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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 형제, 그들의 돈을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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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 형제, 그들의 돈을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

admin | 목, 2020/03/19- 20:28

“우익 자유주의 운동에 연료를 공급해 온 억만장자 코크씨는 뉴욕의 병원과 박물관의 후한 기부자였다. 그는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썼으며 그 영향력을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크형제

2019년 8월 코크 형제 중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79세로 숨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고 기사를 냈다. 미국 공화당의 돈줄이자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으로 불리는 코크 형제에 대한 세평을 생각하면 다소 밋밋한 평가다.

돈을 많이 쓰긴 썼다. 데이비드 코크는 맨해튼의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박물관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룡 전시홀이 있다. 이 전시홀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듯한 설명 패널이 붙어 있어서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사실은 그냥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6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링컨센터에는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변혁적(transformative)’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 기부금으로 링컨센터의 뉴욕주립극장은 무대 전면 보수가 가능했다. 극장 자체가 ‘데이비드 코크 극장’으로 불릴 정도다.

뿐만 아니라 뉴욕 장로교 병원(NewYork-Presbyterian Hospital)에 1억 달러를,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 1억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흑인 고등교육 지원단체인 ‘흑인연합대학기금’에 2500만 달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2억 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관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검은 손

미국의 부자라고 하면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떠올린다. 코크 형제는 한국에는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에서 늘 10위권 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곤 했다. 2016년의 경우 두 사람의 재산을 합치면 800억 달러에 달해 1위인 빌 게이츠의 자산 750억 달러를 넘을 정도였다. 지난해 두 사람은 나란히 11위에 올랐으며 재산을 합치면 1010억 달러에 육박했다. 1위인 제프 베이조스(131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2위인 빌 게이츠(965억 달러)는 넘어섰다.

미국 정치가 ‘슈퍼팩’으로 대변되는 거대 기업과 큰손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기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금권 과두 정치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코크 형제다. ‘뉴요커’의 전속 작가인 제인 메이어는 <다크 머니>라는 책에서 대표적인 ‘검은 돈’의 출처로 코크 형제를 꼽고 있다.

코크 형제가 소유한 코크 인더스트리는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4000마일의 송유관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거대 석유·화학 기업이다. 당연하게도 코크 형제는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되레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사람들의 삶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환경보호청 관련 업무를 맡았던 마이런 에벨은 기후변화 부정론자 중 하나다. 그는 코크 가문의 자금을 후원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코크 형제의 승리다. 트럼프는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코크 형제는 2012년 대선에서는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에 대해서 “나치를 연상시킨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암과 심근경색 중 반드시 한쪽을 골라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히려 힐러리가 공화당의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까지 말했다.

트럼프 역시 워싱턴 주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며 인기를 얻었다. ‘워싱턴 오물 빼기’(drain the swamp)라는 공약이 말해주듯 돈과 정치권력을 주고받으며 나눠먹는 거대 자본과 정치 엘리트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마치 코크 형제를 겨냥한듯하다.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사이 이미 트럼프 주변은 이미 코크 형제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인물들로 들어찼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부터가 코크 형제에게서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밀었고 3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뒤에 국무장관이 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 역시 별명이 ‘코크 가문의 하원 의원’일 정도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온 인물이다. 폼은 잡았지만 트럼프 자신 역시 이른바 ‘코크토퍼스’(코크 형제와 문어를 뜻하는 옥토퍼스의 합성어)에 단단히 휘감겨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취임 후 ‘오물’의 상징이었던 로비스트들은 더 늘어나고 로비 자금도 증가했다.

코크 형제는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그들이 만들어온 미국의 결과이자 역사의 일부다. <다크 머니>의 언급대로 “코크 형제는 트럼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트럼프야말로 본질적으로 그들의 후계자인 동시에 그들이 1970년대 이후 계속해서 매진해 온 광범위한 정치 활동의 결과물”이며 “트럼프는 미국의 과두 체제를 이끄는 대부호들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패한 괴물”인 것이다.

 

코크 형제의 ‘자유지상주의’가 낳은 괴물

코크 형제는 캔자스주 위치토에서 태어났다. 형인 찰스 코크가 1935년생,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1940년생이다. 할아버지인 해리 코크는 네덜란드 출신 이민자로 철도와 언론 사업을 벌였던 기업가다. 아버지인 프레드 코크는 MIT 출신으로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하는 보다 효율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등 사업에 수완을 보였다. 프레드는 잠시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정유소 건설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때의 체험으로 공산주의를 혐오하게 된다. 극우단체인 존버치협회를 결성하고, 2차 대전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나치를 칭찬하기도 했다. 코크 형제의 양육에도 나치 추종자인 가정교사를 고용할 정도였다.

