greatest Threat Since the 1930s,” Brookings, March 20, 2020). 이렇게 악재가 왔을 때 제국들은 유유히 손 털고 장을 떠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 경기 하강의 직접적인 타격은 아무 죄 없는 서민들에게 가해진다. 따져 보라. 그들이 거품을 끼게 했는가? 그들이 금융화를 가져왔는가? 그들이 사모펀드를 했는가? 그들이 집을 마구 사들였는가? 그들이 주식을 했는가? 그들이 한 일이라곤 어려움 속에서도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이일 저일, 두 서너 개의 허드렛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

“보통사람은 못 받는 코로나 테스트를 어떻게 부자들과 명망가들은 받는가?”란 제목의 영국 매체 가디언 기사 캡처

 

코로나 위험 속 퇴거 위험에 놓인 임차인들

그리고 일이 끊기고 실업자가 되고, 그래서 수입이 없으면 사는 곳에서 나가야 하는 압박과 처지로 내몰리게 되는 게 서민들이다. 지금쯤 그들은 다음 달 임대료 지급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아마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이 어떤 때인가. 코로나 사태로 밖에 나가면 걸린다고 집에 머무르라 하지 않는가. 이른바 ‘쉘터 인 플레이스’ 명령! 그런데 방세를 못 내면 당장 방을 빼란다. 임대차 보호법은 거의 사문화 되었다. 특히 사모펀드가 집주인으로 등극한 이후에는 더더욱. 악덕 집주인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다.(“’No heart. No understanding’: During coronavirus, renters face eviction uncertainty,” MSNBCNews, March 20, 2020).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 사태로 뒤숭숭한 이 시점에 집주인에게서 가차 없이 방을 빼라는 퇴거통지를 받은 위스콘신주 밀워키(Milwaukee)에 사는 66세의 할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만성기관지염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 할머니는 밖에 나가면 자기 같은 기저 질환자의 경우 특히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Facing eviction as millions shelter in place,” 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트럼프는 3월 17일 “미국주택도시개발부(HUD)가 주택소유자와 임차인이 주택 압류와 퇴거하는 것을 4월 말까지 유예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곧 취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허언이었다. 적어도 임차인들에게는. 전국적으로 3,000만 명에 이르는 주택소유자들은 돈을 못 내 쫓겨나는 것에서 6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임차인들은 아니었다. 이렇게 지금 코로나 사태 속에서 퇴거명령 처지에 처한 임차인들은 전국적으로 4,000만 명. 그러나 이들을 위한 보호책은 아무것도 없다.(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Most renters won’t receive eviction protections amid coronavirus pandemic under Trump proposal,” Fortune, March 20, 2020).

이제 임차인들에게 고작 남은 유일한 희망은 정부가 경기부양 패키지로 쏜다는 현금 1200 달러. 그러나 이전 회에서 이야기했듯이 대도시의 임대료는 사모펀드의 장난질로 엄청나게 올랐다. 그 돈 가지고는 턱도 없다. 설사 준다 해도 임대료 지급 날짜를 맞출지도 의문이다.(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그래서 트럼프가 쏜다는 현금은 기껏해야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리고 소상공인들에게 대출해 준다는 돈들도 그림의 떡이다. 그것도 대출인데 이 사태가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데 또 빚을 져서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 그들이 이 시점에서 원하는 것은 대출 그 이상의 생명줄이다.(“Small Businesses Seek a Crisis Lifeline Beyond Loans,” New York Times, March 23, 2020; “Checks to Americans will ease the coronavirus slump, but they may not be much of an economic stimulus,” Los Angeles Times, March 18, 2020). 그러나 그것은 철저히 외면되고 오로지 구제금융의 혜택은 또다시 제국으로만 향하고 있다.

도표: 미국인 평균 수명은 소득 상위 1%의 남성이 하위 1%의 속한 남성보다 15년 더 오래 살며, 여성의 경우 기대수명이 10년 차이가 난다 <출처: 가디언>

 

코로나는 누구나 걸릴 수 있으니 공평하다?

코로나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어 공평하다는 말이 나온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슨 총리도 걸렸으며, 배우 톰 행크스와 그의 부인도 걸렸으니 말이다. 그런 거 보면 코로나가 신분을 안 가리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긴 코로나바이러스에 눈이라도 달렸겠는가.

하지만 그 공평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면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자는 지체 높은 고관대작들이었으니까. 제국들이었으니까. 그들은 테스트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는 것조차 대서특필된다. 어떤 이들은 그런 테스트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데 말이다. 이들은 조명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제국은 이들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서민들이야 죽든 말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들만 오케이면 된다. 자기들만 조명받으면 된다. 자기들만 병원 가서 테스트받고, 걸리더라도 병원 치료하고, 이제 다 나았네 하며 언론의 플래시를 받으면 된다. 자신들만 이 난국은 잠시 피하면 된다. 아니다. 제국은 이 난국을 또다시 자신들의 배를 불릴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벌써 그런 시도는 시동을 걸었다.

그래도 사태가 사태인지라 뒤통수가 몹시 따가웠는지 미국의 제국들이 서민들을 위해 고작 만들었다는 것이 테스트는 무료로 검사해주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걸렸으면 치료는 돈 내고 하란다.(“Coronavirus Tests Are Now Free, but Treatment Could Still Cost You,” New York Times, March 19, 2020). 몇천만 원이 나올지 모르는 병원비를 어찌하라고. 누가 감히 그렇게 하겠는가? 그것은 오히려 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완전히 절망에 빠트리는 것과 같다.(“Why are the rich and famous getting coronavirus tests while we aren’t?,” The Guardian, March 21, 2020). 그리고 그렇게 사태는 늘 과거처럼 변함없이 흘러가면서 미국인의 경제적 불평등은 수명의 불평등으로 고대로 이어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자와 빈자의 평균 수명은 10년 이상(남자는 15년, 여자는 10년) 차이가 난다.(“If Americans are better off than a decade ago, why doesn’t it feel that way?,” The Guardian, Nov. 5, 2019). 이것은 어김없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슬프게도 돈 앞에서는 수명조차 불공평하다.

 

참고자료

김광기, 『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파주: 21세기북스), 2016.

Callahan, David, The Cheating Culture: Why More Americans Are Doing Wrong to Get Ahead (New York: NY: Havest Book, 2004).

Giridharads, Anand, Winners Take All: The Elite Charade of Changing the World (New York, NY: Alfred A. Knopf, 2018).

Milanovic, Branko, Global Inequality: A New Approach for the Age of Globaliza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2016).

“The coronavirus is hurting millions of people. But there’s one person who could benefit,”Washington Post, March 26, 2020.

“As Coronavirus Crisis Unfolds, Sanders Sees a Moment That Matches His Idea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The universe is collapsing’: Bernie Sanders mocks Republicans over coronavirus aid – video,” The Guardian, March 26, 2020.

“Bill Ackman claims firm made $2.6bn betting on coronavirus outbreak,” The Guardian, March 25, 2020.

“Coronavirus Live Updates: U.S. Jobless Claims Are Highest Ever; House to Take Up $2 Trillion Stimulu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Coronavirus Could Spark a Global Recession,” U.S. News &World Report, March 16, 2020.

“Bernie Sanders: ‘If you’re a multimillionaire … you’re going to get through’ the coronavirus pandemic,” CNBC, March 16, 2020.

“To combat virus, L.A. will let homeless encampments stay up throughout the day,” Los Angeles Times, March 17, 2020.

“‘If I get it, I die’: homeless residents say inhumane shelter conditions will spread coronavirus,” The Guardian, March 19, 2020.

“‘Wash your hands’ is tough advice for Americans without soap or water,” The Guardian, March 23, 2020.

“Coronavirus and Poverty: A Mother Skips Meals So Her Children Can Eat,” New York Times, March 20, 2020.

“For the homeless, coronavirus is a new menace in a perilous life,” Washington Post, March 21, 2020.

“Many Americans’s Biggest Worry Right Now is April 1 Rent and Mortgage Payments,” 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Coronavirus Recession Looms, Its Course ‘Unrecognizable’,” New York Times, March 21, 2020.

“Morgan Stanley, Goldman See Virus Causing Greater Economic Pain,” Bloomberg, March 23, 2020.

“As layoffs skyrocket, the holes in America’s safety net are becoming apparent,” Washington Post, March 19, 2020.

“Economists Think the Next U.S. Recession Could Begin in 2020,” Wall Street Journal, May 10, 2018.

“U.S. Economy Flashes Signs It’s Downhill From Here,” Wall Street Journal, Oct. 29, 2018.

“The Economy Faces Big Risks in 2019. Markets Are Only Now Facing Up to Them.”, New York Times, Dec. 7, 2018.

“Any Coronavirus bailout must put workers first: Sen. Elizabeth Warren,” USA Today, March 20, 2020.

“Washington lobbyists in frenzied battle to secure billion-dollar coronavirus bailouts,” The Guardian, March 20, 2020.

“Most renters won’t receive eviction protections amid coronavirus pandemic under Trump proposal,” Fortune, March 20, 2020.

“’No heart. No understanding’: During coronavirus, renters face eviction uncertainty,” MSNBCNews, March 20, 2020.

“Small Businesses Seek a Crisis Lifeline Beyond Loans,” New York Times, March 23, 2020.

“Checks to Americans will ease the coronavirus slump, but they may not be much of an economic stimulus,” Los Angeles Times, March 18, 2020.

“Unemployment Spikes 33% Amid Coronavirus Pandemic,” US News and World Report, March 19, 2020.

“Why are the rich and famous getting coronavirus tests while we aren’t?,” The Guardian, March 21, 2020.

“Coronavirus Tests Are Now Free, but Treatment Could Still Cost You,” New York Times, March 19, 2020.

“If Americans are better off than a decade ago, why doesn’t it feel that way?,” The Guardian, Nov. 5, 2019.

“The Middle Class Faces Its Greatest Threat Since the 1930s,” Brookings, March 20, 2020.

“As Coronavirus Crisis Unfolds, Sanders Sees a Moment That Matches His Idea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Coronavirus Tests Are Now Free, but Treatment Could Still Cost You,” New York Times, March 19, 2020.

“Facing eviction as millions shelter in place,” 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김광기 경북대 교수의 연재 ‘인사이드 아메리카’는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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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자유주의 운동에 연료를 공급해 온 억만장자 코크씨는 뉴욕의 병원과 박물관의 후한 기부자였다. 그는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썼으며 그 영향력을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크형제

2019년 8월 코크 형제 중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79세로 숨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고 기사를 냈다. 미국 공화당의 돈줄이자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으로 불리는 코크 형제에 대한 세평을 생각하면 다소 밋밋한 평가다.

돈을 많이 쓰긴 썼다. 데이비드 코크는 맨해튼의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박물관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룡 전시홀이 있다. 이 전시홀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듯한 설명 패널이 붙어 있어서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사실은 그냥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6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링컨센터에는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변혁적(transformative)’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 기부금으로 링컨센터의 뉴욕주립극장은 무대 전면 보수가 가능했다. 극장 자체가 ‘데이비드 코크 극장’으로 불릴 정도다.

뿐만 아니라 뉴욕 장로교 병원(NewYork-Presbyterian Hospital)에 1억 달러를,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 1억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흑인 고등교육 지원단체인 ‘흑인연합대학기금’에 2500만 달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2억 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관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검은 손

미국의 부자라고 하면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떠올린다. 코크 형제는 한국에는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에서 늘 10위권 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곤 했다. 2016년의 경우 두 사람의 재산을 합치면 800억 달러에 달해 1위인 빌 게이츠의 자산 750억 달러를 넘을 정도였다. 지난해 두 사람은 나란히 11위에 올랐으며 재산을 합치면 1010억 달러에 육박했다. 1위인 제프 베이조스(131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2위인 빌 게이츠(965억 달러)는 넘어섰다.

미국 정치가 ‘슈퍼팩’으로 대변되는 거대 기업과 큰손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기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금권 과두 정치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코크 형제다. ‘뉴요커’의 전속 작가인 제인 메이어는 <다크 머니>라는 책에서 대표적인 ‘검은 돈’의 출처로 코크 형제를 꼽고 있다.

코크 형제가 소유한 코크 인더스트리는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4000마일의 송유관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거대 석유·화학 기업이다. 당연하게도 코크 형제는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되레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사람들의 삶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환경보호청 관련 업무를 맡았던 마이런 에벨은 기후변화 부정론자 중 하나다. 그는 코크 가문의 자금을 후원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코크 형제의 승리다. 트럼프는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코크 형제는 2012년 대선에서는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에 대해서 “나치를 연상시킨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암과 심근경색 중 반드시 한쪽을 골라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히려 힐러리가 공화당의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까지 말했다.

트럼프 역시 워싱턴 주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며 인기를 얻었다. ‘워싱턴 오물 빼기’(drain the swamp)라는 공약이 말해주듯 돈과 정치권력을 주고받으며 나눠먹는 거대 자본과 정치 엘리트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마치 코크 형제를 겨냥한듯하다.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사이 이미 트럼프 주변은 이미 코크 형제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인물들로 들어찼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부터가 코크 형제에게서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밀었고 3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뒤에 국무장관이 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 역시 별명이 ‘코크 가문의 하원 의원’일 정도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온 인물이다. 폼은 잡았지만 트럼프 자신 역시 이른바 ‘코크토퍼스’(코크 형제와 문어를 뜻하는 옥토퍼스의 합성어)에 단단히 휘감겨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취임 후 ‘오물’의 상징이었던 로비스트들은 더 늘어나고 로비 자금도 증가했다.

코크 형제는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그들이 만들어온 미국의 결과이자 역사의 일부다. <다크 머니>의 언급대로 “코크 형제는 트럼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트럼프야말로 본질적으로 그들의 후계자인 동시에 그들이 1970년대 이후 계속해서 매진해 온 광범위한 정치 활동의 결과물”이며 “트럼프는 미국의 과두 체제를 이끄는 대부호들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패한 괴물”인 것이다.

 

코크 형제의 ‘자유지상주의’가 낳은 괴물

코크 형제는 캔자스주 위치토에서 태어났다. 형인 찰스 코크가 1935년생,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1940년생이다. 할아버지인 해리 코크는 네덜란드 출신 이민자로 철도와 언론 사업을 벌였던 기업가다. 아버지인 프레드 코크는 MIT 출신으로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하는 보다 효율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등 사업에 수완을 보였다. 프레드는 잠시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정유소 건설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때의 체험으로 공산주의를 혐오하게 된다. 극우단체인 존버치협회를 결성하고, 2차 대전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나치를 칭찬하기도 했다. 코크 형제의 양육에도 나치 추종자인 가정교사를 고용할 정도였다.

코크 형제는 두 사람 모두 MIT를 나왔고,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찰스 코크는 1967년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됐고 회사 이름을 ‘코크 인더스트리’로 바꿨다. 데이비드 코크는 1970년에 회사에 합류했다. 코크 형제는 본래 네 명인데, 재산 다툼 끝에 1983년에 차남인 찰스와 3남인 데이비드가 다른 형제들의 지분을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코크 인더스트리는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회사 매출액은 2006년에 이르러 2000배 이상 커졌다. 지금은 카길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상장기업이다. 60여개 국가에서 1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석유, 화학, 에너지, 섬유, 광물, 비료, 펄프 및 제지, 화학 물질 등 광범위한 사업 분야를 갖고 있다. 두 형제는 나란히 지분의 42%씩을 소유하고 있다. 2017년에는 유명 시사주간지 ‘타임’지 인수에 돈을 대기도 했다.

