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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2.12. 박정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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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2.12. 박정호노무사)

익명 (미확인) | 화, 2019/03/12- 14:37

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박정호 공인노무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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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공인노무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

뭘 쓸까? 학교비정규직노조에 5년째 몸담고 있으니, 비정규직 얘기를 할 수밖에. 그럼,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도 지키지 않아 고발당한 교육청들을 욕해 볼까? 법만 지키면 고발을 취하하겠다는데도, 과태료 수천만원을 내게 생겼는데도 꿈쩍 않는 교육청들, 그중에서도 진보교육감이 재선·삼선에 성공한 경기도교육청·전라북도교육청이 공공연히 법 위반과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산업재해 사망 소식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된 이 마당에 말이다.

용두사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욕해 볼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1·2·3단계를 거칠수록 ‘라인’이 희미해진다. 상반기 발표될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3단계 가이드라인은 정규직화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할 거란 소문이다. 대통령 취임 후 현장방문 1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포의 야심 찬 초심은 어디 갔단 말인가?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초심을 잃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해 말부터 학교비정규직노조 법규국은 8년 동안의 여러 쟁송들을 사례집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6명의 노무사·변호사가 쟁송사례집 준비모임을 격주로 한다. 기간제, 위탁·용역, 단시간, 초단시간이 총망라된 학교비정규직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 백화점이다.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계약만료·징계해고·차별시정·불법파견 등 많은 분쟁이 있었다. 여러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들과 교섭하고, 파업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분쟁들도 많이 발생했다.

역시 비정규직에게 가장 많은 사건은 해고다. 계약만료 등 학교비정규직 해고 사건에 가장 기여한 법은 역설적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는 취지로 제정돼, 기간제 사용 2년 초과시 무기계약 전환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제법 4조와 동법 시행령 3조에는 광범위한 무기계약 전환 예외조항을 뒀다.

노동조합 투쟁 결과 모든 교육청이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지침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직종이 기간제법 예외조항에 걸려 무기계약 전환 전에 계약이 만료됐다. 다문화 언어강사와 방과후학부모코디네이터는 복지·실업대책에 따른 일자리 제공사업이란 예외조항(기간제법 시행령 3조2항)에 걸려 집단해고되고, 법원 최종심에서도 패소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사용기간을 4년으로 달리 정했다는 이유로, 스포츠강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다고 계약만료와 신규채용을 매년 반복한다. 영어회화전문강사 계약만료 사건은 1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스포츠강사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주당 14시간 근로계약한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는 꾸준히 15시간 이상 일했는데, 초단시간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에서 당연 제외되고 계약이 만료됐다. 끝까지 싸워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조합원은 있었지만 다시 초단시간으로 복직해야만 했다.

무기계약 전환시 만 55세가 넘었다고 계약만료됐다가 노동위원회에서 구제된 경우도 있다. 기간제법상 55세 예외규정을 적용할 때는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이 아니라, 근로계약 개시 또는 갱신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대법원 판결(2013. 5. 23. 선고 2012두18967 판결) 덕분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 시책에 따른 일자리 아닌가? 상시·지속적 업무지만 일자리 제공사업이라고 무기계약 전환이 안 된다는 시행령 조항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간제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차별시정 사건에서는 전문성 없는 심판관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논문까지 뒤지며 차별판단 단계별로 여러 법리를 준비하고 들어갔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교육청 예산 걱정을 먼저 해 주곤 했다.

노조법 영역에서는 부당노동행위·단협 위반·교섭단위 분리 사건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지역적 효력확장 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사건들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중요해 보이는 쟁점이라고 전문가적 허영심에 들떠 기획쟁송을 밀어붙이면 결과가 좋지 않다. 나아가 교섭에서 노동조합에 불리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주는 꼴이 된다.

반면 쉽지 않아 보이는 사건이라도 조합원 당사자들이 정성을 쏟으면 잘 풀리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증거자료를 모으고 확인전화를 하면서 게으른 대리인들을 압박한다. 간혹 법률적으로 불리한 결론이 임박했더라도 조합원들이 끈질기게 투쟁한 사안은 교섭에서 좋은 결과로 노사합의가 되기도 한다. 돌아보면 모든 사건들에는 노동조합이 있었고, 열정적인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법규국 일을 마무리하고, 정책실 일을 맡게 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에서 수습노무사를 포함해 후임자를 구하고 있다. 가장 자주적으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노동조합 노무사가 아닐까?

박정호  labortoday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 서울 용산구 갈월동 70-9 예안빌딩 10층
: 02-847-2006

: www.hakb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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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동자 119’ 활동을 기대하며] 병원 갑질 아웃! 을들의 목소리로부터!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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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국장)

지난해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줬던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당시 노동조합이 없었던 성심병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며 그간 묵혀 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장갑질 119 오픈 채팅방에 토해 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오픈 채팅방은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절규로 도배됐고, 그들은 스스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의 상담에 장애를 초래할 수 없다며, 성심병원 노동자들만의 밴드를 개설해 달라고 직장갑질 119에 요청했다. 그들 스스로 "우리가 바꿔 보자"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밴드 초대장을 발송했고, 밴드가 개설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500명에 이를 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밴드 관리와 상담을 맡은 나는 ‘법률상담을 잘해야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최저기준에 불과한 법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호한 것들로 가득했다.

