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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큰 그림 행동주의가 필요하다

지역

[16] 큰 그림 행동주의가 필요하다

admin | 화, 2020/03/10- 00:45

경제를 지역으로 가져오기

때론 세상에 온통 나쁜 소식만 들려오는 것 같다. 기후혼란, 생물멸종, 고용불안, 빈곤, 폭력사태∙∙∙. 이런 소식들은 우리를 답답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대부분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여러 문제를 따로 해결할 필요 없이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저개발국가에서 가장 산업화된 선진국까지, 세계 여러 곳을 관찰하고 연구한 끝에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경제체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우선순위를 혼동하는 바람에 잘못된 순위를 앞세워 다른 대안들을 묵살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글로벌 경제를 지지한다. 글로벌 경제는 몹시 비대하고 강해져서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기술-경제 체제로서 인간생활의 모든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상품으로 만든다. 글로벌 경제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을 분리시키며 번영하고 있다.

그러나 꼭 이런 길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구태의연한 권력기관과는 전혀 다른 풀뿌리 운동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경제구조를 지역화하여 생태계와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육대주에서 일어나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경제가 문화와 생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생태가 경제를 주도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풀뿌리 운동은 사람들의 힘과 인내, 선한 의지를 증명하고, 신속하게 확산하여 앞으로의 정치와 경제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다.

지역화는 글로벌 경제가 입힌 손상을 만회하는 가장 전략적이고 효과적이며 상식적인 방법이다. 지역경제가 튼튼해지면 개인, 즉 ‘내부’의 변화뿐 아니라 정치 변화, 곧 ‘외부’의 변화까지 일어난다. 지역화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경제학이다. 빈부 격차를 크게 줄이고, 에너지 사용과 공해를 줄인다. 아울러 지역화는 행복의 경제학이다. 개개인을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다시 이어주기 때문이다.

지역화는 고립화가 아니다. 사실 정책적으로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전환하려면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은행과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자유무역조약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맺어야 한다. 풀뿌리 운동에서도 시급히 정보를 공유하고, 국가와 사회 안팎의 각계각층과 협력해야 한다. 지역화는 융통성 없이 꽉 막힌 처방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활동을 변화시켜서 지역사회와 인간을 다양하게 만든다. 나는 지역화를 ‘경제를 지역으로 가져오기(bring the economy home)’라고 부르고 있다.

 

큰 그림 행동주의

글로벌에서 로컬로 방향을 바꾸는 지역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사뭇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풀뿌리 운동과 정책 변화를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상향식 풀뿌리 차원에서 로컬의 수많은 기업은 현재 기본수요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독점기업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이러한 지역사회기반의 경제구조는 사회와 경제 구조를 재편하여 자연과 인간의 기본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을 더 확대하려면 하향식 정책변화도 필요하다. 세금혜택과 보조금을 로컬로 돌려야 하고, 무역과 금융을 규제해서 (은행을 포함한) 기업들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사회가 정한 규칙과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세계화를 지원하는 공공정책의 방향을 지역화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까닭은 전 세계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대기업과 은행의 요구를 계속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이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운동은 발전의 방법(동반경제성장, 무역진흥, 첨단기술, 기업후원 등)이 정확히 일치하는 보수나 진보의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기 보다는,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민운동은 서로 연대하여 양분된 좌우를 초월하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넘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 현 체제를 조금 손보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들의 수가 임계치에 달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변화를 만들어낼 결정적 다수를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말하는 ‘큰 그림 행동주의(big picture activism)’의 목표다. 시민의 의식을 높이려면 이론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지역화 사업의 감동적인 사례를 날마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사람들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건하자마자 다양한 정신적∙심리적∙실용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큰 그림 행동주의는 기본 전제에 잘못이 없는지 폭넓게 재검토한다. 신화와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오늘날의 소비자문화는 모순적인 개념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고 당황하게 만든다. 한편에서는 저녁뉴스에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면 당장 세상이 멈출 것처럼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자의 탐욕이 세상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경제체제를 만든 것은 개인의 탐욕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보조금과 법, 세금을 이용해 지구와 개인의 안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제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글로벌 경제를 해체하는데 필요한 폭넓은 관점은 찬밥 신세였고, 그 분야에는 편협한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득세했다. 결과적으로 유일한 길은 계속 팽창하는 비인간적인 경제규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고, 부와 권력은 더 적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큰 그림 행동주의는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해준다.

큰 그림 행동주의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장벽을 극복해야만 한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곧장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우리는 이미 경제가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고 기업이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왜 그걸 계속 논의하고 앉아있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세력이 환경문제와 사회정의문제 이면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많아도, 경제가 문화와 개인의 자부심을 허물고, 민족∙인종∙종교 갈등을 높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무역조약이 기업과 은행에 막대한 힘을 실어준 덕분에 그들은 사실상 세계정부가 되고 좌익이든 우익이든 어떤 정당이 선출되더라도 그 정당을 배후에서 지배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미 기업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이 글로벌과 로컬을 아우르는 폭넓은 관점을 가지면 문제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로컬의 미래를 위한 정책 제안

(1) 로컬 경제를 위한 대안무역 지침

국가들은 글로벌 무역규제를 계속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대신 함께 힘을 모아 건강한 국가경제와 로컬경제를 우선하는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앞으로 무역의 목적은 기업의 이윤과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잉여생산물을 시장에 공급하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재화를 획득하는 것이다.

무역규제철폐를 더 이상 관용할 수 없는 개인과 단체들이 이미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유럽에서는 80개가 넘는 단체들이 연대해서 대안무역지침의 초안을 마련했고 총선후보자 193명이 그 지침의 목표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2) 지역기반의 금융체계 확립

은행과 금융체계를 다시 규제해서 유령자산을 만들지 못하게 제한하고 무질서한 자본의 흐름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지역투자부문에서는 지역민이 연금기금과 증권교환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길이 거의 막혀있는 구시대적인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은행의 대출관행도 변해야 한다. 상업은행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대출이자를 요구하면서 작은 기업들을 차별해왔다. 게다가 대기업 중역들에게는 개인대출보증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에게는 요구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을 더 많이 지원하고 이용하면 훨씬 더 다양한 중소기업이 번영할 수 있다.

(3) 건전한 경제지표 적용

의사결정권자들은 흔히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면 이를 가리켜 정책이 주효한 증거라고 말한다. 국부의 척도라는 GDP가 끔찍한 혼선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리다. GDP는 시장의 활동, 주인을 갈아타는 돈의 총량을 말해줄 뿐이다. GDP는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비용과 이익을 구별하지 않는다. 암, 범죄, 교통사고, 기름유출에서 나가는 지출이 증가하면 GDP도 덩달아 오른다. GDP에는 돈이 오가는 거래만 고려하고 가족과 공동체, 환경의 기능은 산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돈은 GDP에 들어가는 반면 가족이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것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사람들은 GDP를 대신할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질진보지표(GPI)이다. 기존의 지표에다 경제∙환경∙사회의 중요한 요소를 단일체계에 넣어서 발전과 실패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칠레, 프랑스, 핀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영국에서는 이미 GPI를 계산해서 발표하고 있다.

(4) 편파적인 세금체계의 개선

거의 모든 나라가 체계적인 세금규제로 중소기업을 차별한다. 지속 가능한 소규모 생산은 보통 더 노동집약적인데 소득세, 사회복지세, 근로소득세 등 무거운 세금을 노동에 부과한다. 한편 자본집약적, 에너지집약적 기술을 사용하는 대기업 생산자는 세금우대(가속상각, 투자세공제, 세액공제)를 받는다. 편파적인 세금체계를 바꾸면 로컬경제를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계보다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되어 일자리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생산에 쓰는 에너지에 세금을 물리면 첨단기술투입에 덜 의존하는 기업, 곧 노동집약적인 소기업이 진흥한다. 게다가 생산과 소비로 일어나는 환경파괴대책을 포함해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실비가 가격에 반영될 테니 운송은 줄고 지역소비를 위한 생산은 늘며 경제는 건강하게 다각화될 것이다.

