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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를 공익데이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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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를 공익데이터로

admin | 월, 2019/12/30- 22:44

박지환 변호사 (정보공개센터 운영위원)

프랑스에는 색다른 데이터가 존재한다. 바로 공익데이터다. 2016년 제정된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디지털공화국법)에 정의된 공익데이터는 민간에서 나온 데이터이지만 공공정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개와 공시가 정당화되는 데이터를 말한다. 이번 글에서는 민간과 공공의 이분법을 넘어 공익 목적으로 누구나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데이터를 공익데이터라 칭하겠다.

공익데이터 활용 사례로는, 맛집 평가 플랫폼인 옐프(Yelp) 알고리즘 사례가 있다. 옐프에 이용자들이 올린 평가 데이터를 분석해 보건위생 위해요소가 있는 상점을 사전에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보건당국이 해당 상점에 대해 선제 조사 또는 조치를 해서 보건행정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언론보도도 뒤따랐다. 이처럼 공익데이터로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활동을 이른바 ‘데이터 포 굿’(Data for good)으로 분류한다.

데이터 포 굿이 활성화되려면 시민이 데이터를 읽고, 데이터에 기반해 사고하며, 더 나아가 데이터에 기반해 행정과 정치에 참여하는 기제가 완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문해력, 즉 데이터 리터러시다. 필자는 시민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중심으로 오픈 데이터랩 프로젝트를 통한 시민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 관련 내용은 dataforgood.kr 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내가 생각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시민 데이터 리터러시는 단순한 의견수렴이 아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민참여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에서 심야버스인 올빼미버스 노선 결정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과정에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논평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제분석위원회에서 디지털공화국법의 성과로 공공의 결정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앞에서 소개한 옐프 사례에선 드리븐데이터(drivendata.org)라는 데이터 중간지원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 드리븐데이터는 알고리즘 경진대회를 주관하고, 옐프사의 데이터와 보건당국 그리고 데이터과학자를 연결하는 일을 했다. 오픈 데이터랩 프로젝트도 이처럼 여러 이해당사자 간 가교 구실을 하는 데이터 중간지원조직을 지향한다.


최근 서울디지털재단과 함께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 협업을 하면서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데이터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재단의 가능성을 목격했다.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오픈 데이터랩과 같은 당사자들과 재단이 가진 전문가 네트워크,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결지점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단과 진행한 데이터 액티비즘 스쿨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공무원이 함께 교육을 받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민관교류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재단은 공익데이터를 폭넓게 확보하고 해당 주제로 활동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민이 원하는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완성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이 시민과 데이터 전문가 그리고 지방자치정부를 이어주는 마중물 구실을 넘어 데이터 기반 행정혁신과 시민참여를 뒷받침하는 명실상부한 데이터 중간지원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박지환 변호사

*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22109.html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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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2020년 10월 6일, 416가족협의회는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에 두 개의 청원을 올렸다. 그중 하나가 ‘4.16 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기록물 공개 결의에 관한 청원’이다. 가족협의회는 청원의 이유로 “4.16 세월호 피해자들은 신원의 권리, 진실(진상규명)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시민들 역시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0만명의 동의가 있어야만 국회 관련 상임위에 다뤄지는 이 청원은 지난주만 해도 몇만명이 모자라 맘을 졸이게 하더니 마감을 임박한 하루 이틀 사이에 결국 1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리고 같은 날인 10월 6일, 또 다른 사건의 유가족인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은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자료를 통해 북한군이 공무원을 발견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시신이 불에 타기 시작해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 오후 10시 11분을 거쳐 불빛이 사라진 오후 10시 51분까지의 시간대에 국방부가 공무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의 정보공개요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사건이 발생했던 당일의 정부 조치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요구를 다른 사람이 아닌 사건의 직접당사자인 유가족이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유가족의 정보공개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들은 지난 6년 동안 숱하게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도 함께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소송도 하고, 헌법소원까지 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이 원했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도, 헌법재판소도, 정부도 모두 대답은 같았다.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의 정보공개요구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월 14일에는 ‘해경의 월북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해양경찰청에 해경진술서를 정보공개청구했다. 며칠 전인 10월 28일에는 정보를 은폐하지 말고 공개해달라며 청와대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몇 번의 싸움을 더 해야 할까.

