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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과정, 모두에게 좋으려면 – 울산 북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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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과정, 모두에게 좋으려면 – 울산 북구 사례

admin | 수, 2020/03/04- 19:31

정부 운영에 시민이 주도하는 시대

2000년대에 들어 ‘삶의 질 저하’, ‘경제적 불평등’ 등의 복잡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의 대처에서 시민의 참여가 바탕이 되는 협력적 거버넌스, ‘협치’가 확산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혁신과 협치’를 시정(市政)의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주민참여예산제, 청년자치정부, 민주주의서울 등의 협치 정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치 사례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견이 정책이 되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었습니다. 특히 공론장과 숙의 과정이 취약하여 실제로는 협치친화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서울시뿐만 아니라 춘천시, 광주광역시 등 여러 지방정부 단위에서 의제 발굴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는 전 단계에 시민주도의 설계를 강화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숙의를 늘리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주도로 공공서비스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의 논의를 촉진하는 숙의

시민주도 과정에서 숙의는 매우 중요합니다. 숙의는 “사전적으로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논의한다”는 뜻을 갖는데, 정부나 전문가 위주의 논의가 아닌,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논의를 촉진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며, 공공시설 운영을 개선하는 등 지역의 다양한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숙의가 대세입니다. 지방정부에서 진행한 숙의는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 ‘타운홀미팅’ 등 다양한 숙의 유형만큼 사례 또한 다양합니다. 숙의가 지방정책 설계의 필수인 지금, 희망제작소는 춘천시의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을 위한 숙의매뉴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시민배심원제는 사법에서 사용되는 배심제도를 특정 정책과 의사결정에 활용한 대표적인 숙의 유형입니다. 일반적으로 배심원단은 12~24명의 무작위로 선발된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며, 배심원단에게는 주최 측으로부터 해당 의제와 관련한 여러 관점의 정보가 제공(학습)됩니다. 특히, 관련 전문가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으면서 의제에 대한 견해를 정립해 가는 것이 이 숙의 유형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최종적으로 심의를 거친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제시하거나 권고안을 제시하게 되며, 실행에 옮기거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여 응답해야 합니다. 다른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연결될 때, 구체적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유형입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울산광역시 북구에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울산 북구,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 과정, 시민배심원제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것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울산 북구청은 지렁이사육퇴비방식으로 운영되는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중산동에 건립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미 음식물자원화 시설 철회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결정이 번복된 것이었고, 주민과 북구청, 시공사 간의 갈등이 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중산동 주민들은 등교거부운동을 벌이며 북구청에 항의했으나, 이로 인해 주민반대운동은 님비로 규정되어, 주민들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북구청장은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합의를 위해 ‘시민배심원제’를 주민 측에 제안합니다.

중산동 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시민배심원제가 아닌 당사자 주민을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주민에게 불리한 여론과 비대위 내부 논란 끝에 시민배심원제를 수용하게 됩니다.

시민배심원제를 위해 먼저 북구청과 주민대표 양측에서 1명씩의 간사를 포함한 실무지원팀을 구성하고, 울산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39명, 성직자 6명으로 총 45명의 시민배심원이 구성됩니다.

시민배심원단의 활동은 세 가지 과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운영과정’으로 배심원단 운영과 일정, 의사결정 방식 등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둘째는 ‘숙의(심의)과정’으로 쟁점별 진위 파악을 위한 양측진술, 공청회, 견학, 쟁점토론을 진행합니다. 셋째는 ‘조정과정’으로 갈등이 첨예한 사항인 만큼 돌발상황으로 인한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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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소연(2006)

최종결정은 투표로 진행되었습니다. 투표 결과 성원 41명 중 ‘건설’은 31표, ‘건설중단’은 9표를 받아, ‘음식물자원화 시설을 건립하라’는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권고안이 나오게 됩니다.

[관련기사] 배심원단,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하라”, 포커스 데일리. 2004.

시민배심원제 활동에 대한 상반된 평가

울산 북구에서 진행한 시민배심원 사례는 이해관계자에 따라 매우 상반된 평가가 존재합니다. 먼저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는 시민배심원제를 주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한 지방자치 혁신의 우수사례로 평가합니다. 시민배심원제 이후 실제로 주민 구속, 등교거부, 공사장 점거 등 첨예한 갈등이 멈췄고, 시민배심원이 도출한 결과를 주민과 행정 모두가 수용하였기 때문에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북구의 시민배심원제를 갈등해결과 님비극복의 사례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식물자원화 시설로 인해 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중산동 주민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주민반대운동이 너무 쉽게 님비로 규정돼 버리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북구청의 배심원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주민 지도부가 구속되어 시민배심원제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시민배심원제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실제로 주민 측의 경우 변호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모금을 해야 했고, 지도부의 구속으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자료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울산 북구 시민배심원제를 숙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먼저 시민배심원제가 민관의 갈등이 막바지에 몰린 상황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시민배심원제’라는 숙의 모델이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합의될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시민배심원들이 숙의과정 내내 결정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린 점에서 이번 사례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논의라기보다는 갈등 수습에 주안점을 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민과의 갈등 해결을 유도하기 위해 숙의 모델을 도입한 취지였으나, 숙의가 너무 뒤늦게 적용되거나, 당사자들의 준비 과정이 충분치 않음으로 인한 한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숙의가 공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숙의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숙의 활용을 위한 동기부여가 중요할 것입니다. 숙의 과정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사회적으로 축척되어 지방자치에서도 시민주도의 정책결정이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 글: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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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서경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가족이 얼굴 맞대며 식사하고 TV를 시청하며 깔깔대며 웃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식사도 모두가 같이 하니 더욱 맛있고 대화가 많아져서 웃음소리가 커졌습니다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우리 큰 애가 이렇게도 말수가 많았었는지. 우리 아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자기의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지 않네요.