(5) 재생에너지의 분산작업

현재 재생에너지 기술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화석연료에 비해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뒤집으면 오염은 줄어들고 일자리는 늘어나며 장기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어떤 형태의 에너지든 발전소는 분산하는 것이 좋다. 에너지원을 최종 용도에 가까이 두면 전송망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원을 분산하면 지역경제에서 돈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정치권력도 확실히 분권화한다.

완벽한 정책은 없지만 전 세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분산된 재생에너지의 확산을 촉진하는 새로운 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금우대, 보조금, 발전차액지원제도 같은 금융지원,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등이 있다. 미국은 주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인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불씨가 되어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났다.

(6) 다품종 유기농 생산지의 확대

대다수 국가는 농업보조금을 대규모 산업농 기업에 몰아준다.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사이에서 보조금의 3분의 2는 부유한 거대농가가 받는다. 농업연구자금도 생명공학과 화학∙에너지 집약 단일품종농업에 크게 편중되어 있다.

소규모 다품종 농업을 장려하는 연구를 더 많이 지원하면 농촌경제가 활기를 띨 뿐 아니라 생물이 다양해지고 토양이 건강해지며 식량안보를 이룩할 수 있다. 또한 식단에 균형과 다양성이 생기고 식재료가 더 신선해질 것이다.

(7) 소규모 로컬생산자를 위한 규제 완화

소규모 기업은 대규모 생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규제하는 법 때문에 부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예를 들어 공장형 밀집사육방식의 양계장은 분명히 환경과 보건규제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닭 여남은 마리를 놓아 기르는 소농 같은 소규모 생산자도 기본적으로 같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리노이주는 일명 ‘코티지푸드’ 법안을 통해 잼과 피클 같은 여러 보존식품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생산자를 위한 규제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비슷한 법안 17개가 미국 전역에 도입되었다.

(8) 토지사용규제의 합리적 개선

지역과 지방의 토지사용규정을 개정하면 야생지와 공지, 농지를 개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설립된 토지신탁에 정치지원과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공공자금으로 농지개발권을 사서 교외 확장을 막고 농부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9) 로컬미디어와 로컬엔터테인먼트 지원

지역사회 라디오 방송국부터 라이브 뮤직과 극장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공연예술문화시설을 지원하면 세계화한 미디어를 대신할 대안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춤과 노래, 축제 같은 공동창작 엔터테인먼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역사회의 유대감은 한층 더 튼튼해질 것이다.

(10) 로컬에 기반한 교육으로의 전환

학교교육은 장차 현재의 아이들을 고용할 기업의 요구에 맞게 점차 변하고 있다. 기업에 맞춘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지역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으로 전환하면 막대한 혜택을 얻을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경제를 위한 경쟁적이고 전문화를 장려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문화, 지역화한 경제에 맞게 변할 것이다. 지역에 맞는 농업과 건축, 적합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면 기본수요를 충족시키는 생산분권화가 더욱 진전할 수 있다.

 

세계 지역사회의 다양한 풀뿌리 활동

(1) 로컬금융

공동체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은 주민들이 멀리 있는 기업이 아니라 마을과 지역사회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다. 이 두 곳에서는 창업자금을 대기업에만 대출해주는 시중은행과 달리 소기업에도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

지역투자는 앞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룰 것이다. 슬로머니(로컬 식량체계에 대한 자본투자를 돕는 비영리단체)의 여러 지부에서는 이미 많은 투자를 소농과 식품기업에 유치했다. 지역증권거래, 소액투자편드, 협동조합투자편드, 지역에서 투자하는 연금펀드 같은 여러 구상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만들어 사용하면 돈을 지역경제 안에 붙잡아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타임뱅크(비시장영역에서 봉사활동을 시간가치로 환산하여 기록, 저장, 교환하여 공동체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운동으로, 시간의 가치교환을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도 한다)와 지역통화운동(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은 사실 대규모 지역사회 물물교환체계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희망금액을 게시한다. 따라서 돈이 부족하거나 실물화폐가 없는 사람들도 지역경제 안에서 돈을 흐르게 할 수 있고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2) 바이 로컬, 로컬기업

바이 로컬(Buy Local)운동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로컬기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운동은 지역경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먼 곳에서 제조해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에는 환경과 지역사회가 지불할 비용이 숨어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교육효과도 있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연대해서 연합체를 만들면 서로 지원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북미의 자영업자 약 3만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80개 이상의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생활경제기업연합(BALLE)을 조직했다.

(3) 로컬에너지

전 세계에는 지역사회가 소유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설에 투자한 도시가 많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에서는 600킬로와트 ‘태양광 정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고, 인도 비하르주 다니이마을에서는 35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태양광 에너지 ‘마이크로 그리드’를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사업들은 무공해 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다는 것 이상의 이점이 있다. 첫째, 현지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송전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없다. 둘째,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전력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관리한다. 셋째, 지역투자자들은 남는 전기로 수익을 얻는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다른 지역 투자자 소유 전력회사(IOU)에 넘어간 에너지체계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되찾으려고 지방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완전히 다시 공영소유로 만들거나 시와 군이 IOU 외에 지역에서 새로운 전력공급자를 지정할 수 있는 지역사회 선정권(Community Choice)이라는 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4) 로컬푸드

로컬푸드 운동은 전 세계에서 매우 큰 성공을 거둔 풀뿌리 활동이다. 소비자와 근거리에 있는 농부를 직접 연결하는 공동체지원농업(CSA) 덕분에 규모가 작은 다품종 농장들이 번창하고 점점 더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대개 자신이 먹을 식재료가 자라는 농장을 직접 알고 있고, 농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면 소비자들의 도움을 반긴다. 소농들은 믿을 수 있는 안정된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슈퍼마켓보다 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미국은 1986년에 단 두 개였던 CSA의 수가 2014년에는 62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농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농부직거래장터 역시 지역경제와 환경에 이롭다. 미국의 농부 직거래 장터의 수는 1994년 1755개에서 2014년 8268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직거래장터와 관련해 로컬 유기농 먹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유기농 농지면적이 2001년부터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 50년동안 북반구와 남반구에서는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는 추세여서 도시화가 빠르게 이어졌고 농촌사회도 사라졌다. 오늘날 여러 청년농부는 그러한 트렌드를 뒤집고 있다. 미국에서 결성된 전국청년농업인연합(NYFC)은 6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전 세계 73개국 2억 농민이 연대한 비아캄페시나에는 청년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단체가 있다.

(5) 로컬미디어

지역사회의 대중매체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고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안을 알려준다. 아울러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결속을 다지고 지역문화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망 중립성’이 공격을 받아 위협에 처하자 통신망 접근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유지하려는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쳐서 싸우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가소유한브로드밴드’ 운동이 일어나 지역사회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제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2015년 현재 미국 전역에서 500개가 넘는 지자체들은 자체 브로드밴드 망을 구축하고 더 많은 주민이 믿고 쓸 수 있는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경제를 살린다.

(6) 대안교육

자연결핍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야생지나 농지를 교육장소로 활용하는 학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숲속 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종일 야외에서 지내면서 현지에서 자라는 식물과 버섯 종류에 정통한 전문가가 된다. 청소년과 성인에게 야생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 버몬트주에 있는, 전통기술을 익혀서 뿌리를 되찾겠다는 뜻의 루츠(ROOTS) 학교도 그러한 곳이다.

(7) 로컬기반의 보건의료

몇 해 사이에 전통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반의사들조차 약초치료법, 동종요법, 바디워크요법, 이완요법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이같이 차분하게 예방을 강조하는 의술은 더 인간적인 보건의료체계로 돌아가는 길이다. 지역에 기반한 보건의료체계는 인간의 전인(全人)을 강조하며 생명을 더 넓게 바라본다.

(8) 로컬 계획공동체의 건설

규모가 몇몇 가구에서 수백 가구에 이르는 생태마을은 매우 인기가 높고 성공적이고 다양한 계획공동체의 하나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연합체로서 ‘글로벌 에코빌리지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결된 생태마을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 걸쳐 수백 곳에 이른다.

