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17] “오래된 미래”: 서울 동북4구의 생태적 전환 실험

지역

[17] “오래된 미래”: 서울 동북4구의 생태적 전환 실험

admin | 월, 2020/03/16- 20:44

복잡계로서의 도시

도시는 인간활동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거주하며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2015년 기준 92%에 이른다. 도시는 생태적 위기의 주된 원인이며, 동시에 환경문제에 취약한 만큼 생태적 전환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많은 도시들이 생태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생태적 전환이라고 할 만한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도시의 생태적 전환과 관련된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도시가 다양한 이익집단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즉 도시는 거주자들의 일상생활로 구성된 복잡계이다.

따라서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만 있다면 도시의 생태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예를 들어 행정적, 법적,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도시계획을 집행하는 공적 부문이 있는 한편, 이에 반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간지대에 많은 무관심한 시민들이 있다.

완전한 해체에 이른 푸룻-아이고(Pruitt-Igoe) 주거계획보다 더 스펙터클한 사례는 없다. 1950년대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시행된 이 프로젝트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최악의 결과를 낳은 극적인 정부 실패의 상징이다. 푸룻-아이고 프로젝트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 아래 도시재생과 빈곤층 주거안정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착수됐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결국 33채의 건물을 모두 폭파시켰다. 정책실패의 원인은 여전히 많은 논쟁과 이야기를 낳고 있지만, 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도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통합적 관점이 부족한 채 하향식으로 진행된 관료적 도시정책의 무능함을 보여준다. 도시주거정책, 경제정책, 도시재생정책의 실패에다 인종차별이 합쳐진 결과였다.

제인 제이콥스는 역저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1961)에서 도시는 인간의 자연적 거주지이며 사람들은 자연의 과정과 복잡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연생태계와 인간경제의 과정들이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레이첼 카슨이 자연생태계에 관심을 가졌다면 제이콥스의 주제는 인간생태계였다. 그 시대에는 그가 환경주의자로 간주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제이콥스는 당대의 현대화, 자동차 중심성에 반대하면서 활기찬 이웃, 도보구역, 사람들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또 도시정책은 엔지니어와 하드웨어가 아니라 자연적 진화가 일어날 삶의 장소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정책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기초해 기억과 이야기를 창조하는 인간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전환관리

도시를 생태계 혹은 복잡계로 이해하는 관점은 도시계획이나 도시정책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을 요청한다. 도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전환실험이 진행 중이며 이런 실험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해 전환관리에 대한 이론적 토론으로 이어진다. “전환관리란 사회적 전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개념에 기초한 대규모 사회변화의 속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통합 조정된 노력을 말한다” (Derk Loorbach, Governance for sustainability, Sustainability: Science, Practice, & Policy, Fall 2007, Volume 3, Issue 2).

예를 들어 (1)네덜란드에서는 2001년부터 재생에너지, 농업, 의료, 수자원관리 등의 영역에서의 거버넌스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2)유럽 6개 지역(스페인 발렌시아, 독일 헤센,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중부 헝가리, 폴란드 실레지아, 영국 웨스트 미드랜드)은 “기후-KIC”의 유럽 지역연합 프로그램(“2013 Pioneers into Practice” program)에 참여한다. “기후-KIC”는 유럽의 야심 찬 기후변화의제를 만들기 위한 혁신, 기업가정신, 교육, 전문가 지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이 중 “2013 Pioneers into Practice”는 기후변화 측정, 유발요인 관리, 회복적인 저탄소 도시로의 전환, 탄소제로 생산시스템 개발과 적정 수자원관리 개선 등 4개 주제에 초점을 둔 상향식 지역 프로그램이다. (3)OECD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는 OECD 기술과 혁신 정책(TIP) 워킹그룹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목표는 지속가능성과 녹색성장의 맥락에서 정책입안자들을 돕는 것이다. 2015-2016년 계속된 프로젝트 2단계는 시스템혁신 접근이 어떻게 녹색혁신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실험했다.

전환관리 접근의 중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시스템 동력과 참여자 행동에 대한 종합 분석은 사회동력에 대한 일반적 아이디어를 산출해서 전환과정에서 참여자의 행동과 전략을 숙고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2) 전환관리는 학자, 정책입안자, 산업계, NGO 간의 폭넓은 네트워크에서 나온 이론과 실천을 통해 개발된다.

(3) 사회를 전형적인 행동과 메커니즘(예를 들면 공진화, 창발, 적응)에 기반한 복잡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4) 하향식 정부 정책도, 상향식 시장권력도 여러 섹터에 걸친 장기간의 변화를 단독으로 유도할 수 없다. 정부정책, 시장권력, 시민사회의 상향식 이니셔티브가 결합될 때 변화가 가능하다.

(5) 전환관리는 이륙기, 가속기, 안정기 등 전환의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OECD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에서 나온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1) 정책입안자는 문제의 체계적 성질과 혁신을 통해 변화를 구성하는데 있어 자신들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2) 지속가능한 건물, 바이오경제, 스마트시티 등의 분야에서 이미 전환을 가능하게 할 만한 기술들이 개발돼 있다. 그러나 제도, 법률, 규제, 시장메커니즘, 사회문화적 태도의 변화가 없이는 많은 해결책들이 실패로 돌아간다.

(3) 전환관리와 참여적 접근이 바람직하지만 이것은 시간, 일관성, 정책방향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4) 변화에 대한 저항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시스템 혁신의 핵심이다. 사례연구에 따르면,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문제를 작은 부분으로 쪼개거나 공공민간 파트너십, 새로운 행정능력과 부처간 조정능력을 통해 혁신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5) 장기적 정책전략과 함께 정교한 로드맵, 중간점검과 영향평가를 포함한 정책목표가 필요하다.

 

서울의 동북4구의 지역협력 실험

전환관리 연구의 중요한 문제는 현재 사회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상태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전환관리 접근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강력하고 통일된 접근으로는 전환이 실현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환은 다양한 접근, 즉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실험, 다양한 이해와 갈등집단을 포함한 참여적 프로그램,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 협업, 공통의 목표를 향한 기술∙제도∙문화의 적용 등이 결합될 때만 가능하다.

서울 동북4구(강북구,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의 협력실험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2008년 시작된 이 실험은 당시 대학과 기업간 산학협력이 대세이자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던 흐름을 거부하면서 지역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새로운 대학의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에 평생교육원을 개설하면서 지역사회 풀뿌리활동가들을 초대한 포럼(강북지역 풀뿌리 활동가 포럼, 일명 강풀포럼)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강풀포럼은 4개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풀뿌리 활동가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간 협력과 발전이라는 의제를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활동했으며, 그 성과는 4개구청과 서울시의 참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시민사회-기초자치단체(4개구청), 광역자치단체(서울시)라는 3중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낙후된 서울의 “원조 강북”인 동북4구 지역에 새롭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지역발전과 도시재생을 실현하는 정책(서울 행복4구 플랜)이 마련되고 사업이 추진됐다.

여전히 진행형인 이 프로젝트는 명시적으로 생태적 전환을 목표로 내세우지 않았고 계속 진화하는 과정과 실천을 더욱 철저하게 분석, 평가해야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한 혁신적이고 참여적인 시도로 평가될 만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 상호신뢰, 거주자 역량 강화, 지역수용성 확대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것들은 장기적인 전환을 성취하기 위한 보이지 않으면서 중요한 자산이다.

역사적으로 서울의 동북지역은 서울과 한반도 북부를 연결하는 사람과 물자의 집결지였다. 현대사를 거치면서 이 지역은 6.25전쟁과 분단의 희생양이 됐다. 발전이 중단되고 장기간 도시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건물, 도로와 교통체계 등 도시 인프라 역시 노후했으며 주거지역은 계속 쇠락했다. 지속적인 경제적 쇠퇴로 인해 이 지역은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변했다.

동북4구 발전전략은 산으로 둘러싸인 경관이나 유서 깊은 도로와 전통가옥 등 과거에는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던 자원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또한 지역개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혁신 전략으로 접근했으며,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아래로부터 지역발전의 원동력을 끌어내는 참여적이고 내생적인 발전 전략인 동시에 사회적 경제에 기반을 둔 지역경제의 순환시스템을 창조하는 대안적 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즉, 재생가능 에너지, 로컬푸드, 공동체 형성을 지역경제 순환시스템에 연결시키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동북4구의 실험은 이 지역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예비실험의 성격이 있다.

참여와 협력의 관점에서 볼 때 삼중의 협력 실험이 진행됐다. 대학, 지역주민 등 시민사회와 동북4구의 각 구청, 서울시가 참여한 민간-공공 파트너십을 통해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상호학습과 혁신역량 상승이 시도됐다. 특히 사회적 경제와 공동체 형성을 지원화는 과정에서 공공영역의 인큐베이팅 기능이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장기목표는 공공영역의 혁신지도자들이 없이도 공동체 스스로 혁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많은 자원을 소유하고 모든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인데 반해 시민참여와 풀뿌리의 의견 개진은 약하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자원이 불충분하고 연약할 때는 변화의 도입과 가속 단계에서는 공공영역의 주도가 불가피하다.

이 프로젝트의 비전을 서술한 핵심어는 “오래된 미래”이다. 이 말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1991)의 제목에서 왔다. 이 책은 발전의 개념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졌고 선진산업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탐구했다. “오래된 미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지역에서 통합된 삶의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성을 재해석하고 그로부터 대안적 미래를 찾자는 뜻이다. 지역의 미래 비전으로서 “오래된 미래”는 자기 지역의 역사적 특성, 즉 자원순환과 문화교류의 결절점을 참조하면서 다른 지역과 협력하는 자족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이런 변화를 선제하고 주도하기까지는 큰 도전이 남아있다. 2020년 현재 서울 동북4구의 지역협력 실험은 서울시 예산이 투입돼 도시재생, 캠퍼스타운, 지역혁신 등의 사업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구청장이 바뀌고 시민사회 풀뿌리활동가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등의 변화를 겪으면서 그 비전과 가치의 실현이 시험대에 서있다. 종종 그렇듯 공공영역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얻는데 초점을 두며 장기적 안목에서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거의 무관심하다. 이외에도 많은 목표들이 있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길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것,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지속성, 헌신,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접근에 비한다면 하드웨어를 중심에 둔 접근은 목표를 이루기가 비교적 쉽다. 정책시행 과정에서 자원할당의 우선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자칫 토건사업이 마무리된 다음, 하드웨어의 내용을 채울 컨텐츠와 그 하드웨어를 운영하고 활용할 시민주체의 형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미완의 과제로 남겨질 가능성도 크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도시를 향해

생태적 전환은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등 현재 부딪친 생태위기에 대한 필수적 응답의 결과물이다. 생태위기에 대한 응답으로서 도시의 생태적 전환은 도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복탄력성이란 “근본적인 구조, 기능, 내부피드백을 유지하면서 혼란을 견디는 시스템 능력”으로 정의된다(William E. Rees, “Thinking ‘Resilience,’” in Richard Heinberg and Daniel Lerch, eds., The Post Carbon Reader: Managing the 21st Century’s Sustainability Crises, 2010).

