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예산을 심의·확정합니다. 행정부의 예산안을 꼼꼼하게 평가하여 적정한 재정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심의 확정되어야 하는 과정을 회피하는 꼼수가 바로 쪽지예산입니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회의 중 쪽지로 부탁한데서 나온 말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예산 심의와 배정의 전형으로 민주성과 투명성을 저해합니다.
쪽지예산을 많이 받아오는 국회의원이 오히려 능력이 있는 국회의원으로 지역구에서 인식되기도 했었습니다만, 이는 결국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 권한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올해의 512조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안에도 어김없이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쪽지예산이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467억원까지 나타났습니다. 이해찬(세종) 더불어민주당 대표 5억1천만원, 윤호중(경기구리) 의원 466억8천만원 등 여당의원부터,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62억원과 김관영(전북군산) 13억원, 조배숙(전북익산을) 의원 10억원 등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교섭단체 구성 정당의 간사들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조정소위원회내에 ‘소소위’ 등이 구성되어 ‘쪽지예산’ 등의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소소위 협의는 중단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를 통해 수정안이 마련되면서, 과거 쪽지예산의 기회를 갖지 못하던 소수정당들도 일종의 혜택을 보았습니다. 동아일보 기사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212/98766319/1
구체적인 내용도 여전히 관광지 조성, 건물 외관 꾸미기 공사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에 혈세가 투입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쪽지예산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지역구에 재정사업이 꼭 필요하다면, 정부나 지자체는 알맞은 예산을 올리고 해당 국회의원은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예산을 심의 확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쪽지예산이 매년 예산안 심의 확정 때마다 반복되어선 안됩니다. 이에 2019년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원회가 ‘쪽지예산’방지법 제정을 국회에 권고했지만 여야 의원들의 눈치만 보며 진전이 없었고, 최근 3월에서야 문희상 국회의장은 쪽지예산 근절 등의 제도 개선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 국회혁신패키지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국회는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한 꼼수 예산 심의 확정을 중단해야 합니다. 예산안 의 확정이 더 민주적이고 투명성이 강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구 쪽지예산으로 늘어난 재정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쪽지예산 꼼수를 부렸던 국회의원들을 기억하여 21대 총선에서는 꼭 심판해야 합니다.
로이터, 한국 3월 수출 상승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화상회의 수요 증가 덕분 – 미국과 중국의 재택근무 증가로 반도체 수출 견인 –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 각각 27.2%, 13.5% 급증 – 한국 최대 교역국 對중국 수출 전년 대비 4.9% 상승 로이터 통신이 지난 23일 South Korea’s March exports rise as virus drives teleconference demand(한국의 3월 수출 ...
<더불어민주당> 개혁성과 적실성 낮고, 주요 농정 이슈에 대한 개혁의지 상실, 현 정부의 농정 답습 수준
<미래통합당> 구체성과 적실성에 한계, 농업 농촌문제 인식과 해결 의지 있지만 개혁성 부족
<정의당> 개혁성·구체성·적실성 높고, 현장의 목소리 다수 담은 공약으로 평가
<민중당> 개혁성·구체성 높고, 농업 농촌 현실을 잘 반영한 공약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는 21대 총선을 맞아 농정 공약을 발표한 주요 4개 정당의 공약을 평가하였다. 평가 대상 4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민중당이다. 국민의당은 총선 농정공약 부분을 따로 발표하지 않고 과거 안철수 대표의 대선 농정 공약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달라고 한 점, 그리고 민생당은 농정 공약 평가 당시까지 발표된 농정 공약이 없었기에 제외되었다.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농정 공약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한다는 정의당과 민중당의 농정 공약은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이 많지만, 교섭단체 구성이나 다수 의원의 원내진입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어 적극적인 추진과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농업은 ‘농자천하지대본’으로 함축되는 중요성이 경시되고 농업인력의 감소 등 국가적 국민적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농업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국토의 환경보전 등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여 건강한 먹거리 확보, 식량안보, 쾌적한 농촌환경,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생태계 보전 등의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는 공약평가 기준으로 6대 주요 과제를 선정하여 이를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1. 총평
○ 정당의 공약이 잘 이행된다는 가정하에, 다음의 6가지는 실행될 것으로 생각됨. ①채소가격 안정을 위한 계약생산물량 증가, ②청년농・후계농・여성농민 육성대책, ③경종・축산 순환농업(자원순환형 농업), ④농업통계부분 재정립, ⑤농업재해보험 개선, ⑥농어촌 의료 및 교통 개선 등임. 세부 영역에 대한 정당 간 차별성이 엿보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농업 전반에 대한 비전 부분은 약해 보이며 국내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계획이나 단계적 발전 전략에 대한 고민이 아쉽다고 평가됨.
○ 이번 총선공약에서 각 정당의 공약에서 공통된 점을 발견할 수 있음. 바로 농산물가격에 대한 공약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것임. 더불어민주당은 ‘농산물 수급과 가격안정대책’ 추진, 미래통합당은 ‘농산물 가격하락에서 국가 책임 강화’, 정의당은 ‘생산과 판매 걱정 없이 소득 안정’, 민중당은 ‘농산물 공정가격 실현’이라는 공약임. 이전까지 농산물가격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던 여당과 제1야당이 농산물가격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지며 총선 이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함. 미래통합당의 ‘농어업인 연금제’, 정의당의 ‘농민기본소득’, 민중당의 ‘농민수당법’은 명칭은 다르게 제시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농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농민수당이 그 뿌리가 되고 있음.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만이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태도임.
○ 농정 공약의 개혁성과 적실성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보수적이며, 정의당과 민중당이 가장 진보적임. 즉 정의당과 민중당의 공약이 현재의 농업 농촌 현실을 잘 반영한 것으로 판단됨.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20대 총선보다 더 보수적이며 7개 분야 38개 공약 등 다양하지만 혁신성이 많이 떨어짐. 특히 관측본부의 독립기관화는 통계 또는 관측업무의 발전과 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됨. 미래통합당은 공약이 부족하고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편임. 청년농 육성에 비중이 크게 나타나고 있음. 정의당과 민중당의 공약은 매우 혁신적이고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음.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타 정당의 설득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임.
○ 전반적으로 정의당과 민중당이 농업인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고 현실을 반영한 정책공약을 선보였다고 평가함. 정의당은 농지문제, 농민기본소득 등 주요 의제에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에 비해 구체적이고 적실성 높은 정책 제시. 다만 품목별 가격변동직불제 실시 등 일부 공약의 경우 실현 가능성, 실천방안, 예산확보 등 적실성 부분의 검토 필요. 정의당의 경우 농지정의 실현과 직불제, 농민수당, 청년 후계농 이외에도 외국인 노동자 처우나 토종종자 관련 사업 등 기타 사업에 대한 고민이 엿보임. 민중당 역시 주요 의제에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에 비해 구체적이고 적실성 높은 정책 제시. 민중당의 경우, 농지정의 실현, 농민수당, 청년 후계농, 여성농 지원 등 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며 사업 제안 역시 매우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 농업노동권 보장, 농업포기 통상정책 폐기, 통일농업 등의 공약은 정의당에 비해 개혁성이 높음. 다만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쌀 의무수입중단 등 공약의 경우 개혁의 상징성은 있으나 현실화를 위한 정교한 대안 제시가 필요함.
○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기존 정책과 사업을 답습하거나 20대 총선에서 약속했던 사항을 다시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함.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계획해 둔 정책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해당 부처의 업무계획과 유사. 여당에 걸맞는 새로운 정책 대안을 위한 고민이 없음. 농업 농촌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음.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농업 농촌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 대한 의지가 높지만, 구체성과 적실성에 한계를 보임. 특히 한국농업·농촌의 구조적이고 중대한 이슈인 농지정의, 직불제, 농민수당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약이 없거나 개혁적이지 않고, 부정적 또는 소극적 태도를 보임, 미래통합당의 경우 농산물가격과 청년 후계농, 연금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제안이 이루어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생희망본부는 오늘(4/09) 21대 총선을 앞두고 5개 정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국민의당·민생당)이 발표한 △재벌개혁, 공정경제, 금융 △중소상인 △주거부동산 △등록금·통신비 분야 공약을 분석한 <21대 총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민생경제 분야 공약 평가> 이슈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반적으로 후퇴”
미래통합당 “후퇴를 넘어 역행”
정의당 “우수하나 이행노력 중요”
국민의당 “20대 공약은 다 어디로”
민생당 “개혁과 반개혁의 어색한 동행”
[재벌개혁, 금융, 가계부채 분야]
-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대-중소기업간 양극화와 각 노동자간 임금격차 심화,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를 위한 불법편법 행위,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과 관련된 규제완화 시도, 가계부채 심화와 금융소비자 피해 양산 등으로 인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여야가 앞다투어 '경제민주화'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던 2012년 대선 이후 여야 정당을 막론하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목소리는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재벌개혁, 금융, 가계부채 분야의 공약은 대거 후퇴하거나 축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야당 시절인 20대 총선에서 제시한 공약과 대동소이하나 20대 국회에서 인터넷은행특례법을 추진하거나 상법 개정에 대해 적극 나서지 않는 등 21대 공약을 실제로 어느 정도 추진할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20대 총선 공약에서 그나마 제시했던 내용도 모두 삭제하고 오히려 재벌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규제를 완화해주는 반개혁적인 공약들을 내놓았습니다. 정의당은 가장 개혁적이고 구체적인 공약들을 제시했으나 21대 국회에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국민의당과 민생당은 20대 총선에서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당의 일감몰아주기 공약 등을 아예 삭제하였고, 나아가 민생당은 혁신을 빌미로 금산분리와 재벌지배구조 규제를 완화하는 반개혁적인 공약을 제시합니다.
[공정경제와 하도급·중소상공인 분야]
- 적합업종특별법, 가맹대리점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20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입법적인 성과가 있었던 분야가 바로 '공정경제와 중소상공인 분야'입니다. 다만 20대 국회에서도 공정위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중소상공인단체의 협의요청권 등 보다 근본적인 법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 21대 총선공약에도 이러한 내용들이 많이 제시되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경우 특히 하도급 공정화 분야에서 구체적이고도 개혁적인 공약들이 많이 제시되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구조개혁보다는 현실가능한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개혁성이 다소 후퇴하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에도 다른 분야에 비해 그나마 많은 공약을 제시하긴 했지만 대체로 구체성이 떨어지고 방향성만을 제시하는데 그쳤습니다. 국민의당과 민생당은 공약이 종합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코로나19 대책과 같은 단편적인 공약을 중심으로 제시되는 한계를 보입니다.
[주거 부동산 분야]
- 계속되는 집값 폭등, 자산양극화로 인해 '부동산 불평등'과 '주거 불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세 인상 등을 통한 부동산 공평과세, 적극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과 저렴한 분양주택 공급, 세입자 보호 정책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이번 21대 총선 공약을 보면 5개 정당이 전체적으로 주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공약보다는 청년, 신혼부부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음.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청년, 신혼부부 대책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내용을 제외하면 주거 정책이 전무할 정도로 크게 후퇴합니다. 미래통합당은 아예 주택을 취득하려 하거나 이미 주택을 소유한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 세금 인하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어 매우 반개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음. 정의당의 경우 종부세부터 세입자대책, 분양정책까지 가장 폭넚은 공약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국민의당은 청년 신혼부부만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을 뿐 보편적인 주거안정에 대한 공약이 없고, 민생당은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토지임대부 공공분양주택과 같은 개혁적인 공약과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는 공약들이 혼재되어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대학교육, 가계통신비 등 민생경제 분야]
-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으로 고등교육비 부담이 일부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연 1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 및 학부모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선택약정할인 25%로 확대 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지만 고가의 5G 서비스와 단말기 출시 등으로 가계통신비 지출이 점차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공약했던 소득연계형 등록금 도입을 다시 한번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도입하겠다는 단계적 개선안을 제시합니다. 미래통합당은 지속적으로 고등교육비 관련 공약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국민의당도 지난 20대 총선에 비하면 대거 후퇴함. 정의당은 국공립대부터 단계적 무상교육, 민생당도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보완되어야 합니다.
- 가계통신비 공약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은 기본료 폐지, 분리공시제 등 기존의 공약을 대거 제외하고 이미 각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공공WIFI 확대 정책만 제시하여 일관성과 책임성 면에서 크게 후퇴했고, 미래통합당과 민생당은 인가제 폐지와 같은 규제완화 정책만 내놓는데 그쳐 가계통신비 완화에 대한 정책이 부족합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3월 23일 현재 16개 주, 9개 현(county), 3개 도시의 1억 5천 8백만 명의 미국인이 이른바 자택격리 명령(shelter-in-place order)이 내려졌다. 이것은 긴급한 상황 이외의 모든 출입을 금지하며 집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일종의 이동제한 명령(stay-at-home order)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대번에 다음 질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찌하나? 이번 회에선 신종코로나 발 세계 경제의 대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이들 취약계층이 어떠한 곤경 속에 처해있는지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런 서민들의 고통과는 아랑곳없이, 악재조차 호재로 혹은 호기로 삼아 승승장구하는 제국들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억만장자들에게 신종코로나는 남의 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온 버니 샌더스는 “억만장자들에게 코로나 창궐, 이런 것은 그저 남의 일이다. 결국 코로나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서민들이다”라고 조 바이든과의 경선 토론장에서 이야기했다.(“Bernie Sanders: ‘If you’re a multimillionaire … you’re going to get through’ the coronavirus pandemic,” CNBC, March 16, 2020). 가장 비싼 의료보험 있고, 가지고 싶은 것 다 가진 대부호들이야 설사 신종코로나가 걸린다 한들 그게 문제나 되겠느냐면서. 문제는 국민 중 겨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이 태반인데 이런 이들에게 코로나는 정말로 재앙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샌더스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극심한 불평등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의 코로나의 창궐이 곧 서민들 삶 자체의 궤멸을 의미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진 캘리포니아 지역 사정을 알리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1면 가판대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자택격리 명령의 허구 : 그럼 집 없는 사람은?
코로나 창궐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숙자에게 내려진 명령은 “텐트서 꼼작 마!”이다. 여태껏 쏟아져 나오는 노숙자 퇴치를 위해 보통 낮에는 경찰과 노숙자들이 쫓고 쫓는 상황이 연출됐었다. 그러나 코로나 창궐이 염려되자 대부분의 지역에서 내려진 조치는 “노숙자는 텐트에서 머물라”이다.(“To combat virus, L.A. will let homeless encampments stay up throughout the day,” Los Angeles Times, March 17, 2020). 얼마나 웃기는가? 텐트가 자택인가? 언제는 텐트는 집이 아니라며 죽어라 쫓아내려 하더니만 이제는 텐트가 집이니 그냥 가만히 죽치고 거기만 있으란다. 이게 무슨 대책인가?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노숙자들이 코로나로부터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인식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이 감염원의 인자로 간주해 텐트서 처박혀 나오지 말라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방기(放棄)를 넘어 인권침해다. 게다가 자택격리 명령으로 주요 다중시설 이를테면 공공도서관, 빌딩 등이 폐쇄되었다. 그나마 그곳은 노숙자들이 손과 얼굴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런 곳들마저 폐쇄된 마당에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이것뿐이리라. “(코로나?) 걸리면 죽는 거지 뭐.(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If I get it, I die’: homeless residents say inhumane shelter conditions will spread coronavirus,” The Guardian, March 19, 2020. ; “For the homeless, coronavirus is a new menace in a perilous life,” Washington Post, March 21, 2020). 현재 미국엔 약 50만 명의 노숙자들이 있으며, 그들 중 약 65%가 노숙자 대피소에서 밤이슬을 피하고 있으나 약 20만 명의 나머지 노숙자들은 길거리에서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풍찬노숙을 하고 있다.(“‘Wash your hands’ is tough advice for Americans without soap or water,” The Guardian, March 23, 2020).
샌프란시스코 노숙자에게 꽃을 건네는 시민 <출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종코로나 염려는 차라리 호사
그렇다. 이런 그들에겐 건강염려는 호사(豪奢)일 런지도 모른다. 정녕 그들에겐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놓여 있으니 말이다. 당장 먹고 살 문제. 그것에 비하면 잠복기가 2주나 걸리는 코로나 같은 것은 그들에겐 문제 축에도 들지 않으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노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민들도 지금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왜냐면 코로나로 일들이 끊겨서.
현재 미국의 학교도 우리처럼 폐쇄했다. 그러나 학교가 아니면 삶을 이어나가기 힘든 이들이 있어 점심시간에만 잠시 여는 학교가 미국에 많다. 아이들의 돌봄이 필요해서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스주 브렌햄(Brenham)의 6명의 자녀를 둔 부부 이야기를 소개했다. 엄마는 33세의 상이용사, 남편은 목수. 그러나 코로나 창궐로 남편의 일거리는 없어지고 6명의 자녀를 도저히 먹일 방법이 없어 한 끼의 식사는 무료급식으로 때운다. 학교는 코로나로 폐쇄됐으나 무료급식이 필요한 아동들이 많아 점심 무료급식을 학교 운동장에서 드라이브스루(차에서 내리지 않게 하고 음식을 주는 방법)로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엄마는 아이들 먹이느라 식사는 굶기 일쑤. 만일 학교의 무료급식이 없었다면 “스트레스로 멘탈이 완전히 붕괴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굶주림은 외려 문제가 아니란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딱한 사정은 단지 이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폐쇄 중에도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텍사스를 비롯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리곤 등 여러 주에서 시행 중이다. 또 점심 한 끼뿐만 아니라 다음 날 아침 두 끼까지 가져가는 아동들이 계속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학군에서는 거의 1만 1천 명의 학생들이 두 끼의 식사를 무료로 가져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하루 동안 아이들이 먹는 식사의 전부다. 미시간대학의 사회사업학과 쉐퍼(H. Luke Saefer)교수는 “[코로나사태처럼] 일이 잘못됐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이 바로 서민들이며 또한 회복되는 데에도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층이 바로 그들이다.”라고 말했다.(“Coronavirus and Poverty: A Mother Skips Meals So Her Children Can Eat,” New York Times, March 20, 2020).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다음 달 임대료
그런데 먹을거리 걱정이 저런 식으로라도 해결이 된다면 서민들에게 그다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임대료다. 위에서 소개한 6명의 자녀를 둔 여성도 가장 큰 걱정거리가 매달 어김없이 돌아오는 1,000달러(약 120만 원)의 임대료라 말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그렇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시점(2020년 3월)에서 대다수 미국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임박한 다음 달(4월) 임대료라고 보도했다.(“Many Americans’s Biggest Worry Right Now is April 1 Rent and Mortgage Payments,” 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물론 임차인이 아니고 집을 소유한 서민들이라 해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대부분의 집값을 은행에서 대여해서 집을 소유한 것이라 매달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지금 일거리가 갑자기 뚝 끊겨 소득이 없으니 그렇다. 소득이 끊겨도 단 한 달 만이라도 버틸 여유 자금이 미국인들 대다수가 없다.
