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은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이 집무 시간 중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또 향후 보고 시점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후 대통령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여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2017년 10월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주간 단위로 대통령 주요 일정을 사후공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 일정공개 캘린더
이러한 일정공개는 대통령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 정보공개포털의 메뉴가 개편되면서, 장관 등 주요 중앙행정기관장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일정을 공개하는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각 부처/기관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기관장 일정들을 링크하고 있어, 누구나 편하게 기관장들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포털의 일정공개 페이지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일정 공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주요 일정을 공개한다고는 하나, 어느 곳은 매일 매일 하루 일과표에 가까울 정도로 자세히 공개하고 있는 곳도 있고, 반대로 페이지만 만들어놓고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지난 2월 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라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신종 코로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여러 장관과 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의였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노석환 관세청장 등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 비상 사태'를 맞이하여 여러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인 회의인 만큼, 관련 언론 보도도 많았고, 오늘(2월 12일)까지 사나흘에 한번씩 같은 명목의 회의가 열렸을 정도로 중요한 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고 있을까요?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의 일정을 하나 하나 찾아봤습니다.
먼저 홍남기 경제부총리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입장인 만큼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2월 5일 일정공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는 홍남기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고위 당정협의회 일정은 올라와있지만, 정작 경제관계장관회의 일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 2월 주간일정
이재갑 노동부장관의 경우 5일 일정이 아예 아무것도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이재갑 노동부장관 일정공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5일 일정은 텅 비어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2월 일정 공개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은 이 날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2월 5일 일정
똑같은 회의에 참석한 다섯 명의 장관 중,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장관은 두 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부처별로 '주요 일정'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제대로 안하는 것도 아닐테구요. 그러나 장관급들이 대거 모이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일정을 공개하고, 누구는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정공개' 정책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일정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바쁘기로 유명한 박원순 서울시장이지만, 서울시 일정공개 페이지만 보면 한가하기 그지 없어보입니다. 지난 주인 2월 3일부터 2월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울시장 일정은 단 두 개에 불과합니다.
2월 4일, 서울시립대를 찾은 박원순 시장
지난 2월 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립대를 찾아 중국인 유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행보인데요, 서울시장은 당연직 서울시립대 이사장인 만큼 공적인 일정을 수행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협력을 건의하였고,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생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정작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2월 4일 일정
그러나 서울시장의 일정을 공개하는 소셜시장실에 2월 4일 일정을 확인해보면, 아무런 일정이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서울을 위한 구상 중"라는 문구만 덜렁 놓여있는데, 차라리 "일정이 아직 등록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적어놓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아예 일정공개 자체를 안하고 있는 도지사도 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입니다. 강원도청 홈페이지에는 분명 도지사 일정 캘린더가 마련되어 있지만, 몇년 째 아무런 일정도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메뉴만 만들어놓고, 버려진 셈입니다.
몇년 째 아무런 일정도 공개하고 있지 않은 강원도청 홈페이지
이렇게 대다수 고위 공직자들이 일정 공개를 게을리 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다행히도 모범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공직자 일정공개의 원 취지에 맞도록 제대로 공개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양승조 도지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요 일정 뿐 아니라 일상적인 보고나 접견 등의 일정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
양승조 도지사와 관련한 언론보도들과 대조해보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제공될 만한 일정 모두를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대로 공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월 4일 국무회의 참석, 천안아산 강소특구 현장조사, 현장간담회, 지원금 전달식, 5일 방역단 발대식,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관리회의, 6일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임용장 수여 등 기사로 보도된 크고 작은 동정들을 시간대별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죠.