온종일 집안에서 얼굴을 부대끼는 게 힘겨울 법도 한데 우리 애들은 더욱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겨우 진정시키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더욱 더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도 활발했었지 다시금 놀랍고, 가족의 즐거움으로 가슴 벅찹니다.

코로나19는 자유롭게 외출만 안 될 뿐이지 우리 가족은 더욱 더 친밀하고 활발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 글: 서경훈 님

화,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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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2020년 기획강좌가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의 네트워크인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의 기본인 돈, 관계, 공존, 돌봄, 사회, 경영, 노동의 철학을 총 7강에 걸쳐 학습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기획강좌의 내용을 간추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것”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합니다.

※ 본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2강 돌봄의 철학 |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나준식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

자신, 서로, 공동체를 돌본다는 것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민들레)의 여러 표어를 보면 ‘나로부터’, ‘나부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2001년, ‘민들레’라는 이름조차 없던 발기인 모임 단계에서도 우리는 홍보 현수막에 “자신을 돌보라, 서로를 돌보라, 그리고 공동체를 돌보라.”라는 말을 내걸었다.

‘자신을 돌보라’가 가장 먼저 나온 까닭은 일상에서 자신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준비되어 있으면 상대방이 힘들어해도 위로하고 지지할 수 있지만,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상태가 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

사전에서 돌봄은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정에 따르면 건강은 “질병이나 허약한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신체적·영적·사회적·생태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돌봄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 증진하고 회복을 돕는 행위이기에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돌봄이라고 하면 제도 속 서비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생각에는 돌보는 주체의 문제-돌봄을 받거나 제공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

‘돌봄의 철학’은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돌봄이라는 것이 이미 나의 존재를 정의한다. 내가 여기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돌봄 없이 가능할까? 누군가가 나를 돌보고 있어서 숨 쉬고 있는 거다. 우리의 삶에서 돌봄 아닌 것이 없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돌봄 받고 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조, 공명, 동기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대표적으로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이다. 반딧불 수천 마리는 처음엔 각자 반짝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동시에 반짝이는데, 주변 불빛에 반응하면서 동시에 반짝임을 만들어내는 거다.

세계의 많은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의 주파수나 진동, 에너지를 주고받고 조율하며 살고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인간 역시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고 동조를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다.

돌봄의 철학은 결국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 문제다. 돌봄은 단지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그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삶과 관계를 그 본성에 맞게 재구성하는 실천이 돌봄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방식과 리듬

돌봄의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존재에 대한 자각이 기본이어야 한다. 나는 돌보는 사람 또는 돌봄 받는 사람이라는 한편의 입장에 서 있으면 사회적경제를 할 이유가 없다.

내 안에서 여러 장기가 서로 돌보는 것처럼, 관계 안에서도 나는 돌봄을 주기도 때로는 받기도 한다.

즉, 돌봄은 주고받는 것이다. 누군가 주기만 하는 사람,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정확히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다 보면 결국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때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돌봄을 받는 존재지만 동시에 주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돌봄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내가 돌봄을 받아야 할 경우에도, 나를 돌봐 줄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봐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되면 결국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일치하게 된다. 이것 또한 일종의 동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없으면 만들어서 가지, 뭐!

노인요양보험제도 안의 요양 서비스는 해당 등급을 받으면 월 몇 시간 동안 요양사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돌봄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영역이 매우 많다.

개인의 환경이나 조건, 욕구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 다른데, 서비스 제공자 중심으로 정해놓은 방식은 이런 차이들을 사실상 반영하지 못한다. 개인의 환경이나 조건, 욕구에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필요한 부분이 많이 빠져 있거나, 불필요하지만 서비스 제공자 관점에서 돈이 되니까 제공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분은 꽤 건강해서 청소 같은 가사 지원만 2시간 해주면 되는데, 불필요하게 그 이상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식인 거다.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하려면 2시간만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 시간은 지역사회의 다른 활동을 연계하는 등 수요자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설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본 내용은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주최로 진행된 기획강좌이며 희망제작소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글: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강의자료(나준식 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목, 2020/06/1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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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강경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결국 그래도 사람이더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언제 이 상황이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곳곳에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재 복지관 휴관이 몇 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요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 또한 이용자와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서는 멈춰있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때 못지 않게 내부는 변화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에게 조금 더 정보가 피부로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만나고 있지 못하지만 항상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을 통한 정보 제공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법 중 일부이지만 이용자 분들도 평소 대면으로 주고 받던 대화와 정보를 영상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경험에 그리고 직원들의 노력에 따뜻한 메시지로 그 수고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번 학기가 비대면 강의로 확정되고 나서 캠퍼스를 누리지 못한 큰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이런 시기에 전공 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해 환영회를 해줄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수강신청 정보부터 신입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줌(ZOOM)을 통한 대면으로 인사를 나누고, 학교 정보를 공유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그래도 입학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학교 기념 굿즈를 구성하여 개별적으로 직장이건 자택으로 우편배송하여 환영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닿게 할까라는 생각부터 어떤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생기는 듯 하며 잔인한 코로나19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사람이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현재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희망의 안부를 전합니다.

