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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장을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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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장을 열면서

admin | 월, 2019/11/04- 20:15

편집자의 글:

올해도 예외 없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갖 재난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모두를 열거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현상들이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하고 있고, 연전(年前)부터 국제회의마다 기후변화를 넘어서 생태위기와 인류세의 멸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무감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에너지 과소비의 산업구조, 일인당 폐비닐 배출 세계 1위 국가, 탄소배출량을 감소하기는커녕 화석연료발전소 건설을 금융 지원하는 악당국가, 겨울과 봄철이면 찾아오는 미세먼지의 공습 등이 오늘의 대한민국 자화상이다.

근본적인 성찰과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개 평범한 시민들은 일상에 빠져있는 가운데 무능한 정부는 성장률과 GDP수치만 타령하고, 무지하고 시대역행적인 의회는 자신들의 정치적 셈법에만 빠져 있다.

<다른백년>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를 연구해온 한윤정 박사와 함께 한국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고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들의 연대를 통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적 좌표를 제시하고자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라는 주제의 글들을 매주 연재하기로 하였다.


[1] 현재 우리 문명은 어떤 토대 위에 세워졌을까

기후변화는 잘못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전환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것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만연한 위기와 불안이다.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이다. 이미 지난 세기부터 나온 진부한 이야기, 아직 극단적 상황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이야기로 여기기에는 심각한 상황들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다. 매년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대형산불이 나고 경작지가 줄고 수많은 종이 사라진다. 플라스틱이 바다를 뒤덮고 가축전염병이 국경을 넘어 창궐한다. 이른바 인간이 지구의 대기와 지질을 바꿔놓은 ‘인류세’로 접어들었다.

이렇듯 병들어가는 지구 위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힘들고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극소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중산층부터 빈곤층까지 모두 시스템의 노예가 돼서 어디로 향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미래를 향해 달린다. 불평등은 점점 심화한다. 불안을 가져오는 두려움의 대상은 때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때로는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로, 때로는 무역전쟁과 마이너스 경제로, 나아가서는 계층 갈등과 정치적 혼란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기후붕괴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을 상상해 거기에 맞게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저성장 나아가 마이너스 성장시대에 맞춰 청년이나 노인 수당을 신설하거나 복지제도를 개편한다. 모든 이해관계가 모이고 조정되는 정치에 관한 한 대안 마련이 더욱 쉽지 않지만, 분권이나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점에서 현재는 대안과 혁신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고정관념은 과감한 혁신이나 도전을 어렵게 한다. 고정관념이란 다른 말로 하면 사고의 프레임, 지식의 패러다임,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는 존재론과 우주론, 즉 철학과 과학이다(과학이라고 하면 실험과 수치에 입각한 실증과학을 가리키기 때문에 실재를 질문하는 자연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가 어떤 토대 위에 형성됐는지 그 사고의 뿌리를 파고들지 않는다면,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하다.

 

화석연료가 우리 문명의 기반이다

현재 우리 문명은 어떤 생각의 토대 위에 세워졌을까.

경제주의: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모든 가치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한다. 우리는 돈 없이 절대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그 규모와 운영원리가 공공의 통제범위 바깥에 있는 글로벌경제, 특히 금융경제의 시스템 속에서 현상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재앙이 닥치며,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믿는다. 경제주의적 사고방식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이 월 스트리트와 결탁한 것처럼 한국 민주당도 재벌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긴다. 생산과 소비인구를 늘리려는 출산장려 정책은 물론, 소득주도성장처럼 진보적으로 보이는 정책의 배경에도 지독한 경제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개인주의: 돈이 절대적인 이유는 남이 나를 돕거나 책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지어 가족관계에서도 금도가 됐다. 성인이 된 개인은 재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전통사회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난 개인의 자유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란 관계의 구성물이다. 사람은 가족, 친구, 이웃,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삶의 의미와 행복은 관계와 인정감에서 나온다. 아무리 복지사회를 위한 재원과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공동체에 대한 관념과 믿음이 없다면 이는 시혜와 수혜의 일방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분과주의: 오늘날 대학의 전공분야는 놀랍도록 세분화돼 있다. 직업의 세계도 그렇다. 지식인, 전문가는 한 분야를 좁고 깊게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전문분야만 탐구하는 데도 시간과 능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는 아예 귀를 닫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은 가치와 당위를 말하는 거대담론에 대해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학벌주의, 능력주의와 합쳐진 분과주의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폭넓은 사고를 가로막는다. 학문간 융합은 시장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며,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조차 문화콘텐츠나 테크놀로지를 위한 실용성을 갖추는 수단으로서 스스로의 지위를 유지한다.

실증주의: 실증주의는 이른바 객관적, 과학적 사고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지 않는다. 세속화한 세계에서 종교는 초월적 세계와의 교감이라기보다는 오랜 관습과 제도의 관성으로 남아있다. 때로 자연에서 에너지와 영감을 얻지만, 그것은 지구 자원을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 경제시스템에서 더욱 유능하게 일하기 위한 휴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무관심은 희망과 가치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절실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경험을 사람 사이의 에너지나 우주와의 교감으로부터 설명하기보다 심리학과 뇌과학이 발견한 인간 내면의 사건으로 환원시킨다.

서구에서는 이삼백 년, 한국에서는 백 년 이상 사회를 지탱해온 이런 사고들이 합쳐져 현재의 생태위기, 인간의 위기를 초래했다. 경제주의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서구 산업문명을 세계화하는 원동력이 됐고, 그 결과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로 나타났다. 파국적 결과가 눈에 보이는데도 에너지 전환은 여전히 경제적 이익과 연관돼 논의되고, 탈성장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은 물론, 자연과의 교감조차 어려운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며, 넓은 시야를 비전문성의 증거로 간주한다. 사회의 엘리트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며, 경제적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이 이를 부추긴다는 것은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다소 위악적으로 서술한 우리 문명의 토대는 그러나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자신의 근시안적 이익만을 위해 행동할 만큼 이기적이지 않다. 이타성이 최고 수준의 이기적 선택임을 밝혀주는 생물학적, 역사적 증거들이 나타나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지식이든 재산이든,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은 과거의 유산과 동시대인들에게 빚진 것이라는 자각과 함께, 산업문명을 탄생시킨 사유화(인클로저)에 저항하는 공유화(커먼즈)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세대는 대학이 가진 권위와 대학 자체의 경제주의에 저항하면서 비제도권에서 폭넓은 지식을 탐구하는가 하면, 유목민적이고 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실천한다.

그럼에도 이런 경향은 아직 비주류에 머물고 있다. 주류의 사고와 행동은 여전히 과거의 철학적 토대 위에 서 있으며, 그만큼 전면적 변화는 요원하다. 대안을 추구하는 사람들마저 현재 궤도에 결박된 삶과 이를 거부하는 앎 사이에서 자기분열을 겪으며 조금씩 열정을 소진해간다. 문명의 전환은 명백한 시대적 과제이지만, 그것을 분명한 언어와 힘찬 주장으로 제시하고 많은 이들과 공유할 때만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경제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우리의 존재와 관계를 틀 짓는 개인주의와 분과주의, 실증주의를 극복하기는 훨씬 어렵다.

 

생태문명은 전환의 방향이다

생태문명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개념으로 제안됐다. 생태는 지구상 모든 존재와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며, 문명은 사회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태문명은 기후변화나 환경파괴의 문제와 연관이 깊지만, 그것을 넘어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지구 전체의 생활양식을 아우르는 말이다. 생태문명은 생태와 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전환의 방향을 가리킨다. 경쟁하고 배제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고 공유함으로써 적절한 물질적 수준과 최고의 정신적 수준을 가진 문명을 만들자는 이 주장은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유토피아적인 관념인지도 모른다.

생태문명이라는 단어는 여러 문맥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지구헌장: 2000년 유엔총회에서 발표된 지구헌장은 “지구는 우리의 집이며 지상 모든 것의 집이다. 지구는 그 자체로 살아있다. 인간은 훌륭한 삶의 형태와 문화를 가진 지구의 한 부분이다”라고 선언했다. 또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은 지구를 보호하거나 우리 자신과 다양한 생명을 파괴하는 것, 둘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과 지역사회, 소유와 존재, 다양성과 획일성, 단기와 장기, 사용과 육성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산업기술문명사회를 재고찰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헌장은 1992년에 열린 역사적인 리우 환경회의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영성적 지도자와 NGO들이 제시한 환경보존과 지속가능개발 원칙을 바탕으로 1994년 초안을 마련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으로 1995년 30개국 대표와 70개 이상의 단체가 모인 가운데 첫 번째 국제워크숍이 열렸고, 1996년 지구의회가 조직돼 5년간의 검토와 보완과정을 거쳤다. 리우 회의의 성과인 ‘아젠다21’의 점검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형성에 깊이 관여해온 지구의회가 발표한 2002년 보고서는 지구헌장의 원리를 “생태문명의 원리”라고 명시했다.

중국정부: 중국은 1997년 제15차 당대회에서 지속가능발전을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 지속가능발전은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1987년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한 개념이다. 그런데 10년 뒤인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는 지속가능발전 대신, 생태문명을 건설하자는 제안이 등장한다. 이는 지속가능발전이 제시하는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의 상호관계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생태문명은 2012년 공산당 당헌에 포함돼 정치기본노선이자 국가통치전략으로 격상하며, 이때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식 사회주의의 목표로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이 조화를 이루는 ‘오위일체론’을 제시한다. 2018년 생태문명 건설과 환경권을 담은 헌법 수정안이 통과됐고, 행정부처의 대대적 개편에 따라 기존 환경보호부를 포함한 6개 부처와 기구의 환경오염 관리 기능을 통합한 ‘생태환경부’가 탄생했다.

중국의 생태문명 정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모범이 될 만큼 혁신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현실이 따르지 않는 이상주의이자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새로 부상하는 녹색경제에서 세계시장 제패를 노리는 ‘시진핑의 세일즈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유엔은 중국정부를 지지해왔다. 유엔환경계획은 2013년 중국의 생태문명을 지지하고 확산시키는 결의안(결정 27/8)을 채택했다. 또 2016-2030년을 목표연도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하면서 중국을 적극적인 동반자로 끌어들였다. 2016년 유엔환경계획이 발행한 중국생태문명 홍보책자 『Green is Gold』(“청산녹수가 금산은산”이라는 시진핑 발언을 인용한 제목)는 “중국의 생태문명 건설노력은 2030 아젠다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확산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혁신, 조화, 녹색, 개방, 공유를 원칙으로 내세운 제13차 경제개발계획(2016-2020)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우리의 삶은 생태적 원리로 재조직돼야 한다

2015년은 생태문명 개념 확산에 중요한 전기가 됐다. 그 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 환경회의는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섭씨 1.5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결의안인 파리협약을 채택해 198개국의 서명을 받았다. 각국이 이행계획을 마련해 보고하고 유엔이 이행을 감시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도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추정치의 37%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전체 탄소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월 이 협약을 탈퇴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 역시 약속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파리협약이 체결되기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리우 환경회의 이후 50년(2012년)이 되도록 유사한 회의와 결의만 계속됐지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는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에 나오는 한 대학생은 2011년 유엔환경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회의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변화가 없이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도, 이를 부추기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자원착취적 경제구조를 억제할 수도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적, 종교적, 철학적 각성을 촉구하는 선언이 이어졌다.

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6월 자신이 주제 선정부터 집필,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한 첫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다. 회칙이란 보편교회에 대해 교황이 발표하는 공식 사목교서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오늘의 사회윤리적 문제에 비춰 해석하고 적용원리와 방안을 제시한다. 회칙의 핵심은 통합생태론인데, 이는 생태위기가 비단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조건과 결합돼 있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풀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경제와 발전에 대한 다른 이해방식을 찾으라는 요청, 모든 피조물의 고유한 가치, 생태계의 인간적 의미” 등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통합생태론은 생태문명과 동의어이며 유엔과 지구헌장 그룹, 주요 종교지도자들, 과학계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

클레어몬트 컨퍼런스: 같은 2015년 6월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서는 과정신학자(과정신학은 앨프리드 노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응용한 미국의 진보신학운동이다)이자 환경사상가인 존 B. 캅 주니어의 주도로 ‘대안을 잡기: 생태문명을 향하여’라는 주제의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생태문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상 최대의 학술행사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1500여명의 사상가, 작가, 활동가, 신학자, 철학자, 과학자들을 끌어 모았고,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기후변화에 당면한 인류의 미래를 토론했다. 컨퍼런스 이후 주최측은 행사의 취지를 잇기 위해 비영리법인인 ‘생태문명연구소(Institute for Ecological Civilization)’를 만들었다. 이곳은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학제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지방정부 및 연구기관, NGO와 협력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삶이 어떤 방식으로 재조직돼야 하는지 규명하는데 헌신한다.

세계종교의회: 1893년 창설돼 종파를 초월해 가장 많은 종교인이 모이는 세계종교의회는 2015년 10월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선언’을 발표하면서 생태문명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새로운 생태문명이다. 이는 생명의 다양성이 확장되고 평화, 정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세계이다. 우리는 지구공동체 안의 인간 가족으로서 생태문명이라는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 선언은 지구공동체(지구상 모든 생명의 공동체)라는 상위 시스템에 속한 인간사회의 하위시스템으로 생태문명을 규정한다.

이밖에 생태문명과 유사한 개념은 적지 않다. 문화사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토마스 베리는 물리학자 브라이언스 윔과 공저한 『우주이야기』(1997)에서 생태대(Ecozoic Era)라는 조어를 썼다. 지질학 용어를 차용한 생태대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생명중심주의, 지구중심주의로 옮겨간 시대이며, 이를 실현하려면 지구와 적절한 관계를 맺으려는 인간의 결정과 투신이 중요하다. ‘만인과 만물이 하늘(物物天 事事天)’이라며 공경의 대상을 한울과 사람을 넘어 만물(동식물)까지 확대한 최시형의 동학사상, 동학정신을 계승해 산업문명의 위기와 기계론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인간 안의 우주생명’을 도모한‘ 한살림 선언’(1989) 역시 생태문명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생태문명은 진정한 글로컬 문명이다

생태문명 담론은 여전히 형성되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에 따르면, 생태문명은 실체가 아닌 과정이다. 생태문명을 위해서는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과 단체가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유기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해야 한다. 문명의 토대를 바꾸기 위해 철학, 종교, 정치, 경제, 과학, 교육, 문화를 가로지르는 학제적 구상이 필요하며 이론과 실천, 담론과 정책이 만나야 한다. 견고하게 형성된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하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이를 실현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되짚어 내려오는 과감한 혁신의 과정이기도 하다.

생태문명의 시공간은 산업문명의 시공간과 현저히 달라질 것이다. 산업문명에서 미래는 무한히 진보하고 확장되는 시간이다.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생산력은 증대하며 경제는 팽창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용량과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생태문명에서 미래는 순환하는 시간이다.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모두 써버리는 자본주의 경제논리가 아니라 가을에 추수를 마친 뒤 이듬해 봄의 파종을 위해 씨앗을 보관하는 것처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미래, 즉 자본가와 도시노동자가 아닌 농부의 시간이 될 것이다.

생태문명의 공간은 이중적이다. 산업문명처럼 생태문명은 글로벌 문명이다. 서구 근대의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간 지금, 지구화 이전 삶의 형태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산업문명이 차등근대화와 분업을 통해 전지구적 착취구조를 형성한 것과 달리, 공동체에 기반한 에너지 자립과 지역순환경제를 추구하는 생태문명은 보다 평등한 세계를 만들 것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단 하나의 지구를 고려하며 살아가는 글로벌 문명인 동시에, 마을 단위로 각자의 삶을 꾸리고 실험하는 커뮤니티 문명이다. “범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구호는 지역의 차이를 활용하는 후기자본주의의 경영전략이 아닌, 생태문명의 구호로 전유돼야 한다.

앞으로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에 연재될 국내외 필자들의 글은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가 미국 과정사상연구소와 생태문명연구소, 중국 후현대발전연구원, 한국 지구와 사람 등 국내외 여러 기관과 협력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개최한 컨퍼런스의 성과물이다(2017년 11월 클레어몬트에서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2018년 10월 파주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적 전환’, 2019년 10월 서울에서 ‘생태문명을 향한 전환: 철학부터 정책까지’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생태문명을 향한 담대한 꿈과 실천적 제안들이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앞당기는데 영감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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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은 12월 1-3일 간 기획중인 2차 아카데미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와 관련하여 기후재앙에 대응하는 거시적 정책, 국제기구의 역할과 조망,  다양한 재앙의 징후포착 등 해외의 전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백년 아카데미 2차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 바로가기>>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실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여 서방을 놀라게 하였다. 시진핑 주석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던 국가가 탄소에서 탈출하는 급진적인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이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정치에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시 주석의 선언에는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춘 전술적 동기가 숨어 있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중국이 시주석의 독재에 대한 면제부라는 전략적 선전효과를 놀렸다거나 서방외교에 대한 양보라고 규정하는 것은 서방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며, 동시에 기후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국공산당 역시 다가오는 세기를 준비하면서 중국지도자들도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중국전략을 과거식으로 동서 간의 대립적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퇴행적 인식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유럽과 미국이 기후변화라는 공식(역할)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을 합쳐 8.9기가 톤의 탄소를 배출하였는데 이는 지구전체 배출량의 1/4수준에 못 미친다. 중국이 단독으로 배출하는 량이 생산량 기준으로 이를 넘어선 10.1기가 톤이며, 이 세 지역(유럽, 미국, 중국)을 모두 합치면 전세계 배출량의 딱 절반이다.

