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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국책사업감시단의 직접시공제 탐방기, 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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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국책사업감시단의 직접시공제 탐방기, GS건설

admin | 화, 2020/02/04- 19:56

[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시사포커스(5)]

국책사업감시단의 직접시공제 탐방기, GS건설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2019년 12월 5일.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몇 년 전부터 직접시공을 시행 중이라는 GS건설을 방문했다. 초겨울 날씨인지라 도시 건물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다. 하지만 건설대기업에서의 직접시공 사례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은 상쾌했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우리나라 건설산업 경쟁력 향상 방안으로 직접시공 활성화를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원도급 건설사의 직접시공은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뷰는 GS건설 본사가 있는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4층에서 진행됐다. GS건설 측에서는 인프라국내CM팀 김종찬 부장, 이승규 차장 그리고 홍보팀 김창태 부장이 인터뷰를 위해 나왔다. 인터뷰는 경실련이 질문을 하면, GS건설의 직접시공 시스템을 설계한 김종찬 부장이 주로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실련(이하 ‘경’) ● 하도급 없이 직접시공해서 적기준공 등 매우 의미 있는 사례를 알게 됐다. GS건설 실무팀을 직접 만나서 얘기 듣고 싶었다.

GS건설 ● 반갑다. 궁금한 내용은 솔직담백하게 답해 드리겠다.

경 ● 현장에서는 직접시공을 직영이라고 하던데, 직영 개념이 뭔가?

GS건설 ● 현장에서는 직접시공보다는 직영이라는 말로 편하게 쓴다. 직영은 말 그대로 하도급하지 않고, 원도급업체가 인부고용, 장비수배, 자재구입 등 공사관련 업무를 모두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경 ● 경실련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주요 문제가 하도급고착화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을 직접시공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세울만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건설대기업인 GS건설의 직접시공 사례를 접하게 됐다. 직접시공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GS건설 ● 계속 설명하겠지만, 우리에게 ‘직접시공은 생존의 문제’였다. 직접시공에 대한 고민은 2011년경 시작됐다. 2011~12년 사이에 같이 일했던 하도급업체가 계속해서 부도났다. 2011년에 원도급사도 기업회생(구 법정관리) 신청을 많이 했고, 협력업체도 엄청나게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2012년부터는 기업회생 신청 후 파산되는 사례로 번져갔다. 대형 전문건설업체가 다 넘어졌다. 그 과정에서 GS건설의 직접시공시스템이 태동됐다.

어떤 업체는 한 현장의 미불(미지급) 어음이 40억 이상이었고, 두 개 현장 합쳐서 96억까지 미불이 있었다. 우리는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했지만, 그 돈들이 아래로 보내지지 않았던 것이다. 미불을 해결해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이중변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스란히 적자가 됐다. 발주처와의 계약은 진행돼야 하고, 어떻게든 계약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 ● 하도급업체 부도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GS건설 ● 협력업체가 부도가 나면 공사가 3~4개월 중단된다. 당시엔 외주 하도급시스템이기 때문에 잔여 예산을 가지고 하도급업체를 다시 선정해야 하므로, 공기(공사기간)는 한없이 늦어졌다. 어렵게 재계약한 하도급업체가 다시 부도나버리면 그땐 방법이 없다. 비용도 2~3배 정도 늘어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공사비는 30억 남아있는데 공사를 끝내려면 90억 가량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당시 토목현장의 90%가 그렇게 됐다.

경 ● 당시 GS건설의 원가율은 어느 정도였나?

GS건설 ● 발주방식별 낙찰률에 따라 다르다. 당시 원가율이 안 좋은 현장은 수서-평택(SRT) 9공구가 134%, 서울지하철 917공구 124%, 인천 지하철 2공구 108% 정도였다. 평균 114% 정도 초과였다. 모두 협력업체가 부도난 현장이었다.

경 ● 손실의 주원인을 공기지연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나?

GS건설 ● 업체 부도에 따른 공기지연이 컸다. 여기에다 공공발주 사업은 예산이 제때 나오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아울러 우리 잘못 없이 발생한 설계변경에 대해 제값을 못 받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

경 ● 최근의 직접시공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GS건설 ● 2018년의 경우 20개 토목현장 중 16개 현장을 순수 직영으로 수행했다. 건축 분야나 기계설비 공사 빼고는 다 직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조경공사도 직영으로 했다.