공동체 건설, 사회적 경제, 에너지 분산, 재생에너지 사용, 공동체지원농업 등 모든 프로그램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동체가 음식, 주거, 교육, 교통, 보살핌을 스스로 해결할수록 그 공동체는 스스로의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하며 잠복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Michael Shuman, Local Dollars, Local Sense: How to Shift Your Money from Wall Street to Main Street and Achieve Real Prosperity, Community Resilience Guides, Kindle Edition, 2010)

빈곤 해결 역시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경제적으로 박탈된 지역의 가난은 개발에 대한 숨겨진 열망을 자극함으로써 생태적 전환을 위한 자원의 보존과 보호에 대한 동의를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경제적 순환을 창조하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생태적 전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도로, 교통, 의료시설, 교육문화시설 등 인프라 건설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서울의 지역협력 프로젝트는 도시빈곤 문제 해결과 생태적 전환을 연결시켜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은 도시경제의 순환시스템이 만들어져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되는 장기간의 생태적 전환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인 제이콥스는 이런 유형의 도시경제에 대한 위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는 도시경제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가장 기본적 조건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러나 경제학에 대한 제이콥스의 관심은 대기업이나 프렌차이즈로 대표되는 이윤경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도시경제에 대한 주류 분석에서 종종 제외되는 지역기반의 작은 경제,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에의 저항으로서의 도시경제에 대한 관심이었다. 지역경제에 대한 그의 이해는 자연생태계와 유사한 자발적 도시경제를 뜻하며 이는 “오래된 미래”로서 도시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회복탄력성을 가진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자연생태계에서는 틈이 많이 채워질수록 생태계의 가용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으며 생명과 생명을 부양하는 수단이 더욱 풍부해진다. 우리 도시경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틈이 많이 메워질수록 생명을 부양하는 수단이 더 풍성해진다. 이것이 바로 특화된 경제보다 지역경제가 훨씬 좋은 이유이다. ∙∙∙ 자연생태계에서는 다양성이 존재할수록 안정성도 늘어난다. 생태주의자들이 말하는 항상성 피드백 루프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이는 자동자기조절을 위한 피드백 조절기능이 잘 작동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도 똑같다. 이것이 도시에서 지역경제가 다른 형태의 경제보다 더욱 회복탄력적이며 쉽게 붕괴되지 않는 이유이다.”  -Jane jacobs, “The Economy of Regions”, Annual E. F. Schumacher Lectures Book 3, Kindle Locations 101-107, Schumacher Center for a New Economics, Kindle Edition.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본 칼럼을 쓰는 과정에서 영화에 대한 중요한 아이디어와 논의를 해주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의 안지영 박사님에게 감사드린다. 이 글은 북한영화전공자인 안지영 박사님과 농민의 직업세습과 영화를 주제로 한 공동논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였으며, 영화관련 글에 안지영 박사님의 커멘트를 가져온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최근 수년간 조선영화 제작은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유튜브에 올리는 조선영화들은 전례없이 많다. 빈곤 속의 풍요다. 김정일시대와 달리 김정은 시대에는 영화의 제작편수가 대폭 줄어들어 한 편 한 편이 더없이 귀한 상황에서, 유튜브에만 조선영화 풍년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제작되는 영화는 한 해에 한편이나 예술영화를 만들까말까 한다. 영화제작 편수가 대폭 줄었으니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인민에게 꼭 전달해야 할 메시지만 영화에 담을 것이다. 이 척박한 문화현실에서 당첨된 그야말로 ‘올해의 영화’다. 여러분도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접근 가능하다. 최근 10년간 북한 김정은시대 포전담당제를 중심으로 한 농업개혁의 흐름을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농민영화를 소개한다. ‘분조의 주인’과 ‘벼꽃’이다. 김정은식 개혁국면이 막 시작하던 2012년도에 “분조의 주인(2012)”이 제작되었고, 개혁이 곤경에 부딪혀 개혁이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한 게 대략 2016년이후이니 2015년에 제작한 벼꽃(2015)은 개혁의 끝자락 쯤에 있다.

이 영화에서 농장을 이끌어가는 간부인 작업반장이나 분조장과 같은 말단 농촌관료들의 일태도는 외부자가 보기에도 상당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농촌관료를 대신할 누가 있을까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인가? 조선의 존망을 지고 가는 식량생산문제를 걸머질 주체가 없다면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농민들이나 선동원이 책임을 지고 솔선수범으로 나서 당과 수령이 원하는 과학영농을 이루고 식량증산의 주체로 그려진다. 이게 북한당국의 꿈이자 속마음일 거다. 수많은 간부들보다 한 사람의 농꾼이 귀할 게다. 우리 조선영화 속 세상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


사회주의를 향해 달리는 제 2 고난의 행군

김정은이 집권이래 처음으로 행한 대중연설은 2012년 4.15일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이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인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겠다고 선포했다.【1】 이러한 결심은 2012년 6.28 조치와 2014년 5.30 담화를 통해 농업분야에서는 <포전담당책임제>, 공업분야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경제개혁의 두 축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17년 대북제제강화를 필두로 9년이 지난 지금, 북미회담 결렬에 이어, 핵문제, 코로나, 북한관련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그간 분분하게 논의되었던 우리식경제관리방식이나 포전담당책임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 등 북한경제개혁에 대한 논의와 기대, 희망섞인 관측과 평론은 사라졌고 지난 4월에는 세포비서 대회에서 제 2의 고난의 행군이 선언되었다. 8월 현재 2000년대 시장화 이후 가장 강력한 봉쇄와 고립의 사회주의 국면이 전개되는 중이다.

현재는 수령과 당, 인민들이 하나로 뭉쳐 다시 천리마 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사회주의건설에 총력을 다하자는 식의 전쟁터로 휘몰아쳐가는 새로운 코로나/제재의 봉쇄국면이다. 김정은이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했던 시기는 불과 5년전으로 2012년~ 2015년도에 짧은 개혁기를 경과하였으며, 2017~ 2019년까지는 관리와 시장통제의 국면에 들어선데 이어 2020년부터 엄혹한 코로나 봉쇄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왜 이렇게 개혁은 사라졌을까?

 

포전담당책임제 개혁은 실종되었나?

오늘날 봉쇄와 사회주의 회귀의 국면에 당시 4년간(2012~2015년)의 개혁국면을 다시 한번 복기해보자. 김정은이 내세운 ‘우리식 경제관리의 핵심은 한마디로 하면 현장에 경영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었다(박형중, 2013: 2)’【2】 김정은 시기에 가장 큰 갈등 중의 하나가 농업개혁, 즉 분조관리제에서 포전담당책임제를 둘러싼 기득권세력과의 투쟁이었다. 식량배정에서 우선순위를 가진 정권 특권기관 그리고 농촌관료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농민들에게 생산의욕을 북돋우고자 한 개혁시도는 주춤해졌다. 2012년도에 시작하여 2013년도 약 1년간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면서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포전책임담당제)의 도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으며, 농민:국가의 3:7제나 분조의 규모를 줄여 가족영농책임제 도입 등 당초 계획했던 원안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결국 농촌관료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형되어갔다. 심지어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이고자 했던 포전책임담당제가 오히려 부자농민을 위한 제도로 변질되었다는 평들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20, 3월 4일 보도). 【3】 “돈 있고 뒷배 있는 농민들에게 농경지가 집중 분여되면서 대부분의 가난한 농민들은 더 가난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 역시 직접 농장간부 출신 탈북민과의 면담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포전담당제 실시를 했다고 하면 뭐 더 잘 살 수 있지 않느냐? 하는데 (농장원은)오히려 더 힘든 거죠. 국가에서 하라는 건 해마다 더 많아지고 그렇다고 해서 비료나 씨앗이나 뭐 살초제를 더 충분히 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그럼 기일 안에…농장에서 비료를 주는데 씨앗도 주는데 다 빠듯하게 줘요. 그러면 잘 사는 집은 또 추가를 해서 넣을 거란 말이죠. 비료랑 또 이만큼 넣을 걸 이 사람들이 이만큼씩 넣으면 당연히 이 사람들(잘사는 집)이 더 크죠. 그런데 못 사는 집들은 주면 준대로만큼 넣어요. 그러면 이삭이 이만해요. 그러면 땅이 4 정보면 예를 들어서 수확물을 석톤 200kg을 바쳐야 된다면 이 집은 그게 안 돼요. 다 까보고 해도 안 돼요. 그러면 사는 집은 그나마 사는데,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거죠. ” (농장원, 2017년 탈북, 2021년 4월 25일 필자면접)

한 여성 농장원이 전하는 포전담당책임제 이후의 농장의 현실은 한마디로 농촌에서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들간의 격차가 더 커졌으며 간부들의 힘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포전담당책임제 이후 잘사는 집(가구)들은 비료를 농장에서 제공하는 량에 추가로 더 사서 수확고를 올리지만, 못 사는 집(가구)들은 농장에서 주는 것만 넣는 바람에 수확량이 종전보다 줄어들었다. 돈이 많은 가구에 더 많은 땅을 분배하는 지역도 생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식량 분배투쟁의 격화

물론 북한당국이 개혁을 통해 양극화라는 결과를 내고자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박형중에 의하면, 북한 당국이 애초에 실시하고자 했던 분조관리제【4】의 개념은 두 가지 극단의 어느 한 지점에 있었다(박형중, 2013: 25). 한 극단은 가족단위 분조를 도입하여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7: 3으로 나누는 약정하에서 농사의 자율을 분조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는 협동농장의 해체에 준한다. 다른 한 극단은 기존에 존재하는 협동농장 관료체계 간부의 기득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농민통제를 손상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분조규모만 축소하여 국가 대 농민의 분할비율을 7대 3으로 나눌 것을 약속한다. 두 개의 청사진 사이에서 분조관리제는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편차를 가지고 시행되었다. 대체로 첫 번째 방향, 즉 협동농장의 해체 형태로 가기보다는 두 번째 방향, 즉 분조규모만 축소하는 형태로 점차 진행되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시대에 농업개혁은 분조규모만 축소하는데 그쳤고 그 이상의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기존질서에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얻어왔던 중간간부층이 자신들의 특권적 지위와 분배권 등을 없애는 분조관리제로의 개혁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간부들의 반대를 넘어서는 일이야말로 포전담당제로의 농업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고비였으나 김정은정권은 이를 넘어서지 못했던게【5】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공장이고 농장이고 할 것없이 간부들은 노동자나 농장원 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농장의 경우, 농장원 수가 200명이라면 초급당 비서를 비롯한 정치일꾼과 행정간부, 분조장 등만 40~50명에 달할 정도로 간부들의 비중이 컸다(박형중, 2013). 농업개혁을 완수하고 알곡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간부 중 상당수를 줄이고 일하는 노동자의 수를 늘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으나 농촌관료들은 순순히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조직체계에서 권리를 행사해온 농장관리위원회나 농촌경영위원회 간부들 모두 분조관리제 도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고, 애초 농민의 생산의욕을 자극하여 수확량을 증가시키려는 농업개혁의 방향은 시작부터 관료집단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6】

요약하자면, 포전책임담당제가 당초 국가가 목표한 개혁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농이나 가족농 중심으로 농업개혁이 이루어질 때 자신들의 직위가 없어질 것을 우려한 농촌관료층의 반대. 둘째, 농민 통제의 어려움이다. 농작물에 대해 개인의 처분권이 늘게 되면 간부들의 권한은 축소된다. 따라서 간부들이 농민들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중앙의 지시나 방침들이 더 이상 농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사태를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생산물 통제 문제. 농민들이 생산량을 속이고 빼돌리는 현상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등. 이같은 세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농업개혁은 2013년 말부터 제동에 걸렸고(박형중, 2013). 그 결과, 식량증산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전국적으로 힘차게 추진해야 할 포전담당책임제는 2014년에 이르면, 현장에 맞추어 진행되는식으로 축소되었다. 2021년 현재 포전담당책임제가 어떤 상황까지 왔는지 그 정확한 실상을 아는 사람은 없다. 지역에 따라 포전담당책임제 추진의 편차가 워낙 크고 실태도 다르기 때문이다.【7】

 

올해의 영화?