– 글: 강경아 님

월, 2020/06/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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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김선애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글을 쓰러 숲으로 나선다. 내게는 나만의 작업실이 없다. 사람이 많을 때는 카페에서 일하기도 어려워서, 때때로 집 근처의 작은 숲으로 간다. 숲을 산책하다 빈 벤치를 찾아 앉으면 그곳이 곧 작업장이 된다.

물론 이 숲은 열린 공공 공간이고, 산책하는 사람들, 강아지, 새 등 많은 존재가 내 곁을 지나쳐간다. 벤치 몇 개가 모여 있는 곳에 앉아 글을 쓰는 중에, 어린이집 아이들과 선생님이 벤치로 온다. 나는 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걷는다. 본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잠시 이 자리에 머물다 떠날 뿐.

조금 걸으니 운 좋게도 탁자까지 함께 있는 다른 벤치가 비어 있다. 사방으로 초록빛 나무가 보이고, 가까이 있는 하얀 아카시아에선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온다. 날이 춥거나 공기가 안 좋은 날은 밖에서 글쓰기가 쉽지 않지만, 오늘은 바람은 세도 푸른 하늘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바람에 탁자 위로 솔잎이 떨어진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은 “내가 산책하는 곳, 내가 집에 들어올 때 걸어가는 골목, 이 모든 것이 나의 집”이라고 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야외 작업장, 이 숲도 우리 집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건물 안 공간뿐만 아니라, 그 주위 환경 전체가 우리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넓게 보면 지구와 우주 전체가 우리의 집이다.

우리 자신도 이렇게 넓은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가까운 이웃부터 전 세계 사람과 야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모든 존재와 밀접히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난개발로 숲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계속 가담하면, 결국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동물과 접촉한 사람의 몸으로 옮겨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시기로 ‘3년 이내’를 예상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또한 이들 기후변화 전문가 중 대다수가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을 부르는 신종 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앞으로 더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2020년 5월 19일 한겨레, <전문가들 “새 감염병 발생주기, 3년 이내로 단축될 것”>).

숲이 품은 수많은 동식물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몸이다. 동식물에 해를 끼치면 결국은 인간도 건강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푸른 숲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집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집을 파괴해놓고 우리가 안전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제는 숲을 비롯한 자연을 파괴하며 우리 자신도 해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님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파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춘 것에서 보듯이, 자연 파괴는 결국 경제에도 불리하다.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가 하나의 공동체가 아닐까? 이웃들을, 그리고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 자신을 잘 돌보는 길이다.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은 벌목의 큰 원인이기에 나는 채식을 한다. 그리고 나무를 덜 베어내도록 일상에서 자원을 아껴 쓰려 한다. 조화로운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 글: 김선애 님

수, 2020/06/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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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 여섯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관련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백신이 공급될 때까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리 두기’는 불가피합니다. 인구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하는 집단 면역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새로 발생한 감염병 중 60.3%는 인수공통전염병이고, 그중 72%는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만 개가 넘는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4,300여 개가 돌연변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장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아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북 의성을 다녀왔습니다. 군청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자치정부에 관한 연속 세미나에 초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시장 만능주의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대응만으로는 어렵고, 공공 부문의 강한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는 자치정부 현장에서 만들어낸 혁신이라는 점, 이에 따라 지방자치와 지역(Local)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한편으로 시장과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어 공동체(Community)의 역할과 지역순환경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환기했습니다. 늘 현장에서 배우기 마련입니다만, 이번 세미나에서도 놀라운 사실을 접했습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사입비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세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지역 사업의 일부가 축소 폐지가 진행돼야 할 형편이라는 점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차 추경을 통해 국세 수입을 감액하고, 내년에 지급하는 2019년 교부세 정산분 등을 올해 지출하도록 편성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방정부 재원을 확충하자는 의미였습니다.

반면 3차 추경은 올해 교부세를 감액 편성함으로써 시행을 약정한 사업의 중단을 강제한 것입니다. 이미 예산이 편성·집행되고 있는 교부세를 감액하기보다 교부세 감액을 자치정부의 예산편성 단계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재정을 더 줬다가 다시 빼앗는 추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역으로 인해 경제 상황은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에서 문제가 시작된 게 아니라 소비, 투자, 수출 등 총 수요의 모든 구성 요소인 실물 부문에서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더욱 심각합니다. 대응도 당연히 달라져야 합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자유주의식 처방은 무용지물입니다. 재정 건전성과 인플레이션 통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수단으로 위기를 대처할 수 없기에 소극적 금융통화 정책을 넘어선 확장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통화 정책에서 재정 정책으로 전환하고, 고용 및 소득 보장 정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도 이런 성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3차 추경의 규모는 35.3조 원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이 금액은 세입과 세출을 동시에 조정한 외형 금액입니다. 이중 세출 조정 금액은 23.9조 원이고 세출 감액을 빼면 실질적으로 증가한 금액은 16조 원에 불과합니다.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긴급 추경이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출을 10.1조 원을 줄였고, 그중 지방에 주는 교부세의 금액이 4.2조 원이나 됩니다.