찰스 코크는 자신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특권적인 삶을 누리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인 것처럼 일하기를 원했다”고 회고했다. 찰스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유를 중시하는 고전적인 자유주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비판하는 동시에 오바마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비드 코크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1980년 대선에서 자유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공약이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 모든 가격지원과 보조금, 최저임금, 법인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수사국(FBI) 등의 연방 기관도 모두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 남짓의 득표율로 패배했지만 그의 생각은 여전한 것처럼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등 해외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 동성결혼과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기도 했다.

코크 형제는 지식인, 정책연구소, 시민모임에 대한 지원이라는 3단계 계획을 세우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 같은 보수 단체나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적 성향의 싱크탱크도 코크 형제의 지원 아래 있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보수주의 정치 운동 ‘티파티’ 역시 코크 형제들이 자금을 지원해 조직한 ‘만들어진 운동’이라고 한다.

그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7년 정부가 석유 정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기준치를 강화하려고 하자 코크 형제의 지원을 받는 어느 학자는 궤변을 제시했다. “스모그로 인해 태양빛이 줄어들면 피부암도 줄어든다. 만일 공기오염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면 피부암이 매년 1만1000건 이상 늘 것이다.” 소송까지 이어진 국면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재판부는 이 학자의 의견을 들어준다. 알고 보니 재판부 역시 코크 가문의 재단들이 뒷돈을 대준 학술회의에 참석해 휴가를 보냈던 것이다.

2010년 미 연방대법원 역시 코크 형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슈퍼팩’을 허용하며 사실상 무제한 선거자금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직접 자금을 대는 방식이 아니라면 영리 목적 기업들도 무한정 모금을 해서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다. 코크 형제도 자신들의 이념에 부합하는 정치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 데이비드 코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썼다. 2016년 대선에서는 1600명이 넘는 유급 직원들을 35개 주에 파견해 전체 유권자의 80% 이상을 접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끌어 모은 정치자금만 8억8900만 달러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후 ‘공화당 지도부가 어떻게 기후 변화를 가짜 과학(Fake Science)으로 생각하게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한때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구온난화 대응을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먼 옛날의 얘기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코크 형제와 같은 화석연료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만든 정교한 캠페인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이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크 형제가 쓰는 언어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가져와 썼다.”

데이비드 코크는 죽었지만 앞으로도 코크가문의 영향력은 변함없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미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2018년 코크 형제가 노스다코타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케빈 크레이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웃음거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들의 후원을 한 번도 구하지 않았다”며 “그들의 돈도 나쁜 아이디어도 필요치 않다”고도 했다. 코크 형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 정책을 공공연히 반대해 왔다.

그러나 <다크 머니>의 분석처럼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라는 아웃사이더가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배경에 미국의 심각한 빈부 격차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크 형제와 트럼프의 갈등은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자유지상주의가 낳은 기형적인 세계에서 트럼프는 백인 중산층의 울분, 기성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토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토대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전에 데이비드 코크는 흔치 않았던 인터뷰 중 하나에서 ‘워런 버핏처럼 죽기 전에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닙니다. 우리 돈의 대부분은 코크 인더스트리에 있고, 우리가 죽으면 아이들은 주식을 인수할 것입니다. 나는 코크 인더스트리가 계속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당신의 돈을 거부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

 

참고자료

[뉴욕타임스 2019. 8. 26] How David Koch Left His Mark on New York

[뉴욕타임스 2017. 6. 3] How G.O.P. Leaders Came to View Climate Change as Fake Science

[CRAIN’S NEW YORK BUSINESS 2014. 9. 8] David Koch offers rare look into his giving, politics

[THE VERGE 2018. 1. 8] The climate change misinformation at a top museum is not a conservative conspiracy

[서울신문 2017. 6. 16]‘괴물’ 트럼프 조종하는 ‘코크토퍼스’의 검은 돈

[조선일보 2016. 4. 26] 美공화 핵심 돈줄 “힐러리 지지할 수도”

[이코노미조선 2017. 6. 12] 트럼프의 기후협약 탈퇴 조종한 ‘악의 축’ 비난, 자유 경제 신봉하는 재산 110조원 석유 재벌

[한겨레 2017. 6. 15]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는 ‘어둠의 손’ 코크 형제

[한겨레 2018. 1. 28]‘워싱턴 오물’ 빼겠다더니…트럼프 첫해 ‘로비스트’ 더 활개

[연합뉴스 2018. 8. 1] ‘공화당 큰손’ 코크형제와 등돌린 트럼프…”그들 돈 필요없어”

목, 2020/03/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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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금화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역시 폭락할 위험성이 있다. 마지막 안전판인 미국채권시장이 흔들리면,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파괴된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미국채권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과 수평적인 통화스왑이라는 거래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취임 2년 차인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기구(NSC)를 재편하여 대규모 전염병(팬더믹, pandemic)에 대한 예방조직을 축소시켰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이는 사실 그만이 보여준 실수는 아니었다. 1998년 빌 클린턴이 설치한 NSC내의 세계보건 안전조직을 다음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폐쇄시켰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를 폐쇄시켰다가 곧바로 복원시킨 예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팬더믹pandemic같이 가능성은 낮지만 커다란 위험을 불러오는 사안에 대해 관료적인 행정조직이 매우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현대적 행정조직이 제공한 ‘위험관리의 규정’이라는 밀폐공간에 어색하게 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기의 예가 NSC에 해당한다면,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관료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경제정책 집단들이 광범위하게 이야기하는 예외적 위험(tail risks)의 대응에는 공공보건의 위기에 따른 국가경제의 심각한 중단조치가 한번도 거론된 바가 없었다. 물론 금융위기가 불러온 재앙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보건위기에 대해서는 공식 문건은 물론 비유적으로도 언급된 바가 없었다.

2008년 당시 부동산가격 폭락에서 야기된 금융의 불안은, 시장에 제공된 서프프라임 자금경색으로 인해 주요 은행들의 재무자산 위기를 초래하면서 경제의 심장기능을 위협했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에서 출발하여 가계의 위기를 불러오며 발생한 대규모의 재정적 충격에 따라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2008-2009년 간의 겨울 기간에는 매달 75만 명의 실업이 발생하였고,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총 87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GM과 Chrysler 같은 간판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에 몰렸고, 세계경제 역시 전례가 없는 통상의 위축을 경험하였다. 다행히 대규모의 통화와 재정 정책 덕분에 불황은 더 이상 심화되지도 장기화되지도 않았다. 국내총생산이 4.2 %의 위축을 겪고 2009년 10월에 실업률이 10%를 기록했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이 시작됐다.

코로나-19에 의해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축 과정을 확실하게 예측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시점이지만, 불황은 불가피하게 다가온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제조업 분야는 2019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제부터 세계 주요 경제국가들의 활동이 몇 달간 중단될 것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장과 상점, 체육시설, 주점, 초중고와 대학 그리고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성급한 예측이지만 지금부터 6월까지 미국 내에서 매달 약 1백만 명의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8-2009년 간의 상황보다 심각한 것이다. 항공업계 분야는 훨씬 비관적이다. 석유시장 수요의 격감에 따라 OPEC,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세일가스업체 등 산유국가 간에 무자비한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가격전쟁이 지속되고 부채-디플레라는 파괴적인 주기의 순환에 직면하게 되면, 해당 기업들은 2008년 위기의 2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면서 국제적인 교역량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경제정책의 다양한 분야 속에 노동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불황에 따른 재정 정책의 고전적 목표는 분명하다: 소득세의 절하와 정부지출의 확장.

현재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파산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사회안전망이 아닌, 제한적인 부양정책이다. 또한 전염병 사태를 극복하고 나면, 크고 작은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 모든 국가들은 질병에 대한 감시체계, 발병원인에 대한 샘플확인과정, 응급시설, 그리고 충분한 예비적 의료역량 등을 개선해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사업분야도 생길 것이다. 이미 미국 경제의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의료 산업 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확대와 함께, 아마존과 줌(Zooms) 등 기업들이 활동하는 배달과 회의 같은 사업분야에 비접촉 시스템이 보편화될 것이다.

그러나 2008년에 경험하였듯이, 불황을 극복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위험이 있다 – 금융적 심장발작 문제이다.  불황은 공황과는 다르다. 이미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된 금융시장의 공황은 반복적으로 시장에 출몰하는 형태로 위기를 가져온다.

당장의 현안은 석유협상 결렬에 따라 사우디가 선언한 가격전쟁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것에 더하여, 석유가격의 전쟁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대출의 위축과 안정성 확보라는 싸움을 가져왔다. 현금화에 대한 수요는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현실화 되면 생화학적 질병이 경제에 충격을 가하면서 신용의 내부적 붕괴를 가져오는 변이 종으로 변할 수 있다.

갑작스런 신용축소는 부채가 많고 수익모델이 빈약한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위험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충격은 사업폐쇄, 실업, 양질 자산의 투매 등 방식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실패한 기업들이 금융 부채로 사업을 운영해 온 탓에 채권자들의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쳐 대출시장을 위축시킨다. 이러한 순환적 공포는 해외로까지 번져 신용경색을 확산시킨다.

2008년에는 은행들이 위기의 진원지였다. 이번 위기에는 연결된 재무제표상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유럽의 은행들은 2008년의 충격과 유럽지역의 어려움이라는 이중적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공적 재정은 위험수준에 처해 있다. 월가 역시 모든 펀드 매니저들에 의해 대규모 손실에 대비한 현금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석유의존이 높은 국가들은 국가부유기금(sovereign wealth fund)의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면서 정상적인 양질의 자산을 급하게 처분하려 하면서 악순환적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단절적인 신호는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미국 국가채권의 가격 역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동시적으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미국 재무부는 안전판이라는 천국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채권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현금화에 매진하면서 시장이 요동하게 된다.

지난 주말, 시장은 유럽은행ECB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가드 총재가 이탈리아를 별도로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녀는 이탈리아가 아닌, ECB 이사회에 사과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안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미연방준비은행(Fed)의 조처, 즉 이자율을 제로 가까이 낮춘다는 것은 설렁한 얘기로 양적완화에 따른 제4 라운드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2008년에 써먹은 구태의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조처들은 팬더믹pandemic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정책이 아니다. 핵심은 금융의 정책이 아니라 팬더믹이 가져올 충격에 대하여 확인해 주는 것이다. 미연방준비은행Fed과 유럽은행ECB 모두 재정적 정책과제인 것만 주장했다. 코로나라는 팬더믹 상황에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핵심적 역할은 신용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시절만큼 중앙은행들간의 국제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를 대처할 충분한 경험과 시간을 가진 탓에 아마도 공식적인 협력체제는 불필요할지 모르겠다. 각국 은행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으며 미연방은행Fed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여전히 국제금융시스템은 달러위주로 운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국가 은행들간에 유동자산의 상호지원협정(스왑, swap)에 대한 지난 주말의 언급이 가장 중요한 협력조치이었다(Fed, 일본중앙은행, 영국은행, 캐나다은행, ECB 그리고 스위스중앙은행 등 간에).

재확인된 스왑swap의 규정들은 2007년 말에 이루어진 내용으로 중앙은행들과 월가의 주요 행위자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금융시스템에 필요한 자금을 달러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2013년에 항구적인 채널로 가동되었고, 지난 주말에는 해당 스왑의 조건을 연장하고, 미연방이 부과하는 이자율 마진을 낮춘다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

Fed의 조처는 금융자산을 매각하는데 멈추지 않았고,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지를 검토하는데 있다. 신용 시스템에 새로운 문제(bottleneck)가 발생하면 이에 응당한 조치를 세워야 한다. 우선 Fed는 자신이 발행한 채권을 포함하여 각종 채권을 현금화하는 시장의 재구매약정지원 (repurchase agreement market)을 확대했다. 더 나가 상업채권의 시장을 지원하여 대기업들이 뮤추얼기금 형식으로 3개월간 투자자들로부터 차입하는 자금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로 향하는 중앙은행의 조처에 대한 기본적 제한을 확대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스왑 협약의 조치들을 선진 경제권 간의 내부서클 같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14개국의 중앙은행들이 Fed가 발행하는 달러에 접근이 허용되었는데 신흥국가군(Emerging Markets)으로 한국,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가 포함되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IMF에 의존하도록 격하되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된 2008년 이후로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가군과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상태로 변질되었다.

한국은 팬더믹 위기를 잘 견디어내는 모범적 모습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대만과 함께 공공의료분야에서 세계최고임을 입증한 듯하다. 그러나 금융공황이라는 측면에서는 달러에 기반한 안전 자산으로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라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몇 개 신흥국가들은 심각한 금융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외국투자자본의 유출이 극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지난 8주간 동안 880억불이 신흥국가들로부터 빠져 나갔는데 이는 2008년 위기 또는 2013년에 있었던 ‘테이퍼 조정(taper tantrum)’ 기간에 있었던 유출액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대규모 인구대비 공공 인프라와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브라질과 멕시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관심국가는 중국이다. 2008년에는 중국이 나름대로 강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금융적 위기에서 벗어나 있었다. 독자적인 재정과 금융의 부양정책으로 국내경제를 크게 진작시켰고 중국에 수출하는 외국업자들을 고무시켰다. 당연히 Fed와 중국인민은행PBoC간에 스왑에 대해 고려할 필요성이 없었다. 이후 PBoC은 독자적으로, 달러가 아닌 중국인민폐로, 스왑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팬더믹 이후 중국산업의 상당기간 조업중단과 무역통상의 위축이 겹친 상태에서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달러의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8년 이후 다른 신흥시장과 같이 중국이 세계 속에서 급속히 경제활동을 확대하면서 달러자산을 융통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미국정부의 채권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국채 시장이 불안하여 지면서, 현재 세계가 필요한 마지막 핵심 사항은 북경이 가지고 있는 미국채권의 처분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채권을 처분하려 하면, 미정부의 기금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미연방준비은행Fed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다.

역으로 중국인민화폐와 달러를 대규모로 평등하게 스왑거래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Fed는 미연방의회 내에 있는 반중국 매파들이 가하는 무자비한 정치적 공격을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규모의 보건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공동의 이해에 기초하여미중 양국가 간에 위기를 정치화하려는 명백한 유혹(평등한 스왑거래)을 기획해 내는 테크노크라트들의 상상력을 기대하여 본다.

 

출처 : 포린 폴리시의 2020-03-18일자 칼럼기사

아담 투제(Adam Tooze)

콜럼비아 대학교 역사교수 겸  유럽연구소 소장

최근 저서로는 ‘충격, 금융위기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가 있으며, ‘기후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집필 중에 있다.

금, 2020/03/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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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을 보면 매일매일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 관련 기사와 마스크 대란 기사가 도배된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농구경기 스코어 중계하듯 보도한다.

더 한심한 건 마스크 관련 기사다. 거의 모든 언론이 ‘마스크 대란’, ‘마스크 품절’, ‘마스크 구입 위한 장사진’ 따위의 기사를 쏟아낸다. 이런 기사들은 마스크 수급을 위한 대안은 없이 마스크 공급을 제대로 못하는 정부 성토로 가득하다.