2월 4일 일정표에 공개된 현장간담회
양승조 도지사는 최근 우한 교민들이 격리되어 있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현장 집무실을 마련하여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는데요, 일정공개 자료에서도 아산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 행정에 대한 불신도 사그러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뿐인 일정공개가 아니라, 정말로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관장 본인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공직자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 제대로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카운터펀치, 바이든 매파 내각 한반도에서 미국 군사주의 부활시키나 – 바이든 국방부 인수팀 1/3 매파적 성향 가능성 – 한미군사훈련 중단하고 싱가포르 선언 지지해야 – 북한도 미국의 강경책엔 핵억지력 강화로 대응 – 미국, 더 이상 한반도 위험 빠뜨려선 안돼 카운터펀치가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된 3월 8일, Biden’s Hawkish Cabinet Portends Renewed US Militarism in Northeast Asia(바이든의 매파 내각, 동북아시아 ...
4월 22일 지구의 날, 한국을 포함한 40개국 정상들이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기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일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기후 목표 증진’을 주제로 3분간 발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선언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UN IPCC [1.5℃ 특별보고서]가 권고한 수준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에 맞춰 ‘2030 탈석탄 로드맵’과 공적 금융기관들의 석탄 투자 철회 계획 또한 확약되어야 한다.
지난 10월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 중간 단계인 2030 감축목표부터 충분한 탄소 감축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선언 직후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NDC는 협약 사무국에서 퇴짜를 맞을 정도로 불충분한 감축 목표였다. 이에 정부도 대통령 임기 내에 NDC를 갱신할 것을 약속했으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0 감축 목표는 ‘2010년 대비 45% 감축’이라는 최소치가 이미 정해져있다. 1년이나 고민을 유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계획 확정이 늦어질수록 온실가스 감축 이행도 그만큼 늦어져 부담을 키울 뿐이다.
또한 ‘2030 온실가스 배출 절반’과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10년 이내에 석탄발전의 전면 퇴출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석탄발전을 감축하겠다고 주장하면서도, 신규 발전소 7기의 건설은 방치하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아무 대책 없이 신규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2020년대 중반에 모두 가동을 시작하게 놔둔다면 한국의 석탄발전 퇴출은 2054년에야 가능해질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 시점 이후에도 석탄발전소가 잔존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작년 국정감사에서 ‘붕앙2’, ‘자와9·10’ 등의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는 공적 금융기관들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이후로,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정부가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명백한 한계를 가지는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공적 금융기관들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국외를 통틀어 석탄 발전에 약 22조 원의 자금을 제공했다. 특히 정부 방침이 해외석탄에 대한 투자 중단에 한정된다면, 국민연금처럼 국내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약 10조 원을 투자한 기관들에 대한 제어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국내외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중단 선언은 ‘향후’에만 방점이 찍혀서는 안 된다. 이미 사양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석탄 산업에 향후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선언이 될 공산이 크다. 보다 실효적인 것은 이미 공적 금융기관들이 석탄발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 공적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금융 로드맵’ 수립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 기후정상회의를 앞둔 지금, 정부의 강력한 목표 제시와 이에 부합하는 실질적 이행계획을 촉구한다.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면서도 정작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턱없이 부족하고, 석탄발전소와 이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어떤 유효한 제재도 없다면, 정부의 어떤 선언도 공수표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더 이상 피상적인 기후 선언을 원하지 않는다.
4월 22일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해외 석탄 공적금융 지원 중단’과 ‘올 하반기 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상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기대할 수 없는 공허한 말들 뿐이었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미 진행된 해외석탄발전소의 ‘투자를 철회할 것’과 ‘온실가스 배출 절반’에 준하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약속했어야 한다.
이미 작년, 정부 각 부처와 한전이 향후 투자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대통령의 선언은 실상 새로울 것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와 같다. 게다가 이번 선언에는 현재 투자 중인 베트남 붕앙2, 인도네시아 자와9·10 등의 대형 해외 석탄발전 사업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국내 석탄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해 온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할 수 없는 것으로 그 한계가 명확하다.
대통령은 한편, 국내 건설 중인 7기의 신규 석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과감하게 석탄발전을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그린뉴딜로 감축하고자 하는 양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신규 석탄발전소 7기를 중단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 달성도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선언으로도 한국은 ‘세계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되었다.