경 ● 최근 직접시공 사례 하나를 설명해 달라.

GS건설 ● 경기도가 발주한 하남선 3공구 지하철공사가 기사에 난 경우다. 100% 직영이다. 그라우팅(지반보강공사) 같은 특허공사를 제외하고는 토공사 및 가시설, 콘크리트 타설, 터널공사를 모두 직접시공했다.

2014년도에 이 공사를 수주하고 여러 생각을 했다. 모든 지하철 현장에서 이윤을 못 챙기는데 뭐가 문제인지 미래가 안 보였다. 우리가 실력이 없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 한번 잘 해보고 싶었다. 현장을 설득해서 직영으로 끌고 갔다. 공사 초기에는 현장소장이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소장도 이전 현장에 있을 때 하도급업체가 다 부도나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직영에 동참했다.

지금은 직접시공 전도사가 됐다. 인프라국내CM팀 역시 매주 현장에 가서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정말로 최선을 다해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직접시공은 하도급업체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 주었다. 발주처에게도 계약 공사기간을 지켜주니, 계약상대자로서 우리 요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경 ● 건설업체는 영리법인이다. 직접시공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윤을 얻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려울 것인데, 실행원가율은 어느 정도 되는가?

GS건설 초기인 2015년~2016년은 협력업체 부도 및 타절에 따른 직영수행으로 원가율이 좋지 않았으나, 2017년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여 직영 현장이 원가율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표> 참조).

경 ● 직접시공은 의지만으로 어려울 것인데, GS건설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GS건설 ● 우리 회사가 직접시공을 할 때는 유능한 직영팀장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2011~2012년 수습 단계를 지나서 2014년도에 본격적으로 직접시공제 시스템 설계에 들어갔다. 일 잘하는 직영팀장을 공종별로 공모를 받아 직영팀장 풀(Pool)을 만들었다. 팀장 대부분은 협력업체 소장, 임원 또는 직접시공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우리의 컨셉은 ‘사람’이다. 일을 해보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고 사람을 대하는지 안다. 그런 사람들과 신뢰를 갖고 일을 하자는 컨셉을 잡았다. 직영팀장들은 전문건설업체 출신들로 그 분야에서만 20~30년 일했고, 누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신뢰가 없는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 덕망을 쌓은 사람들이다.

경 ● 사람’이 컨셉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GS건설은 건설노동자와 어떻게 근로계약을 체결하나?

GS건설 ●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100% 직영하므로,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걸 우리 회사 이름으로 책임진다. 그렇게 해야 직영이라 할 수 있다. 건설근로자와 직접계약하지 않았다면 기사도 못 나갔을 것이다. 일용직이지만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니 퇴직금, 주휴수당, 월차 등도 다 보장된다. 여담이지만 임금은 ‘일당’이 아닌 ‘시급’ 개념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급으로 해야 근로기준법에 맞는 임금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 ● 건설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GS건설 ● 모든 임금과 대금을 정해진 날짜에 한 번도 끊기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하므로 다들 좋아한다. 기능공 분들은 GS건설의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쓰고 작업하기 때문에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숙소에 많은 신경을 쓴다. 모든 숙소가 2인 이하로 구성됐고,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했다. 더운 여름에 일을 잘하려면 그 전날 잠을 잘 자야 한다. 그래야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다.

직영팀장 중에 3년 반 정도 같이 일한 분이 있다. 계속 우리와 일하는 걸 선호하지만 지금은 일이 없어 다른 현장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정규직 또는 상용직 채용을 하고 싶지만, 공공공사 수주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그렇다. (웃으며) 가능하지 않겠지만, 정부에서 직접시공 우수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준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경 ● 일용직은 작업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임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당직은 52시간 적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GS건설은 어떠한가?

GS건설 ● 최근 52시간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근로시간은 시급을 높여서 총 임금이 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300인 미만 기업이 많아서 법이 늦게 적용되지만, 우리는 52시간 적용 회사이고 근로자들도 우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52시간을 준수한다.

