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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놀이터, 상담, 리빙랩 뭐하는 곳이냐구요?

지역

카페, 놀이터, 상담, 리빙랩 뭐하는 곳이냐구요?

admin | 목, 2019/12/12- 00:55

춘천 시내를 10분 정도 벗어나 칠전로의 조용한 마을에 들어서면 카페 <나비>가 보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에는 책들이 가득 차있습니다. 정돈된 서가 옆에는 장난감들이 줄 지어 서있는 놀이공간이 눈길을 끄는데요.

아이들의 심리발달을 돕는 놀이공간이자 상담실입니다. 그 옆에는 ‘리빙랩’이라는 팻말도 보입니다. 어떤 곳인지 절로 호기심이 생기는 이 곳, <나비>를 시작한 분은 바로 김윤정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나비 CSV(공유가치창출) 연구소 소장)입니다.

 

비영리와 영리를 어떻게 결합할까

김윤정 후원회원은 지역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카페 <나비>를 운영하는 동시에 공유가치창출(CSV) 연구소에서는 지역과 연계해 프로젝트 기획 및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대학에서 약 10년 가까이 경영 관련 과목을 가르친 지식과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로 경영전략 분야의 과목을 강의했는데 어느 순간 불편한 감정이 들었어요.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기업을 성공사례로 들었는데 오너의 비리, 낙하산 인사 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과연 성공한 기업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윤정 후원회원은 고민한 끝에 학생에게 ‘성공’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토론하는 형태로 수업방식을 바꿨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행복’이었습니다. 돈, 명예 등의 내용도 있었지만, 이를 넘어서 성공과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중심을 뒀습니다. 그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에 관해 사례 연구를 하면서 강의의 재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해도 될 정도입니다.

“왜 경영전략이 필요한지 얘기하는 만큼 ‘나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사회적기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자연스레 사회적경제를 보게 됐어요. ‘이걸 책이나 공부를 통해서 아는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쳤죠.”

 

‘커뮤니티’가 문제 해결의 키

김윤정 후원회원이 영리와 비영리 경계를 서성이며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 모습은 카페 <나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비>는 시민 누구나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딱 하나로 규정되지 않은 <나비>는 카페 이름처럼 자유롭습니다.

“사람마다 어떤 모습으로 저희를 보느냐에 따라 공간도 다르게 바라보세요. 이 곳을 ‘리빙랩’, ‘카페’, ‘상담센터’라고 부르는 분도 계시고, 또는 <나비>에서는 ‘컨설팅을 해’, ‘교율을 해’, ‘커뮤니티 행사를 해’ 등등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죠.”

<나비>에서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의 자립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은 최소 단위인 마을, 지역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직접 지역에서 실행합니다. 오랜 기간 <나비>의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았던 장애인들이 직무 경험을 거쳐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가능한 일의 방식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서가를 만든 이유도 책을 관리하는 일이 북카페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플랜트 카페를 만들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음악 선곡하는 일을 만들고. 이런 방식으로 카페 규모를 키우면 열 개가 넘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김윤정 후원회원은 장애인을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역할을 하는 시민’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디자인은 전문가가 맡아야 하지만, 장애인이 지역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지역에 스며들 수 있게끔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과 답을 통해 만드는 일상의 실험

김윤정 후원회원은 ‘기회가 되면 해야지’라고 마음 먹으면 외려 못하는 것 같다며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는 것을 습관화하며, 일상을 즐거운 실험의 연속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때’,  ‘이렇게 하면 안 되나’ 등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결국 해보는 방법 밖에 없어요. 전문가에게 묻는다해도 의견 수렴은 가능하지만 된다 안된다는 판단할 순 없어요.”

현실적으로 보면 <나비>의 매출 상황이 넉넉하지 않지만, 사업의 30%는 지역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합니다. 직원들 역시 리빙랩 프로젝트처럼 스스로 실험과 모험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윤정 후원회원은 ‘실험기업’인 지금의 형태가 돈을 떠나서 연구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해결할 고민도 많이 남아있지만 분명한 것은 중요한 키가 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사업도 지역에 필요한 걸 사업화하는거고, 사업화를 통해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가 잘되면 잘될수록 지역의 문제해결에 가까워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게 연구소의 목표이고 역할이에요.”

