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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 공개, n번방으로 끝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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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 공개, n번방으로 끝나면 안 된다

admin | 화, 2020/04/07- 20:48

성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자

갑자기 '정보 공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더니, n번방을 비롯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가담자 전원에 대해 신상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무려 268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문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나타난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이었다. 동선 공개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에서 각 지자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자체끼리 경쟁적으로 동선 공개에 나섰다. '빠른 공개'에 집착하다보니 방문 장소를 엉뚱하게 공개해 피해를 낳기도 했고, 확진자의 성씨, 나이, 성별, 국적, 종교, 거주지 주소, 직장명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경우도 생겼다. 일부 확진자들은 숙박업소나 노래방에 들렀다는 이유로 사생활에 대한 루머가 퍼져나가기도 했다. "동선 공개가 무서워서 검사를 못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공개를 우려하는 성명을 낸 후에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동선 공개 기준이 마련되었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 청원이 많은 호응을 얻고 널리 공유되면서, 한편으로는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 동의하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신상 공개에 반대한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사건의 끔찍함에 대해 분노하고, 청원에 참여하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이중처벌'이 된다거나 오히려 신상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로 인해 교화가 불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지울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반대하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범죄자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이 쏠리게 되어 있는 언론 환경 상, 신상 공개를 통해 오히려 범죄의 구조적 성격이 사라지고 일부 특수한, '악마적' 개인의 문제로 논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박사' 조주빈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그가 과거의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사건의 본질을 가린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동선 공개'와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정보 공개 제도가 가지는 일반적인 난점들을 보여준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공리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시민 개인들의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다. 공공기관은 행정적 필요로 인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특히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아무리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따라서 정보 공개법에서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못박아 두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과연 그 '개인에 관한 사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개인의 소득과 납세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로 보고 있다. 내가 얼마를 버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를 타인이 속속들이 알 수 있다면 바로 사적인 영역을 침해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마치 사생활 침해로 느껴지는 일이지만, 핀란드인들은 오히려 과세정보 공개가 조세 행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복지국가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결국 어디까지가 개인정보인지, 공개의 대상이 되는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사회적 합의의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공익'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정보 공개법에서는 그것이 개인에 관한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개인이나 법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어서 공개 될 경우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의 필요가 있다면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도 존재한다. 이러한 예외 규정의 존재는 결국 개인에 대한 정보라 할지라도 바로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며,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는 공개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현재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들이 어디인지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나라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명과 제품명뿐 아니라 업체 소재지와 업체의 대표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 행정처분의 내용이 영업 허가 취소나 영업정지가 아니라 시정명령에 그치는 가벼운 경우에도, 대표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끼칠만한 중요한 정보이기에 그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의 작동인 셈이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는 이처럼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구성하기 위한 요구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n번방 가입자'는 6만 명에 달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이 수만 명의 범죄자들이 자신의 익명성에 기대어, 소수의 피해자들을 겁박하고 가해한 사건이다. 소수의 몇몇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한 예외라 말할 수 있겠지만, 수만 명이 한꺼번에 범죄에 가담했다면 사회 전체가 그 범죄와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다. 'n번방 사건'은 추악한 성범죄를 '야동'으로 치부하고, 이를 돈으로 거래하는 재화로 여기며, 피해자의 일탈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가책감을 지워버렸던 한국 사회의 '강간 문화'의 산물이다.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 요구는 범죄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다시는 누군가가 익명 속에 숨어 디지털성범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남성 사회 전체가 은밀하게 공유해왔던 '강간 문화'를 드러내고, 해체해야 한다는 피맺힌 절규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해, 정부는 가담자 전원을 처벌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그동안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사법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음을 사과하고, 가담자 전원을 엄정 조사하여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싸워온 여성 운동계와 시민들의 강한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 모든 판단을 맡겨버려서는 안 된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단순 소지'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 되었다. 특히 판사의 재량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일이 많아,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와 소지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가 뒤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에서 디지털성범죄의 적용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n번방 사건'의 경우, 법무부는 가담자들이 단순한 관전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대한 교사 및 방조자였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과 신상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이 개별 사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성범죄 전체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먹는 것으로 장난쳐서는 안 된다"가 사회적 합의가 되었듯이, "그것은 '야동'이 아니라, 범죄다"가 당연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 이 글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하는 <시민정치시평>에도 실렸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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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회원이자, 부산경실련 활동가로 일한 안일규님이 새해를 맞이하여 지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느끼는 어려움들에 대해 칼럼을 써 보내주셨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주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경험하는 문제들이 항상 궁금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잘 이야기해주셨네요. 글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항상 회원 여러분들의 글을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려워 말고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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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의 어려움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팀장(정보공개센터 회원)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급증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152,977건에 비해 20196,000(예상치)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16개 구·군을 합치면 201524,161건에서 2019(10월까지) 34,180건으로 40% 이상 늘어났다. 알권리 확대에 긍정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적극 활용해야 할 지역의 시민사회 등은 정보공개청구에 적극적이지 않다. 수치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오거돈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보공개청구 대신 다른 통로를 이용하거나 견제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를 외면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시민들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공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를 하거나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도 아니다. 알권리를 넘어 공유의 가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유보다는 정보의 사유화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낳고 있다. 필자는 매년 200건 이상(다중청구 포함)의 정보공개청구를 해왔지만 이 어려움에 항상 고민하고 있다. 정보의 제공권한은 피청구기관에 있어 청구자는 각종 회유나 압력행사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칼럼을 보내주신 안일규 회원님이 정보공개 청구 취하 요구를 받은 내용에 대해 부산MBC와 인터뷰하는 내용