3월 현재 많은 미국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다음 달(4월) 임대료와 주택할부금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 정부가 주는 1200달러짜리 수표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그것은 임대료를 충당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설사 그렇다 해도 그들이 돈을 지불하기 전에는 도착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부연설명이 달려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 경제는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그 와중 빠르게 급증하는 실업률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경제가 지금 전인미답의 영역(uncharted waters)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Coronavirus Recession Looms, Its Course ‘Unrecognizable’,” New York Time s, March 21, 2020). 즉 과거 전례가 없던 대혼란 속으로 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올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30.1%가 될 것으로, 그리고 불라드(James Bullard) 연준 세인트 루이스 은행장은 50% 하강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Morgan Stanley, Goldman See Virus Causing Greater Economic Pain,” Bloomberg, March 23, 2020). 옥스퍼드 경제연구소(Oxford Economics)의 미국경제팀장인 다코(Greg Daco)는 “이것이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왜냐면 이런 급작스러운 경기 하강은 선진국에선 유례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심지어 10년 전의 금융위기와 1920년대 대공황 때조차도 사람들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마라거나 여러 사람과 모이지 말라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것은 사람들이 만나 교류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이를 ‘전시적 곤경’(wartime privation)이라 말한다.(New York Times, March 21, 2020).
이번이 ‘전시적 곤경’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그 직접적 타격을 서민들이 최초로 입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2008년 금융위기가 월가에서 시작되어 서민들에게 미치기까지는 그래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직장에서의 해고는 월가의 은행들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나머지 직종의 해고와 실물경제 하강은 그것과는 시차가 조금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코로나는 그 경우가 완전히 딴 판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니 영세자영업자들이 먼저 그 타격을 고스란히 맞는다. 식당, 이발소, 선술집 등의 업종이 줄줄이 타격이다. 이를 두고 매씨(Gabriel Mathy) 아메리칸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침체는 아마도 서비스 부분에서 시작된 세계에서 유례없는 최초의 경기침체다”라고 지적한다. 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현금보유도 얼마 없고 신용도 제한적이다. 다른 큰 회사들처럼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다. 따라서 손님이 끊기면 바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며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폐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거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벌써 이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었다.(New York Times, March 21, 2020).
3월 19일 미 노동부는 실업수당 신청자가 28만 1천 명으로 전주와 비교해 3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Unemployment Spikes 33% Amid Coronavirus Pandemic,” US News and World Report, March 19, 2020). 그러나 이 수치는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가 전망한 그다음 주 수치 225만 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한 주가 지나 이런 전망은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판명됐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셋째 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는 328만 3천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주 만에 신규 실업자 수가 300만 명이 늘었다.(“Coronavirus Live Updates: U.S. Jobless Claims Are Highest Ever; House to Take Up $2 Trillion Stimulu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옥스퍼드 경제연구소의 다코는 4월 미국의 실업률을 10%로, 재무부 장관 스티븐 무누신(Steven Mnuchin)은 효과적인 개입이 없다면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연준의 불라드(James Bullard)는 30%까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New York Times, March 21, 2020; Bloomberg, March 23, 2020; “As layoffs skyrocket, the holes in America’s safety net are becoming apparent,” Washington Post, March 19, 2020).
2008년 금융위기 회복은 허상: 실업률 폭증이 그 증거
볼 스테이트 대학 경제학과 힉스(Michael Hicks)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3월이 미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해고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Washington Post, March 19, 2020).
이렇다면 이러한 대량 해고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이들은 이런 실업대란 사태가 단순히 코로나로 발생했다며 코로나 탓을 돌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어떤 촉발요인은 되었지만, 이러한 급작스러운 실업대란은 미국이 그동안 말해주지 않는 미국 경제의 실체 때문이라고 본다. 코로나 사태는 단지 그것을 들춰내 미국 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번 실업대란은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선언하며 우쭐댔던 것이 모두 허상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미국은 경제 회복의 증거로 고용률의 증가, 즉 실업률(2019년 10월 현재, 3.6%)의 저하를 내세웠다. 그런데 그것은 허드레 일자리의 증가로 뚝딱뚝딱 만든 숫자 놀음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즉, 그것은 튼실한 일자리가 아니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실업률이 최저치로 낮아졌다며 “이것 봐라. 실업률이 얼마나 낮은가. 그래서 미국인은 행복하다!”라며 미국의 경제 회복을 아무리 발표를 해도 공허하기만 했던 것이다. 왜냐면 서민들의 삶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전혀 개선된 것이 없었으니까.
만약 미국 정부의 발표대로 국가 경제가 그리고 서민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었다면 이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서민들이 이처럼 추풍낙엽처럼 일시에 대량 해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아무리 해고가 밥 먹듯이 쉬운 미국이라 해도 그래도 좋은 직장이라면 그렇게 쉽게 근로자를 내보내지 않을 테니까. 어느 정도는 뜸을 들일 테니까. 그래도 큰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단 한 두 달이라도)는 버틸 능력이 있으니까. 다시 말해 진정한 경제 회복은 뭐니 뭐니 해도 서민들의 직업 안정성의 보장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그래서 신종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을 일터에서 대거 몰아내고 있으니 실업률이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애초에 서민들이 취업했다는 직장이 번듯한 직장이 아니었다. 파트타임, 기간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의 일자리 채운 것으로 정부가 고용률의 증가와 실업률의 하락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어찌 되었든 그런 허드레 일자리에서조차 밀려나 이렇게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것은 곧 금융위기 이전으로 곧장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미국 경제가 아무것도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것도 나아진 것도 없다는 것을 이번 대량 해고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탕발림한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에서 사탕을 싹 제거하자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즉 지표들은 그저 숫자 장난이었고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그 와중 서민들은 두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었을 뿐이다. 코로나 사태로 하루아침에 이런 짓거리가 들통 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다가오는 침체의 폭풍이 밀려오고 있다는 기사 제목에 달린 뉴욕타임스의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뉴욕타임스/아담 심슨(Adam Simpson)
모래로 쌓은 성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에 전 세계가 그 깊은 신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미국 홀로 시쳇말로 “잘 나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미국 홀로 경기가 좋았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축제의 판이었던 것일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속도가 더디더라도 잘못된 것들을 시정 해 기초 체력을 다져서 튼실한 경제를 재건하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구멍 난 곳을 돈을 찍어 처발라 메우고 그 열매는 모두 극소수의 가진 자들, 즉 제국이 취했다. 그리고 그 돈들은 죄다 돈 놓고 돈 먹는 놀이인 금융자본으로 치환되어 금융화(financialization: 산업에서 금융 부분이 비대해지는 것: 필자의 『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참조)는 더욱더 박차를 가하였다. 그 결과는 주식시장의 활황과 부동산의 폭등, 즉 이들 시장에 잔뜩 낀 거품이었다. 그리고 그 주역은 대형금융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였다. 그러나 이들은 초록이 동색. 사모펀드조차 월가에 속한 것이니까. 우리의 비례 정당만이 ‘위성’이 아니다. 미국의 사모펀드 또한 월가의 위성 투자사이다. 겉으로만 보면 얼마나 그럴듯한가? 한없이 오르는 주식과 부동산. 특히 미국 외부에서 보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금융위기 이후에 쏟아부은 돈 때문인 것은 쉽게 간과했다.
2년 전부터 예견되었던 거품 붕괴와 침체: 터트리기 위해 만들어진 거품
그러나 그러한 눈부신 금융화의 진전이 모래로 쌓은 성이었다는 것이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렇게 부풀려진 자산시장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미국의 거품 붕괴의 위험성은 이미 2년 전부터 예견되었다. 이런 예견은 단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왜냐면 거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꺼지게 마련이니까. 필자도 강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이것을 줄곧 알렸었다. 물론 귀담아듣는 이가 별로 없어 문제지만.(“Economists Think the Next U.S. Recession Could Begin in 2020,” Wall Street Journal, May 10, 2018.; “U.S. Economy Flashes Signs It’s Downhill From Here,” Wall Street Journal, Oct. 29, 2018.; “The Economy Faces Big Risks in 2019. Markets Are Only Now Facing Up to Them.”, New York Times, Dec. 7, 2018). 비유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거대한 몸 때문에 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거인이 돌부리에 발이 걸려 완전히 넘어가듯, 바로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가 그런 돌부리 역할을 한 것일 뿐이다. 코로나는 방아쇠 역할은 했지만 이미 거인은 쓰러지고있는 중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Coronavirus Could Spark a Global Recession,” U.S. News &World Report, March 16, 2020).
코로나: 월가가 바라마지 않던 책임 전가의 호재
어쩌면 월가를 주축으로 한 제국들은 오히려 코로나가 무척 반가울 수도 있겠다. 왜냐면 거품은 반드시 꺼질 텐데 그 책임을 다른 데(코로나)로 돌릴 수 있을 테니까. 2008년엔 금융위기 주범으로 몰려 얼마나 호된 뭇매를 맞았었는가? 그렇게 보면 코로나 사태 같은 악재는 제국들엔 확실히 호재!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과 같다(쓰러지는 제국들의 기업은 어찌하고 이런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은 조금만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곧 뒤에서 그 답이 나온다). 이것저것 떠나 제국들은 악재든 호재든 모두 자신들의 호재로 만드는 데 귀재다. 보라. 어떤 제국은 경기하강에 내기를 해서 떼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2천 7백만 달러(약 329억 원) 가지고 단숨에 100배를 번 펀드 회장도 있다.(“Bill Ackman claims firm made $2.6bn betting on coronavirus outbreak,” The Guardian, March 25, 2020). 거품이 이는 동안 재미를 톡톡히 본 제국 중 그것이 꺼질 것을 감지한 이들은 이미 정리할 것들은 다 팔아 곳간을 두둑이 채워두었다. 그리곤 악재에 베팅까지 해 또 한 번 재미를 보는 것이다. 제국에게는 어려운 장사란 없다. 그들에겐 모든 장사가 다 누워 떡 먹는, 그렇게 쉬운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일까?
가재는 게 편: 트럼프는 ‘대기업이 우선!’
전례가 없는 코로나 사태 폭탄으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며 트럼프 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었다. 미국의 한 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경 2조 2천억 원(약 2천 7백조 원)의 현금이 시중에 쏟아진다. 그러나 그중 성인 한 명당 1,200달러(약 146만 원) 지원되는 2,500억 달러(약 304조 원)와 실업급여 등에 사용될 2,500억 달러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기업을 위한 돈 들이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 재난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을 편다고 트럼프가 비난받는 이유이다. 확실히 가재는 게 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앞서 “왜 쓰러지는 제국의 기업이 있는데 코로나 같은 악재가 호재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답이다. 제국의 기업은 악재에 아무리 손해를 보아도 그것을 벌충해줄 든든한 뒷배가 있다. 곧 친기업 정책을 펴는 제국의 친구, 아니 그들의 하수인인 든든한 정치인과 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제국의 친구들이라고 해도 정치인들이 맨입으로 제국을 위해 돈을 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가재가 게 편을 그냥 들어주지는 않는다. 제국은 그의 하수인들이 움직일 만큼 기름칠을 한다. 나랏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사활을 건 대 정치권 로비전을 벌이면서. 가디언지는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이 수십억 달러의 코로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광란의 전쟁에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Washington lobbyists in frenzied battle to secure billion-dollar coronavirus bailouts,” The Guardian, March 20, 2020). 이 때문에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왔던 엘리자베스 워런이 일찌감치 코로나 사태 구제금융은 기업이 아닌 노동자들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Any Coronavirus bailout must put workers first: Sen. Elizabeth Warren,” USA Today, March 20, 2020). 그런데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다 ‘아웃’이다. 미국 정치계 물 사정이 다 그렇다.
‘노동자 우선인 구제금융’ 주장하는 샌더스
물론 기업이 도산하면 거기의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되니 기업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조건을 달아야 한다. 근로자의 해고 금지라든지 급여의 삭감 금지 등의 전제조건 말이다. 그런데 그런 단서 조항 없이 기업에 무작정 돈을 살포하면 그다음은 어찌 될지 뻔하다. 결국 그 모든 돈은 최고위 임원진들의 보너스와 주식을 보유한 부자들의 호주머니 속으로만 홀랑 흘러가게 된다. 근로자들은 나 몰라라 내칠 것이 분명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수라면서. 이런 모든 일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었던 터라 예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선수도, 게임의 룰도 그때와 바뀌지 않았고 유사한 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한 번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게임, 게다가 계속해서 승자가 되는 이상한 게임. 그렇다면 이런 게임에서 감히 제국을 상대하는 서민들의 운명은? 그들의 승률은 백전백패.(Callahan, The Cheating Culture; Giridharads, Winners Take Al; Milanovic, Global Inequality 참조).
그래서 샌더스가 경기 부양 구제금융이 대기업이 아닌 노동자에게 먼저 제공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부득이하게 대기업에 제공될 경우 근로자를 위한 전제조건을 달아 지급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거의 모든 주요 언론이 왜 샌더스는 실질적으로 결판이 난 것과 진배없는데 경선을 포기하지 않고 저런 딴죽을 거냐면서 비아냥거린다.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뉴욕타임스조차. 심지어 워싱턴 포스트는 코로나로 많은 미국인이 피해를 보고 있는 이때 단 한 사람 유일하게 샌더스만 수혜를 입고 있다고 빈정댄다.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것들이 코로나의 유일한 승자가 될 제국들은 놔두고 외려 이것을 지적하는 샌더스를 공격하다니!(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밝히기로 한다).(“As Coronavirus Crisis Unfolds, Sanders Sees a Moment That Matches His Ideas,” New York Times, March 26, 2020. ;The coronavirus is hurting millions of people. But there’s one person who could benefit. Washington Post, March 26, 2020).
샌더스의 말대로 구제금융이 서민에게 먼저 맞추어져야 하는 이유는 거품 붕괴의 모든 덤터기를 결국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온전히 뒤집어쓰게 되니 그렇다.(“The Middle Class Faces Its Greatest Threat Since the 1930s,” Brookings, March 20, 2020). 이렇게 악재가 왔을 때 제국들은 유유히 손 털고 장을 떠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 경기 하강의 직접적인 타격은 아무 죄 없는 서민들에게 가해진다. 따져 보라. 그들이 거품을 끼게 했는가? 그들이 금융화를 가져왔는가? 그들이 사모펀드를 했는가? 그들이 집을 마구 사들였는가? 그들이 주식을 했는가? 그들이 한 일이라곤 어려움 속에서도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이일 저일, 두 서너 개의 허드렛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
“보통사람은 못 받는 코로나 테스트를 어떻게 부자들과 명망가들은 받는가?”란 제목의 영국 매체 가디언 기사 캡처
코로나 위험 속 퇴거 위험에 놓인 임차인들
그리고 일이 끊기고 실업자가 되고, 그래서 수입이 없으면 사는 곳에서 나가야 하는 압박과 처지로 내몰리게 되는 게 서민들이다. 지금쯤 그들은 다음 달 임대료 지급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아마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이 어떤 때인가. 코로나 사태로 밖에 나가면 걸린다고 집에 머무르라 하지 않는가. 이른바 ‘쉘터 인 플레이스’ 명령! 그런데 방세를 못 내면 당장 방을 빼란다. 임대차 보호법은 거의 사문화 되었다. 특히 사모펀드가 집주인으로 등극한 이후에는 더더욱. 악덕 집주인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다.(“’No heart. No understanding’: During coronavirus, renters face eviction uncertainty,” MSNBCNews, March 20, 2020).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 사태로 뒤숭숭한 이 시점에 집주인에게서 가차 없이 방을 빼라는 퇴거통지를 받은 위스콘신주 밀워키(Milwaukee)에 사는 66세의 할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만성기관지염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 할머니는 밖에 나가면 자기 같은 기저 질환자의 경우 특히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Facing eviction as millions shelter in place,” 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트럼프는 3월 17일 “미국주택도시개발부(HUD)가 주택소유자와 임차인이 주택 압류와 퇴거하는 것을 4월 말까지 유예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곧 취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허언이었다. 적어도 임차인들에게는. 전국적으로 3,000만 명에 이르는 주택소유자들은 돈을 못 내 쫓겨나는 것에서 6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임차인들은 아니었다. 이렇게 지금 코로나 사태 속에서 퇴거명령 처지에 처한 임차인들은 전국적으로 4,000만 명. 그러나 이들을 위한 보호책은 아무것도 없다.(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Most renters won’t receive eviction protections amid coronavirus pandemic under Trump proposal,” Fortune, March 20, 2020).