예산 편성을 쥔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면서 꼭 필요한 사업을 못하도록 막는 건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최전선에서 고용과 및 소득 보장을 위해 일하는 자치정부의 재정을 우선 축소하는 게 지방 홀대는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준 자치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추경 심사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목, 2020/06/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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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박채리 님의 에세이입니다.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하지만 우리끼리 통하는 여긴 cyber world.’

어언 20년 전 노래이건만, 심지어 당시엔 고작 10살이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이건만, 2020년 5월, 어느 때보다 터보의 ‘Cyber Lover’라는 곡에 공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대답하리라. ‘코로나 때문에요.’

현재 내게는 ‘썸남’이 있다. 어느 유명한 노래처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남자가 있다는 것. 무려 85일이나 대화를 했다. 그런데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여기서 또 한 번 주저 없이 말하리라. ‘코로나 때문에요.’ 그나마 노래 속 주인공보다 내가 나은 것이 하나가 있다면 적어도 나는 그의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안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여우’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그는 파병 때문에 한국에 머물게 된 미군이다. 지난 2월 21세기답게 어플로 알게 된 그는 바비큐를 좋아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카우보이 부츠를 신어야 하는 진성 텍사스 남자다.

사실 생긴 게 내 타입이 아니라 어물쩍 숨긴 친구 목록에 그의 이름을 옮기려던 찰나, 우연 결에 밤새 이야기를 했고 성격을 비롯해 취향까지 똑 닮은 것을 확인한 우리는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지난 2월 중순 한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머지않아 그가 살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도 무기한 락다운에 문이 꽁꽁 닫혀버렸다. 둘 중 한 명이라도 부대에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졸지에 우리는 견우와 직녀에 분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진을 보내고 대화를 했다.

‘코로나19 따위가 우리를 갈라놓을 순 없지!’라는 다짐 아닌 다짐과 함께. 우리는 밤마다 긴 통화를 하면서 어떻게 채팅만으로 이렇게 서로가 좋아질 수 있을까 서로에게 묻곤 했고, 그때마다 파안대소를 하며 그저 ‘나도 모르겠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 때쯤 생긴 한 가지 습관이 있다. 오전 11시 땡 하면 포털 창에 ‘코로나19’를 검색하고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초반엔 좀처럼 줄지 않는 확진자 수에 그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볼 수는 있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점점 확진자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머지않아 그를 볼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전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과 묵묵히 이 전염병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마치 견우와 직녀를 이어줄 오작교처럼 느껴져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내가 그를 만나는 것처럼 저마다 염원하고 있을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모두가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 내게 ‘연대’로 느껴져 감동적이었고 심지어 전염병이라는 흙탕물에서 피어난 연꽃 같이 아름답게도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염원도 하늘에 닿아서일까. 마침내 그와 나의 칠석날이 정해졌다. 지난 5월 23일 토요일. 지긋지긋했던 ‘사이버러버’를 청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을 코앞에 뒀을 때 그와 나는 툭하면 만나면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물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약속하면서. 어렵게 얻은 귀중한 만남의 기회인 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

85일 동안 그와 나는 오직 ‘좋아해’라는 말만 해왔다. 부디 6월엔 ‘좋아해’가 아닌 ‘사랑해’라 말할 수 있기를, ‘사이버러버’가 아니라 ‘리얼 러버’가 될 수 있기를.

– 글: 박채리 님

목, 2020/06/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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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2020년 기획강좌가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의 네트워크인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의 기본인 돈, 관계, 공존, 돌봄, 사회, 경영, 노동의 철학을 총 7강에 걸쳐 학습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기획강좌의 내용을 간추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것”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합니다.

※ 본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3강 공존의 철학-일상과 만남의 공간으로서 도시에 살 권리 |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축가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따라가 보면, 공간을 만들 당시의 세계 질서, 경제, 노동, 기술 등이 어떻게 변화·발전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 사진은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작품들이다.

맨 왼쪽 사진은 그가 만든 거의 최초의 건축물로 1905년에 만들어졌다. 목가적이며 자연적인 느낌이다. 가운데 사진은 브라질의 보건복지부와 교육성의 건물로 1936년 세워졌다. 수직적이며 기능과 효율을 우선하던 공간들이 경쟁하듯 들어서던 때였다. 오른쪽 사진은 1960년대 만든 교회 건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작품을 시기적 흐름으로 다시 보면 목가적이고 자연적인 공간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많은 사람을 넣을 수 있는 건물이 등장한다. 그러다 60년대에 공간을 대할 땐 전혀 다른 발상의 건물을 만들었다.

마주치는 공간을 기획하라

르코르뷔지에는 대학의 도서관과 기숙사를 만들 때면 그 근처에 꼭 카페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카페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만들지 치밀하게 계획했다. 이를테면 아침 몇 시에 몇 명의 사람들이 나와 어떻게 지나가다 서로 마주치는지 확인하고, 그 공간 앞에 카페를 만들었다.