 

마을 거점마다 위치한 소셜 프랜차이즈

김윤정 후원회원은 <나비>를 ‘퍼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 지에 관한 큰 그림은 하나이지만, 퍼즐 조각은 각기 다를 수 밖에 없죠. 지금은 퍼즐 조각조각을 만드는 과정이지만, 큰 그림은 명확하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곳곳에 (<나비>와 같은) 마을 거점의 소통공간이 있고, 배움이 생기고, 마을에 필요한 사업이 주민들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정년과 상관이 없는 지역에 필요한 사회적 일자리가 생겨나고, 마을주민이 항상 어우러지는 것을 꿈꿔요.”

그가 말하는 마을을 거점으로 한 심리발달센터와 커뮤니티센터가 있는 구조는 흔치 않습니다. 상담과 치료가 사실 가장 가까운 단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 전체의 나은 삶을 위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중심의 생활양식인 로하스(LOHAS) 카페 방식으로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상담센터라고 하면 섣불리 가기 어렵지만 카페라면 가능해요. 우울함은 심각한 사회문제거든요. 심리상담사와 주치의가 항상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면 좋죠. 단순히 고용을 위한 카페가 아니라 로하스 카페 컨셉으로 앞으로 어떤 생활방식으로 살아야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하고 참여할 수 있는 허브가 되는 거죠.”

‘시민 기업’을 향한 꿈…춘천의 랜드마크가 되겠습니다

<나비>의 장기 목표는 ‘시민 기업’입니다. 기업이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이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여기에 춘천의 시민의식까지 큰 그림에 들어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복합 커뮤니티를 춘천의 랜드마크처럼 만들면, 발달장애인들이 일하는게 자연스럽겠죠. 커뮤니티 곳곳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것이 낯설지 않으면, 지역에서도 낯설지 않을 거에요. 그러면 춘천의 시민들에게 더이상 장애의 유무는 의미가 없어요. 춘천 시민은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우러져 산다고 자랑할 수 있겠죠.”

김윤정 후원회원은 <나비>의 실험을 떠올리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이내 다른 대답을 덧붙였습니다. “되게 해야죠!” 김윤정 후원회원을 통해 변화하는 춘천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글: 유다인 이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사진: 이음센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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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우리의 몸과 세상이 만들어지고 달라집니다. 푸드마일리지를 아시나요?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나타내는 것인데요. 푸드마일리지가 높을수록 많은 양의 식품을 먼 지역에서 수입해왔음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식품의 안전성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메마른 땅에서 싹을 틔우기 힘들 듯, 아프고 병들어가는 지구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인지 모릅니다. 지속가능한 먹을거리를 찾는 움직임 역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이번에 만난 후원회원 역시 지속가능한 먹을거리를 위해 고민하고 움직이는 분입니다. 바로 김영준 후원회원(윈원농수산 대표)입니다.

노동운동에서 농업운동으로

“1985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시 농수산공사에서 근무했어요. 94년에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을 겪으면서 농업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됐죠. 당시 노조 상근자로 있었는데, 농수산물 유통 대란을 보니 노동운동만큼이나 농업운동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농안법 파동은 농수산물 유통문제에 대해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농안법 재개정을 위한 농민・시민단체 연대회의’가 결성되기도 했는데요.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파동을 지켜본 김영준 후원회원도 직접 발 벗고 나섰습니다. 농수산공사 노조 상근자로 근무하면서 활동의 영역을 넓혔습니다.

“이때 농업, 유통 등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법 시행이 유예된 6개월 동안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해서 시민, 농민의 개정안을 만들었어요.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시행되었는데, 함께했던 사람들과 헤어지기가 아쉽더라고요. 그렇게 사단법인 농수산물유통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김영준 후원회원은 농수산물유통연구소에서 ‘현실 공부’를 했다고 말합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을 비롯해 전국의 도매시장을 들러 인터뷰하고 자료조사를 하며 농촌, 농업, 농민의 현실과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건강과 환경에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다

서울시 농수산공사 퇴사 후 김영준 후원회원은 작은 사업체 하나를 꾸렸습니다. 바로 윈윈농수산입니다. ‘윈윈’(win-win)이라는 이름에는 ‘소비자와 생산자, 유통종사자가 모두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김영준 후원회원의 포부가 담겨있습니다.