위에서 서술한 북한 김정은시대 포전담당제를 중심으로 한 농업개혁의 흐름을 배경지식으로 깔고 김정은시대에 제작된 두 개의 농민영화를 감상해보자. 개혁국면이 막 시작하던 2012년도에 제작한 분조의 주인(2012)과 개혁이 어려움에 부딪혀 개혁이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한 2015년에 제작한 벼꽃(2015)의 작업반장이나 분조장과 같은 말단 농촌관료들의 일태도가 안일하기 그지 없다. 과학영농을 기피하고, 기존의 하던 방식으로만 한다는 등의 비판이 영화에 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대안인데, 기존의 농촌관료를 대체하여 누구를 호명했는지가 관전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하겠다. 김정일시대와 달리 김정은 시대에는 영화의 제작편수가 대폭 줄어들어 한 편 한 편이 더없이 귀한 상황에서 당국에서는 인민을 대상으로 꼭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 해에 한편이나 영화를 만들까말까한 척박한 문화현실에서 당첨된 그야말로 ‘올해의 영화’인 셈이다. 여러분도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접근 가능하니 한 번쯤 감상해보자. 우선 2012년에 제작한 ‘분조의 주인’을 살펴보자.

충수염으로 쓰러진 분조장은 자신을 대리할 농장원을 주위를 둘러싼 농장원 중 찾다가 그만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된다.

영상 1. ‘분조의 주인’ 중 충수염으로 쓰러진 분조장과 이를 바라보는 소영. <출처: [조선영화] 분조의 주인, 유튜브 영상>
2012년에 제작한 <분조의 주인>의 제작은 분조장이 과거의 관행에만 매여 형식주의, 허풍주의로 일관하다가, 도시에서 시집온 신참농삿꾼 소영이와 갈등을 빚는 단순한 프레임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평농장원인 소영이 쌀로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분조의 주체로 나서서 무력하고 관행에만 젖었던 분조의 분위기를 혁신하는 이야기가 중심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분조의 주인(2012)’의 줄거리

도시에서 자란 제대군인 출신의 소영(여주인공)은 농촌 작업반 기술원과 결혼을 하여 농장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도시 처녀가 농촌에 시집간다는 이런 설정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볼 수 있겠으나, 연애결혼 끝에 도시 처녀가 농촌으로 결혼하러 간 사례를 필자도 2021년 올해 면접했으니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기술원인 남편은 아리따운 아내가 농사짓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하여 분조장에게 부인을 특별히 배려해줄 것을 부탁(?)하고 이에 분조장은 호응하여 퇴비 만들기 목표에서 미달한 소영을 2톤의 목표를 완료한 것으로 배려한다. 소영은 사업총화에서 거짓을 했다는 죄책감에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나아가 니탄을 퇴비로 사용하여 후민산 액체비료 원액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당과 수령의 뜻을 받들어 식량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러나, 남편과 분조장은 이런 소영의 행동을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는 사람,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앉을 자리 설 자리 못 가리는 사람으로 비난하며 소영과 분조장은 갈수록 사사건건 어긋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분조장은 아침 회의 중 갑자기 급성중수염(복막염)을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 가게 된다. 그 와중에서도 분조장은 분조의 일을 걱정하여 대리 분조장 직책을 뜻밖에도 소영에게 맡긴다.분조장이 병원에 있는 동안 소영은 군농기계사업소의 도움으로 무동력삭도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후민산 액체 비료원액을 만드는데 쓸 수 있는 니탄을 쉽게 옮겨온다. 이것을 본 분조장은 새로운 기술개발에 게을렀던 자신을 반성하며 소영과 손잡고 일하게 된다.

 

분조의 주인(2012)’의 주제의식

낡은 방식을 고수하는 구세대 농촌관료(분조장)을 비판하고 신세대 청년 농장원이 과학영농으로 식량증산의 주체이자 분조의 주인이 될 것을 촉구하는 세대교체 요구가 담겨 있다.

북한당국이 2012년에 ‘분조의 주인’을 제작했던 의도는 무엇일까? 부정인물과 긍정인물을 통해 의도의 일단을 추적해볼 수 있다. 농장에 소영이라는 제대군인 출신의 도시 처녀로 기술원과 결혼하여 농장에 들어오게 된다. 그녀는 농사는 처음이지만, 그녀는 열정적으로 식량증산을 위해 후미산 비료를 만들고자 하며, 이것은 수령과 당의 숙원인 과학영농사업의 실현이다. 소영은 긍정인물인 반면에,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농장을 이끌어온 강 삼 분조장은 부정인물로서 대립각에 서 있다. 강삼 분조장은 나름대로 성실한 인물이지만 기존의 방식만을 고집하다 시대와 당의 요구를 외면하는 부정적 인물이다. 반면에, 도시 처녀로 갓 농삿꾼이 된 청년 소영은 대극점에 선 긍정인물로 과학영농을 통해 당과 수령의 명령을 실현하고자 한다. 긍정인물인 소영은 부정인물인 분조장과 대립하다가 결국 분조장의 반대를 물리치고 비료의 원료인 니탄을 기계적인 방식으로 나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함으로서 즉 과학영농을 통해 비료증산을 성공시키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강 삼은 분조의 주인이란 농사경험이 아니라 당과 수령의 명령을 받드는데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현실세계인 농업개혁의 현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농촌관료들과 평농장원 간의 갈등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갈등은 당과 수령의 명령에 따른다는 사상기조하에 쉽게 봉합된다. 두 사람의 갈등과 대립은 분조장의 반성과 분조장 충수염으로 쓰러진 상태에서 주위 농장원들을 둘러보던 중 분조장은 이제까지 나서기 좋아한다고 못마땅하게 여겼던 소영을 자신을 대리하는 분조장으로 세우는 사건을 통해 극적 계기를 맞이한다. 하필 왜 분조장이 병원에 실려가면서 하필이면 소영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소영이 당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나선다는 것을 강삼 분조장 자신이 알고 인정했기 때문이고, 영화 마무리에서 강삼 분조장의 입을 빌어 “농사경험이 많다고 해서 주인이 아니라 당정책을 심장으로 받아들여 관철하는 사람이야말로 분조의 주인”이라고 선언을 통해 분조의 주인을 정의한다.

아마 현실에서는 알곡 수확물의 분배와 경작권을 중심으로 날카롭게 대립되었던 간부와 농민간의 갈등은 이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고 단순하게 봉합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포전책임담당제를 계기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평농장원들에 대처하여 간부그룹의 기득권이 개혁의 파고를 이기고 이들을 압도하고 제압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갓 들어온 새댁 농꾼에게 밀려 분조장의 위신은 추락하고 반성하는 장면을 통해, 분조장으로 대표되는 농촌관료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준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농업개혁을 추진해왔던 당국의 의지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농장운영의 기존 질서를 비판하되, 수령과 당의 명령을 받들어 식량증산의 지상과제를 농민에게 주고 쌀로 사회주의를 지킬 것을 강하게 요구하며, 농민들을 사상을 통해 통제하고자 하는 당국의 의지는 영화를 통해 전달된다.

<계속>

 

【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행한 대중 연설이다. 이 대목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 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에서 가져온 것이다.

【2】 박형중, 2013. <6.28 방침> 1년의 내용과 경과. 통일연구원 온라인 시리즈. 2p.

【3】 rfa, 2020, 3,4, 북 포전담당제, 부자 농민들을 위한 제도로 변질, “당에서는 분조관리제를 융통성 있게 실시해 알곡수확량을 늘이도록 농장간부들이 자율적으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행토록 허용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돈 있고 뒷배 있는 농민들에게 농경지가 집중 분여되면서 대부분의 가난한 농민들은 더 가난에 빠지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https://www.rfa.org/korean/in_focus/food_international_org/agriculturenk-03042020085343.html

【4】 분조관리제, 협동농장의 기층조직인 분조 단위에 기초한 협동농장의 내부관리 운영형태.분조관리제는 김일성(金日成)이 1965년 5월 강원도 회양군 포천협동농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처음으로 제시하였으며, 1966년부터 북한의 각 협동농장에서 실시되고 있다.북한은 분조관리제가 “농민들을 집단경리의 관리운영에 적극 참여시키는 훌륭한 생산조직 형태”라고 설명하면서 분조관리제를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농업생산의 특성을 감안해 농민들의 자각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농업에 대한 국가의 기업적 지도를 철저히 하며, 사회주의 분배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분조란 일정한 조직체에서 기층조직이나 기본조직의 아래에 조직하는 작은 단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통상 협동농장에서 작업반 밑에 조직되어 있는 하부조직을 말한다.분조관리제는 협동농장의 각 분조(10∼25명)들에게 일정한 면적의 부침땅과 농기구, 부림소, 생산도구 등을 할당하고 이들에게 국가 생산계획에 준하여 수확고 계획과 노력일 투하계획을 설정해 준 다음 계획 수행 정도에 따라 노력일수를 평가해 주고, 이에 근거하여 분배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5】 정정현(2018). 북한의 협동농장 생산체제에 있어 분조관리제의 변화와 농업협력방안에 관한 연구. 협동조합경영연구 48: 130

【6】 한 중국 대북전문가는 김정은정권이 실시하는 분조관리제를 통한 농업개혁에 대해 협동농장 경영위원회와 관리위원회 전임간부들은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자리의 축소를 우려하는 반면, 농장원들은 전임간부들이 줄지 않으면 자신들의 실제 분배 몫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7】 일부 농장들의 소식이 내부 소식통을 통해 흘러나오거나 농장에서 일하던 탈북민들을 통해 짐작해보는 수준으로, 아직 김정은시대의 농업개혁의 실태와 수준을 전국규모에서 명확하게 규명한 연구논문은 부재한 실정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화순

화, 2021/09/14- 01:32
4
0

본 칼럼을 쓰는 과정에서 영화에 대한 중요한 아이디어와 논의를 해주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의 안지영 박사님에게 감사드린다. 이 글은 북한영화전공자인 안지영 박사님과 농민의 직업세습과 영화를 주제로 한 공동논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였으며, 영화관련 글에 안지영 박사님의 커멘트를 가져온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벼꽃(2015)의 주제의식: 형식주의에 빠진 간부층을 비판하고 열성당원이 해야 할 일을 제시

