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스하고, 공원에 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오늘의 이곳만은 지키자를 진행할 장소는 성북구와 강북구에 걸쳐 위치한 오동근린공원! 6개 동에 걸쳐 있는 대단위 공원으로 수림이 잘 형성되어 있고, 쉼터와 구민체육관, 인조잔디구장, 테니스장 등 다양한 기반 시설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대표적인 쉼터로 자리 잡은 곳입니다. 오른편 위로는 구민체육관이 보이고, 낙엽이 물들어 바닥에 수북이 깔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원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산지형 공원이기 때문일 텐데요. 평지형 공원은 굉장히 희귀하고, 접근성이 쉽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반면, 한국의 지대를 생각했을 때 평지형 공원이 흔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국토의 76%가량이 산지인 국가이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도시지역에서도 공원을 찾으면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산지형 공원은 말 그대로 숲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말이죠!
오동공원에 입구에 도착해보니, 자가용도 조금씩 세워져 있고.. 아무래도 산지형 공원이라 접근성이 그리 좋지는 않다 보니 자가용을 이용해 일부러 오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또 오동공원 정상부에서는 서울의 다른 여러 명산들을 관조할 수 있기도 하고, 전망 좋은 길로도 선정이 되어 있네요!
어느 정도 길을 오르고, 공원의 모습을 살피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갈림길이 나있고, 다양한 곳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간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알려진, 오패산의 북서울 꿈의 숲 쪽으로 방문할지를 고민하다가 정상부를 찾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상강이 한참 지나서야 상강 다운 풍경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24절기 같은 선조들의 지혜가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기후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올해 여름에는 작년만큼 폭염이 계속되지 않아 올겨울 농작물 시세가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했건만.. 가을에 수차례 맞이한 태풍 피해로 전년과 그리 다를 게 없는 상황이네요.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도 보이고, 우수한 조망명소로 선정될 만큼, 멋진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정상부에 돌출된 암반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산책을 하고, 경관을 감상하고,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는 등, 주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공원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만은 지키자 캠페인을 진행하며 그간 14여 개의 도시공원들을 방문하고 시민들과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해 나누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해 접하는 순간 놀람을 금치 못하였고, 이는 오동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런 도시공원들이 계속 사랑받을 수 있도록, 도시공원들이 시민들의 여가공간으로 길이 보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시민의 이용과 관심이 관리자의 실적이라도 되는 건지 백사실계곡의 실질적인 현장관리를 진행하는 구청에서는 이곳을 공원에 가깝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역 생태계와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 알 수조차 없는 조경수로 도배를 한다던가, 야자 매트로 탐방로를 깔아버린다던가 하는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보통 [종로구 신영동 -> 백사실계곡 하부 현통사 -> 별서터 -> 능금마을] 순으로 이동하며 모니터링을 진행하는데요. 이렇게 날이 더운데 평소엔 여기까지 물먹으러 오던 벌들이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아마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양서류들은 무사할까요? 기후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백사실계곡은 서울에서 흔치 않은 양서류의 자연발생 서식지입니다. 따로 방사 사업 같은 것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서울시 보호종인 도롱뇽이나 무당개구리 등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던 케이스에요. 2000년대 중반에는 도롱뇽 난괴 수만 개가 발견됐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음..
뭔지 느낌이 오시나요? 아마도 개 발자국인 것 같은데요. 물기가 남아있는 걸 봐서는 물가에 발 좀 담갔나 봅니다. 아무래도 백사실계곡이 신영동과 부암동 등 주거지역과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보니 산책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분들도 많죠.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양서류 산란철에는 반려동물과 물가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도 조심해야 하긴 합니다.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막혀있는 본류를 돌아 탐방로로 계곡을 올라갔는데요. 오른 편에 각목으로 받쳐진 나무들이 보이시나요? 놀랍게도 하나도 빠짐없이 단풍나무인데요. 대체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 고유의 생태계와 단풍나무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번에 계곡에서 만난 구청의 어떤 분은 예산들여서 단풍나무를 쫘~악 심었다고 자랑하듯 말씀하시던데.. 이런 부분들에서 구청이 백사실계곡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속 가능한 보전과 관광이라는 두 단어에는 꽤나 거리감이 있죠. 물론 지속 가능한 관광이나 생태관광과 같은 개념들도 존재하지만, 백사실계곡을 종로구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구청의 마음, 예쁜 산책로를 상상하며 엄청나게 많은 단풍나무를 식재한 것을 그런데 빗댈 수는 없죠. 현존하는 지역 생태계의 고유성을 뒤흔드는 일은 엄밀히 말하면 훼손이니까요.