이제 임차인들에게 고작 남은 유일한 희망은 정부가 경기부양 패키지로 쏜다는 현금 1200 달러. 그러나 이전 회에서 이야기했듯이 대도시의 임대료는 사모펀드의 장난질로 엄청나게 올랐다. 그 돈 가지고는 턱도 없다. 설사 준다 해도 임대료 지급 날짜를 맞출지도 의문이다.(Washington Post, March 22, 2020). 그래서 트럼프가 쏜다는 현금은 기껏해야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리고 소상공인들에게 대출해 준다는 돈들도 그림의 떡이다. 그것도 대출인데 이 사태가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데 또 빚을 져서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 그들이 이 시점에서 원하는 것은 대출 그 이상의 생명줄이다.(“Small Businesses Seek a Crisis Lifeline Beyond Loans,” New York Times, March 23, 2020; “Checks to Americans will ease the coronavirus slump, but they may not be much of an economic stimulus,” Los Angeles Times, March 18, 2020). 그러나 그것은 철저히 외면되고 오로지 구제금융의 혜택은 또다시 제국으로만 향하고 있다.
도표: 미국인 평균 수명은 소득 상위 1%의 남성이 하위 1%의 속한 남성보다 15년 더 오래 살며, 여성의 경우 기대수명이 10년 차이가 난다 <출처: 가디언>
코로나는 누구나 걸릴 수 있으니 공평하다?
코로나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어 공평하다는 말이 나온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슨 총리도 걸렸으며, 배우 톰 행크스와 그의 부인도 걸렸으니 말이다. 그런 거 보면 코로나가 신분을 안 가리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긴 코로나바이러스에 눈이라도 달렸겠는가.
하지만 그 공평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면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자는 지체 높은 고관대작들이었으니까. 제국들이었으니까. 그들은 테스트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는 것조차 대서특필된다. 어떤 이들은 그런 테스트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데 말이다. 이들은 조명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제국은 이들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서민들이야 죽든 말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들만 오케이면 된다. 자기들만 조명받으면 된다. 자기들만 병원 가서 테스트받고, 걸리더라도 병원 치료하고, 이제 다 나았네 하며 언론의 플래시를 받으면 된다. 자신들만 이 난국은 잠시 피하면 된다. 아니다. 제국은 이 난국을 또다시 자신들의 배를 불릴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벌써 그런 시도는 시동을 걸었다.
그래도 사태가 사태인지라 뒤통수가 몹시 따가웠는지 미국의 제국들이 서민들을 위해 고작 만들었다는 것이 테스트는 무료로 검사해주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걸렸으면 치료는 돈 내고 하란다.(“Coronavirus Tests Are Now Free, but Treatment Could Still Cost You,” New York Times, March 19, 2020). 몇천만 원이 나올지 모르는 병원비를 어찌하라고. 누가 감히 그렇게 하겠는가? 그것은 오히려 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완전히 절망에 빠트리는 것과 같다.(“Why are the rich and famous getting coronavirus tests while we aren’t?,” The Guardian, March 21, 2020). 그리고 그렇게 사태는 늘 과거처럼 변함없이 흘러가면서 미국인의 경제적 불평등은 수명의 불평등으로 고대로 이어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자와 빈자의 평균 수명은 10년 이상(남자는 15년, 여자는 10년) 차이가 난다.(“If Americans are better off than a decade ago, why doesn’t it feel that way?,” The Guardian, Nov. 5, 2019). 이것은 어김없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슬프게도 돈 앞에서는 수명조차 불공평하다.
참고자료
김광기, 『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파주: 21세기북스), 2016.
Callahan, David, The Cheating Culture: Why More Americans Are Doing Wrong to Get Ahead (New York: NY: Havest Book, 2004).
Giridharads, Anand, Winners Take All: The Elite Charade of Changing the World (New York, NY: Alfred A. Knopf, 2018).
Milanovic, Branko, Global Inequality: A New Approach for the Age of Globaliza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2016).
코로나 사태가 돌출하자 첫 번째로 확인해야 할 작업은 역사적 유사성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 1914년, 1929년 아니면 1942년? 현재까지 몇 주가 지나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몇 주 또는 몇 개월 겪겠지만, 역사적으로 전혀 새로운 충격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일단 당장의 충격으로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25% 수준의 위축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은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차이는 대공황 시기에는 충격이 몇 년에 걸쳐서 나타났지만, 이번 경우에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늘아래 처음으로 겪는 돌발적 상황이다, 정말 공포스럽다.
지난 3월 초만해도 미국의 실업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겨우 4주가 지난 3월 말에는 13%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더구나 실업률 통계시스템이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충격의 첫 주차에는 3.3백만에서 2주 차에는 6.6백만 명이 그리고 연속해서 3주 차에도 6.6백만 명이 실업보험을 신청했다. 이러한 통계에 기반하여 뉴욕타임즈의 경제분석가인 Justin Wolfers는 매일 0.5%로 실업률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속도의 증가라면 이번 여름에 30.0%의 실업률에 도달하리라는 추정이 비현실적인 것만도 아니다.
서구(유럽)의 경제권도 자신들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잔인하고 심각한 경제적 충격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경기변동에 예민한 부동산과 건설업에서 시작하여 투자에 의존하는 산업엔지니어링 그리고 국제적 경쟁이 심한 자동차 산업 등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이들 분야의 고용 비중은 대충 25%선 미만이지만, 이들의 위축은 경제영역 전반에 점차적으로 확산되게 마련된다.
코로나 방역봉쇄 조치는 서비스 분야에 직격탄을 날린다 – 소매업, 부동산 임대, 교육, 여가산업 그리고 요식업 등 – 이는 미국인의 80%가 직업으로 일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결과는 매우 즉각적이고 재앙적 일수 밖에 없다. 특히 소매업 분야는 이미 온라인 판매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아온 영역으로 임시적인 휴업은 치명적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가게들은 다시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고용된 수백만의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이들 가족들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충격은 다만 미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사회안전망으로 잠시의 휴직에 수당을 지급하면서 하강국면을 완화시키겠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붕괴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부 이탈리아는 단순히 고급스런 관광지역일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독일의 GDP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면서 미국의 충격이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OECD의 최근 예측은 전(全)회원국에게 재앙적이며, 특히 바이러스 충격이 이제 시작단계인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래도 부유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단 충격의 수준을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은 가장 먼저 지난 1월23일 격리봉쇄를 시행하였으며, 최근의 공식보도로는 약 6.2%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중국 당국은 줄곧 실업은 자본주의 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해 왔던 터라, 상기의 수치는 중국내의 위기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임시직 2억 5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휴직상태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중국 노동자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인도의 경우, 모디 수상의 갑작스런 21일간의 봉쇄명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누가 감히 측량할 수 있겠는가? 인도의 4억7천만 명의 공식 노동자 중에 겨우 19%만이 사회안전망에 보호를 받으며, 3분의 2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취업계약서조차 없으며, 1억명 수준이 임시직에 해당한다. 이들 대부분은 기약도 없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인도가 분할된 1947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렇게 거대하게 펼쳐지는 경제의 대추락이라는 인류의 드라마는 추산(推算)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제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올해부터 전세계의 GDP를 신뢰도있게 집계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제(emerging market)가 그저 위축되고 있다는 통계 이외에는 별다른 내용을 내놓을 수 없는 처지에 빠졌다. 한 마디로 전세계 경제가 한 순간에 멈추어 섰다.
이러한 붕괴는 금융위기의 결과도 아니고, 팬데믹이 직접적으로 초래한 것도 아니며, 심사숙고한 정책적인 선택의 결과인 점이 전혀 새롭고 급진적인 사태인 것이다. 선택의 내용은 경제를 촉진하는 것보다 멈추어 세워야만 (팬데믹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의 연방의회가, 사회봉쇄를 결정한 수 일만에, 평화시기에 있었던 최대규모의 재난지원책을 결정하면서 연이어 전세계에 걸쳐 유사한 조처들이 뒤따랐다. 국가재정에 매우 보수적인 독일조차 공공부채에 대한 제한을 철회하였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연대적 재정구제의 노력을 목격하고 있으며, 조처의 효과는 수 주 내지는 수개월 뒤에 판명될 것이다.
이미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우선 당장 급한 것은 거대한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추세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연방준비위원회의 제롬 파웰의장이 2008년에 준비된 매뉴엘에 따라 조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며, 금융시장의 모든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구제 프로그램이 발표되고 있다. 핵심은 연방준비위의 개입 규모에 있다. 봉쇄조치에 따른 광범한 충격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에 응당한 거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파도처럼 제공되고 있다.
3월말 경에는 매일 900억 달러의 금융자산이 매입되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규모보다 큰 것이다. 평소에는 연방준비위는 초단위로 백만 달러 정도의 연방채권과 담보성 유가증권을 현금으로 스왑(교환)하여 왔다. 그런데 공포스러운 실업숫자(6.6백만 명)가 발표되던 날인 4월 9일 아침에, 연방준비위는 2.3조 달러어치 금융자산의 구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신속하고 거대한 대응조처 덕분에 즉각적인 세계금융의 위기를 당장에는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기간 지속될 수요와 투자의 격감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3월에만 미국 가구의 73%가 가계의 수입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수입이 끊기면 당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필품 부족과 고통 그리고 파산으로 몰린다. 금융채무자들의 부채 불이행이 치솟을 것이고, 금융산업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미루어 질 것이고, 유럽에서는 이미 석유소비가 88% 격감되었다 한다. 신규 자동차 수요는 돌같이 동결되었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업체들은 재고가 쌓여 있는 거대한 주차장에 앉아 있는 꼴이다.
봉쇄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상처는 깊어지고 회복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중국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접근하고 있지만, 제2, 제3 돌출의 위험이 도사린 가운데 언제 어느 속도로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극적인 의료사고를 차단한다는 것은 봉쇄조치가 수시로 취해지고 해당지역의 통행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경우에는 V자형의 힘찬 회복보다는 장기간 지루하게 지연되는 양상이 예상된다.
더구나 현재의 생산과 고용이 재가동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수 년간은 금융의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당장은 재정정책에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이고 급한대로 돈을 푸는 것에 쉽게 동의가 이루어질 테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논쟁은 싸움처럼 변할 것이다. 위에 언급하였듯이 평화시절에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공공부채를 발생시켰고 중앙은행의 재무제표에 부채를 주차시켜 놓은 꼴이다.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발생한 공공부채를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향후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보수적인 입장에 따르면 향후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려서 갚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좀더 급진적인 대안들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플레를 발생시키면서 현재의 경제조건을 과감하게 재편해가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전망은 분명하지 않다. 다른 대안은 국가부채의 면제인데 이는 공공의 파산을 점잖게 표현한 것으로 실제로 중앙은행의 재무표상에 부채로 기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의 의견은 중앙은행이 정부발행 채권의 구입을 중단하고 거대한 규모의 화폐발행으로 직접적으로 정부에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단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4월9일 영국은행이 선언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어떤 목적과 의도와 상관없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보수적인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보여 준다. 재미있는 것은 금융시장의 반응으로 이에 대해 심하게 항의하거나 곧바로 공황적 투매를 진행하지 않고 그저 어깨만 들썩인(little more than a shrug) 것이다. 이들은 중앙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묘기행진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절제된 태도는 위기를 극복하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침묵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뚜껑이 열리는 시점이 되면, ‘국가부채의 적정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논쟁이 재개될 것이다. 더구나 누적된 국가부채의 거대한 규모를 감안하면, 논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여기서 다시 돌이켜 볼 것은 우리가 알듯이 과거 이미 경제와 금융이 급진적인 혼란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 시절,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에 대해 수많은 논의와 필요한 조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고 이를 수확적 확률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도 경험하였다. 솔직히 전문적 예측에 의존하는 것은 오만함과 만능이라는 환상을 부추기는 것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등장이라는 충격으로 포플리즘이라는 변덕스러운 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통상정책과 중국과 벌이는 세계주도권 경쟁은 세계화의 미래에 대한 안이한 전망을 뒤흔들었다. 2019년까지 이러한 불확실성은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불황의 위험을 높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중앙은행들은, 2008년 이후 극적인 개입을 정상화하고 통화량을 줄어가면서 정상적 궤도로 진입하는 와중에, 이제 경로를 급변경하며 초저금리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은 다시 중앙은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기로 진입하는 절박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정말로 괴이한 것으로 우리는 돌출적인 불안정성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인류의 상당수가 일상에 필수적 것을 수급받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누구도 언제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불과 수주전인 지난 1월에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이전에는 돌출적인 상황이 예외적인 염려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모든 독감(flu)발생에 지극히 조심해야만 한다. 의학적인 비유로 말하자면 우리가 스스로 완치를 선언하려면 얼마나 더 기대려야 하는가?
봉쇄가 끝나면 지출의 규모가 반등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이러한 충격에 대한 우리 경험상 분명한 반응은 위축이다. 2008년 이후 미국에서 나타난 현저한 추이의 하나가 가계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확실하게 침체되었고, 이에 따라 투자도 줄고 생산성도 정체되었다. 이러한 침체는 서구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개발도상의 시장들도 함께 침체되었다. 우리는 이를 전반적 침체(scular stagnation)라고 불러왔다.
전례없던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반응이 안전에 대한 싸움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복합적인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위기로 인해 발생한 공공부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재정축소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반대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라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다. 이 지점에서 핵심은 어떤 정책적 조처를 취하고 누구를 위한 정치세력이 이를 통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2020.04.09.
Adam Tooze
콜롬비아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이자 유럽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의 최근 저서로는 “Crashed: How a Decade of Financial Crises Changed the World,”가 있고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를 집필하고 있다.
향촌진흥 정책에 있어서, 거대한 국가의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엘리트와 외부 자본이 결탁하여, 개발의 수익을 전유하는 문제는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도 진행중인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양쪽 모두 이러한 문제가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를 불러 일으켰고, 사회적 안정도 상당한 수준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중국의 거장 지아쟝커는 이러한 농촌과 지역의 문제를 소재로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를 다수 제작하여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끌었는데, 이를테면 천주정天注定(2014)에서 중국 농촌의 비참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본문에도 언급된 주로, 2차 산업, 즉 공업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들이다. 이제, 3차산업 혹은 1, 2, 3차 산업이 융합된 6차산업의 진흥을 목표로 삼는 향촌진흥 정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마을주민들의 이익분배에 대한 권리를 설명함에 있어, 주민들이 오랜 기간 형성하고 보존해온, 자연과 인문공간이라는 제3자 불가침의 ‘공간자원’ 개념이 제시되는 것은 상당히 흥미있는 지점이다. 한국에서 이미 오랜 기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 토지와 부동산에 대한 사유권 주장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설명하는 논거로도 일부 사용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董筱丹 DONG xiaodan 刘亚慧 LIU yahui 唐溧 TANG li 温铁军 WEN tiejun
[개요]
농촌공간은 자원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일차산업으로서의 농업에 활용됐고, 그 경제가치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6차산업화’의 관점에서 보면, 산업발전에 따라서 그 경제가치가 명확해질뿐더러 계속 증가한다. 이는 향촌산업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하지만 가격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이 농촌개발수익을 대규모로 독점한다. 이는 일종의 새로운 ‘음성적 수탈’이다. 이러한 현상이 현재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에, 학계와 정책설계/제안자들이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제도혁신을 통해서, 농촌집체조직이 농촌공간자원의 활용에 우선권을 갖도록 해야 하고, 효율이 높은 개발의 주체가 되게 해야 한다.
농촌의 자연과 인문자원은 풍부한 생태문명의 다원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농촌은 중화문명의 유구한 역사의 담지자로서 기능해왔다. 향촌진흥전략과 뒤이어 발표된 중앙1호문건이 농촌의 1,2,3차 산업융합, 즉 6차산업을 언급했는데, 그 주요한 실행의 장은, 각종 자연과 인문,역사라는 천혜의 유산을 담고 있는 공간자원이다. 6차산업의 경제성장동력은 각종 공간자원을 다양한 산업의 관점에서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함으로써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적시에 새로운 제도 개혁을 실행하고, 향촌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수탈과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소농과 현대농업이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촉진할 수도 있다. 하나의 정책으로 다양한 효익을 얻기 위해 중앙정부는 신시대 향촌진흥과 전면적인 빈곤퇴치전략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 북부의 밀밭 <출처: 원문>
1. 농촌공간자원의 3차산업이용은 1,2,3차 산업의 융합, 즉 6차산업을그주요한내용으로한다.
농촌은 생산, 생활, 생태가 삼위일체로 만나는 복합공간이다. 이를 ‘삼생합일三生合一’로 칭할 수 있다. 과거의 농업정책은 실제로 농촌에서 주로 일차산업으로서의 농업활동공간을 보장해왔다. 그래서, 유명한 관광지를 제외하고, 농촌의 토지, 햇볕, 공기, 물, 산림, 기온 등의 입체적 공간자원은 모두 농업생산중심으로만 고려되고, 그 경제가치도 농산업생산물에 의해 그 시장가치가 결정됐다. 즉, 1차산업의 가격구조를 갖게 됐다. 예를 들면, 어떤 농지는 산에 의해 가로 막혀, 다른 품종의 꽃가루의 영향을 덜받기 때문에, 육종기지로 사용되는 것에 적합하다. 이에 따라서, 이 토지의 임대료가 그 지역의 다른 곳보다 높게 설정이 됐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어떤 산악지역이 해발 고도가 높아서 기온이 낮으면, 병충해 발생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러면 고랭지 무공해 채소로 가격이 조금 높게 매겨진다. 따라서, 이 농지는 같은 조건의 보통 농지에 비해서 높은 지가를 갖게 된다.
대도시에서는 질병의 만연이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매우 빨리 진행되므로, 도시 공간자원의 희소성이 매일매일 증가한다. 농촌의 ‘자연 그대로의’ 풍광과 동식물이 생장하고 형성하는 ‘생명의 풍경’을 접하면서, 갈수록 생명의 생존공간이 줄어드는 도시민들은 깨닫게 된다. 농촌의 자연공간과, 문화풍습 등의 인문공간은 사람들에게 1차산업 이상의 더 크고, 더 직접적인 소비 효용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여행, 휴식, 교육, 웰빙 등의 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있고, 이것은 새로운 6차산업 개발의 경제 가치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예를 들어,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창밖으로 달을 완상할 수 있는 것,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도시에서는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광오염과 대기오염 탓에 이제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전히 오염되지 않은 청정 공간 자원을 지닌 농촌으로 여행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여행사업에는 농촌게스트하우스 운영이나 아이들을 위한 자연교육 프로그램 개설 등 다양한 활동 형태가 있다.