“노동운동 할 때 생협운동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분들을 보며 소비자생협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있기 아주 오래전부터 먹을거리 운동을 해 왔으니까요. 로컬산업의 확장을 위해서도 생협은 더 성장해야 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생협 조합원 수가 155만 명이래요.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500만 명 정도까지 늘어나야 합니다. 생협이 수입을 배당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가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목민관클럽 회원 지자체장님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테마파크 등의 자본집약형 산업이 아니라 생협과 같은 로컬산업이거든요.”

윈윈농수산은 홍합, 바지락, 새우살, 대구살, 당근, 버섯, 아스파라거스 등 다양한 농수산물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수산물, 그중에서도 새우살이 주력 상품입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과 환경에 좋은 국산 수산물만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양식하지 않은 것, 불가피하게 양식하더라도 배합사료를 주지 않는 수산물을 취급하는데요. 최근에는 이유식을 위한 다짐농수산물도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가공된 식품은 생협 등으로 납품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 1kg에서는 230g의 순살이 나오거든요. 고래회충 등과 가시 등을 발라내는 작업은 기계로 하기 힘들어요. 모두 수작업으로 합니다. 국내산 재료를 쓰는 데다가 가공 작업도 번거로워 완제품 가격이 싸지는 않아요. 하지만 자연과 사람이 상생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2001년 창업했는데, 시작하고 2년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네요. (웃음) 저까지 총 19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거든요. 저는 여기도 작은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직원들과 함께 경제활동을 하며 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보람찬 일 같습니다.”

 

시민의 삶에 더 와닿는 대안 만들어주길

김영준 후원회원은 농안법 개정 당시 알게 된 김완배 서울대 교수와의 인연으로 희망제작소와 인연이 닿았고 강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농업과 농촌의 방향성을 찾아본 단행본 ‘농업농촌 희망 설계도’의 종잣돈을 마련해주기도 했는데요. 후속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농업농촌 희망 설계도’의 목차에 따라서 지침서 등을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론을 넘어 좀 더 실질적인 내용을 담으면 농업 현장에 더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앞으로 희망제작소도 시민의 삶에 더 와닿는 디테일한 대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길 바랍니다.”

 

어떤 삶을 꿈꾸냐는 질문에 ‘믿을 수 있는 친구’ 되고 싶어

“큰 꿈은 없어요. 다만, 주위에 의미있는 일을 하는 분이 많은데요. 이분들이 힘들 때 언제든 찾아와 술 한 잔 기울이고 하소연할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친구 말이죠. 저와 그분들은 다른 환경과 조건을 가졌지만, 각자의 사정에 맞는 연대를 하는 거죠.”

앞으로 어떤 삶을 꿈꾸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인터뷰 진행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 사진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 [email protected]

월, 2020/03/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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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후원회원 프로그램 <더 나은 지구를 위한 두유요거트 만들기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요거트’를 ‘우유’가 아닌 ‘두유’로 만들면서  쉽게 채식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희망제작소가 후원회원과 시민과의 연결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짚어보는 기회였던 만큼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고민과 의미를 전합니다.

지금, 우리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어떻게 만나야 할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만남 자체가 어려졌습니다. 마음껏 만나지 못해 불편하지만, 앞으로도 서로 만나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는 건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급하게 모임을 꾸리기도 꺼려졌는데요.

희망제작소는 후원회원과의 만남을 온라인으로 서로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동시에 코로나19의 발생이 환경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머리를 맞댔습니다.

온라인 참여의 핵심, 가장 편한 집에서

온라인으로 후원회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비대면 툴인 줌(zoom)을 택했습니다. 줌은 화상회의나 강의용 플랫폼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지만, 막상 비대면 후원회원 모임의 툴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했습니다.