요즘은 일당이 좀 올라서 기능공들도 주말에 쉬기를 원한다. 일요일에는 거의 안 나온다. 건설현장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도 만만찮다. 그래서 52시간 적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건설인들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원도급업체 직원도 아침 7시에 조회 및 체조를 해야 하고, 매일 같이 야근한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나.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건설인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특히 공공공사는 국민 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경 ● 지금까지 직접시공 사례 및 사람중심의 철학에 대해서 감명 깊게 들었다. 건설현장의 4대 관리대상은 안전, 품질, 공기 및 원가라고 하는데, 안전과 품질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GS건설 ●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안전시설물 설치도 직영팀에서 한다. 먼저 안전시설물 설치한 뒤에 구조물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하니 직영팀장은 일이 빨라지고 품질이 좋아진다고 얘기한다. 최근 3년 동안 직영으로 수행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없다가, 안타깝게도 2019년에 사망사고 1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아직 자료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직영현장의 산재사고 발생이 하도급한 현장과 비교하여 현저히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사고건수로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직영현장에서는 안전사고를 바로 인지해서 모두 산재신고를 하는데, 하도급 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의 미보고 및 자체 공상처리로 산재신고되지 않는 안전사고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GS건설 직영현장의 실제 안전사고 건수는 대폭 감소하였다고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품질도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도급한 공사에 대해서는 하자발생시 하도급업체와 하자원인을 두고서 실랑이를 벌여야 하지만, 직영시스템은 하자가 나면 100% 우리 책임이다. 목적물을 제대로 못 만들면 우리가 다시 공사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쓴다.

경 ● 공사기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GS건설 ● 앞에서 말한 하남선 3공구는 계획단계부터 직영방식을 적용한 첫 현장이다. 고난도의 지하철공사임에도 옆 공구보다 1년 먼저 완공했다. 매월 격주 휴무를 했는데도 충분히 공기를 완수한 것이다. 경기도가 처음으로 지하철 공사하면서 3공구 사례에 상당히 만족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현재 당사 직원 2명만 남아서 시운전하고 있다. 참고로 하남선 1공구는 서울시 발주구간이고 2,3공구 경기도 발주구간이다. 옆 공구는 협력업체가 2번 부도가 나서 공사가 늦어졌다.

경 ● 경실련은 대형공사장에서의 직접시공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에 대한 실증적 사례를 보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관련 당사자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먼저 가장 가까운 GS건설 직원들의 평가는 어떤가?

GS건설 ● 팀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업무량이 많아졌다. 자재관리도 직접 해야 하고, 시공상세도(shop drawing)도 직접 그려야 한다. 당연히 현장시공에도 더 많이 관여해야 한다. 예전에는 모두 하도급업체가 했던 부분이다. 업무량이 늘어났지만 그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이 디테일해졌다. 일명 엑셀맨이 아니라 진짜 엔지니어가 된 것이다. 초기에는 어려워했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만족하고 좋아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민자사업 현장에서도 직접 시공하겠다는 소장님들이 나오고 있다.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응집력 있게 일할 수밖에 없다. 야근한다고 현장에 남을 수 없다. 시간 내에 계획성 있게 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진다. 쉬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까 건설노동자 역시 효율이 높아지고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 ● 혹시 직접시공으로 협력업체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은 없는가?

GS건설 ● 예전에 같이 일했던 협력업체 대부분이 부도났기 때문에 그런 불만이 생길 수 없다. 그 이전에 우리가 상생해야 할 대상이 누군가 생각해봤다. 현장근로자, 장비업자, 자재업자들이다. 물론 새롭게 협력업체로 들어오고 싶은 전문건설업체가 있겠지만, 하도급업체 부도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직영시스템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경 ● 좋은 말씀 잘 들었다. 향후 계획을 듣고 싶은데, 공공 토목현장 말고 건축현장 등으로 직접시공을 확대 시행할 계획은 있는가?

GS건설 ● 토목현장은 전부 직영시스템으로 시행하고 있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공사는 우리팀 소관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한다. 토목현장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토목현장의 직영시스템 운영현장도 많은 이윤을 남기는 건 아니다. 공사기간을 지키는 정도다. 악화되는 걸 방지하는 정도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앞으로도 많다.

경 ● 잘 알겠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GS건설 ● 직접시공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업체들의 방문을 받았다. 하지만 직접시공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강한 추진체가 있어서 그나마 가능했다. 사장님, 본부장님, 상무님 그리고 우리 인프라국내CM팀이 한 몸이 되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건설회사의 기술력이 무엇이겠나? 우리는 생존의 문제로서 고민과 철학이 확고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가능했다. 결과만 아니라 그간의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 ● GS건설의 직접시공 사례는 대기업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다. 아시겠지만 경실련은 직접시공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지?