작업반장으로 대표되는 낡은 농촌관료층의 농장관리행태를 비판하고, 선동원의 벼꽃 리더십을 중심으로 새로이 농장원들이 식량증산을 위해 하나로 뭉쳐가는 과정을 제시

2012년에 6.28 조치로 농업개혁의 모양을 구체화하기 시작였지만 개혁의 진전은 더뎠다. 2013년에는 외부관측자들에게는 거의 농업개혁이 중단되는게 아닌가 할 정도인 상황이었으나, 2021년 현재 안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로는 관료들과의 타협 속에서 기득권은 인정되면서 농장은 계속 포전담당책임제가 형태를 달리하면서 실시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영상 2> 벼꽃의 타이틀 롤. <출처: 유튜브 영상>

북한에서 개혁은 2012~2015년에 추진되었는데, 2015년에 제작된 유일한 예술영화이다.【8】 당연히 이 시나리오는 많은 영화 시나리오 중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해 당의 수많은 검토를 거쳐 선정되었을 것이다. 농장에는 청년 동팔, 미경이, 비료를 연구하여 인정받고자 하는 광민이, 시장적인 마인드를 지닌 선화 등 각자의 욕망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이 농장공동체를 구성한다. 선동원 정임은 농사에 의욕을 잃은 농장원들과 신세대들의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모아 쌀로 사회주의를 지키자는 당의 목표로 이끌어가는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벼꽃(2015)의 인물과 줄거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선동원 정임이다. 마치 붉은 선동원 리신자를 모델로 삼은 듯한 정임은 전국분조평가에서 제 1작업반을 우수분조로 이끈 열성적인 선동원이다. 그러나, 명예를 버리고 제일 뒤떨어지는 제3작업반의 선동원으로 스스로 배치를 원한다. 제3작업반에는 농장일보다 개인의 실리를 앞세워 과수생산에만 열을 올리는 비사회주의적인 선화, 장기간의 식물성 농약개발연구에도 별 성과가 없어 엉터리박사라 무시당하는 광민, 축구에 푹 빠져 작업반 꼴찌를 하는 청년 동팔이가 속해 있다. 정임은 이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집단노동에 충성을 다하고 쌀로 사회주의를 지키고 분조장과 분조원의 임무를 다하자고 선동하는 정임과 대립되는 인물은 기존 농업운영체계의 간부들과 선화와 같은 부정인물들이다. 특히 작업반장은 분조의 집단노동을 빠지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일을 하는 선화의 뒷배를 봐주는 역할을 하는 부정적 인물이다. 둘 사이에는 모종의 돈거래가 존재한다. 분조장은 이도 저도 아닌 무력한 존재이다. 당비서는 농사짓는 아바이로 이 모든 것을 알지만 묵묵히 지켜보는 인물로 그려진다.

선동원 정임은 혼자 동분서주하면서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헌신을 통해 농장원들의 마음을 사게 된다. 정임은 선화의 다친 아들에게 급히 수혈을 해주고 동팔에게는 축구와 관련한 책을 구해주고 그의 뛰어난 축구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마련하여 미경과의 연인관계를 인정받도록 미경의 아버지 작업반장을 설득한다. 비료를 연구하느라 가짜 박사라는 비웃음을 사는 광민에게도 연구에 적합한 실험환경을 마련해주어 비료발명을 성공시킨다. 정임은 그 소식을 별거 중이던 광민의 아내에게 전해 아내는 딸과 함께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해체위기에 내몰렸던 광민의 가정도 다시 회복된다. 농장은 이같은 농장원 한명 한명에 대한 돌봄과 노력을 다하는 정임의 헌신을 밑걸음으로 해서 분조원들은 다시 하나가 되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을 통해 변화해간다. 마침내 영화는 제 3작업반은 우수분조로 표창장을 받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기존 농장운영 방식과 기득권을 상징하던 작업반장조차 이제는 정임이 벼꽃과 같은 사람이라며 칭찬한다. 모든 사람들의 축복과 함께 동팔과 미경이 결혼하며 이를 통해 젊은 처녀 총각이 농사에 마음을 정착한다.

 

벼꽃 리더십: 천리마 시대 붉은 선동원【9】의 후신

일견 벼꽃의 선동원 정임은 천리마 시대에 리현리의 천리마영웅인 리신자의 분신이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천리마시대에 리현리에서 활동했던 리신자는 붉은 선동원이라는 영화와 연극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업적으로 갓 22살의 나이에 관리위원장으로까지 고속승진했고, 평양 농업국 경영위원장까지 올라갔다. 2021년 현재 북한 당국은 그를 살아있는 신화로 소환하고 있다. 반면 2021년에 새로 소환되는 선동원은 모든 농장원들을 섬기고 그들을 알아주되 자신은 죽이는 벼꽃같은 존재로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천리마정신은 집단주의를 향한 인간개조운동이자 생산량 증대운동이었다. 전체를 위한 하나가 어떻게 하나의 씨앗으로 자신을 희생함으로서 전체를 위할 수 있고 그러한 노력이 전체 인민들의 정신을 각성시키고 당시 대중을 격동시켜 생산의 열기에 나서게 한 대중운동이었다.

그러나, 1960~70년대의 천리마운동시기가 당시 감동적이었다고 할지라도 50년 전의 영광을 다시 불러낸다고 해서 과연 대중들의 심장을 뜨겁게 뛰게 할 수 있을까? 주인공 정임은 천리마 시대의 붉은 선동원을 소환한 캐릭터로 유명한 공훈 배우 윤수경이 주역인 선동원을 연기하였다. 북한당국의 속내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먼저, 농업개혁이 농촌관료와 농장원, 그 외 관련자들에 의해 가능한 부드러운 방식으로 원만하게 진행되길 바랐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벼꽃 이미지를 농촌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완화하는 온건하고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내세운 것이다.

<영상 3> <분조장의 임무>카드를 분조장에게 전하는 선동원 정임. <출처: 유튜브 영상 “벼꽃”>

그러나, 2015년 당시 격동기 농업개혁기 농장사회에서 들끓는 농촌공동체를 구심이 되어 끌어가는 리더십으로는 무기력해 보였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인물은 자신의 이익을 창출해가고 작업반장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 다른 농장원들의 질시와 선망을 받는 선화라는 인물이다.

<영상 4> 붉은 선동원 리신자를 형상화한 예술영화. <출처: 조선중앙TV 특집 천리마시대의 녀성영웅들- 붉은 선동원 리신자 유튜브 영상>【10】

<영상 5> 영화 벼꽃: 비닐하우스 딸기소출을 계산하는데 골몰한 농장원 선화. <출처: 영화 ‘벼꽃’의 선화, 유튜브>

“뭐니뭐니 해도 지금 계절엔 딸기가 확실히 나아!” 주택의 온실에서 수확한 딸기가 얼마나 소득이 될지를 소형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계산에 골몰한 모습을 담았다. 김소영(2019)에 의하면 농장원들의 개인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비닐하우스 딸기를 도시의 상층들에게 공급 된다.【11】

농장원 선화는 집단농사에는 슬슬 빠지면서 자신의 텃밭에서 재배하는 딸기에 더 열을 올힌다. 작업반장은 이같은 선화의 뒤를 봐주고 교류하는 관계이다. 선화는 농장원이지만 자신의 주택 텃밭에 온실을 설치하여 딸기와 수박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는 일을 한다. 선화가 재배하는 딸기는 그림과 같은 경로를 거쳐 도시 상층에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에서 선화는 시장화와 개인주의에 물든 농촌의 새로운 계층을 대변하며, 작업반장이 선화가 집단노력 동원에 빠지는 것을 노골적으로 봐주는 장면은 농촌관료와 농촌 시장행위자들의 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영화의 체제선전 속성상 이런 비사회주의 행위장면을 담아냈다는 점, 영화에서 집단에서 벗어난 개인주의 행위에 대해 어떤 인과응보 처리없이 지나친다는 점도 의외의 지점으로 관전 포인트이다. 동팔 등의 다른 농장원들은 선화를 뒤에서 비난하면서도 마치 그녀를 선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영화는 선화라는 농촌 시장화를 대변하는 인물에 대해 시종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연애와 축구에만 열을 올리고 농사일은 슬슬 빠지는 신세대 전형적 인물인 동팔은 연모하던 처녀 미경과 결혼에 성공하면서 농사일에 마음을 주는 결말로 끝난다.

 

분배순위에서 밀린 농민들의 절박한 식량사정은 배제

영화 벼꽃(2015)은 개인 농사를 지어 시장에 파는 선화나 나 자유주의 분자 동팔과 같은 현실적인 인물을 담아내는 등 현실에 근접하려는 여러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영화가 과거에 인민대중들에게 가졌던 호소력을 잃어버렸다. 이는 시장화 현실은 물론 김정은 정권에서 시도한 개혁이나 농장의 현실을 영화가 전혀 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에서 시도한 개혁의 속내나 군량미로 대부분의 식량을 빼앗기고 굶주리는 농민들의 절박한 현실은 철저히 배제된다. 과거 구시대 천리마 노력영웅들은 언제나 앞장서 놀라운 생산능력은 물론, 분조원 개개인의 욕구나 형편을 마치 형제처럼 돌보는 따스한 폭넓은 인품의 소유자들이었다. 정임의 벼꽃 리더십은 형태 면에서는 이런 천리마노력영웅들의 행태와 유사하다. 그러나 왜 오늘날은 호소력을 얻지 못하는가?

이는 시대적 배경 변화가 영화에서 도려내고 천리마정신만 강조되는데 그 이유가 있다. 2010년 이후 시장화와 계층의 분화가 진행되면서 시장화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행위자들이 등장하고 농촌관료층들이 기득권층으로 고착화되었다. 무엇보다 고난의 행군 이래 농촌의 농민들은 군대나 특수기관 등의 군량미 우선원칙에 밀려 농민들은 분배순위에서 ‘군-> 기업소-> 농민’의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고(그림 2 참조), 농민의 희생에 기초한 분배구조의 문제로 생산의욕을 상실하였다.

<그림 1> 농산물 수확후 농산물 처리흐름도

이같이 북한 농민들의 억울한 현실이나 농가 가계는 외면한 채 수령님의 뜻만 주장하는한, 영화 속 선동원 정임이 농장원에게 보여주는 헌신과 보살핌, 진정성의 리더십은 무기력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능력과 인품으로 대중을 감화하고자 하는 희생적 벼꽃 리더십만으로는 농촌사회나 농민들의 근본적인 생존문제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국가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과 길잃은 조선영화의 향방

과거에는 영화에 대해 안목이 높고 열정적이었던 김정일에 힘입어 북한사회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영화에서 일부나마 드러내기도 하였다.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 “한 여학생의 일기” 등에서는 인민대중들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최고권력자의 비호가 사라진 현재, 영화는 좀더 조심스러워졌다. 분조의 주인이나 벼꽃에서 몇몇 농장간부들, 즉 분조장이나 작업반장 등과 같은 말단간부의 무기력한 태도를 온건하게 비판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모든 일을 수령님 뜻에 따라 하는 영화의 문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면담한 결과에 의하면 포전담당책임제이후 농민의 식량문제는 오히려 절실해졌다.【12】 분배의 순위에서 농민에게 정권기관이나 군량미 등이 분배순위에서 우선되고 농민 자신의 분배는 하위로 밀리기 때문인데 그 문제는 다음에 다루고자 한다.