전환마을은 탄소집약적인 글로벌 경제에서 전환을 선택한 소도시와 대도시의 공동체 모임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식량, 에너지, 상업, 예술, 교통, 보건 등 로컬 경제의 여러 부문별 사업을 계획한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수십 년 동안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다른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체제는 더 이상 대다수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주형태, 에너지원, 식량생산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분산을 시켜서 사람과 자연의 밀접한 관계를 재건해야 한다.

이 새로운 경제의 중요한 요소는 규모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립경제에 기초한 경제적 지역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역중심의 경제에서는 사람과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고, 금융구조와 상업활동이 지역과 문화에 맞춰 변화할 것이며 문화와 생물, 농업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다. 진정한 지역화가 이루어진다면 의미 있는 일자리들이 많이 생기고, 튼튼하고 탄력 있는 지역사회의 토대도 구축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소속감과 목적의식, 결속력이 높아지면서 마음 충만한 행복을 누릴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로컬퓨처스 대표, 『오래된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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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과정에서, 이웃 국가들간의 지역체제구축, 주요 강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부상 그리고 유엔을 축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규범의 합의 등이 미래의 국제지정학적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 다른백년은 주기적이고 중점적으로 상기와 관련된 주제들의 해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의 11월은 인류역사에서 극적인 대조를 보여준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운명을 두고 내분을 거듭하는 가운데, 나머지 세계는 다자주의의 새로운 계기를 형성하면서 팬데믹과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왔다.

트럼프가 파괴적인 분열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아시아와 세계는 다자주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지속가능 발전과 기후위기 해법 그리고 코로나-10팬데믹의 출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함께 공유해 가고 있다.

현재까지 서구의 언론매체들은 바이든 시대의 도래와 미대통령 선거의 합법성을 부정하는 트럼프의 캠페인에 대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세계를 인질로 삼아 국제질서에서 세력과 기술 그리고 외교에 대한 미국중심주의를 지속하고자 하는 정치게임을 중계하는 듯 하다.

그러나 서구의 언론과 분석가들은 세계도처에서 다자주의가 부활하는 장면을 놓치고 있다. 특히 상황의 흐름은 11월에 아시아와 유럽에서 있었던 3개의 이벤트로 분명해 졌다.

지난 11월 5-7일간 한국에서 열렸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제주포럼’, 연이어 11-13일간에 있었던 ‘파리평화회의’, 그리고 11월 15일 베트남 하노이당국이 주도하여 영상회의로 진행된 ‘RCEP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서명식’은 국제정치 관계와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아시아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RCEP은 2020년의 최대 이벤트이자 성과이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가 동참하여 서명한 RCEP은 국제경제와 국제정치의 향후 전개 과정에 거대한 암시적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인도가 마지막 단계에서 불참을 결정하고 CPTPP와 비교하여 일부 미진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의 공식적인 서명은 국제질서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RCEP은 아시아 역내의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동맹국가들과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 (decoupling)을 추진해온 트럼프 전략을 억제한다. 아세안과 한국 일본 호주 등은 현재 중국의 팽창기세를 염려하며 통상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 무역관계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번영의 지속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 산업의 공급사슬관계가 더욱 학대되는 가운데, 중국이 여전히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베트남과 아세안이 중국을 대신하는 생산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RCEP은 아래와 같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암시를 제공한다.

첫째, 미중의 갈등 그리고 팬데믹이 한창 진행중인 와중에서도, 세계는 동아시아 지역이 미국 및 유럽과는 차원을 달리하면서 코로나-19의 상황을 성공적으로 관리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정치체제를 달리하면서도 과학과 전문가에 대한 존경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과 공동체의 규범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둘째, 세계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지역단위에서 질서에 기반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 연구기관들은 2030년까지 중산층의 대폭적인 증가가 주로 중국과 아시아에서 인상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RCEP은 한중일 자유무역의 기초를 닦아 주었다. 이들 3국의 거대한 경제규모와 이해관계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제지정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RCEP은 중국과 양자관계에 있어서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 대한 일본의 실용적이며 균형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본 주도로 CPTPP가 체결되고 일본-유럽간의 파트너협정이 이루이진 이후 진행된 RCEP의 서명식은, 비록 일본이 선호했던 인도가 불참했지만, 아베가 추구해온 무역-아젠다의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RCEP은 중국과 일본 간의 경제관계를 체계적으로 기구화했다는 중요성을 지닌다. 세계무역기구의 규정과는 별도로, 전자거래(e-commerce), 정부구매관행, 지적재산권 등에 대하여 새로운 협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는 동시에 중국과, 심각한 그러나 단기로 끝날,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호주에게 RCEP에 서명해야 할 동기를 부여했다.

한국에서 열렸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연례회의에서는 두 가지 사항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첫째는 코로나백신의 공동개발(COVAX)와 지속가능발전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협약 등 핵심적 현안들에 대하여 지역의 다자주의원칙에 기반한 대규모의 지원을 확인했으며, 두 번째는 정치적 이견, 특히 한중일 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역내의 협력을 약속했다.

파리평화협정의 가장 주요한 성과는 코로나-19대응신속기구(ACT-A, COVID-19 Tools Accelerator Mechanism)의 창설을 지원하기 위한 고위직 패널과 필요한 공동재정의 형성에 합의한 점이다.  전세계에서 모두 450개의 기구들이 참여하여 코로나-19에서 탈출하는 녹색청정회복(green-recovery)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체결하였으며, 북경에 본부를 둔 미래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가 실행위원회의 일부가 되었다.

국제적 현안에 대한 강력한 상호협력에 대하여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수상이 강력한 약속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아시아의 존재가 두드러졌으며, 베트남, 타이 그리고 뉴질랜드의 지도자들도 수준높은 연설을 진행하였다.

미합중국이 지난 4년간 국제적 기구들과 협약에서 퇴각을 하는 동안에, 아시아와 세계는 다자주의라는 원칙에서 연대를 강화하면서 통상증진과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국제적 협력, 기후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등 현안을 논의하여 왔다. 이를 위한 국제적 기구와 전략들이 준비되고 있으며, 아시아는 코로나-19가 진행중인 과정에도 지역의 통합을 위한 공시적인 합의를 강화하여 왔다.

바라건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다시 결합하여, 과거의 트럼프식 못난 정치와 중국을 적대시해온 연방상원의 혐오감을 불식시키기를 희망해 본다.

출처 : EastAsia Forum in Sydney on 2020-11-16.

Yves Tiberghien

BSU(브리티시-콜럼비아 대학)의 정치학 교수이자 비젼20회의 공동대표이다. 곧 출간예정인 ‘코로나-19의 아시아 국제정치학’의 저자이기도 하다

 

<참조자료>

동아시아 역내 경제권에 대한 새로운 기회 – RCEP & CPTPP

지난 6월말에 세계경제와 인구규모의 30%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국가군들이 모여, 오는 11월에 정식으로 출범하는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에 공식적인 서명을 하여 이를 승인하였다. 이는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자유무역 협정이며, 2018년에 이미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완결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불행하게도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CPTPP를 탈퇴하면서, 매우 중요한 무역협정에서 배제되었고, RCEP 협상초기의 주요 국가였던 인도가 서명 직전에 탈퇴를 결정하였다. 이들 국가의 탈퇴는 동아시아 지역이 중심인 세계최대의 경제권에 대한 주도권을 중국에게 양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과연 중국이 1)중국의 이해를 우선하는 당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2)국제적 상호존중과 규칙에 기반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인지, 초미의 과심이 되고 있다.

상기 질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향후 수년간 국제적인 정치와 경제의 지형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예측조사에 따르면,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연간 3,010억불의 수익손실과 1조 억불 상당의 무역위축을 가져올 것이며, 트럼프-이전 시대와 대비하여 2030년경에는 환태평양 지역의 무역규모를 3/4 정도까지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기 두 개의 무역협상들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해당 지역에 1,210억불의 수익이 증가하고 2,090억불의 무역규모가 증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증대효과는 역내의 무역과 생산을 촉진하면서, 당사자 국가들을 제외하고,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감소분을 충분히 보상할 것이다 이들 협상합의는 관계국가들 간에 거래비용을 줄이고 기술개발과 제조 및 농업과 자원협력을 증진시킬 것이다. 또한 역내의 주요한 무역국가들인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경제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또한 관계증진을 강화시킬 것이다. BRI는 역내의 이웃 경제권을 연결하는 물류와 에너지 통신 및 사회간접시설 등에 1.4조 억불의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 국무장관인 폼페이오는 미중 패권싸움 지역인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1,113억불의 투자를 제사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미국은 시장을 접근하는 과정에서 선의적 지원을 원칙으로 삼아 왔는데, 현재는 장사꾼의 논리로 후퇴하고 있다.