그러나 다시 관건은 6차산업의 가격결정구조이다; 이런 활동은 모두 시민의 소비능력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그러므로 공간이 있다면 6차산업의 수익에 따라서 가격을 정하는 조건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농촌에서는 적극적으로 6차산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지점은 과거 1차산업에 사용되던 자연공간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1차산업영역은 명백하게 가치가 드러나는 인문공간자원을 꼭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2차산업단계를 건너뛰면서, 직접 중산층 시민그룹을 대면해서 3차산업을 개발해야 한다. ‘다섯가지 씻김 五洗’슬로건이 이를테면 그런 것들이다. “청산녹수가 눈을 씻어주고, 신선한 공기가 폐를 씻어주고, 계곡물과 맑은 샘물이 피를 맑게 해주고, 건강한 유기농 생산품이 위를 씻어주고, 향토전통문화가 마음을 정화시킨다”.
거시경제관점으로 볼 때, 농산품이나 공산품의 총생산량이 모두 과잉인 상황에서, 1차산업과 2차산업의 수익은 공히 낮을 수 밖에 없지만, 농촌경제의 3차산업은 다양화한 생태자원과 결합함으로써 생산품과 서비스면에서 차별성을 확보한다. 풍부한 생태공간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개발되지 않은 농촌일수록 도시소비자들의 선호대상이 될 것이다. 즉, 낙후됐던 지역이 오히려 이런 면을 천우신조로 삼아‘인생역전’의 발판으로 삼고, 직접 상당히 높은 6차산업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농촌공간자원의 저수익 1, 2차산업을 3차산업으로 전환하여 거대한 부가가치창출을 이룩할 수 있다.
이는 시진핑의 새로운 발전관이 강조하는 ‘청산녹수青山綠水가 금산은산金山銀山’이다라는 구호의 진정한 의미이기도하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농촌의 풍광 <출처: 원문>
이는, 이후 상당히 오랜기간, 마울주민들의 주요한 수익증대영역이 될 것이며, 농촌공급 개혁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2. 농촌공간자원소유자의 위상은 나쁘지 않다. 다만 가격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6차산업수익을 ‘음성적으로 수탈’당하는 것이다
현재 각종 자본의 농촌진입과 투자가 거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거론되는 사례가 상당한 대표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Z촌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전통농업마을이다. 2010년 농업구조조정에 따라서, 3천여마지기의 토지에 자두를 심고, 1,600여 마지기에 감귤을 심었다. 2016년 마을의 8명의 리더들이 200마지기의 임야를 저당잡혀서, 대출을 받았다. 향촌여행사를 설립하고, Z촌에 풍부한 과실수를 이용하여, 꽃구경, 과일따기, 각종 오락과 여흥, 식음료 등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2017년 성공적으로 국가공인 3성급 여행지로 인정받게 됐다. 2016년 7월 첫 손님을 받은 이래, 불과 반년만에, 이용 여행객수는 10만명을 넘어 섰고, 2018년 4월에 이르기까지, 연인원 50만명이 방문하여 1,200만위안의 수입을 실현했다.
조사에 의하면, 마을 농촌가구의 수입은 확실히 증가했고, 가장 주요한 수입증가채널은 관광객들의 과수원 과일따기활동이다. 이렇게 판매하는 과일은 근(500그램)당 가격이 시장가에 비해 1~2위안 정도 높고, 동시에 농가는 수확, 수송, 유통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도 전체 마을 2천여명 중에 3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간자원수익분배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 관광 경관 조성의 관점에서 볼 때, 여행사는 자기가 직접 경영권을 확보한 2~3백마지기의 토지는, 주로 일반 오락 및 식당공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박의 실제적 자연 경관을 조성하는 주체는 2천여가구의 마을주민이다. 하지만 수익분배차원에서 볼 때, 여행사가 매년 마을에서 거두는 영업이익은 350만위안위안, 정부의 각종 보조금을 합치면 430만위안에 이른다. 농가는 이러한 관광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과수재배면적이 여행사 사용 면적의 15배정도인데 농가가 여기서 거두는 수입전체를 다합쳐도 여행사 수입의 2배가 채 안된다 (약7백만위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마을주민중 4.3% 정도가 토지를 여행사에 장기임대해서, 여행산업이 창출하는 향후 수익을 얻지 못한다; 93.87%의 마을주민은 도시민들의 과일따기 참여로 여행 총수입의 52.68%를 획득하고; 1.47%의 마을 주민들은 총수익의 8.93%를 획득한다; 8명의 여행사 투자자는 전체 주민 중 0.4%에 불과한데, 이들이 얻는 수익은 38.49%에 이른다. 즉, 이를 지니계수로 따지면 0.48이 돼 매우 심한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대부분의 ‘제도함정론자’들은 소유권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복잡한 문제도 아니고, 해결책도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 농촌토지는 집체에 소유권이 있고, 농촌공간(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지표상하의 일정범위의 일반적 공간이다. 국가가 특별히 규정한 국가소유의 항공공간이나 지하자원이 매장된 지하공간등은 포함하지 않는다)은 농촌토지와 밀접하게 연겯되어 있다. 즉 자연공간과 인류가 생산, 생활을 통해서 형성한 인문공간을 모두 포함한다. 이 독특한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무늬는 이 공간에 살았던 여러 세대가 생산과 생활을 통해 보존하고 전승해온 것이고, 법리적으로 외부의 제3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토지의 상하범위가 현행법률체계에서 명확히 표현되지는 않지만 부동산개발산업의 관행적 정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토지는 지표와 그 상하 일정 범위내의 공간에 해당한다”, “토지의 범위는 삼위입체이다” – 이와 같이 농촌의 실제 상황이든 도시의 실천 경험이든, 농촌 공간자원의 소유권주체가 확립되어 있지 않지만, 공간자원은 토지의 일부분이고 농촌토지는 모두 마을집체 (행정촌이든 자연촌락이든)와 마을 주민들에게 소유권이 나누어 귀속된다. 그래서 토지와 마찬가지로 소유권, 책임수익권, 경영권의 중층적 권리관계를 갖는다.
문제는 농촌공간의 가격결정권에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간의 가격결정문제가 도시와 개발도상농촌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간을 활용한 수익’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이며 (심지어 거리의 공공공간조차도 점용되어 임대수익원이 되고는 한다, 그래서 도시의 낙후된 서민주거지역에는 집이 다닥다닥 붙어서 지어지다 못해서, 길위로 연결된 공간조차 만들어 지는 것이다.) 공간가격결정 체계는 매우 복잡하고, 부동산 가격은 층, 방향, 통풍, 건물외관, 용적률 등 공간자원의 다양한 면모에 의해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농촌 공간가격결정에 실패하는 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다. 사회적 시각으로 보면, 농촌은 관계중심사회이다. 각 농가의 택지외에, 대부분의 공간자원은 공유지의 성격을 갖는다. 그래서 고도의 공공속성 공간자원을 단독으로 분리해서 가격을 매기거나 거래할 수 없다; 현실적 요구로 보면, 1차산업화조건하의 농업 총수익은 높지 않고 공간자원은 토지에 대한 부속성이 크다, 공간자원만 단독으로 가치로 매기는 제도로 전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전통 농촌에서, 공간자원가격결정은 일반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간가격결정의 실패과정에서, 대량으로 농촌으로 내려온 자본은 농촌의 공간자원을 이용해 3차산업수준의 수익을 얻으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외부투자자들은 농민들에게 토지장기임대에 대한 지대만을 지불하는데, 이 지대는 1차산업의 농업수익수준에서 결정되게 된다. 이는 1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전환하면서 거두는 막대한 수익이 대부분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농촌마을의 풍광 <출처: 원문>
하지만, 청산녹수와 같은 자연자원이 희소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산과 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마을사람들은 과거에도 2차산업에 사용된 자원자본을 통해 창출된 개발의 단기이익을 획득한 적이 없다. 이를테면 산을 무너뜨려 광산을 만들고, 강을 파내서 모래를 채취하고, 넓은 토지에 단일종 작물을 재배하는 등의 과정에서 얻은 수익 배분에서 이들은 늘 소외되어 왔다. 수백년 역사의 인문자원은 수백년 수천년간 대대로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이 지켜온 자원임에도 말이다.
다시 말해서, 공업화시대에도 마을주민들은 청산녹수, 문물유적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뤄왔고, 엄청나게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해 왔다. 생태문명의 시대에, 농민들이 여전히 이러한 자연자본의 수익을 분배 받을 수 없다면, 그래서 외부인들에게만 수익이 돌아간다면, 더 이상 이러한 공간자원의 지속가능성을 기약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향촌이 적합한 방식과 비율로 공간의 3차산업화 부가가치를 거두게 해야 한다. 농촌공간의 권리주체를 회복해야 한다. 정당한 소유권자가 수익을 거두게 함으로써 향촌진흥전략 목표의 중요한 내용을 실현할 수 있다.
3. 농촌집체조직이 향촌공간자원의 가격결정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도시화와 그 반대인 귀농귀촌의 양방향 흐름이 동시 진행되고 상황에서, 농촌공간은 가면 갈수록 독립적인 자원속성을 갖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농촌의 공간자원은 각 농가소유와 농촌집체소유의 공유지로 나뉜다. 그렇다면, 실제 개발과 이용을 위해ㅅ 어느 쪽이 주체가 되어야 할까?
시진핑 총서기가 제안한 ‘소농경제장기화’, ‘집체경제발전’, ‘소농과 현대농업의 결합 메커니즘개발’등의 지도사상에 따르면 소농경제는 오로지 집체경제를 활용함으로써만 현대화와 향촌진흥을 실현할 수 있고, 빈곤을 전면적으로 구축하는 등의 전략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20세기 80년대 농촌에서 토지책임운영제를 실시한 이래, 농촌의 재산세 등 체제개혁은‘탈조직화’라는 흐름을 타고 있다. 농촌집체경제발전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 한가지는 거래수단과 조직을 실현할 구조가 결핍된 조건하에서 집체조직과 집체성원간의 거래 원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이 모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농촌의 홍수방제, 수리와 도로 건설 등 사업이 모두 이 문제의 영향으로 지장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가토지의 예상수익이 높아질수록. 혹은 농가의 기본생계상관도가 높아질수록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어려워진다. 만일 제대로 제도 설계를 할 수 있는 ‘스마트한 능력’이 없다면, 토지장기임대를 강행하는 것은 대량의 거래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갈등이 전체 사회안정을 해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보면, 농촌공간자원은 오래동안 경제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 심지어는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 대다수의 경우, 무상으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개발주체 입장에서는 여전히 거래원가가 낮은 편이다. 비교적 손쉽게 수익을 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실행의 난이도로 보건데, 공간자원의 3차산업화 개발이 농촌집체경제의 주요한 성장기반이 될 수 있다.
나아가서, 일부 지역의 실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농가식당과 같은 각 농가의 분산된 경영방식은 대부분 공간자원의 저효율 사용으로 귀결되고만다. 또, 일단 한번 틀이 짜여지면 업그레이드나 조정이 매우 어렵다. 반대로, 마을 공유지 공간의 공공사용개념은 자원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공간자원의 이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이는 공간자원의 통합성과 배타성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토지책임경영제가 장기적으로 불변이라는 조건하에서, 농촌의 자연과 인문공간자원의 가격결정 주체는 집체조직이어야만 한다. 이것은 농촌집체경제를 발전시키고 규모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초위에 농민의 수입을 늘리고 농촌에서 빈곤을 전면 퇴치하는 주요한 경로가 생긴다. 농촌집체조직위주로, 제도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서, 향촌공간의 다양화를 진행시키는데 있어, 다층적으로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고, 합리적인 수익 분배가 진행될 수 있다. 농촌집체화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금융시장 (삼급시장)과의 연동, 생태문명시스템개혁과 향촌진흥전략의 결합이 종합적으로 관철되어야 한다.
첫째, 농촌의 공간은 자원의 속성을 갖는다. 그 경제가치가 과거에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6차산업구조하에서는 잘 드러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대된다.
둘째, 공간자원의 적정한 가격결정에 실패함으로써, 대량의 농촌공간의 개발수익을 소수의 투자자가 독점하게 된다. 이를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음성적 수탈로 볼 수 있다. 학계와 정책 개발자들은 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셋째, 제도개혁을 통해서, 농촌집체조직은 농촌공간자원의 내부 최적화를 이룬 후, 대외협력개발의 주체가 된다.
보충설명:
본 논문에서 다루는 공간자원은 극단적형태의 비가시자원이다. 하지만 6차산업화의 배경하에서는, 상술한 분석도 농촌 대다수 유형자원의 활용에 사용가능하다. 공간자원외에도 농촌6차산업화 과정에서 자원수익의 음석적 수탈은 산과 숲, 물, 토지 등의 다양한 자원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그래서 이 과정에서의 보편성과 엄정함이 더욱 요구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어디서 출현했는가를 둘러싸고 미중 간에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역병의 발원지를 둘러싼 논쟁은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을 밝히는데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의해 황폐화된 자연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일으킨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Tielt, Citizens of Tournai bury Black Plague Deaths와 Oh Father, Why have you abandoned me?입니다. 14세기 이태리에서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묻는 장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칼 폴라니 (K. Polanyi)는 20세기 명저인 [거대한 전환 Great Transformation, 1944]에서 고삐풀린 시장의 운동이 인간과 그 주위의 자연환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자, 시장운동으로 고통을 받는 인간과 자연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반시장운동(counter-movement)에 나서게 되었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노동의 상품화에 저항하면서 자본에 대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국가에 공장입법과 사회입법을 요구하였다. 농민들은 곡물의 자유무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주의적 곡물법 제정을 요구하였다. 자연도 반시장운동에 동참하여 환경을 파괴하는 시장경제에 환경재앙으로 복수하였다.
칼 폴라니의 딸인 캐리 폴라니 레빗 교수 (97)는 환경재앙은 자연의 복수라는 아버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시장경제가 자연을 과잉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한 결과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안 도시들을 물에 잠기게 하고, 후쿠시마 쓰나미가 원전을 강타하여 일본 동북해를 죽음의 바다로 오염시켰다. 시장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대기, 물, 땅, 숲을 과잉개발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곡물과 가축의 생산 극대화를 꾀한다. 이러한 자연을 과잉착취하고 황폐화시키는 시장의 운동에 대해 자연은 환경재앙과 전염병의 창궐로 역습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장에 대한 자연의 복수라는 폴라니적인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역이 모두 시장사회가 저발전한 가난한 남반구가 아니라, 시장사회가 발전하여 자연과 자원을 과잉개발하고 착취하고 있는 부유한 북반구 자본주의 국가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북반구 자본주의 국가들 내에서도 시장사회의 특성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같은 자유시장(liberal market) 자본주의 국가들은 시장이 적정 수준의 공급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공공재인 환경오염처리, 질병관리, 의료서비스 등을 시장에 맡겨버렸다. 시장이 공공재의 최적 공급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아닌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시장주의의 신조(creed)를 믿고서 코로나 팬데믹이 상륙했을 때 국가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을 때 자유시장 국가들은 팬데믹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 줄 공적 의료시설 질병관리시스템, 공적의료보험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의 광풍에 국민들을 무방비상태로 내버려두고 있는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자유시장 자본주의 국가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시장주의적 대응은 코로나19의 치료에서도 계급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보카치오가 데카메론 도입부에서 보통 부자들은 집안에 콕 박혀 명품 와인과 음악을 듣고 있고, 거부(巨富)들은 시골에 있는 안락한 장원에 은둔하면서 성안에서 벌어지고 흑사병의 재앙에 오불관언하고 있고, 성안에 남은 대다수의 중산층과 도시빈민은 좁은 아파트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14세기 데카메론의 21세기 버전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다. 뉴욕의 거부들은 멀리 떨어진 전원별장으로 피신하여 자신의 안전과 안락을 즐기고 있으나 뉴욕시에 남은 도시빈민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매일 수백명, 수천명이 죽어 나가고 있다. 코로나질병은 사람들을 계급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독일은 모두 조정시장 (coordinated market) 자본주의 국가들이다. 특히 오랜 중앙집권적 국가주의의 전통이 있는 한국의 국가는 조정, 지원, 산파(midwife)의 역할을 통해 시민사회와 경제사회 내에 ‘내장된 자율성’(embedded autonomy)을 확보하였고, 내장된 자율성을 바탕으로 국가는 의료계, 시민단체,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협업적인 방역, 검사,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여 ‘사회적 격리’를 효과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다.
한국의 국가는 코로나 팬데믹의 공격을 ‘고삐풀린’ 시장에 방임하지 않고 시장, 시민사회, 의료사회와의 조정과 협력을 통해 코로나와의 전쟁을 주도함으로써 코로나 판데믹의 재앙을 막은 모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유교적 국가주의 전통에 따라 국가의 권위를 신뢰하는 정치문화를 내면화한 한국시민들의 빛나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 한국을 방역 선진국으로 부상하게 한 주 동력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조정시장 자본주의국가의 전형으로 거론되었던 일본은 코로나 팬데믹의 대응에서는 전 조정시장적이지 않았다. 일본의 아베수상은 올림픽을 개최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코로나가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은폐하였고, 이를 위해 코로나 감염자들을 의도적으로 검사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올림픽 성화봉송행사와 벚꽃놀이도 허용하여 코로나의 확산을 방치하였다. 일본답지 않은 자유방임과 ‘무결정의 결정’이 아베의 코로나 대응정책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전투에서 지도자 아베가 보이지 않았고, 일본의 국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베의 코로나 은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시민들의 호흡기 내에서 이미 발효, 배양되고 있었다.