나머지 17.9 기가 톤은, 유럽과 미국의 배출량에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인도를 포함한 나머지 국가군들이 배출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주요 3개 지역의 배출량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에, 정확히는 미국은 조금 줄어들고 유럽은 정체상태이며, 중국은 아직도 미세하게 증가하는 중인데, 나머지 국가군들에서는 여전히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점점 더 많은 국가군들의 시민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발전소를 늘려야 하고, 생활수준이 나아진 시민들이 자동차와 냉장고를 추가로 구매하면서 전체적인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 결과로 이제는 주요 3개 지역만의 합의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시점이 지난 셈이다. 서구와 중국 뿐만 아니라 인도 그리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국가들과 인구가 많은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그리고 화석에너지 생산국가들인 호주 캐나다 러시아 그리고 아랍산유국들도 탄소안정화 협약에 반드시 참여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의 제기가 지난 수 년간 국제기후 회의마다 논의되었으나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이 공식적으로 탄소중립화를 선언함으로써 모두가 참여하는 게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미국의 기후정책아 2015년에 파리에서 이루어진 기후협약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당시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대처하여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합의 하였지만, 사실상 파리협약은 기만적이었다.

당시 온도상승의 목표를 2도에 맞추고 실제로는 1.5도를 넘지 않도록 모든 국가들이 실행가능한 노력을 추진하는 것을 결의였지만, 탄소배출량을 강제로 할당하는 핵심 내용의 신관을 제거하였다.  그 결과, 형식적으로만 약속하면서 실제로 온도목표를 실현하는 데는 무기력한 모델로 전락하였다.

전 지구적 배출량은 이후 계속 증가하였다. 에너지공급의 혼합방식(energy-mix)을 전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에너지 효율을 상쇄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가 파리협약에서 탈퇴를 결정한 것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면서, 브라질과 호주 러시아 그리고 사우디가 계획에서 빠져나가는 구실을 마련해 주었다.

다행히 이에 대하여 지난 수년 간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매우 괄목할 만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핵심은 올해 들어서 미국의 탈퇴로 인한 결손을 유럽과 중국의 책임있는 실행으로 보상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시 주석의 공식선언은 모두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2015년 당시에는 중국이 파리에서 합의한 배출량을 거부하면서 협약의 내용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미래에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할 주체가 이를 무시해버리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어진 것이었다.

이제 북경당국이 자신 몫의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 동안 기후회담에서는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가군을 분리시키는 구획의 선으로 인하여 협상의 진척이 포기되어 왔다. 이 때문에 유럽이 패를 쥐고 미국과 동시에 인도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파리협약의 기초가 되는 주요 강대국가 간의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 중국이 가담하면서 우리는 다극체제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1980년부터 유럽과 미국은 기후를 지구적 현안으로 계속 제기하여 왔다. 그러나 이는 서방에서만 판단하고 분석하는 세계일 뿐이었다. 당시에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규모가 전세계 GDP의 겨우 몇 퍼센트에 머물러 있었고 서방과 소련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일군의 서방 과학자들이 매우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현재와 같은 지구기후에 대한 정치적 협상이 시작되었다. 197개 국가들이 유엔이라는 톨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소위 당사자기후회의GOP가 유엔총회와 유사한 회의를 구성하게 되면서 예처럼 복잡하고 성과없는 진행이 이루어져 왔다.

1997년에는 교토 기후협약이 성사되었지만, 중국과 인도가 중심이 된 신생국가군들에 의하여 근본적인 이해의 충돌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기후문제는 선진산업국가들이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미국은 중국이 배제된 어떤 협약에도 서명을 거부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이 교토협약을 반대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물론 GOP회의에서 일부가 과학적 근거도 없는 황당한 입장도 제기하였는데 이러한 문제제기에는 엑손Exxon과 같은 화석연료의 기업들이 배후에 있었다. 결국 교토협약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각국 및 지구경제적geoeconomic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

탄소배출에 대한 과거의 역사와는 상관없이 중국이 미래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규제하지 않는 어떠한 협약도 비준하지 않으려 한다. 기후문제에 관하여, 중국과 인도의 입장에서는 기후정의(과거산업역사)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려 하는 반면에, 미국은 지구경제라는 종합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초강대국 간의 협상이 필요하게 되었다.

유럽이 우선 주도하여 중국과 인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면서 제2의 교토협약을 일방적으로 만들고자 하였고, 이에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인도를 쌍무적 협상으로 중재를 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2015년 12월에 파리에서 기후에 관한 총회가 개최되었다.

2020년 이제 중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1990년 이래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당사자가 탈-탄소화를 시행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는 물론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 자체로서는 충분하지 않다. 북경당국이던 그 누구이던 탄소안정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과 상관없이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당연히 지구의 모든 국가들이 모두 탈-탄소화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기구(tent)가 필요하다.

그런데 탈-탄소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관련된 국가들의 규모가 방대하고 성격들이 상이하다. 동시에 에너지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을 함께 포괄해야만 한다. 탈-탄소화 과정은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 주지만, 의무할당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일부 국가들은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것이다. 신생국가들이 이를 이행하는데 중국처럼 (재정)자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많은 국가들은, 부자이던 가난하던, 중국처럼 권위적 강제력을 가지고 전환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국내의 패자들을 억누를 정치적 기제를 갖고 있지 못하다.

중간규모의 에너지 기업들은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수출량을 유지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중소규모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국가들은 조건없이 형성되는 저가의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예민하다. 세계 전체로 보면, 매년 수십 수백 억 달러가 에너지의 보조금으로 투입되고 있으며, 이는 중간계층을 독려하는 중요한 사회정책으로 되어 있다. 세계전체적으로 여전히 수억 명의 인구가 전기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유한 나라도 정책의 전환이 어려운 과제인데, 산업화 초기에 있는 국가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탈-탄소화가 신속하고 광범하게 진행되면, 수백의 수익성 높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물론 서구의 엑손 같은 기업이 최상위를 차지하지만, 지난 수년 간을 통하여 탄소를 가장 극적으로 배출하는 상위의 10개 기업에는 인도기업들이 4개, 중국기업들이 2개, 그리고 호주 러시아 한국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스위스 국적의 시멘트회사도 제2 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는 국가자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20개 기업군 중에, 12개 기업이 국가소유이다. 이란, 이라크, 멕시코, 알제리, 베네수엘라 등의 국유석유기업들은 단순히 기업체의 성격을 넘어서 국가경제와 정부제정의 기둥들이다.

따라서, 탈-탄소화를 추진하면서 에너지자립과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집단들의 연합에 대하여 걱정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석탄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폴란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화의 일방적 시행에 거부하면서 유럽이 시행하려는 코로나의 회복를 위한 탄소세 협정을 무력화시키려는데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중해 동부의 가스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싼 극도의 긴장도 한 예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팽창하는 터키의 경우에는 러시아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가스 자원을 갈망한다.

지구촌 전체가 일반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초강대국 간의 협의가 어려우면, 탈-탄소화의 추진이 가능한 국가들 간의 협상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G20가 매우 유효한 기구이다. 이의 역사적 배경이 기후정치와는 무관하게 탄생하였지만 21세기의 다극체제의 세계에서 서로 힘을 반영하면서도 협력하고 강제력을 법제화하는데 매우 적절한 형식이다.

G20의 출발은 남미의 부채위기와 1980년대의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비롯되었다. 1944년의 브레튼-우드 회의에서 합의된 창립정신에 따라 상기의 위기를 처리하였던 IMF는 당시에 미국과 유럽의 소수 국가들에 의해서 지배되었다. 그러나 탈냉전과 탈식민지의 시대에 있어서 소수의 지배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대상국가의 주권을 잠식하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점차 인식되어 가고 있다.

이에 G20라는 기구가 1990년에 세계경제를 관리함에 있어서 광범한 정치적 기반을 토대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당시의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서머스Summers가 차관이었던 가이드너Geithner와 독일 파트너인 코크-베저Koch-Weser와 함께 자격대상의 국가명단을 작성하였다.

인구숫자와 GDP를 적어 내려가면서, 프랑스와 남아공을 삽입하고 나이지리아와 스페인을 배제하였다. 결과는 기존의 G8 국가들과 소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남아공)을 축으로 사우디와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그리고 터키가 추가되었다.

<계속>

 

출처 : 포린폴리시(ForeignPolicy) on 2020-10-17.

Adam Tooze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이자, 유럽연구소 책임자이다 최근 금융위기와 기후재앙에 대하여 매우주목할만한 여러 권의 저작을 출간하였다

수, 2020/11/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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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은 12월 1-3일 간 기획중인 2차 아카데미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와 관련하여 기후재앙에 대응하는 거시적 정책, 국제기구의 역할과 조망,  다양한 재앙의 징후포착 등 해외의 전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백년 아카데미 2차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 바로가기>>


G20는 원래 재무장관들간의 회합이었다. 그러나 2008년 북미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정상회의로 성격이 상향조정 되었다. 물론 참가국가들은 각자의 나름대로 현안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에서 이를 19세기식 ‘강대국들의 잔치’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정확한 핵심이었다.

그 동안 개별국가들의 주권존중이라는 개념으로 중국과 인도처럼 인구가 수천 배에 달하는 국가들을 다른 약소국들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국제법의 논리를 만족시켜 줄지언정, 역량과 세력이라는 현실적인 차이를 외면하고 있었다.

G20기구가 기후정치의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약소국을 배제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강대국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기 대문이다. 기후정치에 적합한 기구를 탄생시키려면, 러시아, 사우디, 브라질, 인도네시아, 한국 그리고 터키 등의 참여가 중요하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이디오피아와 이집트, 나이지리아와 이란 등 인구대국을 과연 배제할 수 있을까? 기후재앙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심각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포럼 형식의 기구로 G20가 아닌 G40가 구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포럼이라는 기구를 창설하는 것과 별도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럽과 중국이 탈-탄소화를 강력히 추진하려면, 일련의 과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면, 거대한 강대국의 세력조차 일방적인 영향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며 제국이 배경이 되어 비공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영향력은 해당국가(지역)의 실력자들과 이해를 조정해야 가능하며, 상당한 투자와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이점이 바로 중국이 일대일로BRI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2019년 기준으로 126개국이 중국이 주도하는 BRI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2/3에 해당하며, GDP의 23%(중국을 제외한) 그리고 탄소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화석연료 매장량은 전세계 총량의 75%에 해당하기도 한다.

산업선진국가들이 탈-탄소화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이들 BRI 참여국가군이 과거 중국식 모델로 탄소배출기반의 성장을 추구한다면, 2050년에는 이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전세계 총량의 66%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결과로써 이들 국가들의 발전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로 전세계의 온도가 3도 상승하면서 심각한 지구온난화에 빠져들 것이다.

다행히 북경당국은 처음부터 일대일로 사업을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역사적인 유엔 연설에서 이에 대하여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국이 탄소중립화를 BRI에 적용하느냐 여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BRI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중공업 산업체들의 로비가 예상되는데, 북경당국은 중국개발은행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개발은행 단독으로 BRI사업에 매년 400-4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연구기관의 추정에 의하면, 126개의 BRI 참여국가들의 경제와 산업개발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2도 범위 안의 온도상승이라는 계획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11.8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매우 엄청난 액수이지만, 코로나 충격을 경험한 현재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올 한 해의 팬데믹에 대응하는 전세계 재정투입의 누적 총액은 물경 7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는 서방세계에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몇 년 전에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독일 주도하여 마련한 ‘아프리카의 마샬 플랜’에는 매년 6000억 달러가 소요되는데 이를 공적 영역에서는 조달할 수 없었다. 계획된 사회-인프라 공사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베를린 당국은 아프리카 해당국가들이 보유한 자연자원을 기반(담보)삼아 민간기업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하였다.

상기의 방식이 서방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문제는 투자에 대한 유인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연기관의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는 규제 등이 핵심이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세계무역의 기반으로 동일한 탄소가격(세금)을 설정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우선 지역단위의 탄소가격계획을 시행하되, 이를 국경을 넘어선 탄소국경세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을 국가단위의 조치가 아닌 다국적 전략으로 삼아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신흥국가들은 손쉬운 탄소기반의 생산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유럽은 지난 여름 중국에게 탄소세를 적용하자고 압박하였는데, 이는 시주석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시장규모로 볼 때, 유럽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집단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향후 국제무역을 움직이는 동력축은 서방세계가 아니라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개발 국가군들이다.

중국 역시 탄소세 방식을 검토하고 이다. 신흥국가들의 저임기반에서 생산한 상품을 수입하는 거대한 시장을 지닌 중국으로서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만 하다. 만약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탄소세를 채택하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에너지선택에 대한 거대한 압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석탄과 오일 또는 가스 대신에 태양광과 풍력을 사용하는 수출국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고 당연히 상당한 수익이 따라올 것이다.

단기적인 수익과 가격에 초점을 맞추면 탄소세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북경의 공산당국과 더불어 서방의 거대기업들이 전략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인다. 시주석이 유엔에서 기후행동100+라는 연설하기 일주일 전에, 47조 달러 상당의 투자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산업가스배출의 80%에 책임을 지고 있는 국제투자자들의 로비집단들이 161개의 거대 기업들이 탄소배출 제로를 향하여 움직이고 있는지 여부를 감독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시주석의 연설과 이들의 선언은 그린운동에 대한 면피성의 성격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BlackRock과 Pimco 등 거대 투자자본들이 자본축적의 수익성은 결국은 안정적인 환경의 순환과 맞불려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여진다.

시진핑 정권과 마찬가지로 서방의 자본들은 환경의 위기를 정치적인 것과 동시에 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에 기후위기가 닥치면, 기후안정성을 훼손한 사려없는 기업들이 갑자기 사업권을 상실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2020년 현재 항공산업들의 경험은 미래의 환경적 위기로 인해 사회적 대응으로 산업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유럽의 기후에 대한 책임과 약속에 기초하여 세계가 매우 중대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기술의 변화, 정치권의 지도력, 가격적 인센티브, 그리고 투자자들의 압력 등이 탈-탄소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힘들이 스스로 작동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일이다.

우리들의 일상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화석연료체계는 단순히 기술과 이익에만 기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탈-탄소화는, 화석연료의 경제성을 우선적 순위로 설정하는 국제세력들과 지정학적 기반을 해체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아직도 1970년의 순진한 실수처럼, 재생 에너지가 결국은 새롭고 부드럽게 분산적인 에너지 공급의 전환시대를 열어 가면서 정치도 이에 부응할 것이라는 낭만적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꿈을 목표로 삼는다 하더라도, 화석 에너지의 단단한 성채를 해체하는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들은 순순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최근 Jason Barodoff가 탈-탄소화의 국제정치학이라는 저술에서 지적하였듯이, 전환의 진행과정은 매우 지난하며 비선형적으로 이루어 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가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현재 유럽과 중국은 탈-탄소화라는 의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누구도 미국이 지닌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국 측에서 개혁적인 정책을 들고나와 추진하면, 인도와 중남미, 캐나다와 일본 등에서 탈-탄소화를 진행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 진다. 미합중국이 입장을 바꾸면, 트럼프의 반-기후정책이라는 역마차에 동승했던 호주와 브라질 등 보수정권들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미합중국은 화석연료 생산업자들과 관계에서 유일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 자신이 20세기의 화석연료기반 질서를 설계하고 안착시킨 장본인 국가이다. 현재 미국의 진보집단들이 새로운 그린뉴딜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처럼 민주질서를 회복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설계한 세계는 오일과 석탄에 기반한 산업의 일방적 승리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0세기의 가장 왕성한 시기에 미국은 개입주의를 통하여 중동거점의 오일국가군, 오일기업들의 연합체, 미국안보기구들 그리고 중동의 지역정권들이 결집한 제국을 강고하게 구축하였다. 미국과 냉전동맹을 형성한 서구유럽과 동아시아 지역도 중동의 오일에너지라는 기반 위에서 발전을 이루었다.

요행히 1973년 오일 위기가 상기의 체계를 뒤흔들었으며, 미국행정부가 주도하여 기후변화와 재생 에너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Victor McFarland가 우리에게 오일파워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를 일깨워 주었듯이, 결국에는 미국은 사우디와 동맹을 강화하였고, 카터는 독트린을 통하여 오일 에너지의 서방세계에 안정적 공급을 확약하였다. 이것이 이후 미국의 수십 년에 걸친 중동의 군사적 개입을 가져온 단초가 되었다.

이라크와 아프간의 파멸적이며 고비용의 전쟁에 싫증이 나고, 거대한 규모의 후레킹(세일가스)이라는 민간산업이 도입되면서 미국은 새롭게 거대한 전략과 기후정책을 수립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오바마 시절에 시작된 ‘에너지-자립정책’이라는 흐름이 너무나 안이하게 트럼프의 ‘에너지 지배’라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갔다.