RCEP와 CPTPP의 협정은 동아시아 전역을 중국 경제권에 편입시킬 것이고, 중국에게 기울어진 이익을 제공할 것이다. 중국은 RECEP을 통하여 1,000억불 규모의 이익을 얻고 일본은 460억불, 그리고 뒤이어 한국이 230억불의 수혜를 갖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동남아시아 역시 190억불 규모의 혜택을 즐기게 되는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RCEP체결 이전에 이미 ASEAN 국가들 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양대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미국은 1,310억불, 인도는 600억불의 예상수혜를 각자 상실하는 셈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중국이 맡은 새로운 경제적 역할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있다. 중국의 일부 지도자들은 필수적인 통상관계를 넘어서는 불필요한 내용들을 거래국가들에게 요구하고자 한다.  이들은 무역상대국들에게 중국을 지지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을 추구하는데, 애를 들어 코로나-19애 대한 중국조사를 지지하는 호주에 대한 보복조치(?)로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유학생들에게 떠나가도록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중국 주요 지도부는 중국의 강압조치가 국제적인 심각한 거부에 직면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중국의 역내정치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잘 인지하고 있는데, 우려의 대상은 홍콩 사태와 남중국해의 분쟁 그리고 외교에 있어 협상보다는 배제를 우선하는 이랑전사(wolf-warrior) 정책들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전략을 추구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외교언사를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로 경제적으로 굴기하는 중국의 역내 및 국제적 영향력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누구든 중국을 ‘증대하는 위협(폼페이오의 발언)’으로 간주하는 국가가 나올 수는 없다.

중국은 최근 수년 간 협력증진에 주력하면서 지역 내의 주요 이웃국가들과 대화와 협상을 가속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설립이 십 년을 넘긴 한중일의 삼국협력회의가 2018년에 다시 재개되었고, 당시에 2020년 4월에 시진핑 주석이 양국을 국가방문(state-visit)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협의하였으나, 이후 코로나-19의 위험과 홍콩의 국가안전법에 대한 항의로 인해, 무산의 위험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과 협력을 하는 것이 역내의 많은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불리한 정치 지형 속에, 중국이 주도하는 새롭고 포용적인 지역협력의 모델은 경제적 이익을 동반하면서 유의미한 정치적 지지를 불러올 것이다. 상호적이며 가치있는 국제적 협력관계의 형성이 중국과 세계 모두에게 현재처럼 긴급한 과제가 되었던 적은 일찍이 없다.

ASEAN 중심주의가 수 년간의 협상을 어렵게 하였지만 RCEP과 CPTPP가 중국에게 적시에 긍정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합의를 통하여 중국과 ASEAN국가들 간에 호의적인 실행과 협력을 추구하면서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다툼의 주제이었던 남중국해의 분쟁을 행동지침(Code of Conduct) 협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Li Keqiang 중국수상이 CPTPP에도 적극적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추가적인 기회가 다가온다. 국제적인 규범을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중국이 CPTPP의 회원국이 되면, 자연스레 해당 회원국가들과 더불어 시장을 확대하면서 미래지향적 무역과 세계의 발전에 선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세계경제 전체에 4,850억불의 수혜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하여 미가입국인 인도네시아 한국 필리핀 대만 그리고 태국 등이 함께하면 수혜의 규모는 1조 억불을 상회할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손실액의 3배에 해당한다.

CPTPP에 가입한다는 것은 중국이 선진적인 국제규범을 수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이 자국의 기업들과 산업정책을 국가전략으로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을 전환(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Li 수상이 의심할 여지없이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협상의 여지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의 경제에 대한 지원역할이 크게 중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조차 바이-아메리칸 정책이 부활하고 있으며, 무역과 투자에 대한 정부의 통제, 기술분야의 공공투자, 세계적 주도기업에 대한 정부지분과 역할증대 등이 제시되고 있다.

 

출처 : East Asia Forum in ANU, Sydney on 2020-0812.

Peter A Petri & Michael G Plummer

Peter A Petri는 Brandeis 대학의 경영학 교수이자, 브루킹스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이며, Michael G Plummer는 Johns Hopkins 대학의 교수이자 East-West Center의 연구책임자이다

월, 2020/12/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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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명예스럽게 떠났지만 모든 징후는 그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지난 선거결과에 대한 그의 경멸은 이제 공화당의 신조가 되었습니다. 연방의회의 점거사태로 마침내 그에게 충성을 유지했던 공화당원들의 마법을 깨뜨릴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걱정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 큰 불안의 근원 때문에 우리가 밤에 잠을 설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만, 미국 안팎에서 그토록 지독한 편집광적인 에너지가 한때 한 사람에게 바쳤고 그가 어떻게 우리의 꿈까지 방해하게 되었는지를 되돌아 보면, 오늘 시점에 우리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위안이 됩니다. 사실인가요? 우리가 그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사실, 그가 커다란 주황색 글씨로 떠벌리는 일은 소설-미디어SNS의 타임라인에서 사라졌고 Facebook과 Twitter의 경영진에 의해 추방되었으며, 이러한 금지조치 때문에 겨우 자신의 블로그를 운용하는 것으로 위축되어 있습니다. 과거 많은 Trump 기업들이 파산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정치행위는 조용히 포기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은 명백히 실패이며, 현재까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일 아침 트럼프가 무슨 새로운 황당함을 저질렀는지 보기 위해 핸드폰의 화면을 손가락 사이로 엿보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일상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그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비극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좋든 나쁘든, 달의 인력에 의해 조수처럼 끌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트럼프는 여전히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기 때문에 그를 과거에 묶어둘 수는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그가 차기 대선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고 당의 차기 백악관 후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시기상조이지만 다음 선거를 위해 공화당 후보로 추정되는 후보들의 여론조사를 살펴봅시다.

그는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공화당원의 76%가 그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 오하이오주에서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가 보다 나은 자격을 갖춘 경쟁자를 물리치고 공화당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 시절 연설문 작가였던 데이비드 프럼(David Frum)가 트럼프 에 대해 “그가 죽거나 능력이 제거되지 않는 한 그가 2024년 가장 유력한 후보” 라고 말한 것은 사실 그대로 입니다.

미국인이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여부 역시 그가 바이든 또는 트럼프에게 투표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장래에도 당신의 수면을 계속해서 괴롭힐 위험이 있다는 것은 끔찍한 전망입니다. 2024년 선거일은 조 바이든의 82번째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둔 날입니다. 대통령이 출마하면 그는 86세가 될 때까지 집무실에 남아 있게 됩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그가 대선출마의 요청을 수락하는 일에 회의적일 것입니다 (한편, 78세의 나이에 해당하는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로 출마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솔직히 대선후보가 바이든이든 카말라 해리스이든 또는 어떤 민주당 인사가 되든, 트럼프는 선거문화에 익숙한 선동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2016년의 대선은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었고 2020년에는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상기의 시나리오는 시간상 아직 멀었고 너무 우울하다고 인정하고,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가정해 봅시다(트럼프가 대선출마를 않는다는).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가 절대로 출마하지 않더라도 트럼피즘은 이미 미국인들의 핏속에 강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1월 6일의 연방의회 점거의 반란시도로 마침내 트럼프의 주문을 깨뜨릴 수 있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역으로 그가 거칠고 조잡하고 편협하고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이기적일지라도 궁극적으로 무해하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트럼프에게 충성을 유지했던 공화당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았습니다.

