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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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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

admin | 월, 2019/11/04- 20:18

1017 빈곤철폐의 날,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심화되는 빈곤과 불평등

작년 연이어 하락한 빈곤층의 소득하락이 2019년 2/4분기로 멈추었다. 하지만 하위20%의 처분가능소득은 86만원에 불과하다. 상위20%의 소득을 하위20% 소득으로 나누어 불평등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5.30배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범위를 좁혀서 상위10%의 소득 비중은 50.6%, 자본주의 발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은 14억 7,400만원 에 달한다. 국세청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소득까지 감안한다면 그 액수는 더 클 것이다. 상위0.1% 2만 2천여 명의 연소득의 합이 하위27%의 629만 5천여 명의 연소득의 합과 같다. 불평등은 소득뿐만 아니라 점유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도 심각하다. 30명의 가진 사람들이 1만여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227만여 가구는 거리·쪽방·고시원·반지하·옥탑과 같은 건강을 갉아먹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집답지 않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제가 불황이어서 살기 어렵다는 말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진 않는다.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쌓아가는 동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계속 더 가난해지며 삶의 공간에서, 거리에서,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다.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을 맞아 열린 추모제https://lh6.googleusercontent.com/bWK2TSuu8KzjtgvU7D965ScIv60zJ-wfC0DVVB... />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을 맞아 열린 추모제 <사진 = 빈곤사회연대>

 

빈곤 퇴치의 날이 아닌 빈곤 철폐의 날

10월 17일은 UN에서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1992년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2000년 UN총회에서 2015년까지 절대빈곤 대폭감소를 목표로 ‘새천년개발목표’를 설정했다.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빈곤퇴치의 날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END POVERTY’라고 적힌 흰색 실리콘 팔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앉았다 일어서는 퍼포먼스로 ‘가난의 굴레에서 스스로 일어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제기구와 자선단체를 중심으로 아픈데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나 노인, 가난하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시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구호와 원조를 호소한다. 다소 불편하다. 가난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빈곤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회구조 속 오만가지 문제가 다양하게 얽히고설켜있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빈곤문제가 구호와 원조의 부족이 아니라 소수의 기업과 탐욕스러운 자본 그리고 빈곤문제 해결에 의지 없는 정치권력의 결착에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빈곤을 만들어내는 고리들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운 좋게 구호에 의해 구조된 누군가도 다시 빈곤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10월 17일을 <빈곤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노점상, 철거민, 임차상인, 노동자, 홈리스, 쪽방주민, 장애인, 청년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빈곤을 만들어내는 폭력에 맞서 저항하는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 내고 연대하여 싸운다. 빈곤을 없애는 방법은 가난을 동정거리로 소비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정당화하는 구화와 원조가 아니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여 행동할 때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1017 빈곤철폐의 날 투쟁은 세계주거의 날인 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올해 1017 빈곤철폐의 날에 우리는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라는 슬로건과 10가지 투쟁과제를 내걸고 함께 싸웠다.

 


△ 2019 1017 빈곤철폐의날 투쟁과제

▴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 폐지!

▴ 노점상강제철거·노점관리대책 중단, 용역깡패예산 전면삭감!

▴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개발 시행!

▴ 고시원‧쪽방 등 비적정 거처에 대한 주거, 안전 대책 마련!

▴ 사회복지 공공인프라 확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 누구도 배제하지 말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반인권적 공공개발 중단! 강제퇴거 전면 중단!

▴ 상가법 개정으로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


 

개발폭력 철거폭력에 쫓겨나는 사람들

2018년 12월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이 한강에 투신했다. 개발지역에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한 서울의 경우 겨울을 앞두고 철거폭력이 몰아친다. 원 주민과 상인들의 삶이 아니라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이윤만을 위한 개발사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려 한다. 대책 없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 갈 곳 없는 사람들 앞에는 용역깡패를 동원한 철거폭력이 등장한다. 철거민들이 온갖 욕설과 희롱, 물리적 폭력과 매일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해지는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은 쫓겨나야 하고 밀려나야 하고 가려져야 한다. 박준경의 죽음으로부터 1년, 최근 강서구 재건축 지역 세입자였던 50대 남성이 ‘힘들었다.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생을 등졌다. 이웃 주민은 조합 측으로부터 ‘명도소송을 할 것이라는 협박에 심리적으로 힘들고 겁이 났다, 그이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경의 죽음 이후 서울시 차원에서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변한 것은 하나 없었다.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이 사망한 용산참사로부터 근 11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미아3구역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 투쟁하고 있다. 방배5구역, 자양1구역을 비롯한 전국각지에 개발현장의 철거민들은 매일을 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가 박준경이다”라는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개발폭력은 정부에서 진행하는 공공개발에서도 다르지 않다. 도시나 지역의 발전을 내세우고 ‘도시재생’과 같이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밀어내려 한다.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파렴치한으로 매도되며 철거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청계천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난 상인들, 현대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날 위기에 저항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상황이 그렇다. 또한 철거폭력은 개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심지어 인기 있는 연예인까지 건물주를 꿈꾸는 사회에서, 건물주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야만에 임차상인들이 철거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더 화려한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은 거리와 공공공간에서도 치워진다. 문재인정부에 들어서 국가폭력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는 강북구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하던 노점상인 이었다. 디자인, 거리미화 등을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생계수단 노점상인들은 자치구가 구입한 용역폭력에 의해 철거된다. 서울로 7017 고가공원에 공사가 시작되어 개장되기 까지 서울역 지하도에는 노숙금지 팻말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고 결국 그곳에서 생활하던 거리홈리스들은 치워졌다.