그 결과 올림픽이 취소된 후 코로나의 집단감염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이미 한국의 확진자수를 능가하였고 유럽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아베의 정치적인 야심이 조정시장 자본주의국가인 일본에서 자유시장 자본주의국가인 미국과 영국에 버금가는 희생자를 낳게 한 핵심 요인이다. 아베의 코로나 방역실패는 최악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엄청난 실수를 연발하였으나 봉쇄와 격리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의 확산을 막은 중국도 어느 정도 성공적인 대응 사례로 거론되고 있으나, 중국이 다른 나라들이 본받아야할 코로나 대응모델을 제시했는가에 대해서 필자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감시국가 방식으로 코로나의 침공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디지털 경찰국가를 구축하여 우한시를 완전 봉쇄하고 우한 시민 개인을 디지털 원형감옥(digital panopticon)에 집어넣어 감시하고 모니터링하여 사회적 격리를 실현함으로써 코로나가 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우한의 코로나 병마를 잡을 수 있었다.
중국이 시민적 자유의 희생 위에 팬데믹을 극복하려는 권위주의 모델을 채택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권위주의 감시국가 모델보다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유지하면서 국가가 시장과 시민사회와의 조정과 협력을 통해 판데믹을 극복하려는 조정시장 자본주의 국가모델이 소망스러운 팬데믹 극복모델이다.
다음의 글은 김상현 교수가 직접 번역하여 기획칼럼에 참여하고 계신 김화순 박사를 통하여 다른백년에 전달되었습니다. 내용이 소중하여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아래와 같이 게재합니다.
5월 13일 CEST(중앙유럽표준시) 10시(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에 발표된,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그 이후의 미래를 위한 사회·생태적 전환의 경로로서 ‘탈성장’을 요구하는 국제적 공개서한의 보도자료입니다. 이번 공개서한은 탈성장 연구자·활동가 국제 네트워크에서 활동해온 유럽의 젊은 생태경제학자, 사회과학자,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처음 제안되었으며, 60여 개국에서 1,170여 명의 개인들과 70여 개의 단체들이 서명했습니다.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탈성장 개념어 사전”의 편집자 페데리코 데마리아 (Federico Demaria)와 히오르고스 칼리스 (Giorgos Kallis) 외에도 딱히 ‘탈성장론’의 흐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포스트발전주의’(postdevelopmentalism), ‘부엔 비비르’(Buen Vivir), ‘가난한 이들의 환경주의’(environmentalism of the poor), ‘생태적 스와라지’(ecological Swaraj) 운동 등의 입장에서 ‘성장’과 ‘발전’에 대한 주류적 인식에 문제를 제기해온 진보적 생태경제학자 조안 마르티네즈-알리에(Joan Martinez-Alier), 발전 인류학 및 라틴아메리카 탈식민담론 연구로 잘 알려진 아르투로 에스코바르(Arturo Escobar), 인도의 환경운동가 아쉬쉬 코트하리(Ashish Kothari) 등이 서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1. 보도자료
1,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포스트-코로나19의 경로로 ‘탈성장’을 요구하다.
“경제를 위한 새로운 근간”: 전 세계의 학자, 전문가, 예술가, 활동가와 사회운동 단체들이 더 이상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경제체제의 성장 의존성에 작별을 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2020년 5월 13일: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향후 더 이상의 위기를 막고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탈성장(Degrowth)’을 촉구하는, 60여 개국 1,100여 명의 전문가와 70여 개 단체가 서명한 공개서한이 오늘 발표되었다. 서한의 전문은 openDemocracy (영국), Mediapart (프랑스), The Wire (인도), HGV (헝가리), Pagina 12 (아르헨티나), L’Echo (벨기에) 등의 온라인 매체에 게재되었다.
공개서한은 시민사회와 경제 행위자들 뿐 아니라 국가 및 국제 기관들이 현재의 사회적·경제적 위기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에 있어 사회적·환경적 병폐들을 고려하는 다섯 가지 원칙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서한의 서명자들은 ‘탈성장(Degrowth)’, 즉 민주적으로 계획되고 변화에 적응력을 지니며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방식으로 경제의 규모를 축소시킴으로써 덜 가지고도 더 잘 살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갈 것을 요구했다. 탈성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대대적인 개편을 필요로 한다. 공개서한의 저자들은 시장에 대한 맹신에 반대하면서 ‘녹색성장’과 탈동조화(decoupling)가 사회적·환경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주된 전략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공개서한을 준비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촉발된 위기는 성장에 집착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많은 약점들을 이미 폭로하고 있다. 다수의 삶은 불안정해졌고, 보건의료 시스템은 다년간의 긴축재정에 의해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으며, 가장 필수적인 직종조차 경시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착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같은 경제체제는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이른바 ‘정상성’이 이미 위기였던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위기에 대응하는 지배적인 전략은 경제적 분배를 시장에 맡기고 탈동조화(decoupling)와 녹색성장을 통해 생태적 파괴를 줄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서한의 서명자들은 경제의 회복과 정의로운 사회 건설의 기초를 위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 경제체제의 중심에 생명을 위치시켜야 한다.
2)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을 위해 어떠한 노동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3) 핵심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제공을 중심으로 사회를 조직해야 한다.
4) 사회를 민주화해야 한다.
5) 정치경제체제를 연대의 원칙에 기초하여 구축해야 한다.
서한을 제안한 이들은 또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일부에서 잘못 부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탈성장’이 아니다. ‘탈성장’은 경제의 성장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이들의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적절한 정책들이 실행된다면, 경제의 많은 부분이 수개월에 걸쳐 중단된다 할지라도 모든 이들에게 충분한 식량, 주거와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경제를 재지역화(relocalized)하는 탈성장 사회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이 덜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일어나도 덜 확산될 것이며 고통을 덜 유발할 것이다. 감염병 대유행으로 촉발된 위기는 우리의 ‘성장’ 의존성과 연결된 것이다.”
공개서한을 준비한 이들은 관심 있는 개인들과 단체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직면하여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상상하는 열린 토론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2020년 5월 29일~6월 1일에는 비엔나에서 국제회의 “탈성장 비엔나 2020: 사회-생태적 전환을 위한 전략”가 개최될 계획이다. 이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이미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갔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불확실합니다. 보건의료 및 기본적인 사회적 물자조달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병자들을 돌보고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작업들을 수행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경제의 상당 부분은 멈춰 선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일으키는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집합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촉발된 위기는 성장에 사로잡힌 자본주의 경제의 많은 약점들을 이미 폭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제 하에서 다수의 삶은 불안정해졌고, 보건의료 시스템은 다년간의 긴축재정에 의해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으며, 가장 필수적인 직종의 일부조차 경시되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착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제체제는 위기에 매우 취약함에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인간과 지구를 돌보는데 실패하고 있으며 부의 축적과 지구의 황폐화로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매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예방 가능한 원인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고, 8억2천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영양부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는 훼손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치솟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극심해짐에 따라 여러 지역들을 소실시킬 수 있는 해수면 상승, 파괴적인 폭풍, 가뭄, 화재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병폐들에 대응하는 지배적인 전략은 경제적 분배를 시장에 맡기고 탈동조화(decoupling)와 녹색성장을 통해 생태적 파괴를 줄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과 연대 활성화로부터 보건의료, 돌봄노동, 식료품 공급, 폐기물 수거 등 기본적 사회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에 이르는 코로나 위기의 경험을 토대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염병의 대유행은 또한 대대적인 예산의 재정비, 자금의 동원과 재분배, 사회보장 체계와 홈리스를 위한 주택의 급속한 확대 등 근대의 평화 시기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정부의 조치들로 이어지면서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시에 대규모 감시와 사생활 침해 기술, 국경 폐쇄, 집회의 권리 제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재난자본주의 등 문제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흐름에 단호히 저항해야 하지만, 그에 멈춰서는 안 됩니다. 파괴적인 성장 기제를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교훈과 지난 수개월 동안 세계 곳곳에서 싹트기 시작한 풍부한 사회연대 기획들을 발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는 달리 우리는 기업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지구를 구해야 하며, 긴축이 아닌 자족(sufficiency)에 기반한 대응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서한에 서명한 우리들은 우리 경제의 회복과 정의로운 사회 건설의 기초를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모두를 위한 경제의 새로운 근간을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1) 경제체제의 중심에 생명을 위치시켜야 합니다
경제성장과 낭비적인 생산 대신 생명과 복지가 우리 노력의 중심에 자리해야 합니다. 화석연료 생산, 군수 및 광고와 같은 경제의 일부 부문은 가능한 한 빠르게 단계적으로 폐지되어야 하지만, 보건의료, 교육, 재생가능에너지, 생태농업과 같은 다른 부문들은 육성되어야 합니다.
2)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을 위해 어떠한 노동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합니다
우리는 돌봄노동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며 코로나 위기 동안 필수적인 것으로 입증된 직종들에 대해 적절하게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파괴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보다 재생적(regenerative)이고 깨끗한 새로운 유형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제공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 나누기(work-sharing)를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3) 핵심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제공을 중심으로 사회를 조직해야 합니다
낭비적인 소비와 여행은 줄여야 하지만, 식량, 주택과 교육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인간의 기본적 필요는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s) 혹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등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최저 및 최대 소득이 민주적으로 정의되고 도입되어야 합니다.
4) 사회를 민주화해야 합니다
이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소외된 사회 집단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페미니즘의 원칙이 정치와 경제체제에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 부문의 권력은 민주적 소유와 통제를 통해 대폭 축소되어야 합니다. 에너지, 식량, 주택, 보건의료, 교육 등 기본적 필요와 관련된 부문은 탈상품화되고 탈금융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이 협력에 기초한 경제 활동이 육성되어야 합니다.
5) 정치경제체제를 연대의 원칙에 기초하여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와 미래 세대 간, 국가 내 사회 집단 간, 그리고 남반구(Global South)와 북반구(Global South) 간의 화해는 초국적(transnational), 교차적(intersectional), 그리고 세대상호간(intergenerational)의 재분배와 정의에 기초해야 합니다. 특히 북반구는 현재 형태의 착취를 중단하고 과거의 착취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급속한 사회-생태적 전환을 인도하는 원칙은 ‘기후정의’가 되어야 합니다.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체제가 지속되는 한 경기침체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탈성장’(Degrowth)입니다. 즉 계획적이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방식으로 경제의 규모를 축소시킴으로써 덜 가지고도 더 잘 살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의 위기는 많은 이들에게 잔혹하며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심한 타격을 입히고 있지만, 우리에게 성찰하고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줄 수 있으며, 발판으로 삼아야 할 수많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운동이자 개념으로서의 탈성장은 10년 이상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성찰해왔고, 지속가능성, 연대, 평등, 공생(conviviality), 직접민주주의, 삶의 즐거움과 같은 다른 가치들에 기반한 사회를 다시 생각하기 위한 일관된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장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해방적 출구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탈성장 비엔나 2020’과 ‘세계 탈성장의 날’(Global Degrowth Day)에 계속될 토론에 참여하고 여러분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십시오!
연대의 인사를 보내며,
공개서한 워킹그룹: Nathan Barlow, Ekaterina Chertkovskaya, Manuel Grebenjak, Vincent Liegey, François Schneider, Tone Smith, Sam Bliss, Constanza Hepp, Max Hollweg, Christian Kerschner, Andro Rilović, Pierre Smith Khanna, Joëlle Saey-Volckrick
이 서한은 탈성장 국제 네트워크 내 협력 과정의 결과입니다. 현재까지 60여 개 국 1,100여 명의 전문가와 70여 개의 단체가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팬데믹의 경제위기를 대응하고 부실한 안전망을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한국정부의 취약한 재정수입에 대하여, 다른백년은 MMT라고 불리는 현대금융이론이 하나의 해답을 제공한다고 판단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MMT효과가 혁신을 통한 산업의 구조조정과 자산중심의 증세정책을 통하여 보완되어야 한다.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였듯이, 제도와 이론보다는 이를 작동시키는 시대의 이념적 틀과 정치권력의 성격이 현실 속에 우선한다. 아래의 칼럼은 미국을 중심으로, MMT라는 동일한 정책의 수단에 관하여, 이를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실물경제에 투입하는 것과 소수의 자산가를 위해 금융산업과 부동산에 투입하는 것과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체의 요약
통화론자들을 중심으로 수십 년 간의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불안정한 것이 아니라 안정을 가져온다는, 현대금융이론의 개념이 갑자기 이를 비판하던 다양한 정치집단으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한다: 은행 등 금융분야뿐만 아니라 특히 공화당 집단까지 칭찬일색이다. 그러나 이들이 칭찬하는 내용인즉 MMT를 지지해온 사람들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현대금융이론은 경제소비활동 영역에서 수요와 실물분야에서 투자를 늘려서 완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 시절인 2008년 은행구제와 이후 트럼프의 세율인하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재정지원에서 발생하는 적자재정의 운용은 실물경제에 투자를 늘려 고용을 증가시키고 임금을 인상하여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의 자금투입과 양적완화는 금융과 보험 그리고 부동산 (FIRE, finance insurance & rental)분야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MMT가 추구하는 목표와는 정반대로 이를 악용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분야를 지원하고 이들이 짊어진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실물경제를 지원하기는커녕, 디플레를 가져오는 정책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이며 수탈적인 형태를 띠면서 신용과 부채만을 만들어내는 은행산업을 강화시켜 주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민간분야의 활동을 다음의 두개 분야로 분리해서 확인하여야 한다: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경제 분야가 임대지대, 독점지대 그리고 금융부채의 양산 속에 이루어지는 부채와 지대의 수탈이라는 금융의 망에 포위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영역의 분리를 통해 1) 고용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유지하는 것에 기여하는데 정부자금을 투입하여 발생하는 긍정적 적자재정과 2)부패한 정부가 비생산적인 FIRE(finance, insurance & rent)처럼 수탈과 부채의 디플레를 초래하는 영역에 투입하는 악질적이고 만성적인 적자재정을 구분해내야 한다.
MMT의 본질과 정책적 목표
MMT는 다양한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 재정을 적자로 운용해도 무방하다는 화폐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이미 1930년대에 케인즈에 의해서 공인을 받았는데 그의 개념은 사용자와 임금노동자 간의 선순환이론에 기반한 것이었다 재정적자를 통해서 공공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수요를 촉진하여 경제활동에서 적정이윤으로 생산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생산품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합리적으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 또는 회복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만이 경제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MMT는 시카고 학파의 우파적인 정책을 비판하면서 1990년대에 금융분야를 경제활동 전반에 보다 실제적이고 기능적으로 결합시키려는 Abba Lerner의 기능적 금융이론과 Hyman Minsky 등 노력에서 공식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시카고 학파를 비판하는 핵심은 Warren Mosler의 통찰에 찰 요약되어 있는데 ‘화폐발행권이 있는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돈을 사용하기 전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기 전에 돈을 먼저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MMT는 완전고용을 성취하기 위해 경제영역에 구매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포스트-케인즈에 속했다. 이러한 연구의 노력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는 민간분야의 부채가 야기하는 불안정을 안정으로 대치시킨다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접근으로 불경기는 정부의 적자재정으로 단순하게 치유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반면에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거대한 재정적자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에 오로지 금융과 부동산 분야만 활성화되었다.
경제활동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공공기업과 인프라 투자 그리고 재정적자와 시장개입을 반대한 주요 집단은 금융론자들이었다. 소위 오스트리아 그리고 시카고 학파의 금융론자들은 MMT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정부가 재정적자로 운영되면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며, 1920년대의 독일 바이마르 시대와 짐바브웨 등에서 있었던 재정적자 사례를 들먹이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자유시장에 대한 개입이라고 묘사한다 (MMT는 실제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개입을 추구한다).
MMT 학자들은 정부가 흑자재정 또는 균형재정을 이루면 경제활동에서 발생한 수입을 흡수하게 되고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를 축소시키면서 실업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시행하지 않으면, 경제는 민간분야의 은행에서 대출에 의존해야만 비로소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한다.
이런 사례로 실제 미국에서 클린턴 행정부시절의 말기에 흑자재정을 시현했다. 그러나 정부가 흑자를 보인 반면에 민간분야에서는 부채가 누적되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무역에서 흑자를 시현하던가 아니면, 민간분야에서 부채를 누적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구조화되면 이자와 상환의 부담으로 불경기가 찾아오고, 궁극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것처럼 만성적인 불황과 부채에 의한 디플레라는 정치적 부담을 맞이하게 된다.
적자재정과 MMT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금융분야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통해 충분한 구매력을 제공하지 못하면, 화폐와 신용을 제공하는 역할이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이자와 수익을 위하여 은행들은 주로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채권 구매에 신용대출을 발생시킨다. 이런 측면에서 은행들은 정부와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용목적에 상관없이 경제활동에 자금과 신용을 대여한다.
은행들은 정부가 단순히 화폐를 공급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금융과 가격정책, 조세와 기업을 규제하는 법규제정 활동에서 퇴출되기를 원한다. 금융분야는 정부가 필요보다는 정책적으로 자금이 부족하거나 외환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자금을 제공하면서, 이의 대가로 자연자원 또는 기초공공 인프라를 사들이면서 공공재를 독점하려고 의도한다 (과거에는 전쟁과정에서 그러했고, 현재에는 외채상황을 이용한다)
이러한 지위를 획득하려면 은행은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민간은행들의 신용제도와 공공영역의 자금창출력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공공자금은 기본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성장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목적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민간은행의 신용은 토지와 금융자산의 거래, 즉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채권에 집중된다.
적자재정의 운용을 반대하는 논리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시절에는 적자재정을 운용하였는데, 이는 사회적 지출을 위해서 지불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세금인하와 특히 부동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위시하여 의료와 교육 등에 지출할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재정절감이라며 시행하였다. 이러한 목표는 클린턴과 오바마 시절에 더욱 노골화되어 ‘책임있는 재정의 개혁을 위한 국가위원회 National Commission on Budget Responsibility & Reform’ 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름이 반영하듯이 책임은 균형재정을 뜻하며, 결국 사회지출 프로그램의 축소를 가져왔다.