낙관론자들은 민주적 선거의 결과를 뒤집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군중들이 연방의회 건물을 습격하도록 폭도를 선동하는 미국대통령을 목격하는 것으로 마침내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트럼프는 결국적으로 공화국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하원의 공화당의원들은 트럼프의 범죄에 대한 탄핵에 반대표를 던졌고 상원의 공화당의원들은 그의 무죄선고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를 반대하던 의원들은 배척당했습니다. 보수강경파의 딸이라는 가계의 후광도 위대한(?) 지도자에 반대한 배경으로 하원지도부에서 제명된 리즈 체니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음모이론가인 Marjorie Taylor Greene과 그녀의 동지인 Matt Gaetz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후자는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만, 중요하고 유일한 리트머스 테스트인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선거가 도난당했고 도널드 트럼프는 진정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으며 바이든은 찬탈자라는 근거없는 주장은 한때 트럼프의 열광적인 망상에 불과했고, 패배의 진실로부터 상처받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메커니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Stop Steal”은 이제 공화당의 신념이 되었습니다. 9개월 후, 공화당원 대다수는 모든 증거와 유권자 사기에 대한 모든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일련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승리하고 바이든은 패배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민주주의 의지를 강탈하기로 결정한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였다는 최근의 확인조차도 충실한 사람들의 신념을 바꾸지 못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월 법무장관 대행에게 “선거는 조작되었다고 선언하고 나머지 일은 나에게 맡기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편,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들은 선거관리인들을 독방에 감금할 것을 촉구했었습니다.

공화당 지지집단이 2020년의 트럼피즘에 충성스럽게 고집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현실을 부정하고 바이러스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일(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인이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가장 큰 예측지수는 지난 11월 그들이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여부입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민주당원의 86%가 한번 이상 접종을 맞았습니다만, 공화당원은 45%에 불과합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백신접종을 나치의 유대인박해 또는 KGB의 방문노크에 비유하고, 개별 주차원에서 공화당의원들이 ‘백신을 너무 과도하게 밀어붙였다는 이유’로 공중보건공무원을 해고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러한 트럼피즘에는 두 가지의 신조는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전문과학지식에 대한 경멸과 팩트에 대한 무시입니다. 전문가가 과학자든 선거관리자든, 혹은 사실이 바이러스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지난 11월에 투표한 총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가 하나입니다. 트럼피즘은 사실을 무시하고 강력한 조타수에게 무릎꿇을 것을 요구합니다. 통치자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은 진리이지 이들에게 과학과 팩트는 진리가 아닙니다.

때때로, 자신이 속한 정당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만납니다. 자신의 주 소속 의료관계자가 제공한 백신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브리핑을 외치는 아칸소 주지사의 얼굴을 조명한 비디오 장면은 지켜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 순간 주지사는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더 이상 과학이나 민주주의를 믿지 않으며 트럼피즘이라는 바이러스가 모든 장기를 감염시켰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자신의 복귀여부는 실제로 부차적인 주제이나 트럼피즘이라는 질병은 이미 미국정치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정당을 집어삼켰고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출처 : The Guardians(영국 가디언) on 2021-08-06.

Jonathan Freedland

가디언 지의 정치분야 정기 기고자

수, 2021/08/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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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방경제포럼

1) 극동개발

지금까지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왔고, 국내적으로는 중부 지역에 관심을 뒀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되고 인구도 충분한 데 반해 극동 지역은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극동지역의 인구는 660만 명, 러시아 전체 인구의 5% 정도로 가장 낮은 인구밀도를 보이고 있다. 면적은 617만 ㎢로 국토의 36%인데 프랑스 영토의 10배이며 남북 거리 4500 ㎢, 동서 거리 3000 ㎢이다. 그런데 다이아몬드의 98% (야쿠츠크), 백랍 80%, 황금 50%, 어류.수산물 40%, 러시아 삼림 30%가 이 지역에 있어 원자재의 보고이다.

푸틴이 집권한 2000년부터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극동지역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보는 물론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과 아태 경제권으로의 편입이라는 과제에 직면하면서 러시아 중앙과 지방이 윈윈할 수 있는 개발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러시아 중앙정부는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보스토크시를 아태지역 국제협력센터의 중심지로 육성하려 했다. 국제정치와 경제의 중심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낙후된 러시아 극동지역을 개발해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극동지역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되 단기간이 아니라 21세기 내내 관심을 갖는 프로젝트가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빅토르 고르차코프 연해주 입법의회 의장은 2016년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방 차원에서 100년간 보장되는 개발사업으로 보면 된다. 연방 정부에 극동개발부가 신설된 것도 그 일환이다. 또 푸틴 대통령이 극동에서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변경된 건 전무하다. 불황으로 지원 예산이 삭감된 지역이 많지만 극동러시아만은 한 푼도 줄지 않았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외환경이 어려워졌지만 러시아는 2015년에 이어 올해도 9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을 열기로 결정했다. 푸틴 대통령의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지역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역개발에 필요한 자원 조달 문제는 동북아 주요 국가의 참여 유도로 해결하려 하고, 노동력 부족 문제는 중국, 북한 등 옛 사회주의 형제국들의 노동력을 유입하면서 해결하려 한다. 특히 극동은 지역개발에 필요한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극동지방의 인구는 지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 동안 100만 명 정도가 줄었다. 인구 감소의 주 원인은 출산율 저하와 외부로의 인구 유출이 꼽힌다. 육체노동을 꺼리는 현지 주민들의 노동의식도 한몫 작용하고 있어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외국 노동력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실제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인 노동자의 진출이 절대적으로 많다. 2005년을 전후한 시기에 극동에 체류중인 중국인 노동자가 8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상당수 러시아인들은 중국인 이주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중국인들에게 러시아 영토의 일부가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신황화론)

여기에 극동으로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의 고민을 다소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근면한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 및 지역 시장 잠식을 어느 정도 제어하면서, 러시아가 우려하는 ‘극동지역의 중국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인 노동력 진출에 따르는 잠재적인 안보 위협의 해소와 극동지역 개발에 필요한 노동력 부족분을 충족해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한반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접근하려 한다. 북한과의 관계는 지역안보와 북한 노동력 유입, 그리고 북한을 통한 한국의 투자유치 문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2) 첫 동방경제포럼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연방정부 내에 ‘극동개발부’라는 부처를 신설하고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9월에 처음 열린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을 취재했다.

극동연방대학; 동방경제포럼 개최 장소

국내에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내에서는 대단히 큰 규모의 행사였다. 푸틴 대통령이 참석해서가 아니라, 이 포럼을 기획. 추진한 당사자가 푸틴이기 때문에 그렇다. 최고 지도자가 의지를 갖고 밀어 붙이니 밑에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총감독이 되고, 극동개발부가 발로 뛰어 만든 작품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이렇게 초대형 경제포럼이 열린 것은 2015년 당시가 처음이다. 동방경제포럼은 한마디로 외국투자 유치 설명회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는 투자하기 힘든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조치들이 대거 발표됐다. 그 중 핵심은 ‘선도 개발구역 조성’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선포’이다.

▷ 선도 개발구 : 극동에 분야별로 특화되고 경제자유구역(EEZ)과 비슷한 여러 개의 산업기지를 조성해,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주고 각종 행정.세제상의 특혜를 부여 함으로써 국내외 입주 업체들을 끌어들이려는 사업이다.

9개 선도 개발구는 다음과 같다.

1)하바로프스크 선도개발구역(공업 위주): 하바로프스크 지방

2)콤소몰스크 선도개발구역(공업 위주): 하바로프스크 지방

3)나데즈딘스키 선도개발구역(경공업.식품공업.운송-물류): 연해주 지방

4)미하일로프스키 선도개발구역(축산업.농식품 공업): 연해주 지방

5)프리아무르스키 선도개발구역(공업.운송-물류): 아무르 지방

6)벨로고르스크 선도개발구역(농업 위주): 아무르 지방

7)캄차트카 선도개발구역(관광-휴양.항만-공업.농업): 캄차트카 지방

8)베링고프스키 선도개발구역(광업): 추코츠키 자치구

9)칸갈라스 선도개발구역(공업 단지): 사하(야쿠티아) 공화국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개념도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 블라디보스토크 뿐만 아니라 남쪽 포시에트항, 자루비노항, 동쪽으로 나홋트카항, 북쪽으로 우수리스크, 한카이스키 군 등 15개 지자체가 포함돼 면적은 2만 8,400 평방미터에 이른다. 이 지역을 홍콩.싱가포르 등과 유사한 세계적 자유항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앞으로 70년 동안 자유항의 지위를 누리게 되는데, 자유항 방문객들에게는 입국시 8일 동안 비자가 발급된다. 거주자들을 위해 관세 및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자유관세지역이 설치된다.

