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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521] 정시 확대, 사교육 폭증은 어떻게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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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521] 정시 확대, 사교육 폭증은 어떻게 막나

admin | 일, 2019/11/03- 00:39

정시 확대, 사교육 폭증은 어떻게 막나

'공정의 역습'이 기다리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문재인 대통령 발언 하나에 대한민국 교육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정시 전형이 몇 %로 상향될 것이냐의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교육개혁의 방향이 상실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시 확대' 카드를 대통령이 꺼내 들었는지를 살펴보면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시정연설의 전체 문맥을 살펴보면 문 대통령은 부모의 특권이 교육제도를 통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시 확대'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언급한 교육개혁의 목적이 특권 대물림 교육을 중단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능 점수 위주의 정시전형 확대는 정책 목적과의 불협화음이 심하다.

 

정시를 확대한다고 교육 불평등이 해소될까? 과연 정시 확대 이후 누가 수혜자가 되는가? 정답은 고소득층이다. 이미 고소득 계층일수록 수능 점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정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통계와 연구 자료를 통해 증명이 된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18 교육여론조사'에서 월 6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수능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발표된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라는 논문도 상류층일수록 대학입시에서 정시 전형을 뚜렷하게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소득에 따른 수능 점수를 연구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고소득 계층일수록 수능 점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월평균 가구소득에 따른 수능(언어+수리+외국어 영역) 평균점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소득과 점수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1분위와 소득 10분위의 평균 점수 격차가 무려 43.42점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수능 점수가 월등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연구가 수능 점수에 학생이 지닌 배경이 작용해 불평등이 야기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수능은 특정 지역, 특정 소득 계층에 유리한 대입전형으로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점을 문 정부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시 비중의 상향은 사교육비 폭탄의 버튼을 누르는 일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정시 확대가 기름을 부어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역대급 사교육비라는 수식어를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볼 때 고등학교가 32.1만 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017년까지 중학교 단계에서 지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던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018년에 고등학교로 역전된 데에는 작년 4월 교육부 박춘란 차관이 대학에 요구한 정시 확대 기조와 대입 공론화 과정 및 대입제도 확정까지 일관된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교육 업체의 주가 상승도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이 가져올 사교육비 폭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문 대통령의 '대입 전면 재검토' 발언이 정시 확대로 읽히면서 실제로 대통령의 정시비중 상향 발언은 코스닥 상장된 수능 관련 사교육 업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번 발언 이후에도 대표적인 사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정책화된다면, 내년 사교육비 통계는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다시 오를 것이 분명하다. 늦어도 3월에는 '2019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인데, 이 통계가 총선 국면에서 국민들의 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망각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정시 확대 방향은 공교육 혁신에 역행한다. 수능이 입시의 중심이 되는 순간, 교실은 객관식 오지선다형 정답 찾기 수업의 수렁에 빠져 다른 변화를 위한 시도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시험에 최적화된 사교육 시장에 밀려 학교는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교실 수업 혁신을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만 오지선다형 정답 찾기 교육의 우물에 갇혀 낙오자가 되는 형국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외치며 핵심 과제로 추진하려고 하는 '고교학점제'는 도입하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 비중이 상향될 경우 학교는 수능 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것이고, 학생들의 선택도 수능 과목 중심이 될 것이다. 수능 과목이 지배한 고등학교에서 과목 선택권이 핵심인 고교학점제의 설 자리가 과연 있을까?

 

대통령이 언급한 정시 비중 상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다수 국민에게 좌절과 박탈감을 주고 있는 특권 대물림 교육을 중단하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 다수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부모의 특권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특권 교육의 실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로 정부와 국회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속히 특권 대물림 교육 실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조사를 실시해야 할 수 있도록 '특권 대물림 교육 지표 조사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국민 다수가 특권 대물림 교육 해소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는 대학서열체제 극복을 위한 공론화,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 고교서열화 해소 등의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만약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사교육 폭증이라는 공정의 역습이 시작되어 민심의 외면이 총선 결과에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 rel="nofollow">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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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8일인 오늘 오전 국회 시정연설 중에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2050년 탄소 중립’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그동안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한 시민들이 함께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지금까지 전 세계 70여 개 국가들이 ‘탄소 중립’을 선언해 왔고,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도 각각 206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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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10/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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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콩쥐와 밑 빠진 4대강의 자연성 회복

콩쥐의 새엄마는 나랏님이 개최한 큰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다 채워놓으라는 숙제를 안겼다. 하지만 콩쥐가 아무리 물을 채워봐도 독에는 물이 차지 않았다. 콩쥐는 두꺼비 친구 덕분에 겨우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울 수 있었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콩쥐의 새엄마는 애초에 콩쥐가 달성할 수 없는 과제를 주고 잔치로 떠났다. 그것도 모르고 콩쥐는 미련하게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며 울고 있었다.