상류를 향해 위로 올라갑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단풍나무가 있네요. 대체 얼마나 심은 걸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다음에는 얼마나 심었는지 직접 세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이 나무들이 백사실계곡에서 어떻게 역할하는지도 유심히 관찰해봐야 할 것 같고요.
네, 어김없이 단풍나무입니다. 사실 숲은, 그리고 산림은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백사실계곡의 산림을 그대로 잘 보전하기만 했어도 숲은 알아서 진화했을 겁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다양성을 꾸려나갔겠죠. 도시만큼 보전 지역 같은 그린 인프라가 필요한 곳도 없지만, 도시의 보전 지역을 관리하는 방식은 제고돼야 합니다.
상류에 다다르니 백사실계곡이 도롱뇽 서식처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서있네요. 본래 도롱뇽 난괴가 정말 많이 발견됐었다고 하죠. 지금은 수십 개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생태계를 꾸준히 훼손시킨 것은 무엇일까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소모적인 방식의 보전 지역 이용으로 생태계가 고갈된 것 아닐까요?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풍부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서 정하여 보전하도록 하는 이 제도에 대해 내용을 찾아보다 보면, 자연환경을 체계적/효율적으로 보전하고 지역주민이 자율적으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태 · 경관보전지역이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야생생물보호구역이라던가 하천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구역과 같이 일정한 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보호 제도가 효율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동시에 지역의 관광자원처럼 소비되며 관리되는 체계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전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절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이 관리되는 체계와 인식 등에서 아쉬움이 조금 있다는 것뿐이지요.
지난 10월 20일, 제가 방문한 곳은 불암산에 있는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불암산 삼육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익히 알려진 이곳은 중부지방의 극상수종인 서어나무림의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인데요. 입구를 찾아 들어가고자 물어물어 찾아오다 보니 삼육대학교 정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문을 지나 쭉 올라가야 한다고 하네요.
절대 금연에 금주라고 하는데 이건 당연한 거고요.. 이륜차도 그렇다고 치는데 애완견 출입 금지는 조금 새롭습니다. 백사실 같은 경우 애완견 들의 대변이 물에 섞여들어가서 수질오염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해서 애완견 출입을 금지한 것 같지는 않고요. 이 생태경관보전지역 일대 공간을 삼육대학교의 일원들이 명상과 산책의 공간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 때문에 이런 행위들을 전부 금지한다 써 붙여 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뒤를 돌아서 지나온 길을 살펴봤습니다. 나무들이 참 높더군요. 사실 이 숲을 지나 화랑로를 건너면 바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입니다. 불암산에서 태릉과 강릉으로, 또 태강릉의 연지로 이어지던 이런 멋들어진 숲이 있던 자리를 밀어버리고 화랑로가 들어선 것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제명호를 향하던 중 흥미로운 것들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로 썩은 나무들이 한곳에 모아져 있는 것이었는데요.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저렇게 썩어있는 나무는 풍뎅이 등의 애벌레들에게 굉장히 좋은 먹이이자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저 나무를 갉아먹고 굴을 파 안에 자리를 잡고 겨울을 나는 것이죠.
걸음을 다시 옮기며 바닥을 살피다 보니 청설모가 있을만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도토리가 참 많이도 떨어져 있더군요. 여긴 괜찮은 것 같지만 보통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나물을 캐시거나 도토리나 밤을 주워가거나 하는 경우들이 꽤 많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이 숲에서 사는 야생동물들이 먹을 게 없어요.. 또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자연물들을 채취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기도 하고요.