 

시장경제원리가 정확히 작동하는 마스크 시장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히 생각해보자. 마스크를 생산하는 국내 민간기업들의 공급 한계량은 하루 1000만장 남짓이다. 그럼 국내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지금처럼 생산능력의 한계까지 기계를 돌려 마스크를 생산한 때가 또 있었을까?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마스크 소비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근년부터인데,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해봐야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 한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을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의 일 평균 마스크 생산량은 최대 생산가능량의 몇분의 1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감염 등으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공포에 질린 채 마스크 구입에 혈안이다. 쉽게 말해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부당이득을 노린 생산업체·유통업체의 사재기도 마스크 가수요 증가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했고, 이 가수요는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한계를 가볍게 넘어선다.

전 국민이 매일 마스크 한 개씩만 구입하려해도 매일 5000만개의 마스크가 필요하다. 현재 마스크 생산능력의 5배에 달하는 수요를 당장 해결할 길은 전혀 없다.

그리고 감염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민간업체들이 생산 시설과 인력을 대거 늘릴 리도 만무하다. 감염병이 잦아들고, 해 뜨면 사라지는 아침안개처럼 가수요가 소멸되면, 생산 시설을 확장한 기업들을 기다리는 건 파산이기 때문이다. 설사 일부 기업들이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한다해도 시차효과 때문에 지금의 공급부족 현상을 타개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게 대한민국 경제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경제원리의 작동 방식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고,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는 건 시장경제원리상 지극히 당연하다. 시장원리를 조금만 알아도 지금의 마스크 부족을 정부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정부가 마스크 공급?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도 감수해야

그러거나 말거나 언론과 야당, 일부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건 이런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같이 KF80, KF94마스크를 1000원 남짓의 저렴한 가격에 맘 편하게 구입하고 싶다. 정부가 무능해서 혹은 사태 초기에 중국에 퍼줘서 마스크가 모자라니 정부는 책임져라.’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매일 5000만장의 저렴한 마스크를 전 국민에게 신원을 확인해 배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보다 다섯 배 이상의 마스크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고, 매일 전 국민에게 1인 1장의 마스크를 제공하는 배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업체를 전부 국영으로 만들든, 아니면 지금의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매일 500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공장증설, 기계구입, 인력확충 비용 및 그 유지비용)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든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하는 건 불문가지다.

생산능력만 확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1인 1장의 마스크 배급이 정확히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원 확인 시스템과 배급 장소 및 배급 담당 인력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모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게 자명하다. 마스크 5000만장 생산능력 확보 및 유지, 마스크 배급체계의 구축 및 유지 등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은 모두 세금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어쩌다 발생하는 전염력 강한 역병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천문학적 낭비와 비효율을 감수하는 게 말이다. ‘모든 시민들에게 매일 저렴한 마스크를!’을 외치며 정부를 성토하는 자들은 적어도 그에 따르는 천문학적 낭비와 비효율을 감수할 각오는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자들이 그럴 리 없다.

 

지금은 마스크 가수요를 억제하는 방법뿐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마스크 품귀와 가격 상승은 감염증 공포로 인한 가수요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일시적 마스크 부족 해결 방법은 가수요를 통제하는 길 뿐이다. 사재기에 대한 단속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이 특정 기간 동안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 정부도 그렇게 가닥을 잡은 것 같아 다행이다.

코로나19 공포 마케팅을 통해 마스크 가수요를 폭발시킨 언론은 이제 마스크 타령 좀 그만하기 바란다. 이 마당에도 배급제 운운하며 정부를 공격하는 언론도 있다. 공격하더라도 대안을 내놓고 하기 바란다.

토, 2020/03/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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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은 한국정부에 던지는 심각한 질문이기도 하다. 24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의료물자 지원 요청을 하자 한국정부는 사정이 허락하면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세계제일의 강대국을 도와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변변한 의료자원이 없는 가난한 국가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인도주의적인 절차일 것이다.

더구나 제재로 인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이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오로지 국경 봉쇄 외에는 달리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한 동포국가 북한의 경우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과 같은 지구촌 위기 앞에서 G20 회의를 앞두고 UN사무총장은 공문을 통해 지구촌 팬데믹과 싸우기 위해서 제재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인류애를 구현하는 수장답게 말이다. 그런데 팬데믹과 싸우는 일에 모범국으로 칭송받고 있는 한국은 인류애적 인도주의라는 주제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

개성공단의 부분가동으로 의료물자를 만들어 일부는 북한에 보내자는 제안이 공론화되었지만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지금 이 마당에도 미국 눈치만 보고 있자는 것인가? G20 화상회의에서 문대통령은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더라도 기업인의 활동보장을 의제로 제시한다는 풍문이다. 좋은 제안이다. 하지만 한 걸음 나가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제재 대상국들이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도록 제재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유엔의 제안에 결단력있게 동참해야 한다. 역사적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스치는 악마의 옷깃이라도 잡아야 한다.


코로나가 대유행중인 가운데 마스크를 쓴 채 테헤란 유명시장을 걷고 있는 이란 시민들

유엔의 지도부는 수백만의 생명을 위협하며 코로나 대유행병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현재 시행중인 제재들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쿠바,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그리고 짐바브웨 등 국가들이 코로나 전염병과 대처하는 노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을 이웃국가에 급속히 전파시킬 수 있다는 염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또한 크리미아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 역시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여 왔다.

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쿠테흐스는 G20 개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재대상의 국가들이 식량, 의약품 그리고 COVID-19 퇴치에 필요한 지원을 쉽게 받기 위한 조치로 제재를 완화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연대할 시점이지, 배제를 지속할 때가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에 살면서 빈약한 의료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는 (연대를 통해서) 강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이사국을 구성하는 외교관들은 제재완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제재완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한 외교관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전혀 아닙니다. 러시아와 중국 외교관들은 매우 정치적이며 기회주의적입니다” UNSC 이사진으로 활동하는 다른 외교관 역시 “ 제재에 대한 사무국의 호소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된 내용이 없다”고 답변합니다.

그러나 유엔의 인권문제를 책임지는 고위직 인사인 Michell Bachelet은 지난 화요일 “지구적 규모로 대유행병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의 의료 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성명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 지구적 규모의 공공의료 개선과 제제대상국들의 수백만 생명을 위해서라도, 매우 시급한 현재 시점에서 해당 제제를 완화하거나 중단시켜야만 합니다”

성명서는 사태가 발생한 후 지난 5주 동안 이란에서만 1,800 명의 시민과 50여명의 의료진들이 사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진행중인 제재가 기본적인 의약품과 의료기기– 호흡기와 마스크 그리고 의료진의 보호장비들-의 접근을 훼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이란에서 진행되는 유행병이 이웃인 아프칸과 파키스칸으로 전파되고 있으면서 이들 국가의 의료시스템에 부하가 걸리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점증하는 제재완화의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도전을 던진 셈이다. 미행정부는 이란과 북한 등이 미국이 요구하는 협상에 응하도록 옥죄는 최대압력의 수단으로 제재조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완화를 추진하였다. 이번 주 초에, 중국의 유엔주재대사인 Zhang Jun은 무고한 이란 시민을 해친다며 미국의 제재를 비난했다. 그는 트윗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란 국민들은 대유행병에 심각하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유엔 내 국제위기관리 그룹의 전문가인 Richard Gowan에 의하면, 유럽국가들도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란과 거래를 못하도록 굴레를 씌운 미국에 대해서,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크리미아 침공을 구실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것에, 매우 피곤해 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회의 자체가 이란, 리비아, 북한 그리고 시리아에 대하여 수개월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중단은 대유행병의 충격과 국제적인 평화와 안전에 관련해 15개국의 이사국들이 논의를 통해 결의와 성명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비난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보리 회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제재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Gowan은 지적한다. 지난 해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를 결의하고자 시도하였으나 용두사미격으로 실패하였다. 그에 의하면 특히 미국이 한번 제재를 완화하는 것으로 양보하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 초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제재정책을 옹호하면서 식량,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수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 않으며, 실제로 지난 1월부터 이란은 장애를 받지 않고 테스트 키트를 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팩트는 이란 정부가 지난 2012년 이후 160억 불이 넘는 금액을 해외 테러집단에게 지원해 왔으면, 2015년 이루어진 핵협정합의로 실시된 제재완화를 통하여 자신들 대리인들의 금고를 채워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과 시민들의 원조단체들은 오히려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이란과 북한을 돕고자 하는 국제적 원조기구들의 활동이 은행과 금융기구로부터 제지와 협박을 당해 왔다고 폭로하였다

유럽연합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Josep Borrell은 더 많은 조직들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제재대상국가들에 대한 원조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원조활동에 참여하면 미국에 의해 (by secondary sanction) 다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모든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참여하고 활동하여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재확인해야 합니다”.

 

2020.03.24

Colum Lynch

국제적으로 저명한 언론인이자 유엔에 관한 정기 기고자

목, 2020/03/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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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제 미국은 팬데믹의 최대 피해국가로 전락하였고 이대로 방치하면 백만 명 이상이 희생당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예측한 시나리오도 나왔다. 미국이 이런 지경에 이른 배경에 대해서는 우선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황당함이 지적되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크루그만 교수는 이를 ‘트럼프 바이러스’라고 명명한다. 아래의 칼럼기사는 그밖에 상업주의와 이해관계로 찌든 의료계 및 보험산업의 탐욕,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과다한 국방비 지출, 지시경제command economy로 지칭되는 배후 거대기업들의 미국지배 등을 지적한다.

냉전의 잔영 속에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외교군사적 기회주의와 재벌 등 대기업의 특혜적 독과점 그리고 황당한 야당의 발목잡기와 일부 종교집단의 자해행위 등에 시달리는 한국사회는 그나마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유지하는 행정조직과 지도력을 갖춘 것이 불행 중 행운이라 할 것이다.


전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미국이 감염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3월 28일 기준하여 120,000건이 넘는 확진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이는 중국이나 이탈리아의 경우보다 많습니다. 1천명 이상의 미국인이 이미 사망했지만, 이것은 치명적인 유행병과 미국의 부적합한 공공의료 체계 간의 발생하는 충돌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에 대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한편, 국민 건강관리의 대부분을 다루는 보편적인 공공보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은 이미 감염대상 검역, 공공의료 자원의 동원 및 신속한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Covid-19 확산의 흐름을 완연하게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바이러스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효율적으로 테스트합니다. 중국은 발생 이후 한달 안에 호흡기 전문가 1,000명을 포함한 4,000명의 의사와 간호진을 후베이 성으로 파견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확진자가 없는 날이 3일간 연속되면서 사회적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신속하게 350,000명 이상을 테스트하였고 139명만이 사망했습니다.

WHO의 브루스 에일워드 (Bruce Aylward)는 지난 2월 말에 중국을 방문하여 실태조사 후 다음 같이 보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배울 학습은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사례를 더 빨리 찾고, 사례를 분리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에서는 관계 병원 간에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담당지역 내 방역팀이 해당 시민들에게 찾아가서 대상구역을 방역하면서 4시간에서 7시간 동안에 대상자들과 대화를 통해 향후 행동에 대한 지침을 진행합니다.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이탈리아의 연구원들은 실험을 통해 COVID-19 사례의 4사람 중 3명은 별다른 증상이 없으므로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면 방역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어적(extensive) 테스트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미국은, 한국과 같이 첫 감염이 보고된 날인 2월 6일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숫자와 앞자리를 차지하는 높은 사망자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주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제한적인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중국과 한국처럼 확진자와 접촉한 대상에 대해 효과적인 전수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건강한 무증상 보균자가 무의식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이 확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중국, 한국, 독일 또는 다른 국가만큼 효율적으로 또는 효과적으로 방역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국가적으로 공공자금을 지원받는 보편적인 의료 시스템의 부재가 일차적인 중대한 결함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가 이러한 결함을 갖게 된 배경에는 강력한 자본가 계급 이익에 의한 정치 시스템의 부패와 다른 국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를 눈을 멀게 하는 미국의 “예외주의”를 포함하여 미국 사회의 다른 역기능적 측면 등의 결과입니다.

또한 미국의 패권을 위한 해외군사기지 운용은 건강과 같은 국가의 다른 중요한 역할의 필요를 희생시키면서, 전쟁과 군사주의에 대한 연방지출로 우선 순위를 왜곡하면서 “방어”와 “안보”라는 군사개념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미국인들의 이익을 희생시켰습니다.

 

Why can’t we just bomb the virus?

바이러스를 폭격해서 없앨 수는 없는가?

물론 말도 안되는 우스꽝스러운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 지도자들이 직면한 모든 위험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에서 거대한 재원을 군산복합체에 쏟아 부은 탓에 무기와 전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 처해졌습니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연방 재량지출의 2/3에 해당하는 지경입니다. 지금도 미국민의 가족들을 위기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것보다, 두 번째로 큰 미국의 무기 제조업자인 보잉사에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의회의 많은 의원들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6조 달러를 쏟아 붓고도 성과가 없는 소위 “테러와의 세계전쟁 (Global War on Terror)”의 피범벅인 실패의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예산확보의 싸움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군사 비용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2020년 미군예산은 2000년보다 59%, 1990년보다 123 % 더 높게 확정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2020년의 달러 기준으로 2000년 이래 같은 수준의 국방력을 유지하는데 4.7달러가 추가 투입되었습니다. 칼 코네타 (Carl Conetta)가  그의 논문 “훈련되지 않은 국방: 미국 국방 지출의 2조 달러 급증에 대한 이해” 에서 지적한 바 같이 1998년에서 2000년 사이에 실제 전쟁과 관련이 없는 추가 지출로 인해 2조 달러의 조달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해군에는 비싼 새로운 전함, 공군에는 공격전용기인 F-35 전투기, 그리고 군 내부의 모든 병력을 위한 새로운 무기와 장비의 개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지출되었습니다.

2010년 이래로 전례없이 국가 재정자원을 군산복합체를 위한 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실제 전쟁 지출보다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부시 시절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했고 트럼프는 이를 더욱 크게 늘렸습니다. 순수 국방비 추가 지출만 10년 간 4.7조 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1.3조 달러 이상이 전쟁비용과 군사비 명목으로 2000년대 이후 재향군인 부문에 사용되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아마도 전쟁에서 제대한 군출신들의 의료비용에 충당된 듯 추정되며 이는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일반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었던 재원입니다.

2001년 이후 8만톤 이상의 폭탄을 최빈 국가인 아프카니스탄에 쏘다 붓는데 사용하면서, 정부재정의 모든 돈이 몽땅 태워버린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COVID-19 라는 비군사적 위기를 대응하는데 필요한 공공 병원, 인공 호흡기, 의료 훈련, 테스트 비용 등에 지출할 재원이 없어진 것입니다.

상기의 6조 달러는 완전히 낭비되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에서 승리하지도 끝내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전세계에 끝없는 폭력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전쟁국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국가를 멸망시켰지만 결코 이들 국민들에게 재건을 선사하거나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러시아와 중국은 전쟁국가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21세기형 방어진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구축했습니다.