공간은 기획하는 사람의 의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세울 때, 될 수 있으면 복도식이 아닌 계단식을 만든다. 주민 간 마주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공간을 기획할 때 누군가와 공존하는 것보다는 분리되도록 설계한다.

한국은 르코르뷔지에의 60년대가 아닌 30년대에 와 있는 것 같다. 만남·교차 이러한 요소보다 효율을 우선한다.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고 중산층을 대상으로 패턴화된 공간을 찍어내고 있다. 그 공간은 우리가 연대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고를 형성할까, 아니면 서로 괴리된 채 갈등을 키울까.

유럽에서는 대형상점이 지역사회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많은 연구가 있었다. 지역에는 빵집이 있고, 구두수선집이 있고, 식료품점이 있다. 사람들은 아침에 나와 상점을 돌아다니며 이웃을 만나고 눈인사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마을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대형상점이 생기면 일주일에 한 번 차를 타고 집 밖을 나가 장을 보고 돌아온다. 더는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없다. 유럽의 도시에서도 거리가 사라지고 있다. 점점 더 집과 소비하는 장소가 직선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공간이 생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역 재생과 마을 만들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공간을 다시 생산한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해야겠다. “공간이 인간을 규정하고, 공간은 기획된 전략에 의해서 생산된다.” 맞는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은 순응하지 않는 존재다. 한때 파리에 있는 지하철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지하철, 직장, 잠(métro, boulot, dodo)!” 지하철은 자본이 기획한 대로 사람을 빠르게 수송하는 공간이다. 놀라운 건 인간은 그 공간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르페브르(Lefèbvre)는 지하철에서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뜨개질하고,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벽에 낙서하는 장면들을 목격한다. 기획된 공간을 반드시 기획한 대로 쓰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이 사회 변화의 모멘텀을 가져온다. 많은 사람이 다른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권력 또는 남이 말한 것에 잘 따르지 않는다. 그게 인간의 큰 미덕이다.

공간을 지배한다는 것

공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공간의 지배는 도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규범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물리적 공간이 중요했다. 예를 들면, 유목이나 소농 사회에서 권력의 상징은 염소나 소를 몇 마리 갖고 있느냐였다. 유럽의 중세-근대사회에서는 성에 올라가 깃발을 바꾸는 게 중요했다. 깃발이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는 무엇이 중요할까. 물리적 공간보다 이른바 표상 공간, 개념적인 공간이 중요해졌고, 그걸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하는 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100마리 양이 사자가 되는, 그곳에 사회적경제의 몫이 있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이 100마리가 모여 운다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세상이 바뀌는 것은 양이 사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또 “사람은 지배적인 가치에 순응하는 낙타에서, 그 삶의 고난의 과정을 통해 사자가 되고, 그 사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어린아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는 하나의 독립된 세계고, 그 세계가 가진 자발성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약자와 공존하는 것을 배우고, 사회적경제가 그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약자를 지키고 공존하지 못한다. 사회적경제가 100마리의 양에서 사자가 될 때, 하나의 주체로서 분명히 자리매김할 때 그 곳에 사회적경제의 몫이 있다.

 

※ 본 내용은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주최로 진행된 기획강좌이며 희망제작소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글: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강의자료(노대명 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목, 2020/06/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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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를 앞두고 의료 리빙랩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 전 지역의 400개가 넘는 리빙랩이 모인 국제적 연합체인 유럽리빙랩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이하 ENoLL)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COVID-19: Current actions preparing our digital societies for a post-COVID future)와 관련해 연속적으로 웨비나(자세히 보기)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열린 웨비나에서는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지역사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무엇이 남을 것인가(Communities innovating around the health system: the reaction to the COVID-19 emergency and what will remain)’라는 주제에 따라 세 명의 발제자들이 각 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과 리빙랩을 통한 시민의 역할을 논했습니다.


