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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긴급선언] 노동기본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2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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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긴급선언] 노동기본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2019.3.5.)

익명 (미확인) | 화, 2019/03/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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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긴급선언] 노동기본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세대 노동변호사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며‘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는‘노동존중 촛불’을 밀어내고‘재벌과 적폐 관료들의 무법천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지금 촛불혁명에 숨죽였던 재벌과 관료집단이 공공연하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헌법상 노동3권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노동법률가들은 현재 상황에 분노하며 지난 2월 2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우리는 헌법상 노동3권 수호를 위해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첫째,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경총이 야합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은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거기에 더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한다면 노동자의 과로사와 산재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첫째 주는 64시간, 둘째 주는 40시간, 다시 셋째 주는 64시간의 불규칙·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지금도 OECD 국가 중 산업 재해율 1위, 장시간노동 1위인데 얼마나 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삶을 갉아 먹겠다는 것인가. 노동자는 고무줄이나 기계가 아니다. 탄력근로제 개악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아무런 조건 없이 신속히 비준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3월 현재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어떠한 의지와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 뒤에 숨어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 사용자의 민원해결을 맞바꿀 생각만 하고 있다. 21세기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노동조합 혐오법률로 묶어놓고 얼마나 풀어줄지 재벌들과 협상해 오라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대한민국의 국격, 신뢰와 직결된 원칙의 문제로서 결코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셋째, 경영계와 고용노동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① 대체근로 전면허용, ②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③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④ 쟁의행위 찬반투표 요건 강화, 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은 주장 한마디 한마디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개입하고, 헌법상 보장된 파업권을 형해화하려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재벌들이 박근혜 적폐 정부에서도 차마 입밖으로 내놓지 못하고 쉬쉬하던 내용을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의 비호 아래 공공연히 주장하는 모습에 참담할 뿐이다. 재벌과 적폐관료의 망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 노동법률가들과 노동법률단체는 노동기본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한다. 2019년은 한국사회가 21세기 노동존중 국가로 발돋움할 것인지, 아니면 19세기 단결금지와 노동조합 혐오의 야만사회에 머물지 판가름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웠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감시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2019. 3. 5.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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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 긴급선언 참여자 명단(총277명)


노무사(172명)
강경모, 강두용, 강민주, 강선묵, 강성래, 강성회, 강정국, 강진구, 고경섭, 고관홍, 고은선, 공성수, 구동훈, 권남표, 권동희, 권오상, 권오훈, 권태용, 김 란, 김 민, 김경수, 김경희, 김기돈, 김기범, 김남수, 김남욱, 김명수, 김미영, 김민아, 김민옥, 김민철, 김민호, 김성호, 김세영, 김세종, 김수정, 김승섭, 김승현, 김왕영, 김요한, 김용주, 김유경, 김유리, 김은복, 김재광, 김재민, 김종진, 김종현, 김지혜, 김진영, 김철우, 김학진, 김한울, 김현호, 김형기, 김혜선, 남우근, 노영민, 노현아, 문가람, 민현기, 박경수, 박경환, 박공식, 박문순, 박민정, 박선희, 박성우, 박소희, 박용원, 박윤진, 박정호, 박주영, 박진승, 박현희, 박혜영, 배동산, 배현의, 변동현, 성명애, 손경미, 송예진, 신명근, 신은정, 신정인, 신지심, 심준형, 안현경, 양 현, 엄진령, 유명환, 유상철, 유선경, 유성규, 윤대원, 윤선호, 이경호, 이근정, 이근탁, 이다솜, 이민규, 이민정, 이병훈, 이보경, 이상권, 이상미, 이서용진, 이석진, 이선이, 이성재, 이수정, 이승현, 이영록, 이오표, 이인찬, 이장우, 이정미, 이제왕, 이종란, 이종인, 이진아, 이태진, 이현중, 이혜수, 이호준, 임득균, 장 환, 장수국, 장영석, 장혜진, 전선미, 정명아, 정문식, 정미경, 정미선, 정상욱, 정송도, 정승균, 정유진, 정윤각, 정윤희, 조국현, 조명심, 조영훈, 조윤희, 조은혜, 주민영, 주형민, 최강연, 최기일, 최성화, 최승현, 최여울, 최영연, 최영주, 최은실, 최지복, 최진수, 최진혁, 최혜인, 하윤성, 하태현, 하해성, 한태현, 함연경, 허윤진, 홍관희, 홍종기, 황선호, 황재인, 황진구, 황철희