코크 형제는 두 사람 모두 MIT를 나왔고,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찰스 코크는 1967년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됐고 회사 이름을 ‘코크 인더스트리’로 바꿨다. 데이비드 코크는 1970년에 회사에 합류했다. 코크 형제는 본래 네 명인데, 재산 다툼 끝에 1983년에 차남인 찰스와 3남인 데이비드가 다른 형제들의 지분을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코크 인더스트리는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회사 매출액은 2006년에 이르러 2000배 이상 커졌다. 지금은 카길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상장기업이다. 60여개 국가에서 1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석유, 화학, 에너지, 섬유, 광물, 비료, 펄프 및 제지, 화학 물질 등 광범위한 사업 분야를 갖고 있다. 두 형제는 나란히 지분의 42%씩을 소유하고 있다. 2017년에는 유명 시사주간지 ‘타임’지 인수에 돈을 대기도 했다.

찰스 코크는 자신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특권적인 삶을 누리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인 것처럼 일하기를 원했다”고 회고했다. 찰스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유를 중시하는 고전적인 자유주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비판하는 동시에 오바마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비드 코크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1980년 대선에서 자유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공약이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 모든 가격지원과 보조금, 최저임금, 법인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수사국(FBI) 등의 연방 기관도 모두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 남짓의 득표율로 패배했지만 그의 생각은 여전한 것처럼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등 해외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 동성결혼과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기도 했다.

코크 형제는 지식인, 정책연구소, 시민모임에 대한 지원이라는 3단계 계획을 세우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 같은 보수 단체나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적 성향의 싱크탱크도 코크 형제의 지원 아래 있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보수주의 정치 운동 ‘티파티’ 역시 코크 형제들이 자금을 지원해 조직한 ‘만들어진 운동’이라고 한다.

그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7년 정부가 석유 정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기준치를 강화하려고 하자 코크 형제의 지원을 받는 어느 학자는 궤변을 제시했다. “스모그로 인해 태양빛이 줄어들면 피부암도 줄어든다. 만일 공기오염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면 피부암이 매년 1만1000건 이상 늘 것이다.” 소송까지 이어진 국면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재판부는 이 학자의 의견을 들어준다. 알고 보니 재판부 역시 코크 가문의 재단들이 뒷돈을 대준 학술회의에 참석해 휴가를 보냈던 것이다.

2010년 미 연방대법원 역시 코크 형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슈퍼팩’을 허용하며 사실상 무제한 선거자금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직접 자금을 대는 방식이 아니라면 영리 목적 기업들도 무한정 모금을 해서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다. 코크 형제도 자신들의 이념에 부합하는 정치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 데이비드 코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썼다. 2016년 대선에서는 1600명이 넘는 유급 직원들을 35개 주에 파견해 전체 유권자의 80% 이상을 접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끌어 모은 정치자금만 8억8900만 달러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후 ‘공화당 지도부가 어떻게 기후 변화를 가짜 과학(Fake Science)으로 생각하게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한때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구온난화 대응을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먼 옛날의 얘기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코크 형제와 같은 화석연료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만든 정교한 캠페인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이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크 형제가 쓰는 언어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가져와 썼다.”

데이비드 코크는 죽었지만 앞으로도 코크가문의 영향력은 변함없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미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2018년 코크 형제가 노스다코타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케빈 크레이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웃음거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들의 후원을 한 번도 구하지 않았다”며 “그들의 돈도 나쁜 아이디어도 필요치 않다”고도 했다. 코크 형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 정책을 공공연히 반대해 왔다.

그러나 <다크 머니>의 분석처럼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라는 아웃사이더가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배경에 미국의 심각한 빈부 격차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크 형제와 트럼프의 갈등은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자유지상주의가 낳은 기형적인 세계에서 트럼프는 백인 중산층의 울분, 기성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토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토대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전에 데이비드 코크는 흔치 않았던 인터뷰 중 하나에서 ‘워런 버핏처럼 죽기 전에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닙니다. 우리 돈의 대부분은 코크 인더스트리에 있고, 우리가 죽으면 아이들은 주식을 인수할 것입니다. 나는 코크 인더스트리가 계속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당신의 돈을 거부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

 

참고자료

[뉴욕타임스 2019. 8. 26] How David Koch Left His Mark on New York

[뉴욕타임스 2017. 6. 3] How G.O.P. Leaders Came to View Climate Change as Fake Science

[CRAIN’S NEW YORK BUSINESS 2014. 9. 8] David Koch offers rare look into his giving, politics

[THE VERGE 2018. 1. 8] The climate change misinformation at a top museum is not a conservative conspiracy

[서울신문 2017. 6. 16]‘괴물’ 트럼프 조종하는 ‘코크토퍼스’의 검은 돈

[조선일보 2016. 4. 26] 美공화 핵심 돈줄 “힐러리 지지할 수도”

[이코노미조선 2017. 6. 12] 트럼프의 기후협약 탈퇴 조종한 ‘악의 축’ 비난, 자유 경제 신봉하는 재산 110조원 석유 재벌

[한겨레 2017. 6. 15]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는 ‘어둠의 손’ 코크 형제

[한겨레 2018. 1. 28]‘워싱턴 오물’ 빼겠다더니…트럼프 첫해 ‘로비스트’ 더 활개

[연합뉴스 2018. 8. 1] ‘공화당 큰손’ 코크형제와 등돌린 트럼프…”그들 돈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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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마찬가지겠지만 대외정책의 방향은 자주 던져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북한 문제에 관하여 워싱턴의 최대관심은 과연 김정은이 대륙간탄도탄ICBM을 시험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서울당국은 대통령 당선자 조-바이든이 정말 김정은과 회담을 가질 것인가에 쏠려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타당한 것일까?