이번에 참여한 분들은 어디에서 ‘접속’했을까요. 어쩌면 가장 편한 공간, 이제는 그 어느 곳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에서 대부분 접속했는데요. 혼자 참여한 분도, 부부 또는 아이와 함께 자리한 분도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자꾸 화면에서 사라지셔서 전화를 드렸더니 “죄송해요. 저녁식사를 준비해야해서요. 느슨하게 참여하고 나중에 녹화한 영상 보내주시면 따라할게요”라고 이야기하시는 회원 분도 계셨습니다.

각자 지내는 공간이 조금씩 화면에 나타났는데요.  평소라면 후원회원의 집을 찾아갈 일이 없는데, 참여하신 분들의 일상을 살짝 엿볼 수 있어 한층 더 가까워진 마음이 생겼습니다.

희망제작소도 랜선 집들이부터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거리가 멀거나 바빠서 한 번도 희망제작소에 들르지 못한 후원회원 분도 많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만큼 참여자 분들에게 희망제작소를 소개하는 라이브 랜선 집들이를 진행했습니다. 일종의 온라인 기관투어인 셈인데요.

후원회원 분들께서 보내주신 귀한 후원금으로 마련된 희망제작소가 어떤 의미로 지어졌고, 후원회원의 이야기가 희망제작소 곳곳에 어떻게 새겨있는지 설명 드렸습니다. 라이브로 소개드린 만큼 야근하고 있는 연구원과의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온라인이지만, 화면을 집중해 바라보며, 희망제작소의 구석구석을 훑어보시는 모습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며 진행된 두유 요거트 쿡방

이번 프로그램은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이자, 산호 뜨개 모임을 이끌어주셨던 이경하 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경하 님은 몸소 채식을 실천하고, 작물공동체에 참여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하는 분인데요. 이번 두유 요거트 만들기 클래스에도 함께 하셨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행사 전에 미리 참여자 분들께 두유 요거트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배송 드리며,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드렸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참여자들이 라이브 영상을 보며 직접 요리하고, 궁금한 점은 바로바로 물어보면서 진행했습니다.

요거트와 곁들여 먹는 ‘우리밀로 만든 크럼블’과 ‘우유 아닌 두유 요거트’를 본격적으로 만들었는데요. 크럼블을 만들 땐 재료를 섞고, 불로 굽는 작업이 있어 어렵다는 분도 계셨지만, 많은 분들이 즐겁게 참여해주셨습니다. 동일한 재료로 요리하는데도 서로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요리는 두유 요거트입니다. 두유 요거트는 크럼블에 비해 손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이후 발효와 보관이 중요했습니다. 경하 님의 설명으로 유산균의 역할은 물론 우유 대신 두유로 요거트는 만드는 과정이 어떤 의미인지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언택트가 주는 가치, ‘어디서?’의 의미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는 없던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어디서 모일까”라는 질문에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추가된 셈인데요. 어쩌면 언젠가 맞이했을 온라인 속 세상이 코로나 19로 인해 조금 더 빨리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 프로그램, 강좌, 모임 등도 빠르게 온라인 모임으로 대체되고, 당연한 수순이 되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번 후원회원 프로그램을 통해 N개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덕분에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지역에 계신 후원회원 분들의 얼굴도 뵐 수 있었고요. 두유요거트 만들기를 통해 지금 이 시대가 처한 환경 문제를 되돌아보고, 채식의 의미도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후원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후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참여해 주신 모든 후원회원분들과 시민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희망제작소는 언택트 환경에서 서로 어떻게 소통해 유대감을 쌓아가야 할 지, 프로그램이 좀 더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찾아가겠습니다.

– 글/사진: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 [email protected]

수, 2020/09/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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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의 2019 후원의 밤 <함께 쓰는 희망>이 열렸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는 미소 가득한 분들이 자리했는데요. 희망제작소를 꾸준히 관심을 전한 후원회원뿐 아니라 이웃 단체 관계들이 오셔서 희망제작소의 오늘과 내일을 그리는 데 함께 해주셨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평창동에서 마포구 성산동으로 터전을 옮긴 지 1년째가 되는 올해 시민들과 수많은 희망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후원회원과 이웃 단체들의 응원 덕분이었습니다. 이에 희망제작소는 이번 후원의 밤 <함께 쓰는 희망>을 통해 올 한 해 어떤 사업으로 희망을 일궜는지 시민들의 목소리로 전하는 동시에 과연 내년에는 어떤 사업을 이어갈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19 후원의 밤, 희망제작소의 오늘과 내일