전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COVID-19라는 인류공동의 적에 직면한 지금, 미국 정부가 이란에 매우 잔인한 제재을 추가한 것에 대해 대부분 국가들이 차가운 냉소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이란이 코로나 전염병에 최악의 상태에 빠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에 때문에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 및 기타 의료 자원의 공급이 봉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과 미국이 가하는 치명적인 제재의 중지를 요청했으며, 이러한 요청의 대상국가에는 이란을 위시하여 북한, 수단, 시리아,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그리고 전염병 퇴치에서 용기 있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쿠바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쿠바는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 한 감염된 영국 유람선의 승객을 구조하고, 이탈리아 및 전세계 감염된 국가들에 전문의료 팀을 파견하는 등 팬데믹과 전쟁에서 용기있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 나라입니다.

 

The 21st Century Command Economy

21세기형 지시경제(command economy)

“지시 경제 command economy”는 동서냉전 기간에 동유럽에서 실시한 중앙계획 경제를 비판하는데 사용한 용어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 에릭 슈츠는 ‘21세기형 지시 경제’라는 용어를 그의 2001년 발간된 저서 ‘시장과 힘”에서 독점적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미국경제에서 거대기업들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다시 사용하였습니다.

슈츠가 설명했듯이, 신자유주의(또는 신고전주의) 경제이론은 미국인들의 기성세대가 경의를 표한 “자유”시장이 지닌 중요한 요소를 무시합니다. 무시된 요소는 시장 배후에 있는 권력의 힘입니다. 미국 생활의 점점 많은 측면이 시장의 신화적인 “보이지 않는 손”에게 맡겨지면서, 권력의 힘이 모든 시장의 이면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마음대로 시장의 힘을 사용하여 부를 집중시키고 더 큰 시장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규모 경쟁 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다른 이해관계자 즉 고객, 직원, 협력업체, 정부, 지역 사회를 제멋대로 이용합니다.

1980년 이래로 미국 경제의 모든 부문은 점점 더 많은 대기업에 좌우되기 시작했으며, 이들 대기업들이 미국시민들의 생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공공 인프라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감소, 실질적 인하 또는 정체된 임금, 임대료 상승, 교육 및 의료의 민영화, 지역 사회의 파괴, 정치의 구조적인 부패 등 항목을 이들의 영향으로 열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들은 주로 입찰이라는 방식을 통해 거대 은행, 거대 제약사, 첨단기술 회사, 건설 회사, 광고홍보 기업, 벤처 집단 그리고 군산복합체 등 가장 부유한 미국인 1%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집니다.

모든 경제영역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군대조직, 로비 회사, 기업 이사회, 의회 및 행정부 사이를 연결하는 악명높은 회전문을 통해 이동하고 재취업합니다. “감당할만한 의료법안”을 쓴 리즈 파울러는 상원 및 백악관 직원으로 근무한 이후 Blue Cross-Blue Shield의 모회사인 Wellpoint Health (현재 Anthem)의 고위 간부로 취임했고 자신의 저서에 내용대로 연방 보조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자신의 회사를 위해 끌어 모았습니다. 그녀는 다시 Johnson & Johnson의 임원으로 산업계로 돌아 왔으며, ‘미친 개’로 불리던 James Mattis는 국방장관이란 공직에 봉사한 이후 General Dynamics의 이사회 중역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혼합방식이 미국 경제에 대한 답안이라고 미국시민들이 선호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진행되는 21세기형의 부패한 지시경제를 선택할 시민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지시경제의 내용이 자신들이 제시한 시스템이고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이 노래하였듯이, 대부분 미국시민들이 대부분의 거래가 부패하였음을 알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거울(허상)로 가득찬 방안에서 길을 잃었고, 21세기형 지시경제 영향 안에 있는 여러 부문과 함께 강력한 통제 정치와 미디어를 통한 “분할과 통치”라는 전략의 희생자가 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바이든 그리고 주요 연방의회 지도자들은 간판급 인물들이며, 서로가 악마의 역할을 하면서 웃어가며 금융자본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COVID-19가 현실로 돌출한 것처럼, 민주당이 바이든 주변에 인물(지지 계층)들을 구축시키는 방식에는 야만적인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달 전에는 2020년이 평범한 미국시민들을 위하여 미국의 건강보험산업의 특혜와 로비를 날려 버리고 보편적 재정으로 지원하는 의료보험을 마침내 달성하는 해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자들은 ‘샌더스’라는 대통령과 보편적 건강보험의 도입이라는 커다란 위험greater danger(그들의 눈에는)을 대신하여 굴욕적인 패배를 받아들이고 4년의 재선 기회를 트럼프에게 제공하기로 결심한 듯 합니다.

그러나 이제 기능부전적 장애사회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작은 바이러스라는 자연의 현실적 힘에 맞부딪쳤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공공의료 및 사회의 공적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지만, 미국보다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침내 ‘미국의 꿈’이란 착각에서 깨어나 눈을 크게 뜨고 우리와는 다른 정치, 경제 및 공공의료 시스템을 가진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와 이들 이웃들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요? 우리의 삶은 그것에 달려 있습니다.

 

March 27, 2020

Nicolas J S Davies

‘우리 손에 묻힌 피’ ‘미국의 이란 참략과 파괴’ 저자, 자유언론 기고자, 반전운동단체인 CodePink의 연구자

월, 2020/03/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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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른백년의 2019년도 기부금 모금액과 사용 실적을 공개합니다.

이 내용은 국세청 홈텍스에 공개한 내용과 동일합니다.

[다른백년] 2019 연간보고서 기부금모금액 및 활용실적명세

화, 2020/03/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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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른백년은 현재 지구적 규모에서 진행중인 COVID-19 팬데믹을 새로운 형태의 세계전쟁(World War–C, WWC)로 정의한다. 

지난 세계1, 2차 대전은 눈에 보이는 적국과 전쟁을 수행하며 물리적 무기를 포함한 전통적 방식의 전술전략을 사용하였다면, WWC는 국경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상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난 수세기 쌓아온 인류문명(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를 포함한)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새로운 성격의 전쟁이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지만 COVID-19가 진정된 이후의 세계와 인류문명은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다른백년 은 “World after CoronaVirus? –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는?”라는 주제로 세계 주요한 칼럼을 매주 번역 소개한다. 첫 번째로 포린포리시(FP)가 종합한 10명의 세계명사들의 의견을 첫 기사로 소개한다. 또한 이와 관련한 국내 필진들의 자유로운 기고를 환영하며 앞으로 뜨거운 논쟁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1990년 베를린장벽의 해체 또는 2008년 Lehmann Brothers의 파산처럼,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대유행병이 전세계를 뒤흔들면서, 이후 미칠 파장에 대해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 경우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질병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시장을 뒤흔들며, 나라마다 정부의 역량(부족)을 드러내는 동안,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와 경제의 권력구조가 재편되면서 새롭게 전개되어 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보여주듯이 목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분별있게 바라보기 위해, FP는 여러 각국의 10명의 저명한 인사들에게 이번 사태 이후 전개될 세계질서에 대한 견해를 질의하였다.

4/2,국내외 코로나19 발생현황 <출처: esri Korea>


A World Less Open, Prosperous, and Free

세계는 폐쇄적이고 퇴보하며 자유축소적 경향으로 갈 듯

대유행병은 국가의 기능을 강화하고 민족주의의 대두를 불러올 것이다. 각 나라 정부는 위기를 관리하는데 온갖 조치를 동원할 것이며, 위기가 끝난 후에도 강화된 조치의 철회를 기피할 것이다. 일부 권위주의적 국가들은 희생자의 숫자를 조작하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COVID-19는 국제정치의 힘과 영향력을 서구에서 동양으로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과 싱가포르가 최선의 모범을 보였으며, 중국 역시 초기의 실수를 만회하면서 적절히 대응하였다. 반면에 유럽과 미국은 허둥지둥 대며 대처를 지연시킴으로써 과거의 서구라는 아우라(명성)는 퇴색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을 것은 국제정치가 지닌 대립적 충돌이라는 기본적 속성이다. 1918-19년 간에 유행하였던 독감의 경우에서 보듯이, 대유행병의 경험을 겪으면서도 강대국 간의 권력다툼은 사라지지 않으며 지구적 협력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COVID-19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각국의 시민들은 국가가 자신들을 더 보호해 주길 요구할 것이고 정부와 기업들은 미래의 취약성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초세계화의 흐름에서 퇴각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COVID-19는 세계를 더욱 폐쇄적이고 퇴행적이며 자유축소적으로 몰아갈 것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함께 부적절한 기획들, 무능한 지도력들이 결합되면서 인류를 암울한 미래로 유도할 듯하다.

Stephen M. Walt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The End of Globalization as We Know It

주지하듯이 세계화는 종말을 맞이할 듯

코로나 대유행은 ‘경제의 세계화’라는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매질이 될 수 있다. 대유행 이전에도 중국을 경계하여 지국의 첨단기술과 지적재산권에서 격리시키고 동맹들에게 이를 강요하던 미국의 이중화 결정에 대응하여, 이미 중국은 일취월장하는 경제와 군사력으로 도전을 해오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21세기 전반에 유행하던 상호혜택의 세계화라는 이상으로 되돌아 가기는 어렵다. 지구적 경제통합에서 오는 혜택을 공유하는 매력이 없어진다면, 20세기에 형성되었던 지구적 규모의 경제질서와 규칙구조는 조만간 위축될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노골적인 국제정치의 대립으로 빠지지 않고 여전한 협력을 유지하려면 정치적 리더들의 부단한 자기단련을 요구한다.

자국의 국민들에게 COVID-19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들은 정치적 자산을 획득하겠지만, 이에 실패한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실패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유혹에 빠질 것이다.

Robin Niblett

영국 왕립국제문제 연구소 책임자


A More China-Centric Globalization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화 가능성

COVID-19는 세계경제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 즉 미국중심의 세계화에서 중국주도의 세계화로 흐름을 가속시킬 것이다.

왜 그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국인들은 세계화와 개방무역에 대한 매력과 신뢰를 상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와 관계없이, 미국인들에게는 자유통상이라는 합의가 이미 자신들에게 해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이에 믿음을 잃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역사적 깊은 배경이 있다.

1842-1949년간 중국의 굴욕적인 역사는 자기도취(만족)와 무익한 외부세계와 관계단절에서 발생한 결과였다. 이후 지난 수십 년간에 이룬 경제적 굴기는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성과이었다. 동시에 중국인들은 어느 곳,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는 문화적 자신감을 흠뻑 경험하였다.

결론적으로 나의 신작 ‘ Has China Won?’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있다.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의 선두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중국과 정치적 경제적 제로-섬의 국제적 경쟁(대립)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러나 만약 미국인들 삶의 안녕– 현재 매우 악화되어 있는 –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중국과 협력해야만 한다. 현명한 조언자들은 후자의 협력을 제안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재 미국 정치의 자해적 환경은 중국에 대한 화해를 선택할 것 같지 않다.

Kishore Mahbubani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외교전문가,  2001-2년간 UN 안보리 의장 역임


Democracies Will Come out of Their Shell

민주주의 진영이 새로운 변모를 보일 때

요약하자면, 서구정치의 거대이론에 대한 제자백가적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민족(고립)주의자, 반세계화주의자, 반중국 이론가, 그리고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들 간에 자신들의 견해를 추동할 새로운 증거들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경제적 타격과 사회적 붕괴에 따라 대충적 결론으로 자국주의, 패권국가간의 경쟁격화, 전략적 단절(decoupling) 등이 대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1930-40년대의 공황을 겪으면서, 서구사회에 서서히 반체제적인 흐름이 대세적으로 형성되었던 반면에, 루스벨트(FDR)와 소수의 앞선 정치지도자들이 전쟁 전후에 흐름을 어렵잖게 국제주의로 다시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1930년대 세계경제의 붕괴는 선진사회가 매우 긴밀히 연계되어 있었고, 동시에 매우 취약했음을잘 보여 주었으며, FRD은 이를 전염병균(contagion)이라고 명명했다. 당시 미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서구국가들보다 폐해가 적었다. FDR과 국제주의자들은 전후의 국제질서로 개방적 질서를 유지하면서 상호의존을 운용해낼 방어기제와 역량이라는 규칙을 구상해 냈다. 미국은 국가 간의 국경을 봉쇄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상호협력이라는 지구적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전후 개방질서를 작동시켰다 (브레튼우드 체제).

미국과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상호의존이 약점이라는 방어적인 느낌에서 취할 수 있는 반동적인 흐름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진영은 당장은 자국(고립)주의적 반응을 보이겠지만 긴 호흡으로 실용적이고 규제를 동반한 국제주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야 한다.

G. John Ikenberry

프린스턴 대학교 W. Wilson 스쿨의 책임교수, 국제외교 전공


Lower Profits, but More Stability

적은 수익구조, 그러나 장기적인 공급체계의 안정구조로

COVID-19의 유행은 세계규모 단위의 생산거점기지라는 기본적 교의를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시행중인 다단계적 조치, 다국적의 부품공급체제를 재고하고 축소시킬 것이다.

세계규모 단위의 부품공급은 정치적 경제적 요소들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 트럼프의 통상전쟁 로봇산업의 발전 자동화 3D 프린트 등에 의해, 정치적으로는 선진경제권 내에서 겪고 있는, 진행 중이거나 곧 다가올, 실업문제 등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겹치면서 COVID-19는 부품공급체계의 연계고리들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전염된 공장들의 폐쇄는 다른 생산기지들의 연쇄적인 중단을 야기하고, 생산과 재고가 고갈되면서 병원 약국 슈퍼마켓 그리고 소매상들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대유행병이 가져올 다른 측면은 많은 기업들이 통상의 이점보다는 대체공급의 안정성에 대해 많이 고려하게 되면서 곧 이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단위에서도 전략적인 산업에 대하여 국내에 back-up 계획과 적정 재고를 갖추도록 강제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을 떨어지는 대신에 공급체계의 안정성은 제고될 것이다.

Shannon K. O’Neil

예일대 출신의 남미지역 전문가로 NGO 싱크탱크에서 활동


This Pandemic Can Serve a Useful Purpose

대유행병은 미래에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수도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세가지 사항은 명백하다.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정치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평등’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강화시키면서 대유행병과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안보적 주제와 양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악화시키고나 또는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정부의 권한은 강화된다. 경험상으로 보면 권위적이거나 인기영합적인 정부들은 전염병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반면에, 한국과 대만처럼 민주적인 정부들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유행병은 상호 연계된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호의존성에 대한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둘째, 국제 정치적으로는 자국폐쇄적이며, 자급적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한마디로 더욱 가난하고, 추하고 좁아진 세상을 향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희망과 긍정적인 신호들도 있다. 현재의 위협에 지역적으로 공동대응하기 위하여 인도정부는 동남아 국가 지도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였다. 현재의 대유행병이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적인 큰 이슈들에 대해 공동적인 대응을 촉발한다면, 이는 매우 긍정적인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hivshankar Menon

인도의 외교가. 싱(Singh) 수상의 외교안보 고문 역임


American Power Will Need a New Strategy

미국권력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

2017년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강대국 간의 패권경쟁에 초점을 맞춘 국가안보전략을 선언하였다. COVID-19의 대유행은, 이 전략이 매우 잘못된 것으로,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조차 스스로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차드 댄지그(Danzig)는 2018년에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21세기의 기술 수준은 분포(소유)뿐만 아니라 결과에 있어서도 글로벌한 성격을 지닌다. 전염균, AI 시스템, 콤퓨터 바이러스, 방사능 등은 한번 사고가 터지면 사고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온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호의존적 위험에 대하여 합의된 보고체계 공유된 통제 공동의 위급대응계획 기준 협약 등을 추진해야 한다.