https://enoll.org/covid19/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현재 많은 매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사회에 관한 경고와 준비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빙랩에서는 시민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수요를 탐색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있는 만큼 이번 웨비나에서 소개된 의료 리빙랩 사례(스페인 갈리시아 의료리빙랩, 이탈리아 마드리드공과대학의 EIT 의료리빙랩, 호주 모던 에이징 글로벌센터)를 세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환자의 주체성에 기반한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Galician Health Living Labs)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은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하고, 7개 의료 영역, 14개 병원, 500여 개 주요 치료센터, 3만 6천 명의 의료 전문가와 연구원을 잇는 최초 네트워크 의료 리빙랩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접근성 △효율성 △혁신 △지속가능성 등 4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연결하고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발제자인 호세 마리아 로메로(Galician Health Knowledge Agency ACIS – Galician Health Living Labs LABSAUDE)는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응하는 리빙랩의 청사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혁신적인 솔루션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실, 공감각 가상공간, 케어가든, 공동작업 공간 등 다양하고, 필수적인 의료 장비와 기술을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호세 마리아 로메로는 갈리시아 지역의 의료서비스의 경우 환경에 점차 적응하면서 서비스를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적절한 의료 기반과 의료 전문가 간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공영역에서는 쉽게 제공되지 않는 자원을 제공하는 등 지역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혁신적인 생태계(innovative ecosystem)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혁신적인 생태계는 비즈니스 확산의 기회와 사용자 중심의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현재 갈리시아 의료서비스와 그 외 이해관계자 간 공동작업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쿼드러플 헬릭스(산∙학∙연∙관 네 개 기관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함께하는 긴밀한 협력을 목표로 하는 접근법: quadruple helix)’를 시행 중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환자 혹은 현장에서 현장의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의 혁신 네트워크 협업과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1) 65세 이상의 환자 혹은 만성질환 중장년층
65세 이상의 환자 혹은 만성질환 중장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이들이 의료서비스와 맺는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50년 전체 인구 중 25%는 65세 이상이고, 이들 4명 중 1명은 만성질환에 시달린다고 예측됐습니다(the guardian 기사, 2018). 현재 고령화 이슈가 자주 제기되면서 이에 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2) 환자의 역량 증진
환자가 스스로 건강 및 의료에 관련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 관리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에게 주체성과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3)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ICT 기술을 활용해 원활하게 원격진료 및 원격치료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대비한 원격진료에 관한 법안이 마련돼있지 않으며 많은 의료진이 원격진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The Conversation 기사, 2020). 특히 장애인, 노인 등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4) 로봇화와 가상현실
현재 환경에 맞춤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로봇화와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실험해야 합니다. 팬데믹에 따른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점 로봇의 사용 영역(The NewyYork Times 기사, 2020)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5) 입원 환경과 영향력
병원에 머무는 환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치료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입원(거주)환자는 병원 서비스의 최종 이용자이므로, 의료체계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의 경험과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6) 바이오 보안
동물이나 식물을 거친 질병의 확산을 막는 바이오보안을 비롯해 음식 등 다양한 영역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갈리시안 의료리빙랩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각 주체들의 혁신적인 대안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데 열려있으며 최종 이용자인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년층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혁신적인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참고자료
ENoLL Webinar Series “Let us Tackle the COVID Together” https://enoll.org/covid19/

– 글: 정보라 경영지원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목, 2020/06/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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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장소영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어느 평일 아침이었다. 회사 동료 J 가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색하며 J와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코로나 사태 앞에서 부쩍 가까워진 옆 팀의 워킹맘. 우리는 유치원에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를 챙기는 동시에 아이를 돌보시는 부모님의 건강도 걱정해야 하고 회사에는 눈치 속에 낸 주 1회 가족 돌봄 휴가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을 석 달 째 지속하고 있는 동지다.

그녀와 함께 출근을 위해 내 차에 올라탔다. 현실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회사에 가지만 자가용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지난 밤 꿈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빠르면 8분, 오래 걸리면 12분 정도 되는 거리라 금세 도착할 거라고 내가 말했고, 그녀는 현실과 같이 회사에 도착하면 나에게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주겠다고 답했다. “요즘 답답한데 얼음을 왕창 넣고 깨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는 깔깔 웃었다. 대개의 꿈이 그렇듯 현실의 실제 상황들이 비현실과 버무려져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집에서 회사까지는 직선으로 이어지는 동네길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남과 동시에 깎아지른 절벽 위 1차선이 굽이 굽이 이어졌다. 정상에선 갑자기 스키 점프대가 나왔다. 전속력을 밟아 점프하여 그 구간을 통과하니 왜인지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착륙한다. 갯벌 뒤엔 가시밭길이었다. 수많은 가시를 잔뜩 세우고 진흙을 뒤집어 쓴 타이어와 차를 모두 긁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

평소 내 차는 브레이크와 엑셀의 민감도가 최상이었는데 왜인지 아무리 밟아도 좀처럼 속력이 나지 않는다.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스키점프 선수처럼 점프를 해내기 위해 갯벌을 벗어나기 위해 가시밭길에서 타이어를 터뜨리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어떻게든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 오른쪽 다리에 힘을 가득 실었다. “저 너무 힘들어요!” J가 외쳤다. “우리 이렇게까지 회사에 가야 하는 거예요?”

가시밭길이 끝나자 도로가 펼쳐졌다. 파도처럼 넘실대는 길이었지만 꿈이라 그런지 별로 놀라지 않고 서퍼처럼 지난다. 그때 J의 전화벨이 울렸다. 통화를 마친 J가 말했다. “딸이 지렁이 젤리 사오래. 집에서 심심한가봐” 꿈 답게 마침 선물가게 근처였다.

그렇게 힘들게 출근하면서 워킹맘 둘은 출근하다 말고 가게로 들어간다. 모험과 환상의 나라에서나 듣던 활기찬 음악이 쌩뚱맞게 흥겹다. J가 젤리를 고르는 동안 나도 덩달아 아이에게 줄 인형 따위를 샀다. 잠깐 동안 그 음악만큼 흥겨운 기분이 들었다.

다시 넘실대는 도로에 올라탔다. 익숙해진 건지 가시밭길에서처럼 회의감은 들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니 저 멀리 회사 꼭대기가 보였다. “회사다!” 마침내 회사 입구에 당도했는데 갑자기 몸이 마구 흔들리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았다. “7시 반이야.” 남편이었다. 진짜 출근 시간, 그렇게 꿈에서 깼다.