변호사(86명)
강보경, 강영구, 강은옥, 강호민, 곽예람, 권영국, 권호현, 김경민, 김도형, 김동창, 김두현, 김상은, 김성진, 김세희, 김영관, 김유정, 김종귀, 김준우, 김차곤, 김태욱, 김형규, 노종화, 류하경, 문은영, 박다혜, 박인동, 박인숙, 박현서, 백신옥, 변형관, 서채완, 서희원, 손명호, 손영현, 손익찬, 송영섭, 신선아, 신예지, 신의철, 신인수, 신지현, 신하나, 심재섭, 오민애, 오수진, 오현정, 유태영, 이경재, 이두규, 이 석, 이선민, 이용우, 이윤주, 이정환, 이종희, 이주희, 이환춘, 장범식, 장석대, 장석우, 장재원, 전다운, 전민경, 정기호, 정병민, 정병욱, 정소연, 정준영, 조덕상, 조미연, 조민지, 조세화, 조아라, 조연민, 조영신, 조이현주, 조혜진, 차승현, 천지선, 최석군, 최용근, 최은배, 최종연, 탁선호, 하태승, 황규수


법학자(19명)
고영남, 김선광, 김소진, 김영환, 김은진, 김종서, 박지현, 송기춘, 신옥주, 윤애림, 윤현식, 이계수, 이호중, 임재홍, 조경배, 조승현, 조우영, 조임영, 최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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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그리고 10년


김재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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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

그가 드디어 구속됐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마치 훈장처럼 자랑하던, 한때 대통령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자랑하던, 말 한마디로 전봇대를 뽑고 손짓 한 번으로 멀쩡한 강을 녹색으로 푸르게 만든 그가 구속됐다. 아마도 제대로 된 수사와 판결이 이뤄진다면 그는 100세 생일을 감옥 안에서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10년 전 그는 거침없고 잔인했으며 뻔뻔했다. 노동자들이 같이 살자고, 해고는 살인이라고, 경영악화는 회계조작이고 이를 이유로 2천646명을 해고할 수 없다고 절절하게 외쳤던 호소가 그에게는 흉물스럽게 박혀 있던 전봇대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공장 안에 있는 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식수와 식료품을 끊었고, 2000년 이후 햇수로 10년 만에 노동자 파업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으며 헬기는 하늘에서 최루액을 쏟아 냈다.

그들이 공장 안에서 처절하게 싸웠던 70여일간 날씨는 이미 한여름인데 비도 한 방울 오지 않아 밖에 있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던 시간 동안 그는 너무나 어이없게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이 노동유연화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22명의 노동자가 구속되는 것으로 파업은 끝났다. 하지만 파업의 끝이 문제의 끝은 아니었기에 그들은 다시 거리로, 송전탑으로, 굴뚝 위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그들에게 그가 준 것은 최루탄과 그들의 농성장을 짓밟고 만든 대한문 앞 흉물스런 화단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10년간 29명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임기를 마쳤고, 또 다른 그가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그는 대선후보 때 그들의 투쟁에 대해 국정조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애초부터 그 약속을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탄핵 과정에서 밝혀진 그의 행적을 봤을 때 그에게는 그들의 투쟁과 삶은 말 한마디보다 못했다는 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한상균은 지금 감옥에 있다. 한상균은 그들의 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형을 살다 만기출소한 뒤 민주노총을 이끄는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상균은 이미 탄핵돼 구속돼 있는 또 다른 그를 퇴진시키는 투쟁을 탄핵보다 1년 먼저 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감옥에 있다. 문재인이 두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대통령이 됐다. 그들의 아픔에 눈물 흘리고 공감한다던 그,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그, 감옥에 있는 한상균이 눈에 밟힌다던 그가 대통령이 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 오지만 그들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김득중은 그들이 70일 동안 투쟁했던 공장 앞에서 지금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다. 그들의 복직 약속시간이 1년이나 지났음에도, 그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음에도 아직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알려 내기 위해, 그들은 10년째 싸우고 있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니 기억해 달라고, 그리고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단식을 하고 있다.