COVID-19와 기후위기와 같은 초국가적인 위협 앞에서 다른 국가보다 미국을 우선하는 사고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국가들이 지닌 힘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어떤 수준에서 정의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대유행병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전략에 미국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Joseph S. Nye, Jr.

‘소프트파워’ 이론을 제창한 미국 정치학자,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전 학장


More Failed States

실패한 국가군들의 다수 출현 가능성

‘영구적’ 이라는 표현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위기는 향후 수 년간 대부분 국가들을 국제적인 무대에서 벌어지는 현안보다 자국의 국경선 안에서 전개되는 상황에 집중하게 할 것이다.

향후 부품공급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적 자급자족(결과로서 관계의 단절)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극복하고 국내적 자원을 재결집시키기 위하여, 대규모의 이(난)민에 대한 거부, 기후위기 등 지구단위의 문제 또는 역내 문제 해결의 노력 또는 실행에 대한 축소 등이 일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들은 약점을 드러내면서 회복 과정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들은 악화일로에 있는 미중 관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유럽의 통합과정을 약화시킬 것이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글로벌한 수준의 공공의료 가버넌스가 일정 부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각국이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다하기 보다는 결국은 세계화를 퇴보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ichard N. Haass

공하당 출신의 미국외교협회 회장, 콜린 파웰 전 국무장관의 조언자


The United States Has Failed the Leadership Test

지도적 국가로서 미합중국은 실패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지도국가로서 자격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미합중국은 속좁은 자기이해에 갇히고 서툰 무능함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종류의 대규모 유행전염병은 국제적인 기구를 통하여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여 각 국가들이 이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하고 조치에 필요한 자원을 준비하도록 했어야만 한다. 미합중국이 지도국가로서 이를 조직해 냈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속좁은 이해에 갇히면서 워싱턴은 리더쉽 테스트에서 실격을 당했고 그로 인해 세계는 더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Kori Schake

미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부국장이며, The Atlantic의 정기 기고자.


In Every Country, We See the Power of the Human Spirit

모든 국가에서 인류애가 지닌 감동을 목격하고 있다.

COVID-19는 금세기 최악의 대규모 유행병으로 영향의 규모와 깊이는 실로 어마하다.  공공의료의 (실패)위기로 인해 지구상의 78억 인구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 이의 영향은 2008-9년에 있었던 금융 대공항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규모의 지진성 충격은, 아시다시피, 국제사회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힘의 균형을 뒤흔든다. 동시에 예외적인 도전에 대응하여 전세계인들이 남녀 구별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까지는 국제적 규모의 협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현 위기의 책임 당사자들인 강대국가 미국과 중국 등이 말장난의 싸움을 그만두고 효과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들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는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이름으로 5억에 해당하는 해당 시민들에게 적정한 지원을 해내지 못한다면 회원국가들은 브뤼셀(유럽연합정부의 소재)의 힘을 축소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의 문제는 현재의 위기를 중단시키려는 효과적인 조치를 제공해야 할 연방정부가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에서 보듯이 인류애의 정신이 살아나 의사, 간호사, 정치인,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예외적인 위기라는 도전에 대응하여 전세계인들이 남녀의 구별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하기도 한다.

Nicholas Burns

하버드 케네드 스쿨 교수출신의 외교관

목, 2020/04/0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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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워싱턴 프레임에 갇혀서 국제적 풍향에 어두운 국내 언론에서는 한 줄도 다루지 않은 내용이다. COVID-19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 창궐하는 가운데, 별로 진행되고 있는 석유가격 전쟁으로 미국의 세일가스 산업계가 전멸적 파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국채 역시 폭락의 위기에 휘말리며 삼중의 악재를 맞이한 미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지 21세기의 향배가 달려 있는 현안이다. 이번을 계기로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패권주의를 포기하고 호혜적 협력과 대화를 중시하는 상호주의의 지도국가로 전환하기를 소망해 본다.


최근의 석유가격전쟁이 미국의 세일가스산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가하는 가운데 지난 3월말 트럼프는 푸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지난 몇 달간 사우디는 러시아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생산량 감소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석유시장에 물량을 대거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푸틴은 사우디의 완고한 고집을 거부하고 기존의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로 원유 시장가격이 18년 이래 최저치인 미화 20.09 달러로 고꾸라지면서 미국세일 산업계의 생산원가(40-50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 되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자본집중 투자의 성격을 지닌 미국의 세일산업계가 심각한 적자를 보이면서 월가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는데, 해당산업계의 줄파산은 미국의 거대 은행들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이 트럼프가 푸틴에게 전화를 하게 된 이유이다. 그는 러시아 대통령에게 원유의 감산을 설득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몇 해전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구실로 러시아에게 경제적 제재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구도자적인(stoically)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다. 또한 시리아에 대한 워싱턴의 간섭에 대해서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독일과 불가리아에 대한 공급라인(Nord & South streams)을 봉쇄하려고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불평을 표하지 않았다. 이제 입장이 180도 바뀌어서 미국산업계의 이익이 크게 손상을 당하는 상황이 도래하자 트럼프는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하고 있는 꼴이다. 한 비평가의 말이다. “트럼프 팀은 과거의 일들을 설거지 하듯이 없애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주에 이루어진 통화에 대해서는 미국의 언론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로 그 동안 악마로 지칭해온 푸틴에게 미국대통령이 애원하는 사고(事故)를 있는 그대로 보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타스통신은 다음과 같이 사실을 알렸다. “양국 지도자들은 세계 원유시장의 현재 상황에 대해 논의하였고, 양국 간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과 개인적인 접촉을 지속하는 것으로 조율하였다.”

서구 미디어들의 흔한 수법인 근거없는 추정과 매도의 기사들에 비해, 타스통신의 보도가 훨씬 세련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지난 3년 여간 서구 언론들의 ‘러시아의 간섭’이라는 온갖 조작된 보도에 보복하려고 타스통신의 편집진이 트럼프의 제스처에 비난을 가하고 적국에게 음흉한 함정을 파면서 원유생산량을 줄이려 음모를 펼친다고 보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에 관한 모든 접근에 대해 마치 조미료라는 양념을 가미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 타스통신은 속좁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현재 석유가격의 문제는 ‘사우디’가 야기시킨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고 시장에 공급을 학대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사우디’이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문제를 완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양국 지도자들이 각자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분명히 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 동안 미국무부와 외교라인에 극렬하게 반대해온 양국 간의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라도 푸틴은 단순하게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면 반대급부로 원유생산량을 감소하겠다고 합의할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워싱턴에 원하는 것은 매우 포괄적 사항들이다. 그는 미국이 여러 관련 국가들이 다자적 형태로 참여하여 현안 문제들 – 전쟁, 팬데믹, 핵확산 금지와 국제적 안보 등에 대하여 집단적인 협력방식으로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디시 말하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합의된 룰에 의해 행동하고, 국제적 법질서를 준수하며, 정권전복을 꾀하는 피의 전쟁을 중단하고, 약소국가들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세계적 위기에 도움을 제공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푸틴은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존중하고, 상호 간에 주요 관심사들에 대해 협력하고, 세계경제가 번영과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이러한 푸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바꾼다면, 그는 주저없이 트럼프를 돕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예처럼 미국만의 자국우선주의를 고집하면 아무것도 성사시키지 못할 것이다.

월, 2020/04/0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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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팬데믹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 대한 극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COVID-19의 위기는 한반도 상황을 대한 국제적 협력으로 전환시킬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기에, 이를 활용하여 의료행위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여 교착상태의 북미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평양시의 평촌지역 내에 소재한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축정하는 간호인의 모습.

전세계에 백만 명이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수만 명이 희생된 가운데, 북한의 상황에 대한 염려가 가중되고 있다. 아직 북한당국이 COVID-19 확진자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이 의료 자재를 요청하는 상황에 비추어, 세계 의료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감염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만약 북한에도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아도 고립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하고 의료체제가 낙후된 환경으로 인하여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상시의 대응에 극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COVID-19의 위기는 한반도 상황을 대한 국제적 협력으로 전환시킬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의료행위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여 교착상태의 북미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COVID-19의 대처에 필요한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하는 지금, 두 가지 중요한 정책을 전환시켜야 한다: 제제를 중단하는 것과 한미간의 군사훈련을 취소하는 것이다.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지구적 팬데믹 상황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월 27일 UN 사무총장은 ‘제재로 인한 갈등과 전쟁을 중지하고, 우리의 생명을 구하는 진정한 싸움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청하였다.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 전쟁의 당사자들은 총구를 내리고, 폭격을 멈추며, 공습을 중단해야만, 비로소 생명을 살리는 지원활동을 함께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선언은 북한에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다.

지난 3월, 한미 군사책임자들이 만나 한미군사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사려가 깊은 행동이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합동훈련을 영구히 취소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했다.

미국과 한국은 오랜동안 상기의 연합훈련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하게 이를 ‘전쟁게임’ 또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사훈련과 광범한 제재를 실시하는 것은 유행병에 대처하는 의료 지원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전세계에 홍보하는 ‘비핵화와 인권증진’이라는 기획적 의도와도 배치된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진행하면 할수록 핵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천명해 왔다. 반대로 미국이 군사적 훈련을 중지할 때마다, 북한은 이에 상응하여 긴장완화와 대화라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여 왔다.

세계적 규모의 공공보건과 경제활동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한미 당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에 소모되는 자원을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봉쇄하는 것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에 따른 이점은 한미 간의 수억 달러의 군사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생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와 긴장을 완화시켜 줄 것이다.

이에 더하여 북한에 시급한 인도적 물자의 지원을 방해하는 제제를 중단하는 것에 유엔 안보리를 설득시켜야 한다. 북한에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원해온 하버드 의학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기(Kee Park)박사는 “이러한 제제가 고립 차단된 국가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료자재들과 장비들의 접근조차 금지시키면서, 장애와 전염병 그리고 고질적 질병을 치료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야기시킨다.”

우리는 반드시 북한에 필요한 의료자재들을 제공하여야 하고, 이를 계기로 평화와 반핵의 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만약 북한에 이미 COVID-19가 널리 퍼졌다면, 의료체계의 인프라가 황폐화된 상태에서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입하면서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는 다시 한국과 중국까지도 재감염시킬 위험에 빠지게 할 것이다. 아마도 남한 당국은 테스트 키트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임에도, 현재의 제재 시스템이 남북 간의 협력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저기에서 제재완화와 지원제안에 대한 단계적인 조치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와 적반월(Red Crescent)조직들이 유엔안보리 제제에서 제외되는 승인을 득했고,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김정은의 누이가 북한 언론매체에 공개하였듯이, 트럼프 자신이 북한에게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지원을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 김여정에 의하면, 트럼프는 편지 속에 양국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계획을 제시하고 유행병과 싸움에 협력을 제공하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되풀이 하지만,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외교에는 매우 중요하며, 지구적 규모의 팬데믹과 공동으로 싸워가면서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COVID-19는 ‘지정학적 협상을 핑계로 국가 간의 단절을 야기하고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로 인한 인류의 생명과 희생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영구적인 한미간 군사훈련의 중단은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며, 한미군사간 대비태세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평화를 향한 매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지금이, 모두를 위하여, 건강과 평화를 앞세우며 협력할 시점이다.

 

Christine Ahn

‘Korea Policy Institute’의 발기인이며 ‘Women Cross DMZ’의 실행이사

Kevin Martin

‘Peace Action’의 대표이며 20만 명이 참여하는 ‘Peace Action Education Fund’의 책임자

화, 2020/04/0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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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역사와 변화는 우연과 필연의 변증법적인 교집합에 의해 발전되어 갈 것이다. 대입하면 지금의 남북관계가 바로 그 우연에 의해 획기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하다.

타이밍이 꼭 그렇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근거첫째, 필자 본인이 누누이 얘기해오고 있지만 제비 한 마리가 왔다하여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희망적 사고로 본다면), 친서는 분명 잔뜩 움츠렸던 남북관계가 이 친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지개를 펼 수도 있는 좋은 청신호임에는 분명하다. 그것도 시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거의 동시적으로 남과 북, 북과 미 정상들 사이에 이뤄진 친서교환이니 더더욱 폄훼할 이유는 없다.

둘째근거, 유엔(UN)이 G20정상회의(현지시각,3.26)를 앞두고 각국 정상들에게 서신 하나를 보냈다. 모든 제재완화가 핵심인데,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제재대상의 국가들이 식량, 의약품 그리고 코로나-19(COVID-19 )퇴치에 필요한 지원을 쉽게 받기 위한 조치로 제재를 완화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연대할 시점이지, 배제를 지속할 때가 아닙니다(강조, 필자)”라고 언급했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지난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에 미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두 발언을 대북제재에 대입시키면 쉽게 답은 나온다.

셋째근거, 코로나-19가 준 역설의 선물이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다름 아닌, 2020년 3월에 실시되려든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중단된 것이 그것이고, 이는 정치적 산물로서 연기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좋은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해서 위 3요인을 조합해 해석하면 이렇다.

3요인, 하나하나는 제비 한마일 뿐이고, 각기 다른 우연이겠지만, 3요인이 합해지면 인식은 사 못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양질전환의 법칙에 따라 필연으로 전환된다.

필연으로써 남북관계가 그렇게 찾아왔다.

이제 그 활용은 대한민국 정부의 능력문제이다. 좀 더 직설하자면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 능력의 문제이고, 좁히면 청와대 통일·외교 관련 참모들이 이 상황을 정확히 캐치해내고, 대통령께 보고(혹은, 직언)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첫째, 정치적 타이밍이 정말 좋다.

분명, 역발상하면 그렇게 보이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4월 총선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선거라는 것이 각 정당이 중심되어 치러지는 치킨게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한 발 빠져 있을 수 있다.

반면, 트럼프 美대통령의 상황은 영 다르다. 연말 대선에서 본인이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재선문제가 달려있어 자기 코가 석자일 수밖에 없다. 대선에 올인 해야 할 수밖에 없고, 남북-북미문제는 당략과 관련된 대선의 직접적 이슈가 아니니 관심 밖이 된다.

두 상황은 이렇듯 두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혀 다른 시선을 향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은 당면한 코로나-19대응은 물론, 남북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반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자신의 재선문제에 올인 해야 하게 한다. 때문에 득표요인에 결정변수가 아닌 남북관계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비례하여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문제에 있어 독자적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기회가 그렇게 찾아온다.

어떻게?

①미국 국내 상황이 대선국면으로 급격히 빠져들어 가버리기 때문에, 이때를 활용해 남북관계 내정간섭 기제인 한미 워킹그룹을 무력화 할 수 있다. (해체까지 검토 가능)

②동시적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물밑에서는 지금부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직후 코로나-19협력을 매개로 하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

물론 대전제는 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하는데, 그 핵심에 기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약속이행을 하겠다는 보장을 해 주어야 하고, 동시적으로 이제까지 해 왔던 先한미협의-後남북협의 방식이 아니라, 先남북합의-後미국설득(남북공동으로)이라는 민족공조방식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결과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다. 의제도 6.15와 10.4, 4.27과 9월 평양선언 모두 다 총화 되는 집적으로서의 통일회담이다. 그렇게 남북관계가 민족자주의 관점에서 순항하게 되는 것이다.(“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중략)”, <9월 평양공동선언 전문> 중에서)

위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우)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좌)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제공)

둘째, 한미동맹체제에 의존하지 않는 남북관계 모멘텀(momentum)도 반드시 만들어 낼 수 있다.