현존하는 화석연료의 파워게임을 넘어서 미합중국은 새로운 미개척지로 빨려 들어갔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안으로 활성화된 LNG(세일가스)의 공급체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의 원소들- molecules of freedom’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그러나 최근의 원유가격 전쟁에서 목도하듯이, 후레킹 산업의 과다한 확장은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시켜 주기는커녕, 미국 경제의 새로운 취약점으로 반전되었다.

지금이 미합중국으로서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절호의 시기이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은 유럽과 중국과 연대하여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화석연료의 대부분을 현재의 상태로 보존하는 국제적 기구를 창설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화석연료로부터 탈구하는 국제지정학은 미국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세기에 유럽은 소련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련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정책을 추진하였고(Nordstream-2 가스-라인은 이러한 역사의 결과물이다), 일본과 현재의 중국은 걸프 국가들의 주요한 수입국가이다.

주요 산유국가들은 여전히 엄청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패기있게 자신들의 주도권을 선언하고 있다. 걸프 지역에서의 원유생산 가격은 너무나 저렴하여 사우디와 카타르는 자신들이 세계에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마지막 국가로 끝까지 남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선언한다. 생산단가가 높아서 상황에 취약한 국가들, 예건데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등이 일차적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통해 새로운 (재생)에너지로 이동할 것이고, 탄소세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대체로 2040- 2060 년간에 화석연료의 경제는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은 일대의 혁명적 전환과정이며, 미합중국은 이의 개입을 조심스럽게 조정해가야 한다. 물론 에너지 분야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영향을 줄여가야 할 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동시에 이에 동반하는 위험에도 조심해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분야를 마치 외통수에 몰린 적수로만 상대하면, 커다란 저항을 야기하면서 현재의 비틀거리는 산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하여 위험한 게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렇게 대결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그린뉴딜을 녹색혁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까지 자극하게 된다.

그러나 과학자 그룹이 제시하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우선순위는 탈-탄소화의 전환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연료라는 투입된 자산과 투자를 새로운 저탄소라는 영역으로 유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긴급한 우선순위는 기후안정화에 대한 관심을 지구적으로 일반화시키는 일이다. 시진핑의 탄소중립화 선언으로 이제 서방세계는 북경당국과 함께 기후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포린폴리시(ForeignPolicy) on 2020-10-17.

Adam Tooze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이자, 유럽연구소 책임자이다 최근 금융위기와 기후재앙에 대하여 매우주목할만한 여러 권의 저작을 출간하였다

금, 2020/11/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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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생활쓰레기가 가져올 기후재앙의 징후에 대하여 다른백년은 이번주 연속하여 <북극해저의 메탄분출>, <기후변동에 따른 식물종의 멸절>, <폐플라스틱/비닐이 가져오는 재앙>, <식생활이 기후위기를 가져온다> 등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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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팀은 Laptev해를 조사하면서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원인이 형성되고 있다고 염려한다.

과학자들이 북극바다의 해저에 얼음으로 매장되어 있던 메탄가스 누적층 (엄청난 탄소를 대기로 노출시킬 잠재요소로 알려져 있다)이 시베리아 동부해변을 중심으로 광범하게 분출하기 시작하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영국 가디안 지가 보도했다.

러시아 주변에 있는 Laptev해의 350미터 해저 깊이에서 엄청난 잠재적 온실가스층이 발견되면서, 과학조사팀들은 기후의 위기를 촉발할 새로운 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북극의 경사진 퇴적층에는 얼음으로 동결된 메탄 등 하이드레이트Hydrates로 알려진 엄청난 양의 가스이 매장되어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미국의 지질조사국은 북극의 하이드레이트가 기후의 급격한 위기를 초래할 4가지 위협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하여 왔다.

러시아의 탐사선박에 탐승하여 조사를 수행한 국제연구팀은 대부분의 분출가스가 아직까지는 바닷물에 의해 다시 용융되고 있지만, 수면까지 도달하는 가스의 양이 예상한 것보다 4-8배 가량 많은 것으로 측정되었고, 일부는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써는 지구온난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이제 막 섭동과 분출과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베리아 동부에 위치한 경사퇴적층이 동요하기 시작하였고, 분출과정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조사팀에 참여한 스웨덴 연구자가 인공위성을 통한 무선으로 알려왔다.

과학자들은 얼음상태의 메탄을 포함하여 여러 종의 가스가 해저층에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갇혀 있는데 그 양이 1,400기가 톤의 탄소에 해당한다고 추정하면서, 이들이 지구온난화의 잠재적 위협이라고 말한다. 만약에 다량의 가스가 대기에 노출되면, 기후위기를 급격히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메탄이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로 80배 정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염려때문에, 미국 지질탐사국은 북극 하이레이트의 불안한 상태가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가장 심각한 4가지 위협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은 ‘격자총 가설, clathrate-gun-hypohesis’로 회자되고 있는데, 지구가 갑자기 열탕으로 바뀌는 ‘급속한 온난화-운명의 날’ 시나리오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에 의하면 그러한 공포스런 염려는 과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여러 가지 가설들이 존재한다: 과연 몇 도에서 하이드레이트가 섭동을 시작할 것이지, 섭동이 시작되면 얼마나 빨리 진행될 것인지, 분출된 가스들이 바닷물에 의해서 대부분 용융될 것인지 아니면 얼마나 해수면을 통과하여 대기로 노출될 것인지? 이러한 의문사항들이 Laptev해를 포함하여 북극지역의 해저기반과 경사층의 상태를 집중조사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다년간 국제팀으로 해저기반을 조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상기의 탐사내용이 아직은 예비정보 임을 강조하고 있다. 메탄 분출의 규모는 이들이 연구소로 귀환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인하여 해당전문지에 공개할 때까지는 공식화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음상태 층의 메탄이 동요한다는 것은 새롭게 티핑-포인트tipp-point에 도달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가능성을 염려하게 한다. 북극은 바다 해저 속에 매장되어 있는 얼음메탄층의 취약성을 알리는 논쟁의 신호탄(ground-zero) 지역이다.

이미 북극지방의 온도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보다 두 배나 빨리 진행되고 있어서, 언제 어떻게 이들이 대기로 분출될 것인가 라는 불안정성에 대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러시아 탐사선에 승선한 60 여 명의 연구팀은 우선 600킬로에 걸친 해안 주변의 경사층에서 얼마나 메탄의 분출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탐측하고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150 킬로의 길이와 10킬로의 폭을 형성한 경사층에 대하여 6개 지점을 탐사한 결과, 연구팀은 퇴적층에서 가스의 분출구름이 형성된 것을 목격하였다. 특히 Laptev해의 300미터의 해저 경사면에서 리터당 1,600 nanomoles에 해당하는 메탄농축의 상태를 발견하였는데 이는 바다와 대기가 정상적인 균형을 이루는 조건에서 예측되는 양의 400배에 달한다.

승선한 연구팀의 책임자인 러시아 과학자는 “이번 배출의 발견은 이제껏 관측된 것과 비교하여 매우 예외적으로 거대한 양이며, 경사면에서 하이드레이트가 스스로 활성화되어 분출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없었던 일로 심각한 사항이다. 전혀 새로운 사태이다.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것을 더 조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촉발된 가장 큰 이유는 대서양의 따뜻한 해류가 북극의 동쪽으로 흘러 들어간 탓이다. 다시 말하면 인류가 조장한 기후의 변화가 ‘북극해의 대서양화’를 초래한 것이다.

최근에 발견한 메탄방출 가능성의 또 다른 요인은 Semiletov지역으로 이 곳은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탐사되어 왔으며, 북극해의 해저기반 중에 가스분출이 가장 넓게 목격되어 온 지역이다. 2년 차 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사팀은 Laptev해와 시베리아 동부해저에서 분화구처럼 생긴 마마자국을 발견하였으며, 이곳에서 메탄이 가스총처럼 분출하면서 정상적인 상태보다 수벡 배의 수준에 달하는 메탄이 해수면에 도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가을 시베리아 툰트라 내륙지역에서 발견된 분화구와 싱크-홀과 유사한 현상이다.

올해 들어 시베리아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5도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인간들에 의해 조장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평균 배기량의 600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외적 변화이다. 지난 겨울 빙하가 비정상적으로 일찍 녹아 내렸다. 올 겨울에도 바닷물의 결빙이 벌써 시작되어야 함에도 예전의 기록에도 없이 지체되고 있다.

 

출처 : The Guadian(영국 가디언지) on 2020-10-27.

월, 2020/11/1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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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생활쓰레기가 가져올 기후재앙의 징후에 대하여 다른백년은 이번주 연속하여 <북극해저의 메탄분출>, <기후변동에 따른 식물종의 멸절>, <폐플라스틱/비닐이 가져오는 재앙>, <식생활이 기후위기를 가져온다> 등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라는 아카데미 강좌를 3일간(12/1, 12/2, 12/3) 연속하여 오후 3시부터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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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영국 Kew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왕립식물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자연파괴에 따라 지구에 분포되어 있는 식물종의 40%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금년의 보고서에서 나타난 통계에서 보듯이, 식량안전과 기후위기와 같은 근본적인 세계현안에 대응하는데 매우 유용한 식물종과 진균류들에 대하여 인류사회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 Alexandre Antonelii, 왕립식물연구원 원장.

전세계 43개국에서 210 명의 전문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작성된 ‘세계의 식물과 진균류 실태’의 제4차년 보고서를 책임지고 수행한 영국왕립식물원 원장 Alexandre Antonelii 은 연구보고서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지속가능한 경로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최고 수준의 협동적 노력의 성과라고 자평한다.

그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냉장고를 열어보고, 처방된 약품에 의존하며, 생활공간을 청소하고, 옷가지를 정리한다. 이렇듯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배고픔을 해결하고, 질병을 치료하며, 주거공간을 건설하면서, 삶을 보다 편리하게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래적인 지역의 관습은 무시되면서, 원초적이자 토착적인 지식에 기초한 식물종의 유효한 특성들에 대한 인류의 초기발견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생태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종과 진균류 등 생물 다양성이 제공하는 귀중한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상기 보고서는 생물다양성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국제사회를 비판하는 유엔의 연구활동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십 수년 전에 출범한 ‘Nature’s Flagship publication을 위한 국제생태 기금WWF’의 최신판에 수록되었다.

국제생태기금WWF의 주요한 활동은 자연 – 인류의 삶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위협적인 속도로 파괴되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며, 최근 특별히 1970년과 2016년 사이에 지구에서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물고기 등 평균 68%가 사라졌음을 밝혀냈다.

“2010년에 국제 지도자들이 합의한 ‘생물다양성보호’의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였다. 설정한 목표를 실현하기에 이제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 그린피스, 2020-09-30.

보고서 12장에서, 연구자들은 생물종들이 사라지는 위험성과 이를 보호해야 할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한다. 이들은 식물종과 진균류들이 식량과 에너지 보건의료 등에 활용되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기술하면서, 생물자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자연의 생태시스템은 인류에게 매우 소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기후를 조절하면서 홍수를 방지하고 맑은 식수를 제공한다. 생태 시스템의 군락지를 형성하면서, 식물과 진균류들은 현재 기후위기 등 환경의 도전에 직면한 인류가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돕는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의 식물화 과정을 파괴하거나 소진시키고 일부 생물종의 씨를 말리며 동시에 기후패턴이 변해가는 동안, 생물의 다양성이 사리지고 자연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함께 축소되어 간다.”

연구자들은 식물종과 진균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왕립식물연구원의 보존과학 책임자이며 ‘멸종부문’에 대해 저술한 Eimear Nic Lughadha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우리는 모든 생물종의 보존에 대한 개략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수많은 생물종이 여전히 연구의 대상이자 동시에 멸종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는 데 매우 유용하다. 2019년 한해만 1942종의 식물과 1886종의 진균류가 새로이 발견되어 작명되었으며, 현재의 지구상 생명다양성에 대한 지구적 위협, 기후변화와 벌목 그리고 경작의 변화 등으로 인해 해마다 변해가는 생물종에 대한 목록을 남겨야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보존대상으로 연구되었던 약용 진균류의 6종의 하나인 Fomitopsis officinalis은 나무속에 살아가는 기생-진균류인데 이미 멸종의 위기에 처해졌다고 한다. 약용 식물로 알려진 25,791종류 가운데 5,411종이 연구 중에 있는데, 13%에 해당하는 723종이 벌써 위기에 처해 있다.

왕립연구원의 부원장이자 ‘사업화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Monique Simmonds교수는 가디안 지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을 치료하기 위해서 인류는 자연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다음 세대의 치료제는 식물종과 진균류에서 나올 것임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보고서는 또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적시한다.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는 7,039종의 식물류 중에서, 겨우 15종의 식물들이 인류가 필요한 식량에너지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40억 인구는 단지 쌀과 밀 그리고 옥수수에 의존하고 있다. 소수 종류의 곡물에만 인류의 식량문제를 의존하게 되면 때로는 영양실조에 걸릴 수도 있고 기후변화에 취약점을 노출하게 된다.”

‘식량부문’을 기술한 공동저자이자, 알리안스 그룹의 국제생물다양성과 열대농업연구센터의 수석연구원 출신인, Stefano Padulosi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수천 종의 식물류가 식용으로 개발되지 않은 채 잊혀져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신음하면서 식량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영양의 안전이 위협받으며 경제가 혼란을 겪을 때, 수백 수천 만 명의 인류에게 생명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의 보고를 식량으로 생산하도록 개발하고 연계하여 기후변화에 유연한 대응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다.”

보고서를 총괄한 Antonelli 원장은 전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금년의 보고서에서 나타난 통계가 보여 주듯이, 식량안전과 기후위기와 같이 근본적인 세계현안에 대응하는데 매우 유용한 식물종과 진균류들에 대하여 인류사회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우리는 너무나 적은 종류의 식물종에게 너무나 오랫동안 의존하여 왔다.”

“생물다양성이 급속히 자취를 감추게 되면, 다양성이 제공하는 무진장한 자연의 보고에 인류가 접근할 기회를 놓치게 되며, 우리 세대의 거대한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지구라는 행성이 형성된 이래 가장 중대한 시점에 서 있는 지금, 우리의 보고서가 정부와 민간기업체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에게 인류가 직면해 있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그리고 식량안전의 3종 위협에 대응하는 ‘해결책은 자연이 기반’nature-based-solution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길 희망한다.”

 

출처: CommonDreams.org on 2020-09-30

Jessica Corbett

CommonDreams 환경전문기자

수, 2020/11/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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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제기접경지역의 생태계적 상호협력의 역동성

경계라는 말의 사전적 뜻풀이에 따르면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다. 접경지역이란 말 그대로 그 경계와 경계가 접하는 지역이다. 서로 다른 성격(체제와 국가)의 공간이 만나는 지역이다. 이 이질적인 경계 사이에는 통제가 존재하며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넘나드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경계가 단절적인가 서로 협력적인가는 이 경계를 넘어 어떤 교류가 존재하는가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단절의 공간이 아니라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질적인 것이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작용할 경우 접경지역은 경계를 넘어선 역동성으로 상호침투와 융합이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분단으로 민족과 조국이 양분돼 있는 남북의 경계는 분단의 결과이자 분단을 재생산하는 핵심 공간이지만, 그러기에 경계가 만나는 접경지역에서의 상호협력과 소통은 분단을 넘어서는 바로미터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접경지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남북연결 도로와 철도 개설 등으로 평화 정착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었다. 잠시 멈춰섰던 걸음을 이제 다시 내디뎌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성공단 금강산 등과 같은 접경지역에서의 협력은 남북당국간 정치적 협상과 회담의 결과이지만 그 과정은 남북 주민이 공동체적 질서를 구축해 삶의 과정에서 마음으로 좀 더 가까워지는 신뢰구축 작업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야 할 것이다.

특히 임동근은 “접경지역을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정치적 역동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을 연결하는 다기능(multi-function)을 수행하는 행위 주체의 등장과, 이들 간의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을 만드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성공단의 경우 남한의 기계와 북한의 노동력이라는 단순한 구도였지, 평양-개성-서울을 오고가는 네트워크의 진화는 고려하지 않았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물자, 사람, 정보 등 생태계를 구성하는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무엇’이 접경지역을 오고가며 기존에 불가능했던 역동성을 만들어 낼 것인가라는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1】

 

. 남북 협력과 평화의 시발점으로서의 한강 하구

▣ ‘한강 하구’의 특수성- 경계의 소멸로서의 중립수역

○ 지리적 역사적 그리고 정치 군사적 의미의 한강하구

‘한강하구’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리적 풍경적인 개념으로 임진강 한강 예성강이 만나는 조강(祖江, 염하를 포함)과 서해가 만나는 수역을 말한다. 그러나 흔히 이 지역을 한강하구로 부르는 것은 꼭 들어맞지가 않는다. 정왕룡 김포시 의원 같은 이들은 “예로부터 이 지역에 맞는 조강이라는 이름이 있으니, 한강하구라는 보통명사적 용어 대신에 조강이라는 원명칭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곳은 임진강 예성강 등이 합쳐졌기에 더 이상 한강으로 부를 수 없다는 것이며, 그 범위도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지점부터 서해로 흘러나가는 유도까지, 혹은 넓게 보자면 예성강 부근까지 한강하구 일대를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였다는 것이다.【2】 게다가 남북분단으로 더 이상 사람이 갈 수 없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잊혀진 이름이 되었으니 그 명칭의 복원은 분단을 넘어서려는 것이기도 하다. 조강은 글자 그대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강(祖江)이란 뜻으로, 흔히 총길이 514km에 달하는 한강이 조강에 이르러 그 수명을 다했다는 뜻에서 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한강 하구라는 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정치 군사적인 개념으로 정전협정상에 명시된 지역으로서의 의미다. 여기서 한강하구는 군사적으로 남쪽과 북쪽이 대치하는 적대적인 군사지역 가운데 정전협정 5항에 의해 규정된 수역이 된다. 정전협정은 이 수역을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흘러들어 만나는 수역으로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부터 서해 강화군 서도면 말도까지 67㎞로 구체적으로 명시해두고 있다.