윤석인 부이사장은 “창립 13주년이 된 희망제작소는 여러 일을 겪어왔지만, 오늘 후원의 밤에 오신 분들을 포함해 후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고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후원회원과 시민들을 환영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초창기 시절을 이끈 전 상임이사 박원순 시장도 자리했는데요.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가 더 잘 되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내가 떠나고 나니 더 잘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희망제작소를 이끄는 소장을 비롯해 열심히 연구하고 일하는 연구원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후원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 두 분이 활동하고 있는 한가람남성합창단이 힘차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축하공연을 선사해 행사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멋진 하모니를 들을 수 있는 만큼 후원회원과 시민들의 뜨거운 앵콜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함께 쓰는 희망>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김정근 MBC 아나운서는 “지난 2010년에 희망제작소의 전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희망제작소에 들렀고, 시민사회, 사회혁신의 취지에 공감해 그 이후로 후원회원의 한 명으로서 후원하고 있다”라고 말한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꾸몄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본 희망제작소의 2019년

<함께 쓰는 희망>에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올 한 해 ‘함께 희망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것과 ‘함께 희망을 써주세요’라는 요청의 의미입니다. 먼저 전자의 희망은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요.

광명시에서 진행된 <일상의 민주주의 재발견> 교육을 수료한 김영남 님은 ”평생 나 혼자 살기 바빠서 그렇게 살았는데 희망제작소가 마련해 준 자리를 통해 내 삶의 민주주의를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시민연구자를 지원하는 온갖문제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해 반려동물 재난 위기관리를 연구한 김동훈 님, 부천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여한 임재현 님까지 한국 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민주주의, 청년, 독립연구 등을 통해 시민참여의 한 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희망제작소를 두고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알려준다”, “크게 도전하면 좋겠다”라고 전한 메시지는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시민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넓혀나갈지를 고민해야야 할 지점입니다.

이어 <시민이 꿈꾸는 희망, 우리가 함께 만들 희망> 코너에서는 2020년 희망제작소의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대안연구센터, 시민주권센터, 정책기획실의 사업담당 연구원들이 무대에 올라 시민과 함께 꿈꾸는 희망을 전했는데요.

첫 주자로 나선 오지은 시민주권센터장은 “2020년에도 더 많은 시민이 자신의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찾고 행복할 수 있도록 일상의 민주주의 재발견을 지속, 발전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다현 대안연구센터 연구원은 “지역의 전문가는 그곳에 사는 주민이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민의 참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주민과 주민,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지역의 협치문화를 강화는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마무리 발표에 나선 최수미 정책기획실장은 “시민연구자의 지원과 개발을 위해 지원, 소통, 연결이 가능한 혁신 아이디어거래소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라며 2020년 포부를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날 자리한 분들이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쓰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번 후원의 밤 행사 이전에 온라인 이벤트 <희망제작시(詩) 공모전>을 통해 시민이 꿈꾸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는데요.

“마음에서 막 꺼냈어요. 덕분입니다”, 여러분의 희망단어는

후원회원과 시민들은 이벤트에서 최종 선정된 문구 ‘마음에서 막 꺼냈어요. 덕분입니다’라는 문장이 새겨진 ‘희망펜’을 들고 ‘나는 희망제작소의 든든한 000이 되겠습니다’라는 문장에 어울리는 희망 단어를 찾아봤습니다. 친구, 후원자, 밀알, 참여자, 느티나무, 연탄 한 장에 이어 추위를 녹여줄 ‘패딩점퍼’가 되어주겠다는 메시지까지 힘을 얻는 단어들이었습니다.