세월호참사 기록 공개 못 한다는 이유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가장 쟁점이 되는 대통령기록은 2014년 4월 16일 사고가 났던 당일에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그중에서도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면보고도, 이렇다 할 조처도 취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비공개에 대한 정부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날의 기록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국회청원에서 “봉인된”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민감하거나 중요한 내용의 대통령기록일 경우 지정기록으로 정해 15년 동안 (개인정보의 경우 최장 30년까지) 보호할 수 있다.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열람이나 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을 경우,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업무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이나 사본제작, 자료제출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으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문자 그대로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법 19조에는 지정기록을 열람한 사람은 열람한 기록에 포함된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지정기록 열람은 제한된 일부에게만 열람이 허용되는 것이지,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에게 공개 못 한다는 이유

유가족이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은 ‘사망한 A씨가 북측의 총에 맞아 숨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10시 51분까지 우리 군의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과 A씨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꽃이 관측된 같은 날 오후 10시 11분부터 51분까지 40분간 녹화 파일’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11월 3일 유가족에게 ‘공개가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국방부는 “유가족 측이 요청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 공개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군사기밀보호법 상 비밀로 지정돼 정보공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 도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을 1급~3급 비밀로 구분해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하지만 군사기밀이라고 해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9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비밀보호서약 등 보호조치를 취하고 난 후 제한적으로나마 군사기밀을 제공하거나 설명할 수도 있다(같은 법 8조). 하지만 그때는 법률에 따라 군사기밀의 제출 또는 설명을 요구받을 때, 군사외교상 필요할 때, 군사에 관한 조약이나 그 밖의 국제협정에 따라 외국 또는 국제기구의 요청을 받았을 때, 기술개발, 학문연구 등을 목적으로 연구기관 등이 요청할 때, 이상 네 가지 이유에서만 가능하다. 군사기밀과 관련한 피해당사자의 권리구제가 필요할 때 등의 이유는 언급조차 되어있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누구의 곁에 있나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과 현행법의 한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유가족들의 정보공개청구한 정보들이 공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유가족들도 이를 모를 리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왜 유가족들이 멈추지 않고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일 것이다. 정보가 없으면 진상규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는 유가족들이 사건이 났던 그 날에서 단 하루도,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는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 피살 유가족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며 내용의 민감성을 감안해 공개에 따르는 비밀서약까지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가족을 잃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가족의 요청보다는 국가안보의 손을 잡았다. 세월호 유가족은 기록을 공개해달라며 한 달 새에 10만명을 모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기록을 국회의원뿐만이 아닌 특조위와 피해자들에게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본다. 어쩌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으니 진실을 알 수 없고, 가족을 앗아간 사건이 여전히 납득 될 리 없다. 온전한 진실과 정부의 짧은 말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유가족들의 요구에 이들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국민보다 소중한 국가안보와, 탄핵된 대통령의 예우가 다 무슨 소용인가.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수, 2020/12/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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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터는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우리는 작업 현장을 돌듯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을 돌며 행정기관과 의회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엘 들어가 본다. 어떤 위원회가 무슨 회의를 했는지 훑어보는데, 익숙지 않은 위원회의 회의자료가 눈에 띈다. '2021년 제1차 시민행복위원회' 2020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곳이길래 개요와 안건을 제외하고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비공개다.

도대체 무슨 위원회인지 궁금해 조례를 찾아본다.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시민 행복 증진 조례' 어디에도 회의나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도 찾아본다. 아니! 문서에서는 비공개한 위원 명단이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다.

대체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문서에서는 왜 굳이 비공개한 걸까. 이렇게라도 공개해줬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궁금했던 정보를 보긴 했지만 후퇴하는 정책과 폐쇄적인 행정 관료주의의 단면을 함께 봐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누드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정보소통광장'이라는 정보공개를 위한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결재문서와 회의록 등 주요 정보를 선도적으로 공개했다. 이전에는 비공개가 일쑤였던 위원회 관련 정보와 회의록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처음처럼 정보를 잘 공개하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잘 공개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냥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2021년 제1회 시민행복위원회 개최 결과보고' 문서의 일부

뒤늦은 정보공개, 안 하느니만 못해

투명한 행정, 책임지는 정책을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수다. 기존 권력 시스템이 독점하던 정보는 공개를 통해 불균형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공개해야 할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위원회와 회의의 공개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위원회 구조야말로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시민과 나눈 민주주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사회에서 제공자와 수혜자라는 정부와 시민의 전통적 역할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해 온 변화이고, 시민들의 참여 요구로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지금 행정의 많은 영역에서 참여민주주의, 협치 등의 이름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들은 특히 차등 없는 정보의 제공이 실질적 거버넌스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태에서는 논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 역시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누락 없는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협의하고 결정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거버넌스 시스템 자체가 신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참여의 충실성을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를 위해 정보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공개하는 것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말이다. 정보는 타이밍이다. 철 지난 유행가 같은 정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정보와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많은 국제원칙에서는 '시의적절한 공개'를 정보 개방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뒤늦은 개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를 켜고 행정이 지금 무슨 논의를 하는지 생중계해주는 시장을 보고 싶다. 의사결정 과정이 다 끝난 이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시장 말이다.