그의 구속을 두고 사람들은 삼척동자도 진짜 주인을 아는 회사의 소유권이나, 너무나도 꼼꼼하게 받아 챙겼던 뇌물이나, 각종 비리행위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그의 범죄 외에도 그는 29명의 생때같은 생명을 사라지게 만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무참히 짓밟았던 그 행위들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난 그가 부디 오래오래 살아 그의 100세 생일을 꼭 감옥 안에서 맞이했으면 한다.

이 짧은 지면에 어찌 그들의 10년을 다 담을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투쟁하는 그들을 위해 그들이 아직 싸우고 있음을, 우리 옆에 있음을, 우리가 연대해야 함을 잊지 말자.

사족을 덧붙인다. 문재인, 이제 그가 책임져야 할 시간이다. 말로만 해결하겠다, 눈에 밟힌다고 더 이상 희망고문 하지 말라. 그에게는 그들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있고 이제는 해결할 능력도 가지고 있으니 제발 그들을 외면하지 말라. 그래야 노동존중 사회 아니겠는가.


김재민 (노무법인 필)


: 서울 마포구 독막로 11 동진빌딩 301호

: 02-702-2272

: http://www.nomusaysc.com/


화, 2018/03/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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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리면


정승균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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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균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 일을 시작한 이후 내 스트레스 위험 여부를 측정하는 기준은 전화벨이 울릴 때 반응이다. 입사 후 1년이 돼 갈 즈음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들, 갑자기 늘어난 업무, 의존도 높은 의뢰인들. 집에서 쉬는 중에 전화기가 울리고 벨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의존 성향 높은 의뢰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했다. 미숙함으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맘 편히 받지도 못하곤 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마치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고, 전화를 받아 보면 당장에 어쩔 수 없는 불안을 토로하는 것에 불과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불안이 건너왔고, 어쩌지도 못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했다. 의뢰인 한 명은 끝내 나를 못 미더워했고, 결국 심문회의 직전에 나와 일을 못 하겠다며 해임했다.

정면으로 대항할 용기가 없으니, 회피할 방법을 찾았다.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아예 전화기를 꺼 둘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세상과 단절될 것 같은 기분에 차마 전화기를 꺼 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벨소리를 무음으로 바꿔 놓거나, 진동으로 해 놓고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정작 받아야 할 개인적 연락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고, 마지막에는 벨소리를 덜 부담스럽게 바꾸는 시도까지 했다, 이런저런 벨소리를 써 본 끝에 결국 안착한 벨소리는 일상적인 소리 중 하나인 ‘개 짖는 소리’였다. 지금까지도 내 벨소리는 여전히 ‘개 짖는 소리’고, 그나마 하루의 대부분은 진동만 울리게 둔다.

