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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토론하지 않는 열세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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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토론하지 않는 열세 가지 생각

admin | 월, 2019/12/23- 19:59

대학의 탄생과 변화

대학은 1000년전 지금과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탄생했다. 그때는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기술도 거의 발달하지 않았으며,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어서 지상에서의 존재란 영원한 삶으로 가는 중간단계라는 종교적 사고방식이 지배했다. 그때 이후 많은 것이 변했고 대학도 중세에서 현대, 후현대로의 역사적 변천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대응해 여러 차례의 중요한 변형을 겪었다. 현재 세계의 상태를 고려할 때 고등교육의 주요한 목적은 무엇일까? 중요한 전제 가운데 하나는 고등교육은 인간이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함으로써, 그리고 사회적 정의와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도록 도움으로써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학은 이런 역할에 실패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 도덕적 헌신을 상실하고, 다른 면에서 잘못되고 파괴적인 사고방식에 헌신하며, 또 다른 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걸 어렵게 만들기조차 한다.

현대 대학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이다. 과거에는 기독교에 뿌리를 두었지만 이제 매우 세속적인 기관이 됐다. 한때는 엘리트 집단이었으나 이제 수백만의 학생들에게 열려있다. 이론을 모든 것의 우위에 놓는 동시에 지극히 실용적이어서 문학비평과 이론물리학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엔지니어링, 경영, 디자인과 나란히 존재한다. 대부분 학문분과들이 각자의 형이상학적 배경을 가졌지만, 대학의 전반적 구조는 통일된 세계관의 가능성을 갉아먹는다. 대학들은 경제성장에의 헌신이라는 지배적 문화에 긴밀하게 묶여있는 동시에 이성과 숙고의 삶을 증진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문화적 전통을 보존하려는 기관이면서도 이런 전통의 기본적 가정들이 타당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세계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거나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현재 형식의 대학을 심각하게 재고할 이유가 없다. 현대 대학들은 세계가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데 공로를 세웠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공헌했으며 부분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기여했다. 그러나 최소한 진보의 길에 서지는 않았다. 현대 대학들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목적과 바탕의 가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대학은 산업과 정치의 지도자들, 계획가와 분석가들, 교사와 시민들을 교육하며 우리의 파괴적 관행을 떠받치는 세계에 대한 이해의 방식을 발전시키고 합법화한다. 현대 대학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환경위기가 가장 심각하고 사회적 부정의(이는 환경의 쇠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가 역사상 가장 증가한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공동체 해체와 환경 파괴에서 대학이 해온 역할은 크게 주목 받지 않는다. 환경위기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은 과잉인구, 과소비, 대규모 산업, 공공정책, 생육하고 번성하고 정복하라는 성경의 가르침 등에 초점을 두었다. 대학은 대규모 산업, 정부, 종교의 이해와는 떨어져 있거나 거기에 적대적이라고 스스로를 이해했다. 전반적으로 대학구성원들의 입장은 자연세계의 파괴에 대한 비난이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동체 붕괴에 있어서도 대학의 책임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현대 대학들이 도시화를 촉진하는 이동성과 개인주의를 교육한다는 사실은 대체로 간과돼왔다.

 

현대적 믿음에 대한 대학의 헌신

나는 현재 형식의 대학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데, 특히 학문분과, 철학적 유물론, 그리고 경제주의-무한한 경제성장이 가능하고 바람직하다는 믿음-에 대한 헌신 때문이다. 대학이 세계의 선을 위한 세력이 되려면 이 세 가지를 넘어서야 하며 인간의 삶이 갖는 의미, 지구와 모든 서식자의 내재적 가치, 생명이 갖는 상대적 속성을 긍정하는 세계관을 보증해야 한다.

학문분과는 매우 강력한 동시에 통일된 세계관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특별한 방식의 구조적 사고이다. 대학이 분과 형식의 사고에 매진하는 한, 대학은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학문분과의 시각에서 보면 세계는 일관성과 통일성과 의미가 부족하다. 한 분과의 다양한 전제와 발견은 다른 분과의 전제와 발견에 의해 영향 받거나 점검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무제한의 경제성장이 가능하고 바람직하다고 가정하는 반면 물리학자들은 지구의 파괴를 경고하는데, 이런 경고와 발견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고려되지 않은 채 넘어간다. 마찬가지로 물리학자들은 모든 실재가 물질로 환원되고 그런 물질은 내재적 가치, 경험, 자유가 없다고 가정하는데 비해 (암묵적으로는 대다수 과학자들을 포함해서) 대학의 다른 학자들은 최소한 인간의 삶에는 의미가 있고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의 행동과 믿음에 책임이 있다고 가정한다. 대학의 분과구조는 이런 모순적 관점이 어떻게 두 가지 모두 진리로 통용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공존하는 것을 허용한다. 전반적으로 통일된 실재에 대한 관념을 공유하는 대신, 서로 정반대인 추상적 개념을 내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 대학은 현대성의 한 버전인 철학적 유물론이라는 후현대적 입장을 보태놓는다. 이 견해에 따르면 실재하는 모든 것은 물질, 그리고 중력 같은 물질적 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은 현대 대학에서 발견되는 근대적 세계관, 즉 오래 되고 이원론적인 세계관의 잔여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세계관이다. 유물론은 초기의 이원론에 비해 더 큰 장점을 갖는다. 비이원론이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으로 분명한 실체들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데 따른 문제를 피해간다. 이렇게 설명되지 않는 것에는 경험(인간의 경험을 포함), 자유(인간의 자유를 포함), 내재적 가치(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포함), 도덕적 미적 규범 등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계는 생명이 없고 의미와 목적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유물론이라는 세계관을 향유하는 개인의 존재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현대 대학은 또한 경제주의에 경도돼 있다. 경제주의에 따르면 세계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돈으로 해결되며 돈은 은총처럼 무한하다. 세계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섯 배나 팽창했는데도 세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다수가 더 나빠졌다는 사실, 전반적인 환경이 전지구적 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대개는 바로 그것 때문에) 심각하게 쇠퇴했다는 사실은 이런 믿음에 대한 반증이 되지 않는다. 세계의 경제활동이 무한히 팽창하며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주고 건강한 생태권역과 양립 가능하다는 믿음이 너무 깊은 나머지, 경제주의가 보편적 부라는 공공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에 설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주의는 잘못되고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로서 점점 큰 지구의 쇠퇴와 인간의 고통을 가져온다. 단순히 말해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현대 대학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제주의를 지지하는 한,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공정한 세계와 한편이 될 수 없다. 경제주의는 삶의 의미를 소비와 소득의 관점에서 정의하기 때문에 이런 목적을 수용한 대학은 자연세계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인간의 고통을 증진시킬 뿐이다.

 

대학이 토론하지 않는 열세 가지 생각

우리가 사는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데도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토론하지 않는 열세 가지 생각이 있다. 더 나쁜 것은 이 모든 생각이 진리로 간주되며, 전 세계의 고등교육기관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인증됐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대학들은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바로 그 생각들에 자신의 권위를 부여한다. 그 열세 가지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실재는 내재적 가치를 갖지 않는다.

2. 우주는 목적이 없다.

3. 진리, 정의, 아름다움은 완전히 주관적이어서 중요하지 않다.

4. 사회 전반의 건전도는 GDP로 측정될 수 있다.

5. 광범위한 경제적 불평등은 문제가 아니다.

6. 교육은 직업훈련과 출세에 관련된 것이다.

7. 공장식 농축산업은 효율적이고 필요하며 지속가능하다.

8. 모든 중요한 문제는 시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9. 개인이 사회보다 더 현실적이다.

10. 가능한 최선의 세계질서는 하나의 슈퍼파워만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은 미국이다.

11. 글로벌 경제는 필연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12. 전쟁과 부정의는 피할 수 없다.

13. 경제성장은 기후안정성이나 생물다양성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지속 가능한 문명을 이루려면, 고등교육을 재발명하거나 현재 상태의 고등교육을 다른 종류의 고등교육으로 보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파괴하는 생각에 도전하고 그것을 보다 진실에 가까운 생각으로 바꾸도록 해주는 형식의 고등교육이 필요하다.

나는 위에 제시한 열세 가지 생각에 대해 토론하고 이 목록에 다른 생각들이 추가되기를 바란다. 아마 내가 만든 목록은 의도하지 않고 의식하지 못했지만, 미국 중심적일 것이다. 그러나 내 요점은 대학들이 당대의 문화적 가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몇몇 중요한 생각들은 현재 구축된 고등교육의 맥락에서는 추호의 의심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형식의 대학이 세계를 파괴하는 생각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대학의 구조와 관련이 있고, 둘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형태 짓는 광범위한 문화적 가정과 관련이 있으며, 셋째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대학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

오늘날 대학은 학문분과에 따라 조직돼 왔다. 과거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았고 미래에도 그럴 필요가 없다. 학문분과는 탐구분야, 기본적 가정의 세트, 방법론으로 구성된다. 학문분과에 맞지 않거나 현재 분과의 기본가정과 모순되는 생각은 오늘날 고등교육의 맥락 안에서는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내가 지구에서 인간이 영위하는 삶에 해롭다고 꼽았던 위의 모든 생각들은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만물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는 생각을 예로 들어보자. 물리학과 화학이라는 분과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가정 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실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가능성을 음미하는데 닫혀있다. 이론상 철학 같은 다른 분과는 실재하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거나 이것이 실재에 대해 생각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현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인식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만물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된다거나 우리는 물리학자들의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초점은 실재하는 것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가정이 더 개연성이 있다고 설득하려는 게 아니다. 현재 대학이 구조화된 방식 때문에 이런 생각이 대학에서 타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산업화된 농업은 산출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토양을 파괴하기 때문에 지속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들어보겠다. 농경제학이라는 분과는 그것이 바이오기술과 결합돼 있는데다 대규모 농화학제품 기업들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위의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고 가정한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증명하거나 토론하지도 않는다. 그냥 무시해버린다. 많은 대학에 있는 환경연구, 지속가능발전, 음식연구 관련 학과들이 현대 농업은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지만, 이런 학과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일반적으로 대학 안에서 낮은 지위를 차지한다. 이 학과들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농업정책과 관행을 만들어내는 농과대학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대학들이 위의 열세 가지 생각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이 이미 “상식”이 되어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성취라는 생각과 끝없는 경제성장이 가능하며 바람직하다는 쌍둥이 생각을 예로 들어보자. 모든 사람들이 경제성장은 끝없이 가능하며 대학에 가는 이유는 좋은 직업을 얻는 것, 즉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고등교육이 고강도 노동, 탁월한 경제정책과 함께 삶을 엄청나게 개선한 주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생각에 도전하는 것은 상식을 배반한다. 그러나 전체 그림은 좀더 복잡하다. 한국의 삶이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아니며, 10년마다 두 배가 되는 경제성장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강의 기적은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이것은 경제성장이 끝없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가정에 그 뿌리가 있다.

대학은 바깥 세계로부터 단절된 “상아탑”으로 불려왔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깊은 진실은 대학이 사회적 구성물이며 문명의 상식이 교육과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경영대학원과 경제학과는 경제학이 자연의 법칙과 사회의 도덕규범에 순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학, 최소한 미국 대학들이 “경제학은 자연의 법칙과 사회의 도덕규범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처럼 위험한 생각을 고려하는 게 지극히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다. 미국에는 대개 소규모인 사립대학들과 대개 대규모인 공립대학들이 섞여 있다. 미국의 대다수 학생들은 공립 대학에 다니고 있다. 공립대학 교수들은 각 주에 고용돼 있다. 일부는 종신직위를 보장받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현재는 70%의 교수들이 종신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교수들이 어느 정도의 학문적 자유를 누리지만, 매년 계약이 끝나는 비정규직 교수들에게 이런 자유는 다음 학년초에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열망에 의해 제한된다. 비정규직 교수들은 다시 고용되지 않을까 두려워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생각들을 강의하는 게 결코 편안하지 않다. 슬프게도 정규직 교수들조차 종종 승진하지 못하거나 학생들의 평가에서 별점을 덜 받을까 두려워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생각들을 피한다.

한국 대학들이 대개 사립이라고 하더라도, 내 짐작으로는 상식적 생각들에 도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정치적 압력들이 존재할 것 같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학들은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바로 그 생각들에 대해 다루지 못한다. 이런 일반화에는 예외가 있으며 이런 예외를 축하해야 하지만, 이런 예외가 더 큰 진실을 가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학들은 상황을 호전시키지 않는다. 대체로 자신들의 상당한 권위를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잘못되고 파괴적인 생각에 부여함으로써, 그리고 지구를 파괴하는 “지식”을 재생산함으로써 상황을 점점 나쁘게 몰아간다.

 

대학을 변화시키는 두 가지 제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통할 수 있는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두 가지 제안은 가능성의 전부가 아니며 얼마든지 다른 제안이 더해지길 바란다.

큰 대학의 교수들은 위에 제시된 위험한 생각들 가운데 하나 혹은 그 이상에 대해 탐구하는 독서그룹을 조직할 수 있다. 대여섯 명으로 구성된 독서그룹에서 한 학기 동안 한두 권의 책을 공들여 읽도록 한 다음, 이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자신들과 전공이 다른 동료들과 서너 번 만나도록 하면 된다.

우리는 애팔래치안 주립대학(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중간규모 주립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이것과 비슷한 강의를 시도했다. 주제는 기후변화와 그것의 사회적 함의였다. 결과는 희망적이었다. 많은 교수들이 같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다른 교수들과 만나고, 자신들의 특수한 학문분과 바깥에서 중요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환영했다. 이런 위험한 생각을 가르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대학의 분과구조였다. 비록 임시적 토대에서 이뤄진 일이지만,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을 넘어 함께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현재의 대학 구조를 변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 독서그룹이 거둔 눈에 띄는 성과는 어떤 생물학과 조교수가 학생들이 생물학 전공기초 강의에서 전지구적 기후변화의 생물학적 함의에 대해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기후변화의 생물학적 함의 부분은 선택강의이며 많은 강사들이 이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 이후로 생물학과는 전공기초 강의에서 기후변화의 생물학적 함의를 필수강의로 지정했다. 이론상 다른 학과의 교수들도 전공기초를 정하면서 비슷한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강의에서 얻은 또 다른 결과는 약 100명의 교수들이 기후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정보를 자신들의 강의에 넣겠다고 자발적으로 서약한 것이다. 이런 서약은 교수들에게 부과된 의무사항이 아니라 개인적 결정이었으나, 그들이 이 서약을 따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현대 대학처럼 오래 되고 존경 받는 제도를 금방 뜯어고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함께 독서를 하는 것 같은 간단한 일들이 변화를 위한 맥락을 만들어내는데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종류의 분과를 횡단하는 노력들이 현대 대학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잠재력을 가질 것이다.

나의 두 번째 제안은 대학 바깥에 대규모로 존재하는 성인학습센터와 관련된 것이다. 1920년에 독일 철학자 프란츠 로젠츠바이그는 독일 대학들의 비인격적 교육에 맞서 레흐르하우스(Lehrhaus, 교육의 집)로 알려진 기관을 설립했다. (역자주: 당시 독일에서 제기된 평생교육의 필요성에 부응하면서도 유대의 전통에 기초한 성인교육기관으로, 회당(synagogue)을 학교(lehrhaus)로 바꾸되 거꾸로 하지 말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유대역사에서 첫번째 레흐르하우스는 제1차 바빌론 유수때 세워졌으며 혁신적 교육방법으로 신앙의 의무를 지켰다.) 레흐르하우스의 강조점은 전통적인 유대식 삶에 대한 현대성의 도전에 대응하고 비위계적인 교수법을 도입하는데 있었다. 1930년대에 나치에 의해 폐쇄될 때까지 레흐르하우스는 독일에서 가장 활기 있는 교육기관이었다. 1970년에 레흐르하우스 모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느 정도 부활했다.

1960년대에는 몇몇 “대안대학”들이 미국에 설립됐는데, 이는 그 시대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제도권 대학들이 실패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 건강한 공동체, 지속 가능한 경제학 같은 구체적인 문제 혹은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문명을 증진시키는 발상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조직하는 성인학습센터 혹은 “대학”을 설립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대학” 혹은 성인학습센터는 위에 제시된 위험한 생각들을 얼마든지 탐구할 수 있다.

나의 주안점은 현재 형식의 대학들이 문제의 일부라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운영하는 대학들은 구조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지구를 파괴하는 생각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무능력하다. 물론 문화 자체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고등교육을 변화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대학을 내부와 외부에서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현대 문화의 모든 다른 측면들까지 변화시키려고 힘써야 한다.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출발점은 없다. 그럼에도 새로운 종류의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의 고등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커스 피터 포드

철학자, 『현대 대학을 넘어: 구성적 후현대 대학을 향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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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전염병의 유행이 도날드 트럼프와 시진핑의 지위를 위협하며, 각종 음모이론들이 펴지면서 국가 간의 국경이 닫히고 있다> FT 편집진


1348년 영국 해변가 마을인 Weymouth에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 상륙하면서 영국 인구의 30-50%가 사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세기 동안 지속된 대규모 전염병으로 이후 역사의 경로가 바뀌었다.

혹자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하고, 다른 연구는 크림미아 반도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흑사병은 전 유럽을 황폐화 시키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대혼란을 야기했다. 수 세기가 지난 후,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대량으로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대서양을 건너온 침략자들과 함께 찾아온 알 수 없는 전염병이었다.

현재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은 2% 수준으로, 지난 역사에 기록된 전염병 같은 치명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지만, 현재의 문명화된 사회에서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전망 역시 매우 심각하다.

이번 주 영국 정부가 추산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80%가 감염되면서 50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공공의료분야 교수인 Marc Lipsitch의 예측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40-70% 정도가 감염되지만 대부분은 가볍게 앓고 회복되거나 일부는 전혀 증상을 못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공공보건 체계의 위기는 세계적 불황을 가져오면서 국제적 정치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현재 시점에서 조망해보자면, 중국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하고 미국 대통령선거에 크게 영향을 끼치며 국가 간의 긴장을 발생시키고 빈국들과 난민들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US election: Trump vulnerability

미국 대선 : 트럼프에게 불리하다

도날드 트럼프는 잠재적인 전염병의 유행이 미국 대선 정국을 뒤흔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지난 주 ‘코로나 사태는 잘 통제되고 있으며, 지금이 주식에 투자할 적기’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주가의 활황이 자신의 재선가동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전염병으로 주가가 폭락하면 선거국면이 흔들릴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과장된 낙관과 과시에 따른 예측이 잘못되면, 자신의 재선에 발목이 잡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전염병의 대응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하였을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미래에 올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제정상회의를 유치했으며, 그 성과로 국가안보회의(NSC)내 전염병을 다루는 전담부서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부서는 해체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이 격감되었다.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미행정부의 방침에 수많은 요구가 쏟아지면서, 민주당 경선의 선두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주장하는 국가의료보장(medicare for all)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 미국 극우주의자들의 자유지상주의적 관행 때문에 – 이에 더하여 ‘평범한 미국인들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연방 정부의 기획’이라는 음모설이 유행하면서 – 미행정부가 중국이 우한에서 취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조그만 도시들에게 시행한 검역의 봉쇄조치를 하려면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봉쇄조치를 취하면 총으로 무장한 민병대와 연방정부 간에 물리적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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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권위적 통치에 대한 도전

트럼프와 달리, 시진핑은 재선 여부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는 그의 대중적 지지와 권위 그리고 종국에는 리더십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해당 도시와 지역을 봉쇄하고 해외 여행을 통제하면서 시진핑의 중국은 의료체계의 비상과 경제적 위기 그리고 국제관계의 불편함 등에 직면하고 있다.