농민 자신의 절실한 고민 예를 들어 ‘농민들이 어떻게 먹고 사느냐?’의 질문은 여전히 영화에서 철저하게 배제됨은 물론, 개혁시기 포전담당제를 둘러싼 갈등이나 현실의 구조적 문제는 은폐된다.

기층 노동자인 농장원의 식량문제는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으며, 분배의 정의는 세워지지 않는다. 농촌사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는 여전히 막막하다. 지역별 포전담당책임제의 적용이라는 미명 하에 농촌관료들의 힘은 여전히 견고하며 이들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된다. 포전담당책임제 하에서 이제 비료와 영농자금, 노력을 댈 수 있는 부유한 가구는 더 많은 토지를 받아 더 많은 수확을 얻게 된 반면에, 가난한 이들은 먹을 식량도 없는 현실에서 절망한다. 이러한 와중에서 수확물 분배의 권한을 대행하는 작업반장 등의 농촌관료들과 이들과 유착된 농장원들의 권력은 더 커진다. 포전담당책임제가 농촌 양극화의 문을 연 것이다.

한 평양의 명문대학 출신 청년은 과거 대중들의 마음을 샀고 감동을 주었던 북한영화가 이제는 길을 잃었다고 말한다.【13】 조선영화와 현실간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그러기에 기층대중들은 영화에 갈수록 무관심해지고 있다. 농민이 ‘식량의 주인’으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분조의 주인’ 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본령은 체제 선전이 아니라 현실에 토대를 둘 때 살아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해주고 있다.

 

(예술영화) 분조의 주인(2012)

평양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제작진/연출, 공훈예술가 전종팔 ; 촬영, 공훈예술가 류승철 ; 미술, 최영식 ; 작곡, 전봉덕 ; 연주, 평양영화음악록음소 ; 후원, 평양시 순안구역 택암협동농장

연주자와 배역진/김은향(소영 역), 한용팔(강삼 역), 리성광(문일 역), 리웅관(기사장 역)

 

(예술영화) 벼꽃(2015)

정임-공훈배우 윤수경, 선화(중학교 동창, 딱친구)-김경애, 광민(초순아버지)-김성철, 반장-한성훈, 동팔-김룡만, 초순어머니(미용사)-박윤

영화문학-김송림, 김서휘, 연출- 선우훈

책임연출-백현구, 촬영-심영학, 정복남, 미술-김학철, 작곡-허준모,

1부 연출-윤창수, 1부 촬영-권형철, 분장-변애경, 리향희, 편집-최옥별

후원-황해남도 신천군인민위원회

<끝>

 

【8】 이영애. “김정은 집권이후 예술영화에 나타난 갈등에 관한 연구: 2015년 발표된 벼꽃의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한국동북아논총 23(4). 2018.12.

【9】 붉은 선동원, 북한에서 ‘천리마 시기’를 배경으로 협동농장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이다.962년 조백령의 영화문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민청원 선동원 선자를 주인공으로 천리마 작업반과 농업혁명화를 이야기한다. 민청원 선동원인 선자는 남강을 사이에 둔 이웃 청룡리는 매년 풍년을 맞는데 비해 자기 마을은 사람들이 땅만 탓하면서 패배감에 젖어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6.25전쟁 당시 가족을 모두 잃고 장사를 해 생계를 유지하던 복선은 농사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여 자기 포전을 돌보지 않고, 영애와의 결혼 문제로 선자를 오해한 관필 역시 평양에 가 공장에 취직할 궁리만 한다. 관필의 아버지 진오는 원래 농사꾼이지만 새로운 방식의 협동 농사법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공명심 때문에 나선다는 사람들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선자는 복선, 관필, 진오를 작업반의 일원으로 만들어 결국 청룡리 만큼 잘 사는 농촌마을로 만든다. ‘천리마 시기’ 농촌에서 협동농장을 만들며 사람들 사이에 생긴 갈등을 보여주며 청산리 농법을 보여준 영화로 평가받는다. 동명의 연극으로도 제작되었다. 1961년 국립연극단이 제작한 연극은 인민상계관작품상을 받았다. 2006년에 영화배우 김윤홍이 각색하여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10】 지난 2018년 11월에는 조선중앙tv에서는 그 손녀가 농촌에 선동원으로 들어가 리신자의 뒤를 계승하여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하였다.

【11】김소영, “북한 농업부문의 시장화:협동농장과 ‘장마당’을 중심으로”, KDI북한 경제리뷰 2019.10.p. 61.

【12】 “김일성 때 같으면 그래도 암행어사 식으로 현실적으로 농장에 내려와서 37제로 70%는 농민이 먹고 30%는 국가에 바쳐라. 지금은 아예 반대로 된 거잖아요. 말이 37제지 어떤 사람들은 100% 다 바쳐도 수매곡이 안 돼요. 이런 식으로 갔다가는… 제가 살고 있는 그 농장 사람들은 몇 년도 못 버틸 것 같아요, 진짜. 획기적인 게 없이 그런 상태로 그냥 유지가 된다면 진짜 막 몇 년을 못 넘길 것 같아요.” 2021.4.25.일 필자면담, 2017년 탈북 농장원.

【13】 필자면담, 2021년 6월 16일, 2019년 탈북.

 

김화순

화, 2021/09/14- 19:28
5
0

한국 사회의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중이므로 개혁을 지체시키고 있는 기본 원인은 외적인 객관적 조건보다는 민중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개혁을 성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그 무엇보다 민중이 어떤 이유 때문에 개혁에 소극적인가 혹은 개혁에 반대하는가를 알아야 하고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민중이 개혁의 주체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밝히고 기본소득이 그것을 없애는데 기여함으로써 개혁을 뒷받침한다는 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정치적 무관심과 기본소득

민중을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고통이다. <풍요중독사회>를 비롯한 저서들을 통해서 줄기차게 강조해왔듯이 한국인들은 심각한 수준의 생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쉽게 말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 불안은 돈과 관련된 근심걱정을 끊임없이 유발하고 그 결과 돈에 대한 병적인 욕망을 강제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을 위협하는 생존 불안은 그 자체로서 끔찍한 고통이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의 고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에 눈길을 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생존 불안이라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사회개혁, 더 나은 미래 등에 관심을 갖기 힘들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한국 젊은이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고 절규하며 취직준비에만 골몰하고 자그마한 돈이라도 손에 쥐게 되면 소위 영끌투자를 하는 반면 정치에는 무관심하다. 이들에게 ‘사회 개혁’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심각한 생존 불안은 한국인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을 강요한다. 생존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 고통스러운 사람은 정치가 어찌 되든, 나라가 어찌 되든, 지구촌이 어찌 되든 간에 일단은 자기부터 살려고 발버둥치기 마련이다. 생존 불안과 민중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비례관계에 있다. 민중은 기본소득 – 최소한 최저생계비를 상회하는 수준의 기본소득 – 을 통해 심각한 생존 불안에서 해방되면 자연히 사회개혁, 더 나은 미래에 대해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즉 생존 불안을 크게 줄여주는 기본소득은 민중이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정치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고립과 무저항

“억압과 착취가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이 명제를 의심하게 만든다. 1대 99의 사회라는 말이 웅변하듯,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심각한 불평등 사회 속에서 여전히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있지만 민중의 저항은 과거에 비해 약화되었다. 왜 민중은 저항하지 않는 것일까?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거의 개인 단위로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어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는 학교 공동체, 직장 공동체, 마을 공동체 등 각종 공동체가 존재했다.

민중이 공동체, 집단으로 묶여서 살아가는 경우에는 억압과 착취를 받으면 반드시 저항을 한다 –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 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농촌마을 사람들이 공동체로 묶여서 살아간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지주가 마을 사람들 중에서 일부를 폭행하거나 가혹하게 착취한다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것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여 분노할 것이다. 그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마을 사람들은 농민봉기에 떨쳐나설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마을 사람들이 개인 단위로 고립되어 살아가고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면 어떨까? 지주가 마을 사람들 중에서 일부를 폭행하거나 가혹하게 착취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그 장면을 보면서 더 겁을 먹고 더 무력해질 수도 있다. 물론 폭행과 착취를 당한 당사자들은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분노는 개인적 분노에 그칠 뿐 마을 사람들 모두의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분노감정이 건강하게 해소되거나 치유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노감정이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게 될 것이고 그것이 외부로 향하게 되면 타인을 학대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억압과 착취가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다’는 명제에는 전제조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은 민중이 흩어져서가 아니라 공동체로 묶여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온갖 학대, 갑질, 성희롱 등에 시달리는 데도 저항을 잘 하지 못하고 개혁에 미온적인 것은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가 전멸했다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 단위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민중은 억압과 착취를 당하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될 뿐 저항을 하지 못하며 개혁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개혁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민중이 하나로 단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와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한국인들을 단합시키고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한국인들을 공동의 이해관계로 묶음으로써 민중적 단결과 공동체 복원을 촉진할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단결하려면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발견하기가 어렵고 많은 경우에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민주노총이 개혁적인 부동산정책을 주장하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중에 주택보유자도 있고 무주택자도 있어서다.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주택보유자와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무주택자를 하나로 묶기는 힘들다. 물론 한국인들은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인들의 의식 수준은 그것을 당면한 자기 문제로 받아들일 정도가 아니므로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은 현실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역할을 하기 힘들다. 반면에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소득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이웃과 사회 나아가 기본소득을 추진하거나 실시하는 정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호적 태도와 친사회적 심리를 강화할 것이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이웃과 사회가 자기한테 피해를 주면 주지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웃을 경쟁대상으로 간주하여 경계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며 사회에 등을 돌린 채 살아간다. 한국인들은 정부에게 뜯기기만 할뿐 받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금저항 심리가 강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의심부터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차 어떤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한국은 미래로 나아가기 힘들다. 지금까지 이웃, 사회, 국가는 생존 불안으로 신음하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을 외면해왔다. 즉 한국인들은 이웃, 사회, 국가가 자신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경험, 위기에 빠진 자신을 도와주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 이런 조건에서 기본소득은 이웃, 사회, 국가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며 활동한다는 믿음을 갖게 해줌으로써 이웃, 사회, 국가에 대한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고 친사회적인 심리를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민중적 단결과 공동체 복원으로 이어질 것이다.

 

의식개혁과 기본소득

반복적으로 강조하건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개혁의 성패는 민중적 단결과 공동체의 복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립된 개인의 처지에서 벗어나 공동체로 묶여야만 개인들은 비로소 개인중심적 사고가 아닌 집단중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고,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인들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면 나의 고통이 곧 이웃의 고통이자 세상의 고통임을 깨닫게 되고 나의 행복만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바라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촉진하는 민중적 공동체의 복원은 우선 의식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절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개인으로 고립되어 살아왔기에 생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도생의 생존전략에 기초해 각개약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각자도생이 아닌 다른 방법, 집단적 힘으로 사회를 개혁함으로써 생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즉 기본소득은 한국인들에게 ‘이웃과 미친 듯이 경쟁하고 싸워야만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서로 단결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도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구나’라는 통찰과 자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각개약진이 아닌 모두가 힘을 합쳐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있으며 그것만이 살길임을 깨닫게 해주는 의식혁명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 기본소득의 실시는 한국인들의 의식개혁을 촉진함으로써 개혁의 분위기를 크게 강화할 것이다.