요즘도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전화기가 울리면 긴장하는 것을 보니. 특히나 전화기에 기억 저편에 있던 과거 사람들의 이름이 떠오를 때는 더욱. 노무사는 좋은 일로 연락을 받는 경우보다는 안 좋은 일로 연락을 받는 일이 많다. 직장을 잃었거나, 임금을 못 받았거나,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거나, 일 때문에 아프다거나 하는 그런 안 좋은 일들로. 노무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평소 그다지 통화할 일이 없었던 삼촌에게서 밤늦게 전화를 받았다. 술기운과 일자리를 잃은 억울함이 전해져 왔다. 업무 중 작은 실수가 있었고, 실수를 이유로 사장이 더 이상 출근하지 마라 했다는 것이다. 부당한 것이었기에 부당하다 답을 드렸다. 이후로 삼촌은 다른 직장을 구했고, 이에 대해 다시 삼촌과 대화를 나눈 일은 없었다. 그 외에도 친척의 임금체불이라든지, 지인 아버지 산재문제라든지, 직장상사의 휴일처리에 관한 문제라든지, 이런 일로 종종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에는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선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입시학원 강사를 하는 선배는 내 결혼소식을 묻고, 본인의 육아이야기를 하는 등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다가 아니나 다를까 아르바이트를 하다 임금체불을 당했다는 제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 제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첫 사회생활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업체에서 임금이 체불된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 그는 나에게 노동법 위반 사항을 물었다. 나는 질문에 답변을 해 주고, 노동부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조언해 줬다. 몇 번 더 전화가 온 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선배에게도 연락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전화는 오지 않았다. 물론 이런 전화가 싫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도와줄 수 있다는 건 좋으니까. 그래도 전화가 울리면 의외의 연락이라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반가움과 함께 마음 한편 두려움이 밀려온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 하는. 아직 누군가의 불행과 마주한다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나 보다.

얼마 전 옆자리 노무사 소개로 가족이 퇴직금을 체불당했다는 분과 통화를 했다. 퇴직금 미지급에 더해 연장·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등 문제가 얽혀 있었다. 체불임금을 산정하는 계산법과 노동부 출석조사 대응법을 알려 줬다. 몇 번의 통화를 더 했고, 노동부에 출석해 대면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전화를 받았다. 밝은 목소리로 합의가 잘됐다고 했다. 대면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겪은 무용담을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그 밝은 목소리로 전해 주는 좋은 소식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뭐 이렇게 즐거운 소식을 듣는 날도 있으니까.


정승균(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새날)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새날

주소 : 서울 중구 서소문로11길 50 (중구 서소문동 39-1)
전화 : 02-3273-8100
 

목, 2018/03/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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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기업 내부 일이 아니다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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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

장애인 지원금, 고령자 지원금, 전문인력 채용 지원금, 청년고용 지원금, 여성고용 지원금, 고용환경 개선 지원금, 창업자금, 고용촉진·안정자금, 일자리안정자금, 그리고 각종 인센티브에 컨설팅 지원과 세제혜택까지….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전체 지원금액은 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의 12.5%나 된다. 이 정도면 정부지원 한번 받아 보지 않은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자신 또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기업시설을 마련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며 남은 이윤을 자신의 이익으로 가져간다. 이윤 창출에 노동자 기여가 절대적임에도 기업주는 자신의 자본금으로 기업을 경영한다는 이유로 이윤을 독점하고 사회적인 견제에서 벗어나 있다. 노동자 견제는 그나마 노동조합이라도 있어야 가능하다. 시민사회에서 기업 문제를 제기하면 영업비밀이라는 이름의 절대방패를 사용해 기업주는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보호한다.

그런데 기업주가 유일하게 주장하던 자본금과 자본이라는 것이 사실 그 실체가 모호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9년 상법 개정으로 주식회사 최소자본금은 이론적으로 없다. 작은 기업들은 사무실 보증금이나 책상·컴퓨터 정도를 자본금으로 해서 법인을 설립하곤 한다. 그런 작은 기업은 창업 때부터 다양한 정부지원금과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그 정도 지원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제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태다. 4차 산업 등 이른바 ‘선도산업’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큰 기업들은 더 큰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2013년 기준으로 대기업은 전체 법인세 공제감면 혜택의 76%인 7조3천억원의 혜택을 누렸다. 그 밖에도 대기업은 그 덩치만큼이나 지원금 덩치도 거대하다. 2015년 기준으로 직업훈련 지원금의 80%를 재벌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삼성에 지원된 R&D 지원금은 전체 중소기업에 지원된 금액의 32배였고(2009~2013년), 2012년 정부에서 받은 직접 지원금만 1천684억원이나 된다.