북경당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연의 재앙으로 규정하면서 – 시 주석과 당국의 실수라는 관련성을 배제하고 있다. 공식적인 라인은 북경당국의 신속한 결정, 과감한 조치 역량, 전염병의 창궐을 봉쇄하는 싸움에 중국인민들이 보여준 사회적 연대 등을 부각하여 과시하고 있다.

14억 인구의 절반이 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받고 있고, 1억5천만 명이 자가격리조치를 취하는 등, 전례가 없는 광범한 방역의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이러한 공식적인 입장이 여기저기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우한의 전염병 예방센타에서 일하던 젊은 의사 리 웬리앙( Li Wenliang)의 죽음으로 촉발된 격렬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염병의 초기단계에서 의사 리는 온라인 채팅방에 위험의 경고를 올렸다. 이로 인해 그는 공안에 불려 갔고, 루머를 중단한다는 약속과 자백서에 서명을 강요당했다. 죽음 직전의 병상에서 그는 성명서를 내었다 – “건강한 사회는 하나 이상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시 주석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리의 죽음직전의 증언은 시진핑이 추구해온 강자의 정치( strongman politics)에 대해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통렬하게 저주한 것이다.

 

International tensions: Virus feeds enmity

국제 간의 긴장 : 바이러스가 증오를 키운다

아래 사진은 시드니 대학에서 있었던 호주 정부의 중국 여행객 출입금지 조치에 대한 항의데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음모 이야기가 퍼져 나오고 국경이 폐쇄되는 등 국제간 비난이 긴장을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중국 내 인터넷 채팅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타격을 가하려고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의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중국 당국은 이런 류의 음모설에는 일체의 언급을 하고 있지 않는 반면에 오히려 미국 쪽에서 다른 얘기가 터져 나왔다. 차기 대통령직의 야심을 지닌 호전적인 공화당 상원의원인 톰 카튼은 우한에 있는 생화학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다고 암시했다.

이란에서는 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했다. 이란 대통령 하산 루하니는 코로나가 퍼트린 공포에 대해 ‘이란의 적이 만들어낸 음모’라고 언명하면서도 직접 만들고 퍼트린 나라들의 이름을 거명하여 비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역의 조치와 국제여행의 제한은 국가 간의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14일 안에 중국을 방문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거부 조치와 동시에 미국인들에게 중국을 방문하지 말도록 경고를 보내고 있는 미행정부에 대해 ‘불필요한 혼란과 소요를 야기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중국과 이란이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당국은 중국이 바이러스를 봉쇄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중국인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구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 내에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반-중국 정서 역시 심각하게 퍼져 나가며 북경을 비난하고 있는 반면에,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중국 방문객의 일반적 입국금지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26개 유럽 국가 간에 맺은 국경지역 자유통행 협정(Schengen border-free travel zone)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난민 문제로 문제가 된 상기 협정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국가에서 국경통행 시 신분확인 작업을 재개하였다. EU 규정에 따르면 공공보건이 위협을 받을 경우 국경을 폐쇄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반드시 브러셀(Brussels)에서 확인한 명확한 지침에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국내 정치의 압력이 증대되면, 즉흥적이고 비협조적인 조치들이 나올 위험이 다분하다.

국제간 여행만큼이나 국제간 통상무역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화는 선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 보호무역주의자들은 실업문제, 환경주의자들은 친환경정책의 비용 등으로 세계화에 기초한 무역을 비난하고 있다. 전염병의 유행은 반세계화 운동에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하면서, 전염병 창궐 시 부품공급(supply-chain) 취약성의 위험 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Refugees and poor countries

난민과 빈국들의 어려움

그리스의 모리아 지역 등에 있는 난민 캠프가 전염병 창궐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요행히 바이러스의 전파는 부국 또는 강력한 정부를 가진 중위소득 국가, 예건데 중국, 이탈리아, 한국 등에서만 발생하였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전파를 봉쇄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문제로 가난하고 의료체제가 빈약한 국가들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에서 이미 첫 감염자가 보고되었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국가에서도 상당한 감염자가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2억7 천만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통상과 교류가 빈번한 국가로 현재까지 공식적인 감염의 보고는 없지만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유럽과 중동 내에 설치된 난민의 군집된 캠프는 위생이 매우 취약한 곳으로 천2백만 난민이 이라크, 레바논, 터어키, 시리아 등에 산재되어 있고, 추가적으로 약 백만 명이 이란과 아프칸에 수용되어 있다. 시리아의 경우, 터어키 국경을 따라 수많은 난민이 살고 있는 Idlib지역에 군사적 공격이 진행되고 있어 전염병이 도는 경우 상황은 절망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어키 정부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EU에 경고한 바 있다.

지난 주간에 코로나 바이라스는 이제 세계적 규모의 재앙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보건상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이지만, 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국제정치적 여파는 이제 겨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FT편집진

월, 2020/03/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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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인간을 ‘재발명’하는 일이다. 만물의 영장이자 자연의 정복자로 군림해온 인간이 지구생태계의 모든 존재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뿌리깊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위치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 문화사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토마스 베리는 이를 인간의 ‘재발명’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종의 차원에서, 비판적 숙고를 통해, 공동체의 생명체계를 고려하여,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야기와 꿈을 공유하는 경험을 수단으로” 실천해야 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Thomas Berry, The Great Work, New York: Bell Tower, 1999, p.159)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고대 로마 공화정 시대의 키케로는 “인간다움”을 뜻하는 라틴어 “후마니타스”로부터 인문학(humanities)을 구상했다. 이는 세계 만물의 공통된 본질인 아르케를 탐구한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이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거리를 두고 인간에 집중한 결과였다. 이 때부터 인문학은 과학과 거리를 두었으며 르네상스 이후에는 인간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탐구는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 대한 이해와 분리될 수 없다. 인문학의 목표인 “인간다움”이 갖는 의미는 인간과 다른 존재의 연관 속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된다. 때문에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좁은 정의를 벗어나 상호 연결된 존재로서의 진정한 인간다움을 탐구해야 한다. 근대화 이후 시민계급이 갖춰야 할 교양으로 자리매김된 인문학(liberal arts)이 점차 분과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을 중심에 둔 통섭의 학문으로 변신하는 이유다.

환경인문학(environmental humanities)은 전지구적 생태위기에 대한 인문학의 응답으로, 2000년대 이후 환경철학, 환경사, 생태비평, 문화·생물 인류학, 문화지리학, 정치생태학,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연구, 젠더연구, 종교학 등 다양한 인문학과들 사이의 연결을 추구하는 지적 프레임워크로서 등장했다.

환경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점차 고조되는 생태위기와 생태적 인식의 중요성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위기라는 두 가지 문제는 과학기술이나 정책 영역의 한계를 넘어섰다. 1992년 UN 리우정상회의 이후 한 세대가 지났지만 기술, 경제학, 정책에 의존한 해결책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우며 이 부분에서 인문학은 환경문제에 개입하고 대중의 의식을 바꿔놓을 수 있다.

 

환경인문학의 정의

19세기 후반 생물학의 하위분야로 출발한 생태학이 학제적 영역으로서의 환경연구로 확장된 것은 1960년대부터이지만 대부분 자연과학의 관련 전공, 혹은 자연과학과 산업, 정책, 제도를 다루는 사회과학과의 결합이 초점이었고, 인문학은 그런 학제적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인문학의 여러 분과학문들은 1970년대 이후 각자 이론적 프레임과의 연관성에 따라 생태적 관점을 점차 도입했다. 환경철학이 1970년대에 나왔고, 환경사는 1980년대부터 역사학의 하위분야로서 자리잡았다. 생태비평 역시 1990년대 초반 제도화됐으며, 학제적 성격이 강한 인류학이나 지리학은 더 쉽게 생태적 사고와 결합했다. 이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환경적 사고를 소재로 끌어들여 분과학문의 틀 안에서 연구하는 방식이었다.

환경철학과 환경사, 생태비평의 발전은 이전까지 생태학적 사고를 지배했던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했다. 자연, 야생, 생태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담론적 구성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초적 자연”을 전제로 한 “보호” “보존” “복원” 등의 개념에 의문이 제기됐고, 환경 담론을 분석하는 것이 인문학계 환경연구의 핵심이 됐다. 자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자연과의 연속선상에서 인간을 파악함으로써 독립적·자율적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근대적 인간관을 극복, 보완하기에 이르렀다. 18세기 계몽주의적 사고가 이성적·합리적 인간성을 중심으로 지식체계를 재편한 것처럼, 제2의 계몽주의에 비견되는 생태적 사고는 인간과 자연이 연결된 생명관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할 필요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 상호간, 인문학과 자연과학 간의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생태적 인문학”을 처음 제안한 호주의 철학자 발 플럼우드는 두 가지 이론적 과제로 (1)인간을 환경 안에 재위치 짓는 것, (2)비인간을 문화적이고 윤리적인 영역 안에 재위치 짓는 것을 들었다. (Val Plumwood, Environmental Culture: The Ecological Crisis of Reason, Routledge, 2002) 즉 인간을 자연과 분리시켜 정신성을 가진 우월한 지위에 올려놓고 의미, 가치, 윤리가 없는 물리적 자연세계 안에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조종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연-문화 이분법을 극복하자는 뜻이다. 이는 생태위기를 가져온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인간을 비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게 하며, 하나의 연결된 세계로서 지구시스템의 동력과 변화를 고려하면서 인간적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필연성으로 이어진다.

 

이론적 과제

(1)인간을 환경 안에 재위치 짓는 것

인문학에서 환경철학, 환경사, 생태비평의 역할은 인간을 환경 안에 재위치 짓는 것이었다. 심층생태학(Deep Ecology)은 생태계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자연을 인간적 측면에서 평가하고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원 또는 물질로 파악하는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을 들었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을 하나의 전체로 바라보아야 하고, 인간은 최소한의 생존적 필요를 제외하고는 생명의 풍부함과 다양성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해칠 권리가 없다고 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간섭을 줄이기 위해 경제, 기술, 이데올로기를 고려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며 생태적 세계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선불교, 노장사상, 기독교 영성주의가 고려돼야 한다. 노르웨이 철학자 안 네스와 미국의 환경운동가 조지 세션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8개의 강령을 발표했다.

환경사의 개척자인 미국 사학자 도널드 워스터는 『Nature’s Economy: A History of Ecological Ideas』(1977, 한국어 번역서 『생태학, 그 열림과 닫힘의 역사』, 문순홍∙강헌 옮김, 아카넷, 2002)에서 18세기 이후 서구생태사상에 나타난 자연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라는 두 가지 흐름을 “목가주의적 입장”과 “제국주의적 입장”으로 명명하고 양자의 긴장관계를 부각시켰다. 목가주의적 입장은 자연의 내적 가치와 인간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인정한다. 고대 및 중세의 이교도적 물활론에 기원을 둔 이 관점은 다른 유기체와의 평화로운 상호공존을 복원하기 위해 검소한 생활을 지지하며 18세기 낭만주의에서 부활했다. 기독교 전통에서 기원한 제국주의적 입장은 인간에 의한 자원의 조작성을 강조하며 이성의 엄밀한 사용을 통해 인간의 자연지배를 확립했다. 생태학의 역사는 이런 두 가지 흐름의 경합과 갈등으로 구성됐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다양한 시대적, 문화사적 연관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생태비평의 경우, 생태적 관점을 문학연구의 중요한 도구로 수용하면서 주제 수준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생태문제를 다룬 새로운 정전을 발굴했고, 전통적 고전 텍스트를 생태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제국주의가 식민지의 사람뿐 아니라 생태를 어떻게 착취했는지 분석했다. 문학텍스트에서 식물, 동물, 사물, 풍경, 날씨 등 비인간 작용자의 역할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이런 과정에서 순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판타지, SF, 에세이, 여행기, 극영화, 애니메이션, 민속지까지 텍스트의 범위가 확대됐다.

생태비평은 문학사 전체를 생태적 관점에서 재구성했으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함으로써 인간중심주의적 시각을 교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장소성의 회복은 생태비평의 중요한 기여로 평가 받는다. 근대 이전의 설화나 서사문학, 비극 혹은 지방색문학에서 물리적 환경은 결코 장식적 배경이 아니었다. 자연환경과 대지는 나날의 삶을 방향 지으며 인간의 내밀한 정서와 상상력을 빚어내는 근원적 힘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물의 행동과 사건이 펼쳐지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주목 받지 못했던 자연환경은 생태비평의 발전과 함께 문학적 상상력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복권됐다.

 

(2)비인간을 문화적이고 윤리적인 영역 안에 재위치 짓는 것

최신 과학적 연구성과를 수용한 포스트휴머니즘은 비인간 존재가 어떻게 인간의 역사에 간섭하는지 드러낸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같은 용어로 묶이기 어려운 다양한 이론을 포함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다른 종, 기계, 물건, 시스템과의 관련 속에서 자유적 인간 주체를 탈중심화하는 운동이다.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의 지형은 다채롭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브루노 라투어)은 물질적·기호적 방식으로 서로에게 관여하는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비생물 행위자로 구성된 이질적 사회네트워크에 강조점이 있다. 시스템 이론(니콜라스 루먼)은 개인이 사회의 부분이라는 관념을 벗어나 양자를 서로의 환경에서 작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신유물론(스테이시 알라이모)은 생태적 네트워크에서 인간 주체의 구성과 물질적 흐름, 즉 인간의 마음과 육체를 “트랜스코포리얼 벡터”로 정의한다. 신물활론(제인 베냇)은 환경주의자의 방식과는 다르게 물질의 살아있는 행위성을 탐구한다. 사물이론(빌 브라운)은 사물의 외양이 인간과의 관계 및 중요성에 따라 구성됨을 밝히는 반면, 물체지향존재론(그래험 허먼)은 상호관계성에서 물체를 해방시켜 그 자체의 견지에서 탐구하면서 물체가 궁극적으로 인간지식으로부터 분리돼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연구(자크 데리다, 조르지오 아감벤, 다나 해러웨이)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정치적 함의로부터 찾는다. 복수종 민속지(안나 칭)는 인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 여러 종류의 살아있는 주체들과 인간의 얽힘의 효과에 관심을 가지며, 윤리적 민속지 혹은 민속적 윤리학(도미니크 레스텔)은 의미와 관심, 영향을 공유하는 혼성 인간-동물 공동체를 탐험하기 위해 사회과학과 동물과학의 방법론을 활용한다.

이런 학문들은 서로 공통의 기반이 없거나 서로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라벨 아래 분류되는 넓은 범위의 이론들은 인간 존재와 의도를 포함해 네트워크의 한 행위자로서 우리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인간이 동물, 식물, 자연 등 비인간주체와 독립해 존재하며 자율적으로 사고한다는 계몽주의의 자유적 인간주체의 중심성은 급격히 해체된다.

 

인류세와 인문학

크뢰첸과 스톨머가 제안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Crutzen and Stoermer, The “Anthropocene”, Global Change Newsletter 41, 2000, p.17-18)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지구의 물리적 변화를 일으킬 만큼 중대하다는 인식을 급속히 확산시킴으로써 많은 논쟁과 함께 학문간 융합의 가능성을 낳았다. 인류세는 1만년 전 시작된 홀로세(현세)에서 인류가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기를 분리하자는 주장이다. 크뢰첸 등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제안한 반면, 루디먼은 신석기시대의 농업혁명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William Ruddiman, The Anthropocene, Annual Review of Earth and Planetary Sciences, Vol 41: 45-68, 2013) 핵실험 성공 이후 방사성 물질의 확산, 플라스틱의 발명,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공해 등을 근거로 1950년대 이후를 기점으로 삼기도 한다.

인류세 논쟁은 인류세라는 규정이 적절한 지에 대한 지질학계의 대립에서 시작됐지만, 인류세가 또 다른 형태의 인간중심주의라는 반론을 거쳐 인간의 부정적 역할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인간의 중심적 역할과 이를 위한 사고와 가치의 재정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데 장점을 가진 인문학이 환경담론에 개입하고 현실의 변화를 견인하는 가능성을 높였다.

환경담론으로서 인류세는 자원환경의 복원과 유지에 인간의 개입을 제한했던 기존 사고와 달리,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적 관점을 통해 자연-인간의 상호성을 바탕으로 인간문명이 환경문제에 긍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일반대중이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다는 함의를 내포한다. 인류세는 지구를 상호의존적인 하나의 복잡한 사회-생태적 시스템으로 본다. 즉, 전지구적으로 연결된 사회의 경제, 인구, 생태, 정치, 상징적·문화적 측면의 분석을 모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 지구의 모든 사람과 사회를 포함하기 때문에 분과를 넘는 다리놓기와 지식생산의 개방된 시스템에 대한 접근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리 개념으로서 인류세의 가능성은 단순히 다양한 학문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학문 내부, 혹은 학문 사이의 담론적 분할을 전경화한다는 점이다. 인류세는 사회와 정책결정자에게 과학적·기술적 지식을 제공하는 자연중심주의 내러티브, 인류의 행위가 지구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반성과 전망이 담긴 재난적 내러티브, 기술발전과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불평등과 환경재난을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는 생태마르크시즘 내러티브, 문화와 자연의 이분법이 해소되는 포스트모더니즘 내러티브, 지구시스템의 상호의존성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임파워먼트(역량강화 혹은 권한부여)와 실천의 내러티브 등을 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내러티브는 인식론의 모순을 드러내며 인류세를 경합적 개념으로 만든다. 예컨대 인류세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변화에 대한 인간의 기여를 가리키며 여기서 인간은 ‘범죄자’로 여겨지는 단일한 글로벌 세력으로 재현된다. 그러나 인간행위자가 글로벌 규모의 변화를 일으키는 하나의 차별화되지 않은 세력으로 축소돼서 지역간의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인 차이가 사라진다면 사회적 변화가 인류세를 가져온 근본적인 동력이라는 점이 상실되고 만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또한 자연을 인간에 의해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변형되는 것으로 재상상함으로써 환경주의 정치경제의 핵심인 지속가능성과 모순을 일으킨다. 지속가능성이란 자연의 일정한 용량과 회복가능성을 전제로 하는데 비해, 인류세가 제시하는 대기와 지질의 변화는 불가역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세의 핵심은 통합된 지구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위한 글로벌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구화의 결과로 등장한 통합된 인간사회 역시 지구시스템의 일부로 인식함으로써 인간의 역할을 부정에서 긍정의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복잡하고 변화하는 지구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을 긍정하는 것은 과학적, 사회적, 경제적, 윤리적 측면을 가지며 더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선택을 향한 정책 결정과 상호작용하며 돕는다.