정전 협정상에 규정된 이 ‘한강하구’(Han River Estuary)는 특별하다. 비무장지대(DMZ)의 다른 접경지역과 근본적으로 다른 한반도 유일의 중립수역이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제1조 5항은 다음과 같이 한강하구를 ‘군사분계선이 없는 자유항행 지대’로 규정하고 있다.

“한강하구의 수역으로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 하에 있고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 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 쌍방 민간선박이 항행함에 있어 자기 측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

이 규정에 따르면 남북한의 민간선박은 한강하구를 자유 항행할 수 있고, 남이든 북이든 출항한 쪽이면 어디든 자유로이 입항할 수 있으며, 이는 정전협정에 규정된 육상의 비무장지대(DMZ)와 달리 한강하구가 중립지대(수역)라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한강하구는 ‘한반도 남북 접경지대에서 군사분계선(MDL)이 그어지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위 지도에서 보듯이 많은 지도들과 그래픽이 이곳에도 군사분계선을 그어놓고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한강하구 지역은 군사분계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유항행을 보장하는 중립수역이다. 그런 점에서 보통 DMZ 바깥쪽에 설정되는 민통선도 한강하구에서는 법적 존재근거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 유엔사 관할권의 차등적 구조와 한강하구에 대한 법적 통제

정태욱 인하대 교수(법학)는 정전협정을 보면 유엔사의 이른바 군사통제에 근거한 관할권이 적용되는 비무장지대 및 접경지역의 범위는 이처럼 각 지역에서의 ‘군사적 필요’의 정도에 따라 차등적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접경지역, 즉 육상의 비무장지대, 한강하구, 서해5도 수역들에 대한 정전협정의 규정과 유엔사의 관할권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우선 비무장지대의 경우에는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정전협정 제1조 제1항)하기 위하여 민간인 출입과 왕래 자체를 금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강 수역(한강하구)의 경우에는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개방’하고, 다만, 그 ‘항행규칙을 규정하는’ 차원에서만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다(정전협정 제1조 제5항), 또 서해 5도 수역에서는 바다 자체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관할권을 정하지 않고, 다만, 섬들에 대한 군사통제만을 획정하고(정전협정 제2조 제13항 ㄴ목), 인접 해면을 존중하고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하게(정전협정 제2조 제15항) 하는 소극적인 차원에서만 관할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다르다. 한강하구도 여전히 군사통제구역으로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태욱 교수는 “군사적 통제구역이 되었다고 하여 그것을 유엔사 관할권 행사의 결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적인 통제 상태와 법적인 통제구역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강하구가 법적으로 통제구역으로 돼 있는 것은, 정전 협정상의 통제가 아니라 남한의 국내법적 통제인데, ‘군사기지 및 시설 보호법’(군사시설 보호법은 폐지) 상의 민통선,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제정한 선박조업 안전규칙 등에 의한 어로한계선이 그것이다. 이는 남한 당국이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동일한 원칙을 한강하구에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국내법적 통제는 정전협정이나 유엔사의 관할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우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해제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3】

물론 한강하구가 정전에 관한 국제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강하구가 정전협정의 적용 대상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남북관계에서 한강하구는 무력 충돌의 위험 뿐만 아니라 70년대까지만 해도 적대행위가 빈발했다는 점에서 정전협정에서 한강 하구를 민간에 개방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구역에서 유엔사의 관할권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강하구가 유엔사의 관할 구역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허가권(관할권 행사)을 비무장지대에서의 그것과 같이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태욱 교수는 이를 “민간의 평화적 이용권을 확인하는 협력적 확인행위”로 표현했다. 유엔사가 부속협의서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한 한강하구의 항행에 관한 정전협정 상의 민간선박 등록절차 등을 보건데 ‘금지를 해제하는’ 허가가 아니라, 단지 “자유의 행사를 인정하고 그것이 휴전체제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절차라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4】

 

▣ ‘한강 하구’의 미래- 남북협력을 통한 ‘한강의 기적’

○ 한강하구의 특수한 지위와 남북 협력의 가능성

한강하구는 특별한 지위에 있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군사적 통제 아래 있는 육상에서의 비무장지대와 서해(동해) 수역에서의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남북간의 군사적 갈등과 비교해 본다면 접경지역에서의 남북 협력을 추진하는데 가장 적합한 독특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이러한 한강하구의 특수한 지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선행적 실험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군사적 대결의 정전협정 체체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뤄가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미국(유엔사) 중국 등의 관할에서 남북의 관할과 합의로 바뀌어야 하며, 그런 합의 절차(평화협정 체결)가 요구된다. 예컨대 기존 정전협정상의 군사분계선(MDL)은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 불가침 경계선’으로, 군사정전위원회는 기본합의서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로 바뀌고, 중립국감시위원회는 ‘한반도 평화관리 국제위원회’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정전협정 상의 한강하구는 이미 경계가 없는 중립수역이라는 지위에 있기에 그런 합의 이전에도 현재의 정전협정에 의거해 남북이 공동관리하는 데 합의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정전협정 상의 이러한 특수한 지위는 한강하구 사업이 남북관계의 부침이나 안보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중립수역일 뿐만 아니라 북방한계선(NLL) 등 서해 동해에서의 경계 논란과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되고 있는 항행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에 따라 강의 본래 기능을 되찾는 남북 공유하천으로 만들어간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반해 서해 동해 등의 해역에서는 중립수역임에도 이른바 유엔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정한 북방한계선이 본래 취지와는 정반대로 남쪽이 북의 남하를 막는 군사적 남방한계선으로 고착화했으며, 이 북방한계선이 정전협정의 어디에도 근거가 없고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이 ‘불법적인 선’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군사적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남쪽이 이 북방한계선을 실효 지배의 경계선으로 고수한다면 노무현 정부에서의 서해평화협력지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이 합의한 서해 해상에서의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 북이 동의할 수 있는 수역을 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방한계선은 이처럼 서해에서의 평화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딜레마가 되고 있다.

한강하구에서의 협력에 관한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접경지역 협력에서 남쪽이 중요시한 철도 도로 연결에 대해 북은 상대적으로 매우 소극적이었다. 대륙으로 가는 육로나 철도 연결은 남이 단절돼 있던 것이지 북은 늘 연결돼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임진강 예성강 등을 통한 서해로의 자유로운 진출, 해주 등 서해에서의 항행 자유 등은 북 또한 매우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한강하구의 이러한 정전협정 상의 특수한 지위 등 법적 지리적인 여건에 입각해 볼 때 한강하구야 말로 남북간에 가장 유망한 접경지역 협력 지대로 만들어가기 위한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한 것이다.

한강하구는 예로부터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전략적인 요충이자 물류의 중심이었다.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시대에는 치열한 세력다툼의 전장이었고 고려, 조선시대에는 삼남지방의 물자를 실어나르는 주요교통로였다. 병인, 신미양요 때는 프랑스, 미국 군함이 오르내렸고 분단이전 까지만 해도 임진강 예성강 한강은 살아 쉼쉬며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주요한 물길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전협정에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고 있고, 한강(임진 예성강)이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주요 뱃길의 하나였다는 관점에서 이곳의 포구를 복원해 뱃길을 여는 사업은 본래의 강을 되찾아가는 일이자 분단을 넘어서는 본래 하나였던 삶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으로서 최우선적 과제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5】

 

○ 생물 다양성의 기수역(汽水域)이자 남쪽의 마지막 자연하구

생태 환경적으로 본다면 한강하구는 남쪽에서는 이제 마지막 남은 자연하구다. 특히 바닷물과 강물이 하루에 두번씩 교차하며 뒤섞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이 지역은 기수역(汽水域)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민물고기와 바닷고기가 공존하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습지와 뻘 등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곳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의 주요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북의 황해 연안 지대와 함께 이곳은 연중 일부를 한반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여타 대양주 아시아 지역에서 보내고 여름 번식기를 위해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날아가는 세계적인 철새 이동경로의 하나다.

한강하구에는 예로부터 황복, 웅어, 농어, 새우, 뱀장어, 숭어 등이 풍부했으며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노랑부리 백로 등이 서식한다. 특히 황복과 웅어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 보내는 귀한 물고기였다. 갈대밭에 서식하는 웅어는 환경파괴 등으로 많이 사라져버렸으나, 바다에서 잡히는 일반 복들과 달리, 강에서 잡히는 유일한 민물복어인 황복은 고가의 ‘황금물고기’로 지금도 임진강의 명물이 되고 있다. 특히 장어는 현재 한강하구 어민들의 주된 수입원이 되고 있다. 흔히 풍천(風川) 장어라고 하면 풍천이라는 지명의 장어로 혼동하는데 본래 풍천이라고 하는 지역 또는 마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닷물(짠물)이 하루에 두번씩 밀물로 들어올 때 바람이 함께 들어와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을 풍천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곳(짠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곳)에서 생산되는 장어를 바람이 함께 몰고 들어온다고 해서 ‘풍천 장어’라고 하는 것이다.

남북이 이 지역의 생태 서식 실태를 파악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환경 생태적인 차원에서도 공동 관리와 보호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자연적으로 방치된 상태가 아닌 강의 수자원 기능과 수로 항행 기능이 보장되고 인간으로부터 차단된 자연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 생태적 가치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보호하는 적극적 환경보호와 평화적 이용의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강하구 뱃길 및 주운 활성화, 포구의 복원, 한강과 서해의 연결, 홍수 방지와 같은 핵심적 사업은 생태환경 가치의 보존과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

 

○ 다시 시작하는 한반도 평화

한강하구의 평화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이후에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상호 호혜와 신뢰의 구축을 통해 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이다. 즉 평화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업으로서 의미가 있으며.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민간 선박의 자유항행(뱃길 열기)을 그 맨 앞에 두려는 것은 앞서 살펴봤듯이 정전협정에서 이미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강 하구 중립 수역에 대한 뱃길 수로 및 생태 환경 조사는 이 자유 항행을 위한 선결 조건인 셈이다. 아울러 이 생태 환경 수로조사는 자체로 이 지역의 자유항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길을 열어가는 일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인 셈이다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안전 조처 등 항로 개설에 필요한 절차와 관행을 확립해 정전협정이 보장한 민간선박이 오가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 정상회담 이래 내건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구호에 걸맞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의 북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유엔제재 아래서도 남북관계를 변화시키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수도권 장기발전 구상과 서해 해상 평화 벨트와의 연계

이러한 한강하구의 복원 및 남북의 평화적 활용은 남북간 긴장 완화 및 접경지역 남북교류협력 활성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남쪽 내부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강하구 주변 지역 사회들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북은 북대로 임진강, 예성강, 사천강을 통해 개성 등 황해도 내륙지역의 서해로의 출구를 확보하면서, 서해 NLL을 둘러싼 영해 논란을 우회해서 한강하구를 통한 자유항행으로 서해에서의 통항의 자유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서해 5도와 인접한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던 강령 녹색시범구, 해주항 개발 등 황해도의 개발과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기조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수도권의 과밀과 서울 집중을 완화하는 균형발전의 광역 수도권(메가 폴리스) 전략을 결합시켜 추진하는 비전이 될 수고 있을 것이다.【6】 지난 30년간 시행된 수도권 종합개발계획 및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과 규제의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인구와 산업의 분산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이 모두 만족하지 못해서 국토 균형발전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남한 유일의 자연하구인 한강의 옛 뱃길을 복원하여 분단된 한강(조강)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길은 넓고 길게 본다면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자, 반쪽이 아닌 남북을 아우르는 온전한 의미에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1】 임동근 한국 교원대(국토지리학), 접경지역시군구협의회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공동주최,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접경지역 협력’ 1세션(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계를 넘어선 협력의 모색) 토론문. 2018년 6월 27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2】 정왕룡 김포시 의원, 신년특집 김포 통일시대를 꿈꾸다 <김포저널> 2015년 1월8일.

【3】 정태욱 인하대 교수(법학) ‘한강하구에 관한 유엔사의 관할권’, ‘7.27 한강하구 평화 배 띄우기 조직위원회’ 주최의 “한강하구의 평화정착과 생태‧평화적 발전전략” 토론회 발표문 2007년 6월20일.

【4】 한강 하구의 항행규칙은 제8차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인 <한강 하구에서의 민용 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1953.10.3.)> 제6항 (민간에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사용하여 온 한강 하구 수역 내에 성문화되지 않은 항행규칙과 습관은 정전협정에 저촉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쌍방 선박이 이를 존중한다)에 규정돼 있다. 이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에서 정했으며, 다른 비무장지대의 경우 민간인의 출입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면, 한강하구는 규정에 근거해 등록된 민간선박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불허할 뿐 원칙적으로 항행을 허용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5】 생태 교란, 선박의 항행의 안전등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곡수중보 철거여부 문제도 생태적 관점만이 아니라 닫혀 있는 한강을 열어 온전히 복원하는 자유로운 항행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처럼 한강 및 수도권과 관련한 많은 사업계획 및 환경 생태관련 사업은 남북의 한강하구 공동관리의 관점에서 재검토되고 그런 방향에서의 장기 전망 아래 추진돼야 할 것임. 일단 당면 과제는 한강하구의 자유항행을 통한 한강 뱃길의 복원이라는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음.

【6】 김동성 외(2017). 『한강하구 평화적 활용을 위한 경기도 주요과제 연구』, 경기연구원, p. 174.

 

2020-06-05.

강태호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장, 전 한겨레 평화연구소장

목, 2020/11/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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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하구 평화의 시작-포구 복원 및 물길 생태 조사

○ 9.19 남북 군사보장합의서와 한강하구 공동수로 조사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두 국방 수뇌간에 9.19 군사보장 합의서를 채택해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교류협력과 접촉 왕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강구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등 5개 분야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한강하구에 대해서는 ‘교류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대책’의 일환으로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을 위한 남북 수로 공동조사가 진행됐다. 남북은 2018년 11월 5일부터 12월 까지 공동조사를 완료한 뒤 2019년 2월에는 암초 21개 발견 등 총 660km 수로 측량구간 제반 정보를 확인하고 이에 바탕해 작성한 해로도를 공유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췄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유엔의 대북 제재와 핵문제와 연계됨으로써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한강하구의 평화 협력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한강하구의 뱃길을 열고 옛 포구를 복원하고 생태 환경등의 조사를 포함한 중립수역에서의 접경 협력이 시작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조강포구 등 옛포구 및 마을 복원

한강하구에서의 평화협력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연구한 경기연구원의 보고서(김동성 외, <한강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경기도의 주요과제 연구 > 2017)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과거 한반도의 수운, 포구문화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대표적인 수운 거점이었던 조강포구 전류리 포구 등 마을 복원과 생태환경 수로 조사등은 제한된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남북 합의가 없이도 남쪽이 먼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7】

군의 통제 하에 어업활동을 하는 한강의 유일한 마지막 포구인 전류리 포구에서부터 시작해 삼남지방의 물자를 실은 조운선이 마포나루를 거쳐 한양의 경창으로 가기 위해 쉬어가던 한강의 대표적인 포구였던 조강포구 그리고 개성의 관문이며 가장 큰 포구였던 영정포를 오가던 강령포구 그리고 강령포 조강포와 함께 조강의 3대 포구로 존재했던 마근포(麻斤浦) 등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면서 한강하구의 물길을 여는 사업을 진행할 수가 있을 것이다.

 

○ 한강하구 물길열기 시범 운항 지속 추진

경기 김포시는 2019년 4월 1일 김포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시암리 습지 앞까지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물길을 열기 위한 사전답사 항행에 나섰다. 이는 남북이 한강하구 공동조사를 마치고 4월부터는 민간에게 자유항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으나 후속조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강하구의 지자체가 추진한 물길을 열어가려는 첫 시도였다.