‘연내 NDC 상향’ 선언 역시, 어떤 진전도 새로움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정부는 작년 12월 UN에 진전된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을 위반한 목표를 제출함으로써, NDC 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이에 비해 어제 정상회의에서 각국은 진전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은 2005년 대비 50%, 중국은 2005년 대비 60%, 일본은 2013년 대비 46%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EU 역시 1990년 대비 55% 이상의 감축을 선언했으며,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라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가 기후대응을 위해 속속 진보된 감축을 선언하는 이 때, 한국은 아직도 공허한 말잔치를 되풀이하며 감축을 후속 과제로 미루고만 있다.
결국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두 선언은 모두 새로울 것 없는 기존 선언의 되풀이일 뿐이며, 기후위기 대응에도 모자란 얄팍한 외침에 불과하다. 이번 선언은 현 정부에게 기후위기 대응이 조속히 논의되어야 할 ‘주요 과제’가 아닌, 언젠가 처리해야 할 ’후순위의 정책 과제‘ 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P4G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지금과 같은 그린워싱 선언들로는 결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번 5월 문재인-바이든 회담의 성공 여부는 한미 정상들이 현 정세의 심각성과 해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대통령은 서로에게 주문하고 기대하는 의제들을 충분히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종료 11개월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모든 자원과 대안을 활용하여 바이든 대통령의 귀와 가슴에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비핵화 정책을 입력해 줘야 한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담대하게 대북 적대시정책을 폐기하고 북한-중국-러시아 동맹의 결속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도록 보다 더욱 유연한 정책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하는 한국-미국-일본 군사동맹의 강화 요구를 정중하고 완곡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한미일 군사동맹을 한미일 평화외교동맹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맞받아 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평화·인권·경제외교 구상을 잘 가다듬고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과 그 측근들의 입장을 이해, 판단하여 미국인들이 지닌 편견과 오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며 그 평화대안과 친선·신뢰외교로의 선회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미·중간 격돌하는 강대국 국제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필요한 대결에서부터 시작될 파국을 회피해야 한다고 역설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 상정될 의제들은 대부분 이미 거론되어 있다. 말하자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중국포위정책과 인도-태평양 4개국(미국-일본-인도-호주) 다자협의기구, 미국의 대북정책, 반도체와 백신, 기후변화 및 인권외교 등 경제, 군사, 보건, 환경, 인권 등 매우 광범위하다. 이미 한미외교장관 및 한미일 외교장관, 한미 정보회담과 한미일 정보회담을 통해 이미 거론된 의제들이 반복될 것이다.
낡은 시대의 한미관계였다면 미국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한국측이 들어주면 될 사안들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측이 이거 들어 줄 터이니 한국은 고가의 신형무기를 사가라는 식의 회담장 분위기를 상상해 보라. 그러나 지금은 전면적이고 새로운 한미관계를 모색, 형성해 나가는 완전히 다른 회담구조를 갖추어 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한국 대통령이 앞서서 이런 의제를 다뤄야 한다고 선도할 수도 있고, 그런 의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뿌리칠 수도 있는 시점과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을 회담 시작부터 강력하게 선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10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인사를 단행하였다. 서훈 대통령실 안보실장, 정인용 외교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모두 대북 접촉 경험이 있고, 다른 어느 외교 관료보다도 민족 자주적 입장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인영 통일원장관과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어떻게 거론해야 할 것인가를 진언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다. 이들 5인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고 보고해야 할까?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일인사들이 7·4공동성언, 6·15평양공동선언, 4·27판문점공동선언, 9·19평양공동선언 등을 이행하기 위해 무슨 노력과 성과를 달성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툭하면 미국 탓을 하면서 고유하게 민족 내부의 문제 해결방식으로써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협력을 잘 해오지 못했는지 철저한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민족 내부의 문제 해결방식에 주목한다면 얼마든지 국제연합(UN) 이나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의 틀을 벗어나 타결이 가능한 접점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게 남북관계를 희망적으로 사고하는 인사들의 주문이다.