꿈에서의 대화가 매우 생생하여 아침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간 밤의 고생이 실제 내가 오늘 출근하며 뚫고 온 고난 같았다.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출근한 J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 꿈, 예지몽인가봐. 오늘 아침에 문득 이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계속 된다면 회사는 다닐 수 있을까 싶어 힘들었거든.”

꿈일까 생시일까. 정말 예지몽이라면 꿈의 후반부처럼 모든 일을 잘 견뎌낸 뒤 그 끝을 보고 환호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리는 결국 모두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한낱 꿈에 씩씩한 상상과 기대를 더해본다.

– 글: 장소영 님

월, 2020/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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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조정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출근 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업무에 임하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던 중에 사무실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무엇인지 모르는 위화감, 사람들의 웅성거림, 무언가 삽시간에 정보가 퍼져나갈때 이 느낌.. 그래 한번 경험했던 그날의 분위기다. 동시에 지난 3월에 겪었던 공포가 엄습했다.

같은 층 직원 중에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몇 분후, 해당 팀 직원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 팀 사람들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바로 옆에 있던 우리는 괜찮은 건가? 그럴리가 없잖아.’

부랴부랴 인사팀과 상위부서에 연락을 취한다.

“같은 층 직원 귀가 조치”

누군가 출근과 동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좋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집에는 간다. 그러나, 격리해야 한다. 1차 접촉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재적 2차 접촉자인 ‘나’와 같은 층 직원들은 불안하다. 혹시나 또 그날의 공포가 되풀이 될까 봐.

1명의 확진자가 가진 파괴력은 엄청나다.

첫째, 수 많은 확진자 주변의 이웃(근로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둘째,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각 지역의 보건소 혹은 검진 병원 가게 만든다.
셋째, 이들을 검사하기 위한 의료 종사자 분들과 그 밖의 관계자, 그리고 물리적 자원 등이 필요하다.
넷째, 수많은 가정을 격리한다.

즉, 1명의 확진자 발생으로 많은 사회의 자원이 쓰이고, 수많은 가정이 사회와 단절된다.

‘나 하나쯤은 괜찮아~’라는 대중의 생각.

지난 3월에 지구 반대편에서 느꼈던 두려움의 원인이었다. 당시, 불과 1주일 사이에 도시는 봉쇄됐고, 사람들은 마트로 달려가 사재기를 시작했다.

마스크가 없어 안대를 입에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전날과 완전히 다른 공포가 마트 내 사람들 사이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그곳을 떠나기 전날 피난민처럼 최소한의 물건만 챙겼다. 아쉬움과 두려움을 양쪽 어깨에 싣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게 불과 두 달 전 오늘이다. 그때의 기억이 깊게 남았는지, 앞으로 펼쳐질 수 있는(발생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자꾸만 그려진다.

노이즈에 가까운 미디어와 잦은 긴급재난 문자로 무심해진 대중의 경계심. 그리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한국의 일상. 그래서 나는 두렵다. 우리의 일상을 박살 낸 그날의 공포가 지구 반대편 여기까지 다가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 글: 조정현 님

월, 2020/06/2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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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김정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희망 찬 종소리 울리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새하얀 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를 입은 두 사람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기로 약속한 날, 우리는 2020년 3월 22일 13시 결혼을……하지 못했다.

우리는 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를 통해 ‘결혼식’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했다.

하객들을 생각해서 이왕이면 점심에, 여름이면 더우니까, 겨울이면 추우니까 그래서 봄을 선택했고 결혼식의 피날레는 음식이라 자칭하며 식대가 높더라도 결혼식장 맛집을 찾아 다녔다.

예랑(예비신랑)에게는 쿨한 척 ‘결혼식은 간단하게 하자!’라고 이야기 했지만 청첩장을 손수 만들고, 스튜디오 촬영에 서브작가를 투입시키고 단기간에 일과 결혼 준비를 병행하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시름은 깊어졌다.

양가 스케줄을 고려하여 잡아 둔 결혼식이라 날짜를 쉽게 변경 할 수도 없고,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 결혼식을 진행하더라도 손님을 초대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초대받은 하객들은 축하하러 올 수도 없고, 안 올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시점에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고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악화되는 상황 속에 우리는 결혼식을 연기하기로 했다.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 연기, 취소를 진행하면서 위약금을 개인들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뉴스로 접했지만, 우리와 계약한 웨딩홀, 여행사, 드레스샵, 메이크업샵, 한복집은 위약금 없이 연기를 진행해주었다.

안전하고 건강한 결혼식을 올리라고,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에게 바닥난 체력을 충전시키라고, 더 살라고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나의 결혼식 날짜.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 지난 2개월.

우리의 결혼식 날짜는 바뀌었지만, 예정이었던 날짜부터 함께 지내기로 했다. 코로나 덕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각자 자라온 인생과 생활 패턴, 습관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우리는 빠르게 적응해 갔고 가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간혹 설거지 할 때 퐁퐁을 엄청 많이 쓴다든가, 치약을 칫솔 처음부터 끝까지 짠다든가, (이런 행동은 내 생각에는 ‘낭비’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잘 맞춰가려는 배려심으로 미리 부부로서 연습하고 있다.

물론 이 상황이 즐겁거나 해피하지는 않지만 코로나라는 악재에 대한 상황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가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라고 코로나의 상황을 이해하며 긍정적은 마인드를 꺼내 극복하고자 한다.

