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농민수당의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충남에서도 3만6,000여명이 주민청구조례 서명에 참여하며 광역 농민수당제 도입의 발판이 마련됐다. 청구에 필요한 최소 인원 1만7,499명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의 서명을 충남도에 제출한 농민들은 이제 농민수당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충남도의회 소회의실에서는 주민발의를통한충청남도농민수당조례제정추진운동본부(공동대표 정효진·서짐미·문용민·김영호·이상선, 충남농민수당운동본부)의 주최로 ‘충남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사진). 김호 단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농민·전문가·충남도가 각각 농민수당의 방향과 실현가능성을 제시하며 생각을 모았다.
‘충남 농민수당, 이렇게 하자!’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제를 맡은 최용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어떻게 현실 제도로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라며 “농민수당은 새로운 짜임새를 만들어가는 출발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농업, 농촌의 주체인 농민들이 그 질서의 중심에 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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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들이 예산을 이유로 농민수당의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위원은 “충남도청은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이 850억원(전체 세출의 1.5%)에 불과해 아주 잘 운영한 편에 속하나, 충남 기초지자체 15개 시·군 총합으로는 거의 1조원의 돈을 쓰지 못하고 남겼다”라며 “지자체의 의무인 행정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쌓인 돈은 3년 정도 마중물을 하기에는 훌륭한 돈이지만, 쌓인 돈을 헐어 쓰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출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충분히 구조조정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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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에서 참석한 박지흥 농정국 식량원예과장은 농가가 아닌 개인 단위 지급을 위한 ‘농민’의 행정적 선별을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해보겠다 공언했다. 박 과장은 “정보공개의 문제와 출타자 등의 문제로 어디서 막힐지 예상은 되지만 여러분들이 알려주신 것들을 지켜내려고 한다”라며 “만들어주신 조례를 지자체가 부의할 때 농민을 선정할 수 있었는지 송부하려 한다. 현실적으로 금액만큼은 점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농업·농촌에 새로운 동력을 가져오기 위해 여러분 뜻에 따라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에 ‘예산에 없다’라는 것이 있다. 중앙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항상 어떤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법이 없다’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게 ‘예산이 없다’는 방어막이다.
실제로 그런지 추적해 보았다. 243개 지자체의 2018 결산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방정부에서 세계잉여금, 이른바 ‘못 쓴 돈’이 무려 69조원이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잉여금은 이월금과 순세계잉여금으로 구분된다. 이월금은 쓰기로 한 곳은 있지만 사용을 못 한 것이고, 순세계잉여금은 쓸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잉여금이다.
문제는 잉여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입에서 세출을 제외한 세계잉여금 규모가 최근 5년간 91% 증가해 69조원이 됐고, 세계잉여금에서 이월금 등을 제외해 자율적으로 쓸 수 있었으나 ‘남긴 돈’인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5년간 116% 증가한 65조원이다.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 과천시로 지출액(2235억원)보다 잉여금(2341억원)이 더 많다. 이어 경기 안산·시흥시, 서울 강남구 순으로 세출대비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각각 57%, 52%, 52%이다.
재정이 열악해 의존재원 비중이 94%인 전북 장수군도 세출대비 ‘남긴 돈’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23%에 이른다. 의존재원 비중이 93%인 전남 신안군은 중앙정부에서 받는 교부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못 쓰고 쌓아놓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잉여금 및 순세계잉여금은 세입추계를 지나치게 적게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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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균형재정 편성이 원칙이다. 균형재정 원칙을 위배하고 행정서비스로 지출해야 할 돈 35조원 대부분을 이자도 적은 보통예금 통장에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처하기는커녕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순세계잉여금 통계조차 없이 균형재정 원칙을 위배해 통합재정수지가 높은 지자체에 재정건전성 평가를 좋게 함으로써 잉여금 발생을 오히려 독려하고 있다.
정확한 세입예측을 통해 균형재정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적립된 세계잉여금은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하되, 기금의 적립배율설정 및 지출계획을 설정해 기금의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 또한 당장 쓸 수 없다면 이자수입이라도 늘리기 위해 연기금투자풀 등 방법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예산은 걷은 만큼 써야 한다. 걷은 것보다 너무 많이 써도 문제지만 너무 쓰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코로나19 전염병은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층 건강 약자를 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는 실업자, 일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알바 청년,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를 노린다.
저축과 신용이 없는 이들은 일자리에서 짤리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바닥난 통장을 손에 쥐고 불안해 하고 있다.
기초수급 지원을 받는 빈곤계층은 작지만 안정적인 사회안전망 체계에서 공공기관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는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행정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떨어져 있다.
경제 위기시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고용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을 지원한다. 하지만 수혜자는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고용유지에 실패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경우에 그렇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들은 해고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는다. 이들도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니고 실업급여도 없다.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고 하지만 가게가 망한 다음에는 모두 별무소용이다.
한번도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준비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기회가 없으니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경제위기로 취업의 기회가 없어졌지만 경제 위기 상태에 놓인 사실조차 파악되기 어렵다.
“전국민 실업안전망(전 국민 고용보험제) 구축으로 모든 국민을 실업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실업급여가 필요한 국민들의 35%정도만 포괄하고 있다. 사실상의 실업자 400만명과 언제든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민들이 고용보험 또는 실업부조 등의 안전망에 포함돼야 한다.”
지금부터 10년 전 2009년 한겨레신문에 실린 당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칼럼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이 35%에서 49%로 바뀐 것만 제외하면 지금에 오히려 절실한 제안이다.
2019년 8월 기준 취업자 수는 2,736만명이다. 이 중 비임금근로자 680만명(25%), 고용보험적용제외 취업자 178만명(7%),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 378만명(14%) 등 45%에 달하는 취업자가 고용보험의 실질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국민 생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늘리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이 기회에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지금이 적기이다.
지난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를 이제 시작할 때이다. 재원 마련, 지급 기준 등 세부적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와 제도 설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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