<출처: SBS NEWS>

상기의 2가지 질문들은, 그것이 상흔을 남겼든 또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였든, 지난 몇 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이 만들어낸 조건들에 대한 기대치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 시절부터 전쟁억지력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북한 핵능력과 트럼프 시절에 목격하였듯이 2017년 11월에 있었던 핵탑재가 가능한 ICBM의 성공적 발사는 상황의 정점을 형성하면서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갔다.

이후 6개월 뒤, 트럼프의 극장식 정치방식으로 싱가포르에서 양국 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뒤를 이어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양국 간의 관계가 확실히 개선되는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실제적이며 구체적인 진척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일년 전 스톡홀름에서의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이후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선 직전인 10월에 깜짝쇼(October-Surprise)로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혹은 트럼프-김정은의 4차 회담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였다.

11월 3일 대선이 끝난 이후,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하는 동안, 북한문제는 언론의 주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까지 정권이양을 거부하는 트럼프의 행보는 미국에게는 커다란 재앙이며, 오는 1월에 정권을 인수할 바이든과 해리스의 당선팀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라는 현안이 차기 정부의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주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위기의 수준을 낮출 수 있는 실제적 구상, 그리고 책임있는 외교정책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방향의 설정을 위하여 호흡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사일의 실험이냐 혹은 양국 정상의 만남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상황악화와 협상전진 사이에 존재하는 열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한반도의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은 애매하게 들리지 모르겠으나, 진행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그냥 선언하는 것이다. 정해진 과정은 없지만 미합중국이 희망하는 사항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잠깐, 지난 20년간의 북한정책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6월에 잘못된 정책을 내부적으로 확정하였는데, 빌 클린턴과 김정일이 맺은 일반협정(AF, Agreed Frame)을 파기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재임 시기에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하자, 북한은 곧바로 핵무기개발에 착수하였다. 이에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부시 정권은 북경당국을 중재자로 내세워 6자회담을 시도하였고, 결과는 복합적이었다(mixed results).

오바마 정권 시절에는 대북정책에 대한 별도의 검토를 진행하지 않고 그저 부차적인 현안으로 다루었는데, 이 또한 패착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임기를 마치는 오바마는 당선자 트럼프와 일대일 면담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국가안보상 가장 중요한 앞부분에서 언급하였다.

트럼프의 국가안보팀은 지체없이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 갔으며 시진핑 중국주석과 Mar-a-Lago에서 회담을 갖기 직전인 2017년 4월경에 ‘최대의 압박과 개입 – Maximun pressure and Engagement’ 이라는 이름으로 전략을 확정지었다.

되돌아 보면, 당시에는 현안을 심사숙고하는 것보다는 차리리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 훨씬 나은 뻔 하였다. 현재에 모든 이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내용을 알고 싶어 안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바이든-해리스 팀이 대답을 갖지 않는 것이 차라리 소망스럽다.

섣불리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행정부는 다양한 옵션에 대하여 믿을 만한 조언을 구하고 실전의 경험있는 인사들과 상의를 진행해야만 한다. 우선 공식적인 정책을 검토한다는 것 을 밝히면서, 평양과 서울 당국 모두에게 미국이 한반도 현안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과거의 모델을 가볍게 검토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 : 클린턴 재임 시에 전직 국방장관 출신인 윌리엄 페리가 수행하였던 ‘페리-프로세스’를 재검토 하는 것이다.

조사 및 자문 활동을 정보기구들과 연방의회 주요 인사들을 포괄하여 광범위하게 진행하면서 페리는 한반도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중심내용으로 삼으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보고서에 추가하였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자신이 클린턴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의 지도자들과 대화를 가졌다는 점이다.

자신이 공적인 봉사에 다시 복귀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면, 때마침 대북정책의 재검토를 진행할만한 완벽한 후보 인사가 존재한다. 최근 미육군에서 전역한 빈센트 브룩스 장군이다.

2017년에는 ‘분노와 화염’에 휩쓸리고 다시 2018년에는 ‘평화와 비핵화’라는 외교정책으로 큰 진폭을 보여왔던 한반도 상황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시에 한미연합 사령관으로 근무했던 빈센트 브룩스 대장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보시라.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그를 칭찬하는 예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미육군 사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더구나 1980년에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중대장 보직을 맡은 브룩스는 4성장군으로 전역하기까지 단순히 전투만을 치르는 군인이 아니라 한국의 지인으로서 평화를 지키는 경험을 함께 겸비한 인사이다.

2013년 오바마가 브룩스를 태평양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 한반도를 넘어서 태평양 전역으로 시각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브룩스는 뛰어난 군복무의 경력에다 지혜를 겸비하였고 역동적인 한반도에 대한 신선한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사로서 직관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다.