인류세 담론의 분석에서 보듯이 환경인문학은 단순히 과학과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는 개선된 방식을 제시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변화의 인간적 원인, 인간과 환경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 기술적 생활세계가 변화함에 따라 인간은 이런 자연과 문화의 구성물에 대한 자신들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발명해 왔다. 자연과 문화가 결합된 이런 영역은 언어, 관념, 태도, 예술, 장소감각 등에 들어있다. 에너지 전환, 재활용 등 환경정책과 관련된 결정에서 역사, 철학, 문학, 예술에서 나온 인간적 지식을 제공받을 수 없다면 단순히 경제적 손익계산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 결정이 현명하게 이뤄지기 위해 환경인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

 

환경과 인문학의 대화

환경과 인문학은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준다. 인문학이 환경연구에 기여하는 바는 환경담론의 분석이다. 저널 “레질리언스”는 환경인문학의 존재 이유로 “환경문제를 진단하는 과학논문은 여전히 일관성 있는 지속가능성의 비전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인문학과 인문사회학에 중심적인 내러티브 기술, 비판적 사고, 역사성, 문화, 미학과 윤리학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중요한 보완적 연구를 제공한다. 인문학의 생태적 가치가 지금보다 더 분명했던 적은 없다. 환경인문학은 우리의 생태적 미래에 대한 대화에서 중심에 서야 한다”(http://www.resiliencejournal.org/about/overview)고 밝혔다. 인문학은 여러 분야의 연구자료에 바탕이 된 전제를 분석함으로써 일관성 있고 조화로운 시각으로 이를 해석하고 활용하도록 돕는다. 현재 생태위기의 복합성과 지구시스템과학이 생산한 난해하고 엄청난 정보량은 인문학의 관점에서 정리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환경연구는 인문학에게 스스로의 존재기반을 묻도록 자극한다. 인문학은 비인간세계를 배제하거나 배경으로 삼는 방식으로 “인간”에 초점을 두었으나 환경연구의 성과와 그것이 인문학의 분과학문에 끼친 영향력은 더 이상 이런 전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자립적이고 이성적이고 결정하는 주체라는 환원주의적 설명을 거부하면서 인간을 의미와 가치가 살아있는 생태계의 참여자로 위치 짓고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인간성을 일컬어 “두터운 인간성(thicker notion of humanity)”(Deborah Bird Rose, etc., Thinking through the Environment, Unsettling the Humanities, Environmental Humanities, Vol.1, 2012, p. 1-5)이라 한다. 환경 안에 재위치된 주체는 인간을 자연 바깥에 놓음으로써 인간은 의미, 가치, 윤리가 없는 넓은 “자연” 세계 안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조종하고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여겨온 근대적 주체의 자연관을 넘어선다.

이처럼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의 양분법이 붕괴하면서 기존 지식과 사고의 체계가 불안정해진다. 즉 인문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과감하게 재구성돼야 한다. 일례로 환경사가들의 연구 결과는 전통적인 인간의 역사를 더 넓은 지구사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이야기는 지질학, 진화생물학, 기후과학이 제공하는 시간에 대한 깊은 고려 위에 다시 씌어야 하는 과제와 만났다. 기존 학문의 재구성과 다양한 종류의 신생 학문은 머레이 북친이 지적했던 대로 계몽주의가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 기본사상이 된 것처럼 오늘날 생태주의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종합사상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입증한다.

한편 인문학 연구경향의 변화는 인문학 교육의 목적과 방법을 변화시킨다. 인간의 정의가 아무리 변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란 점에서 인문학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 오늘날 인문학은 전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이론을 개발하고 현재의 도전을 받아들일 학생을 키우는 임무가 있다. 미국대학교육협회는 교육의 가치로서 “윤리적 판단, 통합성, 간문화적 기술, 계속적인 학습능력”(Hart Research Associate, It Takes More than a Major: Employer Priorities for College Learning and Student Success, Liberal Education, vol. 99 no.2, spring 2013, p. 22-29)을 들었는데, 이는 환경인문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한다. 생태위기와 경제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과학기술과 윤리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환경인문학의 이론과 실천은 중요한 교육적 수단이 된다. 미래세대가 자신들 앞에 놓인 세계를 보고 그 복잡함을 받아들이며 “지구의 청지기”로서 행동하도록 능력과 용기를 줄 수 있다.

 

한윤정

한국생태문명 프로젝트 디렉터

화, 2020/03/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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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 지난 2-3년의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비판받아 마땅하고 현실적으로 나은 대안이 존재한다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본인들의 기득권 수호를 위하여 한국사회에 대한 자해를 서슴지 않는 낡은 ‘미래통합당’ 등 수구 집단과 곡학아세가 생존전략이 되어버린 비굴한 수구언론들의 적반하장적 행태는 ‘최소한으로 지켜야할 선을 넘고 있다.

한가지,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과정은 세계의 모든 국가에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인정하고 넘어가자. 이에 대해서는 세계 주요 언론들이 같은 목소리로 격찬하고 있다. 지금은 난국의 시점으로 모두가 정부를 중심으로 마음과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할 때이다.

아래의 글은 워싱턴에 있는 법률사무소 소속의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가 최근 한국 내 코로나 사태의 과정을 제 3자적 시각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기술한 칼럼을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정치평론지인 포린 폴리시가 게재한 것을 번역한 것이다. 칼럼 필자인 박 변호사는 동아시아 정치경제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월 27일, 대한민국 보건소 직원이 신천지 교회 대구지부 인근 주택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소독제를 분사하고 있다. <출처: APF/게티이미지>

당초에는 매우 효율적인 관료 제도와 최첨단 기술을 갖춘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보여 졌다. 하지만 2월 18일을 기점으로 2월27일 목요일 현재 한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7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3월2일 현재는 4212명). 일부 종교와 정치 집단이 벌리는 시대착오적인 골칫거리에 의해 전염성 바이러스의 통제선이 무너져 버렸다.

2015년 당시 한국에서 38인의 생명을 앗아가며 지옥과도 같았던 메르스 (MERS) 사태라는 선행 사례는 한국이 코로나19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당시 박근혜 (Park Geun-hye)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 정권의 무능한 대응으로 인해 한국은 중동을 제외한 국가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수치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메르스 여파로 인해 대중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었고, 결국 다른 사유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및 하야에 이르렀고, 한국 정부가 향후 바이러스 사태 대비를 철저하게 예방적 역할을 했다.

한국은 이미 2019년 11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출현에 대비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KCDC)는 이후 어떤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질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사해서 사스 또는 메르스와 같이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형을 소거한 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하는 기발한 방법을 고안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4주 동안 진행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동시에 코로나-19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 자원을 결집했다. 정부는 중국에서 입국한 관광객들의 모든 동선을 추적했다. 예를 들어 신용 카드 사용 내역, CCTV 영상을 확인했고, 그들의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앱을 다운로드하도록 했다. 정부는 감염자의 행적에 대해 영화관에서 감염자가 어떤 좌석에 앉았는지까지 아주 상세하게 목록을 공개했다.

또한 대화형 웹사이트가 개발되어 해당 정보 또한 (이름 비공개 처리) 공개되어 대중들이 모든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대전에 거주하는 어떤 운이 없는 환자가 음란한 속옷 매장에 방문했다는 소식이 대전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진 것과 같이 확실히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일련의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정보 공개는 국민들이 안정을 찾고, 필요 이상의 공포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월 17일, 한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0명이었고,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확진자 10명은 완치 후 퇴원했고, 퇴원 환자 중 몇몇은 코로나-19가 “일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질병은 아닙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승리를 발표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1번 확진자 사례로 인하여 모든 과정이 급하게 중단되었다. 2월 18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는 한국 내 많은 종교 중 하나이자 사이비 기독교 광신도 집단인 신천지 신도임이 밝혀졌다. 1984년 창설된 신천지 (공식 명칭: 신천지 예수교증거 장막성전)는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의미한다. 이만희 (Lee Man-hee) 교주는 자신이 ‘새로운 영적 이스라엘’을 세우기 위해 세상에 등장한 두 번째 예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신적 추종집단 신천지 신도는 약 24만 명으로 추정되며 한국 뿐 아니라 29개 국가에 지부를 설립했다고 내세운다.

신천지의 사이비 교리는 공중 보건을 악화시킨다. 신천지에서는 병은 죄악이라고 가르치고, 신도들에게 함께 밀집해 앉아 침이 튈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일제히 아멘을 반복해 외치며 예배에 참석하여 병을 이겨내라고 권고했다. 신천지가 자신들끼리만 활동을 한다면 문제가 간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신천지에서 활동했던 신현욱 (Shin Hyeon-uk) 목사에 따르면 신천지는 자신의 교파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잠재적인 개종자에게 접근하는 ‘기만적인 개종의 전도’가 옳다고 믿는다고 한다.

신천지는 신도들에게 각자 행적을 숨기도록 지시하고 누군가가 신천지를 믿냐고 물었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범 답안을 제공한다. 때론 심지어 가족들도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신천지 신도인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신천지 신도 서로가 쉽게 질병을 전파한 뒤 지역 사회로 나아가 질병을 전파하게 되는 것이다.

신천지 교인들이 애초에 코로나-19에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KCDC는 시간에 따른 31번 환자의 증상을 고려해 볼 때, 31번 환자는 신천지 내 첫 번째 감염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한국 당국은 2월 초에 있었던 신천지 교주 친형의 장례식에 주목해 왔다. 신천지는 우한을 포함하여 중국 내에 19개 교회를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교인들이 장례식에 참석했을 수도 있다.

이후 감염된 신천지 신도들은 폐쇄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격리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신천지 신도임을 숨김으로써 코로나-19를 전파했다. 31번 환자는 고열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매번 천 명이 넘는 신도가 함께 한 신천지 예배에 두 번이나 참석했을 뿐 아니라 결혼식과 다단계 관련 세미나도 다녀갔다. 그녀는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병원을 방문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들의 계속된 권유를 무시했다. 또, 고열로 병원을 방문하여 스스로 신천지 교인임을 밝힌 여성이 검사를 받던 중 격리될 지도 모른다는 고지를 받고 달아난 사례도 있었다.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한 어떤 여성은 이식 수술 이후 열이 떨어지지 않자 뒤늦게 자신이 신천지 신도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두 사례로 인해 병원이 임시 폐쇄되어 코로나-19에 대한 공중 보건 대응이 더욱 난항을 겪었다). 그리고 감염병 통제를 담당하는 대구시 공무원 중 한 명이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이후에야 자신이 신천지 신도임을 밝힌 황당한 사례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31번 환자 확진 이후 8일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30명에서 977명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새로운 확진자들은 신천지 교인이거나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특히 이만희 친형의 장례식이 치러졌던 청도 대남병원에서 비극적인 사례가 많았다. 대남병원에서만 확진자 144명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장기 입원 중이던 정신질환 환자들이었다. 이러한 환자들은 병원을 벗어난 적이 없고 해외를 나간 적은 더욱 없었기 때문에 일찍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고 적절하게 격리되지도 않았다. 때문에 많은 정신질환 환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진전되었고,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12명 사망자 중 7명이 이들 중에서 나왔다(2월27일 현재).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한 이데올로기에는 광신도 종교집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하야 이후 아직 세력을 되찾는 중인 극우 세력은 몇 달 동안 매주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심지어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사람들이 회의를 취소하는 시국임에도 대개 고위험군 고령층으로 구성된 극우 세력은 서울 정부의 충고를 반대로 무시하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광훈 (Jeon Gwang-hun) 극우 세력 대표이자 목사는 집회를 중단하라는 박원순 (Park Won-soon) 서울 시장의 애원을 일축하며 야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타당하지 않은 주장을 내세웠다. 집회 참석자들은 “신이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해 바람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나 언론의 편집 위치에 있는 한국의 부유층 수구주의자들도 질병퇴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수구주의자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로 정부에게 중국에 대한 완전한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반복해서 요구했다. 황교안 (Hwang Gyo-ahn) 미래통합당 대표는 2월 24일 “다시 한번 중국발 입국을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이것이 거의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주장했다.

이날 우파 성향 신문 중앙일보는 ‘중국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는 제목으로 1면에 사설을 싣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바로 아래에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돌려보낸 이스라엘 정부가 보여준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을 비난하는 커다란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이율배반적 아이러니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빨갱이’라는 딱지와 ‘타민족’이라는 차별 모두 냉소적인 공격이다. 수구집단은 진보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 공격 포인트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이 중국의 공산당 정부에 지나치게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잡았다. 한국의 수구 성향 정치인들은 이러한 포인트를 중국에서 유래한 바이러스 코로나-19 발병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고자 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발 입국을 금지하기에는 중국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격은 4월에 치를 한국 총선을 고려할 때 편리한 목표 대상인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해 외국인 혐오증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한국의 수구 성향 정치인들과 언론은 대중에게 중국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바이러스 질환의 공식 명칭 대신에 ‘우한 폐렴’이나 ‘우한 코로나’라고 계속해서 지칭한다.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늦춘 것은 ‘우한’이라는 단어가 없는 위원회 명칭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미래통합당은 2월 26이 위원회 구성에 동의했다).

신천지와 민족적으로 중국지역 간에 어떠한 교차점이 없을 뿐 아니라 입국금지의 거부에 대해 전문가들이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치적 쟁점을 계속하고 있다. 심재철 (Shim Jae-cheol)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러한 배경을 홍보하듯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며 대규모 모임을 가진 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장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후 격리되었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장은 신천지 신도와 접촉한 그의 아내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굳건하게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질병을 진단하고 결과를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는 투명성을 지닌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감염자 범위뿐 아니라 첨단 검사기술의 영향일 수도 있다. 현재까지 KCDC는 코로나19 검사를 4만 건 이상 실시했으며 하루에만 검사 7,500건 이상을 시행하며 2월 말까지 하루에 검사 10,000건 이상을 진행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조적으로 미국은 500명 미만의 검사를 진행해왔다).

중국에서 시행된 엄격한 격리 방안과는 달리 대구시는 시민들이 적절히 예방 조치를 따를 것을 신뢰하면서 여전히 사업을 운영 중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64%가 호의적인 여론을 보임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 노력은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월 25일 대구를 방문하여 ‘이번 주 내에 확진자 증가세에 뚜렷한 변곡점’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한국의 대응은 첨단 기술의 민주주의가 사회의 취약점을 압박하는 세계적인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네이슨 박(Nathan Park)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코브레 & 킴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이자 동아시아 정치 및 경제 전문가

화, 2020/03/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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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스바겐 회장, 전기차의 도래 ‘무고한 암소의 희생’을 예고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Volkswagen)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최고경영자는 “무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계 자동차 산업 내 격변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디스 회장은 베를린에서 임원진 120인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폭스바겐 구성원들에게는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점을 맹렬히 비난했고, 전기차로 전환하려면 “급격한 목표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지난 1월, 독일의 한 정부기관은 만약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가 경쟁 우위를 지키지 못한다면 일자리 400,000개 이상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디스 회장은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연례 연설을 통해 폭스바겐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라이벌 회사인 테슬라(Tesla)만큼 성공적인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폭스바겐의 무능력함을 비판했다.

디스 회장은 소프트웨어 전문성이 폭스바겐의 미래와 성공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여전처럼 자동차 회사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반면에 테슬라는 기술 회사로서 평가됩니다” 라고 말했다. 지난 해,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폭스바겐 본사에서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브란덴부르크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여 업계를 뒤흔들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여타 어떤 나라의 기업보다 전기차에 많이 투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십만 대의 판매를 조만간 실현하지 못하면 EU 규정을 위반하여 브뤼셀로부터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하는 위태로운 시점에 처했다. 디스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파란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말하며 “고전적인(내연기관 방식)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고 덧붙였다.

바이에른 출신인 그는 또한 현재 아우디, 포르쉐, 시트를 포함하여 12개 브랜드로 이루어진 폭스바겐 그룹의 향후 해체를 암시했다. 그는 폭스바겐이 “핵심 사업에 명확하게 집중함으로써” 포트폴리오(생산품목)를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고, 작년 트럭 자회사인 트라톤의 성공적인 분사를 칭찬했다.

볼프스부르크에 기반을 둔 폭스바겐은 중국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9년 차량 판매량 1100만 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디스 회장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경영진들에게 양보다는 이윤의 실현에 더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해 수익없이 판매량 1만 대를 달성한 명품 브랜드인 ‘벤틀리’를 지목하며 말했다.

그는 “우리가 0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면 결과는 더욱 인상적이었을 것입니다”고 말하며 “저는 솔직히 10,000 대보다 5,000대의 판매를 하면서 수익률 20%를 달성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독일내 경쟁 업체인 BMW, 다임러 또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데 이어, 폭스바겐 회장 또한 하노버에서 함부르크 및 런던까지 확장할 계획이었던 회사의 앱 기반 셔틀 서비스인 MOIA에 대한 투자를 ‘큰 폭으로 줄일 것’임을 알렸다. 그는 “우리회사는 [공유 경제] 사업에서 성공하고자 합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디스 회장은 “우리회사는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해당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처음으로 시중에 판매 예정인 배기가스의 배출이 없는 전기차 ID.3는 이미 독일 동부 지역에서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으며, 올해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2. 테슬라: 전기차 – 새로운 시대의 순한 양

주당 500달러를 호가하는 테슬라의 가치는 엘론 머스크(Elon Musk)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병처럼 보인다. 테슬라의 시장 가치는 지난 여름 저점을 기록한 후 짧은 기간에 세 배로 뛰었다. 머스크 회장의 순자산이 수십억 달러에 육박할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에 적대적이었던 공매도가 시가 평가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 몇 분석가들은 이제 테슬라 주식의 목표주가가 600달러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분석은 기대했던 고수익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이 목표된 주차장에 스스로 주차를 했더라면 (아마도 실패한 듯)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테슬라의 수익은 평소보다 증가했다. 테슬라는 로보-TAXI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대신 핵심 전기차 사업 내에서 더욱 시급한 사안들을 극복했다.

테슬라의 지난 해 실적은 사실 부진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사라지고 간부들이 이탈했다. 엄청난 자본 지출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고 비용을 삭감했다. 보조금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3의 판매량이 전년도 146,000대에서 2019년에는 거의 301,000대로 증가하여 (가격은 인하했지만)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입증했다.