미국에 의해 가중되고 있는 한미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국회 비준 거부와 재협상,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주한미군지위에 관한 행정협정 개정, 무리한 규모의 군사비 지출을 강요하는 첨단 군사무기 도입 거부 등도 국익과 민족우선정책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회는 4대 남북공동선언의 핵심내용들을 모두 비준함으로써 조약과 같은 효력을 발생하도록 능동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상호협력체계 구축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분단과 냉전, 한국에서의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은 한 번도 실체로서의 국가,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대북 봉쇄정책을 지켜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는 대북 제재정책은 국제법과 국제인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장기간의 광범위한 미국의 대북제재는 국제인권규범에도 정면 반(反)하는 만행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무모하기 짝이 없는 대북제재가 미국 외교 관료들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금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다. 미국 강경파들이 노렸던 것처럼 만약 장기간의 광범위한 대북제재가 북한경제의 몰락에 결정적 효과가 있었다면 벌써 북한은 망하거나 항복(collapse and surrender)했어야 마땅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나기 매우 어렵다는 게 현실주의자들의 평가이다. 이제는 미국도 달라져야 한다. 그에 상응하여 북한도 달라져야만 무엇인가 얻을 수 있고, 더 이상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게 김정은 주석이 북한인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해군 중령 출신의 한 전문가는 2019년 이후 국내외에 퍼졌던 북미관계에 대한 근거가 없는 기대와 희망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가을 트럼프의 10월 깜짝쇼에 관한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북미관계에 그런 깜짝쇼는 있을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COVID-19, 경제위기, 인종갈등 등 대선 후유증 들 미국 국내문제 처리와 미중관계 대응에 모든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를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들 방식으로 원칙에 의거한 단계적 대북접근을 한다는 것인데 여기엔 북미 양국 어느 쪽도 먼저 양보하기 어려운 점들이 놓여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미중간 전략적 대결을 지속할 것이고 이것은 곧 북한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심화를 부르게 될 것이다. [김동엽 2020 (사)평화철도 특별강연<5/21한미정상회담과 우리의 자세-미국 가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일시 : 2021년 5월 16일(일요일) 06:30- 서울]
남북관계의 위기를 새로운 평화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
자 그렇다면 미국은 담대한 북한 적대시정책을 폐기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다. 첫째, 미국은 대북협상을 통해 무엇인가 주고받는 아담한 거래(some deal)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요청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의미가 깊은 김정은-트럼프 회담의 성과를 존중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조미회담의 성과를 서슴없이 인정한 바탕위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한 협상의 규칙들을 공유하고, 작은 거래(small deal)을 성공시킴으로써 상호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트럼프 대통령시기의 미국에 의한 대북제재를 즉시 폐기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라고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조미회담에서 트럼프는 큰 거래(big deal)을 하고 싶었고, 실무접촉을 통해 회담 전날까지 상당한 접근을 양자 사이에 할 수 있었으나 무거래(no deal)로 끝나고 말았다.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포기를 시사했고, 트럼프도 이를 수용할 것처럼 움직였으나 막판에 회담장에 나타난 볼튼 미대통령 안보보좌관의 방해와 견제, 제지로 인해 미국과 북한은 서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외교 실패를 당했다. 트럼프는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이런 결정적 패착을 함으로써 그는 정치적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고, 코앞에 까지 나타났던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이루어진 합의정신을 견지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매우 큰 평화와 공존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미국 대통령에 머리에 심어줘야 한다.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거론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포기 의사는 명백히 “미래의 북한핵”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북한의 미래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왜냐하면 바로 이 영변 시설에 수많은 핵실험시설과 장비, 인원들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북한을 4차례나 방문하여 이들 현장을 방문했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의 증언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해커 박사 “영변은 북핵의 심장…비핵화는 영변서 시작돼야. 연합뉴스 2019. 9. 19).