 

반복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지난 7월 관악구에서 탈북모자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발견당시 모자의 집에 있던 식료품은 고춧가루가 전부였다고 한다. 모자는 생전 생활고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이혼한 전 남편이 아들의 부양의무자로 되어있어 수급신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9월 강서구에서 50대 남성은 치매가 있는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세계 경제순위 12위, 30-50클럽의 7번째 가입국인 2019년 한국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죽고 가족에게 살해당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후 사회보장 이용 및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정되는 등 복지제도의 신설, 개선조치가 계속 있어 왔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으로 장애등급제폐지와 부양의무자기준폐지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만들어 냈지만 장애등급제는 이름만 바뀌었고, 부양의무자기준은 완화조치만 취해지고 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해야 하지만 예산에 복지제도를 끼워 맞추는 작당만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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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들어오고 주방이 있는 집에 살고싶다’ 피켓을 제작한 참가자 <사진 = 빈곤사회연대>

 

치솟는 집값에 선택 가능한 머물 공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은 쪽방‧여인숙‧고시원 등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되지 않는 비주택에서 살아간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방음과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비주택은 건강을 갉아먹으며 삶까지 집어삼킨다. 작년 1월 종로구 쪽방촌에 난 화재로 1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12월 종로 국일고시원에 난 화재로 7명이 사망했다. 화마에 휩쓸린 7명은 4만 원 더 저렴한 창문 없는 방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전주의 한 여인숙에 난 화재로 또다시 3명이 사망했다. 비주택에서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지만 사망사고 이후 발표되는 대책은 비상벨 설치나 스프링클러 설치와 같이 굉장히 지엽적일 뿐이다. 비주택에서 발생되는 죽음에 대한 대책이 안전과 안정되지 못한 주거권에 초점 맞춰지지 않는다면 삶을 삼키는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빈곤없는 세상, 평등과 평화가 도래한 세상을 향해

2000년 UN총회에서 목표한 ‘새천년 개발목표’는 실패했다. 2015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도시가 화려하게 변화했지만 화려한 도시에 가려진 빈곤과 불평등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UN은 목표기간을 2030년으로, 이름을 ‘지속가능개발목표’로 재설정했다. 하지만 원조경제 중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력갱생을 요구하는 기존과 다르지 않은 방식은 빈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폭력과 죽음을 멈추고 빈곤과 불평등을 끝장내는 싸움에 동의하고 연대하는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다. 2019년 빈곤철폐의 날에는 2019 주거의 날을 맞아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발족에 함께 하며 모두를 위한 주거권을 함께 소리 냈고 민중열사 묘역참배,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제,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와 기자회견을 통해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라는 슬로건과 10가지 투쟁과제를 함께 외쳤다. 그리고 1017빈곤철폐의 날 당일,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 진짜폐지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가난은 죄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을 선뜻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 가난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무엇이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차별하고 처벌하게 만드는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1017 빈곤철폐의 날 투쟁일정은 끝났지만 각각의 현장에서 빈곤없는 세상,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된다.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 참가자들https://lh3.googleusercontent.com/quGzbNUTi1XoIVYeGWVW0KmrA0dGPE7EU_M4Re... />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 참가자들 <사진 = 빈곤사회연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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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

 

최정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정부와 외신이 한목소리로 K-방역을 극찬한 때가 있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감염으로 혼란을 겪는 시기에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추적-검사-격리)에 나섰고,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로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K-방역의 성과를 잊어야 할 때라는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백신 수급과 접종을 둘러싼 정책적 혼선 때문만은 아니다. 찬사를 받던 K-방역 성과의 그늘이 너무 커져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지만, ‘생활’과 ‘생존’을 오가는 사람들의 고통은 양극단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으면서 그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세계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도 어느새 1년을 넘어 장기화되면서 개인과 가구가 짊어지는 유무형의 손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이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시대를 버텨온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며, 누가 더 위험했고, 긴급재난지원정책은 도움이 되었는지를 되짚어보면서 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을 주목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피해, 얼마나 심각했는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위기는 모두가 겪은 일이었지만, 재난 위험의 내용과 수준은 광범위하였다. 2020년 전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하여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해보았다(최영준 외, 2020).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돌봄이나 정서적 불안 등을 광범위하게 경험하였다. 국민들은 근로시간 축소(42.1%)나 소득 감소(39.1%) 피해를 가장 많이 겪었으며, 본인이 실업을 경험하거나(16.3%) 함께 사는 가족의 실업 경험(21.5%)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전반기에 자영업 폐업 경험(3.3%)과 자영업 30% 이상 매출 감소 피해(18.7%)도 높았으므로, 이후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해졌을지 짐작이 된다(<한겨레>, 2021.3.29.). 

 

국민들이 겪은 정서적 피해 경험도 광범위하였다. 단순 접촉만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의 특성이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피해(37.9%)를 키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린이집, 학교,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적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족들의 돌봄 부담도 26.4%로 추가되었다.