근거는 이렇다.

코로나-19로 인해 南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모범국가로 칭송받는다.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채택 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北도 오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의료체계특성(무상의료체계와 예방의학)과 여러 요인들이 겹쳐 현재까지 단 한명도 코로나-19확진자가 없는 유일국가(?)이다.

사실로부터 남북관계도 모범적으로 해날 갈 수 있다는 충분한 명분이 우리 (민족)에게 있고, 국제사회의 지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南은 방역시스템과 진단키트 등 우수한 의료기술과 제도를, 北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한 마스크 대량생산, 그렇게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전 세계의 의료 방역시스템에 획기적으로 기여한다면 이는 우리 민족이 21세기형 인도주의 모범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 바탕위에서 우리(민족)는 코로나-19만큼이나 한반도평화와 통일문제도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국제사회에 주지시킬 수 있고, 동시적으로 ‘한국식 모델로 분단 문제도 반드시 풀릴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져줄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아래와 같다.

①코로나-19남북협력은 전 세계의 지지를 받으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②개성공단 재가동은 전 세계에 공급될 코로나-19마스크 생산을 명분으로 제재해제를 보장받고,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재 해제 전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다.

③코로나-19계기로 ‘잠정’중단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영구’중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왜냐하면 만약 이 기간 안에-잠정 중단된 한미합동군사훈련 그 기간 안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만 된다면 이는 당연히 통일회담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한미동맹체제는 자연스럽게 그 운명이 다하고,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군사적 긴장고조의 근원적(본질적) 원인이 제거된다.

결론적으로 이렇듯 지금의 국면은 위 ‘첫째’와 ‘둘째’를 상상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좋은 기회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절대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한낱 一場春夢이 정말 아니길 바란다.

 

통일뉴스, 2020년 3월 28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필자와 협의하여 수정 후 본지에 실린 것임).

수, 2020/04/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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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의 가장 충실한(충성스런) 동맹국가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워싱턴이 보여준 비정상적인 조치 – 특히 주둔 비용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한 내용들은 서울의 입장을 피해갈 수는 없다.

동맹 간의 협상에 있어서 흔히 벌어지는 갈등은 오히려 정상적인 것이긴 하다. 그러나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에 대한 워싱턴의 지난친 요구는 양국 간 방위동맹에 대한 대화의 범위와 전반적인 재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의 동맹은 한국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하여 전향적(conductive)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 국내정치의 파열음은 여전히 냉전적 관점을 지속시키고 신북방정책(New Northen Policy)같은 경제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외관상 평화롭고 통일된 한국을 희망하는 듯 하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한국의 기대와 미국의 북한군사력 억제 우선정책 간의 차이는 문재인 정부의 평양에 대한 우호정책 이전에 이미 갈등의 씨앗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국가적 방위에 대해 서울이 더 많은 책임을 지면 질수록,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다. 이 또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억지력과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북한의 재래적인 위협에 대응하여 한국은 58만 명의 정규군과 3백만의 예비병력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군사기술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가하는 재래적인 위협에 스스로 억제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미군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2만 8천명의 주둔병력 수요를 줄어나갈 수 있다.

한국에 미군이 현재 상태의 주둔을 지속하면, 중국이 북한을 안전중립지대(buffer Zone)로 보는 시각을 영구화하게 한다. 반대로 주한미군의 머릿수를 줄여나가면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과정에 대한 한중 간에 정치적 협력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다. 북한의 돌발사태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면 중국은 한국 주도에 의한 점진적 평화통일을 수용할 수도 있으며 – 이는 미국의 이해와도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방위동맹을 중국에 대한 지정학적 봉쇄로 재구성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2019년 말에 있었던 한일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한 한국정부의 종료의사를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핵심에는 바로 미국이 의도한 중국봉쇄를 약화시킨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베이징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한미동맹을 최전방에 두려는 미국의 의도 때문에, 중국과 지역안보에 협력하려는 한국의 시도는 좌초될 듯싶다.

중국의 평양에 대한 비대칭적인 영향력과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한반도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반드시 중국과 함께 해야(work with) 하며, 이런 맥락에서 한국정부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미군의 일방적 사드배치에 따라 냉각된 양국관계를 회복한 최근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미군이 현재처럼 주둔을 지속하게 되면,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한중간의 협력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닐지라도, 매우 어렵다. 반대로 방위비분단금협상 대신에 한반도 안보책임에 대한 미국의 부담을 줄여가며 이를 서울에 점차 양도하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이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국립대학교 내 East Asia Forum (EAF), 2020-03-02.

Anthony V Rinna(안토니 V 리나)

EAF 러시아 외교정책의 책임 연구자. 중국 및 북한 전문가

목, 2020/04/0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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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복사)을 확산시키려고 하고, 우리는 이를 중지시켜야만 한다. 바이러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인간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팬데믹은 금세기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지만, 극복되는 과정에서 세계를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다. 1918년 전쟁 통에 발생했던 ‘스페인독감’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세계가 평화롭게 번영을 구가하는 와중에 발생하였다. 우리는 이를 반드시 제대로 극복해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극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다양한 해결 방안들을 검토하고 이들이 지닌 도덕적인 암시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 주요한 선택의 문제는 각국이 직면한 국내의 현안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는 국가 간의 협력에 관한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에게 있어 가장 일차적인 선택은 매우 공세적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이에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의견은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려고 경제를 깊은 불황에 빠뜨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혼란(disruption)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바이러스가 전염되도록 방치해도 스스로 집단적 면역(herd immunity)이 형성될 수 있으며, 취역한 계층에만 방역을 집중하면서 경제활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세적인 방역 대신자유방임적 완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과연 경제가 문제없이 잘 돌아갈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선택이다. 정부가 강제하기 전부터 이미 시민들은 알아서 여행을 중단하고 외식과 영화관람, 쇼핑을 꺼려하였다.

전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신규확진자’들을 추적하여 관리하는 것이 방치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 불황을 조기에 종결하는 선택으로 판단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해야 국제적인 공공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영국왕립대학의 COVID-19 대응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방역을 포기하면 영국과 미국 전역에 전염될 것이고 노인층의 상당수가 의료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 후베이 지역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강력한 봉쇄가 이러한 불행을 막는 길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중국에서조차 수용할 수 없는 의료재난(방치에 따른)을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이 허용해야 한단 말인가? 다만 상기의 견해가 부분적으로 옳은 것은 주요 경제활동을 장기간 중단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강력한 방역조치를 선택하면,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재감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해야만 한다.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되는 동안,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경제활동이 지속되고 생산적 역량이 위축되지 않고 시민들, 특히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처들을 취해야 한다.

국내의 현안 못지않게 국경을 넘어선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제 막 시작된 금융의 불안정과 불경기(아마도 불황)은 개발국가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IMF는 3월23일 현재 830억불 규모의 국제자본이 개발국가들에게서 이탈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국가들에게 상품가격의 폭락현상도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들 국가군은 국내에 번지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급격히 위축되는 국내수요와 싸워야만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압력을 감당해낼 역량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IMF는 80여 국가들로부터 긴급구제금융 요청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전염병을 차단하고 경제를 되살려내면 취약한 국가들도 혜택을 받게 될 것이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사정이 매우 급하다. 개발국가들은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러한 선순환적인 지원은 모든 국가들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와 동시에 지구적 규모의 불경기는 모두에게 닥친(공유된) 도전이다 보편적 지원이라는 연대가 필요하고 정당한 실제적인 이유이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현재의 연합을 규정하는 핵심은 지역집단적 대의를 위하여 개별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재정회계와 주권적 통화를 포기한 것이다. 지난 금융위기 시절에 적지 않은 국가들의 실책이 있었고 당시에는 각자의 실책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팬데믹의 경우에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 함께 연대하지 못하면, 실책이 있을 경우, 양해와 용서가 있을 수 없다. 이로 인한 상처는 깊고 치명적일 수 있다. 누구의 실책도 아닌 위기에 직면하여 함께 연대하여 대처하지 못하면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기획은 윤리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와 지원은 단순히 재정적인 것에 국한되어서도 아니 되며, 의료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의 공급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수출제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 유행하는 전염병은 우리의 선조들이 겪은 치명적인 질병에 비하면 치사율이 매우 낮지만, 다른 한편 현존하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실제적 위기이다. 따라서 종합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실적 도전이며, 동시에 인류의 윤리적 수준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현실과 윤리라는 두 측면을 모두 살펴가면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지도자들이 평정을 유지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유행병을 퇴치할 수 있을까? 가장 취약한 계층과 가난한 국가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갈등과 대립을 넘어선 연대 그리고 폐쇄적인 자국이기주의를 대신하는 지구적 연대를 선택할 수 있을까? 팬데믹이 지난 이후 열악해진 세상 대신 개선된 세상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바이러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인류인 우리는 가지고 있다, 현명한 것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2020-03-24

마틴 울프

파이낸스타임지 수석해설가

목, 2020/04/0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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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3월 30일)에도, 매서운 기세로 확산 일로를 치닫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그 공포와 고난과 고통에 더하여, 우리가 하나의 지구촌에 살고 있는 생명공동체임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서 국경폐쇄나 이동금지조치가 내려지고 있지만 그것은 이번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 취해지는 일시적인 조치로서, 폐쇄나 단절이 그 장면의 주제가 아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하나로 통해 있음’을, 그리고 인간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사례이다.

이번 사태로 사망하신 분들이나 그 유족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의료진, 그리고 확산 방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분들과 헌신하는 봉사자들, 이에 호응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하나하나가 거룩하고 아름답고, 슬프다. 슬픔과 고통의 바로 그 자리에서 감동과 의지가 더 화려하게 피어나는 것을 볼 때, 각성과 참회, 감사와 희망이 교차한다. 각국에서 취해지는 조치들은, 인류 역사에서 ‘마지막 세계대전’이던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임에 분명한 극단적인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바야흐로 1백 년 만에 맞이하는 세계적인 대전(大戰) – 3차 세계대전의 상대가 ‘적국(敵國) 인민(人民)’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은 한편으로 공포감을 주지만 한편으로 (박멸의 대상이 ‘人間’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1차, 2차 대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세계대전도 근대 세계의 폐해(인간의 삶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가 확장된 것)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제3차 세계대전’은 근대 세계의 종말을 재확인하고, 기대컨대는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다시 개벽 시대’를 재조명하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본다.

앞서 말한 안도감은 근원적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인류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통의 고난 경험’을 공유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하나의 種으로서의) ‘인류’에 다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데서 온다. 그것은 인류[人間]를 지금 당장, 지구상에서 현재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려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인류가 지구상의 생명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즉 N분의 1로서 자리매김하여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고양하는 길이고, 가장 ‘자연스러우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태도이며, 또한 가장 지속가능하고 행복 지향에 적합한 현실-존재 인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난 20세기 내내 끊임없이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던 인간중심주의(human-centralism), 시나브로 그 입지가 좁아져 왔으나 여전히 현실적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그 파멸적 근대 문명의 기저에, 분명한 구멍=문(門)을 만드는 일이다. 이 문을 통해 우리 인류와 지구생명공동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을 일러 ‘다시 개벽 시대’로의 진전이라고 하면, 적확할 것이다. 이 개벽에 즈음해서야 비로소 우리는 ‘인류’가 된 것이다.

기회는 늘 위기와 함께, 낙관적인 상황은 언제나 비관적인 상황과 함께 온다. ‘인류공동체, 지구공동체, 생명공동체’를 존재/인식이 거의 일치하게 경험/인식하는 ‘다시 개벽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는 이제 인간이 치명적인 멸종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되었으며, 사방이 생명에 위협적인 지뢰투성이인 지역/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되었으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전 인류의 지평에서 공통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고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소통적(疏通的) 토대가 구축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인류) 집 문 앞에 배달된 택배(과제)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되겠지만(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 종식을 알리는 ‘카톡 알림’은 그다음 택배(‘코로나20’일지, ‘코로나v.2’일지 모르지만)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초인종을 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인류는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위험 요소에 더욱 빈번하게 노출될 것이며, 그 위험의 강도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사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그 아래에는 훨씬 더 크고 무거운(무서운) 위험 요소들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라는 것이다.