새로운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가동하면서 신속한 세계 유통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테슬라는 지난 분기에 3억 7천만 달러를 매출을 보고하며 원활한 현금 유동성을 나타냈다. 원활한 현금 유동성을 위해 회사에서 시행한 원가 절감을, 주가가 만회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만 둘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여부는 상상 속의 로봇 AV 제조사가 아닌 자동차 제조업체의 현실이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영업이익(ebitda)의 48배에 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고급차 제조업체인 BMW의 기업 가치는 영업이익의 5배이다. 만약 테슬라 주식을 BMW와 같은 양으로 다량 거래한다면 그들은 약 60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테슬라의 기획하는 야망과 전기차의 다양한 모델이 부족한 실정이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Y의 생산을 계획하고 있고 내년에는 대용량의 사이버 트럭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주 초, 머스크 회장은 머지않아 자신의 차량이 자신의 사업에 관심을 갖는 보행자들과 길가에서 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기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눈에 띄게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주가는 비싸지만 테슬라에 대한 투자는 전기차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목, 2020/03/0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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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언론들은 잽싸게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지가 중국이라고 공식적으로 단정했으며, 구체적으로 우한 소재의 축축한 화난 해산물시장 내 동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으며, 중국과 일본 등 보고서들에 따르면 해당 바이러스가 다양한 여러 장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외부에서 우한 시장으로 유입된 후에야 비로소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하지 않았으며, 일본 및 타국의 매체에 따르면 그것이 미국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연구자들은 바이러스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학 연구자들은 중국의 게놈(유전체) 샘플을 수집한 후, 먼저 바이러스가 우한 해산물 시장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여러 미확인 출처에서 유래했다는 사실과, 이후에 바이러스가 해산물 시장으로 유입되어 노출되었음을 결정적으로 입증해 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연구자들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 해산물 시장이 아닌 어떤 다른 곳에서 지난 11월 중에 대인 접촉을 통한 감염으로 시작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과학 연구자들을 위한 중국의 개방적 지식 저장소인 ChinaXiv에 발표된 연구내용에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들)에서 해산물 시장으로 유입된 후 많은 사람들의 긴밀한 접촉으로 인해 시장에서 급속히 확산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견은 게놈 데이터와 감염 출처를 분석하고 중국 전역에 걸쳐 수집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의 확산 경로를 분석한 결과였다.

이 연구는 최초 감염자가 화난 해산물 시장의 일꾼들 혹은 상인들에게 바이러스를 일차적으로 전염시켰으며, 붐비는 시장이라는 조건은 시장을 방문한 구매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추가적으로 전염시키기가 용이했으며 이는 2019년 12월 초에 바이러스가 더욱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중국 의료 당국과 “정보 기관”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했다. 4개 대륙 12개 국가에서 입수한 거의 100개의 게놈 샘플을 수집하여 모든 변종과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그들은 바이러스 발생이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 체육대회 직후인 11월에 시작되었다고 판단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작년 10월 18일에 이런 보도를 했다:  “중국 우한에서 세계 군인 체육대회(제7회 CISM 군사세계 경기, CISM Military World Games)가 2019년 10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에 걸쳐, 세계 109개국가에서 9,308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성대한 개막식이 치뤄졌다.” (*대회 이후, 참석했던 미군들이 화난 해산물 시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호흡기 전문의 종 난샨(Zhong Nanshan)박사는 1월 27일에 이렇게 말했다. “비록 COVID-19가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생겨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퍼진 바이러스는 어쨌든 중국 것이긴 합니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 발원했다 할지라도 말이죠.”

이것은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관한 질문을 제기한다. 중국당국이 12개국에서 100개의 게놈 샘플을 통해 분석을 시도했었다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원천을 찾아야 할 강력한 이유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최초 감염자(patient zero)’의 위치를 찾아내고 신분을 식별하는 데는 대단한 어려움이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중국 연구자들과 별도로 같은 시기 일본 동료들이 동일한 독자적 결론을 내렸다. 즉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미디어가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가 미국일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2020년 2월, 일본 아사히 뉴스 보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의 원인이 인플루엔자 탓으로 돌려지는 14,000명 (*3월 8일 현재는 20,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의 미국인들 중 일부 또는 다수가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본 TV 방송국의 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 퍼졌으며, 신형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유래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추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 TV의 이 보도는 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를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동시에 아사히 TV의 보도는 이미 인플루엔자로 사망한 미국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가 없다고도 했다.

2월 1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뉴욕의 공중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을 보이는 개인들에게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테스트를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 TV는 그들의 주장에 대한 과학적 문건을 제시했으며, 미국 질병 예방 당국이 바이러스 테스트를 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사망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에 일본 연구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발생적인가 인공적인가 또는 우발적 실수인가 고의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확답을 회피하면서, 단지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최초로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서구의 인터넷은 이와 관련된 정보들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언론은 여전히 이러한 정보들을 인용한다.

아사히 TV의 이러한 주장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작년 10월 말 우한에서 개최된 군인들의 올림픽인 ‘세계군인 체육대회’때문에 중국 소셜 미디어가 뜨겁게 달구어졌으며, 이미 그 시점에 외부로부터 중국 내부에 전염되었을 가능성에 관하여 광범위한 토론이 벌어졌다.

“아마도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 체육대회의 미국 대표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한으로 가져 왔고, 바이러스에 약간의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고 전염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올해 광범위한 확산을 일으켰다.” (인민일보, 2020년 2월 23일 기사)

상하이 푸단 대학의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션 이(Shen Yi)는 “정보 기관을 포함한” 세계 바이러스 학자들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흥미롭게도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가능성을 계속 열어 두었다. 중국의 뉴스 보도에 따르면, “네티즌들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다만 합리적인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어떤 특정 보도가 조작된 쓰레기였다면, 중국 정부는 분명히 그 사실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허위 소문을 퍼뜨리지 말라고 알려 주었을 것이다.

대만에 거주하는 바이러스 학자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유래됐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2월 7일에 대만 TV 뉴스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방영 중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유래되었음을 시사하는 도표와 흐름도가 제시 되었다. 아래 도표는 해당 뉴스 방송의 선택된 콘텐츠에 대한 대략적인 요약 및 분석이다. 이를 발표한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을 오랫동안 상세하게 탐색해온 대만의 정상급 바이러스 학자이자 약리학자이다.

그는 영상의 첫 부분에서 다양한 단상형(單相型) 바이러스(필요한 경우 변종들도 포함하여)를 설명하고, 어떻게 그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어떻게 하나가 다른 것보다 먼저 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 종류가 다른 종류를 파생시키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이것이 단지 기초적 과학 지식일 뿐이며 지정학적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마치 숫자 2 다음에는 3이 온다는 산수문제방식으로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간다고 했다.

대만의사의 바이러스 감염 설명도표

그의 주요 논점 중 하나는 대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유형이 호주와 미국에만 존재하며, 대만 사람들이 호주 사람들에게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에서의 감염은 미국으로부터 온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의 기본 논리는 바이러스 변종이 가장 다양하게 존재하는 지리적 위치가 바로 바이러스 발생지[근원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변종이 나오려면 다른 바이러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무(無)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만이 5개의 알려진 바이러스 변종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으며 반면에 우한과 중국의 대부분 지역에는 대만, 한국,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영국, 벨기에, 그리고 독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변종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는 미국을 뺀 다른 국가들에 존재하는 단상형(單相型)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기원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중국과는 다른 단상형(單相型)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전염성은 더 강하지만 치사율은 보다 적은 바이러스 일 것이라 추측되며, 한국과 대만 양국의 사망율이 중국의 사망률에 비해 1/3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이란이나 이탈리아는 위의 시험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현재 양국은 지역적으로 널리 퍼진 게놈(genome)을 해독하여 바이러스들이 중국과는 다른 것임을 공표했다. 이는 바이러스들이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른 곳에서 유입된 것임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의 변종 바이러스는 중국의 것과 거의 비슷한 사망률을 보여주는데, 이는 다른 나라들보다 세 배나 더 큰 것이다. 반면에 이란의 단상형(單相型) 바이러스는 사망율이 10%에서 25% 사이로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초점을 맞춘 엄청난 양의 서구 언론의 보도로 인해, 대부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으로부터 시작되어 다른 국가로 퍼졌다고 믿고 있지만 현재 그러한 믿음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것처럼 보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 전 세계 약 50여 개 국가에서 적어도 한 건 이상의 사례가 확인되었으므로, 각 국가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검사하여 그것들이 생겨난 원래 위치와 전세계적 출처 및 확산 패턴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위의 바이러스 학자[대만 의사]는 최근 미국에서 200명 이상의 “폐섬유증 (pulmonary fibrosis)” 진단 사례가 발견되었는데 그 환자들은 호흡이 불가능해져 사망에 이르지만 이는 폐섬유증의 증상과 상태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미국 보건 당국에 그러한 사망 사례들이 혹시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을 알려주는 논문을 써주었으나 그들은 그것이 단지 전자 담배로 인한 사망이라고 반응할 뿐 더 이상의 심도 깊은 논의를 차단시켰다.

대만 의사는 바이러스 출현의 시점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9년 9월 경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는 2019년 9월에 몇몇 일본인들이 하와이로 여행을 가서 돌아온 후 감염된 채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중국에 결코 간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는 시기적으로 보아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감염이 시작되기 2개월 전이었고 동시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병원체의 외부 유출을 막기에 시설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를 대며 갑작스레 포트 데트릭(Fort Detrick) 생물학전 무기 연구소를 전면 폐쇄한 직후였다.

대만의사는 동일한 결론을 내린 일본 바이러스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감염 사례를 매우 신중하게 자체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미국에 퍼졌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증상들이 공식적으로 다른 질병 탓으로 돌려져 아마도 은폐되었음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환구시보(环球时报)는 미국의 한 사례를 언급했는데, 어느 여성의 친척이 내과 의사들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며, ‘독감(flu)’으로 사망한 어느 남성의 사망 증명서에 사망 이유로 ‘코로나 바이러스 (coronavirus)’가 기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2월 26일, ABC뉴스 계열사인 KJCT8 뉴스 네트워크는 한 여성이 최근 자신의 언니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언론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주(州) 몬트로즈(Montrose)에 사는 알메타 스톤(Almeta Stone)은 “의료진이 우리에게 사인(死因)이 독감이라고 알려주었으나, 나중에 사망 증명서를 받았을 때 거기에는 사망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써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미국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뢰할만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테스트 키트(test kits)를 갖추고 있지 않고. 게다가 바이러스에 대한 테스트가 거의 또는 전혀 수행되고 있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에 의한 사망을 단순히 독감의 의한 것이라고 은폐되어 처리되는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존재할 거라는 추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유달리 전염병이 창궐하는 중국…. 그 진정한 이유는 뭘까? 지난 2년간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trade war)’ 중에 갖가지 전염병을 겪었다.

(1) 2018년 2월 15일 : H7N4 조류 독감 발생. 중국에서 1,600명 이상이 병을 앓았고 600명 이상이 죽었다. 수많은 닭들이 죽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미국 가금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2) 2018년 6월 : H7N9 조류 독감. 수많은 닭들이 죽었다. 중국은 미국 가금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3) 2018년 8월 : 아프리카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러시아와 같은 변종이며 그루지야에서 온 것임. 수백만 마리의 돼지가 죽었다.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4) 2019년 5월 24일 : 대부분의 식량 작물을 파괴하는 중국의 14개 지방 수준 지역에서 조밤나방속의 유충이 대량으로 만연하여, 대부분의 식량 작물을 파괴했다. 그것은 즉시 중국의 곡물 생산에서 8,500 헥타르 이상의 경작지로 퍼져나갔다. 그 유충은 어마어마한 수의 알을 낳는다. 중국은 이로 인해 옥수수, 콩 등 미국 농산물을 구매해야만 한다.
(5) 2019년 12월 :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으로 중국 경제가 일시 정지 되었다.
(6) 2020년 1월 : 중국은 후난성에서 “고병원성” 조류 독감 발생. 수많은 닭들이 죽었고 많은 닭들을 죽여야 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산 가금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중국 속담에서 이르듯이, 우연적으로 액운이 세번까지는 찾아 올 수 있지만, 상기에 적시한 6번의 액운 모두가 우연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 것(즉, 외부로부터의 영향 또는 개입)이다.

 

2020년 3월 4일, Global Research column

래리 로마노프(Larry Romanoff)

은퇴한 경영 컨설턴트 및 사업가. 국제 컨설팅 회사에서 고위 임원직 역임, 무역회사 경영. 상하이 푸단 대학교의 방문 교수로 초빙되어 시니어 EMBA 수업에서 국제거래에 관한 사례연구를 강의

월, 2020/03/0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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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지역으로 가져오기

때론 세상에 온통 나쁜 소식만 들려오는 것 같다. 기후혼란, 생물멸종, 고용불안, 빈곤, 폭력사태∙∙∙. 이런 소식들은 우리를 답답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대부분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여러 문제를 따로 해결할 필요 없이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저개발국가에서 가장 산업화된 선진국까지, 세계 여러 곳을 관찰하고 연구한 끝에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경제체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우선순위를 혼동하는 바람에 잘못된 순위를 앞세워 다른 대안들을 묵살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글로벌 경제를 지지한다. 글로벌 경제는 몹시 비대하고 강해져서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기술-경제 체제로서 인간생활의 모든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상품으로 만든다. 글로벌 경제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을 분리시키며 번영하고 있다.

그러나 꼭 이런 길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구태의연한 권력기관과는 전혀 다른 풀뿌리 운동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경제구조를 지역화하여 생태계와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육대주에서 일어나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경제가 문화와 생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생태가 경제를 주도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풀뿌리 운동은 사람들의 힘과 인내, 선한 의지를 증명하고, 신속하게 확산하여 앞으로의 정치와 경제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다.

지역화는 글로벌 경제가 입힌 손상을 만회하는 가장 전략적이고 효과적이며 상식적인 방법이다. 지역경제가 튼튼해지면 개인, 즉 ‘내부’의 변화뿐 아니라 정치 변화, 곧 ‘외부’의 변화까지 일어난다. 지역화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경제학이다. 빈부 격차를 크게 줄이고, 에너지 사용과 공해를 줄인다. 아울러 지역화는 행복의 경제학이다. 개개인을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다시 이어주기 때문이다.

지역화는 고립화가 아니다. 사실 정책적으로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전환하려면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은행과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자유무역조약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맺어야 한다. 풀뿌리 운동에서도 시급히 정보를 공유하고, 국가와 사회 안팎의 각계각층과 협력해야 한다. 지역화는 융통성 없이 꽉 막힌 처방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활동을 변화시켜서 지역사회와 인간을 다양하게 만든다. 나는 지역화를 ‘경제를 지역으로 가져오기(bring the economy home)’라고 부르고 있다.

 

큰 그림 행동주의

글로벌에서 로컬로 방향을 바꾸는 지역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사뭇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풀뿌리 운동과 정책 변화를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상향식 풀뿌리 차원에서 로컬의 수많은 기업은 현재 기본수요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독점기업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이러한 지역사회기반의 경제구조는 사회와 경제 구조를 재편하여 자연과 인간의 기본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을 더 확대하려면 하향식 정책변화도 필요하다. 세금혜택과 보조금을 로컬로 돌려야 하고, 무역과 금융을 규제해서 (은행을 포함한) 기업들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사회가 정한 규칙과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세계화를 지원하는 공공정책의 방향을 지역화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까닭은 전 세계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대기업과 은행의 요구를 계속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이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운동은 발전의 방법(동반경제성장, 무역진흥, 첨단기술, 기업후원 등)이 정확히 일치하는 보수나 진보의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기 보다는,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민운동은 서로 연대하여 양분된 좌우를 초월하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넘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 현 체제를 조금 손보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들의 수가 임계치에 달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변화를 만들어낼 결정적 다수를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말하는 ‘큰 그림 행동주의(big picture activism)’의 목표다. 시민의 의식을 높이려면 이론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지역화 사업의 감동적인 사례를 날마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사람들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건하자마자 다양한 정신적∙심리적∙실용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큰 그림 행동주의는 기본 전제에 잘못이 없는지 폭넓게 재검토한다. 신화와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오늘날의 소비자문화는 모순적인 개념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고 당황하게 만든다. 한편에서는 저녁뉴스에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면 당장 세상이 멈출 것처럼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자의 탐욕이 세상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경제체제를 만든 것은 개인의 탐욕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보조금과 법, 세금을 이용해 지구와 개인의 안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제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글로벌 경제를 해체하는데 필요한 폭넓은 관점은 찬밥 신세였고, 그 분야에는 편협한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득세했다. 결과적으로 유일한 길은 계속 팽창하는 비인간적인 경제규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고, 부와 권력은 더 적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큰 그림 행동주의는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해준다.

큰 그림 행동주의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장벽을 극복해야만 한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곧장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우리는 이미 경제가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고 기업이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왜 그걸 계속 논의하고 앉아있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세력이 환경문제와 사회정의문제 이면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많아도, 경제가 문화와 개인의 자부심을 허물고, 민족∙인종∙종교 갈등을 높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무역조약이 기업과 은행에 막대한 힘을 실어준 덕분에 그들은 사실상 세계정부가 되고 좌익이든 우익이든 어떤 정당이 선출되더라도 그 정당을 배후에서 지배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미 기업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이 글로벌과 로컬을 아우르는 폭넓은 관점을 가지면 문제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로컬의 미래를 위한 정책 제안

(1) 로컬 경제를 위한 대안무역 지침

국가들은 글로벌 무역규제를 계속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대신 함께 힘을 모아 건강한 국가경제와 로컬경제를 우선하는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앞으로 무역의 목적은 기업의 이윤과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잉여생산물을 시장에 공급하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재화를 획득하는 것이다.

무역규제철폐를 더 이상 관용할 수 없는 개인과 단체들이 이미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유럽에서는 80개가 넘는 단체들이 연대해서 대안무역지침의 초안을 마련했고 총선후보자 193명이 그 지침의 목표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2) 지역기반의 금융체계 확립

은행과 금융체계를 다시 규제해서 유령자산을 만들지 못하게 제한하고 무질서한 자본의 흐름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지역투자부문에서는 지역민이 연금기금과 증권교환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길이 거의 막혀있는 구시대적인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은행의 대출관행도 변해야 한다. 상업은행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대출이자를 요구하면서 작은 기업들을 차별해왔다. 게다가 대기업 중역들에게는 개인대출보증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에게는 요구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을 더 많이 지원하고 이용하면 훨씬 더 다양한 중소기업이 번영할 수 있다.