물론 작은 출발이겠지만, 브루스에게 예를 들어 ‘한반도-특사’라는 직책을 부여하면서, 그동안 일을 침착하게 추진했던 스테판 비건 특사가 이끌어온 역량있는 팀들과 함께 중재자로서 역할을 시작하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평양 당국과 면담을 요청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의 새로운 행정부가 브루스 같은 인물을 통하여 북한과 협상할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이는 매우 아쉽고 멍청한 일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브루스는 전작권의 반환을 적극 지지하였다).

북한의 책임있는 인사들과 (펜데믹으로 철저한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는 북한의 사정을 반영하여) 제3국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등 브룩스-프로세스를 진행한다면, 오바마 시절처럼 북한외교당국을 어색하게 만들었던 그저 ‘만남을 위한 만남 talks for talks sake’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사들과 만남 이후 귀국의 도정에서 브루스는 북경을 방문하여 진행의 결과를 알려주고 동경에도 들려서 동맹들과도 관계를 돈돈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한반도 프로세스의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초기에 호흡조정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출처 : 포린폴리시(ForeignPolicy) on 2020-12-07.

John Delury

현재 연세대학교의 언더우드 국제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매체들에게 한반도 상황에 정통한 주요 미국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수, 2020/12/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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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등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이제는 이들의 공언을 실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말로만 떠들어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탄소단일세 체계와 이의 수입관세의 도입 등 조세정책을 통하여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행위에 대하여 과감한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

뉴욕 – 중국이 지난 9월에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이어, 일본과 한국 등이 유사한 계획을 공개하였다. 이러한 실행약속이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가운데 이루어진 점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국제적 지도력에 대한 지정학적 경쟁의 과정으로 이를 축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인 제로-게임이 아니다. 국가에 따라 정치적 야심을 강화하려는 경쟁이 설령 개입한다 하더라도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핵심은 정치적 약속을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며, 최근 일련의 약속들을 실천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각자 제시한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국가들에게 합당한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탄소배출량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2021년에 상황이 제자리로 되돌아가면 팬데믹의 이전처럼 온실가스배출가스GHG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제때에 효과적으로 그리고 공정한 방식으로 배출가스량을 줄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미국은 향후 십년 안에 인구 일인당 배출량을 현재 중국의 20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즉, 미국인 일인당 매년 온실가스 배출양은 현재 18톤 수준인데 이를 8톤으로 줄어야 한다).

독일 역시 현재 중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80% 수준 이하로 줄여가야 하며 (일인당 매년 배출량을 10톤에서 6톤으로 감소시켜야), 중국의 경우에는 향후 십여 년 동안 현재의 배출량을 동결한 이후 약속한 시한 안에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최대 온실가스배출국가(전체의 25%)라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상기의 주장이 엉뚱하게 들릴는지 모르겠다. 총량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이 가장 많은 량을 배출하고 뒤이어 미국이 뒤따르고(12-3%)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인당 배출량으로 계산해보면 독일인 일인당 탄소의 평균배출량이 중국인 평균보다 80%이상 많고, 미국인들이 남기는 탄소 흔적량(footprint)은 중국인 평균의 200%에 달한다.

아래의 표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중간 간의 1995-2015년 동안 측정된 일인당 온실가스배출(GHG) 및 탄소소비량을 보여준다.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사실은 단순히 매년 발생하는 배출량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축적되는 누적량에 의하여 기후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GHG는 대기 중에서 아주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에, 산업혁명이후 누적되어온 배출량, 특히 1900년 이후 발생총량이 예건데 2018-2020년 간에 발생한 배기량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이렇듯 누적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이 그동안 발생시킨 총량은 다른 모든 국가들이 배출총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동시에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의 일부는 아래의 3가지 이유를 근거로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고자 하지 않는다.

첫째는 중국이 최대의 배출국가라고 서방의 정치인들과 미디어들이 떠들어 대면서 전체적인 진실을 가리고 있으며,

둘째는 유럽과 미국이 중국을 위시한 개발국가군보다 미세먼지를 통제하는 일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세먼지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배출GHG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되며,

마지막으로 대체로 부자 국가들이 소비를 통하여 탄소를 훨씬 많이 배출한다. 다시 말하면 이들의 생활방식이 자신들 국내소비를 통하여 다량의 탄소를 유발하면서도, 실제로는 배출가스를 현지발생이라는 형태로 이들 국가에게 수출하는 다른 나라들에게 이전시키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이 탄소를 배출시키는 수입무역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더욱이 무역적자를 시현하는 나라일수록 이에 대한 책임이 높다. 미국이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은 다른 국가들의 개인별 국내소비 탄소배출량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많은(강제적 실효성이 부족한) 파리기후협약을 극복하려면, 그리고 트럼프라는 미합중국 대통령 때문에 잃어버린 4년의 시간을 보상하려면, 이제 새로운 강제규약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의 도입이 필요하다.