필자는 <부산일보>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 관련 보도와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기획재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이 사실이 부산시 정무라인에서 인지하게 된 일이 있다. 부산시 정무라인에서는 필자에게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부산항만공사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 지원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보공개청구 취하를 요구한 바 있다.

대다수 일반 시민이라면 이 취하 요구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압력이지만 퇴직을 결정한 터여서 이겨낼 수 있었다. 정보공개청구 자료가 나오면 언론과 협업해서 후속 보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가 어렵지 않으려면 알권리를 확대하는 정책과 투명한 정보공개, 공개된 정보의 공적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불성실하게 정보를 공개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도 피청구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점은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예민한 사안으로 갈수록 피청구기관의 각종 압력을 수반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여전히 유효한 운동이며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운동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20년을 정보공개법 강화를 위한 입법활동 원년의 해로 삼고, 지방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청구를 좀 더 활성화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독려를 했으면 한다.

금, 2020/01/1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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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LH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근 민변과 참여연대의 발표로 밝혀진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솔직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민변, 참여연대의 활동가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였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LH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분석 작업에 참여한 민변 서성민 변호사는 “제보받은 지역의 토지 중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거래된 토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몇 필지를 선정하여 토지대장 및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해당 토지의 소유자로 표시된 명의자들을 LH 직원 조회를 통해 매칭한 결과” 투기 의혹 직원들을 밝혀냈다고 했는데요, 말은 간단하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속칭 '노가다'가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주소를 중심으로 검색하게 되어있습니다.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아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온라인으로 발급 신청을 할 때 '주소'를 중심으로 검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법인의 경우에만 상호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어느 지역에 특성 개인의 대규모 부동산 투기가 의심된다면, 그 지역의 부동산 주소를 하나하나 넣어서 등기상 소유주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분석 작업을 할 때도 전수조사를 하지 못하고, 무작위로 필지를 선정해 내용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그야말로 눈알이 빠지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개인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해서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한번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규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동명이인이 있기에 검증 작업이 더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주소를 기준으로 하나하나 대장을 열람하는 방법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겠지요.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한다면, 누가 어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나 살펴볼 수 있으니 개인정보 침해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 사람이 소유한 부동산 정보를 한번에 찾아볼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된 곳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의 자산정보 등기시스템 ACRIS가 대표적인데요, 주소로 검색하여 등기를 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름 검색도 가능합니다.