기본소득이 촉진하는 민중적 공동체의 복원은 또한 개혁에 대한 민중의 자신감을 강화할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 사회가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사회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려고 하기보다는 각자도생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어서다. 단결된 집단의 힘은 무한대이지만 고립된 개인은 무력하다. 개인의 힘이 제아무리 크다 한들 개인의 힘만으로는 사회를 개혁할 수 없다. 개인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경쟁에서 승리해 떼돈을 벌거나 출세하는 것뿐이다. 고립되어 살아가는 개인은 무력감으로 인해 사회 개혁에 대해서는 꿈조차 꾸기 힘들다. 따라서 고립된 개인은 개혁의 청사진이 아무리 멋져도 그것을 냉소적으로 대한다. 이런 조건에서 기본소득은 개개인의 생존 불안을 없애고 공동체 복원을 촉진하여 한국인들을 무력감의 깊은 늪에서 구출해냄으로써 개혁을 힘차게 떠밀어나갈 수 있다. 고립된 개인들이 공동체로 묶이면 묶일수록 민중의 자신감은 백배해질 것이고 개혁에는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국민통합과 기본소득

오늘날 한국인들 사이의 관계는 유사 이래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 이것은 사회적 관계 영역에서 한국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를 차지한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것은 특정한 사회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개혁과제에 나머지 사회집단이 박수를 쳐주기보다는 배 아파하거나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지만 한국인들은 서로에게 그다지 너그럽지 않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시기와 질투가 심하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한 집단에게만 이익이 되는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찬성률이 낮은 편이다. 예를 들면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은 사실 자영업자들에게도 이익 – 노동자들의 수입이 올라가면 소비를 많이 할 테니까 – 임에도 그들은 그 제도를 반대한다. 청년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은 사실 그들의 아버지뻘인 중장년층에게도 이익임에도 그들은 그 제도를 반대한다. 이런 식으로 악화된 인간관계는 택시 기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혁과제를 버스 기사들은 싫어하고 노인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개혁과제를 청년세대는 반대하게 만들 수 있다.

민중이 다종다양한 집단으로 분열되어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개혁의 추진은 불가능하다. 사회가 분열되면 국가적 개혁과제를 제기하기도 힘들고 추진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특히 어떤 개혁과제가 특정한 사회집단의 생존 불안을 자극할 경우 그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과감한 부동산 개혁, 토지개혁이 일부 집단의 생존 불안을 건드린다면 그들은 결사반대할 것이다. 최소한 생존 불안에서는 해방되어야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고 설사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이 전체 사회에 이익이 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고질적인 사회 분열과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며 개혁 추진에 유리한 사회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사회 개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개혁의 마중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생존 불안을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평등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평등 수준이 높아져야 ‘너와 나는 다르다’가 아니라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감이나 일체감이 형성될 수 있다. 또한 위계 간 학대 현상이 근절됨으로써 연대의식이나 공동체 의식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개혁을 위해서도, 즉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도 기본소득부터 실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계속 강조했듯이 기본소득으로 생존 불안이 약화되어야 민중의 의식이 깨어나고 정치참여가 가속화되며 민중적 단합이 실현됨으로써 한국 사회가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거대한 방향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기본소득과 인권>이라는 글에서 강조했듯이, 기본소득은 민중의 저항 의지와 권리를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강화할 것이다. 위계 관계나 조직 내에서 사람들이 저항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해고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즉 생존 불안이다. 직장상사가 갑질을 하거나 성희롱을 해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참는 것은 해고를 당해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을 두려워해서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생존 불안에서 해방시킴으로써 불의에 저항할 용기를 내도록 고무하고 격려해줄 것이다. 생존 불안에서 해방된 민중이 조직이나 직장에서 불의에 저항하기 시작하면 한국의 조직 문화, 직장 문화, 사회 문화는 민주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즉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가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 바뀌어나가고 각종 조직이나 직장은 조직 구성원들을 더 우대하고 존중해주는 쪽으로 변화해나갈 것이고 그 결과 민주화, 개혁이 촉진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려면 최소한 최저생계비 이상의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한다. 현재 여당의 대권 주자인 이재명 도지사는 기본소득의 최종목표를 1인당 월 50만 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정도로 개혁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본소득이 되기 위해서는 또 기본소득의 거대한 의의가 충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월 지급액의 목표치를 더 높이 잡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민중은 그의 기본소득 정책을 지지하면서 그것의 목표치를 더 상향조정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김태형

토, 2021/09/18- 03:20
4
0

‘라떼는 말이야, 엣헴엣헴’ 하는 환경 기념일들 중에 빠지면 섭섭한 생물다양성의 날! 1년 365일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해봅니다.

  1. 강은 흐르니까 강이다. (Love Flows)

    최근 몇년동안 여름만 되면, 뉴스에 단골 손님으로 올라오는 단어가 있다. “녹조라떼” 강은 언제나 푸르를 줄 알았으나, 찐듯한 형광녹색으로 뒤덮인 강은 몸살을 앓으며 “메이데이”를 외쳤다. (관련기사 : 폭염에 녹조 곤죽된 백제보)

    자연은 참 신기하다. 저렇게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던 강에 설치되어있던 보의 수문을 열자 다시 푸르른 강이 되었다. 우리 같으면 속상하고 빈정 상해서 몇달은 더 삐져있을 것 같은데 강을 흐르게 하자 멸종위기종 물고기도, 철새도 금새 돌아왔다. (관련기사 : 금강에 돌아온 흰수마자, 낙동강에 돌아온 원앙과 흰목물떼새, 금강에 돌아온 큰고니와 독수리)

        

  2. 고래와 상어, 펭귄은 캐릭터가 아닙니다.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은 ‘고래를 직접 보고 싶다’라는 꿈을 꾼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도 자주 등장하는 고래는 왜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우리나라에서는 고래를 포획할 수 없는데, 왜 뉴스에는 고래가 잡혔다는 소식이 종종 올라오는 걸까? (관련기사 : 고래는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 뿐인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인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해외에서는 아기상어 노래에 맞춰 손씻기 율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미흑점상어는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 고래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고있어야 할 상어, 너는 왜 도시에 왔니? (관련기사 : 도심에 나타난 미흑점 상어)

    지난 가을부터 핫해진 셀럽 펭귄, 그런데 펭귄들도 도시에 나타났다. 심지어 구걸을 하고 있다. 펭귄, 왜, 너는 왜, ...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유명한 CF 대사를 빌려와서 펭귄들도 이야기한다. ‘우리밥은 크릴뿐입니다. 양보하세요.' (관련기사 : 크릴오일을 펭귄에게)

  3. 수달과 담비, 도시에서 같이 살아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도시 이동제한령이 내리자 야생동물이 출몰했다는 소식, 다들 많이 들으셨으리라. 다른 나라는 염소가, 여우가, 코요테가, 새들이 집앞까지 나타났다는데 우리나라는 왜 잠잠한가 의문을 가졌던 당신에게 소개드립니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도 수달을 볼 수 있고 (관련기사 : 전주천에 수달이?) 담비도 나타납니다. (관련기사 : 담비가 새둥지에 간 까닭은), 삵도 가끔 나타난다는데 (관련기사 : 저는 고양이가 아니라 삵입니다 ) 혹시 보셨나요?
    ⓒ전북일보    ⓒ한해광

    그런데 이런 동물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쳤습니다. 주거권 보장을 외쳤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우리, 도시에서 같이 살아가면 안될까요? (관련기사 : 동물들의 생존권 투쟁)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함께 사는 삶은 시즌제가 아니라 1년 365일 연중 이어가야하는 이유를 저희 활동 기사로 짚어보았습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꿀벌이 멸종한 지구에서는 사람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같이 공존하는 삶, 생명, 평화, 생태, 참여, 환경운동연합과 함께해주세요.

금, 2020/05/22- 23:59
3
0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2020년 기획강좌가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의 네트워크인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의 기본인 돈, 관계, 공존, 돌봄, 사회, 경영, 노동의 철학을 총 7강에 걸쳐 학습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기획강좌의 내용을 간추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것”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합니다.

※ 본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3강 공존의 철학-일상과 만남의 공간으로서 도시에 살 권리 |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축가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따라가 보면, 공간을 만들 당시의 세계 질서, 경제, 노동, 기술 등이 어떻게 변화·발전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 사진은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작품들이다.

맨 왼쪽 사진은 그가 만든 거의 최초의 건축물로 1905년에 만들어졌다. 목가적이며 자연적인 느낌이다. 가운데 사진은 브라질의 보건복지부와 교육성의 건물로 1936년 세워졌다. 수직적이며 기능과 효율을 우선하던 공간들이 경쟁하듯 들어서던 때였다. 오른쪽 사진은 1960년대 만든 교회 건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작품을 시기적 흐름으로 다시 보면 목가적이고 자연적인 공간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많은 사람을 넣을 수 있는 건물이 등장한다. 그러다 60년대에 공간을 대할 땐 전혀 다른 발상의 건물을 만들었다.

마주치는 공간을 기획하라

르코르뷔지에는 대학의 도서관과 기숙사를 만들 때면 그 근처에 꼭 카페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카페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만들지 치밀하게 계획했다. 이를테면 아침 몇 시에 몇 명의 사람들이 나와 어떻게 지나가다 서로 마주치는지 확인하고, 그 공간 앞에 카페를 만들었다.

공간은 기획하는 사람의 의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세울 때, 될 수 있으면 복도식이 아닌 계단식을 만든다. 주민 간 마주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공간을 기획할 때 누군가와 공존하는 것보다는 분리되도록 설계한다.

한국은 르코르뷔지에의 60년대가 아닌 30년대에 와 있는 것 같다. 만남·교차 이러한 요소보다 효율을 우선한다.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고 중산층을 대상으로 패턴화된 공간을 찍어내고 있다. 그 공간은 우리가 연대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고를 형성할까, 아니면 서로 괴리된 채 갈등을 키울까.

유럽에서는 대형상점이 지역사회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많은 연구가 있었다. 지역에는 빵집이 있고, 구두수선집이 있고, 식료품점이 있다. 사람들은 아침에 나와 상점을 돌아다니며 이웃을 만나고 눈인사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마을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대형상점이 생기면 일주일에 한 번 차를 타고 집 밖을 나가 장을 보고 돌아온다. 더는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없다. 유럽의 도시에서도 거리가 사라지고 있다. 점점 더 집과 소비하는 장소가 직선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공간이 생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역 재생과 마을 만들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공간을 다시 생산한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해야겠다. “공간이 인간을 규정하고, 공간은 기획된 전략에 의해서 생산된다.” 맞는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은 순응하지 않는 존재다. 한때 파리에 있는 지하철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지하철, 직장, 잠(métro, boulot, dodo)!” 지하철은 자본이 기획한 대로 사람을 빠르게 수송하는 공간이다. 놀라운 건 인간은 그 공간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르페브르(Lefèbvre)는 지하철에서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뜨개질하고,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벽에 낙서하는 장면들을 목격한다. 기획된 공간을 반드시 기획한 대로 쓰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이 사회 변화의 모멘텀을 가져온다. 많은 사람이 다른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권력 또는 남이 말한 것에 잘 따르지 않는다. 그게 인간의 큰 미덕이다.