이 정도면 정부지원 없이는 현재와 같이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정부지원이 기업들의 산소호흡기 같은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부와 재계는 지난 20년 동안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고, 노동자 삶이 보장된다며 이를 각종 정부지원 명분으로 삼았다(하지만 그 명분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실업률은 높아졌고, 양극화는 확대됐으며, 일을 해도 빈곤한 노동빈곤층은 15% 정도로 개선은커녕 증가하기만 했다. 차라리 그 지원금을 노동자 서민에게 직접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는 한 해 예산의 12.5%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기업에 지원했고, 기업들은 그 지원금으로 목숨줄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정부지원금은 공교롭게도 납세자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비정규 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청년·청소년·노인 등 노동자·서민이 내는 세금으로 말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기업의 목숨줄이 유지되고 있는데, 정작 납세자인 우리는 기업에 아무 말도, 견제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기업주들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목숨줄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더 이상 ‘사유재산’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볼 권리가 있다.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공정하고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꼭 정부지원금 때문만은 아니다. 노동은 원래 사람 관계로 이뤄지는데, 그 안에 ‘오로지 내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기업은 함께 생산하고, 분배하는 이들의 공동 성과물이다. 지역사회 경제와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는 중요한 거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업의 향배는 그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 왔고, 지역사회와 구성원은 기업 운영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굵직한 대기업이 지역사회에 있을 경우 그 기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른 파장은 이미 평택 사례에서 쓰디쓰게 경험했다.

지금 통영에서, 군산에서 고통스런 소식이 들려온다. 그곳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사업장에서,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서, 대학에서, 기업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알던 자본이 자신들의 경영실패를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고통스럽게 전가하고 있다. 더 이상 경제기사 내용 정도로만 볼 일이 아니다. 내 세금이 투여되고, 나와 같은 노동자가 일하며, 나와 이웃이 사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건 기업 내부 일이 아니다.


김성호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성동근로자복지센터

: 서울시 성동구 상원6나길 22-11 2층

: 02-497-8573

: http://sdlabor.or.kr


화, 2018/03/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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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노동자 시중노임단가 적용 법제화해야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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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열악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여전히 지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다. 해당 지침은 발주기관이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용역업체는 노임에 낙찰률을 곱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불이행하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한다.

청소·경비용역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의 단순노무종사원 노임’을, 시설물관리용역은 중소기업 중앙회가 발표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 중 해당 직종의 노임’을, 자치단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용역은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보통인부 단가’를 기준으로 시중노임단가를 산출한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실시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실태조사’에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는지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 없이 단지 지침 준수율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핵심 사안인 ‘이행확약서 준수’는 별도로 조사하지도 않았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은 열악하다. 지자체 등 발주기관에서는 시중노임단가의 60~70% 선에서 임금을 정하고 용역업체는 이보다 더 줄여 임금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침과 고시에서 정한 시중노임단가 적용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 관할 부처에서도 규제에 한계를 가진다. 노동조합이 회사에 지침 준수와 엄격한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요구하면 회사는 그저 지침과 고시는 권고사항이라는 답변만 할 뿐이다. 지침이 반영되지 않는 사업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권고 역할에 그치는 지침의 한계를 볼 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개정으로 시중노임단가를 확실하게 담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가계약법 개정이 너무나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용역노동자 노무비를 시중노임단가로 정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하반기에 법을 개정해 시중노임단가를 의무적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 국가계약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시중노임단가 의무적용과 관련한 내용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조달 혁신방안’ 중 하나로 시중노임단가 법제화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가장 최근의 정부 의견이다. 정부 발표와 태도를 보면 금방이라도 공공부문 용역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가 의무적용돼 실질 임금이 오를 것 같지만 지난 수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섣부른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은 적정임금 보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많은 영역이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면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느슨한 규제와 무관심 속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대로 하루속히 관련법을 개정해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길 바란다.