 

 

미국 뉴욕주의 자산정보 등기시스템 ACRIS

 

이런 시스템 덕분에 과거 한국 언론사가 국내 재벌들의 미국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밝혀낸 적도 있습니다. 2014년, KBS 탐사보도팀이 '회장님의 미국 땅'이라는 제목으로 재벌 회장들의 미신고 해외 부동산 투기 내역을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때 분석 작업에 활용한 시스템이 바로 ACRIS였습니다. 

 

시스템에서 이름만 넣으면 토기 소유 내역과 거래 내역이 한번에 뜨니, 수상한 거래가 있다면 누구나 감시할 수 있는 셈이죠.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맨해튼에서 트럼프가 거래한 부동산 내역과 은행 대출 서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ACRIS에서 TRUMP로 검색하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나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하게도 개인의 재산이나 자산과 관련한 정보는 프라이버시라는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납부하는지, 부동산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지 잘 공개하지 않는 관행이 있죠. 예를 들어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전 국민의 납세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세기본법에서 이러한 정보를 비밀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가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경우엔 이런 정보도 널리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북유럽의 납세 정보 공개는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탈세를 막는 것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임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독일의 임금공개법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구요. 

 

 

만약 부동산 등기를 소유자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다면, 이번 LH 사건과 같은 공직자의 투기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지와 같은 부동산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에 대한 검색과 공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토, 2021/03/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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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책임진다며 공소장 비공개를 지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한겨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청와대 수석과 울산시장, 울산경찰청장 등 전현직 주요 공직자들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데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해 논란입니다. 특히 법무부 내부에서는 전례가 없어 공개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추 장관에게 제출되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국회에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것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더욱 큽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추 장관은 2월 5일 공소장의 국회 제출되고 그로 인해 전문이 공개를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추 장관의 발언은 법무장관인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명시하는 국회법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담고 있는 정보공개법 마저 '잘못된 관행'으로 싸잡아 버리고 있는 것 같아 눈 앞이 아찔합니다. 

해당 공소장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전현직 공직자들의 선거개입과 하명수사 등 혐의 사실을 적시하고 이를 재판에 넘기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 공소장은 기능상 재판을 시작하기 위한 기소권자의 법원제출서식이기도 하지만 알 권리를 가진 시민과 국회의 입장에서 공소장은 검찰의 기소 행위에 대한 설명책임을 담지하는 공공정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고 제출된 공소장들 중, 전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언론을 통해 선별적으로 공소장이 공개되어 왔던 것은 참여정부가 소위 '묻지마 기소'인 검찰의 기소기밀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던 사법개혁의 성과이자 유산이었습니다. 또 이 제도가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도 이견이 없었이 유지되었던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암묵적인 이해와 합의. 즉 사회적 상식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공소장 공개를 통해 검찰의 기소 타당성 여부가 국회와 시민들에게 비판이 제기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중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지난해 말 공개된 A4용지 2장짜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일 것입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이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의 불신과 혼란만 더 가중시킬 뿐입니다. 이미 비공개 결정을 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비공개 하는 것 아니냐’ ‘공소장 공개가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봐 비공개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비공개의 실익이 있느냐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미 일부 언론사에서 해당 공소장을 입수해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고, 사건관련자의 성명 역시 이미 공개되어있는 내용입니다. 

결국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은 청와대의 주요 인사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주의의 근간과 관련한 중차대한 사건이자 공직자의 권력형 범죄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 없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에는 제출해야 하는 사안으로 법무부의 비공개는 해당 법 위반의 소지도 있습니다. 추 장관의 말마따나 국회에 제출하면 언론에 노출된다는 관행 때문에 공개 할 수 없다면 그 관행을 개선해야 할 것이지, 관행을 개인적으로 평가해 그를 근거로 비공개하는 것은 독단이자 아집입니다. 부디 공소장 비공개 사건이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첫 부작용 사례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추 장관은 공소장 비공개를 지시하며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의 무리한 비공개로 인한 결과는 사건과 관련한 의혹의 가중과, 알권리 침해입니다. 알권리 침해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알권리 침해를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공개 뿐입니다. 추 장관은 여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지금이라도 국회에 공소장을 다시 제출하고 향후에도 장관의 독단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하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목, 2020/02/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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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모든 일을 기록해 근거를 남기고, 그 근거에 따라 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문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부서와 일을 하거나 다른 기관과 일을 할 때 공무원은 공문을 주고 받습니다. 심지어 민간기관이나 시민들과 일을 할 때에도 공무원은 일단 공문을 보냅니다. 공공기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일단은 공문 목록을 보면 된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어떨까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감시하고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기록으로 알 수 있을까요? 