출발점으로 늦어도 2050년까지 단순히 탄소배출량뿐만 아니라 탄소소비량에서 탄소-중립성을 성취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2050년 이전에 라도 가급적 조속히 성취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현재의 중간소득 국가군들에게는 10년이라는 시간을 유보하여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실천해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들 국가군에게는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라는 실행은 소비라는 측면보다는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가일층 부담을 지니게 된다. 빈곤국가들에게는 같은 논리의 연장에서 2075년까지 탄소중립을 시현하도록 허용하고 기술적 금융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개별국가 단위로 자발적인 규범으로 시행하는 것이 기대하지 말고, 이를 실천하도록 강제규약을 적용해야 한다. 우선 경제적으로 앞선 국가군인 유럽 북미 중국 일본 한국 등에 대하여 탄소배출에 대한 국내세와 탄소수입관세를 보편적인 단일구조로 적용하여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이에서 형성되는 재원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개발에도 투자해야 한다.

탄소수입관세는 탄소유발 수출품목에 대하여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중국 등에게 최근에 공언한 기후약속에 대하여 대가(비용)를 치르게 할 것이다. 완화된 환경기준으로 수출하는 개발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약조한 기후약속을 더욱 실천적으로 이행해 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미국과 중국(전체의 37-8% 비중을 차지한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수입과 소비과정에서 적용되는 무역탄소관세 시스템이 지구적으로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바이든이 당선되고 중국당국이 기후에 대한 약조를 선언한 만큼, 이제 세계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도전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계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이를 꽉 잡아야 한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12-17.

Shang-Jin Wei

아시아은행의 수석경제분석가 출신으로 현재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의 금융경제학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공공정책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목, 2020/12/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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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향후 국제정치경제의 핵심사항인 다극체제와 다자주의 향방을 결정하는 역할을 주도할 유럽연합의 입장과 전망을 아래 칼럼을 통하여 살펴본다.


21세기를 맞이하던 2000년 첫해의 순간을 우리 대부분은 당시 광범하게 퍼져있던 기대와 열광으로 기억할 것이다. 높은 기대감과 호언장담을 논하는 칼럼들 그리고 서구가 성취한 것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 넘쳐났었다.

그런데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상기의 시각들은 이미 코로나-19팬데믹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극적으로 반전되고 있었다. 세계의 대부분 지역에서 좌절과 혼란이 지속되어 왔고, 현재는 자신감이 아니라 공포가 미래의 전망을 대체하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던 20년 전, 정치와 정책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세계화’ 일변도이었고,. 이에 따른 제도적 그리고 실제적 목표가 설정되고 진행되어 왔지만, 정작 충격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2008년에 발생한 지구적 금융위기와 2020년 초이래 현재 진행중인 팬데믹은 상호의존성이 커지면 파급적 충격도 덩달아 커진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에 더하여, 현재 공급사슬의 위기가 증명하였듯이, 전문성과 효율(수익)성의 추구가 불안정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더구나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동시키는 것이 국내적으로 미치는 정치적 영향을 과소평가하여 왔다.

2000년에 도날드 트럼프가 개혁정당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경선에 등장하였다가 실패했을 당시, 누구도 그가 2016년에 재등장하여 공화당을 장악하고 자유무역체제를 반대하면서 결국 미합중국의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속에 적혀 있던 선견지명의 문구를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개별단위 국가들은 다른 나라들과 무역을 통하여 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 자국에게 돌아올 득과 실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판단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되는 초반에는 미합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경쟁을 의식한다거나 안보에 취약한 국가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비정부 임의단체의 잠재적 파괴력을 극적으로 재조명시킨 9.11 테러는 미국의 헤게모니라는 황금시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가져올 국제지정학적 파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 미대통령으로 당선된 부시는 러시아의 파트너인 블라디미르 푸틴을 한껏 치켜 올리며 테러와 전쟁에 동참을 요구하였다.

이전까지 러시아는 G8의 성실한 회원국이었고, 북한은 핵무기확산금지체제인 NPT에 가입하고 있었으며, 이란의 비밀스런 핵개발 활동이 시작되지 않았다. 중국은 경제분야에 있어서 미국과는 경쟁하기에는 한참 뒤쳐져 있었으며 국제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었다.

그러나 이후, 세계는 격변적인 재구성을 겪으면서 분명한 흔적을 남기었다. 2001년 당시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23% 수준을 발생시키고 있었던 반면에 중국은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6년에는 양국의 배출비중이 비슷하게 되었으며,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온실가스배출의 15%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에 중국이 28%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일인당 배출량 기준에서는 미국인이 여전히 중국인의 2배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팬데믹 위기상황으로 줄기는 했지만, 그동안 탄소배출량은 매년 늘어가는 추세이었으며, 2011년에 비교하여 북극을 덮고 있던 여름시기의 얼음량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구체적인 현안의 현실이 되었으며, 21세기에 태어나 정치참여에 진입한 젊은 세대는 이의 긴급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인류는 서로간의 상호의존성이라는 전례없는 혁명을 겪어 왔다. 인터넷은 모든 지역으로 보편화되었으며, 온라인 네트워크가 우리시대의 아고라(토론의 광장)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긍정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2010년 초에 아랍의 봄(민주화운동)에서 인터넷 공간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민주화라는 과정에 기여할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이라는 도구가 매우 유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자신만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에 의해, 조작된 알고리즘은 공명효과를 일으키며 공론의 과정을 심각하게 타락(왜곡)시켜 왔다.