이 시범운항은 김포시와 시민단체, 조류·생태 전문가 등 38명이 한강어촌계 1t급 어선 9척과 15인승 유람선 1척 등 모두 10척에 나눠타고 어로한계선을 넘어 1시간 20분가량 진행했다. 그러나 중립수역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애초 전류리에서 출발해 월곶면 유도까지 왕복 45㎞ 구간을 3시간가량 항행하려 했으나, 국방부가 남북정세를 고려해 한강하구 중립수역 입구인 시암리 습지 앞 세물머리 (한강과 임진강, 조강이 만나는 곳)까지의 17㎞ 구간만 항행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이어 2019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기념 1주년을 계기로 추가 물길 열기 시범 운항을 추진했으나, 국방부가 남북관계 등의 불안한 정세를 이유로 불허함으로써 무산된 채 길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그러나 김포시가 주장하고 있듯이 민간선박의 한강하구 자유항행 시대를 준비하고, 이를 위해서는 항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며 까다로운 항행 절차의 간소화와 중립수역 항행에 필요한 정밀한 수로조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추진하는 데 남북관계가 장애가 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서 인하대 정태욱 교수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시범운항을 막고 있는 것은 북도 아니고 유엔사도 아닌 한강하구를 여전히 군사통제구역으로만 보고 있는 국방부 등 남쪽 당국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나 유엔제재 등의 외적 상황과 연계하지 말고 한강하구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일단 정전협정의 중립수역으로 자유항행이 보장되고 있다는 특수한 지위에 입각해 1단계로 어로한계선을 넘어 일단 중립수역 직전까지는 탐사 조사 연구 활동에 한해 통행이 가능하도록 선박안전 조업규칙 및 국방부의 관련 지침을 바꾸고, 이어서 2단계로 중립수역까지 수로 물길 생태 환경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강하구를 남북의 새로운 협력과 평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중립수역의 자유항행을 실현하기 위한 단기 중장기별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이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

 

○ 한강하구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 조사의 필요성

2007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강하구 습지보전 계획 연구>는 한강 지역에 대한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현장조사에 근거한 연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로 10여년 이상이 지났다.

2007년의 이 연구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이전까지의 조사 및 연구결과를 취합하고 시민 지자체 관련기관 NGO 전문가 등이 참여)를 반영한 것이었으나 <습지 보전 계획>이라는 단일한 목표만 설정했으며, 출입이 금지된 한강하구에 대한 조사는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또 한강하구 수역의 중립수역으로서의 지위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가 있었다.

생태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제 그동안 진행된 각종 개발 사업 등에 따른 환경 생태의 훼손과 관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10여년 전과 비교해 현재의 습지, 다양한 식생, 희귀 조류 및 어류 등 천연자연과 생태계의 변화를 추적해 앞으로의 대책 수립에 반영하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앞서의 2007년 조사에서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한강하구 일대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적의 보존 복원 뿐만 아니라 서해로 이어지는 한강하구의 수로 물길 (물류)과 포구 개발 등 생태 환경을 넘어서 국토교통 해운 항만 어업 수자원 등 경제분야 전반에 걸쳐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추진함과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2단계로 남북 공동조사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건데 2020년 실무 준비단계를 거친다면 2021년부터는 실시할 수 있을텐데 1단계로 3개년 정도의 기한을 두고 (가칭)‘한강하구 1단계 심층 종합조사’에서는 한강하구의 형태, 경로, 수심, 강폭, 유량, 유속, 수온, 수질, 습지, 침식과 퇴적 정도 그리고 주변지역의 동식물 서식 현황과 역사문화 유적 및 관광 자원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지뢰⋅수뢰 등 한강하구 활용 저해요인도 아울러 파악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강하구와 주변의 지형과 지물 그리고 자연생태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뱃길이 확보돼야 할 것이며, 생태 환경 보존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이를 위한 최소한의 준설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준설은 골재 채취의 경제적 목적이 아닌 한강하구의 뱃길 복원 및 확보 그리고 한강, 임진강, 예성강 등에서의 수해 예방을 위해서 한강하구 바닥의 퇴적과 침전물에 한한다는 원칙이 견지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골재 채취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서는 한강하구 퇴적물의 기원, 운반기작, 퇴적기작, 재부유기작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한강하구 수역에 대한 조사․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일단 △한강 하구 정보 구축 : 수문, 지형, 생태 등△ 한강 하구 생태 환경 △ 포구 복원 등 선박 운행 가능 조건을 분석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한강하구의 생태 환경 조사는 반드시 물길 수로 복원이라는 자유항행과 한강하구와 서해를 이어 강 본래의 역할을 되찾는 과정을 목표로 설정하고 진행돼야 할 것이며, 공간적 범위에서도 한강 하구(신곡수중보~공릉천 합류부) 임진강(통일대교~접근 가능지점) 서해 (강화 인근 접근 가능지점)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단계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김포시가 독일의 유력한 NGO 국제협력 단체인 한스자이델 재단을 통해 한강하구 내 유도 인근의 남쪽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를 하고 있듯이 특정지역과 대상을 세분화해서 다양한 실천적인 접근을 통해 한강하구로 가는 길은 금지돼 있으며 남북이 합의하고 평화가 오기전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인식의 장벽을 허무는 일도 중요하다.

김포시(시장 정하영)는 2018년 12월3일부터 2019년 5월까지 일정으로 한스자이델 재단 국내사무소에 위탁해 제한적이나마 한강하구 접경지역에 대한 생태 조사를 마쳤다.

조사 대상 지역은 유도~조강리(약 6km)구간에 시암리 습지를 포함한 하성면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이지만 한강하구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 겨울 철새 종류, 개체 수, 생태현황 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록 제한적인 조사였으나 이를 바탕으로 한강하구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사로 발전시켜 가기 위한 전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스 자이델 재단은 2015년 말부터 북한 국토환경보호성과 “지속가능하고 현명한 북한 내 습지 활용방안”에 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그런 점에서 한강에서의 남북한의 생태 협력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2017년 6월 북한은 한스자이델재단과의 협력으로 국제 자연보전연맹 회원이 되었으며, 2018년 5월에는 람사르 습지 협약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북은 2018년 4월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가입하는 협약을 맺는 등 습지, 생태다양성, 자연 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스자이델 재단은 이를 지원하고 있다.

김포시는 오래전부터 이 유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 저어새 서식 등 실태를 직접 조사하고 북한과 보다 넓은 한강하구 지역을 대상으로는 공동 환경 생태 조사 등의 협력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수립해왔다. 김포시의 이런 적극적인 노력들이 경기도 등 광역 단체와 중앙 정부 차원에서 결실을 맺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유도는 한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남북 중립수역 내 월곶면 보구곶리에 위치(육지에서 500m)하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 홍수에 떠내려오다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과 함께 ‘머물은 섬, 머무루섬’이 됐다고 전해온 데서 변음(變音)되어 머머리, 머머루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유도(留島), 사도(巳島)라는 한자지명이 사용돼 왔다. 지금은 무인도이지만 6·25 한국전쟁 이전에는 농가가 두 채 있었고 농사도 지었으며, 현재는 보구곶리 산 1번지와 2번지의 두필지로 돼 있다.

 

. 글을 마치며한강에 배를 띄우는 일

“빨간 노을에 함께 잠기면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지 알 수 없어 분단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누구보다도 한강하구를 둘러싼 삶과 역사 지리 그리고 풍경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온 작가 김훈은 지리적 풍경과 정치 군사적 현실이 빚어내는 해질녘 한강하구의 적막한 아름다움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물 위로 솟구치는 물고기들이 석양에 빛나고 새들은 수면 위로 급강하하는데 지나가는 배가 없고 고기 잡는 어부도 없다. 강은 흐르되 막혀 있다. 강화 쪽에서 퍼져오는 저녁노을이 물 위로 번지면, 먼 예성강과 임진강의 물줄기가 붉게 드러나고, 그날의 물때를 암기 복창하는 초병들이 야간경계 초소에 배치된다. 해가 수평선에 내려앉고, 노을이 더 짙어지고, 남쪽과 북쪽의 산과 초소들이 같은 어둠 속에 묻히고, 적막강산에 물소리가 가득찬다.”【8】

그에게는 분단은 비현실이고 해질녘 강풍경이 현실이다. 그건 정치 군사적 이데올로기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이어져 내려온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차단하고 수십년이 흐르긴 했지만 먼 역사에서 보면 아주 짧은기간 동안 누구도 갈 수 없는 적막강산의 ‘정치적 감옥’으로 만든 것일 뿐이다. 그에 따르면 “이 세계의 모든 국경선은 인류의 이성과 정의가 지상에서 실현된 결과가 아니며, 전쟁과 약탈, 정복, 지배와 피지배의 종합적 결과물이며, 국가간의 정치 군사적 힘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는 것인데 그에게 고향의 한강은 ‘이 모순과 비극의 중심부’를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비극에 무관심한채 방치했다. 그에 따르면 “한강하구의 모든 문제는 정전협정대로만 하면 된다. 정전협정 5항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통행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채 70년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강 하구에 배를 다니도록 하는 일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 아무리 신묘한 통일정책을 세워도 그보다는 젊은이들 마음과 생활 속에 통일의 열망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류리 포구의 의미와 조강 나루가 인기척이 없는 이유를 아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한강하구에 배를 다니게 하자, 조강리에서 고기를 잡게 해달라고 계속 말해야 한다.”

<끝>

 

【7】 한강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정책 연구로는 경기연구원이 2017년 ‘한강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경기도의 주요과제 연구’를 처음으로 발표했으며, 이어 경기연구원은 2019년 10월 ‘한강하구 남북공동수역의 평화적 활용’을 통해 생태자원 조사, 옛 포구 역사·문화 복원, 평화 도보다리 건설 등 4개 분야 15개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연구원)이 8차(1987- 2017년)에 걸쳐 한강생태계 조사 등을 수행했다.

【8】 소설가 김훈 ‘풍경의 안쪽, 조강과 김포 들판’, 제2회 김포-한겨레 한민족 디아스포라 포럼 기조강연 2017년 11월 28일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홀.

 

2020-06-05.

강태호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장, 전 한겨레 평화연구소장

금, 2020/11/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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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징징거리며 자신이 이겼다고 우기면서 법적 소송을 운운하지만, 미국대선의 결과는 대충 정리되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결국 대통령직에서 쫓겨 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트럼프주의(Trumpism)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정쟁이 지속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당선자인 조 바이든은 자신이 매우 험란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아마도 공화당이 여전히 상원의 과반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1월초 조지아 주의 결과에 따라), 바이든이 자신이 뜻하는 방향으로 입법과정을 처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신에 그는 해외정책에 주력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해외정책은 바이든의 정치경력 대부분을 채운 영역으로, 대통령의 재량권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국가안보분야의 핵심 인사들조차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

다른 어려운 문제들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시민들은 대외문제에 별 관심이 없으며, 신임대통령이 해외문제에 주력하면 국내 현안을 소홀히 다룬다는 비난에 앞장설 것이다. 대외정책에서 큰 성과를 이룬다 하더라도 민주당을 포함하여 바이든의 인기는 신통치 않을 것이다. 신임대통령과 측근들은 트럼프에 의해 망가진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을 신속히 복원하겠지만, 동맹과 원만한 관계회복이 대부분 미국인들에게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신임대통령의 간절한 소망은 현재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의 2022년 선거에서 승리하여 3년 차 임기 중에 주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아마도 바이든이 승리하겠지만, 이번에는 진보세력의 영향력과 상대를 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공화당이 승리하여 다시 상원을 장악하면, 개혁적인 입법조치와 이를 추진할 내각구성 모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바이든은 임기 중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대통령으로서 주장을 계속 진행할 것이지만, 이 주제에 대한 정치적 주역들은 대충 4개의 진영(단순화라는 위험이 잠재하지만)으로 나누어져 정쟁을 벌릴 것이다.

이들 진영들은 다음 2개의 핵심적 질문으로 분류된다.

첫째는 주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무엇인가? 특히 연방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며, 두 번째는 미합중국이 국제사회 전반적인 정치의 질서에 모두 관여해야 하는가? 아니면 제한적 선택을 통해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일군의 미국시민들은 강력하고 능력이 있으며 재정적 역량을 갖춘 연방정부를 선호하며, 공공선을 확대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사회를 강력히 통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를 고전적으로 지칭한 표현이 ‘뉴딜 정부’ 또는 ‘개혁진보 정권’으로 교육과 사회간접시설 등 공공재적 역할을 강조하고 인종과 경제의 불평등 같은 사회의제에 강력히 대응하며, 금융 등 주요 산업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가급적 자제하면서, 애국심과 국민적 단결을 강조하는 진영이다.

그러나 다른 부류의 미국인들은 상기 견해의 핵심사항을 거부한다. 즉 국가안보라는 사항을 예외로 하면서, 이들은 연방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세금을 낮추고자 한다. 이들은 정부를 자유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정부의 간섭은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개인적 자유을 제한한다고 믿는다. 연방 대신에 주정부의 권한과 교육과 입법에 대한 자치권을 옹호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사회적이며 윤리적인 현안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앞에 언급한 일군의 시민들만큼이나 애국적이지만, 합중국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연방정부를 중심에 두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대한 미합중국의 역할에 관하여, 상당한 비중의 미국인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열정적이며, 야심적으로 세계에 개입해야 하며, 핵심적인 정치의 가치(민주주의, 인권, 자유시장)에 헌신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비록 단독이 아닐지라도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가로 남길 희망한다. 대외정책에 종사하는 엘리트 집단에서 이러한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는 것을 필자 개인적으로 목격하곤 한다.

이들 엘리트 집단은 미합중국이 동맹국들의 안보를 책임져야 하고, 테러리즘을 격퇴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세계도처에서 공개적으로 또는 암암리에 정보활동을 전개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를 수호하고 경쟁의 시장원칙과 인권 그리고 법치주의를 다른 나라들에게 전파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그룹은 트럼프로 인한 최근의 퇴조로 얼마간 위축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미합중국의 국제적 역할의 불가피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국제적 자유질서를 촉진해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주장한다.

반면에 상기의 견해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 미국인들도 상당수에 이르는데, 이들은 국제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소귀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들 역시 미국전래의 고립주의라는 순수한 방어요새(fortress)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합중국은 이제 해외의 현안에 대하여 신중하고 선택적으로 책임을 지면서, 해외의 군사기지를 축소해야 하고 방위비를 줄이는 반면에, 군사력보다는 외교에 집중하여 보다 제한된 대외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기 2가지 이분법적 질문을 결합하면 아래의 테이블과 같이 4개의 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의 지형도

1. 자유주의자(libertarians)들이 상기 4 분면의 첫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은 자유와 개인적 선택을 수호하는데 열정적이며, 정부의 권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권한을 가능한 축소시키고자 한다. 이들을 상징하는 용어들은 낮은 세율, 최소한의 규제, 구속이 없는 시장 그리고 개인적인 자유 등이다. 코로나-19의 출현이 이들의 신념에 명백한 타격을 가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며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놀랄 것도 없이, 이들 그룹의 주요 인사들은 오랫동안 최소한의 외교정책을 선호하여 왔다. 이들에겐 자유시장이 작동하는 한 대외무역과 해외투자를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서구를 벗어난 지역에서 미국이 안보의 책임을 부담해서는 안된다고 믿으며, 강고한 핵의 전쟁억지력과 거대한 대서양과 태평양에 의존하여 국가를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이 잠재적인 경쟁국가로 출현하는 것에 상관하지 않으며, 설령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 또는 미국을 능가하는 경우에도, 자유세계에 머물러 있는 한 미합중국은 안전하게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과 신냉전에 돌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한 배경에는 신냉전에 돌입하면 대규모의 국가방위비로 인하여 재정비용이 늘어나면서 국내의 자유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2. 공화당 주류는 4 분면의 두 번째에 자리잡고 있다. 수사적으로는 이들은 강한 정부를 거부하는 자유주의자들의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영어로 9개 단어로 압축된 문장인 ‘I am from the government, and I am here to help’라는 로날드 레이건의 연설에서 보듯이 공화당의 영혼은 낮은 세금과 자율권 보장, 국세청의 기능축소, 그리고 정부기구의 역할을 악마에 준할 만큼 국가안보에 전력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공화당은 인종적 차별과 임신중절과 동성결혼 등 사회적으로 뜨거운 현안을 악용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은 국민적 단결을 방해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효과적 역할을 저하시켜 왔다. 최근에는 고등교육과정과 과학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선언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미합중국의 기술적 우위의 유지여부에 대한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공화당의 주류는 미국의 군사력이 도전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기를 원하며 해외에서 주기적이며 예방적으로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이것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네오콘과 호전적인 Lindsay Graham 상원의원 그리고 작고한 John MaCain 등의 견해이기도 하며, 차기 대통령 후보군인 Tom Cotton 상원의원 그리고 국무장관 Mike Pompeo의 입장이기도 하다.

최소한 논리적으로 일관된 견해를 유지하는 자유주의자들과는 달리, 공화당 주류들은 상기의 핵심적인 질문에 서로 모순된 상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증진시키려면 야심적인 대외정책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역으로 경제활동을 다시 미국 내로 이전시키기 위하여 강하고 유능한 주정부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시민건강을 위하여 사회적 혜택을 제공해고 애국심과 국민적 단합을 고취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세계최고의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정부의 재정을 축소시키면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자기업들을 지원하며, 세계를 지도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잦은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과 사회시설 그리고 과학의 연구활동에 재정을 축소시켜 경제적 역량을 장기적으로 훼손시키고, 야심적인 국제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양당의 합의적 지지를 저해하는 파당적인 정치적 견해를 주요한 국제정책에 적용하고자 한다.