공간을 지배한다는 것

공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공간의 지배는 도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규범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물리적 공간이 중요했다. 예를 들면, 유목이나 소농 사회에서 권력의 상징은 염소나 소를 몇 마리 갖고 있느냐였다. 유럽의 중세-근대사회에서는 성에 올라가 깃발을 바꾸는 게 중요했다. 깃발이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는 무엇이 중요할까. 물리적 공간보다 이른바 표상 공간, 개념적인 공간이 중요해졌고, 그걸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하는 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100마리 양이 사자가 되는, 그곳에 사회적경제의 몫이 있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이 100마리가 모여 운다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세상이 바뀌는 것은 양이 사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또 “사람은 지배적인 가치에 순응하는 낙타에서, 그 삶의 고난의 과정을 통해 사자가 되고, 그 사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어린아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는 하나의 독립된 세계고, 그 세계가 가진 자발성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약자와 공존하는 것을 배우고, 사회적경제가 그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약자를 지키고 공존하지 못한다. 사회적경제가 100마리의 양에서 사자가 될 때, 하나의 주체로서 분명히 자리매김할 때 그 곳에 사회적경제의 몫이 있다.

 

※ 본 내용은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주최로 진행된 기획강좌이며 희망제작소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글: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강의자료(노대명 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목, 2020/06/18- 17:52
1
0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

 

❍ 일시 : 2020년 7월 21일(화) 오전 11시 30분

❍ 장소 : 청와대 분수광장

❍ 주최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균형발전국민포럼, 녹색미래,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환경보건위원회),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 (사)생명의숲, 생태보전시민모임, 생태지평, (재)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세입자협회,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전국세입자협회, 지방분권전국회의,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도시연구소,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이상 가나다순, 2020.7.17. 현재)

❍ 프로그램
– 발언 : 주거정책, 도시생태, 청년주거와 녹지, 균형발전, 법제도 등 참여단체

– 기자회견문 낭독

– 퍼포먼스
 
정부․여당․청와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계속 반대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직권으로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그린뉴딜 종합계획의 도시숲 조성 6㎢를 더욱 더 초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시민사회는 수도권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그린벨트가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될 수 없으며,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집값 안정 보다는 수도권의 과대 집중을 심화시키고 도시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입니다.

이에 부동산, 환경, 청년, 균형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담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기자 여러분의 많은 취재를 부탁드립니다.“끝”

토, 2020/07/18- 02:28
2
0

공급 확대 핑계로 그린벨트 한 평도 훼손하지 마라.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20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개발제한구역 (이하 ‘그린벨트’)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정부·여당·청와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자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어 그린벨트 논란이 당장은 일단락 지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대안으로 언급된 태릉 골프장 부지 역시 개발제한구역이며,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 고양 창릉지구 등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역시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중요한 미래자산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정책에 밀려 번번이 파괴되었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규모 그린벨트를 허물어 판교, 위례, 마곡, 광교 등 2기 신도시를 개발하여 수십만 채를 공급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는 1,560㎢의 그린벨트를 전국적으로 해제했다. 또 정부가 2009년 자치단체 권역별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배정했는데, 수도권은 이미 2019년 말에 배정된 총량 27.8㎢를 초과 해제했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해제한 결과, 공기업 땅장사와 건설사 집 장사 등으로 집값만 상승했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은 5% 수준이며,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정작 정책에서 설정한 실수요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오래전부터 입증된 것이다.

인류는 최근 수년간 사스, 메르스,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19 팬더믹까지 전례 없는 원인불명 전염병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또 기후 위기와 미세먼지는 사시사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재앙 속에 시민들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도시 속 녹지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숲세권’ ‘산세권’ ‘공세권’ 등의 부동산 용어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숲과 공원의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도시공원일몰제를 핑계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개발을 부추기고, 이어 개발제한구역 해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통해 도시생태 축을 복원하겠다고 당당히 밝힌 도시 숲 조성은 6㎢에 불과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집값을 낮출 의지가 있다면 환경을 파괴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아닌 다주택자들이 사재기한 주택이 주택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폐지, 재벌법인 토지 보유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투기근절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만큼 환경 파괴식 대규모 신축공급이 아닌 공영개발을 통한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토지가 아닌 건물만을 분양하면 평당 500만원에도 충분히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저렴한 새집이 도심 적재적소에 공급될 때 주변 집값도 내려갈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천만 서울시민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용적률 완화 역세권개발로 공급된 청년 주택은 시세 수준의 비싼 임대료, 낮은 공공임대주택 비중으로 민간업자에게만 막대한 수혜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시와 SH공사 등 공공이 직접 역세권을 공영개발하여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 서울의료원 부지, 위례신도시 등 아직 보유하고 있는 국공유지는 한 평의 토지도 민간에 팔지 말고 모두 공공임대주택 또는 평당 500만원대 건물분양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으로 전국의 5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단순히 서울 집값이 아닌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면적은 전국의 12%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88% 면적의 지방인구보다 많을 정도로 수도권 초집중화가 심각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정책은 또다시 서울과 수도권의 외연을 넓히고 수도권으로의 과밀과 집중을 부추기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지방 도시의 인구감소가 장래 큰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국토 균형 개발을 위해서는 지방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책 개발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수도권의 주택공급정책 등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유발하는 정책은 오히려 집값 안정에 역행하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토를 수도권으로 한정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정부는 판교, 위례 등 투기 조장, 집값 상승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게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정부의 무분별한 땜질식 정책 남발로 서울 아파트값이 3년 사이 한 채당 3억 원 가까이 폭등했다. 스무 번 넘게 ‘땜질식’ 부동산대책을 남발하는 것도 모자라 그린벨트를 두고 오락가락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실장 등 정책 담당자를 즉각 문책해야 한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미래 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그린벨트를 보전하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공급확대 핑계로 그린벨트 한 평도 훼손하지 마라.

둘째,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섰음에도 수도권 초집중화 부추기고 국토 균형 개발 역행하는 그린벨트 해제 통한 공급확대 중단하라.

셋째. 부동산 실책, 집값 상승 조장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하라.

넷째,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제시하라. 지난 10년간 다주택자가 사재기한 250만 채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특혜폐지,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평당 500만원 대 건물분양 주택을 공급하라.

다섯째. 그린벨트는 개발유보지가 아니다.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그린벨트 정책의 기본부터 다시 점검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그린벨트 업무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하라.

20207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균형발전국민포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녹색교통운동, 녹색미래, 녹색연합,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불교환경연대,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 (사)생명의숲, 생태보전시민모임, 생태지평, (재)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세입자협회,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전국세입자협회, 지방분권전국회의,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참여연대, 초록바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도시연구소,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이상 가나다순, 2020. 07. 21. 현재)

화, 2020/07/21- 21:05
2
0


청와대(20일):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계속 보존해야... 태릉 골프장 부지로 주택 공급을...
김수나 활동가: 똑똑~!! 태릉 골프장도 그린벨트입니다만...!!
(출처 : 머니투데이 "태릉골프장 98%가 환경영향평가 1,2등급" 2020. 07. 22.)



그린벨트≠개발유보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와 도시의 자연환경 보전 따위를 위하여 도시 개발을 제한하도록 지정한 구역”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개발제한구역은 도시 주변에 띠(belt)처럼 구역을 지정하여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 (출처 : e-나라지표)

도시계획 교과서에 쓰인 그린벨트의 기능과 필요성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성시가지가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 대도시의 외곽은 항상 도심으로부터의 개발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으면 계속해서 도시가 확장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도시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린벨트라는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둘째. 도시들이 서로 붙어서 거대도시가 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셋째.
 대도시 주변의 농촌지역이 침식당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 도시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허파로서의 기능과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린벨트가 꼭 필요함.
넷째. 
그린벨트가 도시의 팽창을 억제해 그 도시 고유의 특징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마지막. 
도시 내부 노후지역의 재생을 촉진하도록 합니다.
출처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칼럼 - [도시人]  누구를 위한 그린벨트인가? 2014. 04. 07.



청와대, 국토교통부: 집이 부족한데~ 저기 놀고(?) 있는 땅이 있네?
시민: 뭐라고?
전통적으로 정부는 부동산 대책으로 그린벨트를 허물어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1971년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는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에 전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397㎢가 지정되었습니다. 그 후 1997년 7월까지 한국의 개발제한구역제도는 한번의 변경 없이 원안 그대로 유지되어왔습니다. 하지만,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후보는 그린벨트 해제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이 공약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집권이후인 1998년 각계 전문가들로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여 이듬해에 7개 중소도시권에 설정되었던 개발제한구역은 전면 해제, 7개 광역도시권은 부분해제하였습니다. 해제된 지역은 보금자리주택 건설, 산업단지 조성, 관광단지 개발 등 국책사업용지로 전환되어 다양한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시민: 1·2인 가구가 늘어나 집이 부족한데, 그린벨트 풀고 주택 공급하면 좋지 않을까요?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서초구와 강남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주변 아파트 시세와 같아져 무주택 가구에겐 꿈도 꿀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출처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성명 - 정부의 서울지역 그린벨트 해제 시도를 반대한다. 2020. 07. 16.)


그린벨트를 지켜야 하는 3가지 이유! 첫 번째
미세먼지! 나무 1그루는 연간 미세먼지는 35.7g를 흡수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대응! 플라타너스 1그루는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냅니다.
여름철 홍수 대비! 숲 토양이 도심지의 토양보다 투수기능이 월등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시 녹지의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시민들에게 산과 공원은 휴식을 주는 필수 그린인프라인 거죠.
(출처 : 산림청 -  도시숲의 기능)



그린벨트를 지켜야 하는 3가지 이유! 두 번째
건강한 도시는 바람길, 공기 정화, 홍수 피해 예방 등을 위해 도시숲, 도시공원이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그린벨트의 숲도 이 역할을 합니다.
여름 한낮 기준으로 나무 그늘의 평균온도는 도심지에 비해 3~7℃ 낮습니다. 또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나무 1그루가  연간 2.5톤 흡수하고, 산소를 1.8톤 방출합니다.
(출처 : 산림청 - 숲토양, 여름철 홍수 대응능력 도심지 토양에 비해 월등, 2020. 07. 22.)



그린벨트를 지켜야 하는 3가지 이유! 세 번째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그린벨트 해제를 할 게 아니라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출처 :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성명 - 대한민국이라 말고 서울경기민국이라 해라! 2020. 07. 16.)



시민: 사라지는 그린벨트, 더 이상은 안돼요.
7월 14일, 정부는 그린뉴딜로 도시생태축 복원을 위해 도시숲을 6㎢ 늘린다고 밝혔지만, 이미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허용 총량인 27.8㎢가 넘게 해제되었습니다.

개발제한구역 누적 해제 현황

구분

계(㎢)

수도권

부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

울산권

창원권

중소도시권

해제

1,560 164 184 21 17 40 14 17 1,103

(출처 : e-나라지표 -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현황, 2020. 03. 10.)