더구나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를 통하여 사이버 공격을 진행하고 조작된 거짓정보를 대규모로 유통시키면서 위험한 인물들이 활약하는 무익(위험)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 역시 다른 지역 못지 않게 디지털화의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에 들어 지역기반적인 포플리즘이 뿌리를 내리고 극단적인 양극화가 사회를 멍들게 한다. 2002년에 유로화가 도입되고 2004년에는 유럽연함의 가입에 10개국이 추가되면서 낙관으로 시작되었던 21세기 초반의 전망이 몇 개 국가군의 지속적인 위기, 유로화의 문제점과 난민 그리고 영국의 탈퇴 등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의 결속을 강화할수록, 그리고 국제적인 경제와 지정학적 균형이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BREXIT 등 유럽 내의 분열상이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난 2001년부터 이제까지 공동으로 성취한 주요한 성과(milestone)를 흔들고 어둡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난 2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인류의 평균수명은 67세에서 73세로 연장되었으며,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53세에서 63새로 늘어났다. 동시에 책임있는 자리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괄목하게 신장되었으며, 아직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주요 정부를 대표하는 자리(국가수반)에 19명의 여성이 앉아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이제 세계 모든 국가들이 파리기후협약을 지지하게 될 것이며, 유럽연합 역시 통합이 더욱 진척되면서 내부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회복기금을 국제적 연대를 통하여 공의롭게 부담하게 될 것이며 빈국들에게는 공여라는 형태로 배분될 것이다.

국제현안들에 대한 대응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미래전망을 공유하고 문제점들을 공동으로 개선하여 나갈 것이다.

과거의 예를 들어보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중국의 금융재정확대라는 도움과 국제적 공조를 통하여 극복해 냈으며, 신속한 산업화를 통하여 수억 명의 인류가 가난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만약에 20년 전처럼 정보통신 기술이 부족하여 해당되는 경제부문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맞이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제 2020년을 뒤로 하고 21세기 3번째의 십년기간(third decade)을 시작하면서, 최근의 과거에 있었던 실책과 성과를 침착하게 평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래를 전향적으로 바라보면서, 2000년 전후에 가졌던 순진한 낙관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트럼프의 재임기간에 노출되었던 서구진영의 참담하고 나약한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는 지구의 지정학적 다극체제를 통하여 국제적인 평화와 협력을 추구해 가면서 인류의 진보를 책임져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사회에서 발생한 균열을 치유하고 자연과 지속가능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

물론 이는 거센 도전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020년이 혼란과 실책을 배우는 소중한 반전의 계기로 기억될지, 아니면 악화일로라는 패착의 전주곡으로 남게 될지는, 이제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12-24.

Javier Solana

EU의 외교안보정책 고위직과 나토의 사무통장 그리고 스페인의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스페인의 국제경제정치연구 센타인 EsadeGeo 책임자 겸 브루킹스 연구소의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 2021/01/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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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은 구태의연한 관료적 사고에 갇혀 건전재정을 방패삼아 코로나로 인해 당장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한 서민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을 거부하는 한국의 전-현직 모피아 집단에게 보내는 공개적 경고장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삼아 균형잡힌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제임스 갈브레이스 교수의 따가운 일침을 전달한다.


전현직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현대금융이론MMT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케인즈 전통에 입각하여 완전고용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대금융이론이야말로 “훌륭한 경제이론과 건전한 정책이며, 정부관리들이 과거식 구태의연한 고집에서 벗어나야 함”을 깨우쳐 준다.

텍사스/오스틴– 중앙은행의 역할을 권한을 가지고 감독해온 관련 인사들은 자신들의 권위가 도전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진부하고 시시한 내용을 감추려고 권위적인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마법과 같은 후광(aura)에 의존하여 자신들의 거짓말(myth)을 옹호한다.

J.M. Keynes가 1920-1044년간 영국은행의 총재를 지낸 Montagu Norman과 논쟁을 즐겼듯이, 고답적인 금융론자들과 싸우는 것은 차라리 즐거운 일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 연방의회 금융위원회 의장을 지낸 Wright Patman과 Henry Reuss 양인 역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난 Arthur Burns와 논쟁하며 그를 고문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당시에 Reuss의장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Burns의장과 논쟁을 무척 즐겼다.

오늘날에도 현대금융이론MMT는 현직 중앙은행 중역들의 단잠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퇴역한 전직 인물들까지 고문하고 있다. 이들은 맥베드 극중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회랑을 걸으면서 외친다 – “빌어먹을!”