[caption id="attachment_201574" align="aligncenter" width="600"] ▲ 14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열린 '보 해체 반대 집회'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재오 전 장관이 참석했다. ⓒ 윤성효[/caption]

이낙연 전 총리, “단 한 명의 농민도 4대강 복원에 반대하지 않을 때까지 설득하라”

여기 콩쥐처럼 어려운 과제를 앞에 둔 사안이 있다. 바로 ‘4대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지시했다. 하지만 낙동강과 한강 수문 개방이라는 잔치는 열리지 않았다. 밑빠진 독에 물을 다 채워야 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4대강 보의 수문개방을 하려면 단 한 명의 농민도 반대하지 않을 때까지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보 건설로 인해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강에는 큰 저수지가 만들어졌는데, 보 구조물의 높이만큼 강물과 지하수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이 높이에 맞춰서 물을 쓰는 양수장, 취수장, 지하수 관정이 있기 때문이다. 수문 개방에 따라 강 본류의 수위가 내려가도 물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시설을 재조정해야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이에 더해 해당 과정을 모든 농민이 납득할 때까지 설득하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2018년 3월, 감사원은 4대강 보 인근 양수시설 등의 설계가 잘못되어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확히 말하면 4대강 자연성 회복 국정과제의 추진 여부와 상관없이, 4대강 사업 당시 졸속적으로 추진된 행정을 바로잡으라는 것이었다. 잘못된 공사를 설계기준에 맞게 정상으로 되돌리면 되는 일인데, 총리의 ‘엄중한’ 말 한마디로 인해 수문 개방에 대해 모든 지자체와 농민들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4대강 보 수문개방, 밑 빠진 독을 채우고 나면 다시 독 너머 독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지 보가 아니다. 그런데 물을 쓸 수 있는데도 보 수문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이 있다. 금강 공주보 수문이 개방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수문이 개방된 줄도 모르고 있었던 농민들이 수문 개방에 반대했던 것이다. 이들은 공주보가 아니라 지천의 상류에 위치한 저수지 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보 수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농사를 잘 짓고 있었다. 이낙연 전 총리에게 묻고 싶다. 보 수문이 개방된 줄도 모르고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을 대체 어떻게 설득하라는 말인가.

청와대와 환경부가 앵무새처럼 대답하는 ‘충분한 소통과 절차’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잘못 설계된 양수장을 고치려면 기초자치단체의 동의를 구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낙동강 인접 기초자치단체의 장 거의 대부분이 보수정당 소속인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채울 수 없는 독을 채우는 일’이다. 보수 정당 소속 기초지자체장은 잘못 설계된 양수장을 다시 바로잡으면, 보의 수문을 개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철저히 진영논리에 기초한 상황판단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농민들과 지자체 설득이라는 밑빠진 독을 채우고 나면 또 다른 독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각종 위원회의 전문가들이다. 4대강 보 처리방안은 농민과 지자체를 모두 설득해 수문개방을 통해 수질 개선 데이터를 얻으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거쳐 확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청와대는 이 위원회 구성원들을 국내 각종 학회의 추천을 통해서 각 분야의 가장 보수적인 기득권 인사들이 모이도록 구성했다.

그래서 이 마지막 독을 채우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국가물관리위원들은 건설 당시부터 사업목표에도 없었던 보의 홍수방지기능을 주장하거나, 물이 흐르면 수질이 정말 개선되는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을 대한민국 학회를 대표하는 교수들은 진정 모르고 있는 것일까.