<그림 1>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방식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번영 로드맵. <출처김동엽 2021. 5. 16. 상기 발표자료>
이에 비해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잘해 나갈 것인지를 제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아보였다. 그러니 하노이회담직후 북한 협상팀은 화를 내는 듯한 기자회견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북한핵” 폐기 여부는 한반도 비핵화 못지않게 미국의 북한적대시정책 폐기와 북한체제 인정,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설치, 평화협정 및 북미 불가침선언 여부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 한국과 북한과 미국 사이에 매우 다양한 협상과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남북회담이나 조미회담과 병행 또는 선행하여 남·북·미·중 4자회담, 남·북·미·중·러·일 6자회담을 통해 양자회담의 불안정을 해소할 수 방향으로 선회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따.
둘째, 미국은 특사외교를 통해 교착 국면의 대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혀라.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하향식 대화방식을 시도하지 않고 상향식 대화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조만간 김정은과 직접 만나 회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어느 때라도 통화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을 지닌 인사를 특사로 기용하여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과 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는 못할 것이지만 바이든 대통령 실세 측근이 평양을 찾아온다면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특사의 접촉 결과에 따라 김정은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간의 양자회담 개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 결단을 내리고 담대한 평화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김정은 주석과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사이의 4자 종전선언 회담으로 나아간다면 이 역시 세기적 평화회담으로 열릴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이 4자 평화회담을 셰계평화의 섬인 제주도에서 개최한다면 더욱 유의미한 평화외교공간이 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일제 패망 직후 미국은 3년 동안 북위 38도 이남지역을 점령하고 지배했다. 이 3년 미군정 시기에 조용하고 단란하게 지내고 있었던 제주도민에게 엄청난 대살륙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전쟁의 기원』 연구로 유명한 부르스 커밍스는 수만 명의 희생된 이 대비극을 ‘제주학살’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확보한 여러 기록과 증거에 의하면 이 제주학살의 발생배경과 발발, 전개과정에 미군정이 직접 개입한 사실이 명백하고, 당시 미군 장교 역시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으며 진압작전을 지휘, 통제, 지원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47년 3월부터 7년 7개월 동안 끌었던 제주학살 피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유족에게 사과했다. 따라서 이 제주학살에 결정적 관련을 맺고 있다고 판단해 볼 때 이제라도 미국 연방정부 역시 응분의 상당한 행동을 취할 때가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거론하며 한미간 가치 동맹을 강조하였다. 이번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미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들먹이며 한국과 북한의 인권을 의제에 올릴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저하지 말고 미국과 미군정이 74년 전부터 제주도와 점령지역에서 한국인들에게 가해진 엄청나고 중대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고주말미주알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산층을 위한 경제 복원을 약속했고 이들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서민 대중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입안, 시행하고 있고, 이행기 정의 실현을 위해 나름대로 국가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미국 정부야말로 이제는 문명국가의 일원으로써 제주학살 피해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회담장에서 말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정부의 국가책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야 한다.
이제는 한국은 미국과 북한사이를 왕래하면서 해 왔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성찰, 성과와 한계, 문제점을 넘어 전략적 주도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2021. 5. 2.(수요토론회)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과 우리나라의 대응전략] 즉 한국은 조미협상에 촉매역할이나 중재역을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조미협상 과정을 조정하고 개입할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협상과정을 이끌어나감으로써 지난 날, 낡은 시대의 한미관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데 있다. 더 이상 영원한 한미군사동맹은 불가능해 졌다는 의지를 전달해 줘야 한다.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과 같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폐기와 북한 체제 인정을 동시에 행동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한반도로 날아 들어오는 미군 정찰기와 핵무장 전략자산의 군사 시위와 전시작전권 이양을 앞두고 되풀이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실시, 무리한 군사비 지출 등은 즉시 중단되거나 동결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 반공우익 보수진영 호전광들이 되풀이하듯이 북한만이 비핵화에 “모든 것을 다걸기”하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북한을 사지로 내몰겠다는 흡수통일론, 반평화, 반인권적 사고틀이라는 점을 지적해 두어야 한다.