가령 이런 것. “나이트 근무가 연속 4~5일 배치되고, 연속 6~7일 근무가 난무해요. 이거 법 위반 아닌가요?” “점심식사를 마시다시피 해요. 휴게시간 1시간 보장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병원 사업장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 앞에 척 내밀기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밖에 본연의 업무 외 부당한 업무지시, 임산부 야간근로 청구서를 반강제로 쓰게 하는 문제, 법상 휴일대체인지 보상휴가인지조차 모호한 마이너스 오프(인력부족으로 그달에 사용하지 못한 휴무를 휴일·연장근로 보상 없이 대체휴일로 돌리는 제도) 문제, 당일 환자가 없다고 출근길 아침에 갑자기 연차나 비번근무를 쓰게 하는 문제, 화상회의·체육대회·장기자랑 등 병원의 과도한 행사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과중한 업무부담 문제를 포함해 부당하지만 법적으로는 모호한 문제들로 가득했다.

당시 성심병원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대상이었지만, 그 근로감독이 복잡다단한 현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법의 무력함을 함께 느껴야 했다.

그 순간 성심병원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조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로감독이 끝난다고 우리 병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요?” “노조 있는 병원은 단체협약으로 이런 걸 정하고 있대요. 우리도 노동조합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법의 무력함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이렇게 묵혀 둔 목소리를 내고, 함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그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불과 1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1일 보건의료노조 한림대의료원지부가 설립됐다. 병원 관리자가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을 알게 될까 걱정하며 닉네임을 수시로 바꾸곤 했던 그들은 이제 당당히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하고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제서야 알았다. 이 땅의 노동자, 수많은 ‘을’들은 목소리를 빼앗긴지도 모르겠다고. 그 빼앗긴 목소리를 발화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고. 대안은 목소리와 목소리의 공명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여전히 노조가 없는 병원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과 ‘공짜노동’(시간외근로에 대한 보상 부재), 의료비품 사비 구매, 업무 외 업무지시, 폭언·폭행·성희롱 같은 갑질에 시달리며 모성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4월2일 ‘병원노동자 119’ 오픈채팅방(병원노동자119.net)을 개설함으로써 성심병원의 기적을 이어 가려 한다. 그 공간에서 또다시 수많은 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공명할 것이다. 훗날 그 목소리가 절규를 넘어 이 땅 모든 병원을 노동존중·환자존중 병원으로 만드는, 해사하게 핀 봄날의 꽃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소희  labortoday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73 우성빌딩 2층 (우 07247) 

Tel: 02)2677-4889

http://bogun.nodong.org/xe/

화, 2018/04/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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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들(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목, 2018/10/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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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고용안정’


최여울 공인노무사(이산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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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울 공인노무사(이산노동법률사무소)

얼마 전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중 ‘미래 나의 노동에서 보장받고 싶은 것’이 있는지 이야기했는데, 당시 꽤 많은 학생들이 ‘고용안정’을 보장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고용안정을 택했냐는 필자의 물음에 한 학생은 “요즘 다 계약직이잖아요. 공부도 못하는데 나중에 저도 계약직으로 일하겠죠 뭐. 계약직은 쉽게 자를 수 있으니까 고용안정이 제일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중학생에게도 계약직이라는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이미 친숙한 개념이 돼 있었다.

비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돌려막기’ 성행

학생의 말처럼 우리나라 노동자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2년이 경과하면 무기근로자로 전환된다) 채용 사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는 2년이 지나면 어김없이 회사를 나가야 했고, 그의 빈자리는 또 다른 기간제로 채워졌다. 이렇듯 기간제법은 기업에게 비정규직을 마음껏 채용할 수 있는 자유를 줬고, 결국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낮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훗날 자신은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학생의 말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을 어떻게 인식했고, 어떻게 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채용될 자격이 없는 자들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정규직이 하는 일에 비해 가치가 없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들이 비정규직이 된 것은 단지 기업이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길 원했기 때문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노동시장의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70% 수준에 불과하며, 오랜 기간 같은 자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 온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기적이고 염치없는 주장’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는 다르다며 비정규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막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계약직 채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고,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더 낮은 대우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던 필자의 말을 학생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노동존중 사회 위한 첫걸음

여러 집회현장에서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피켓을 보곤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출산이나 육아에 따른 대체인력, 계절적 사업의 경우 등 객관적으로 임시적인 고용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잘못된 비정규직 고용관행과 열악한 처우는 사라질 수 있다. 비정규직 채용을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고(즉 채용사유의 제한이 필요하다), 그들에 대한 대우를 업무내용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가 우리의 노동을 어떻게 대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값싸고 편리하게 노동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노동이 존중받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이유이며, 우리가 끊임없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최여울  labortoday