정부지출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그룹은 재정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정치적 집단을 이용하여 재정적자에서 오는 정부부채의 증가를 비난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화당파와 중도적인 민주당파들은 오랫동안 사회안전망을 축소시켜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와 시카고의 금융학파들이 정부로 하여금 활동을 축소시키고 가능한 역할을 민영화하여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대규모의 부채를 발생시킨 금융업계는 자원과 자금의 할당을, 정부에서 금융분야로, 워싱턴에서 월가로, 다시 외국으로 진출하여 런던과 파리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중권가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군사비 지출에 대해서는 일체의 바판을 행하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는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불량부채의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결국 경제의 신용과 자산분야의 구제를 위해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였다.
MMT를 악용한 오바마와 트럼프의 금융구제 정책 사례들
MMT 지지자들과 포스트-케인즈 경제학자들에게 적자재정의 긍정적 역할은 자금을 ‘경제’의 수입을 위하여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라는 것은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분야를 의미하는 것이지 금융과 부동산 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부채규모를 현실적인 시장가격과 임대수준에 맞추어 축소시키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돈을 대주고 지원금을 제공하여 채무자인 시민들이 자신의 주택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금융문제의 현안을 해결하고 고용과 주택보유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지자들을 두 번씩이나 배신하면서, 금융권의 불량대출과 기타부채를 연장시키면서, 현실적인 시장가격으로 조정하는 대신에, 불량대출(사기적인 행위)을 야기시킨 은행들을 지원하고 구제하였다.
은행이 새로운 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재무표를 경감시켜주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이 신용을 창출하는 역할에 발을 담았다. 이를 통해 은행과 그림자 은행 그리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에게 황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에게 저당잡힌 주택들을 다시 사들여 임대부동산을 활성화시켰다.
이러한 정책은 Blackstone사에 의해서 주도되었고, 금융의 위기는 오히려 지분 참여자들에게 엄청난 배당을 가져다 주는 기회로 바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기회에 참여하려는 투자자의 지분참여 최저액이 5백만 불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연방준비제도가 시행한 양적완화 액수인 4.6조 달러는 실물경제에 자금을 창출하지 못했고, 마치 알라딘의 램프가 오랜 된 것에서 새 것으로 바뀌는 것처럼, 불량자산이 양질로 교체되는 기술적 스왑을 이루었을 뿐이다. 이러한 스왑은 저축이 유입되는 것과 같다. 은행으로 하여금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능력이 없는 자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운 채무자에게 대부를 제공하는 재무적 투기를 시행한 것이다. 월가는 MMT를 핑계로 악용하여 실물경제를 살린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을 부풀린 것이다.
경제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소수의 1% 또는 10%에게 경제라는 것은 시장이며, 특히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부동산, 주식과 채권)의 시장가치를 의미한다. 이런 자산이 실물의 생산과 소비경제를 포위하면서 임금과 이익에 비례하여 점차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려간다.
또한 이들의 가치는 정부의 지원과 신용창출(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세금축소), 경제적 지대, 재무적 수수료와 이자 그리고 서비스 비용 등으로 부풀려 지는데, 이러한 증가가 마치 실물경제에 기여한 것처럼 GDP의 일부로 계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경제영역을 다루어야 하는데, 하나는 생산수단과 유동자산 그리고 노동의 영역(이는 일반적으로 GDP로 측정된다)과 금융 및 부동산으로 노동과 실물자본에 의해서 발생한 수입에서 지대비용을 수탈해 가는 영역으로 구분해야 한다.
금융조작이 산업성과를 대체해 가는데 이는 정치적 로비과정을 통해 세금을 인하시키고 지대에 대한 특혜를 제공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면서 이루어 진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그리고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증대시키기 위해, 이들은 신용과 정부의 지원을 유도해 내는데 이는 생산과 고용을 증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식의 바이백과 배당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바이백은 소위 ‘자본되사기’로 불리며 투자확대가 아니라 투자축소에 해당한다. 이는 세법에 의해 선호되는데 배당금에 대한 과세에 비교하여 자본이익에는 세금인하 내지 면세가 적용된다.
오용된 MMT의 사각지대: 실물경제가 아닌 투기적 FIRE 영역
FIRE 영역과 생산-소비의 실물경제 간의 표면적 착시현상은 전통적 금융공식인 MV=PT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에 의하면 경제는 단순히 민간과 정부의 영역으로만 구분된다. 무역분야인 국제수지균형을 별도로 하고, 정부가 지출하는 것은 국내경제에 자금을 대는 것이고 반대로 재정흑자는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의 문제점은, MMT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정부가 FIRE 및 금융자산의 영역에 지출하는 것과 간접자본투자를 포함한 실물경제의 고용과 생산에 투하하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없으면 고용과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생산적인 재정지출과 단순히 금융자산을 지원하는 것을 구별하여 확인할 수가 없으며, 후자의 경우 신용제공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상환이 불가능한 채권에 대해 정부의 자금을 밑빠진 독에 쏟아붓는 꼴이 된다.
금융분야를 지원하고 이에서 발생하는 악성 부채를 변제하는 것은 실물경제에 긴축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IMF식으로 말하자면 ‘월가에 MMT를’이라는 모순어법으로,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실물경제의 반대편에 서있는 꼴이다.
MMT, 공공 그리고 민간의 부채
자금이 생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채이다. 정부의 자금은 공공의 목적, 즉 고용과 생산량을 높이고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양상을 보면, 민간분야의 부채는 다분히 수탈적이며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 즉 부채디플레를 발생시킨다.
정부는 국내통화만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는 공공의 부채를 창출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화폐를 만들어서 갚을 수 있다. 생산량과 고용을 늘려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지출하기만 한다면, 공공의 부채는 인플레를 일으키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부채를 세금으로 되갚으면서 통화에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통화시스템은 본래적으로 재정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의 고전적 전제는 생산과 소비라는 실물분야의 임금과 이익에 과세하기 보다는, 주로 불로소득 즉 경제지대에 과세를 하면서 경제의 비용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분야의 부채이다. 대부분의 부채는 은행에 의해서 형성된다. 은행의 신용은, 은행 고객이 가지는 채권으로, 채무자가 이를 갚을 수 있는 수입의 능력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민간의 부채 대부분이 생산적이고 활동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사용되기 보다는 자산소유권의 이전(신용의 증가율에 따라 자산가치가 영향을 받는)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활동에 연동되지 않은 신용의 투입은 부채디플레를 유도한다. 정부는 적자재정을 운용하여 경제활동에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대신, 민간부채는 약정기간 동안 경제분야에서 이자와 원금상환 그리고 수수료를 빼어 나간다.
대부분 담보대출의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하여 발생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이자비용을 발생시키며 종결된다. 약정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복식이자로 계산되면서, 담보물의 부채는 여러 번에 걸쳐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이야말로 담보대출서비스를 통해 지대수입을 회수하면서, 궁극적으로 자본증식(자산가치의 추가획득)의 주요 수혜자가 된다.
은행의 신용제도에 통화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 부채를 통화로 지급하도록 허용하면서 – 정부가 은행을 공적으로 유용한 기구로 인정하고 은행의 제예금을 보증하고, 궁극적으로 은행을 파산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금융분야를 지원하면서 적자재정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채의 감당비용을 경제활동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식이자의 계산결과로 감당비용이 늘어나면서, 구제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은행과 금융분야에서 발생한 결손을 보충하는 대안으로 부채의 감당비용을 지원하는 적자재정(스왑의 합의를 포함하여)의 규모도 커지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내용이다. 금융분야에 휘둘리면서 결국 경제의 주요흐름이 적자재정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적자재정이 금융과 FIRE 분야 등에 주로 지원되지만, 일반시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케인즈 경제와 MMT가 의도했던 진짜 경제 – 실물경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정부적자재정을 MMT의 적용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정책적 목표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 시절의 적자재정은 사회적 지출(사회안전망, 의료보호제도, 교육 등)을 축소시키며 여러 번 펀치를 날렸다면, 최근의 오바마와 트럼프 시기의 적자재정은 금융분야를 구제하기 위하여 사회프로그램을 축소시켜야 균형재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경고로서 작용하였다.
월가가 마술을 부려 ‘경제’를 대표하는 것으로 변신하는 동안에, 오히려 노동과 산업 분야는 중앙은행과 재무부와 공생관계를 형성한 금융분야에 부담을 주는 비용적 요소로 간주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금융분야, 민간자본, 긴축재정과 중앙계획
이제 또다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월가를 구제한다면, 미국은 결정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금권이 지배하는 과두제 국가로 바뀔 것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적극적인 정부가 민간분야보다 본래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주효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로비스트의 표현에 의하면 욕조의 하수구에 들어갈 만큼 축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분야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것은 경제의 질서를 회복한다는 것은 저축은행과 금융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상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결국 경제에 대규모로 손실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시기의 금융분야에 종사하는 은행가들과 금융투자자들은 19세기 당시 지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지대의 가격은 비용가치를 능가하면서 영국과 중부유럽을 고비용의 경제로 만들었다. 고전경제학이 가르치는 내용이 바로 이것으로, 생산의 비용은 실제적이고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원칙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형성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경제지대는 불필요한 비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혜, 세습적 토지소유, 공공의 영역에서 신용제공자가 제멋대로 행사하는 독점, 전쟁부채를 갚아준다는 구실로 받는 반대급부의 제도적 보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대계급은 경제의 주요 부가가치를 즐기는 주요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의회를 통하여 정부를 조정한다. 현재의 미국정치는 돈많은 후원자들이 해괴한 선거자금법을 이용하여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을 움직인다. 정치인들의 사무소는 민간 경매품이 되어 가장 고가의 응찰자에게 팔려 나간다. 이들 후원자들은 주로 월가와 금융기업에서 활동하는 자들이다.
2008년 이후 주식과 채권은 DJIA 평가기준으로 8,500에서 30,000 포인트로 급상승하였다. 이러한 상승은 소위 자유시장에 지나치게 제공된 중앙은행의 지원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다. 양적완화를 시작하기 전의 주식가격은 지난 세기의 평균가격선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양적완화는 주식가격을 2019년 공황과 2000년의 버플을 뛰어넘어 상종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코로나 사태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주식가격은 그린스펀 의장시절 이전의 가격보다 높이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버블이 아니라 기포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면서, 코로나 이후 실물경제가 극적으로 수축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폭락없이 버티어 내기만을 기대하면서 정부는 금융분야에 지원을 계속하려는 낌새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를 살려야 하나? 하루의 고된 생활이 생계수단인 일반 시민들인가? 아니면 생계가 위축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화생활을 즐기는 과두제의 수탈자들인가?
이런 모든 것이, 경제지대를 배제하고 불로소득을 고립시키려고, 가치이론을 중심으로 설계한 고전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미 설명된 것이다.
Hudson의 모순 : 재정, 가격 그리고 지대경제
FIRE영역과 실물경제를 구별하지 않고는, 자산-인플레와 상품가격-인플레를 일으키는 정부의 적자재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여기에 일종의 모순이 존재한다. 은행의 신용은 담보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로 부동산, 주식과 채권 등에 이루어지게 되고, 이런 자산에 투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우선 주택가격이 오르게 되고 뒤를 이어 금융증권이 뒤따른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사려는 매입자는 더욱 많은 대출액수를 일으켜야 한다. 이런 분야로 대출이 집중되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은행의 대출에서 오는 자산가격 인플레효과(자산효과)는 따라서 상품가격을 낮추는 충격을 주게 되는데 이는 대출비용 부담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은행대출의 디플레 효과는 불량채무를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간의 대출채권에 대한 스왑방식(실제 돈이 거래되는 않는다)을 통하여 정부는 은행을 구제하게 된다.
이는 위의 MV=PT라는 등식의 역방향에 해당하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무관하게 통화량만 늘리면 된다는 식이다. 이는 정부의 적자재정의 운용과 비교하여, 은행의 신용창출은 자산을 사들여 자신인플레를 일으킨다는 차이점을 분간하지 못하면서, 공공과 민간 분야 간에 이루어지는 과거의 통화이론과 새로운 MMT간의 구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생산과 소비라는 실물경제에 사용되는 임금과 수익을 FIRE 영역의 자산과 부채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로부터 분리시킬 필요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은행 시스템에 내재하는 신용창출은 대출에 대한 이자라는 형태를 취한다.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가 증가하면 할수록, 산업과 노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줄어 든다. 그 결과 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부채디플레로 나타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우화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 배고픈 사람에게 생선을 주면 하루를 먹일 수 있다.
– 생선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고객을 잃게 된다.
– 그러나 그에게 생선을 잡을 배와 어망에 사도록 이자증식의 자금을 빌려주면, 그는 자신이 잡은 모든 생선으로 당신에게 갚을 것이다. 당신은 부채라는 노예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미국에서 정부와 금융산업이 MMT를 빙자하여 일반시민들을 수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 Global Research Center, 2020.-04-28.
Michael Hudson
캔서스시에 있는 미주리 대학 연구교수이자 Bard 대학의 조세경제 연구소 연구원이다 부채탕감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Dirk Bezemer, 네덜란드 Groningen 대학교수이다.
아래의 칼럼은 NYT에 실린 내용으로 기고자는 현재의 위기에 도덕적 기준을 잣대로 구제지원을 선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른백년은 이런 관점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다만 생산적인 논쟁을 위하여 게재를 결정했다.
우리는 지난 IMF 시기와는 달리하여 은행과 거대 기업에 지원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대신, 수요자인 시민들과 중소기업자들에게 필요한 만큼 무제한적으로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거래은행은 해당산업의 지원과 존폐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정부는 이번 위기를 미래의 일상적 혁신을 위해 대규모 산업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기업과 은행의 파산에 대응하면서, 정부가 선택적으로 이들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되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 시장에 재매각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는 수직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수천만 명이 실직을 당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부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연방의회는 위기의 확산을 차단하려고 이미 3조 달러의 지원을 승인하였고, 추가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신속하고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에 대하여 다른 정치적인 견해들이 분노와 함께 돌출하기 시작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인들과 언론매체 그리고 일반시민 사이에 잠재적인 불황을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수혜자들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여부를 밝히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좌파적 정치인들은 거대기업들이 연방정부의 지원혜택을 받거나 연방준비제도가 공급하는 초저금리의 신용공여를 받는다는 것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반면에 우파에 속하는 측은 연방행정부가 주정부나 지방정부를 지원하거나, 실업자들을 돕기 위해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것에 화를 내고 있다. 여론매체들은 스테이크하우스 체인이나 사설학원같이 자격미달인 조직들에게 지원금이 투입되는 것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연방지원금을 받을 자격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누구인지 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엔 자금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제로-섬 게임의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위기가 종결되기 이전에 곤궁에 빠진 개인과 기업 그리고 공조직에 대한 연방정부의 대응수단을 제한하고 지원을 중단시킬 잠재성을 지닌다.
“보수적인 견해를 지닌 친구들은 주정부나 지방도시는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현재 해밀톤 전략연구소의 파트너를 일하고 있는 Tony Fratto는 이야기한다. ”반면 진보적인 인사들은 민간기업들에게 도움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자유주의자들은 누구에게도 지원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들 각자의 견해는 나름대로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고통의 결과물들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세계적 규모의 금융위기와 후유증을 겪은 지금은 물론 보다 합리적인 주장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매우 긴급한 사항이다.
지난 위기 과정에, 보수주의자들은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택구매자금을 담보조건으로 융자해준 사실을 비난한다. 당시의 은행들은 거대한 ‘모랄-해저드’라는 문제를 동반하면서 금융조직들이 부동산 저당의 거품에 자금을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한 결과에 대해 전액의 구제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Covid-19에 대하여 같은 내용으로 비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주택버블과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금융회사들이 구제지원을 받은 것은 비도덕적인 것으로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정당한 일이지만, 이번의 사태는 경우가 다르다”고 자유 루스벨트 재단의 연구원인 Mike Konczal은 주장한다.
금융위기 상황과 확실하게 다른 것은 기업들이 코로나를 야기시킨 장본인들이 아니라 희생자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분야와 금융분야에 종사하는 자유주의적 인사들이 이를 묵살하고 있는데 이들은 과거에 구제를 받았던 기업들이, 지난 수 년간 바이-백을 통하여 주주들에게 배당을 높이는 행동을 보여 왔다며, 이제 다시 정부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데 분노를 터트린다.
이런 비판에 앞장서온 Oaktree Capital의 Howard Marks는 최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비도덕인 행위를 한 기업을 정부가 보호해 준다고 사람들이 느낀다면, 이는 분명히 ‘모랄-해저드’에 해당한다. 이들 조직과 관련 투자자들은 고통에서 보호를 받겠지만 이는 아주 나쁜 사례를 남기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 특히 부채가 많아 충격에 취약한 조직들이 우선적으로 파산의 위기에 몰리겠지만, 동시에 현재 전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이런 충격에는 어떤 기업조직도 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연방준비제도가 기업채권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많은 기업조직들이 자신의 실책 때문이 아니라 단지 순간의 자금을 융통하지 못해서 파산에 이를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파산은 부실기업을 주주로부터 분리시켜 신용제공자에게 되돌려주는 효율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팬데믹과 같은 충격에 대해 정부가 온전히 방관으로 일관하면 파산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결과적으로 일하는 미국시민들과 경제전반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가 좋은 호시절에도 파산의 정리과정에서 신용제공자(채권은행)와 노동조합 또는 노동계약자들 간에 협상을 통하여 퇴직보상이 없는 정리해고를 자주 허용하기도 한다. 여러 산업분야를 관통하며 수 천개의 기업들이 상법 제11조의 파산신청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자. 이로 인해 파산법정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고, 구조조정의 기간 동안 조업을 지속하도록 하는 부채정리의 과정이 지연될 것이다. 따라서 많은 우량기업들이 살아남기 보다는 청산되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연이은 파산사태는 부채에 시달려온 투자자들이 헐값에 가치있는 자산을 사들일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며, 산업이 소수의 거대기업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잘못된 경제관계를 회복하려면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경제상황에서는 파산이 창조적인 파괴의 선순환으로 작동하지만, 지금은 파괴가 거대한 조업중단과 폐업을 야기할 것이다”라고 경제혁신그룹의 책임자로 일하는 John Lettieri는 이야기한다.