회의 자체가 공개되면 회의록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거리가 될 뿐이다. 회의 공개는 시민을 거버넌스에 더욱 깊숙하게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시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연결된다. 

미국에는 '회의공개법'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연방과 각 주 정부의 주요 회의를 공개하도록 정한 법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부패하기 쉬웠던 정책 결정 과정에 햇볕을 비춘다는 의미로 '햇볕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공공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아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아 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혁신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만 역시 회의 공개가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그가 참석하는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해커톤이나 민관이 함께 하는 회의 역시 온라인으로 송출해 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보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공무원들이 그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의와 결정 과정의 공개는 결과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번엔 본인의 회의에 카메라를 켜 줄 시장이 나타날까 싶어 공약을 살펴본다. 박영선 후보도, 오세훈 후보도 데이터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데이터로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 취업을 지원하겠다와 같은 성장 논리밖에 보이질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철학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올 시장에게 요구한다. 아니 부탁한다. 나중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투명하게 공개해주기를 말이다. 시민에게 신뢰받고 싶다면,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일을 공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작성 : 정진임

월, 2021/04/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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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모든 일을 기록해 근거를 남기고, 그 근거에 따라 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문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부서와 일을 하거나 다른 기관과 일을 할 때 공무원은 공문을 주고 받습니다. 심지어 민간기관이나 시민들과 일을 할 때에도 공무원은 일단 공문을 보냅니다. 공공기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일단은 공문 목록을 보면 된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어떨까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감시하고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기록으로 알 수 있을까요? 

국회도 당연히 기록을 만듭니다. 어떤 문서를 생산하고 접수받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열린국회정보>에서는 국회의 생산 및 접수 공문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개하는 것은 국회사무처(각 상임위 포함),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 국회 소속기관에 대한 기록 뿐입니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자임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기록을 만들었는지, 누구와 공문을 주고 받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실이 어떤 문서들을 남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에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의 업무지원을 맡아 하는 국회사무처는 해당 정보가 없다며 정보부존재 답변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 정보부존재 통지서

* 청구내용 : 20대 국회 국회의원실에서 사용한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
- 의원실명, 등록번호, 등록일자, 단위업무명, 문서제목, 담당자, 접수등록구분, 보존기간, 공개구분, 수발신자, 문서유형 등 전자문서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항목별로 공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 답변내용 : 귀하께서 청구하신 정보는 국회사무처에서는 생산ᆞ접수하지 않는 정보이므로 「국회정보공개규정」제6조의3제1항제1호(공개 청구된 정보가 소속기관이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인 경우 정보부존재 처리)에 따라 정보부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정보 부존재>는 참 이상한 답변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사무처의 정보가 없다는 답은 어떤 의미로든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우리는 왜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록이 없어서입니다. 아니 엄밀하게는 기록이 관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의원실에서 생산하는 문서들은 기록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법 격인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라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300개 국회의원실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록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기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19대 국회 기간(2012~2016) 동안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에 등록된 문서 중 국회사무처의 기록은 39만4374건에 달하는 반면 국회의원실 기록은 8777건에 불과합니다. 의원실 당 연평균 7건 꼴입니다. 지금은 나아졌을까 싶지만 앞서 봤다시피 아예 정보가 없다고 하니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실이 하는 일은 많은 데 비해 인원이 많지 않아 그때 그때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록관리의 부재는 곧바로 기록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초라한 국회의원 기록이 이를 증명합니다.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국회에 남기기도 하는데요. 국회기록보존소가 수집해 관리하고 있는 전현직국회의원이 남기고 간 의정활동기록물은 2021년 기준 23,393점에 불과합니다. 제헌의회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5천명도 넘었다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양입니다. 
의정활동기록을 국회에 기증해달라는 요청에 국회의원실은 오히려 당당하게 되묻습니다.
“의정보고서 제출하면 됐지, 내부 업무 기록을 왜 남겨야 하나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 수집 및 관리현황 ⓒ 국회기록보존소