김제선 소장은 “시민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희망제작소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시기에 있으며, 후원회원과 시민 앞에서 밝힌 2020년 희망제작소의 연구와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밝히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써보고, 사진을 찍는 포토월 부대행사를 마련했는데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안부를 나누고, 웃는 모습에 더해 각양각색의 필체가 담긴 ‘희망’이라는 글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시민의 뜻을 담아 지역에서, 현장에서 바라는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내년 한 해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자리해주신 모든 분, 정말 고맙습니다. 든든한 후원 메시지뿐 아니라 후원금을 증액하거나 후원금을 보내주며 힘을 실어준 분들 감사드립니다. 또 든든한 후원 메시지와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희망제작소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글: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email protected]
– 사진: 손정혁 시민주권센터 연구원, 정지훈 사진작가

화, 2019/11/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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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일상속에서 북한, 특히 북한인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드물다. 탈북인을 만나게 된다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가깝지만 또 ‘멀게’ 느껴지는 북한,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한’ 탈북인과 함께 자주 들어보기는 했으나 ‘잘 모르는’ 북한인권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호기심과 동시에 생소한 순간으로 다가오게 될 지도 모른다.

2019년 11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회원들이 탈북인을 직접 만나 북한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탈북인과 함께하는 북한인권 세미나’가 바로 그것이다. 세미나는 총 4회로 구성되었다. 주제별로 관련한 경험이 있는 탈북인 강사가 직접 회원들을 만나 강의를 진행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모습, 북한인권의 현실, 그리고 북한 사람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첫번째 세미나

유엔에서 북한인권을 외치다.


지난 2년간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북한인권 옹호 활동을 펼쳤던 김건우 ‘NAUH’ 홍보팀장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을 만났다. 김건우는 북한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 탈북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 후 대학교에 다니던 중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탈북청년단체인 NAUH를 알게 되면서 북한인권 활동을 처음 접했다. 이내 그는 탈북인인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북한 사람의 인권 개선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북한인권 활동에 자신의 삶을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운이 좋게도 11살 때 탈북에 성공해서 여러분들이 북한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고문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북한에서 아동으로서 겪었던 삶 자체가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에 온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김건우 ‘NAUH’ 홍보팀장

 

김건우는 올해 3월 유엔에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전개한 북한인권 옹호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그의 경험은 단순히 북한인권 활동을 한다는 것을 넘어 탈북인으로서, 권리 보유자의 입장에서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을 직접 말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국제앰네스티의 도움으로 인권을 옹호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참석자들은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경험하거나 목격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궁금증부터 유엔에서의 체류 경험, 그리고 외국 사람들이 북한인권에 대해 보인 반응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두번째 세미나

김정은 집권 이후 달라진 북한사회


대북전문 인터넷매체 ‘데일리NK’의 강미진 기자와 함께 최근 북한의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북한 정보를 참석자들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북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빨리 변하고 있어요. 외부와의 단절은 여전하지만, 휴대폰을 사용하고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에요.

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최신 북한 동향이라는, 누구나 궁금해하고 흥미를 느낄 주제이기도 하거니와 북한의 전반적인 상황을 여러 사진과 함께 설명해줘서 그런지 참석자들은 그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 상황과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과 관련해 질문이 쏟아졌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북한 내 한류의 인기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강미진은 북한 전문 기자답게 자신이 직접 수집하고 취재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답변해주었다.

 

세번째 세미나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구금시설


정치범수용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놓고 안명철 ‘NK Watch’ 대표가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탈북 직전까지 북한 내 다수의 정치범수용소에서 경비병과 운전병으로 근무한 전력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역시 북한인권의 가해자라고 할 수 있기에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북한인권을 말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을 제외하고는 세상 그 어디에도 국가 차원에서 정치범의 가족과 친척까지 연좌제로 엮어서 수감하는 곳은 없어요.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압니다. 이런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나요?

안명철 ‘NK Watch’ 대표

 

안명철은 정치범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인권침해에 대해 자신이 목격한 것을 사례로 들며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는 강의를 마치며 정치범수용소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권유린 형태를 총망라한,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뒤이은 질의응답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정치범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왜 정치범수용소는 탈출하기 불가능한지, 그리고 왜 북한 사람들은 부당한 대우에 대항해 시위하지 않는지 등을 질문했다.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통해 정치범수용소가 왜 반드시 폐쇄되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네번째 세미나

북한 여성의 삶

북한에 대한 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정진 강사가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을 만났다. 정진은 2014년 탈북 후 대한민국에 정착한, 비교적 최근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북한에서 예술인으로 살았고 현재 한국에서도 예술을 전공하고 있다. 또한, 그는 북한에 대한 강연 활동을 펼치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의 여성들은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 아래 가정과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차별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요.