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19의 대량 감염국 중국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중국보다도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나던 2월 초순경만 해도 세계인의 의심스런 눈초리가 한반도로 쏟아졌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들은 끊이지 않는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침착하고 의연하게 사태를 수습해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제 전 세계 각국에서 한국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지구촌을 감싸고돈다. 이번 사태 직전에 있었던 BTS(방탄소년단)의 K-POP 세계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이어서, 현재의 상황은 대한민국의 현 위치가 우연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하는 또 하나의 쾌거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자화자찬으로 치달아서도 안 되고, ‘국뽕’으로 흘러서도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이것은 우리끼리 알고, 우리끼리 (이 성공적인 대응의 혜택을) 누리고 말 사태는 아니라는 점이다. 작더라도 실질적이고 실제적이며 실용적인 의미를 발굴하고, 발견하고, 발전시켜 인류 전체에 베풀어 나가야 한다(弘益人間 在世理化). 필자가 보기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 이번 사태는 ‘세월호 이후’와 ‘촛불 혁명 이후’의 일로써 다가왔다. 재난이 일어나는 방식(‘세월호’ ‘메르스’)을 잊지 않고, 평화 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그 자세로 방역 시스템과 의료체계를 정비해 왔으며(의료체계-의료보험제도 등-의 대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갖추어진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메이저 의료기관은 메르스 이후 유사한 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주기적으로 진행해 왔다), 또 그것을 극복하는 한국인 특유의 방법론(‘촛불혁명’의 그 위대한 참여정신)이 결합되어서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시민)의 반응과 대응은 전 세계 국가에게 모범이 되고 온 인류에게 희망이 될 여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는 우리가 세월호와 아이들을 잊지 않은 덕분[性靈出世]이며, 메르스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은 덕분[臥薪嘗膽]이다. 무엇보다 문제에 정면으로, 정직하게, 정성껏 대응하는 것이 그 문제 해결의 정 도(正道)라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 점이, 이번 사태 진전에서 대한민국의 첫 번째 인류사적인 기여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목숨을 잃은 분들, 고통과 고난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후폭풍 (특히 경제나 생활-학생들의 학사일정 등)’ 등을 생각할 때, 이번 사태는 지난 세월호나 메르스(에볼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면적인 전환의 숙제를 우리에게 지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국내나 동아시아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전 인류에 걸쳐 전면적으로 전개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개벽신문>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혔듯이 ‘촛불혁명’은 120여 년 전의 ‘동학농민혁명’의 경험으로부터 이어져 온 면면한 이력을 갖는다. 동학농민혁명은 ‘서세동점’의 정점과 ‘동학의 다시개벽’의 전망이 부딪친 사건이며, 그런 점에서 ‘근대세계’와 ‘근대 이후 세계’, 즉 다시개벽 시대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사건이었다. 이번 코르나19는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인류가 도달한 근대세계, 그 대서사의 한 단락이 매듭지어진다는/지어져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데에 첫 번째 의미가 있다. 이번 사태에 즈음하여 서구 소위 ‘선진국’ 또는 ‘서구사회’가 보여준, ‘결과적으로’ 지리멸렬함과 그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는 단지 국가 지도자의 입장 차이나 국가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선진문명’이 놓여 있는 자리, 딛고 있는 토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와 국민(시민)에 주어진 숙제는 이 위기를 ‘아국운수(我國運數) 먼저 하여’ 극복할 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체제를 어떻게 재구축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과 예시, 그리고 비전을 제시해 주는 데까지 닿아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다시개벽’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속히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또 돌아가서 도 안 된다. 문자 그대로 ‘널뛰듯’ 폭락과 폭등을 되풀이하는 증시 상황은 이번 사태에 즈음한 경제의 팬데믹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 현재(3월 말) 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3,000조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이번 사태로 인해 ‘위기’에 빠진 경제가 더 깊은 수령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 내기 위해 책정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것도 ‘우선’ 그 정도이고, 여차 하면 후속 투입도 마다하지 않을 기세이다.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어떤 부문이랄 것 없이 부도와 파산의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 자영업자와 그에 딸린 수십, 수백만의 경제 인구를 생각할 때, 아니 사실은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삶(생활, 경제)에 영향을 끼칠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생각할 때 경제 붕괴가 일어나는 일을 상상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인 것처럼 보기는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 보면, 이번 사태 수습의 목표점이 사태 발생 이전, 물질적 풍요 문화적 만끽이 난무하던 그 상황, 이른바 ‘일상으로 돌아가기’, 경제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던 그 시절로의 복귀하는 것이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멈춤!’의 첫 번째 경고판을 지나친 후과가 이 정도이다. 두 번째 경고판이 있을지, 곧장 절벽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라도/이제야말로 근대세계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근대문명, 현대문명, 물질문명의 질주를 멈추고 진로를 수정하는 일이다. 백척간두진일보란 바로 지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벼랑 끝, 벼랑과 벼랑 사이, 그 너머에는 ‘다시개벽’의 새 시대가 놓여 있다. 과거로의 회귀, 예전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인간-하늘 관계, 새로운 인간-인간 관계, 새로운 인간-만물 관계를 경천(敬天)과 경인(敬人)과 경물(敬物) 같은 개벽적 관점에서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에 즈음하여 우리가 치른 고통과 희생에 값하는 길이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대한국민(시민)’의 지혜로운, 은혜로운, 감동적인 일거수일투족 –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동일정(一動一靜)에 이미 그 씨앗이 싹트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통행금지, 여행금지, 국경폐쇄, 도시봉쇄 들은 ‘잠시 멈추어 보자’는, ‘참회의 자리/시간을 만들자’는, 보이지 않는 그 속에서 보이는 것을 찾고, 들리지 않는 그 가운데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자는, 홀로가 됨으로써 다시 동귀일체(同歸一體)를 생생(生生)하게 생득(生得)하는, 전일적(全一的) 생명으로서의 인류 양심(養心)-하늘[天]의, 거룩한 개벽의 소리이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 ‘다시개벽의 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박길수

월간 ‘개벽신문’의 주간,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대표

금, 2020/04/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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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S Nathan Park, 한국계 미국변호사로 워싱턴 소재 Kobre & Kim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며, 지난 2월말 포린폴리시에 COVID-19가 한국에 창궐한 배경에는 사이비종교와 발목잡는 야당 그리고 수구언론이 있다는 칼럼을 써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강고하기만 했던 한미동맹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의 한국주둔 비용을 현재의 923백만 불에서 4,700백만 불로 5배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런 무지막지한 인상 요구는 한국이 동맹으로서 부담하고 있는 다양한 공헌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고, 아마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핵심적 동맹 간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내상(內傷)이 발생한 셈이다.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스스로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이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2.6% 수준으로 독일의 1.2 %와 일본의 0.9%는 물론 미국이 나토에 제시하고 있는 2.0% 수준을 넘어 섰다. 2020년 현재, 400억불의 국방예산으로 전세계 지출순위 10대 국가 중 하나이며 2022년에는 5위 내지는 6위의 순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당국이 주한미군에게 부담하는 상기의 923백만 불은 평택에 캠프 ‘험프리’를 건설하는데 지출한 100억 불, 그리고 지난 십 수년 간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군사무기 비용 200억불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미국 국민들이 오해하듯이 북한과 마주한 DMZ을 지키는 병력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바로 한국군 자신들이다.

미국은 협상과정에서 5배라는 인상요구를 철회하겠지만, 방위비 분담문제로 보여준 뻔뻔함을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비용분담이라는 매우 예민한 주제는 동맹 간의 연대라는 형식적 예의를 갖추면서 배후에서 진행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시끄럽고 공개적으로 협상을 요구하면서 한국 내 정책결정권자들을 화나게 하였고 반대여론을 자극하였다.

지난 1월에 예외적으로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국방장관 에스퍼가 연명하여 월-스트리트 신문에 한국측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칼럼을 게재하였다. 아무런 근거의 제시도 없이, 이들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에 드는 직접경비의 1/3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령 이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더라도, 5배의 인상 요구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167% 수준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요구는 점잖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아직 다수의 한국시민들은 미군의 한국주둔을 지지하지만, 5배인상 요구에는 의견이 갈라지면서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동맹인 한국당국자를 어려운 지경에 빠뜨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가까운 장래 중국이 미국의 일차적 경쟁자로 부상해 오는 것이 확실한 현실에서, 동맹으로서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미 간 동맹은 외줄다리에 서있고 조만간 한국이 중국의 진영에 편입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른 허황된 이야기이다. 다만 최대의 통상 파트너로서 한국은 중국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현실이다. 미군이 한국 내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억 불에 달하는 경제적 제재를 받는 동안 미국은 제재를 완화시킬 아무런 도움도 한국측에 제공하지 못했다.

일방적이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대처하면서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는 확신이 없는 처지에 빠지면 한국은 어떻게 행동할까? 한국이 최근 몇 년간 소리없이 군사력을 증강시켜온 사실이 그에 대한 답변을 암시한다. 2016년 말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현재 대통령의 안보실에 근무하는, 김현종씨는 당시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에 대비한 예비적인 답변서를 작성했다.

그는 다음의 5 가지를 반대급부로 받아낼 수 있다면 방위비 부담인상에 대한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폐기물 재처리 능력, 달러와 원화 간의 스왑, 인공위성 발사대의 기술제공, 3,000천 톤급 핵잠수함 건조능력, 800 킬로 이상의 지대지 미사일 능력.

오비이락처럼, 그가 청와대에 합류한 이후, 그러한 방향으로 정확히 진행되고 있다. COVID-19의 팬데믹이 세계금융시장을 위협하자. 서울과 워싱턴은 600억 불 규모의 스왑 협정을 체결하였다. 한국해군은 2019년 10월에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발표하였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한미 간에 지대지 미사일 사정거리를 완화한다는 잠정적 합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군사력 증강은 표면적으로 ‘북한에 대한 저지력’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는 그런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한국의 당국은 미래에 미국의 안전보장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일부 당국자들은 이러한 방향을 환영할지 모르지만, 한국의 군사력 증강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고도화된 군사력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되기 보다는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십 수년 안에 한국과 일본 간에 상황이 악화되어 마치 인도와 파키스탄과 같은 군사적 적대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의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2020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패배시키고 전지구적으로 동맹들을 소원하게 했던 그의 외교정책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여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인상을 계속 강요하면, 한미동맹은 정말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출처: East Asia Forum, 2020-03-31.

S Nathan Park

한국계 미국변호사로 워싱턴 소재 Kobre & Kim 법률사무소 근무

토, 2020/04/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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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세계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부패에 마주하고 있으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욱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부패문화로 고통을 받아 왔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에 용감히 맞섰고, 2016년과 2017년에는 촛불혁명을 일궈냈다. 그 결과 한국은 힘겹게 그러나 꾸준히 부패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며 결성된 대한민국 서울의 촛불시민운동 <출처: 여성평화걷기(Women Cross DMZ)>

희망하건대, 한국의 경험이 모범이 되어 개발도상국들이 부패의 노예가 되지 않고 경제 발전을 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패에 관하여 풍부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다음의 두 가지 한계를 지녔다.

첫째, 부패의 복잡성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협소하게 정의된 부패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둘째, 부패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부패를 타인의 희생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행되는 위법활동 정도로 정의한다. 그러나 일부 법규와 조직은 부패를 제도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부패를 “타인 또는 타 집단의 안녕을 희생시키면서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행되는 모든 위법 또는 비도덕적 인간활동”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본 글의 목적은 한국의 경험을 근간으로 부패와의 싸움을 용이하게 해줄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본 글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절에서는 한국의 부패 경험을 바탕으로 부패의 유형을 분류한다. 부패와 부패에 관여한 개인 및 조직의 활동을 짝지어 보면 쉽게 부패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제2절에서는 부패의 진화 단계를 설명한다. 부패의 현상이 단계별로 진화한다고 판단되며, 부패의 수준, 내용, 영향은 단계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적절한 반(反)부패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부패의 내용이 어떤 단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절에서는 부패를 통해 얻는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논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부패의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잔혹하고 정교한 전략이 활용되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제4절에서는 부패의 영향을 다루되, 이를 경제적 영향과 도덕적 영향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당연히 두 가지 유형의 영향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이 둘이 상호 결합되면 한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제5절에서는 어떻게 한국인들이 지난 70여 년간 목숨 걸고 기본적인 인권 침해를 견디어 가며 부패에 맞서 싸웠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동시에 어떻게 민주적 정부가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부패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경험한 부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알리고자 한다.

 

1.부패의 유형 분류

부패는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 및 조직이 관여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음의 부패 유형은 다른 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a)노골적인 공적자금 도용

한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부패는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 횡령일 것이다. 우익 진영의 대통령, 공무원, 공기업 사장, 연구기관의 수장, 심지어는 유치원 원장들까지 자금을 횡령했다.

특히 전두환 장군이 대통령 재임 시 미화 2억 달러 이상을 횡령한 사건은 악명이 높다. 이로 인하여 그는 부패와 권력남용으로 옥살이를 했다. 당시 법원은 그에게 횡령한 금액을 정부에 갚도록 명령했으나, 그는 은행 잔고 260달러가 전(全)재산이라고 우기면서 여전히 한국 사법체계를 우롱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공금이 사라진 것으로 의심된다. 현재도 이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사립 유치원이 정부 보조금의 대부분을 공공연하게 사적으로 착복하여 보석 구입 및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건 역시 공금횡령의 또 다른 예시다.

b) 특혜를 통한 부패

특혜를 거래하는 시장은 거대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길고 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면 법과 규제를 건너뛸 수 있는 특혜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에게 뇌물을 지급함으로써 합법적인 또는 불법적인 건축허가를 좀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 뇌물만 있으면 그린벨트를 주거용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혜의 공급자는 공공기관이며, 그 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다. 특혜의 대가는 특혜의열매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것에 기반한다.

이러한 특혜의 시장 가격은 곧 뇌물의 액수가 된다. 뇌물의 액수를 판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건설업계가 분양금액의 5%를 뇌물로 제공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즉, 뇌물의 총액이 수백억 달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c) 정보의 도용을 통한 부패

한국에서는 증시 및 토지개발 감독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 후 부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토부의 고위 공무원으로서 미리 국가의 토지개발계획을 파악한 후, 타인의 이름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여 엄청난 매매차익을 얻는 것이다.

증권시장 감독기관의 직원은 기업의 투자계획에 대한 기밀정보에 접근, 해당 주식을 매도 또는 매수하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 이들이 이러한 기밀정보의 절도를 통해 얼마나 많은 불법이익을 챙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d) 조달과정의 부정부패

정부와 정부 산하 수많은 기관은 매년 수십억 달러를 재화 및 서비스 구입에 소비한다. 국방분야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은 연간 미화 50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정부 및 관련 기관이 재화와 서비스를 조달하기 위해 실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정부가 지급하는 가격과 실제 가격 사이의 차액은 공급자와 구매자가 나눠 가진다. 이를 소위 “킥백”, 즉 리베이트라 한다. 군사 장비 조달 분야의 경우, 장비 구매가의 10%정도가 킥백(뇌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e) (사법분야) 자의적 결정라는 부패

자의적 거래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강력한 부패가 아닐까 한다. 부패한 사법 체계 하에서는 범죄와 부패를 저지른 자가 뇌물로 사법과정에서 자의적 결정권을 살 수 있다.

경찰은 제아무리 범죄와 부패의 흔적이 뚜렷해도 범인이 권력자라면 뇌물을 받고 체포하지 않는다. 검찰은 용의자가 뇌물을 줄 용의가 있는 기업인이라면 분명한 부패 사건이라 해도 수사하지 않는다. 또한 검찰은 수사를 통해 명백한 부패의 증거가 드러난다 해도 뇌물을 제공한 혐의자들을 기소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재벌 회장들이 부패 혐의를 받았지만 실제 재판까지 이어진 일은 드물었다.

설사 유죄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이들은 곧 석방되었다. 그리고 검찰이 유죄 증거를 제시해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많았다.

f) 입법과정의 부패

재벌이 국회의원에게 위장 선거운동 자금을 지급하는 대신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률의 통과를 사주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대한민국 국회가 채택하는 법률은 재계와 기타 이익단체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에 가장 예민한 단체는 대기업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그들에게 불리한 법은 막고, 유리한 법은 조장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특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법률 중에서도 노동 관련 입법과정이 가장 빈번하게 대기업 로비의 타깃이 된다.

그동안 재벌은 입법부에 엄청난 뇌물을 써서 노동친화적 법률의 채택을 막아왔다. 한국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g) 일자리 제공이라는 부정부패

또 다른 유형의 부패는 바로 일자리의 거래이다. 한국의 강원 카지노는 뇌물을 받고 일자리의 80%를 국회의원의 지인 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실력자들에게 불법으로 제공했다.

최순실씨(비리 및 불법 정책개입으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는 거액의 뇌물을 받고 장관, 판사, 기타 고위 공무원 임명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 부패의 진화 단계

한국의 부패는 다음의 단계를 밟으며 진화했다.

경제개발과 정경유착

부패한 집권층 형성

부패한 조직의 네트워크 구성

1단계) 경제개발 및 정계와 재계 간 유착

일본과 한국의 경제기적을 이룬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일본주식회사 그리고 한국주식회사라는 개념이다. 이들 주식회사에서 정부와 기업은 하나의 회사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으로, 이들은 경제 정책과 개발을 위한 동등한 파트너에 가깝다.

이와 같이 긴밀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필연적으로 공업화와 경제개발의 계획 및 이행 과정을 통해 정경유착으로 이어졌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결탁한 이야기는 전설에 가깝다.

정경유착 단계는 한국경제가 비상하던 시기와 맞물렸다 (1960-1970). 역설적으로 한국주식회사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결탁으로 한국은 채 30년도 되지 않아 극빈상태에서 벗어났다.

2단계) 집권층 부패의 형성

경제개발이 박차를 가하고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되면서, 계획의 성공을 위해 관료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경제기획부처는 경제계획 성패의 요체가 되었다. 그 결과, 경제기획부처 구성원과 재무부처 고위공무원, 기타 공무원 등은 위에서 설명한 유착에 관여하였다. 이는 정계-관료-재계의 삼자 유착으로 귀결되었다.