두 사람의 예를 들어 보자, 전직 인도중앙은행 총재이었던 Raghuram G. Rajan과 전직 영국은행의 책임자였던 Mervyn King이 그런 인사들이다. 이들은 최근의 공개적인 발언을 통하여 대부분 동의할 수 없는 케케묵은 이론에 기초하여 고함과 겸양을 섞어가며 MMT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 인사들은 구체적인 내용의 적시도 없이 막연하게 MMT를 공격하면서도, 자신들이 인용한 사례와 이론이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관련된 인물의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King의 비난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당신들은 설명할 수 없으면, 그저 약칭만을 되풀이 사용하려 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MMT 다시 말하면 현대금융이론은 마치 마법나무와 같은 것이다.”

나는 그가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Stephanie Kelton 교수가 저술한 “재정적자라는 거짓말-The Deficit Myth”를 지적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확인하려 했지만, 그는 상기 저술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분인 Rajan 전직 인도은행 총재 역시Bard대학교의 Pavlina R. Tcherneva 교수를 포함하여 MMT학파를 대표하는 몇 권의 저술에 대해서 이해하는 바가 전혀 없었다,

현대금융이론MMT를 주장하는 주요 인사들이 여성이라는 것이 이분들에게 부담이 되었다면 이는 핵심을 벗어난 이야기이다. 현대의 중요한 경제학을 여성분들이 주도한다는 사실 때문에 저자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면, 이는 과분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기사도 정신이다.

설령 전직 총재님들이 상기 두 분의 여성경제학자(Kelton과 Tcherneva)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도, 이들은 현직 중앙은행의 책임자들이 두려워하고 기피하고 싶어할 만큼 만만치 않은 강력한 영향력을 갖춘 상대들이다.

King과 Rajan은 MMT를 화폐발행비용이 저렴한 정책으로 논쟁을 이끌어 가려 한다. 이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은 민간에 풀리면서 시민들이 지출을 늘려 산업활동을 제고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MMT의 주요 내용이라고 판단하면서 그러한 시도는 로마제국 시절부터 시작하여 영국의 핸리8세를 거쳐 바이마르 공화국과 현재 짐바브웨와 베네주엘라 등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고 결론을 짓고 있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2020년 초 봄에 발생한 대혼란, 즉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하여, 붕괴를 면하기 위해 미합중국이 신규통화량으로 2.2조억 불을 발행하여 민간분야에 풀면서 시민들이 소비를 촉진하여 산업생산과 고용을 촉진시킨 사례를 들여다 보자.

물론 미국 경제가 예상치 못한 대혼란을 맞이하여 상대적으로 잘 나갈 일도 없었겠지만, 급격한 인플레를 유발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짐바브웨나 베네주엘라 또는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형편없는 모습을 전혀 보이질 않았다. King은 이러한 차이를 간과한 것일까? 이에 더 나가 Rajan은 확신에 가득 차서 짐바브웨 사태까지 예견하지 않았던가?

이들은 MMT가 전혀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는데, 이 또한 MMT에 대한 학습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들은 반박과는 달리 ‘New’와 ‘Modern’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금융이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Modern’이라는 용어는 케인즈가 1930년에 저술한 “금융에 대한 고찰 treatise on Money”에서 도입하였는데, 그는 현대의 화폐는 주권국가가 법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행사하는 권한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권한은 모든 현대국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사실은 4천년 이상 이미 시행되어온 것이다”  도은행의 총재를 역임한 KIng자신이 현시대의 매우 우수한 대학인 캠브리지 출신으로 케인즈의 이론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고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현대금융이론MMT의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King과 Rajan이 비난하듯이 이는 정책적인 구호가 아니라, 케인즈 통화이론의 전통에 기반한 이론체계이며, 미국의 저명한 경제이론가인 Hyman Minsky와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의 공공정책학 교수인 Wynne Godley등이 공을 들여 체계화시킨 내용이다.

MMT는 현대의 국가(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시한 것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회계의 복식부기 개념을 경제학 개념으로 도입하여 정부와 중앙은행의 자산대장의 변동을 민간영역의 자산변동과 거울의 양면처럼 연동시킨 것이다. Kelton이 아주 평이하게 설명하였듯이, 정부의 부채자산은 민간영역의 잉여자산이 된다는 것 등이다.

현대금융이론MMT는 케인즈의 고전적인 견해를 계승하여, 산업적 주권국가에서 시행하는 경제정책의 적정한 목표는 완전고용, 즉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일자리를 실현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내가 1978년에 완전고용과 균형성장을 위한 법(Humphrey-Hawkins law)를 제정할 때 주장했던 내용과 동일한 것이다.

완전고용은 균형적인 성장과 합리적인 물가인상과 함께 추구해야 하는 정부경제운용의 목표이며, 상기 법규제정 이후 미국 내에서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국가의 법률로서 준수해야 할 두 가지 의무사항 – dual mandate / full employment & balanced growth)’으로 받아들여 졌다.

요약하자면, 현대금융이론MMT은 시민들이 선호하고 접근가능하며 민주적으로 매우 훌륭한 경제이론의 표본이지만, 구습에 갇힌 중앙은행과 정부관료들은 이를 수용하는데 항상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12-23.