비슷한 논리가 연방정부 구제지원의 여러 분야에 걸쳐서 적용되고 있다.
상원의 주류인 공화당 총무인 Mitch McConnell은 지난 4월의 한 인터뷰에서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주정부들을 파산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중에 그런 입장에서 후퇴하기는 했지만, 그와 공화당 동료들은 민주당 소속의 주정부들이, 한편에서는 대규모 공공실업연금의 의무를 시행하면서, 연방정부의 구제지원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많은 주정부들이, 위기 이전에는 건전한 재무상황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이제는 세수가 격감하면서 향후 수년간 재정지출을 심각하게 축소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민간분야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경제가 정상화되는 것이 지연될 수 있다.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대상에 대한 논란의 와중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지불보호정책을 서명하는 주정부들의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우선적으로 3,500억불의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연방의회의 결정여부에 있으며, 문제는 상기 금액으로는 중소기업들의 임금지불을 충당하는데 역부족이라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차적인 자금의 집행으로는 부족하여, 논쟁의 대상이 되는 대규모의 스테이크 체인사업체들뿐만 아니라, 벤처지원 기업들을 포함하여 지원할 가치가 있는 조직들도 희생당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수 만개의 기업들 중에 섞여 일부 불량기업이 구제지원 자금을 받는 것에 분노한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며, 사람들이 누가 자격이 있고 누가 없다는 식으로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를 잘못 접근하는 것이라고 Lettieri는 말한다.
팬데믹에는 도덕적 기준이 없다. 경제를 회복시키는 조치가 공정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는 대상이라고 분노하는 것은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는다.
올해는 여러 측면에서 지난 수십 년을 통해 인류가 처한 가장 최악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우리는 팬데믹 진행의 과정에 있으며 이미 삼십만 명이 희생당하고 수백만 인구가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상황이 종결되기 전에 추가로 수백만 명이 괴로움을 당할 것 같다. 세계경제는 수직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극적으로 상승하고, 통상과 생산 활동은 급속히 위축되는 등 단기적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에 들어 메뚜기 떼의 창궐이 아프리카에 두 번째 나타나고 있고, 미국에서는 치명적인 독을 지닌 말벌들이 일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은(무지한) 미국 대통령은 치사를 가져올 약품을 만병통치라고 떠벌리면서 과학적인 조언들을 묵살하고 있다. 설령 상기에 언급한 일들이 마법처럼 내일 사라진다 해도 – 사라질 턱이 없지만 – 우리는 여전히 기후위기라는 장기적인 위협을 직면하고 있다.
더 이상 무엇이 나빠질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한가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 전쟁.
따라서 우리는 팬데믹과 경제불황이 겹쳐지면서 과연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하며, 역사와 이론이 우리에게 어떤 답변을 줄 것인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
우선적으로 질병과 불황이 발생하면 전쟁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1차 대전은 세계를 황폐화시킨 독감이 막 시작될 무렵인 1918-19연간에 막을 내렸지만, 팬데믹은 러시아의 시민전쟁 (혁명)도, 러시아와 폴란드 간의 전쟁도, 여러 국가 간의 물리적 충돌을 중단시키지는 않았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이 1931년에 있었던 일본의 만주침략을 저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파시즘의 등장을 부추기면서 결국 세계2차 대전을 일으켰다. 따라서 단지 COVID-19와 동반하는 세계적 불황 때문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판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MIT의 Barry Posen교수는 이미 현재 팬데믹의 충격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검토하였으며 그는 COVID-19가 전쟁 대신 평화를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의 팬데믹은 주요 세력들에게 심각하게 타격을 주어 취약하고 붕괴되기 쉬운 상대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도발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반면에 모든 국가들의 정부는 중단기적으로 매우 비관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쟁은, 대부분의 경우, 침략국가들이 과신 속에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맥락에서 팬데믹이 가져오는 비관주의는 오히려 평화를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쟁은 본질적으로 훈련소와 군사기지, 집결장소, 바다 위의 전함 등에 사람들 다수가 집결해야 하는데, 팬데믹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러한 집결을 좋아할 시민들은 없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로 어려움에 처한 정부들은 자신들이 최소한 당분간은 최선을 다해 질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 주고 있다고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상기의 사항들이 매우 충동적이며 전쟁광인 사우디 황세자 모하메드조차 예멘에서 혈투를 벌리고 있는 실패한 전쟁에서 철수하는 것을 고려하게 만드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Posen 교수는 CVID-19으로 인해 중단기적으로 국제통상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 추가적인 설명을 한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전쟁을 방지하는 중요한 장벽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통상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서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놀라겠지만, 그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의 주요 원인이 통상이라는 주제였음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에 형성되는 통상 단절의 수준에 따라 긴장이 줄어들고, 전쟁의 가능성을 퇴조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들을 들어보면, 팬데믹이 평화를 유도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쟁가능성과 경제적 조건 간의 넓은 관계성은 어떻게 작용할까? 일부 독자들은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을 증진시키거나 또는 집권자의 정치적 기회를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깊고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적 불경기가 심각한 국제적인 분쟁을 일으키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이론 중에 익숙한 논쟁의 하나가 소위 관심돌리기 (희생양) 이야기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치지도자가 국민적 지지를 잃을까 염려가 되면 자신의 실패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외국과 위기를 조장하고, 심한 경우에는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란 또는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미국시민들은 염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기 이론 자체가 지닌 논리와 경험의 결함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다. 전쟁은 하나의 게임이며, 조그만 잘못되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트럼프의 기울어가는 운명의 관짝(coffin)에 마지막 못질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할 만한 나라가 실재하지 않으며,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조차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수천 수만 명이 (팬데믹으로) 죽어가는 와중에, 이란 또는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더구나 전쟁행위가 성공을 거둔다 해도, 미국시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을 것이며 농력있는 국가들의 백신개발을 지원하고 촉진할 수 있는 시험과 추척의 레짐(testing & tracing regime) 분위기를 형성시켜 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동맹이 될만한 다른 지도국가의 지도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전쟁에 관해 비슷한 류의 다른 이론은 “군사적 케인즈론”이다. 전쟁은 경제적 수요를 촉발시켜 불황에 빠진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어 번영과 완전고용으로 이끈다는 논리이다. 세계2차 대전의 경우가 그러했고, 미국을 대공항의 모래수렁에서 구해냈다. 거대한 권력들이 전쟁을 일으켜 대규모 기업체(군수산업)을 지원한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이런 류의 논리에 동조하면서, 정부가 황량한 경제전망을 갖게 되면 군사적 모험을 통하여 경제를 재가동시킬 것으로 염려한다.
나는 대규모 전쟁이 과연 유의미하게 경제를 촉진시키는지 의심을 가지고 있다. 부채가 과중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수반되는 모든 위험을 감당하면서 대규모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더욱 중요한 점은 전쟁을 하지 않고도 경제를 촉진시킬 수단이 많이 있으며, 예건데 간접 인프라의 투자, 실업보험 확충, 헬리콥터-모니(비정상적 화폐발행) 등, 전쟁은 선택할 수 있는 수단 중에 가장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통상 전쟁의 위협은 투자자들을 위축시키는데, 이는 주식시장 부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경제적 불경기가 전쟁을 부추는 것은 매우 특별한 환경 속에서 일어난다. 특히 매우 즉각적이고 중대한 가치를 지켜내야 하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 전쟁이 가능하다. 1990년 이라크의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점령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이라크는 아란과 오랜 전쟁 끝에 경제가 엉망인 상태에서, 치솟는 실업률이 사담 후세인의 국내정치적 위상을 위태롭게 하였고, 쿠웨이트의 풍부한 유전이 이를 보상할 대상이었으며, 경무장한 상대국을 점령하는 것이 매우 용이한 상태이었다.
또한 이라크는 쿠웨이트에게 큰 부채를 지고 있었기에, 바그다그의 적대적 권력이 쿠웨이트를 장악하면 모든 빚을 하루아침에 청산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이라크가 처한 일촉즉발의 경제적 조건이 전쟁을 발발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지구상에 어느 나라도 이라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당장 러시아가 원한다 해도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한다거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매우 약하고 방어능력이 없는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을 갑자기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는 일을 가상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긴 시각에서 본다면, 경제적 불황이 지속되면 파시즘이 형성되고 민족혐오 운동을 야기하면서 자국 보호주의와 초국가주의를 부추기면서 국가들 간에 상호 수용할만한 협상이 점차 어려워 지면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비록 경제적 공황이 국제정치를 파국으로 몰아간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1930년대의 역사가 그러한 추이를 형성해 왔다.
현재시점에도 국가주의, 민족혐오 그리고 전체주의적 지배가 COVID-19가 발발하기 전에 이미 부활하고 있었고 이러한 경향이 전세계적 규모로 경제적 비참함이 전개되면서 이러한 추이가 강해지고 있어, 바이러스의 공포가 사라지면 전쟁을 일으킬 조건으로 우리를 몰아갈 수도 있다.
균형적으로 검토해 보더라도,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례가 없는 경제적 조건이 전쟁을 추동할 만큼 충격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선 불황이 전쟁의 원인이라면, 우리의 역사에서 훨씬 많은 전쟁들이 일어났어야 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미국은 건국이래 40여 차례 이상의 불황을 겪어왔지만, 그동안 주정부 단위의 소규모 전투가 20여 차례가 있었을 뿐이고, 이들 대부분도 경제와는 무관한 전쟁들이었다.
경제학자인 Paul Samuelson의 주식시장과 관련한 유명한 빈정댐을 인용해 본다 ‘만약 불황이 전쟁의 강력한 원인이었다면, 이들 전쟁의 다섯(혹은 더 적은)경우에서 최소한 아홉 번은 미리 예측했을 것이다.’
두 번째, 국가들은 빠르고 상대적으로 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없으면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John Mearsheimer가 지신의 저서 ‘고전적 전쟁억지(conventional deterrence)’에서 언급하였듯이, 전쟁이 길어지고 피비린내 나고 희생의 부담이 큰 반면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회피한다. 전쟁을 선택하려면, 쉽고 빠르고 적은 희생으로 확실한 승리 또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1914년 유럽이 전쟁에 돌입한 것은 쌍방이 손쉽고 빠르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며, 나치의 독일은 적국을 속이면서 손쉽고 적은 희생으로 이길 수 있는 blitzkrieg((전격) 전략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가 1980년에 이란을 공략한 것은 사담이 이슬람 공화국이 내부분열로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오판한 탓이었고, 조지 W. 부시가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전쟁을 시작하면 신속한 승리가 확실했으며, 그만한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정치 지도자들이 결정적으로 오판했다는 사실이 핵심이 아니다. 요점은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재빨리 손쉽고 적은 희생으로 성공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없다면, 지도자들은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세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동기는 안전보장에 관한 것이지 결코 경제적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배경으로 장기적인 힘의 균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고, 지난한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으며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때, 그리고 자신들이 지금 공격하면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켜 안전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에 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역사학자인 A.J.P Taylor는 일찍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관찰하였고 이는 대부분 전쟁에서 여전히 진실로 남아 있다 “1848에서 1918년 간에 있었던 강대국들 간의 모든 전쟁은 예방적 성격을 지녔으며 정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결론이다. 경제적 환경 즉 불황은 전쟁과 평화를 선택하는 광범한 정치적 환경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이며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COVID-19 팬데믹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길고 크며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럴 공산이 매우 크지만, 특별히 단기적으로 전쟁의 가능성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최근 몇 달 간에 우리가 지켜보는 (트럼프의) 어리석음이 전쟁을 야기할 강력한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 못난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 때문에 피를 부르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의 특별한 순간(트럼프의 재직기간)에는 햇살을 즐기는 것이 어렵다는 전제하에, 본 주제에 대한 나의 견해가 옳다는 것을 희망한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왜 세계를 개변시키는가? 이는 현실문제일 뿐 아니라 더욱더 이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국제관계 이론과 역사 서술 중에서, 바이러스 전염병의 각도에서, 역병이 도대체 인류의 기본 사회생활, 국가사이의 권력경쟁 및 이익분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총결산하는(总结) 글은 거의 없다(少有).
그렇지만, 이번 신코로나 역병은 민족, 국적, 성별, 피부색, 연령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이미 세계 200여 국가와 지역에 확산되었다. 이로써 인류의 위기와 재난의 서술을 새롭게 다시 쓰게 되었고, 우리의 세계정치이론 인식과 역사경험을 변화 및 개선시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코로나 역병은 다음의 4가지 방면에서(从以下四方面) “전대미문”적으로 세계를 개변시키고 있다.
첫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인류의 경제질서와 경제활동에 가져온 충격은 전례가 없을 정도이다(前所未有的). 이 전염병 때문에, 세계 절대 다수 국가가 자가격리를(居家隔离) 경험하고,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社交距离) 유지하고, 심지어는 도시봉쇄까지(封城) 해서, 경제활동 중의 소비수요는 압축을 받아(被压缩到了) 생활필수품 공급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산업과 제조업은 모두 정상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자본도 역시 명확한 투자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의 모든 요소가 정지상태(停摆)에 놓여 있음을 말한다.
신코로나 역병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전 지구적 경제쇠퇴를 가져올지에 대해, 어떤 사람은 앞으로 1929-1933년 대공황(大萧条)이후 최대의 세계 경제위기가 될 것이고, 심지어 어떤 이는 대공황시기에 비해 더 엄중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둘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대국간 전략경쟁을 모든 요소의 대결시대로 진입하도록 만들고 있고, 현재의 중·미관계 악화는 이의 전형적인 보기이다. 우리들이 과거에 인식한 중·미관계의 경험적 사실은 “좋긴 하지만 좋아 보았자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또 나쁘긴 하지만 나빠 보았자 얼마나 나빠지겠는가?”였다(“好也好不到哪里,坏也坏不到哪里”). 그렇지만 오늘날의 중·미관계에는 이미 거대한 “범주적(파라다임의, paradigm) 변화(范式变化)”가 발생해버렸다. 정말로 총체적 대결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경제나 군사뿐 아니라 과학기술협력, 인문교류, 각자 국내시장과 경제관리체계 등의 방면에까지 포괄하여, 모두 충돌과 대결의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중·미관계가 오늘날 악화되는 과정 중에 가장 위험한 요인은 감정화와 정치화이다(情绪化和政治化). 특히 미국정부는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기(甩锅)”위해 끊임없이 중국의 거동에 대해 “낙인찍기(污名化)”를 해왔다. 중·미관계는 “최악은 아니지만, 단지 더욱 악화될(没有最坏,只有更坏)”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냉전종식 근 30년래 전대미문의 정치와 사회 사조에 새로운 격동과 기복을(激荡起伏) 가져왔다. 냉전종식은 자유주의 가치관과 그 실천의 세계화를 가져오도록 했고, 구체적으로 시장에 그 요소를 배치하고, 가치 및 산업의 연계구조의 배치를 통해 세계화를 구현했다. 더 나아가 각국 정치, 사회의 협치 프레임과 중대한 초국가적 의제설정과 협치(관리, 거버넌스 governance) 기제의 세계화도 가져왔다.
신코로나 역병이 폭발하면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 협치(거버넌스) 기제가 엄중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더욱더 “미국우선주의”의 협애한 대중영합주의(狭隘民粹主义, 포퓰리즘) 때문에 국제제도의 규칙을 기초로 하는 전 세계적 협치(글로벌 거버넌스, global governance) 역시 심각하게 쇠약해지고 있다. 역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사회 및 개인의 관계는 중대한 역사적 조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과 자원배치 능력을 강화시키는 “신국가주의”가 전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넷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전세계의 여론방향을 재(再)설정하고(다시 빗고, 重塑) 있다. 전대미문의 여론 “히스테리화”를 조성하고, 민족주의, 인종주의, 배외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자유 및 상호개방과 국가와 지역을 넘어선 사회적 교류왕래는, 신코로나 사태 이후, 엄중한 타격과 제한에 직면해 있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중요 경제체 사이에 상호 방어 장벽을 유발하고, 전략경쟁은 경제, 사회 및 여론 등 영역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래서 각국이 가치와 관념에서 상호 경계와 장벽을 치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서방 매체의 영향을 받아 “중국차별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서방매체는 더 나아가서 도발의 기회를 잡고 중국에게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정체를 강요당하고 있기도 하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전 세계적으로 4단계의 “충격효과”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은 “공공위생위기” “경제와 민생위기” “사회위기” 그리고 일부 국가에 나타나는 “정치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충격은 제1, 제2 단계에 처해 있었고, 지금은 제3단계로 향해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다. 제4단계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신코로나 역병은 어떻게 세계를 개변시킬까? 필자는 다음 3개 방면의 개변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본다.
하나의 방면은 세계가 “신 전국시대”로 진입해서, 국가 간 경쟁, 방어, 경계 등의 전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장기화(持续拉宽和拉长)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우리는 언제나 “단극” 또는 “다극”을 이야기 해왔지만,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앞으로 “극”의 개념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공허하게(空前虚化) 만들 것이다.
국제구도는(国际格局) 더 이상 간단하게 “극”이란 개념을 주체의 권력분배 구조로 삼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해관계의 경계, 방어, 충돌 등이 더욱 세밀해 지고,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결과 국제구도는 앞으로 국제질서의 주도적 영도 역량이(리더십, leadership) 부족해지고, 국가 간 다(多)영역, 다(多)전선, 다(多)차원의 “옥신각신 다투는(明争暗斗)” 신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가 본래 적극적으로 만들었던 브릭스(BRICS)국가협력기제, 상하이협력조직기제, 신흥경제체협력기제 등 모두가 앞으로 매우 많은 새로운 도전과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국제역량에서 “동승서강东升西降—동양은 상승하고 서양은 하강하는” 구도(格局) 또한 중대 시련을 겪을 것이다. 브릭스국가와 신흥경제체제는 역병발생으로 비교적 큰 충격을 받았고, 남아프리카, 브라질, 인도의 화폐는 지난 2개월 동안 대폭 평가절하 되어 사람들이 우려하게 되었다.