GS건설 ● 현실적인 사안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말한다면, 동절기 등 현장작업 단절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 제도 신설 및 지원이 되었으면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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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신이란 말을 아십니까?

한유림 경희대 프랑스어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가지를 포기한 세대), N포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그리고 청년실신(‘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로 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의 신조어), 이 단어들이 어떤 이들을 지칭하는 것일까? 바로 우리나라 청년들이다.

2017년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3%를 기록했아.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소위 니트족이라 불리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이들까지 합하면 청년 실업률은 30%를 상회한다. 계속되는 취업난과 대학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자금 대출 급증으로 인해 막대한 빚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30세 미만 청년부채 증가율은 41.9%로 급증했다. 취업 전부터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큰 폭으로 인상됐다고 하는 7,530원의 최저임금으로는 여전히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 임상실험, 막노동, 보이스피싱과 같은 단기간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슬픈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대출금 연체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대부업체까지 이용하게 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에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취업 후 상환학자금제도’(일정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를 출시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청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청년들이 부채를 지지 않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등록금이 가장 큰 원인이기에 등록금 인하대책이나 등록금 부담 감소대책 등을 마련해 청년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생활을 하며, 미래를 꿈 꿀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부채 상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상환부담을 덜어주는 대책, 대출금 상환기간연장 대책을 통해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금융정보를 제공해 부채와 신용을 관리하는 시스템,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는 청년들의 경우 대출이자나 원금 감면대책, 부채로 인해 파산한 청년들의 경우 재기를 위한 학자금대출 면책대책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언사도 구호에만 그친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등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조속히 부채로 신음하는 청년들에 대한 구제에 나서야 한다.

목, 2018/05/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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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40%가 전과 경력자라고?

김소엽 경북대 응용생물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오는 6월 13일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진행되었다. 현재 선거 관련 법률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는 형 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입후보가 가능하다.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후보자들은 후보자 등록 완료 후 후보자 인적사항과 병역사항신고서, 세금 납부·체납 상황, 전과기록에 관한 증명서류 등을 공개하는 것 외에 후보 출마에는 전과기록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2014년에 진행된 제6회 지방선거에서 출마자 8,994 중 39.8%인 3579명이 전과기록이 있었다. 지난 달 시민단체 경실련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서 이번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도 지난 선거 못지않은 높은 전과경력이 나타났다. 예비 후보자로 등록된 총 6,581명 중 약 40%인 2,663명이 전과기록을 가지며 평균 1.6건의 전과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이 28.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집시법·국가보안법, 폭행·상해·추행, 도로교통법 등이 다음을 이뤘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벌금 전과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도덕적·능력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준법정신이 미흡한 후보자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전과기록이 있다고 무작정 그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과경력자의 피선거권을 무조건 박탈하는 것 또한 역차별로 볼 소지가 있다. 또한 전과 기록이 있는 후보자들 중 민주화에 투신하는 과정에서 남은 전과기록의 경우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의 전과 경력은 시민들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철저한 검증자세와 판단이다. 하지만 이런 유권자들의 막대한 책임에 비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선거와 정치에 대한 교육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청년들은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갈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낮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 진행된 제6회 지방선거에서 20대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권이 없는 학생 때부터 투표는 나의 삶을 위한 필수적인 정치과정이라는 인식을 보편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선거 후보를 바라보는 올바른 판단기준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제대로 된 후보자가 선택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금, 2018/05/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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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미래는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가