3. Bernie Sander 상원의원과 AOC(Alexandria-Ocasio-Cortez)하원의원 같은 진보주의자는 세 번째 분류에 속한다.

이들은 강력하고 재정적으로 풍족한 정부를 희망하며,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변화 인종차별 경찰개혁 금융규제 등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원한다. 이들의 초점은 국내 현안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으로 해외에 가급적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상기에 언급한 목표를 위하여 직접적인 정치협상을 촉구한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미국의 야심적인 대외정책은 결국 국방부에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국내의 개혁에 필요한 예산을 축소시킨다고 본다. 또한 진보주의자들은 공개적이고 야심적인 대외정책은 미합중국으로 하여금 불량 국가들을 지지하게 만들면서 자유라는 가치에 타협하게 되고 불필요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면서 미합중국을 위선적인 국가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가지 확인할 것은 다른 그룹들도 그러하듯이 진보주의자 그룹 역시 많은 분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하는 반면에 다른 인사들은 그러한 목표가 군사적 개입의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미합중국이 제 3국의 레짐-체인지에 개입을 삼가하고 유럽은 자신들이 스스로 방위해야 하며 아시아에서는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하여, 다른 견해를 가진 인사들은 신냉전을 야기하는 중국과 대립을 반대하고 있다.

몇 가지 견해를 달리하면서도, 진보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관된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가급적 해외 사안에 개입을 삼가면서, 많은 시간과 열정 재정 그리고 정치적인 자산을 국내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4. 마지막 분류집단은 구주류에 속하는 민주당 인사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면서 빌 클린턴 시절에 보였던 신자유주의적 편향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정부는 시민사회를 전향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존재해야 한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신념을 공유하면서도, 1945년 이래 2015년까지 견지했던 ‘미국이 세계지도국가’라는 적극적인 개입의 입장을 견지한다.

이들은 나토와 유엔, 국제통화기금 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대외정책을 선호하면서, 이들 국제기구들을 21세기의 현안에 맞도록 강화하고 재조직하는 일에 미합중국이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이들은 미합중국이 추구하는 이념들을 다른 국가들에게 전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록 최근에 보여주었던 오만한 기사도의 모습을 아니더라도.

당선자 바이든이 매일같이 분열된 국가를 치유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고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진보주의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 상황에 대하여 서로 일치하고 있지 못한 점에 있다.

거대하고 야심적인 대외정책에는 국내적으로 강력한 정부와 단합된 국민여론이 필요하다. 문제는 설령 강한 정부와 양당이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해도, 미합중국이 대외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는 점이다, 현재의 미합중국은 더 이상 도전자가 없는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다. 미합중국은 내재하고 있는 여러 양극화의 현상으로 사회적 해결(social-engineering)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더구나 미국같이 해당 전문가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분열된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다.

구주류 집단이 국제적 개입을 첨단기술과 기후위기 등의 핵심적 사안에 대하여 다자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주도하는 것으로 제한한다면, 진보주의자 그룹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국내 현안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구주류들은 해외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트럼프주의자들)는 상기 4 영역의 분류를 넘나들면서 제대로 구분을 못했다. 트럼프 자신이 때로는 세금과 규제를 싫어하고 공공의료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거부하며 법치를 조롱하면서 소위 그림자-정부(deep-state)를 혐오하는 등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진보주의자처럼 어리석은 해외전쟁의 수행을 반대하면서 미국의 노동자들을 경쟁국가로부터 보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행한 과거의 행적을 보면 그는 공화당 주류의 입장에서 방위비 예산을 크게 증액하였고 무제한적 행정력을 행사하였으며, 드론을 이용한 공습을 단행하였고, 목표대상을 살해하는 등 공화당식 대외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끊임없이 인종차별과 사회적 분열을 시도하였다.

무역관세에 대해서는 닉슨에서 시작하여 부시에 이른 공화당의 혈통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이러한 배경이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의 광대짓을 제지없이 지지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거칠지만 투명하게 현재 공화당의 본질을 보여준 셈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에 트럼프가 2014년에 대선출마를 포기한다면, 대선출마 경합자들은 기꺼이 그의 지지를 얻으려고 줄을 설 것이다. 이들 경합자 명단에는 Pompeo, Cotton, Mike Pence, Marco Rubio, 그리고 전 유엔대사이었던 Nikki Haley 등이 대기하고 있다. 늪에는 더 이상 악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트럼프가 사라진다 해도), 상기의 이유 하나만으로 공화당의 누구도 현재의 공화당 기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바이든의 4년 동안 무슨 일이 전개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해외정책은 놀라움의 연속이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핵심참모들의 조언에 따라 국제적인 신뢰를 재구축하기보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제한된 개입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것에 내기를 건다.

미국이 새로운 전쟁에 개입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존재하지 않으며, 국내에는 많은 현안이 대기 중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흑인인권보장(Black Lives Matters), 선거제도개혁, 등등.

바이든은 노련하고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지만, 민주당내의 진보주의 세력이 구주류와 같은 과거회귀방식에 대하여 극구 반대할 것이며, 바이든 자신이 공화당의 Mitch McConell이 주도하는 상원에서 눈곱만치도 협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난처한 상황 때문에 미합중국이 기후협약과 디지털 정부, 국제보건 및 무역기구들의 개혁 등에 대하여 효과적이며 필요한 만큼의 합의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중증에 걸려 일체의 진전이 없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그래도 무엇인가 성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류의 기대설정 자체에 염증을 느낀다. 불행하게도 이번 대선이 가져다 준 상황이 그러하다.

 

출처 : 포린폴리시(ForeignPolicy) on 2020-11-07.

Stephen M. Walt

하버드대학 교수이며 국제관계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월, 2020/11/2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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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통령 당선자인 조 바이든이 집무를 시작하면서 직면할 수많은 도전 중에,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행패로 다자적 국제기구들을 무력화시키고, 국제협약을 파기시켰으며, 오랜 기간의 동맹들을 협박하였던 사건들을 되돌리는 사안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바이든은 탈선한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복귀시키겠다고 진즉 약속하였다. 아마도 트럼프의 많은 패착들은 손쉽게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여전히 정상화시키기에는 어려운 사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씻을 수 업는 오점들도 존재한다.

집권기간 동안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미합중국을 고립시켜온 트럼프는 마지막 집무일까지 국제외교를 엉망으로 훼손시켜온 정책을 끝까지 밀어 붙치면서, 내년 1월20일 바이든이 업무를 개시하면서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은 선거승리의 연설을 통해 다자주의적 외교와 인권에 대하여 너무나 지당한 내용을 언급하였다. 지난 11월 4일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한 날이지만, 바이든은 취임 즉시 협약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WHO의 탈퇴를 선언하였지만 효력이1년 7월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든은 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 새로운 대통령은 오바마 시절에 약속한 쿠바정책을 회복시킬 수 있으며, 나토에 대한 미합중국의 실행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며, 트럼프에 의해 임명된 당파적이며 무책임한 외교 관료들을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들만 신임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너무나 무모하게 일을 벌려서 원상회복이 어려운 많은 정책들도 대기하고 있다.

이란을 예로 들어보자. 바이든은 테헤란 당국이 성실하게 의무를 준수하는 조건에서 2015년 핵협상(JCPOA)에 복귀할 의향을 분명히 하였지만, 이 지점이 트럼프 행정부가 방해하려고 정확하게 기획한 내용이다. 이들은 소위 제재-장벽(sanction-wall)을 강고하게 설정하여 설령 미국이 핵협상에 복귀를 하더라도 이란과 무역을 손쉅게 재개하지 못하도록 테러와 관련된 제제를 첨가함으로써, 민주당 정부가 이를 제거하는데 정치적 부담을 갖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신뢰를 부식시키면서, 향후 새로운 정부가 이란과 협상에 들어가는 경우 미국의 국내정치에서 소란이 발생하도록 추진하였다.

트럼프는 중국문제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미국의 농부와 소비자 그리고 납세자들에 도움은 커녕 해롭기만 한 일방적 고율의 관세를 중국에게 공식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바이든이 관세를 절하하면 마치 중국에게 굴복하는 것처럼 포장하여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과 협상에서 아프칸에서 미군의 완전철수 시한을 연장하면서 조건을 수정하거나 조건을 강화하며 테러방지를 위해 소수병력을 잔류시키려면, 이미 트럼프에 의해 충분히 관대한 조건을 제시받아 유리한 위치를 점한 아프칸 반군집단을 협상을 통해 만족시켜야 하며, 더구나 미군의 잔류 자체를 설득시키는 것이 난제가 되고 말았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가 위의 예를 들은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방안들이 존재한다. 이란당국이 핵협상의 의무사항을 준수하는데 동의한다면 바이든은 협상에 복귀할 명분이 생기며,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제제조치를 새로운 정부가 협상테이블에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적용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추후 이란에 의해 테러 혹은 지역의 개입이 발생하면 사안별로 다시 제제를 추가하면 된다.

바이든은 중국의 무역관세 역시 비슷한 논리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적용하는 현재의 일방적인 고율의 관세를 대신하여 동맹국들과 연대하여 중국과 무역에 있어 포괄적이며 일반적인 관세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동맹들과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북경당국에게 유의미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이스라엘 문제에 대하여, 바이든은 취임 즉시 트럼프의 계획은 무효라고 선언하고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통한 지원이라는 원칙을 회복하면서, 국제적으로 승인된 ‘두 개의 현존하는 국가’라는 해결책을 재확인하며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동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상기의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바이든은 여전히 선임자가 저지른 폐해를 복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황당한 무용담으로 미국이라는 국가는 타국에 대하여 일방적이며 약속을 무시하고 자신들을 협박한다는 이미지를 깊게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에 대해 담대해졌으며, 유럽은 궁지에 몰렸으며, 미국의 동맹국들과 적국들 모두에게 미국의 약속실행 여부에 의구심을 심어주고 미국의 위협을 하찮게 만들었다.

동시에 오바마-트럼프-바이든의 정권 교체를 통하여 미국의 정책이 좌충우돌의 요요현상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타국들이 미국 대통령의 위상은 쉽게 흔들리며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팩트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의 동맹국가 대부분은 트럼프의 실책을 바이든이 급진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이러한 전환이 향후에 쉽게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내년 1월20일까지 집무실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업무인계 거부, 그리고 갑작스런 국방장관의 경질(조만간 더욱 고위직의 경질도 예상된다), 중동에 새로운 무기판매 강행 그리고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제조치의 홍수 등, 일련의 조치들이 그가 백악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날까지 진행되면서, 바이든이 이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더욱 어렵게 만들 것 이다.

트럼프는 레임덕에 빠진 총사령관으로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킬 수 있으며, 독일내의 미군을 더욱 감축시키고, 새로운 무기판매를 독려하며, 중국공산당원 모두의 여행금지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는 웨스트-뱅크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선언할 수도 있고,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

더욱 심각하게 손상을 끼칠 수 있는 일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이란이 핵무장하는 것을 묵인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이란 핵시설을 일방적이고 공개적으로 공습하거나, 혹은 이스라엘에게 그렇게 하도록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외교적 재앙의 가능성이, 그가 백악관에 앉아 있는 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반면에 트럼프가 벌린 행각 모두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잘못 대응하였지만 그가 북한지도자와 회합한 점이나, 텔레반과 협상여부는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앞의 두 사례는 미국 외교정책에서 금기시된 사항을 깨트린 경우이다.

그가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위험을 증가시켰지만, 해외의 군대주둔과 개입에 대한 그의 혐오감은 사실 건강한 판단이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들은 대부분 폐기되어야 하지만, 몇 가지는 평가할 만 하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남긴 실책을 회복할 기회를 가지고 있고, 아마도 모든 폐해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실책의 회복을 위해 망설일 시간이 없을 만큼 시급한 입장에 처해 있다.

 

출처 : 뉴욕타임즈(NYT) on 2020-11-11.

Robert Malley & Philip H. Gordon

Robert Malley는 the 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설립자이자 운영책임자이며, Philip H. Gordon는 국제관계협의회의 수석연구자이자 “Losing the Long Game: The False Promise of Regime Change in the Middle East.”의 저자이다

수, 2020/11/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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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라는 망나니가 우리들 눈앞에서 사라지는 날을 학수고대를 하면서 미국의 정치가 다시 복원되고 국제적 협력이 재개되길 희망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러한 기대는 실현가능성이 낮다. 2020년 오늘 현재 이후의 미국의 내부는 극단적인 분열상을 보일 것이고 온갖 음모론들이 설치는 가운데 극우주의자들의 테러로 물들 것이다.

그러나 이를 트럼프가 저지른 잘못으로만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사실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미국의 상황은 엉망이었다.

한편에서 민주당이 선전하여 트럼프의 주요한 실책들이 수정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환경보호정책과 사회안전망은 분명하고 현저하게 개선될 것이고, 부유층에 대한 조세정책은 버락 오바마 시절로 되돌아가 증세가 이루어질 것이다.

트럼프의 실책이 여전히 지속되는 영역은 아마도 국제적인 현안이 될 것이다. 지난 70여 년간 미국은 인류역사에서 다른 국가들이 하지 못했던 특별한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그러한 역할을 잃어버렸으며, 이를 언제 다시 회복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상기에 언급된 역할은 한마디로 수퍼-파워라는 패권에 기초한 세계의 지배(지도) Amercan- Dominance.이었다.

그간 미국정부의 행보는 결코 성스럽지 않았으며 때로는 끔찍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과 칠레에서 보여 주었듯이 독재정권을 지지하기도 하였고 민주주의를 협박하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미국의 목표는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다자적인 협력체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미국은 잔인한 강도는 아니었으며,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탈하지는 않았다. 1948년부터 시행된 마샬-플랜을 기점으로 팍스-아메리카 정책은,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전쟁에 승리한 이후 패전국들의 재건을 도와 주었을 망정 그들에게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 선언한 약정은 반드시 지키는 나라이었다.

내가 이해하는 범위에서 살펴보자면, 미합중국은 국제무역에 있어서 규칙(질서)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규칙의 핵심내용은 자유질서에 기반하여 움직여야 한다는 미국의 믿음을 반영하였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가능한 제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규칙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모두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였다. 예를 들어 조지 부시의 정권하에서 시행된 철강관세부과에 대하여 국제무역기구 WTO가 미국에 불리한 결정을 내렸을 때, 미국은 이를 곧바로 수용하여 해지하였다.

또한 미국은 동맹에 충실하였다. 독일과 대한민국과 무역 등 여러 갈등이 발생하였다고 이들 국가들이 침략을 당했을 때 미국이 이들을 외면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러한 믿음을 흔들어 버렸다. 예를 들어보자.

규칙기반의 무역시스템을 주도한 국가가 명백히 잘못된 주장에 기초하여 자국을 보호하고자 관세를 부과한 경우로, 캐나다에서 알미늄을 수입하는 행위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판단인가?

유럽의 국가들이 나토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임의적이고 독단적인 판단으로 유럽의 방위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헝가리처럼 민주제도가 분명하게 붕괴된 국가에게 우애적 친교를 보내고 더구나 사우디같은 살인마 독재정권을 옹호하면서도 미국이 여전히 자유진영의 지도국가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제 트럼프가 대선에 패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세계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을 복원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행정부는 무역의 규칙과 질서를 따를 것이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입철회를 무효화할 것이다. 동맹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고 해도 이미 깨진 달걀을 복원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향후 수 년간 미국인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트럼프와 같은 망나니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국가임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세대를 걸쳐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일차적인 효과는 매우 미묘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와 맞서려고 서둘지는 않을 것이며, 트럼프가 사라졌다는 안도와 함께 새 행정부와 국제적인 하니-문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점차 고착적인 효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무역전문가인 한 분이 내게 위험의 징표를 다음과 조언해 주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들아 선다면, 세계는 이를 단순히 보복조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결로 간주할 것이다. 미국이 규칙을 무시하면, 이들도 따라서 무시할 것이다. 동일한 일이 여러 영역에서 벌어지면서, 강대국들이 약소국가들을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강압하기 시작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에게 조차 뻔뻔스런 선거의 부정이 저질러 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가 사라진다 해도, 세계는 전보다 무질서하고 불공정하게 변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들은 미국이 무질서하고 불공정한 국가이었음을 잊지 않고 있으며,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뉴욕타임즈(NYT) on 2020-10.