박공식 (이팝노동법률사무소)  labortoday


이팝노동법률사무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 02-2672-4788


화, 2018/03/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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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72_67342_1750.jpg▲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내가 왜 아픈지 어떻게 알아요?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대규모 주거단지를 돌며 재활용 금속을 수거하는 60세 남성 A씨가 있다. A씨는 퇴근할 무렵 재활용공장 차고지에 2.5톤 차량을 주차한 후 운전석에서 내리다 다리가 꼬여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떨어질 때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나가던 동료가 부축해 줘서 겨우 일어났다. 이후 A씨는 공장 사무실로 올라와서 오른쪽 팔꿈치에 난 피를 닦아 내고 소독한 후 귀가했다. 그런데 퇴근한 후부터 무릎이 점점 붓기 시작하더니 다음날에는 무릎부위가 더욱 심하게 부어올랐다. A씨는 병원에 내원했고, 우측 팔꿈치 염좌(S5348)와 좌측 무릎 연골판 파열(S8320)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주변에서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재를 신청했다. 산재 신청 후 몇 주가 지나자 근로복지공단에서 연락이 왔다.

“무릎 부위는 사고로 신청하신 건가요? 질병으로 신청하신 건가요?”

A씨는 사고로 신청하는 것과 질병으로 신청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잘 몰라요. 차에서 떨어지고 나서부터 붓고 아프기 시작했어요.”

“아, 그럼 차에서 떨어진 사고로 신청하시는 거네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A씨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상했다. ‘차에서 떨어진 다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고 적어 놓았는데 왜 또 묻는 거지? 사고로 아픈 건 혹시 질병이 아닌 건가? 그런데 원래 병은 안 되는 거 아닌가?’ A씨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잊어버렸다.

며칠 뒤 근로복지공단에서 통지서가 왔다. 우측 팔꿈치 염좌는 산재로 인정하고 좌측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은 불승인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보니 무릎은 퇴행성 파열로 차량에서 추락한 재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무릎 치료 때문에 몇 달째 일을 못해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경우 A씨는 좌측 무릎 연골판 파열에 대해 다시 업무상질병으로 산재 신청을 해야 한다. 현재 구조로는 그렇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근로복지공단 산재 처리방식에 따르면 그렇다. 공단은 재해자 산재 신청에 대해 사고성재해와 업무상질병으로 구분한 다음 사고성재해(사고 후 질병)에 대해서는 자문의 소견을 기초로 질병과 사고와의 연관성을 판단한 다음(업무수행과의 관련성은 판단하지 않음)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업무상질병에 대해서는 7인으로 구성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직업병인지 여부)을 판단한 뒤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래서 산재 신청이 들어오면 공단은 그것이 사고성재해인지 업무상질병인지를 구분한 다음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가 신청한 재해를 사고와 질병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절차를 두는 것은 판단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꾀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사고와 질병 구분을 재해자 생각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공단으로서는 재해자가 사고 때문에 아프다고 했더라도 자문의가 신청 질병과 사고가 연관돼 있지 않다는 소견을 냈다면 질병판정위에 심의를 의뢰해야 한다. 최소한 재해자에게 자문의 소견과 사고성재해를 유지하면 받을 불이익을 안내한 다음 다시 업무상질병으로 신청할 기회를 줘야 한다. 재해자는 ‘산재(업무상사고 또는 질병)’ 승인을 신청한 것이지 ‘업무상사고’만 별도로 승인을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해자가 자신의 질병과 산재 처리절차에 무지한 상태에서 자신이 왜 아프게 된 것인지를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정보가 부족한 사람에게 선택을 하도록 해서 그 결과를 감수하게 하는 것은 비겁하고 얄팍하다. 현행 법령상 재해자 의사를 기준으로 신청 재해를 사고와 질병으로 구분할 근거도 없다. 산재보험이 공적 보험이라면 얄팍하게 아픈 사람에게 왜 아프냐고 묻지 말자.