이 삼자 유착이 한강의 기적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러한 유착을 면밀하게 감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유착의 당사자들은 경제개발의 성과를 멋대로 사익을 위해 전용하고자 했다.

이 구성원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친밀한 하나의 계층을 형성함으로써 자신들의 불법적, 비도덕적 활동을 은폐했다. 그리고 이들은 배타적인 집권층이 되었다.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대기업에게 각종 특혜를 배분하는 것도 해당 집권층의 역할 중 하나였다.

정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기업에 공공의 자원을 제공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책 금융이 가장 매력적인 정책이었다. 시장의 금리가 20%를 상회할 때에 정부는 5% 미만의 금리에 거액의 대출을 지원했다.

해당 자금은 공업화와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제공된 정책 금융 중 일부는 공장의 건설과 수출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렇게 빌린 자금을 5%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사채시장에 대출하는 방법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대기업에게는 세금혜택도 주어졌다. 이들은 무료로 산업공단에 입주할 수 있었고, 산업용지로 활용될 예정이었던 토지를 받아 일부를 부동산 투기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 재벌은 온갖 허가와 특혜를 받았으며, 분명치 않은 이유로 엄청난 장려금과 보조금을 챙겼다.

이렇게 집권층을 형성하는 단계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진행되었다. 20여 년 기간 동안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로 활발히 재편성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자유주의는 대기업에게 더 큰 힘을 주는 반면, 정부의 권력은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 기업에게는 이러한 상황에서 뇌물 공여를 통해 유리한 정책을 조작하기가 더 쉬워졌을 것이다.

80-90년대는 한국 산업이 중화학공업으로 변모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대기업은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줄을 손에 넣게 되었다.

3단계) 부패 조직의 네트워크 형성

이렇게 형성된 집권층은 미디어와 학계, 보수 시민단체와 불법 수익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부패의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부패 공동체가 조직적으로 확립되었다.

부패 공동체의 목적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넓혀 반부패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잘 방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는 한편에서는 보수와 진보, 다른 한편에서는 부패세력과 반부패세력라는 이중적 구조로 분열되었다.

이러한 부패 조직의 네트워크는 진보세력이 집권한 2000년대에도 작동되었다. 즉 김대중 전 대통령(1997~2002) 및 노무현 전 대통령(2003~2008))의 기간에도 살아남았다.

물론 해당기간 동안 보수진영의 부패 네트워크는 부패 활동의 속도를 늦추어야 했다. 하지만 조직의 확대와 강화를 위한 예비적 투자는 계속 진행되었다.

이후 2008년에는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3년에는 박근혜가 그 뒤를 이으면서 한국의 우익정당은 9년 간을 집권했다(2008~2017). 이 기간동안, 부패 공동체는 몸집을 키우며 부패 활동을 확대하고 가속화했다.

실제로 상기 9년의 기간 동안 한국의 부패 정도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독재 시절보다 심각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는 25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명박은 15년 형과 함께 추가 범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3. 부패의 이익을 비호하는 전략

부패 조직의 이익을 비호하기 위한 전략은 다음을 포함한다.

첫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집권 당시 보수정권은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자 수십만 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다.

둘째, 언론의 자유는 잔혹한 경찰 또는 뇌물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여기서 정말 슬픈 것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재벌들의 광고수수료 없이 살아남지 못하며, 때문에 광고가 뇌물로 쓰인다는 점이다.

한국의 3대 유력 신문사는 조선, 중앙, 동아(일명 조-중-동)인데, 한국 내 주요 일간지의 전체 판매부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1910~1945)에도 존재했으며, 친일적인 보수 일간지로 일관하여 왔다. 이후 부패 공동체를 비호하기 위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아 왔다.

셋째, 한국의 첩보기관은 진보, 반부패 세력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았다. 이들 시민들은 공권력의 남용과 기타 불법 탄압의 피해자가 되었다.

넷째, 보수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발표한 학자는 해당 연구비를 박탈당했다.

한국에는 “뉴라이트”라는 학술단체가 있는데, 이들은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정당화한다. 일본은 한국인을 위해 한국경제를 개발하고자 헸을 뿐이라는 내용으로 근대사 교과서를 바꾸기도 했다.이들은 세계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25만 명에 달하는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성노예 범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뉴라이트 학자들은 유권자의 보수 정권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우익진영과 함께 진보세력을 “빨갱이”라 비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다섯째, 보수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약 1만 명의 예술가, 가수, 영화배우 및 소설가 등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었다. 영화 “기생충”의 감독인 봉준호 역시 다른 감독들과 함께 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여섯째, 부패 공동체는 대한민국 6ㆍ25 참전 유공자회 및 다양한 노인단체를 포함, 우익성향의 시민단체에 자금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 회원들은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가두시위에 참여한다. 결국 이들의 집회 참여를 위해 최종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최종 당사자는 재벌이다.

마지막으로, 부패 공동체를 확장하고 공고히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정략결혼을 선택한다. 이러한 경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우익 정치인과 재벌가 자제들간의 혼인이다.

 

4. 부패의 부정적 영향

부패로 인한 주요 부정 영향은 경제적 영향과 도덕적 영향을 구분할 수 있다.

a) 경제적 영향

부패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사례처럼 수십 년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적 영향은 미시경제적 영향과 거시경제적 영향으로 나눌 수 있다.

미시경제적 영향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경쟁을 감독하는 조직 및 기구가 부패한 경우, 대기업을 편애하여 시장의 공정한 경쟁 추구를 훼손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뇌물을 받고 파산기업을 구제하는 경우, 파산기업의 수명은 길어지겠지만 그 결과 한국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부패한 정부의 조달 체계는 형편없는 품질의 재화 및 서비스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한국은 킥백(뇌물)을 받으려다 잠수를 할 수 없는 잠수함을 구매한 바 있다.

부패의 거시경제학적 영향은 미시경제학적 영향만큼이나 좋지 않다.

집권층의 수출 중심 정책으로 GDP가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수출만으로는 이들이 내세우는 낙숫물 효과를 만들어내지도,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실업률은 상승하고, 공정하고 공평한 소득의 분배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경우, 전체 기업 수의 99%가 중소기업이다. 그리고 이들이 전체 일자리의 87%를 창출한다. 그럼에도 집권층은 친재벌, 반중소기업 정책을 도입했다.

수출 중심 정책은 수출의 증가에 기여했다. 동시에 이는 재벌의 수익을 확실히 끌어올렸다. 재벌의 수익이 커졌다는 것은 뇌물로 쓸 돈도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친재벌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재벌의 수익을 위해 중소기업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우익정권 시절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훔치도록 용인했으며, 중소기업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제 때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위반했고, 하도급 계약시 일방적으로 하청계약의 가격을 낮추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잘 알려져 있듯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막았으며, 보통의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망가뜨렸다. 최악인 것은 이러한 정책으로 내수산업의 발전이 지연되는 동시에,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b) 도덕적 영향

부패의 도덕적 영향은 경제적 영향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한국의 오랜 속담 중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청와대가 부패의 뿌리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윗물이 흙탕물이기 때문에 아랫물도 엉망이라는 것이다. 부패는 물이 흐르듯 한국 사회 전역으로 퍼졌다.

우익정권 하에서 부패세력은 돈의 축적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인간은 돈의 노예가 되고, 돈은 법은 물론, 유교적 가치, 심지어는 신보다 위에 섰다.

돈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고, 사회계층을 결정한다. 재벌 총수는 왕이요, 그 일가는 왕족이 된다.그리고 왕 중의 왕은 삼성그룹 회장이다. 실제로 우익정권 당시 한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재벌은 전직 장관들을 고용하여, 마치 정부보다 자신들이 더 권위있는 것처럼 으스대며 부와 권력을 뽐냈다. 돈 없는 전직 장관들은 친재벌 정책을 위해 로비하며 배를 불렸다.

돈의 힘은 부와 권력을 가진 자가 가난한 자를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일명 “갑질”을 불러왔다.세계는 2014년 발생한 “땅콩회항”사건을 기억할지 모른다 .당시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는 기내에서 땅콩 봉지를 열지 않고 제공했다는 요상한 이유로 욕설과 함께 기내 직원을 폭행했다.

대형교회 목사들은 매년 수백만 불의 소득을 벌며 왕이 된 듯 돈과 권력을 남용하면서 신도들을 학대하기도 했다. 사실 수많은 목사들이 교회 자금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범죄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뇌물이 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강제로 동원된다. 부패한 보수 지도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위험한 도덕적 영향은 돈의 숭배, 정직과 품위, 진실의 파괴, 상호존중과 사랑의 상실로 요약해 해석할 수 있다.

 

5. 부패에맞선 시민들의 전쟁

만일 한국이 경제 성과로 계속 세계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독재와 부패에 맞서 싸운 한국시민들 덕분이다.

사실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이어진 촛불혁명 이전에도, 수백만 한국인들은 거리로 나가 부패한 대통령들에 용감하게 맞섰다. 1960년 4월에는 이승만에게, 1979년에는 박정희에게, 1980년 봄과 그리고 1987년 6월에는 전두환에 저항했다.

그리고 2016년 말에서 2017년 4월까지 8개월 동안 한국 사회 각계 각층의 연인원 17백만 명이 차가운 거리 위로 나가 외쳤다. “박근혜를 탄핵하라! 부패를 청산하라!”

촛불혁명은 성공적이었고, 부패하고 파괴적이었던 9년간의 보수정권을 끝내고 민주정권을 세웠다.그렇게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었다.

문대통령은 민주진영에서 탄생한 세 번째 대통령이다. 처음은 김대중 대통령이었고 (1998-2002),두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2003-2008).

김대중 대통령은 노동조합 결성을 독려하고, 기존의 노동조합을 회생시키고, 진보 시민운동을 육성하면서 반(反)부패세력을 강화했다. 나아가 재벌에는 내부순환출자 중단과 투명한 회계처리를 요구하며 대규모 개혁을 이끌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 보장과 경찰 및 검찰, 법원, 첩보기관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애썼다. 부패공동체에게 노무현 정부의 조치는 실질적인 도전이었기에 이들은 온갖 거짓 이유를 들이대며 대통령 탄핵을 공모하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결국 탄핵되지 않았고,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그러나 부패공동체가 가장 우려한 것은 공정사회와 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노무현의 정치적, 이념적 유산이었다.

이러한 유산을 말살하기 위해 수구세력은 노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고급 시계를 뇌물로 받아 논두렁에 숨겼다는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는 이명박 우익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노무현의 퇴임 후에도 그의 일가에 대한 공권력, 보수언론, 검찰의 괴롭힘은 지속됐다. 이는 노무현에게 견디기 힘든 부담이었고, 그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한국 우익세력이 얼마나 깊숙이 부패에 관여하고 있는지, 이들이 왜 이런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부패한 부자들에게 매달리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고, 70여 년간 축적된 부패의 문화를 청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지금 부패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정상적이고 건전한 국가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문대통령은 아래와 같은 반(反)부패 조치를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거시적 조치와 미시적 조치로 분류해볼 수 있다.

a) 거시적 반부패 조치

거시적 조치에는 북한과의 평화 프로세스, 소득분배의 개선이 포함된다.

남북한 평화 프로세스는 북한이 더 이상 남한을 위협하지 않는 화해국면을 추구한다.

그동안 우익세력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남북 간의 긴장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치 군사독재가 북한 문제를 처리할 더 좋은 자격이 준 것 마냥 행동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사회경제 정책 중 하나는 바로 공정한 소득 분배를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려 했고(불행히 중단되었다), 국민연금을 확대했으며, 노인을 위한 소득 수당을 제도화했다. 동시에 주당 근로시간을 감축하려 했고(역방향으로 수정되었다), 부동산세제의 개편을 시도하는(시행되지 못했다) 한편, 부유층의 소득상승은 늦추고 빈곤층의 소득상승은 가속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성장의 건전한 근간을 세우는 효과가 있다. 빈곤층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부패와 “갑질”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b) 미시적 반부패 조치

민주정부는 부패와 싸우고자 여러 미시적 조치 또한 시행하고 있다.

우선, 부패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청와대 직원의 영향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는 어떠한 영향력 행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모친은 지난 2년간 가족 외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가족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보수 언론의 가짜 뉴스를 피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문대통령은 권력기관의 기능을 크게 줄였다. 예컨대,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국제 정보의 관리로 국한시켰다. 우익정권 하에서 국정원은 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을 북한 간첩으로 몰아 체포하는 기능을 맡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기무사령부를 폐지했다. 기무사는 본디 군대의 위법행위를 막는 기능을 담당했으나,우익정권을 비판한 자들에 대한 불법감찰에 관계하였다.

세 번째, 부패 공동체가 자행한 것이 분명한 부패 및 범죄 사건을 재수사하는 위원회를 임명했다. 예컨대, 과거 법무부 전직 차관이 여성을 강간한 사건이 있었는데, 뇌물과 우익정권 내 권력자와 유지한 관계 덕분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네 번째, 부패 공동체의 편에 서서 기자노조를 탄압한 일부 언론사의 사장이 교체되었다.

다섯 번째, 유치원 원장이 공적자금을 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치원법을 포함, 다양한 반(反)부패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섯 번째, 우익진영의 부패 공동체에 가담한 전 청와대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다.

일곱 번째, 검찰과의 싸움이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시작한 싸움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검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범죄 및 부패를 수사할 권한을 가진다. 경찰도 물론 수사권을 가지지만, 최종적 판단은 검찰의 몫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독점적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건의 부패 및 권력남용 사건이 고발되었지만, 검찰의 벽을 넘어 법원까지 간 일은 거의 없었다.

요약하면 한국은 사법권을 독점한 부패한 검찰 때문에 부패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

한국에는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권력이 없다. 대통령 조차도 검찰을 어쩌지 못한다. 어찌 보면 검찰이 부패문화의 가장 강력한 방어벽 역할을 잘하여 왔던 수호자인 셈이다.

검찰에 맞서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무원을 감독하는 제도인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켰다. 싸움 하나를 겨우 이겼다. 그러나 부패문화를 완전히 청산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부패의 궁극적인 수호자는 돈이다. 보수세력이 지난 70여 년간 부패로 쌓은 돈은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현금, 부동산, 주식의 형태로 세계 곳곳에 은닉했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가 부패문화를 완전히 부수기까지는 민주정권이 10년 이상, 어쩌면 20년 이상 필요할 지 모른다.

 

교훈

한국사회가 경험한 부패로부터 몇 가지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부패는 진화의 첫 단계, 즉 정계와 재계 양자 간 유착단계에서 반드시 차단시켜야 한다.

둘째, 일단 부패가 집권층을 형성하는 단계에 이르면, 아주 어려운 대응책이 요구된다.

셋째, 부패조직의 네트워크를 청산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현재의 한국이 그런 경우이다.

넷째, 부패의 청산을 위해 정부에만 항상 의존할 수는 없다. 정부 자체가 부패한 일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문재인 민주정권이 부패와의 싸움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패를 청산하는 과정에는 평범한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반드시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조셉 정(Joseph H. Chung)

퀘벡대학교 몬트리올캠퍼스 (UQAM) 경제학 교수이자 동 대학 Centre d’Études sur l’Intégration et la Mondialisation (CEIM) 산하 동아시아연구소(OAE) 부소장.

토, 2020/04/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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