곽세인 단국대 경제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청년(靑年)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청년들에게 삼포세대, 흙수저, 이생망과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구직난을 겪고 있으며, 등록금 부담으로 휴학을 하며 등록금을 마련하거나,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노동 착취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이 꿈을 꾸거나 자기 개발에 힘을 쏟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물론 청년들이 시간을 쏟고 있는 모든 행동들이 다 무용하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노력들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고, 미래를 위한 좋은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은 과연 청년들에게만 지워야만 하는 짐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청년들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 방법은 ‘청년 정책’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과거의 청년 정책이라고 하면 일자리 정책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2018년에 들어오면서 일자리 정책만이 아니라 주거 및 복지, 노동 권리 증진, 부채 문제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청년 정책으로 다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청년일자리 정책은 직업 훈련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기업에 청년 구직 촉진 수당이나 추가 고용 장려금을 지원한다. 더불어 대학생 학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학자금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향후 5년까지 대학 입학금을 단계적 폐지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로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추경’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함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자 추경에 나섰다. 하지만 국회는 추경의 통과는커녕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청년들의 생존의 문제가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설령 청년 일자리 추경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국회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추경을 포함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정부의 정책이 근시안적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수천만원의 목돈을 만들어 주겠다는 정책을 자세히 보면 단기적 처방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청년들이 더욱 안정적 일자리에만 눈을 돌리게 만드며, 공무원에만 눈을 돌리게 만든다. 공무원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정부도 공무원 증원 등의 땜질식 대책이 아닌 일자리 문제에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 구조 해소, 지역·직종별 임금 격차 해소, 노동 여건 개선 등 구조적 해결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문제는 청년 세대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를 책임질 핵심으로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자 공동의 문제이다. 정부는 청년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올바른 정책으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

수, 2018/05/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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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이슈리포트1]

정치개혁을 위한 첫 걸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조진만 정치개혁위원장/덕성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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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주의는 단기간에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 힘은 정치권력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때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저항으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민주국가들 중에서 정치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이 한국만큼 큰 나라도 드물다. 개인적으로 한국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정치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열정이 없고 무관심하다면 불만을 표출할 이유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시민들은 한국정치에 대하여 불만을 힘들게, 그리고 끊임없이 제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금부터 얘기해보고자 한다. 용어도 익숙하지 않고, 그 선거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떠한 효과를 이끄는지 잘 몰라도 된다. 그저 앞으로 질문하는 내용에 대하여 스무고개 문제를 풀듯이 자신의 입장을 예, 아니오의 차원에서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선거제도 개혁은 필요한가?

첫 번째 질문은 한국정치에 대한 만족 여부이다. 한국정치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이 질문에 예라고 자신 있게 응답할 수 있는 시민의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다. 아니오 라고 응답한 시민은 한국정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를 희망할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선거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민주국가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들이 시민들을 대변하는 대의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선거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하면 어떠한 답변이 돌아올까?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이 대표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선거의 결과가 선생님의 의견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고, 이렇게 선출된 국회의원은 재선을 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므로 이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국회의원이 대표자로서 시민들의 의사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 변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선거와 정당체계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다. 선거제도는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게임의 규칙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선거제도를 채택하는가에 따라 정당이 얼마만큼의 의석을 차지하는지가 달라진다. 앞의 두 질문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그 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면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지할만한 정당이 없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을 경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좋아하는 정당이 있습니까?” “국회의원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정당한 의석을 확보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국정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대 정당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만족하십니까?” 이 질문들에 대하여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에 큰 관심을 보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떠한 선거제도를 채택할 것인가?

앞에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수록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떠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이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는 유권자에게 지역구 후보자에 1표, 그리고 정당에 1표를 찍을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지역구 차원에서는 유권자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 그리고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한 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집계하여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정한다. 전체 국회의원은 300명인데 지역구 차원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은 253명(84.3%)이고, 정당투표를 통하여 선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47명(15.7%)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이어가 보자. 네 번째 질문은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에 만족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계속 1등 후보만 지지한 유권자들은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1등 후보는 빈번하게 뒤바뀐다. 뿐만 아니라 1등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등만 뽑는 선거결과에 대하여 불만을 갖는 유권자들은 많이 존재할 것이다. 특히 1등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적은 군소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경우 그 불만이 더욱 클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군소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경우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를 하면 선거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죽은 표(死票)’를 던지는 꼴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할 경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거대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그래서 1등만 뽑는 선거에서 군소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전략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선의 거대정당에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제도 하에서는 거대정당 중심의 양당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 번째 질문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1등만 선출하는 지역구 선거로 뽑는 것이 바람직한가?”이다. 앞의 네 번째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유권자라면 다섯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떠한가? 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지역구에서 뽑지 않고, 전국 차원이든 권역별로든 정당투표의 결과에 따라 각 정당에게 비례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앞의 질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마지막 질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현행 선거제도를 비례적인 선거제도로 변경을 하면 된다. 비례적인 선거제도의 종류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 어떤 선거제도를 채택하든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 지역구 차원에서 1등만 뽑는 선거가 갖는 지역대표성의 장점이다. 전국을 지역구로 나누어 국회의원을 선출할 경우 각 지역구마다 유권자는 확실한 대표자를 갖게 된다. 그런데 전국적인 수준에서 100명의 국회의원을 한 번에 비례적인 방식으로 뽑는다면, 아니면 100명의 국회의원을 각각 50명씩 두 지역으로 나누어 비례적인 방식으로 뽑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유권자가 개인적으로든 지역적으로든 민원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경우 수많은 국회의원들 중에서 어느 국회의원에게 이 문제를 부탁할 것인가의 문제가 다소 모호해진다. 유권자 수가 적거나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 거주한다면 더더욱 국회의원들이 그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반응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제도가 문제점도 많지만 이와 같이 지역대표성에 있어서는 확실한 장점을 갖는다.