태초에 말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정치지도자들은 말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생각하면서 민족과 국민을 위해 담대하게 행동할 때이다. 남북은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만나 전쟁이 끝났다라고 종전선언을 단행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런 남북의 종전선언을 존중하고, 지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분쟁에 미국과 중국이 불필요하게 개입했던 일은 이제 잘잘못을 떠나 역사에서나 현실에서나 종료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간절한 사연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언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이 보다 평화로운 관계의 친선외교의 단계로 비약해 나가야 한다. 이번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민족사의 진운이 걸려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은 이 점에 주목하여 회담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데 매진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사면·가석방론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오찬간담회에서 재벌총수들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듯 한 답변을 한 것에 이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나와야 투자도 될 수 있다”며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당 대표가 말한 것이 그 자체로 의미있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국정농단의 주범이자 뇌물·횡령 범죄로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가석방을 언급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부담을 덜기 위해 가석방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집권했음을 기억해 스스로 그 정당성을 부정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또한 온갖 반칙과 불법으로 경영권 세습을 완성하려 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가석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 역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뇌물·횡령죄 사면 제한하겠다는 대통령공약, 스스로 어길 것인가
재벌총수가 중대한 경제범죄로 형을 살고 있을 때마다 경제살리기, 투자활성화를 구실로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 양형강화 및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지난 부패와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재계와 보수언론 등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여론몰이에 못 이긴 척, 투자를 대가로 한 정치적 사면·가석방을 단행한다면 이는 과거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귀결될 따름이다. 거대기업의 주요 결정을 독단적으로 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인 사법 특혜를 제공하는 일은 결국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가 곧 기업활동의 정상화와 투자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대한민국 최고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혈통에 의거해 기업지배력을 세습받은 재벌 3세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에 다름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단 1.44%의 지분으로 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현 삼성전자의 전근대적 지배구조는 한국 경제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왜곡된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는 커녕 국가경제를 위해 그를 특별히 풀어주어야만 한다는 발상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형이 집행된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2021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고 직접 밝혔 듯 재벌 오너 역할론은 그 실체마저 모호하다. 이 모호한 실체, 재벌 신화에 편승해 대한민국의 사법 질서의 근간과 국기를 다시 뒤흔드는 일이 다시 반복되어선 안된다.
가석방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아, 송영길·박범계 발언 철회해야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언급했듯이 가석방 제도는 수형자가 장기간 복역으로 인해 사회적 재기의 의욕을 잃고 향후 다시 반사회적으로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대상자의 안정적인 사회복귀와 재범방지가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 역시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사회통합과 법 적용의 경직성 시정 등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서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가 이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되묻는다.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논리에만 매몰돼 사면·가석방 제도의 본질 자체를 호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재용 부회장이 큰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요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반칙과 불법으로부터 면죄부를 받게 된다면 과연 어느 기업인이 법을 지켜가며 합리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겠는가. 이는 사면과 가석방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사회통합보다는 갈등과 불신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투자활성화 구실 예외적 사법 특혜는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
해묵은 경제위기론과 총수역할론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현실 정치가 정무적·정책적 곤란에 처할 때마다, 돈과 자본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총수에게 법적 특혜가 제공되었고 총수가 이에 투자 등으로 화답하면서 재벌의 영향력이 강화되어 왔다. 그 결과가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도 이재용 부회장은 법무부의 취업제한 대상 통보에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해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또 다른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가석방해야 할 근거는 그 어느 곳에도 없다. 현 정부와 여당은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가석방된다면 또 하나의 재벌특혜 사건으로,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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