 

이러한 경제나 정서적인 피해는 현실에서 개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가구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첩적인 고통을 받을까. 전 국민 10명 중 8명(77.2%)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정서적 고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그림 2-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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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들의 삶에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2018년과 2020년에 실시한 전 국민 인식조사 패널 데이터를 비교해보면(최영준 외, 2018; 2020),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여성의 생활 전반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다. 2018년과 2020년을 비교해 보면, 삶의 안정성 인식에서 남성의 경우는 보통 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이 인식하는 삶의 안정성은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삶의 주체성과 자율성, 건강 측면에서 여성의 만족도도 낮아졌으며, 직장 이동성도 여성들은 더 나빠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들의 생활 여건은 더 어려워졌음을 짐작하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공적 돌봄이나 교육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돌봄의 부담마저 커졌고, 여성들은 가정과 경제생활에서 이중고에 노출되어 있다(<표 3-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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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젠더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 고용과 소득 충격은 양육 부담이 높은 기혼 여성과 유자녀 가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대면접촉이 많은 임시일용직 일자리에 여성의 고용 비중이 높다 보니 고용불안이 가중되었다. 게다가 자녀가 많을수록 비대면 돌봄과 교육 부담이 가중되면서 유자녀 가구의 소득 충격이 커졌다(송상윤, 2021). 이렇듯, 감염병 재난의 위험이 유독 여성과 유자녀 가구에 더 가혹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K-방역의 그늘은 장시간 집에 머물며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에 집중되었다. 얼마 전 가정의 달 5월에 발달 장애 자녀를 돌보던 어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발달 장애인을 둔 가족의 끊이지 않는 비보는 코로나19 시대 경제적 고립과 사회적 활동과의 단절이 발달 장애인에게 더 가혹함을 말해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은 2021년 현재 263만 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발달 장애인은 24만 8천 명(장애인 중 9.4%)으로, 최근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발달 장애인은 10대와 20대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다수 발달 장애인이 성인이다. 그러나 성인기 발달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이 소수인데다 코로나19의 돌봄 공백이 길어지면서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삶은 온전치 못하다. 

 

여러 가지 생활의 제약이 발달 장애인의 행동에 악영향을 줘,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하는 충동적 행동 등이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행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적게는 2.6%에서 7.5%까지 증가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 양육자인 가족들에게 표현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발달 장애인의 일상생활이 무너지면서 수면이나 식사, 화장실 이용. 의사소통 이용 능력이 저하되고 약물복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지역 사회 복지 시설 이용도 어려워지면서 가족의 평일 돌봄 시간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듯, K-방역의 성과 이면에서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일상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퇴하고 있었다(울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21).

 

이 같은 어려움은 비단 취약한 돌봄 계층만의 문제이겠는가. 임시 일용직,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받은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고용지위 중에서 상용직보다 자영업자나 임시 일용직의 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상용직 가운데 실직이나 근로시간 감소,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률은 53.1%인 반면, 자영업자 중에서는 76.1%, 임시일용직 중에서는 74.4%로 상용직과 비교해 1.4배 이상 높았다.(<표 3-1> 참고). 이러한 추이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그 피해의 정도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매일노동뉴스>, 20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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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정책 효과는 있었는가?

코로나19의 고통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발 빠르게 추진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전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호응을 받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본인의 경제생활 안정에 도움(80.4%)이 되는 것은 물론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79.3%)이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내 경제생활과 정서생활에 도움이 컸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81.1%)도 동시에 나오는 실정이다(최영준 외, 2020). 

 

그러나 전 국민이 광범위한 재난 위험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제 효과를 보였는지는 여전한 논쟁거리다. 국내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통해 자영업자 피해의 사각지대를 가늠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 폐업이나 30% 이상 매출 감소’를 경험한 응답자 중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33.2%에 불과했다. 피해 경험자 중 66.8%는 개인이나 가족의 부담으로 넘어간 셈이다. 고용지원은 어떠할까. ‘실직이나 근로시간 및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 중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고용안정 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9.0%에 불과했다.

 

복지정책은 어디에?

사회보장제도의 본래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질병, 노령, 실업, 산재 등의 위험으로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취약층의 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취약층을 더 취약하게 만들어 우리 사회의 재난위험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럼, 국외의 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은 미흡했더라도, 국가별로 노동자, 사업체, 시민 등의 범주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IMF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지출’ 데이터를 보면, OECD 27개국 모두 국가 지출을 확대했다. 다만, 그 규모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사회보장 수준이 높은 사민주의 국가보다 자유주의 국가나 보수주의 국가에서 국가 지출이 더 많이 이뤄졌다. 자유주의 국가유형으로 분류되는 미국(14%)이나 일본(13.8%), 영국(10.9%) 등에서 재정지출이 사민주의 국가에 속하는 덴마크(1.7%), 스웨덴(3.4%)이나 보수주의형 프랑스(6.9%), 독일(9.8%)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자유주의형에 속하는 한국은 GDP 대비 3.2%로, 잔여적 복지국가와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보수적인 재정지출에 발목이 잡혀있음을 국가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IMF,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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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시행해왔으나, 이의 실질적인 영향과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족한 형편이다. 우선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대응에 나선 점은 잘한 일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4차례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1차 때에 전 국민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을 시행했으나 이후 2~4차는 취약계층, 소기업이나 소상공인, 특수형태 근로자 고용안정 지원 등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2020). 