여섯 번째 질문은 다섯 번째 질문에서 제기한 문제를 종합한 것으로 구성된다. 지역구에서 1등만 뽑는 선거의 지역대표성의 장점과 유권자들의 선호가 그대로 선거결과에 반영되는 비례성의 장점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존재한다면 채택할 것인가?” 일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주장에 동의한다면 최근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과 선거제도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고, 그 해결책으로서 여섯 번째의 질문에 동의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더라도 현행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1표씩을 행사한다. 실제로 외형적으로는 현행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가 각각 분리적으로 당선자를 결정하고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의 결과가 연계적으로 고려되면서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된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비례적인 방식으로 의석이 배분되어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정당투표의 결과로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이 결정된다. 쉽게 얘기하자면 지역주의의 영향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정당투표의 의석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배분받게 됨으로써 정당투표 득표율에 비례한 전체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놓고 보면 정치개혁을 위해서 선거제도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른 선거제도와 비교하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와 관련하여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그것은 국회의원 수와 관련된 문제이다.

일곱 번째 질문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동의하겠는가?”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의 전체 의석이 정당투표의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초과의석이나 조정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초과의석은 정당투표의 득표율보다 상회하는 지역구 당선자를 낸 정당들이 존재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정당투표 득표율상 전체 10석의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된 12명 중 2명을 낙선시킬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2명의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다른 정당들도 그 초과의석 분을 고려하여 전체 의석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조정의석이다. 그래서 당초 정해져 있는 국회의원 수보다 많은 국회의원이 당선된다.

한국의 경우 정치에 대한 불신,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에 이 질문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면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나쁜 점이 아니다. 한국은 다른 민주국가들과 비교하여 국회의원 일 인당 대표해야 하는 유권자의 수가 상당히 많은 국가이다. 경제 수준이나 공무원 규모 등과 관련한 다른 지표들을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지극히 적은 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자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수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비율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의석의 절반씩을 할당하지만 한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이 15.7%에 불과하다. 또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제 제기와 비판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를 얼마나 늘릴 것인지,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공천과 순위 결정 등에 있어서 얼마나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가를 보여줄지 등은 여전히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정치개혁 도모라는 큰 틀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핵심적으로 걸려 있는 영역이지만 시민과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들의 영역으로 남겨 주고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선거에서 선택을 하면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된다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호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 거대정당들에 대한 시민들이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당제가 형성될 것이다. 다당제 하에서는 부득이하게 정당들 간의 연합이나 협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당제가 대통령제와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험을 놓고 보면 양당제든 다당제든 국회와 대통령 간의 관계가 대등하지도 않고 협력적이지도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다당제-협치”라는 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진다면 대통령제와의 조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개헌 문제와 관련하여 말로만의 논의 이상의 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정치학자들이 선거제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선거제도의 변경이 개헌의 절차보다 쉽지만 그 효과는 개헌에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개혁의 첫 단추가 선거제도의 개혁으로부터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 2019/01/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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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시대의 과제, 재벌과 고장낸 투기근절제도 개혁

윤순철 사무총장

 

‘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으로 민주복지사회’ ‘부동산 투기 뿌리 뽑아 주거안정’