(3) 건전한 경제지표 적용

의사결정권자들은 흔히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면 이를 가리켜 정책이 주효한 증거라고 말한다. 국부의 척도라는 GDP가 끔찍한 혼선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리다. GDP는 시장의 활동, 주인을 갈아타는 돈의 총량을 말해줄 뿐이다. GDP는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비용과 이익을 구별하지 않는다. 암, 범죄, 교통사고, 기름유출에서 나가는 지출이 증가하면 GDP도 덩달아 오른다. GDP에는 돈이 오가는 거래만 고려하고 가족과 공동체, 환경의 기능은 산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돈은 GDP에 들어가는 반면 가족이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것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사람들은 GDP를 대신할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질진보지표(GPI)이다. 기존의 지표에다 경제∙환경∙사회의 중요한 요소를 단일체계에 넣어서 발전과 실패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칠레, 프랑스, 핀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영국에서는 이미 GPI를 계산해서 발표하고 있다.

(4) 편파적인 세금체계의 개선

거의 모든 나라가 체계적인 세금규제로 중소기업을 차별한다. 지속 가능한 소규모 생산은 보통 더 노동집약적인데 소득세, 사회복지세, 근로소득세 등 무거운 세금을 노동에 부과한다. 한편 자본집약적, 에너지집약적 기술을 사용하는 대기업 생산자는 세금우대(가속상각, 투자세공제, 세액공제)를 받는다. 편파적인 세금체계를 바꾸면 로컬경제를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계보다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되어 일자리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생산에 쓰는 에너지에 세금을 물리면 첨단기술투입에 덜 의존하는 기업, 곧 노동집약적인 소기업이 진흥한다. 게다가 생산과 소비로 일어나는 환경파괴대책을 포함해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실비가 가격에 반영될 테니 운송은 줄고 지역소비를 위한 생산은 늘며 경제는 건강하게 다각화될 것이다.

(5) 재생에너지의 분산작업

현재 재생에너지 기술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화석연료에 비해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뒤집으면 오염은 줄어들고 일자리는 늘어나며 장기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어떤 형태의 에너지든 발전소는 분산하는 것이 좋다. 에너지원을 최종 용도에 가까이 두면 전송망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원을 분산하면 지역경제에서 돈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정치권력도 확실히 분권화한다.

완벽한 정책은 없지만 전 세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분산된 재생에너지의 확산을 촉진하는 새로운 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금우대, 보조금, 발전차액지원제도 같은 금융지원,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등이 있다. 미국은 주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인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불씨가 되어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났다.

(6) 다품종 유기농 생산지의 확대

대다수 국가는 농업보조금을 대규모 산업농 기업에 몰아준다.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사이에서 보조금의 3분의 2는 부유한 거대농가가 받는다. 농업연구자금도 생명공학과 화학∙에너지 집약 단일품종농업에 크게 편중되어 있다.

소규모 다품종 농업을 장려하는 연구를 더 많이 지원하면 농촌경제가 활기를 띨 뿐 아니라 생물이 다양해지고 토양이 건강해지며 식량안보를 이룩할 수 있다. 또한 식단에 균형과 다양성이 생기고 식재료가 더 신선해질 것이다.

(7) 소규모 로컬생산자를 위한 규제 완화

소규모 기업은 대규모 생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규제하는 법 때문에 부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예를 들어 공장형 밀집사육방식의 양계장은 분명히 환경과 보건규제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닭 여남은 마리를 놓아 기르는 소농 같은 소규모 생산자도 기본적으로 같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리노이주는 일명 ‘코티지푸드’ 법안을 통해 잼과 피클 같은 여러 보존식품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생산자를 위한 규제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비슷한 법안 17개가 미국 전역에 도입되었다.

(8) 토지사용규제의 합리적 개선

지역과 지방의 토지사용규정을 개정하면 야생지와 공지, 농지를 개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설립된 토지신탁에 정치지원과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공공자금으로 농지개발권을 사서 교외 확장을 막고 농부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9) 로컬미디어와 로컬엔터테인먼트 지원

지역사회 라디오 방송국부터 라이브 뮤직과 극장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공연예술문화시설을 지원하면 세계화한 미디어를 대신할 대안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춤과 노래, 축제 같은 공동창작 엔터테인먼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역사회의 유대감은 한층 더 튼튼해질 것이다.

(10) 로컬에 기반한 교육으로의 전환

학교교육은 장차 현재의 아이들을 고용할 기업의 요구에 맞게 점차 변하고 있다. 기업에 맞춘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지역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으로 전환하면 막대한 혜택을 얻을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경제를 위한 경쟁적이고 전문화를 장려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문화, 지역화한 경제에 맞게 변할 것이다. 지역에 맞는 농업과 건축, 적합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면 기본수요를 충족시키는 생산분권화가 더욱 진전할 수 있다.

 

세계 지역사회의 다양한 풀뿌리 활동

(1) 로컬금융

공동체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은 주민들이 멀리 있는 기업이 아니라 마을과 지역사회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다. 이 두 곳에서는 창업자금을 대기업에만 대출해주는 시중은행과 달리 소기업에도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

지역투자는 앞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룰 것이다. 슬로머니(로컬 식량체계에 대한 자본투자를 돕는 비영리단체)의 여러 지부에서는 이미 많은 투자를 소농과 식품기업에 유치했다. 지역증권거래, 소액투자편드, 협동조합투자편드, 지역에서 투자하는 연금펀드 같은 여러 구상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만들어 사용하면 돈을 지역경제 안에 붙잡아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타임뱅크(비시장영역에서 봉사활동을 시간가치로 환산하여 기록, 저장, 교환하여 공동체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운동으로, 시간의 가치교환을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도 한다)와 지역통화운동(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은 사실 대규모 지역사회 물물교환체계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희망금액을 게시한다. 따라서 돈이 부족하거나 실물화폐가 없는 사람들도 지역경제 안에서 돈을 흐르게 할 수 있고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2) 바이 로컬, 로컬기업

바이 로컬(Buy Local)운동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로컬기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운동은 지역경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먼 곳에서 제조해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에는 환경과 지역사회가 지불할 비용이 숨어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교육효과도 있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연대해서 연합체를 만들면 서로 지원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북미의 자영업자 약 3만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80개 이상의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생활경제기업연합(BALLE)을 조직했다.

(3) 로컬에너지

전 세계에는 지역사회가 소유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설에 투자한 도시가 많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에서는 600킬로와트 ‘태양광 정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고, 인도 비하르주 다니이마을에서는 35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태양광 에너지 ‘마이크로 그리드’를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사업들은 무공해 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다는 것 이상의 이점이 있다. 첫째, 현지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송전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없다. 둘째,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전력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관리한다. 셋째, 지역투자자들은 남는 전기로 수익을 얻는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다른 지역 투자자 소유 전력회사(IOU)에 넘어간 에너지체계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되찾으려고 지방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완전히 다시 공영소유로 만들거나 시와 군이 IOU 외에 지역에서 새로운 전력공급자를 지정할 수 있는 지역사회 선정권(Community Choice)이라는 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4) 로컬푸드

로컬푸드 운동은 전 세계에서 매우 큰 성공을 거둔 풀뿌리 활동이다. 소비자와 근거리에 있는 농부를 직접 연결하는 공동체지원농업(CSA) 덕분에 규모가 작은 다품종 농장들이 번창하고 점점 더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대개 자신이 먹을 식재료가 자라는 농장을 직접 알고 있고, 농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면 소비자들의 도움을 반긴다. 소농들은 믿을 수 있는 안정된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슈퍼마켓보다 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미국은 1986년에 단 두 개였던 CSA의 수가 2014년에는 62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농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농부직거래장터 역시 지역경제와 환경에 이롭다. 미국의 농부 직거래 장터의 수는 1994년 1755개에서 2014년 8268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직거래장터와 관련해 로컬 유기농 먹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유기농 농지면적이 2001년부터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 50년동안 북반구와 남반구에서는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는 추세여서 도시화가 빠르게 이어졌고 농촌사회도 사라졌다. 오늘날 여러 청년농부는 그러한 트렌드를 뒤집고 있다. 미국에서 결성된 전국청년농업인연합(NYFC)은 6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전 세계 73개국 2억 농민이 연대한 비아캄페시나에는 청년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단체가 있다.

(5) 로컬미디어

지역사회의 대중매체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고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안을 알려준다. 아울러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결속을 다지고 지역문화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망 중립성’이 공격을 받아 위협에 처하자 통신망 접근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유지하려는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쳐서 싸우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가소유한브로드밴드’ 운동이 일어나 지역사회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제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2015년 현재 미국 전역에서 500개가 넘는 지자체들은 자체 브로드밴드 망을 구축하고 더 많은 주민이 믿고 쓸 수 있는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경제를 살린다.

(6) 대안교육

자연결핍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야생지나 농지를 교육장소로 활용하는 학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숲속 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종일 야외에서 지내면서 현지에서 자라는 식물과 버섯 종류에 정통한 전문가가 된다. 청소년과 성인에게 야생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 버몬트주에 있는, 전통기술을 익혀서 뿌리를 되찾겠다는 뜻의 루츠(ROOTS) 학교도 그러한 곳이다.

(7) 로컬기반의 보건의료

몇 해 사이에 전통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반의사들조차 약초치료법, 동종요법, 바디워크요법, 이완요법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이같이 차분하게 예방을 강조하는 의술은 더 인간적인 보건의료체계로 돌아가는 길이다. 지역에 기반한 보건의료체계는 인간의 전인(全人)을 강조하며 생명을 더 넓게 바라본다.

(8) 로컬 계획공동체의 건설

규모가 몇몇 가구에서 수백 가구에 이르는 생태마을은 매우 인기가 높고 성공적이고 다양한 계획공동체의 하나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연합체로서 ‘글로벌 에코빌리지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결된 생태마을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 걸쳐 수백 곳에 이른다.

전환마을은 탄소집약적인 글로벌 경제에서 전환을 선택한 소도시와 대도시의 공동체 모임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식량, 에너지, 상업, 예술, 교통, 보건 등 로컬 경제의 여러 부문별 사업을 계획한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수십 년 동안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다른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체제는 더 이상 대다수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주형태, 에너지원, 식량생산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분산을 시켜서 사람과 자연의 밀접한 관계를 재건해야 한다.

이 새로운 경제의 중요한 요소는 규모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립경제에 기초한 경제적 지역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역중심의 경제에서는 사람과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고, 금융구조와 상업활동이 지역과 문화에 맞춰 변화할 것이며 문화와 생물, 농업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다. 진정한 지역화가 이루어진다면 의미 있는 일자리들이 많이 생기고, 튼튼하고 탄력 있는 지역사회의 토대도 구축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소속감과 목적의식, 결속력이 높아지면서 마음 충만한 행복을 누릴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로컬퓨처스 대표, 『오래된 미래』 저자

화, 2020/03/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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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로서의 도시

도시는 인간활동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거주하며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2015년 기준 92%에 이른다. 도시는 생태적 위기의 주된 원인이며, 동시에 환경문제에 취약한 만큼 생태적 전환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많은 도시들이 생태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생태적 전환이라고 할 만한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도시의 생태적 전환과 관련된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도시가 다양한 이익집단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즉 도시는 거주자들의 일상생활로 구성된 복잡계이다.

따라서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만 있다면 도시의 생태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예를 들어 행정적, 법적,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도시계획을 집행하는 공적 부문이 있는 한편, 이에 반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간지대에 많은 무관심한 시민들이 있다.

완전한 해체에 이른 푸룻-아이고(Pruitt-Igoe) 주거계획보다 더 스펙터클한 사례는 없다. 1950년대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시행된 이 프로젝트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최악의 결과를 낳은 극적인 정부 실패의 상징이다. 푸룻-아이고 프로젝트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 아래 도시재생과 빈곤층 주거안정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착수됐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결국 33채의 건물을 모두 폭파시켰다. 정책실패의 원인은 여전히 많은 논쟁과 이야기를 낳고 있지만, 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도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통합적 관점이 부족한 채 하향식으로 진행된 관료적 도시정책의 무능함을 보여준다. 도시주거정책, 경제정책, 도시재생정책의 실패에다 인종차별이 합쳐진 결과였다.

제인 제이콥스는 역저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1961)에서 도시는 인간의 자연적 거주지이며 사람들은 자연의 과정과 복잡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연생태계와 인간경제의 과정들이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레이첼 카슨이 자연생태계에 관심을 가졌다면 제이콥스의 주제는 인간생태계였다. 그 시대에는 그가 환경주의자로 간주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제이콥스는 당대의 현대화, 자동차 중심성에 반대하면서 활기찬 이웃, 도보구역, 사람들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또 도시정책은 엔지니어와 하드웨어가 아니라 자연적 진화가 일어날 삶의 장소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정책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기초해 기억과 이야기를 창조하는 인간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전환관리

도시를 생태계 혹은 복잡계로 이해하는 관점은 도시계획이나 도시정책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을 요청한다. 도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전환실험이 진행 중이며 이런 실험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해 전환관리에 대한 이론적 토론으로 이어진다. “전환관리란 사회적 전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개념에 기초한 대규모 사회변화의 속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통합 조정된 노력을 말한다” (Derk Loorbach, Governance for sustainability, Sustainability: Science, Practice, & Policy, Fall 2007, Volume 3, Issue 2).

예를 들어 (1)네덜란드에서는 2001년부터 재생에너지, 농업, 의료, 수자원관리 등의 영역에서의 거버넌스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2)유럽 6개 지역(스페인 발렌시아, 독일 헤센,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중부 헝가리, 폴란드 실레지아, 영국 웨스트 미드랜드)은 “기후-KIC”의 유럽 지역연합 프로그램(“2013 Pioneers into Practice” program)에 참여한다. “기후-KIC”는 유럽의 야심 찬 기후변화의제를 만들기 위한 혁신, 기업가정신, 교육, 전문가 지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이 중 “2013 Pioneers into Practice”는 기후변화 측정, 유발요인 관리, 회복적인 저탄소 도시로의 전환, 탄소제로 생산시스템 개발과 적정 수자원관리 개선 등 4개 주제에 초점을 둔 상향식 지역 프로그램이다. (3)OECD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는 OECD 기술과 혁신 정책(TIP) 워킹그룹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목표는 지속가능성과 녹색성장의 맥락에서 정책입안자들을 돕는 것이다. 2015-2016년 계속된 프로젝트 2단계는 시스템혁신 접근이 어떻게 녹색혁신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실험했다.

전환관리 접근의 중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시스템 동력과 참여자 행동에 대한 종합 분석은 사회동력에 대한 일반적 아이디어를 산출해서 전환과정에서 참여자의 행동과 전략을 숙고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2) 전환관리는 학자, 정책입안자, 산업계, NGO 간의 폭넓은 네트워크에서 나온 이론과 실천을 통해 개발된다.

(3) 사회를 전형적인 행동과 메커니즘(예를 들면 공진화, 창발, 적응)에 기반한 복잡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4) 하향식 정부 정책도, 상향식 시장권력도 여러 섹터에 걸친 장기간의 변화를 단독으로 유도할 수 없다. 정부정책, 시장권력, 시민사회의 상향식 이니셔티브가 결합될 때 변화가 가능하다.

(5) 전환관리는 이륙기, 가속기, 안정기 등 전환의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OECD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에서 나온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1) 정책입안자는 문제의 체계적 성질과 혁신을 통해 변화를 구성하는데 있어 자신들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2) 지속가능한 건물, 바이오경제, 스마트시티 등의 분야에서 이미 전환을 가능하게 할 만한 기술들이 개발돼 있다. 그러나 제도, 법률, 규제, 시장메커니즘, 사회문화적 태도의 변화가 없이는 많은 해결책들이 실패로 돌아간다.

(3) 전환관리와 참여적 접근이 바람직하지만 이것은 시간, 일관성, 정책방향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4) 변화에 대한 저항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시스템 혁신의 핵심이다. 사례연구에 따르면,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문제를 작은 부분으로 쪼개거나 공공민간 파트너십, 새로운 행정능력과 부처간 조정능력을 통해 혁신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5) 장기적 정책전략과 함께 정교한 로드맵, 중간점검과 영향평가를 포함한 정책목표가 필요하다.

 

서울의 동북4구의 지역협력 실험

전환관리 연구의 중요한 문제는 현재 사회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상태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전환관리 접근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강력하고 통일된 접근으로는 전환이 실현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환은 다양한 접근, 즉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실험, 다양한 이해와 갈등집단을 포함한 참여적 프로그램,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 협업, 공통의 목표를 향한 기술∙제도∙문화의 적용 등이 결합될 때만 가능하다.

서울 동북4구(강북구,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의 협력실험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2008년 시작된 이 실험은 당시 대학과 기업간 산학협력이 대세이자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던 흐름을 거부하면서 지역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새로운 대학의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에 평생교육원을 개설하면서 지역사회 풀뿌리활동가들을 초대한 포럼(강북지역 풀뿌리 활동가 포럼, 일명 강풀포럼)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강풀포럼은 4개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풀뿌리 활동가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간 협력과 발전이라는 의제를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활동했으며, 그 성과는 4개구청과 서울시의 참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시민사회-기초자치단체(4개구청), 광역자치단체(서울시)라는 3중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낙후된 서울의 “원조 강북”인 동북4구 지역에 새롭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지역발전과 도시재생을 실현하는 정책(서울 행복4구 플랜)이 마련되고 사업이 추진됐다.

여전히 진행형인 이 프로젝트는 명시적으로 생태적 전환을 목표로 내세우지 않았고 계속 진화하는 과정과 실천을 더욱 철저하게 분석, 평가해야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한 혁신적이고 참여적인 시도로 평가될 만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 상호신뢰, 거주자 역량 강화, 지역수용성 확대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것들은 장기적인 전환을 성취하기 위한 보이지 않으면서 중요한 자산이다.

역사적으로 서울의 동북지역은 서울과 한반도 북부를 연결하는 사람과 물자의 집결지였다. 현대사를 거치면서 이 지역은 6.25전쟁과 분단의 희생양이 됐다. 발전이 중단되고 장기간 도시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건물, 도로와 교통체계 등 도시 인프라 역시 노후했으며 주거지역은 계속 쇠락했다. 지속적인 경제적 쇠퇴로 인해 이 지역은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변했다.

동북4구 발전전략은 산으로 둘러싸인 경관이나 유서 깊은 도로와 전통가옥 등 과거에는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던 자원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또한 지역개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혁신 전략으로 접근했으며,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아래로부터 지역발전의 원동력을 끌어내는 참여적이고 내생적인 발전 전략인 동시에 사회적 경제에 기반을 둔 지역경제의 순환시스템을 창조하는 대안적 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즉, 재생가능 에너지, 로컬푸드, 공동체 형성을 지역경제 순환시스템에 연결시키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동북4구의 실험은 이 지역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예비실험의 성격이 있다.