하지만 이 정도의 지원으로는 재난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지원 규모로는 1년 이상 무너진 고용과 소득 충격으로 악화된 소비를 조금 개선하는 정도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회복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 시기 조사된 통계를 보더라도, 국가 재난으로 인한 위험을 개인과 가구가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정부나 국회도 코로나19의 피해와 양극화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응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부 정당에서만 겨우 재난 목적의 증세를 말했을 뿐이다. 이를 제외하고선 광범위한 긴급재난지원을 뒷받침할 증세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들도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흐름인데 우리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한겨레>, 2021.5.11.). 우리 정부는 맞춤형 피해지원으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증세 반대 논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뉴시스>, 2021.3.2.). 

사회보험부터 사회서비스까지 기존의 복지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염병 피해는 더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어, 코로나 이후 회복에서도 불평등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도 매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인 데다, 언제든 새로운 대규모 감염의 위험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향후 또다시 도래할 재난 시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재난 시기 개인의 안정과 복지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대응안이 복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당장에는 백신효과로 코로나 감염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깊이 폐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기획재정부. 2020. 제4차 추가경정예산 추석전 신속지급 추진현황, 보도자료, 2020.9.30.

송상윤. 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한국은행.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21.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최영준・김도균・유정민・윤성열・최정은. 2018. 자유와 안정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LAB2050.

최영준・최정은・김지현・조원희・노혜상・한선회. 2020. 국내외 사회보장 지원정책 분석 연구, 보건복지부, 2020.

<뉴시스>, 홍남기 "전국민보다 선별지원 바람직…증세 검토 안해"(종합2보), 2021.3.2.

<매일노동뉴스>, "코로나19 실직, 비정규직이 정규직 보다 5배 많아", 2021.3.30.

<한겨레>, ‘벼랑 끝’ 자영업자들…“매출 반토막에 빚 5132만원 늘어”, 2021.3.29.

<한겨레>, 2차대전 비용 2.5배 투입…바이든의 미국 ‘복지의 귀환’, 2021.5.11.

IMF. 2021. Fiscal Monitor Database of Country Fiscal Measure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수, 2021/06/0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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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찾기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 코로나19 대응의 명과 암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5월 15일 기준, 한국의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2,541명으로 세계 평균 20,764명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사망자 수 역시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은 편이며, 평년 대비 사망자 수 증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황의 통제는 역설적으로 백신 확보에 소극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접종 개시가 늦었을 뿐 실제 확보(계약) 물량은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접종 인프라나 인력,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는 6월 이후 백신 접종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봉쇄 없는 바이러스 통제는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한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제조업 부문과 수출 호조로 2021년 1/4분기에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의 경제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난다(한국은행 2021.4). IMF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3.6%로 지난해 성장률을 함께 고려하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1 참고). 이에 반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으며, 올해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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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여러 지표에서 선방했지만, 팬데믹의 고통에서 완전히 비껴간 것은 아니다. 생산과 수출 부문에서 선방하여 총 GDP의 급격한 후퇴를 면했을 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민간소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의 민간소비는 5% 하락하여 OECD 평균(-6%)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겼다. 한국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업, 비경제활동인구 확대에 따른 고용 충격과 소득 충격이 저소득가구에 집중되었다(한국은행 2021, p.4). 2020년 2~4분기 대비 소득감소율은 1분위(하위 20%)에서 -17.1%였던 반면 5분위(상위 20%)에서는 -1.5%에 불과했다. 자연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격차도 벌어졌다(그림 1-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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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과 사회적 피해 사이 균형