Paul Krugmann

뉴욕시립대 교수이자 노밸경제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현재까지 십여 년간 매주 뉴욕타임지에 정기적인 기고를 보내고 있다

금, 2020/11/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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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과정에서, 이웃 국가들간의 지역체제구축, 주요 강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부상 그리고 유엔을 축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규범의 합의 등이 미래의 국제지정학적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 다른백년은 주기적이고 중점적으로 상기와 관련된 주제들의 해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G20의 15차 정례회의가 11월21-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며 세 가지의 의제, ‘시민자치권의 강화‘, ‘지구를 구하는 길’ 그리고 ‘미래를 향한 역할분담’이 주요 의제들로 상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연히 이중 어느 것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이다. (편집자 주. 그러나 회의는 수사적인 성명과 백신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합의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장으로 1999년 창설된 G20는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최상급 국제포럼으로 위상을 높여 왔다. 뒤이어 발생한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G20의 역할은 19개의 경제권과 유럽연합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격상되었으며, 금융과 통상, 보건과 기후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고, 이란핵문제와 시리아내전과 같은 개별국가의 안보문제에 대한 대책도 협의되어 왔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을 협의하는 자연스런 포럼으로 G20의 역할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G20의 합법성과 효력 그리고 회원국가의 구성에 대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G20의 합법성에 대한 비판은 G20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국가군에서 제기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스페인과 폴란드의 불참 역시 문제가 되고 있고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G20의 현재 구성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전세계 GDP의 85%, 그리고 인구와 무역에서의 비중이 75%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G20역할의 효과에 의문을 던지며, 수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지만 각자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와 관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합을 통해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을 산출하기보다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용어로 외교적 수사로 모임을 마감하기가 일쑤라는 지적이다. 너무나 자주 의례적인 최소의 공분모 수준에서 합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다수의 회원국가들 정상과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기후변화, 통상, 난민과 이민자 등 주요현안에 대해 실제적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법성과 실효성에 연관된 또 하나의 비판은 회원국의 구성에 관한 것이다. 개별국가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위상을 수렴하기에는, 현재 구성 국가들의 정치적 지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현재의 구성에 대하여 회의懷疑를 갖게 한다.

지난 11월 3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미국의 동맹을 자처하는 회원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회원국들은 그간 트럼프가 ‘미국우선’의 일방주의를 강요하고 다자적 원칙을 부정하는 바람에 곤혹과 당혹감에 처해 있었다.

미국연방 상원의 외교위원장을 포함하여 36년간의 상원의원직과 8년간의 부통령직이라는 경력을 지닌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많은 회원국가들은 미국이 다자주의 원칙과 국제기구로 복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선거과정에서 트럼프가 탈퇴하였던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에 바이든이 신속한 복귀를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여러 번에 걸쳐서 자신이 취임을 하는 대로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민주적인 국가들의 정상들과 회의를 개최하여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공언하였다. 현재로 가능한 회합의 구성국가군은 2014년 아틀란틱 정상회의에 참석하였던 D-10+로 호주,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영국과 유럽연합, 인도, 인도네시아, 폴란드, 스페인 등이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과 대립이 증폭되면서, G20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아니면 순수한 정치의제를 배제하고 지구적인 현안인 기후위기와 자연재난과 구조 팬데믹 등에 대한 국제적인 협조라는 주제로 초점을 집중해 갈수 있을 것이다.

G20가 출범이래 형성된 위상을 지켜내며 합의된 약속을 이행하려면, 상기의 3가지 도전적인 주제 즉, 합법성과 실효적 역할 그리고 회원국 구성에 대하여 심각한 재활력의 계기가 요구된다. 이번 회합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져 있고, 개최국인 사우디는 인권정책에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맹렬한 비난에 처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회의는 수사적인 성명과 백신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합의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이탈리아가 G20의 주최국이다. 차기 회합까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다자주의의 원칙에 복귀하고 코로나-팬데믹과 경제침체로부터 국제사회가 빠져 나오길 기대하면서, 출범이래 지난 수 십년 간 국제사회가 기대하던 G20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EastAsisForum in ANU on 2020-11-20.

Glen S Fukushima

워싱턴에 거주하는 통상 전문가. 중국 및 일본과 통상협상팀의 부대표로 활약했으며, 일본에 있는 미상공회의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월, 2020/11/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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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과정에서, 이웃 국가들간의 지역체제구축, 주요 강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부상 그리고 유엔을 축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규범의 합의 등이 미래의 국제지정학적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 다른백년은 주기적이고 중점적으로 상기와 관련된 주제들의 해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의 국제금융체계의 골격은 제2차대전이라는 인류적 재앙을 겪은 뒤에 설계되었으며, 2008년의 국제금융위기 등 여러 번의 고비를 거치면서 수정되어 왔다.

현재에도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으로 국제금융 시스템은 가혹한 시련기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세안의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그리고 베트남)과 동북아의 한국 일본 중국 등은 역내 금융협력의 중요성에 대하여 깊이 인지하게 되었다.

실제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아세안과 3국은 지역의 금융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꾸준하게 강화시켜 왔다. 매년 아세안과 3국의 재무장관 그리고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합이 진행되어 왔으며, 지역내의 무역촉진과 금융안정(회복력)을 위한 상호협력에 초점을 맞추어 협의하여 왔다.

이의 성과로 2000년에 ChiangMai-Initiative(CMI)역내금융안정협의체를 설립하기로 동의하였다. CMI협의체는 가입국가들이 경제상황에 따라 IMF지원에 추가하여 별도로 필요한 미국달러화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회원가입국간 쌍무적인 스왑제공의 네트워크이다.

2010년 3월, 국제적인 금융위기의 여파에 대응하기 위하여 CMI는 CMIM(다자조정조직)으로 발전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인즉 단일한 합의와 중앙결정기구를 통하여 필요한 스왑을 제공하기로 하였으며 CMIM의 한도규모를 1200억불로 정하였다.

협의체가 출범한 이후, CMIM합의내용이 두 차례 개정되었다. 첫 번째 개정은 2014년에 이루어졌는데, 한도를 2400억불로 2배 규모로 키웠으며, IMF와 연동시키지 않는 비중, 즉 IMF와 상관없이 가입국가가 요구할 수 있는 한도를 20%에서 30%로 확대하였다.

두 번째의 개정작업은 IMF의 지원과 연동된 금융의 유동성을 크게 증가시키며, 기금과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올 6월부터 효력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 있었던 지난 9월 18일 회합에서는 아세안과 3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 간에 국제 및 지역의 경제전망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였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도전과 위기의 대응전략에 대하여 협의하였다.

지난 수개월 동안 역내의 정책책임자들은 팬데믹과 관련된 일련의 특별한 조처들을 시행하였는데, 이에는 재정목표와 통화량,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그리고 금융시스템의 운용에 따른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감독체제의 허용범위 등이 포함되었다.

심각한 상황에 대응하면서, 아세안과 3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적시에 CMIM 조정기구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었으며, 이를 통하여 가입회원국가들 상호간에 팬데믹으로 고조되는 위기와 불안정성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의 회합을 통해서 회원국가들에게 IMF와 연동하지 않은 CMIM조정한도를 40%까지 허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더하여 회원국들은 미국달러를 대체하여 수요국가의 요구에 따라 자발적으로 자국의 통화를 CMIM위기의 지원금융통화로 사용하는 옵션을 공식화(formulation)하는데 합의하였다.

이러한 개정작업은 아세안과 3국의 만장일치라는 합의와 서명으로 효력을 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발효되면 CMIM이 강고하고 신뢰할 만한 역내의 자체조정 지원기구로 한층 강화되는 셈이며, 동시에 국제금융의 안전시스템으로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CMIM의 역할을 지원하고 역내의 거시경제흐름을 분석하기 위하여 2011년 설립된 AMRO(아세안과3국의 거시경제연구소)가 가입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신탁회원진단(Trusted family doctor)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AMRO가 역내의 경제와 금융의 안정에 기여할 의무사항은 현재의 상황여건에서는 더욱 중차대하다. 대표자인 Doi Toshinori의 책임아래 AMRO는 팬데믹이 역내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회원국가의 정책책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발발이래 수많은 인명의 희생과 국가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아세안과 3국의 정책책임자들은 코로나의 전파를 통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봉쇄조치를 취하여 왔으며,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경제적 활동의 위축을 불러왔다.

국제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증대되어온 상황에서, 국제적인 공급사슬이 중단되고 여러 분야의 산업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단위로 경제의 취약성과 금융적 충격을 완화시켜야 할 중요성이 크게 대두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CMIM과 AMRO의 역할이 역내 경제의 회복을 강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2020년 올해 많은 국가들의 경제가 후퇴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행히 아세안과 3국은 조만 간에 반등하면서 조속히 회복국면(V-shape)으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데믹의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세안과 3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역내의 성장을 도모하고 금융의 안정을 유지하는 팬데믹-출구 조치들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세안과 3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단들은 개방적이고 합의에 기초한 다자적인 무역과 투자 시스템을 견지하고 책임질 것을 결의하고, 역내의 협력과 통합을 강화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0-10-07.

Aso Taro & Lee Minh Hung

Taro는 전임 일본수상이자 현재 관방성 장관이며,

MH Lee는 현직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이다

수, 2020/12/0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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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심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과정에서, 이웃 국가들간의 지역체제구축, 주요 강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부상 그리고 유엔을 축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규범의 합의 등이 미래의 국제지정학적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 다른백년은 주기적이고 중점적으로 상기와 관련된 주제들의 해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중일 삼국은 지정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깊이 연계되어있으면서도, 역사와 영토의 문제로 복잡한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무역과 경제 분야에서 매우 강한 관련성을 유지하면서 아시아의 경제 3강을 형성하는 삼국의 규모는 세계경제의 1/4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 면에서도 15억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는 동안에도, 한중일 삼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여 왔다. 국제사회의 불안정이 증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팬데믹에서 보여준 삼국의 우호적 협력관계가 장기적인 자유무역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제통상촉진협회의 부의장인 Zhang Shaogang은 CGTN-Dialogue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중일 삼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회복력이 강한 경제운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하여 2019년 IMF에서 발표한 GDP자료에 의하면 중국 일본 한국 순으로 세계경제규모에서 각각 2위와 3위 그리고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국을 합한 규모는 GDP면에서 세계의 1/4, 인구 면에서는 1/5 그리고 교역량에서는 1/6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는 3/10의 비중을 지니고 있다.

Zhang의 정보에 의하면,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제1의 무역대상국이고, 중국에 있어서 일본은 제4, 한국의 제5의 무역파트너이며, 삼국의 교역량 총액은 7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는 한국이 제3, 일본이 제4의 해외직접투자(FDI) 국가들이며, 중국 역시 이들 양국에 대한 투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 역시 확대일로에 있으며 매년 10만명 단위의 민간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이 삼국 간의 협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할 배경과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Zhang은 강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과 관련하여 삼국은 경제적 하강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을 강화하여 왔다. Zhang 부의장에 따르면 팬데믹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삼국의 정부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방하기 위한 많은 조치를 취해 왔으며, 지역포괄경제파트너협정(RCEP)과 같은 무역협정을 조속히 체결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기업들의 국제적 교역을 촉진하는 온라인의 전시회 및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왔다고 한다.

한중일 FTA와 관련하여 Zhang 부의장은 2012년 11월 첫 회의를 개시한 이래 현재까지 16차례의 협상을 진행하여 왔다고 밝혔다.

RCEP협상이 성과를 이루어 서명에 이르는 과정에서 삼국간 FTA의 대부분 현안을 타결하였으며, 조만간에 체결하는 것에 합의를 하였다고 한다. Zhang 부의장은 다음과 같이 확인하였다 “RCEP 협상이 금년에 체결될 것으로 전망하며(실제로 11월 중순에 모든 합의국가들간에 서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합의의 기반 위에 내년 중으로 한중일 FTA가 타결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 진행중인 삼국 간의 FTA 핵심적 사안은 동북아에 있어서 다양한 공급사슬을 형성하는 민간 기업 단위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교역과 이에 상응하는 투자에 관한 협의가 중국의 제3회 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열리는 상해에서 중국인민은행의 주관아래 11월 6-7일 양일간에 열릴 예정이며, 특히 식자재와 농업생산품, 자동차, 첨단 정보기술, 생활소비재, 의료장비와 의약품, 그리고 무역 서비스 등 폭넓은 산업분야에 걸쳐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처: CGTN Dialogue on 2020-11-06.

금, 2020/12/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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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과정에서, 이웃 국가들간의 지역체제구축, 주요 강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부상 그리고 유엔을 축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규범의 합의 등이 미래의 국제지정학적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 다른백년은 주기적이고 중점적으로 상기와 관련된 주제들의 해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의 11월은 인류역사에서 극적인 대조를 보여준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운명을 두고 내분을 거듭하는 가운데, 나머지 세계는 다자주의의 새로운 계기를 형성하면서 팬데믹과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왔다.

트럼프가 파괴적인 분열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아시아와 세계는 다자주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지속가능 발전과 기후위기 해법 그리고 코로나-10팬데믹의 출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함께 공유해 가고 있다.

현재까지 서구의 언론매체들은 바이든 시대의 도래와 미대통령 선거의 합법성을 부정하는 트럼프의 캠페인에 대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세계를 인질로 삼아 국제질서에서 세력과 기술 그리고 외교에 대한 미국중심주의를 지속하고자 하는 정치게임을 중계하는 듯 하다.

그러나 서구의 언론과 분석가들은 세계도처에서 다자주의가 부활하는 장면을 놓치고 있다. 특히 상황의 흐름은 11월에 아시아와 유럽에서 있었던 3개의 이벤트로 분명해 졌다.

지난 11월 5-7일간 한국에서 열렸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제주포럼’, 연이어 11-13일간에 있었던 ‘파리평화회의’, 그리고 11월 15일 베트남 하노이당국이 주도하여 영상회의로 진행된 ‘RCEP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서명식’은 국제정치 관계와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아시아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RCEP은 2020년의 최대 이벤트이자 성과이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가 동참하여 서명한 RCEP은 국제경제와 국제정치의 향후 전개 과정에 거대한 암시적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인도가 마지막 단계에서 불참을 결정하고 CPTPP와 비교하여 일부 미진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의 공식적인 서명은 국제질서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RCEP은 아시아 역내의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동맹국가들과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 (decoupling)을 추진해온 트럼프 전략을 억제한다. 아세안과 한국 일본 호주 등은 현재 중국의 팽창기세를 염려하며 통상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 무역관계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번영의 지속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 산업의 공급사슬관계가 더욱 학대되는 가운데, 중국이 여전히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베트남과 아세안이 중국을 대신하는 생산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RCEP은 아래와 같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암시를 제공한다.

첫째, 미중의 갈등 그리고 팬데믹이 한창 진행중인 와중에서도, 세계는 동아시아 지역이 미국 및 유럽과는 차원을 달리하면서 코로나-19의 상황을 성공적으로 관리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정치체제를 달리하면서도 과학과 전문가에 대한 존경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하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과 공동체의 규범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둘째, 세계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지역단위에서 질서에 기반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 연구기관들은 2030년까지 중산층의 대폭적인 증가가 주로 중국과 아시아에서 인상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RCEP은 한중일 자유무역의 기초를 닦아 주었다. 이들 3국의 거대한 경제규모와 이해관계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제지정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RCEP은 중국과 양자관계에 있어서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 대한 일본의 실용적이며 균형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본 주도로 CPTPP가 체결되고 일본-유럽간의 파트너협정이 이루이진 이후 진행된 RCEP의 서명식은, 비록 일본이 선호했던 인도가 불참했지만, 아베가 추구해온 무역-아젠다의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RCEP은 중국과 일본 간의 경제관계를 체계적으로 기구화했다는 중요성을 지닌다. 세계무역기구의 규정과는 별도로, 전자거래(e-commerce), 정부구매관행, 지적재산권 등에 대하여 새로운 협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는 동시에 중국과, 심각한 그러나 단기로 끝날,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호주에게 RCEP에 서명해야 할 동기를 부여했다.

한국에서 열렸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연례회의에서는 두 가지 사항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첫째는 코로나백신의 공동개발(COVAX)와 지속가능발전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협약 등 핵심적 현안들에 대하여 지역의 다자주의원칙에 기반한 대규모의 지원을 확인했으며, 두 번째는 정치적 이견, 특히 한중일 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역내의 협력을 약속했다.

파리평화협정의 가장 주요한 성과는 코로나-19대응신속기구(ACT-A, COVID-19 Tools Accelerator Mechanism)의 창설을 지원하기 위한 고위직 패널과 필요한 공동재정의 형성에 합의한 점이다.  전세계에서 모두 450개의 기구들이 참여하여 코로나-19에서 탈출하는 녹색청정회복(green-recovery)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체결하였으며, 북경에 본부를 둔 미래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가 실행위원회의 일부가 되었다.

국제적 현안에 대한 강력한 상호협력에 대하여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수상이 강력한 약속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아시아의 존재가 두드러졌으며, 베트남, 타이 그리고 뉴질랜드의 지도자들도 수준높은 연설을 진행하였다.

미합중국이 지난 4년간 국제적 기구들과 협약에서 퇴각을 하는 동안에, 아시아와 세계는 다자주의라는 원칙에서 연대를 강화하면서 통상증진과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국제적 협력, 기후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등 현안을 논의하여 왔다. 이를 위한 국제적 기구와 전략들이 준비되고 있으며, 아시아는 코로나-19가 진행중인 과정에도 지역의 통합을 위한 공시적인 합의를 강화하여 왔다.

바라건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다시 결합하여, 과거의 트럼프식 못난 정치와 중국을 적대시해온 연방상원의 혐오감을 불식시키기를 희망해 본다.