최진수(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labortoday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서울 은평구 녹번동 5번지 18동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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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2/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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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러지 마세요


김승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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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기업 형태는 다양해졌다. 이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는 경우가 특별한 일이라 하기 어렵다. 오늘 필자는 이른바 노동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진출한 기업들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기서 노동선진국은 정형화된 기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을 국가에서 장려하고 공무원이나 경찰의 파업권마저도 보장하는 나라다.

일단 이런 나라에서 진출한 기업들은 유럽 국가에서 온 경우가 많다. 그중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를 만한 나라는 프랑스·독일·북유럽 국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들 나라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기업을 영위하는 이유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필자가 다뤄 본 사건의 유형은 제약회사, 반도체 관련 천연자원, 마케팅회사 정도가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초국적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매우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본국에서 한 회사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들이 본부를 둔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노동문제에 관한한 진일보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진출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통이다. 가령 절대적 노동시간 준수, 인사평가에 대한 상호 서명날인 제도, 시기 지정권 있는 실질적 연차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도 국내에 정착한 뒤 불과 1~2년 사이에 그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 한국인 중간관리자 영입이나 법률자문을 하는 로펌 혹은 노무법인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본부에서 파견돼 결정 권한을 가진 자들이 여기에 쉽게 동화되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당한 행위에 침묵하거나 자신들이 아는 상식이나 양심에 반하는 주장을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다뤘던 사건들도 양상이 비슷하다. 직장내 괴롭힘을 포함한 안전관리 문제에 매우 민감해 별도 외부 구제절차를 두고 있는 프랑스계 국제적 천연자원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내 괴롭힘 문제를 본국에서 이미 인식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현재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승인된 사안이다). 독일계 광고회사는 현재 노무법인 자문을 받아 해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나름 그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관조차 본국 법과 다른 조치를 취한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내용의 모집공고를 반복 게시하고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 뒤 해고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필자는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나라 법률을 살펴보곤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핀란드의 경우 노동계약법상 정규직을 대체해 채용한 기간제 노동자가 아닌 이상 해고 자체가 불가능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인위적 구조조정을 위해 사내 괴롭힘 행위를 제지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이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 윤리강령에 해당 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다를까. 이익이 되는 행위는 빨리 배우기 마련이고, 자본은 자신의 태어난 본능대로 움직일 뿐 감정이 없다.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행위를 한다고 해서 이를 제지하는 법률이 없고, 또 그것이 특별히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법정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정말 그렇게 말한다. “한국인들은 그래도 괜찮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고 법률이다.”

특별히 틀리지 않아서 더 뼈아픈 말들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그렇게 이야기한다. “준거법이 대한민국법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쪽 나라에서 그러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여기서도 그러지 마세요.”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labortoday



노무법인 시선

 : 본사 -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8길 50, 7층 S-729호(우영빌딩)

 : 마곡지사 -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161-17 보타닉파크타워1차 509호

 : 02-6401-2580

 : www.siseon.net

수, 2018/02/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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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노조하기 좋은 세상


구동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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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동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



노동조합을 자문하는 노무사로서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새로운 노조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그 노조가 스스로 조직·운영돼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다. 관련 산별노조가 있고, 그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면 단순히 산별노조를 소개하는 것으로 내 역할은 그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노조 설립에서부터 초기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기본적인 노조 운영, 단체교섭이나 협약 체결 전반에 필요한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초기 노조활동에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 노조 설립 초기에는 품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애정은 깊어진다.