물론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휴교, 입국 제한 등이 ‘통제되지 않은 감염 확산’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았다면 방역당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유행 발생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 돌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대응을 한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진자의 신상과 동선을 세세하게 밝히는 부분이나, 확진자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가게 문을 닫고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학교, 도서관, 종교시설, 야외 시설 등 위생수칙을 지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전면 폐쇄한 부분은 과도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는 이유로 등교 자체를 중지하거나 접촉하지 않은 사람까지 검사하는 등의 낭비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감염 자체의 보건 상의 비용보다 감염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매우 크게 만들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나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국민 생명에 위협을 준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실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확진자에게 찍히는 낙인은 감염 통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방치되었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들을 정당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작년(평균 50명)에 비해 올해(평균 6~700명) 훨씬 더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는데도 현재 혼란은 작년보다 훨씬 덜 하다. 여가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도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확진자 동선이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다. 그림 3을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오히려 사망자 수 및 치명률이 더 줄어들었다. 작년 3월의 1차 유행과 11월 3차 유행 치명률 피크는 각각 2.97%, 2.86%로 평균(1.5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던 반면, 올해 3월 이후 1% 밑으로 내려간 치명률은 현재 0.6%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기, 즉 유행 초기에 치명률이 올라갔다가 이후 점점 낮아지는 것은 확진자의 절대 수보다 확진자 수 대비 의료체계의 대응능력 수준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8월의 2차 유행 시 광화문 집회 참가자 등 고령층 감염이 많았는데도 치명률이 낮은 것은 당시 이미 일 평균 3~400명 수준을 감당할 의료체계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그 이상으로 급증하여 치명률도 같이 올라간 3차 유행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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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유행 이후 일 평균 확진자가 500명 전후에서 꾸준히 유지되었음에도 치명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확진자 연령 구성에 큰 차이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감염자들에게 충분한 치료가 공급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나 순응도는 작년 3월 또는 8월에 비해 훨씬 낮았다. 즉, 더 효율적인 대응으로 일상에 대한 개입도 최소화하고 보건 상의 피해도 크지 않게 통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유행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작년 11~12월 3차 유행 때에도, 의료체계를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었다면 초기 사망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 중순 현재도 여전히 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서 완전히 감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 방역당국의 목표가 확진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통제 조치의 강도를 올리는 것이 맞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면금지하고, 유흥시설, 식당, 카페 등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영업장을 모두 닫으며, 영업이 가능한 시설 내에서도 방역수칙을 어기는 영업주/종업원/이용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조치들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러한 비용으로 인해 이제는 시민들의 협조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봉쇄를 오랜 기간 유지했던 유럽의 사례에서 봉쇄의 효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럽 여러 국가들이 취한 상업시설 및 작업장 폐쇄, 휴교, 자택 격리, 이동 제한, 모임 금지 등의 방역 대응은 여러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했다. 봉쇄 조치가 취해진 2020년 2/4분기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20%에 육박했으며, 봉쇄 강도가 클수록 경제 피해도 더 큰 경향이 있었다(그림 1-4 참고). 상업시설 및 폐쇄는 생산량 감소와 소득 감소를 동반하며, 휴교는 인적자본의 손실로 귀결된다. 자택 격리와 모임 금지는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의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비용은 방역 대응의 강도가 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봉쇄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특히 1차 유행을 성공적으로 막은 동유럽 국가들은, 이후 2차 유행 시에는 재봉쇄를 단행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저항의 움직임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방역 대응의 강도를 다시 올리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따랐고, 이에 따라 감염확산이 심각한 지역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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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와 사회경제적 피해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의료체계 대응 능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일정 수준까지 확진자가 증가해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체계 효율화, 중환자 설비 확충, 방역 및 의료 인력 보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월 방역당국은 하루 천 명씩 2주일간 확진자가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중환자 시설 및 인력 등을 확충하고 있다. 이 수준이 넘어가기 전까지 전격적인 거리두기 강화는 불필요해 보인다. 

 

또한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크게 실효성이 없는, 또는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식사 등 감염 전파 위험이 큰 행위에 적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야외에서 열 명이 모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체접촉을 줄이면 감염확률은 0에 가깝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실내에 갈 때만 모임 단위를 소규모로 줄이면 광범위한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영업금지 업종을 최소화하고 대신 사용 시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방역의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실내 환기, 소규모 단위 식사, 유증상 시 외출 자제, 유증상 시 검사받기 등등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이렇게 비용이 낮은 방역수칙을 더 철저히 지킴으로써 거리두기 3단계 같은 고비용 조치를 막을 수 있다. 

 

불균형 시정을 위한 개입

하지만 현재 방역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및 중증화 위험이 낮아지고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야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쌓인 불균형과 당분간 계속될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적재적소에 재정을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유럽의 경우 재확산이 시작되자 신속히 소상공인, 실업자, 임금 감소 노동자 등을 지원하며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저지했다. 그림 5에 보듯 유럽 주요국은 GDP 대비 30~40%가 넘는 대규모 재정 지출 및 금융 지원을 단행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상쇄하려 시도했다. 반면 한국의 지출 수준은 재정지출 GDP 대비 5% 미만, 대출 등 금융 지원 GDP 대비 10%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정부의 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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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편이긴 해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예상되는 가파른 나랏빚 증가세는 분명 걱정거리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은 지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정 관련 논의에는 수입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재정수입의 대부분은 세금에서 나오며, 세금은 기업과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에서 나온다. 

 

세계경제는 지난해부터 재난의 불평등한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화에 적응한 업종과 고숙련노동자는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한편, 앞서 보았듯 소상공인, 비정규직,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 여성노동자, 구직자 등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는 동안 보건과 교육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았다. 이런 불평등한 피해는 단순히 개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체 경제구조를 허약하게 만들고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면 임대인들도 금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실업이 지속되면 구직자들이 근로의욕을 잃게 된다. 아픈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노동생산성이 저하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으면 향후 경제 성장을 위한 인적자본이 사라진다. 이를 묵과하면 그 결과는 경제 전체의 붕괴와 그로 인한 세수 저하다. 