청설모도 만나고 상수리나무도 만나고, 서어나무 군락도 지나 드디어 제명호에 다다랐습니다. 인공 호수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물이 썩 맑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경관적으로는 참 우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서양 쪽 영화에 나오는 시골 호수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던 중 이런 안내판(?)을 발견했습니다. 녹지활용계약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공원으로서 개방 한 시설이라는 내용인듯합니다. 녹지활용계약이란, 해당 자치단체의 장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녹지 확충을 위해 도시 안에서 환경성이나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토지의 소유자와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합니다. 해당 토지를 시민들에게 공공재로서 개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당 토지의 환경성을 유지하고 보존하고 이용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죠. 이런 녹지활용계약은 지난 7월 대규모 실효를 불러일으킨 도시공원일몰제의 대안 중 하나로도 언급되던 제도입니다. 녹지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도심지에서 공공녹지로서 활용 가능한 토지는 제한적이니 이런 방식으로 도심 안의 공공녹지를 확대하는 것은 좋은 것 같긴 합니다. 다만 보전이 우선되어야 할 생태계보전지역이 공원으로서 기능하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호숫가 바로 옆에는 이런 시설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태릉 유아숲 체험원이라고 하네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숲을 체험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써져있었는데, 전 이런 걸 볼 때마다 의문입니다..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서 미끄럼틀을 만들고 그네를 매달아서 숲에서 노는 방식을 단일화 시키는 느낌..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서 놀기 마련이라지만 ‘숲 체험원’이란 이름을 붙일 거라면 정말 아이들이 숲을 느낄 수 있고 또 숲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고민들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돌아 나오는 길, 청둥오리 한 쌍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있다는 것은 뭔가 이 호수에도 먹을 것이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청둥오리가 원래 도시에서 보기 쉬운 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이런 공원 둔치나 호수마다 청둥오리가 굉장히 많아진 것 같습니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점점 단일화되고 단순해지는 것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생태계보전지역들을 도시생태계의 보루로서 온전하게 남겨둘 수 있기 위한 노력들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을 찾았습니다. 현통사로 올라가는 길 바라보는 맞은편 인왕산의 모습 아래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백사실계곡이 주거지역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거지역이 가까우니 인근 주민들의 방문도 굉장히 잦은 편일 것이란 걸 유추할 수 있죠.
종로구 신영동에서 백사실 하류인 현통사로 올라가는 길의 모습입니다. 원래 이런 모습은 아니었는데 최근에 야자 매트가 깔렸습니다. 곳곳의 생태계보전지역에서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야자 매트인데, 다행이라면 계곡과 가까운 쪽에는 깔려있지 않다는 것일 겁니다. 이런 매트가 깔리는 대표적인 이유가 편안한 통행을 위해서라는 것인데, 생태계보전지역인 만큼 이런 불편함은 방문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백사실계곡은 조금 복잡합니다. 최상류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이 형성되어 있거든요.
현통사와 계곡 하단부의 모습입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며 수위는 많이 낮아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곡의 하단부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핵심 보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름철에는 물놀이를 하러 온다거나 하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통사보다도 아래쪽에서 꽤나 많은 양서류들이 산란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철이면 대부분이 산으로 갔을 때기도 하고 집중 산란시기에 비해 영향은 덜 가겠지만, 백사실계곡 안에서 살아가는 민물 어류들이나 물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홍제천의 어류들까지 생각하면 사람들이 와서 발을 담그고 음식을 먹고 하는 것들이 지역의 생태계에 좋은 영향은 아닐 거라는 생각입니다.
계곡으로 진입해보니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벌래 때문이었을까요 사면의 풀들을 거의 전부 예초한 모습입니다. 지금은 백사실계곡의 생물들이 대부분 월동을 준비할 시기이긴 하지만 갑자기 큰 변화를 맞이한 계곡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서터에 다다라서 보니 조금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백사실 생태 지킴이 분들의 모습이 안 보이네요? 계곡에 들어가지 말라는 걸 알려주는 목책(?), 금(?) 같은 것들이 새롭게 만들어져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대대적인 보수라도 하는 것인지..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별서터 못에 가득 차 있던 물이 다 사라졌습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득히 차있었는데 말이죠, 이제 이곳이 다시 꽉 찬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내년 장마철은 되어야 할 겁니다. 올해만 해도 꽤나 많은 무당개구리들이 이곳에 있는 걸 보았으니 내년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날이 날인지라 별다른 생물종들이 목격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백사실의 모습은 참 멋집니다. 앞서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간략하게 했었는데,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생태경관보전지역 중에는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보전해야 할 가치가 인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백사실계곡의 경우 뛰어난 생물상과 식생, 자연경관 등을 이유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허나 보전구역으로 지정돼서 좋은 일만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보전 지역으로서 지정되었기에 이 정도로 보전될 수 있었던 걸 수도 있지만, 보전 지역 지정 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방문객들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백사실의 생태계가 점점 시름을 앓기 시작했거든요. 