국회도 당연히 기록을 만듭니다. 어떤 문서를 생산하고 접수받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열린국회정보>에서는 국회의 생산 및 접수 공문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개하는 것은 국회사무처(각 상임위 포함),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 국회 소속기관에 대한 기록 뿐입니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자임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기록을 만들었는지, 누구와 공문을 주고 받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실이 어떤 문서들을 남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에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의 업무지원을 맡아 하는 국회사무처는 해당 정보가 없다며 정보부존재 답변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 정보부존재 통지서

* 청구내용 : 20대 국회 국회의원실에서 사용한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
- 의원실명, 등록번호, 등록일자, 단위업무명, 문서제목, 담당자, 접수등록구분, 보존기간, 공개구분, 수발신자, 문서유형 등 전자문서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항목별로 공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 답변내용 : 귀하께서 청구하신 정보는 국회사무처에서는 생산ᆞ접수하지 않는 정보이므로 「국회정보공개규정」제6조의3제1항제1호(공개 청구된 정보가 소속기관이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인 경우 정보부존재 처리)에 따라 정보부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정보 부존재>는 참 이상한 답변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사무처의 정보가 없다는 답은 어떤 의미로든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우리는 왜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록이 없어서입니다. 아니 엄밀하게는 기록이 관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의원실에서 생산하는 문서들은 기록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법 격인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라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300개 국회의원실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록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기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19대 국회 기간(2012~2016) 동안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에 등록된 문서 중 국회사무처의 기록은 39만4374건에 달하는 반면 국회의원실 기록은 8777건에 불과합니다. 의원실 당 연평균 7건 꼴입니다. 지금은 나아졌을까 싶지만 앞서 봤다시피 아예 정보가 없다고 하니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실이 하는 일은 많은 데 비해 인원이 많지 않아 그때 그때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록관리의 부재는 곧바로 기록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초라한 국회의원 기록이 이를 증명합니다.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국회에 남기기도 하는데요. 국회기록보존소가 수집해 관리하고 있는 전현직국회의원이 남기고 간 의정활동기록물은 2021년 기준 23,393점에 불과합니다. 제헌의회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5천명도 넘었다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양입니다. 
의정활동기록을 국회에 기증해달라는 요청에 국회의원실은 오히려 당당하게 되묻습니다.
“의정보고서 제출하면 됐지, 내부 업무 기록을 왜 남겨야 하나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 수집 및 관리현황 ⓒ 국회기록보존소