노조 설립신고증에 감격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들의 요구안을 만들면서 다른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부러워하고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모범 단체협약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그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회사에 교섭요구 문서를 보내고 상견례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긴장과 초조, 온갖 상념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 역할은 예상되는 절차별 시나리오와 대체적인 대응방안을 설명해 주면서 처음 가는 길이 그들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그렇게 되도록 하는 일이다. 너무 많은 고민의 가지치기가 신중함을 넘어 행동의 굼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불안을 다독이는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조합비 문제도 해결하고, 예산안과 사업계획을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노조 운영은 안정화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내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일상적 노조활동을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그들에게 나는 ‘물어 올 때 의견을 주는’ 말 그대로 ‘자문’노무사가 된다. 나는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혀 가는(?) 자문노무사가 되는 것이 바람이고 보람이다.

여기까지 초기 참여자들의 수고는 남다르다. 조합비도 없거나 넉넉지 않아 자신의 월급 일부를 쪼개고, 퇴근 이후나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노조를 챙겨야 한다. 조직은 술의 양에 비례한다고, 그들은 조합가입 독려를 위해 매일 밤늦도록 지역을 찾아다니며 조합원을 만나고 술을 마신다. 노조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자니 회의가 잦고 매번 끝없이 길어진다. 새로 조직을 만들고 이를 꾸려 가자면 결국 시간뿐만 아니라 돈도 큰 문제가 된다.

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대구를 몇 차례 다녀왔다. 작지만 소산별노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노조를 만들겠다, 만들어야겠다는 뜻만 세웠을 뿐 달리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3~4년을 고민만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자문노조가 그 사실을 알고 지원을 시작했다. 자문노조는 나에게 초기 노조 설립절차부터 운영까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그렇게 지원을 요청한 신설노조는 한 곳에서 두 곳으로 늘어 갔고, 나는 그 자문노조 일보다 신설노조들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야 했다. 자문노조는 초기 노조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연대기금으로 지원했다. 자문노조 간부들 역시 수시로 대구까지 내려가 신설노조 간부들을 만나 고민을 나누고 경험을 나눴다. 신설노조는 도움을 주는 자문노조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헤아리려 하거나 경계의 마음을 갖기도 했다.

어느 날 교육을 마치고 난 뒤풀이 자리에서 신설노조 위원장이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저 노동조합은 왜 우리 노동조합을 이렇게 도와줘요?” 나는 자문노조 위원장에게 들은 말과 직접 목격한 자문노조의 일상을 기억나는 대로 전했다. 그 노조는 그걸 연대라 생각하고 있다고. 당신네 노조가 제자리를 찾고 그러다 다른 노조를 도울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그 노조는 그렇게 노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노조라고.

그 자문노조는 몇 년을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도움을 주고도 성과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혹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만 덤터기를 쓰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한다. 지난해 자문노조는 기업별노조의 벽을 넘어 2사1노조로 조직형태를 바꿔야 했고, 상근간부 4명은 늦은 밤까지 조합사무실을 지키며 ‘PC 셧다운제’를 쟁취해 내면서 지난해 사업계획들을 차곡차곡 결과물로 마무리했다. 그 바쁜 틈틈이 사업계획 속에는 연대활동이 있었고, 연대활동 속에는 돈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올해는 협동조합까지 꿈꾸고 있다.

‘연대(連帶)’의 사전적 의미는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은 노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1987년 수준으로 좋아졌다고 하면서도 노조 영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는 2007년 48.2%에서 2017년 26.3%로 낮아졌다고 한다. 10%밖에 안되는 조직률의 한계,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치지 않은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노조 만드는 일이 태산을 옮기는 일처럼 느껴지는 노동자들에게 선배 노조가 먼저 내미는 손, 노조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연대, 조직화 사업을 총연맹이나 산별노조 몫만으로 돌리지 않는 연대로 ‘노조하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 세상을 바꾸는 투쟁도 연대의 힘에서 시작한다.


구동훈(노무법인 현장)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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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2/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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