이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에게는 최초 5년간 법인세.재산세.토지세 등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비자 절차 간소화, *행정 규제 완화, *각종 세제상의 혜택.

이는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무엇이든 요구하라고 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니 그에게 무엇이든 요청하라고 했다.

아무튼 이 달콤한 제안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기대 반 관망 반이었다. 우선 파격적인 제안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측 관계자는, “러시아의 입장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당신들이 투자를 안할꺼요?” 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오래동안 지켜본 김승동 LS 네트워트 대표이사는 무엇보다 극동개발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 대표이사는 “극동개발부 사람들은 장관.차관부터 젋고 일하는 것도 아주 적극적이다. 어떤 때는 한국 사람들보다 더 빨리 빨리 일한다. 이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우리 기업들이 극동지역에 진출해야 하는 절호의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한다” 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신중론도 있다. 연해주에서 오래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장민석 유니베라 러시아 법인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지정 법안만 해도 세부적인 규정은 현재 계속 검토중이고, 10월 초에나 발효된다. 그때 가봐야 우리 기업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알 수 있다. 그때가서 각자의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러시아가 워낙 복잡한 행정 절차 등으로 악명이 높아서, 그런 타성이 쉽게 고쳐질지 회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9월 5일 포럼 마지막 날, 한-러 비즈니스 대화가 열린 자리에서 한국측 위원장인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그동안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송 대표이사는 “2010년 모스크바에 호텔을 지을 당시 각종 인.허가 과정이 100여 개나 되는데, 그걸 승인받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러시아 극동개발부의 오시포프 제1차관은, “극동지역에선 행정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 다시는 롯데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동방경제포럼

극동지역 최초로 열리는 경제포럼에 러시아가 남북한을 동시에 초청하면서 가슴이 설렜다. 모처럼 남북한 회동이나 남북러 3자 회동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남북러 3자가 한자리에 앉는 것은 2002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8월 말에 남북한 포격전이 발생하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주최측에 몇번이고 물어봐도 북한측에서 누가 올지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다행히 ‘8.25 합의’가 극적으로 체결되자 비로소 북측 대표단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포럼 개막 직전에, 북한이 남북러 3자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통보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대가 낙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리용남 북한 대외무역상(오른쪽)

물론, 남북한 대표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진 적은 있었다. 9월 3일 저녁, 투르트네프 부총리가 예고 없이 각국 대표단을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행사장 견학 일정을 마련한 자리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용남 북한 대외무역상은 이 자리에서 30분간 회동했다. 두 사람은 ‘안녕하십니까’ 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뒤 별다른 의견 교환 없이, 주최측이 마련한 행사장 견학을 마쳤다고, 윤 장관측은 전했다. 그나마 이같은 만남 때문인지 그 이튿날 전체회의에서 윤 장관이 이용남 대외무역상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 나선지구 홍수 피해를 잘 마무리 하시라고 덕담을 전했다고 한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북한 체제를 감안해 볼때, 이미 남북러 3자 회동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내려진 이상, 현장에 나와있는 장관급 대표가 남한 대표를 만난다 하더라도 특별히 할 말이 없을 것이란 관측은 할 수 있다. 이번에 남북한 회동이나 남북러 3자 회동이 이뤄졌더라면, 나진~하산 물류.네트워크 사업이나 한반도 가스관 연결 사업 등 이미 벌여 놓은 각종 사업들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순풍이 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경제포럼이 끝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러시아 극동개발부에서는 내년에도 경제포럼을 다시 열 계획이라며, 조만간 그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제발 남북러 3자 회동이나 남북간 회동이 반드시 이뤄져 극동에서 남북경협의 물꼬가 확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3) 갈수록 판이 커지다

이듬해인 2016년 제2회 동방경제포럼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9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 열렸다. 2015년에는 3일 동안 열렸는데, 2016년엔기간을 이틀로 단축하고 대신 내실을 기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들을 초청해 주가를 한층 올렸다. 오히려 한·러, 일·러 정상회담 때문에 본질인 경제포럼이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이틀간 포럼에서 214건, 1조 8,500억 루블(약 31조 원) 상당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러시아 극동개발부 공보처가 밝혔다.

앞서 지적했듯이 시베리아. 극동지방의 석유·가스·전력 생산은 세계 톱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인구가 현저히 적고, 자본·기술이 부족한 게 문제이다. 중·러 국경 너머로 중국 동북 3성에는 1억 3천만 명이 바글대는데, 극동 연해주 인구는 고작 600만 명 정도이다. 이번 포럼 전체 회의 사회를 봤던 마이클 케빈 전 호주 총리는, “극동의 영토 크기는 호주 정도인데, 인구는 싱가포르 정도이다.”라고 비유했다.

극동지역의 산업구조 변화도 요구된다. 현재 1차 산업 중심의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절실하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동방경제포럼은 아태 국가들에 극동지역 진출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는 자리다. 이번엔 각국 정상들까지 초청해 제법 성대한 행사를 치른 이유다. 한국과 일본 역시 각각 안보, 영토 문제가 걸려 있으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9월 3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러일 정상들이 기조연설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극동은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며,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류의 대동맥이 시작되는 중요한 도시”라며 지역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극동개발의 구체적 방안으로 “주택, 보건, 의료 분야 등에서 투자 증대와 협력 강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러 기업 간 협력을 통한 교통·항만 등 극동지역 인프라 확충, 북극 항로 개발, 극동지역 고속도로 건설사업 및 폐기물 처리를 위한 친환경 사업 협력, 냉동창고 및 가공공장 건설 참여 등 극동지역 수산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시급성을 갖고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북한의 핵 위협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북한 핵 개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동해 상으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극동지역의 선박마저 위협한다”며 북핵 문제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 상황을 협상 국면으로 돌리기 위해 북한을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답했다.러시아가 그동안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우리에게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에 비 하면 푸틴의 이번 답변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이번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나름의 성과를 얻은 셈이다. 물론 민감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을 여전하다.

아베 총리

아베 일본 총리의 연설에서는 러시아의 환심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어떻게 들으면 아첨에 가깝게도 들릴 정도다. 아베 총리는 “저는 이번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저는 전용기를 타고 왔지만, 이곳은 항구가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에 배를 타고 와야 할 것입니다. 100년 전 노르웨이 출신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보며 이렇게 말했죠. 여기보다 아름다운 곳이 어디에 있을까?”라며 한껏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치를 칭찬했다.

아베 총리는 또 동방경제포럼장이 있는 루스키 섬으로 들어오는 세계 최장의 사장교(길이 3km)를 일본 기업이 건설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아름다운 도시 건설에 일본 기업을 동참시켜 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러-일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종지부를 찍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 년에 한 번 이곳에서 정례 회담을 하자”라는 새로운 제안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발언에는 그가 남은 2년 임기 동안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경제협력을 당근 삼아 쿠릴열도, 북방영토 문제를 매듭짓기로 작정한 것 같은 의도가 드러난다. 아베는 앞서 지난 5월에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푸틴을 만나 ‘8개 항목의 협력방안(이른바 포괄적 접근)’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당장 아베 총리의 구애에 화답할 것 같지는 않다. 푸틴 대통령은 전체회의에서 러시아 관점에서 러-일 관계의 전략적 중요도는 어떤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토 문제는 러시아의 국익에 관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일본의 시각이 다르다. 현재의 러시아가 이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니다. 1956년에 이 문제가 해결되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

(소련-일본 간 공동선언에서 당시 소련은 시코탄과 하보마이 등 쿠릴열도 4개 섬 중 2개 섬을 일본에 돌려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음)

푸틴 대통령

푸틴은 또 “당시에는 일본이 거절했다. 당시의 제안에 대해서 일본이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러시아와 일본에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영토문제는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나와 아베 총리가 소치에서 합의한 8개의 협력방안, 이것이 중요하다. 영토문제와 평화협정문제는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양국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할 것이다.” 고 답했다.