James K. Galbraith

미행정부의 거시경제 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오스틴 시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로 공공시장정책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풍요의 사회’를 저술한 존 갈브레이스의 아들로 뉴욕시립대학교의 폴 크루그만과 더불어 후기케인즈 이론의 쌍두마차를 이끌면서 정부의 과감한 화폐금융 그리고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주장하는 등 민주당의 경제산업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 2021/01/0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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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 12년 동안 공화당이 망친 경제를 되살려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민주당 출신이 두 번째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지난 주에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난동을 참담하게 지켜보았지만, 이제 곤경에 빠져있는 미국경제의 회생여부는 바이든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를 다루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연방의회에서 민주당이 미세하게 다수를 지켜내고 있어서 야심차게 진보적 목표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 목요일 바이든이 이미 제시한 구제지원의 제안은 오바마 당시 경제적 위기에 보였던 지나친 소심함에서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바이든 경제팀 중에 소심한 접근을 검토하는 인사들이 있다면, 필자는 과거의 고통스런 경험을 통해 터득한 다음의 4가지 원칙을 제시하여, 현재의 난국을 과감하게 돌파할 것을 주문한다.

원칙 1 – 구제지원에 대한 정부의 역량(파워)을 의심하지 말라. 오바마 정권 초기 당시, 백악관의 민주당 출신 참모들은 보수적인 이념적 공격에 어줍잖게 타협하면서 정부의 개입이 도움보다는 해를 끼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에 진행된 정부의 과감한 지출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당시 공화당은 오바마의 의료정책를 비난하면서 이를 노예제에 비유한 사실을 기억해보라? 여전히 몇 가지 결점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환자보호-적정부담-보험법(A.C.A – Affordable Care Act)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시민들의 숫자를 급격히 축소시켰고, 이들에게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안전(사회안전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였다. A.C.A를 뒤집으려는 공화당의 시도에 대한 이들 시민들의 반대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주요 배경이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 상기 보험법이 확대되어 민간기업과 실업자들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더욱 많은 구제지원이 가능해지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을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확대된 구제지원책을 구상하면서, 빈민아동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기존의 A.C.A 보험법을 보다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고자 한다. 당연한 조치이며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최근의 경험에 따르면, 정부의 현명한 지출은 미국시민들의 생계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칙 2 – 재정적자를 마음에 두지 마라. 오바마 정권은 출범 당시부터 정부의 채무에 대한 끊임없는 경고에 시달렸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사실은 이러하다. 재정적자에 대한 과다한 경고성 예측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며, 정부부채는 과거의 식견에서 판단했던 것처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이제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면, 연방정부의 부채비중이 높아져도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이자율 덕분에 실제로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부담 역시 매우 낮아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오바마 시절 정부의 부채를 물고 늘어졌던 공화당의 강경파들이 거꾸로 도날드 트럼프 정권에서는 거대한 세금인하를 추진하면서 재정적자를 불러왔다.

원칙 3 – 인플레를 걱정하지 마라.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경고를 지속하면서 정부가 실제의 물가지수를 속이고 있다는 주장을 해오는 집단들이 있다. 이런 주장은 트럼프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바마 시절에도 줄곧 있어 왔지만, 그러나 인플레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도 이들은 여전히 인플레에 대한 걱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참에 트럼프 시절부터 얻은 핵심적인 교훈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제를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실업률을 낮추고 재정적자를 확대해도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는다. 필자는 바이든 역시 미국의 경제를 확장시키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조언한다.

물론 공화당으로부터 어떤 도움과 지지도 기대하지 말 것.

원칙 4 – 공화당이 협조할 것으로 판단하지 마라. 오바마 정책의 원죄는 2009년 당시 경제활성화 정책이 너무 빈약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행한 ‘회복을 위한 재투자법’이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위기의 깊은 골에 비하여 너무 초라하였다. 솔직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이 당시의 현실에 대처하는데 너무 인색하였다.

빈약했던 배경에는 오바마 자신이 다수의석을 가졌던 민주당의 의결을 통해 추진하기 보다는 공히 양당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2017년 세금인하정책은 당시 공화당은 이를 강경하게 밀어 붙였다). 공화당의 협조는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 그 결과 불만스런 경제회복으로 2010년 총선에서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후 오바마의 정책에 건건이 제동을 걸었다.

비이든은 똑같은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물론 공화당이 참여하여 검토하고 판단할 시간을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지만, 양당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원래 기획한 정책에 물타기를 해서는 안된다.

현재의 공화당으로부터 바이든이 실제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명명백백한 대선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2개월 이상 거부하다가, 폭도들이 연방의회를 점거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을 통한 확정과정에서조차 일부의 반대표를 던진 것이 공화당의 모습이다.

되풀이 하지만 바이든은 양당의 지지에 연연하여 그의 정책을 변질시켜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상기에 언급한 내용을 합하여 한마디로 조언한다 “ 빌어먹을 장애를 돌파하며 전속력으로 달려라 – damn the torpedoes, full speed head.”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말고, 재정에 대한 경고에 흔들리지 말 것이며, 쓸데없는 예의를 갖추지 말고, 미국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출처 : 뉴욕타임즈 NYT on 21-01-14.

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이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십 수년간 뉴욕타임즈에 기고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토, 2021/01/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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