2020년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마스크를 벗는 날을 기대해보며 우리 모두 파이팅!

– 글: 김정아 님

월, 2020/06/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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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된 <시민연구공유회-슬기로운 연구생활>은 모든 참가자의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 소독제 사용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해 진행했습니다.

연구…? 내겐 좀 낯선 것 같아

‘연구’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혹시 지금 되게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떠올리셨나요? 그렇다면 방금 떠올린 연구의 모습은 잠시 잊어주세요✋

무더웠던 6월의 토요일, 일상의 온갖문제를 궁금함에 그치지 않았던 시민연구자들의 시민연구 공유회 현장을 전해드릴 거니까요!

2019 온갖문제 연구: ‘궁금한 김에’ 모두가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시민연구 공유회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의 후원으로 진행된 ‘2019 온갖문제 연구’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유하는 의미로 진행하였습니다. 10년 이상 희망제작소를 후원한 회원부터 시민연구에 관심 있는 시민까지 다양한 관심을 가진 분들이 함께했습니다.

‘온갖문제 연구’는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모든 연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자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공유회는 2019 온갖문제 연구에 참여했던 시민연구자 3팀이 연구 내용을 강연회-수다 모임-워크숍 세 가지 형태로 구성하여 시민들과 공유했습니다.

세션 1. 주고받는 강연회 |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된 세션 1은 김명애 팀이 의료지원으로 북한에 방문한 이야기와 함께 각자가 가진 북한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시작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북한에 대한 일상적인 궁금증을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한 단편적인 북한 모습들을 다시금 생각해보며 북한, 북한주민, 북한이탈주민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을 최종 정착 국가로 정한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이지만, 북한이탈주민과는 가까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사회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코미디 소재로 소비되는 부정적인 밈(Meme) 그대로 북한에 대한 편견을 갖고, 북한이탈주민에게 ‘농담’이라며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김명애팀 – 북한이탈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긍정요인 연구

세션 2. 도란도란 수다 모임 |  페미니즘 운동, 어디까지 가봤니?

‘페미시국광장’ 시위 참여를 연구한 분노팀은 연구 소개와 함께 ‘나의 운동 경로’를 추적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사회적 사건과 나의 사건을 연결해보며 어떤 계기로 사회 이슈에 관심 두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와 타인의 운동 경로를 돌아보며 누군가는 뚜렷한 계기로, 누군가는 자생적으로 페미니즘과 사회 이슈에 관심 두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참여자 모두 같은 사건을 기억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점이 아닐까요.

세션 2에선 변하지 않는 듯한 세상에서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연구하고, 누군가는 사건을 기억하고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이 각자가 걸어가는 사회 운동에 동력이 되면 좋겠습니다. 분명 세상은 조금씩 변할 거예요.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분노팀 – ‘페미시국광장’의 프레이밍을 통해 본 페미니즘 운동의 미시동원맥락 네트워크 분석

세션 3. 와글와글 워크숍 | 착한 기업 VS 나쁜 기업

가짜뉴스가 횡횡한 요즘, 언론에 노출된 기업행동만 보고 착한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 알 수 있을까요?

만점팀의 워크숍은 ‘환경’, ‘성 평등’, ‘정의’ 3가지 가치로 팀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3개 가치에 맞추어 준비된 언론기사를 읽으며 기업행동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분석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환경팀은 실천 없이 환경협약체결만 하는 기업행동에 대해서 반드시 시민단체와 언론이 추적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정의팀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 기업을 보며 분노했습니다.

성 평등팀은 ‘국내 3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 첫 3%’를 긍정적이라며 보도한 언론사와 ‘3% 턱걸이’로 보도한 언론사를 비교하며 언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공유했습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불매운동, 기업 직접건의, 국민청원 등을 통해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만점 기업을 찾고 지켜보기로 다짐했습니다.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만점팀 –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한 기업행동 이력평가

― “김명애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로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한숨) 개인이 행복하게 살 권리는 어디에나 있는데… 마음은 아팠지만, 북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 “만점팀의 주제가 흥미로웠습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기업 책임을 추적하고, 이슈화하는 일들, 앞으로도 희망제작소에서 이런 희망을 제작하기를 기대합니다.”

― “분노팀 세션에서 각자 사회적인 사건들을 시계열로 작성하고 공유했는데, 나만 사건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모두 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 “(공유회) 내용은 아쉽지 않았는데,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웠어요.”

궁금한 김에- 시민연구 어떠세요?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보는 넘쳐나지만, 사유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무심코 흘려보낸 나의 ‘일상적인 궁금함’을 잠시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그리고 궁금함을 탐구로, 탐구를 연구로!)

희망제작소는 궁금한 김에- 슬기로운 시민연구를 하고자 하는 시민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말: 올해 ‘온갖문제 연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요?(칙칙폭폭…칙칙폭폭…)

▶ 공유회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면, 시민연구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시민연구자 칼럼도 함께 보기!
[김명애팀] 탈북청소년이 남한에 적응하려면
[분노팀] 90년대생의 페미니즘
[만점팀] 가치지향적 소비를 향한 디딤돌

– 글: 이이자희 기획팀 연구원[email protected]

화, 2020/06/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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