누구는 국회의원의 일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도 많아 기록으로 남기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민감함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을 대통령도 퇴임할 때는 기록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14명이 남긴 기록은 3100만여건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기록물법위반)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 의무감과 책임감을 기록을 충실히 남겼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남기고 간 기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김대중 대통령 부터 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혼자 남긴 기록의 양이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왜였을까요? 법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의정부는 법적으로 공공기록물의 관리를 의무화하기 위해 <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든 공공기록은 마음대로 가져가서도, 마음대로 폐기해서도 안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대통령도 여기에 적용된 거죠. 
그 이후인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기록을 더 잘 남기기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퇴임했습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도의 힘 입니다. 
국회의원은 쏙 빠져있는 국회기록물관리규칙과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고 싶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볼 수 있고, 회의에서 발언한 것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의정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안은 만들기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 발언과 질의를 하기까지 무슨 과정을 거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니 알아야겠습니다. 그것은 권한을 위임해 준 시민의 권리입니다.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기록은 책임의 근거이자 투명성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은 책임을 설명한 기록도 투명성을 드러낼 기록도 없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봐도 정보가 없다는 답변 뿐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기록이, 기록을 남기게 할 국회의원 기록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https://cfoi.campaignus.me/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이 '의무'적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바꾸기 위한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국회의원들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 서명으로 동참해주세요! (⬆⬆⬆⬆⬆⬆⬆위 이미지를 클릭)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목, 2021/05/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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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코로나 감염 상황이 악화된 최근 몇 주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의사소통은 '구글 미트'로 진행하고, '생존신고'라고 이름을 지은 그룹채팅방에서 동료들과 각자의 점심 메뉴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던 세미나와 모임 역시 화상으로 진행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먹거리와 생필품은 온라인 마켓 배송이나 배달 어플로 해결한다.

코로나의 창궐과 함께 등장한 이른바 '언택트'시대. 우리의 일상을 이루던 물리적인 만남과 체험이 정보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 공세적인 물음은 어느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위협으로 변모해있다. 시장은 이미 마트와 점원 대신 'e-커머스'와 '키오스크'로 어느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위한 펀드까지 조성해 디지털,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야말로 '언택트' 문화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자는 기획 앞에서, 고민과 우려가 깊어진다. 마치 모두가 이러한 흐름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에도, 어떤 목소리들은 수면 아래 묻혀있기 때문이다.

'이거는 아무나 쓸 수 있는겨? 어떻게 쓰는 거여?'

자가격리에 가까운 생활로 몸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위기감이 들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한바퀴 돌고 오는 것이 나의 낙이다. 시내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무려 2만여대, 1200여 곳의 대여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것은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20%는 상승시키는 요인이었다. 하루는 신나게 따릉이를 빌리는 나에게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이건 어떻게 쓰냐'고 물었고, 그에 나는 '아 이거 아무나 쓸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하시면 돼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말을 뱉은 그 순간, 나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느끼고 있었다.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 실제 빌리기까지 과정이 꽤 까다로운데, 과연 견디고 할 수 있을까? 스미싱이라고 생각하려나? 아니 일단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있잖아? 심지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롭게 설치하고 있는 '뉴따릉이'는 QR코드를 이용해서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예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는 따릉이뿐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무인 점포의 '키오스크'는 일정한 키를 넘지 않으면 사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글자의 크기, 터치패드의 감도나 음성서비스 제공에 대한 표준도 없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처럼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폰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도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장애인이 접근권과 관련해 겪는 '웃픈' 상황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당장만나'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사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등의 물리적 기기를 살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매월 통신요금을 지불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기와 인터넷 사용법을 배울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정보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일정한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으면 앞서 말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디지털 포용'이 아닌 '정보접근권의 보장'을

'언택트'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자는 기획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재 진행형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인터넷, 전자기기 사용을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적 소양'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사용환경에 따른 정보불평등은 전자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이 주류화 되면서 계속 존재했고 점점 심화되어 왔지만, 그동안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고민과 정책적 의지는 미미했다. 이제까지 정부는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기기 접근 및 활용 수치가 늘었음을 근거로 매년 정보격차가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교육시켜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현존하는 정보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공론의 영역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사회전반의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 권리'의 보장 여부는 사회문화적 차별, 개인의 구체적인 불이익,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중심의 정보전달 체계를 '지금 현재, 이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만약 '언택트' 시대, 혹은 정보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정보를 수집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다면 그것은 '정보격차'가 아닌 '기본권 침해'와 차별로 불려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발전하겠지만, 정보화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것은 입법과 행정, 공공의 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디지털'과 관련한 정책을 세운다면 먼저 공공을 중심으로,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 및 서비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각 계층과 상황에 따라 접근을 보장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고려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시대적'인 대면, 우편, 전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을 유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보여주었듯 재난은 언제나 현재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때에 우리가 설정해야 할 기준은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이 정확한 정보를 적절한 때에 알고,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 2020/10/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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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2014년 6월, ‘영원히 고통받는 정홍원 총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스스로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문제 삼는 ‘유체이탈’ 화법을 일제히 비판했다. (링크)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링크)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치열한 논의 끝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까지 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링크)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권에서 도입하고, 확대한 제도였다. ‘자기 목에 방울 달기’ 아니냐는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누가 여당인가에 따라서 발화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웃픈’ 지점이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치문화의 문제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링크)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윤리 역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공직자의 자질일뿐더러, 주권자인 시민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문제는 비공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 그리고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45명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치와 가까운지, 아니면 인사검증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던 박근혜의 정치에 가까운지.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도입 이유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0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 기고글

수, 2020/06/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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