출처 : EastAsia Forum in Sydney on 2020-11-16.

Yves Tiberghien

BSU(브리티시-콜럼비아 대학)의 정치학 교수이자 비젼20회의 공동대표이다. 곧 출간예정인 ‘코로나-19의 아시아 국제정치학’의 저자이기도 하다

 

<참조자료>

동아시아 역내 경제권에 대한 새로운 기회 – RCEP & CPTPP

지난 6월말에 세계경제와 인구규모의 30%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국가군들이 모여, 오는 11월에 정식으로 출범하는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에 공식적인 서명을 하여 이를 승인하였다. 이는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자유무역 협정이며, 2018년에 이미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완결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불행하게도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CPTPP를 탈퇴하면서, 매우 중요한 무역협정에서 배제되었고, RCEP 협상초기의 주요 국가였던 인도가 서명 직전에 탈퇴를 결정하였다. 이들 국가의 탈퇴는 동아시아 지역이 중심인 세계최대의 경제권에 대한 주도권을 중국에게 양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과연 중국이 1)중국의 이해를 우선하는 당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2)국제적 상호존중과 규칙에 기반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인지, 초미의 과심이 되고 있다.

상기 질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향후 수년간 국제적인 정치와 경제의 지형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예측조사에 따르면,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연간 3,010억불의 수익손실과 1조 억불 상당의 무역위축을 가져올 것이며, 트럼프-이전 시대와 대비하여 2030년경에는 환태평양 지역의 무역규모를 3/4 정도까지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기 두 개의 무역협상들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해당 지역에 1,210억불의 수익이 증가하고 2,090억불의 무역규모가 증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증대효과는 역내의 무역과 생산을 촉진하면서, 당사자 국가들을 제외하고,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감소분을 충분히 보상할 것이다 이들 협상합의는 관계국가들 간에 거래비용을 줄이고 기술개발과 제조 및 농업과 자원협력을 증진시킬 것이다. 또한 역내의 주요한 무역국가들인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경제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또한 관계증진을 강화시킬 것이다. BRI는 역내의 이웃 경제권을 연결하는 물류와 에너지 통신 및 사회간접시설 등에 1.4조 억불의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 국무장관인 폼페이오는 미중 패권싸움 지역인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1,113억불의 투자를 제사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미국은 시장을 접근하는 과정에서 선의적 지원을 원칙으로 삼아 왔는데, 현재는 장사꾼의 논리로 후퇴하고 있다.

RCEP와 CPTPP의 협정은 동아시아 전역을 중국 경제권에 편입시킬 것이고, 중국에게 기울어진 이익을 제공할 것이다. 중국은 RECEP을 통하여 1,000억불 규모의 이익을 얻고 일본은 460억불, 그리고 뒤이어 한국이 230억불의 수혜를 갖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동남아시아 역시 190억불 규모의 혜택을 즐기게 되는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RCEP체결 이전에 이미 ASEAN 국가들 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양대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미국은 1,310억불, 인도는 600억불의 예상수혜를 각자 상실하는 셈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중국이 맡은 새로운 경제적 역할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있다. 중국의 일부 지도자들은 필수적인 통상관계를 넘어서는 불필요한 내용들을 거래국가들에게 요구하고자 한다.  이들은 무역상대국들에게 중국을 지지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을 추구하는데, 애를 들어 코로나-19애 대한 중국조사를 지지하는 호주에 대한 보복조치(?)로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유학생들에게 떠나가도록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중국 주요 지도부는 중국의 강압조치가 국제적인 심각한 거부에 직면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중국의 역내정치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잘 인지하고 있는데, 우려의 대상은 홍콩 사태와 남중국해의 분쟁 그리고 외교에 있어 협상보다는 배제를 우선하는 이랑전사(wolf-warrior) 정책들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전략을 추구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외교언사를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로 경제적으로 굴기하는 중국의 역내 및 국제적 영향력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누구든 중국을 ‘증대하는 위협(폼페이오의 발언)’으로 간주하는 국가가 나올 수는 없다.

중국은 최근 수년 간 협력증진에 주력하면서 지역 내의 주요 이웃국가들과 대화와 협상을 가속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설립이 십 년을 넘긴 한중일의 삼국협력회의가 2018년에 다시 재개되었고, 당시에 2020년 4월에 시진핑 주석이 양국을 국가방문(state-visit)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협의하였으나, 이후 코로나-19의 위험과 홍콩의 국가안전법에 대한 항의로 인해, 무산의 위험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과 협력을 하는 것이 역내의 많은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불리한 정치 지형 속에, 중국이 주도하는 새롭고 포용적인 지역협력의 모델은 경제적 이익을 동반하면서 유의미한 정치적 지지를 불러올 것이다. 상호적이며 가치있는 국제적 협력관계의 형성이 중국과 세계 모두에게 현재처럼 긴급한 과제가 되었던 적은 일찍이 없다.

ASEAN 중심주의가 수 년간의 협상을 어렵게 하였지만 RCEP과 CPTPP가 중국에게 적시에 긍정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합의를 통하여 중국과 ASEAN국가들 간에 호의적인 실행과 협력을 추구하면서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다툼의 주제이었던 남중국해의 분쟁을 행동지침(Code of Conduct) 협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Li Keqiang 중국수상이 CPTPP에도 적극적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추가적인 기회가 다가온다. 국제적인 규범을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중국이 CPTPP의 회원국이 되면, 자연스레 해당 회원국가들과 더불어 시장을 확대하면서 미래지향적 무역과 세계의 발전에 선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세계경제 전체에 4,850억불의 수혜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하여 미가입국인 인도네시아 한국 필리핀 대만 그리고 태국 등이 함께하면 수혜의 규모는 1조 억불을 상회할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손실액의 3배에 해당한다.

CPTPP에 가입한다는 것은 중국이 선진적인 국제규범을 수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이 자국의 기업들과 산업정책을 국가전략으로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을 전환(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Li 수상이 의심할 여지없이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협상의 여지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의 경제에 대한 지원역할이 크게 중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조차 바이-아메리칸 정책이 부활하고 있으며, 무역과 투자에 대한 정부의 통제, 기술분야의 공공투자, 세계적 주도기업에 대한 정부지분과 역할증대 등이 제시되고 있다.

 

출처 : East Asia Forum in ANU, Sydney on 2020-0812.

Peter A Petri & Michael G Plummer

Peter A Petri는 Brandeis 대학의 경영학 교수이자, 브루킹스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이며, Michael G Plummer는 Johns Hopkins 대학의 교수이자 East-West Center의 연구책임자이다

월, 2020/12/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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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 지구의 오대양은 최소한 1억5천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여 있는데, 전문연구자에 의하면 이들 플라스틱의 양이 조만간 바다에 있는 물고기를 모두 합한 무게보다 많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의 미세입자들이 먹이사슬 또는 빗물에 섞여 내리면서, 우리의 몸속에 독소가 누적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만약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슬픈 일이지만 이는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상에서 매일같이 발생하는 쓰레기 더미에서 플라스틱을 재분류하는 것으로 환경보호라는 역할에 일조한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플라스틱을 범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된 이래 지난 50여 년간 플라스틱 산업체가 만들어낸 거짓말에 불과하다.

1971년 ‘미국을 아름답게-Keep America Beatiful Inc’라는 조직이 출범하여 일반시민들의 상식적인 판단력을 다음과 같은 구호로 왜곡(세뇌)시켜 왔다. “환경오염을 야기한 사람들이 환경오염을 중단시킬 수 있다.”

상기의 구호는 매우 강력하여서 초기부터 환경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환경오염을 일으킨 우리들 모두가 이에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 자신이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행동의 지침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모든 것이 훌륭하고 잘되었다. 다만, 이러한 구호의 운동은 환경보호 조직과 운동가들이 주도한 것도 아니고 NGO단체가 나선 것도 아니다. 바로 음료회사와 포장전문회사들이 뒤에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환경오염을 중단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믿게 하여, 해당산업을 번창시키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호는 사실과 달리 재앙의 사슬을 지속시키는 거짓말임이 판명되었다.

각국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위기가 점차로 확대되어가면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다양한 노력을시도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도로를 포장한다든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에 세금을 부과한다든가, 열병합 발전과 같이 다른 오염원을 발생시키지만 에너지회수의 방식으로 소각시키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쓰레기를 다시 걷어내는 등,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오염원을 없애려는 온갖 시도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에 있다.

산업계의 현실이 우리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산업의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 필자 소유의 회사를 포함하여 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미생물-분해가능 재료로 교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몇 개국의 정부단위에서 이의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140여 국가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모든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할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플라스틱-백을 종이-백으로 교체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금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종이라는 소재가 생산자 또는 소비자 입장에서 플라스틱 용도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의 소비경제에서 목격하듯이, 일회용 포장재 대부분이 플라스틱 재질이다.

플라스틱의 대체재로서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과 알미늄-캔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하여 플라스틱 산업계는 거세게 반발하면서 엄청난 비용을 플라스틱 재처리의 문화를 홍보하는데 쏟아 붓고 있다.

폴리에틸렌의 전도사들이 지방자치체와 정부의 책임자들을 일대일로 찾아 다니면서 재처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도록 해당 공직자를 설득하고 다닌다. 미국의 경우, 1990년까지 만개가 넘는 지자체가 해당지역의 플라스틱 재처리 시설을 도입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어 갔다.

이제 재처리가 우리생활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간다. 재생하는 것이 마치 양심적인 행동의 신호로 받아 들어지고 일상의 생활양식이 되어 간다. 그러나 이로써 시민들이 환경보호에 일조한다고 믿는 것은 허상이다.

진실은 플라스틱의 재사용은 처음부터 거짓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단지 9%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나머지 91%는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되거나 자연 어디엔가 흩어져 버린다. 바다에는 플라스틱 또는 플라스틱 생산과정의 부산품로 형성된 거대한 인공의 섬들이 생겨나고 있다.

시민들이 쓰레기 분리작업을 말끔하게 실천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플라스틱 산업계가 재활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들에게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재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산업체들은 모든 것을 재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들이 잘 알고 있다.

더구나 플라스틱의 재생작업은 미국 내에서 오래 전부터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이었다. 그 동안 플라스틱 쓰레기는 주로 중국으로 수출되었고, 한때 중국은 전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70%을 사들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중국은 외국산 플라스틱 재생사업을 금지시켰다. 이후 미국은 생산된 플라스틱의 2-3%만이 재생되고 14% 정도가 소각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매립지를 찾아 플라스틱 산업체들은 시선을 아프리카로 돌리고 있다.

지난 8월, 뉴욕-타임즈는 미국의 거대 화학석유 기업들을 대표하는 조직들이 미상무부에게 케냐와 협상을 통해 플라스틱을 수입해가도록 로비를 벌리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런 협상이 성사되면, 케냐는 아프리카 대륙의 창구로 미국산 플라스틱 신제품을 수입하는 대가로 국제적인 쓰레기를 매립하여 처리하는 역할을 도맡게 되는 것이다.

이제 플라스틱의 재생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이는 재생이 가능하다는 거짓말을 통하여 플라스틱 소비가 가져오는 환경오염이라는 현실의 죄악을 덮으려는 짓이다. 시민들로 하여금 무심하게 양심의 가책도 없이 플라스틱을 소비하도록 부추기면서 환경오염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일이다. 연구보고(National Geographic)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 누적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은 지난 15년 동안에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시민들이 플라스틱 사용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는 첫걸음은 소비자들에게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의 90%는 반영구적으로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더구나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 양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과 산업투자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식품가게와 시장 등에서 사용되는 포장지로 미생물-분해 소재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기까지, 당분간 우리모두는 플라스틱이 가져오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재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출처 : CNN on 2020-09-20.

Alex Totterma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Cove사의 설립자 겸 대표이사이다, 그는 미생물-분해가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여 용기와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화, 2020/12/0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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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지난 11월 중순 중국 광주에서 있었던 EXPO개막에서 행한 Summers 전 미국 재무장관의 연설내용을 요약한 내용이다. Summers 장관과 그의 가문은 미국 내 경제계와 정계에 매우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며 ‘미국과 관계를 여하히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인류의 21세기가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더욱이 이처럼 중대한 결정이 향후 몇 년 사이에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영역에서 미국도 번영하고 중국도 함께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지만, 한편으로 미합중국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과 중국 역시 긴장과 어려움에 직면할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성공을 하는 한편 중국이 실패하거나, 반대로 중국이 성공하는 반면에 미국이 실패한다는 설정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내마음 속에 담고 있는 미중 양국 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양국의 관계는 좋은 추억과 언짢은 일들이 얽혀 있는 과거의 많은 사연을 담고 있으며, 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심해의 풍랑속에 구명선을 함께 타고 있는 형국이다. 양국간의 대립과 불신으로 인하여 우호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간의 존중도 없었고 그렇다고 상대방에 대한 앙갚음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양국이 험한 풍랑을 헤쳐서 안전한 해안에 도착하려면, 힘을 합쳐서 노를 짓고 또 저어야만 할 필요가 형성하고 있다.

이는 관대함의 문제도 아니며, 협동의 정신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현실의 인식에 관한 주제이며, 양국이 처한 상황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미중 모두에게 제안하고자 하는 요점이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만 한다. 양국은 개별 국가라는 주체로서 각자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과 통치하는 방식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견해를 지니고 있다. 철학적 관점의 차이를 해결하려고 서로를 강제해서는 안된다. 개별국가들은 각자 자산의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미중 양국은 서로 다른 체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각자 해당 인민들에게 국가로서의 성공여부가 전지구적인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양국은 국제적으로 성공여부의 체제로서 경쟁하고 또 경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체제가 우수하다고 주장하듯이, 중국의 동료들은 현재에 입증하고 있듯이 중국의 체제가 뛰어나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양국관계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양국 간에는 태평양의 주요 도서들의 현안에 대하여 또한 국제기구의 운용방식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그러나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구명선의 노를 짓는 사람들처럼, 자신 만의 입장을 고집하고 선택을 강요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함께 공동적인 노력을 통하여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어떤 현안들이 공동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을까?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다루는 방식에 관한 주제는 인류의 장기적인 존속이 달린 것이다. 탄소화합물과 온실가스의 배출문제는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화석연료를 이제껏 마음대로 사용해 왔듯이 미래에도 그렇게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과 소비하는 사회관습 그리고 미래 사회를 조직하는 구상에 관련한 선택은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이다.

중국당국이 최근 탄소중립국가가 되겠다고 약조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 다른 한편 이러한 목표는 장기간에 걸쳐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성과의 과정을 평가하는 노하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이점에 대하여 지난 몇 년간 현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매우 개선될 것으로 낙관한다.

코로나-19는 전염병이 인류에게 주요한 위협임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이미 SARS와 Ebola가 있었고 미래에 다른 종의 전염병들이 발생할 것이다.

세계가 백신을 개발하는 노력에 성과가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중국이 보여준 강력한 조치는 거울삼을만한 일이지만 모두에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전이되는 전염병의 조건과 경로를 파악하고 이를 통제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만 한다.

팬데믹 질병의 잠재적 위험성의 초기단계부터 필요한 정보를 온 세계가 공유하는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에 대한 만족할만한 의무조항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염병이 언제 어떻게 발생하고 어느 속도로 전파되는 지에 대하여 우리는 서로 공유하고 학습해야 한다.

현재, 거대한 경제적인 현안들이 쌓여있다. 중국은 지난 겨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하고 성장을 지속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 왔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이의 회복이 매우 느리며 지연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협력방식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이들 국가군들은 미국과 중국이 대응해온 조치를 수행할 만한 국내적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여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정적으로 부유하고 경제적 강국들이 국제금융기구들을 통하여 개발국가들의 부채(감면)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요한 현안이다.

코로나-19를 해결한 이후에 가장 도전적인 현안은 데이터의 유통, 인공지능 등 기술에 관한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규칙을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데이터의 유통은 국가안보에 매우 예민한 주제이기도 하고 동시에 협력을 요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인공지능에 지배를 당하지 않고 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려면, 모든 사회가 이를 활용하여 발전하는 계기를 삼으려면, 모두 함께 이러한 주제들에 대하여 협력해야 한다.

일부에서 미중 간에는 외교가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치지만 나는 이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현안이 기후문제이던, 지난 십 수년간에 극적으로 반전된 미중 간의 무역역조이던, 상호간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이던, 몇 년 전부터 현안이 된 외국인 투자에 관한 문제이던, UN의 평화유지군에 대한 중국의 괄목할 공헌이던, 국제금융기구에 관한 이견이던, 대부분 솔직한 외교적 협상과 대화를 통하여 해결하여 왔다. 이에 양국은 향후 대화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 중에 한편이 다른 한편을 지배하고 파괴하거나 사라지게 한다든지 (폼페이오처럼), 한편에서 지구를 유일하게 지배하려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양국 협력에 대한 적대행위이다.

코로나-19이후의 세계에서 험한 파고 속에 구명선을 함께 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우호적 역사와 실용적 접근으로 연결해 주는 것은 상호적인 존중과 상호적인 대화이다.

 

출처: CGTN

Lawrence H. Summers

미합중국의 전직재무장관

수, 2020/12/0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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