불암산 삼육대 생태경관보전지역도, 백사실계곡도 우수한 임상과 경관, 식생 등을 앞으로도 길이 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전구역에 걸맞은 보호 수단들이 마련이 되고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사실계곡이 자리한 북악산은 예로부터 궁궐의 북쪽에 자리한 ‘주산’으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관저인 청와대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기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음에도 시설 출입이 제한적인 곳이 많고 군부대가 늘 주둔하며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사진의 가운데 나무토막에 매달려 있는 무당개구리가 보이시나요? 서울시 보호종인 무당개구리는 비가 한차례 세차게 내린 후에 본격적인 산란을 시작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별서터는 대표적인 무당개구리의 산란장이지요. 별서터 연못에 물이 차있는 시기가 1년에 얼마 되지 않는데, 주변 방문객들로 인한 영향으로 산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듭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라 했었지요. 어찌 되었던 보전을 우선시해야 할 보전지역, 보호지역의 상류에 강성 자재를 이용하는 보수공사를 진행했다면, 그 영향은 어떤 방식으로던 아래의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시멘트 가루가 물에 희석되어 수질을 전체적으로 오염시켰을 것이고, 그로 인해 수생태계가 영향을 받고 양서류들의 생존도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불러왔겠지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을 관리하는 서울시 자연생태과와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실질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종로구 공원녹지과를 대상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서 강성 자재를 사용하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을 엄중하게 요구하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는 생각보다도 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약한 소생물들의 터전이 무너지면 그 위기가 우리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그리 먼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생물이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인왕산로(인왕스카이웨이)는 1968년 1월 21일 사태 이후로 청와대 일대의 경비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북악스카이웨이(1968.9.28. 개통)의 2차 확장도로입니다. 1969년에 착공하여 8개월 만에 개통되었죠. 당시 돈으로 무려 1억 2천3백만 원이 소요되었고, 도로를 놓기 위해 뚫어낸 암반만 10만 7천 세제곱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인왕산 생태계의 연결성을 파괴한 것이죠.
인왕산로는 서울시 소유의 ‘시도’입니다. 그러나 이는 행정적인 분류일 뿐이죠. 청와대 경호 강화와 수도 방위라는 군사적 목적을 띄고 만들어진 도로에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도로의 사용/운영/관리 등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건 수도방위사령부 그러니까 국방부였죠.
그런데 2017년부터 인왕산로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열린 청와대 방침에 따라 인왕산의 전 구간이 개방되었고 그에 따라 인왕산로에 있던 군초소와 시설들도 철수한 것입니다. 군사시설이 아닌 시민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죠.
등산객들 사이로 인왕산로를 통과하는 자동차
그러나 인왕산로는 여전히 차량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차량 통행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가 떡하니 남아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인왕산을 등산하기 위해 찾은 등산객들, 산책을 위해 인왕산을 찾은 지역주민들이 인왕산로를 꾸준히 지나다 보니 좁은 보행로에는 많은 사람이, 넓은 차도에는 적은 차량이 다니는 불합리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모두문화예술원,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장동서가와 같은 서촌 지역 주민단체들과 함께 차 없는 인왕산로를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제한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방부 등 인왕산로와 관련이 있는 기관들에 제안하였죠.
그러나 청와대 경호처는 “현재 경호처는 경호 목적상 인왕산로를 관할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방부와 수도방위사령부는 인왕산로는 ‘시도’라며 서울시로 답변을 이관했습니다. 서울시는 “해당 구간의 보행로에는 산책, 등산하는 분들이 다니지만, 군부대가 인접하고 있어 작전 차량, 비상차량 통행 등 시각을 다투는 국방 수행과 관련된 보안 · 긴급상황 등의 발생 가능성이 있기에 해당 지역은 차량 통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신 인왕산로를 이용하는 보행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해당 구청과 협의하여 안전사고 예방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시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왕산로에 차량 통행을 제한할 수 없는 이유는 시각을 다투는 국방 수행과 관련된 긴급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는 책임을 회피하며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 서울환경연합과 모두문화예술원, 서촌주거공간연구회와 장동서가는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차 없는 인왕산로를 제안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인왕산로 차량 통행 제한에 시민 서명을 전달하며 다시 한번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을 제안하였습니다. 물론 기존에 제안했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제안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을 일시 제한하고 보행자 중심 도로를 조성하자는 서울환경연합의 기본적인 취지에 동감한다는 국방부의 응답을 추가하여 서울시에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적으로라도 실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방부는 ●군 차량을 위해 별도의 차도 유지, ●차량 통제시설 설치 시 일시적 제거 권한 보장, ●군 차량 통행 보장내용 조례 반영 등을 조건으로 인왕산로의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에 동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난 6월 1일 기자회견 후기를 보셨다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차 없는 인왕산로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인왕산로 차 없는 거리 추진을 위해 관계 기관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8월 ~ 11월에는 주말 중으로 시범 운행을 해보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죠.