 

현재로서 이 위기는 재정지출로 교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정을 아낀다는 명목하에 지금 지출을 늦추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수입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IMF와 OECD가 연말 연초에 낸 보고서는 나랏빚에 대한 관리보다 지출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IMF 2021.2; OECD 2020.12). 특히 잠재 성장률을 올리고 참여형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출' 이상으로 곳간을 '채워서' 장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쟁적으로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마지막으로 재정 정책은 곧 방역 대책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영업자, 실업자, 노숙인, 이주민 등에 대한 생계지원 및 손실보상은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순응도를 올린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및 방역 관련 공무원 보강과 지원, 의료시설과 중환자 설비 확충, 백신과 치료제 개발·구입 등 보건 분야에서도 재정지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방역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올릴 수 있다. 방역 조치에 따르느라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은 계속해서 강조되어야 한다. 앞서 우리나라가 유럽에 비해 취약계층 지원이 낮은 편이었음을 보였다. 지원을 통해 협조 여력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의 밀집도를 낮추면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 협조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주어진다는 신호를 보내야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위기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다음 위기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된다.

 

나가며 

백신 접종으로 인해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해외 백신 접종 추이를 보면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수급 문제와 접종 주저 현상으로 인해 접종률을 기대만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 불균형은 바이러스 변이의 빌미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률 제고를 통해 유행 통제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장기전을 대비한 균형 방역은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그간의 피해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2021년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

시사인(2021.2.17.), “힘든 아이가 더 떠안는 교육 공백의 빚”

장영욱 (2020),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현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영욱, 윤형준 (2021),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및 2021년 경제회복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일보(2021.5.12), “다가온 '스승의날'... 교사 78% "최근 1~2년 새 사기 떨어졌다"”

IMF Fiscal Monitor Update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FM/Issues/2021/01/20/fiscal-monitor-...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EO/Issues/2021/01/26/2021-world-eco...

OECD Economic Outlook (2020. 12), https://www.oecd.org/economic-outlook/

OECD (2020), Education at a Glance 2020: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Eurostat. https://ec.europa.eu/eurostat/data.

한국은행(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BOK이슈노트, 2021-9호

 

한국은행(2021.4.27), “2021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10064135&menuNo=...

 

수, 2021/06/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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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까?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우리는 K-방역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여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발생하는 아동의 사망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여행 가방에 갇혀, 양모의 폭력에 의해, 그리고 빈집에 홀로 방치되어 죽어갔다. 언론이 아동학대 사건을 주목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정부는 신속하게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예방할 수 없는 것일까?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하고자 2018년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개발되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을 때, 정부는 빅데이터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찾아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가 높았다(보건복지부, 2018.). 하지만 2020년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약 9만8천 명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되어, 약 9만 명에 대한 읍면동 차원의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들 중 복지서비스연계 2,266명(2.3%), 학대의심 신고가 52명(0.06%) 이었다. 낮은 학대 발견율로 인해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코리아, 2020.).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장기결석, 영유아 건강검진·예방접종 미실시, 사회보장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집된 단전·단수·단가스 및 각종 체납 정보들을 활용하여 인공지능(AI)이 위기도를 추정하는 통계모형이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아동학대 발생을 100%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의 쓸모에 대한 판단은 몇 명의 학대의심 아동을 발견하였느냐 보다는 지역에서 위기아동을 발굴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몇몇 아동학대 사건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되었으나 읍면동 공무원이 가정방문을 하지 못하였거나 부모의 말을 믿고 현장 종결한 사례들이었다. 데이터를 통해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할지라도 담당 공무원은 부모의 협조가 없이는 아동을 만나거나 가정방문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부모의 협조를 구해 가정방문이 가능하다 하여도, 읍면동 공무원이 아동의 발달과 양육환경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과 책임을 가졌는지, 그리고 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지역 안에 충분한지 등에 따라 위기 아동에 대한 판별과 지원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구 주민센터)는 방문상담을 통해 가구별 특성에 따른 복지 수요를 파악하고 공적서비스 또는 민간복지자원을 연계하여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팀에는 전담 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배치되어 종합상담,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통합사례관리, 민관 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와의 융합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유아 가정에 대해서는 복지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함께 방문하여 아동의 안전과 발달에 대해 점검하고 보건·복지 서비스 및 부모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면 아동 방임 및 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이봉주, 2021. 참조). 또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 담당 인력 확충 및 읍면동 담당 인력의 아동학대 감수성 및 역량 강화, 그리고 읍면동과 시군구(아동보호, 청소년·아동복지, 보건 사업 등) 간의 긴밀한 연계·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조직과 체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K-방역의 성공은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뚜렷한 정책 목표, 데이터의 활용을 포함한 기술력,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는 행정력, 그리고 시민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동학대 예방 또한 마찬가지이다. 위기아동 예측모형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AI가 감지한 위기 신호에 신속히 대응하여 아동학대 및 방임을 예방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 데이터에 근거한 정교한 사업모델과 전달체계의 설계, 부처 간 칸막이 및 중앙과 지방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칸막이를 넘어선 연계와 협력,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아동학대 신고)와 협조가 더 해질 때만이 아동학대의 비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2018). 아이가 보내는 위기신호, 빅데이터로 찾는다: 요보호아동 조기발견·지원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개통. 보도자료(3.19)

이두익(2020). [국감] 제 역할 못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왜? 이코라이(10.5)

 

이봉주(2021). 아동학대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파이낸셜 뉴스(2.15)

 