참여와 협력의 관점에서 볼 때 삼중의 협력 실험이 진행됐다. 대학, 지역주민 등 시민사회와 동북4구의 각 구청, 서울시가 참여한 민간-공공 파트너십을 통해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상호학습과 혁신역량 상승이 시도됐다. 특히 사회적 경제와 공동체 형성을 지원화는 과정에서 공공영역의 인큐베이팅 기능이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장기목표는 공공영역의 혁신지도자들이 없이도 공동체 스스로 혁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많은 자원을 소유하고 모든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인데 반해 시민참여와 풀뿌리의 의견 개진은 약하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자원이 불충분하고 연약할 때는 변화의 도입과 가속 단계에서는 공공영역의 주도가 불가피하다.

이 프로젝트의 비전을 서술한 핵심어는 “오래된 미래”이다. 이 말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1991)의 제목에서 왔다. 이 책은 발전의 개념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졌고 선진산업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탐구했다. “오래된 미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지역에서 통합된 삶의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성을 재해석하고 그로부터 대안적 미래를 찾자는 뜻이다. 지역의 미래 비전으로서 “오래된 미래”는 자기 지역의 역사적 특성, 즉 자원순환과 문화교류의 결절점을 참조하면서 다른 지역과 협력하는 자족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이런 변화를 선제하고 주도하기까지는 큰 도전이 남아있다. 2020년 현재 서울 동북4구의 지역협력 실험은 서울시 예산이 투입돼 도시재생, 캠퍼스타운, 지역혁신 등의 사업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구청장이 바뀌고 시민사회 풀뿌리활동가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등의 변화를 겪으면서 그 비전과 가치의 실현이 시험대에 서있다. 종종 그렇듯 공공영역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얻는데 초점을 두며 장기적 안목에서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거의 무관심하다. 이외에도 많은 목표들이 있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길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것,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지속성, 헌신,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접근에 비한다면 하드웨어를 중심에 둔 접근은 목표를 이루기가 비교적 쉽다. 정책시행 과정에서 자원할당의 우선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자칫 토건사업이 마무리된 다음, 하드웨어의 내용을 채울 컨텐츠와 그 하드웨어를 운영하고 활용할 시민주체의 형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미완의 과제로 남겨질 가능성도 크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도시를 향해

생태적 전환은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등 현재 부딪친 생태위기에 대한 필수적 응답의 결과물이다. 생태위기에 대한 응답으로서 도시의 생태적 전환은 도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복탄력성이란 “근본적인 구조, 기능, 내부피드백을 유지하면서 혼란을 견디는 시스템 능력”으로 정의된다(William E. Rees, “Thinking ‘Resilience,’” in Richard Heinberg and Daniel Lerch, eds., The Post Carbon Reader: Managing the 21st Century’s Sustainability Crises, 2010).

공동체 건설, 사회적 경제, 에너지 분산, 재생에너지 사용, 공동체지원농업 등 모든 프로그램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동체가 음식, 주거, 교육, 교통, 보살핌을 스스로 해결할수록 그 공동체는 스스로의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하며 잠복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Michael Shuman, Local Dollars, Local Sense: How to Shift Your Money from Wall Street to Main Street and Achieve Real Prosperity, Community Resilience Guides, Kindle Edition, 2010)

빈곤 해결 역시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경제적으로 박탈된 지역의 가난은 개발에 대한 숨겨진 열망을 자극함으로써 생태적 전환을 위한 자원의 보존과 보호에 대한 동의를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경제적 순환을 창조하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생태적 전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도로, 교통, 의료시설, 교육문화시설 등 인프라 건설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서울의 지역협력 프로젝트는 도시빈곤 문제 해결과 생태적 전환을 연결시켜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은 도시경제의 순환시스템이 만들어져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되는 장기간의 생태적 전환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인 제이콥스는 이런 유형의 도시경제에 대한 위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는 도시경제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가장 기본적 조건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러나 경제학에 대한 제이콥스의 관심은 대기업이나 프렌차이즈로 대표되는 이윤경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도시경제에 대한 주류 분석에서 종종 제외되는 지역기반의 작은 경제,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에의 저항으로서의 도시경제에 대한 관심이었다. 지역경제에 대한 그의 이해는 자연생태계와 유사한 자발적 도시경제를 뜻하며 이는 “오래된 미래”로서 도시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회복탄력성을 가진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자연생태계에서는 틈이 많이 채워질수록 생태계의 가용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으며 생명과 생명을 부양하는 수단이 더욱 풍부해진다. 우리 도시경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틈이 많이 메워질수록 생명을 부양하는 수단이 더 풍성해진다. 이것이 바로 특화된 경제보다 지역경제가 훨씬 좋은 이유이다. ∙∙∙ 자연생태계에서는 다양성이 존재할수록 안정성도 늘어난다. 생태주의자들이 말하는 항상성 피드백 루프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이는 자동자기조절을 위한 피드백 조절기능이 잘 작동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도 똑같다. 이것이 도시에서 지역경제가 다른 형태의 경제보다 더욱 회복탄력적이며 쉽게 붕괴되지 않는 이유이다.”  -Jane jacobs, “The Economy of Regions”, Annual E. F. Schumacher Lectures Book 3, Kindle Locations 101-107, Schumacher Center for a New Economics, Kindle Edition.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월, 2020/03/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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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COVID-19가 미국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3월 초의 이야기이다. 실업률과 주식시황 등 형식적인 경제수치가 자신의 재선가도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트럼프는 COVID-19가 ‘감기처럼 별것이 아니라며 모두가 생업현장에서 평소처럼 행동할 것과 적기라면서 주식시장에 적극 투자할 것’을 호언했다. 며칠 후 증권시장은 20-30% 급전직하로 추락하였고 미국 전역에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급기야 일주일 만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트럼프는 취임 즉시, 사스와 메르스의 경험에 기초하여 오바마 시절 질병예방센터(CDC) 내에 특별히 구성되었던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조직을 해산시키고 CDC 예산을 격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가 임명한 책임부처인 보사부 장관은 거대 제약회사의 로비스트 임원출신으로 정부의 섣부른 개입보다는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마치 한국의 어느 무책임한 야당 이야기를 옮겨 놓은 듯 하다.

미국인들은 COVID-19의 창궐과 관련하여, 괴물 대통령의 자기과신과 황당함 그리고 시장만능주의 뒤에 숨어있는 자본의 탐욕이라는 재앙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앨릭스 에이자 (Alex Azar) 미 보건사회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중앙 조달 방식보다 민간 시장에 맡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사회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지배 엘리트 계층의 왜곡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에이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형적인 인물로서 공중 보건에 대한 책임 혹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중 보건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을 보호하는 제약 산업 로비스트이자 전직 제약 회사 관리자이다. 에이자 장관은 최근 가장 심각한 감염(확진) 상황 속에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공중 보건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제도에 의존해야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된 에이자 장관의 놀라운 발언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여러분이 들으신 바와 같이 민간 시장 관계자와 주요 제약 업체 종사자들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것이 천연두 치료와 같이 정부가 유일한 구매자가 되어야 하는 생물적 테러 조달과정의 유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요, 구매, 비축 등의 측면에서 시장이 구매자를 선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치료 연구 및 개발뿐 아니라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에이자 장관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중앙 조달 방식보다 민간 시장에 맡길 것임을 시사한것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수요, 구매, 비축 등을 실제로 선별할 것”이다. 스셔카우스키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은 다음날 의회 증언에서 백신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가격이 책정될 수 있을 것인지” 단언할 수 있냐고 에이자 장관을 압박했다. 에이자 장관은 “우리는 백신의 가격이 적절하도록 책정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지만, 민간 부문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우리가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제약 산업에서 백신 가격을 책정할 것이므로 정부는 가격의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는 드문 상황은 아니지만 전염전파 상황을 고려하면 끔찍할 수 있다.

이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만약 우리가 운이 좋게도 1년 정도 내의 가까운 미래에 연구, 개발, 테스트를 마치고 효과적인 백신을 얻는다면 해당 백신은 전 세계 정부들에 의해 일관된 방법으로 질병의 역학 및 전파 패턴에 따라 대규모 집단 및 취약 단체에 체계적으로 배포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이야 말로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일관된 공공정책 및 행동이어야 한다.

에이자 장관의 발언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민간 기업들 연구의 상당 부분 또는 대부분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실제로 금권 정치의 천국인 미국은 제약 회사를 위해 납세자의 세금으로 연구 및 개발 (R&D)의 상당 부분을 후원한 뒤 지적 노하우를 무료로 민간 사업으로 넘겨서 20년 동안 약품에 대해 특허 보호를 받음으로써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과정이 만연하다.

그것은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된 부정 행위이지만 보건 부분의 놀라운 로비 자금 (2019년 약 594만 달러)에 대한 보답성의 관행이었다.

공중보건이라는 접근방식이 올바른 모델이다. NIH는 계획대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개발 활동을 주도하고 충분하게 후원해야 한다. 민간기업들은 그 이후 NIH와의 계약 또는 미국 정부로부터 성공적이고 유용한 백신에 기여했다는 지적 재산에 대해 로열티를 받을 것이라는 사전이해 하에 개별로 투자함으로써 개발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성공적인 백신은 상당히 또는 전면적으로 NIH 및 기타 공공 또는 비영리 기금 (중국의 예를 들어 민간 재단 및 R&D 세계 협력 포함)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며, 아마 민간 사업이 일부 R&D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보건의 접근 방식에 따라 백신이 개발되면 올바른 제조 과정을 보유한 전 세계의 모든 제조 업체에게 무료로 라이선스가 허가되어야 한다. 전 세계 인구에게 백신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기금은 자연스레 세계백신면역연합과 같은 기관의 기부와 함께 미국 및 전세계의 해당 정부로부터 공개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에이즈 장관님, 그건 아닙니다. 그러한 과정을 민간 사업에 맡기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장관님, 세계적인 공공보건 비상사태에 맞서 싸우기 위해 공공자금을 상당히 활용하여 생산되는 새로운 백신에 대한 특허 보호를 승인해서는 안 됩니다. 미 NIH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의 유능한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Anthony Fauci) 박사에게 백신 개발을 맡긴 뒤, 필요한 자금 조달을 포함하여 백신 배포까지 연방 전부에게 주도권을 맡기세요. 민간 기업은 반가운 파트너가 될 수는 있으나 그들에게는 백신에 대한 독점권이 없어야 하며 연방 정부가 명백하게 백신을 운영해야 합니다.”

지난 세기 중반에 개발된 소아마비 백신의 인상적인 사례를 상기하면 좋을 것이다. 1921년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은 민간 부문의 노력이 절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백신 개발을 위한 미국의 공공 자금 후원이 시행되기도 전인 1938년에 10센트 동전의 행진으로 알려진 국립소아마비재단을 위한 비영리 기관을 설립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한 바 있다.

1953년 최초로 성공적인 소아마비 백신을 발표한 소아마비 백신의 위대한 선구자 조나스 솔크 (Jonas Salk) 박사는 10센트 동전의 기적을 통해 기초 작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1954년부터 소아마비 백신은 미국, 캐나다, 핀란드에서 어린이 16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1955년, 대규모 면역 캠페인에 투입되었고 미국의 소아마비 발병률은 1954년 인구 10만 명 당 13.9건에서 1961년에는 인구 10만 명 당 0.8건으로 감소했다.

솔크는 에드워드 R. 머로우 (Edward R. Murrow) CBS 앵커가 “이 백신에 대한 특허는 누가 보유하고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자 “글쎄요, 말하자면 일반사람들 모두이지요.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게도 특허를 낼 건가요?” 라는 유명한 답변을 남겼다. 이것이 소아마비를 종식시킨 공공 정신이며 미국 내에서 코로나-19부터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공공 정신이다.

출처: CommonDreams.org

제프리 D. 삭스 (Jeffrey D. Sachs)

컬럼비아 대학교 지구연구소 소장 및 지속가능한 발전, 보건 정책 및 관리 교수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소장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 소장 역임

월, 2020/03/1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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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금화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역시 폭락할 위험성이 있다. 마지막 안전판인 미국채권시장이 흔들리면,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파괴된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미국채권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과 수평적인 통화스왑이라는 거래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취임 2년 차인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기구(NSC)를 재편하여 대규모 전염병(팬더믹, pandemic)에 대한 예방조직을 축소시켰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이는 사실 그만이 보여준 실수는 아니었다. 1998년 빌 클린턴이 설치한 NSC내의 세계보건 안전조직을 다음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폐쇄시켰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를 폐쇄시켰다가 곧바로 복원시킨 예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팬더믹pandemic같이 가능성은 낮지만 커다란 위험을 불러오는 사안에 대해 관료적인 행정조직이 매우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현대적 행정조직이 제공한 ‘위험관리의 규정’이라는 밀폐공간에 어색하게 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기의 예가 NSC에 해당한다면,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관료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경제정책 집단들이 광범위하게 이야기하는 예외적 위험(tail risks)의 대응에는 공공보건의 위기에 따른 국가경제의 심각한 중단조치가 한번도 거론된 바가 없었다. 물론 금융위기가 불러온 재앙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보건위기에 대해서는 공식 문건은 물론 비유적으로도 언급된 바가 없었다.

2008년 당시 부동산가격 폭락에서 야기된 금융의 불안은, 시장에 제공된 서프프라임 자금경색으로 인해 주요 은행들의 재무자산 위기를 초래하면서 경제의 심장기능을 위협했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에서 출발하여 가계의 위기를 불러오며 발생한 대규모의 재정적 충격에 따라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2008-2009년 간의 겨울 기간에는 매달 75만 명의 실업이 발생하였고,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총 87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GM과 Chrysler 같은 간판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에 몰렸고, 세계경제 역시 전례가 없는 통상의 위축을 경험하였다. 다행히 대규모의 통화와 재정 정책 덕분에 불황은 더 이상 심화되지도 장기화되지도 않았다. 국내총생산이 4.2 %의 위축을 겪고 2009년 10월에 실업률이 10%를 기록했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이 시작됐다.

코로나-19에 의해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축 과정을 확실하게 예측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시점이지만, 불황은 불가피하게 다가온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제조업 분야는 2019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제부터 세계 주요 경제국가들의 활동이 몇 달간 중단될 것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장과 상점, 체육시설, 주점, 초중고와 대학 그리고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성급한 예측이지만 지금부터 6월까지 미국 내에서 매달 약 1백만 명의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8-2009년 간의 상황보다 심각한 것이다. 항공업계 분야는 훨씬 비관적이다. 석유시장 수요의 격감에 따라 OPEC,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세일가스업체 등 산유국가 간에 무자비한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가격전쟁이 지속되고 부채-디플레라는 파괴적인 주기의 순환에 직면하게 되면, 해당 기업들은 2008년 위기의 2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면서 국제적인 교역량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경제정책의 다양한 분야 속에 노동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불황에 따른 재정 정책의 고전적 목표는 분명하다: 소득세의 절하와 정부지출의 확장.

현재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파산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사회안전망이 아닌, 제한적인 부양정책이다. 또한 전염병 사태를 극복하고 나면, 크고 작은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 모든 국가들은 질병에 대한 감시체계, 발병원인에 대한 샘플확인과정, 응급시설, 그리고 충분한 예비적 의료역량 등을 개선해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사업분야도 생길 것이다. 이미 미국 경제의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의료 산업 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확대와 함께, 아마존과 줌(Zooms) 등 기업들이 활동하는 배달과 회의 같은 사업분야에 비접촉 시스템이 보편화될 것이다.

그러나 2008년에 경험하였듯이, 불황을 극복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위험이 있다 – 금융적 심장발작 문제이다.  불황은 공황과는 다르다. 이미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된 금융시장의 공황은 반복적으로 시장에 출몰하는 형태로 위기를 가져온다.

당장의 현안은 석유협상 결렬에 따라 사우디가 선언한 가격전쟁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것에 더하여, 석유가격의 전쟁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대출의 위축과 안정성 확보라는 싸움을 가져왔다. 현금화에 대한 수요는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현실화 되면 생화학적 질병이 경제에 충격을 가하면서 신용의 내부적 붕괴를 가져오는 변이 종으로 변할 수 있다.

갑작스런 신용축소는 부채가 많고 수익모델이 빈약한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위험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충격은 사업폐쇄, 실업, 양질 자산의 투매 등 방식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실패한 기업들이 금융 부채로 사업을 운영해 온 탓에 채권자들의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쳐 대출시장을 위축시킨다. 이러한 순환적 공포는 해외로까지 번져 신용경색을 확산시킨다.

2008년에는 은행들이 위기의 진원지였다. 이번 위기에는 연결된 재무제표상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유럽의 은행들은 2008년의 충격과 유럽지역의 어려움이라는 이중적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공적 재정은 위험수준에 처해 있다. 월가 역시 모든 펀드 매니저들에 의해 대규모 손실에 대비한 현금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석유의존이 높은 국가들은 국가부유기금(sovereign wealth fund)의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면서 정상적인 양질의 자산을 급하게 처분하려 하면서 악순환적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단절적인 신호는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미국 국가채권의 가격 역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동시적으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미국 재무부는 안전판이라는 천국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채권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현금화에 매진하면서 시장이 요동하게 된다.

지난 주말, 시장은 유럽은행ECB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가드 총재가 이탈리아를 별도로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녀는 이탈리아가 아닌, ECB 이사회에 사과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안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미연방준비은행(Fed)의 조처, 즉 이자율을 제로 가까이 낮춘다는 것은 설렁한 얘기로 양적완화에 따른 제4 라운드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2008년에 써먹은 구태의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조처들은 팬더믹pandemic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정책이 아니다. 핵심은 금융의 정책이 아니라 팬더믹이 가져올 충격에 대하여 확인해 주는 것이다. 미연방준비은행Fed과 유럽은행ECB 모두 재정적 정책과제인 것만 주장했다. 코로나라는 팬더믹 상황에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핵심적 역할은 신용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시절만큼 중앙은행들간의 국제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를 대처할 충분한 경험과 시간을 가진 탓에 아마도 공식적인 협력체제는 불필요할지 모르겠다. 각국 은행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으며 미연방은행Fed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여전히 국제금융시스템은 달러위주로 운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국가 은행들간에 유동자산의 상호지원협정(스왑, swap)에 대한 지난 주말의 언급이 가장 중요한 협력조치이었다(Fed, 일본중앙은행, 영국은행, 캐나다은행, ECB 그리고 스위스중앙은행 등 간에).

재확인된 스왑swap의 규정들은 2007년 말에 이루어진 내용으로 중앙은행들과 월가의 주요 행위자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금융시스템에 필요한 자금을 달러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2013년에 항구적인 채널로 가동되었고, 지난 주말에는 해당 스왑의 조건을 연장하고, 미연방이 부과하는 이자율 마진을 낮춘다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

Fed의 조처는 금융자산을 매각하는데 멈추지 않았고,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지를 검토하는데 있다. 신용 시스템에 새로운 문제(bottleneck)가 발생하면 이에 응당한 조치를 세워야 한다. 우선 Fed는 자신이 발행한 채권을 포함하여 각종 채권을 현금화하는 시장의 재구매약정지원 (repurchase agreement market)을 확대했다. 더 나가 상업채권의 시장을 지원하여 대기업들이 뮤추얼기금 형식으로 3개월간 투자자들로부터 차입하는 자금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로 향하는 중앙은행의 조처에 대한 기본적 제한을 확대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스왑 협약의 조치들을 선진 경제권 간의 내부서클 같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14개국의 중앙은행들이 Fed가 발행하는 달러에 접근이 허용되었는데 신흥국가군(Emerging Markets)으로 한국, 브라질 그리고 멕시코가 포함되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IMF에 의존하도록 격하되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된 2008년 이후로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가군과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상태로 변질되었다.