 시민의 녹지 공간: 도시숲, 도시공원, 그린벨트 
도시숲, 도시공원, 그린벨트는 “개발유보지”가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최소한”으로 계획된 공간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금, 2020/07/24- 03:20
4
0

서울시가 10월 말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실련과 9개 시민단체들은 800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무리하게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며 전문가 선언을 받습니다.

*도시분야 전문가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서명하기 ☞ 클릭해주세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전문가 성명서]

 

예산 낭비에 불과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

 
우리는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계획 및 10월 말 착공’이 절차적인 측면과 계획적인 측면 모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며, 사업추진을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1. 시민소통과정은 서울시의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10월말 시행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시민소통에 기반한 것이며, 61회 토론 진행과 1만2천명의 시민참여를 끌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소통은 양적인 수치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광화문광장 논의과정에 대해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은 2019년 12월 토론회와 2020년 2월11일 광화문시민위원회 전체회의 내용이 마지막이다. 2019년도에 진행한 공론화 과정들이 다시 쟁점별로 정리되어 논의가 열어져야 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전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소통 결과임을 주장하는 것은 그간 공론화 과정들이 서울시의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서울시가 2018년 4월부터 고집하고 있는 서측 광장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쪽으로 광장을 확대하는 ‘서측 광장안’에 대해 시민설문조사 및 전문가 의견, 주변과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2009년 오세훈시장 재임 시기에 광화문광장을 중앙에 설치한 근거 역시 전문가 의견 및 주변과 연계성, 시민설문조사 결과였다.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자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의뢰기관의 입장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제공하고 설문조사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경험이 시도된 이후에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서측광장의 문제점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집중적이고 공개적인 논의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들은 세종문화회관쪽보다 교보문고쪽의 보행자 숫자가 2배나 높으며, 특히 교보문고와 한국통신(KT),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의정부터 등 다양한 시민 이용 시설이 있음에도 현재 보행환경이 매우 나쁨으로 동측/서측 광장구조를 결정하기 이전에 다양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3. 현 광화문광장 계획은 서울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데 매우 미흡하다.
사람중심의 도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물리적 구조 재편 이전에 대중교통중심체계와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의 획기적인 지원정책들이 우선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녹색교통진흥구역 정책과 연계하여 교통수요관리를 병행 실시하고 있다’며 매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결국 세종문화회관쪽으로 광장을 확대하는 계획에만 매몰되면서 통과차량 억제, 대중교통활성화, 자전거 전용도로 확보, 교보문고 방면 보행공간 확대,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고려 등이 부재한 상태에서 초기 계획안이었던 6차로를 7〜9차로로 확장하겠다는 모순에 빠져버렸다.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선수를 늘렸다는 서울시의 변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서울의 미래가치 창출의 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녹색교통진흥구역 사업을 넘어서는 정책들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공사를 위한 공사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4.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전격적인 공사일정 발표는 시장 대행체제의 권한행사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고 박원순시장의 역점사업이었으나 최종 계획안과 착공계획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고 박원순시장은 세상을 떠났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 5월27일 사업관련 회의를 통해 어떠한 흔들림 없이 현재의 계획에 따라 행정역량을 집중하여 추진하기로 했다」며 고 박원순시장 재임하에 결정된 사항이며, 이에 따른 추진이라고 하지만 최종계획안에 대한 어떠한 공론과정도 없었다. 9월28일 발표된 내용 역시 제대로 된 기자간담회나 공개적인 토론회가 아니라 보도자료 배포로 가름하는 등 공개적인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조성이 대한민국 서울의 백년대계와 같은 사업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의사 결정과 집행은 내년 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 시장의 책임하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800억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0월에 착공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서울시는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답을 해야만 한다.

김학진서울시행정부시장은 “변화되는 광화문광장은 서울이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 빌딩 숲에서 도심 숲으로, 자연과 공존하며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갖춘 생태문명도시로 본격적 전환을 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역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생태문명도시로 전환하는 사업이 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상징성과 미래가치를 창출한 교통시스템 구축, 광장과 주변과의 조화, 민주적인 절차 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조성하면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내년 4월 시민들이 선출할 새 서울시장이 의사 결정과 집행을 행사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시기를 늦추어야 한다. 10월말 착공 예정인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당장 중단하라.

 

2020년 10월 12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전문가 일동

 
※ 관련 기사 및 기고문 

화, 2020/10/13- 18:55
5
0

<경실련 공직자 부동산투기 신고센터> 2개월 운영 현황

공직자 부동산 투기 제보 51건 중 36건 관계기관 이첩

❝내부정보 이용한 개발 예정지 땅 투기신고 가장 많아❞​

– 농지∙토지 투기의혹 제보 36건으로 전체 71%

– 수도권 21건∙비수도권 30건, 경기 13건으로 가장 많아

 

경실련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과 함께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감시하고자 지난 3월 17일 <공직자 부동산투기 신고센터(이하 신고센터)>를 개설하였다. 시민들은 신고센터 개설 첫날부터 꾸준히 제보를 하였으며 지난 2개월 동안 총 51건을 제보하였다.
 

 

신고센터에 제보된 사례를 분석하면, 부동산별로는 건물 4건, 농지 12건, 분양권 포함 아파트 7건, 주택 4건, 토지 24건 등이었으며, 이중 토지와 농지가 36건으로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 사례가 많았고, 농지법 위반, 일반 부동산 투기 및 재건축, 재개발 비리 의혹들도 다수 있었다. 투기의혹 대상자로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경찰공무원, 지자체 공무원, 국가공무원, LH와 SH, 도시개발공사 직원 등 다양하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은 21건, 비수도권 지역은 30건으로 비수도권 제보의 비중이 59%였다. 그리고 경기가 13건으로 전체 51건 중 25%를 였으며 LH 사건이 발생한 광명을 비롯해 시흥, 화성, 군포, 양평, 하남 등의 제보가 있었다. 서울 7건, 경남과 광주가 각각 5건, 강원이 4건, 경북, 대전, 세종, 전북이 각 3건씩, 부산, 울산이 각 2건, 인천이 1건 등이었다.

경실련은 전문가들의 회의를 통해 신고자 또는 신고제보자의 필수정보가 없거나 공직자가 대상이 아닌 경우 그리고 단순 질의나 상담 등을 제외하고 투기의혹이 상당하여 수사가 필요한 사례 총 36건을 선별하였다. 선별된 사례들은 서울경찰청으로 1차 18건(4.16), 2차 12건(5.6), 3차 6건(5.17) 등 총 36건을 이첩하였다. 서울경찰청과 지방경찰청은 경실련이 제보한 사례들을 수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경실련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파일보기_경실련 공직자 부동산투기 신고센터  2개월 운영 현황
 

2021년 5월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화, 2021/05/18- 20:31
1
0

SH 공공주택 자산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

일시: 2021년 7월 13일(화) 오전 10시 30분,

장소: 경실련 강당(혜화역)

 
 
경실련은 7월 13일(화)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SH 공공주택(아파트) 자산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집값, 전세값 상승에 따라 서민주거불안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공공주택 확대가 매우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이 장기간 보유하는 공공주택이 아닌 전세형임대 등을 추진하며 정작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공주택 확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LH나 SH 등도 공공주택의 자산을 시세보다 낮게 평가하고 부채해소를 강조하며 공공주택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지난 3월 SH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택지판매로 총 5.5조, 아파트 바가지 분양으로 3.1조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SH는 해명자료를 통해 공적주택 건설사업 추진으로 매년 약 3,500억 수준의 손실이 발생해 공공분양사업과 택지매각을 통해 보전하고 있어 경실련 주장처럼 땅장사, 집 장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경실련은 SH가 보유한 공공주택 자산이 얼마인지 분석했습니다. SH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SH 자산 현황(2020년 12월 31일 기준)’을 토대로 서울시가 보유한 공공주택 현황 및 시세 조사 등을 통해 자산을 재평가하고,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사업이 아닌 서울시의 재정 건전성을 높여주는 사업임을 밝히고, 서울시의 장기공공주택 사업 확대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언론의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생중계 https://www.youtube.com/watch?v=kp3DZmnabfw

 

 

2021년 7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월, 2021/07/12- 23:21
1
0

SH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

 

경실련은 7월 26일(월) 오전 11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SH 기존주택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땅 투기에 이어 지난 5월에는 LH 전현직 간부의 매입임대 비리 의혹이 불거져 매입임대 제도의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SH 역시 유치권 행사중인 건물을 100억 여원에 사들여 2년간 빈집으로 방치한 사실이 발각돼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습니다.

매입임대는 기존 다세대, 다가구 빌라 등을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SH 등이 매입하여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입니다. 기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어 있을 경우 경매 등을 통해 확보하여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비싼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와 부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강제수용·용도변경·독점개발 등 국민이 LH·SH 등 공기업에 부여한 3대 특권으로 추진되는 신도시 땅의 대부분을 민간에게 팔아서 남긴 부당이득으로 비싸게 사들인 매입임대는 짝퉁 공공주택에 불과합니다.

경실련은 지난 3월부터 가짜 짝퉁 말고, 국민이 원하는 진짜 공공주택을 늘리라고 주장하며 시리즈로 공공주택 실태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주택 재고 현황을 비롯해 SH 공공주택 재고 현황, 택지매각 실태, 공공주택(아파트) 자산분석 등을 발표했고, 이번에는 SH 매입임대 실태분석을 통해 부패와 예산낭비를 부추기는 짝퉁 임대에 불과한 매입임대주택 정책의 개선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언론의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온라인 생중계 ▶ https://www.youtube.com/watch?v=bU2quX5exNA

 

2021년 7월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 2021/07/23- 18:20
1
0

SH 장기전세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

 

경실련은 9월 15일(수)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SH 장기전세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경실련은 서울시 공공주택의 재고 현황, 택지매각 실태, 공공주택(아파트) 자산분석, 매입임대 현황 등의 실태를 분석 발표하며 공공주택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장기공공주택 확대는 서울시민에게는 저렴한 공공주택 제공, 서울시민에게는 집값안정과 자산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임에도 서울시는 적자사업이라는 핑계로 자산가치도 아파트보다 떨어지고 비싼 매입임대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공공주택 자산 평가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저평가 되어 있습니다. 경실련 조사결과 10만채의 공공주택 자산의 시세는 74조로 추정되지만 SH가 공개한 장부가는 12.8조에 불과했습니다. 자산을 저평가해놓고 공공주택을 적자사업으로 강조하며 땅장사, 집장사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주택 사업은 부채뿐 아니라 자산도 증가하는 사업인 만큼 적극적인 공공주택 사업 추진을 위해 자산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자산을 저평가해놓고 부채비율, 공공주택 적자사업 등을 강조하는 것은 SH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려는 궁색한 변명일 뿐입니다.

이번에는 SH 장기전세주택 현황을 분석 발표합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전세보증금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되고 이후 연 5% 이내로 보증금이 인상되는 장기공공주택 유형입니다. 2007년 첫 도입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에 총 3.3만채가 공급된 장기전세주택 자산현황을 분석 평가하고 정책의 개선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언론의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온라인 생중계 ▶ https://www.youtube.com/watch?v=DtCOmMLqSU8

 

2021년 9월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화, 2021/09/14- 21:04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