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적인 그녀가 꿈꾸는 사람 가득한 유토피아
글 손보경
때가 되면 단체의 안부를 물어주고 국시모 활동에 늘 응원을 보내주는 회원이 있습니다. 진작 했어야하는데 미안하다며 자발적 회비 증액까지 해준 고마운 신재은 회원을 만났습니다.
Q. 어떻게 국시모를 만났나요?
2006년 12월 친구와 여행을 했어요. 지리산을 걷고 노래하고 쉬어가는 여행이었어요. 그렇게 흠뻑 취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고 김병관 대장을 만났어요. (2010년 여름, 북한산케이블카를 반대하며 백운대에서 1000일 산상시위를 했던 김병관 대장은 당시 연하천 대피소의 산장지기였다.)


(좌)2006년 12월, 김병관 대장과 연하천 대피소에서/(우)2008년 광화문에서 다시 만난 김병관 대장과 함께
아무렇게나 대피소에 아이젠을 던져두고 세면도구를 챙겨 계곡으로 향하던 우리는 대장님의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이런 저런 조언과 함께 하산 길 쓰레기 줍기와 국시모라는 단체를 살피고 후원하라는 김병관 대장의 오더를 충실히 수행하며 산에서 내려왔고 국시모에 후원금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2년 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때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병관 대장과 조우했어요. 졸업생도 취준생도 아닌 환경활동가가 되어서요.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며 국시모 활동가들과 종종 마주할 수 있었고 울림을 주는 단체, 감동을 주는 단체라는 인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렇게 국시모를 만났어요. 김병관 대장과의 인연으로 마주한 국시모, 활동 속에서 마주한 국시모의 사람들. 사람이 이끄는 힘으로 말이에요.
Q. 만삭의 몸으로 현장을 함께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늘 즐겁고 신나 보이는 신재은 회원이었습니다. 기억나세요? 요즘은 어떤 즐거움으로 지내시죠?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잘 될 거라 생각하는 낙천적 성격이에요.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잘 해결할 문제라면 하고 내가 못할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되 결과가 나빠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누구도 안 될 거라 생각하는 일을 진심으로 될 거라 믿고 꿈꾸며 해나가는 사람들 알지요? 저도 그런 부류에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해요.
엄마로 살아가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즐거움이자 걱정이고 요즘 많은 이들이 그렇듯 미투운동에 꽂혀있어요. 노후를 고민하기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낸답니다.
어떻게 하면 아들과 5분이라도 재밌게 지낼지 늘 고민하는 것 같아요. ‘지금’을 위해 아들과의 시간 만들기 말고는......(고민하는 그녀)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Q. 환경운동연합 신재은 활동가에게 ‘강’이란?
삼성 기름유출 사고 때 태안에 자원 활동을 갔었답니다. 그 때 이런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날로 서울환경운동연합 채용공고에 응시했고 활동가가 되었지요.
2008년 활동가가 된 저에게 처음 건네진 것은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책자였어요. 좋아보였지만 뭔가 너무 많았죠. 강에 너무 많을 걸 하려는 게 문제인 듯 했어요.
서울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막고 있는 신곡보와 잠실보를 트고 팔당댐 수문을 활짝 열어 서해바다에서 충주댐까지 물고기가 오갈 수 있는 강을 만들어 보자는 선배의 제안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어요. 이 운동을 위해 지리학을 공부했다는 생각을 할 만큼이요.
그때부터 강을 가로막는 것들을 다 뜯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저에게 신곡보는 운동의 고향이에요. 그렇게 운동을 시작해 자연스럽게 4대강에 집중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4대강 사업을 막진 못했지만 지속적인 재자연화 욕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시간 속에서 변곡점을 찍는 지점을 경험했다는 것이 저에겐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되죠.

지난 1월 낙동강 수문개방 현장 조사 중 활동가들과 (맨 오른쪽이 그녀)
마지막 물고기가 사라지고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저 건물들을 뜯어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처럼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흐름대로 개발을 원하고 이것이 손쉬운 경제발전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천은 회복력이 굉장히 좋아서 수문을 열고 여름철 홍수기를 지나면 1년 안에 수질과 서식처가 복원될 수 있어요. 잊지 말아요!
Q. 내년이면 10년차 회원이세요. 10년차 회원으로서 국시모 자랑해주세요.
국시모 외에도 작지만 알토란같은 단체 여러 곳을 후원하고 있어요. 어찌 보면 그런 단체들은 회원들에게 소식을 전하기도 녹록치 않고 회원 사업을 진행하기도 힘든 단체일 거예요. 하지만 제가 단체에서 활동을 해서 그런지 그런 단체들을 보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들이밀지 않아도 그들의 노력이 보여요. 단체들의 활동이 전해주는 감동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 면에서 제가 후원하는 단체들은 보증할 수 있어요. 국시모 역시!
다만 국시모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전반을 다루는 만큼 회원이 훨씬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Q. 사랑하는 가족들과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세요?
사실 아들을 낳고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은 미안함이었어요. 흔히들 말하는 흙수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이 아이를 그렇게 태어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망 없이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마주할 이 사회에서 아이가 느낄 어려움이 낙천적인 저조차 둘째를 만나는데 주저함을 주더라고요.
어린 시절에는 과학이 발달한 것이 마냥 유토피아로 생각되었지만 요즘의 4차 산업이라는 기류와 맞물려 볼 때 디스토피아가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사람이 더 존중받고 그러면서 인식이 나아지는 세상, 사람이 존중받기 위해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우리 예산이 토건이 아닌 좋은 곳에 쓰이는 세상.
그 안에서 훨씬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 너와 내가 사회적 약자, 더 나아가 도롱뇽, 풀 한포기 같은 생명에도 마음을 줄 수 있는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결혼해 아이가 생기며 마주하는 세상과 아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특별했다고 합니다. 혼자였을 때 느끼지 못한, 가족이 생기고 찾아온 마음과 사랑하는 아들이 살아갈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인 그녀는 4대강 보 16개를 모두 뜯고 재자연화하기 위해 인생의 1/3을 걸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전부를 걸기엔 개인의 삶도 소중한 그녀입니다. 자신의 삶과 함께 가야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재자연화된 새로운 강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아들과 함께 별을 보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그녀의 꿈을 별을 보며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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