금, 2021/07/0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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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플라스틱 사용을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폐기물들이 토양과 해양 오염, 생태계의 위협을 넘어 다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돌아왔다. 특히 포장재와 식기 등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라는 대시민적 요구와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번 토양이나 강, 바다 등에 유입되면 정화가 불가능하다. 분해되면서 큰 플라스틱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크기가 작아지는 것일 뿐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분해 과정에서 메탄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도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플라스틱을 다른 일회용품 사용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절대 소비량을 줄이고 관리해야 하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적극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는 청년참여연대가 올해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한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참여연대의 다른 센터의 경우 복지, 노동 등 확실한 주제와 과제가 있어요. 하지만 청년참여연대는 청년 회원들이 직접 자신의 문제의식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요. 청년문제가 무엇이라고 특정하기 보다 어떤 주제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나 자신이 겪는 어려움에서 논의가 시작되기도 해요. 최근에는 다양성과 젠더, 주거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특히 기후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어요. 관심을 갖는 이유로 다양한 당위적인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기후 환경의 변화 자체가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상당한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무국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묻자, “사회문제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모으고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전문가 연계, 활동 기획 등을 지원하는 것이 스스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참여연대를 찾아온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는 친구를 찾아가고 시민사회를 경험하는 것을 보며,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라며 웃어보였다.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참여연대 회원들은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명 ‘지구살림반성기’이다.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아요. 최근 3년 동안 관심이 많아진 활동인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인데, 보통 플라스틱 쓰레기를 말해요. 생산되면 분해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고 이 때문에 플라스틱으로만 이뤄진 섬도 있다고 해요.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소비자들의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버리지 않는 실천이 매우 중요해요. 워낙에 플라스틱이 싸고 편리한 물품이어서 처음부터 전혀 쓰지 않는 것이 어려워 시도도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레스(less)웨이스트부터 실천하자는 구호도 등장한 것 같아요. 우리부터 시작하자는 것에서 <쓰레기 없는 일상을 상상해보자, 호모쓰렉투스의 지구살림반성기>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사진1> 호모쓰렉투스의 지구살림반성기 워크숍 “쓰레기 없는 일상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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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쓰렉투스의 지구살림반성기>에서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에 관심있는 청년들이 모여, 제로웨이스트나 자연순환 개념에 대해서 공부하고 <플라스틱의 모든 것>이라는 환경주제 영화를 시청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1박 2일 동안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도 진행했다. 이들의 챌린지는 밥을 먹기 위해 장을 보러 갈 때도 이어졌다고 한다. “마트를 갔는데 두부를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하니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당황을 했어요. 황당해하는 반응을 예상했고 우리의 취지를 하나하나 설명했죠.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불편해 하면서도 이내 취지를 이해하고 두부를 잘라서 반찬통에 넣어주는 등 협조해 주었어요.”  

 

‘생산 - 유통/소비 - 분리/배출 - 수거 - 폐기’ 구조의 경제 패러다임인 ‘선형경제(linear economy)’는 자원의 사용을 증가시키고 일회용 소재의 편리함이 더해져 급격한 환경 오염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제사회는 ‘순환경제’라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순환경제는 원료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 배출은 가능한 한 피한다. 자원 순환을 위해 폐기물과 배출물을 재가공하여 재활용한다. “새활용과 같이 이미 사용한 자원을 활용해서 새롭게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해요. 

 

<사진2> 마트에서 두부‘만’ 살 수는 없나요? 1박 2일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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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으로 폐기물을 줄인다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확실한 방법은 없죠. 이미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든 폐기물은 발생하고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재활용품도 거의 재활용이 되지 않고 80%이상이 버려진다고 해요. 원래는 프로그램으로 새활용 용품을 같이 만들거나, 배출물의 재질따라 잘 분리하는 걸 공부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지구에 남게 되니, 잘 버리는 것보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편리함을 위해 일회용 소재를 고집한 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에 갑자기 코로나19가 심해져서 외부에서 진행하는 활동들에 제약이 많았어요. 한강을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거나 시민들에게 캠페인 동참을 요청하는 활동들 대신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대체했어요.”

 

회원들은 호모쓰렉투스 활동을 하며 총 5편의 영상을 제작해서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영상에서는 일상 속 레스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장보기 팁, 리필스테이션 방문기, 고양이 장난감으로 새활용하기 등을 다뤘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들고 카페에 방문하고, 반찬통을 들고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했어요. 자기가 쓰던 플라스틱 물건을 실로 엮어서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나, 리필스테이션을 가서 새로운 플라스틱 통을 소비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사보고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사진3> 청년참여연대 리필스테이션 방문기, <호모쓰렉투스 지구살림반성기> 활동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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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연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fi_m0Q44zc

 

작은 실천으로 1박 2일이라는 시간동안 만들어 낼 수 있던 많은 쓰레기 배출을 줄였지만 결론은 좀 허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활동이 끝나고 마음이 좀 헛헛했어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이것들이 나와 소수의 사람들만의 실천으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참여를 요청하거나, 기업에 일회용품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라는 요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관련 정책의 미비점을 찾아내고 보완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즌2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해요.이번에는 배달쓰레기에 집중해 보려고요.” 