한국은 팬더믹 위기를 잘 견디어내는 모범적 모습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대만과 함께 공공의료분야에서 세계최고임을 입증한 듯하다. 그러나 금융공황이라는 측면에서는 달러에 기반한 안전 자산으로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라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몇 개 신흥국가들은 심각한 금융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외국투자자본의 유출이 극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지난 8주간 동안 880억불이 신흥국가들로부터 빠져 나갔는데 이는 2008년 위기 또는 2013년에 있었던 ‘테이퍼 조정(taper tantrum)’ 기간에 있었던 유출액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대규모 인구대비 공공 인프라와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브라질과 멕시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관심국가는 중국이다. 2008년에는 중국이 나름대로 강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금융적 위기에서 벗어나 있었다. 독자적인 재정과 금융의 부양정책으로 국내경제를 크게 진작시켰고 중국에 수출하는 외국업자들을 고무시켰다. 당연히 Fed와 중국인민은행PBoC간에 스왑에 대해 고려할 필요성이 없었다. 이후 PBoC은 독자적으로, 달러가 아닌 중국인민폐로, 스왑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팬더믹 이후 중국산업의 상당기간 조업중단과 무역통상의 위축이 겹친 상태에서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달러의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8년 이후 다른 신흥시장과 같이 중국이 세계 속에서 급속히 경제활동을 확대하면서 달러자산을 융통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미국정부의 채권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국채 시장이 불안하여 지면서, 현재 세계가 필요한 마지막 핵심 사항은 북경이 가지고 있는 미국채권의 처분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채권을 처분하려 하면, 미정부의 기금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미연방준비은행Fed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다.

역으로 중국인민화폐와 달러를 대규모로 평등하게 스왑거래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Fed는 미연방의회 내에 있는 반중국 매파들이 가하는 무자비한 정치적 공격을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규모의 보건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공동의 이해에 기초하여미중 양국가 간에 위기를 정치화하려는 명백한 유혹(평등한 스왑거래)을 기획해 내는 테크노크라트들의 상상력을 기대하여 본다.

 

출처 : 포린 폴리시의 2020-03-18일자 칼럼기사

아담 투제(Adam Tooze)

콜럼비아 대학교 역사교수 겸  유럽연구소 소장

최근 저서로는 ‘충격, 금융위기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가 있으며, ‘기후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집필 중에 있다.

금, 2020/03/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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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을 보면 매일매일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 관련 기사와 마스크 대란 기사가 도배된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농구경기 스코어 중계하듯 보도한다.

더 한심한 건 마스크 관련 기사다. 거의 모든 언론이 ‘마스크 대란’, ‘마스크 품절’, ‘마스크 구입 위한 장사진’ 따위의 기사를 쏟아낸다. 이런 기사들은 마스크 수급을 위한 대안은 없이 마스크 공급을 제대로 못하는 정부 성토로 가득하다.

 

시장경제원리가 정확히 작동하는 마스크 시장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히 생각해보자. 마스크를 생산하는 국내 민간기업들의 공급 한계량은 하루 1000만장 남짓이다. 그럼 국내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지금처럼 생산능력의 한계까지 기계를 돌려 마스크를 생산한 때가 또 있었을까?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마스크 소비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근년부터인데,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해봐야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 한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을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의 일 평균 마스크 생산량은 최대 생산가능량의 몇분의 1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감염 등으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공포에 질린 채 마스크 구입에 혈안이다. 쉽게 말해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부당이득을 노린 생산업체·유통업체의 사재기도 마스크 가수요 증가에 일조했음은 물론이다)했고, 이 가수요는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한계를 가볍게 넘어선다.

전 국민이 매일 마스크 한 개씩만 구입하려해도 매일 5000만개의 마스크가 필요하다. 현재 마스크 생산능력의 5배에 달하는 수요를 당장 해결할 길은 전혀 없다.

그리고 감염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민간업체들이 생산 시설과 인력을 대거 늘릴 리도 만무하다. 감염병이 잦아들고, 해 뜨면 사라지는 아침안개처럼 가수요가 소멸되면, 생산 시설을 확장한 기업들을 기다리는 건 파산이기 때문이다. 설사 일부 기업들이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한다해도 시차효과 때문에 지금의 공급부족 현상을 타개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게 대한민국 경제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경제원리의 작동 방식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고,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는 건 시장경제원리상 지극히 당연하다. 시장원리를 조금만 알아도 지금의 마스크 부족을 정부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정부가 마스크 공급?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도 감수해야

그러거나 말거나 언론과 야당, 일부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건 이런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같이 KF80, KF94마스크를 1000원 남짓의 저렴한 가격에 맘 편하게 구입하고 싶다. 정부가 무능해서 혹은 사태 초기에 중국에 퍼줘서 마스크가 모자라니 정부는 책임져라.’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매일 5000만장의 저렴한 마스크를 전 국민에게 신원을 확인해 배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보다 다섯 배 이상의 마스크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고, 매일 전 국민에게 1인 1장의 마스크를 제공하는 배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업체를 전부 국영으로 만들든, 아니면 지금의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매일 500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공장증설, 기계구입, 인력확충 비용 및 그 유지비용)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든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하는 건 불문가지다.

생산능력만 확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1인 1장의 마스크 배급이 정확히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원 확인 시스템과 배급 장소 및 배급 담당 인력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모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게 자명하다. 마스크 5000만장 생산능력 확보 및 유지, 마스크 배급체계의 구축 및 유지 등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은 모두 세금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어쩌다 발생하는 전염력 강한 역병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천문학적 낭비와 비효율을 감수하는 게 말이다. ‘모든 시민들에게 매일 저렴한 마스크를!’을 외치며 정부를 성토하는 자들은 적어도 그에 따르는 천문학적 낭비와 비효율을 감수할 각오는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자들이 그럴 리 없다.

 

지금은 마스크 가수요를 억제하는 방법뿐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마스크 품귀와 가격 상승은 감염증 공포로 인한 가수요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일시적 마스크 부족 해결 방법은 가수요를 통제하는 길 뿐이다. 사재기에 대한 단속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이 특정 기간 동안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 정부도 그렇게 가닥을 잡은 것 같아 다행이다.

코로나19 공포 마케팅을 통해 마스크 가수요를 폭발시킨 언론은 이제 마스크 타령 좀 그만하기 바란다. 이 마당에도 배급제 운운하며 정부를 공격하는 언론도 있다. 공격하더라도 대안을 내놓고 하기 바란다.

토, 2020/03/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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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은 한국정부에 던지는 심각한 질문이기도 하다. 24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의료물자 지원 요청을 하자 한국정부는 사정이 허락하면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세계제일의 강대국을 도와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변변한 의료자원이 없는 가난한 국가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인도주의적인 절차일 것이다.

더구나 제재로 인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이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오로지 국경 봉쇄 외에는 달리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한 동포국가 북한의 경우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과 같은 지구촌 위기 앞에서 G20 회의를 앞두고 UN사무총장은 공문을 통해 지구촌 팬데믹과 싸우기 위해서 제재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인류애를 구현하는 수장답게 말이다. 그런데 팬데믹과 싸우는 일에 모범국으로 칭송받고 있는 한국은 인류애적 인도주의라는 주제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

개성공단의 부분가동으로 의료물자를 만들어 일부는 북한에 보내자는 제안이 공론화되었지만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지금 이 마당에도 미국 눈치만 보고 있자는 것인가? G20 화상회의에서 문대통령은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더라도 기업인의 활동보장을 의제로 제시한다는 풍문이다. 좋은 제안이다. 하지만 한 걸음 나가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제재 대상국들이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도록 제재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유엔의 제안에 결단력있게 동참해야 한다. 역사적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스치는 악마의 옷깃이라도 잡아야 한다.


코로나가 대유행중인 가운데 마스크를 쓴 채 테헤란 유명시장을 걷고 있는 이란 시민들

유엔의 지도부는 수백만의 생명을 위협하며 코로나 대유행병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현재 시행중인 제재들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쿠바,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그리고 짐바브웨 등 국가들이 코로나 전염병과 대처하는 노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을 이웃국가에 급속히 전파시킬 수 있다는 염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또한 크리미아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 역시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여 왔다.

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쿠테흐스는 G20 개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재대상의 국가들이 식량, 의약품 그리고 COVID-19 퇴치에 필요한 지원을 쉽게 받기 위한 조치로 제재를 완화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연대할 시점이지, 배제를 지속할 때가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에 살면서 빈약한 의료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는 (연대를 통해서) 강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이사국을 구성하는 외교관들은 제재완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제재완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한 외교관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전혀 아닙니다. 러시아와 중국 외교관들은 매우 정치적이며 기회주의적입니다” UNSC 이사진으로 활동하는 다른 외교관 역시 “ 제재에 대한 사무국의 호소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된 내용이 없다”고 답변합니다.

그러나 유엔의 인권문제를 책임지는 고위직 인사인 Michell Bachelet은 지난 화요일 “지구적 규모로 대유행병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의 의료 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성명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 지구적 규모의 공공의료 개선과 제제대상국들의 수백만 생명을 위해서라도, 매우 시급한 현재 시점에서 해당 제제를 완화하거나 중단시켜야만 합니다”

성명서는 사태가 발생한 후 지난 5주 동안 이란에서만 1,800 명의 시민과 50여명의 의료진들이 사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진행중인 제재가 기본적인 의약품과 의료기기– 호흡기와 마스크 그리고 의료진의 보호장비들-의 접근을 훼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이란에서 진행되는 유행병이 이웃인 아프칸과 파키스칸으로 전파되고 있으면서 이들 국가의 의료시스템에 부하가 걸리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점증하는 제재완화의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도전을 던진 셈이다. 미행정부는 이란과 북한 등이 미국이 요구하는 협상에 응하도록 옥죄는 최대압력의 수단으로 제재조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완화를 추진하였다. 이번 주 초에, 중국의 유엔주재대사인 Zhang Jun은 무고한 이란 시민을 해친다며 미국의 제재를 비난했다. 그는 트윗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란 국민들은 대유행병에 심각하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유엔 내 국제위기관리 그룹의 전문가인 Richard Gowan에 의하면, 유럽국가들도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란과 거래를 못하도록 굴레를 씌운 미국에 대해서,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크리미아 침공을 구실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것에, 매우 피곤해 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회의 자체가 이란, 리비아, 북한 그리고 시리아에 대하여 수개월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중단은 대유행병의 충격과 국제적인 평화와 안전에 관련해 15개국의 이사국들이 논의를 통해 결의와 성명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비난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보리 회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제재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Gowan은 지적한다. 지난 해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를 결의하고자 시도하였으나 용두사미격으로 실패하였다. 그에 의하면 특히 미국이 한번 제재를 완화하는 것으로 양보하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 초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제재정책을 옹호하면서 식량,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수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 않으며, 실제로 지난 1월부터 이란은 장애를 받지 않고 테스트 키트를 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팩트는 이란 정부가 지난 2012년 이후 160억 불이 넘는 금액을 해외 테러집단에게 지원해 왔으면, 2015년 이루어진 핵협정합의로 실시된 제재완화를 통하여 자신들 대리인들의 금고를 채워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과 시민들의 원조단체들은 오히려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이란과 북한을 돕고자 하는 국제적 원조기구들의 활동이 은행과 금융기구로부터 제지와 협박을 당해 왔다고 폭로하였다

유럽연합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Josep Borrell은 더 많은 조직들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제재대상국가들에 대한 원조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원조활동에 참여하면 미국에 의해 (by secondary sanction) 다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모든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참여하고 활동하여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재확인해야 합니다”.

 

2020.03.24

Colum Lynch

국제적으로 저명한 언론인이자 유엔에 관한 정기 기고자

목, 2020/03/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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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제 미국은 팬데믹의 최대 피해국가로 전락하였고 이대로 방치하면 백만 명 이상이 희생당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예측한 시나리오도 나왔다. 미국이 이런 지경에 이른 배경에 대해서는 우선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황당함이 지적되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크루그만 교수는 이를 ‘트럼프 바이러스’라고 명명한다. 아래의 칼럼기사는 그밖에 상업주의와 이해관계로 찌든 의료계 및 보험산업의 탐욕,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과다한 국방비 지출, 지시경제command economy로 지칭되는 배후 거대기업들의 미국지배 등을 지적한다.

냉전의 잔영 속에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외교군사적 기회주의와 재벌 등 대기업의 특혜적 독과점 그리고 황당한 야당의 발목잡기와 일부 종교집단의 자해행위 등에 시달리는 한국사회는 그나마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유지하는 행정조직과 지도력을 갖춘 것이 불행 중 행운이라 할 것이다.


전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미국이 감염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3월 28일 기준하여 120,000건이 넘는 확진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이는 중국이나 이탈리아의 경우보다 많습니다. 1천명 이상의 미국인이 이미 사망했지만, 이것은 치명적인 유행병과 미국의 부적합한 공공의료 체계 간의 발생하는 충돌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에 대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한편, 국민 건강관리의 대부분을 다루는 보편적인 공공보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은 이미 감염대상 검역, 공공의료 자원의 동원 및 신속한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Covid-19 확산의 흐름을 완연하게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바이러스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효율적으로 테스트합니다. 중국은 발생 이후 한달 안에 호흡기 전문가 1,000명을 포함한 4,000명의 의사와 간호진을 후베이 성으로 파견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확진자가 없는 날이 3일간 연속되면서 사회적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신속하게 350,000명 이상을 테스트하였고 139명만이 사망했습니다.

WHO의 브루스 에일워드 (Bruce Aylward)는 지난 2월 말에 중국을 방문하여 실태조사 후 다음 같이 보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배울 학습은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사례를 더 빨리 찾고, 사례를 분리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에서는 관계 병원 간에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담당지역 내 방역팀이 해당 시민들에게 찾아가서 대상구역을 방역하면서 4시간에서 7시간 동안에 대상자들과 대화를 통해 향후 행동에 대한 지침을 진행합니다.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이탈리아의 연구원들은 실험을 통해 COVID-19 사례의 4사람 중 3명은 별다른 증상이 없으므로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면 방역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어적(extensive) 테스트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미국은, 한국과 같이 첫 감염이 보고된 날인 2월 6일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숫자와 앞자리를 차지하는 높은 사망자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주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제한적인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중국과 한국처럼 확진자와 접촉한 대상에 대해 효과적인 전수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건강한 무증상 보균자가 무의식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이 확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중국, 한국, 독일 또는 다른 국가만큼 효율적으로 또는 효과적으로 방역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국가적으로 공공자금을 지원받는 보편적인 의료 시스템의 부재가 일차적인 중대한 결함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가 이러한 결함을 갖게 된 배경에는 강력한 자본가 계급 이익에 의한 정치 시스템의 부패와 다른 국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를 눈을 멀게 하는 미국의 “예외주의”를 포함하여 미국 사회의 다른 역기능적 측면 등의 결과입니다.

또한 미국의 패권을 위한 해외군사기지 운용은 건강과 같은 국가의 다른 중요한 역할의 필요를 희생시키면서, 전쟁과 군사주의에 대한 연방지출로 우선 순위를 왜곡하면서 “방어”와 “안보”라는 군사개념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미국인들의 이익을 희생시켰습니다.

 

Why can’t we just bomb the virus?

바이러스를 폭격해서 없앨 수는 없는가?

물론 말도 안되는 우스꽝스러운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 지도자들이 직면한 모든 위험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에서 거대한 재원을 군산복합체에 쏟아 부은 탓에 무기와 전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 처해졌습니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연방 재량지출의 2/3에 해당하는 지경입니다. 지금도 미국민의 가족들을 위기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것보다, 두 번째로 큰 미국의 무기 제조업자인 보잉사에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의회의 많은 의원들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6조 달러를 쏟아 붓고도 성과가 없는 소위 “테러와의 세계전쟁 (Global War on Terror)”의 피범벅인 실패의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예산확보의 싸움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군사 비용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2020년 미군예산은 2000년보다 59%, 1990년보다 123 % 더 높게 확정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2020년의 달러 기준으로 2000년 이래 같은 수준의 국방력을 유지하는데 4.7달러가 추가 투입되었습니다. 칼 코네타 (Carl Conetta)가  그의 논문 “훈련되지 않은 국방: 미국 국방 지출의 2조 달러 급증에 대한 이해” 에서 지적한 바 같이 1998년에서 2000년 사이에 실제 전쟁과 관련이 없는 추가 지출로 인해 2조 달러의 조달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해군에는 비싼 새로운 전함, 공군에는 공격전용기인 F-35 전투기, 그리고 군 내부의 모든 병력을 위한 새로운 무기와 장비의 개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지출되었습니다.

2010년 이래로 전례없이 국가 재정자원을 군산복합체를 위한 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실제 전쟁 지출보다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부시 시절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했고 트럼프는 이를 더욱 크게 늘렸습니다. 순수 국방비 추가 지출만 10년 간 4.7조 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1.3조 달러 이상이 전쟁비용과 군사비 명목으로 2000년대 이후 재향군인 부문에 사용되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아마도 전쟁에서 제대한 군출신들의 의료비용에 충당된 듯 추정되며 이는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일반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었던 재원입니다.

2001년 이후 8만톤 이상의 폭탄을 최빈 국가인 아프카니스탄에 쏘다 붓는데 사용하면서, 정부재정의 모든 돈이 몽땅 태워버린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COVID-19 라는 비군사적 위기를 대응하는데 필요한 공공 병원, 인공 호흡기, 의료 훈련, 테스트 비용 등에 지출할 재원이 없어진 것입니다.

상기의 6조 달러는 완전히 낭비되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에서 승리하지도 끝내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전세계에 끝없는 폭력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전쟁국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국가를 멸망시켰지만 결코 이들 국민들에게 재건을 선사하거나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러시아와 중국은 전쟁국가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21세기형 방어진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구축했습니다.

전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COVID-19라는 인류공동의 적에 직면한 지금, 미국 정부가 이란에 매우 잔인한 제재을 추가한 것에 대해 대부분 국가들이 차가운 냉소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이란이 코로나 전염병에 최악의 상태에 빠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에 때문에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 및 기타 의료 자원의 공급이 봉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과 미국이 가하는 치명적인 제재의 중지를 요청했으며, 이러한 요청의 대상국가에는 이란을 위시하여 북한, 수단, 시리아,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그리고 전염병 퇴치에서 용기 있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쿠바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쿠바는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 한 감염된 영국 유람선의 승객을 구조하고, 이탈리아 및 전세계 감염된 국가들에 전문의료 팀을 파견하는 등 팬데믹과 전쟁에서 용기있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 나라입니다.