이틀간의 잔치는 끝났다. 정상회담 덕분에 굵직한 계약체결. 각종 MOU 체결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기자 개인의 관심사는, 한국과 일본의 정상들이 언급한 안보, 영토 문제를 러시아는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베가 제안한 ‘매년 정례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도 관심사다. 문제는 러시아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기다려 볼 일이다.

 

4) 극동개발의 노림수

한러일 정상들

푸틴 대통령은 왜 극동개발에 열을 올리는걸까? 푸틴은 2000년 7월 집권 1기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북한을 방문했다. 옛 소련시기를 통틀어 러시아 국가정상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한 뒤 15년 만의 결실이 이번 동방경제포럼이라고 할 수 있다. 극동개발의 목적은 결국 아시아.태평양으로의 진출로 요약된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연안국가들은 지금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아태국가들과 긴밀히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라고 설파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자루비노 항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쪽으로 230km 위치. 중국 국경과 가까움)의 항만 현대화에 합의했다. 우리측 관계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동해안을 따라 부산항에 이르러 아시아.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5) 연해주 한국 공단

개성공단이 가동된지 꼭 10년째 되던 2013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등 잇달은 북한의 강경 조치로 결국 남북한 종업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필자는 당시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도문의 북한 전용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취재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개성지구 노동자들이 북중 접경의 도문 공단으로 옮겨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또 남한 정부에서는 개성공단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남북한 협력 모델을 북한 땅이 아닌 제3국에서 시행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제3국 중 유력한 후보지가 러시아 극동 연해주라는 첩보도 입수했다.

중국 전용 공단

그해 12월 필자는 <북방의 문을 열다> 라는 제목으로 철도 연결 등 남북러 3각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내용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극동 연해주를 방문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10km 떨어진 작은 도시 우수리스크. 필자는 우수리스크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소를 취재했다. 시 외곽에 중국 전용 공단이 있었다. 2012년에 가동을 시작한 이 공단에 20개 업체 1500여 명이 일하고 있었다. 원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신발.운동복.박스 등을 만드는 봉제가공업체들이었다. 상품은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들 고용하는 조선족 공장도 있었다. 그동안 수지가 맞지 않아 일부 중국업자들이 철수한 탓인지 최근에는 300여 명 정도로 규모가 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공단을 보면서 필자는 연해주에 한국 업체들을 위한 전용 공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러시아측 입장에서는 중국인들 보다는 북한 노동자들을 더 선호한다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용 공단2

2019년 1월 산업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성장을 위해 남북러 3국이 산업단지를 함께 조성하는 등 협력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북한 내 산업단지와 더불어 한러 협력산업 집중지역에 점진적으로 ‘남북러 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점에 주목해, 남북러 협력의 최우선 대상 지역으로 극동지역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추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고려해 러시아의 협력을 최대한 유도하고, 남북러 수송망 구축과 유라시아 시장 확대에 필요한 수출형 제조업 분야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러 협력사업이 러시아 정책과 부합하도록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추진하는 루스키섬 과학·기술센터 조성, 가공산업 육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수송 인프라 건설 정책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전력, 광물자원, 철강, 수송망, 무역·투자, 농업 등 분야에서 진행해온 기존 협력사업을 활용할 것도 제안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그런데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LH는 2019년 9월 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연해주 나데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ASEZ) 내에 ‘한-러 경제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15km 거리에 위치해있다. 단지 조성은 총 150만㎡(45만 평) 가운데 50만㎡(50 ha=15만 평)를 시범사업으로 우선 추진할 예정인데, LH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획득해 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한국기업에게 입주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만약 미분양 시에는 외국기업에게 입주권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LH는 설명했다.

사업비는 100억원 이내로 2020년부터 3년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중이다. LH는 지난 2월에 FEIEA(러시아 극동투자 수출지원청)와 이번 사업의 포괄적 내용을 담은 MOU를 체결하고 7월에는 국내 기업들의 입주 수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OI, 즉 입주의향서를 낸 기업은 28개로 17.1만평을 요구했는데, 이는 분양면적인 13.4만평을 128% 초과한 것이다. LH는 우리 기업의 연해주 진출 장점으로 다음과 같은 3가지를 들었다.

①생산 거점: 저렴한 전기.가스 비용, 노동력 등을 활용해 생산 단가 절감과 향후 CIS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 가능

②물류 거점: 북.중.러 접경지역에 국제물류 요충지로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시장과도 근거리에 있어 물류비용 절감 가능

③After Market: 극동아시아 지역은 중고차 점유율이 높아 A/S 부품 및 차량관리 용품 등에 대한 적지 않은 시장 규모 형성

LH는 9월에 사업타당성 분석을 마치고 12월 13일 러시아 정부와 ‘예비 사업시행 협약’을 맺었다. 이번 사업은 우리 정부가 2017년 9월 러시아에 제안한 9개 분야의 한‧러 간 경제협력사업(산업단지,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농업, 수산업) 즉 ‘9-Bridge 전략’의 하나로, 중소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지원하기위한 방안이라고 LH는 소개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해 제2, 제3의 한국형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진심으로 이 사업이 성공해 크게 번창하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후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 진출을 시도한 국내 기업들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살아남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수리스크에 있는 롯데 농장 (예전에 현대중공업 소유였다가 매각됨), 롯데 호텔(예전의 현대 호텔), 크라스키노에 있는 유니베라 농장, 대순진리교 농장 등이다. 필자는 앞으로 이 산업단지에 북한 노동력까지 가세해서 진정한 남북러 3각 협력사업으로 꽃피우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목, 2019/12/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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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른백년의 2019년도 기부금 모금액과 사용 실적을 공개합니다.

이 내용은 국세청 홈텍스에 공개한 내용과 동일합니다.

[다른백년] 2019 연간보고서 기부금모금액 및 활용실적명세

화, 2020/03/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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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해체 이후 근대 세계사는 새로운 단계인 후기근대(late modern age)에 접어들었다. 세계인이 이를 점차 실감하고 있는데, 촛불 이후 남북 코리아는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 시간의 실감 속에서 최원식 교수가 《프레시안》 창간 17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 「남북연합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강조하고 코리아 남북연합이 그 촉진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후기근대의 세계 상황이 두 코리아의 공존체제·평화체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니 이를 위한 내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평자로서는 동의하고 환영한다.

이제 촛불혁명과 판문점, 싱가포르 선언으로 그 가능성은 바로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촛불 직전인 2016년 5월 《프레시안》과 ‘다른백년’이 주관했던 4회 강연에서부터 평자는 공존체제, 평화체제보다 ‘양국체제’라는 개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공존체제나 평화체제는 ‘그냥 맞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좋아.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공존과 평화를 이뤄낼 실제적 방법, 핵심고리가 중요한데, 이것이 ‘코리아 남북 양국의 주권국가(sovereign state)로서의 상호 인정’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국체제가 돼야 공존과 평화가 가능하다. 양국체제란 양국 공존체제, 양국 평화체제의 줄임말이다. 공존과 평화를 실현할 양국체제가 남북연합의 바탕이 될 것도 자명하다.

발제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발제문은 ‘國際(inter-national)’보다 ‘民際(inter-civic)’를 중시하기에 통상 쓰는 ‘(남북)국가연합’이 아니라 국가를 빼고 ‘남북연합’이라 하는 듯하다. 국제(International)에 민간관계가 빠지는 게 아니니 민제라는 말이 굳이 따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국제와 민제가 따로는 아니겠다. 발제문이 언급한 한중일 관계만 하더라도 국제가 안 풀리면 민제도 어려워진다. 극적 사례는 1992년 한중 수교였다. 국제를 트니 민제가 크게 열렸다. 남북관계는 국제(이 경우는 inter-national이 아니고 inter-state가 된다)가 막혀 민제는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할 형국이니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남북연합 논의에서도 국가(state) 대 국가(state)로서 남북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발제문은 그와 전혀 다르게 본다. 아래 문단은 관련 주장이 집약된 것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양국론’에 대한 ‘경계 긋기’로 시작한다.