이산노동법률사무소 

: 서울 중구 마른내로 120 서제빌딩 4층

: 02)2267-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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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8/11/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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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 2018년 정기총회가 1월 26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일산 NH인재원에서 있었습니다.이번 총...
화, 2018/02/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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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가 노후를 차별받는 이유


정미경 공인노무사(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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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경 공인노무사(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노동자는 입사한 때부터 국민연금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하고 퇴직하는 때 그 자격을 상실한다. 연금보험료의 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보험료 분담 원리일 것이나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은 조금 다른 취급을 받는다. 현행 국민연금법령에 따르면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노동자의 범위를 ‘1개월 미만의 단기간으로 고용된 때,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초단시간근로’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2007년 법령에서 위임받은 바도 없는 ‘건설현장의 국민연금 실무안내(2008년 7월)’라는 내부처리지침을 만들어 건설업 종사자에 한해 ‘1개월간 근무일수가 20일 이상(근로계약서 미작성시)인 때’에만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 마땅히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4.5%의 연금보험료가 노동자의 ‘지역보험료’로 전가됐고 이러한 차별적 행정은 10년이 넘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 사업장가입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사람 범위에 ‘1개월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인 사람’과 ‘월 근로일수가 8일 이상인 사람’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2조4호에서 ‘1개월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단시간근로자’는 사업장가입 자격 취득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을 동어반복한 조항이다. 보통 건설노동자의 1일 소정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8일 이상 근로시에는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이 돼 당연히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사업장가입 범위가 확대(20일→8일)된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을 뿐 기존 법령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나 건설사들은 이 착시효과를 핑계로 ‘그동안은 부담하지 않아도 됐던’ 연금보험료의 재정조달방안을 마련하라며 시행시기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받았던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 혜택을 평등하게 회복시켜 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만으로 건설현장에 사회보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종래 ‘건설현장 국민연금 실무안내’ 지침이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지난 10여년간 건설현장에 당연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업주인 건설사와 노동자의 이해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는 고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없으니 눈앞의 생계를 위해서는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다. 한편 건설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하수급업체 (전문건설업체)는 대부분 최저가입찰로 공사를 수주하고 나면 인건비를 절감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 가장 간단한 생존방법이다. 여기에 ‘1개월간 근무일수 20일 이상’이라는 공단 지침이 더해지고 나니 건설현장에는 매월 기묘한 ‘임금대장’이 만들어진다. 날씨 영향만 없다면 주말·공휴일도 없이 한 달 30일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건설현장에서 모든 노동자의 1개월간 근무일수가 한결같이 ‘19일’로 기록되는 것이다. 고용보험 근로내역확인신고나 국세청의 일용근로소득지급조서, 심지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조차도 모두 그달의 근무일수를 19일 이하로 신고하고 납부한다. 임금대장을 작성하고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을 신고·납부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사용자 의도에 따라 객관적인 공적자료가 아주 손쉽게 허위로 작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건설노조에서 근무일수를 19일로 조작해 장기간 사업장가입을 해태하는 건설업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실태조사’를 청구한 결과 200여명의 노동자가 출력하는 현장에 단 3명만이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설업체는 1년이 넘도록 노동자의 사업장가입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 임금에서 원천공제했던 연금보험료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사업장 실태조사를 청구하기 전까지 이 건설업체에는 독촉장조차 발송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오로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신고한 고용보험·근로소득세 등 기록된 공적자료만을 형식적으로 확인해 사업장가입 자격 취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장조사 결과 공적자료의 근무일수가 조작된 것이 확인된 경우에도 직권가입 처리되는 기간은 1~3개월에 불과하다. 다수 건설업체가 으레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 특정 업체에 대해서만 원칙적인 처분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가 부담인 것이다.

프로젝트 산업이자 다단계 하도급 체계인 건설업에서 노동자 고용은 매우 불안하고 하수급업체의 적정공사비 확보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노사 간의 자정의지만으로는 건설현장에 국민연금 가입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린 그들이 이제는 노후준비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사회보험료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편법 없이 일한 기간만큼, 지급받은 보수만큼 연금보험료가 적립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공단의 실무의지는 필수다. 무엇보다 하수급업체가 최저가낙찰로 사회보험 가입을 포기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공사예정가격 계상과 명목 외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보장되는 ‘사후정산제’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

2017년 건설노동자 평균연령은 43.8세로 급속도로 고령화돼 가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게다가 정부와 건설사가 최저가공사에만 집중하는 사이 200만 건설노동자의 노후는 이미 ‘반환일시금’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더 이상 건설노동자에게만 불평등한 국민연금 제도를 두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미경  labortoday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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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07/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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