미래의 세계 권력과 이익구조는 다시 재조직될 것인가? 우리는 이 “신(新)전국(戰國)시대”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이러한 도전은 전대미문이다.
또 하나의 방면은 대국의 전략경쟁이 더욱더 엄준한 신단계로 진입한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은 “신냉전” 진입을 시작한 바와 다름없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추세를 두고 볼 때, 중·미관계는 “신냉전”으로부터 아마 한 걸음 떨어진 정도로 다가 와 있는 것 같다(只有一步之遥). 만약 미국 트럼프정부가 역병 방역의 실패를 덮고 또 선거에서 경쟁하기 위해, 중국 “낙인찍기”를 계속한다면, 중·미는 역병 이후 시대에도 아마 “신냉전”이라는 악마의 그림자에서(魅影) 벗어나기는 힘들(难以摆脱) 것이다.
“신(新) 냉전”과 구(舊) 냉전의 최대 차이는 국제체계가 다시는 간단하게 새로운 진영 편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은 경제와 상업에서 여전히 서로 뒤얽혀(交集, 교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적대는 아마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在所难免). “신냉전”은 중국이 원하는 바가 결코 아니고, 더욱이나 중국굴기의 전략이익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트럼프정부가 만약 “신냉전”을 한사코(硬要) 중국에 강압하면(强加于中国), 우리로서도 물러날 길이 없게 된다(无路可退)!
또 다른 하나의 방면은 세계 경제 질서가 대규모로 새로 짜질 수 있고(重组), 세계화 진행의 조정 또한 피할 수 없는 추세(势在必行)라는 점이다. 1990년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빈곤인구 수는 끊임없이 내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세계적으로 4-6억 빈곤인구를 새로이 증가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숫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再加上) 새로운 세계적 가뭄과 신코로나 폐렴역병의 반복 출현 가능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근 40개 국가에 엄중한 경제후퇴가 나타날 것이다. 신코로나 역병은 전 세계 발전의 현존 구도를(现有格局) 개변시킬 것이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에 의한 세계의 개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에 우리들은 사상, 심리, 지식 등에서 충분한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1944년 브레튼-우드 회의에서 케인즈는 Bancor라는 초국적의 화폐를 사용하는 국제관리기구(int’l clearing house)를 설립을 제안하였는데, Bancor라는 화폐개념은 연구동료인 슈마허 교수와 함께 1940-1952년간에 국제무역과 금융결제의 수단으로 정립한 것이다. 그러나 케인즈가 대표로 참석한 영국의 제안은 미국의 거부로 채택되지 못하였다.
“Greenback”은 미국달러 지폐에 대한 별칭이다
이는 미국이 강력한 대국으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또한 선진국가들의 경제력 절반을 차지하는 제1의 채권국가이면서 무역흑자를 가장 크게 내는 나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미국이 제안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설립과 페그PEGG(주요 통화들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평균치를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한 고정환율제도가 도입되었다.
IMF는 국제간 거래를 관리하는 기구의 역할을 맡게 되었고, 미국은 17%(현재까지도)이상의 지분을 지닌 대주주국가가 되었다.
국가 간의 환율은 금과 연동된 달러에 기반하면서 이는 명시적으로 미국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을 의미하면서, ‘Greenback은 금과 동일하다’는 국제적 지위를 확보했다.
이로써 모든 국가들은 미국달러(The Greenback)를 무역거래와 부채상환의 수단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상품을 선적하고 관리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국제무역과 해외투자의 효율은 제고되었고 경제성장의 촉진을 가져 왔다. 국제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보유한 미국은 국제적 강대국으로 지급 불이행의 염려가 없이 국제자본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정부의 채권은 국제금융자산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상품이 되었는데, 이는 액면가치와 이자율을 미국달러로 상환하기 때문이며, 이로써 달러는 지구에서 가장 안전환 통화로 간주되었다(현재까지도).
만약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1조 달러어치 미국채권을 매각하고자 하면, 미국이 할 일은 채권을 구매하는 나라들에게 지급할 달러를 인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의 후유증으로 미국의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이자율이 오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는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재앙이 되겠지만, 어찌하든 미국은 채무에서 해방되어 있는 국가인 셈이다. 반면에 중국은 평가절하된 Greenback을 손에 쥐게 되거나, 미국에 대한 채무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1980년대에 일본의 엔화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에 미국은 플라자합의라는 명분으로 일본 엔화를 절상시키도록 강압하여 달러로 이루어진 직접투자가치의 33%를 축소시켰다. 미국이 일본에 갚아야 할 부채 역시 같은 비율로 줄어들었고, 일본은 그만큼 가난해진 셈이다.
미국은 모든 정권을 통하여 제재대상 국가들에게 기축통화라는 수단을 특권으로 악용하여 왔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은 자신이 제제의 대상으로 삼은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유럽의 기업들에게 SWIFT(국제결제창구)와 같은 달러기반의 결제 플랫홈을 통하여 성공적으로 위협하였다. 이러한 협박은 궁지에 몰린 이슬람공화국(이란)의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였고 유럽 국가들의 사업기회를 잠식하였다.
최근 사례로는 중국인민은행과 홍콩자치행정부에 대한 제재를 둘 수 있다. 홍콩에 대한 중국본토의 국가안전법 확대적용에 대하여 홍콩자치행정부가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사용하는 것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축통화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미국의 달러를 기반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들(IMF와 세계은행 등)과 금융제도들을 통제하고 국제간의 금융거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채무국가들에게 워싱턴 컨센서스(1989년에 영국경제학자인 J. Williamson이 명명했다)의 채무제공조건으로 경제불황에도 재정긴축을 강요하고, 무조건적인 자유무역을 강요하며, 공공자산의 민영화를 강제하였다.
이로 인하여 아시아에서 남아메리카 그라고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채무국가들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IMF와 세계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부담이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채무국가들은 경제회복을 위하여 재정적자의 운용 또는 재정지출의 확대를 금지하면서 취약한 경제는 승수적으로 더욱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정수입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현재의 채무를 갚기 위해서 더 많은 채무를 빌려야 하는 “채무의 함정” 순환에 손쉽게 빠져들게 된다 (편집자: 이에 더하여 채무상황은 반드시 평가절상된 달러로 해야만 하는 이중의 불평등이 작동한다).
이렇게 미국이 경제와 금융의 권력과 기축통화국의 특권을 악용하는 것에 대하여 중국의 전직 인민은행장(Zhou Xiaochuan)이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 대신에 IMF의 특별인출권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Zhou은행장의 제안은 미국이 개발국가들의 독자적인 경제개발과 외교정책의 권리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횡포를 방지하자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여전히 IMF와 세계은행의 지분을 17% 이상 소유하면서, 현재의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데 필요한 특별조항인 85% 이상의 결의조건을 요구하는데, 이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인출권이 새로운 기축통화의 후보가 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따라서 중국과 주요 경제권은 함께 협력하여 달러와 미국의 영향아래 있는 IMF 및 세계은행과는 독립된 별도의 새로운 국제통화방식을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통화의 가치는 협력하는 회원국가들의 가중치평균(페그방식)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회원국가들은 경제의 규모에 따라 무역과 금융의 결제를 위한 신용한도의 할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느 회원국가의 상황이 신용한도를 넘어서는 자금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부채의 함정’을 방지하는 선에서 추가적인 채무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미국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과제이다. 이로써 미국의 간섭과 방해를 받지 않는 안정되고 자유로운 국제적 경제질서와 금융시스템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출처: Asia Times on 2020-07-10.
Ken Moak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의 여러 유수대학에서 경제이론과 국제정치에 관련하여 화제의 저명한 강연을 진행하였고, 현재 Asia Times의 편집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 ‘중국경제의 굴기와 국제사회의 충격’을 출간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의 경제적 충격은 세계적 규모로 정치경제 분야의 거대한 격변을 불러올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앞으로 진행될 변화를 긍정적으로 가속시킬 것인지, 이에 부정적으로 작동할 것인지, 구체적인 사항에 들어가면 서로 입장이 갈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전망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중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있어서 가장 심오하게 진행되고 있는 핵심적인 변화는 1990년대를 이끌었던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에서 국내소비와 독자적인 기술개발 그리고 도시화를 추구하는 ‘국내자족형 경제모델’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는 점이다.
국내자족형 경제에 대한 방점은 이미 2010년에 시작되었지만, 팬데믹이 주는 충격에 의해 이동의 변화가 보다 분명하고 단호하게 진행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으며, 중국의 정치경제에 근본적인 전환이 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열린 전국인민대표자회의NPC에서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모델에 대하여 소상히 설명하였는데, 다가오는 미래에는 국내의 수요를 기점으로 하여 이를 발판삼아 온전한 국내소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립적 과학기술과 기타 분야에 스스로 혁신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발생초기 경제활동의 중단과 세계수요가 격감하는 이중적 어려움을 동반하면서, 팬데믹은 중국의 경제에 커다란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 수출분야가 여전히 중국 GDP의 3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해외에서 발생하는 충격에서 중국을 방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내수가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수출의존을 대신하여 국내수요가 성장의 일차적 동력이 된 것은 이미 십 년 전부터 일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이러한 경향을 분명하게 가속시키고 있다. 팬데믹이 불러온 세계적 규모의 경제적 충격으로 인하여 중국의 수출에 대한 해외수요는 향후 2-3년간 회복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더하여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미국이 가하는 통상과 기술 전쟁 역시 장기적인 위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하여 중국의 지도부는 세계경제가 사분오열되고 반세계화가 진행될 것으로 어둡게 전망한다.
중국이 무역의존형 경제에서 오는 딜레마를 탈구하는 길은 2020년대를 통하여 ‘국내자족형 개발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며, 최근 발표한 중국정부의 정책은 정확히 이러한 궤도수정을 반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첨단기술 역량의 배양에 경제촉진정책(stimulus package)을 집중한다는 점이다. 향후 6년간 1.4조 달러를 투자하여 주요 기술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수립된 촉진정책에 따르면, 가능한 모든 부문을 무선네트워크와 빅테이타로 연결하고 인공지능과 시물인터넷을 공급 확대하는 동시에, 초전압 그리드망, 바이오기술, 초고속철도, 무인자동차 및 도시스마트화 등 첨단기술의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회사들의 협력없이 중국 내 주요한 민간기술의 거대 기업들인 Huawei, Alibaba, Tencent 그리고 SenseTime 등이 상기 혁신에 필요한 새로운 인프라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토목 위주의 간접자본 건설에 집중하였던 과거 방식와는 달리,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계획은 최첨단 기술의 개발과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인민대표자회의에서 승인하였듯이, 과거 형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 건에 관한 것이다. 중국 중앙당국이 준비한 계획에 따르면, 중부와 서부지역에 투자를 집중하여 신재생 에너지, 사천성-티벳 연결철도, 원유와 가스의 지하저장시설,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서부개척(GO-West)정책을 실현하면서 핵심기술의 자급도를 향상시키고, 식량생산과 소비수요를 확장한다. 이는 시주석이 주도한 일대일로(BRI)정책이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중국의 자금지원으로 진행되어온 많은 해외 사업의 수혜국가들이 심각한 경제적 불황에 직면하여 자금의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현재로써는 BRI사업을 추가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부개발의 재개는 국제지정학적 고립이라는 위기를 상쇄시키는 여유를 제공한다. 중국의 서부국경의 개발은 국내의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BRI사업의 동쪽 연결지점으로 유럽과 남동아시아 지역 등과 물류의 수송통로를 확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과 미국과 점증하는 대결상황이 중국으로 하여금 정치경제적 변혁을 신속하게 가속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중국이 경제와 기술의 자급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변화는 세계정치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던진 경제의 돌출적 위험을 경험하면서 향후 예후적 상황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게 되었고, 국내 고유의 자원과 수요에 의존하고 독자적인 혁신을 추구하면서, 중국은 향후 점점 심화될 탈세계화와 경제적 의존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국제적인 가치(공급)사슬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유발한다. 만약 의도한대로 새로운 발전모델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의 비중을 낮추고, 서구 장상꾼들이 200년 이상 꿈꾸어 온 것처럼, ‘거대한 대륙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꿈을 깨라. 새로운 모델의 주요 목표는 외부의존의 위험성(취약성)을 줄이는 것에 있다. 지난 청조 말처럼 지구상에 가장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은 실현될 수 있겠지만, 외국의 세력(장사꾼)들은 중국의 국경 밖으로 밀려날 것이다.
출처 : East Asia Forum in Sydney on 2020-07-02
Christopher A McNally
호놀룰루 Chaminade University 의 정치경제학 교수출신이며, East-West 연구센터의 책임연구원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시대를 맞이하여 한가지 주목할만한 예측의 법칙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에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실제로는 반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로나 확진자가 곧 제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끔찍한 팬데믹의 결과가 진행되고 있고 (8월10일 현재 6백만 명),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2차 감염유행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로 보아 2차 대유행이 임박하고 있다. 현 행정부의 경제수석고문인 Larry Kudlow가 수주 전에 V-형 경제회복의 진입을 자신했지만 여전한 경기의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7월 달의 고용현황이 발표될 것이지만, 고용동행을 알려주는 민간조직인 ADP의 사전적인 월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과 6월의 반짝-고용효과는 죽은-고양이의 반등효과로 신규 일자리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 것이다.
ADP의 수치는 낙관적인 편에 속하며, 다른 통계수치들은 실제 고용률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혹시 일자리가 잠시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안정적인 고용률은 2027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상태로 복귀될 것이다.
더구나 ADP 데이터와 곧 있을 정부의 공식발표는 이미 구舊소식에 속하는 것으로 이는 지난 7월의 둘째 주의 상황에 대한 스냅사진에 해당할 뿐이다. 이미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하여) 미국의 상당 지역에서 경제 재개가 중단되거나 취소되고 있으며, 지난 5-6월 간에 고용되었던 많은 노동자들이 다시 실직을 당하고 있다.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 실제로 공화당이 구제지원에 대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신속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경제는 더 더욱 나빠질 것이다.
2020년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끼친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지 많은 사람들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상황은 명백하고 끔찍하다. 고용은 곤두박질쳤고 GDP는 한 분기 만에 10%가 위축되었다. 물론 이들 수치는 팬데믹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상당부문의 경제활동이 봉쇄되었던 점을 반영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한가지 사실은 경제의 수요 위축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연방정부가 적시에 구제지원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수천 만의 노동자들이 수입을 잃으면서 소비를 급격히 줄여나갔을 것이고 이로 인해 또다시 수백 만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상실했을 것이다. 연방의회가 실직자들에 대한 특별지원금을 신속히 결정하였기에 소비수요가 유지되었고 불안정한 경제를 그나마(non-quarantined)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구제지원금의 유효기간이 7월말로 끝났다. 민주당은 구제지원금의 기한을 내년 초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하였으나, 공화당은 자당에서 마련한 내부의 대안조차 거부하였다. 만약 의회 내에서 동의가 이루지지 않는다면 (조만 간에 이루어질 조짐은 전혀 없지만) 다시 돈줄이 시중에 흐르는데 수 주가 걸릴 것이다.
구제지원의 수입이 끊긴 빈민가계의 고통이 물론 가장 크겠지만, 경제전반에 미치는 타격 역시 광범위할 것이다.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 것이지 정확한 산술적 계산이 필요하겠지만 규모는 끔직할 것이다.
유복한 미국상류층과 달리 수천만의 저임 노동자들은 구제지원금이 끊기면, 현금을 인출한 저축도 없고 대출을 받을 자격도 되지 못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당장이라도 이들의 소비수요는 격감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경제를 그나마 유지시켜왔던 지원금이 중단되면, 4% 이상 시장수요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십 수년전의 경험에서 보듯이 긴축정책의 결과는 상당한 승수적 효과를 누적시키면서, 소비위축이 수입축소를 가져오고 또다시 수입축소는 소비의 추가적인 위축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진입한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구제지원금의 중단은 곧바로 GDP 4-5%의 위축을 불러온다. 여기서 또 하나 감안할 것이 있다. 지방 주정부와 개별도시들도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어 뼈를 깍는 긴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이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트럼프가 이에 동조하면, 지방의 재정위기는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진행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이는 청천벽력과 같은 재앙으로 미국이라는 대국이 잘못 대응하면서 한 분기 만에 GDP가 10% 위축되었다. 이에 더하여 우리는 금융재정 정책을 잘못 다루면서 형성되는 2차적인 경제적인 충격을 지켜보고 있다. 후자의 충격은 팬데믹과는 달리 전적으로 인위적 자책으로, 트럼프라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존재와 실제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공화당 상원의 책임자인 Mitch McConnel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해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가? 2008년의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아직도 후유증이 채가지지 않은 불경기의 지속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곤경에 직접적이고 소중하며 가치있는 교훈을 주고 있다. 가장 소중한 경험은 대규모의 실업에 직면한 곤경에 빠져 있을 때는 재정부담(부채)때문에 시간을 지체하여 당장의 수요를 격감시키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백악관과 공화당에는 누구도 과거의 경험에서 배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사실은 과거의 위기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 공화당내 경제자문단의 자격요건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다시 대불황을 향해 나가고 있다, 그것도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충격이 더해져 2007-2009년의 금융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듯 하다.
(편집자 주: 8월9일 트럼프는 행정명령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뒤로 하고 주급 600불을 400불로 축소하여 연장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25%를 주정부가 부담하라는 조건을 추가하면서 재정이 빈사상태인 개별 주정부가 이를 이행할 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민중적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재선에만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는 이제 공을 해당 주정부로 던진 셈이다)
출처: 뉴욕타임즈 오피니언 칼럼 on 2020-08-05.
Paul Krugman
뉴욕주립대학 교수이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십 수년에 걸쳐 뉴욕타임지에 매주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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