누구는 국회의원의 일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도 많아 기록으로 남기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민감함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을 대통령도 퇴임할 때는 기록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14명이 남긴 기록은 3100만여건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기록물법위반)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 의무감과 책임감을 기록을 충실히 남겼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남기고 간 기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김대중 대통령 부터 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혼자 남긴 기록의 양이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왜였을까요? 법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의정부는 법적으로 공공기록물의 관리를 의무화하기 위해 <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든 공공기록은 마음대로 가져가서도, 마음대로 폐기해서도 안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대통령도 여기에 적용된 거죠. 
그 이후인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기록을 더 잘 남기기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퇴임했습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도의 힘 입니다. 
국회의원은 쏙 빠져있는 국회기록물관리규칙과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고 싶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볼 수 있고, 회의에서 발언한 것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의정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안은 만들기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 발언과 질의를 하기까지 무슨 과정을 거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니 알아야겠습니다. 그것은 권한을 위임해 준 시민의 권리입니다.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기록은 책임의 근거이자 투명성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은 책임을 설명한 기록도 투명성을 드러낼 기록도 없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봐도 정보가 없다는 답변 뿐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기록이, 기록을 남기게 할 국회의원 기록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https://cfoi.campaignus.me/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이 '의무'적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바꾸기 위한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국회의원들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 서명으로 동참해주세요! (⬆⬆⬆⬆⬆⬆⬆위 이미지를 클릭)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목, 2021/05/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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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2021년 6월 23일부터 정보공개 제도에는 주요한 변화가 하나 생겼다. 그동안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제출해야 했던 청구인의 주민번호를 더 이상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는, 주민번호가 아닌 생년월일 정보를 기입하면 된다.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의무적으로 주민번호를 쓰라는 것은 개인들의 민감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일뿐더러,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를 키운다는 점을 지적해왔기에, 이번 개정은 매우 소중하고 반가운 변화다(이미 2015년 개인정보위원회에서 이 같은 주민번호 수집이 불필요한 절차임을 의결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개정이 이뤄진 것은 안타까운 속도긴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기대되는 마음으로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청구를 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행정의 변화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법에서 생년월일만 기입하면 된다고 했던 것과 달리 청구를 하려면 생년월일 이외에 주민번호 뒷자리의 첫 숫자, 즉 성별 정보까지 기입해야 했고, 이에 더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라는 문구가 튀어나와 청구서 접수를 가로막았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고 회원가입을 하다 보면 본인인증을 하라는 요구가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 절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 좀 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본인 인증 자료화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본인인증

지난해 1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민이 '공공도서관에서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나 아이핀이 없는 사람들도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을 국민청원사이트에 올렸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면 '본인인증'을 통해 먼저 회원가입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복잡할 절차를 통과하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는 어린이, 빈곤으로 휴대폰이 정지된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기가 너무나 힘든 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청원인은 ‘모든 사람에게 누구나의 책을’ 이 도서관학 다섯 법칙 중의 하나이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본인 명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에게, 어린아이에게, 장애인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장벽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그 시스템이 어찌 공공성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인증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된 자리에 대체적인 수단으로 손쉽게 도입된다. 그러나 본인인증이라는 절차는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와 목적을 포기할 만큼 험난한 장벽이다. 이는 이미 현존하는 차별이며, 때문에 본인인증을 도입할 때에는 그것이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최소한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경우라면 배제된 사람들에게 접근권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본인인증은 정말 꼭 필요한 걸까?

다른 나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유독 '자격'에 집착하는 한국?

행안부는 '청구권자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인증 절차를 두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리가 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현행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국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국내에 사무소를 둔 법인/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청구인이 혹시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모두가 본인인증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관행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할 뿐 아니라, 청구인들에게 신원 추적에 대한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앞서 보았듯 어떤 사람들은 인증의 장벽을 넘지 못해 직접 공공기관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청구권자의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본다면, 득에 비해 실이 너무나 크다.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던 공공도서관의 본인인증 완화 요청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사실 정보공개 청구는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공개해달라는 요청이기 때문에, 누가 그 요청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축적된 많은 판례와 운영지침에서도 청구인이 누구인지나, 청구 목적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청구 내용을 보고, 요청한 정보가 혹시라도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본인에게만 공개해야 할 정보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에 한 해 자료를 공개하는 시점에서 본인인증 절차를 활용하면 될 일이고, 정보공개포털은 이미 그렇게 운영되어왔다.

게다가 공익적으로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정보라면 그것이 외신 기자든, 한국 시민이든 누구의 요청이든 상관없이 공개되어 널리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정보공개 제도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적이나 나이 등 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언어나 문화의 장벽으로 외국인의 청구는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말이다. 많은 이웃 나라들과 달리 유독 요청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나아가 주민번호를 바탕으로 손쉽게 그 자격을 검증하려는 관행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의 영역에서 불필요한 본인인증으로 불합리하게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 정보공개센터가 매 달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월, 2021/07/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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