정진 강사

 

정진은 여성 인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오히려 북한 여성의 삶을 생생하고 실감 나게 전달하는 데 장점이 되었다. 특히, 그는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북한 여성의 삶을 예술에 비춰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북한의 출산, 육아 문화부터 여성의 경제력,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북한 예술단에 속한 여성의 인권상황 등 북한 여성의 일상적인 삶뿐만 아니라 젠더에 기반한 차별에 관한 내용 등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탈북인을 직접 만나 북한인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해요.

참석자

 

참석자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지막 세미나가 마무리되었다. 비록 4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석자들은 탈북인을 만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물론 세미나에서 북한인권의 모든 부분을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간을 같이하며 참석자들은 최소한 북한과 북한인권, 그리고 탈북인이라는 단어를 이제 더 이상 낯설게만 느끼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북한 사람의 삶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탈북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서 북한 사람,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앞으로도 북한인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 2019/12/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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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동시에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도 일깨워주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역사의 변곡점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맞이하고 또 바라보고 계실까요.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이하고 있는 교육과 의료분야에 종사 중인 이승훈 후원회원(을지대학교 의료원장/을지대학교 의과대학장)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무섭게 돌아온 답변입니다. 이승훈 후원회원은 ‘우리가 당연한 상식만 지켰다면 팬데믹(pandemic)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프면 쉬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데 우리는 학교나 회사부터 걱정해요. 교회나 사람이 밀집된 곳에도 스스럼 없이 가죠. 밥 먹기 전에 손 씻는 건 당연한데 그러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예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술잔을 돌리거나 찌개를 여러 사람이 같이 떠 먹는 문화도 위생에 좋지 않아요. 어려운 게 아닌데 우리는 간과하고 살았죠. 유럽의 경우는 볼키스 등의 인사문 화가 바이러스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편의상 이유로 쉽게 무시하곤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이런 상황을 180도 뒤집어 놓은 것이지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 후원회원은 한국처럼 정의롭고 공평하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은 드물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 부분이 증명되었다는데요.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사회보장성은 물론 산업적 특성도 갖고 있는데요. 이게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을 적절히 혼합한 형태예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시스템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법을 벤치마킹하고 있지 않나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고 봅니다.”

이승훈 후원회원은 병을 치료하는 의사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합니다. 을지대학교도 개강과 동시에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유비쿼터스, 이러닝 등 온라인 교육의 환경은 10여 년 전부터 이미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잘 활용하지 않은 거죠. 대면교육과 비대면교육이 적절히 섞여왔다면 지금 혼란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동안 비대면교육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왔어요.”

문제는 대면과 비대면이 아니라 ‘콘텐츠의 질’에 있다고 말하는 이 후원회원. 그는 비대면교육으로 확장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라 말합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콘텐츠를 원할 때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막상 해보니까 학생들은 적응을 잘 하더라고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보니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학부모들도 저도 모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던 것 같아요. 수단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준비가 안 된 시점에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합니다. 이 후원회원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녹화된 영상을 모니터링 하면서 수업내용과 발음 등을 점검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수업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면 수업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많은 교수님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이를 통해 우리 교육 수준도 한 단계 향상 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어찌 보면 트리거가 된 셈이죠. 이런 기회를 잘 살려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것입니다. 안정이 찾아오겠죠. 하지만 이런 대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저는 팬데믹과 같은 상황을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지구의 경고’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사회의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바뀔 겁니다.

경제적 의미와 또다른 의미의 뉴노멀1)사회가 코로나19로 도래할 것이라 생각해요.* 새로운 생활자세와 생활기준이 요구될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생활습관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행동하는 게 필요한 거죠.”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인터뷰 진행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 사진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각주
1) 뉴노멀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의 특징을 통칭하는 말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주요 흐름으로 꼽고 있다.

수, 2020/05/1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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