1989년 11월 4일 정동문화체육관에 내걸린 <경실련 창립총회 및 제2차 토지공개념 강화입법과 주택문제 해결 촉구 시민대회>에 내걸린 구호입니다. ‘경실련’의 원래 이름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데 이 긴 이름은 경실련 준비모임에서 오랜 논쟁 끝에 채택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동산 투기와 싸우는 시민의 모임’의 제안이 있었으나 부동산 투기는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일 뿐이지 근본적인 목표로서는 너무 협소하여 ‘경제정의’가 운동의 목표로 채택되었고 이를 이름으로 걸었습니다. 경제정의는 당시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경제 불의였고, 경제분야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포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로 정치적 문제를 다루던 사회단체와는 다른 영역에서 운동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었고, 실사구시 원칙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여 대안을 만들고 제시한다는 새로운 사회운동 방식의 적용, 그리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지켜가면서 불평등구조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 부합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경실련은 경제 불의 중 시급한 해결과제로 땅과 집의 정의로움 실현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1989년 7월 8일 서울YWCA 강당에서 열린 발기인대회 선언문에서 “인위적으로 생산될 수 없는 국토는 모든 국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생산과 생활에만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토지소유의 극심한 편중과 투기화, 그로 인한 지가의 폭등은 국민생활의 근거인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극도로 곤란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폭등 및 노사분규의 격화, 거대한 투기소득의 발생 등을 초래함으로써 현재 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과 부정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리사회의 문제를 진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천과제로 “1) 모든 국민은 빈곤에서 탈피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2) 비생산적인 불로소득은 소멸되어야 한다. 3) 자기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기회균등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4) 정부는 시장경제의 결함을 시정할 의무가 있다. 5) 진정한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은 철저히 척결되어야 한다. 6) 토지는 생산과 생활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재산증식 수단으로 보유되어서는 안 된다.”를 제시하였습니다. 초대 공동대표를 맡으신 변형윤, 황인철, 이효재, 송월주님의 지휘로 재벌 개혁, 재벌과 정권의 유착 근절, 토지공개념 조기 입법화, 부동산 과세표준 현실화, 국공유지 확대, 영구임대주택 확대, 임대료 인상 규제, 한국은행 독립, 금융실명제 실시를 정책 대안으로 내놓으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정책 개혁운동은 시민들과 현장에서 이뤄졌는데, 서초동 검찰청사 앞 꽃마을에서 철거민들과 성탄절 촛불예배를, 재벌과 자산가 5%의 로비에 맞서 95% 시민의 역로비를 선언하고 의정감시단을 국회에 보내 지연되는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도입을 촉구하고, 폭등하는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두 달에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17명의 세입자를 위해 합동추모제 열고 위패를 들고 가두행진을 하며,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실태 공개와 재벌에 대한 감사 중단 압력을 폭로한 시대의 양심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의 석방 운동 등 다양한 현장이 개혁의 공간이었습니다.

올해는 경실련 창립 30년입니다. 경실련은 경제정의와 사회정의가 실현될수록 역사에서 사라져야할 소명입니다. 어느 단체이든 20년, 30년을 기념하고 성과를 자축합니다. 그러나 경실련은 부끄럽습니다. 경실련의 회원, 전문가, 자원봉사자, 상근활동가들은 나름 헌신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만 30년 전 목소리 높여 외쳤던 경제 불의 해소는 더 심화되었습니다.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는 각계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들을 관철시키고 있고,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빈곤과 양극화는 더 커졌으며, 기업들의 창의력과 투자의욕을 소멸시킴은 물론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자들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만드는 투기와 불로소득의 비윤리적 자산 축적이 만연합니다. 2018년 기준, 0.3% 재벌대기업은 매출액의 48%,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하였습니다. 번창한 재벌대기업의 친족들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골목 빵집과 커피집까지 장악하였습니다. 최근 10년, 재벌대기업들은 10억 평(8억 평→18억 평)의 토지 사재기를 통해 약 1500조원의 자산을 늘렸습니다. 다주택자 상위1%(14만 명)은 2배 이상(3.2채→6.7채)의 주택을 늘렸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컵라면을 먹으면서 지옥같은 노동현장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현실이 엄중함에도 촛불정신을 실현한다는 정부는 재벌의 터럭 한끝조차 손대지 못하고, 고의로 고장 낸 부동산 투기근절제도의 정상화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초심을 돌아가,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혁신 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경제생태계를 구축하고,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의 탈세를 근절하는 문제에 전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정부의 개혁 정책을 이끌며 시민들의 개혁 소리를 힘차게 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함께 해 주십시오.

월, 2019/01/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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