최근 세를 얻고 있는 양국론에 대해서도 경계를 그을 필요가 없지 않다. 양국체제론자들의 논의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탓에 단정하긴 어렵지만 남북은 일국도 아니지만 양국도 아니다. 분단으로 두 쪽이 난듯이 보여도 남과 북은 분단체제의 드러남으로 연계된바, 분단체제를 상정하지 않은 양국론과는 애초에 무관하다. 그렇다고 그냥 일국론도 물론 아니다. 정말로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不一不二]. 요컨대 분단체제를 상정한 남북연합론을 설령 통일의 최종형태로 삼는다고 해도 그 연합이 두 나라의 단순 병치가 되기는 애시당초 그른 것이매 남북연합론은 주변 4강의 의심을 풀고 내부의 대국주의를 절약할 요체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남북연합론은 일국적 통일론과 양국적 반통일론을 가로지르는 중형국가적 분단해소론이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를 시종 비켜가고 있다. 일국도 아니고 양국도 아니라 한다. 과연 그런가? 현실은 일 민족, 이 국가(one nation two states)이다. 둘이되 하나요, 하나이되 둘[一而二, 二而一]이다. 엄연한 사실이 그러함에도, 즉 이 두 개의 국가가 국제적으로는 모두가 널리 공인된 국가이면서, 막상 양국은 아직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 문제요, 비정상 아닌가? 그러나 「발제문」은 거꾸로 본다. 이런 상태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여기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불일불이(不一不二)’라 한다. 불일불이란 불가(佛家)의 진리관[中論]을 표현하는 높고 찬란한 언어다. 진리적 불일불이가 ‘분단체제’라는 개념에도 적용되고 있다. “분단으로 두 쪽이 난듯이 보여도 남과 북은 분단체제의 드러남으로 연계된바 …… ”라고 하였다. 분단체제를 이렇듯 고도로 긍정적인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발제자의 ‘남북연합’이 “분단체제를 상정한 남북연합론”이라 하였다. 그동안 ‘분단체제’란 말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이를 이렇듯 고도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용법이 일반인에게는 매우 낯설다. 분단체제는 남북이 적대하는 체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국가로서 인정하지 못해왔던 체제 아닌가?

거듭 말하여, 현실은 일 민족 이 국가 상태다. 체제 보장은 북미 간에만 아니라 남북 간에도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양국체제다. 과연 무엇이 분단과 분단체제를 영구화시켜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임을 부정했기 때문에, 둘을 부정한 채로 결코 하나이자고 했기 때문 아닌가? 둘이 서로 인정하는 것이 이 함정을 벗어나는 제1보다.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것만이 바른 길이다. 『노자(老子)』 22장에서 “곡즉전 왕즉직(曲則全 枉則直)”이라 했던 게 양국체제의 취지와 닿아 있다.

양국체제 없이 남북연합이 제대로 될까? 국(state) 간의 際가 안 열렸는데 民 간의 際가 활짝 열릴까? 그렇듯 국제가 닫힌 채로 가능한 남북연합이란 어떤 것일까? 양국체제가 성립하고 안정돼야 비로소 그 두 국가(state) 간의 남북연합이든 국가연합이든, 낮은 단계든 높은 단계든, 비로소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촛불혁명, 그리고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으로 이제 양국체제는 목전의 현실문제가 되었다. 판문점, 싱가포르 회담 한참 이전부터 줄곧 강조해온 것처럼 종전과 북미 수교는 양국체제의 입구요 일부다.

양국체제란 1973년 <동서독기본조약> 이후의 동서독 관계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동서독기본조약>에서 양독(兩獨)은 서로를 국가로서 분명히 인정했고, 기본조약 이후 미국은 동독과 수교했다. 그 두 고리가 풀리면서 양독 관계는 안정됐다. 반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이 둘 다 이루지 못했다. 유엔 동시가입으로 코리아 양국체제의 외적 모양새는 일단 시작되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 불완전하고 불균형했다. 그랬기에 그 경로는 금방 닫혔다. 반면 동서독의 양국체제는 안정적으로 지속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존속했다.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당시 남북이 처해 있던 여러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은 수준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거꾸로 뒤집어서 그것이 마치 아주 높은 수준의 결과였던 것처럼 생각한다면 문제가 된다.

「발제문」의 ‘불일불이’ 구절을 읽으면서 연상을 금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서문의 유명한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구절이다. 이 표현은 매우 외교적인 것인데, 이를 액면가보다 낮추어 읽는 것이 아니라(외교문서를 읽는 기본이다), 오히려 액면가보다 훨씬 높게 읽는 경향이 있었다. 마치 ‘남북은 국가 대 국가로 서로를 (아직 외적 조건과 내적 능력이 부족하여)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뜻이 높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남북은 애당초 두 국가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라는 식이다. 그렇게 읽으면 이 구절은 마치 ‘우리가 지금 하나는 아니지만 결코 둘일 수 없다(불일불이)’라는 높은 이상에 남북 대표가 의기투합하여 ‘우리는 결코 두 국가가 될 수 없으니 이러한 불일불이의 상태에서 곧바로 국가연합이나 연방제 통일로 직행하자’라는 뜨거운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표현한 것이 된다. 실제로 그런 오독들이 꽤 있었다.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연합이든 연방이든,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에 대한 답은 여태껏 듣지 못했다.

끝으로 ‘말이 아닌 말’을 일부러 만들어낼 필요는 없겠다. 위 인용문에서 “양국적 반통일론”이 그렇다. 앞서 설명한 대로 양국체제 없이는 공존체제도, 평화체제도, 남북연합도 담보되지 않는다. 양국체제 자체가 통일은 아니지만, 어떠한 경로보다 통일 촉진적이다. 양국체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바람직한 통일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반통일’일까? 또 이 말과 짝을 걸어놓은 “일국적 통일론”이란 뭘까? 진보진영에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 북(DPRK) 역시 이 입장을 폐기한 지 오래됐다. 그럼 뭘까? 발제자의 뜻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런 게 있다면 우스꽝스런 무엇일 듯하다. ‘말이 아닌 말’을 만든 것으로 부족하여 실체 없는 허깨비와 짝을 붙여놓은 꼴이다. 왜 이래야 했을까? 양측에 ‘극단’을 세워놓고 중간에 끼어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은 때로 쓸 만하다. 단, 그 양쪽 입장이 단단하고 분명해야 한다. 그럴수록 자신의 입장이 힘을 받는다. 그렇지 않고 ‘말이 아닌 말’과 ‘대립 아닌 대립’을 세워놓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식이라면 별다른 의미나 성과가 없을 듯하다. 또 그렇듯 가로지르는 게 ‘중형국가적 분단해소론’이라 하였는데, 여기서 ‘국가’는 어떤 국가이고(일 국가? 이 국가?), 여기서 ‘분단 해소’는 어떤 해소인지(분단체제의 해소? 분단의 해소?)도 궁금하다. 어쨌거나 지금 필요한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 사이의 ‘경계 긋기’가 아니라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공통점을 모으는 일이 아니겠나 생각해본다.


책 소개:

한반도 위의 남과 북은 여전히 정전(停戰) 상태의 ‘분단체제’를 존속하며 서로가 맞서고 있다. 이러한 전쟁 상태에서는 순수한 통일 의지와 열망조차도 갈등을 격화하고 독재를 강화하는 불쏘시개로 이용되는 ‘딜레마’에 봉착할 뿐이다. 『코리아 양국체제』의 저자는 체제의 전환(‘질적 단절’)을 통해 남북이 평화와 공존에 이르는 선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일 민족 이 국가의 평화체제이자 공존체제, 한마디로 ‘코리아 양국체제’이다.

이 책은 양국체제의 이론을 종합 정리한 1부, 촛불 이후의 현실 흐름과 이에 대한 양국체제론 입장에서의 진단을 모은 2부, 그리고 분단체제론과 양국체제론 간의 논쟁을 3부로 싣고 있다. 지난 실패의 역사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코리아 양국체제가 촛불혁명을 평화적으로 완성하는 길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체제전환의 당위와 함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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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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