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학 전문가인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지난 3월 18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PFOA는 우리 몸에서 잘 배출되지 않는 잔류성 유기화합물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라고 지적했다. 과불화옥탄산에 대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발암 가능성 있는 물질’로 분류했고,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도 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듀폰 집단소송 과정에서 역학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과학위원회는 파커스버그 69,800명 주민의 혈액표본 분석 등을 통해 과불화옥탄산이 신장암, 고환암, 갑상샘 질환 등 6가지 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과불화옥탄산과 같은 물질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에게도 축적되고 있다.
『슬로우 데스』에 따르면, 북극곰 체내에서 과불화옥탄산과 같은 과불화화합물이 양이 2000년 이후 약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마크 러팔로가 “과불화옥탄산은 우리 몸에 축적돼 중증 질병과 암을 유발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지구상 99% 생물의 몸 안에 있고 우리도 감염됐다. 기업은 최소 40년 동안 이 약품을 유출해왔고 이를 숨겨왔다.”라고 외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염 공장에 지배당한 마을
미국을 상징하는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20년간의 싸움인 만큼 어려움이 상당했다. 영화 『다크 워터스』에서 듀폰은 원고 측에 사무실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의 서류를 보낸다. 『슬로우 데스』에 따르면, 민사소송 동안 원고 측 변호인이 3년 동안 검토한 서류는 200쪽 도서 7,500권(거의 작은 도서관 급)에 해당하는 150만 쪽에 이르렀다. 법률 수수료와 각종 비용만 약 2천200만 달러(약 281억 원)가 들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같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빌럿에게 “당신 혼자서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을 상대하겠다고?”라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돈 많이 드는 소송 중단을 종용했다. 법률사무소 슈퍼펀드 전문 변호사로서 ‘파트너 변호사’(공동 CEO)로 선정될 만큼 잘 나갔던 빌럿은 듀폰과의 소송 과정에서 네 번이나 감봉당해 자녀들 학비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분위기도 녹록지 않았다. 19세기 중반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석유가 나왔고 가죽 공장, 조선소 등이 들어서면서 상업이 번성했다. 이때부터 이 지역 오피니언 리더 그룹은 웨스트버지니아를 친기업적인 환경으로 조성했다.
『슬로우 데스』 저자들은 “친기업적인 환경은 환경보호와 노동자 보호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말을 감추고 있는 정치적인 암호”라고 꼬집었다. 친기업적인 환경이란 다른 말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는 데 행정기관과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파커스버그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이다. 듀폰은 여기에 ‘워싱턴 워크’라는 대형 화학 공장을 세우면서 2천여 가구에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했다. 듀폰 이름이 붙은 공공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비슷한 규모의 간접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슬로우 데스』 저자들은 파커스버그가 이런 ‘듀폰터(Duponter, 듀폰 사람들)’에 의해 장악돼 있어서 공장의 미래를 위협하는 변호인과 일부 주민들을 반역자로 인식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