 

The 21st Century Command Economy

21세기형 지시경제(command economy)

“지시 경제 command economy”는 동서냉전 기간에 동유럽에서 실시한 중앙계획 경제를 비판하는데 사용한 용어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 에릭 슈츠는 ‘21세기형 지시 경제’라는 용어를 그의 2001년 발간된 저서 ‘시장과 힘”에서 독점적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미국경제에서 거대기업들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다시 사용하였습니다.

슈츠가 설명했듯이, 신자유주의(또는 신고전주의) 경제이론은 미국인들의 기성세대가 경의를 표한 “자유”시장이 지닌 중요한 요소를 무시합니다. 무시된 요소는 시장 배후에 있는 권력의 힘입니다. 미국 생활의 점점 많은 측면이 시장의 신화적인 “보이지 않는 손”에게 맡겨지면서, 권력의 힘이 모든 시장의 이면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마음대로 시장의 힘을 사용하여 부를 집중시키고 더 큰 시장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규모 경쟁 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다른 이해관계자 즉 고객, 직원, 협력업체, 정부, 지역 사회를 제멋대로 이용합니다.

1980년 이래로 미국 경제의 모든 부문은 점점 더 많은 대기업에 좌우되기 시작했으며, 이들 대기업들이 미국시민들의 생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공공 인프라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감소, 실질적 인하 또는 정체된 임금, 임대료 상승, 교육 및 의료의 민영화, 지역 사회의 파괴, 정치의 구조적인 부패 등 항목을 이들의 영향으로 열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들은 주로 입찰이라는 방식을 통해 거대 은행, 거대 제약사, 첨단기술 회사, 건설 회사, 광고홍보 기업, 벤처 집단 그리고 군산복합체 등 가장 부유한 미국인 1%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집니다.

모든 경제영역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군대조직, 로비 회사, 기업 이사회, 의회 및 행정부 사이를 연결하는 악명높은 회전문을 통해 이동하고 재취업합니다. “감당할만한 의료법안”을 쓴 리즈 파울러는 상원 및 백악관 직원으로 근무한 이후 Blue Cross-Blue Shield의 모회사인 Wellpoint Health (현재 Anthem)의 고위 간부로 취임했고 자신의 저서에 내용대로 연방 보조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자신의 회사를 위해 끌어 모았습니다. 그녀는 다시 Johnson & Johnson의 임원으로 산업계로 돌아 왔으며, ‘미친 개’로 불리던 James Mattis는 국방장관이란 공직에 봉사한 이후 General Dynamics의 이사회 중역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혼합방식이 미국 경제에 대한 답안이라고 미국시민들이 선호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진행되는 21세기형의 부패한 지시경제를 선택할 시민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지시경제의 내용이 자신들이 제시한 시스템이고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이 노래하였듯이, 대부분 미국시민들이 대부분의 거래가 부패하였음을 알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거울(허상)로 가득찬 방안에서 길을 잃었고, 21세기형 지시경제 영향 안에 있는 여러 부문과 함께 강력한 통제 정치와 미디어를 통한 “분할과 통치”라는 전략의 희생자가 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바이든 그리고 주요 연방의회 지도자들은 간판급 인물들이며, 서로가 악마의 역할을 하면서 웃어가며 금융자본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COVID-19가 현실로 돌출한 것처럼, 민주당이 바이든 주변에 인물(지지 계층)들을 구축시키는 방식에는 야만적인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달 전에는 2020년이 평범한 미국시민들을 위하여 미국의 건강보험산업의 특혜와 로비를 날려 버리고 보편적 재정으로 지원하는 의료보험을 마침내 달성하는 해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자들은 ‘샌더스’라는 대통령과 보편적 건강보험의 도입이라는 커다란 위험greater danger(그들의 눈에는)을 대신하여 굴욕적인 패배를 받아들이고 4년의 재선 기회를 트럼프에게 제공하기로 결심한 듯 합니다.

그러나 이제 기능부전적 장애사회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작은 바이러스라는 자연의 현실적 힘에 맞부딪쳤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공공의료 및 사회의 공적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지만, 미국보다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침내 ‘미국의 꿈’이란 착각에서 깨어나 눈을 크게 뜨고 우리와는 다른 정치, 경제 및 공공의료 시스템을 가진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와 이들 이웃들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요? 우리의 삶은 그것에 달려 있습니다.

 

March 27, 2020

Nicolas J S Davies

‘우리 손에 묻힌 피’ ‘미국의 이란 참략과 파괴’ 저자, 자유언론 기고자, 반전운동단체인 CodePink의 연구자

월, 2020/03/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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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워싱턴 프레임에 갇혀서 국제적 풍향에 어두운 국내 언론에서는 한 줄도 다루지 않은 내용이다. COVID-19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 창궐하는 가운데, 별로 진행되고 있는 석유가격 전쟁으로 미국의 세일가스 산업계가 전멸적 파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국채 역시 폭락의 위기에 휘말리며 삼중의 악재를 맞이한 미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지 21세기의 향배가 달려 있는 현안이다. 이번을 계기로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패권주의를 포기하고 호혜적 협력과 대화를 중시하는 상호주의의 지도국가로 전환하기를 소망해 본다.


최근의 석유가격전쟁이 미국의 세일가스산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가하는 가운데 지난 3월말 트럼프는 푸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지난 몇 달간 사우디는 러시아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생산량 감소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석유시장에 물량을 대거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푸틴은 사우디의 완고한 고집을 거부하고 기존의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로 원유 시장가격이 18년 이래 최저치인 미화 20.09 달러로 고꾸라지면서 미국세일 산업계의 생산원가(40-50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 되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자본집중 투자의 성격을 지닌 미국의 세일산업계가 심각한 적자를 보이면서 월가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는데, 해당산업계의 줄파산은 미국의 거대 은행들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이 트럼프가 푸틴에게 전화를 하게 된 이유이다. 그는 러시아 대통령에게 원유의 감산을 설득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몇 해전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구실로 러시아에게 경제적 제재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구도자적인(stoically)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다. 또한 시리아에 대한 워싱턴의 간섭에 대해서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독일과 불가리아에 대한 공급라인(Nord & South streams)을 봉쇄하려고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불평을 표하지 않았다. 이제 입장이 180도 바뀌어서 미국산업계의 이익이 크게 손상을 당하는 상황이 도래하자 트럼프는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하고 있는 꼴이다. 한 비평가의 말이다. “트럼프 팀은 과거의 일들을 설거지 하듯이 없애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주에 이루어진 통화에 대해서는 미국의 언론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로 그 동안 악마로 지칭해온 푸틴에게 미국대통령이 애원하는 사고(事故)를 있는 그대로 보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타스통신은 다음과 같이 사실을 알렸다. “양국 지도자들은 세계 원유시장의 현재 상황에 대해 논의하였고, 양국 간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과 개인적인 접촉을 지속하는 것으로 조율하였다.”

서구 미디어들의 흔한 수법인 근거없는 추정과 매도의 기사들에 비해, 타스통신의 보도가 훨씬 세련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지난 3년 여간 서구 언론들의 ‘러시아의 간섭’이라는 온갖 조작된 보도에 보복하려고 타스통신의 편집진이 트럼프의 제스처에 비난을 가하고 적국에게 음흉한 함정을 파면서 원유생산량을 줄이려 음모를 펼친다고 보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에 관한 모든 접근에 대해 마치 조미료라는 양념을 가미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 타스통신은 속좁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현재 석유가격의 문제는 ‘사우디’가 야기시킨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고 시장에 공급을 학대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사우디’이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문제를 완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양국 지도자들이 각자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분명히 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 동안 미국무부와 외교라인에 극렬하게 반대해온 양국 간의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라도 푸틴은 단순하게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면 반대급부로 원유생산량을 감소하겠다고 합의할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워싱턴에 원하는 것은 매우 포괄적 사항들이다. 그는 미국이 여러 관련 국가들이 다자적 형태로 참여하여 현안 문제들 – 전쟁, 팬데믹, 핵확산 금지와 국제적 안보 등에 대하여 집단적인 협력방식으로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디시 말하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합의된 룰에 의해 행동하고, 국제적 법질서를 준수하며, 정권전복을 꾀하는 피의 전쟁을 중단하고, 약소국가들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세계적 위기에 도움을 제공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푸틴은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존중하고, 상호 간에 주요 관심사들에 대해 협력하고, 세계경제가 번영과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이러한 푸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바꾼다면, 그는 주저없이 트럼프를 돕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예처럼 미국만의 자국우선주의를 고집하면 아무것도 성사시키지 못할 것이다.

월, 2020/04/0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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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팬데믹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 대한 극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COVID-19의 위기는 한반도 상황을 대한 국제적 협력으로 전환시킬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기에, 이를 활용하여 의료행위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여 교착상태의 북미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평양시의 평촌지역 내에 소재한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축정하는 간호인의 모습.

전세계에 백만 명이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수만 명이 희생된 가운데, 북한의 상황에 대한 염려가 가중되고 있다. 아직 북한당국이 COVID-19 확진자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이 의료 자재를 요청하는 상황에 비추어, 세계 의료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감염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만약 북한에도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아도 고립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하고 의료체제가 낙후된 환경으로 인하여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상시의 대응에 극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COVID-19의 위기는 한반도 상황을 대한 국제적 협력으로 전환시킬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의료행위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여 교착상태의 북미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COVID-19의 대처에 필요한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하는 지금, 두 가지 중요한 정책을 전환시켜야 한다: 제제를 중단하는 것과 한미간의 군사훈련을 취소하는 것이다.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지구적 팬데믹 상황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월 27일 UN 사무총장은 ‘제재로 인한 갈등과 전쟁을 중지하고, 우리의 생명을 구하는 진정한 싸움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청하였다.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 전쟁의 당사자들은 총구를 내리고, 폭격을 멈추며, 공습을 중단해야만, 비로소 생명을 살리는 지원활동을 함께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선언은 북한에 정확히 해당되는 말이다.

지난 3월, 한미 군사책임자들이 만나 한미군사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사려가 깊은 행동이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합동훈련을 영구히 취소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했다.

미국과 한국은 오랜동안 상기의 연합훈련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하게 이를 ‘전쟁게임’ 또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사훈련과 광범한 제재를 실시하는 것은 유행병에 대처하는 의료 지원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전세계에 홍보하는 ‘비핵화와 인권증진’이라는 기획적 의도와도 배치된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진행하면 할수록 핵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천명해 왔다. 반대로 미국이 군사적 훈련을 중지할 때마다, 북한은 이에 상응하여 긴장완화와 대화라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여 왔다.

세계적 규모의 공공보건과 경제활동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한미 당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에 소모되는 자원을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봉쇄하는 것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에 따른 이점은 한미 간의 수억 달러의 군사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생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와 긴장을 완화시켜 줄 것이다.

이에 더하여 북한에 시급한 인도적 물자의 지원을 방해하는 제제를 중단하는 것에 유엔 안보리를 설득시켜야 한다. 북한에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원해온 하버드 의학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기(Kee Park)박사는 “이러한 제제가 고립 차단된 국가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료자재들과 장비들의 접근조차 금지시키면서, 장애와 전염병 그리고 고질적 질병을 치료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야기시킨다.”

우리는 반드시 북한에 필요한 의료자재들을 제공하여야 하고, 이를 계기로 평화와 반핵의 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만약 북한에 이미 COVID-19가 널리 퍼졌다면, 의료체계의 인프라가 황폐화된 상태에서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입하면서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는 다시 한국과 중국까지도 재감염시킬 위험에 빠지게 할 것이다. 아마도 남한 당국은 테스트 키트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임에도, 현재의 제재 시스템이 남북 간의 협력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저기에서 제재완화와 지원제안에 대한 단계적인 조치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와 적반월(Red Crescent)조직들이 유엔안보리 제제에서 제외되는 승인을 득했고,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김정은의 누이가 북한 언론매체에 공개하였듯이, 트럼프 자신이 북한에게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지원을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 김여정에 의하면, 트럼프는 편지 속에 양국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계획을 제시하고 유행병과 싸움에 협력을 제공하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되풀이 하지만,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외교에는 매우 중요하며, 지구적 규모의 팬데믹과 공동으로 싸워가면서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COVID-19는 ‘지정학적 협상을 핑계로 국가 간의 단절을 야기하고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로 인한 인류의 생명과 희생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영구적인 한미간 군사훈련의 중단은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며, 한미군사간 대비태세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평화를 향한 매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지금이, 모두를 위하여, 건강과 평화를 앞세우며 협력할 시점이다.

 

Christine Ahn

‘Korea Policy Institute’의 발기인이며 ‘Women Cross DMZ’의 실행이사

Kevin Martin

‘Peace Action’의 대표이며 20만 명이 참여하는 ‘Peace Action Education Fund’의 책임자

화, 2020/04/0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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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역사와 변화는 우연과 필연의 변증법적인 교집합에 의해 발전되어 갈 것이다. 대입하면 지금의 남북관계가 바로 그 우연에 의해 획기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하다.

타이밍이 꼭 그렇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근거첫째, 필자 본인이 누누이 얘기해오고 있지만 제비 한 마리가 왔다하여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희망적 사고로 본다면), 친서는 분명 잔뜩 움츠렸던 남북관계가 이 친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지개를 펼 수도 있는 좋은 청신호임에는 분명하다. 그것도 시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거의 동시적으로 남과 북, 북과 미 정상들 사이에 이뤄진 친서교환이니 더더욱 폄훼할 이유는 없다.

둘째근거, 유엔(UN)이 G20정상회의(현지시각,3.26)를 앞두고 각국 정상들에게 서신 하나를 보냈다. 모든 제재완화가 핵심인데,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제재대상의 국가들이 식량, 의약품 그리고 코로나-19(COVID-19 )퇴치에 필요한 지원을 쉽게 받기 위한 조치로 제재를 완화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연대할 시점이지, 배제를 지속할 때가 아닙니다(강조, 필자)”라고 언급했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지난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에 미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두 발언을 대북제재에 대입시키면 쉽게 답은 나온다.

셋째근거, 코로나-19가 준 역설의 선물이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다름 아닌, 2020년 3월에 실시되려든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중단된 것이 그것이고, 이는 정치적 산물로서 연기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좋은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해서 위 3요인을 조합해 해석하면 이렇다.

3요인, 하나하나는 제비 한마일 뿐이고, 각기 다른 우연이겠지만, 3요인이 합해지면 인식은 사 못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양질전환의 법칙에 따라 필연으로 전환된다.

필연으로써 남북관계가 그렇게 찾아왔다.

이제 그 활용은 대한민국 정부의 능력문제이다. 좀 더 직설하자면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 능력의 문제이고, 좁히면 청와대 통일·외교 관련 참모들이 이 상황을 정확히 캐치해내고, 대통령께 보고(혹은, 직언)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첫째, 정치적 타이밍이 정말 좋다.

분명, 역발상하면 그렇게 보이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4월 총선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선거라는 것이 각 정당이 중심되어 치러지는 치킨게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한 발 빠져 있을 수 있다.

반면, 트럼프 美대통령의 상황은 영 다르다. 연말 대선에서 본인이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재선문제가 달려있어 자기 코가 석자일 수밖에 없다. 대선에 올인 해야 할 수밖에 없고, 남북-북미문제는 당략과 관련된 대선의 직접적 이슈가 아니니 관심 밖이 된다.

두 상황은 이렇듯 두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혀 다른 시선을 향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은 당면한 코로나-19대응은 물론, 남북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반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자신의 재선문제에 올인 해야 하게 한다. 때문에 득표요인에 결정변수가 아닌 남북관계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비례하여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문제에 있어 독자적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기회가 그렇게 찾아온다.

어떻게?

①미국 국내 상황이 대선국면으로 급격히 빠져들어 가버리기 때문에, 이때를 활용해 남북관계 내정간섭 기제인 한미 워킹그룹을 무력화 할 수 있다. (해체까지 검토 가능)

②동시적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물밑에서는 지금부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직후 코로나-19협력을 매개로 하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

물론 대전제는 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하는데, 그 핵심에 기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약속이행을 하겠다는 보장을 해 주어야 하고, 동시적으로 이제까지 해 왔던 先한미협의-後남북협의 방식이 아니라, 先남북합의-後미국설득(남북공동으로)이라는 민족공조방식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결과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다. 의제도 6.15와 10.4, 4.27과 9월 평양선언 모두 다 총화 되는 집적으로서의 통일회담이다. 그렇게 남북관계가 민족자주의 관점에서 순항하게 되는 것이다.(“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중략)”, <9월 평양공동선언 전문> 중에서)

위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우)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좌)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제공)

둘째, 한미동맹체제에 의존하지 않는 남북관계 모멘텀(momentum)도 반드시 만들어 낼 수 있다.

근거는 이렇다.

코로나-19로 인해 南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모범국가로 칭송받는다.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채택 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北도 오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의료체계특성(무상의료체계와 예방의학)과 여러 요인들이 겹쳐 현재까지 단 한명도 코로나-19확진자가 없는 유일국가(?)이다.

사실로부터 남북관계도 모범적으로 해날 갈 수 있다는 충분한 명분이 우리 (민족)에게 있고, 국제사회의 지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南은 방역시스템과 진단키트 등 우수한 의료기술과 제도를, 北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한 마스크 대량생산, 그렇게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전 세계의 의료 방역시스템에 획기적으로 기여한다면 이는 우리 민족이 21세기형 인도주의 모범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 바탕위에서 우리(민족)는 코로나-19만큼이나 한반도평화와 통일문제도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국제사회에 주지시킬 수 있고, 동시적으로 ‘한국식 모델로 분단 문제도 반드시 풀릴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져줄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아래와 같다.

①코로나-19남북협력은 전 세계의 지지를 받으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②개성공단 재가동은 전 세계에 공급될 코로나-19마스크 생산을 명분으로 제재해제를 보장받고,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재 해제 전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다.

③코로나-19계기로 ‘잠정’중단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영구’중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왜냐하면 만약 이 기간 안에-잠정 중단된 한미합동군사훈련 그 기간 안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만 된다면 이는 당연히 통일회담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한미동맹체제는 자연스럽게 그 운명이 다하고,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군사적 긴장고조의 근원적(본질적) 원인이 제거된다.

결론적으로 이렇듯 지금의 국면은 위 ‘첫째’와 ‘둘째’를 상상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좋은 기회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절대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한낱 一場春夢이 정말 아니길 바란다.

 

통일뉴스, 2020년 3월 28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필자와 협의하여 수정 후 본지에 실린 것임).

수, 2020/04/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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