[caption id="attachment_200646" align="aligncenter" width="530"] 보 수문이 개방되고 수질이 개선된 금강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caption]

밑 빠진 독 채우기 숙제는 거부한다

이낙연 전 총리는 풀 수 없는 과제를 던져주고, 대선이라는 다른 잔치에 먼저 가버렸다. 청와대와 환경부의 다른 책임자들은 세상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울면서 밑 빠진 독을 채우다가 잘 생각해보니 이들은 애초부터 4대강을 복원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환경부는 감사원의 지적만으로도 수문 개방을 위해 시설을 조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한강 취수장은 수문 개방 협조 요청 공문만으로도 충분히 관련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4대강 복원을 추진할 법적 근거도 차고 넘친다. 지방자치법 제170조에는 지자체의 양수장 공사 집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국유재산법 41조는 활용계획이 없는 시설물 중 재산가액에 비해 유지/보수 비용이 과다한 경우나 용도 상실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철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물환경보전법 19조의 2는 환경부 장관이 물환경의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면관리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으며, 28조 2는 환경부 장관이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복원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명할 수 있다.

콩쥐는 애먼 두꺼비 등으로 밑 빠진 독을 메울 것이 아니라 독을 부수고 두꺼비와 함께 잔치에 가야 했다. 애초에 풀 수 없는 숙제를 받아드는 상황을 거부했어야 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은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가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운하를 대비해 설계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4대강 보에서 이수(利水)나 치수(治水) 기능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대운하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면 16개 보는 용도가 없다. 그리고 강을 가로막은 저 보는 4대강의 수질과 수생태계를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하다. 우리는 밑 빠진 독을 치워버리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잔치로 가야 한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금, 2020/07/3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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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사면·가석방론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오찬간담회에서 재벌총수들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듯 한 답변을 한 것에 이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나와야 투자도 될 수 있다”며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당 대표가 말한 것이 그 자체로 의미있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국정농단의 주범이자 뇌물·횡령 범죄로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가석방을 언급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부담을 덜기 위해 가석방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집권했음을 기억해 스스로 그 정당성을 부정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또한 온갖 반칙과 불법으로 경영권 세습을 완성하려 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가석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 역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뇌물·횡령죄 사면 제한하겠다는 대통령공약, 스스로 어길 것인가

 

재벌총수가 중대한 경제범죄로 형을 살고 있을 때마다 경제살리기, 투자활성화를  구실로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 양형강화 및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지난 부패와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시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재계와 보수언론 등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여론몰이에 못 이긴 척, 투자를 대가로 한 정치적 사면·가석방을 단행한다면 이는 과거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귀결될 따름이다. 거대기업의 주요 결정을 독단적으로 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인 사법 특혜를 제공하는 일은 결국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가 곧 기업활동의 정상화와 투자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대한민국 최고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혈통에 의거해 기업지배력을 세습받은 재벌 3세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에 다름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단 1.44%의 지분으로 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현 삼성전자의 전근대적 지배구조는 한국 경제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왜곡된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는 커녕 국가경제를 위해 그를 특별히 풀어주어야만 한다는 발상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형이 집행된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2021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고 직접 밝혔 듯 재벌 오너 역할론은 그 실체마저 모호하다. 이 모호한 실체, 재벌 신화에 편승해 대한민국의 사법 질서의 근간과 국기를 다시 뒤흔드는 일이 다시 반복되어선 안된다. 

 

가석방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아, 송영길·박범계 발언 철회해야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언급했듯이 가석방 제도는 수형자가 장기간 복역으로 인해 사회적 재기의 의욕을 잃고 향후 다시 반사회적으로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대상자의 안정적인 사회복귀와 재범방지가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 역시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사회통합과 법 적용의 경직성 시정 등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서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가 이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되묻는다.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논리에만 매몰돼 사면·가석방 제도의 본질 자체를 호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재용 부회장이 큰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요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반칙과 불법으로부터 면죄부를 받게 된다면 과연 어느 기업인이 법을 지켜가며 합리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겠는가. 이는 사면과 가석방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사회통합보다는 갈등과 불신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투자활성화 구실 예외적 사법 특혜는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 

 

해묵은 경제위기론과 총수역할론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현실 정치가 정무적·정책적 곤란에 처할 때마다, 돈과 자본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총수에게 법적 특혜가 제공되었고 총수가 이에 투자 등으로 화답하면서 재벌의 영향력이 강화되어 왔다. 그 결과가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도 이재용 부회장은 법무부의 취업제한 대상 통보에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해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또 다른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가석방해야 할 근거는 그 어느 곳에도 없다. 현 정부와 여당은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가석방된다면 또 하나의 재벌특혜 사건으로,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논평[https://docs.google.com/document/d/1f02MrJR-NPPUOY8JKKmj8CHVz_2BrMccOGUU...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화, 2021/06/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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