 

지구살림반성기 시즌2 ‘배달쓰레기의 나라’는 6월 23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배달쓰레기에 집중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2018년 8월부터 식당과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품의 사용을 규제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플라스틱컵 어택’이라는 시민행동의 결과예요. 플라스틱컵 어택은 길가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모아서 어느 카페에서 나온 것인지 분류하고 카페에 돌려주는 활동이에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정착되기도 전에 다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해버렸어요. 특히 사회적거리두기 조치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플랫폼의 매출이 급증했고 덩달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었어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앞에 배달음식을 먹고 난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걸 목격한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사진4>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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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적극적인 시민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녹색연합에서 배달어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도 함께하고 싶어서 면담을 요청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녹색연합 활동가분도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선 시민 설문을 진행했는데 시민들이 자신이 일회용품을 쓰고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개인의 양심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일부 배달앱의 경우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받지 않겠다는 체크는 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에요. 그 이유는 배달앱에서 수저나 물티슈, 용기 등의 일회용품을 식당에 파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에요. 배달앱의 이익이 일회용품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거예요.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배달앱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쓰레기를 만들고싶지 않은 나의 권리를 기업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함께 해야 하죠.”

 

 

복지동향 구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액션이 있는지 물었다. “요즘 샴푸바, 린스바를 사용하는 등 생활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리필스테이션도 많이 생기고 있고, 마트나 음식점에 반찬통을 가져가면 의외로 당황해하면서도 잘 호응해주신다. 무엇이든 독자들이 노력하면 그 노력들이 확산되어 큰 영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 2021/07/0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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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하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돌봄의 국가 책임

 

지금은 백세시대. 더 나아가 백이십세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삶의 변화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밤새 술을 마셔도, 전날 10키로를 달려도, 시험공부한다고 이틀동안 밤을 새도 금새 회복하는 20대의 몸으로 평생을 살 수 없다. 기계는 고장나면 새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이치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빠른 속도다. 고령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생산가능인구가 준다는 것은 부양 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9)는 2067년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102.4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67년은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저 시기는 더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봄은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누가 돌봐주게 되는가. 우리나라는 견고한 가족 중심 돌봄 사회다. 가족 돌봄이라는 거창한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돌봄은 국가가 아닌 가족 개인의 몫이며 돌봄을 위해서는 가족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만약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돈이 아주 많은 부자라서 주치의를 두고 비싼 병실에서 비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가족돌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돌봐줄 사람 없인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노인 1인가구는 증가하고, 돌봄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심해지는 돌봄 격차를 가속화했다. 시설이 문을 닫고 노인들은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들어선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돌봄 격차는 여전히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보육, 요양 등 모든 곳에서 사회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사회서비스는 국가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를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가족 돌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돌봄 제도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 바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돌봄 영역이 민간에 맡겨져 운영되어 왔다. 미비한 보육, 요양시설 확보를 위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했고,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을 단기 양성해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다보니 고질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와 열악한 근로자 처우 문제가 발생했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 현장에서 시민들은 낮은 서비스 질과 열악한 근로자 처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고,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 질적 전환을 위한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며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 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이 선정되어 시민들은 사회서비스 확대와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했다. 참여연대 또한 논평을 발행하며 종사자 처우 개선과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결정을 환영했다. 사회서비스 공단이 분절된 공공서비스로 남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책임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전달체계에 대한 보완 요구도 덧붙였다.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 공단을 운영하고,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데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인 2018년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관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돌봄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과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 책임이다. 시민들에게는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하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에게 계속해서 요구했다. 내 아이, 내 부모, 나아가 나를 위한,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을 하루빨리 구축할 것을.

 

 

높고 험한 국회의 벽

 

2018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설립 절차, 운영 등과 관련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의되었다. 그러나 당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되었다.

 

법안은 좌절되었으나 2019년부터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은 2021년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11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시설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긴급돌봄을 시행하는 등 돌봄 사각지대를 완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남인순의원은 2020년 6월,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은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법안이기에, 무엇보다 빠르게 통과시켜 시행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국회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반대하는 민간기관들의 강력한 저항이 계속되었고,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겨났다. 야당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민간기관을 뒤에 업고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사회서비스원을 민간 법인 형태로 설립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사업에 국한했다.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회서비스원의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전면으로 훼손하는 민간 중심의 법안인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며 이종성 의원의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1-1> 2020. 11. 19. 목요일 오전 9시 30분, ‘공공성’ 당보된 ‘진짜’ 사회서비스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국회 소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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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시민사회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논의가 지체된 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2020년 12월 9일까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후퇴에 후퇴에 후퇴를 더해서

 

2021년 5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드디어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시민사회의 염원과 달랐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안의 핵심 내용인 ‘사회서비스원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위탁의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수정했다. 현재 보육, 노인, 장애인의 공공영역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겨우 0.6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민간기관은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 우선위탁 조항을 후퇴시켰다. 이 핵심 조항의 후퇴는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정책효과를 스스로 제한하는 모순적인 결정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서비스 시설을 설립하더라도 여전히 민간에 위탁되거나, 결과적으로 사유화되어 운영되는 기존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사회서비스원의 정책목표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토록 염원했던 사회서비스원법의 통과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상임위 통과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추후에 후퇴된 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의 근간이 되는 사회서비스원법이니만큼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고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돌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며 국민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중심 복지체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8/31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법안의 통과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운동의 끝은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좋은 돌봄, 인권이 보호되는 돌봄을 위해 참여연대는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목, 2021/09/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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