그러나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을 다시 한번 제안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질적인 변화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와대는 차 없는 거리 추진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나 자료가 확보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국방부는 군 차량 통행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단기간의 제한적인 시범운행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조례 재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인왕산로의 실제 교통량 정보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 서울시는 폭염으로 무더운 여름철에 교통량 조사를 진행하면 객관적인 데이터라고 보기 어려우니 가을철에 진행하면 어떨지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2050 온실가스 감축 전략’ 중 서울시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양은 무려 9.056천 톤 co2eq로 전체의 19.2%에 달합니다.
조례를 개정하는 것은 분명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교통량 조사도 객관적인 데이터 마련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지표, 자료도 당연히 필요하고요. 그러나 서울시에서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인왕산로와 같은 여건이 갖춰진 도로의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인왕산로에서는 차량 통행제한과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을 위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머지않아 올해중으로 시범운행이 진행될 수도 있죠. 그러나 단순히 이 길이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되는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교통문화와 그린인프라 이용방식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전환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울환경연합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신영동 자락에서 출발해 올라가는 길 왼편에 염화칼슘을 담아놓은 박스(?), 비닐(?), 함(?)이 보입니다. 이후 계곡을 올라가면서도 계속 똑같이 생긴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덕분인지 길이 많이 미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백사실계곡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백사실의 상류에는 능금마을이라는 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능금마을이라는 이름은 임금에게 진상하던 능금(토종사과?)을 농사짓던 마을이란 것에서 유래했다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마을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계시고 농사를 짓는 분들도 있습니다. 도시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시는 만큼 여러 불편한 점들이 있으시겠지만 대표적으로 이번처럼 폭설이 내리고 나면 아랫동네까지 이동이 어렵다던가 하는 점들이 있겠지요.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사유지, 그리고 인근 거주민들에 대한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이에 대한 소회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사람발자국과 같이 견(犬) 공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찍혀있었습니다. 백사실계곡은 2009년 11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관광명소라던가 명승지 등으로 알려지며 해마다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곳입니다만, 사실 주된 이용객은 인근의 신영동, 부암동 주민들입니다. 주민들 중 반려견의 산책코스로 백사실계곡을 이용하는 분들을 꽤나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반려견들의 통행이 백사실계곡의 소생태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 같은 경우는 계곡 본류도 꽁꽁 얼었고 생물들도 동면 중에 있을 시기인지라 아무래도 상관이야 없겠지만, 그간 백사실계곡의 다양한 점오염원들 중 애완견의 배설물이 언제나 지목돼 왔음을 생각하면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본류에 대소변을 보면.. 아무리 치운다고 한들 계곡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곳이 바로 별서터입니다. 별서가 있었던 터를 말하는데, ‘조선시대의 별장(?)이 있었던 곳’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확하게는 정치나 당파싸움 등 세속적인 것들에서 떠나 자연과 함께 하기 위해 도심지와 떨어진 곳에 둔 집을 ‘별서’라고 하는데, 그런 별서를 뒀던 곳인 만큼 이 일대가 경관이 수려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최상류 사방시설 최상단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장마 때도 무사히 버텨냈듯 이번 폭설도 무사히 넘긴 듯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산에서 계곡으로 물이 유입되는 지점이다 보니 아직까지도 얼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백사실계곡은 2009년에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생태계보호지역이자 제1호 시민생태보호구역이기도 합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006년부터 백사실계곡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고 작년에는 최상류의 사방시설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데 콘크리트와 같은 강성 자재 사용을 저지하기도 했고, 2018년에는 양서류의 산란시기를 피해 문화제 발굴 공사의 시기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백사실계곡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1년 서울환경연합은 백사실계곡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 활동은 지속하는 한편으로 생태계보호지역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자 합니다.
다음에도 생태계보호지역과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대한 활동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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